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최근 ‘부(副) 캐릭터’의 준말인 ‘부캐’ 또는 ‘N잡러’ 열풍이 예능 프로그램 등과 같은 미디어와 노동시장에서 심심치 않게 관찰되고 있다. 이들 표현은 주된 직업 이외에 부수적으로 다른 직업을 갖는 경우를 공통으로 일컫는다. 일반적으로 ‘겸업’은 생소한 노동 행태이지만, 예술인 사이에서는 굉장히 익숙한 모습이다. 일례로 2017년 기준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취업자 중 부업을 가진 사람의 비중은 약 1.6%에 그치지만, 같은 해 「예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겸업 예술인의 비중은 약 66%인 것으로 나타나 예술인 사이에서 ‘겸업’이 만연함을 알 수 있다.
한편, 겸업 비중이 증가하는 현상이외에도 주목할 점은 부업이 개인의 자율적인 선택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일자리 질’의 악화와 결부되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결과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는 2019년과 2021년 사이에 상용근로자보다는 임시근로자, 4050세대보다는 2030세대,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보다는 고용원 없는 1인 자영업자 집단 내에서 부업률 상승이 컸다는 것이 관찰되고 있다.1) 일반적으로 낮은 일자리 질을 대표하는 임시근로자, 경력이 상대적으로 덜 형성된 청년, 영세한 1인 자영업자라는 고용 형태의 특성은 예술노동시장 내에 존재하는 일자리들의 대표적인 특성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최근에 관찰되는 일자리 질 악화와 부업자수 증가의 관련성은 예술노동시장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만연해왔던 특징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예술인의 직업적 특성이라고 불릴 정도로 겸업이 일상적임에도 불구하고, 예술인을 대상으로 하는 기존 연구는 ‘예술인은 왜 가난한지, 왜 가난해도 예술인으로 남길 원하는지’에 대해 주로 다루거나(Abbing, 2002; Alper & Wassall, 2006), ‘겸업’ 행태 자체를 소득이 낮은 예술인의 자구책으로만 그 의미를 국한하였다(Menger, 2006). 물론 이들 논의를 통해 예술노동시장의 노동공급 특성에 대한 이해의 폭을 확장할 수 있으나, 예술인의 겸업 행태에 대한 이해와 관련해 다음 두 가지 측면에서 기존 논의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첫째, ‘과연 예술인의 겸업 행태요인이 낮은 소득에만 있는가?’라는 문제 제기가 가능하다. 낮은 소득 지위 이외에도 겸업 행태와 관련해서 일과 실업이 빈번하게 반복되는 상황과 일할 기회의 격차가 함께 논의되어 왔다. 이는 예술인이 처한 소득과 고용 차원의 불안정 노동 특성을 포괄해서 겸업 행태를 이해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다음으로 ‘예술인의 겸업이 과연 경제적 효용에만 국한되는 것인가?’와 관련된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만일 부업이 예술과 관련된 일이라면, 예술인에게 또 다른 인적 자본과 사회자본 축적의 기회가 될 수 있는데, 이는 곧 겸업의 의미가 지금 당장의 소득 보전 수단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예술인의 겸업을 논의하는데 있어서 단순히 겸업을 하는지 하지 않는지에만 국한하기보다 어떤 겸업을 하는지, 즉 예술직업과 관련된 겸업을 하는지 고려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본 연구는 예술인 겸업 행태에 관한 기존 논의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예술인의 취약한 경제적 지위에 관한 기존 논의를 불안정 노동관점에서 체계화하여 불안정 노동이 예술인 겸업 행태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겸업 행태를 일차적으로는 겸업 여부를, 2차적으로는 부업이 예술직업과 관련이 있는지에 따라 동종 겸업, 이종 겸업으로 겸업유형을 구체화해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제2장에서 겸업에 관한 일반적 논의를 살펴보고, 예술인의 불안정 노동과 겸업 행태 사이의 관련성을 이론적으로 검토한 뒤, 제3장에서 연구설계를 통해 분석모형을 구체화한다. 제4장에서는 연구설계에 따라 분석한 결과를 제시하고, 마지막 제5장에서는 주요 결과를 요약하고, 연구의 함의와 시사점, 그리고 한계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Ⅱ. 이론적 배경
최근 산업구조의 변화와 노동 형태의 다변화로 두 개 이상의 직업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는데, 2015년 유럽에서 이미 직장이 있으면서도 부업(secondary job)을 가진 사람이 870만 명이 넘었으며, 미국도 730만 명의 근로자가 부업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Pouliakas, 2017). 우리나라도 「경제활동조사」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취업자 2,623만 5천 명 중 부업을 한다고 응답한 경우가 40만 6천 명인 것으로 나타났다(정성미, 2017).2)
겸업은 2개 이상의 직업을 가진 상태로, 본업 이외에도 부업을 하는 것을 일컫는다. 해외 문헌들은 주업(main job) 이외에 추가소득을 위한 경제활동을 dual job, second job 등의 용어로 지칭하고 있다(정성미, 2017). 우리나라의 경우, 부업이라는 표현보다 투잡(two-job)이라는 표현이 더욱 익숙하며, 멀티잡(multi-job)이라는 표현도 종종 쓰이고 있다(최형재 & 임용빈, 2020). 다양한 표현으로 일컬어지지만 결국 주업이 아닌 추가적 소득 활동을 지칭하는 것은 동일하다.3) 그러나 어디까지 추가적 소득 활동으로 볼 것인가와 관련한 문제로 부업의 인정 범주가 달라지고, 이는 곧 겸업을 파악하는 범위에도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경우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지난주에 주된 일 이외에 다른 일을 한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통해 겸업 여부를 판단하고 있는데, 이때 가사도우미나 건설공사현장의 일용직 근로자와 같이 매일 일하는 장소가 달라지거나, 고용주가 동일한 상태에서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경우, 주업과 부업 모두가 자영업인 경우 겸업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개념 정의는 학계에서도 유사한 양상을 보이는데, 학문 분야별로 조금 상이하다. 예를 들어, 조직행태 연구와 사회학 분야에서는 부업하는 사람(moonlighters)을 전일제 주업을 갖고 있으면서 주업 이외의 부차적으로 일자리를 찾고 선택하는 사람으로 정의하는데, 구체적으로는 개별적인 두 조직 안에서 별도의 두 직업을 갖고 완전히 구분된 관리자의 통제하에서 일하는 사람을 지칭한다(Inness et al., 2005: 733). 그러나 이러한 개념 정의는 자영업자를 논의에서 배제할 뿐만 아니라, 2개 이상의 시간제 직업을 갖는 사람들 또한 간과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Campion, 2018). 한편, 경제학 분야에서는 다중 직업종사자(multiple jobholder)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하는데, 이는 미국 노동통계청(The Bureau of Labor Statistics, 이하 BLS)에서 사용하는 용어와 개념을 그대로 받아들인 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BLS의 개념 정의에 따르면, 다중직업 종사자는 조사의 기준이 되는 한 주 동안 한 가지 이상의 직업을 갖고 있으면서 보통 주업으로부터 시급 또는 고정급여를 받는 사람을 지칭한다(BLS, 2015). 다만, 주업이 무급 가족 종사자 지위이거나 자영업인 경우, 그리고 부업이 자영업이거나 무급 가족 종사자 지위에 있는 경우는 논의에서 배제한다.
하지만 이러한 제한된 개념 정의는 접근 가능한 자료, 연구자의 연구목적 등 연구의 편의성에 의한 것이지,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는데 적절하다고 보기 어렵다. 왜냐하면 배제되는 상황에 대한 적절한 이유가 제시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 겸업인4)은 Campion(2018)이 제시한 개념처럼 사용주이든 자영업자이든 금전적 지불의 대가로 행해지는 모든 업무 또는 일련의 업무들을 포함하는 직업이 한 가지 이상인 사람을 의미한다. 다만, 봉사 활동이나 비금전적 대가로 행해지는 업무를 하는 직업은 제외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한 가지 이상의 직업에 종사할까? 이에 대한 설명은 금전적 동기와 비금전적 동기로 크게 양분할 수 있다.
먼저, 금전적 동기와 관련해서는 주업의 시간 제약 모형과 주업의 불안정성 모형이 있다. 주업의 시간 제약 모형(main job hour constraint)은 근로자가 주업에서 근로시간이 제한되어 임금 수준이 불충분해 근로시간을 늘려서라도 추가적인 소득 창출하고자 하며, 이것이 바로 겸업의 동기가 된다고 설명한다(Shishko & Rostker, 1976; Paxson & Sicherman, 1994; Dickey et al., 2015; Hirsch et al., 2016). 즉, 주업에서의 근로시간 및 임금 수준 제약으로 인해 겸업함으로써 부족한 소득을 보완하고자 하는 것이 동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겸업과 관련된 이론을 최초로 제시하고 검증한 연구는 Shishko와 Rosker(1976)의 연구인데, 이들 연구 이전까지만 해도 겸업인 집단의 인구통계학적 특성을 묘사하는 수준에 그쳤다(Guthrie, 1969; Hamel, 1967). 그러나 Shishko와 Rosker는 주업에서 더 많은 근로시간과 소득이 생길 때, 개인의 노동 공급, 즉 추가 근로 의지가 감소하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후 관련 연구 결과로는 (1) 주업에서의 노동수요와 보상이 높아질수록 부업을 탐색할 가능성이 작아진다는 설명(Krishnan, 1990), (2) 자신의 교육 수준을 비추어봤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소득 수준보다 낮다고 인식하거나, 비싼 내구재 또는 주택 구매 계획이 있는 경우 부업을 찾을 가능성이 증가한다는 설명(Abdukadir, 1992) 등이 있다.
