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21세기는 ‘도시의 세기’이다. UN(United Nations, 국제연합)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인 55%가 도시에 거주하고 있으며, 이러한 인구증가 추이와 도시화 경향을 고려하면 2030년에는 60%, 2050년에는 68%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토머스 L. 프리드먼(Thomas L. Frideman, 1953-)은 ‘세계화(global) 3.0 시기’1)인 오늘날 세계인이 기술이나 기회의 면에서 보다 수평화 된다는 인식에서 ‘세계는 평평하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리처드 플로리다(Richard Florida, 1957-)는 티모시 로날드 걸든(Timothy Ronald Gulden)이 밤에 찍은 위성사진을 불빛으로 환산해 경제생산량, 특허활동, 스타 과학자 등의 지표상 분포를 3차원 지도로 만들었을 때 세계경제의 전경은 대도시권(mega-city region)을 중심으로 ‘뾰족뾰족한(spiky)’ 모습이었다고 하였다. 이에 플로리다는 평평한 세계에서도 여전히 장소가 중요함을 강조하고, ‘세계는 뾰족하다’며 도시 간의 차별성을 주장했다. 이를 통해 세계화는 도시의 세기를 열어주었지만, 세계화가 공간과 장소에 미친 영향이 균일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세계화에 따른 새로운 공간변용은 도시의 세기로 귀결되었지만, 도시의 세기는 도시의 성장과 함께 도시의 쇠퇴2)도 경험한다.
이에 따라 도시화로 인해 생겨나는 각종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도시발전 방안에 대하여 국제적인 관심이 급증하였다. 마뉴엘 카스텔(Manuel Castells, 1942-)은 네트워크 사회와 신경제를 특징으로 하는 세계화에 대한 대응이 ‘도시’를 중심으로 이뤄진다고 보았으며(Castells, 1996), 벤자민 바버(Benjamin R. Barber, 1939-)는 ‘도시’가 공공성과 문제해결의 메커니즘을 갖추고 있다고 보았다(Barber, 2014).
또한 국제사회에서는 도시화로 인해 생겨나는 각종 문제들을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을 위해서 특히 ‘문화’를 핵심동력으로 강조한다(Duxbury & Gillette, 2007: 2; Mitlan & Satterthwaite, 1994; URBACT Culture members, 2006: 15). 문화가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을 위한 중요한 요소로 부각된 이유는 세계화의 영향으로 20세기 후반에 국가경계를 초월한 초국가(transnational)3)적인 교류가 증대되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근대 국민국가로 대표되어온 전통적 거버넌스(governance)의 플랫폼이 위협받으면서 전통적인 국가는 이제 더 이상 초국가적 상호작용의 유일한 주체라고 보기 어려워졌으며, 이러한 상호작용을 통제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해졌다(민병원, 2006b: 5-7). 이전까지는 국가 또는 국제기구 등의 ‘단위체’를 중심으로 국제관계를 설명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수많은 단위체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연결망’을 통하여 국제관계가 설명된다. 이러한 연결망인 네트워크는 보다 효율적이고 유연한 방식으로 재편성 및 조정되어, 정책결정과 정치적 과정의 투입․산출효과를 극대화시킨다(김효정, 2004: 7-8; 민병원, 2006a: 464, 467, 506).
한편, 국가를 초월한 도시들 간의 협력은 기존의 국가 단위의 지역주의와는 구별되는 ‘신지역주의(new regionalism)’를 만들어냈다. 신지역주의는 국가행위자보다는 비국가행위자를, 중앙보다는 지방을, 위로부터의 협력보다는 아래로부터의 협력을 중시한다. 또한 국민국가보다 한층 풀뿌리의 수준에서 공통의 문제에 대한 협력적 해결방안을 모색한다. 이러한 협력은 서로 다른 나라들의 지방정부, 비정부기구, 개인 활동가 등이 ‘지역’4) 차원에서 주도한다(Veseth, 2005: 243). 이처럼 신지역주의는 새로운 지역 거버넌스를 형성하게 되며, 그 구체적 표상이 행위자로서 도시들이 추진하는 지역프로젝트로 나타난다.
따라서 세계화시대에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을 위한 문화거버넌스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국가중심이 아닌 지방정부와 각 도시의 문화예술단체, 대학, 시민, 기업, 국제적 조직 등을 구성원으로 하여 네트워크를 구성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문화를 통한 지속가능한 도시발전 및 도시문제 해결’이라는 공동의 목표 아래, 네트워크에 속한 구성원 모두 책임감과 자발성을 가지고, 수평적인 관계 속에서, 보다 유기적이고 효율적으로 협력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오늘날 특히 문화예술정책 영역에서 거버넌스(governance)에 대한 논의가 증가하고 있다. 중앙정부 위주로 문화정책을 수립 및 실행하는 것은 더 이상 효율적이지 못하며, 기존과 다른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증대되고 있기 때문이다(김세훈, 2015; 오수길․김흥수, 2004; 서순복․함영진, 2008). 이에 공공 문화정책 영역에 민간 영역의 경영기법을 도입하는 공공-민간 거버넌스 체제가 중시되고 있다. 문화네트워크를 통한 거버넌스는 다양한 사회주체들의 참여를 통해 협력적 정책결정 및 집행이 가능하며, 정책 수혜자의 요구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함은 물론, 지역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을 위한 문화거버넌스 체계의 주요 행위자들의 역할과 거버넌스 구축 방향에 대하여 중점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이를 위해 UNESCO(United Nations Educational, Scientific and Cultural Organization, 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의 「문화정책 재구성(2015, 2018)」, UN의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2015)」, UCLG(United Cities and Local Governments, 세계지방정부연합)의 「문화21 실천(2015)」에 나타난 ‘문화거버넌스’ 체계에 관한 내용을 분석했다. 또한 본 연구는 기존의 한 국가 내에서의 문화거버넌스 구축에 대한 연구들과 달리, 초국가적인 도시네트워크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문화거버넌스 구축 방안에 대해 다루었다는 것이 기존 선행연구들과의 차별점이다.
