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대중문화예술산업은 한류를 탄생시킨 주역으로서 우리나라의 사회적, 경제적 발전에 큰 기여를 해왔다. 1990년대 후반부터 아시아를 중심으로 시작된 한국 드라마 열풍은 이제 K-Pop, K-Movie, K-Media 등으로 확산되었고, 그 결과 국내 대중문화예술산업의 시장 규모는 5조 원을 돌파하였다(문화체육관광부, 2017).
그러나 외연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대중문화예술산업에는 여러 문제점이 존재한다. 산업적 영향력이 있는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가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힘이 약한 대중문화예술인을 상대로 불공정 계약 체결, 계약 불이행, 금지행위 알선 등 불법적 행위를 지속하여 불공정한 산업구조가 형성된 것이다(이우석, 2010; 이재목, 2011; 한국콘텐츠진흥원, 2016).
이에 국가 차원에서 대중문화예술산업 이해관계자들이 동등한 입장에서 공정하게 계약을 체결하고, 성실한 태도로 계약을 이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하여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이 시행되고 있으며,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표준전속계약서를 공시하여 건강한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에 포함된 사항은 이해관계자들이 계약을 체결하고 이행하는 과정에서 서로 명확히 합의하기 어려운 언어적 한계가 있으며, 표준전속계약서의 활용은 강제가 아닌 선택 사항이기 때문에 여전히 계약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대중문화예술산업 이해관계자들의 합리적 관계 유지를 위해 계약요인에 대한 상호 간의 인식 차이를 비교 분석하여 효율적인 조직문화를 제시하는 연구가 시급한 실정이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대중문화예술인과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 간 계약의 체결과 이행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지점을 파악하기 위하여 심리적 계약이론(psychological contract)을 적용하여 연구를 진행하고자 한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다음과 같은 연구문제를 설정하였다.
연구문제 : 대중문화예술산업 이해관계자의 계약 갈등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본 연구에서는 선행연구에서 도출한 일반 산업의 심리적 계약요인을 전문가 심층인터뷰를 토대로 대중문화예술산업에 맞게 수정 및 추가하고자 한다. 또한 확정된 심리적 계약요인을 계층적 의사결정 분석이 가능하도록 구조화하고, 대중문화예술인 16명과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 15명에게 쌍대비교 설문을 실시하여 집단간 요인 인식 차이를 비교하고자 한다.
대중문화예술산업의 핵심 이해관계자는 대중문화예술인과 그들을 지원하는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이다. 이들 간에 공정한 거래 문화가 형성될 때 우리나라 대중문화예술산업이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 결과가 대중문화예술산업 이해관계자들 간에 건강한 계약문화 조성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Ⅱ. 이론적 배경 및 선행연구
대중문화예술 분야는 경제적 파급효과와 부가가치 창출 수준이 높아,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에 근거하여 ‘산업’으로 일컬을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대중문화(popular culture)란 대중성(Popular)을 강조한 개념으로써 ‘다수의 사람이 소비하는 문화’로 정의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문화예술 분야는 제조업, 금융업, 건설업 등에 비해 규모가 작기 때문에 시장으로 분류하였다(김주호·이은정, 2010; 이희영·박인자·김세준, 2016). 즉, 대중문화예술산업이란 대중문화예술을 활용한 산출물을 바탕으로 부와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산업이다.
우리나라 대중문화예술산업은 한류를 견인한 주역으로서 국가의 사회적·경제적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일례로, 월드 스타 반열에 오른 방탄소년단(BTS)의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연평균 1조 4,200억 원, 생산유발 효과는 연평균 4조 1,400억 원으로 올림픽 개최보다 더 높은 효과를 보인다(현대경제연구원, 2018). 오늘날 스타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대중문화예술산업의 가치가 얼마나 높은지 실감할 수 있는 수치이다.
이러한 대중문화예술 생산물을 기획 및 제작하는 핵심 이해관계자로 ‘대중문화예술인’,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 ‘매니저’가 통용되며, 이러한 산업구조를 스타시스템(Star System)이라고 한다(Brodie & Kwan, 2001).1) 스타시스템은 20세기 헐리우드 영화산업에서 수익을 극대화하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 인기 스타를 배우로 캐스팅하던 방식에서 나타난 개념이다(McDonald, 2000; Austin & Barker, 2003; 한국콘텐츠진흥원, 2006).
스타란 인기와 팬덤을 가진 소수의 대중문화예술인이다. 그들은 반신(伴神)의 존재로 우상숭배의 대상이며, 이름을 언급하는 것만으로 대중의 소비를 이끌 정도의 소구력이 있다(Morin, 1972; 장규수, 2009; 장규수, 2011; 배국남, 2016). 따라서 스타는 ‘희소성(Scarcity)’에 기반하여 부와 명예를 누리기 때문에 모든 대중문화예술인은 스타가 되고자 노력한다.
이러한 꿈을 이루기 위하여 대중문화예술인은 실무적 경험과 노하우가 있는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와 소속 매니저의 지원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대중문화예술인은 연기, 가창, 무용, 연주 등의 예능에는 뛰어난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상업적 이익을 창출하는 방법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박순태, 2015). 또한 대중문화예술은 대중문화예술인을 중심으로 모든 기획, 제작, 유통, 소비의 프로세스가 운영되기 떄문에 양 당사자간의 전속계약이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대중문화예술인은 특정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에게 그들의 권리를 위임하고 전속계약(Exclusive contract)을 체결한다.
이러한 전속계약 관계는 대중문화예술인이 문화예술 활동 그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우리나라의 문화예술 경쟁력을 높이는 데 일조하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힘의 강자인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가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힘이 약한 대중문화예술인을 상대로 불공정 계약 체결, 금지행위 알선, 계약 불이행 등의 불법 행위를 지속하여 대중문화예술산업의 불공정한 구조가 형성되는 부작용이 발생하였다(한국콘텐츠진흥원, 2016). 이러한 불공정 계약문제는 우리나라 대중문화예술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걸림돌이다. 따라서 대중문화예술산업 이해관계자들의 건강한 조직문화와 공정한 계약문화 정착을 위해 대중문화예술인과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 간의 계약문제를 연구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대중문화예술산업은 대중문화예술인과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 간의 계약 체결 및 이행 과정을 통해 각종 공연, 영상, 음악 등이 산출된다. 그러나 대중문화예술산업은 신생산업으로써 법·제도적 관리가 미흡하여 이해관계자들 간의 계약과정에서 갈등과 마찰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해온 것이 사실이다(이우석, 2010; 이재목, 2011, 박순태, 2015). 이렇듯 불공정 계약 문화가 발생한 이유는 대중문화예술산업의 다음과 같은 계약 특성에 기인한다.
