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urnal of Cultural Policy
Korea Culture & Tourism Institute
Article

국립현대미술관의 전시 및 소장 다양성: 2011년부터 2020년까지의 작가 및 매체 다양성을 중심으로

김두이1, 박혜성2,
Dooiee Kim1, Hyesung Park2,
1서울대학교 한국행정연구소 책임연구원
2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1Senior Researcher, Korea Institute of Public Affairs, Seoul National University
2Curator,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Korea

이 연구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연구책임: 서영택)가 진행한 '2021년 문화콘텐츠 다양성 조사연구'의 일환으로 수집한 자료의 일부를 재분석 및 재해석한 것임.

Corresponding Author : Curator,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Korea E-mail: abulafia76@korea.kr

© Copyright 2022 Korea Culture & Tourism Institute. This is an Open-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4.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Received: May 20, 2022; Revised: Jul 21, 2022; Accepted: Aug 16, 2022

Published Online: Aug 31, 2022

국문초록

이 연구의 목적은 국립현대미술관을 대상으로 전시와 소장 영역에서의 다양성을 구체적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작가의 출신 성별, 세대(나이), 국가를 포함하는 작가 다양성과 작품의 재료나 기법을 의미하는 매체 다양성을 통해 다양성을 관찰했다. 이를 위해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총 10년간 진행된 개인전 140건과 신소장품 내역 840건을 분석했다. 다양성 측정 도구로는 빈도와 비율을 공통적으로 사용하되, 세대와 매체의 연도별 자료에 대해 가짓수와 균등성을 추가로 검토했다. 연구 결과, 여성 작가의 비중은 최근 증가하는 추세이나 남성 작가가 여전히 강세이다. 특히 소장 영역, 고연령군에서의 남초 현상은 매우 뚜렷이 나타났다. 세대의 경우, 1965년부터 1980년 출생 작가가 두드러지는 가운데 최근 젊은 작가군의 유입이 증가하고 있다. 셋째, 국내 작가 비중이 지배적이며, 이러한 추세는 최근 더욱 강화되었다. 마지막으로 매체의 경우, 전시와 소장 모두 뉴미디어가 강세를 보였다. 이 연구는 최근 10년간 누적된 실제 자료를 통해 국립현대미술관의 전시와 소장 다양성 추이를 분석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미술관 다양성 증진을 위한 시사점과 향후 연구과제를 제시했다.

Abstract

This study determined the diversity in the area of exhibitions and collections of the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Korea. Both artist and media diversity were investigated. The former was examined in terms of the artist's gender, generation (age), and country, and the latter in relation to the materials and techniques of the works. We surveyed 140 solo exhibitions and 840 new collections for the 10 years from 2011 to 2020. Using frequency and ratios, we additionally measured the “number of types” and “equality” for data on generation and media of each year.

First, we discovered that the proportion of female artists is increasing recently, but male artists are still strong. This situation is very clear in the older group in the collections. As for generation, while the artists born between 1965 and 1980 stand out, the influx of younger artists has recently increased. Next, the proportion of domestic artists dominates, and this trend has recently been strengthened. Lastly, in the case of media, new media had a significant presence in both exhibitions and collections. This study is significant in that it analyzed the trend in the diversity of exhibitions and collections of the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Korea through data accumulated over the past 10 years. Implications for enhancing the diversity of art museums and future research are also presented.

Keywords: 국립현대미술관; 출신 국가; 성별; 세대; 부문
Keywords: MMCA(the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Korea); nationality; gender; generation; media

Ⅰ. 서론

2005년 10월, 유네스코 정기 총회에서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와 증진에 관한 협약(문화다양성협약)”이 채택되었다. 그로부터 5년 뒤, 대한민국은 110번째 비준국이 되었으며, 곧이어 「문화다양성법」을 제정했다. 이후, 문화 다양성은 정부 주요 정책들의 근간이자 사회통합과 경제 발전을 구성하는 핵심가치로 다루어지기 시작했다(UNESCO, 2005; 한국문화관광연구원, 2020).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국내외 문화계에서도 다양성을 보호하고 증진하려는 시도가 폭넓게 전개되었다. 특히 구미 미술계에서는 잠재적으로 다양성을 가로막았던 격차와 불평등을 드러내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논의와 실천이 다양하게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미국박물관연합회(AAM)는 2018년, 미술관 다양성의 가치를 DEAI, 즉, ‘다양성(diversity)’과 ‘형평성(equity)’, ‘접근성(accessibility)’, ‘포용성(inclusion)’으로 제시하고, 주요 미술관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이에, 미국 내 주요 미술관과 지역 미술관에서는 전시와 소장, 교육, 인력, 관객, 리더십 등 다방면에 걸쳐 미술관 내 인종과 지역, 성별, 종교적 격차를 해소하려는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추세이다.

국내 문화계서도 중앙 부처 및 지방 자치 단체와 학계에 이르기까지 다양성에 대한 폭넓은 담론들이 점진적으로 축적되기 시작했다.1) 다만, 국내에서 전개되고 있는 문화 다양성 담론들은 구미의 사례 등과 비교해 몇 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다. 먼저, 순수 미술, 특히 미술관 다양성에 초점을 맞춘 사례가 상당히 드물다. 이는 문화 다양성에 관한 대부분의 기존 연구들이 주로 소비의 관점에서 전반적인 문화 장르(김두이, 2021; 김두이·금현섭, 2018; 박주연·신형덕, 2018; 김은미·서새롬, 2011)나 영화, 방송 등 일부 대중 장르(김은미·이혜미·오수연, 2012; 이호영·장미혜, 2008)에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소수의 연구가 미술관에 초점을 맞추어 다양성 논의를 펼치기도 했으나, 대부분 공공성이나 공익성에 기반한 사회 교육적 관점이 주를 이룬다(황지영·홍해지, 2020; 조장은, 2018; 국성하, 2020). 이러한 논의들은 미술관이 우리 사회에 포용적 가치를 제공하는 다양성의 ‘주체’라는 점에 주목하지만, 다양성 결핍과 불평등 문제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충분한 다루지 않았다. 또한, 미술관의 핵심 가치와 기능인 ‘수집과 보존’, ‘전시’ 등 생산 영역에 대한 논의 역시 상대적으로 희소하다. 극소수의 개인 연구와 기관 내부 조사가 간헐적으로 존재하지만 대부분 현시점과 괴리가 큰 과거 자료이거나 전반적인 현황 기술에 머물러 있다(이은희, 2008; 박신영, 2009; 임대근, 2005; 이은경, 2013). 특히, 현재 국내 주요 미술관의 전시와 소장에 어떠한 격차와 불균형이 내포되어 있는지, 혹은 이러한 현상이 시간의 누적에 따라 어떻게 전개되는지 등에 대한 분석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주요 미술관의 소장과 전시 이력은 해당 작가의 명성과 평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향후의 전시와 수집, 판매, 그리고 향유에까지 폭넓게 영향을 미치는 정보로 재생산된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현재 국내 주요 미술관이 무엇을 모으고 전시하는지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향후 우리 문화계 전반의 다양성을 가늠하는 주요한 척도가 될 수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전시와 소장 영역에서 나타나는 다양성의 실태와 추이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1969년 개관한 이래 한국 근현대미술과 동시대미술을 다루는 국내 가장 대표적인 문화예술 공간 중 하나이다. 연구 대상은 2011년부터 2020년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에 등장한 작품(N=140)과 신규 유입된 소장품(N=820)이다. 자료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공식적으로 발간하는 「국립현대미술관 연보」와 「신소장품」 도록을 통해 수집했다. 다양성의 영역으로는 ‘작가 다양성’과 ‘매체 다양성’을 관찰했다. 작가 다양성은 작가의 ‘성별, 세대(나이), 출생 국가‘를, 매체 다양성은 작품에 사용된 기법이이나 재료 등을 의미하는 ‘부문’을 통해 관찰했다. 다양성 측정 방식은 ‘빈도/비율’을 공통적으로 살펴보되, 세대와 매체의 연도별 자료에 대해서는 ‘가짓수(number of types)’, ‘균등성(equality)’을 종합적으로 사용하였다. 여기서 가짓수란 관찰 단위에 얼마나 여러 세대와 매체가 포함되었는지를 나타낸다. 균등성이란 관찰 단위에 특정 세대나 매체가 얼마나 집중되지 않고 고르게 분포하는지를 나타낸다. 다양성에 관한 선행 연구들은 다양성 측정에는 합일된 기준이 존재하지 않으며, 다양한 측정 도구를 상호 보완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권하고 있다(김두이·금현섭, 2018; 김은미·이혜미·오수연, 2012; Purhonen, Gronow, & Rahkonen, 2010).

