The Journal of Cultural Policy
Korea Culture & Tourism Institute
Article

유럽연합 디지털 단일시장 저작권 지침의 개혁적 함의*

이원1,*
Won Lee1,*
1인천가톨릭대학교 문화예술콘텐츠학과 부교수
1Professor, Department of Culture and Arts Contents, Incheon Catholic University
*Lead author E-mail: wonkr@iccu.ac.kr

© Copyright 2019 Korea Culture & Tourism Institute. This is an Open-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4.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Received: Jun 10, 2019; Revised: Jul 11, 2019; Accepted: Jul 31, 2019

Published Online: Aug 31, 2019

국문초록

최근 제정된 유럽연합 지침(2019/790)은 두 가지 방향으로 저작권 정책을 수정하고 있다. 한 방향은 법적 장치의 부재로 막혀 있던 콘텐츠 이용의 범위를 디지털 시장의 요구에 맞추어 확대함으로써 유럽시장 내에서 콘텐츠의 유통이 증진되는 효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또 하나의 방향은 저작물 권리자의 권리를 강화하고, 유통 플랫폼의 수입이 권리자에게 공평하게 분배되도록 함으로써 그동안의 불균형적 관계를 개선하고, 시장이 더 잘 기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두 번째 방향이 이번 지침의 쟁점에 해당한다. 이것은 저작권 정책을 통해서 새로운 디지털 환경에 처해 있는 콘텐츠산업의 구조적 전환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매우 개혁적이며 중요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새 지침은 향후 우리나라 저작권법과 콘텐츠산업 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의 의무와 책임에 관한 규정은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정책적 실효성이 기대된다. 콘텐츠산업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제작 투자와 창작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우리 정부도 새로운 디지털 경제에 맞도록 정책적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Abstract

The recently enacted EU Directive (2019/790) amends the copyright policy through two directions: one, to increase the distribution of content in the European market by expanding the scope of content usage—which was blocked due to the lack of legal action—to meet the needs of the digital market; and two, to strengthen the rights of the rights holders and to ensure that the distribution platform's income is distributed equitably to the rights holders, thereby improving the disproportionate relationship and enabling the market to function better. The issue is with the second direction of this Directive. This reform promotes the structural transformation of the content industry in a new digital environment through copyright policy. The new EU directive is expected to have a great impact on Korea's copyright law and content industry policy in the future. The regulations on the obligations and responsibilities of online service providers are expected to be sufficiently effective in South Korea. In order to stimulate investment and creation in the content industry, the South Korean government should try to make policy changes that align with the new digital economy.

Keywords: 유럽연합 디지털 단일시장 저작권 지침; 콘텐츠산업 정책; 저작권법; 온라인서비스제공자; 구글
Keywords: EU's directive on copyright in the digital single market; content industry policy; copyright law; online service provider; Google

Ⅰ. 서론

1. 연구의 필요성과 목적

2019년 4월 15일, 유럽연합 이사회는 마침내 “디지털 단일시장에서의 저작권과 저작인접권에 관한 그리고 지침 96/9/CE와 지침 2001/29/CE을 개정하는 유럽의회 및 이사회의 지침”(이하 유럽연합 지침 2019/790)을 통과시켰다. 이 지침은 2016년 9월 14일 유럽연합 위원회가 그 원안을 발표한 이후 2019년 3월 26일에 유럽연합 의회의 승인을 거쳐 2년 6개월 만에 최종 결정된 것이다.

그전에 발생했던 논란과 대립의 과정을 간단히 살펴보면, 이른바 GAFA(Google, Apple, Facebook, Amazon)로 불리는 미국의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와 인터넷 자유주의자들은 유럽연합 지침(2019/790)을 격렬하게 반대해 왔다. 이 플랫폼 사업자들은 전례 없는 전방위적 로비활동을 통해 이 지침의 통과를 막으려고 했다. GAFA에게 이 지침은 엄청난 경제적 이익을 좌우할 수 있고, 유럽연합 외부 국가의 정책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 목적을 이루지는 못했다. 비영리 비정부 협회인 Corporate Europe Observatory에 따르면 2014년부터 GAFA는 로비 비용을 700% 이상 증가시켰다고 한다(Emmanuel, B., 2018).

한편 인터넷 자유주의자들은 이 유럽지침이 인터넷 공간을 축소하고, 자유를 위축시킨다고 주장했다. 2019년 3월 23일 그들은 유럽 각지에서 “인터넷을 구하라”는 강령으로 시위를 벌였다. 이 반대 운동의 중심은 독일이며, 유럽의회의 유일한 해적당(Parti Pirate)의 대표인 줄리아 레다(Julia Reda)가 리더로 알려져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인터넷 단체들은 지침의 규정을 우회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우선 막대한 자본을 가진 거대 플랫폼만이 매우 비싼 콘텐츠 필터링 장치에 투자할 여력을 가진다는 것이다. 지침이 요구하는 필터링 장치는 결국 이미 인터넷을 장악하고 있는 거대 플랫폼에 더 많은 권력을 줄 것이라고 우려한다. 또 한 가지 우려는 GAFA가 유럽법정에서 표현의 자유 원칙을 근거로 유럽지침을 무효화시킬 수도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유럽 네티즌은 GAFA의 협박을 걱정하기도 한다. 작년 11월 Google은 만약 각 하이퍼링크의 클릭에 대해서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면 유럽에서 Google News를 폐쇄할 수 있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럽연합 측은 협상을 통해 이러한 일은 없을 것이라고 네티즌을 안심시켰다(Kervasdoué, C de & Tellier, M., 2019).

반면, 이 지침을 찬성하는 집단의 활동도 만만치 않았다. 유럽의회의 의원인 장 마리 카바다(Jean-Marie Cavada)는 매년 유럽의 창작물은 5,360억 유로의 가치를 창출하고, 720만 명의 고용을 발생시킨다고 말하면서 GAFA가 대가는 지급하지 않으면서 이 돈을 모두 삼키려 한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France avec agences, 2019). 많은 예술가와 창작자 그리고 미디어 사업자는 이 새 지침을 지지하며 나름의 로비를 펼쳤다. 그들은 이 지침을 통해 그들에게 더욱 유리한 수익 배분을 기대하고 있다. 유럽지침의 의회 투표를 며칠 앞둔 2019년 3월 21일 유럽연합의 약 300여 신문사 대표들은 함께 작성한 성명서에 서명하였다. 여기서 그들은 이번 지침이 많은 예술가와 작가 그리고 미디어에 삶과 죽음의 문제라고 표명하였다(Redaction JDD, 2019). 이번 유럽지침의 옹호자는 사실 GAFA 중 Google과 Facebook이 인터넷상에서 광고 수입의 80%를 가져간다고 주장한다(Kervasdoué, C de & Tellier, M., 2019). 그리고 이틀 후에는 프랑스의 대표적 뮤지션인 장 자크 골드만(Jean-Jacques Goldman)을 비롯한 171명의 예술가가 또 다른 성명서를 발표하며 새 지침을 지지하였다. 그들은 미국의 거대기업들이 그들의 사이트에 게시되는 저작물을 통해서 발생하는 광고 수익을 독식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음악가, 영화인, 사진가, 출판사, 기자 등에게 정당한 분배를 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첨예한 대립과 논쟁을 거쳐 결국 유럽연합 지침(2019/790)은 예상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내용으로 최종 확정되었다. 이로써 유럽연합은 이 지침을 둘러싼 오랜 논란을 일단락지었다. 이 지침은 5월 17일 자 관보(Journal officiel)를 통해 공표되었고 이 시점에서 20일 이후부터 시행되었다. 유럽연합 회원국은 이 시행일로부터 2년 이내에 이 지침을 자국법에 수용해야 한다.