첫째, 대중문화예술산업은 공통된 계약 내용이나 처벌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 ‘비전형적 특성’을 가지기 때문에 힘의 논리에 따라 계약서가 구성되거나 분쟁 체재 방법 역시 사례마다 달라 혼돈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이우석, 2010). 둘째,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는 대중문화예술인과 대리관계에 놓이는 ‘전속적 특성’을 보이기 때문에 당사자 간에 신의 성실한 태도가 부재할 경우 계약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이충훈, 2011). 셋째, 대중문화예술산업의 계약은 1:1로 이루어지는 일반 계약과는 달리 ‘집단적 특성’을 가지기 때문에 대중문화예술인이 주요 계약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계약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박순태, 2015).
이러한 대중문화예술산업 계약의 특성으로 인해 대중문화예술인이 보호받지 못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대중문화예술산업의 공정한 계약 체결 및 이행을 지원하기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성이 대두되었다(박순태, 2015). 이에 국가는 대중문화예술산업의 사적자치의 원칙2)에 공법적 제한을 두기 위하여 2014년 1월 28일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이하 동법)」을 제정하였으며,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이를 기반으로 「대중문화예술인 표준전속계약서」를 보급하였다.
표준계약서(Standard contract form)란 특정 분야에서 필요한 표준적 거래조건이 포함되어 시장에서 통용되는 계약 양식이다(이충훈, 2013; 김은경, 2017). 개별 계약서를 매번 새롭게 작성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높은 비용을 발생시키고, 상대적 약자에게 불리한 계약이 성사될 가능성을 높인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중문화예술산업에 특화된 표준전속계약서가 보급 및 활용되는 것이다. 「대중문화예술인 표준전속계약서」에는 동법에서 제시하고 있는 계약 당사자 간의 기본 의무사항을 동일하게 반영하고 있는데, 이를 정리하면 <표 1>과 같다.
법률과 계약서에 명시된 총 5가지의 의무사항은 사실 법적으로 명시하지 않아도 인간으로서 당연히 지켜야 할 도리이다. 도의적으로 당연히 지켜야 할 기본 의무를 굳이 법률 및 표준계약서에 명시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유는 대중문화예술산업이 타 산업에 비하여 불공적 계약, 금지행위 알선, 계약위반 등의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기본 의무를 반복 제시하여 이해관계자들이 각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박순태, 2015).
이러한 대중문화예술산업 표준전속계약서의 보급 및 활용은 다음과 같은 중요성을 갖는다. 첫째, 그간 구두 혹은 비형식적 계약을 통해 업무를 진행했던 대중문화예술산업 이해관계자들에게 형식을 갖춘 계약 체결 및 이행이 필요함을 인식시켰다. 둘째, 표준전속계약서는 법률에 기반하여 작성되었으므로, 해당 양식을 지나치게 수정하지 않는다면 공정한 계약이 체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셋째, 불공정 계약을 강요받는 대중문화예술인은 표준전속계약서와 비교하여 그것이 불공정함을 인지할 수 있을 것이다. 즉, 표준전속계약서의 보급 및 활용은 대중문화예술산업의 공정한 계약문화를 확립하고, 대중문화예술인의 열약한 지위를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표준전속계약서의 보급에도 불구하고 대중문화예술산업의 계약문제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2017)에 따르면, 대중문화예술인을 대상으로 2014~2016년 3년간 ‘법적 분쟁이 발생한 적이 있었는가’에 대한 질문에 22.6%가 경험이 있다고 응답하였다. 이 중 ‘활동 수익금 미수령’이 15.3%로 가장 높았으며, ‘정산문제’가 3.5%, ‘계약문제’가 2.7% 순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문제가 여전히 발생하는 이유를 유추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표준전속계약서 양식의 사용은 강제가 아니라 선택이기 때문에 다른 양식을 사용해도 법적으로 제재를 가할 수 없다. 또한 표준계약서를 활용하더라도 당사자가 별도로 합의하여 모든 조항을 수정 및 보완할 수 있다. 합의란 계약 당사자가 서로 의견이 일치하는 것이나, 스타를 꿈꾸는 대중문화예술인에게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의 권력이 막강하기 때문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수정된 조항이 포함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더하여, 5가지 의무를 포함한 표준전속계약서의 일부 조항은 법의 테두리 안에 담기에는 모호한 언어적 한계가 있다. 따라서 계약 당사자가 이해하는 바가 서로 다를 수 있으며, 추구하는 의미가 언어로 온전히 표현되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대중문화예술산업 이해관계자의 양극화 해소 연구가 필요하다. 이에 국내 선행연구자들은 명예훼손(이승선, 2004), 불공정계약(이경호, 2019), 인권침해(허은주, 2009; 김정섭, 2015), 사생활 보호(손형섭, 2009), 금지행위 알선(고시면, 2013), 손해배상 책임(김은경, 2019), 청소년 연예인 보호(이재목, 2011) 등의 주제로 대중문화예술인과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 간의 계약문제에 대해 연구해 왔다.
지금까지 대중문화예술산업 계약 관련 선행연구는 대부분 판례분석, 사례분석, 현황분석 등의 질적 연구를 통해 대중문화예술산업의 계약문화 심각성을 논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는 대중문화예술산업의 불공정 계약문화 해결의 필요성을 논리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미 발생한 계약문제를 분석하는 것은 근본적인 갈등의 원인 파악과 해결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대중문화예술산업 이해관계자들의 계약 관련 핵심요인을 도출하여 서로 간에 느끼는 인식의 차이를 비교하여 갈등 발생 지점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계약의 핵심요인은 표준전속계약서에 기재된 구체적 거래계약도 포함하지만, 함축적이고 상호이해가 불완전한 감정적인 내용도 포함된다. 계약과정에서 갈등의 발생지는 계약서의 거래뿐만 아니라, 주관성에 따른 인식의 차이에서 나타난다(Rousseau, 1989). 따라서 대중문화예술산업에서도 이와 마찬가지로 대중문화예술인과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계약의 요인이 상이할 것이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대중문화예술산업에 심리적 계약이론(psychological contract)을 적용하여 문서화 된 계약뿐만 아니라, 문서화 되지 않은 심리적 요인까지 파악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대중문화예술인과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가 계약을 체결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인을 도출하고, 중요성의 간극을 분석하여 근본적인 인식을 비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인류는 사회를 이루고 타인과 관계를 형성하며 진화하였다. 사회적 상황에서 사람들 간의 관계는 ‘계약(Contract)’이라는 형태로 발전하였다. 사회의 발전에 따라 계약이 복잡해지자 1960년대부터 원활한 계약이행을 위한 심리적 계약이론(Psychological Contract Theory) 관련 연구가 진행되었다(Argyris, 1960; Levinson, 1962).
