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문제제기
현재 한국 음악시장을 적절히 설명하는 단 하나의 문장을 찾으라면, 단연코 이 문장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대중의 선호가 하나의 현상이 되어, 차트에 반영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대중음악은 차트가 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대중들이 소비하는 음악이 차트 상위권에 올라서 이른바 인기가 있다고 표현할 수 있어야 하는데, 역으로 순위가 취향을 형성하는 왜곡된 음악시장의 현주소를 정확히 지적한 말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음악시장은 주로 디지털 음원의 형태로 생산되며, 대중은 이러한 음원을 유통하는 음악플랫폼(온라인음악서비스제공자)에서 음원을 스트리밍하는 방식으로 소비한다. 음악플랫폼에서 영업이익의 증대라는 사업적 필요에 의해 집계하는 차트는 시장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유통플랫폼 내 차트 진입이 ‘돈’이 되기 때문에, 가수들은 차트 진입을 가장 중요한 프로모션 툴(promotion tool)로 활용하고 있다. 차트란 엄연히 현재 대중이 좋아하는 음악의 취향이 어떠하며, 어떠한 방향성을 선호하는지를 보여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본질이 왜곡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거대 팬덤을 거느린 유명 가수를 제외한 가수의 곡이 1위에 올랐을 때, 무조건 음원사재기 의혹이 제기될 정도이다. 나아가 이러한 음악시장의 왜곡은 시장 내 행위자들 간 불신마저 초래하고 있다.1)
본 연구는 논란이 심화되고 있는 음악시장에 대해 적극적인 정부개입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였다. 그리고 현 시점에서 이러한 정부개입은 자율규제의 형태에서 좀 더 강화된 규제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상술한 음악시장의 왜곡은 이미 사회문제로 공론화 되었으며, 이를 해결하고자 정부에서는 업계의 자율적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아가 관련 법률에 음원사재기 행위의 구체화를 비롯한 정부 차원의 명령 조치의 근거 및 처벌조항까지 명시하였지만 문제 해결이 요원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 논문은 음원사재기 현상을 중심으로 음악시장이 처한 환경과 그동안 이루어져 온 정부개입이 왜 실효성을 확보하지 못했는지를 분석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첫째, 산업으로서의 음악과 기존 음악산업에 대한 정부개입의 내용을 살펴본다. 둘째, 음원사재기 현상의 전개과정을 정리하고, 이 과정에서 정부의 대응이 어떠했는지 분석한다. 셋째, 음원사재기에 대한 기존 정부개입의 한계와 그 원인을 분석한다. 마지막으로 결론을 대신하여 음악산업 내 행위자 간 신뢰회복을 위한 정부의 역할을 제안하고자 한다.
Ⅱ. 음악산업과 정부개입에 대한 논의
일반적으로 음악산업은 문화산업의 한 영역으로 접근한다.2) 한국의 「문화산업진흥기본법」에서는 문화산업을 “문화상품의 기획·개발·제작·생산·유통·소비 등과 이에 관련된 서비스를 하는 산업”으로 정의한다. 여기서 문화상품은 “문화적 요소3)가 체화되어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유형·무형의 재화와 그 서비스 및 이들의 복합체”로 명시하고 있다. 즉, 문화산업은 문화상품을 통해서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정의에 따른다면, 대중음악은 문화의 일부로서, 대중을 상대로 생산·유통·소비되는 음악을 말한다. 또한 음악산업은 음악이라는 문화상품의 기획·개발·제작·생산·유통·소비 등을 통해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관련법인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음악산업법)4) 제2조에서는 음악산업을 “음악의 창작·공연·교육, 음반·음악파일·음악영상물·음악영상파일의 제작·유통·수출·수입, 악기·음향기기 제조 및 노래연습장업 등과 이와 관련된 산업”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또한 음악산업과 관련 있는 업종으로는 음반·음악영상물의 제작업, 배급업, 판매업 등이 있으며, 일반적으로 대중이 스트리밍 및 다운로드의 방식으로 이용하는 온라인음악서비스제공업이 있다. 온라인음악서비스제공업은 음악산업법에 따르면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악파일·음악영상파일을 소비자의 이용에 제공하는 영업”이라고 볼 수 있는데, 본 논문에서는 서론에서 명시한 바와 같이 ‘음악플랫폼’이라 지칭한다.
현재 한국의 음악시장은 인터넷, 스마트기기 등의 보편적 이용과 더불어 온라인 중심의 시장으로 바뀐 디지털 음악 산업의 확대기에 해당한다(신항우 외, 2019: 21-24). 특히 2004년 대표 음악플랫폼인 멜론(Melon)5)이 출시되면서 기존의 오프라인 중심의 시장이 현재의 온라인 중심의 시장으로 변화하였다(송진 외, 2015: 49). 또한 과거에는 소비자가 음반을 소유하거나, 디지털 음원의 경우에도 다운로드하여 해당 음원을 소유하는 형태였다면, 지금은 스마트기기 사용의 보편화, 국내 LTE망과 전국적인 와이파이 존의 확대가 이루어지면서 디지털 음원을 스트리밍 방식으로 소비한다. 따라서 음원을 발매하는 가수 및 기획사는 소비자가 ‘모바일’로 음악을 ‘스트리밍’한다는 것을 전제로 음원을 기획하고 홍보한다.
요약하면, 현재 음악플랫폼은 모바일을 중심으로 첫째, 장르, 시대, 취향 등으로 카테고리화하여 소비자의 편의성을 도모한 큐레이션 서비스, 둘째, 소비자가 듣고자 하는 음원을 고르고 저장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셋째, 음원을 다운로드 받아 소유하는 것이 아닌, 음악플랫폼에 접속하여 플랫폼의 자체 플레이어를 통해 스트리밍하는 서비스로 구성되어 있다(권준경 외, 2013: 197). 한국만의 특이점으로는 음악플랫폼에서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하지만, 음원 소비는 플랫폼이 자체적으로 집계하는 차트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써 음원 발매 직후 빠른 시간 내 음악플랫폼의 차트에 진입하는 것이 흥행에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되었으며, 음악산업에서 음악플랫폼이 차지하는 지위는 매우 높은 편이다.