겸업 행태의 금전적 동기와 관련한 또 다른 설명으로는 주업의 불안정성 모형(main job insecurity model)이 있다(Bell et al., 1997). 이 모형의 요지는 주업을 그만둘 위험에 처할 때 겸업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부업은 실업과 소득 감소에 대한 일종의 보험 역할을 한다(Panos et al., 2014; Conen, 2020). 또, 주업의 불안정성은 임금근로자이든 자영업자이든 모두에게 적용되는 상황이라는 점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영업자가 사업으로 충분하거나 안정적인 소득을 창출하지 못하는 경우, 그 역시 주업을 유지하려는 전략으로 부업을 갖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Henley, 2007; Wu et al., 2009).
겸업 형태의 비금전적 동기에 관한 논의로는 이종직업 모형(heterogeneous jobs model)이 있다(Conway & Kimmel, 1998; Boheim & Taylor, 2004; Wu et al., 2009). 이 모형은 조직행태에서 다뤄지는 직업 포트폴리오(job portfolio)5) 관점(Handy, 1984: 1995)을 차용한 것으로, 이 관점은 개인의 직무 다양화 욕구에서 제기된 것이다. 즉, 피고용인(employee)이 주업의 업무가 정형적이거나 재미없다고 느끼는 경우, 직무의 다양성과 모험 추구를 목적으로 이직하거나 겸업을 하게 될 것이라고 본다. 직업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동기는 구체적으로 새로운 직업에 대한 학습, 새로운 역량 획득, 직무 다양성에 대한 추구, 흥미 또는 취미 추구, 직업 불안정성에 대한 보험, 또는 유연한 근무 일정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 포함된다(Dickey et al., 2015; Hirsch et al., 2016). 그러나 이 모형 역시 자영업의 경우 겸업을 통해 직무의 다양성을 추구하고자 하는 욕구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Atherton et al., 2016).
한편, 최근 금전적 동기와 비금전적 동기 이외에도 잡 크래프팅6) 이론(job crafting theory)을 통해 겸업의 동기를 설명하려는 새로운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Campion(2018)의 연구를 들 수 있다. 잡 크래프팅은 보통 과업 또는 일의 관계적 경계에 있어서 개인이 만든 물리적 그리고 인지적 변화를 일컫는다(Wrzesniewski & Button, 2001: 179). 원래 논의에서는 잡 크래프팅의 동기를 직업에 대한 통제의 필요성, 일의 의미, 긍정적 이미지 형성의 필요성, 그리고 인맥(human connection)의 필요성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 그 하위요소가 ① 업무의 양, 업무의 순서 등에서의 변화를 의미하는 과업 크래프팅(task crafting), ② 함께 일하는 사람 및 그들과의 협업의 빈도 등과 같은 개인적 상호작용의 변화를 의미하는 관계 크래프팅(relational crafting), ③ 업무의 목적 및 우선순위 등에서의 변화를 말하는 인지 크래프팅(cognitive crafting)으로 구체화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Wrzesniewski & Button, 2001; 김민지 · 박용호, 2019). 또, 그 과정에서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직무를 다룰 수 있는 능력으로 일의 의미를 더욱 크게 느끼고, 소속감을 느끼게 하며, 조직 차원에서는 개인이 전체적인 작업 흐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줘 조직목표 또는 부서의 목표에 도달하게 한다는 것이다.
물론 잡 크래프팅 개념은 한 조직 내에서 개인의 과업(task) 또는 직무(job) 확장에 주로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겸업의 동기를 직접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ampion은 잡 크래프팅이라는 개념이 ‘전체적인 경력 형성(total work experience crafting)’으로 재조작화 될 수 있다고 본다(Campion, 2018: 17). 특히, 이를 통해 단일 조직을 넘어서 어떻게 일의 경계를 확장하고 관리하는지를 설명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즉, 조직이 아닌 개인의 정체성을 기준으로 한 가지 이상의 직업에서 일할 욕구 또는 추가적 기량을 형성할 욕구가 겸업할 동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상의 논의를 요약하면, 두 개 이상의 직업을 갖는 동기는 주업에서의 소득 불안정성 또는 고용 불안정성으로 인한 금전적 동기와 역량 또는 경력 개발이라는 비금전적 동기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겸업의 동기를 소득과 고용의 불안정성에 대한 대응이라고 설명하는 모형들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비정형 근로형태의 확산과 불완전 고용(underemployment)의 여파로 겸업이 증가하고 있는 유럽의 상황을 설명하는데 설득력 있는 관점일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러한 시각의 기저에는 겸업하는 사람들이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약자라는 가정과 이들이 상대적 박탈감에 빠져있다는 가정이 전제되어 있는데, 이를 지지할 만한 일관된 연구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맹점이다. 특히, 최근 고학력 전문인력 사이에서도 겸업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는 설명하기 어렵다.
이러한 설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겸업의 동기가 자신의 삶에 있어서 경제적 · 사회적 지위에 대한 높은 기대 수준에 있다고 보면서 개인의 기량과 경력 개발을 위해 두 가지 이상의 직업을 갖는다고 주장하는 이종직업 모형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은 비금전적 동기에 주목하는 설명은 겸업의 동기를 이해하는데 두 가지 관점에서 이해의 폭을 확장하게 한다. 먼저, 이종직업 모형은 겸업의 동기가 전적으로 금전적 제약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설명의 한계를 지적했으며, 다음으로 겸업하는 방식이 주업 이후의 부업이라는 순차적 접근방식 이외에도 여러 직업의 동시 참여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한편, 잡 크레프팅 이론을 빌려 한 조직 내에서가 아닌 개인의 정체성을 기준으로 직업(직무)의 경계를 조정하는 행태로 겸업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이전의 논의와 또 구별된다고 볼 수 있다.
이들 논의 중 어느 것이 더 겸업의 동기를 잘 설명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로 남아 있고, 각각의 설명이 반드시 배타적인 관계인지도 모호하다. 특히, 이들 논의의 연구대상이 주로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고용계약을 하는 임금근로자로 한정되어 있으며, 작업의 완성을 계약하는 도급(용역)계약의 비임금근로자들을 논의에서 배제하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Atherton et al., 2016).
우리나라의 경우 2016년 기준 취업자 중 2% 미만이 겸업을 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2015년 예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58.2%가 예술노동 이외의 직업을 갖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와 같은 경향은 우리나라 예술인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며(Menger, 2006; Casacuberta & Gandelman, 2012; Mangset et al., 2018), 그만큼 예술인의 겸업 활동은 만연하다. 이는 예술노동 만으로 예술노동 자체에 필요한 경비를 마련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먹고 살기 어렵다고 토로하는 예술인의 목소리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이강진, 2015; 이동연, 2018; 정경운, 2019). 결국, 예술인의 겸업은 그들의 자발적 행태라기보다는 불안정하고 낮은 예술소득에 대한 대응책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구조적 요인으로 인해 만연한 예술인의 겸업 행태는 그 경향과 원인에 대해 많이 논의된 바 있다. 특히, 예술인 겸업의 동기로 주목할 만한 설명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Throsby(1994)의 근로선호모형(work preference model)이다. 이 모형은 어떻게 예술인들이 예술과 비예술 시장에 노동력을 투입하는지에 대해 설명하는 대표적인 모형으로, 예술인의 노동시장 공급 관련 연구에서 중요하게 논의된다. 근로선호모형은 기본적으로 (1) 예술인들의 소비수준을 최소한의 생계유지 수준으로 고정하고(Papandrea & Albon, 2004), (2) 예술시장의 임금은 비예술시장의 임금에 비해 낮다고 가정한다(Withers, 1985). 이를 전제로 비예술활동을 통한 소득창출로 최소한의 생계유지비만 충족된다면 예술시장에 노동력을 투입을 늘린다는 것이다. 한편, 모형 검증 차원에서 이루어진 실증연구의 결과를 살펴보면, 근로선호모형을 지지하는 경우(Robinson & Mongomery, 2000), 부분적으로 지지하는 경우(Rengers & Maddens, 2000; Yoon & Heo, 2019), 지지하지 못하는 경우(Casacuberta & Gandelman, 2012) 등 일관되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근로선호모형이 겸업 행태를 설명하기 위한 직접적인 모형은 아니다. 오히려, 예술인들이 저임금을 받고도 어떻게 예술 활동을 이어가는지에 대한 질문에 답을 얻기 위한 설명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로선호모형이 예술인의 겸업 행태 설명에 중요한 이유는 예술인의 노동공급을 논의하는데 있어서 비예술분야에 대한 고려를 강조했기 때문이다. 또, 예술노동의 소득 불안정성에 주목했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한편, 보다 직접적으로 예술인의 겸업 동기에 대해 언급한 연구로 Menger(2001; 2017)의 연구를 들 수 있다. Menger는 프로젝트 중심의 작업방식으로 인한 임시계약과 소득의 불안정성은 직업적 위험을 초래하였고, 예술인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위험을 다각화해 적응했다고 설명한다. 