초기 연구에서는 심리적 계약의 정의를 ‘조직의 기대’ 관점에서 고용주가 종업원에게 가지는 기대와 바람으로 설명하거나(Argyris, 1960), ‘상호호혜’ 관점에서 고용관계를 맺고 있는 당사자들이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가지는 상호 기대감으로 정의하였다(Levinson et al., 1962; Schein, 1978; Kotter, 1973, Baker, 1985). 즉 초기 연구에서는 구성원에 대한 조직의 기대를 구성원이 완전히 이해하고 있음을 전제하고, 서로 소통하거나 합의하지 않아도 계약 체결과 동시에 계약에 대한 인식이 일치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이론적 개념과는 달리 고용주와 구성원 간에 지속적인 계약 분쟁이 발생하였다. 이에 대해 Rousseau(1989)는 모든 계약의 체결과 이행에 당사자의 ‘주관성(Subjectivity)’이 개입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였다. 주관성이란 사적인 생각으로 타인이 확인할 수 없다. 따라서 계약에 대한 당사자의 인식 차이가 발생하고, 이것이 조직 불화의 시발점이 된다(Farnsworth, 1982; Rousseau, 1989; Rousseau, 1990). 즉, ‘문서화 된 계약’이 계약의 전부가 아니며, 조직과 구성원의 원활한 계약이행을 위해서는 ‘문서화 되지 않은 계약’에 주의하여야 한다.
이에 후속연구에서는 심리적 계약을 ‘구성원의 기대’ 관점에 따라 당사자들이 상대방과의 교환을 통해 자신이 어떠한 의무를 지고, 그에 따른 대가로 어떤 것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믿는 개인적 신념으로 정의해 왔다. 즉, 심리적 계약을 바라보는 관점이 <표 2>와 같이, 조직과 구성원의 기대가 개인적 차원의 신념이기 때문에 서로 불일치함을 전제하는 ‘구성원’의 관점으로 변화한 것이다.
과거 연구의 흐름 | 현재 연구의 흐름 | ||
---|---|---|---|
관점 | 조직의 기대, 상호호혜 | ▶ | 구성원의 기대 |
내용 | 조직과 구성원의 상호 기대가 일치함을 전제 | ▶ | 조직과 구성원의 상호 기대가 불일치함을 전제 |
연구 영역 | 심리적 계약 형성 | ▶ | 심리적 계약 준수 및 위반 |
이러한 심리적 계약은 다음과 같은 개념적 특징을 가진다. 첫째, 심리적 계약은 구성원의 주관적 신념이다(Rousseau, 1989; Arshad, 2016; Callea, Urbini, Ingusci, & Chirumbolo, 2016). 왜냐하면 조직은 집단 그 차제이므로 계약에 대해 인식할 수 있는 개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직은 구성원에게 심리적 계약을 맺는데 필요한 상황을 제공할 뿐 실질적으로는 심리적 계약을 맺지 않는다. 따라서 심리적 계약은 구성원의 주관적인 것으로 조직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둘째, 심리적 계약의 이행은 구성원의 인지에서 비롯된다(Rousseau, 1989). 심리적 계약의 체결, 이행 또는 위배를 직접 체감하는 것은 구성원이다. 따라서 심리적 계약은 직원의 기여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약속이 선행될 때 향상된다(박종철, 2016). 만약 조직이 그들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한다고 느껴진다면 구성원의 조직 몰입이 향상되고, 반대로 그들이 불성실하게 이행한다고 느낀다면 조직에 대한 분노가 발생한다.
셋째, 심리적 계약의 이행은 기대감(expectation)이 아니라 ‘의무감(obligation)’에 방점을 둔다(Rousseau, 1989; Rousseau, 1990, Rousseau, 1995). 의무감이란 강한 구속력을 갖는 감정으로써, 조직으로부터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한 보수, 대우, 지위 등이 구성원의 생각과 일치하지 않을 때 매우 강한 분노와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Robinson & Rousseau, 1994). 또한 손상된 관계는 쉽게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심리적 계약위반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후, 심리적 계약의 유형 구분에 대한 연구가 다수 이루어졌다. 대표적으로 MacNeil(1985)은 교환 개념을 토대로 심리적 계약의 유형을 거래적 계약과 관계적 계약으로 구분하였다. 이후 Rousseau(1990)의 실증적 연구를 통해 심리적 계약을 거래적 계약과 관계적 계약으로 구분할 수 있다는 현재의 이론적 개념이 자리 잡았다.
거래적 계약(transaction contract)이란 구체적이고 명확한 교환계약으로 제 3자에 의해 평가 가능한 법적·문화적 의무이다. 거래적 계약은 경제적 비용이 소요되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예를 들어 수익분배, 월급, 수당, 업무 공간, 식사처럼 계약 당사자들 간의 교환 과정에서 금전적으로 비용이 투자된다면 거래적 계약이 포함된다. 따라서 그 범주가 좁고, 계약의 수행 기간이 단기적이다.
반면 관계적 계약(relational contract)이란 함축적이고 주관적인 교환계약으로 내용이 광범위하고 상호이해가 불완전하다. 관계적 계약은 지원, 신뢰, 소통 등과 같은 감정적 요인과 장기적 관계 유지를 위해 필요한 충성심, 소속감, 애사심 등을 포함한다. 따라서 교환 과정에서 금전적 비용이 소요되지 않는 비경제적 특성을 가진다. 또한 관점이 넓고, 수행 기간이 장기적이다.
거래적 계약(transaction contract) | 관계적 계약(relational contract) | |
---|---|---|
초점 | 경제적 | 비경제적 |
범주 | 좁음 | 넓음 |
기간 | 단기적, 폐쇄적 | 장기적, 개방적 |
정확성 | 구체적, 공정성 | 함축적, 주관적 |
법적 한계 | 유(제한적) | 무 |
심리적 계약이란 구성원이 조직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는지 파악할 수 있는 핵심 변인이기 때문에 조직과 구성원 모두의 입장에서 중요하다. 따라서 산업별로 원만한 조직문화 구축을 위해 심리적 계약이행(정윤길, 2017; 강호, 2018; 박란희, 하동현, 2018), 심리적 계약 위반(조윤형, 2017; 이기현, 2017; Li et al., 2016; Vander et al., 2016; Niesen et al., 2018), 심리적 계약 측정(국승민, 박진용, 2017; Kickul & Lester, 2001) 등의 연구가 이루어져 왔다.
