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urnal of Cultural Policy
Korea Culture & Tourism Institute
Article

예술을 통한 문화외교 정책모형에 대한 개념적 연구

송남은1,*
Nam-Eun Song1,*
1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박사과정
1Hongik University, Department of Arts and Cultural Management Ph.D. Candidate
*Corresponding author : Hongik University, Department of Arts and Cultural Management Ph.D. Candidate s_nameun@naver.com

© Copyright 2019 Korea Culture & Tourism Institute. This is an Open-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4.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Received: Feb 10, 2019; Revised: Mar 11, 2019; Accepted: Mar 26, 2019

Published Online: May 31, 2019

국문초록

문화외교는 근본적으로 국익을 위한 정부 주도 사업으로, 예술의 본질적 가치보다는 도구적 가치에 중심을 두고 있다. 공공성을 지향하면서도 예술성을 잃지 않으려는 시도는 문화외교뿐 아니라 문화예술 정책의 다양한 지점에서 지속적으로 논의되고 있지만, 그 가치 갈등을 합의로 이끌어내는 정책 모델에 대한 학문적 연구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본 논문은 맥카시 외(McCarthy et al., 2004)의 ‘예술혜택 이해의 틀’, 위조머스키(Wyszomirski, 2000)의 ‘가치에서 영향으로’ 모델, 그리고 안셀과 가쉬(Ansell & Gash, 2007)의 ‘협력적 거버넌스’ 모델을 개념 분석하고, 세 모델의 연계와 통합을 시도함으로써, 예술을 통한 문화외교의 정책 수립과 실천에 준거가 되는 개념적 틀을 제시하고자 한다.

Abstract

Cultural diplomacy is fundamentally a government-based endeavor for the national interest, and as such, focuses on the instrumental value rather than the intrinsic value of the arts. Promoting artistic quality while pursuing the creation of public value is an ongoing concern of cultural policy makers, especially those with the instrumental concerns of cultural diplomacy. Yet despite this, there has been a lack of robust academic research on effective models for the resolution of these conflicting priorities within the cultural diplomacy. In this paper I employ conceptual analysis to examine and synthesize the strengths of three models that have been proposed: McCarthy et al.’s (2004) “Framework for Understanding the Benefits of the Arts”; Wyszomirski’s (2000) “From Values to Impacts” model; and Ansell & Gash’s (2007) “collaborative governance” model. I focus in particular on reconciling the initial conditions for effective policy performance with the often-disparate priorities of the cultural diplomacy and arts spheres. Through this process, I develop and present a conceptual framework for an organizational system that is based on consensus-oriented decision-making and establishing value-oriented links between the public and the arts.

Keywords: 문화외교; 예술과 공공정책; 협력적 거버넌스; 촉진적 리더십; 합의 형성
Keywords: cultural diplomacy; cultural policy; collaborative governance; facilitative leadership; consensus-building

Ⅰ. 서론

현대 국제 관계와 외교에 있어 신뢰를 구축하고 상호 이해를 증진하는 도구로서 문화와 예술을 활용하는 경우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 나이(Nye, 2008)는 국제 관계에서 자국의 가치와 정책을 강제적 힘이 아닌 ‘소프트파워’(soft power)라는 ‘매력(attraction)’을 통해 전달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보았다. 문화외교 구도에서 예술은 하나의 소프트파워이자 상징적 자본(Bourdieu, 1984)으로서 국익이라는 공공의 목적을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기여해왔다.

최근 ‘문화외교’의 주체·내용·방식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정부나 정부의 위임을 받은 기관뿐 아니라, 독립적 민간 기관이나 개인이 주체가 되는 민간교류부터 초국가적 네트워크 교류로까지 그 외연이 넓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문화외교는 국제정치 질서에서 국익 추구라는 목적에 근거하고 있고, 대다수 문화외교 사업이 국가 간 협력을 토대로 공공 자금을 투입하여 진행되기 때문에, 정부는 핵심 주체로서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예술을 통한 문화외교의 경우 정부의 역량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문화외교의 교류 내용, 즉 콘텐츠를 생산하고 운영하는 1차적 주체인 예술 분야와 수평적이고 협력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서로 부족한 점을 보완해주는 보충의 원리(principle of subsidiarity)(장웅조·이다현, 2018)를 통해 상호 영향력을 행사하는 협력 체계가 반드시 필요하며, 이에 대한 정책적 논의가 요구된다.

문화외교를 주제로 한 선행연구가 국내에서는 한정적으로 나타나며, 그 내용 또한 주로 문화외교의 당위성을 주장하거나, 수행 체계에 대한 분석, 부처 간 조율, 문화외교를 통한 효과 등을 다루고 있다. 문화외교가 ‘문화’를 다루고 있고 그중에서도 예술을 가장 효과적인 기제로 사용하고 있음에도 문화외교와 예술과의 관계성에 대한 고찰이 부족하며, 협력 파트너인 예술 기관, 예술 단체, 예술가의 입장에서 문화외교를 어떻게 수용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본 논문은 예술을 도구나 리소스, 소프트파워의 기제로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논의에서, 그것을 실행하는 예술 분야와 어떻게 협력할지에 대한 담론으로 전환하는 데 연구의 의의가 있다. 나아가 예술을 통한 문화외교가 함의하는 정책적 이슈를 조명하고, 이를 논거로 정책 수립의 토대와 체계를 개념적 분석하여 정책 모형으로 도출하는 데 본 연구의 목적이 있다.