Ⅱ. 문화거버넌스
세계화와 지방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국가 주도형의 전통적 관료제 패러다임인 ‘거번먼트(gorvernment)’에서 정책 행위자 간의 자발적인 참여 및 협력을 통한 네트워크 패러다임인 ‘거버넌스’으로 전환되고 있다(Pierre & Peters, 2000; Rhodes, 2000; Richards & Smith, 2002; Lowndes et al., 2006).
이로 인해 공공영역과 민간영역 간의 경계가 점차 희미해지고 있고, 특히 지방정부는 전통적인 국가 주도형의 행정 패러다임에서 탈피하여, 민관 파트너십을 통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지방정부는 협력적 거버넌스의 중심에서 ‘조정자(Enabler)’로서 그 역할이 중요하다(Rhodes, 1988: 90-91).
또한 지방정부는 다양한 문화의 통합과 자발적인 시민의 참여가 중요한 문화 행정영역에서 역할이 중요하다. 문화 서비스는 불특정 다수인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문화 서비스 제공자가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도 수혜자들이 접근하기 어렵거나 정보의 부족으로 문화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낮은 경우가 많다(서순복․함영진, 2008: 244).
그러므로 지방정부-민간기관-대학-기업-시민-국제적 조직 간의 문화거버넌스를 형성하여야 한다. 이를 통해 네트워크 구성원들이 문화정책 집행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고, 문화 서비스 공급 및 수요의 불균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정책집행의 효율성 증진은 물론, 지역공동체 형성 및 증진에도 기여할 수 있다.
거버넌스 개념은 학문적으로 합의되어 사용된 것이 아니라, 이전의 중앙정부 주도의 일방적인 정책추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면서 사용된 데에 기인한다. 이에 따라 거버넌스 등장 배경에 대한 논의는 학자들마다 다양하다. Kooiman(1993)은 “사회적으로 복잡성과 다양성이 증가하고 사회변화 속도 또한 가속화되면서 정부와 사회의 관계의 새로운 상호작용의 패턴이 나타났고, 이로 인해 국민국가 중심의 통치체계가 약화되면서 거버넌스가 등장하였다”고 보았다. 한편 Pierre & Peters(2000)는 “공공정책에 참여하려는 민간 부분의 욕구가 증대되고, 후기관료주의 국가로의 이동과 신공공관리론이 대두되면서 거버넌스가 등장했다”고 본다.
시대별 거버넌스의 등장배경5)을 살펴보면, 1970년대까지는 정부의 권한 및 통제가 강력하여 거버넌스는 ‘정부’와 같은 의미로서 사용되거나 정부의 행위 중 하나로 보았다. 또한 이 시기에는 국가중심이론 관점에서 국가차원의 관리능력과 경제․사회발전의 동력으로서 공공서비스 공급체계에 관심을 가진다.
1980년대에는 사회민주화가 급속도로 전개되면서, 1980년대 중반까지의 정부중심 통치체제에 대한 문제가 강력히 제기되었다. 또한 거버넌스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증대로 정부의 통치와 거버넌스를 구분하게 되었고, 국가차원에서 사회통합과 발전을 관리하는 능력에 대하여 중점을 두게 된다. 그리고 이 시기에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민관파트너십을 강조하는 특징이 있다.
1990년대에는 NGO(Non-Governmental Organization, 비정부기구)와 CBO (Community Based Organization, 지역사회조직)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 변화되어 그 역할이 점차 강조되었다. 또한 시민사회중심 및 시장중심이론이 대두되면서, 시민사회를 포함한 참여 및 합의 형성 등 거버넌스의 민주주의적 특성이 강조된다.
2000년대 이후에도 거버넌스의 민주주의적 특성이 강조되었으며, 글로벌 거버넌스의 심화와 더불어 각 지방정부와 시민사회 간의 지역거버넌스가 확대되었다. 또한 NGO와 CBO의 역할을 새롭게 해석하게 되고, 새로운 제도와 기능 및 과정 개발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된다.
글로벌시대의 패러다임의 변화와 함께 문화의 영역에서도 문화거버넌스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이에 따라 문화거버넌스에 대한 연구가 증대되었으며, 국내 학자들 대부분이 문화거버넌스를 국가-문화시장이나 기업-시민사회 등을 포괄하는 참여자간의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한 ‘시민사회 네트워크 거버넌스’ 또는 ‘상호호혜적이고 수평적인 네트워크’라고 보았다(김흥수, 2004; 공용택․김재범, 2011; 김혜경, 2012; 윤정국, 2012; 이원오, 2017). 한편, 서은희(2008)의 경우 문화영역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자율적 참여와 협력적 네트워크를 통해 바람직한 문화정책을 결정 및 실현하는 자기조직적 문화경영원리라고 표현하였으며, 이는 다른 학자들과의 차이점이라 볼 수 있다.
문화거버넌스에 대한 학자들의 정의가 다양하나 이들의 정의를 종합해 보면, 문화와 관련된 행위자들(actor)이 구성하는 상호호혜적이고 수평적이거나 협력적인 네트워크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문화거버넌스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네트워크를 구축할지가 관건일 것이다.
학자 | 정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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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수 (2004) | 정부(국가), 문화시장(예술인, 예술단체, 문화기업), 시민사회(시민, 관객) 등을 포괄하는 참여자간의 동반자 관계에 의하여 공사간의 구분 없이 신뢰와 협동을 주요 가치로 하는 시민사회 네트워크 거버넌스 |
서은희 (2008) | 문화영역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자율적 참여와 협력적 네트워크를 통하여 바람직한 문화정책을 결정․실현하는 자기조직적 문화경영원리 |
공용택․김재범 (2011) | 문화를 매개체로 활용하여 공동 목적 및 사안에 따라 구성된 다양한 행위자간의 공익과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상호 호혜적이고 의존적인 수평적 네트워크의 파트너십 거버넌스 |
윤정국 (2012) | 문화예술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하여 국가-기업-시민사회 등 다양한 주체들이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문화예술자원을 공동으로 보전 및 발전시키는 상호 호혜적이고 수평적인 네트워크 |
이원오 (2017) | 문화의 영역에서 국가(중앙 및 지방정부), 시민(관객, 주민), 시장(문화예술인, 문화예술단체, 문화예술기업)등 다양한 주체들의 참여에 의해 구축된 네트워크 체계 |
자료 : 전주희(2018: 50) 재구성
네트워크에 대하여 찰스 페로우(Charles Perrow, 1925-)는 수직적이고 비탄력적인 관계로 이루어졌으며 폐쇄적인 구조를 가진 기존의 조직이나 기업의 위계와 달리, 네트워크는 수평적이고 유연한 관계를 가진다고 보았다(Perrow, 1992).