심리적 계약 연구의 최종적인 목적은 조직과 구성원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요인을 찾아 구성원들이 조직에 대해 느끼는 부정적 사고를 최소화하고, 긍정적 사고를 최대화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산업별 이해관계자들 간에 심리적 계약 중요요인을 도출하고, 두 집단이 이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비교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조직의 갈등은 인식의 차이에서부터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선행연구는 계약의 이행 혹은 위반을 변수화하고, 이를 측정하는 양적 연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Robinson & Morrison, 1997; Turnley & Feldman, 1999). 선행연구의 측정문항을 살펴보면 심리적 계약 변수를 3~5개의 문항으로 측정한 것이 대부분이다. 즉, 심리적 계약이론을 토대로 조직의 의무가 정확히 어떻게 구성되는지 분석하는 논문은 미비한 상황이다.
이렇듯 심리적 계약의 주요 구성요인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이유는 ‘주관성’ 때문이다. 심리적 계약이란 개인의 주관성을 내포하기 때문에 구성원의 성향, 조직의 상황, 업무환경, 산업군 등 수많은 조건에 의해 다르게 나타난다. 따라서 심리적 계약의 내용을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Sutton & Griffin, 2004; 이홍수, 2015). 이에 심리적 계약 내용을 구성하는 요인에 대한 보편적인 동의가 마련되지 못한 채, 연구자들이 연구 목적과 대상에 따라 그 내용을 조작적으로 설정하는 것이 사실이다(이성민, 2017).
그러나 산업 분야마다 심리적 계약이 다르더라도, 내용을 조직이 얼마나 잘 이행하느냐에 따라 구성원들의 조직 몰입과 충성도가 달라짐은 동일하다. 따라서 조직과 구성원들 간에 심리적 계약 발생 원인을 파악하고,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산업 분야별로 심리적 계약의 구성요인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Freese & Schalk, 1996; Turnley & Feldman, 1999).
이에 본 연구에서는 심리적 계약이론을 토대로 하는 선행연구에서 조직의 의무로 여겨지는 중요요인을 <표 4>와 같이 도출하였다. 해당 요인들은 전문가 심층 인터뷰를 통해 대중문화예술산업에 맞게 수정 및 보완하여 본 연구에 적용하고자 한다.
1. Rousseau(1990), 2. Robinson & Morrison(2000), 3. Lester et al.(2001), 4. Kickul & Lestero(2001), 5. 정윤길(2011), 6. 국승민(2016), 7. 조윤형, 조성원(2017), 8. 박서영(2018).
Ⅲ. 연구방법 및 설계
본 연구의 목적은 대중문화예술산업의 공정한 계약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산업 특성을 반영한 심리적 계약요인을 도출하고, 이를 산업의 핵심 이해관계자인 대중문화예술인과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에게 설문함으로써 각 집단이 인식하는 계약요인의 상대적 중요도를 분석하는 것에 있다. 이에 심층인터뷰(In-depth interview)와 AHP(Analytic Hierarchy Process, 계층적 의사결정방법)를 순차적으로 진행하였다.
심층인터뷰란 질적 연구에서 보편적으로 활용되는 자료수집 방법으로써, 연구주제에 대한 광범위하고 깊이 있는 의견을 구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방법이다(Kvale, S. 1998; Knox & Burkard, 2009). 본 연구에서는 목적표집방법(purposeful sampling)을 사용하여 심층인터뷰 대상자를 선별하였다. 대상자 선정기준은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로써 산업현장 경력이 20년 이상이면서 동시에 예술경영학 석사 혹은 박사 학위 소지자로 설정하였다. 인터뷰 대상자는 총 3명이었으며, 2019년 7월 한달 간 1:1 면대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인터뷰 결과를 분석한 후, AHP을 위해 연구모형을 설계하였다.
AHP란 요인을 계층화하고, 전문가를 대상으로 요인 간 쌍대비교를 실시한 결과를 토대로 요인의 가중치(weight)를 산출하는 정석적 분석 방법이다(Satty, 1976). 계층구조는 통상 3~7수준으로 형성하며, 쌍대비교는 9점 척도로 측정한다. 또한 응답의 일관성을 평가하기 위해 일관성 비율(Consistency Ratio, 이하 CR)을 사용하여 응답의 신뢰성을 검증한다. 일반적으로 사회과학 분야에서는 CR값 0.2 이내까지 신뢰성이 있다고 판단한다(Satty, 1996).
본 연구에서는 대중문화예술산업의 계약 체결 당사자들 간에 인지하는 심리적 계약요인을 비교 분석하는 데에 목적이 있으므로, 전문가 집단을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 15명과 대중문화예술인 16명으로 구분하였다.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는 산업 종사 경력 5년 이상이며 연예기획사 대표 혹은 책임급 이상으로 선정하였고, 대중문화예술인은 연예계 데뷔 5년 이상이며 기획사에 소속된 자로 구성하였다. 자료수집은 2019년 8월부터 9월까지 이메일을 통해 진행하였고, 응답 결과 분석은 Expert Choice 2000을 사용하였다.
Ⅳ. 연구결과
본 연구에서는 심층 인터뷰 결과를 종합하여 결론을 도출하기 위하여 반복적 비교분석법(Constant comparison method)을 사용하였다(Bogdan & Biklen, 2007; Merriam, 2002). 반복적 비교분석방법이란 인터뷰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유의미한 내용을 구조화하는 것이다. 이는 선행연구가 부족하거나, 주관적 해석이 필요한 기초연구에서 활용되는 질적연구 해석 방법이다(권혁인·이현정·백보현, 2017). 본 연구에서는 인터뷰 내용 전사과정에서 공통적으로 도출된 단어, 어휘, 문장 등을 식별하여 대중문화예술산업의 심리적 계약요인을 확정하였다.
먼저 상위요인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먼저 상위요인은 거래적 계약이 명확하고 경제성을 띄며 제 3자에게 평가 가능하다는 점에 착안하여 거래적 계약과 관계적 계약의 정의를 구분하였다. 따라서 연예계 활동 지원 중 금전적 지출이 발생하는 요인은 거래적 계약에 포함하였으며, 금전적 지출이 발생하지 않는 요인은 관계적 계약에 포함하였다.
이러한 정의에 따라 거래적 계약의 중위요인 중 <금전>과 <환경>은 그대로 반영하되, <복지>는 관계적 계약에 포함 시켰다. 왜냐하면 <복지>의 하위요인의 경우 연예기획사에 적용되지 않거나 회사에서 비용을 제공하지 않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또한 승진 개념이 없는 연예기획사에서 <평가>의 하위항목은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삭제하였다. 이후 대중문화예술산업 특색에 따라 기존 요인의 명칭을 변경하였으며, 인터뷰 결과 도출된 9개의 하위요인을 추가하였다.