2019년 기준 멜론, 지니뮤직, 플로, 네이버바이브, 벅스뮤직 등이 대표적인 음악플랫폼으로, 특히 멜론과 지니뮤직은 음원시장 점유율 1, 2위 기업으로 전체 시장의 67.2%를 점유하고 있다(신항우 외, 2019: 91). 사실상 독과점 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며, 1위 사업자인 멜론을 중심으로 소수 음악플랫폼의 차트 영향력이 매우 높다. 또한 2011년부터는 스마트폰 보급과 통신기술 발달로 인해 음원 스트리밍으로 디지털 음악 시장이 변화하면서 기존의 음원 다운로드 방식의 음원 이용 행태가 변화하였다(이도엽·양은영, 2017: 66). 즉, 음원을 소유하는 다운로드 방식이 음원에 접근하는 스트리밍 방식으로 변화한 것이다. 음원 스트리밍 시장의 주요 서비스로는 멜론, 지니뮤직, 플로, 애플뮤직, 스포티파이 등이 있으며,6) 이 중 음원시장 점유율 1위인 멜론이 음원 스트리밍에서도 한국 내 1위 음원 서비스 업체이다.7) 특히 1위 사업자인 멜론의 경우, 현재 가장 영향력 있는 차트로서, 실제 멜론이 제공하는 차트 순위에 대한 대중의 신뢰도는 다른 음악플랫폼에 비해 높은 편이다(이규탁, 2015: 17).
한국 대중문화의 위상은 ‘한류’의 확산으로 더욱 높아졌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TV 드라마 콘텐츠에서 시작한 한류는 영화, 게임 등 각종 콘텐츠를 거쳐 그 영역을 확장하였으며, 최근에는 K-POP으로 불리는 대중음악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에서 대중문화는 규제 속에 성장해 왔으며(김정수, 1999: 200), 대중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음악이나 영화, 공연의 경우 사전심의와 검열이 존재했다. 내용, 소재, 표현 등 다방면에서 규제가 빈번했으며, 민주화가 이루어진 이후인 1990년대에도 방송사를 중심으로 청소년 보호 등과 같은 공익적 목표를 가진 일부 규제는 여전히 존재했다.
대중음악의 경우, 공연윤리위원회의 음반심의제도가 1996년까지 존재했으며, 지나친 영어 단어 사용을 제한하거나, 가수들의 의상, 염색한 헤어 등에 대하여 방송사와 방송심의기구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규제가 존재했다. 특히 음반심의제도는 국내에서 발매되는 모든 음반의 내용을 사전에 심사하여, 발매 유무를 결정하는 제도로서 많은 대중음악인들의 저항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의상규제는 1990년대 후반 상당히 엄격하게 이루어졌는데, 일례로 1994년 10월 지상파 방송 3사는 노출의상, 삭발·장발의 헤어스타일 등을 규제했으며, 방송 전 제작진은 복장검사를 하기도 하였다.8) 이후 의상규제는 일부 완화되었지만, 2010년 6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지상파 방송 3사에 대한 ‘선정성 주의’ 권고를 계기로 각 방송사는 자체적인 규제를 재수립하게 된다. 2014년에는 안무에 대한 선정성 심의도 강화하였는데, 이는 청소년 시청보호 시간에 방송되는 프로그램에 대한 심의 강화로, ‘청소년 보호’가 주목적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사전심의, 검열과 같은 억압적 규제는 점차 줄어들었다. 이는 1980년대 후반 이루어진 민주화의 영향 속에서 대중음악인들의 시대적 저항이 함께 한 결과이다. 대표적으로 정태춘, 박은옥은 최초로 사전심의를 받지 않은 채 당시 기준으로 불법이라 할 수 있는 앨범9)을 발매하기도 하였으며, 이는 사전심의철폐 운동을 촉구한 하나의 사건이 되었다. 이후 1995년 대중적으로 높은 인기와 인지도를 지닌 서태지와 아이들의 4집 수록곡인 ‘시대유감’에 대한 사전심의결과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면서 공연윤리위원회의 사전심의에 대한 논쟁을 심화시켰다. 결국 이 사건은 사전심의제도 폐지의 결정적 사건(trigger)이 되었다. 1995년말 공연윤리위원회의 음반심의제도 폐지에 관한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으며, 1996년 6월 정식으로 동 제도는 폐지되었다.
현재의 대중음악은 예전에 비해 표현의 방식을 제약하는 경우도 급격히 줄어들었으며, 대중이 음악을 즐기는 방식은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인해 방송을 벗어나 인터넷, SNS 등으로 플랫폼 자체가 확장하고 있다. 그 결과 음악산업을 비롯한 문화산업에 대한 정부개입은 청소년 보호와 같은 일부 공익 목적을 표방한 규제를 제외하고는 진흥정책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정부는 1994년 5월 문화산업국 신설을 시작으로 고부가가치를 지닌 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명목 하에 수출을 증진시키는 산업진흥정책을 수립하거나, 각종 유인적 정책수단을 강화하였다.10) 1999년에는 ‘문화산업진흥기본법’을 제정하여 “규제가 아닌 진흥과 지원을 위한 법률”로서 문화산업이 경제적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정책 지원을 하고자 하였다(정헌일, 2007: 126-127).
대중음악도 정부의 문화산업진흥이라는 정책기조의 영향을 받아 시장개방, 외자유치 등이 이루어졌고, 이른바 전문적인 매니지먼트를 바탕으로 가수를 양산하는 대형기획사가 본격적으로 등장하였다(신항우 외, 2019: 29). 대형기획사를 중심으로 성장한 아이돌 그룹을 비롯한 가수들은 한류의 주요 일원이 되었으며, 정부는 한류 확장을 위한 정책을 강조하며 후방지원을 하는 형태로 정책을 추진하였다. 이 외에 한국콘텐츠진흥원을 중심으로 2000년대 초반부터 각종 지원정책도 이루어졌다. 주요 사업으로는 “인디레이블 육성지원 사업, 음악사랑 캠페인 지원 사업, 음악 해외전시회 참가 지원 사업, 음악콘텐츠 창작활성화 사업, 음악 콘텐츠 해외 고정 프로그램 확보 지원 사업” 등이 있다(권준원·권미영, 2016: 138).11)
한편, 음악산업 등 대중문화에 대한 규제완화 분위기에 따라 정부는 규제가 필요한 경우에도 일종의 자율규제 방식을 활용한다.12) 정부가 자율규제 또는 직접 규제의 형식으로 개입하는 경우는 대부분 시장질서 확립, 지식재산권 보호를 비롯하여 청소년 보호, 건전한 문화향유 환경 조성 등을 목적으로 한다.13) 음악산업과 관련해서는 영화, 음반 및 각종 영상물 등의 내용을 심의하는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있다.14) 미국, 영국 등에서는 청소년에게 위해하다고 볼 수 있는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내용의 영화, 음반 및 각종 영상물에 대해서 자율규제의 형태로 등급을 분류하는데,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과거 공연윤리위원회와 달리 위원회 구성이 민간인이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이를 민간 자율규제 기관으로 분류한다(최성락 외, 2007: 92).