박용관의 경우, ‘계층제로 이루어진 조직’은 구성원들이 강제나 의무로 참가하여 서로의 차이를 제거한 통일성을 중시하고, 주어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관리 및 통제되는 시스템이자 집권적 시스템이라고 보았다. 반면 ‘네트워크’는 자주적인 구성원들이 자율적으로 참가하여 서로의 개성 및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존중하고, 인격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네트워크는 일정한 목적을 공유 및 공감하는 구성원들이 자율적으로 연계하여 구성되는 협동시스템 및 분권적 시스템이라고 본다. 또한 네트워크는 평등한 각각의 주체들이 파트너십에 의해 상호 협력적인 관계를 모색하고, 스스로 현재 상황에 대한 인식 및 문제의식을 가지고 명확한 목적의식을 공유할 때 네트워크 결속이 강화됨은 물론, 각 주체의 자기조직화가 이루어진다고 보았다(박용관, 1999).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기존의 문화거버넌스에 대한 정의들과 네트워크이론에 대한 학자들의 견해를 토대로 네트워크의 구성원 및 조직이 자율적으로 참여하고, 서로 공유된 목적의식을 공유하며 소통하는 ‘협력시스템이자 분권시스템’을 ‘문화거버넌스’라 보았다. 즉, 문화거버넌스는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이 자율성 및 책임감을 가지고, 수평적인 관계 속에서 보다 유기적이고 효율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네트워크 체계를 의미한다.
한편, 오늘날 세계화와 정보화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초국가적인 인적교류 및 문화교류가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해 국경은 ‘무국경(borderless)’ 상태까지는 아니지만, 무수한 구멍이 뚫린 상태인 ‘국경의 다공화(多孔化)’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그리고 사람들이 이 다공화된 국경을 넘나들게 되면서 다양한 문화가 뒤섞이게 되었고, 이를 통해 국경을 초월한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가 형성되게 된다(김봉진, 2007).
또한 빠르게 확산되는 상호연결과 상호의존은 모든 영역을 보다 밀도 높은 초국가적 교환체계의 네트워크로 묶어내었다. 이에 대하여 카스텔은 지식과 정보에 의해 추동되는 ‘네트워크 사회’가 도래하였다고 보았다(Castells, 1996). 이에 하나의 사회가 다른 사회와 점점 더 공존해야 하는 상황을 맞닥뜨리게 되었으며, 동시에 사회들 간의 경계도 점차 무너지게 되었다. 즉, 상호연결 네트워크의 밀도가 계속해서 촘촘해지면서, 세계는 지역성과 지리적 특성이 점차 사라지는 ‘하나의 장소(one place)’라는 인식이 개념화 된다(Waters, 1995).
따라서 이전까지 문화를 ‘하나의 주어진 문화가 다른 열등한 문화를 덮어쓰는 형태’로 인식했다면, 세계화시대에는 이러한 문화에 대한 인식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오늘날의 문화적 현실은 다원적이면서 복합적인 공존이자 병렬방식으로 상호작용하는 여러 문화권의 모습들로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오늘날 글로벌 문화권력은 근대 국민국가의 경쟁과 대외적 팽창의 연속선상에서 바라본 ‘문화제국주의’와는 달리, ‘탈영토적(de-territorialization)’이고 ‘탈중심적’이며 ‘외부의 경계를 갖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권력과 정치질서의 구성에 기반을 둔 ‘문화제국’이라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21세기 제국의 문화 영역은 더 이상 한 국민국가의 사고방식과 힘으로 해결하기 어렵다(진행남, 2011).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문화거버넌스에 참여하는 주체를 ‘한 국가 내’에서의 공공영역과 민간영역의 협치라고 본 기존의 연구들과 달리, ‘국가를 초월한’ 각 도시의 지방정부와 문화예술단체, 대학, 시민, 기업, 국제적 조직 등을 네트워크의 주요 참여자로 보았다. 그리고 이때, 네트워크 구성원 간의 신뢰와 협력을 촉진하는 조율자 및 조정자 역할을 각 도시의 지방정부에게 부여해야 한다면, 도시들 간의 정보 교류 및 공유 활성화는 물론 다양한 도시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Ⅲ. 문화와 관련된 글로벌 어젠다에서 나타난 ‘문화거버넌스’
오늘날 세계적으로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이 주요 화두이며, 특히 UN과 UNESCO 차원에서의 노력이 두드러진다. 이들 노력의 대표적인 성과물로서 UN의 「지속가능한 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6)와 UNESCO의「문화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와 촉진을 위한 협약(2005)」7)의 실천 보고서인 「문화정책 재구성(2015, 2018)」, 그리고 UCLG의 「문화21 실천(2015)」이 있다. 본 연구에서는 이 글로벌 어젠다들에서 나타난 ‘문화거버넌스’ 내용을 중심으로 분석하였으며, 이 문서들을 선정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먼저, UN에서는 2015년 160여 개국 정상들을 포함해 193개 회원국 대표들이 만장일치로 SDGs를 승인했다. SDGs는 관련 분야의 전 세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워킹그룹이 다년간의 연구 및 토의를 걸쳐 초안을 작성했고, 이를 토대로 선진국은 물론 발전도상국, 그리고 시민사회, 민간 부분, 학계, 의회 등 다양한 주체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확정되었다. 또한 SDGs는 전 지구적 문제해결을 위한 공동의 규범을 작성하고, 글로벌 거버넌스를 구성 및 운영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이행당사국들은 SDGs의 주요 의제를 이행함과 동시에 국가경영의 핵심가치와 전략으로 적극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노영순, 2017).