문화외교가 근본적으로 국익을 추구하는 정부 주도의 도구적 사업이라는 점에서, 예술의 본질적 가치와 자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많은 학술 연구는 제기해왔다. 그러나 문화외교가 가지는 양면적이고 모순적인 특성은 국가 안보나 국익 추구에 기초하는 실용적이고 정치적인 속성을 지니면서도, “이상주의적(idealistic)이고 질적인 측면을 중요시하는(qualitative) 문화 활동의 규범을 동시에 따른다”(홍기원, 2011)는 점이다. 공공성을 지향하면서도 예술성을 잃지 않으려는 시도는 문화외교뿐 아니라 문화예술 정책의 다양한 지점에서 지속적으로 논의되고 있지만, 그 갈등을 합의로 이끌어내는 정책 모델에 대한 학문적 연구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본 논문은 예술을 통한 문화외교에 내재된 가치 갈등을 합의로 이끄는 정책 모형 제안을 위해 세 모델의 연계와 통합을 시도했다. 맥카시 외(McCarthy et al., 2004)의 ‘예술혜택 이해의 틀’(Framework for Understanding the Benefit of the Arts)을 통해 공익적 가치와 예술적 가치의 공존 가능성과 상호 유기성을 고찰하고, 위조머스키(Wyszomirski, 2000)의 ‘가치에서 영향으로’(From Value to Impact) 모델을 통해, 정책결정과정의 초기 조건을 도출했다. 그리고 공공과 예술의 합의 지향적 의사결정을 위한 조직 체계로서 안셀과 가쉬(Ansell & Gash, 2007)의 ‘협력적 거버넌스’ (Collaborative Governance) 모델을 개념 분석했다. 본 연구는 전술한 세 모델이 시사하는 ‘가치-합의형성-정책효과’ 간 유기적 연동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예술을 통한 문화외교의 정책 수립과 실천에 준거가 되는 개념적 틀을 제시하고자 한다.

Ⅱ. 이론적 논의: 문화외교와 예술

1. 문화외교의 개념과 속성

문화외교는 ‘소프트파워(Nye, 2008)’, 즉 광범위한 의미의 문화가 지닌 매력을 수단으로, 상대국의 대중과 사회에 긍정적인 국가 이미지를 구축하고 신뢰를 얻으며 협력을 도모하는 활동이다. 문화외교는 이론적 기반이 취약하고 시대와 트렌드 변화에 민감한 영역이기 때문에 용어와 개념 정립에 있어 변동성이 존재한다.

문화외교(cultural diplomacy)는 개념 상 공공외교(public diplomacy), 소프트파워(soft power)와 연관되어 있고, 용어는 국제문화관계(international cultural relations), 국제문화교류(international cultural exchange), 대외적 문화교류(cultural exchange in international relations) 등으로 국가마다 상이하게 표현되고 있다. 이 용어들은 유사한 특징을 공유하고 기능적으로 중첩된 역할을 하지만(김휘정, 2012), 각각은 독특한 관행을 나타내며, 따라서 각 용어를 구별하는 것은 중요하다 (British Council, 2018). 문화외교를 나타내는 용어의 차별적 사용과 국가마다 전개하는 독특한 문화외교 접근방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사적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 독일은 예술의 본질적 가치와 다자주의적(multilateral) 입장을 강조하는데, 국가가 문화를 강하게 통제했던 나치의 역사를 의식하여 소프트파워와 표면상으로 드러나는 도구주의 접근은 회피한다. 반면 영국은 예술의 본질적·도구적 가치를 균형적으로 다루면서, 경제적·정치적 이익에 부합하도록 소프트파워까지 포괄하는 광범위한 문화교류의 정의를 사용하고 있다. 미국의 문화정책은 문화예술분야에 대해 무의사결정(non-decision making)을 고수하지만, 문화외교에 한해서는 국익 추구와 안보 정책의 하나라는 입장을 명확히 한다.

공공외교의 하위 영역으로 간주되는 문화외교(Cull, 2008)는 직접적이고 단기적인 목표를 추구하는 전통적 외교정책과 달리 장기적인 결실을 예상하지만, 다른 국가 국민들의 인식 변화에는 직접적 영향을 끼치는 속성을 가지므로 최근 국제 사회는 국가 위상을 높이기 위해 경쟁적으로 문화외교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6년 공공외교법을 제정·발효했고, 안보 확보 및 경제 번영을 위한 대외적 지지 기반 확대를 위한 외교 패러다임으로 공공외교를 적극 수용하고 있다. [공공외교법 제2조]가 명시하는 공공외교의 정의는, “국가가 직접 또는 지방자치단체 및 민간부문과 협력하여 문화, 지식, 정책 등을 통하여 대한민국에 대한 외국 국민들의 이해와 신뢰를 증진시키는 외교활동”이다. 공공외교는 문화 공공외교, 지식 공공외교, 정책 공공외교, 국민 참여형 공공외교로 세분화하여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제1차 대한민국 공공외교 기본계획 [2017-2021]’ 보고서에서는 공공외교가 외교부 중심의 전통외교와 달리 중앙부처, 지자체, 민간 등 다양한 주체가 협력하여 수행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고, 주체들의 협업 및 조율 체계 확립은 중점 추진 과제로 명시하고 있다. 공공외교 수행 주체는 외교부를 비롯하여 문체부, 교육부 등 중앙부처, 한국국제교류재단(Korea Foundation, KF), 국립국제교육원 등 정부 소속기관 및 산하기관, 지자체, 민간단체 등 다양한 국내 부처·기관들이며, 민간 부문에서는 자체적으로 또는 중앙부처/지자체와 공조하여 문화교류 중심의 공공외교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상기 보고서에서 명시하는 현재 공공외교 사업의 문제점과 한계점은 다양한 주체의 공공외교 활동이 상호 조율 없이 각각 나름대로 수행되고 있다는 것, 민간의 경우 대상 국가의 상황이나 국민적 특성을 감안하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추진되어 우리나라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나 호감도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며, 이는 본 연구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최근 공공외교, 문화외교의 주체가 정부뿐 아니라 비국가행위자로 확대되면서 형식, 내용의 변화를 보이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문화외교는 국익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며, 따라서 문화외교를 추진하고 수행하는 과정에서 정부 행위자들이 참여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British Council, 2017). 문화외교 사업이나 프로그램의 목표 대상이 일반 시민 혹은 다른 국가의 대중일지라도, 그 사업들은 정부에 의해 계획되고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으며 실행되고 있다. 문화외교의 주요 행위자인 정부기관과 조직들, 심지어 비정부기구들이나 민간들 역시 정부와의 공조 가운데 활동하며, 기금마련과 활동의 활성, 중재 등에 있어 정부와 어떠한 방식으로든 관련되어 있다(주미영, 2016). 종합해 보면 문화외교는 정부 혹은 그 정부의 지원을 받는 특정 조직이나 단체가 자국의 이익을 대외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벌이는 일련의 문화 활동으로 정의된다.