이 지침이 이렇게 많은 논란을 초래한 이유는 상당히 개혁적인 규정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기존의 지침은 빠르게 진화해서 오늘날의 환경에 이른 디지털 경제와 시장에 부적합한 것이 사실이다. 어떻게 보면 새로운 지침의 필요성은 예견된 것이다. 이 지침이 주목받는 이유는 그동안 매우 유리한 환경에서 영업활동을 해왔던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이하 OSP)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선회했기 때문이다. 반면 디지털 시장경제에 맞게 유럽 창작자의 권리 보호를 개선하고, 콘텐츠 이용의 활성화 정책은 강화하였다. 본 연구는 디지털 경제와 시장에 맞추어 새롭게 마련된 이 지침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분석하여 그 파장과 시사점이 무엇인지를 고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2. 연구문제와 연구방법

유럽연합의 새 지침(2019/790)이 결정되고 우리나라에서는 언론 보도와 함께 그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는 글들만 발표되었을 뿐, 아직 학술적으로 이 지침의 내용을 세부적으로 분석하고 엄밀하게 그 파장과 시사점을 검토한 연구논문은 없다. 본 연구에서는 가능한 한 지침의 전체 내용을 체계적으로 파악한 후, 콘텐츠산업 정책의 관점에서 몇 가지 핵심 쟁점을 도출하고, 이것을 토대로 우리나라 콘텐츠산업 정책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을 분석할 것이다. 여기서 콘텐츠산업 정책의 관점이란 지침의 내용을 단순히 법리적 해석에 국한하지 않고 콘텐츠산업과 연결하여 이해하고 그것이 주는 정책적 함의를 함께 고려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맥락에서 본 논문의 연구문제는 아래와 같다.

  • 연구문제1: 유럽연합 지침(2019/790)의 쟁점을 구성하는 핵심 내용은 무엇이며, 이것이 왜 정책적으로 중요한 개혁적 함의를 담고 있는가?

  • 연구문제2: 이 지침은 향후 우리나라 저작권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며, 더 나아가 콘텐츠의 창작과 유통에 관한 정책에 어떤 시사점을 줄 수 있는가?

본 연구는 연구주제의 특성상 관련 문헌을 찾아 해석, 분석, 고찰하는 방법을 따른다. 문헌 고찰은 신뢰성 높은 문헌을 발굴하여 내용을 교차로 확인, 평가, 결합하고 연구자의 고유한 관점과 고찰을 통해 연구문제의 답을 찾는 방법이다. 본 연구에서 가장 중요하게 분석할 문헌은 새 유럽연합 지침(2019/790)으로 다양한 내용 중에서 핵심 쟁점을 추출하고, 그것을 맥락적으로 분석하고 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새 지침의 맥락적 이해를 위해 기존의 여러 유럽연합 지침 중 이번 저작권 개혁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지침들을 비교 검토할 필요가 있다.

  • 2000년 6월 8일 역내 시장에서의 특정 전자상거래와 정보사회 서비스에 관한 법적 관점에 관한 지침(이하, 유럽연합 지침 2000/31) : OSP에 해당하는 정보사회서비스 규정

  • 2001년 5월 22일 정보사회에서의 저작권 및 저작인접권의 특정 측면의 조정에 관한 지침(이하, 유럽연합 지침 2001/29): 저작권자 외에도 저작인접권자를 별도로 규정하여 복제권과 공중전달권을 부여

  • 2004년 4월 29일 지식재산권의 보호에 관한 지침(이하, 유럽연합 지침 2004/48): 지식재산권에 관하여 기존 지침을 보완

  • 2019년 4월 17일 디지털 단일시장에서의 저작권과 저작인접권에 관한 지침”(이하 유럽연합 지침 2019/790)

저작권에 관한 유럽연합의 지침은 위의 리스트 외에도 더 있으나, 이 리스트는 본 연구의 대상과 범위에 부합하는 지침들을 연대순으로 정리한 것이다. 이 리스트만으로 새 지침이 상당히 오랜 기간이 지난 후에 제정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물론 2004년 이후에도 여러 지침이 제정되었지만, 이번 지침만큼 큰 폭의 변화를 담고 있는 지침은 없었다.

그다음 우리 정부의 정책 수립을 위한 시사점을 찾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저작권법과 콘텐츠산업 정책을 재검토하는 것도 필요하다. OSP에 관한 저작권법의 개정과정과 쟁점을 분석하기 위해서 문화체육관광부․저작권위원회가 발간한 해설서뿐만 아니라, OSP에 관한 다양한 연구논문을 참고할 것이다. 또 새 지침이 내포하고 있는 산업정책적 함의를 도출하기 위해서 상장기업의 공시자료, 산업분석 논문, 정부 보고서, 공공기관 발간자료 등을 참고할 것이다. 프랑스 언론의 보도자료는 사실적 내용을 교차로 확인하고, 이번 지침 개정을 주도한 프랑스의 분위기를 파악하는 선에서 활용할 것이다.

Ⅱ. 유럽연합 지침(2019/790)의 주요 내용 분석

1. 지침의 목차 구성과 목적(제1부)

유럽연합 지침(2019/790)은 총 5부 32조로 구성되어 있다. 5부 중 제3부는 4장과 7조로, 제4부는 3장과 9조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의 일반 규정에서 제1조는 이 지침의 두 가지 목적을 보여준다. 첫 번째 목적은 디지털 방식으로 국경을 초월하여 이용되는 오늘날 콘텐츠의 특성을 고려하여 유럽연합 시장에서 적용되는 저작권과 저작인접권 법규를 조정하는 것이다. 두 번째 목적은 이용허락을 촉진하기 위하여 저작권과 저작인접권의 예외와 제한 요건을 규정하고, 보호되는 저작물과 대상의 이용에 있어서 시장이 잘 기능하도록 하는 데 있다.

