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사회가 원하는 공공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순수예술단체는 티켓이나 기념품 판매와 같이 자체 이익 창출에 의한 수입만으로는 고유목적활동, 즉 예술을 창작하고 결과물을 제공하는 활동을 지속하기가 어렵다(용호성, 2010; Feder and Katz-Gerro, 2012; Preece, 2015). 따라서 또 다른 외부재원이 필요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며, 예술활동을 지원대상으로 하는 정부의 특정 사업 지원을 받기도 하고, 단체의 미션(mission)이나 활동내용에 공감하는 기업이나 개인들로부터 기부금을 받아 운영비와 고유목적사업비를 충당하게 된다. 예술단체 입장에서는 이러한 활동의 유지나 확대를 위해서는 자체수입뿐만 아니라, 공공지원이나 기부를 늘리기 위해 노력하기 마련인데, 정부의 지원과 민간영역의 기부의 관계, 즉 공공지원이 민간기부를 견인하는지 혹은 밀어내는지에 대한 궁금함은 관련 분야에서 실제 활동하고 있는 단체들뿐만 아니라, 공공경제학이나 재정학에서도 주요한 관심의 대상이 되어 왔다(Andreoni, 1989, 1990).
1973년 공공기관인 문화예술진흥원이 설립된 이후 정부는 지속적으로 예술활동에 대하여 재정적 지원을 이어 왔다. 그리고 2010년대에 이르러 저조하던 예술분야 기부 활성화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사회에 필요한 문화예술 서비스를 제공하는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이 일종의 공공재로서 사회에 알려지고 향유되며, 나아가 사회적·국가적으로 경제적·사회적 가치가 중요하다는 인식 확산 노력을 어느 정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예술단체는 공공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예술에 대한 공공지원이 가질 수 있는 궁극적인 기대는 적어도 예술단체의 활동이 시장 속에서 충분히 자생하고, 수요층이 계속 생기는 안정화 단계까지 정부의 지원이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매년 계속되는 정부지원이 예술단체의 경쟁력과 자생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고(박경래·이민창, 2001), 그래야만 체계적으로 미래의 정책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공공지원이 일종의 마중물 역할로 다양한 사적 영역에서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메커니즘(mechanism)를 만드는데 기여하고 있다면 현재는 다소 지나치게 정부지원에 의존하고 있다는 비판으로부터 충분히 설득력 있는 반증을 제시할 수 있고, 오히려 그 필요성에 대한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1970년대 이후 해외에서는 공공지원이 민간지원을 이끌어내는 긍정적인 효과-자체 재원조달을 증가시키는 구인(crowding-in)효과-를 갖는지, 부정적인 효과-자체 재원조달을 감소시키는 구축(crowding-out)효과-를 갖는지에 대해 다양한 연구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Tinkelman(2010)은 미국의 국립예술기금(National Endowment for the Arts, NEA)의 사례를 예로 들면서 공공기관의 예술에 대한 지원이 예술단체에 대한 기부를 달러 대 달러 수준으로 구축한다면 정책관점에서 보았을 때 의회가 NEA에 예술단체 지원예산을 배정하는 것은 무의미하게 되고 새로운 예술활동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보았다. 반면, 구인효과가 발생한다면 공공지원의 역할이나 효과가 극명하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드러날 것이고, 예술에 대한 공공지원의 의의가 좀 더 설득력을 얻을 것이 분명하다. 이처럼 공공지원과 민간기부의 관계를 살펴보는 것은 정부나 예술단체에도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이에 관한 충분한 실증연구가 진행되지 못하였다. 국내 연구를 보면 정부 지원이 포함된 기존 비영리분야 연구는 주로 사회복지에 치우쳐 있고(김준기, 1998; 박경래・이민창, 2001; 이제복, 2015), 순수예술에 대한 정부지원과 민간기부 간 관계 연구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1).
이런 상황을 가정해 보자. A라는 잠재기부자가 있다. 그 사람은 기본적으로 합리적이고 자신의 행동에서 최대한의 효용을 얻고자 한다. 공공지원을 받은 어떤 예술단체가 A에게 기부를 요청해 왔다. 이때 A는 기부하거나 하지 않거나 택일할 수 있다고 가정할 때 A는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음, 공공지원을 받았다는 건 내가 낸 세금 일부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겠군. 그럼 왜 또 돈을 내야 하지?’라고 생각하거나, ‘아, 공공지원을 받은 단체니까 무언가 잘하는 단체인가 보군. 그럼 다른 데보다 여기에 내 돈을 기부하면 어떨까’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본 연구의 기반이 되는 구축효과와 구인효과의 핵심가설이다.
본 연구의 목적은 이러한 예술단체에 대한 공공지원이 민간기부와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그 효과는 어떠한지 실증적으로 분석하는 데 있다. 구체적으로, 예술분야에 대한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민간으로부터 유입되는 기부금을 구축하는지 혹은 구인하는지에 대하여 전국의 예술단체를 대상으로 하는 조사된 데이터를 가지고 분석을 시도하고자 한다. 이러한 양자 간 관계에 대한 분석을 통해 정부의 예술단체에 대한 재정적 지원 효과와 함께 민간의 예술기부가 활성화될 수 있는 방향에 대한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본 연구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먼저 제2장에서 비영리성격을 가진 예술단체의 재원구조를 알아보고, 예술단체에 대한 공공지원과 민간기부의 관계를 분석한 선행연구를 고찰한 후, 제3장에서 연구 대상이 되는 분석자료와 연구방법을 기술한다. 그리고 제4장에서 실증분석과 그 결과를 제시하고, 마지막 장에서 연구의 결론과 시사점을 제시한다.