그는 예술인이 위험을 다각화하는 방식은 소득원천을 다양화하는 방식으로 구체화된다고 설명하면서, 크게 세 가지를 언급하였다(Menger & Gurgand, 1996). 하나는 외부 자원에 대한 의존으로 사적 이전소득(배우자, 가족, 지인으로부터의 금전적 도움, 기업의 후원 등)과 공적 이전소득(정부 보조금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다음으로 협회나 조합과 같이 상호 보험 제도를 설계하거나, 서로의 임금을 통합하거나 공유하는 집단 차원의 재원 배분이다. 마지막으로는 여러 직업을 통해 소득 창출을 함으로써 개인적 차원에서 위험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특히, 예술인의 겸업 활동이 가능한 것은 전일제 상용직과 달리 완전취업도 완전실업도 아닌 ‘일-보상된 실업 또는 비보상된 실업-직업탐색-네트워킹 활동’ 사이의 반복적 순환 상태에 놓여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인다(Menger, 2001; Opara et al, 2019).8)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면, 예술인의 겸업 동기는 주로 낮은 소득 또는 임시계약과 같은 불안정 고용 형태, 또 반복적인 ‘일-보상된 실업 또는 비보상된 실업-직업탐색-네트워크 활동’ 순환 상태에 대한 대응으로부터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이론적 논의를 바탕으로 불안정 노동이 예술인의 겸업 여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특히, 겸업의 이유를 주업의 유지 수단으로 가정하는 주업의 불안정성 모형은 예술인의 겸업 행태를 설명하는데 가장 적합한 이론적 자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를 토대로 좀 더 구체화 해보면 불안정 노동은 불안정 고용과 불안정 소득 차원에서 구분해 볼 수 있을 것이고, 이때 예술노동시장의 프로젝트 중심의 작업 방식으로 인해 파생되는 계약 특성이 불안정한 고용의 주된 특성으로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불안정 고용은 개념상 고용 형태, 근로 제공방식, 근로시간 등 고용조건과 관련된 불안정성을 의미한다(이승윤 외, 2017). 선행연구에서는 이러한 특성을 종사상 지위, 특히 정규직 이외의 비정규직에 해당하는 각 고용 형태 자체가 고용 불안정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고 본다. 이러한 고용 형태에 기반한 기존 논의는 주로 임금근로자 안에서의 불안정성의 정도를 구분하거나, 비정규직에 비임금근로자인 자영업자를 포함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정규직을 기준으로 하여 비정규직이 불안정하다고 가정해 버리는 한계를 갖는다. 따라서 이러한 구분은 현실에서 발견되는 노동 불안정성의 복잡성과 모호성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 특히, 고용계약뿐만 아니라, 도급(용역)계약에 기반을 두는 예술인의 작업방식을 고려할 때 종사상 지위를 단순히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구분하는 방식은 그대로 차용하기 어렵다. 따라서 본 연구는 고용계약 측면의 불안정성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근로 제공방식의 불안정성에 주목하여 종사상 지위를 구분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는 크게 비임금근로자와 임금근로자로 구분하고, 비임금근로자는 다시 1인 자영업자(프리랜서)와 종업원이 있는 자영업자(이하 사용주)로, 임금근로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세분화한다. 이때, 가장 불안정한 근로 제공 형태를 1인 자영업자(프리랜서)로 가정하고, 이들 집단을 기준집단으로 삼아 분석하고자 한다. 여기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기존의 근로 제공방식 측면에서 불안정한 고용 관계라 간주하는 범주 안에는 호출 근로 또는 파견 근로 이외에도 프리랜서가 주로 체결하는 용역 근로, 독립 근로와 같은 도급계약의 관계도 포함된다(이승윤 외, 2017: 79). 따라서, 1인 자영업자 역시 근로계약에 기반한 고용 관계가 아니더라도 함께 고려될 필요가 있다.
둘째, 1인 자영업자 노동의 특성과 관련하여, 1인 자영업자는 노동에 있어서 발주자와의 계약 조건이 근무 기간의 제한이 아닌 작업의 완성도에 있어서 구체적인 노동 방식이 정형화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1인 자영업자의 계약은 고용계약이 아닌 도급(용역)계약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근무 기간(연/월/주/일/시간)에 대한 보상이 아닌 일의 결과물에 대한 보상이 계약관계의 바탕을 이루는 것이 특징이며, 1인 자영업자 자신은 여타 자영업자와 달리 자신에게 종속되는 피용자를 두지 않는다. 또, 특정 고용주에 장기간 전속되지 않고 다양한 발주자를 대상으로 비교적 단기간 노동한다는 특성을 갖는다. 즉, 노동에 있어서 발주자와의 계약 조건이 근무 기간의 제한이 아닌 작업의 완성도에 있어서 구체적인 노동 방식이 정형화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이다. 이는 형식적으로는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발주자의 지시 내용에 따라 노동 장소, 방식, 근로시간이 좌우됨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 1인 자영업자의 상당수가 실질적으로는 도급 관계가 아닌 근로관계임이 분명한데도 사용주(발주자)가 사회적·경제적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프로젝트 위주의 도급계약을 이들에게 남용한다는 지적도 있다(황준욱, 2009). 이와 같은 특성은 여타 다른 종사상 지위보다 1인 자영업자가 더 불안정한 고용 상태에 처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마지막 이유로는 예술노동시장의 특성을 고려하기 위함이다. 예술노동시장은 프로젝트 기반의 작업방식을 취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특정 기간 동안 한시적으로 직종별 소그룹이 하나의 대단위 프로젝트팀을 형성하여 동시 작업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계약별로 보면 프리랜서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형태처럼 보이지만, 집단 작업이기 때문에 큰 프로젝트 일정의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따라서, 제작과정에서 요구되는 구조적 협업의 특성으로 인해 개인의 노동시간 활용의 자율성은 제약되는 면이 강하다(황준욱, 2009). 이상의 이유로 본 연구에서는 예술인의 불안정 고용을 대표하는 종사상 지위로 프리랜서를 기준집단으로 삼아 불안정 노동과 겸업의 관계를 살펴보고자 한다.
한편, 예술노동시장의 특징 중 하나는 프로젝트 기반의 작업방식을 보인다는 점인데, 이때 프로젝트 내에서 예술노동은 계약의 다양한 속성들로 구체화 된다. 따라서 예술노동의 불안정성을 살펴보는데, 계약 특성에 대한 고려는 필수적이다. Menger 역시 초단기, 저임금을 골자로 하는 계약 자체와 계약과 계약 사이의 실업 상태의 반복이 예술인의 불안정한 고용 상태를 구성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불안정한 계약의 속성으로 적은 계약 건수와 계약금액, 초단기의 계약 기간을 불안정한 계약의 주요 속성으로 보고, 이들 요인을 예술인의 겸업 행태의 주요한 설명변수로 삼고 분석하고자 한다. 또, 관련해 빈번한 경력단절 역시 겸업 행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 보고 함께 고려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불안정 소득은 낮은 소득 수준으로 보고, 이에 대한 임금 보전의 활동으로 겸업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하고, 그 관계를 살펴보고자 한다.
예술인들이 불안정한 예술노동에 대한 보험으로 다른 직업을 갖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부업으로 삼는지 역시 중요한 문제이다. 겸업에 관한 일반적인 논의에서는 자료의 한계로 주업과 부업의 구체적 특성에 관해 다루지 못하고 있지만, 부업은 개인의 인적 자본과 사회자본을 축적할 기회를 제공하여 계층 상향이동의 가능성을 높인다는 연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Pouliakas, 2017). 이는 부업이 만들어내는 일종의 인적 자본 파급효과(human capital spillover)라고 볼 수 있다(Campion, 2018). 특히, 예술인의 부업이 예술과 관련 있는지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인데, 예술과 관련된 부업에서 쌓은 인적 자본은 예술직업에서 직업적 성과 또는 예술적 성과를 이루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예술노동시장에서 평판은 인적 자본만큼이나 중요한 사회자본으로, 예술인이 예술 활동을 지속하는 데 필요한 요인인데(Towse, 2006; 양종민 외, 2019), 겸업하더라도 예술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부업을 통해 자신의 경력 및 평판 형성의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면 이는 예술활동의 지속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거나, 예술인들에게 성공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만약 비예술 분야에서 부업을 한다면 금전적 보상은 얻을 수 있으나, 경력과 평판 형성의 기회는 상대적으로 확보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겸업 예술인들 사이에서 불안정 예술노동이 겸업의 질적인 속성에도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중요하다.
이는 불안정 예술노동이 예술인을 경제적 위험에 처하게 한다는 일차적 의미를 넘어서, 예술 활동의 지속성, 특히 경력과 평판 형성의 기회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 본 연구는 예술직업에서의 불안정 노동 수준이 단순히 겸업 여부가 아닌, 그 질적인 내용에도 영향을 미치는지를 추가로 고려하였다. 특히, 불안정 노동으로 인해 예술인은 예술계 내에서 부업을 찾기보다 비예술 분야에서 일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예측하는데,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이론적 논의를 근거로 삼는다.