제2조는 본 지침의 주요 용어를 설명하고 있다. ‘연구기관’, ‘텍스트와 데이터 마이닝’, ‘문화유산기관’은 저작권과 저작인접권의 예외와 제한 요건을 규정하기 위해 정의 되고 있다. 그다음에 정의되고 있는 ‘언론 간행물’, ‘정보사회 서비스’, ‘온라인 콘텐츠 공유 서비스 제공자’는 본 연구에서 매우 중요한 용어들이므로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언론 간행물’은 신문과 잡지와 같이 정기적으로 갱신되는 간행물로서 공중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목적을 가지며 서비스 제공자가 기획, 편집, 통제하여 발행하는 것을 말한다. ‘정보사회 서비스’는 정보사회서비스지침(유럽연합 지침 2015/1535)에 정의1)된 것을 준용하는데 전자망을 통해서 개인적 요청에 따라서 일반적으로 대가를 받고 제공되는 모든 서비스를 말한다. 해석하면 전자망은 온라인 혹은 인터넷망으로 볼 수 있다. 개인적 요청이라는 표현은 한 지점에서 동시에 다수의 수신자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방송이나 라디오를 제외시킨다. 대가를 받는 서비스라는 표현은 개인 이용자로부터 직접적 혹은 간접적 이익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광고 수입을 포함한다. 구글, 네이버, 다음과 같은 기업이 제공하는 온라인 서비스가 여기에 해당한다. 따라서 정보사회서비스 제공자는 우리나라 저작권법의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 즉 OSP로 봐도 무리가 없다. ‘온라인 콘텐츠 공유 서비스 제공자(이하 OcsSP2))’는 대량의 보호되는 저작물과 대상을 저장하고 공중에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정보사회서비스의 제공자를 말한다. 이번 지침은 OcsSP가 이익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규정함으로써 온라인 백과사전과 같은 비영리 서비스, 이용자가 사적 목적으로 콘텐츠를 업로드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등은 제외했다.

표 1. 유럽연합 지침(2019/790)의 목차 구조
1부.일반 규정
  • 1조.대상과 적용 범위

  • 2조.정의

2부.초국적 디지털 환경에서 예외와 한계를 조정하는 조치
  • 3조.과학적 연구 목적의 텍스트(문헌)와 데이터 마이닝

  • 4조.텍스트와 데이터 마이닝을 위한 예외 혹은 제한

  • 5조.초국적 디지털 교육활동에서 보호되는 대상과 저작물의 이용

  • 6조.문화유산의 보존

  • 7조.공통 규정

3부.이용제공 활동 개선과 콘텐츠 접근 확대 조치 1장.거래되지 않는 보호 대상과 저작물
  • 8조.문화유산 기관에 의한 거래되지 않는 보호 대상과 저작물의 이용

  • 9조.초국적 이용

  • 10조.공시 조치

  • 11조.이해관계자 간 대화

2장.단체허가권 부여를 쉽게 하는 조치 12조.확장된 효과를 가져오는 단체 허가권의 부여
3장.주문형비디오 플랫폼에서 시청각 저작물의 게시와 이 저작물의 접근 13조.협상 메커니즘
4장.공공 시각예술 저작물 14조.공공 시각예술 저작물
4부.저작권시장의 좋은 작동을 보장하는 조치 1장.간행물에 대한 권리
  • 15조.온라인 이용에서 언론 간행물의 보호

  • 16조.공정한 보상의 청구

2장.온라인 서비스에 의한 보호되는 콘텐츠의 특정한 이용 17조.온라인콘텐츠공유서비스제공자에 의한 보호되는 콘텐츠의 이용
3장.이용계약에서 저작자와 실연자에 대한 정당한 보상
  • 18조.적합하고 비례적인 보상 원칙

  • 19조.투명성 의무

  • 20조.계약 조정 메커니즘

  • 21조.분쟁 조정의 비사법적 절차

  • 22조.철회권

  • 23조.공통규정

5부.최종 규정
  • 24조.96/9/CE와 2001/29/CE 지침의 수정

  • 25조.다른 지침에 의해 규정된 예외와 제한과의 관계

  • 26조.시간 적용

  • 27조.경과적 규정

  • 28조.개인 정보의 보호

  • 29조.유럽회원국의 자국법 개정

  • 30조.재검토

  • 31조.시행

  • 32조.수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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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디지털 환경에서 저작물 이용의 활성화(제2부와 제3부)

제2부는 과학적 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텍스트와 데이터 마이닝에 저작물을 이용할 경우 저작권과 저작인접권 보호에서 예외로 하거나 제한하는 규정을 담고 있다. 또, 수업을 목적으로 저작물을 국경을 넘어 디지털 기술로 이용하는 경우도 예외를 인정하였다. 단, 저작자의 저작인격권을 보호하고 교육기관의 책임하에 학생과 교직원만이 접근하여야 한다. 또, 문화기관은 저작물 보호 차원에서 소장하고 있는 저작물을 어떤 형태로든 복사할 수 있게 되었다.

제3부는 콘텐츠의 접근을 확대하고 이용제공을 쉽게 하는 규정들을 담고 있다. 제8조에 따르면 저작권 집중관리단체는 권리자의 위임 여부와 상관없이 문화유산기관이 영구적으로 소장하고 있고, 시장에서는 더는 거래되지 않는 저작물을 이용하기 위해 비영리적 목적의 비배타적 이용허락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다만 이 저작권 집중관리단체가 충분한 대표성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이용허락 조건이 모든 권리자에게 동등해야 한다. 제9조에 따르면 이 이용허락은 유럽연합의 모든 국가에서 적용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번 지침은 저작권 집중관리단체가 비회원 권리자 콘텐츠의 이용허락을 쉽게 취득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고 있다. 제12조는 집중관리단체가 회원의 저작물에 대한 이용허락 계약을 체결할 때 비회원의 저작물까지 포함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 권한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 조건이 있다. 집중관리단체는 우선 이용허락의 대상이 되는 저작물의 권리자를 충분히 대표해야 하며, 이용허락 조건을 포함하여 모든 권리자를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

제13조는 주문형 비디오 플랫폼(OTT)이 영화나 시리즈물을 유통하기 위해서 영상의 접근과 이용을 쉽게 하는 규정을 담고 있다. 이 규정에 따라 주문형 비디오 협상 관계자는 중립적인 제3의 기관의 중재를 통하여 협상을 수월하게 진행하도록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제14조는 보호기간이 만료된 미술 저작물의 복제에 대하여 권리자가 권리 보호를 주장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3. 유럽 시장의 기능 개선(제4부)