Ⅱ. 이론적 배경 및 선행연구 검토
예술단체는 크게 나누어 자체수입, 공공지원, 기부의 3가지 재원으로 창작활동이나 단체 운영을 위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데, 국내에서는 그동안 예술단체의 재원 간의 균형이나 집중에 관한 실증적인 연구가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예술에 대한 공공지원의 역사가 상대적으로 길고, 민간기부활동도 활발한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 예술단체에 대한 기부는 미약한 수준이고 이는 곧 예술단체의 재원에서 기부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기 힘든 이유와 연결된다. 미국 예술단체의 경우, 자체수입의 비중이 60%에 달하고 기부는 31%의 비중을 차지하며, 정부의 지원은 7%에 그치는 데 비해,2) 우리나라의 경우 전문예술법인·단체에 국한되기는 하나 자체수입이 21%, 기부금은 3%, 그리고 공공지원금이 76%에 달하고 있다.3) 이는 1970년대 공공지원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후 예술단체의 재정이 정부의 지원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다는 점(김준기, 2000)과 조금씩 늘어나고는 있으나 답보 상태에 머무르고 있는 예술행사 관람률이 보이고 있는 순수예술에 대한 일반 시민의 낮은 관심, 그리고 아직까지는 낮은 예술분야 기부에 대한 인식을 그 이유로 꼽을 수 있다(문화체육관광부, 2017, 2019; 아름다운재단, 2018).4) 실제 비영리분야에 대한 기부현황을 살펴보면 문화예술분야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는 상대적으로 턱없이 낮음을 알 수 있다. 기부문화 분석을 위해 격년으로 조사하는 기빙인덱스(Giving-index) 코리아에 나타난 문화예술기부의 비율은 0.2%~0.5%에 불과하고, 재정패널을 활용한 송헌재·고선·김지영(2019)의 연구에 의하면 문화예술분야에 대한 기부는 최고 0.6% 수준에 머물러 있다.5) 개인이 아닌 기업 기부현황을 살펴보면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사회공헌백서’에는 문화예술분야가 체육과 함께 분류되어 있어 실제 기부는 파악하기가 어렵고, 예술분야 기부 기업들이 회원사로 참여하는 한국메세나협회의 연차보고서에는 연간 2,000억 원 정도의 금액이 사회공헌에 사용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다만, 여기에는 기업이 보유한 시설 운영 지원도 상당부분 포함되어 있어 일반 예술단체에 대한 지원은 나타나는 금액보다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문화예술 정책 변화와 직간접적인 지원 양상을 살펴볼 수 있는 문화예술백서를 보면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기업과 예술단체를 연결하는 「기업과 예술의 만남(Arts & Business) 지원」사업을 시작하였고(2005년), 기업의 경비를 문화예술분야에 사용하도록 독려하는 문화관련 접대비 제도를 시행(2007년)하는 등 여러 정책을 통해 문화예술계로 유입되는 민간의 자원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였다. 이후「 문화예술후원 활성화에 관한 법률」 입법(2014년 시행)을 통해 좀 더 적극적인 예술분야 기부 활성화 정책을 시작하게 되었고, 개인의 소액기부를 예술분야로 이끌어내고자 2011년도에 ‘크라우드펀딩(crowd-funding)’이란 이름으로 소액모금 프로젝트의 첫 모습을 보이게 되었다. 현재는 ‘크라우드펀딩 매칭지원사업’,6) ‘아트서울 기부투게더’(서울문화재단)7) 등을 통해 단순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기 위한 차원을 넘어 실제 기부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온라인 플랫폼도 운영되는 등 예술의 가치를 알리는 홍보 활동이나 캠페인 등8)을 통해 예술분야 기부에 대한 관심증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세금을 내는 이들은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그들이 낸 비자발적인 세금이나 자발적 기부를 통해 공급되는 공공재로부터 효용을 얻게 된다(De Wit & Bekkers, 2017). 이러한 가정을 기반으로, 이론적으로 민간으로부터 유입된 자원이 쓰이는 시장에 정부의 자원이 과잉 공급되면 민간의 자원은 정부의 지출만큼 줄어든다는 것이 구축효과(crowding-out effect) 가설의 핵심인데(Bergstrom, Blume, & Varian, 1986; Roberts, 1984), 세금으로 편성된 정부지출을 기부의 대체재(substitutes)로 인식하고(Andreoni & Payne, 2003), 기부 패턴을 정부지출의 방향과 반대로 움직이게 만드는 현상을 말한다(De Wit & Bekkers, 2017).9)
반면, 정부의 지원이 해당 분야나 단체의 활동에 대한 지원 필요성을 증명하거나 적어도 보여주는 효과(endorsement effect)가 발생한다면 잠재기부자들은 그들의 돈을 기꺼이 단체의 서비스 제공을 위해 내놓는다는 견해가 구인효과(crowding-in effect) 가설이다(Borgonovi, 2006; Eckel, Grossman, & Johnston, 2005; Neto, 2018). 구인·구축효과와 관련한 시각은 구축효과 가설의 정립 이후 시간적인 흐름에 따라 대체로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는데, 초기 연구에서는 납세자(taxpayers)로서의 기부자가 자신의 확장으로 보는 세금에 의한 공공지원에 대하여 완전한 구축효과의 시각을 보여주고 있으나(Bergstrom et al., 1986; Roberts, 1984; Warr, 1983), 198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이러한 시각에 의문이 제기되면서(Andreoni, 1989, 1990) 공공지원은 기부에 대한 불완전한 대체재로서 불완전한 구축효과가 발생한다고 보았고(Andreoni, 1990; Steinberg 1991), 이후 연구에서는 개인이 소유물의 이전, 즉 기부와 정부지원을 완전한 대체재로 보지 않기 때문에 구축효과는 부분적일 수밖에 없거나(Andreoni & Payne, 2011; Luksetich & Lange, 1995; Tinkelman & Neely, 2011), 공공지원이 해당 단체의 가치나 명성을 보여주어 구인효과가 발생한다는 연구결과(Borgonovi, 2006; Eckel et al., 2005; Heutel, 2014; Payne, 2001; Werfel, 2018)도 보고되고 있다.
