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urnal of Cultural Policy
Korea Culture & Tourism Institute
Article

예술인 고용보험 도입의 정책적 이해: 예술인 복지정책과 고용보험 정책을 중심으로

서우석1,*, 이경원2
U-Seok Seo1,*, Kyung Won Lee2
1서울시립대학교 도시사회학과 교수
2서울시립대학교 도시사회학과 박사과정
1Professor, University of Seoul
2Doctoral student, University of Seoul
*Corresponding author : Professor, University of Seoul usseo@uos.ac.kr

© Copyright 2019 Korea Culture & Tourism Institute. This is an Open-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4.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Received: Feb 10, 2019; Revised: Mar 08, 2019; Accepted: Mar 26, 2019

Published Online: May 31, 2019

국문초록

문체부와 고용부의 협력에 바탕을 둔 예술인 고용보험 도입 방안이 준비되어 법안이 발의되었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준비들이 진행되면서 예술인 고용보험의 도입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예술인 대상의 사회보험 도입에 대한 초기 논의에서 정책 당국의 부정적인 입장을 고려할 때 상당한 정책적 변화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본 연구는 예술인 고용보험 도입이 가능하게 된 정책적 배경으로 예술인의 사회보험 적용에 초점을 맞춘 예술인 복지정책과 고용보험의 사각지대 축소에 초점을 맞춘 고용보험 정책이 결합되어 현재의 예술인 고용보험 방안이 추진되었음을 제시했다. 본론에서는 인터뷰 결과를 활용하여 예술인 노동의 규정, 예술인 고용보험의 적용 방식, 피보험단위기간의 산정 등의 주요 결정이 구체화된 배경을 밝힌 후,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산업 특성, 노동시장 특성, 지원 방식의 영역으로 구분하여 분석했다. 결론에서는 예술인 고용보험 도입이 가지는 의의와 이슈들을 문화산업 및 예술인 노동시장, 사회적 의의, 예술가 정책 등의 주제로 구분하여 제시했다. 본 연구는 예술인 고용보험 도입에 대한 이해를 증진하고 도입과 정착에 필요한 과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Abstract

The introduction of artist unemployment insurance is imminent after years of collaboration between Ministry of Culture and Ministry of Labour. These joint efforts stem from the intersection between the artist welfare policy prioritizing the application of social insurance to artists and the unemployment insurance policy to reduce the increasing blind spots of unemployment insurance. This study aims to provide understanding on the artist unemployment insurance from the policy perspective and clarify the problems still to be solved. For these purposes, this study explains how the important decisions are made including the definition of artist labour, the application mode of unemployment insurance and the minimum insured period. Future tasks are illustrated with respect to the relation with the features of the labour market and possible supports programs. In conclusion the significance of artist unemployment insurance is discussed regarding cultural industries, artist labour market, social perspective, and artist policy.

Keywords: 예술인 복지; 고용보험; 예술인 고용보험; 예술인 노동시장; 창의노동;
Keywords: artist welfare; unemployment insurance; artist unemployment insurance; artist labour market; creative labour;

Ⅰ. 서론

예술인 고용보험 도입을 위한 법제화가 상당히 진전되었다. 예술인 고용보험의 도입을 포함한 ‘고용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개정법안)이 2018년 11월 6일 한정애 의원 대표로 발의되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2019. 2. 8 기준). 법안 개정의 입법과정이 남아 있으나 예술인 고용보험 도입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지난 1월 10일 연두기자회견에 앞선 대통령 연설에서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던 예술인도 고용보험의 적용을 받을 것이라는 점이 천명되었다. 또한 시행령 준비를 위해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발주한 「예술인 고용보험 세부적용방안 연구용역」과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문화예술용역계약 범위설정방안 기초연구」가 진행 중이다.

법안 발의 이전의 준비 진행 과정으로 문체부와 고용부 각각의 연구용역(안주엽·황준욱, 2014; 서우석 외, 2016)이 있었고, 2016년 9월 28일 장석춘 의원의 대표발의로 고용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 2513)이 제안되었으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새로 논의가 시작되어 문체부,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예술인 복지 관련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새예술정책 수립 특별전담팀(TF)」 예술인 복지분과(이하 복지분과)의 쟁점 논의가 2017년 9월부터 2018년 4월까지 진행되었으며, 고용노동부에서는 2018년 1월부터 7월 31일 개최된 고용보험위원회 이전까지 노동계와 경영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전문가 TF와 「고용보험 제도개선 TF」(이하 제도개선 TF)를 운영하며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고용보험 적용방안과 함께 예술인 고용보험 적용방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공론의 장으로 문체부와 「새예술정책 수립 특별전담팀(TF)」주관의 <예술인 복지정책 공청회>(2018년 4월 2일)와 한정애 의원과 고용노동부 주최의 <예술인 고용보험 도입을 위한 토론회>(2018년 7월 5일)를 거쳐, 예술인 고용보험 도입의 내용을 포함한 고용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 16373)이 2018년 11월 6일 발의되었다.1)

현재 예술인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이 기정사실화된 것은 예술인 사회보험 논의 초기와 비교해볼 때 상당한 변화가 있었음을 의미한다. 2011년 열린 <예술인 복지법안 관련 공청회>에서는, 고용부는 예술인 대상의 고용보험 적용 가능성에 대해 예술인의 범위를 정하기 어렵고 사용종속관계가 불명확하며, 몇몇 직군을 통한 제한적 운영도 형평성의 문제가 있고, 예술인 대상의 실업급여가 재취업 촉진의 고용보험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2011). 또한 2013년의 <특수고용직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방안 연구>에서도 예술인에 대한 적용가능성을 검토한 결과, 적용대상과 가입방식, 실업의 인정, 수급요건, 보험료, 피보험자격 이중취득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자영업자 방식 적용도 어렵다고 판단했다(이철수 외, 2013).

그렇다면 어떻게 이렇게 부정적이던 정책 당국의 인식이 바뀌어 예술인에 대한 고용보험의 적용이 현실화되기에 이른 것일까? 이와 같은 변화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는 것이 본 연구의 목적이다. 그동안 관련 정책연구, 학술논문, 국회 및 현장토론회, 정책세미나, 정책 웹진 등의 논의가 있었으나 주로 예술인 고용보험의 도입 방안 마련을 위한 제도 설계의 실용적 목적이나 과정에 대한 비판적 평가가 주를 이룸으로써 정책적인 흐름에 대한 이해를 제공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2) 예술인들의 비극적 사건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블랙리스트 파동이 예술인 고용보험 도입을 위한 사회적 분위기 조성에는 영향을 미쳤어도 이에 부합하는 정책적 논리가 없었다면 새로운 제도의 도입은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본 연구는 예술인의 사회보험 가입에 초점을 맞추어온 예술인 복지정책과 사각지대 축소를 목표로 하는 고용보험 정책이 결합되면서 현재의 예술인 고용보험 방안을 가능케 했다는 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와 같은 부처 간 정책 협력의 이면에는 사회적 안전망의 필요성이 절실하지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집단인 예술인의 특성을 이해하고 반영하려는 노력이 자리 잡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이와 같은 정책적 관심이 예술인 노동의 규정, 예술인 고용보험의 적용 방식, 피보험단위기간의 산정 등 주요 결정에서 구체화되었음을 분석한 후,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산업 특성, 노동시장 특성, 지원 방식 및 보험료의 영역으로 구분하여 분석했다. 여전히 다수의 쟁점이 해결되어야 하는 상황에서 예술인 고용보험 제도를 도입하고 정착시키는 과정을 문제 해결 과정으로 이해할 때 본 연구의 의의는 예술인 고용보험 도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해결과제의 성격을 규명함으로써 다기한 문제의 해결과정에 기여하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본 연구의 방법으로는 문헌연구과 인터뷰를 주로 활용했고, 정책 담당자와의 토론 내용도 자료 해석을 위한 정보로 활용했다. 인터뷰 자료는 예술인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고용노동부에서 실시한 <예술인 종사실태를 고려한 고용보험 적용방안 연구>의 정성조사 자료를 사용했다. 정성조사의 경우 2016년 6월부터 8월까지 종사자 및 협회관계자 대상의 개별면접과 집단초점면접을 수행했다. 조사는 구성작가, 성우, 무술연기자, 제작스태프 등의 방송 분야 7회, 대중음악무용수와 무용수지원센터, 뮤지컬협회, 연극배우, 스태프 등의 공연예술 분야 5회, 웹툰 작가 중심의 웹툰 분야 4회에 걸쳐 수행되었다. 조사대상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인터뷰 내용의 직접 인용인 경우에도 인적 사항은 최소한 제시했다. 회의 자료의 경우에는 제한적으로 공개되었던 성격을 고려하여 논의의 핵심 요지를 제시했다.