UNESCO의 경우, 문화와 지속가능발전에 관해 논의하기 위하여 1998년 「스톡홀름 회의」를 비롯하여 2013년 「항저우 회의」를 개최하였으며, 문화다양성을 증진하기 위한 「세계 문화다양성 선언(2001)」, 「문화다양성 협약(2005)」등을 채택하는 노력을 펼쳤다. 이 중 특히 「문화다양성 협약(2005)」은 현재 유럽연합을 포함하여 146개국이 비준하였으며, 문화 상품과 서비스, 문화 활동의 창작․생산․보급을 위한 역량을 강화를 시키기 위하여 UNESCO가 노력한 결과물이라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 협약을 비준한 이후 이를 이행하기 위하여 「문화다양성의 보호와 증진에 관한 법률(2014)」을 제정하였으며, 최근 지방정부에서도 이와 관련 조례를 제정하였다. 이를 통해 국내에서도 「문화다양성 협약」을 문화 발전을 위한 방안으로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UNESCO, 2017). 그리고 2015년에는 「문화다양성 협약」과 SDGs를 연결한 「문화정책 재구성(2015)」을 발표하였으며, 이를 통해 협약을 이행하는 데 있어 진전된 사항을 분석함은 물론 새로운 문화정책의 방향을 제시하였다(UNESCO, 2017). 물론 UNESCO의 어젠다가 지역보다는 국가적 차원의 접근으로 도시의 문화거버넌스로서 일반화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볼 수 있으나, 「문화정책 재구성」 중 글로벌 리포트의 각 부분은 협약 당사국들이 4년마다 정기적으로 제출하는 국가보고서(Quadrennial Periodic Reports, QPRs)에 대한 분석을 기초로 서술하고 있으며, 여기에 각 나라에서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나타난 문화거버넌스 사례들을 다수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도시의 거버넌스와 관련이 없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UNESCO의 어젠다도 분석하였다.
한편, 2004년 UCLG에서 발표한 「문화21 의제」는 지속가능한 발전에서의 문화적 차원을 강조하며 문화, 시민권, 지속가능성의 관계를 체계적으로 다루었다. 이후 2015년 채택된 「문화21 실천」은 지속가능한 발전의 3차원(환경․경제․사회적 차원)에 문화적 차원을 포함하는 것뿐만 아니라, 문화에 대한 고려 없이는 SDGs를 구체적으로 이행할 수 없다고 최초로 강조한 국제문서이다. 즉, 「문화21 실천」은 문화를 통한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에 대한 연구에 기여함은 물론, 지역문화정책의 실천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안한 중요한 문서임으로,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의 문화거버넌스를 연구하는데 매우 중요한 어젠다라고 볼 수 있다.
2005년 파리에서 개최된 제33차 UNESCO(United Nations Educational, Scientific and Cultural Organization, 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 총회에서 「문화다양성 협약」이 채택되었다. 그로부터 10년 후 UNESCO는 이 협약과 SDGs를 연결하여 「문화정책 재구성(2015)」을 발표하였다. 그리고 2017년에는 「문화정책 재구성(2018)」을 다시 발간하였으며, 이는 「문화다양성 협약」을 이행함에 있어 보다 진전된 상황을 분석하였음은 물론, 이전의 2015년 보고서보다 전세계의 문화정책 평가 및 모니터링을 크게 향상시켰다.
「문화정책 재구성」은 협약 사무국장과 동료들, BOP Consulting, 편집장 등이 포함된 10명의 독립적인 전문가들의 성과라고 볼 수 있으며, 특히 글로벌 리포트의 각 부분은 협약 당사국들이 4년마다 정기적으로 제출하는 국가보고서에 대한 분석에 기초하고 있다(UNESCO, 2017).
이 보고서는 ‘① 지속가능한 문화거버넌스 체계 지원’, ‘② 문화 상품과 서비스의 균형적인 흐름 및 예술가와 문화 전문가의 이동성 증대’, ‘③ 지속가능한 발전 체제에 문화 통합’, ‘④ 인권과 기본적 자유 증진’이라는 4가지 목표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에 따른 핵심원칙, 기대효과, 모니터링 분야, 핵심 지표 등이 제시되었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는 「문화정책 재구성」의 4가지 목표들 중 문화거버넌스와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목표 1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목표 1은 ‘지속가능한 문화거버넌스 체계 지원’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다양한 행위자들이 문화거버넌스 체계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함은 물론, 투명하고 변화하는 상황에 핵심 정책을 적용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확고한 증거에 기반을 둔 문화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여야 한다고 본다(UNESCO, 2017). 그리고 목표 1은 “당사국은 이 협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당사국의 노력에 시민사회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UNESCO, 2005).”고 본 「문화다양성 협약」제11조(시민사회의 참여)와 연결된다.
「문화정책 재구성」에서는 「문화다양성 협약」을 비준한 국가들이 문화정책을 수립하고, 변화하는 상황과 요구에 적응할 수 있는 영감과 정당성을 제공했다고 본다. 특히 문화거버넌스와 관련된 성과로서 협력적 거버넌스와 다중 이해관계자의 정책 결정 방식이 일부 개발도상국과 창의경제 및 문화교육 분야에서 진전을 이루었다. 또한 핵심적인 시민사회 행위자들이 문화정책 이슈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거나 새로운 네트워크 설립 등의 문화거버넌스를 개선하는 역할에 전념하고 있는 것도 이 협약의 성과이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문화정책을 완전히 이행하기 위한 예산이 부족하며, 문화거버넌스의 협의구조와 관행이 충분히 개방적이거나 광범위하지 않아, 문화관련 시민사회단체가 수행할 수 있는 활동의 범위는 제한적이다. 그리고 문화정책 시행에 참여하 기 위해 시민사회단체가 사용할 수 있는 자원 및 역량이 부족한 것도 도전과제이다(UNESCO, 2017).