다양한 형태를 취하는 비영리조직의 특성에 따라, 그들의 수입의 종류와 비율 또한 다양할 수밖에 없고(Kim, 2017; Schatteman & Bingle, 2017), 기부자 입장에서는 잘 모르는 영역에 대하여 본인이 가진 자발적 참여 동기, 비영리단체에 대한 정보, 기부가 아닌 다른 재원 등에 대한 지식 정도에 따라 기부 여부 혹은 참여 정도가 달라지고 있다(Eckel et al., 2005). 그래서 조직 구조나 미션에 따라 다른 목적과 활동을 지속하는 비영리분야간 뿐만 아니라, 지원주체가 되는 정부의 수준, 또는 비영리분야에 대한 중요성과 배경이 다른 국가들 사이에서도 구축·구인효과의 강도나 방향이 다른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조선주·박태규, 2012; Borgonovi, 2006; De Wit & Bekkers, 2017; Khanna & Sandler, 2000).
국내 연구 결과도 다양한 편인데, 시민단체, 관변단체, 사회복지 및 학교법인에 대한 연구(박경래·이민창, 2001)와 보육분야에 대한 연구(조선주·박태규, 2012)에서는 구인효과가, 사회복지기관을 대상으로 한 연구(정무성·김예진, 2017)와 지자체 내의 비영리법인과 사회단체를 대상으로 한 연구(전영옥, 2009)에서는 구축효과가 나타나고 있다.10) 다만, 특정 지역으로 대상이 한정되어 있거나(전영옥, 2009; 조선주·박태규, 2007), 현황자료 위주의 데이터로 연구하거나(정무성·김예진, 2017), 혹은 사용된 데이터가 많지 않았다는 한계를 가진다(박경래·이민창, 2001; 전영옥, 2009; 조선주·박태규, 2012).
Abrams & Schitz(1978)는 앞서 말한 ‘대체효과(substitution effect)’와 정부의 예산책정이 기부자의 가처분소득을 낮추게 되어 기부 감소로 연결된다는 ‘소득효과’로 구축효과의 이론을 설명하고 있다. 먼저 극단적인 합리적 모델(ultra-rational model)로서, 공공재 모형(public goods model)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는데(Andreoni, 2003; Roberts, 1984; Warr, 1982), 아주 이타적이고 공공재의 총합에 신경을 쓰는 잠재기부자가 있을 경우, 공공지원을 자발적 기부의 대체재로 인식하게 된다(Khanna & Sandler, 2000). 이때 잠재기부자는 정부의 지원을 자기 자신의 확장 혹은 자신이 납부한 세금(소득)의 재분배로 보면서(Payne, 1998) 정부지원에 반응하는 완전한 구축효과(complete crowding-out effect)가 나타난다고 보았다.11) 둘째, 상호 효용(interdependent utility) 관계로서 정부지원이 발생하면 수혜단체의 필요(need)를 줄이게 됨을 의미하고 사적 기부의 만족이 약해져서 부분적 구축효과(partial crowding-out effect)가 일어나게 된다. 또한, Andreoni(1989, 1990)는 이타주의자인 잠재기부자의 의사 결정단계에서는 순수 공공재 모형에서 가정한 정보의 대칭성이 무너지게 되고, “warm glow”를 유발하는12) 이기적인 동기(egoistic motive)의 존재나 크기에 따라 구축효과가 불완전해진다고 보고 있다. 만약 잠재기부자가 완전히 이기적인 상태라고 가정한다면 기부행위를 공공재가 아닌 사적재 소비의 일종으로 바라보게 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부행위는 정부지원 수준과 독립적이라는 전제하에 세금이 정부지원의 금전으로 충당됨을 감안할 때, 해당 분야에 대한 정부예산의 책정으로 인한 가처분소득의 감소는 최소한의 구축효과를 가져온다고 보았다. 결국, 구축효과를 가져오는 연구들이 주는 시사점은 정부가 공공지원이 기부에 미치는 효과를 인정하고, 공공지원의 수준을 적절하게 설정해야 한다는 점이다(Heutel, 2014).
