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 2 유네스코 주장에 따른 쟁점 분석

구분 내용
쟁점 세계유산협약 정신 준수
분석 1972년 세계유산협약은 세계유산은 전 인류의 공동유산이며 그 보호에 협력하는 것은 국제사회 전체의 의무라는 선언이다(김창규, 2015: 881-883). 협약의 대상인 세계유산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지니고 있어야 하며 이러한 보편적 가치의 정신적 맥락은 인권과 다양성 존중이며 지향점은 화해와 평화 그리고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협약 당사국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예술적, 환경적 그리고 정신적 차원의 가치를 보호, 보존하고 향상하여 미래세대에게 물려줄 의무가 있다. 이러한 의무를 원활하고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 협약은 거듭해서 ‘상호 이해’와 ‘협력’의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세계유산은 등재 전과 후로 갈등을 유발하곤 한다. 이런 경우 협약이 강조하는 상호 이해와 협력의 틀은 효과적이고 중요한 조정과 해결의 수단으로 작동하며 상호 이해와 협력의 출발점은 갈등이 예상되는 사안 발생 이전에 ‘소통’이라고 할 수 있다. 소통은 유산 해석설명에 관한 WHIPIC의 핵심 가치이기도 하다.하기아 소피아의 모스크 전환은 유네스코는 물론 다른 국가와 종교계와 갈등이 발생할 수 있는 객관적 예견가능한 사안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사전에 유네스코와 튀르키예가 사전에 충분한 소통과 협의를 수행하지 못했다는 점에 있다.유네스코는 모스크 전환 결정 이전에 통지를 받지 못하였으며 지침 제 172항을 튀르키예가 위반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튀르키예는 협약 제6조 제1항에 따라 ‘국내법에 따른 재산권 행사’이며 독립된 ‘주권에 의한 정체성 회복’임을 내세워 결정 이전에 통지할 사항이 아니며 오히려 내정 간섭이자 주권 침해라고 주장한다.세계유산에 등재된 유산에 다양한 형태의 변경이 발생하는 경우 당사국 유산 소관부서를 거쳐 유네스코의 사전 검토를 의뢰하는 절차는 전반적인 유산 관리에서 일반적으로 인식되어 있으므로, 상호 이해와 협력을 위한 소통에 있어서 유산 당사국인 튀르키예가 좀 더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여 갈등의 요소를 최소화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쟁점 세계유산 손상 금지
분석 지침 제15항 h)에 따르면 자국의 유산이나 다른 협약국의 유산을 직접 또는 간접으로 훼손하는 의도적인 조치를 하지 않을 의무가 규정되어 있으며, 제119항에는 지속가능한 활용이나 다른 변화가 해당 유산의 OUV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할 의무가 규정되어 있다.세계유산 이스탄불 역사 지구의 중요한 구성 요소인 하기아 소피아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는 동서양의 복합적인 문화 다양성 보유와 이스탄불 스카이라인을 형성하면서 이후 시대의 교회와 이슬람 건축과 예술에 문화적 영향력을 발휘한 점이다(UNESCO, Historic Areas of Istanbul).복합적인 문화 다양성은 두 대륙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비잔틴과 오스만 문명에 독특한 증거(UNESCO, Historic Areas of Istanbul)인 이스탄불의 굴곡진 역사를 통해서 중요한 상징적 가치를 품고 있는 하기아 소피아에 유네스코가 세계유산의 중요한 구성요소로서 가치를 부여한 점은 정치적, 종교적 그리고 이념적으로 중립적 공간인 ‘박물관’이라는 장소성에 있다고 볼 수 있다.이 점은 이스탄불 역사지구에 지원한 17건 454,566달러 가운에 절반이 넘는 9건 267,358달러를 하기아 소피아 내부의 모자이크 복원과 보존을 위해서 유네스코가 지원(UNESCO, Historic Areas of Istanbul)한 내역을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다.이나연(2020: 51)이 설명한 문화유산의 사용 개념에 따르면, 우리가 사물을 사용함으로써 사물에 의미를 부여하고 대표성을 반영(Hall, 1997: 3)하므로, 문화유산은 표현 수단으로 작용(Graham et al, 2000: 2-3)한다.이렇듯 유산의 ‘용도와 기능(use and fuction)’은 유산에 의미와 대표성 나아가 정체성을 표출하는 유산의 중요한 요소로서 역할을 담당한다. 이는 지침 제82항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하기아 소피아의 박물관에서 모스크로 전환은 지침 제8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문화유산 가치에 대한 신뢰할 만하고 진실한 표현을 나타내는 진정성 평가 속성’ 가운데 ‘용도와 기능’의 변동으로 판단할 수 있으며 이는 의미와 정체성 변화(이 점에서 에르도안이 주장한 ‘정체성 회복’과 궤를 같이 한다.)로 이어져 하기아 소피아의 OUV 훼손에 관한 판단에 불리하게 작동하여 손상 금지 의무를 위반한 경우로 평가될 소지가 있다.