자료: 유네스코․한국문화관광연구원(2016:5); UNESCO(2017: 33) 재구성
따라서 이 보고서에서는 지속가능한 문화거버넌스 체계를 달성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권고사항을 제시한다. 먼저, 문화정책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의 기술적․재정적 역량을 강화하여 부처 간 협력을 증진시켜야 한다. 그리고 지방정부가 협약을 이행할 수 있도록 뚜렷한 책임구분과 적절한 조정 메커니즘을 포함한 다층적 거버넌스를 지원하기 위하여 역량과 자원을 분산시켜야 한다. 또한 정책의 계획과 실행에 참여하는 문화 시민사회단체의 동반자로서의 역량이 증진되어야 한다(UNESCO, 2017).
「문화정책 재구성」에서는 「문화다양성 협약」에 비준한 당사국들이 ‘4년마다 정기적으로 제출하는 국가보고서’를 정리하였으며, 이들 국가보고서에서 나타난 사례들 중 「문화다양성 협약」을 통해 ‘지방정부’가 문화정책 수립 및 발전에 기여하게 된 사례는 다음과 같다. 먼저 케냐, 토고 등의 지방정부들은 새로운 국가 입법이나 정책 협의 시, 지방 문화정책 발전에 우선순위를 정하는 기틀을 마련하였다. 스웨덴의 경우, 2011년 중앙정부와 주(州) 간의 ‘협력적 문화 모델’이 수립되어 지방정부와 시민사회에 책임이 위임되었으며, 참여자들 간의 대화도 증진되었다. 독일의 경우, ‘연방주 교육․문화부장관 상설회의’가 수십 년 동안 개최되어 이 회의 참여자들이 독일의 국가보고서 준비를 위한 운영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부르키나파소는 국제문화다양성기금의 지원을 받아 13개 주도(州都)의 지방문화 발전전략을 수립하였으며,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간의 역량강화 및 새로운 자원 배분을 촉진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UNESCO, 2017).
2015년 UN 총회에서 채택된 SDGs는 MDGs(Millennium Development Goals, 새천년개발 목표)8)의 후속의제로, 「2030 지속가능발전의제(the 2030 Agenda for Sustainable Development)」라고도 한다. SDGs는 2016년에서 2030년까지 경제 및 사회의 양극화, 사회적 불평등의 심화, 그리고 지구환경의 파괴 등에 대해 모든 나라가 공동으로 지속가능발전 위협요인들을 완화해 나가기 위한 글로벌 협력 어젠다로서, 17개의 목표와 169개의 세부목표로 구성되어 있다(지속가능발전포털 홈페이지 참고).
SDGs는 ‘환경보전․경제발전․사회통합’을 지속가능한 발전의 주요 차원으로 인식하여, 문화를 주요 차원으로 다루어 놓지 않았으며, SDGs의 17개 목표에도 문화가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SDGs의 전반적인 기저에 문화가 중요하게 다루어져 있고, SDGs에서 문화와 직․간접적으로 관련 있는 부분들이 있다고 볼 수 있다.9) 이에 따라 문화영역에서도 SDGs의 17개 목표 및 그에 따른 세부목표를 이행하기 위한 다양한 실천 사례들이 제시되고 있다.10)
이 목표는 2016-2030년 동안 모든 나라가 공동으로 지속가능발전 위협요인들을 완화해 나가기 위한 글로벌 협력 어젠다로서, SDGs 중 특히 목표 16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평화롭고 포용적인 사회촉진, 모두의 사법접근성 보장, 모든 차원에서 효과적, 책임적, 포용적인 제도 구축’과 목표 17 ‘이행수단의 강화와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글로벌 파트너십의 재활성화’에 지속가능한 거버넌스 체계와 관련된 내용이 들어 있다.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세부목표 16.6에서는 “효과적이고, 책임성 있으며, 투명한 제도를 모든 단계의 기관에 구축해야 한다.”고 보았으며, 세부목표 16.7에서는 “호응성 있고, 포용적이며, 참여적이고, 대표성 있는 의사결정을 모든 단계에서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하였다. 또한 세부목표 17.17에서는 “파트너십의 경험과 재원조달 전략을 바탕으로, 효과적인 공공․민관․시민사회의 파트너십을 장려하고 도모해야 한다.”고 보았다(United Nations, 2015).
즉, SDGs에서 나타난 지속가능한 거버넌스 체계는 공공․민관․시민사회 등 다양한 수준에서의 의사결정을 보장하고, 이들 간의 파트너십을 장려해야 함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효과적이고, 책임성 있으며, 투명한 제도를 모든 단계의 기관에 구축해야함을 강조한다. 따라서 이러한 SDGs의 내용들이 문화거버넌스에 직접적으로 적용됨을 알 수 있으며, 앞서 살펴본 「문화정책 재구성」의 목표 1인 ‘지속가능한 문화거버넌스 체계 지원’에 해당하는 내용을 이행함에 있어도 기여한다고 볼 수 있다.
UCLG(United Cities and Local Government, 세계지방정부연합)는 세계의 도시와 지방정부들이 인권, 민주주의, 지속가능성, 문화다양성에 대한 정책을 개발하고, 문화도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2004년에 설립한 지방정부 간 연합체이다(UCLG 홈페이지). UCLG는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을 위하여 ‘글로벌 어젠다 21(Global Agenda 21)’을 실현하고 있는 조직으로서, 특히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에 있어 ‘문화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UCLG는 지역문화정책, 거버넌스, 지속가능한 발전, 그리고 참여민주주의 등에 관한 내용을 체계적으로 다룬 「문화21 의제」를 2004년 채택했다. SDGs가 채택된 2015년에는 「문화21 의제」의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담은 「문화21 실천」을 채택했으며, 이는 지속가능한 발전의 3차원(환경․경제․사회적 차원)에 문화적 차원을 포함하는 것뿐만 아니라, 문화에 대한 고려 없이는 SDGs를 구체적으로 이행할 수 없다고 강조한 최초의 국제문서이다.