다음 장에서는 예술인 노동에 대한 이해와 예술인복지정책 및 고용보험과 관련된 선행 논의를 다루고, 그다음으로 예술인 고용보험 도입과 관련된 주제로서 예술인 노동의 규정, 예술인 고용보험의 대상 범위, 예술인 고용보험의 도입방식 및 지원을 주제로 논의를 제시한 후 끝으로 이와 같은 사안들의 정책적·학술적 시사점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전개되어온 과정의 의의를 제시하고, 제도 시행 전 준비기간 동안 다루어야 할 쟁점과 이슈를 제시하고자 한다.

Ⅱ. 선행 논의

1. 예술인 노동에 대한 다양한 접근

예술인 노동에 대한 경제학적·사회학적 고찰은 예술인의 노동시장이 가지는 특수성에 주목했다. 먼저 예술인 노동의 수입 구조는 낮은 수준과 불안정성으로 특징지어진다. 예술인 노동의 수입은 일반 노동인구의 평균에 비해 낮으며, 특히 학력 및 직업훈련의 수준을 고려할 때 상당히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Menger, 2001). 예술인 노동시장의 중요한 특징은 취업과 실업의 동시적 증가이며, 불확실성이 예술조직이나 예술인 개인의 선택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이다. 또한 낮은 수입을 보충하기 위한 방법으로 부업과 겸업이 일반화되어 비예술 활동 소득의 비중이 높고 격차도 크게 나타났다. 물론 이와 같이 가난한 예술가에 대한 통념이 신화라는 주장도 제기되었으나 일반 평균과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 수입 감소가 보편적으로 발견된다.3) 예술인의 수입 수준에 극심한 차이가 존재하는 것은 예술인의 스타 현상과도 관련된다. 수요 측면에서 재능 있는 예술인에 대한 불안정한 대체가능성과 공급 측면에서 미디어 기술의 발전이 결합되어 재능의 작은 차이가 수입의 극심한 차이를 가져오며(Rosen, 1981), ‘예술가 특화 소비자본(artist-specific consumption capital)’에 의한 학습 효과로 특정 예술가가 스타가 된다(Adler, 1985).

세계적으로 예술인의 규모 확대와 과잉 공급이 나타났는데(Menger, 1999), 미국의 경우 예술인이 노동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950년 0.73%에서 1990년 1.31%로 증가했다(Throsby, 1994).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수입구조에도 불구하고 인력의 과잉공급이 나타나는 이유로는 심리적 소득의 보상체계가 지적되었다(Menger, 1999).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데서 느끼는 만족감이 경제적 보상 이외의 다른 보상으로 기능한 결과 예술인의 과잉공급 현상을 낳아 경쟁 심화 및 실업과 단기계약의 증가로 나타나며(Menger, 2001), 소수의 예술인만이 예술인 경력을 지속하고, 많은 예술인이 다른 직종으로 전직하게 된다(Alper & Wassall, 2006).

문화산업의 성장과 창조산업의 등장으로 문화노동 혹은 창의노동에 대한 관심과 논의가 촉발되었다. 문화산업의 대표적인 사례로 할리우드 영화산업의 경우 전후 유연전문화가 확산되면서 영화산업에서 스튜디오 시스템 붕괴와 단기계약 증가로 에이전트의 활용이 증가했으며, 그 결과 영화산업 종사자 내부의 사회적 불평등이 확대되었다(Christopherson & Storper, 1989). 창의노동에 대한 접근은 문화에 대한 산업적 접근이 지니는 경제적 중요성과 그에 상응하는 정책적 중요성의 증가를 배경으로 제기되었다. 특히 창조산업 논의가 영국에서는 물론 세계적으로 문화의 산업화에 대한 정책적 관심을 촉발했는데, 이러한 정책적 논의가 지니는 일면성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바탕으로 창의노동에 대한 사회과학적 분석이 수행되면서 창의노동이 가지는 불안정성·불평등성·착취의 성격이 밝혀졌다(Banks & Hesmondhalgh, 2009). 이러한 배경에는 창조산업에서 일하기를 희망하는 노동력의 과잉 공급이 자리 잡고 있으며(Hesmondhalgh & Baker, 2011), 창의노동이 지니는 자율성에 대한 해석과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와의 관계에 대한 관심이 제고되었다(김예란, 2015). 창의노동은 예술노동과 구분되는 측면을 갖고 있으나, 불안정한 상황으로 인해 복지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예술인과 근본적으로 구분되지 않는다(안채린, 2017). 창의노동의 불안정성은 프레카리아트에 대한 논의와 연결되어 자본주의적 착취가 이루어지는 공간이 사회 전체로 확산되었다는 사회적 공장의 논의를 바탕으로 예술가의 불안정한 존재 조건이 사회 전반에 걸쳐 보편화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이동연, 2018).

2. 예술인복지정책의 전개

유네스코(UNESCO)는 1980년에 발표된 「예술가의 지위에 관한 권고」에서 사회보장을 통한 예술인의 권리 보장의 필요성을 주창했고, 「예술가의 지위에 관한 권고 실행에 관한 분석 보고서(Full Analytic Report(2015) on the Implementation of the UNESCO 1980 Recommendation Concerning the Status of Artist)」(2015)에서는 예술가들이 일반 근로자들과 다른 방식으로 일을 하더라도 사회안전망의 혜택을 동등하게 받아야 하며, 사회적 상황에 따라 상이한 여러 나라의 우수 사례를 참고하여 예술가를 위한 보장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예술인 복지의 실현 방식은 국가마다 상이하여 1) 개인보험에 의존하는 경우, 2) 고용자 지위에 포함시키는 경우, 3) 정부의 지원 병행 프로그램, 4) 비국가 민간시스템으로 구분된다. 예술인에게 자영업자 형태로 사회보험을 제공하는 경우에는 일반 고용지위에 포함시키는 경우(벨기에, 프랑스, 모나코)와 정부의 지원 병행 프로그램 운영(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 노조 및 협회의 보험수립을 통한 비국가 시스템(미국, 캐나다, 스웨덴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UNESCO, 2015). 우리나라는 국가의 개입과 지원에 의한 예술인 복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보편적 복지의 수준이 높아 예술인의 복지 수요가 일반 복지체계에서 해소된다고 보기도 어렵고, 예술인의 자율 조직 및 부조의 역사적 전통이 정립되어 순수 민간 체계 내에서 상호부조 형태로 예술인 복지가 진행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예술인복지에 대한 논의는 그동안 예술인복지정책의 전개과정과 맞물려 진행되었으며, 특히 예술인복지법 제정을 기점으로 변화를 겪었다. 예술인 복지정책의 논의 초기부터 사회보장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예술인의 사회보험 가입이 저조하다는 점이 강조되었다(정갑영 외, 2003; 이규석 외, 2007; 박영정·공혜영, 2008). 정갑영 외(2003)는 예술인 복지 향상을 위해 연금, 의료보험 같은 사회보장제도 적용이 필요하지만 기존 제도의 가입요건 및 수급자격을 예술인이 충족시키기 어려워 법 개정이나 재정지원이 필요하여 예술인공제회와 예술인금고 설립을 대안으로 제안했다. 이규석 외(2007)는 사회보험제도 편입이 가능한 예술인을 지원하거나 예술인의 직업적 특성을 고려한 사회보험의 특례조항을 제안하면서 별도 지원기구의 필요성을 제시했으며, 기존 사회보장체계에 대한 대안 성격으로 ‘문화예술인공제회’ 설립도 제시되었다(박영정·공혜영, 2008)