제4부는 이번 지침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은 논쟁과 대립을 초래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제4부 제1장은 언론 간행물의 새로운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제15조는 기존에 없었던 언론 간행물의 저작인접권을 부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라 OSP가 온라인상에서 언론 간행물을 이용할 때 이 간행물의 발행자는 유럽연합 지침(2001/29)의 제2조와 제3조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복제권과 공중전달권을 가진다.3) 이 규정은 개별 이용자의 사적 혹은 비상업적 이용에는 적용되지 않으며, 하이퍼링크에도 적용되지 않는다. 또 분리된 단어들과 매우 짧은 발췌물에도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이 권리의 보호기간은 애초에 제안된 20년에서 2년으로 대폭 줄었다. 또 언론 간행물에 포함된 저작물의 저작자는 OSP가 언론 간행물 발행자에게 지급하는 대가의 적절한 지분을 보장받을 수 있다. 한편 제16조는 권리자가 언론 간행물 발행자에게 권리를 이전했거나 이용허락을 한 경우 이 발행자는 이 권리의 예외나 제한에 활용된 저작물에 대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4부 제2장은 온라인상에서 보호되는 콘텐츠의 특정한 이용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제17조는 콘텐츠 공유 서비스에 의한 저작물 이용에 관한 것으로 큰 논란과 대립을 초래했다. 이 규정은 영리적으로 음악, 영화, 비디오, 사진 등 보호되는 저작물을 대량으로 접근하도록 허용하는 플랫폼을 규제하는 것으로 유튜브와 페이스북과 같은 사업자의 영업활동을 규제하게 된다. 이 규제에서 위키피디아와 같이 비영리적 플랫폼, 아마존 시장, 오픈소스 플랫폼, 인터넷 접속서비스, 클라우드 서비스는 제외된다. 구체적으로 제17조의 제1항은 OcsSP가 공중에게 저작물의 접근을 제공하는 경우는 공중전달 행위 또는 공중에게 이용제공을 하는 행위로 간주한다. 따라서 OcsSP는 공중에게 이용제공을 하기 위해서 공중전달권의 권리자와 이용허락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여기서 권리자는 유럽연합 지침(2001/29)의 제3조 제1항과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저작자, 실연자, 음반제작자, 영화제작자, 방송사업자뿐만 아니라 이번 새 지침에서 추가한 권리자인 언론 간행물 발행자를 포함한다. OcsSP가 콘텐츠 권리자와 이용허락 계약을 체결하면 이 계약은 이 서비스 이용자의 행위(비상업성, 낮은 수익의 경우)를 포함하는 것으로 간주함으로써 일반 이용자의 책임을 제한하는 반면 그 책임을 OcsSP에게 부과시켰다. 제4항에 따르면 만약 권리자의 이용허락을 받지 못한 저작물이 공중전달된 경우, OcsSP는 허락을 받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거나, 권리자가 충분히 정보를 제공한 저작물에 대해서는 이 저작물의 접근을 신속히 차단하고 미래의 이용을 방지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그러지 않을 경우, OcsSP는 공중전달 행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이 규정에 따르면 역으로 권리자가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을 경우 OcsSP는 이용허락을 받지 않은 저작물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한편, 제17조는 OcsSP 중 중소기업에 한하여 가벼운 규제 요건을 정하고 있다. 그 요건의 대상자는 서비스 제공기간이 3년 미만, 연간 매출이 1천만 유로 미만인 OcsSP로 적어도 권리자의 이용허락을 받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권리자의 통지를 받는 즉시 저작물을 온라인에서 삭제해야 한다. 또 월평균 방문자가 5백만 미만인 제공자의 경우 추가적 업로드 방지에 대한 최선의 노력을 입증할 의무도 면제된다. 한편 제7항은 이용자에 대해서는 인용, 비평, 논평, 캐리커처, 패러디, 패스티시의 목적으로 콘텐츠를 생성해서 온라인 플랫폼에 올릴 때 권리 침해로부터 예외와 제한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제8항은 제17조가 일반적인 감시의 의무가 아님을 밝히고 있다. 대신 권리자의 요청이 있으면 OcsSP는 자사의 업무 절차와 저작물 이용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제9항은 각 회원국이 업로드한 저작물의 삭제나 차단에 대해 이용자에게 빠르고 효과적인 처리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약 권리자가 자신의 저작물의 차단이나 삭제를 요청할 경우 그는 그 요청을 엄밀하게 정당화해야 한다. 불만 처리는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하고, 그 결정은 사람에 의해 검토되어야 한다. 제10항은 유럽위원회가 회원국과 협력하여 OcsSP와 권리자 간 협력 체계를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4부 제3장은 저작물 이용계약에서 저작자와 실연자에 대한 보상 문제를 규정함으로써 이들의 권리를 강화하는 노력을 보여준다. 제18조는 각 회원국이 저작자와 실연자가 자신의 저작물의 배타적 권리를 이전하거나 이용 허락한 때도 사후에 적절한 비율로 보상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19조는 저작자와 실연자가 권리를 이전하거나 이용 허락한 저작물에 대한 정보를 그 승계자로부터 적어도 1년에 1회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이런 투명성 조치가 행정적 부담을 초래하면 정보의 유형과 수준을 제한할 수 있다. 제20조는 저작자와 실연자가 계약을 통해 처음 합의한 보상이 이후 그들의 저작물에서 발생하는 후속 수입보다 현저히 낮으면 추가로 공정한 보상을 청구할 권리(보상청구권)를 부여하고 있다. 제22조는 저작자와 실연자가 자신의 저작물이 이용되지 않는 경우 이용허락이나 권리 이전의 전체 혹은 부분을 철회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4. 시행 규정(제5부)

제5부의 최종 규정에서는 본 지침이 관보에 공표된 2019년 5월 17일로부터 20일째 되는 날에 시행한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시행일로부터 24개월이 되는 2021년 6월 7일 이후부터 이 지침은 회원국의 자국법에 적용되어야 한다. 유럽연합의 지침은 일종의 가이드라인의 역할을 하므로 회원국은 자국의 실정과 기존법에 맞추어 구체적으로 이 지침을 도입하게 된다. 따라서 같은 지침을 적용하지만, 세부적인 적용내용은 회원국 간에 차이를 보일 수 있다. 유럽위원회는 지침의 시행일부터 7년 후에 재검토하여 유럽의회 등에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Ⅲ. 유럽연합 지침(2019/790)의 쟁점

1. 언론 간행물 발행자의 저작인접권

저작인접권은 저작자는 아니지만, 저작물의 창작에 경제적 혹은 창의적으로 이바지한 자에게 부여하는 권리를 말한다. 새 지침은 언론 간행물 발행자(통신사 포함)에게 방송사업자와 유사한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여 이 저작인접권을 부여하고 있다.

2018년 5월에는 온라인 지식재산권과 저널리즘 분야의 169개 대학과 백여 명의 판사들이 이 부분의 개정안에 대해 반대 견해를 공식적으로 발표하기도 했다(박성진, 2018). 그들은 이 규정이 소규모 저널리즘을 위축시키고, 언론기사의 거래비용을 증가시켜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을 저해한다고 주장했다. 반대 논리 중 또 하나의 큰 축은 이 규정이 거짓 뉴스의 확산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한편, 언론사들은 GAFA가 배후에서 거짓 뉴스 논리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언론사들은 새 규정에 대해 일제히 환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언론사들은 지난 10년간 매출액이 27억 유로나 감소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이 금액은 2018년 한해에 GAFA가 프랑스에서 벌어들인 광고 수익과 맞먹는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GAFA가 프랑스에서 온라인 광고 수익의 80%를 독식하고, 그 수익의 원천이 되는 콘텐츠를 무료로 이용하면서 그것을 공급하는 언론사에는 재분배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한다(Barré, N., 2018).