「문화21 실천」은 크게 ‘가치’, ‘강령’, ‘활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치’에는 ‘문화, 권리, 시민권’, ‘지속가능발전문화’, ‘지방정부의 책임’에 대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강령’에는 9개 분야의 주제(① 문화적 권리 보호, ② 문화유산, 다양성, 창조성, ③ 문화와 교육, ④ 문화와 환경, ⑤ 문화와 경제, ⑥ 문화, 평등, 사회적 포용, ⑦ 문화, 도시계획, 공공공간, ⑧ 문화, 정보, 지식, ⑨ 문화거버넌스에 관한 지표 및 정책)로 나누어져 있으며, 각 주제 분야에 따른 세부지표 및 정책방안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다. 또한 ‘활용’에는 ‘지역 구현’, ‘자기 평가’, ‘국제 협력’에 대한 내용이 있다.
「문화21 실천」에서 ‘문화거버넌스’와 관련된 내용은 ‘강령’ 중 첫 번째 주제인 ‘문화적 권리 보호’와 아홉 번째 주제인 ‘문화거버넌스’가 해당되며, 본 연구에서는 이 두 주제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문화21 실천」의 강령 중 ‘① 문화적 권리 보호’에서는 문화적 권리를 기반으로 한 문화정책을 수립해야함은 물론, 지역문화의 주체로서 지역민의 문화 권리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시민들의 문화정책의 결정 및 추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권리를 보장 및 확대해야 한다고 본다(UCLG, 2015).
자료: UCLG(2015); 노영순(2017:68,70) 재구성
여기서 ‘문화 권리’란 누구나 자유롭게 문화에 참여하고 표현하는 것에 제약받지 않으며, 사회적 평등을 기반으로 권리와 책임을 동시에 갖는 것을 의미한다.11) 문화 권리에 대한 기본은 ‘참여’이다. 그런데 이 참여는 우리나라의 「문화기본법(2013)」이나 「지역문화진흥법(2014)」에서 제시하는 문화적 활동에서의 참여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자율적 주체가 되어 문화자치를 실천하기 위한 참여를 의미한다. 특히 지역의 문화정책은 지방정부에 의해 이행되지만, 지역민의 참여를 기반으로 한 문화정책이 수립되지 않는다면, 진정한 문화민주주의와 지속가능문화를 구축하기 어렵다(권수빈․김진희, 2017). 그러므로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을 위한 문화거버넌스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지역문화의 주체로서 지역민의 문화 권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들의 참여를 보장하고 확대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문화21 실천」의 강령 중 ‘⑨ 문화 거버넌스’에서는 정부가 문화와 관련된 국제사회의 의제를 기반으로 하여 문화정책 및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공공프로젝트 수행 시 다양한 계층의 의견수렴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며, 특히 문화 관련된 제도 및 프로그램 개발 시 시민참여는 필수적이라고 보았다. 또한 지역 및 중앙정부 간 문화정책을 위한 책임성 부여와 협력강화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UCLG, 2015).
「문화21 실천」에서는 문화 거버넌스를 3가지 수준 즉, ① 시민사회와 민간 활동가 간의 거버넌스, ② 여러 공공정책 분야 간의 문화적 관점을 공유할 수 있는 거버넌스, ③ 다른 정부와 협조 및 협력하는 거버넌스로 구분하였다. 또한 각각 거버넌스가 신뢰와 대화를 바탕으로 상호작용하여 시민사회단체, 기관, 시민 등과 협의 및 협력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때 지방정부는 참여자이자 재정적 지원자, 또는 조력자로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야 지속가능한 문화거버넌스를 구축할 수 있다고 본다(UCLG, 2015).
본 연구에서는 UNESCO의 「문화정책 재구성」, UN의 「SDGs」, 그리고 UCLG의 「문화21 실천」의 보고서에 나타난 문화거버넌스 체계에 관한 내용을 중점적으로 살펴보았다. 이들 문서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내용을 살펴보면, 지속가능한 문화거버넌스를 구축하기 위하여 협의하는 지역 내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협력과 파트너십의 구축이 중요하고, 문화거버넌스 주체로서 정부뿐만 아니라 특히 시민사회의 역할이 중요함을 피력하고 있다. 그리고 문화거버넌스에 참여하는 국가 내의 구성원 간 협력도 중요하지만, 지속적인 국제교류 및 협력을 장려해야 한다고 본다. 따라서 이들 문서에서 강조하는 정부와 시민사회 간의 파트너십과 국제협력에 관한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지속가능한 문화거버넌스를 구축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로는 정확한 정보전달은 물론, 참여과정의 투명성을 보장하고, 효과적이며, 책임성 있는 문화거버넌스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문화거버넌스를 기반으로 한 문화 정책을 채택 및 실행하는 국가의 정책이 보장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정책 대화를 위한 구조적 플랫폼 개발’하고, ‘종합적인 디지털 의제 및 인프라 계획’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문화거버넌스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문화정책을 전담하는 기관을 새롭게 설립하거나, 기존의 기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방정부 및 중앙정부 간 문화정책을 위한 책임성을 부여하고, 협력 강화를 위한 체제도 구축해야 한다.
특히, UN의 경우 이전의 MDGs에서 UN과 산하 국제기구 중심의 하향식 의사결정(Top-Down)방식을 고수했던 것과 비교하여, SDGs에서는 이행당사국과 NGO, 그리고 시민사회 등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친 상향식 의사결정(Bottom-Up) 방식을 지향하고 있다(김병완 외, 2004). 또한 SDGs에서는 기존의 국가중심의 위계 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시민사회와 지역사회 단체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정책의사 결정구조 참여를 장려하고 있다.