구인효과는 구축효과와 반대로 비영리분야에 대하여 정부지원이 이루어질 경우, 해당 분야에 대한 민간기부를 촉진한다는 가설인데, 구축효과와 마찬가지로 이를 설명하는 논리가 연구자별로 다양하게 진행되었다(Khanna & Sandler, 2000). 어떤 비영리조직이 유명하지 않거나, 잠재기부자가 단체에 대한 정보를 완전히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 정부의 지원은 단체의 수준이나 명성의 증거(proof of quality or reputation)를 가지게 되고, 이것이 인증(endorsement)이나 신호(signal)로 작용하여 기부자들의 기부 참여의도를 높이게 된다(정무성·김예진, 2017; Borgonovi, 2006; De Wit & Bekkers, 2017; Heutel, 2014; Nikolova, 2015; Payne, 1998). Borgonovi & O’Hare(2004)는 예술감독들과 심의위원들 인터뷰를 통해 미국의 문화예술분야 공공기관인 NEA의 지원이 기부자들에게 호의적으로 어필할 수 있음을 밝혔는데, 이는 경쟁률 높은 심의과정을 거쳐 선정된 단체는 예술적인 우수함을 보여주는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예술분야 잠재기부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고 본다.13) 또 사람들은 지금보다 더 나은 상태를 원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필요성이 부각되었을 때 기부동기가 생긴다고 볼 수 있는데, 공공지원 수혜단체에 대해서는 이러한 사회적 필요성이 높다고 보고 기부에 참여하게 된다는 것이고(Brooks, 1999; Lu, 2016), 미국의 경우 공공기관(NEA나 주(州)예술위원회)이 가진 권위와 정부지원의 가치에서 원인을 찾고 있기도 하다(Brooks, 2000; Smith, 2003). 게다가, 사회적 필요에 의한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판단되어 선정된 단체들 중 특히 신생단체나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단체의 경우, 그리고 사용내역이나 각종 준수사항이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정부지원은 정보의 비대칭성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어 기부자의 참여 의지를 높일 수 있다(Hughes, Luksetich, & Rooney, 2014; Khanna & Sandler, 2000).
개인의 기부동기를 분석한 비영리분야 연구에서는 순수한 이타심 이외에도 권위나 존경심, 사회적 압력, 죄책감, 동정 등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는데(Bekkers & Wiepking, 2011; Hughes et al., 2014), 비순수한 이타주의에서 발현되는 이러한 ‘warm-glow’를 기부자가 가질 때 불완전한 구축효과가 나타날 것이다(Ribar & Wilhelm, 2002; Andreoni, 1989, 1990).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순수한 이타주의 모델에서 설명하는 완전한 구축효과는 정부지원과 민간기부의 완전한 대체성을 보여주고 있지만, 많은 비영리분야 연구에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기부 동기들은 잠재기부자가 납세자(taxpayers)로서의 성격뿐만 아니라, 또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정부지원과 민간기부의 관계가 적어도 완전한 대체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구축효과와 구인효과 가설을 잠재기부자의 입장에 따라 구분하여 비교하면 아래 <표 1>과 같다.
자료: Abrams & Schitz(1978), Andreoni(1990), Eckel et al.(2005), Payne(1998), 조선주·박태규(2007)의 연구를 재구성
Ⅲ. 분석자료 및 연구방법
예술단체에 대한 정부지원과 민간기부 간의 관계를 실증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본 연구에서 활용한 분석자료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매년 실시하여 백서 형태로 발간하고 있는 <전문예술법인·단체 운영현황조사>의 원시자료14)이며, 설문조사 대상은 문화예술진흥법 제7조에 의한 전문예술법인·단체이다. 전문예술법인·단체는 비영리 법인 또는 임의단체로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나 광역시도 단체장이 지정할 수 있으며, 미술, 음악, 무용, 연극, 국악, 사진과 관련된 전시, 공연, 기획 및 작품 제작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법인(단체)에 신청자격이 주어진다. 예술단체가 이 제도를 통해 전문예술법인이나 전문예술단체로 지정될 경우 기부금품을 모집할 수 있고, 이러한 단체에 기부한 법인은 일정 부분의 세제 혜택(손금 산입)을 받을 수 있고, 개인의 경우 필요경비에 산입할 수 있다. 그리고 전문예술법인에 출연된 재산에 대해서는 상속세 및 증여세가 면제된다. 또한, 시도별로 차이는 있으나 지정된 법인과 단체에 대하여 경비의 일부 보조, 공공시설의 대관이나 무상사용 등 행정적인 지원도 제공하고 있다. 본 연구의 대상이 되는 전문예술법인·단체 운영현황은 언급한 바와 같이 설문조사 결과이고, 매년 신규로 선정되는 단체들도 생겨나는데, 응답에 대한 의무 규정이나 기타 강제적인 의무를 부과하지 않았기 때문에 설문에 응답하는 것은 단체의 자유의사에 맡겨져서 관측치가 매년 일정하지 않은 불균형 패널이다. 국내에서 문화예술단체와 관련한 조사는 「공연예술실태조사」가 있으나, 공연예술분야만 포함되어 있어 본 연구에서는 시각예술까지 포함하는 단체들의 현황이 조사된 자료를 분석대상으로 적용하였다.