이와 같은 예술인의 사회보장에 대한 문제의식은 예술인들의 죽음에 의해 촉발된 예술인 복지에 대한 논의가 법제화되는 과정에서 주요하게 반영되었다. 2011년 예술인 복지법이 제정되었을 때 관련 법안을 발의한 4명의 국회의원 중 3명이 고용보험 내용을 포함했다. 하지만 근로자의제 수용이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사안과 연결될 것을 우려한 노동부의 반대로 고용보험 내용은 예술인복지법안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김상철, 2015). 결국 예술인 사회보험과 기금 설립은 배제된 채 예술인복지재단의 설립과 창작준비금 형태의 지원제도만 도입되었다. 예술인복지법의 제정과 시행을 통해 예술인에 대한 지위와 권리를 규정하고 사회보장에 대한 제도화가 시작되었다는 것에 의의가 있으나 사회보험에 기반을 둔 사회보장제도가 포함되지 않고, 복지에 대한 상세한 규정이 미흡하여 예술인의 복지 향상 측면에서 한계가 큰 것으로 평가되어(김상철, 2015; 이동연, 2018) 법제정 이후 예술인의 사회보험에 대한 주장은 증폭되었다.

특히 예술인에 대한 산재보험이 2012년에 도입되고 예술인 산재보험의 행정절차 대행과 보험료 50% 지원이 예술인복지재단에서 수행되었으나,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예술인이 심사를 통해 경력을 인정받은 예술인으로 제한되기 때문에 사각지대가 크고(손윤석, 2015; 노문이 외, 2016), 산재보험법의 법적 규정의 적용제외 신청으로 인해 산재보험 가입의사가 있는 예술인도 고용주의 결정에 따라 산재가입에서 배제될 수 있으며(김경한, 2014), 현재와 같은 임의가입방식으로는 보험가입률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워 실효성 제고의 필요성이 주장되었다(노재철·김경진, 2018). 예술인 산재보험 가입 예술인이 적은 것은 제도 도입 당시 예술인의 종사실태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었다(이근열, 2017). 이와 같이 예술인의 사회보장 확대라는 목표 달성에 미흡한 예술인복지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예술인의 정의와 범위의 재설정과 함께 장르별 특성을 고려한 사회보장제도가 필요하고(김나볏, 2013), 예술노동에 대한 규정과 예술노동의 특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고용보험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이동연, 2013; 김경한, 2014; 김상철, 2015).

3. 고용보험의 사각지대 해소

우리나라에서 실업보험에 대한 논의는 1961년 군사정부 초기에 시작되었으나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로 중단되었다가(윤희숙, 2018), 1980년대 초반 세계화와 고용 유연화로 인한 실업 위험의 안전망 역할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며(방하남, 2012), 제7차 경제사회발전계획(1992~1996) 후반기 중 1991년 고용보험제도 도입을 결정하고, 1995년 30인 이상 고용 사업장부터 시행되기 시작해 1998년 1인 이상 사업장까지 단계적으로 확대되었다(이병희, 2015). 2001년에는 고용보험을 통한 모성보호급여 지급을 개시했고, 2002년 일용근로자 고용보험 적용 등을 포함한 고용보험법 개정 후 2004년 일용근로자의 실업급여가 적용되었다. 2011년에 자영업자 고용보험 실업급여 임의가입을 허용해 2012년에 혜택이 시작되었으며, 두루누리 사회보험제도를 시행했다. 2013년에는 65세 이상에게 고용보험(실업급여)를 적용하며 고용보험의 대상을 확대해왔다(이호근, 2015; 윤희숙, 2018).

고용보험시행 이후 적용대상 확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이병희, 2015) 제도적 적용범위 확대와 운영 개선을 위한 노력이 있었으나(방하남, 2012; 윤희숙, 2018), 공급자 중심의 사업, 비체계적 운영의 한계(유길상, 2012a)와 근로자 특성에 따른 적용 제외 규정이 현실 변화에 맞지 않고(이병희, 2015), 가입자들의 평균 가입기간이 짧아서 사각지대 집단이 많이 존재하는 점(윤희숙, 2018)이 문제로 지적되었다.

고용보험의 사각지대가 큰 이유는 고용보험의 수혜 해택으로부터 배제되거나 법적 적용에서 배제된 집단이 많기 때문이다. 한국의 실업자수 대비 실업급여의 수급자 비중은 2005년 23%에서 2014년 38.7%로 증가했으나 OECD 주요국의 실업급여 수급률과 비교했을 때 낮은 수준이다(방하남·남재욱, 2016). 그 이유는 전체 취업자 중 피보험자가 낮은 비중을 차지하며, 외국에 비해 수급기간이 짧고 수급자격요건이 엄격한 편에 속하기 때문이다(유길상, 2003; 이병희, 2013; 방하남, 2012; 방하남·남재욱, 2016). 실업급여 수급여건에서 비자발적 이직과 취업 노력이 중요한데, ‘자발성’과 비자발성을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방하남, 2012), 고용보험 가입자 중 비자발적 이직에 해당하는 비율이 낮다(방하남·남재욱, 2016). 임금근로자가 실업급여를 받는 비중이 증가세에 있으나 그 비율이 낮고, 특히 비정규직·임시직·일용직 노동자들의 실업급여 수급률이 매우 낮은 반면(이병희, 2013), 장기실업자의 비율은 증가추세에 있어(방하남·남재욱, 2016) 실업급여 혜택의 상당한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

고용보험 가입요건의 근로자 기준과 관련하여 근로자성과 전속성이 중요하며 근로자성의 판단 기준에서는 인적·경제적 종속성이 중요하다(임상민, 2012). 그러나 노동시장의 변화와 유연전문화 확산에 따라 자영업자 지위를 가지고 있어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자 집단과 다양한 형태의 비임금 근로자의 증가로 고용보험 제도의 보완과 사회적 논의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천웅소, 2011; 유길상, 2012b; 장지연, 2017; 김동헌·허재준, 2018). 또한 고용보험법은 고용 형태와 업종에 따른 예외 규정이 있어 다른 4대 보험에 비해 법적 제외대상이 많다(서정희·백승호, 2014). 특히 수급권의 조건이 가입여부와 기여에 따라 부여되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의 비정규직과 불안정한 형태의 노동자, 고용관계를 파악하기 어려운 특수형태 근로종사자들이 현재의 사회보장 제도 내에 포함되어 있지 않고(방하남, 2012; 이병희, 2015장지연, 2017), 예술인, 초단시간 근로자, 가사근로자 같은 집단이 제도에서 배제되어 있어(이병희, 2015) 사각지대가 매우 크다.

플랫폼 노동자 확대도 고용보험 사각지대 확대의 주요 원인이다. 전통적인 고용관계로 분류할 수 없는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플랫폼 노동, 크라우드 워크 등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으며, 이러한 노동시장의 구조적 변화로 인해 기존 사회보험 대상자인 임금근로자 범주로 설명할 수 없는 범위가 증가하고 있다(황덕순, 2017). 근로자성에 대한 대법원 판례의 경향은 근로자성을 더 넓게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으나(임상민, 2012) 여전히 근로자로 구분되지 못하는 집단이 많고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다.