연구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이어지는 2장에서는 국내외 미술관 다양성에 대한 이론적 배경을 살펴본 뒤 3장에서는 본 연구의 연구방법을, 4장에서는 본 연구의 결과를 제시하고, 마지막으로 5장에서는 본 연구의 결론과 향후 과제를 제시하였다.

II. 이론적 배경

1. 해외 미술관과 다양성

오하이오 주에 위치한 클리브랜드 인구의 66%는 유색인종이다. 그러나 지역 미술관인 클리브랜드 미술관 관객 중 유색인종의 비율은 오직 24%에 불과하며, 나머지 상당수가 백인이었다(Cleveland Museum of Art, 2017). 이는 비단 한 미술관에 국한된 사례가 아니다. 2010년에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미국 전체 성인 인구 중 미술관을 방문하는 흑인의 비율은 6%였다(Kenny, 2021). 7년 후 재조사된 결과, 역시 흑인의 비율이 백인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현상이 미국에서 지속되어온 특정 집단에 대한 체계적인 배제와 불평등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며, 이러한 현상이 미술관의 내부 조직 인력과 절차에서부터 교육, 마케팅, 수집과 전시 등 미술관 전반에 걸쳐 존재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즉, 미술관의 많은 프로그램들이 사실상 백인 중산층에 맞춰져 있으며, 이러한 프로그램을 고안하고 승인한 이들 역시 해당 커뮤니티와의 관련성이 매우 희박한 이들이라는 것이다(Elizabeth Merritt, 2016). 실제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연속적으로 진행된 미술관 직원에 대한 다양성 조사에 따르면 백인이 70% 이상을 차지하며, 일부 개선이 이루어진 후 진행된 연구에서도 여전히 백인이 전체 이사회의 대다수(85%)를 구성하고 있었다(Kenney, 2021; Sweeney & Schonfeld, 2018).

이러한 문제의식하에 최근 미국 박물관 연합(AAM)은 2018년 “변화를 마주하며: 진전하는 박물관 이사회 다양성과 포용성(Facing Change: Advancing Museum Board Diversity & Inclusion)”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때, AAM(2018)은 각 미술관에 DEAI 즉, ‘다양성’, ‘형평성’, ‘접근성’, ‘포용성’ 차원에 대한 지속 가능한 노력과 실천을 독려했다. 여기서 ‘다양성’이란 ‘개별 및 그룹 수준에서 사람들이 다르고 같은 모든 방식’을 뜻하며, ‘형평성’은 ‘커뮤니티의 모든 구성원에 대해 공정하고 정당한 대우’를 제공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또한, ‘접근성’은 ‘인간의 능력과 경험의 연속선 상에서 모두에게 평등한 접근을 허용’하는 것을, ‘포용성’은 ‘다양한 개개인이 조직의 모든 일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2019년 촉발된 ‘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 등 당시 미국 내외에서 발생한 사회 문제들과 결부되며, 더욱 강력한 추진력을 얻기도 했다..

특히 미국 전역의 주요 미술관과 일부 지역 미술관에서는 미술관 안팎, 즉 고용 및 조직구성, 전시와 소장품, 교육, 대중 프로그램 전반에 걸쳐 격차를 해소하고 다양성을 확보하려는 시행들이 이루어졌다(Kenney, 2021). 먼저 조직 구성과 관련해서는 조직 내 편파적인 인종 구성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성과 포용성을 전담하는 직책이 마련되었다(예. 세인트루이스 미술관(Saint Lois Art Museum), 톨레도 현대미술관(Toledo Museum of Art), 메트로폴리탄 미술관(Metropolitan Museum of Art) 등)). 특히 2020년, 구겐하임 미술관과 재단은 미술관 내 ‘흑인과 원주민, 유색인종(BIPOC, Black people, Indigenous people, and people of color)’들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조직구성과 조직문화(Staffing and Culture)’, ‘이사진 다양성과 거버넌스(Board Diversification and Governance)’ 등 총 네 개의 영역에서 진행되고 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역시 2020년 7월, 13개 조항의 반인종차별주의 및 다양성 계획을 발표하고, 조직 전반에 걸쳐 BIPOC 직원을 채용했으며, 다양한 배경(유색인종뿐, 고령층 등)을 포함하는 유급 인턴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전시와 소장품과 관련해 다양성을 실천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뉴 뮤지엄(New Museum)은 전시《비탄과 불만: 미국의 예술과 애도(Grief and Grievance: Art and Mourning in America)》를 통해 인종 문제 등 불평등의 이슈를 드러냈다. 또한 일부 미술관에서는 전시와 소장에 있어, 기존에 소외되었던 작가군들을 집중적으로 주목하려는 시도가 나타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내셔널 갤러리(National Gallery of Art)와 휘트니 미술관(Whitney Museumof American Art)은 주로 여성 작가를 집중적으로 조명했고, 구겐하임 미술관은 구미에 집중되어 있던 소장품 범주를 동남아시아, 라틴아메리카, 중동 및 북아메리카 등으로 크게 확대했다. 특히 2018년 볼티모어 미술관(Baltimore Museum of Art)는 백인 남성 작가의 작품 7점을 ‘판매’해 그 수익(1,600만 달러)으로 소외 작가들의 작품 125점을 구입하기도 했다. 그 밖에 게티 미술관(J.Paul Getty Museum)은 소장품 설명에 포함된 차별적인 내용을 수정하는 등 다수의 기관이 미술관 내부에 있는 문제를 자각하고, 이를 해결하려는 시도를 구체적으로 전개하기 시작했다.