문화외교의 학문적 담론에서 ‘고급 예술(high art)’은 대중문화 혹은 그와 관련된 문화상품보다 더 중요하게 지목되어 왔는데(Grincheva, 2010), 이러한 경향은 본 연구가 예술을 통한 문화외교를 특정하고 있는 것과 연관성이 있다. 미국과 같은 초강대국은 문화외교 맥락에서 시장지배적인 문화산업 영역을 기제로 사용하지 않고, 주로 비영리 ‘고급 예술(high art)’을 선호해왔다. 할리우드 영화처럼 시장성이 높은 문화 영역을 소프트파워로 내세워 자국 이익을 추구한다는 것은 경제적·문화적 패권을 장악하는 문화 제국주의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고급 예술’은 서로 다른 가치와 신념 가운데서도 소통을 이끌어내는 데 유일하게 안전한 방법으로 주목받아왔으며(Grincheva, 2010), 냉전 시대에 무용과 음악을 통한 문화교류가 중요한 외교 전략이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예술을 통한 문화외교는 이런 이유에서 대부분의 국가가 필수적으로 추진하는 방식이며, 최근 영국은 문화외교의 영역을 고급 예술 및 그와 관련한 문화상품의 영역으로 재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예술을 통한 문화외교의 중요성을 시사했다(British Council, 2017).

2. 예술을 통한 문화외교에 함의된 정책적 이슈
1) 도구주의 vs. 본질적 가치

문화외교 구도에서 문화 및 예술은 하나의 소프트파워(Nye, 2008)이자 상징적인 자본(Bourdieu, 1984)으로 전시(display)되어 왔고, 관계를 구축하고 힘을 주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었다(Bound et al., 2007).

학술 연구들은 문화외교가 정의 상 도구적 사업이라는 점에서 ‘국제문화관계’와 구별해왔다. 국제문화관계는 호혜성과 상호 이해를 추구하지만, 문화외교, 공공외교, 소프트파워는 도구주의(instrumentalism)와 자기 이익을 함축하는 정치 용어로 간주되었다. 문화외교와 문화관계의 차이는 국익 추구를 직접적으로 의도하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할 수 있고 (Melissen, 2005), 문화관계는 “정부의 개입 없이 자연스럽고 유기적으로” 성장하는 데(Arndt, 2005) 반해, 문화외교는 정부 주도의 국익 제고 활동으로서 부자연스럽게 인식되어왔다. 정부 개입으로 인해 예술의 본질적 가치가 훼손되는 것을 우려하는 예술 분야는 정치 성향이 짙은 ‘문화외교’라는 용어보다는 가치중립적인 ‘국제문화관계’를 선호해왔다(Kizlari & Fouseki, 2018). 그러나 대부분의 국가에서 민간 중심의 문화교류 사업에도 공적 기금 지원을 하고 있기에 정부 개입의 의미를 명확히 규정할 수 없다. 때로는 외교적 차원에서 정부의 역할을 의도적으로 감추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주미영, 2016).

문화외교에 대한 저항과 우려는 정부 개입 자체보다 이에 수반되는 ‘도구주의’에 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국가 이익을 위해 예술을 도구화·정치화하는 정부의 접근과 “예술을 위한 예술”이라는 예술지상주의 세계관의 충돌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예술에 대한 정부의 관여는 이미 확립되어 있고(Vuyk, 2010), 그 도구성은 문화정책에서 나타나는 ‘공통된 특성’이며, 모든 정책은 기본적으로 무언가를 달성하기 위한 것임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Gray, 1996). 즉, 도구주의를 선악의 이분법적 논의로 단순화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외문화정책이 발전되는 과정에서 문화의 도구적 사용은 보편적 접근이었고(Paschalidis, 2009), 문화는 정치적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도 역시 사용될 수 있으며, 문화외교는 이 논쟁에 모범적인 사례다(Kizlari & Fouseki, 2018). 도구주의에 대한 부정적 견해가 팽배함에도 니스벳(Nisbett, 2013)은 도구적 정책, 심지어 문화외교 맥락에서도 그것은 “규범적이고 경직된” 것과 거리가 있을 뿐더러, 문화적 이유에서 도구주의가 해롭다는 가정을 확정하거나 거절하는 실증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초-도구주의적(hyper-instrumentalism) 입장으로 실용적 성과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둘 때 예술의 의미는 상실될 수 있기에(Hadley & Gray, 2017) 예술의 본질적 가치 측면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2) 공공성 vs. 자율성

모든 예술교류에 있어 예술의 자율성과 독립성은 우선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그러나 상호 이익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국가 간 예술교류를 추진할 경우, 자금조달과 관련된 요구 사항에 반응하기 위해 효용성과 공공성이라는 도구적 목적을 취하게 된다. 국제 관계에서 어떠한 결과물을 전달하기 위해 정부가 특정 문화교류 사업에 국민세금으로 조성되는 공적 자금을 대량 투자하는 경우, ‘어떻게 예술적 독립과 자유를 이룰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문화외교에 참여하는 예술 분야가 직면하는 도전이다.

문화외교는 상대국의 국민이 자국의 문화예술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정책적 간섭을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국가 이미지 제고와 문화산업의 경제적 효과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활동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집행되는 공적 자금은 예술에 대한 지원이기보다는 국익을 위한 투자의 개념으로 볼 수 있다. 문화외교에 투자되는 국민 세금은 자국의 이익 증대라는 목적을 위해 사용되기 때문에, 문화외교 맥락에서의 공공성, 즉 복지적·경제적·정치적 당위성의 증명은 예술 분야에 요구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공적 자금을 문화예술에 주도적으로 ‘투자’하는 정부의 몫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정부 주도의 예술교류 사업에 협력하게 되는 예술기관, 단체, 예술가는 공적 자금 수혜라는 구도 안에서 창작·실행·운영하는 대가로 공공정책의 대상이 되며, 도구적 정책 목표에 기여할 것을 요구받게 된다. 따라서 예술 단체는 자신의 예술적 활동이 공익과 정부의 대외정책목표에 부합하며, 지원금-정부 입장에서는 투자금-이 효율적이고 투명하게 집행된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그러나 문화외교에서 국가 이익이라는 도구적 원칙에 의해 예술 활동의 정당성을 평가한다는 점에서, 예술의 자율성을 우선시 하는 예술가들의 반발과 저항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공적 자금에 대한 책임성(이혜경, 2001)을 담보로 예술이 정치적 목적이나 선전에 이용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가중시킬 수 있다.