관계적 계약의 중위요인 중 <경력>은 연예기획사가 제공하는 트레이닝과 유사한 개념으로써, 일반 기업의 직무교육보다 월등히 중요하며,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거래적 계약에 포함시켰다. 이외에 <소통>, <감정>, <개인>은 그대로 유지하되 대중문화예술산업 특색에 맞게 일부 변형하였다. 또한 대중문화예술산업 이슈를 토대로 인터뷰에서 도출된 6개의 하위요인을 추가하였다. 이를 통해 2개의 상위요인, 6개의 중위요인, 28개의 하위요인이 최종적으로 확정하였다.
일반 기업의 심리적 계약요인 | 대중문화예술산업의 심리적 계약요인 | 명칭 수정 | 추가3)(횟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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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적 계약 | 금전 | 적정한 급여 | 거래적 계약 | 금전 | 수익분배 | ○ | ||
품위유지 가능 | ▶ | 계약금 | ○(1) | |||||
합당한 보상 | 계약기간 | ○(1) | ||||||
환경 | 환경 여건 | 경비지출 | ○(3) | |||||
직무수행 위한 장비 | 활동 | 활동지원 | ○(2) | |||||
복지 | 복지제도 | 인력지원 | ○(1) | |||||
휴가보상 | 스케줄 | ○(1) | ||||||
퇴직 시 복지 | 경력관리 | ○ | ||||||
평가 | 적절한 승진 | 이미지 관리 | ○(1) | |||||
공정한 평가 | ▶ | 환경 | 연습공간 | ○ | ||||
인사이동 | 장비구비 | ○ | ||||||
관계적 계약 | 경력 | 경력 발전 | 트레이닝 | ○(2) | ||||
직무에 대한 관심 | 현장지원 | ○(3) | ||||||
명확한 목표와 관리 | 관계적 계약 | 소통 | 지속적 관심 | ○(1) | ||||
기회 제공 | 콘셉트설계 | ○(1) | ||||||
경쟁력 향상 교육 | 의견수용 | ○ | ||||||
소통 | 의사결정 참여 | 피드백 | ○ | |||||
개방적 의사소통 | ▶ | 분쟁조정 | ○(2) | |||||
내 직무 피드백 | 감정 | 소속감 | ○ | |||||
감정 | 경력에 따른 대우 | 안정감 | ○ | |||||
소속감 | 성취감 | ○ | ||||||
안정감 | 신뢰감 | ○ | ||||||
성취감 | 존경심 | ○ | ||||||
편안함 | 개인 | 인권보장 | ○(2) | |||||
신뢰와 존경 | ▶ | 형평성 | ○(2) | |||||
개인 | 개인 문제 지원 | 상황적 배려 | ○ | |||||
개인 욕구 고려 | 정보보호 | ○(1) | ||||||
건강관리 | 건강관리 | ○ |
심층 인터뷰를 기반으로 확정한 대중문화예술산업의 심리적 계약요인에 대한 중요도를 도출하기 위하여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 15명과 대중문화예술인 16명, 총 31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AHP 설문을 실시하였다. 상위요인, 중위요인 및 하위요인의 개별응답 분석 결과,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 2인과 대중문화예술인 5인의 응답에서 비일관성이 발생하여 제거하였다. 이외의 응답자 일관성 비율은 CR값 0.00~0.20로 수용 가능했기 때문에 총 24인의 유효응답을 활용하였다. 분석 결과는 <표 6>과 같다.
상위요인의 중요도는 다음과 같다.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 집단은 계약에 있어서 금전, 활동, 환경 지원 등이 포함된 거래적 계약(0.532)을 소통, 감정, 개인 등이 포함된 관계적 계약(0.468)보다 중요하게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대중문화예술인 집단은 관계적 계약(0.694)을 거래적 계약(0.306)보다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 두 집단 간의 상위요인 인식 차이가 나타남을 알 수 있다.
거래적 계약 중위요인의 경우,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 집단은 중요성을 금전(0.467) > 활동(0.324) > 환경(0.209) 순으로 인식하였다. 즉, 계약 체결 및 이행 과정에서 활동이나 환경적 지원보다 수익배분, 계약금, 계약 기간 등 금전적 항목을 더욱 중요하게 인식하는 것이다. 반면에 대중문화예술인 집단은 활동(0.556) > 금전(0.467) > 환경(0.209)로 나타났다. 즉, 연예 활동과 직결되는 요인이 가장 중요하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관계적 계약 중위요인의 경우,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 집단은 소통(0.550) > 감정(0.275) > 개인(0.175) 순으로 중요하게 인식하였으나, 대중문화예술인 집단은 소통(0.471) > 개인(0.316) > 감정(0.316) 순으로 응답했다. 두 집단 모두 활동에 관한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관계적 계약의 체결과 이행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인식하였다. 다만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는 예술인이 회사에 느끼는 소속감, 신뢰감 등을 제공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대중문화예술인은 감정적 감정보다는 인권보호, 사생활 배려, 건강관리 등 개인의 신상에 대한 배려가 중요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 집단의 심리적 계약요인 1위는 ‘수익분배(0.130)’로 2위인 지속적 관심(0.079)보다 가중치가 월등히 높다. 대중문화예술사업체는 기업으로써 이윤추구를 제1의 목표로 가진다. 따라서 계약 당사자인 대중문화예술인과의 ‘수익분배’가 가장 중요하게 나타난 것은 상식적인 결과이다. 계약 체결과정에서 합의하는 수익분배 비율에 따라 계약기간 동안 발생하는 수익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① :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의 응답결과.
② : 대중문화예술인의 응답결과.
단, 일반적으로 그간 산업에서 수익분배와 관련하여 등장한 분쟁사례의 대부분이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가 대중문화예술인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비율로 수익을 가져가면서 언급된 것이 사실이다(문화체육관광부, 2012). 따라서 수익분배 진행 시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시한 모범거래기준에 의거하여 계약 당사자가 합리적으로 수익분배 비율을 결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또한 이때 출연료 배분뿐만 아니라, 부가적인 활동비용까지 포함하여 비율을 구체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반면에 대중문화예술인 집단의 경우 ‘수익분배(0.028)’는 14위로 나타나 상대적 중요도가 높지 않다. 이러한 결과는 예술가의 노동이 일반적인 노동과 그 의미, 관행, 기대 규범이 다르다는 점을 인식한다면 이해할 수 있다(Shukaitis & Figiel, 2019). 예술가의 연예 활동에 대한 실천과 헌신은 일반 노동적 관점에서 일반화 될 수 없으며, 예술가는 자신의 예술 활동을 ‘일 이상의 가치로운 것’으로 여기며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예술가들은 일하는 시간과 쉬는 시간, 일하는 공간과 쉬는 공간의 구분 없이 자신의 일과 사랑에 빠지는 특성이 있다(Bryan-Wilson, 2009). 이러한 심리적 특성은 심지어 임금의 수준이 낮거나 없더라도 개의치 않고, 자신의 예술적 기량을 펼치는데 열중한다. 본 연구에서 대중문화예술인 집단의 수익분배가 14위로 낮게 나타난 이유 역시 이와 같은 흐름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대중문화예술인 집단의 심리적 계약요인 1위는 ‘활동지원(0.098)’으로 10개의 상위 항목 중 유일하게 거래적 계약의 범주에 속하는 요인이다. 대중문화예술인에게 연예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활동지원’이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앞서 ‘수익분배(0.028)’가 낮은 중요도를 보이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예술가는 자신의 노동에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다. 따라서 예술인이 추구하는 것은 자신의 예술적 기량을 펼칠 수 있는 기회이며, 이를 위해서는 임금 미지급이나 여가시간의 반납도 마다하지 않는 특성을 보인다(Hope & Figiel, 2015).