2. 국내 미술관과 다양성

국내의 문화 다양성, 특히 미술관 다양성은 구미에서의 전개 양상과 다소 차이가 있다. 이는 우리 사회가 전통적으로는 단일문화사회였으며 매우 빠른 속도로 산업화와 국제화 과정을 겪게된 역사적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즉, 구미와 같이 ‘차이’에 대한 적극적인 인지와 공존의 방식을 탐색해야 하는 필요성보다는 스스로 문화 취약국이자 소수 문화로서 방어와 보호, 자문화 중심적 통합이 강조된 경향이 있다.2)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국내 미술관 역시 DEAI 등과 같이 일관된 가치로 논의가 수렴되거나 내부 성찰을 통해 다양성 실천의 ‘대상’이 되기보다는 주로 공공성과 공익성에 기반한 ‘사회 교육적’ 역할, 즉 사회 소수자를 포용하고 복지를 ‘수행’하는 기능이 강조되었다. 특히 2010년 5월 서울에서 개최된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 및 2019년 9월 진행된 국제박물관협의회 등은, 미술관을 ‘민주적, 포용적, 다성적 공간’으로 정의하고, 예술교육이 ‘사회적 책무, 사회적 통합, 문화 다양성 및 문화 상호 간 대화를 증진’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러한 계기들을 통해 국내 미술관 교육과 퍼블릭 프로그램 전면에 문화 다양성의 가치가 등장했으며(김종아, 2014; 주재홍, 2016; 이혜진, 2018), 다양한 소외계층과 사회 구성원들의 정체성을 다루는 프로그램들이 크게 확대되었다(조장은, 2013; 황지영·홍해지, 2020; 국성하, 2020; 원금옥, 2003; 문정원, 2010; 채가엽, 2016).

그러나 미술관의 사회 포용적 기능이나 역할에 비해 미술관 그 자체의 다양성이나 불평등, 격차의 문제들은 구체적으로 다루어지지 않았다. 특히, 해외 사례에서와 같이 인력과 전시, 수집, 연구 등 미술관 각 영역을 아우르는 인종, 성별, 종교, 세대, 지역 격차에 대한 논의는 매우 미비한 실정이다. 더욱이 미술관의 핵심 기능 중 하나인 전시와 소장의 경우, 문화 다양성이 핵심 연구 주제로 다루어진 사례가 매우 드물다. 일부 연구자들이 동시대 사회적 이슈나 흐름을 반영하는 기획전시, 해외전시의 기회, 특정 국가의 비율, 세대 편중의 문제 등을 지적하기도 했으나, 다양성에 초점을 맞춘 체계적인 실증 연구라기보다는 전반적인 동향을 기술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이은희, 2018; 박신영, 2009; 박찬정, 2009). 소장품에 대한 연구 역시 주로 수집 정책과 분류체계, 활용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이추영, 2009; 박미화, 2014; 장엽, 2019). 소수의 소장품 현황 및 경향 분석 외에는 다양성에 대한 논의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이은경, 2013).

그러나 가치의 판단 기준이 모호한 미술 작품의 경우, 미술관에서의 전시와 소장 내역은 미술계 내에서 주요한 가치 지표이자 명성과 평판의 표식으로 작동한다(Beckert, & Rössel, 2013). 따라서 미술관이 전시와 소장을 통해 ‘누구’와 ‘무엇’을 ‘얼마나’ 포함하였느냐의 문제는 동시대 작가와 작품, 관객뿐 아니라, 후속 세대의 향유와 생산 다양성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한 기준이 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국내 대표 미술관인 국립현대미술관이 전시와 소장이 얼마나 다양하며, 편중되지 않은 관점을 갖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3. 다양성의 측정

다양성에 관한 기존의 논의들을 고려할 때, 측정의 문제는 개념화와 직결되는 가장 중요한 사안 중 하나이다. 특히 미술관 전시와 소장 다양성에 대한 논의를 구체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즉 ‘무엇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의 문제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특히 미술관 전시와 소장 영역에서 나타나는 다양성을 어떻게 개념화하느냐에 따라 이를 포착할 수 있는 측정이 동원되어야 한다.

먼저 첫 번째 문제와 관련해, 본 연구는 전시와 소장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특징으로, ‘작가 다양성’과 ‘매체 다양성’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작가 다양성은 맥락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인종, 성별, 종교, 나이, 국적 등 작가의 배경을 나타내며, ‘매체’ 다양성은 작품에 동원된 기법, 스타일, 재료 등을 뜻한다.

다음으로 측정의 방법론의 문제이다. 본 연구에서는 문화 컨텐츠의 다양성을 다룬 선행 연구에 의거해 ‘다종(variety)’과 ‘균형(balance)’의 차원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여기서 다종이란 얼마나 서로 다른 유형이 존재하는지를 뜻하며, 균형은 이러한 유형들이 얼마나 고르게 분포되어 있는지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작년 한해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에 나타난 기법과 매체가 ‘회화’와 ‘조각’, ‘뉴미디어’ 세 가지이고, 올해는 ‘회화’와 ‘조각’, ‘뉴미디어’, ‘공예’ 등 네 가지가 등장했다고 가정하자. 다종의 차원에서는 올해 매체의 다양성이 더 높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양과 분포를 고려하면 이러한 판단은 유보될 필요가 있다. 즉 올해 ‘회화’가 열 번 등장하는 동안 나머지 매체들은 모두 한 번씩만 등장했으나, 작년에는 각 매체가 모두 3번씩 골고루 등장했다고 가정하자. 균형의 측면에서 볼 때, 회화에 심각하게 편중된 올해에 비해 모든 장르가 골고루 등장한 해의 다양성이 더 높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선행연구에 따르면 다양성 측정에는 절대적인 기준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단일한 측정방식을 고집하기 보다는 다양한 측정 도구를 상호 보완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권고한다(김두이·금현섭, 2018; 김은미·이혜미·오수연, 2012; Purhonen, Gronow, & Rahkonen, 2010). 본 연구에서도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국립현대미술관의 전시와 소장에서 나타나는 성별, 국가, 연령/세대, 매체 다양성을 다각도로 관찰하고자 한다.

III. 연구방법

1. 연구 대상

본 연구의 대상은 2011년부터 2020년까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최된 전시에 참여한 작품과 해당 연구 기간 내 소장품으로 유입된 신소장품이다. 전시의 경우, 단독으로 참가한 개인전의 형태를 비롯해3) 개별 작가에 주목할 수 있는 소규모의 기획전까지 연구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이는 각각 《올해의 작가상》, 《현대차시리즈》, 《한국현대미술작가시리즈》, 《탄생 100주년 기념전》, 《젊은 모색전》이다.4)

2. 자료 수집 및 분석 방법

자료 수집과 분석은 두 단계로 진행되었다([그림 1]). 먼저 사전 단계에서는 전문가 인터뷰를 기반으로 다양성의 영역과 지표를 확정했다. 이를 토대로 본 연구에서는 연구 기간 내 나타난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참여 작품과 신소장품의 다양성 분석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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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분석 단계 별 세부 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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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전 단계: 전문가 인터뷰

사전 단계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20년 이상 근무하였고, 전시 및 소장품과 관련된 업무 경험이 있는 2인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표 1⟩ 참조). 사전 단계의 목적은 본 연구에 사용할 다양성의 영역과 지표를 확정하기 위한 것이다. 인터뷰는 설문지를 사전에 배부하고, 그에 대한 응답을 해당 전문가가 직접 응답·기록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5)

표 1. 사전 전문가 인터뷰 대상자
구분 나이 소속(경력)
전문가1 50대 국립현대미술관(20년 이상)
전문가2 40대 국립현대미술관(20년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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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인터뷰 결과, 국내 미술계에서 다양성을 관찰하는 데에는 크게 두 종류의 다양성, 즉 ‘작가 다양성’과 ‘매체 다양성’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국내에서는 인종이나 종교적 특징이 외부적으로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여 연령/세대, 출생 국가, 성별을 관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다음으로 매체 다양성은 작품에 사용된 기술 및 재료, 부문을 뜻한다. 매체 다양성의 경우,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적용하고 있는 10가지 ‘부문’ 분류 기준을 따르는 것이 적합하다고 결정했다.