그동안 음악산업에 대한 정부개입은 문화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각종 진흥 및 지원정책 이외에 사전심의와 검열에 따른 내용규제가 존재하였고, 이에 따른 표현의 자유 저해가 정부개입의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청소년 보호와 같은 공익적 목적을 표방한 경우를 제외하고 각종 규제를 완화시키는 추세였으며, 산업진흥을 위한 시장 자체의 성장에 초점을 두었다. 이에 반해 본 연구에서 다룰 음원사재기 현상은 일정 수준의 산업화가 이루어진 이후 나타난 시장 왜곡 현상 중 하나로서, 정부개입의 양상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음원사재기는 차트의 순위를 조작하거나 저작권 수입을 목적으로 특정 음원을 부당하게 구입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수천 대의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통해 여러 음악 플랫폼에 가입한 후 특정 음원을 반복해서 스트리밍하는 방식으로 음원사재기가 이루어진다. 지금의 음악시장은 디지털 음원을 중심으로 재편되었으며, 이를 유통하는 음악플랫폼이 음악시장에서 지배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 결과, 온라인 음악플랫폼이 발표하는 차트의 중요성이 높아졌으며, 구체적으로 방송사 가요프로그램의 순위, 가수의 방송출연 및 각종 행사 섭외와 이에 관한 출연료 등에 영향을 주는 주요 요인이 되면서 사실상 음원 출시와 관련한 각종 경제적 수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15) 특히 소비자들이 음악플랫폼이 제공하는 차트(해당 플랫폼 내 판매순위)를 대중적 인기와 결합하여 우선적으로 소비함에 따라 해당 음원의 차트 진입은 음악시장 내 생존 및 성공을 위한 필요조건이 되었다.
게다가 음악플랫폼 시장은 독과점 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며, 상술한 바와 같이 1위 사업자인 멜론이 상당한 시장지배력과 높은 차트공신력을 가진 상황 속에서 멜론을 중심으로 음원사재기를 통한 플랫폼 내 차트 진입은 저작권자와 저작인접권자에게 강렬한 유혹으로 작용한다. 불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각종 인위적 개입을 통해서라도 이익을 얻기 위한 유혹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지금의 한국 음악시장은 음원사재기가 초래한 시장왜곡과 공급자인 창작자 간 불신이 장기간 형성된 상태이다. 행정학에서는 이러한 시장질서의 왜곡이나 교란이 발생하면 이를 시장실패로 보고, 문제해결을 위한 중재자로서 정부의 역할을 강조한다. 그리고 실제 정부는 음원사재기 문제가 제기된 이래, 다양한 형태로 지속적인 개입을 시도하였지만, 아직도 문제해결은 요원하다. 이하에서는 음원사재기 현상의 전개과정을 통해 정부개입이 어떻게 이루어졌으며, 특히 정부가 지금껏 시도한 자율규제에 기반을 둔 정부개입이 왜 한계로 드러났는지 분석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음원사재기 현상과 정부개입을 탐색적으로 서술하는 과정에서 문헌연구에 바탕을 둔 사례연구를 진행하였다. 장기간 음원사재기 현상이 전개되면서 음악시장을 둘러싼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기본 입장이 언론을 비롯한 각종 정부보고서, 보도자료 등에 언급되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활용한 문헌자료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정부보고서로서 음원사재기를 규정한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의 규제영향분석서, 정부 용역과제로 실시한 ‘온라인 디지털음원 유통업체의 추천시스템 구조분석 및 파급 효과 분석’,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하는 ‘콘텐츠산업백서’와 ‘음악산업백서’ 등이 있다. 둘째, 음원사재기에 관한 토론회 자료로서 ‘디지털 음악산업 발전 세미나’와 ‘온라인 음원차트와 방송 오디션 프로그램 공정성 세미나’가 있다. 셋째, 방송자료로서 2015년 9월 JTBC ‘뉴스룸’의 음원사재기 관련 연속보도와 2020년 1월 SBS ‘그것이알고싶다’의 1197회 방송이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언론진흥재단의 Big KINDS (https://www.kinds.or.kr/)를 통해 ‘음원사재기’를 검색어로 하여 주요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보도한 각종 기사 내용을 참조하였다. 특히 본 연구에서 핵심적으로 활용한 언론보도의 경우에는 참고문헌 및 각주에 별도로 표시하였다.
Ⅲ. 음원 사재기 현상의 전개과정
음원사재기가 사회문제로 거론되기 이전, 음악플랫폼의 음원추천제도에 따른 디지털 음원차트의 공정성 논란이 있었다. 음원차트는 사실상 소비자의 구매 선택과 음악 유통 과정에서 파생되는 각종 이익에 영향을 주는 주요 요인이며, 이로 인해 최근 음원사재기 현상의 시발점이 되었다는 점에서 우선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여기서 디지털 음원차트는 현재 대다수 대중이 사용하고 있는 멜론, 지니뮤직, 플로, 네이버바이브, 벅스뮤직 등의 온라인 음악플랫폼을 의미한다.
상술한 바와 같이 한국은 멜론, 지니뮤직을 중심으로 음원을 유통하고, 다운로드 및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음악플랫폼이 일종의 독과점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온라인 음악플랫폼에서 제공하는 디지털 음원차트는 대중들이 음악을 선택하여 듣는 과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시행한 연구용역에 따르면, 디지털 음원시장의 주요 5개 음악플랫폼이 운영하는 차트에는 모두 추천곡이 있으며, 이러한 추천곡을 1위 음원보다 더 높은 곳에 배치함으로써 사실상 일반 대중의 인식을 왜곡시킬 수 있었다(김민용 외, 2012). 즉, 1위 음원보다 높은 곳에 위치한 추천곡은 얼핏 보아 1위와 유사한 인기를 가진 곡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16) 이로 인해 음악플랫폼의 추천곡 제도는 음악산업 내 유통사 및 기획사의 마케팅 수단이 되었다.