한편, 법적 측면에서도 실제로 OSP의 간행물 이용에 대응할 수 있는 언론사의 이번 조치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도 존재한다. 골리에(Gaullier, 2017: 22)는 스페인과 독일에서 언론사의 저작인접권은 실패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독일의 경우 구글이 기사의 제목만 표시하였고, 스페인에서는 구글이 아예 뉴스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결국에는 언론사의 트래픽이 급격하게 하락하는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이다(권세진, 2018). 변호사 아르두엥(Hardouin, R., 2017: 24)은 언론사의 저작인접권은 실효성이 없어 불필요하다는 주장을 제기한다. 프랑스 저작권법에서 이미 언론사의 간행물이 보호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언론 간행물의 보호는 이중으로 이루어진다고 주장한다. 언론사의 상호로 발행되는 모든 기사는 공동저작물로서 보호되며, 개별 기사에 대한 권리도 임금의 대가로 언론사에 귀속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그의 주장이 맞는다면 실제로 프랑스의 언론사는 이런 법적 권리를 토대로 OSP에게 합당한 보상을 요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동안 그렇게 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 아르두엥의 답변은 찾을 수 없다. 그 이유는 프랑세시니(Franceschini, 2016: 4)가 프랑스 문화커뮤니케이션부에 제출한 정책보고서에서 구체적으로 찾을 수 있다. 그녀는 프랑스의 저작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언론사의 권리는 현실적으로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에 적용하기 힘들다고 보았다. 우선 언론사 상호로 발행되는 저작물을 공동저작물로 규정하는 조항은 개별 기사에 대한 권리 주장을 어렵게 한다. 그뿐 아니라 개별 기사에 대한 언론사의 권리도 제한적이라고 본다. 제삼자가 언론기사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별도로 그 기사의 작성자와 언론사 간의 계약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기존 저작권법의 한계로 인해 새 지침(2019/790)은 언론 간행물 발행자가 그 간행물에 대하여 복제권과 공중전달권을 가지고 있음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또 언론사뿐만 아니라 기사 작성자 모두가 적절한 지분의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유럽의 논의를 보면 언론사에 저작인접권을 부여하고자 하는 취지 자체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어 보인다. 다만 그것이 초래할 부작용과 법규정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보다 설득력을 얻고 있다. 독일과 스페인의 경우처럼 구글이 이 규정에 어떻게 반응할지가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이번의 경우 유럽연합 전체에 적용하는 규정이 마련되었기 때문에 구글이 개별국가에서 취한 반응을 되풀이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2.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의 의무와 책임 확대

새 지침의 규정 중 가장 큰 논란을 초래한 것은 OcsSP에게 책임을 강화한 제17조이다. 이 지침이 사실상 GAFA를 겨냥한 것이라는 주장이 여기서 비롯된다. 제17조의 규정을 세부적으로 분석해 보면 모든 OSP를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이 부분을 이해하기 위해서 지난 지침의 내용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정보사회서비스 제공자(OSP)를 단순 도관, 캐싱, 호스팅과 같은 세 가지 서비스로 세분하고 그 서비스의 책임에 대한 일반 규정을 담은 것은 2000년의 역내 시장에서의 특정 전자상거래와 정보사회 서비스에 관한 유럽연합 지침(2000/31)이다. 이 지침의 제14조는 이용자에게 정보저장서비스를 제공하는 OSP가 불법적 행위나 정보에 대해 인식하지 못한 경우, 그리고 인식한 후 해당 저작물의 즉각적 삭제나 접근 불가 조처를 한 경우 이 OSP는 면책된다. 결국, 이 지침은 OSP가 기술적, 수동적, 중립적 역할을 하면 책임이 면제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규정을 담고 있는 제15조는 OSP가 불법행위를 모니터링하거나 그것을 적극적으로 찾아낼 의무가 없음을 명확히 하였다. 다만 OSP의 책임이 성립하는 요건은 회원국의 자국법에서 정할 수 있도록 했으나 사실상 이루어지지 않았다(김정완, 2013: 261). 이후 2004년에 제정된 지식재산권의 보호에 관한 유럽연합 지침(2004/48)의 제11조에서는 정보사회서비스의 이용자가 지식재산권을 침해할 경우 권리자가 OSP에게 금지명령을 신청할 수 있는 규정을 담았다.

유럽연합 지침(2019/790)에서는 기존의 OSP 중 특별히 OcsSP를 지목하여 강화된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온라인 콘텐츠 공유 서비스는 기존의 분류에 따르면 정보사회서비스의 호스팅(저장) 서비스에 해당한다. 기존의 지침에서는 OSP에게 법적으로 상당히 유리한 영업환경을 보장하고 있다. 남형두(2018)는 이 법적 환경을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본다. 온라인 서비스에 적용하는 법규정이 “옵트 인(opt in)”이 아닌 “옵트 아웃(opt out)”방식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저작권 침해 여부를 사전에 묻지 않고 일단 온라인 서비스에 올릴 수 있게 하고, 다음부터 문제가 발생하면 법 절차에 따라 OSP의 책임을 면제해 준다는 것이다(남형두, 2018: 310). 이런 관점에서 새 지침은 상당히 획기적인 정책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일정 부분 옵트 인 방식을 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새 지침에 따르면 앞으로 유튜브와 페이스북과 같은 서비스가 공중에서 저작물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공중전달 행위 혹은 공중 이용제공 행위로 간주한다. 또 이 지침은 OSP는 권리자로부터 이용허락을 받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기존에는 OSP의 책임을 방조 행위 여부로 판단했다면(나강, 2018: 330) 이제는 방조 행위자, 심지어 침해 행위자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커진 것이다. OSP의 입장에서는 서비스의 운영이나 재정적인 측면에서 상당히 부담스러운 규정이 마련된 것이다. 만약 이용허락을 받지 않은 저작물이 공중전달되면 OSP는 이용허락을 받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했거나 정보를 받은 저작물에 대해서 신속하게 그리고 지속해서 접근을 차단해야만 책임을 면할 수 있다. 여기서 혼란의 여지가 발생한다. 새 지침은 기존의 지침과 마찬가지로 적극적인 감시의 의무는 없다고 못 박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중전달의 행위자로서 OSP는 저작물 필터링을 해야 할 것이고, 이 필터링은 감시와 별개로 보기가 어렵다. 또 OSP의 면책 요건으로 이용허락을 받기 위한 최선의 노력이 입증되어야 하는데 이것이 어떤 방식이며, 어느 수준의 것인지도 향후 논란의 불씨가 될 수 있다. 또 하나의 면책 조건인 정보를 받은 저작물에 대해서 신속하게 그리고 지속해서 접근을 차단하는 데 있어서 만약 권리자가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면 OSP는 책임을 면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Hadopi, 2019). 그렇다면 충분한 정보를 위해 권리자가 노력해야 하는지, 서비스 제공자가 노력해야 하는지도 향후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 이번 지침에서 유럽위원회가 OSP와 권리자 간의 협력체계를 마련하는 자리를 주관하는 역할을 하도록 규정한 만큼, 이 내용은 향후 양자 간 협상에서 더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 지침(2019/790)에는 이번 규정들이 이용자의 부담으로 전가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엿보인다. 우선 온라인 서비스에서 저작물의 저장과 게시에 대한 책임을 이용자가 아닌 OSP에게 돌리고 있는 것이 그 점이다. 또 인터넷에서 자유로운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인용, 비평, 패러디 등의 행위에 대해서는 저작권 침해로부터 피해 갈 수 있도록 하였다.