첫째, 주업 불안정 모형은 겸업 유형을 결정하는데도 여전히 유효한 이론적 설명을 제공해준다. 겸업을 설명하는 일부 이론들은 겸업을 주업의 변경을 위한 과도기적 단계로 겸업을 이해하거나, 아예 주업의 유지 또는 중단에 대해 고려하지 않은 채로 겸업을 설명한다. 그에 비해 주업 불안정 모형은 주업을 유지하려는 전략으로 부업을 갖는 것이라고 가정한다. 이는 예술인이 예술직업을 지속하기 위한 전략으로 부업을 갖는다고 설명하는 기존 선행연구(Throsby, 1994; Menger & Gurgand, 1996)를 보더라도 예술인의 상황과 가장 부합한 가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모형 역시 주업을 유지하기 위한 부업의 속성에 대해서는 어떠한 가정도 제시하지 않는다. 다만 이 모형을 통해 ‘예술인의 부업에는 예술직업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는 부업과 그렇지 않은 부업이 존재하며, 예술인들은 자신들의 주업인 예술직업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부업을 선택하고자 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한편, 주업 불안정 모형에 더해 예술노동시장에서 경력이 갖는 의미와 그 형성의 메커니즘, 그리고 누적적 경력이 가져오는 누적적 이익을 추가로 고려한다면, 불안정 예술노동에 처한 예술인이 선택할 수 있는 겸업의 유형을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력은 단기 프로젝트의 연속을 통해 형성된다’(Faulkner & Anderson, 1987)는 말처럼 예술노동시장에서 예술인은 단기 계약을 통해 옮겨 다니며 일하면서 경력을 쌓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 ‘포트폴리오 경력(portfolio career)’이 아주 일상적이기 때문에 개인이 하나의 회사를 위해 일하고, 장기적 고용계약으로 이뤄지는 내부 승진 제도를 통한 관료제적 경력 형성과는 차이가 있다(Alexander, 2003: 298). 따라서 단기 프로젝트 참여는 소득 창출이 가능한 노동의 기회인 동시에 다음 기회를 마련하는 발판이기 때문에 예술인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와 관련해 Faulkner와 Anderson(1987)은 영화산업의 사례를 토대로 해당 산업 내 경력이 갖는 두 가지 특징에 대해 언급한 바 있는데, 하나는 이 산업에서 한 번 쌓인 신용은 고용될 확률을 높인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경력이 누적되면 동등한 경력의 사람들과 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그만큼 프로젝트 참여, 즉 일할 기회를 얻는 것이 어렵지만 한번 일할 기회를 얻어 명성을 쌓는다면 이후 누적적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때 주목할 점은 프로젝트 수행의 기회가 특정 엘리트 집단에 쏠리고, 결국 이들이 산업을 지배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경력 초기 단계에서 일할 기회를 지속해서 형성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Blair(2001) 역시 영화산업의 사례를 연구하면서 초기 경력 형성에서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언급한 바 있는데, 결국 이는 경력 형성의 기회가 개인의 재능과 노력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또, 예술계에서 일하고자 하는 사람들, 산업 유보군이라고 불리는 이들의 수가 이미 일하고 있는 사람들만큼 또는 그보다 많기 때문에, 예술인 개인 차원에서는 항상 경쟁 속에 처할 수밖에 없다. 이때 개인적 차원의 어떤 실패도 개인의 경력에 타격이 될 수 있기에 열악한 프로젝트의 근로환경, 저임금, 초단기 계약 조건 등에 대한 문제 제기가 불가능하게 된다.
이상의 논의를 정리하면, 예술인들에게는 단기 계약이라는 고용 형태보다 단기 계약이라도 연속해서 또는 누적적 체결이 가능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프로젝트를 통해 평판과 명성을 형성하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많은 예술인이 고용 형태와 소득의 불안정성에도 불구하고, 예술계에 남아 경력을 형성할 수 있는 부업을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는 선호한다고 모든 예술인이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는 앞서 Faulkner와 Anderson이 언급한 경력 특성을 통해 언급한 바와 같이 경력 형성의 기회는 이미 경력 형성으로 예술계에서 명성을 쌓은 예술인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예술인들은 현재 예술직업의 고용과 소득이 불안정할수록 예술계 내에서 추가적인 경력 형성의 기회를 얻기가 대단히 힘든 구조임을 의미한다. 따라서 예술직업이 불안정 노동 특성을 띌수록 예술직업을 유지하면서도 현재 처한 경제적 위험을 해결하기 위한 전략으로 비예술 분야에서 부업을 할 가능성은 커질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예술직업이 불안정하다는 그 자체가 그만큼 예술계에서 입지가 확고하지 않다는 뜻이고, 이는 예술계에서 또 다른 일할 기회를 얻는데 제약이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위와 같은 논의를 바탕으로 불안정 노동이 겸업 유형을 차별화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Ⅲ. 연구설계
예술인의 불안정 노동과 겸업 행태의 관계를 살펴보기 위해 본 연구는 이항 로지스틱 회귀분석 방법을 활용하였는데, 구체적인 분석모형은 아래와 같이 나타낼 수 있다.
먼저 식 (1)과 식 (2)의 독립변수들의 선형결합 함수는 같다. 그러나 분석대상과 종속변수에 차이가 있다. 식 (1)의 경우, 전체 표본이 분석대상이 되고, 종속변수는 겸업 여부이다. 한편, 식 (2)는 겸업 예술인으로 분석대상이 한정되고, 종속변수는 겸업 유형이다. 이때, 겸업 유형은 동종 겸업(예술 관련 직종)과 이종 겸업(비예술 직종)으로 조작화하였다.
단, π1i = Pr(Y=1=겸업),
π2i = Pr(Y=1=비예술직 겸업)
ArtStatus : 종사상 지위
ConFreq : 계약 건수
ConPeriod : 계약 기간
Pay : 계약금
CareerBreak : 경력단절 횟수
ArtInc : 예술소득
Ctr : 예술활동 특성(활동 분야, 직업 유형, 활동 지역, 입문 연도, 전공), 가구 특성(가구 소득), 인구 사회학적 특성(성별, 연령, 혼인 상태, 국민연금 직장가입 여부)
예술인복지법 제2조에 따르면 예술인9)이란 예술활동을 취미가 아닌 업(業)으로 하여 국가를 문화적,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으로 풍요롭게 만드는데 공헌하는 사람으로 문화예술 분야에서 창작, 실연(實演), 기술지원 등의 활동을 증명할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본 연구에서도 이와 같은 정의를 토대로 분석대상을 예술활동을 업(業)으로 삼는 예술인으로 선정하였으며, 활동 분야에 있어서도 창작과 실연에 국한하지 않고 기술지원 인력까지 포함하였다. 시간적 범위는 2014년과 2017년으로 한정하였다. 시간적 범위의 설정은 접근 가능한 분석 자료의 특성과도 관련이 있다. 이에 대해서는 분석 자료에서 상술한다.
본 연구는 예술인의 행태를 살펴보기 위해 예술인 실태조사의 2015년, 2018년 조사 자료10)를 활용하였다. 이 조사는 예술인의 복지 및 창작환경에 대한 파악을 목적으로 3년마다 실시되고 있는데, 모집단이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예술활동증명신청 예술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사업수혜 예술인, 문화예술 관련 협회·단체 회원에 한정된다. 물론, 예술인의 정의에 따라서 분석 자료의 모집단이 곧 ‘예술인 집단 전체를 대표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 제기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서 예술활동을 업(業)으로 삼고 있는 예술인을 대상으로 시행되는 조사 가운데 가장 광범위한 조사이며, 정부에서 조사 품질을 관리하는 국가승인통계(승인번호 제113002호)라는 점에서 분석 자료로 가치가 있다. 또, 본 연구의 관심인 겸업 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특성(부업의 종사상 지위, 소득, 노동시간 등)이 조사 문항에 포함되어 있어 이를 활용하였다.
분석에 앞서 전처리 과정에서 주요 변수에 결측치가 있거나 적절하지 않은 표본을 제외하였으며, 최종적으로 총 6,756명11)을 대상으로 분석을 진행하였다.
겸업 행태는 크게 두 가지 차원으로 구분해 살펴보고자 하는데, 하나는 ‘겸업을 하는지’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겸업의 특성이 예술 활동과 관련이 있는 일인지’에 관한 것이다.
먼저, 겸업 여부를 측정하기 위해 예술인의 소득원천별로 소득이 창출되고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즉, 예술인이 예술직업 이외에도 예술 관련 직업과 비예술직업에서 소득이 창출되고 있는 경우는 겸업을 한다고 측정하였다. 특히 본 연구에서는 예술직업의 소득 창출 여부와 관계없이 예술직업 이외의 직업에서 소득 창출하는 경우는 겸업 예술인이라고 보았다. 이는 예술을 업으로 삼더라도 소득이 아예 없거나 예술활동과 소득이 즉각적으로 이어지지 않는 예술노동시장의 특성상 미실현된 소득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정이 가능한 또 다른 이유는 분석 자료의 모집단이 예술 활동을 업(業)으로 삼는 예술인에 한정하여 설정되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겸업의 특성이 예술 활동과 관련이 있는 일인지 아닌지, 즉 겸업의 유형을 측정하기 위해 창출된 소득원천의 특성을 고려하였다. 겸업의 유형을 구분하는 방식은 예술인의 본업인 예술직업과의 관련성 정도를 고려해 예술 관련 부업일 경우 예술직업과의 동종 겸업, 비예술 관련 부업만할 경우 이종 겸업으로 나누어 측정하였다. 여기서 예술직업은 창작, 실연, 기술지원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일을 의미하며, 예술 관련 직업은 예술 교육과 관련된 일, 비예술직업은 앞의 두 가지 유형에 속하지 않는 예술계 밖의 일자리를 의미한다.
불안정 노동 속성의 중심에는 불안정 고용이 있다. 불안정 고용을 측정하기 위해 본 연구에서는 예술인의 예술직업에서의 종사상 지위를 활용하였다. 종사상 지위는 정규직,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이하 사용주), 비정규직(기간제, 계약직, 임시직, 촉탁직, 일용직, 파트타임, 시간제, 파견, 용역), 1인 자영업자12), 앞선 지위로 규정되지 않는 비정형적 지위를 기타로 구분하여 측정하였다.