분석자료는 2013~2018년(6년)의 기간을 포함하고 있고, 이 기간 동안 활동한 명세에 대하여 설문 조사된 운영현황조사 결과를 자료화하였으며, 매년 시행되는 조사의 대상 기간은 전년도 1년간이다.15) 제공된 데이터는 원시 데이터에 가까우나 설문조사에 근거한 데이터이므로, 좀 더 정교한 추정을 위해 다음과 같은 과정을 통해 정리하였다. 먼저, 본 연구의 대상은 순수예술활동을 하는 단체이므로 단체의 성격이 영리법인인 경우 제거하였다.16) 또, 총수입과 총지출액이 0(zero)의 값을 가지거나 음수인 경우, 활동이 없거나 응답 오류 혹은 오기이므로 이 역시 제거하였다(Kim, 2017; Krawczyk, Wooddell, & Dias, 2017). 단체의 일련번호가 있으나 관측치 자체가 없는 경우도 제거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최종적으로 3,543개의 관측치를 대상으로 분석하였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한국의 비영리분야에서 나타나는 공공지원과 민간기부 간 관계를 분석한 연구가 많지 않다. 더구나 예술분야에서 민간의 자금을 얻어내기 위한 모금 노력의 역사가 다른 비영리분야에 비해 길지 않고, 예술분야의 현황이나 정부의 지원 결과와 관련한 개별예술단체 수준의 원시자료는 축적된 기간도 길지 않고 거의 공개된 적이 없어, 공공지원과 민간기부의 관계를 실증적으로 분석한 연구도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실증분석 단계 이전에 예술단체에 대한 공공지원과 민간기부의 관계를 분석하기 위한 변수 구성을 위해 다음과 같이 실증분석 모형을 구성한다.
여기서, 종속변수인 Donationit는 예술단체 i에 대한 t년도의 기부금을 의미하고, 핵심 설명변수인 Grantit는 예술단체 i에 대한 t년도의 공공지원금을 의미한다. 또한 Controlsitω는 통제변수의 벡터이며, 자체수입액, 직원수, 후원회원수, 소재지, 법인 여부, 복식부기 여부, 활동유형이 포함되었다.17) 또한, αi는 단체효과를, λt는 연도효과를 나타내며, ϵit는 오차항이다.
종속변수인 기부금은 예술단체가 모금한 민간재원(개인, 기업)의 금액을 나타내는데, 이는 단체 활동에 대한 수요를 나타내며, 기부자 만족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측정 가능한 수치이다(Okten & Weisbrod, 2000; Weisbrod & Dominguez, 1986). 공공지원액은 정부나 산하 공공기관을 통해 예술단체에 지원된 금전을 의미하는데, 보조금이나 계약관계에 의한 금전, 정부에 대하여 제공하는 서비스의 수수료 등이 포함될 수 있다(Schatteman & Bingle, 2017). 자체수입액은 티켓(ticket) 판매, 수업료, 멤버십 비용 등 수혜자에 제공되는 서비스 형태에 대한 반대급부로 수수하는 금전이고(Schatteman & Bingle, 2017), 자체수입의 항목으로 프로그램 수입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데(Andreoni & Payne, 2011; Smith, 2007), 본 연구의 분석자료에서는 자체수입액이 해당된다. 직원의 수는 단체에 소속된 예술가뿐만 아니라 기획, 행정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까지 포함한다. 후원회원의 수는 후원회원이 해당연도에 기부를 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으나 단체별로 다양한 수의 후원회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는 종속변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설명변수에 포함하였다. 그리고 Trussel & Parsons(2007)는 기부 결정 과정은 단체의 재정적인 정보에 대한 평가를 포함하고 있다고 보고 있는데, 복식부기 여부는 단체의 재정적 정보를 담고 유지하고자 하는 단체 속성을 대리한다고 보아 변수로 포함하였다. 또 분석자료를 구성하는 예술단체는 법인(재단법인, 사단법인)과 단체로 구분되는데, 법인과 단체는 운영방식이나 이해관계자의 속성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법인 여부 변수 역시 포함하였다. 소재지(수도권/비수도권)와 활동유형(공연단체, 공연장운영단체, 전시기획및전시장운영단체, 지원기관및기타단체)은 단체 속성을 나타내는 통제변수로 활용하였다.