특히 대중문화예술산업은 앞서 이론적 배경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미디어의 발달과 함께 도래했기 때문에, 여전히 많은 문화예술 콘텐츠가 TV, 라디오, 인터넷 방송 등의 미디어를 통해 송출된다. 그러나 대중문화예술인 혼자만의 노력으로 미디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대중문화예술인은 미디어에 노출될 수 있는 기회를 얻고자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와 전속계약을 체결한다. 따라서 대중문화예술인 집단에서 ‘활동지원(0.098)’이 상대적 중요도 1위로 나타나는 것이다.
다음으로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와 대중문화예술인 집단에서 2위와 3위가 유사하게 도출되었다.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 집단에서는 ‘지속적 관심(0.079)’이 2위로, ‘의견수용(0.074)’이 3위로 나타났다. 이와 반대로 대중문화예술인 집단에서는 ‘의견수용(0.095)’이 2위로, ‘지속적 관심(0.087)’이 3위로 나타났다. 집단별 이해관계자가 두 요인의 상대적 중요도를 유사한 수준에서 높게 응답하였다는 점은 큰 시사점을 가진다. 즉, 실무적으로 지속적인 관심 제공과 서로의 의견을 수용하는 관계적 계약의 요소가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선행연구들에서 거래적 계약위반보다 관계적 계약위반이 근로의욕과 조직몰입, 이직의도 등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정영미·서경도, 2011; 조수연·김준성·김건희·김매이, 2015). 이는 관계적 계약의 경우, 조직과 개인의 감정적 관계를 무너뜨려 거래적 계약위반보다 더 큰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Famer & Fedor, 1999). 그런데 실제 대중문화예술산업에서는 계약 당사자 간의 업무태만, 협의하지 않은 내용의 강제 계약 체결 및 이행, 금지행위 알선, 명예훼손 등 관계적 계약위반에 따른 분쟁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한국콘텐츠진흥원, 2016). 따라서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와 대중문화예술인 모두 ‘지속적 관심’과 상호 간의 ‘의견수용’의 필요성을 체감한 것으로 보인다.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 집단의 심리적 계약요인 4위는 ‘계약금(0.055)’으로 나타났다. 한국 대중문화예술산업에서는 신인과 스타 모두 기획사에서 전속계약금을 선지급하는 것이 관례이다. 이때 신인의 경우 계약금이 적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나, 스타의 경우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에 달하기 때문에 기획사의 부담이 막대하다. 이러한 전속계약금은 한국의 스타시스템에서 가장 큰 취약점이다(장규수, 2011).
왜냐하면 대중문화예술인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전속계약금을 더 많이 받기 위해 계약 종료 전에 다른 기획사와 접촉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며, 스타가 된 후에 계약금을 적게 준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와 대중문화예술자 사이의 분쟁의 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속계약금의 관행은 일본이나 미국 등의 해외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한국 스타시스템의 고질적인 특징으로서 현장 전문가들이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부분이다. 따라서 계약금에 대한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의 압박감 때문에 ‘계약금(0.055)’의 상대적 중요도가 높게 평가된 것으로 보인다.
대중문화예술인 집단의 심리적 계약요인 4위는 ‘인권보장(0.084)’으로 나타났다. 인권이란 천부적인 것으로 심리적 계약 요인에 포함될 필요가 없는 기본적인 것이다. 그러나 대중문화예술산업에서 대중문화예술인의 인권이 침해 당하는 사례는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것이 현실이다. 2009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대중문화예술인 중 인권침해를 당했다고 응답한 자가 72.3%였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을 공표하고 각종 법·제도적 지원을 행하고 있으나, 오늘날에도 여전히 폭력, 성폭력, 성추행, 자기결정권 침해, 청소년 기본권침해 등이 발생하고 있다(한국콘텐츠진흥원, 2016; 한국콘텐츠진흥원, 2018).
대중문화예술산업에서 스타가 아닌 대중문화예술인의 지위는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의 그것보다 열악한 구조이기 때문에, ‘인권보장’에 관한 내용은 계약 당사자 간의 문제로 국한할 것이 아니라 더욱 강력한 법·제도적 지원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즉, 관례적 혹은 암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인권침해 상황에 대한 보다 면밀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며, 이를 토대로 대중문화예술산업 이해관계자들의 인식을 개선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예를 들어 대중문화예술산업 이해관계자들의 필수 교육을 확대하여 인권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이를 침해 당했을 경우 대처법을 구체적으로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대중문화예술산업 제작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인권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 위반 시에는 강력히 처벌하는 방안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 집단의 심리적 계약요인 5위는 ‘활동지원(0.049)’으로 나타났다. 대중문화예술인 집단에서 1위로 나타난 것과는 달리 5위에 머물렀다. 즉, 대중문화예술인과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 간에 활동지원에 대한 상대적 중요도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활동지원이 5위라는 것은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도 해당 요인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대중문화예술인처럼 예술적 욕심을 추구하기 때문이 아니라, 활발한 연예 활동을 지원하여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하고, 소속 대중문화예술인을 스타로 발돋움 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더하여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와 대중문화예술인이 전속계약을 체결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가 활동지원을 통한 수익 창출이기 때문에 중요성이 높게 나타나는 것이 당연한 결과라 생각된다.
반면에 대중문화예술인 집단의 심리적 계약요인 5위는 ‘피드백(0.066)’이다. 모든 인간관계는 소통을 전제로 하며, 소통의 핵심에는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전달하는 피드백이 있다(Williams, 2004). 피드백은 일상생활에서뿐만 아니라, 조직의 목표 성취와 업무성과 향상을 위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조직의 피드백이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구성원은 스트레스에 의한 역할 갈등을 겪게 되고, 이는 낮은 직무 만족과 몰입으로 이어진다(Lazarus & Folkman, 1984).