2) 본연구: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및 소장품 분석

본 연구에 사용될 자료의 수집은 2021년 10월 1일~11월 15일까지 진행되었다. 자료 수집의 경우, 미술 관련 전공 석사 과정에 재학 중인 코더가 연구 기간 내 나타난 전시 참여 작품과 신규 유입된 소장품을 목록화한 뒤, 각각 작가 다양성과 매체 다양성에 대한 세부 정보를 수집했다. 자료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매해 발행하는╔국립현대미술관 연보╝와╔신소장품╝ 도록을 중심으로 하였으며, 세부 정보가 명시되지 않은 경우, 국립현대미술관 공식 홈페이지 및 작가 홈페이지를 참조하였다.

구체적인 자료 수집 절차는 다음과 같다. 먼저 전시의 경우, 해당 기간 내 전시(개인전 및 소규모 기획전)에 참여한 개별 작가를 일차적으로 목록화했다(⟨표 2⟩ 참조). 다음으로 각 작가별로 출생 연도, 작고 여부, 출신 국가, 해당 작품의 전시 연도, 매체 정보를 수집했다. 이때, 출생 연도는 1920년부터 15년 단위로 나누어 ‘세대’를 분류했다. 매체는 국립현대미술관 부문 분류 기준에 따라 한국화, 회화, 드로잉·판화, 조각, 뉴미디어, 공예, 사진, 서예, 디자인, 건축으로 분류하였다. 전시의 경우, 여러 매체가 한 전시에 동원되지만, 해당 전시에서 가장 주요하게 사용된 매체를 기준으로 했다. 소장품은 개별 소장품을 기준으로 작가, 유입 연도, 출생 연도, 작고 여부, 출신 국가, 그리고 매체 정보를 수집했다. 최종 집계된 소장품은 총 820건이며, 전시에 참여한 작가는 총 140건이었다. 주요 변수들의 기초 통계량을 ⟨표 2⟩에 나타냈다.

표 2. 주요 변수들의 기초 통계량
영역 변수 평균(표준편차) 최소값, 최대값
전시 (N=140) 성별(1=남성, 2=여성) 1.4(.5) 1, 2
출생연도 1954(24.6) 1887, 1991
생존/작고(1=생존, 2=작고) 1.2(.4) 1, 2
전시 연도 2015.8(.4) 2011, 2020
소장 (N=820) 성별(1=남성, 2=여성) 1.3(.4) 1, 2
출생연도 1950.8(24.1) 1850, 1989
생존/작고(1=생존, 2=작고) 1.7(.4) 1, 2
유입 연도 2015.7(3.0) 201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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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조사 항목 및 지표

조사 항목별 변인과 측정 지표를 ⟨표 3⟩에 제시했다. 본 연구의 조사 항목은 전시와 소장 영역에서 나타나는 ‘작가 다양성’과 ‘매체 다양성’으로, 연구기간 전체(총 10년)와 연도별 다양성을 각각 측정했다. 구체적으로 작가 다양성의 경우, 작가의 성별(남성 비율), 세대(세대별 빈도), 출생 국가(한국 비율)을 전체 자료와 연도별 자료로 나누어 관찰했다. 매체 다양성의 경우, 각 매체별 빈도를 관찰했다.

표 3. 조사 항목 별 변인, 관찰 범위, 지표
영역 조사 항목 변인 관찰 범위 지표
전시· 소장 작가 다양성 성별(남성) 전체 기간, 연도별 빈도/비율
출생국가(한국) 전체 기간, 연도별 빈도/비율
작고 여부 전체 기간 빈도/비율
세대 전체 기간 빈도/비율
연도별 가짓수, 균등성(1/HHI, 1/CV)
매체 다양성 매체 전체 기간 빈도/비율
연도별 가짓수, 균등성(1/HHI, 1/C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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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작가가 속한 세대의 연도별 분석과 매체의 연도별 분석에 ‘가짓수(number of types)’와 ‘균등성(equality)’ 지표를 추가적으로 사용했다.6) 가짓수란 해당 관찰 기간에 몇 종류의 세대/매체가 나타나는지를 의미한다. 가짓수의 경우, 해당 연도에 등장한 매체들의 종류를 모두 더해 산출했다. 즉, 해당 연도에 특정 매체가 한 번이라도 등장할 경우 1로 처리한 뒤 그 수를 더했다. 즉, 가짓수가 높을수록 많은 종류의 매체가 사용된 것을 뜻한다.

균등성의 경우, 해당 관찰 기간 내에 특정 세대/매체에 대한 편중 없이, 얼마나 균등한 분포로 세대/매체가 나타나는지를 의미한다. 이를 위해 ‘집중도(concentration)’를 나타내는 허쉬만-허핀달 지수(Hirschman-Herfindahl index; HHI)와 변동계수(coefficient variance; CV)을 역수화하여 사용했다. 허쉬만-허핀달 계수는 각 연도별로 해당 연도에 등장한 전체 작품 수 대비 해당 매체의 등장 횟수 비율을 구해 이들을 각각 제곱하여 모두 합산했다. 변동계수는 해당 연도에 각 매체가 등장한 횟수들간 표준편차를 평균값으로 나누어 추산했다. 균등성 지수가 낮을수록 특정 세대/매체가 집중되어 있음을 나타내며, 균등성 지수가 높을수록 세대/매체들의 종류가 고르게 분포되어 있음을 뜻한다.

IV. 연구 결과

1. 전시 영역 분석
1) 전시 영역 작가 다양성
(1) 세대 다양성

전시에서 나타나는 작가 다양성의 전체 자료 및 연도별 추이를 ⟨표 4⟩에 제시했다. 전체 연구 기간 내 전시에 참가한 작가들의 나이는 평균 56세이며, 1965-1980년에 출생한 작가가 전체의 1/3 이상을 차지했다. 반면, 1950-1964년 이전 출생 작가의 비율은 가장 낮았다. 연도별 분석 결과, 1965-1980년 출생 작가의 비중은 대부분의 연도에서 가장 높았다. 1950-1964 출생 작가의 비율은 대체로 가장 낮았다. 가장 젊은 층인 1980년 이후 출생 작가들은 최근 일부 소개되고 있으나 아직 전체적인 비중은 낮은 편이며, 전혀 소개되지 않은 빈도도 가장 높다.