그러나 공공영역과 민간영역의 협의구조와 관행이 개방적이거나 광범위하지 않아, 시민사회가 수행할 수 있는 활동의 범위가 제한적이며, 모든 범위의 정책 시행에 참여하기 위해 시민사회단체가 사용할 수 있는 자원과 역량도 불충분한 실정이다.12) 따라서 이러한 시민사회의 참여를 저해하는 장애물들을 극복하고, 더 나은 문화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시민사회의 참여와 관련된 법률제정을 지원하고, 시민사회단체를 위한 적절한 자원과 기술을 제공하여, 시민사회의 역량을 증진시켜야 할 것이다.
특히, 민주적 지방자치를 지지하고, 국제사회에서 지방정부 간 협력을 위해 설립된 UCLG는 지역이 시민의 자율적인 참여 및 의사 결정을 위한 과정들을 조성하는 역할과 지속가능한 문화를 실현하는 장으로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보았다(권수빈․김진희, 2017). 따라서 지역문화 주체로서 지역민의 문화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문화적 권리를 기반으로 지역 문화정책을 수립’해야 하며, 문화정책의 결정 및 추진 시 공공․민관․시민사회 등 다양한 계층의 의견수렴 절차가 필요하다. 특히 문화와 관련된 제도, 정책, 프로그램 개발 시 시민참여가 필수적이며, 문화다양성과 관련된 협약을 비준하고 증진하기 위하여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국가 내에서의 정부와 시민 간의 협력도 중요하지만, 다른 국가와의 국제교류 프로그램 및 파트너십을 통한 국제협력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정부는 문화와 관련된 국제사회 의제(agenda)를 기반으로 한 문화정책과 국가 및 지역 수준의 문화계획을 수립해야 하며, 창조경제13)를 위한 각국 간 협력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Ⅳ. 결론: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을 위한 문화거버넌스에 관한 제언
오늘날 도시의 부상은 지역의 발전을 가져왔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도시화로 인해 각종 문제들을 야기하는 등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결과를 가져왔다. 이에 따라 도시화로 인해 생겨나는 문제들을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가뿐만 아닌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협력이 중요하다. 특히 수많은 단위체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네트워크 형태의 거버넌스를 구축한다면, 보다 효율적이고 유연한 방식의 정책결정은 물론, 정치적 과정의 투입 및 산출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국가를 초월한 도시들 간의 협력은 신지역주의를 만들어 냈으며, 이러한 협력은 서로 다른 나라들의 지방정부, 비정부기구, 개인 활동가 등이 지역적으로 주도한다. 또한 국가행위자보다는 비국가행위자를, 중앙보다는 지방을, 위로부터의 협력보다는 아래로부터의 협력을 중시하며, 한층 풀뿌리의 수준에서 공통의 문제에 대한 협력적 해결을 모색한다. 따라서 오늘날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을 위해서는 국가중심이 아닌 각 도시의 지방정부와 문화예술단체, 대학, 시민, 기업, 국제적 조직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구성원으로 한 네트워크 형태의 문화거버넌스가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문화거버넌스를 구성하기 위한 주요 행위자들의 역할 및 과제는 다음과 같다.
먼저, 국가(중앙정부)가 네트워크의 중심이나 주축이 아니라고 해서, 국가의 역할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국가는 문화거버넌스 체계가 잘 구축될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전달은 물론, 참여과정의 투명성을 보장하고, 효과적이며, 책임성 있는 문화거버넌스 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책 대화를 위한 구조적 플랫폼을 개발하고, 종합적인 디지털 의제 및 인프라 계획을 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문화와 관련된 정부 부처 외에도 문화정책을 수립 및 실행하기 위하여 다른 여러 부처들과 지속적이고 유기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칸막이 행정’이라고 하여, 담당 업무가 아닌 경우 그 업무의 진전이 어려운 경우가 있으므로,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부처 간 협력이 필요하다. 또한 문화정책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의 기술적이고 재정적인 역량을 강화하여, 다른 부처나 공공기관 간의 협력을 확대하여 보다 시너지를 극대화시켜야 할 것이다.
문화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된 다음, 문화 분야와 관련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간의 전략적 제휴, 지역 파트너십, 그리고 안정적인 재정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국가 정책과 공공프로젝트 수행 시 다양한 계층의 의견수렴 절차가 필요하고, 문화 관련 제도․정책․프로그램 개발 시 시민참여가 필수적일 것이다. 그러므로 문화정책을 결정하고 추진하는 과정에 시민참여를 반드시 확대해야 한다.
그러나 문화거버넌스에 참여하는 시민사회가 수행할 수 있는 활동의 범위가 제한적이며, 모든 범위의 정책 시행에 참여하기 위해 시민사회가 사용할 수 있는 자원과 역량도 불충분한 실정이다. 따라서 시민사회의 참여 장려와 관련된 법률제정을 지원하고, 시민사회를 위한 적절한 자원과 기술을 제공하여, 그들의 역량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지금까지 시민사회는 정부차원에서 위임되었던 공익 프로그램의 계획 및 시행에만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사회가 주도하는 계획은 중요한 사적인 이익이 존재하는 분야에 집중될 수 있다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공공정책과 균형을 이루어야 할 것이다.
한편, 오늘날 지역 및 도시차원에서 문화에 대한 관심과 시민들의 문화욕구가 높아지면서, 문화정책을 계획 및 집행하는 지방정부의 역할과 책임이 커졌다. 그러나 그동안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한 문화정책은 지역 거버넌스의 자발적인 의지라기보다 중앙정부 문화정책의 일부분으로서 간주되어, 중앙의 문화정책 지침을 수행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전훈, 2016).