음악플랫폼의 추천곡 제도가 해당 음원의 흥행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다음의 문제점을 초래하였다.17) 첫째, 음악플랫폼과 음원유통업체가 동일하여, 추천곡 제도를 자사 곡의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하였다. 공정한 기회 제공이 이루어지지 않은 셈이다. 둘째, 추천곡의 차트 진입 소요기간이 평균 0.5일에 불과하고, 차트 내 순위 유지도 추천곡이 다른 곡에 비해 더 오래 갔다는 점에서 기회의 불공정함이 강화되었다. 즉, 음악플랫폼의 추천곡과 차트 간 연관성이 상당히 높으며, 결과적으로 추천곡의 차트 진입은 음악시장 내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야 할 음원의 인기를 제대로 반영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추천곡 제도는 불공정하다는 이유로 문제가 제기되었지만, 당시엔 직접적인 변화를 이루어내지는 못하였다. 특히 추천곡 제도를 손댈 수 있는 음악플랫폼을 비롯하여, 플랫폼과 유통업을 겸하는 서비스의 경우, 사회적으로 의제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지 않는 한 굳이 동 제도를 일부러 폐지할 유인이 전혀 없었을 것이다. 정부에서도 2012년 말 연구용역을 통해 음원추천제도가 공정한 유통질서를 저해하고 있다는 의견을 냈지만, 즉각적인 규제나,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업체에 촉구하지는 않았다. 다만,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가 주관하는 가온차트를 개편하는데 활용하고자 하였을 뿐, 개별 음악플랫폼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었다.18) 이후 추천곡 제도 폐지에 대한 논의는 2013년에 발표한 음원 사재기 근절 대책에서 차트개편방안의 일환으로 다시 등장하게 된다.
수면 아래에 있던 음원사재기가 사회문제로 드러난 계기는 2013년 주요 기획사 4곳에서 음원사재기 문제를 검찰에 직접 고발한 사건이다.19) 이를 계기로 음원사재기가 음악산업 내 시장을 교란시키는 행위로 지목되어 같은 해 8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음원사재기 근절 대책을 발표하였다. 당시 문화체육관광부는 강력한 제재가 아닌 향후 예방을 위해 개선을 유도하는 방식을 선택하였다. 물론 음악산업법을 개정하여 제재 조항을 신설하는 방식도 추진하였지만, 본질적으로 제재 조항을 신설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음악산업계의 자율규제가 필요하다고 언급하였다.
구체적으로 음악플랫폼의 제도 개선을 비롯하여 한국음반산업협회, 한국연예제작자협회,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 등 관련 이해관계자들을 중심으로 모니터링 실시 및 자정 노력을 촉구하였다. 음원 사재기의 기준, 예방하기 위한 기술 조치, 플랫폼의 제도 개선 등이 선행되어야 법안으로 구체화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는 강력한 규제 조치로 엄포를 놓기보다는 업계에서 이와 관련한 논의를 자율적으로 진행하여 자율규제의 방식으로 문제점을 해소하는 것을 제안한 것이다.20) 따라서 업계에서는 정부의 조치를 반기면서도 과연 음원사재기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동 대책이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기도 하였다.21)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서 2013년 8월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음원사재기는 “음악차트 순위 조작 또는 저작권 사용료 수입을 목적으로 저작권자 또는 저작인접권자가 해당 음원을 부당하게 구입하거나, 전문업체 및 기타 관련자로 하여금 해당 음원을 부당하게 구입하도록 하는 행위”로 정의할 수 있다. 이러한 음원 사재기 현상은 주로 월정액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나타나며, 구체적으로 행위유형과 이용량에 따라 구분할 수 있다. 행위유형으로는 ① 특정 곡에 대한 과다한 반복 재생, ② 일정기간 내 일괄적인 회원 가입 및 ID 생성, ③ 자동재생 프로그램 등을 사용한 비정상적인 이용이 있으며, 이용량에 따른 유형으로는 ④ 정상적인 수치를 넘어서는 이용량으로 구분한다.
정부에서 발표한 음원사재기 근절 대책의 주요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22) 첫째, 차트 순위조작의 유인을 제거하기 위해 차트체계를 개편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음악 플랫폼의 차트 상위에 배치하여 끼워팔기 형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음원 추천제도의 개선을 제안하였다. 추천 기능은 별도의 페이지를 신설하며, 선정기준도 구체적으로 공지하는 방식으로 업계가 스스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였다. 또한 차트 집계시, 다운로드와 스트리밍 반영비율을 조정하여, 다운로드 중심의 차트로 개선하고, 장르별로 다양한 차트를 도입하여 소비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제안하였다. 특히 특정 곡에 대한 1일 1아이디의 반영 횟수를 제한하고, 나아가 짧은 시간 동안 음원 간 경쟁을 극대화시키는 실시간 차트를 지양하는 것을 명시하였다. 또한 음악산업계에는 모니터링 실시 및 자정노력을 촉구하고, 방송사에는 자체적으로 관련 대책을 마련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노력들을 선행하여 추진하면서 음악산업법에 음원 사재기 금지 및 제재조항을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하였다.
둘째, 저작권사용료 수익기회를 박탈하여 음원사재기로 인한 경제적 이익을 줄이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우선 음악 플랫폼이 자체적으로 음원사재기 방지를 위한 기술적 조치와 같은 사전 예방대책을 수립하고, 모니터링 활동을 강화할 것을 제안하였다. 구체적으로 제안한 방법으로는 가입자당 아이디 수를 제한하거나, 추적이 쉽지 않은 결제수단의 경우에는 한도를 제한하는 것 등이다. 또한 정부, 저작(인접)권자, 음악플랫폼 관련 사업자 간 음원 사재기의 구체적인 기준을 설정하고, 이러한 기준에 부합하는 경우 해당 이용 건에 대해서는 저작권 사용료 정산을 하지 않는 방법을 제시하였다.
2013년 당시 정부는 음악산업법에 음원사재기 금지를 명시하고 제재조항의 신설을 추진하는 것을 제시하였지만, 본질적으로는 음악산업 내 자율적 논의와 자정노력을 강조하고 있다. 당시 산업계에서는 음원사재기에 대한 문제점은 광범위하게 인식하고 있었지만, 기술발달로 인한 산업환경의 변화와 맞물린 문제였기 때문에 음원사재기를 정의하는 구체적인 기준, 이를 대비하기 위한 예방조치의 마련, 적정한 처벌 수준에 대해서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한 상태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위반 시의 제재조항이 빠진 근절 대책은 실효성에 의문을 남길 수밖에 없었다.23) 특히 차트개편의 핵심내용으로 정부가 제시한 음원추천제도의 경우, 2015년 말이 되어서야 전체 음악플랫폼에서 전격 폐지되었다.24) 2012년 정부의 연구용역 결과 발표, 2013년 정부의 차트개편방안에 대한 권고 형태의 대책이 발표된 이래,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에야 업계에서 이를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2013년 정부의 음원사재기 근절 대책 이후, 음악시장에서는 추천제도를 개편하였고, 음원을 서비스하고 유통하는 플랫폼 업계에서는 음원 사재기 예방을 위한 각종 기술조치들을 수행하였지만, 음원사재기 현상은 더욱 심화되었다. 음원 사재기가 일반 대중에게 사회문제로 재등장한 계기는 2015년 9월 JTBC의 보도라고 볼 수 있다.25) JTBC는 박진영, 이승환, 양현석 등 대중에게 친숙한 가수 및 기획자의 인터뷰를 통해 음원 사재기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었다. 또한 음원사재기가 이루어지는 방식을 제보 사진, 음악플랫폼의 불법 아이디 현황, 음원 브로커에게 제안을 받은 기획사들의 인터뷰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제시하여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음원사재기가 적발되더라도 이에 대한 처벌 근거가 법적으로 명확히 명시되지 않아 문제가 된다는 주요 기획사 및 가수들의 의견을 다루면서 결과적으로 음악산업법의 관련 규정 신설을 촉진하였다.