온라인 시장에서 중소 OSP에 대한 경감된 규정도 눈에 띈다. 현재 미국의 글로벌 OSP가 유럽 시장에서 독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연합 내에서 중소 OSP의 성장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려는 취지로 보인다. 하지만 중소 OSP라 하더라도 새로운 의무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기 때문에 저작물 이용계약이나 필터링에 있어서 인적, 물적 비용이 적지 않을 것이다. 또 OSP로부터 보상금을 받는 언론사들의 비판적 시선이 무뎌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런 이유로 유럽에서는 새 지침이 GAFA의 지배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 나오고 있다.

3. 저작자와 실연자를 위한 공정한 보상

이번 유럽연합 지침(2019/790)에서 크게 이슈화되진 않았으나, 새로운 디지털 환경에서 저작자와 실연자에 대한 권리를 강화하는 조치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 지침에서는 권리자가 계약을 통해 이용허락을 했거나 권리를 양도할 때 적절한 보상금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안효질, 2019: 6-7). 이 규정은 권리자와 OSP 간의 관계라기보다는 권리자와 양수인이라고 볼 수 있는 제작자와 발행자 간의 관계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하는 조치로 볼 수 있다(Hadopi, 2019). 특히 눈길을 끄는 규정은 이미 이용허락 계약을 체결했거나 권리를 양도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저작물로부터 발생하는 미래의 수입이 계약 당시보다 현저하게 많으면 원권리자는 추가적인 보상금을 청구할 수 있다는 부분이다. 또, 이용되지 않는 저작물의 경우 원권리자에게 권리 전체 혹은 일부분을 철회할 수 있는 권리도 함께 부여하고 있다. 디지털 환경에서 저작물은 거의 영구적으로 보존되기 때문에 특정한 계기나 상황에 의해서 그 저작물이 새롭게 큰 성공을 거두는 경우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규정이라고 볼 수 있다. 진화하는 디지털 유통환경에 맞게 저작권 규정을 개정한 것이다.

Ⅳ. 우리나라 저작권 정책에 주는 영향과 시사점

1. 국내 인터넷 뉴스 시장의 특수성

국내에서는 2013년에 온라인 뉴스 서비스에 대한 논란이 뜨겁게 가열된 적이 있다. 우리나라의 뉴스 시장은 이미 온라인이 오프라인을 앞지른 지 오래되었다. 그런데 당시 논란의 쟁점은 뉴스 시장에서 포털이 뉴스 검색이나 의제설정에서 과도한 권력과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문제에 맞추어져 있었다(김위근, 2014: 5-27; 신동희, 2014: 169-212; 정동우․김동규, 2016: 254-286). 그에 비해 언론사의 경제적 문제는 상대적으로 크게 주목받지 않았다. 그 결과 학술연구에서도 포털 뉴스 서비스의 수익과 언론사의 수익을 비교하는 연구가 거의 부재하다. 그 배경에는 포털의 수익구조에서 뉴스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어렵고, 언론사의 재무구조도 상당히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언론사의 관심은 사실 OSP의 수익 분배보다 광고 수주에 있다. 언론사들은 온라인 뉴스의 유통에서 노출빈도와 검색횟수를 높이기 위해 과도하게 경쟁하며 파행적인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영향력을 높여 광고 수입을 높이기 위함이다. 하지만 정작 뉴스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포털의 직간접적 수익에 대해서는 크게 문제 삼고 있지 않다. 또 유럽연합의 언론사는 구글이라는 미국의 글로벌 기업을 상대하지만, 우리나라 언론사는 여전히 토종 OSP인 네이버와 다음을 상대하기 때문에 이런 온라인 사업자와 불편한 관계를 형성하기도 쉽지 않다.

유럽연합 지침(2019/790)이 확정되고 난 후 우리나라 언론들의 반응이 그리 뜨겁지 않은 이유가 이러한 우리나라의 고유한 미디어 환경에 배경을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저작권법이 방송사에 저작인접권(복제권, 동시중계방송권, 공연권)을 부여하고 있는 것처럼 뉴스의 생산과 유통에 많은 자본을 투입하는 언론사에 온라인상에서 간행물 유통에 적용할 수 있는 저작인접권을 부여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합리해 보이지 않는다. 현재 우리나라 저작권법에서는 언론사에 어떤 배타적 권리도 부여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국내 미디어 환경에서 이해 당사자인 언론사가 그리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는 상황에서 저작인접권 부여에 대한 논의는 시작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2. OcsSP 규정의 정책적 필요성과 합리성

향후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뜨거운 논란의 대상이 될 유럽연합 지침(2019/790)의 규정은 OcsSP의 의무와 책임에 관한 것이다. 논의에 앞서 우리나라의 OSP 관련 저작권 개정과정을 간단하게 살펴보자(문화체육관광부․한국저작권위원회, 2012).

2003년 5월 27일 저작권 개정법은 OSP 면책 요건을 최초로 반영하였다. 여기서 OSP가 저작권 침해 사실을 알고 즉시 당해 복제․전송을 중단시킨 경우에는 책임을 감경 또는 면제하도록 하는 등 OSP의 면책요건 등을 정하였다. 또 기술적 보호조치 무력화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여러 행위를 권리 침해행위로 규정하였다. 2006년 12월 28일 개정법은 특수한 유형의 OSP에게 권리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 저작물의 불법적인 전송을 차단하는 기술적 조치 등 필요한 조치를 의무화하였다. 2009년 04월 22일 개정법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OSP에게 불법 복제물의 삭제, 이용자에 대한 경고 등 시정을 명령할 수 있는 규정을 도입하였다.

2011년 06월 30일 개정법은 한․EU FTA의 합의사항을 반영하기 위하여 OSP를 네 가지 유형(단순 도관, 캐싱, 호스팅, 정보검색)으로 구분하고, 유형별로 면책요건을 상세히 규정하였다. 또 이용통제 기술적 조치뿐만 아니라 접근통제 기술적 조치를 통해 저작물의 보호를 강화하고, 기존 저작권법에서 권리 침해행위로 간주하던 기술적 보호조치 무력화 및 무력화 도구 거래 등의 행위를 금지행위로 규정하였다.

표 2. 우리나라 저작권법(제102조)의 OSP 서비스 유형 분류
OSP 서비스 유형 기술적 특징
단순 도관 (제1항 제1호) 네트워크 간 통신을 위하여 서버까지 경로를 설정, 연결해 주는 서비스(KT, SKT, LG U+ 등)
캐싱 (제1항 제2호) 중앙서버와 별도로 구축된 캐시서버에 콘텐츠를 자동으로 임시 저장하여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
저장 (제1항 제3호) 카페, 블로그, 웹하드 등 자료를 하드디스크나 서버에 저장•사용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
정보검색 도구 (제1항 제4호) 인터넷에서 정보를 검색하여 찾아주는 서비스(네이버, 다음, 구글 등의 검색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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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02일 개정법은 한․미 FTA의 합의사항을 반영한 것으로 OSP에게 모니터링과 적극적 조사 의무를 면제하면서 반복적 저작권 침해자 계정의 해지와 표준적인 기술조치 수용을 면책요건에 추가하였다.