쟁점 공동체와 이해관계자 참여
분석 유네스코는 세계유산협약 이행을 위한 공동체의 역할 증진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기존 2002년 부다페스트 선언에 따른 4Cs, 즉 신뢰(credibility), 보존(conservation), 역량 강화(capacity building), 소통(communication)에 2007년 뉴질랜드의 제안으로 공동체(community)를 추가하여 현재 협약 이행을 위한 유네스코의 전략 목표를 5Cs로 구성하고 있다(지침 제26항).이는 초창기 협약에서부터 버라헌장, 퀘벡선언 등 다수의 유산 관련 국제규범과 문서를 통해서 공동체와 이해관계자의 참여와 소통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한 것이며 유산 해석설명 국제기구인 WHIPIC이 제시한 핵심 가치이기도 하다.하기아 소피아의 모스크 전환이 용도와 기능 변화에 따른 유산의 새로운 활용이라는 관점에서 지침 제119항에 따라 관련 공동체와 이해관계자의 적극적이고 포괄적이며 공평한 참여가 앞서 이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튀르키예가 협약 체약국이며 하기아 소피아가 세계유산의 중요한 구성요소이므로 유네스코는 직접적인 이해관계자로 볼 수 있다.튀르키예 내부 공동체나 이해관계자의 참여와 소통이 충분히 실행되었는지에 대한 확인은 불명확하나 유네스코의 사전 참여와 소통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그러나 세계유산협약과 지침 이행에 있어 공동체의 역할 증대를 위한 공동체 참여는 강제성이 있는 ‘의무 규정’이 아니라 장려를 위한 ‘권고 규정’이므로, 튀르키예의 결정 이전 공동체와 이해관계자의 참여와 소통 미흡은 비난 가능성은 있으나 이 사유로 인하여 하기아 소피아에 대한 세계유산 관련 제재가 이루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다.
쟁점 사전 통지와 협의
분석 유네스코는 하기아 소피아의 모스크 전환 결정에 대해서 지침 제172항에 따른 사전 대화와 통지 등의 협력 불이행을 근거로 튀르키예 정부에 강력히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지침 제172항에 따르면 해당 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복원사업이나 신규 건설사업에 대한 의도를 요청하면 당사국은 의견을 가능한 한 조속한 시일 내에(가령 특정 사업에 대한 기본 문서 작성 전) 또한 번복하기 어려운 결정이 내려지기 전에 통지하여야 한다.이러한 사전 통지 의무 규정을 통한 쟁점은 ‘OUV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복원사업 또는 신규 건설사업’에 대한 해석으로, 판단의 주안점을 복원사업 또는 신규 건설사업에 둘 것인가 아니면 OUV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가에 둘 것인가의 문제이다.복원사업 또는 신규 건설사업은 예시적 열거 규정인 반면 OUV는 세계유산협약과 지침의 핵심적 개념이며 가치로서 관련 규정은 규범적 구속력이 있으므로 이에 대한 위반은 비중있게 판단해야 한다. 또한 OUV 관련 규정 위반 시 실제 해당 유산의 OUV가 훼손될 개연성이 크다는 점도 반영해야 한다.따라서, 사전 통지와 협의가 없는 튀르키예 정부의 하기아 소피아의 모스크 전환에 관한 결정과 실행은 세계유산 관련 제재를 구성하는 요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쟁점 지속가능 발전 정책 협력
분석 유네스코는 위에서 언급한 전략목표 5Cs를 수립하여 국제연합(UN)이 추진해온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이하 SDG)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이에 대한 행보로 2015년 제20차 세계유산협약 총회에서 ‘세계유산협약 절차에의 지속가능한 발전 관점 통합을 위한 정책 문서(Policy Document for the Integration of a Sustainable Development Perspective into the Processes of the World Heritage Convention, 이하 SDG 정책 문서)’를 결의했다(UNESCO, Resolution 20 GA 13, 2015).이 SDG 정책 문서에는 협약 당사국들이 세계유산을 보존하는 관리체계나 관리계획 수립, 이행 과정과 유산 보호에 관한 국내법의 제정과 개정과정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사항들을 반영하고 추가할 것을 장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또한, 인권, 평등 그리고 장기적 관점에서의 지속가능성을 추진 원칙으로 설정하고 평화와 안전 보장을 핵심 부문의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유네스코 정책은 권고사항이 아니라 모든 회원국이 지켜야 할 의무사항이다(Logan, 2022: 12).세계유산은 인류 공동의 유산으로서 모든 협약 당사국은 유산 관리정책 수립과 실행은 공동체와 이해관계자의 공정하고 적극적인 참여와 소통을 반영하여 다양한 문화적 가치와 의미를 표출하고 문화간 화해를 통해서, 유엔과 유네스코의 근본정신인 세계평화와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역사, 종교, 민족, 이념적으로 다양한 문화와 가치, 기억과 함께 분쟁과 갈등의 소지를 지닌 하기아 소피아의 모스크 전환은 내재되어 있던 갈등을 분출하는 계기가 되었고, 박물관이라는 장소성을 통해서 나름의 긴장 완화 역할과 문화의 다양한 가치를 표출했던 하기아 소피아는 갈등 구조의 한가운데 있다.이런 상황 속에서, 하기아 소피아의 모스크 전환 결정과 관련하여 튀르키예 정부가 내세운 ‘주권에 따른 재산권 행사’와 ‘정체성 회복’은 자국 중심의 논리에 치우쳐 협약 당사국이 준수해야 할 정신과 가치 그리고 정책을 도외시한다고 여겨질 수 있다.특히,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세계유산의 역할을 담은 ‘SDG 정책 문서’가 추진하는 핵심 부문의 하나인 ‘평화’를 배제하는 조치로도 비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