계약의 특성은 계약 건수, 계약기간, 계약금으로 나누어 측정하였다. 예술노동시장에서 많은 경우 프로젝트 기반의 계약을 통해 작업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계약의 특성은 불안정 예술노동의 속성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ILO 역시 고용계약 차원에서 계약 내용, 예를 들어 계약 기간의 제한이 불안정성을 초래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계약 건수는 구두계약과 서면계약을 포함해 지난 한 해 체결한 총 계약 건수로 측정하였으며, 계약기간과 계약금은 가장 최근 체결한 계약(최대 3개)의 평균을 구해 각각을 측정하였다. 이때 계약금의 경우, 분포의 왜도가 커 로그 변환하여 분석에 활용하였다.
소득의 불안정성은 연간 예술 소득 수준이 중위소득의 50% 이하14), 즉 상대적 빈곤선 이하인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로 측정하였다. 본 연구의 대상은 임금근로자와 비임금근로자를 모두 포함하고 있어 시간당 임금을 기준으로 소득 불안정성을 측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특히, 예술인의 경우, 시급 또는 월급 형태의 지급 방식보다는 프로젝트 단위의 계약에 따라 소득이 창출되기 때문에 한 해 동안의 총소득을 의미하는 연 소득을 기준으로 소득 불안정성을 고려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연 소득 기준의 소득 불안정성 측정은 예술인의 임금 지급 방식에 부합하다는 장점 이외에도 임금근로자, 비임금근로자 구분 없이 적용 가능하다는 이점도 있다.
예술 활동 특성 차원에서 활동 분야와 직업 유형, 활동 지역, 작품활동 수준, 예술계 입문 연도, 예술전공 여부를 고려하였다. 활동 분야는 응답자의 주 활동 분야를 토대로 문학, 시각예술, 공연, 영상미디어, 기타로 구분하였다. 미술, 공예, 사진, 건축, 만화는 시각예술로, 음악, 국악, 무용, 연극은 공연으로, 대중음악, 방송연예, 영화는 영상미디어로, 문학은 문학, 기타는 기타로 측정하였다. 직업 유형은 창작, 실연, 기술, 기획, 기타로 구분하였다. 활동 지역은 주 활동 지역이 비수도권인지 아니면 수도권인지로 구분해 측정하였다. 작품활동 수준은 지난 1년간 주 활동 분야의 예술작품 발표 또는 참여 횟수가 얼마나 되는지를 측정하였다. 예술계 입문 연도의 경우, 현재 주로 활동하고 있는 예술 분야에 입문(데뷔)한 연도를 1980년대 이전, 1980년대, 1990년대, 2000년대, 2010년대로 구분하여 측정하였다. 예술전공 여부는 교육기관을 통해 전문 교육을 받았는지를 측정하기 위함인데,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나누어 예술계인지 비예술계인지를 구분하였다.
불안정한 예술노동에 대한 대응책 중 하나는 부모 혹은 배우자 등 다른 가구 구성원에 대한 경제적 의존이다. 왜냐하면 외부로부터의 경제적 조달은 자구책인 겸업의 필요성을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제하기 위해 가구소득을 고려하였고, 예술인 개인소득을 제외한 나머지 가구 구성원들의 소득으로 측정하였으며, 최종적으로는 로그 변환하여 모형에 반영하였다. 예술인 개인소득을 제외한 이유에는 역의 인과관계 가능성을 고려하기 위함인데, 예를 들어 예술인 소득이 가구 소득에 포함될 경우, 가구 소득 수준이 예술인 개인의 겸업 행태에 미칠 가능성도 있지만, 반대로 예술인이 겸업을 함으로써 창출한 추가 소득으로 인해 가구 소득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술인 개인소득을 제외한 나머지 가구 구성원들의 가구 소득만을 고려하였다.
그 밖에 예술인의 인구 사회학적 특성을 통제하기 위해 성별(남성, 여성), 연령대(20대, 30대, 40대, 50대, 60대 이상), 혼인상태(기혼, 미혼, 기타(이혼, 사별, 별거 등)), 국민연금 직장가입자 여부를 고려하였다.
이상의 주요 변수의 측정 방식을 정리하면 <표 1>과 같다.15)
Ⅳ. 분석결과
예술인의 불안정 노동과 겸업 행태 간의 관계를 분석하기에 앞서 예술인의 겸업 양태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예술노동시장의 겸업 비중에 대한 파악을 위해 일반 취업자의 겸업 비중과 비교해 살펴보면 <표 2>와 같다.
2014년 소득 기준으로 예술인 중 58.22%가 겸업하면서 소득을 창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에는 66.64%로 약 8.4%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2014년과 2017년 각각 일반 취업자 중 1.64%, 1.58%만이 겸업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예술인들 사이에서 겸업 행태가 다른 경제활동인구에 비해 만연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술인들의 겸업 양태를 자세히 이해하기 위해 소득원천 특성에 대해 살펴보았다. 2014년 소득을 토대로 겸업 예술인의 소득원천 유형을 살펴보면, 예술소득과 비예술 소득이 모두 있는 경우 57.24%, 업으로 삼는 예술 활동을 통한 소득이 없고 비예술 분야에서 부업을 하면서 소득 창출하는 경우도 42.7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소득을 조사한 2015년 조사표의 경우, 예술인의 소득원천을 예술소득과 비예술 소득으로만 양분하고 있어 예술 관련 소득 항목을 추가한 2018년 조사 결과와 직접 비교하기 어렵지만, 2017년 소득원천의 유형을 살펴보면 다음 <표 3>과 같다.
소득원천 수 | 소득원천 유형 | 2014(n=3,659) | 2017(n=3,097) |
---|---|---|---|
1개 | 예술 | 0 | 0 |
예술 관련 | - | 9.22 | |
비예술 | 42.76 | 10.02 | |
2개 | 예술+예술 관련 | - | 41.52 |
예술+비예술 | 57.24 | 15.73 | |
예술 관련+비예술 | - | 4.04 | |
3개 | 예술+예술 관련+비예술 | - | 19.47 |
Total | 100 | 100 |
먼저, 두 가지 이상의 일자리를 갖고 있으면서도 소득원천이 1개인 경우를 살펴보면, 예술소득 없이 예술 관련 소득만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9.22%, 비예술 소득만 있다 고 답한 응답자는 10.02%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소득원천이 2개인 경우, 예술과 예술 관련 직업을 통해 소득을 창출했다는 응답자가 전체 유형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인 41.5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예술과 비예술직업을 통한 소득 창출의 경우, 겸업 예술인 중 15.73%를 차지하였고, 예술소득 없이 예술 관련 직업과 비예술직업에서 소득을 창출했다는 예술인이 4.04%인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예술직업 이외에 예술 관련 직업, 비예술직업 모두에서 소득을 창출했다는 예술인도 겸업 예술인 중에서 19.47%나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서 예술인의 불안정 노동 양태 중 고용 형태를 잘 나타내는 종사상 지위와 취약한 소득 수준을 살펴보았다.
먼저, 예술직업에 대한 예술인의 종사상 지위는 다음 <표 4>와 같다. 예술인의 불안정 고용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경제활동인구조사」를 통해 발표된 일반 취업자들의 종사상 지위와 비교하였다.
예술인의 경우 예술직업에서 1인 자영업자, 비정규직 임금근로자, 또는 기존의 종사상 지위로 구분할 수 없는 기타 지위에 속하는 경우가 두드러졌다.16) 2014년 기준으로 1인 자영업자(프리랜서)가 80.20%를 차지하였으며, 비정규직 임금근로자는 8.20%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예술 직종에서 정규직 임금근로자로 일하는 예술인은 전체 응답자 가운데 5.01%에 그쳤다.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즉 사용주 역시 4.37%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 밖에 정형화되지 않은 형태의 종사상 지위인 기타의 경우 2.21%를 차지하였다. 2017년의 경우, 이전과 달리 비정규직 임금근로자가 38.3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였으며, 그다음으로 1인 자영업자가 30.06%, 기타가 20.43%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정규직 종사자의 경우 6.77%, 사용주는 4.44%에 그쳤다.
반면, 일반 취업자의 종사상 지위 분포는 예술인과 확연히 다르다. 일반 취업자의 경우, 정규직 종사자 비중이 가장 크고, 그 다음 비정규직, 1인 자영업자, 사용주, 기타 순이었다. 이러한 분포의 경향성은 2014년, 2017년 일관되게 관찰되었다. 통상 정규직보다 고용계약 기간이 제한적인 비정규직의 비중이 커지면 고용 상태가 불안정해졌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2017년에는 예술인의 비정규직 종사자 비중(38.31%)이 일반 취업자(24.35%)보다 13.96%p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주목할 점은 임금근로자와 비교해 제도적, 조직적 보호 장치가 미비한 비임금근로자, 특히 1인 자영업자의 비중은 일반 취업자의 2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나, 일반 취업자들과 비교할 때 예술인들의 불안정한 고용 상태를 짐작할 수 있다.
문제는 불안정한 고용 형태가 소득 불안정과 연계되어 있다는 것이다. <표 5>는 종사상 지위별로 예술인의 상대적 빈곤율을 나타낸 것이다. 정규직과 사용주보다 불안정 한 고용 형태라고 이해되는 비정규직, 1인 자영업자, 기타 지위의 경우, 상대적 빈곤율 역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7년에는 1인 자영업자보다 비정규직, 기타 지위에 있는 예술인 집단의 상대적 빈곤율이 더 높았다. 또, 2014년에 비해 정규직 예술인 가운데서도 예술소득 수준이 상대적 빈곤선에 못 미치는 비중이 약 20%p 상승하였다.