대중문화예술산업에서는 전속계약의 특성으로 인해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가 대중문화예술인의 법적대리인으로서 모든 연예활동을 계약하는 특성이 있다. 이러한 시스템은 활동 선택과 콘셉트설계에 대한 권한이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에게 있는 것처럼 인식하게 한다. 따라서 대중문화예술인에게 활동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나 피드백이 부족한 것이 관례처럼 이어져 왔다. 그러나 엔터테인먼트 조직의 효과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대중문화예술 관계자들 간의 소통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 집단의 심리적 계약 요인 6위는 ‘이미지관리(0.044)’이다. 현대사회에서 소비되는 것은 사물이 아니라 이미지이다. 이미지란 대상에 대한 상, 심상 등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어떤 대상에 대해 개인이 갖는 주관적 지식이다(Morgan, 1993). 우리가 제품, 서비스 등을 소비할 때 우리는 그것이 가진 사회적 이미지를 판단한다.
이러한 이미지 소비의 과정은 대중문화예술산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따라서 스타의 이미지는 대중에게 각인된 이미지의 산물이며, 대중이 열광하는 것은 대중문화예술인의 실제 모습이 아니라 미디어를 통해 구축된 이미지이다(Richard & Paul, 1998). 대중문화예술인의 이미지는 그들의 예술적 기량만큼이나 대중에게 큰 영향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정수기를 판매할 때는 깨끗하고 청초한 이미지의 배우를, 청바지를 판매할 때는 트렌디한 가수를 홍보 모델로 발탁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즉, 소속 대중문화예술인과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는 소속 아티스트의 이미지를 매력적이고 대체 불가능하도록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긍정적인 이미지의 구축이 곧 대중문화예술인이 스타가 되는 첫 단계이며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 집단이 소속 대중문화예술인의 이미지 관리를 중요하게 인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에 대중문화예술인 집단의 심리적 계약 요인 6위는 ‘신뢰감(0.066)’이다. 해당 요인은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 집단에서 10위(0.033)으로 나타나, 양 집단이 모두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신뢰란 상대를 믿고 의지하는 것으로 심리적으로 강한 관계를 나타난다(Fukuyama, 1995). 특히 조직과 구성원 간의 신뢰는 불확실성을 낮추고 관계의 안정을 가져오는 중요한 요인이다. 신뢰감이 형성된 경우, 조직의 운영이 효율적이며, 성공적인 업무 달성이 촉진되고 구성원이 하나로 통합되는 중요한 감정적 자산이다(Morris & Mogerg, 1994).
그러나 사실상 대중문화예술산업은 불공정 계약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여 대중문화예술인과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 간에 신뢰 구조가 약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는 조직 내에서 대중문화예술인의 신뢰감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내부적인 신뢰 구축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부분의 경우 사회적 제도 마련을 통해 극복해야 한다.
예를 들어 대중문화예술산업 이해관계자의 표준계약서 사용이 보다 확산될 필요가 있다. 과거에 비해 대중문화예술산업의 표준계약서 활용 비율이 높아졌으나,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한다(한국문화관광연구원, 2019).4) 계약이 명확히 체결되지 않을 경우 신뢰성 저하와 분쟁 발생 소지가 높아지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조직과 구성원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장치를 체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이용관·이상규, 2019).
둘째,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에 대한 교육이 체계화되어야 한다. 현재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에 근거하여 건강한 엔터테인먼트 조직문화 확립을 위해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에 대한 교육이 주기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나, 운영방식이 비효율적인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다. 따라서 산업 이해관계자의 교육을 체계화하여 심리적 계약위반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 집단의 심리적 계약 요인 7위는 ‘콘셉트설계(0.043)’이다. 이는 대중문화예술인 집단에서도 8위(0.043)로 나타나 두 집단이 비슷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중문화예술인의 이미지 구축을 위해서는 철저한 콘셉트설계가 필요하다. 스타가 되기 위한 이미지 구축은 경영학의 STP 전략 중 포지셔닝(Positioning)에 속하는 필수적 과정이다. 즉, 대중의 마음속에서 스타로서 차별화된 이미지를 차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실제로 대중문화예술인의 대중적 콘셉트에 따라 그 사람과의 파라소셜5) 관계형성(para social interaction) 수준이 달라지는 것이 선행연구를 통해 입증되었다(Kim, Ko & Kim, 2015). 따라서 대중문화예술인의 콘셉트설계를 위해 양 이해당사자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반면에 대중문화예술인 집단의 심리적 계약 요인 7위는 ‘건강관리(0.053)’이다. 건강관리란 정신적, 신체적 건강을 모두 포함한다. 일반적으로 이미지가 중요한 대중문화예술인은 직업의 특성상 스트레스를 표출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이주연, 2016). 따라서 특히 정신적 건강에 위험이 발생하더라도 치료를 제대로 행하지 못해 우울증으로 이어지며, 심할 경우 자살에 이를 수 있다(이주연·김봉환, 2012; 이주연, 2014).
이에 대중문화예술인의 정신건강 관리를 위해 정부에서는 대중문화예술지원센터에서는 대중문화예술인의 1대1 심리상담 서비스를 운영하도록 지원하고 있으나, 상담인원은 연평균 160건 내외로 집계되고 있다. 국내 엔터테인먼트사가 2,888개(2019년 1월 누적 기준)인 것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수치이다. 비록 대중문화예술인의 사생활 노출 등의 문제로 상담을 꺼리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나,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가 솔선수범하여 상담을 신청하고 대중문화예술인지원센터와 면밀히 협력할 필요가 있다. 결과적으로 대중문화예술인의 내적인 불안을 감소시키고, 심리적 부적응을 보호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원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 집단의 심리적 계약 요인 8위는 ‘트레이닝(0.041)’이다.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는 대중문화예술인의 예술적 기량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지원할 의무가 있다. 양질의 교육을 통해 대중문화예술인은 체화된 문화자본(embedded cultural capital)을 축적하고, 이를 토대로 아티스트로서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기획사에서는 내부적 기준에 따라 트레이닝 비율을 불공평하게 배치하거나, 지나친 수익 추구로 인해 실력을 쌓을 시간을 제공하지 않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6) 따라서 대중문화예술인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지속적 트레이닝이 필요하다.