현 OSP 관련 저작권법 규정은 2011의 개정법에 머물러 있다. 이 말은 그 이후 인터넷 시장이 계속해서 급속도로 변화하였고 기존 저작권법은 이 시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인터넷 포털을 중심으로 카페와 블로그가 크게 활성화되었고 OTT(Over The Top) 서비스도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였다. 또 유튜브와 페이스북의 국내 이용자도 급증하였다. 현재의 시장 상황은 OSP 규정을 최초로 도입한 때와 너무나 다르다.

유럽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기존 OSP 규정을 도입할 때 저작권법은 불법행위의 주체를 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즉 온라인상 불법행위의 주체가 OSP인지, 서비스 이용자인지를 가려서 OSP가 행하지 않은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면책의 범위를 명확히 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김수정, 2016: 219). 이 목표는 두 가지 목적을 위한 것이다. 첫째, OSP가 일일이 이용자를 감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우므로 OSP가 빈번한 소송 분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함으로써 인터넷산업을 활성화하려는 것이다. 둘째, OSP의 책임을 강화하면 OSP는 면책을 받기 위해 이용자의 통제를 강화하게 될 것이므로 이용자의 불편을 줄이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함이다(민영성, 2014: 86).

이런 관점에서 사회적 거부감없이 OSP에게 우호적인 법제도적 환경이 만들어졌고, OSP는 이후 놀라운 성장을 기록한다. 오늘날 인터넷산업의 활성화라는 첫 번째 목적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영업하고 있는 OSP는 빠르게 발전한 인터넷망과 IT 기술을 빠르게 수용하는 이용자에 힘입어 세계적으로 드물게 정보검색 시장에서 네이버와 같은 토종 OSP가 점유율 선두를 차지할 수 있었다(류민호, 2017; 위의전․김성훈, 2019). 그런데 최근 시장은 급변하고 있다. 박소연(2014)은 동영상 검색 서비스 측면에서 네이버와 구글을 비교 분석하여 구글의 동영상 적합도가 네이버보다 높고, 네이버는 최신성이 더 높다는 결론을 도출하였다. 또 동영상 화질도 네이버보다 구글이 더 뛰어난 것으로 파악했다. 이 차이의 원인은 구글이 소유하고 있는 유튜브에 있다. 최근 온라인 서비스 이용자는 빠르게 유튜브의 동영상으로 이동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용자들이 정보검색에서조차 문자보다는 동영상을 점점 더 선호한다는 사실이다. 네이버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18년 결산 사업보고서를 보면 2018년 12월 기준으로 네이버의 월 순방문자수는 3,740만 명, 구글은 3,200만 명, 유튜브는 3,070만 명으로 나타났다.4) 구글과 유튜브를 합하면 네이버를 훨씬 앞서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2018년 한 해 동안 네이버의 순방문자수는 정체됐지만, 구글과 유튜브의 순방문자수는 완만하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네이버의 인터넷 방문 점유율은 압도적으로 높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오늘날 네이버의 지배력은 급속하게 준 것으로 볼 수 있다.

만약 새 유럽연합 지침의 OSP 규정을 국내 저작권법에 도입할 경우 시장에서 그 파장은 구글(유튜브 포함)과 페이스북뿐만 아니라, 네이버와 카카오(다음 포함)에도 미치게 될 것이다. 아직은 국내 온라인 시장의 경쟁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가늠하기 어렵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OSP 유형 분류로 보면, 단순 도관을 제외한 캐싱, 저장, 정보검색 세 영역에 걸쳐져 있어, 우선 블로그와 동영상 공유 서비스가 직접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국적을 불문하고 OSP가 유럽연합식 규정을 좋아할 리는 만무해 보인다. 다만 유럽에서는 새 지침이 사실상 외래종 OSP에게 가장 큰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거대해진 토종 OSP에도 유사한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도입 시 국내 기업의 저항도 적지 않을 것이라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콘텐츠산업 정책의 관점에서 볼 때 새 지침의 OcsSP 규정은 합리성을 가진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인터넷 시장의 급변에 따라 법제도적으로 가장 큰 혜택을 받아 이제 시장에서 지배적 위치에 오른 OSP의 영향력을 줄이고 자본을 분배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콘텐츠산업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3. 디지털 시장의 새로운 균형 모색

앞서 언급한 것처럼 디지털 시장의 혁명적 진화는 기존의 저작권 정책, 그리고 더 나아가 콘텐츠산업 정책의 방향을 새롭게 수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오늘날 인터넷산업의 활성화는 이미 해결된 목적에 해당한다. 오늘날 시장은 새로운 정책적 비전을 요구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새 지침이 두 번째 목적으로 제시한 올바른 시장의 기능을 보장하는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저작권법의 핵심 목적은 창작자와 투자자 그리고 공익 사이에 균형을 형성하는 것이다(Benhamou & Farchy, 2014: 61). OSP 규정이 저작권법에 등장할 때도 이러한 목적은 변함이 없었다. 다만 매우 중요한 인터넷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국가가 정책적으로 저작권 산업을 일부 희생한 것일 뿐이다. 실제로 2000년대 초 음악산업은 인터넷 발전의 가장 큰 희생양이었다. 많은 데이터 용량을 차지하는 영화와 방송은 당시 인터넷 속도의 한계로 그나마 피해가 적었다. 인터넷산업이 충분히 발전하고 성숙한 오늘날, 거의 20년 가까이 특혜를 받아온 OSP는 그사이 가장 빠르게 성장해서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가 되었다.

이런 관점에서 새 지침(2019/790)의 전반을 관통하는 가장 큰 시사점은 콘텐츠산업을 바라보는 정책 방향의 전환이다. 새 정책 방향은 새로운 디지털 시장환경에서 그사이 지배적 사업자로 부상한 인터넷 플랫폼과 창작(투자)자 간 불공정한 관계를 바로잡고자 하는 데 있다. 언론사에 저작인접권을 부여하여 정보제공 OSP의 수익을 언론사에 분배하도록 하는 규정과 OcsSP를 콘텐츠의 공중전달 행위 주체로 간주하고 의무와 책임을 강화하는 규정은 이 방향에 부합하는 것으로, 어떻게 보면 기존의 특혜를 거두어 들이는 일이다.

이런 방향성은 이 지침의 뒷부분에 등장하는 저작권자와 실연자의 권리 강화에서도 이어진다. 사실 디지털 환경에서 저작물의 수명은 더욱 길어졌다. 예를 들어 디지털 혁명 전에는 절판된 영상이나 음반을 구하는 것은 극도로 어려워 중고시장을 뒤져야 했다. 하지만 유튜브에서 검색하면 존재를 상상조차 하지 못한 디지털 영상과 음원을 만날 수 있다. 디지털화된 저작물은 거의 영구적으로 보존되고 쉽고 편하게 수많은 소비자를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이러한 기술혁신의 가장 큰 수혜자는 창작자가 아니라 바로 OSP라는 사실이다. 인터넷 자유주의자들은 인터넷상에서 표현과 창작의 자유를 추구한다. 그리고 그들이 오늘날과 같이 셀 수 없는 정보와 콘텐츠가 유통되고 공유되는 인터넷 세상을 만들었다. 인터넷 공간은 이용자들이 직접 만든다는 것이 Web 2.0의 정신이었고, 그것이 오늘날과 같은 인터넷 공간을 만들었고 산업을 발전시켰다. 오늘날도 수많은 창작자가 날마다 네이버의 지식 사이트와 블로그 그리고 유튜브를 채우고 있다. 그런데 역설은 부킬리옹과 마티유(Bouquillion & Matthews, 2010)가 명확하게 밝히고 있는 것처럼 플랫폼 사업자들은 Web 2.0의 정신을 이용해서 뒤에서는 엄청난 부를 축적해 왔다는 데 있다.