키츠라리와 파우스키(Kizlari & Fouseki, 2018)는 유럽 6개국의 문화원들(Cultural Institutes, 이하 CIs)을 사례 연구하여, 문화외교의 역학을 ‘가벼운(mild) 도구주의’와 ‘침략적(invasive) 도구주의’로 정의했다. CIs가 예술적 어젠다를 구축할 때 상당한 힘을 행사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특정한 정치적 사안에는 극히 적은 권한을 가지고 정부의 어젠다를 수용한다. 유럽의 문화원들이 국가로부터 독립된 민간 기관으로서,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수립하며 독립 분권적 운영을 담보하고 있지만, 공공 기금 지원과 관련해서는 정치적으로 정당한 목표를 지향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도구적 정당성과 예술 자율성 사이에 다양한 형태의 긴장감이 문화외교 정책에 존재하는 것이다.

‘공공성’은 학술적으로 숙성된 개념이라기보다는 문화정책 입안자와 예술경영 관계자들의 현장 용어 성격을 지니는데, 그 함의와 맥락에 따라 정책 내용뿐 아니라 예술 단체의 제도적 환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이혜경, 2001). 따라서 어떠한 맥락에서 공공성 개념을 사용하는지 최소한의 합의된 개념 정리가 필요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공공성을 대체할 수 있는 더욱 명시적인 정책 철학 용어가 요구될 수 있다. 그래야 문화외교 사업에 내재된 정부와 예술 분야 간 잠재적 갈등을 넘어 협력의 단계로 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3) 대표성 vs. 다양성

문화외교는 국익 실현을 위해 정부나 정부의 지원을 받는 단일주체(예술기관, 단체, 예술가 등)가 대표성을 띠고 추진하는 활동이다. 대외적인 차원에서 대표성을 지닌 예술을 전시(displaying)한다는 것은 한 국가 내에 공존하는 다양한 문화의 스펙트럼을 반영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소수의 것에 대표성을 부여할 때, 전면에 내세워지는 예술 또한 부담을 안게 된다. 무엇보다 대표성을 부여하는 기준을 정하는 데 많은 논쟁적 요소가 있다.

문화외교는 국익이나 국가 이미지를 크게 고려하지 않는 순수한 문화교류 활동과는 상이한 목적과 방법을 가진다. 문화외교 구도에서 예술은 내재적 동인에 따른 자발적 교류가 아닌, 특정한 목적과 전략에 의거하여 ‘교류되는’ 것이다(홍기원, 2011). 문화예술을 대외적으로 전시하는 주체로서의 국가는, 특정한 예술작품에 대표성을 부여하기 위해 대내적 차원과 대외적 차원에서 합의와 전략을 이끌어내야 한다. 현실적으로 문화외교에 의해 ‘교류되는’ 예술의 형식과 내용을 보면 대내적 차원에서 예술 분야와 합의 절차를 통해 대표성을 부여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게 된다.

한국 문화예술의 대외적 홍보 및 소개 양상을 보면, 문화 인프라 부족으로 인해 전통문화나 산업적 측면에서의 한류 혹은 예술계나 시장의 검증을 거친 인지도 높은 예술에만 주로 대표성을 부여함으로써, 지나치게 획일화된 한국의 문화예술 이미지를 양산해왔다. 이러한 현상은 대내외적으로 한국의 이미지를 특정한 형태로 프레이밍(framing)하는 것이고, 따라서 한 국가 내에 동시대적으로 공존하는 예술의 다양성은 주목받지 못하게 된다. 전통미나 한류를 대표적으로 내세운 국가의 대외 이미지 전략이 국내 예술계를 역설적으로 프레이밍하기도 한다. 실제로 국제무대에 진출하거나 교류를 시도하는 많은 예술단체가 한국 전통요소를 차용한 창작 콘텐츠를 통해 대외적 주목을 꾀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한국의 예술 스펙트럼을 민족주의적 아시아 예술로 축소하는 것이며, 국제 관계 속에서 동시대성과 보편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는 단점을 초래한다.

문화외교 맥락에서 대표하는 예술작품 혹은 예술기관, 단체, 예술가에만 ‘공식 문화(official culture)’ 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국가나 예술분야 모두에게 부담과 책임을 줄 수 있다. 이민국가인 미국은 대외적으로 자국의 문화정체성을 드러내야 하는 문화외교의 상황에서 국무부 이외의 다양한 주체를 참여시켜 문화적 대표성에 대한 고착화된 인식을 분산시키는 방식을 취한다. 문화외교에서 선별하는 교류 내용은 대외적 측면뿐 아니라, 국내 예술계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예술분야 간의 활발한 의견 교환과 함께 다양한 관점의 수용이 필요하다.

Ⅲ. 예술을 통한 문화외교 정책 모형을 위한 토대

1. 맥카시 외(McCarthy et al., 2004) ‘예술 혜택 이해의 틀’