(단위: %) | 2014 | 2017 |
---|---|---|
정규직 | 24.85 | 44.10 |
사용주 | 25.58 | 25.98 |
비정규직 | 53.69 | 74.27 |
1인 자영업자 | 79.54 | 59.73 |
기타 | 89.97 | 77.15 |
전체† | 72.55%(18.2%) | 66.30%(17.3%) |
더불어 주목할 점은 예술인 내에서 종사상 지위별 소득 불안정성의 차이도 크지만, 예술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우리 사회의 상대적 빈곤율과 비교해 볼 때 큰 차이를 보였다. 2014년 소득 기준 우리나라 상대적 빈곤율은 18.2%인데 반해, 예술인 72.55%의 예술소득 수준이 상대적 빈곤선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역시 비슷한 수준의 격차를 보여주었다.
<표 6>은 불안정 노동과 겸업 여부 관계에 대해 이항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실시한 결과이다. 불안정 노동을 고용과 소득 차원으로 구분해 예술인 겸업 여부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았다. 이때, 계약 특성으로 계약금액과 계약 기간의 고려 여부에 따라 모형 (1-1)과 (1-2)로 구분하여 분석하였다.17) 이는 예술인의 겸업이 낮은 소득에 기인한 것이라 보는 기존의 단편적인 시각을 넘어 예술인이 처한 구조적 문제를 보다 강조하기 위함이다.
고용 불안정의 한 측면으로 종사상 지위별 겸업의 가능성이 차별화되는지 살펴보면, 1인 자영업자로 활동하는 예술인에 비해 정규직 지위 예술인은 겸업할 가능성이 작고, 비정규직, 기타 지위 예술인은 겸업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추정 결과는 모형 (1-1)과 (1-2)에서 일관되게 나타났다. 본 연구는 1인 자영업 예술인을 불안정 고용의 기준집단으로 보고, 이들이 다른 종사상 지위보다 겸업할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예측하였는데, 정규직에 비해서 겸업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나, 가설을 부분적으로 지지하였다. 1인 자영업 예술인은 개인 단독으로 창작활동을 하거나 프로젝트팀의 일원이 되기도 한다. 특히, 1인 자영업 예술인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한 경비를 일체 부담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정부의 지원사업에 선정되어야 하고, 다른 예술인들을 엮어 연습도 진행해야 하며, 식비, 공간과 시설 임대, 고용 보험료, 사례비 지급 등을 혼자서 이끌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1인 자영업자로 예술활동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생계비 마련뿐 아니라, 경비 마련을 위해서라도 겸업의 필요성은 증가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편, 비정규직과 기타 지위에 있는 예술인이 1인 자영업자에 비해 겸업할 확률이 높다는 결과는 이들 집단의 상대적 빈곤율이 1인 자영업 예술인과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는 점을 비추어 해석할 필요가 있다. 이는 1인 자영업자가 겪는 개인적 차원의 생계비 부담과 직업적 차원의 경비 부담이라는 이중 부담만큼이나 혹은 그보다 더 비정규직과 기타 지위에 있는 예술인 역시 불안정한 소득 지위에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들 역시 겸업의 동기는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즉, 1인 자영업자만이 불안정 고용 지위에 놓여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비정규직과 비정형 종사상 지위 역시 불안정 고용 형태 중 하나로 언급된다는 점을 상기해볼 때, 주업의 불안정 모형은 여전히 유효한 설명력을 갖는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1인 자영업자와 사용주 사이의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이는 영세한 소규모 사업체가 많은 산업 구조상 사용주 역시 1인 자영업자가 처한 현실과 매우 유사한 상황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현실적인 추정결과라 볼 수 있다.
고용 형태에 더해 예술노동시장에서 만연한 도급(용역)계약의 불안정성이 예술인 겸업 가능성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계약 건수의 경우, 계약 건수가 많은 예술인일수록 겸업할 가능성도 커졌다. 직관적으로 생각해 보면, 계약 건수가 많을수록 그만큼 예술계에서 일거리가 많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불안정 노동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고, 따라서 이에 대한 자구책으로써 겸업할 가능성은 줄어들 것이라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직관적 예측과 반대로 추정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두 가지 잠정적 설명이 가능하다. 우선, 불안정한 고용과 소득을 완화할 정도의 계약 기간과 금액이 아니라면, 계약 건수의 증가는 곧 불안정한 초단기 저임금 계약의 증가를 의미하기 때문에 오히려 겸업할 확률을 높일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18) 이러한 설명은 주업 불안정 모형을 토대로 가능한 이론적 예측이다. 즉, 프로젝트 참여가 누적되더라도 여전히 불안정 노동에서 벗어날 수 없어서 겸업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기간·금액과 관계없이 계약 건수는 예술계에서 쌓은 경험 혹은 명성의 대리변수가 될 수 있고, 일종의 지렛대로 작용해 추가적인 소득 창출의 계기를 마련하기 수월해질 개연성이 높다. 이는 부업이 주업과 관련성이 높다면 인적자본의 파급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이론적 논의와도 관련이 깊다.
두 가지 경우 중 더 적절한 설명을 구분하기 위해서 계약 기간과 금액을 통제하여 추정한 결과가 모형 (1-2)이다. 그러나 추가적 고려와 관계없이 계약 건수는 여전히 겸업 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계약 건수’가 겸업 유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추가로 살펴볼 필요성을 제기한다. 계약 건수가 경력 형성을 위한 발판이라는 해석은 계약 건수가 이종 겸업보다는 동종 겸업의 가능성을 키우는 역할을 보여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는 후술할 불안정 노동과 겸업 유형 간의 관계와 함께 다시 다루고자 한다.
한편, 모형 (1-2)에서 보다시피 계약 기간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고, 계약금액이 많을수록 겸업 확률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계약금 증가가 예술인의 소득 불안정을 완화해 겸업의 필요성을 줄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역시 이론적 예측을 지지하는 결과라 할 수 있다.
‘일-실업’의 반복적인 순환 가운데 ‘실업’으로 인해 경력 형성이 더이상 불가능해지는 경우가 빈번할수록 겸업의 가능성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추정 결과는 모형 (1-1)과 (1-2)에서 일관되게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였다.
불안정 노동의 또 다른 축인 소득 불안정 역시 심화할수록 겸업할 확률을 키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예술소득이 상대적 빈곤선 이하인 예술인의 경우, 그렇지 않은 예술인보다 겸업할 확률이 증가하였다.19)
종합하면, 계약 건수를 제외한 나머지 변수들은 불안정 노동과 예술인의 겸업 확률 사이에 관련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종합하면, 계약 건수를 제외한 나머지 변수들은 불안정 노동과 예술인의 겸업 확률 사이에 관련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예술 활동 특성 중에서도 활동 분야, 직업 유형, 입문 연도, 활동 수준에 따라 겸업의 가능성이 차별화되었다. 활동 분야의 경우, 시각예술 분야 에서 활동하는 예술인과 비교할 때 공연 분야20)에서 활동하는 예술인만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겸업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예술 분야에서 어떤 직업을 갖는지에 따라 겸업 가능성이 달라졌는데, 창작자로 활동하는 예술인이 실연자와 기획자보다 겸업의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입문 연도의 경우, 2010년대 입문한 신진 예술인보다 1980년대 입문한 예술인의 겸업 가능성이 작았다. 예술 활동 수준은 활발할수록 오히려 겸업할 가능성이 증가하였다.
가구 특성으로 고려한 가구소득은 겸업 여부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가구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예술인의 겸업 가능성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논의에서 가구에 대한 경제적 의존은 겸업과 함께 예술인이 노동시장의 위험에 대처하는 대비책 중 하나로 언급된다. 결국, 이러한 결과는 가족을 통해 경제적 지원이 가능한 상황이라면 예술인 개인이 또 다른 일자리를 찾을 유인이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따라서 기존의 설명에 부합하는 결과이다.
인구사회학적 특성 중에서는 혼인상태와 국민연금 직장가입자 여부에 따라 겸업의 가능성이 달라졌다. 기혼자보다 미혼인 예술인들이 겸업의 가능성이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서는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미혼자보다 기혼자의 부양 의무가 추가적인 소득 창출의 필요성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고, 이것이 겸업으로 이어질 확률을 높이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국민연금 직장 가입자는 겸업의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21).
다음은 겸업 예술인 중에서도 노동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예술계 내부보다는 외부에서 겸업을 이어가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종속변수는 동종 겸업일 경우(Y=0) 혹은 이종 겸업일 경우(Y=1)의 범주로 설정하였다. 이는 앞서 예술인의 겸업이 부가적인 소득 창출, 즉 경제적 효용에 국한되는 행태가 아닐 수 있다는 연구 문제와 연결되는 분석이다.