콘텐츠산업의 심장을 뛰게 하는 것은 창작이다. 한편 콘텐츠산업의 가치사슬에서 창작자와 투자자는 가장 큰 위험을 안고 활동한다. 그런데도 창작물의 가장 큰 경제적 수혜는 OSP에게 돌아간다. 우리나라 저작권법은 디지털 환경에 맞추어 저작(인접)권자에게 전송권과 디지털음성송신(보상청구)권을 부여하고 있지만, 현실에서 이들과 OSP 간의 수익 배분율은 매우 큰 차이를 보인다. 그것은 OSP가 시장에서 지배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권리자 집단과의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고 가기 때문이다. 유럽연합 지침(2019/790)이 새롭게 권리자에게 부여한 계약체결 시 정당보상청구권, 계약수정요구권, 철회권(안효질, 2019: 4-5) 등은 사실 권리자에게 충분히 합당한 보상을 제공하지는 못할 것이다. 다만 이 역시 창작자와 유통사 간의 불공정한 관계를 개선하는 데 일조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한․EU FTA를 계기로 우리나라의 OSP 규정은 유럽연합의 규정을 대부분 따르고 있는 만큼 이번 새 지침의 규정들도 멀지 않아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국내 콘텐츠산업의 균형 있는 발전에 대해 고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Ⅴ. 결론

서론의 두 가지 연구문제를 기준으로 연구결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유럽연합 지침(2019/790)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저작권 정책을 수정하고 있다. 한 방향은 법적 장치의 부재로 막혀 있던 콘텐츠 이용의 범위를 디지털 시장의 요구에 맞추어 확대함으로써 유럽시장 내에서 콘텐츠의 유통이 증진되는 효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시장에서 접근하기 어려운 저작물의 이용을 쉽게 하고, 저작권 집중관리단체의 권한을 확대하여 이용되지 않는 저작물의 수를 줄이는 규정이 이에 해당한다. 또 영상 저작물을 주문형 비디오 서비스에 쉽게 유통할 수 있도록 제3의 기관의 중재를 규정한 것도 이에 해당한다. 또 하나의 방향은 저작물 권리자의 권리를 강화하고, 유통 플랫폼의 수입이 권리자에게 공평하게 분배되도록 함으로써 그동안의 불균형적 관계를 개선하고 시장이 더 잘 기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지금까지 매우 우호적인 법적 환경에서 영업을 해왔던 OSP에게 콘텐츠 이용허락을 취득하도록 규정하고 그로부터 발생하는 수입을 권리자와 나누도록 하는 조치는 기존 지침과 비교할 때 매우 전향적인 조치라고 할 수 있다. OSP의 의무와 책임을 확대하는 것은 반대로 권리자의 권리를 확대하는 효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언론사에 복제권과 공중전달권이라는 저작인접권을 부여한 점, 그리고 저작자와 실연자가 계약과정에서, 또 계약 이후에도 보상금을 보장받을 수 있게 한 점도 역시 같은 맥락에서 투자자와 창작자의 권리를 강화하고 확대하는 조치이다. 특히 이 두 번째 방향은 오랜 기간 큰 사회적 논란을 초래할 만큼 이번 지침의 쟁점이 되었는데, 그 이유는 근본적으로 이것이 정책 방향의 매우 중요한 전환을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 정책은 인터넷산업의 발전을 목적으로 약 20년간 OSP에게 베푼 일종의 특혜 정책을 이제 거두고, 앞으로 OSP의 급성장이 초래한 시장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콘텐츠 제작자와 창작자에게 힘을 실어주는 방향으로 돌아선 것이다. 언론 보도를 보면 이번 지침이 온라인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GAFA로 대변되는 미국의 글로벌 OSP를 겨냥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것은 표면적인 관찰에 불과하다. 그 이면에는 이번 지침의 근본적이고 개혁적인 함의가 숨어 있다. 그것은 바로 유럽시장에 새로운 저작권 법제를 주입하여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 처한 콘텐츠산업의 구조적 건전성과 공정성을 도모한다는 데 있다.

둘째, 새 지침은 향후 우리나라 저작권법과 콘텐츠산업 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언론사에 저작인접권을 부여하는 것은 국내 뉴스 시장의 특성상 쉽지 않아 보이지만 법리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한편, OcsSP의 의무와 책임에 관한 새 지침의 규정은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정책적 실효성이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의 인터넷 시장에서도 오늘날 OSP의 시장 지배적 지위는 유럽과 유사하므로, 상대적으로 소외된 투자자와 창작자의 권리를 강화하고 확대하는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유럽과 달리 토종 OSP가 시장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국내적 갈등이 작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콘텐츠산업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제작 투자와 창작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우리 정부도 새로운 디지털 경제에 맞도록 정책적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유통 플랫폼에 우호적인 정책으로는 더는 콘텐츠산업의 중장기적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왜냐하면, 시장의 불균형이 악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이번 유럽지침에서 무엇보다 표면상 이질적으로 보이는 규정들을 관통하는 개혁적 정책 방향을 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오늘날 콘텐츠산업은 저작권산업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만큼 저작권법은 콘텐츠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유럽연합의 지침은 오랫동안 방치되었던 온라인 서비스 시장의 저작권 정책을 개혁하고 있는 만큼, 콘텐츠산업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저작권법은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다. 자유시장에서 저작권법이 이해당사자 간의 계약 내용을 모두 규율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시장 지배적 OSP가 이번 지침에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지, 또 유럽국가들은 어떻게 자국법을 수정하고 집행해 나가는지에 대한 면밀한 관찰이 필요해 보인다.

Footnotes

*이 연구는 2019년도 인천가톨릭대학교 교내연구비 지원에 의한 연구임.

**This work was supported by the Incheon Catholic University Research Grant of 2019.

1) “tout service presté normalement contre rémunération, à distance, par voie électronique et à la demande individuelle d’un destinataire de services.”, 유럽연합 지침 2015/1535의 제1조 제1항(b).

2) Online contents sharing Service Provider.

3) 정보사회저작권지침(유럽연합 지침 2001/29)의 제2조는 복제권을 제3조 제2항은 공중전달권을 저작자. 실연자, 음반제작자, 영화제작자, 방송사업자에게 부여하고 있음.

4) 순위는 네이버(3,740만 명), 카카오(3,480만 명), 구글(3,200만 명), 유튜브(3,070만 명), 다음(2,900만 명) 순이다. 네이버(2019). 제20기 사업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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