맥카시 외(McCarthy et al., 2004)가 제시한 ‘예술 혜택 이해의 틀(Framework for Understanding the Benefits of the Arts)’은 예술의 본질적-도구적 혜택이 서로 연결되어 작동한다는 시각을 제시했다. 개인의 예술 경험은 사적 혜택으로 제한되지 않고, 공공 영역으로 파급력을 가지고 확장·전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모델은 예술의 본질적·도구적 혜택을 균형 있게 다루면서도, 본질적 혜택이 예술로부터 파생되는 모든 효과를 작동시키는 핵심적 요인이라는 관점을 제시하면서 본질적 혜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박신의, 2013). 도구적 정책이 예술이 발휘하는 파급력에만 관심을 가지고 이를 미리 의도하여 정책으로 설정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연구는 예술이 지닌 본질적 가치에 주목하도록 하는 성과를 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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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예술 혜택 이해의 틀 자료: McCarthy et al.(2004:summary xiii)의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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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연구는 예술의 본질적 혜택이 도구적 혜택으로 영향을 끼친다는 ‘힘’의 방향성을 암시한다. 예술을 ‘힘’의 기제로 접근하는 소프트파워 이론과 접점을 이루며, ‘파급력’을 위해 예술을 도구적으로 다룰 가능성을 여전히 내포하고 있다. 예술가 입장에서도 도구적 혜택을 통한 사회적 영향은 자연적으로 뒤따르는 현상으로 인식되어 본질적 혜택 추구에만 중점을 둘 여지가 있다. 즉, 예술 활동이 문화외교 맥락에서 공공의 목적에 어떻게 부합하는지 설명할 수 없다는 쟁점이 있다. 그럼에도 맥카시 외의 모델은 공익적 가치와 예술적 가치가 완전히 분리된 것이 아니며, 오히려 공존 가능하고 상호 유기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가설을 증명하고 있다. 이는 예술을 통한 문화외교에서 서로 다른 가치 체계를 보유하고 있는 공공(중앙정부, 지자체)과 예술(예술 기관, 단체, 예술가)이 합의 지향적 정책결정과정에 이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따라서 맥카시 외의 ‘예술혜택 이해의 틀’은 후속으로 살펴볼 모델들의 논의 타당성을 만들어주는 전제 이론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2. 위조머스키(Wyszomirski, 2000)의 “가치에서 영향으로” 모델

맥카시 외(McCarthy et al., 2004)의 ‘예술 혜택 이해의 틀’은 예술의 본질적 혜택이 도구적 혜택으로의 방향성을 가지고 힘-문화외교 맥락에서는 소프트파워-으로 작용하는 구도였다. 위조머스키의 ‘가치에서 영향으로(From Value to Impact)’ 모델(Wyszomirski, 2000)은 공공의 가치와 예술의 가치가 동일한 토양에서 수평적 관계로 존재하면서 일치된 목적을 통해 정책적 효과를 도출하는 구도다. 여기서 작동하는 방향성은 본질적 혜택에서 도구적 혜택으로가 아닌, 공공의 목적에서 정책적 효과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따라서 ‘예술 혜택 이해의 틀’이 제시한 힘의 방향 및 속성과 차이가 있다.

[그림 2]에서 나무의 몸통에 해당하는 것이 공공 목적이고, 이를 견고하게 지탱하면서 정책으로 전환되도록 영양분을 공급하는 뿌리 시스템은 ‘가치’(value)로 구성된다. 여기서 ‘가치’는 정책에 직접적 영향을 받으면서 뚜렷한 이해관계를 맺고 있는 개인이나 조직, 정책 공동체 구성원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들을 의미한다(Wyszomirski, 2000). 예술 공동체에게는 예술적 자유, 창조성, 개인주의라는 가치가 포함될 수 있고, 수월성, 아름다움, 진실성 같은 미학적 요소 또한 핵심 가치가 될 수 있다. 일반 공공과 정치계가 지향하는 가치는 뿌리 시스템의 나머지 부분을 구성하는데, 그 예로 다양성, 포용, 평등, 공정성, 번영 등이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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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가치에서 영향으로’ 모델_수직형 자료: Wyszomirski(2000: 57)의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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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주목할 점은, 공공 목적이 ‘일반 공공 가치’와 ‘예술 공동체의 가치’ 중 어느 한쪽에 편향되지 않고, 양측의 가치 수렴을 통해 도출된다는 것이다. 공공 목적의 줄기 위에는 다양한 정책 이슈를 대표하는 주요 가지(branches)를 볼 수 있는데, 공공 목적에 따라 정책 이슈에 변화가 생길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림 2]는 ‘가치에서 정책 효과’로 이어지는 전체적인 구조를 조망하는 수직적 모형이라면, 아래의 [그림 3]은 핵심가치에서 공공 목적, 정책 이슈, 그리고 프로그램 전략 및 운영 도구로 이어지는 프로세스를 더욱 세부적으로 보여주는 수평적 모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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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가치에서 영향으로’ 모델_수평형 자료: Wyszomirski(2000: 62)의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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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조머스키는 미국 헌법과 정부의 정책 활동에 관한 문헌을 토대로 공공 목적에 해당하는 키워드를 다섯 가지로 제시했는데, (1) 안보 ,(2) 공동체 조성, (3) 번영, (4) 삶의 질, (5) 민주주의 함양이 그 내용이다. 본 연구가 주목하는 것은, 공공목적으로 제시된 다섯 키워드의 내용보다는 이것이 도출되는 과정과 적용에 있다.

[그림 3]을 살펴보면, 공공 목적이 하나의 키워드로 도출되기 위해 다양한 핵심 가치의 포괄적 수집이 선행된다. 핵심 가치들은 [그림 2]를 통해 제시되었듯이, 예술 공동체의 가치와 공공의 가치 모두를 포함하여 구성된다. 예를 들어 공공목적의 키워드 중 하나인 ‘공동체 조성’(Fostering Community) 부문의 핵심 가치들은 개인주의(individualism)와 다원주의(pluralism), 평등(equity)과 대표성(representativeness), 표현의 자유(freedom of expression)와 상호 책임(mutual responsibility)으로 구성된다. 병치된 핵심 가치들은 근본적으로 긴장과 충돌의 가능성을 내포하는 상반된 개념들로서, 실제로 예술과 공공이 지향하는 가치의 차이를 드러낸다.

그러나 공공 목적으로 도출된 ‘공동체 조성’이라는 레토릭(rhetoric)은 이러한 가치의 다양성을 함의하면서, 가치 충돌을 완화하고 합의를 이끌 수 있는 상위 개념으로 위치한다. 정책 이슈를 정의하고 프로그램 전략 및 운영도구를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방향을 잡아주는 푯대 역할을 한다. 여기서 말하는 레토릭은 형식적 정책 수사나 단순한 정치적 구호와 다르다. ‘담론편향’(김해보·장원호, 2017), 즉 소수 전문가의 언어와 인식체계로 해석된 정책 수사가 실제로 정책이 실천되는 현장과 괴리를 만들지 않도록, 담론 형성 과정에 공공과 예술 공동체가 함께 참여하여 정책 수요자의 의견과 일치하는 공동의 언어를 발굴해야 한다.