이와 같이 노동시장구조의 유연화·다양화로 사회보험의 사회안전망 역할 수행이 점점 더 어려워짐에 따라(이병희, 2015) 전통적 임금노동자에 맞춰 운영되어오던 사회보험이 탈산업화와 고용형태 다양화의 추세에 맞춰 개혁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장지연, 2017). 이와 같은 인식을 배경으로 현재는 근로자 외에 일용근로자와 자영업자가 고용보험 제도의 보호를 받고 있다. 일용근로자에 대한 고용보험의 필요성과 적용방안을 다룬 정책연구들을 바탕으로(허재준·심규범, 1999; 유길상 외, 2000; 허재준·유길상, 2001), 2002년부터 일용근로자에게 고용보험 제도가 적용되었고, 자영업자 고용보험 적용방안을 위한 연구(노화봉 외, 2010)를 바탕으로 2011년부터 자영업자도 제도의 보호를 받게 되었다. 기존 제도 내에 포함되지 않은 집단을 제도 내로 포함하는 고용보험 확대 전략의 하나로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도 제기되어 왔으며, 2005년 12월 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에서 정부 차원의 보호방안 마련이 결정된 후 2006년 한국노동연구원에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했고,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을 위한 일련의 정책연구들을 바탕으로(윤조덕 외, 2008; 윤조덕·이지은, 2008; 이철수 외, 2013; 김미란 외, 2014; 이병희, 2018)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고용보험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의 법제화가 추진되고 있다.

Ⅲ. 예술인 고용보험을 위한 주요 결정

1.예술인 노동의 규정

개정법안의 제8조 3항에서는 고용보험이 적용되는 예술인을 “근로자가 아닌 예술인 중 문화예술 창작·실연·기술지원 등의 문화예술용역을 목적으로 한 노무제공계약을 체결한 사람”으로 규정함으로써 예술인 고용보험의 적용대상이 되는 예술인 노동을 문화예술용역에 따른 노무제공으로 규정하고 있다. 예술인 노동을 규정하는 세부 내용 중에서 먼저 예술인에 대한 규정을 보면, 개정법안의 예술인은 예술인복지법의 제2조 2항과 대통령령으로 규정한 예술인이 된다. 동항에 따른 예술인은 “예술 활동을 업(業)으로 하여 국가를 문화적,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으로 풍요롭게 만드는 데 공헌하는 사람으로서 문화예술 분야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창작, 실연(實演), 기술지원 등의 활동을 증명할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예술인복지법 시행령 제2조에 따르면, 공표된 저작물이 있거나 예술 활동으로 얻은 소득이 있는 사람으로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전문가로 이루어진 심의위원회를 거쳐 예술 활동 증명을 받은 사람이 예술인으로 인정받게 된다. 예술 활동 증명에 관한 세부 기준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예규로 규정된다. 다음으로 “노무제공계약”은 개정법안 제2조 6항에 명시되어 있으며,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하여 노무를 제공하고 그 대가를 받는 것을 목적으로 한 계약”을 뜻한다. 예술노동에 대한 규정 및 예술노동의 특성을 밝히고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을 고려할 때(이동연, 2013; 김경한, 2014; 김상철, 2015), 고용보험의 대상이 되는 예술인 노동에 대한 규정은 내용이 길지는 않지만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첫째, 가장 큰 의의는 근로자가 아닌 예술인이 고용보험의 대상으로 명시된 점이다. 근로자에게만 적용되던 고용보험이 근로자가 아닌 예술인에도 적용됨으로써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기 쉽지 않은 많은 예술인이 고용보험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둘째, 용역계약의 규정을 통해 예술인의 프리랜서적 특성이 반영되었다. 문화예술용역의 규정은 2014년 7월에 제정된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의 ‘대중문화예술용역’ 규정에서 시작되었고, 이에 영향을 받아 2016년 2월의 예술인복지법 일부개정에 “문화예술용역 관련 계약”이 명시되었다. 개정 이유로는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이 대중문화예술용역의 계약 당사자에게 서면계약을 의무화한 것처럼 예술인복지법에서도 대중문화 이외 문화예술용역에 관련 규정을 보완할 필요가 있음이 제시되었다. <2015년 예술인실태조사> 결과, 전체 예술인은 전업예술인(50%), 겸업예술인(50%)으로 구분되는데 예술활동의 종사 형태는 프리랜서가 전업예술인의 72.5%, 겸업예술인의 87.5%로 대다수 예술인이 프리랜서 용역 형태로 활동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개정안은 예술인 노동의 프리랜서 특성을 반영한 규정을 통해 고용보험 사각지대 축소의 효과를 가질 것으로 기대된다.

표 1.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과 예술인복지법에서의 용역계약 명시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제2조 2항과 제4조 예술인복지법 제4조 3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2. “대중문화예술용역”이란 대중문화예술산업에서 연기·무용·연주·가창·낭독, 그 밖의 예능과 관련한 용역을 말한다.
제4조(다른 법률과의 관계) 대중문화예술인이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는 경우에는 같은 법을 이 법에 우선하여 적용한다.
제4조의3(문화예술용역 관련 계약) ① 문화예술 창작·실연·기술지원 등의 용역(이하 “문화예술용역”이라 한다)과 관련된 계약의 당사자는 대등한 입장에서 공정하게 계약을 체결하고, 신의에 따라 성실하게 계약을 이행하여야 한다.
② 제1항에 따른 계약의 당사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계약서에 명시하여야 하며, 서명 또는 기명날인한 계약서를 서로 주고받아야 한다.
1. 계약 금액
2. 계약 기간·갱신·변경 및 해지에 관한 사항
3. 계약 당사자의 권리 및 의무에 관한 사항
4. 업무·과업의 내용, 시간 및 장소 등 용역의 범위에 관한 사항
5. 수익의 배분에 관한 사항
6. 분쟁해결에 관한 사항
③ 제5조에 따른 표준계약서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제1항 및 제2항에 따라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본다.
[본조신설 2016.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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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예술계 내부의 다양한 장르와 계약관계들을 포괄할 수 있게 되었다. 논의 과정에서 각 장르 내 용역관계가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고용보험 도입에 대한 태도가 다르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었으나 장르가 아닌 계약 관계를 기준으로 고용보험 가입 여부를 결정함으로써 원칙적으로는 모든 장르 예술인이 고용보험의 적용대상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장르별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점에서 프랑스의 엥떼르미땅과도 차이를 보인다. 1936년에 영화분야의 기술직을 위해 고안된 프랑스의 엥떼르미땅은 1969년에 공연예술가와 공연예술분야 기술직까지 범위를 확대했으나,4) 개정법안의 규정은 훨씬 광범위한 가입대상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와 같이 장르 제한을 없앤 것은 예술인 고용보험 적용대상을 “예술인 중 근로자성이 상대적으로 강한 ‘공연·영상 분야에 종사하는 예술인’으로 한정”했던 안주엽·황준욱(2014: 82)의 연구보다 고용보험 적용 범위를 넓힌 것이다. 장르별 차이뿐 아니라 같은 장르 내에서도 직군에 따라 큰 차이가 있으나, 용역계약의 틀만 갖춘다면 고용보험의 적용을 받게 된다. 이러한 용역계약의 유연성은 전속성과 근로자성에 대한 기준 충족 여부가 논란이 되는 일반 근로자의 고용보험과 비교해볼 때 두드러진다.

예술인 노동에 대한 규정을 통해 주요 결정이 내려졌으나 해결해야 할 쟁점들이 남아 있다. 첫째, 예술인의 범위에 대한 것이다. 용역계약을 체결한 예술인 중 예술인 활동증명을 갖추지 못한 예술인의 자격 인정 문제는 활동증명의 요건 완화나 특례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장기적으로는 생활예술정책과의 관계도 중요한 관심사가 된다. 생활예술이 보수를 목적으로 계약에 의한 활동을 하는 경우 예술인 고용보험의 적용대상이 된다. 이 경우 생활예술과 전문예술 사이의 경계는 불분명해질 것이다. 미디어 아트나 공예, 디자인과의 관계에서 예술인의 범주 확장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예술의 범주와 활동증명요건에 대한 지속적 조정이 필요하다.

둘째, 용역계약의 성격에 대한 것이다. 예술인 노동에 대한 용역계약 규정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근로계약 및 매매계약과 구분되는 성격을 가진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 필요하다. 용역계약을 통해 예술인의 활동을 규정하려는 시도는 근로계약의 틀 안에서 예술인 활동을 이해하려는 예술인 노동자 의제의 수용과 차별화된다. 한편으로 근로자로 인정받기 어려운 예술인들을 보험의 틀 안에 수용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나 실체적으로 근로자에 가까운 노동을 하거나 계약을 체결하면서도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예술인들의 기대에 부합하지 못하는 한계점이 있다. 또한 용역계약이 이론적으로는 매매계약과 구분되지만, 매매계약과의 구분이 항상 명확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설치미술이나 무대의상과 같은 납품 계약의 경우 동일한 활동이 계약 형식에 따라 예술인 고용보험 적용 대상 포함 여부가 달라지는 모호성이 존재한다.