먼저, 모형 (2-1)의 추정 결과를 토대로 고용 불안정 차원에서 종사상 지위에 따른 겸업 유형의 변화를 살펴보면(<표 7>), 겸업 예술인 중에서 1인 자영업자 예술인보다 사용주, 비정규직, 기타 지위인 예술인이 이종 겸업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정규직과 기타 지위의 경우, 앞서 모형 (1-2)에서 1인 자영업자보다 겸업할 가능성이 컸다. 이러한 결과는 이들이 1인 자영업자로 종사하는 이들보다 불안정 수준을 더 크게 받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현재, 우리나라 노동정책에서 주요 정책 대상은 임금근로자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로 인해 비임금근로자인 자영업자는 시장위험을 그대로 직면해야 하는 불안정성을 내포하고 있다. 특히, 종업원이 있는 사용주의 경우, 본인의 사업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적 이외에도 종업원의 임금과 고용을 추가로 부담하고 있다는 이중 부담을 지고 있는 지위에 있기 때문에, 같은 비임금근로자인 1인 자영업자와 비교했을 때 고용과 소득에 대한 압박을 더 많이 받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예술노동시장에서 사용주 지위에 있다는 의미는 결국 예술단체 또는 기관을 운영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들의 경우 영리조직보다는 비영리 조직이 대부분이고, 그 안에서도 영세 조직의 비중이 상당하다. 따라서 사용주 역시 불안정 노동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문제는 사용주가 예술계에서 불안정한 지위에 있다면, 예술계 내에서 추가적인 일감을 얻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분석 자료를 추가로 살펴본 결과, 동종 겸업의 사용주는 예술 분야에서 계약체결 건수가 평균 4.4건인 반면, 이종 겸업하는 사용주는 2.2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예술계 밖에서 개인적으로 소득을 창출하거나, 예술계 밖으로 사업을 확장해 비예술 분야에서 수익을 창출하고 예술계에서 일을 이어나갈 가능성이 충분하다.
한편, 비정규직과 기타 지위 예술인 역시 예술계 내에서의 불안정한 지위로 예술계 내에서 일할 기회를 찾지 못하고, 비예술계에서 소득 창출의 수단으로만 겸업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와 관련해 추가적으로 분석한 결과, 연령이 낮을수록 그리고 입문연도가 비교적 최근일수록 1인 자영업보다는 비정규직인 비중이 컸는데22), 이는 직업적 숙련도의 차이가 불안정 노동 상황에서 겸업 유형의 차별화를 주는 요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예술인의 불안정 고용을 나타내는 또 다른 요인인 계약 특성과 관련해서는 우선 계약 건수가 많을수록 이종 겸업의 확률을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추정 결과는 계약금액과 기간에 대한 통제 여부와 관계없이 일관되게 나타났다. 특히, 이는 앞서 모형 (1-1)과 (1-2)의 해석이 어려웠던 부분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려준다. 결국, 계약 건수가 예술인에게 다른 경력 형성을 위한 지렛대가 될 수 있다는 설명에 힘을 실어준다. 특히, 겸업할 확률에 미치는 영향과 마찬가지로 계약 자체의 특성(계약금과 기간)과 무관하게 계약 건수 자체가 겸업 유형을 차별화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결과이다. 이러한 결과는 두 가지 의미를 갖는데, 하나는 예술계 내에서 일할 기회가 많을수록 겸업을 하더라도 예술과 관련된 경력을 계속해서 형성해 나갈 확률이 커진다는 것, 따라서 예술계 내에서 경력이 부족한 예술인은 이종 겸업을 하는 시간만큼 예술계 내에서 추가적인 경력 형성의 기회가 줄어들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계약 자체가 불안정하든 안정적이든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한편, 계약 기간 역시 겸업 유형을 차별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계약 기간이 길수록 예술인이 이종 겸업할 가능성이 떨어졌다. 반면, 계약금액과 경력단절 요인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불안정 노동의 또 다른 차원인 소득 불안정 역시 예술인의 겸업 유형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조건이 일정할 때 예술 소득 수준이 상대적 빈곤선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상대적 빈곤선을 상회하는 겸업 예술인보다 이종 겸업할 가능성이 컸다. 상대적이기는 하지만, 겸업 예술인 사이에도 소득 수준이 안정적인 집단이 비예술계에 비해 예술계에서 추가적인 일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은 두 가지를 의미한다. Throsby가 언급했듯이 예술인이 근로에 대한 선호가 다른 분야보다 강하다는 것과 또 다른 하나는 주업이 부업에 미치는 인적 자본의 파급효과를 보여주는 결과라 할 수 있다. 앞서 기존 논의의 경우, 부업이 주업과 관련이 있는 경우, 부업을 통해 쌓은 인적 자본이 주업에 상승효과를 줄 수 있으므로 부업의 속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지만, 그 반대 방향으로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즉, 주업에서 쌓은 인적 자본이 부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하나의 조직 범주 안에서 경력을 형성하거나, 인적 자본의 활용이 제한되지 않는 예술노동시장의 특성상 예술인처럼 정체성을 기준으로 경력을 형성하는 경우 Campion이 언급한 인적 자본의 파급효과는 더욱 큰 의미가 있음을 시사한다. 결국, 예술소득이 높다는 것은 예술노동시장에서 어느 정도 인정을 받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고, 따라서 이를 토대로 부업을 하더라도 예술직업과 관련된 인적 자본이 자원이 되어 상승효과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Faulkner와 Anderson (1987)이 언급한 누적적 이익을 얻기에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통제변수의 추정 결과는 모형 변화에도 대부분 일관된 경향성을 보였다. 우선, 예술 활동 특성 차원에서는 활동 분야, 직업 유형, 입문 연도, 예술 활동 수준, 그리고 대학 전공계열이 겸업 유형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술 활동 분야의 경우, 시각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예술인과 비교할 때 문학, 영상미디어, 기타 분야에서 활동하는 예술인은 이종 겸업의 가능성이 컸다. 한편, 시각예술 분야와 공연 분야의 통계적 차이는 유의미하지 않았다. 이는 모형 (2-1)과 (2-2)에서 일관되게 유지되었다. 직업 유형 차원에서 창작자로 활동하는 예술인에 비해 기술자, 기타 직업을 갖는 예술인의 경우, 이종 겸업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예술인이 언제 예술계에 입문했는지 역시 이종 겸업할 확률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2010년대에 입문한 신진 예술인은 2010년 이전에 예술계에 입문한 예술인보다 예술계 밖에서 겸업 활동을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모형 (2-2)에서도 일관되게 유지되었다. 이는 초기 경력 형성이 어려운 예술인의 경우, 예술계 내에서 부업을 찾기 어려움을 시사한다. 한편, 예술 활동 수준 역시 겸업 유형 결정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예술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예술인일수록 예술계 내부에서 추가적인 일자리를 얻을 가능성이 컸다. 예술전공 여부에 따라서도 겸업 유형은 갈렸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대학에서 예술계열 전공자 출신인 예술인보다 비예술계 전공 출신 예술인의 이종 겸업 확률이 높았고, 이러한 경향성은 두 모형에서 일관되게 나타났다. 특히, 예술계 입문 시기와 예술 활동 수준은 이 역시 Faulkner와 Anderson이 언급한 바처럼 경력이 또다른 경력을 가져오는 예술노동시장의 특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다른 한편으로는 대학에서 예술전공 여부가 겸업 유형을 가르는 것 역시 블레어가 언급한 경력 형성이 개인의 노력만으로 이어지지 않고, 사회자본과 관련이 깊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23) 한편, 가구소득은 겸업 여부와 달리 겸업 유형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인구 사회학적 특성 차원에서는 성별과 연령에 따른 겸업 유형 차이가 확인되었다. 남성보다 여성이 이종 겸업할 확률은 낮고, 20대보다 60대가 이종 겸업할 확률은 높았다. 이러한 추정 결과는 모형 (2-2)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났다.
Ⅴ. 결론
본 연구는 불안정한 예술노동이 예술인의 겸업 행태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고자 하였다. 이때 겸업 행태를 겸업 여부뿐만 아니라, 겸업 유형에 대해서도 살펴보았다. 이를 위해 예술을 업(業)으로 삼는 예술인을 조사대상으로 한 「예술인실태조사」를 활용함으로써 예술인 개인 행태에 대해 실증 분석을 수행하였다.
본 연구의 분석 결과는 ‘불안정한 예술노동으로 인해 예술인은 겸업을 하게 되는가?’와 ‘겸업을 한다면, 불안정한 예술노동이 예술계 내보다 밖에서 일할 가능성을 키우는가?’라는 두 가지 질문에 관한 것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먼저, ‘불안정한 예술노동이 겸업의 가능성을 키우는가?’라는 연구 문제에 관한 분석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불안정 노동의 특성을 고용과 소득 차원으로 구분할 때, 고용의 불안정성은 겸업의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예술인 대부분의 종사상 지위인 1인 자영업자는 정규직 예술인보다 겸업할 가능성이 컸으며, 기존 논의에서 불안정 고용 상태라고 여겨지는 비정규직 예술인은 1인 자영업자보다 겸업할 가능성이 컸다. 또, 프로젝트별 계약이 만연한 예술노동시장의 맥락적 요소를 고려해 불안정한 고용 상태를 대변할 수 있는 계약 특성이 겸업 여부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았다. 그 결과, 오히려 계약 건수가 많음에도 겸업할 가능성을 키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계약금이 클수록 겸업의 가능성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 계약금의 수준이 소득 불안정에 기여해 겸업 가능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했다. 또, 지속적인 일할 기회, 즉 고용의 기회를 대변하는 경력단절 경험의 횟수도 겸업의 가능성과 정(+)의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소득 차원의 불안정성 역시 심화할수록 겸업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예를 들어 예술소득이 상대적 빈곤선 이하일 경우, 그렇지 않은 예술인에 비해 겸업할 가능성이 컸다.