하버드 사회과학자 개리 오렌(Orren, 1988)은 “사람들은 단순히 그들이 인식하는 이기심에 근거해서 행동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기 이익이나 집단의 이익을 초월하는 가치, 목적, 아이디어, 목표 및 약속에 의해서 또한 동기부여된다”고 했다. 문화외교의 목적을 레토릭으로 규명하는 것은 공공과 예술 분야에 동기 부여를 일으키는 심리적 계기가 된다.

상기 내용을 토대로 볼 때, 위조머스키의 ‘나무 메타포’가 시사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첫째, 공공 목적을 이루는 기저에는 공공과 예술, 양측의 가치가 수평적 관계로 공존해야 한다. 두 가치영역이 충돌과 긴장을 내포하지만, 정책 효과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가치의 다양성’이 초기 조건으로 전제되어야 한다. 둘째, 공공 목적을 하나의 레토릭(rhetoric)으로 도출하는 것, 즉 예술과 공공정책을 엮어주는 내러티브 발굴은 가치 수렴의 과정이자 합의의 토대가 되므로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 셋째, 합의를 지향하는 정책적 의사결정-핵심가치, 공공 목적, 정책 이슈, 프로그램 전략 및 운영 도구로 이어지는 프로세스-을 위해서 공공과 예술 간의 지속적이고 협력적인 의사소통의 과정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제도적 장치 혹은 조직 체계가 요구된다.

3. 안셀과 가쉬(Ansell & Gash, 2007)의 ‘협력적 거버넌스 모델’

위조머스키의 ‘가치에서 영향으로’ 모델(Wyszomirski, 2000)은 공공과 예술 간의 가치 수렴을 통한 합의 형성(consensus-building)이 정책결정과정의 모든 단계에서 필수적임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가치 수렴을 위한 플랫폼은 무엇이고, 이것을 제공하는 주체와 참여자는 누구이며, 어떠한 방식으로 플랫폼이 운영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본 연구는 이러한 논의를 전개하기 위해 가치 수렴을 위한 플랫폼이자 제도적 장치로서 안셀과 가쉬(Ansell & Gash, 2007)의 협력적 거버넌스 모델을 제시한다.

협력적 거버넌스(collaborative governance)는 “공공 정책 수립 및 공공 프로그램 관리와 관련하여 다양한 이해와 가치가 충돌할 때, 합의 지향적 의사결정을 위해 공공기관과 민간의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참여하는 조직 체계”(Ansell & Gash, 2007)다. 공적 영역에서의 권한과 역할을 국가에게만 부여했던 거번먼트(Government)와 달리, 거버넌스의 특징은 수평적 네트워크, 파트너십, 상호 신뢰로 요약(공용택·김재범, 2011)되며, 정부 능력의 한계를 여타 행위자들과의 연계성 강화를 통해 보완해야 한다는 문제 인식을 반영한다. 예술을 통한 문화외교의 경우, 교류 내용을 생산하고 운영하는 1차적 주체인 예술 분야와 정부가 서로 부족한 점을 보완해주는 보충의 원리(principle of subsidiarity)(장웅조·이다현, 2018)를 통해 상호 영향력을 행사하는 협력적 거버넌스 체계가 효과적일 수 있다.

1) 협력적 거버넌스의 조건

협력적 거버넌스는 위조머스키 모델이 시사하는 ‘가치-합의형성-정책효과’의 유기적 연동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장치이며, 안셀과 가쉬의 모델은 이에 대한 몇 가지 기준을 제시한다. 예술을 통한 문화외교 맥락에서 그 기준들을 적용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문화외교를 수행하는 정부 기관이나 공공 조직이 가치 수렴을 위한 플랫폼으로서 거버넌스 환경을 조성해야 하고, 참여자 범위에는 반드시 문화외교 사업에 관여하는 예술기관, 단체, 예술가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둘째, 참여자들은 단순 자문에 머물지 않고, 문화외교 사업의 목적, 프로그램 내용과 전략, 운영 방안 등을 논의하는 정책결정과정에 직접 관여해야 한다. 셋째, 관료적 하향식(Top-down) 결정이 아닌, 합의 지향적 의사 결정을 이뤄야 한다.

채경선·임학순(2013)의 실증적 연구 「문화정책 분야 협업의 성공 요인이 성과에 미치는 영향」은 협업을 통한 성과 제고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으로 ‘협력문화’ 형성을 강조했고, 박천오 등(2012)의 실증 연구 결과에도 ‘협력문화’와 ‘가치’의 중요도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예술을 통한 문화외교의 정책 효과를 위해서도 ‘협력문화’를 조성하는 것은 중요하며, 그런 측면에서 협력적 거버넌스가 제시하는 위의 기준들은 실천적 당위성을 가진다.

2) 협력적 거버넌스의 구조

안셀과 가쉬(Ansell & Gash, 2007)의 협력적 거버넌스 모델은 ‘초기 조건’, ‘협업 프로세스’, ‘제도적 설계’, ‘리더십’을 기본 구조로 한다.