이후 2015년 10월 5일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에서 음원 사재기 근절 대책을 내놓으면서 관련 법률의 조속한 통과를 요청하였으며,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등 관련 단체에서도 이를 지지하는 등 이른바 피규제자집단에서 이를 적극 지지하였다. 결국 음원 사재기에 대한 규정이 신설된 음악산업법 개정은 2016년 3월 22일 공포로 시행되었으며, 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의 <표 1>과 같다.
음원사재기에 관해 2016년 신설한 법률 개정 내용은 크게 음원사재기 행위의 금지, 음원사재기 의심 시 정부가 시행할 수 있는 명령의 내용, 음원사재기 적발 시의 처벌 규정을 명시한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음악산업법의 개정에 따라 음원을 대량 구매하여 차트 순위를 인위적으로 올리거나, 대가를 받고 음원을 구매하는 행위 등이 음원사재기로 분류되며, 이러한 행위는 모두 금지된다. 특히 음원사재기가 의심되는 경우,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관련업자에 대해 업무보고 및 자료제출을 명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전의 음원사재기 근절 대책에 비해 정부개입의 수준이 비교적 강화된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2016년 음악산업법의 개정으로 음원 사재기가 줄어들었을까? 결론부터 정리하면, 여전히 음원사재기는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다만, 음원사재기 논란이 심화되면서 시장에서는 차트의 점진적 개편이 자율 대책의 일환으로 이루어졌으며,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음원사재기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였다. 하지만 2016년의 법률 개정에 따른 정부개입은 음원사재기를 예방하기에 그다지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원 추천제도에서 음원사재기 논란으로 촉발된 디지털 음원 차트의 개편은 점진적으로 이루어졌다. 급격한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데에는 음원 차트를 집계하는 음악플랫폼의 부정 기류가 컸다. 음악플랫폼이 제공하는 차트는 플랫폼의 수익을 높이는 데 기여하며, 일반 대중들을 플랫폼에 유입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디지털 음원 차트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업계에 직접적인 명령지시적 규제를 가하는 방식이 아닌 권고, 혹은 음악플랫폼 사업자들이 모인 가온차트 내 정책위원회에서 결정하여 시행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식을 택하였다.
2017년 문화체육관광부는 ‘음원 차트 집계방식 개선 권고안’을 통해 0시 발매음원을 차트 집계에서 빼라고 권고하였다. 0시 발매 음원에 대해 제한을 한 것은 새벽 시간 동안 음원사재기가 이루어져 익일 오전의 차트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점 때문이었다. 즉, 0시 발매가 음원 사재기를 용이하게 하는 원인이라고 판단한 결과이다. 형식은 권고였지만, 사실상 정부가 직접적인 요구를 하였다는 점에서 업계는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할 부분을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한다면 반발하였다.26) 하지만 결국 업계는 논의 끝에 2017년 2월말 1위 사업자인 멜론을 비롯한 국내 주요 음악 플랫폼은 실시간 차트는 유지하되, 0시에 발매하는 음원에 한해서는 실시간이 아닌 익일 오후 1시부터 차트에 반영하기로 결정하였다.27)
음원 발매 시간을 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차트 진입을 위한 음원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사재기 브로커를 통한 음원 사재기 의심 상황이 지속되었다. 이에 따라 국내 6개 음악 플랫폼 사업자(네이버뮤직, 벅스, 멜론, 소리바다, 엠넷닷컴, 지니뮤직)로 구성된 가온차트 정책위원회 주도로 새벽 시간 1시부터 7시까지 실시간 차트를 비롯한 음원차트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차트프리징’ 제도를 시행하였다(한국콘텐츠진흥원, 2019: 19). 이는 심야시간대에 음원 사재기가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상황 속에서 음원 사재기 시도를 차단하기 위한 업계의 자율 대책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음악 플랫폼에서는 차트프리징이 이루어지는 시간 이외에 실시간 차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일부 사이트에서는 매 5분마다 음원 스트리밍 추이를 보여주는 5분 차트도 운영하고 있다.28)
2012년 음원추천제도의 폐지에서 시작한 차트개편의 방향은 2019년 기준 실시간 차트 폐지 논란으로 이어졌다.29) 실시간 차트를 반대하는 측은 실시간 차트가 사실상 음악시장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과열경쟁과 차트진입을 위한 음원 사재기를 부추긴다고 주장하였다. 주로 가수를 비롯한 저작(인접)권자들이 이러한 입장에 있다. 이에 반해 실시간 차트를 찬성하는 측은 실시간 차트가 순위라는 결과물을 통해 일반 대중의 호기심을 끌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시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였다. 원래 음악을 즐겨 듣는 사람들 이외에 보통의 선호를 가진 일반 대중에게는 차트의 정보 제공이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시장의 외연 확대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주로 음악플랫폼 등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이러한 입장에 있다. 현재 논쟁이 진행 중인 사안인 만큼 정부에서는 공식적으로 실시간 차트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고 있으며, 다만 2019년 12월 9일 ‘온라인 음원차트와 방송 오디션 프로그램 공정성 세미나’를 개최한 바 있다.