먼저, 단체와 시간을 고려하지 않고 데이터를 하나로 모아서 통합보통최소제곱법(pooled ordinary least squares/POLS)으로 모형을 추정한다. 이때 패널구조를 가진 데이터로 POLS 추정을 할 경우에는 오차항 간 시계열상관 문제가 있을 수 있으므로 클러스터 분산 추정량을 사용한다.18) 그런데, 실험연구에 의하지 않은 패널데이터는 이분산성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아 POLS로 추정할 경우 표준오차에 영향을 주어 비효율적인 추정량이 도출될 수 있다. 또한, 분석자료에 변수로 포함되지 않아 관찰되지 않은 개체별 특성(unobserved heterogeneity)이 오차항에 포함된다면 오차항과 설명변수 사이의 상관관계 때문에 누락변수 편의(omitted variable bias)가 생겨 일치추정량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오차성분 모형(uit = μi + ϵit)을 가정해야 하는데, Hausman test 결과, 임의효과(Random Effect) 모형보다 고정효과(Fixed Effect) 모형 추정이 본 연구 데이터에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19). 여기에, 효율적인 추정을 위해서는 μi와 ϵit가 상관되지 않고, μi가 i에 걸쳐 동분산이며, ϵit가 i와 t에 걸쳐 비상관이고 동분산을 가진다는 가정이 필요하다.20) 하지만 통상적인 패널데이터에서 이러한 가정이 성립한다고 확신하기 어렵기 때문에 견고한 표준오차를 결합하여 추정한다. 다만, 공공지원과 민간기부는 내생성(endogeneity)을 가질 수 있는데(Heutel, 2014; Kingma, 1989; Payne, 2009), 설명변수의 측정오차가 있거나 누락변수 등으로 발생하는 내생성은 도구변수를 활용하여 해소할 수 있다(Angrist & Krueger, 2001; 우석진, 2018). 그러나 도구변수를 찾는다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렵거니와(Heutel, 2014; 권남호·신헌태, 2018), 선행연구에서는 지역수준의 개인에 대한 정부의 이전지출(Andreoni & Payne, 2003; Heutel, 2014; Payne, 1998)이나 지역수준의 예술단체와 예술지원기관 배정 예산(Smith, 2007)을 도구변수로 사용한 사례가 있지만 본 연구에 사용된 데이터는 단체 소재지가 수도권/비수도권으로만 구분이 되어 있어 유사한 도구변수의 도입이 어렵다. 이러한 데이터가 가진 속성의 한계로 본 연구에서는 설명변수가 오차항과 상관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계 차분하여 모형을 추정하고, 그 결과를 함께 제시한다.
실증분석을 위해 활용한 변수에 대한 설명과 데이터의 기초통계량은 <표 2>와 같다. 변수별로 살펴보면, 기부금은 평균 약 6천 3백만 원을 보이고 있고, 공공지원금은 약 14억 원으로 나타나고 있다. 직원수는 평균적으로 약 222명이고, 후원회원수는 평균 56명 정도인데 표준편차가 좀 큰 편으로 나타났다. 36%가량이 수도권에 소재하고 있고, 법인이 43% 정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33%의 관측치가 복식부기를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활동유형은 공연단체가 가장 많은 비율(74%)을 차지하고 있고, 공연장운영단체가 가장 적은 비율(3%)을 차지하고 있다. 한편, 지원기관및기타단체의 수도 15%의 비율로 낮지는 않은 편임을 알 수 있다. 변수들 중 연속형 변수인 기부금, 공공지원금, 자체수입, 직원수, 후원회원수는 평균값을 고려할 때 표준편차가 큰 편이다. 따라서 선형관계 파악을 위해서 이들 변수를 자연로그로 변환하여 최종 설명변수로 설정한다.
Ⅳ. 분석 결과
분석자료에 포함된 내용 중 예술단체에 대한 기부금(donation)을 종속변수로 설정하고, 공공지원금(grant)을 핵심 설명변수로 하여, 전체 표본에 대하여 (1) 합동최소자승모형(POLS)과 (2) 임의효과모형(RE) 및 (3) 고정효과모형(FE)을 추정하였고, 아울러 고정효과모형 중의 하나인 (4) 1계 차분(FD) 모형도 함께 추정하여 <표 3>에 제시하였다. 모든 모형에 대해 단체별로 발생할 수 있는 오차의 군집에 의한 이분산성(heteroskedasticity)을 고려하여 군집-강건한 표준오차(cluster-robust standard error)를 구하고, 통계적 유의성을 검증하였다. 분석 결과, 공공지원, 자체수입, 법인 여부, 복식부기 여부 등의 변수들이 대체로 모든 모형에서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한 양(+)의 계수로 추정되었다.21) 구체적으로 공공지원이 10% 늘어날 경우 민간의 기부는 약 0.5%~0.6%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되었고, POLS보다 고정효과모형 추정시 추정계수가 조금 더 높게 나타났다. 그리고 다른 조건이 동일할 때 복식부기를 시행하는 단체는 그렇지 않은 단체보다 평균적으로 더 기부금을 모금하는 것으로 추정된다(0.469~0.547). 직원의 수는 POLS와 RE 모형 추정에서는 기부 증감과 관련하여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게 나타났으나, FD모형에서는 유의미하게 차이가 나타났다. 후원회원의 수는 대체로 기부금의 증가와 양(+)의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통계적으로도 유의하나, 고정효과모형에서는 계수추정치가 낮게 나타났다. 예술단체가 법인일 경우 단체인 경우보다 기부금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지원기관 및 기타 유형에 속하는 단체일 경우 기준변수인 공연단체보다 기부금을 더 모금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해당 유형에 법인인 공공재단 등이나 협회가 포함되어 있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22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적어도 전문예술법인·단체의 경우, 공공지원을 받을 때 미약하지만 기부도 함께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나 외부재원의 총량이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리고 각 모형들이 계량경제학적으로 다른 가정을 가지고 있음에도 핵심 설명변수인 공공지원금의 계수 및 통계적 유의성이 거의 유사함을 보여주고 있다.