문화외교 구도에서 협력의 가장 중요한 결정 요인은 협력의 주체가 되는 공공과 예술 사이에 존재하는 ‘초기 조건’(starting condition)이다. 영국 감사원(U. K. NAO, 2001)이 발간한 「Joining Up to Improve Public Services」 보고서에서는 성공적 협업을 위해 기관이 고려해야 할 첫 번째 핵심 사항으로 ‘협력 필요성의 결정’을 언급했다. 예술을 통한 문화외교에서 협력적 거버넌스가 요청되는 것은, 바로 공공과 예술 사이에 존재하는 ‘초기 조건’ 때문이다. 이 초기 조건은 도구적 효용/본질적 가치, 공공성/자율성, 대표성/다양성 같은 ‘가치의 다양성’을 의미한다. 상충하는 가치들은 경쟁이 아닌 수렴의 과정을 통해 정책 효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을 위조머스키의 ‘가치에서 영향으로’ 모델을 통해 강조했다. 흔히 ‘갈등’이라고 간주되는 초기 조건이 존재하기 때문에, 협력적 거버넌스가 요청되는 것이다. 두 번째로 고려되는 ‘초기 조건’은 ‘자원과 영향력의 불균형’이다. 문화외교에서 정부는 공적 자금을 집행하는 주체로서 자원을 보유하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예술분야 또한 문화교류의 내용을 생산할 수 있는 핵심적 예술자원을 보유하면서 콘텐츠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으므로, 참여주체들 간 ‘자원의 영향력과 불균형’은 다소 약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상대적으로 더 강력한 행위자에 의해 거버넌스가 조종되거나 특정 집단이 추구하는 가치에 함몰되어 합의 지향적 결과를 도출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러한 초기 조건들을 다루는 ‘협업 프로세스’ 설계가 중요하다.

‘협업 프로세스’(collaborative process)는 대화, 신뢰, 헌신, 이해라는 관계적 요소의 선순환으로 이뤄진다. 모든 협력적 거버넌스는 대면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한 합의 중심의 프로세스로서, 이해관계자들 간 상호 이익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직접적인 대화”가 필요하다. 이것은 단순한 협상 수단 그 이상이며, 상호 이익을 막는 고정관념과 의사소통의 장벽을 무너뜨리는 과정의 핵심이다(Bentrup, 2001). 협력적 거버넌스의 기준에서 밝혔듯이, 형식적이고 단발적인 자문이나 문서를 통한 일방적 소통이 아닌, 면대면 대화를 통해 참여자들 사이에 존재하는 갈등의 실체를 드러내어 해석하고 검증함으로써 상호 이해의 정도를 높여야 한다.

‘제도적 설계(institutional design)’는 협업 프로세스가 이루어지기 위한 기본적인 원칙들이다. 협력 과정에 ‘누구를 포함시켜야 하는가?’ 하는 ‘접근성’ 문제가 가장 기본적인 설계의 원칙에 포함된다. 크리슬립과 라르슨(Chrislip & Larson, 1994)에 따르면, “성공적인 협력의 첫 번째 조건은 이 문제에 영향을 받거나 관심을 가지는 모든 이해당사자들을 포괄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화외교와 관련된 정책적 의사결정 과정에는 정부와 공공기관 관계자뿐 아니라, 예술적 어젠다를 설정하고 교류 내용을 결정하는 예술기관, 예술단체의 감독들과 교류의 최전방에 서는 예술가까지 중요한 이해관계자로서 포함되어야 하고, 이러한 포괄적 참여를 담보할 수 있는 제도의 설계가 요구된다. 또한 이해관계자들의 공식적 대화 결과가 실제로 문화외교 정책이나 프로그램에 반영될 수 있으며, 면대면 회의에서 공개적으로 동의하지 않은 사안이 비공식적인 거래를 통해 결정되지 않으리라는 확신을 갖게끔 그라운드 룰을 정하고 따라야 한다. 협력 과정의 ‘마감 기한’을 정하는 것 또한 중요한 제도적 설계에 해당한다. 협력적 회의는 장기간 지속될 수 있기에 마감 기한을 정함으로써, 논의의 범위를 임의로 제한하여 핵심적 정책 이슈나 프로그램 전략에 집중해야 한다. 특별히 국가 간 수교사업이나 비엔날레, 올림픽 행사처럼 특정한 기간에 대규모 인력을 동원하여 다수의 예술 콘텐츠를 창작하고, 리허설을 거듭해야 하는 문화외교 사업의 경우에는 한정된 시간과 자원의 효율적 관리를 통해 집약적 성과를 내야 하는 목표가 있다. 협력 과정이 장기화될수록 의사결정이 보류되고, 이에 따라 교류의 내용을 담당하는 예술 부문 참여자들의 부담은 가중되며, 예산 집행을 통해 국제 행사 운영을 활성화시켜야 하는 정부의 역할은 적시에 힘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 반대로 장기간의 숙의적 과정을 거쳐 문화외교의 정책적 방향과 전략을 도출해야 하는 경우, 마감 기한은 오히려 협력적 거버넌스의 본래 성격을 약화시켜 장기적 협조에 대한 참여자의 인센티브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Freeman, 1997). 따라서 마감기한의 제도적 설계는 협력적 거버넌스가 초점으로 하는 내용과 그에 따른 현실적 요구를 고려하여 결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협력적 거버넌스는 협력 과정에 필수적인 조정과 촉진을 제공하는 특정한 유형의 리더십을 필요로 하는데, 이를 ‘촉진적 리더십’(facilitative leadership)이라 칭할 수 있다(Ansell & Gash, 2007). (1)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2) 공공과 예술이 문화외교 구도에서 어떠한 상호 이익을 얻을 수 있을지 가능성을 탐구하며, (3) 정부와 예술 분야로부터 실질적 자원 투자를 이끌어내고, (4) 협력이 실제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촉매 역할을 하는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겠다. 촉진적 리더의 존재와 역할은 ‘과정의 청지기(steward of the process)’(Chrislip & Larson, 1994)로서 합의 구축 과정 자체의 진실성을 보장하는 것이며, 개별 행위자가 결정 과정을 주도하지 않도록 협력적 과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문화외교에서의 촉진적 리더십은 공공과 예술 양측의 이해관계자들이 추구하는 가치의 다양성을 파악하는 것을 기본으로, 면대면 대화를 통해 드러나는 의미 체계, 사고방식, 권력 관계까지 이해하고 해독할 수 있어야 하고, 정책적 의사결정 과정이 특정 이데올로기의 편향으로 기울지 않도록 중립적이며 합의 지향적인 입장을 유지해야 한다. 즉, 공공과 예술, 국제관계와 정책의 영역을 균형적이고 포용적으로 아우를 수 있는 문화교류 전문가의 발굴과 육성은, 협력적 거버넌스를 통한 문화외교 정책 수립과 실천에 있어 주요한 과제 중 하나다.