반면에 대중문화예술인 집단의 심리적 계약 요인 8위는 ‘스케줄(0.052)’이다. 이는 대중문화예술인 집단의 심리적 계약 요인 7위로 ‘건강관리’가 언급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유명 연예인이 수면 및 휴식시간 부족에 대해 토로하면서 대중문화예술인의 비인간적인 스케줄이 사회적 문제로 불거지고 있다7). 수많은 대중문화예술인이 살인적인 스케줄을 버거워하지만, 인지도 상승과 인기 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는 전속계약을 통해 대중문화예술인의 대리인으로서 권리를 행사하기 때문에 모든 스케줄을 조종할 권한을 가진다. 이들이 대중문화예술인을 배려하지 않은 채 스케줄을 계획할 경우 짧게는 해당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길게는 우리나라 대중문화예술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우리 정부는 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의 업무시간을 최대 오후 10시로 규정하여 새벽 활동이 불가능하도록 규제하였으나, 성인 대중문화예술인의 경우 어떠한 보호도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대중문화예술인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위해 적정한 수준의 스케줄을 기획해야 한다.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 집단의 심리적 계약 요인 9위는 ‘계약기간(0.035)’이다. 과거 대중문화예술산업에서는 10년 혹은 15년의 장기거래(일명 노예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2009년 동방신기 해체 사태를 계기로 계약기간을 합리적으로 제제할 필요가 있다는 사회적 인식이 확산되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표준전속계약서를 공시하며, 최초 전속 계약 기간을 최대 7년으로 제한하였다. 그러나 자동계약 연장 혹은 데뷔 이전 및 이후의 계약 기간 분할 등을 활용하여 여전히 장기 전속 계약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특히 연습생에게 7년을 제시하는 등의 사례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이경호, 2019).
2010년 이전에는 정규 음반 발매가 정통적인 데뷔 경로였으나, 오늘날에는 디지털 싱글 혹은 미니앨범으로 데뷔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으며, 또한 연습생 기간이 평균 3년 3개월임을 감안할 때 표준전속계약서의 기간 하향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계약 자동연장 등의 불합리한 조항이 포함될 수 없도록 표준계약서의 개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지원을 통해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와 대중문화예술인간에 합리적인 계약기간 선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대중문화예술인 집단의 심리적 계약요인 10위는 ‘분쟁조정(0.036)’이다. 대중문화예술산업은 무수한 이해관계자가 연계되어있어 복잡한 구조적 특성을 지닌다. 따라서 연예 활동 중에 갈등이 발생할 소지가 높다. 예를 들어 위너원 라이관린과 큐브엔터테인먼트, 제시카와 SM 엔터테인먼트의 계약 분쟁은 내부적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 소통 문제에서 발생하였다. 따라서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는 함께 활동하는 팀원 간, 자사와 대중문화예술인 간, 혹은 이해관계자와 대중문화예술인 간에 갈등이 발생하였을 때 분쟁을 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Ⅴ. 결론
본 연구는 우리나라 문화산업의 경쟁력을 견인하는 대중문화예술산업의 불공정 계약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산업 특성을 고려한 심리적 계약요인을 도출하고, 이해관계자 집단별로 중요성 인식 수준을 비교 분석하였다. 이를 위해 대중문화예술산업 전문가 3인을 대상으로 심층인터뷰를 실시하여 산업에 특화된 심리적 계약요인을 도출하였으며, 이에 대한 산업 이해관계자의 중요성 인식 차이를 분석하기 위해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와 대중문화예술인을 대상으로 AHP 분석을 실시하였다.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가진다. 첫째, 본 연구에서는 대중문화예술산업 특성을 반영한 심리적 계약 중요요인을 도출하였다. 심리적 계약의 인식 차이에서 조직과 구성원 간에 갈등이 발생하는 것이 학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나, 산업의 조건마다 심리적 계약요인이 다르게 구성되기 때문에 관련 선행연구가 부족한 상황이다(Turnley & Feldman, 1999; 이홍수, 2015). 이에 본 연구에서는 일반적인 심리적 계약요인을 도출하고, 심층인터뷰를 기반으로 대중문화예술산업에 특화된 중요요인을 도출하는 탐색적 연구를 실시했다는 점에서 학술적 의의가 있다.
둘째, 본 연구는 대중문화예술산업의 조직문화에 관한 기초연구를 진행하였다. 대중문화예술산업은 고부가가치산업으로 시장의 성장 속도에 비하여 학술적 연구가 미흡하였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본 연구는 지금까지 학술적으로 다루어지지 않았던 한국 대중문화예술산업에 대해 분석하고, 산업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개선하고자 하였다. 선행연구를 기반으로 대중문화예술의 산업구조에 따른 계약 특성을 파악하고, 계약문제를 설문조사를 토대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학술적 의의가 있다.
셋째, 본 연구에서는 대중문화예술산업의 이해관계자를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와 대중문화예술인으로 집단을 양분하여 심리적 계약요인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비교 분석하였다는 점에서 시사점을 가진다. 조직의 갈등은 계약의 이행과 체결과정에서 중요요인을 서로 상이하게 인식하면서 발생한다. 본 연구결과를 토대로 대중문화예술산업 현장의 이해관계자 집단이 서로의 인식 차이를 인지하고, 조직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한계점을 가진다. 첫째, 본 연구는 대중문화예술인의 모든 유형을 대상으로 연구를 설계하였으나 연구 표본은 배우와 가수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따라서 후속연구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을 표본에 추가하고자 한다.
둘째, 대중문화예술산업에는 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 대중문화예술스태프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있으나, 본 연구에서는 대중문화예술인과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에만 초점을 맞추어 연구를 진행하였다. 대중문화예술산업의 기본 구조는 스타시스템(star system)이기 때문에 본 연구에서 설정한 연구대상이 기초연구로 가치가 있으나, 산업 전반을 건강한 생태계로 변화하기 위해서 후속연구에서는 다른 이해관계자 간의 심리적 계약요인도 점검하고자 한다.
셋째, 본 연구의 세부항목 구성 관점은 대중문화예술인에게 지켜야 할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의 의무이다. 일반적으로 산업에서 조직에 비해 구성원의 지위가 열악하며, 심리적 계약위반 감정의 발생이 구성원의 입장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구성원에게 제공할 조직의 의무로 심리적 계약을 측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이렇듯 지위와 권력의 불평등은 우리나라 대중문화예술산업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항목 구성의 관점이 논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스타와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 간의 관계의 경우에는 이러한 관계가 역전되기 때문에 중요한 심리적 계약요인이 달라질 것이다. 실제로 스타의 권한 남용 및 오용으로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가 곤경에 처하는 경우도 발생하기 때문에 후속연구에서는 연구주제와 목적에 따라 세부항목의 설정 관점을 달리하여 진행하고자 한다.
넷째, 심리적 계약 요인에 대한 인식은 시간적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것이 일반적으므로, 계약의 시기에 따라 인식되는 요인별 가중치가 상이할 수 있다. 그러나 본 논문에서는 계약 시기에 관계없이 중요도를 측정하였으므로 한계점을 가진다. 이에 후속연구에서는 계약과 관련한 시간적 흐름을 구분하고, 시점별 심리적 계약 요인의 중요도 인식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