<표 3>에 제시된 바와 같이 핵심설명변수인 공공지원이 민간기부와 양(+)의 관계를 가지는 점은 잠재기부자의 입장에서 보기에는 개별단체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단체의 명성이나 가능성을 확인시켜준다고 본 선행연구 결과와도 일정 부분 일치한다고 할 수 있다(Borgonovi, 2006; Neto, 2018). 또, 복식부기를 하는 단체일 경우, 민간영역의 재정지원을 더 받는다는 결과는 김성규(2015)가 주장한 바와 같이 비영리단체의 투명성은 ‘잠재기부자들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전제 조건’임이 되고, 복식부기는 이러한 투명한 회계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복식부기에 의한 재무제표의 외부 공개 등을 통해 단체의 투명성을 높이는 작업이 중요함을 보여준다.
Ⅴ. 결론 및 시사점
본 연구는 순수예술분야에서 그동안 거의 시도되지 않았던 공공지원과 민간기부의 관계를 실증적으로 분석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비영리분야에 대한 정부지원과 민간기부 간 관계를 대표하는 구축효과 가설을 기반으로, 대부분의 국가가 시행하고 있는 예술단체에 대한 공공지원을 통해 순수예술을 국민에게 서비스하려는 정부정책이 민간기부와 어떤 관계를 가지는지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매년 조사하는 전문예술법인·단체 운영현황의 원시자료를 활용하여 분석하였다. 다양한 범위와 출처를 가진 데이터 분석을 통한 선행연구들에서 구인효과와 구축효과가 혼재되어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예술단체의 주요 수입원인 공공지원과 민간기부 간 관계를 살펴보는 것은 미래의 정책 방향에 대한 제안 차원에서 필요할 뿐 아니라, 예술단체의 지속적인 경영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즉, 공공지원이 약한 구축효과를 보이거나 구인효과를 가져온다면 정부 보조금의 삭감이나 지원사업의 폐지는 실제 공공지원의 감액분보다 더 해당 분야에서 활동하는 단체의 재원을 줄이게 될 것이나(Khanna & Sandler, 2000), 정부지원이 오히려 대체재로 인식되어 기부활동이 감소하는 강한 구축효과를 보인다면 지원 효과에 대한 타당성을 의심할 수 있고(조선주·박태규, 2012), 해당 공공지원은 줄이거나 다른 지원사업을 찾아봐야 한다는 보조금 정책에서의 방향성을 찾는 데 본 연구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박경래·이민창, 2001).
분석결과, 전문예술법인과 전문예술단체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이들 단체에 대한 기부를 밀어내지 않고 미약하긴 하나 통계적으로 유의한 구인효과가 발견되었다. 이는 선행연구에서 나타나듯이 비영리분야 전체가 아닌 세부분야에서 구축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선행연구 결과와 일치하며, 특히 예술분야에서 구인효과가 나타난다는 일련의 선행연구들과 맥락을 같이 한다(Borgonovi, 2006; Brooks, 1999; 2000; Smith, 2007). 국가와 환경이 달랐음에도 유사한 결과가 도출된 점은 예술에 대한 인식이 단순히 경제적 동기에서 발현되는 부분과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뿐더러, Andreoni(1989, 1990)가 제기한 ‘warm-glow’가 우리나라 예술분야 기부에서도 나타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비영리분야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민간의 기부를 밀어낸다는 ‘완전한 구축효과’ 가설이 정립된 이후 진행된 실증 연구들의 결과를 메타분석을 통해 연구한 De Wit & Bekkers(2017)에 따르면, 실험 연구에서는 구축효과가, 비실험적 연구에서는 구인효과가 일정부분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중앙정부의 지원이 직접 지출(expenditure)이 아닌 보조금(subsidy) 형태일 때 구축효과가 덜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본 연구가 비실험연구이고, 우리나라 예술단체가 주로 보조금의 형태로 공공지원을 받고 있음을 감안하면, 분석 결과는 해외 연구결과들이 보여주는 패턴과 비슷하게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본 연구는 정부지원과 민간기부의 관계를 데이터에 기반하여 계량적으로 추정하였는데, 추후 연구에서는 정부 정책이 해당 비영리분야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자발적인 참여를 전제로 하는 기부행위가 정부의 재정적 지원만이 아닌 다른 영향, 예를 들면 세제의 변화나 정부 정책에 반응하는 기업의 참여 등과 연결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구축효과 가설이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단체에 대한 잠재기부자의 충분한 정보 인식을 전제하고 있으나, 실제 연구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나타나고 있고, 알고 있더라도 당초 의사를 바꾸지 않는 경우도 있어(Horne, Johnson, & Van Slyke, 2005), 실제 기부자에 대한 인식을 알아보는 작업도 필요할 것이다. 또한, 단체의 활동유형을 공연단체, 공연시설 등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연도별로 세부 장르까지 정리되어 있지 않은 경우도 있어 향후 데이터 구축시 이러한 점이 보완된다면 음악, 연극, 무용과 같이 공연예술 세부장르별로 나타나는 양상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지원이 민간의 기부를 일부 견인하고 있다는 본 연구 결과는 향후 다음과 같은 정책적 뒷받침과 예술단체의 노력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첫째, 정부는 적어도 현재 수준의 지원을 유지하여야 한다. 