2.예술인 고용보험의 적용 방식

예술인 고용보험의 적용 방식으로 장석춘 의원의 발의안에서는 자영업자의 고용보험과 같은 임의가입 방식이 제안된 반면, 한정애 의원 발의안에서는 근로자나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마찬가지의 당연가입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예술인 고용보험의 임의가입과 당연가입에 대해서는 나름 각기 주장할 만한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임의가입이 예술인 고용보험의 도입방식으로 제시된 이유 중 하나는 예술인 대상 조사 결과 예술인 고용보험의 도입 방식에 대해 임의가입이 71.4%, 당연가입이 24.3%, 모름/무응답이 4.3%로 임의가입 방식에 대한 선호가 높게 나타난 점이다(서우석 외, 2016). 예술인들이 임의가입을 선호하는 의견을 보면 개인이 상황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준다는 점에 “임의 가입에 동의하는데, 왜냐하면 필요성을 느끼는 당사자가 필요에 의해 직접 가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연극배우, 남, 40대)에 동의한다는 것이었다. 임의가입으로 추진될 경우 “가입할 생각이 있고 후배들한테도 가입하라고 할 것 같다”(방송작가, 여, 30대)고 가입의사를 밝히기도 했으며, “나중에 받는 것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도 안 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방송작가, 여, 30대)와 같이 당연가입으로 추진 시 반발 가능성이나 창작위축, 공연예술계의 거부감도 지적되었다.

당연가입이든 임의가입이든 가입의사를 강력하게 피력하는 경우도 있었다. “사실상 실직 상태인 경우도 있을 것이고 길게 보았을 때 제도적으로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방송작가, 여, 30대), “워낙 불안정한 직업이기 때문에, 개인의 직업적으로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보호받는 느낌”(방송작가협회관계자, 30대, 여성)과 같이 실직 상태에서의 사회적 보장에 대한 기대와 제도의 도입을 통한 근로환경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는 예측에서 도입방식에 관계없이 고용보험 가입의사를 밝혔다. 이는 임의가입 방식에 수요가 존재할 것이라는 예상을 가능케 했다.

반면, 임의가입으로 추진했을 때 “산재보험도 연극인들이 원해서 만든 보험인데도 연극인 가입률이 4년에 249명이 가입 … 고용보험 이렇게 논의를 거쳐 만들어졌을 때도 얼마나 적극적으로 가입할 것인가”(연극인 복지재단 관계자, 여, 30대)와 같이 예술인 산재보험처럼 실제 보험가입 인구가 소수에 머물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또한 임의가입 도입을 찬성하는 의견의 비율에 대해 “당장 돈이 나가는 것이 싫기 때문에 임의가입을 찬성했다고 생각”(연극인복지재단 관계자, 여, 30대)하는 것처럼 이면을 생각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고, 고용보험에 대한 이해가 많지 않은 상황이어서 실제 보험의 성격을 잘 알게 되면 다른 답이 나올 가능성도 있었다. “처음에는 … 아니면 빠지면 되니까 임의가입이 좋다고 생각했”지만, “문제점, 장단점을 듣고 나니까 임의가입보다는 의무가입이 더 나을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든다”(연극배우, 남, 40대)는 응답도 있었다. 또한 의무가입이 가지는 의의를 강조하기도 했다.

“오늘 얘기를 듣고 제가 정리가 되었는데, 임의가입, 의무가입을 봤을 때 매니지먼트사와 계약을 하는 작가들은 의무적으로 작가의 고용보험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진일보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웹툰작가, 남, 30대)

예술계 내에서도 대체로 시각, 문학 등 순수창작 예술분야에는 당연가입 방식의 과도한 부담을 우려한 임의가입 찬성이 우세한 반면, 공연 방송 종사자들은 근로자와 동일한 방식의 당연가입을 찬성한다는 시각도 존재했다. 복지분과에서는 세 가지 도입방식을 검토했는데, 1안은 임의가입을 원칙으로 향후 특정직종에 한해 특고를 포함, 2안은 방송, 공연예술 같은 일부 직종은 원칙적으로 당연가입을 하되 기타 직종은 임의가입으로 설계하여 당연가입 직종에 대한 적용제외 조항을 마련, 3안은 전 분야 당연가입을 원칙으로 하는 것이었다. 관계부서들의 의견까지 수렴하여 논의한 결과 복지분과에서는 당연가입으로 의견이 모아졌고, 2018년 7월 31일 고용보험위원회에서 당연가입 적용방식이 의결되었다.

당연가입의 도입은 임의가입으로는 가입 규모 확보와 사회적 보호의 실효성 기대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제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사회보험 강화를 지향하는 예술인 복지정책의 흐름이 관철된 결과다. 고용보험정책 측면에서는 일자리위원회가 관계 부처와 합동으로 2017년 10월 발표한 <일자리 정책 5년 로드맵>에서 고용보험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고용보험 적용기준을 ‘고용’에서 ‘소득’으로 개편하고, 모든 종속노동을 기반으로 한 소득활동에 대해 고용보험료를 부과하여 특수고용직, 플랫폼 노동자, 예술인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도록 개선하는 방향이 제시된 것에 부합하는 결정이었다.

당연가입이 적용될 경우 예술인은 고용불안정 경감과 사회적 인정의 혜택을 받으며 경력인정과 제도적 보호 차원에서 개선이 예상된다. 하지만 당연가입 도입 시에는 의무 불이행 단속 및 처벌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이러한 역할을 예술인복지재단이 수행할 것으로 예상되나, 계약서 보급이 아직 미흡한 상황에서 단속 대상이 지나치게 과다한 경우 당연가입 의무가 실효성을 얻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러한 점에서 당연가입 도입이 법적 규정에도 불구하고 자연적으로 전제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제약요인을 극복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3. 피보험기간과 피보험 단위기간

피보험기간은 소정급여일수5) 산정을 위한 기간으로 수급자격과 관련된 이직 당시 사업에서의 피보험자격 취득일로부터 이직일까지 기간이며, 실업급여의 수급요건 중 하나인 피보험 단위기간6)은 구직급여의 수혜가능성의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일반근로자는 18개월 기간 중 180일이고,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경우 개정안에서 2년 중 1년 이상이 되어야 수급자격을 갖추는 것으로 제시되었다. 피보험 단위기간에 대한 예술인들의 의견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같은 수준을 맞추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 지배적으로 2년 중 1년이 길어 “9개월 정도가 적정할 것”(연극협회 관계자, 남, 50대)이란 의견이 제시되었고, 활동 기록 인정의 어려움으로 2년이라는 기준기간을 적용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의견과 프로그램 제작기간이 매우 다양해 단위기간을 산정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프로그램마다 너무 달라서 한 달짜리 다큐부터 1년짜리 다큐, 그 이상 되는 다큐, … 아침방송은 하루 일해서 만들기도 하고….”