표 4. 전시 참여 작가 다양성 연도별 추이
전체 기간 (N=140) 2011 (n=2) 2012 (n=7) 2013 (n=19) 2014 (n=26) 2015 (n=17) 2016 (n=16) 2017 (n=12) 2018 (n=15) 2019 (n=17) 2020 (n=9)
출생 연도 1919 이전 14 1 1 2 2 1 3 0 2 2 0
10% 50% 14% 11% 8% 6% 19% 0% 13% 11% 0%
1920-1934 18 0 0 1 3 6 0 2 2 1 3
13% 0% 0% 5% 12% 35% 0% 17% 13% 6% 33%
1935-1949 28 1 1 3 6 4 5 5 1 1 1
20% 50% 14% 16% 23% 24% 31% 42% 7% 6% 11%
1950-1964 11 0 2 0 2 2 2 0 3 0 0
8% 0% 29% 0% 8% 12% 13% 0% 20% 0% 0%
1965-1979 49 0 3 8 8 4 6 5 7 5 3
35% 0% 43% 42% 31% 24% 38% 42% 47% 28% 33%
1980 이후 21 0 0 5 5 0 0 0 0 9 2
15% 0% 0% 26% 19% 0% 0% 0% 0% 50% 22%
작고 여부 34 1 1 5 5 4 3 2 8 2 3
25% 50% 14% 26% 20% 24% 19% 17% 54% 12% 33%
성별(남) 91 2 4 12 16 17 11 10 9 6 4
60% 100% 57.1% 63.2% 61.5% 100% 68.6% 83.3% 60% 35.3% 44.4%
출생국가(한국) 122 2 7 18 22 14 13 9 12 16 9
87.1% 100% 100% 94.7% 84.6% 82.4% 81.3% 75.0% 80% 94.1%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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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참가 작가들의 세대 다양성 지표를 ⟨표 5⟩에 제시했다. 가짓수와 균등성 모두 2013년부터 2016년까지 가장 높았다. 즉, 해당 기간 가장 다양한 작가 세대들이 참여했으며, 특정 세대 편중 현상이 가장 덜했다. 추가로 각 전시별 작가들의 연도별 분포를 검토한 결과, 해당 기간에는 《젊은 모색전》, 《현대미술작가시리즈》 등의 개최로 그동안 소외되었던 장르에서 활동하는 원로 작가나 젊은 작가에 대한 소개가 늘었음을 알 수 있다(⟨표 6⟩ 참조).

표 5. 전시 참여 작가 세대 다양성 지표 연도별 추이
2011 (n=2) 2012 (n=7) 2013 (n=19) 2014 (n=26) 2015 (n=17) 2016 (n=16) 2017 (n=12) 2018 (n=15) 2019 (n=17) 2020 (n=9)
가짓수 2 4 5 6 5 5 3 5 6 4
균등성 1/HHI 2 3.27 3.50 4.76 3.96 3.46 2.67 3.36 2.89 3.52
1/CV .71 1.09 1.19 1.96 1.39 1.17 .89 1.13 .96 1.19

HHI=허쉬만 허핀달 인덱스(Hirschman-Herfindahl index), CV=변동계수(coefficient vari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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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6. 전시회별 참여 작가 수 연도별 추이
전체 기간 (N=140) 2011 (n=2) 2012 (n=7) 2013 (n=19) 2014 (n=26) 2015 (n=17) 2016 (n=16) 2017 (n=12) 2018 (n=15) 2019 (n=17) 2020 (n=9)
올해의 작가상 43 5 4 4 4 5 5 6 5 5
젊은 모색 26 9 8 9
한국현대미술작가 23 7 7 5 4
현대차 시리즈 6 1 1 1 1 1 1
탄생 100주년 9 1 2 3 1 1 1
기증 특별전 7 3 3 1
개인전 26 1 3 3 1 2 7 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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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성별 다양성

성별의 경우, 전체 기간 동안 전시에 참여한 남성이 여성 대비 1.9배 많았다. 전시별 성비를 추가적으로 살펴본 결과(⟨표 7⟩), 전체 기간을 대상으로 볼 때, 《젊은 모색전》은 여성 비율이 다소 높고, 《올해의 작가상》과 《현대차 시리즈》는 남녀 비율이 유사하지만 《한국현대미술작가》의 경우 남성(n=21)이 여성(n=2)대비 10배 이상 많이 참여했다. 연도별 성비 추이를 관찰한 결과, 일부 시점(2015)에는 아예 여성이 등장하지 않기도 했다. 다만, 2017년 이후 《젊은 모색전》과 《올해의 작가상》을 중심으로 여성 비중이 점진적으로 확대되었다.

표 7. 전시회별 참여 작가 성비 연도별 추이
전체 기간 (N=140) 2011 (n=2) 2012 (n=7) 2013 (n=19) 2014 (n=26) 2015 (n=17) 2016 (n=16) 2017 (n=12) 2018 (n=15) 2019 (n=17) 2020 (n=9)
올해의 작가상 1 .7 1 1 0m 1.5 1.5 .5 .3 .7
젊은 모색 .7 1.3 .6 .5
한국현대미술작가 10.5 6 0m  4 0m 
현대차 시리즈 1 0m  0m  0f 0m  0m  0f
탄생 100주년 3.5 0m  0m  0m  0f  0m  0f
기증 특별전 6 2 0m 
개인전 5.5 0m  0m  2 0m  1 0m  6 1
총합 1.9 1.3 1.7 1.6 0m  2.2 5 1.5 .5 .8

성비=남성 수/여성 수, 0m= 전원 남성, 0f=전원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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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국가 다양성

출생 국가의 경우, 대부분(87.1%) 한국이었다. 한국 외 국가는 일본(2.1%)을 제외하면 모두 1% 이내(프랑스, 덴마크, 폴란드, 리투아니아, 체코, 러시아, 중국 등 총 13개국)였다. 2013년 이후부터 2018년까지 국내 작가의 비중이 점진적으로 감소했다. 추가적으로 전시별 작가 국적을 살펴본 결과(⟨표 8⟩), 해외 국적 작가는 주로 개인전을 통해 소개되었다. 특히 해당 시기는 서울관이 개관하며 동시대 미술 및 근현대 미술 분야 해외 거장에 대한 소개가 활발히 이루어진 시점이었다.7) 그러나, 2019년부터 국내 출생 작가의 비중이 커졌으며, 2020년에는 모든 전시가 국내 작가로만 구성되었다.

표 8. 전시회별 참여 작가 국내출생비율 연도별 추이
전체 기간 (n=140) 2011 (n=2) 2012 (n=7) 2013 (n=19) 2014 (n=26) 2015 (n=17) 2016 (n=16) 2017 (n=12) 2018 (n=15) 2019 (n=17) 2020 (n=9)
올해의 작가상 1 1 1 1 1 1 .8 1 1 1
젊은 모색 1 1 1 1 1
한국현대미술작가 1 1 1 .8 1
현대차 시리즈 1 1 1 1 1 1
탄생 100주년 .9 1  1 .7 1 1 1
기증 특별전 .9 1 .7 1
개인전 .5 1  .7 0f .3 .5 0f .6 .5 1
총합 .9 1  1 .9 .8 .8 .8 .8 .8 .9 1

국내출생비율=국내출생 수/해외출생 수, 0f= 전원 해외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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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전시 영역 매체 다양성

전시에 등장한 매체로는 뉴미디어와 조각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8) 한국화와 회화, 건축, 공예의 비중은 모두 5% 미만으로 매우 낮은 편이며, 서예, 디자인은 전혀 등장하지 않았다(⟨표 9⟩). 연도별 분석 결과도 이와 유사하며, 2012년 이후부터 대체로 뉴미디어와 조각이 중심을 이루는 양상이 나타났다.