Ⅳ. 예술을 통한 문화외교 정책 모형 도출

문화외교는 정부와 예술분야의 협력적 관계 안에서 공공의 목적을 위해 각자의 자원과 영향력을 발휘하여 성과를 내는 활동이다. 서로 다른 가치와 이해를 가지고 있는 두 분야의 이해관계자들이 협력을 이룰 때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은 정책의 효과를 저해하므로 해소의 지점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갈등의 실체가 무엇인지 규명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갈등이 합의를 이룰 수 있는 조건을 형성하고, 이것을 실천적 영역으로 적용하기 위한 제도적·정책적 체계 마련이 필요한 것이다.

본 논문은 예술을 통한 문화외교 정책 수립의 토대 마련을 위해 세 모델을 개념 분석했고, 세 모델들이 함의하는 정책적 연계성을 바탕으로 통합을 시도했으며, 결론적으로 예술을 통한 문화외교 정책 수립과 실천에 준거가 되는 개념적 모형을 [그림 4]와 같이 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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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예술을 통한 문화외교 정책 모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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Ⅴ. 결론

예술을 통한 문화외교는 도구주의와 본질적 가치 간 긴장을 내포하는 활동으로서, 정부의 주도성과 예술의 자율성이 충돌하는 정치적인 맥락에 놓여 있다. 예술의 본질적 가치와 자율성을 존중하면서도 국익 추구를 병행하는 것은 민감한 사안이며, 문화외교의 개념과 관행 상 어느 한쪽을 지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문화외교 맥락에서 도구적 효용과 본질적 가치, 공공성과 자율성, 대표성과 다양성을 대립 구도로 상정하고 정책적 논쟁을 이어가기보다 병치된 두 개념들 사이에서 창조적 긴장관계를 유지하며 합의 과정을 도출하는 것이 요구된다.

본 논문은 예술을 통한 문화외교에 내재된 가치 갈등을 합의로 이끄는 정책 모형 제안을 위해 맥카시 외(McCarthy et al., 2004)의 ‘예술혜택 이해의 틀’, 위조머스키(Wyszomirski, 2000)의 ‘가치에서 영향으로’ 모델, 그리고 안셀과 가쉬(Ansell & Gash, 2007)의 ‘협력적 거버넌스’ 모델의 연계와 통합을 시도했다. 전술한 세 모델이 시사하는 ‘가치-합의형성-정책효과’ 간 유기적 연동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예술을 통한 문화외교의 정책 수립과 실천에 준거가 되는 개념적 틀을 도출했으며, 연구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문화외교 구도에서 협력의 가장 중요한 결정 요인은 협력의 주체가 되는 공공과 예술 사이에 존재하는 ‘초기 조건’(starting condition)으로서, ‘가치의 다양성’이 기저를 이뤄야한다. 가치의 다양성은 갈등과 긴장을 내포하지만, 합의 지향적 정책결정 과정을 위해 공공과 예술, 양측의 가치가 수평적 관계로 공존해야 한다.

둘째, 예술을 통한 문화외교의 목적을 하나의 레토릭(rhetoric)으로 도출하는 것, 즉 예술과 공공정책을 엮어주는 내러티브 발굴은 가치 수렴의 과정이자, 합의의 토대가 되므로 중요하게 다뤄야 하며, 형식적 정책 수사나 단순한 정치적 구호가 아닌 정책 수요자의 의견과 일치하는 공동의 언어를 발굴해야 한다.

셋째, 공공과 예술 간 가치 수렴을 통한 합의 형성(consensus-building)은 정책결정과정의 모든 단계에서 필수적이며, 가치 수렴을 위한 플랫폼이자 제도적 장치로서 협력적 거버넌스를 제안한다.

넷째, 협력적 거버넌스 작동을 위해 ‘제도적 설계’를 해야 한다. 협력 과정에 ‘누구를 포함시켜야 하는가?’ 하는 ‘접근성’ 문제가 가장 기본적인 설계의 원칙에 포함되며, 문화외교와 관련된 정책적 의사결정 과정에는 정부와 공공기관 관계자뿐 아니라, 예술적 어젠다를 설정하고 교류 내용을 결정하는 예술 기관, 예술 단체의 감독들과 교류의 최전방에 서는 예술가까지 중요한 이해관계자로서 포함되어야 한다. 참여자들은 단순 자문에 머물지 않고, 문화외교 사업의 목적, 프로그램 내용과 전략, 운영 방안 등을 논의하는 정책결정과정에 직접 관여해야 한다.

다섯째, 협력적 거버넌스가 초점으로 하는 내용과 그에 따른 요구를 고려하여 현실적 협업 기간을 설정해야 한다. 협력적 회의는 장기간 지속될 수 있기에 마감 기한을 정함으로써, 논의의 범위를 임의로 제한하여 핵심적 정책 이슈나 프로그램 전략에 집중해야 한다.

여섯째, 예술을 통한 문화외교의 정책결정과정은 관료적 하향식(top-down) 결정이 아닌 합의 지향적(consensus-oriented) 과정이어야 하고, 이를 위해 촉진적 리더의 존재가 요구된다. 공공과 예술, 국제관계와 정책의 영역을 균형적이고 포용적으로 아우를 수 있는 촉진적 리더로서 문화교류 전문가 발굴과 육성은 예술을 통한 문화외교 정책 수립과 실천에 있어서 주요한 과제다.

커밍스(Cummings, 2003)는 국가 이익 추구에서 ‘상호이해 증진을 통한 문화관계 형성’이라는 패러다임으로 문화외교 목적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가져다주었다. 예술을 통한 문화외교 사업이 대외적으로 국경을 넘기 이전에, 대내적 차원에서 먼저 커밍스가 정의한 문화외교의 목적과 의미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공공(중앙정부, 지자체, 공공기관)과 예술(예술기관, 예술단체, 예술가)은 서로 다른 문화권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이한 가치를 추구하는 두 영역이 상호이해와 신뢰, 협력을 통해 관계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공동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본 연구가 결론적으로 제시하는 정책 모형의 핵심 내용이다.

Footnotes

*본 연구를 위해 지지와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던 장웅조 지도교수님과 수업을 통해 연구에 도움을 주신 신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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