그러면서 예술계에 대한 지원총량이 확대될 수 있도록 일반시민들에게 예술의 사회적·경제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알리면서, 중요한 재원이지만 해외에 비해 지나치게 저조한 예술기부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고, 국민들이 예술에 대한 기부에 관심을 더 가지도록 노력해야 한다.23) 둘째, 예술단체의 모금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인력 양성교육의 강화나 간접 지원의 확대, 이를테면 모금전문가(fundraiser) 교육이나 타 비영리 분야의 모금 인력과 예술계가 만날 기회 제공, 좋은 모금사례의 공유와 같은 정부와 공공기관의 적극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셋째, 예술단체에서는 공공지원에 의존하는 현재의 재원 구조에 대한 고민과 함께 용호성(2010)이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예술단체 대표에 의한 운영이나 의존 탈피와 재무관리의 투명성도 함께 개선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런 일들을 통해 향후 관련된 데이터의 축적이나 예술단체의 재원조성활동이 더욱 활발해지고 다양한 수준의 지원과 실제 성과가 모여 공공지원과 기부 간 관계에 대한 새롭고 발전된 수준의 조망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한편, 본 연구는 몇 가지 한계점과 그에 따른 시사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본 연구에 포함되는 예술단체의 범위가 전문예술법인·단체로 국한되었는데, 전문예술법인과 전문예술단체는 전체 민간예술단체의 평균적인 모습을 대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일정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예술단체들에 대한 공공지원이 기부를 견인하니 무조건 정부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일반적인 논리는 성립하기 힘들다. 둘째, 분석자료의 한계에서 오는 통제변수의 사용에 대한 아쉬움이다. 선행연구에서는 모형 설정시 단체별 세부 소재지역, 인구, 특정연령대의 인구 혹은 비율, 평균연령, 1인당 총소득 등을 통제하고 있는데(Andreoni & Payne, 2011; Heutel, 2014; Neto, 2018; Smith, 2007), 예술단체의 소재지가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만 분류되어 있는 분석자료의 한계로 그러하지 못하였다.24) 셋째, 본 연구에 사용된 분석자료는 단체수준의 자료(organization-level data)로서 많은 해외연구들도 유사한 종류의 데이터를 가지고 분석함에도 불구하고,25) 기부자의 실제 기부 동기는 파악하기 어려운 공통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향후 문화예술 기부자들에 대하여, 그들이 기부하였던(혹은 하고자 하는) 단체들의 유형에 대해서도 연구가 이루어진다면 기부자의 속성을 파악할 수 있고, 향후 모금 전략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공공지원과 민간기부 간 발생할 수 있는 내생성의 한계를 가지고 있다. 보통 공공지원은 전년도 말부터 당해년도 초까지 심의를 통해 지원 여부가 결정되므로 동시성(simultaneity) 문제는 해결이 될 수 있으나, 예술단체의 보이지 않는 특성(대표나 담당직원의 전문성, 네트워크 등)외에도 Payne(2009)이 지적한 바와 같이 유권자의 선호와 맞물린 보조금과 기부의 관계, 재난 발생시나 특정 비영리분야에 대한 선호가 갑자기 올라가 발생하는 수요 충격(demand shock) 등에 의해서도 내생성이 발생하여 추정계수의 상향편의가 발생할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체 소재지가 세분화된 데이터를 구축하고, 도구변수를 활용한 2SLS(Two Stage Least Squares)나 시스템 적률추정법(System-GMM) 등의 연구방법을 활용하여 살펴볼 수 있는데, 본 연구에서는 자료의 한계로 이를 적용하지 못하였으며, 이는 추후 연구과제로 제안하고자 한다. 이와 같은 한계를 일정 부분 지니고 있음에도, 본 연구가 정부지원과 민간기부간 관계를 실증적으로 분석하려는 시도로서 향후 예술단체의 다양한 재원조성 관련 연구들의 기초연구의 의미를 가지기를 희망한다.
다양한 재원을 통해 예술단체가 활동을 지속하는 것은 현재의 예술계뿐만 아니라, 예술을 향유하는 일반 국민과 우리의 후세대에도 상당히 중요한 일이다. 아직까지 예술을 향유하는 국민의 상당수가 영화를 압도적으로 즐기고, 순수예술을 즐기는 사람들의 비율이 턱없이 낮은 상황을 넘어서, 좀 더 많은 이들이 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교하고 투명한 공공지원을 통한 예술창작과 향유활동의 확대뿐만 아니라, 예술단체의 적극적인 모금 활동이 연결될 때 순수예술을 즐기는 국민이 더 늘어나고, 그에 따라 예술계로 지원되는 총량이 늘어날 것이라 기대한다. 다행스러운 점은 우리 국민들이 예전보다는 조금 더 예술기부에 관심을 가진다는 사실이고,26) 정부나 공공기관이 재정적 지원만큼이나 우선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고 실행해야 할 핵심은 앞서도 언급하였지만 김성규(2015)가 말한 바와 같이 예술계와 함께 힘을 모아 예술의 가치를 사회에 알리는 작업을 지금보다 더 다양하고 폭넓게 진행해나가는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