표 9. 전시 참여 매체 다양성 연도별 추이
전체 기간 (n=140 2011 (n=2) 2012 (n=7) 2013 (n=19) 2014 (n=26) 2015 (n=17) 2016 (n=16) 2017 (n=12) 2018 (n=15) 2019 (n=17) 2020 (n=9)
한국화 9 0 1 1 3 2 1 0 0 1 0
3.9% 0% 7% 3% 7% 8% 4% 0% 0% 3% 0%
회화 9 0 1 1 3 2 1 0 0 1 0
3.9% 0% 7% 3% 7% 8% 4% 0% 0% 3% 0%
드로잉 · 판화 45 1 3 5 7 2 7 3 5 7 5
19.7% 50% 21% 15% 17% 8% 28% 19% 19% 23% 33%
조각 63 0 5 12 8 7 6 2 8 11 4
27.5% 0% 36% 36% 20% 28% 24% 13% 30% 35% 27%
뉴미디어 65 0 4 8 12 8 5 7 9 10 2
28.4% 0% 29% 24% 29% 32% 20% 44% 33% 32% 13%
공예 8 0 0 1 2 1 1 0 0 1 2
3.5% 0% 0% 3% 5% 4% 4% 0% 0% 3% 13%
사진 24 1 0 4 4 3 3 3 4 0 2
10.5% 50% 0% 12% 10% 12% 12% 19% 15% 0% 13%
건축 0 0 0 1 2 0 1 1 1 0 0
0% 0% 0% 3% 5% 0% 4% 6% 4%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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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의 가짓수는 2016년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하다가 최근 다소 감소했다(⟨표 10⟩). 균등성 역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상승하는 추세이나 이후 다소 감소하였다. 추가적으로 전시별 매체의 가짓수를 재검토한 결과(⟨표 11⟩), 2013년부터 2017년까지 《현대미술작가시리즈》 등이 진행되며, 한국화, 공예, 건축, 사진 등 그동안 소외되었던 장르의 원로작가들에 대한 소개가 이루어진 점이 주요했다.

표 10. 전시 참여 작가 매체 다양성 지표 연도별 추이
2011 (n=2) 2012 (n=7) 2013 (n=19) 2014 (n=26) 2015 (n=17) 2016 (n=16) 2017 (n=12) 2018 (n=15) 2019 (n=17) 2020 (n=9)
가짓수 2 5 8 8 7 8 5 5 6 5
균등성 1/HHI 2.0 3.8 4.3 5.6 4.6 5.1 3.6 3.9 3.5 4.3
1/CV .5 .88 1.0 1.4 1.1 1.2 .8 .9 .8 1.0

HHI=허쉬만 허핀달 인덱스(Hirschman-Herfindahl index), CV=변동계수(coefficient vari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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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1. 전시회별 매체의 가짓수 연도별 추이
2011 (n=2) 2012 (n=7) 2013 (n=19) 2014 (n=26) 2015 (n=17) 2016 (n=16) 2017 (n=12) 2018 (n=15) 2019 (n=17) 2020 (n=9)
올해의 작가상 4 2 2 2 3 3 3 4 3
젊은 모색 5 5 3
한국현대미술작가 2 5 6 4 4
현대차 시리즈 1 1 1 1 1 1
탄생 100주년 1  1 1 1 1 1
기증 특별전 2 3 1
개인전 1  2 2 4 2 2 4 2 1
전체 2 5 8 8 7 8 5 5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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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소장 영역 분석
1) 신소장품의 작가 다양성
(1) 연령/세대 다양성

전체 연구 기간 내, 신소장품 작가들의 평균 연령은 60.4세이며, 1965-1980년 출생 작가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표 8⟩). 반면, 1980년대 이후 출생작가 비율은 가장 낮았다.10) 남성 작가가 전체의 74.2%를 차지했으며, 한국 출생은 90%에 달했다. 연도별 분석 결과, 대부분의 연도에서 1965-1980년대에 출생한 작가의 비율이 높으며, 1935-1949년에 출생한 작가의 경우 2016년까지는 높은 수준을 유지했으나, 이후 비중이 점차 낮아지는 양상이 나타났다. 1980년대 이후 출생작가의 경우 2015년까지 비중이 매우 낮았으나, 2016년부터 2019년까지는 다소 증가했다.

표 8. 신소장품 작가 다양성 연도별 추이
전체 기간 (N=737) 2011 (n=73) 2012 (n=97) 2013 (n=85) 2014 (n=68) 2015 (n=80) 2016 (n=45) 2017 (n=87) 2018 (n=77) 2019 (n=110) 2020 (n=98) 출생
출생 연도 1919 이전 109 14 2 11 3 11 8 13 12 19 16
13% 19% 2% 13% 4% 14% 18% 15% 16% 18% 16%
1920-1934 83 9 2 7 7 13 3 8 12 8 14
10% 12% 2% 8% 10% 16% 7% 9% 16% 7% 14%
1935-1949 141 12 20 23 11 14 14 8 11 12 16
17% 16% 21% 27% 16% 18% 31% 9% 15% 11% 16%
1950-1964 177 21 32 19 19 14 7 16 15 19 15
22% 29% 33% 22% 28% 18% 16% 19% 20% 18% 15%
1965-1979 252 14 39 24 24 26 10 31 17 36 31
31% 19% 40% 28% 35% 33% 22% 36% 23% 34% 32%
1980 이후 52 3 2 1 4 2 3 10 8 13 6
6% 4% 2% 1% 6% 3% 7% 12% 11% 12% 6%
작고 여부 218 28 7 23 17 19 10 18 28 32 36
26.7% 38% 7% 27% 25% 24% 23% 21% 36% 29% 37%
성별(남) 609 59 71 61 51 59 38 63 64 77 66
74% 81% 73% 72% 75% 74% 84% 73% 83% 70% 67%
출생국가(한국)9) 737 63 92 83 63 75 41 73 65 88 94
90% 86% 95% 98% 93% 94% 91% 84% 84% 80%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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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 지표 상으로는 모든 연도에서 모든 세대의 작품이 소장되었다(⟨표 9⟩). 균등성 지표의 경우 2015년 이후 대체로 상승하는 양상을 보이며, 저연령 작가군(1980년 이후 출생)과 고연령 작가군의 비중이 모두 증가한 2018년에 정점을 이루었다. 이후 저연령 작가의 비중이 다소 감소하며 균등성 지수의 변동은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다양성이 증진되고 있는 양상이었다.

표 9. 신소장품 작가 세대 다양성 지표 연도별 추이
2011 (n=73) 2012 (n=97) 2013 (n=85) 2014 (n=68) 2015 (n=80) 2016 (n=45) 2017 (n=87) 2018 (n=77) 2019 (n=110) 2020 (n=98)
가짓수 6 6 6 6 6 6 6 6 6 6
균등성 1/HHI 5.0 3.2 4.4 4.1 4.7 4.7 4.6 5.7 4.8 5.0
1/CV 2.2 1.1 1.7 1.5 1.9 1.9 1.8 4.4 2.0 2.2

HHI=허쉬만 허핀달 인덱스(Hirschman-Herfindahl index), CV=변동계수(coefficient vari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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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성별 다양성

성별의 경우 등락의 폭은 있으나, 모든 연도에서 남성의 비중이 약 70% 이상이었다. 추가적으로 각 세대별로 성비를 분석한 결과, 여성에 비해 약 3배 가량 많았다(⟨표 10⟩). 남성 분포는 대체로 고연령군에 집중되어 1919년 이전 세대에서는 남성이 여성보다 35배 이상, 1920-1934년 세대에서도 10배 이상 많았다. 다만 1965년 이후 세대에서는 남성의 전체 비중이 낮아져 여성 대비 1.5배 수준이었다.