이러한 결과는 불안정한 예술노동으로 인해 예술인이 예술직업 이외의 소득 활동을 할 개연성이 있음을 실증적으로 확인할 뿐만 아니라, 개별 예술인의 예술 활동 특성을 고려한 뒤에도 불안정 노동과 겸업의 관계에 대한 이론적 논의가 유효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특히나 예술노동 자체가 예술인의 생계 문제를 보장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생존 차원에서 부업을 하거나 지속적인 창작 활동 이력이 요건인 정부 지원사업의 후보 자격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지속 가능한 부업을 찾아야 한다는 현실(정필주, 2016; 이동연, 2018)을 반영하는 결과라 할 수 있다.
다음으로 불안정한 예술노동이 예술인의 겸업 특성에도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분석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고용 불안정성을 종사상 지위로 측정했을 때 1인 자영업 예술인보다 사용주, 비정규직, 그리고 비정형 노동 형태로 해석할 수 있는 기타 지위의 예술인이 이종 겸업할 가능성이 컸다. 사용주를 제외한 비정규직, 기타 지위의 예술인들은 1인 자영업자보다 겸업할 가능성이 컸던 집단이다. 이는 그동안 예술인의 불안정 고용에서 주로 논의되었던 1인 자영업자보다 이들 고용 형태에 있는 예술인들이 더 불안정한 상태에 처해 있을 가능성과 이에 대응하는 방식의 기회비용이 매우 클 가능성을 제기한다. 왜냐하면, 이들이 이종 겸업으로 불안정한 소득을 보전하는 행위의 기회비용은 예술계에서 경력을 쌓아 상향 이동할 가능성이기 때문이다. 또, 주목할 점은 이들의 특성이 다른 고용 형태에 비해 연령이 낮거나 비교적 입문 시점이 최근이라는 점이다. 즉, 청년 또는 신진 예술인의 경우 겸업을 하더라도 기회비용인 큰 이종 겸업의 가능성이 클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라 할 수 있다. 한편, 계약 특성 중 계약 건수는 계약금액과 기간에 관계없이 많을수록 이종 겸업의 확률을 떨어뜨렸다. 계약금액은 겸업 유형을 차별화하지 못하지만, 계약 기간은 길수록 이종 겸업의 확률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소득 차원에서 예술소득의 불안정성 심화는 예술인이 이종 겸업을 할 확률도 키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목할 점은 불안정 노동이 겸업 여부와 그 유형에 미치는 방식이 불안정한 지위에 있는 예술인들을 예술계 밖으로 밀어내는 양상을 보인다는 점이다. 비정규직, 기타 지위 예술인들이 전업보다 겸업을, 겸업 중에서도 이종 겸업을 하게 된다는 분석 결과가 대표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또, 예술계 내부에서의 계약 건수는 그 속성이 불안정하더라도 계약 자체가 곧 예술인에게 경력이라는 점을 상기할 때 예술인의 겸업 유형을 차별화하는데 더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한 결과이다. 이는 앞서 예술노동의 여건이 좋든 나쁘든 ‘참여의 기회’를 얻는 것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예술계의 관행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인 동시에 그런 기회가 있어야지 예술계 내에서 활동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물론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이종 겸업의 가능성은 감소시키고, 동종 겸업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문화정책이 설계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두 겸업 유형 사이에는 기회비용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본 연구는 예술인의 열악한 노동 여건에 대한 학술적, 정책적 관심에도 불구하고 예술인의 취약한 소득 수준에만 치우쳐 논의되는 한계를 극복하고자 예술노동의 특성과 이에 대한 예술인 개인의 반응행태를 살펴보았다. 이를 통해 기존 연구의 두 가지 한계를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데, 첫째로 본 연구는 1인 자영업자를 준거집단으로 삼아 임금근로자를 주된 연구대상으로 삼아왔던 기존의 불안정 노동 연구의 논의 범위를 확장하였다. 구체적으로는 비임금근로자인 자영업자를 포함하였고, 이들 자영업자도 고용원 유무에 따라 1인 자영업자와 사용주로 구분해 논의를 진행하였다. 특히, 단일 계약의 영속성보다는 다중 계약의 지속가능성이 중요한 비임금근로자의 특성을 반영하기 위해 계약 특성과 경력단절 요인을 고용 불안정성에 포함했다는 점이 기존 연구와의 차별점이라 할 수 있다.
둘째, 본 연구는 겸업 행태를 겸업 여부에 더해 겸업의 속성까지 살펴보았다. 이는 겸업에 관한 기존 논의가 ‘어떤 사람이 겸업하는가?’ 또는 ‘왜 겸업을 하는가?’라는 질문에 머무르지만, 본 연구를 통해 ‘어떤 사람이 왜 동종업계보다 이종업계에서 겸업할 가능성이 큰가?’와 같은 질문으로 확장하고, 겸업에 관한 이론적 논의를 풍성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또, 그동안 예술인의 부업은 비예술 시장으로만 한정된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관점은 예술인의 부업이 예술계 내에서 이루어질 경우 경력 형성의 기회가 될 수 있고, 예술경력이 아닌 소득 창출의 수단으로 비예술계에서 부업할 경우, 예술인에게는 경력 형성 자체가 기회비용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다. 즉, 겸업 유형의 특성이 주업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에 따라 겸업 행태의 효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다. 그러나 본 연구가 겸업 유형을 살펴봄으로써 예술인에게 겸업의 이중적 의미를 고려하고, 예술인의 겸업 행태에 대한 기존 논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최근 해외에서 이루어지는 논의 역시 예술인의 겸업 행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노동의 착취적인 특성 자체 또는 그로 인한 예술인의 겸업 가능성을 넘어 부업으로 삼는 노동과 예술노동의 상호관련성에 주목하고 있는데(Lindström, 2016), 본 연구 역시 바로 이점을 고려해 국내 사례를 살펴 보았다는 점에서 학술적 의미가 있다.
한편,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한계가 있다. 먼저, 횡단면 자료 활용으로 인과적 추론까지 이루어지지 못했으며, 특히, 내생성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예를 들어, 본 연구의 주요 변수 중 하나인 종사상 지위가 겸업 여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 이외에도 겸업으로 예술활동을 하기 위해 1인 자영업이나 비정규 형태의 종사상 지위를 선호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그러나 예술인의 겸업과 관련한 기존 논의를 고려할 때 그러한 경우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발표된 정경운(2019)의 연구에서 예술직업만으로는 생계비와 작업비 모두 충당할 수 없고, 예술가의 1년 생활 패턴이 크게 휴지기(1~2월)-준비기(3월)-활동기(4~12월)로 구분되어 휴지기에는 ‘활동기’에 비축한 수입을 나누어 생활을 유지하거나 부족한 생활비를 위해 아르바이트 등을 한다는 심층면접 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예술인 스스로가 불안정한 노동 성격을 갖는 비정규직 또는 1인 자영업 지위를 선택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 결과를 인과관계로 해석하는데 주의가 필요하다. 다만, 이는 예술을 업(業)으로 하는 예술인을 대상으로 하는 전국구 조사 자료로 「예술인실태조사」가 유일하다는 점에서 보다 적절한 분석 자료를 확보하는데 선택지가 없었다. 따라서 향후 예술인의 노동환경과 경력 형성 과정에 대한 패널 자료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다음으로, 본 연구에서 겸업 속성을 예술시장과 비예술 시장에서의 노동 공급으로 구분할 뿐, 부업의 직업적 특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지 못하였다. 특히나 장르별로 예술직업의 근로 시간대와 근로시간 양 측면에서 차이가 있고, 이는 또 예술직업에 맞춰 조정할 수 있는 부업의 특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술인실태조사에서는 겸업 예술인을 대상으로만 주간 평균 근로시간을 묻고 있어, 현재로서는 예술인의 시간 사용에 관해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따라서 향후 겸업 유형을 넘어 겸업에서의 직업적 특성과 속성이 심층적으로 연구될 필요성이 제기된다. 특히, 겸업이 불안정 노동속성을 유지한다면, 이것이 주업인 예술노동의 지속성과 역량계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덧붙여, 겸업에 대한 예술인의 주관적 인식에 대한 논의는 다루지 못했다는 한계도 언급할 수 있다. 특히, 겸업 활동의 동기는 대부분 소득 창출에서 기인하지만, 겸업의 의미는 다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정말 생계비 마련이라고 여길 수 있고, 아니면 이전 작품과 새롭게 시작할 작품 사이의 견디는 시간 또는 준비의 시간일 수도 있으며, 새로운 역량 또는 경력 계발이라 인식할 수 있다. 따라서 예술인의 겸업 행태에 대한 논의가 다각도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또, 직업 정체성 측면에서 겸업 여부 혹은 겸업 유형에 따라 정체성의 긴장 관계가 어떤 방식으로 형성되는지도 추후 논의될 필요가 있다. 관련해 예술인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예술로서의 예술과 직업으로서 예술, 예술 활동을 지속하기 위한 직업 사이에서 정체성 분화의 과정을 겪고 있다는 연구(이강진, 2015)24) 는 주목할 만하다. 이는 본 연구에서 주목하고 있는 겸업 유형에 따라 예술인이 겪는 정체성 분화 과정과 그 특성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또, 그 반대로 예술인이 겪는 정체성 분화 과정에 따라 예술인이 선택할 수 있는 겸업의 유형이 달라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따라서 본 연구가 예술인 행태에 주목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풍부한 해석과 심층적인 논의를 위해서는 겸업의 의미와 직업 정체성 차원에서 예술인의 주관적 인식을 추가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