2016년 법 개정으로 인해 음원사재기를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한 주요 사례로는 2018년 걸그룹 ‘모모랜드’의 음반사재기 논란에 대한 조사와 같은 해 4월 제기된 가수 ‘숀’과 ‘닐로’의 음원사재기 논란30)에 대한 조사가 있다. 우선 모모랜드의 경우는 실물 앨범에 대한 사재기 논란이 제기되었는데, 정부의 조사 결과 ‘사재기 없음’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실물 앨범은 오프라인상에서 조사대상이 명확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사재기 유무에 대한 결론이 비교적 명확하게 나왔다. 하지만 디지털 음원을 조사해야 하는 가수 숀과 닐로의 음원사재기 의혹에 대해서는 증거불명확을 이유로 결국 판단유보의 결론이 내려졌다. 즉, 음원사재기가 있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판단유보의 결론이 나온 배경에 대해 정부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31) 첫째, 음원서비스사업자인 음악플랫폼이 보내준 자료에서 일반적이지 않은 패턴을 발견하였으나, 결제정보, 성별, 나이 등의 추가 정보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판단하는데 어려움이 있으며, 둘째, 이러한 추가 정보는 개인정보보호의 영역에 속하기 때문에 부처 차원의 조사 영역을 뛰어넘는다는 점이다. 이러한 정부의 입장으로 미루어 본다면, 추가적인 법 개정 및 내용 보완이 있지 않는 한 정부차원에서 시행한 조사로는 사재기 의혹을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현행법 체계에서는 음원사재기를 증명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이는 문화부의 행정조사뿐만 아니라, 수사기관으로 관련 자료가 넘어가더라도 마찬가지이다. 우선 음악플랫폼에서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면서 사재기 정황을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데이터를 제공하기가 어렵다. 또한 음원사재기에 대한 대가성을 입증해야 하는데, 금전 등의 대가를 주고받은 정황을 확보하여도 이러한 대가가 마케팅 목적인지, 사재기 목적인지 추가로 밝혀내야 한다. 특히 최근에는 음악시장에서 바이럴 마케팅32)을 폭넓게 활용하면서 이러한 대가의 목적을 정확히 판단하기가 어려워졌다. 결국 핵심 증거로 관련자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관련자 및 내부고발자의 일관된 진술이 있지 않고서는 명확하게 음원사재기라고 결론내리기 어렵다는 것이 조사주체인 정부가 처한 상황이다.
이후 정부는 2019년 ‘공정한 음원유통환경 조성지원’ 사업을 신설하고, 관련 예산을 국회에 요청하였으며(한국콘텐츠진흥원, 2019: 19), 같은 해 8월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공정상생센터 내 음원 사재기 신고 창구를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다. 신고 창구로 음원사재기 등의 불공정 행위가 접수되면, 사실 확인 및 전문가의 데이터분석을 수행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할 수 있다. 또한 국회 차원에서는 현장조사권한을 명시한 ‘문화산업의 공정한 유통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된 상태이나, 통과 여부는 미지수이다. 새로 발의된 법안에서 유의 깊게 살펴볼 부분은 ‘현장조사권한’이다. 기존 음악산업법에서는 자료제출요구권만 명시하고 있는데 반해, 이 법에서는 현장조사권한을 통해 정부가 직접 현장에서 필요한 정보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명시하고 있다. 현장조사권한의 경우, 2016년 음악산업법 개정 이후 시행령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소속 공무원의 현장출입 또는 서류검사’의 형태로 규제영향분석을 진행하였으나,33) 최종 시행령에는 제외된 것으로 보인다.
Ⅳ. 음원사재기에 대한 정부개입의 한계와 원인
음원사재기 논란이 처음 제기된 이래, 정부는 음악산업을 둘러싼 환경변화와 산업 자체의 전문성을 고려하여 직접적인 명령지시적 규제보다는 자율규제의 방식으로 개입하였다. 여기서 언급하는 자율규제는 조직화된 집단이 집단에 소속된 구성원의 행위를 자율적으로 규제하는 것을 말한다(이혜영, 2012; 최병선, 1992). 이러한 자율규제에 대해 최성락 외(2007: 75)는 “정부에 의해 규제권한이 사업자에게 형식적으로 위임되는 것에서부터 사업자와 기타 민간영역에 의해 자발적으로 조직화되어 관리되는 규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고 설명하였다. 자율규제는 규제대상이 되는 업계가 스스로 기준을 설정하고, 이를 위반하는 행위도 스스로 적발하는 형태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감시 및 적발 비용의 절감, 규제대상의 순응 확보, 업계의 전문성 고려 등의 이유로 규제집행의 효율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이민창, 2003; 이혜영, 2012; Baldwin and Cave, 1999).
그렇다면 정부와 음악산업계가 시도한 자율규제 기반의 정부개입은 왜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는가? 먼저 음악산업 내 선별체계(게이트키퍼, gatekeeper)의 변화를 들 수 있다. Hirsch(1972)는 그의 문화산업체계에 관한 연구에서 몇몇 장르의 예술이 산업화되는 과정에서 관련 기업들이 분배체계를 구축하며, 이러한 분배체계가 특정 대상을 선별하기 때문에 일부만이 소비자인 대중에게 전달된다고 설명하였다. 이러한 선별의 역할을 수행하는 분배체계는 보통 전문가들로 구성되며, 출판산업을 예로 들면 출판사 및 편집자가 이러한 선별체계의 역할을 수행한다(이민아, 2018: 123-124). 이에 따르면 이론적으로 음악산업의 선별체계는 기획사 및 평론가 등을 들 수 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한국 음악산업의 선별체계는 다소 다르게 전개되었다. 현재 한국 음악산업에서 대중에게 가장 강력한 선별체계는 다름 아닌 ‘차트(chart)’이다.34) 인기 있는 음원을 중심으로 스트리밍하는 것이 음악을 소비하는 주요 방식으로 변화하면서, 각 음악플랫폼이 제공하는 차트는 대중에게 가장 영향력이 큰 선별체계로 등장하였다. 이러한 차트의 본질은 ‘대중’이 선별체계가 되어 ‘직접 참여’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은 대중이 선별체계이자 소비자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차트가 선별체계로서 지니는 가치는 음악산업의 주요 행위자로 대중이 부상한 것이라는 측면에서 의미 있다. 업계의 입장에서 보면, 선별체계로서 대중의 등장은 수요의 불확실성을 보완해주는 요인이기 때문에 선별이라는 권력의 일부를 나누는 것이 그다지 불합리하지 않다.