표 10. 신소장품 작가 세대별 성비 연도별 추이
전체 기간 (N=737) 2011 (n=73) 2012 (n=97) 2013 (n=85) 2014 (n=68) 2015 (n=80) 2016 (n=45) 2017 (n=87) 2018 (n=77) 2019 (n=110) 2020 (n=98)
1919 이전 35.3 0m 0m 0m 0m 10 0m 0m 11 18 0m
1920-1934 10.9 8 1 0m 0m 0m 2 0m 11 0m 3.7
1935-1949 3.5 2 4 2.8 2.7 0m 13 7 4.5 3 1.1
1950-1964 3.1 6 4.3 1.1 2.2 1.8 0m 4.3 14 2.2 2.8
1965-1979 1.5 1.8 2.1 1.7 3.8 .9 1.5 1.2 1.4 1.4 1
1980 이후 1.5 2 1. 0m .3 1 2 1. 7 .9 5
총합 3 4.2 3 2.5 3 2.8 5.4 2.7 4.8 2.3 2.2

성별비=남성 수/여성 수, 0m= 전원 남성, 0f=전원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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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국가 다양성

출생 국가의 경우 90%가 한국이며, 그외 국가는 일본(1.9%), 프랑스(1.3%), 미국(1.2%), 러시아(1.1%)이며, 나머지 국가는 모두 1% 이내(프랑스, 중국, 대만, 남아프리카 등 총 18개국)였다. 2017년 이후 해외 작가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으나, 2020년에 들어 다시 한국 작가의 비중이 급격히 증가했다.

2) 신소장품의 매체 다양성

전체 소장품에서는 회화와 뉴미디어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11) 연도별 유입 추이에 따르면 대부분의 연도에서 회화의 비중이 가장 크다. 다만, 2017년 이후부터는 뉴미디어의 비중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표 11⟩).12) 건축과 공예의 비중은 모든 연도에 걸쳐

표 11. 신소장품 매체 다양성 연도별 추이
전체 기간 (N=737) 2011 (n=73) 2012 (n=97) 2013 (n=85) 2014 (n=68) 2015 (n=80) 2016 (n=45) 2017 (n=87) 2018 (n=77) 2019 (n=110) 2020 (n=98)
한국화 105 8 4 37 7 7 7 4 2 17 12
13% 11% 4% 44% 10% 9% 16% 5% 3% 15% 12%
회화 227 24 15 19 18 27 14 23 21 32 34
28% 33% 15% 22% 26% 34% 31% 26% 27% 29% 35%
드로잉 · 판화 63 6 7 3 7 7 5 10 8 3 7
8% 8% 7% 4% 10% 9% 11% 11% 10% 3% 7%
조각 102 14 11 8 10 10 4 10 15 10 10
12% 19% 11% 9% 15% 13% 9% 11% 19% 9% 10%
뉴미디어 164 10 14 9 9 20 8 23 14 36 21
20% 14% 14% 11% 13% 25% 18% 26% 18% 33% 21%
공예 46 1 20 0 7 2 1 5 2 4 4
6% 1% 21% 0% 10% 3% 2% 6% 3% 4% 4%
사진 92 10 25 7 6 5 4 11 13 7 4
11% 14% 26% 8% 9% 6% 9% 13% 17% 6% 4%
디자인 13 0 0 2 4 0 2 1 0 0 4
2% 0% 0% 2% 6% 0% 4% 1% 0% 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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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낮으며, 한국화는 2013년에는 소장품의 절반 가까이(44%) 차지하다가 다시 2017년과 2018년 5% 이하로 감소하는 등, 연도별 등락의 폭이 컸다.

연도별 다양성 지표를 살펴본 결과, 가짓수의 변화는 크지 않지만 2020년에는 전 부문에서 소장품 유입이 이루어졌다는 점이 두드러진다(⟨표 12⟩). 균등성 측면에서 한국화가 대거 유입된 2013년과 뉴미디어가 집중적으로 유입된 2019년의 균등성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희소 분야인 사진과 공예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2012년과 뉴미디어의 집중이 다소 낮아지고 디자인이 투입된 2014년은 상대적으로 균등성이 높았다.

표 12. 신소장품 매체 다양성 지표 연도별 추이
2011 (n=73) 2012 (n=97) 2013 (n=85) 2014 (n=68) 2015 (n=80) 2016 (n=45) 2017 (n=87) 2018 (n=77) 2019 (n=110) 2020 (n=98)
가짓수 8 8 7 8 8 8 8 8 8 10
균등성 1/HHI 5.0 5.8 3.7 6.6 4.7 5.5 5.3 5.4 4.3 5.0
1/CV 0.9 1.1 .7 1.3 0.9 1.0 1.0 1.0 0.8 .9

HHI= 허쉬만 허핀달 인덱스(Hirschman-Herfindahl index), CV=변동계수(coefficient vari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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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 결론

본 연구는 국립현대미술관을 대상으로 전시와 소장품 영역에서의 다양성 실태를 분석하였다. 이를 위해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총 10년간 진행된 전시와 신소장품을 대상으로 작가 다양성과 매체 다양성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에 대한 요약과 논의, 향후 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여성 작가의 비중이 차츰 증가하는 추세이나, 남성 작가가 여전히 강세이다. 소장(74%)과 전시(60%) 모두 남성 작가가 여성 작가의 비중을 훨씬 웃돌았다. 특히 소장 영역에서는 남초 현상이 더욱 뚜렷이 나타났고, 고연령 작가군에서는 남성이 10배(1920-1934), 35배(1919 이전)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2년간의 전시 영역에서 여성 작가의 참여가 눈에 띄게 증가해 남성의 비중을 앞지르기도 시작했다. 여성 작가들의 등장에는 《올해의 작가상》과 《젊은 모색전》 등의 특정 기획전의 역할이 주요하게 작동했다. 소장 영역의 경우, 1965년 이후 출생군에서 여성 작가가 상대적으로 뚜렷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결과들은 비록 개선이 진행되고 있음을 제시한다. 그러나 성별은 미술계에서 오랫동안 유리천장의 역할을 해왔으며(Gørrill, 2020; 주연화, 2016; Parker & Pollock, 1995), 여전히 사회 다른 영역과 비교해도 현격한 개선이 이루어졌다고 말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직접적인 비교는 무리이지만, 우리나라 전체의 성비구성(99.43)13)이나 성평등이 매우 낮은 영역인 안전분야(66.5) 등의 성비구성을 고려할 때, 미술계의 남성 지배적 현상은 여전히 심각한 수준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한 대안 모색이 다각도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