(방송작가, 여, 30대)

복지분과에서는 세 가지 안이 검토되었는데, 1안은 근로자에 준하여 18개월 간 6개월을 적용, 2안은 주 2일 이하 15시간 미만 근무하는 초단시간 근로자에 준하여 24개월 간 6개월 이상을 적용, 3안은 기존 임의가입안 방식으로 36개월 간 12개월을 적용하는 것이었다. 복지분과에서는 의견이 모아지지 않은 가운데, 제도개선 TF에서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대상으로 제시된 기준인 24개월 간 12개월 안을 검토하면서 예술인의 잦은 이직을 고려하여 임금노동자, 특고 등 종사이력이 있는 예술인은 기준기간 내 피보험단위기간(12개월)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임금 노동자 등의 종사기간을 산정하여 기여요건 충족 여부를 판단하는 안을 고려했다. 최종적으로 개정법안의 피보험단위기간은 직전 24개월 중 9개월 동안 일한 예술인들이 수급 가능하도록 규정되었는데, 이는 예술인의 피보험단위기간으로 1년을 채우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특히 예술인복지재단이 수행한 <2018 예술분야 종사 실태조사> 결과에서 1년간 소득이 있는 프리랜서 예술인의 직종 종사기간이 평균 4.7개월이라는 사실을 고려한 것이었다. 이와 같은 사실은 고용보험 설계에 예술인의 특성을 최대한 반영하려는 노력의 결과로 평가되며, 예술인 고용보험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결정으로 판단된다. 또한 예술인 고용보험에 가입했으나 실직 시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는 예술인의 발생 가능성을 줄임으로써 당연가입 도입에 따른 저항을 축소시킨 점에서 긍정적이다.

Ⅳ. 예술인 고용보험 운영을 위한 해결 과제

1.산업 특성

문화산업과 창조산업의 특성은 직접적으로는 사용자와 피보험자를 특정하는 데 영향을 미치며, 간접적으로는 예술인 노동시장의 특성에 배경으로 작용함으로써 영향을 미친다. 먼저 직접적인 영향을 보면, 사용자와 피보험자가 공동으로 보험료를 부담하는 예술인 고용보험에서 사용자와 피보험자의 관계를 특정화하는 것이 기본 전제가 되지만, 예술인들이 종사하는 예술계, 문화산업, 미디어산업 내부에는 하청 및 재도급이나 용역서비스 사업주가 복수인 다양한 관계가 존재한다. 하지만, 개정법안 등의 내용에서는 예술인활동증명과 문화예술용역계약 여부만이 기준으로 제시되어 있기 때문에 다양한 관계에 대한 고용보험의 적용방식이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방송프로그램의 경우 외주제작은 완전 외주, 공동제작형, 위탁제작형으로 구분되며, 대다수 국내 드라마가 하청에 가까운 위탁제작형 외주제작이고 문화산업전문회사 형태로 제작되는 경우도 있어 계약관계는 매우 다양하다(문상현·유건식, 2014). 방송영상 제작 스태프들의 경우 정규직 외 계약직, 파견, 용역, 임시직, 프로그램 단위 고용, 제작비에서 임금을 지급하는 바우처 형태 등의 비정규직 형태로 일을 하고 있다(박정인·박민제, 2014), 특히 방송드라마는 고용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스태프를 중심으로 외주제작사에서 제작된다(노동렬, 2015). 이와 같이 방송영상산업의 경우 외주제작의 증가와 단기 도급계약의 확대, 제작기술 등의 발전 등으로 인해 유연고용형태가 증가하고 다양한 비정규직 고용이 나타나고 있다(강익희 외, 2011; 박정인·박민제, 2014).

하청이나 재도급에서는 용역계약 당사자가 아니면서 실제 용역에 참가하는 예술인의 보호 문제와 함께 사업주를 확정하는 문제가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기는 사실 어려운 일이다. 드라마 제작의 경우 외주기획주체, 제작주체, 저작권과 지급제작비규모 기준으로 구분할 때 방영권 계약, 일반 외주계약, 실비 정산 계약, 수익률 보장 계약, 문화산업전문회사, 무늬외주계약, 수익 정액보전 계약 등 모두 7가지 세부 유형으로 구분된다(이용석·김정현, 2017). 인터뷰 과정에서 3단계 하청이 행해지는 방송국의 외주제작과 조명감독이 대표회사를 설립해 ‘새끼감독팀’을 구성하는 다큐멘터리 제작의 경우도 언급되었다.

간접적으로는 경제적 수익구조의 특성에 따른 산업의 불안정성이 노동시장에 영향을 미치면서 예술인 고용보험의 도입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Baumol과 Bowen(1968)의 비용질병(cost disease) 논의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취약한 수익구조를 가지는 공연예술은 다른 문화콘텐츠와 달리 실연을 관람해야 하는 현장성의 특성으로 시간 제약을 받으며, 2차 상품 개발의 어려움이 있어 수익구조가 취약하다(최동길 외, 2011). 국내 공연산업의 경우 공연의 수요가 적고 인프라가 부족해 장기공연의 어려움이 있어 영세하게 운영되며, 수익성 문제로 가격이 높게 측정되어 다시 수요가 적어지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최동길 외, 2011). 더욱 산업화가 진행된 문화산업에서도 마찬가지 취약성이 나타난다. 기본적으로는 문화산업과 창조산업에서 생산을 위한 초기 고정 비용이 매우 높은 대신 재생산을 위한 비용단가가 낮고, 불확실성과 모험성의 수준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Caves, 2000; Hesmondhalgh & Baker, 2002). 이러한 산업적 특성은 다음 소절에서 다룰 노동관계의 불안정성의 중요한 배경 요인이 된다. 각 산업에서 지배적인 사업자들의 사업구조가 애초에 취약하거나 미디어 환경 변화로 인해 크게 위협받는 상황에서 예술인 고용보험 도입에 따른 직접적인 추가 비용 발생과 간접적인 파급효과에 대한 우려가 상당히 존재한다는 점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2. 노동시장 특성
1) 복잡성·불안정성·불명확성

문화산업과 창조산업이 가지는 복잡한 분업관계나 불안정한 수익구조는 예술인 노동과 창의노동이 상당한 수준의 복잡성·불안정성·불명확성을 가지는 원인이 된다. 예컨대 글 작가와 그림 작가로 구분되는 웹툰작가의 역할은 어시스턴트라 불리는 보조인력의 고용에 의해 더욱 다양한 경우로 분화된다. 보조인력을 고용하는 웹툰작가의 비율은 36.4%인데, 이중 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는 17.7%에 지나지 않고, 보조인력에 대한 지불방식에서 고정금액을 지불하는 경우가 다수이나(92.1%) 금액은 10만 원에서 50만 원 이상까지 다양하다(김숙 외, 2018). 어시스턴트를 고용하여 밑색 작업을 할 때 “본인은 4대 보험을 못 드는데 어시에게 들어주는 경우”(웹툰작가, 남, 30대)가 있기도 하며, 웹툰작가 지망생이 어시스턴트를 하는 경우가 많지만 휴재 중인 작가가 아르바이트로 하기도 한다. 보조인력 사용에서 나타나는 다양성은 일관성이나 규칙성이 없다는 점에서 그 특징을 찾을 수 있다.

방송 스태프의 경우 밤샘 촬영 및 장기간 촬영으로 근무 기간이 일정하지 않으며 근로시간 및 휴가 등의 범위를 계약에 산정하기 어렵다(박정인·박민제, 2014). 이양환 외(2019)가 수행한 <2018 방송제작 노동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방송 제작에 참여하는 인력 중 대다수가 비정규직(계약직·시간제·프리랜서) 형태인데, 서면계약도 동일 직군 내 장르에 따라 편차가 크게 나타나, 같은 작가 중에서도 서면계약 비율이 드라마작가에서는 95.2%에 달하는 반면, 교양작가와 예능작가에서는 각각 23.1%와 36.8%에 머물렀다. 계약기간을 특정하지 않는 비율도 작가의 경우 교양 76.9%, 예능 40.4%, 연출은 교양 55.2%, 예능 40.9%에 달했다.

공연예술분야에서는 불명확성이 두드러진다. 계약기간의 단기성, 계약이행의 불확실성, 동일한 활동에 대한 서울과 지방의 계약조건의 차이 등으로 인한 계약 조건과 기간 산정의 문제가 있으며, 연습, 준비기간의 포함 여부 및 피보험 기간의 산정 문제가 있다. 계약기간은 무용수의 경우 계약서에 공연 일만 산정되어 준비기간에 대한 명시가 없으며, 뮤지컬을 포함한 공연예술단체의 경우 흥행 여부에 따라 조기종영 및 임금체불 등 계약이행의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공연계의 경우 서울 공연은 보통 공연 횟수나 연습기간이 명시되어 있는 반면, 지방 공연의 회차 산출이 어려운데, 이는 지방공연장 상황에 따라 공연기간이 유동적이기 때문이며, 결국 계약 시점에서 횟수를 확정하기 어려우며 추후 결정한다는 항목이 명시되는 경우도 있다.