문제는 현재 한국의 차트는 독과점 형태로 운영되는 소수 음악플랫폼 내 자체 차트가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1위 사업자가 발표하는 특정 차트가 대중에게 가장 공신력 있는 차트로 인지되고 있으며,35) 나아가 이러한 차트의 운영은 대형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와 비슷한 ‘실시간성’ 및 ‘화제성’에 기인하고 있다(이규탁, 2015). 특정 음원이 실시간으로 화제에 오르면 대중은 손쉽게 클릭 한번으로 해당 음악을 들을 수 있는데, 이는 과거와 달리 스트리밍 방식으로 음악을 듣는 방식이 변화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이기도 한다. 여기서 음악플랫폼의 차트집계가 음원판매량 및 재생횟수로 일원화되자, 차트 진입을 위한 목표 대상이 명확해졌다.36)
이처럼 음악플랫폼의 차트‘만’을 집중 공략해도 음악시장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게 되자, 차트에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인위적이고 조직적인 개입이 등장하였다. 대표적으로 들 수 있는 사례가 거대 팬덤이 이끄는 ‘총공문화’, 전문 마케팅 업체가 시행하는 ‘바이럴 마케팅’, 브로커가 개입한 ‘사재기’ 등의 불공정 행위이다. 총공문화는 특정 가수를 좋아하는 팬덤의 자발성에 바탕을 둔 문화로 불법이라 볼 수는 없으나, 자연스럽게 음악을 듣는 행위와는 그 성격이 다르며 다분히 조직적인 개입이라 할 수 있다. 바이럴 마케팅도 여러 마케팅 기법 중 하나일 뿐이지만, 이를 활용하는 범위와 투입되는 양에 따라 인위적으로 여론을 조성하는 부분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사재기는 불공정 음원거래행위이자, 불법행위이다.
차트에 영향을 주고자 하는 인위적·조직적 개입은 불법 및 불공정 유무를 떠나 인기 있는 음악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 차트의 본질임에도 불구하고, 개입이 이루어진 음악이 인기 있는 음악으로 차트에 진입하는 역효과를 초래하였다. 현재 한국 음악시장에서 차트의 폐해를 지적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부도 이러한 문제의식에 따라 2013년의 ‘음원 사재기 근절 대책’을 통해 음원추천제도의 폐지와 차트 집계 기준을 개선을 권고·유도하였으며, 2016년 법률 개정 이후에도 0시 음원 발매 제한, 차트프리징 등 점진적인 차트 개편을 추진하였다. 하지만 정부의 권고와 그에 따른 업계의 자율 규제 노력에도 불구하고, 차트를 둘러싼 인위적·조직적 개입은 더욱 확대되었다.
다음으로 선별체계로서 차트의 막강한 영향력과 이를 둘러싼 이해관계의 복잡성을 들 수 있다. 음악시장의 주요 행위자이며, 경제적 이익을 나누어 갖는 대표적인 이해관계집단으로는 저작권자의 대표로서 가수, 기획사, 온라인 기반의 음악플랫폼이 있으며, 음악이라는 무형의 가치를 소비하는 팬, 음악애호가 및 일반 대중이 존재한다.37) 자율규제에 관한 이론에 따르면, 자율규제는 잠재적 피규제자인 내부자들이 합리적 선택의 관점에서 자발적인 노력으로 형성하는 것이다(최성락 외, 2007). 즉, 각자의 이익극대화를 위해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규제할 수 있게 하는 유인이 필요하다.
우선 가수 및 기획사의 입장을 살펴보면, 현재 음악시장에서는 음원 발매 이후 얼마나 빠른 시일 내 차트 진입을 하는가가 경제적 이익과 직결된다. 특히 모바일을 중심으로 음악을 소비하는 대중이 대세를 이루면서, 차트 순위도 모바일 기준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음악플랫폼의 차트는 모바일 1페이지당 대략 5곡 정도를 보여주는데, 이러한 첫 페이지 또는 앞 순서 페이지에 얼마나 빨리 진입하는가는 음원의 흥행과 높은 상관성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김민용 외, 2012).
여기서 대형기획사와 중소기획사의 입장이 약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대형기획사 소속으로 조직적인 팬덤을 구축한 가수의 경우에는 굳이 음원사재기를 하지 않아도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를 차트에 진입시키고 싶어 하는 팬덤의 총공문화 등의 영향으로 손쉽게 차트 진입에 성공한다. 이에 반해 중소기획사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대형기획사에 비해 차트 진입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바이럴 마케팅이 꼽히며, 대형기획사와 중소기획사가 모두 바이럴 마케팅을 하면서도 중소기획사가 음원사재기 의혹 대상자로 꼽히는 이유가 이러한 팬덤의 차이에 기인한다. 음원 사재기를 조사하는 경우에도 대형기획사는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차트 진입 여력과 수입이 충분하기 때문에 조사에 참여할 강력한 유인이 없는데 반해, 중소기획사는 브로커들로 인해 역으로 손해를 보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브로커들과 척을 지고 싶지 않아 한다.38) 하지만 다수의 가수들은 개인 SNS나 인터뷰 등을 통해서 공개적으로 언급한 바와 같이 창작자로서 음원사재기가 음악시장을 왜곡시키지 않기를 바라며, 실시간 차트와 같이 자신들을 경쟁으로 내모는 상황에 어려움을 토로한다.
다음으로 음악플랫폼은 차트가 중요한 마케팅수단이기 때문에 이를 적극적으로 폐지할 유인이 없다. 음원사재기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실시간 차트의 경우, 2016년 이후 많은 가수들이 공개적으로 폐지를 언급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플랫폼은 차트 구조를 일부 개편하기는 하였으나, 실시간 차트의 폐지를 논의하지 않고 있다. 실시간 차트가 시간별로 순위를 보여줌으로써 음원들을 극한 경쟁으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 무수히 제기되었지만, 음악플랫폼으로써는 이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이는 파레토의 법칙이 음악시장에 적용되고 있기 때문인데, 이른바 상위 순위에 있는 곡들이 음악플랫폼의 수익을 이끌고 있으며, 상위 20%에 해당하는 가수나 작곡가들이 대부분의 수익을 가져가고 있는 것이다.39) 따라서 음악플랫폼은 실시간 차트를 비롯한 차트가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며, 차트로 인한 대중의 관심이 결과적으로 음악시장 자체를 키우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40)