하지만 UCLG의 ‘문화21 의제 및 실천’은 지역거버넌스를 어떻게 구축하고, 지역 차원에서 어떻게 실천해야 할지, 문화민주주의와 문화자치의 관점을 바탕으로 지역문화정책에 대한 실천 방향들을 제안하고 있다(권수빈․김진희, 2017). 그리고 캐나다의 경우, SDGs를 자국의 정책 목표로 활용하고자 했으나, 이전의 MDGs와는 달리 SDGs는 전 세계 모든 국가들에 적용이 가능한 보편적인 가치를 지향하고 있어서, 캐나다의 정책 지향가치를 걸러내는 작업을 통해 자국의 정책에 맞는 「Canada 2030: An Agenda for Sustainable Development」를 2015년 발표했다. 그 결과 SDGs와 연계된 캐나다 고유의 17개 대응목표를 발표했으며, 이 중 9번째 대응목표인 ‘국제 공유목표의 실행을 위한 도시 역할 강화’에서 지방정부의 새로운 재정 구축 및 전달체계의 마련은 물론, 중앙정부 자원의 균형 있는 분배방식에 대한 고민을 강조하고 있다(노영순, 2017). 이러한 점들을 통하여 오늘날 지속가능한 문화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 및 도시의 역할이 중요하며, 문화정책을 수행하기 위한 주체로서 지방정부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문화정책을 계획 및 실행하기 위한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간에 책임성을 부여하고, 이들 간의 협력강화 체제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문화21 실천」 중 지방정부의 책임에서 “지방정부는 공공영역, 민간영역, 그리고 시민사회가 모두 포함된 지역위원회와 같은 지역문화정책을 조율하는 공공포럼을 만들어야 한다(UCLG, 2015).”고 명시되어 있듯이, 지방정부는 다양한 이해관계자 및 기관들의 협력을 증진시키기 위하여 이들 간의 참여를 유도하고, 지역민 스스로 지역문제에 대응하고 해결하기 위한 토론의 장을 조성하여야 한다. 이때 지방정부는 지속가능한 발전의 문화적 차원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조정자’ 또는 ‘조율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을 위한 문화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기 위하여 중요한 것은 지방정부, 시민사회(문화예술단체, 일반시민 등) 뿐만 아니라, 학계(대학, 연구기관 등), 기업, 비정부기구, 나아가 국제적 조직 등 여러 수준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영구적이고 총체적인 문화거버넌스 협력 체계가 지속적이고, 관례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 검토한 글로벌 어젠다들에서는 학계, 기업의 대한 역할에 대한 내용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본 연구에서는 지속가능한 문화거버넌스를 형성하기 위하여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문화적인 권리와 책임을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이 구축되어야 하며, 이를 위하여 다음과 같은 학계와 기업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본다.
먼저, 대학이나 문화연구소 등 학계 차원에서는 문화정책 행정담당자 및 시민의 역량강화에 기여할 수 있는 교육을 담당하고, 나아가 이들 간의 협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그리고 기업은 문화행사에 필요한 비용을 투자하는 문화예술 지원 및 후원(메세나, Mecenat)을 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도시 혼자만의 역량으로는 시민들을 위한 문화 활동을 수행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도시가 인프라를 제공하고 기업이 비용을 지원하는 협력을 이룬다면 호혜적인 보완을 통한 공동의 이익을 창출하게 될 것이다(공용택․김재범, 2011: 61).
또한 지속가능한 문화거버넌스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이전의 존재했던 ‘국제문화정책 네트워크(International Network on Cultural Policy, INCP)’와 같이 각 나라의 문화부 장관들이 모여 전문지식을 공유하고, 새로운 문화정책 이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며, 이에 따른 전략을 개발하는 등의 교류 및 협력 플랫폼을 재구축할 필요가 있다(UNESCO, 2017). 물론 여러 강소국들이 모여 문화정책을 논의하게 되면, 네트워크가 형성된 초기에는 문화관련 어젠다의 국가별 격차를 좁히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로버트 아우만(Robert Aumann, 1930-) 교수의 협조적 게임이론인 ‘구전정리(folk thoerem)’에서 ‘비협조적 게임도 계속해서 반복되면, 협조적 게임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보듯이14) 국제문화정책 네트워크를 통해서 계속해서 각 나라의 문화부 장관들이 모여 교류하는 상황이 반복될 경우, 국가 간 비협조적이거나 격차가 좁혀지지 않았던 상황에서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협조적 균형에 도달하여, 문화 관련 어젠다의 국가별 격차는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다. 또한 현실적으로 다시 국제문화정책 네트워크를 부활시키는 일이 어렵더라도, 지속가능한 도시를 형성하기 위하여 문화적․사회적․경제적 발전에 관한 경험과 아이디어 및 우수사례를 공유하기 위한 문화도시네트워크인 ‘UCCN(UNESCO Creative Cities Network,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15)이나 세계 주요 도시들의 문화정책에 관한 정보공유 및 교류를 목적으로 발족된 ‘WCCF (World Cities Culture Forum, 세계도시문화포럼)’ 등 문화도시네트워크를 통하여 각국 도시들 간의 문화적 교류 및 협력을 증진시켜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다른 국가 및 지역의 전문지식 공유 및 정보를 교환할 수 있음은 물론, 국내외 협력 관계를 강화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나아가 문화가 국제적, 국가적, 지역적 포럼의 탁자 위에 놓이도록 함으로써 문화 정책 이슈에 관한 대화를 진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을 위한 문화거버넌스가 구축된다면, 다양한 지역사회 주체들의 참여를 통해 협력적으로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며, 정책 수혜자의 요구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함은 물론, 지역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다. 그러므로 국가중심이 아닌 지방정부와 각 도시의 시민사회단체, 학계, 기업, 국제적 조직 등을 구성원으로 한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나아가 다른 나라의 도시들과 문화정책을 교류하기 위한 플랫폼을 구축하여, 보다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문화거버넌스 체계가 구축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용어정리
INCP International Network on Cultural Policy, 국제문화정책 네트워크
MDGs Millennium Development Goals, 새천년개발목표
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지속가능한 발전목표
UCCN UNESCO Creative Cities Network,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
UCLG United Cities and Local Governments, 세계지방정부연합
UN United Nations, 국제연합
UNESCO United Nations Educational, Scientific and Cultural Organization, 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
WCCF World Cities Culture Forum, 세계도시문화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