“○○○ 배우를 예를 들어 서울에서 6주 정도 연습하고 2개월 공연을 하면, 연습 페이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공연에 대한 페이를 받는다. 서울 공연이 끝나고 2개월 후쯤 대구에 2일 공연을 갈 것이니, 같이 가자 해서 이틀을 했다. 그럼, 두 달 동안 실제 일한 기간이 이틀이기 때문에 고용기간은 2일 정도밖에 안 되고, 지방공연은 계약을 안 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 공연만 할 경우에는 괜찮지만, 하나 잘되면 일 년 동안 10군데 돌아다니면 계약기간을 어떻게 산정할 것인가.”

(공연프로듀서협회 관계자, 남, 40대)

공연과 방송 분야 종사자 고용의 불안정성은 조사를 통해 확인된다. 공연예술 실연자/스태프 중 26.1%가 계약 해지를 경험했는데, 그중 흥행부진이나 성과미흡에 따른 제작관리자 해고가 56.6%로 가장 많았고, 방송작가의 계약 해지 경험 비율은 26.7%인데 시청률 혹은 청취율 저조가 차지하는 경우가 40.7%로 가장 많았다(서우석 외, 2016).

연습기간과 준비기간을 피보험기간에 포함시키는 문제가 전향적으로 검토되고 있으나, 무용수의 경우 공연 전 연습이 있어도 개인과 단체연습이 혼재되는 등 연습기간의 산정 자체가 어려우며, 성우의 경우에도 등급제의 계약서에서는 준비기간 등을 포함하기 어려워 기간 산정에 어려움이 있다고 보았다. 웹툰작가의 경우 연재가 없는 기간 동안 취재를 다니며 작품을 준비하지만 “노는 것”으로 보이며, 방송작가도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경우 매일 회의를 하는 경우 사실상 일했는지 명시되는 바가 없기 때문에”(방송작가, 여, 30대) 프로그램 기획단계의 준비기간 등을 확인할 장치가 없다.

2) 복수 용역계약 체결 및 겸업

예술인의 낮은 경제수입과 불안정한 고용관계와 함께 예술계와 창의산업 내에서 발생하는 조직과 개인 수준에서의 다양한 관계 유형은 복수 용역계약 체결과 겸업의 원인이 된다(Burgess & Pankratz, 2008). 예술인의 복수 용역계약 체결은 다양한 직군에서 나타나고 있다. 성우의 경우 방송 외 홍보물 촬영과 다양한 콘텐츠 제작에서 활동하며 부업을 가지는 경우가 다수다. 인기 있는 연극배우의 경우 여러 공연을 동시에 진행하기도 하고, 무용수의 경우 여러 무용단에서 일할 수도 있어 일 년이란 기간 동안 하나의 고용자와 지속해서 계약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웹툰은 작품을 동시에 하는 경우 에이전시가 두 개 생길 수도 있고 스토리 작가의 경우 3~4개의 플랫폼에서 일하는 경우도 있다.

“작품을 두 개 하면 에이전시가 두 개 생길 수 있잖아요. … 플랫폼 2개, 매니지먼트 2개가 될 수도 있는 건데, 그리고 또 스토리 작가의 경우 플랫폼이 다르면서 3~4개가 되는 경우가….”

(웹툰작가, 여, 30대)

다수의 사업자가 존재하고 이들 중 특정 사업자가 예술인의 활동에 대해 사업자로서 의무를 져야 하는 경우 어떤 기준으로 결정할지 문제가 생긴다. 인터뷰에서는 사회적 책임에 충실한 업체가 고용보험 부담을 전담하는 반면, 무임승차하는 업체들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타났다.

예술인의 높은 겸업 비율은 여러 조사에서 확인되었는데, <2015년 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예술인 중 겸업을 하는 경우가 50%인데, 낮은 소득(51.6%)과 불규칙한 소득(31.4%) 때문에 겸업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대중문화예술산업실태 보고서>에서 겸업 활동의 비율은 대중문화예술인이 35.9%, 대중문화예술제작 스태프가 15.4%로 나타났다. 예술인의 비예술 직업 활동은 다양하게 병행되는데, 웹툰의 경우 본업을 가진 취미작가가 존재하는가 하면, 캐릭터 숍을 운영하거나, 이모티콘 출시를 위해 자영업자 형태로 일하는 경우가 있다. 대중음악 무용수는 생활비를 위한 춤 레슨 등의 부업을 겸하며, 성우는 방송 외에 게임, 홍보물 촬영같이 다양한 콘텐츠 제작에서 활동한다.

복수용역 체결과 겸업의 다양한 사례를 볼 때, 이들의 경우 고용보험을 적용하는 방식에 대해 선험적으로 원칙을 정하는 것이 현실성을 띠기 어려워 보인다. 다양한 사례를 수집하고 그 사례에서 합리적인 기준을 찾으려는 노력을 통해 원칙을 정립해가는 것이 필요하다.

3) 수입 격차

예술인 노동은 교육이나 직업훈련의 기간과 수준을 고려할 때 수입의 수준이 낮은 동시에 큰 소득격차로 특징지어진다(Menger, 2001). <2015년 예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개인 예술활동 수입이 없는 경우가 36.1%나 되는 반면, 6천만 원 이상도 4.3%나 있다. 같은 직군 내에서도 경력에 따른 수입 격차가 크게 나타난다. <2018년 방송제작 노동환경 실태조사>에서 조사한 방송제작 종사자들의 월평균 소득수준은 장르별로는 드라마 장르가 교양·예능 장르보다 높았으며 각 장르 내에서 직종별·경력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모든 장르에서 경력 10년 이상과 경력 3년 미만이 월평균 소득의 큰 차이를 보였는데, 특히 드라마 작가의 경우 경력 10년 이상은 639.6만 원인 반면 경력 3년 미만 407.0만 원, 기술 스태프는 경력 10년 이상이 582.0만 원인 반면, 경력 3년 미만이 237.4만 원, 연출직은 경력 10년 미만 연출직이 396.0만 원인데, 3년 미만 연출직이 230.0만 원이었다. 이처럼 예술인의 수입은 직군 내에서도 상이하며 직군 간에도 큰 차이를 보인다. 연극인의 경우 1년의 보수가 1,000만 원이 안 되는 경우가 많지만, 뮤지컬의 주연배우 개런티는 억 단위까지 올라간다. 무술연기자도 등급에 따라 임금의 차이가 크게 나타나며, 방송 부분의 비드라마 부문 구성작가는 경력에 따라 수입의 수준뿐 아니라 보수의 지급방식에도 큰 차이를 보인다.

이와 같은 수입의 차이는 저작권 수입의 유무와 정도에 의해 확대된다. <예술인 종사실태를 고려한 고용보험 적용방안 연구>에서 저작권 수입이 있는 경우 방송작가가 8.1%인 데 비해 성우는 35%에 달해 직군별 차이가 컸고 각 직군 내 저작권 수입 수준도 크게 차이 났다. 저작권 수입을 받는 방식도 다양한데, TV 작가의 경우 방송작가협회에서 저작권료를 대신 받아주는 반면, 웹툰의 경우 2차 저작물 관련 수입은 계약조건이나 매니지먼트 형태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저작권 수입은 고용보험 가입과 원칙적으로 관계가 없으나, 저작권 수입의 규모에 따라 그 의미가 다를 수 있어 용역계약과 저작권의 다양하고 복잡한 관계를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고용보험 적용 시 웹툰작가와 회사의 저작권료 계약관계에서 저작권 비율을 수정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우려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

끝으로, 예술인의 수입 격차는 직접적으로는 용역계약의 보수 기준을 어떻게 도입할지와 관련된다. 실업급여의 하한액과 상한액 기준을 적용할 때 구직급여의 산정기준이 수입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수입이 낮은 경우에는 구직급여의 최소 기준을 맞추지 못함으로써 고용보험 가입 제한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경우 해당되는 예술인을 위해서는 계약 관행이나 고용보험 제도의 변용이 필요하지만, 고수입 예술인의 기여에 바탕을 둔 보장 가능성도 모색되어야 한다.