마지막으로 소비자는 크게 두 집단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팬덤이라 부르는 특정 가수의 팬과 상품으로서 음악을 즐기는 일반 대중이다. 팬덤의 경우, 자신들이 좋아하는 가수가 앨범을 발매하면, 총공(총공격) 및 숨밍(숨쉬듯 스트리밍) 등의 방법41)으로 앨범 내 모든 수록곡을 차트 순위권에 줄 세우는 방식으로 가수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다. 애초 일부 잘 알려지지 않은 가수의 음원이 사재기 의혹을 받게 된 배경에는 이러한 거대 팬덤을 보유한 가수가 음원을 발매했음에도 차트 1위에 올랐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들은 차트 자체에 대한 호불호는 없을 수 있으나, 다른 누구보다 차트 순위에 관심이 높으며, 음원의 스트리밍 추이를 면밀히 분석하고 의문을 제기할 정도로 정보가 많은 소비자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로는 팬덤이 아닌 일반 대중이 있다. 현재 한국 음악시장 내 일반 소비자들은 음원을 저관여(low-involvement) 상품으로 인식하고 있다(김민용 외, 2012). 따라서 일반 대중들은 음악을 들을 때, 해당 음악의 고유한 특성이나 자신만의 취향 및 선호를 반영하여 듣지 않는다. 대신 음악플랫폼이 제공하는 차트 순위나 특별히 표시하는 아이콘(예: 순위가 급격히 오르는 경우 플랫폼에서 표시하는 급상승 아이콘) 등을 통해 음악에 관한 정보를 얻고, 이를 바탕으로 음악을 소비한다(김민용 외, 2012). 요약하면, 음악플랫폼이 화면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바탕으로 특별한 고민을 하지 않은 채 자동재생을 하는 것이다. 오랜 기간 ‘좋은’ 음악을 듣고자 하는 음악 애호가형 대중이라면, 음악을 고관여 상품으로 인식하고 스스로 자신의 취향에 따라 선곡을 하겠지만, 음악플랫폼의 수익을 이끄는 다수의 대중에게 음악은 저관여 상품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종합하면, 음원사재기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은 실시간 차트를 비롯한 현재 음악플랫폼의 차트 구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수익 창출에 기여하는 차트를 운영하는 음악플랫폼을 비롯하여, 차트를 통해 음악에 관심을 갖거나 혹은 인기 있는 음악에 대한 정보를 얻는 일반 대중의 관점에서는 차트는 매력적인 수단이다. 다만, 전 세계 음악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한국의 차트는 실시간 차트, 일간 차트 등 순위를 발표하는 시간범위가 지나치게 짧아서 경쟁을 강화하는 경향이 있다.42)
결국 차트라는 존재가 작금의 음악시장에서 함께 가야할 중요한 홍보 수단이라면, 차트의 운영을 점진적으로 손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 된다. 이는 그동안 정부와 음악플랫폼의 주도 하에 이루어진 음원사재기에 대한 각종 정책적 개입이 차트의 점진적 개편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상술한 바와 같이 자율규제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각 이해관계자의 이익극대화가 하나의 방향으로 귀결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음악시장에서는 각자가 가지는 이해관계가 다르고 또한 복잡하기 때문에 그동안 시도해 온 자율규제의 성공가능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
Ⅴ. 신뢰회복을 위한 정부의 역할
본 연구는 음원사재기 현상에 대한 자율규제 형식의 정부개입 내용을 탐색적으로 분석하고, 정부개입의 한계가 나타날 수밖에 없는 원인을 살펴보고자 하였다. 결론을 대신하여 음원사재기 현상을 둘러싼 정부개입에 대한 주요 논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음원사재기에 대한 정부개입은 정당한가? 음원사재기 현상은 음악시장을 왜곡시키고, 이해관계자 간 불신을 심화시키는 사회문제이자, 불법행위이기 때문에 현대 사회에서 정부의 개입은 불가피하다. 구체적으로 음원사재기는 다음과 같은 문제를 초래한다. 수요 측면에서는 사재기로 인한 차트 정보의 왜곡으로 소비자 주권이 침해된다는 점이다. 음악플랫폼이 제공하는 차트 정보를 통해 음악을 소비하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사재기는 정보비대칭을 심화시키며, 장기적으로는 원하는 음악을 소비하지 못할 수 있다. 공급 측면에서는 사재기가 유통질서를 왜곡시키기 때문에, 사재기가 있지 않았다면 정당한 이익을 획득할 수 있었던 저작(인접)권자의 권리를 훼손한 것이 된다. 이처럼 정보비대칭의 심화와 시장질서의 교란은 시장실패의 대표 현상으로 정부의 적정한 개입이 요구된다.
둘째, 그렇다면 정부는 어떻게 개입해야 하는가? 그동안 전개된 음원사재기 논의에 따르면, 현 상황에서는 사재기 여부를 엄밀하게 밝히기 어렵다. 정부가 강력한 조사 의지를 표명해도 개인정보보호를 비롯하여 사재기와 마케팅을 명확히 가늠해 줄 진술 확보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자율규제에 대한 이론적 논의에 따르면, 자율규제의 성공은 이해관계자가 규제를 지키지 않을 경우에 입게 되는 손해가 자율규제를 지킴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을 크게 능가해야만 한다. 결국 사재기에 대해서 가장 정확하게 기준을 설정할 수 있고, 방지할 수 있는 행위자인 음악플랫폼에 대한 규제강화가 필요하다. 즉, 실질적으로 차트를 운영하는 음악플랫폼이 사재기 방지 및 적발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하는 강제적 징벌체계가 한시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현 상황에서 사재기를 유도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는 실시간 차트는 반드시 차트운영방식을 점검해야만 한다. 필요하다면, 정부 차원에서 지나친 실시간성과 화제성에 소모되는 실시간 차트의 폐지를 강력 권고하는 방식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강제적 개입은 최소한의 수준에서 접근해야 하는 만큼 규제체계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업계와의 공론장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정부의 능력은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미래의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나가는 역할을 담당하며, 나아가 시간(시대적 상황)과 공간(발전상태)에 따라 각각 다른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드러난다(임도빈 외, 2014). 사재기가 음악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회문제로 부상한 만큼 정부는 현재 음악시장이 처한 상황에 맞는 적극적인 개입을 시도해야 한다. 아울러 이러한 규제는 일몰제 형태로 운영되어야 하며, 특히 음악시장 내 이해관계자들이 서로의 이익극대화를 위해 자율규제를 원만하게 운영할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산업진흥에 도움을 주는 역할로 변화해야 할 것이다.
본 연구는 음원사재기 현상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각 단계별 정부개입의 한계를 자세히 기술하였다. 이를 통해 자율규제에 기반을 둔 정부개입의 한계를 지적하고, 그 원인을 살펴봄으로써 음악시장에서 정부역할을 재논의하는 계기를 제공하는데 연구의 의의가 있다. 향후 연구에서는 무엇보다도 음원사재기 논란의 직접적인 이해관계집단을 대상으로 심층인터뷰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 각 이해관계집단에게 주어진 환경, 자원, 제약을 바탕으로 어떠한 전략적 선택이 이루어지는지 면밀히 분석할 수 있다면, 이해관계의 복잡성을 이해하고, 나아가 타협점을 찾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정부가 보인 정책대응이 왜, 어떠한 정책과정을 거쳐 결정된 것인지 면밀히 분석할 수 있다면, 유사한 문화정책사례에서 나타나는 정부의 입장을 체계적으로 예측하고 이해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후속 연구는 본 연구에서 탐색적으로 활용한 문헌 중심의 2차 연구의 한계를 극복하고, 보다 심층적인 원인 분석과 대안을 찾기 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