3. 지원 방식 및 보험료

예술인의 고용보험 도입을 위해서는 예술계와 예술인의 현황을 고려하여 보험료 및 행정지원 같은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보험료는 임의가입을 전제한 장석춘 의원 발의안에서는 자영업 고용보험에 준하여 기준보수를 바탕으로 보험료 부담액을 결정하는 방식이 제안되었다. 당연가입의 경우에도 기준보수의 도입이 제기되었다. 예술인의 실소득 파악이 어렵기 때문에 보수기준을 기준보수로 하여 보험료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당연가입을 적용할 경우 기존의 고용보험에 준하여 보험료 부담액을 5 대 5로 부담하는 것과 달리 예술인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다른 비율을 적용할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논의 초기에 1.3%이던 보험료가 2019년부터 1.6%로 인상되었고, 근로자나 특고와 동일한 보혐료율을 적용하면 사업주와 예술인은 0.8%씩을 부담하게 된다. 하지만 산재보험료도 직접 내기 어려워 가입이 저조한 예술인의 상황을 고려할 때, 예술인과 사업주의 보험료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 여기에서 10인 이하 사업장의 사업주와 급여 190만 원 미만 근로자에게 최대 90%까지 고용보험료를 지원하는 두루누리 사회보험의 방식이 참고가 된다. 또한 표준계약서 체결 기간 동안 납부하는 예술인의 고용보험료의 50%를 지원하고 사업자는 예술인과 동시 신청하는 경우 보험료를 지원하는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사업(한국예술인복지재단, 2019) 같은 기존 사례를 바탕으로 고용보험료에 대한 지원을 도입해 보험료 부담을 경감시킴으로써 예술인복지에 실제적인 기여가 될 수 있다.

또한 예술단체를 위해 “행정절차들을 할 수 있는 센터나 재단”(연극기획자, 여, 40대)의 행정지원이 절실하다. 영세한 예술단체에서 고용보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행정인력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행정지원을 위해서는 예술인 단체들이 모여 있는 장소에는 별도의 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이외의 지역에는 지역문화재단의 행정지원서비스 도입이 필요하다.

실업급여 이외의 직업훈련과 관련한 사업도 필요하다. 경력이 지속되는 예술인의 비율이 낮은 예술인의 노동시장 성격을 고려할 때(Alper & Wassall, 2006), 직업훈련은 예술인의 경력지속뿐 아니라 다른 분야로의 이직을 위한 수단으로도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진입장벽이 낮은 상황에서 유입인구가 많은 것이 결과적으로 많은 이직을 불가피하게 만든다. 특히 최근 “우후죽순처럼 케이블 방송사가 많이 생겼기 때문에 문이 더 활짝 열려 듣보잡이 마구 흡수될 정도로 프로그램이 워낙 많아진”(방송작가, 여, 30대) 상황에서 유입 인력의 이직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예술인 고용보험의 효용성을 예술계 내부의 문제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예술계와 비예술계의 관계라는 측면에서도 인식해야 예술인 복지의 실질적 혜택을 증가시키는 방안이 될 수 있다.

Ⅴ. 결론

본 연구에서는 예술인 고용보험의 도입을 사회보험 적용에 초점을 맞춘 예술인 복지정책과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에 초점을 맞춘 고용정책의 결합이 가져온 산물로 이해했다. 예술인 고용보험이 가지는 의의나 잠재적인 영향, 그리고 이와 관련된 이슈들은 더욱 폭넓은 관점에서 논의될 필요가 있다. 끝으로 다음과 같은 관련 영역에서 예술인 고용보험이 가지는 의의와 관련 이슈들을 제시한다.

첫째, 예술인 고용보험의 도입이 문화산업과 예술인의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여 장기적 비전 제시가 필요하다. 영국과 프랑스의 경우, 예술인을 위한 사회보장의 설계 방식은 문화산업의 고용 구조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Benhamou, 2000). 우리나라에서 예술인 고용보험 제도도입의 긍정적 영향으로는 산업의 합리화 계기를 기대할 수 있다. 그동안 문화예술계에 표준계약서를 도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과거의 전통적 도제관계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문화예술계나 관련 산업의 합리화에 한계가 존재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용보험 도입이 예술계와 문화산업의 조직문화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반면 고용보험의 당연가입 방식이 예술인 고용을 위축시킬 가능성에 대한 보완책으로서 일자리 대책이 필요하다.

둘째, 사회적 동의 과정이 미흡했다는 점이 지적될 수 있다. 예술인 복지 도입의 초기 논의에서 사회적 동의의 중요성이 강조되었으나 예술인 고용보험의 제도설계 및 도입 과정이 진행되는 2017년에서 2018년까지 예술계와의 소통은 강조된 반면, 사회적 동의에 대한 고려는 상대적으로 미흡했다. 예술인 고용보험이 갖고 있는 사회적 부담의 수준 정도가 제도 설계 이후에나 정확하게 파악 가능한 것이므로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치기 어려운 점도 있었으나 앞으로 공론화 작업이 수행될 필요가 있다. 다만, 예술인 고용보험을 예술인이 특례에 의해 일방적으로 특혜를 받은 것으로 보는 것도 적합하지 않다. 예술인 고용보험이 프레카리아트 대상의 고용보험 확대에 대한 선도적 사례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예술인 직군을 넘어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의 계기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 특히 창작자로서 자율성이 클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시간과 창작에 제약을 많이 받으면서도 빠르게 증가하는 미디어 크리에이터 같은 집단의 경우(이용관, 2019), 예술인 대상의 고용보험이 이들 집단에 대한 사회적 보호의 방법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준거 사례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 예술인에 비해 사회적 논의나 법적 장치가 미비한 미디어 크리에이터와 같이 새롭게 부상하는 집단들에 대한 논의를 활성화하여 사회적 보호의 노력을 가중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예술인 고용보험 도입과 함께 예술인 스스로 주체적인 자구 노력 강화가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공공성을 전제한 사회보험의 도입이 민간 자율 활동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며, 예술인의 조직적 자율 활동과의 연계 강화가 필요하다. 예술인 고용보험은 규정에 따른 제도운영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예술인 고용보험의 운영은 예술계의 관행에 대한 파악과 이에 근거를 둔 규정 적용에 의해 이루어진다. 이러한 전제가 성공적으로 달성되기 위해서는 예술계 내부에서 스스로 지식을 생산하면서 규칙을 생산하는 과정이 수반되어야 하며, 이는 행정의 노력만으로 달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예술인의 고용보험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한 홍보 강화를 넘어 예술인들 내부의 연대성 강화가 필요하며, 완성도 높은 정책 상품의 수혜자가 아니라 빈틈을 메워가는 예술인 거버넌스가 요구된다. 다양하게 산재되어 있는 예술인 관련 문화정책, 고용정책, 사회정책, 지역정책 그리고 교육정책이 연계된 종합적인 예술인 정책 수립을 위해서 현재보다 더욱 적극적이고 책임감 있는 예술인 참여가 필요하다.

Footnotes

1) 장석춘 의원의 개정법안과 한정애 의원의 개정법안 사이의 차이는 본 연구의 Ⅲ장에서 다룬다.

2) 예술인 고용보험과 관련한 비교적 최근의 학술 논의인 노재철과 김경진(2018)도 관련법의 개선방안에 주 로 초점을 맞추었다.

3) 한국의 유사 상황에 대해서는 이슬기·금현섭(2017) 참조.

5) 하나의 수급자격에 따라 구직급여를 지급받을 수 있는 날로 대기기간이 끝난 후 피보험기간과 연령에 따라 산정(「고용보험법」 제50조제1항).

6) 피보험 단위 기간은 피보험기간 중 보수 지급의 기초가 된 날을 합하여 계산(「고용보험법」 제41조제1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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