둘째, 작가들의 연령을 기준으로 분류한 세대 분포의 경우, 전시와 소장에서 모두 1965-1980년 출생, 즉, 대략 40대-50대 중반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다만, 소장의 경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차 성숙기에 접어드는 젊은 작가군의 유입이 증가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이러한 양상은 해외 근현대 미술 시장에서의 분석 결과와 유사하다. 즉, 90년대 경매 데이터를 분석한 해외 연구에서도 1920년대 이전에 출생한 작가들의 경우, 경력 중후반부인 50대 초반에 판매 가격이 정점에 이르지만 1920년 이후 출생 작가의 경우, 경력의 첫 10년 내인, 29세 경에 정점을 맞이했다. 이는 현대미술로 넘어올수록 기술적 숙련보다는 관념적 혁신이 두드러지며, “새로운 필요와 새로운 기술(new needs need new techniques)”(Friedman, 1972)에 민감한 젊은 작가군이 대거 출연한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Galenson & Weinberg, 2000; Zevi 1994). 다만, 국립현대미술관의 경우, 근대와 현대미술을 모두 다루는 복합공간이다. 따라서 젊은 작가에서부터 원로 작가가 모두 등장하며, 특정 세대에 편중되지 않는 고른 관심이 필요하다. 그러나, 본 자료를 근거로 볼 때, 소수 세대의 경우, 특정 기획전 유무에 따라 등락 차이가 컸으며, 동시에 ‘특정 세대’로 이름 붙여지지 않는 ‘낀 세대’들의 경우 소외가 지속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나타났다. 이에 대한 지속적인 실태 파악과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셋째, 국내 작가(한국 출신 작가)의 비율이 지배적이며, 이러한 추세는 최근 급격히 강화되었다. 연구 기간 내, 전시와 소장에 15개국 이상 국가 출신의 작가들이 참여했으나, 해외 국가들은 최대 2%를 넘지 않는 극히 낮은 비중이었다. 일부 연구나 담론에서 해외 특정 국가 편중이 나타난다는 점이 제기되기도 했으나(박신영, 2009), 최근 자료를 통해 살펴본 결과, 국내 작가 비중이 너무 지배적이어서 타 국가의 편중성은 뚜렷이 관찰하기 어려웠다. 특히, 국내 작가의 지배적인 비중은 2010년대 초중반에 다소 완화되는 듯하다가, 2020년을 기점으로 다시 급등했다. 향후 연구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 미술관 내외부 변화(예. 관장의 국적이나 전문 영역, 전시 주제 등)와 관련성을 추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넷째, 매체 다양성 차원에서는 뉴미디어가 강세를 보이며,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다양성의 정점이 나타났다. 국립현대미술관 내부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이건용의 1960-70 실험자료, 2017년 사진 작가 최계복 유족으로부터 기증(필름) 등 희소 매체의 유입(국립현대미술관, 2021)이 매체 다양성을 향상시킨 것으로 보인다. 전시 영역에서는 뉴미디어와 함께 조각의 비중이 컸으나, 소장 영역에서는 조각보다는 회화의 비중이 두드러진다는 점이 구별되었다. 전시에서 유달리 조각의 비중이 높게 나타난 이유에 대해서는 향후 구체적인 분석이 필요하지만, 조각과 뉴미디어 간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이나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사용하고 있는 분류 기준 등의 문제를 고려해 볼 수 있다. 향후 연구에서는 변화하는 미술계의 현상을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분류 기준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는 우리나라 대표 미술관인 국립현대미술의 다양성을 최근 10년간 누적된 실제 전시와 소장 자료를 대상으로 살펴봤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국내에서 ‘미술’은 여러 문화예술 장르 중, 소수 장르로서 생산과 매개, 향유 영역에서 모두 불안정성과 취약성의 문제가 오랜 기간 제기되어 왔다(김두이·금현섭, 2018; 오일환·김기수, 2006; 한국큐레이터협회, 2009; 김은영, 2010; 김현경, 2017; 금현섭·이슬기, 2017). 이에, 생산과 향유의 활성화, 혹은 ‘양적’ 확대에 관한 문제에 비해 미술계 내부에 존재하는 불평등이나 격차 문제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본 연구는 다양성이 주요하게 대두하고 있는 현재 시점에서 국내 대표 미술관의 전시와 소장에 특정 작가군이나 매체에 대해 체계적인 배제나 소외가 나타나는지를 검토한 시범적 연구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

다만 향후 연구에서는 다양성의 영역과 기준에 있어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먼저, 본 연구는 미술관·박물관의 다양한 컨텐츠 가운데 국립현대미술관의 개인 전시와 소장품 영역을 대상으로 했다. 향후 연구에서는 실질적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획전(단체)을 비롯해 교육, 퍼블릭 프로그램, 출판, 홍보, 조직구성, 관객을 비롯해 운영 정책이나 경영 등 넓은 영역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작가 다양성에 대해 성별과 출생 국가, 세대만을 살펴보았으나, 향후 연구에서는 그 밖의 요소들(예. 장애, 종교, 출신학교, 지역 등)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심도깊은 질적 연구를 통해 주제(아이디어) 및 내용 다양성의 개념화, 측정 도구 개발 등이 진행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는 시범 사례로 국립현대미술관을 대상으로 하였으나, 향후에는 이를 국공립, 사립미술관 등으로 확대하여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다양성의 지표를 관찰함에 있어 자료의 제약으로 인해 빈도, 가짓수와 균등성을 중심으로 살펴보았으나, 향후 연구에서는 다양성의 여러 층위(예. 혼종성(hybridity), 이질성(disparity) 등)을 고려한 기준과 지표 개발이 필요할 것이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미술계와 우리 문화 다양성에 대한 이해가 더욱 깊어질 수 있을 것이다.

Notes

문화 다양성에 관해 중앙 부처와 지방 자치 단체에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대표적으로, 고양시정연구원(2019)인천발전연구원(2017), 문화체육관광부(2013), 한국문화관광연구원(2015, 2017, 2019, 2020)에서 진행된 지표 개발 연구와 실태 보고서 등을 들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1990년대 등장한 ‘스크린쿼터제 폐지’ 논의에서는 선진국 문화로부터 ‘취약한’ 자국 문화를 보호해야 한다는 강력한 사회 여론이 형성되었다. 2000년 초에는 이주민(결혼이주민, 외국인 노동자, 탈북자 등)들의 급속한 증가로 인해 동화주의적 ‘다문화 정책’이 시급히 동원되기도 했다(강미옥, 2014; 김태희, 2016). 이러한 배경에서 국내에서는 오랜 기간 ‘문화 다양성’의 개념이 다문화, 문화 다원주의, 사회적 통합, 문화적 포용력, 문화 소외, 문화 복지 등 각기 다른 개념들이 유사한 맥락에서 혼용되는 양상이 나타났다(국립민속박물관, 2009; 김현경, 2017; 국성하, 2020; 박윤옥, 2021). ‘다원주의적 가치’에 기반한 ‘문화 다양성‘에 대한 사회적 이해가 증진되기 시작한 것은 최근에 이르러서이다.

전시명에 작가 개인의 이름이 포함된 경우 모두 개인전으로 분류했다.

사전 전문가 인터뷰에 따르면 국립현대미술관의 전시에는 “연령대별, 분별, 주제특성별, 미술사적 기준 등 다양한 기준(전문가1)”에 따라 작가들을 분류하여 전시한다. 특히 내부적으로는 “《젊은 모색》에는 40세 이하, 《올해의 작가상》에는 40세 이상, 《현대자동차 시리즈》는 50세 이상, 《원로작가 시리즈》는 70세 이상 등으로 자연스럽게 구분(전문가2)”되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 1에 대한 인터뷰는 대면 인터뷰와 지필 설문을 병행했으나, 나머지 1인은 환경적 제약으로 인해 지필 설문만을 진행했다.

본 자료에서 ‘성별’은 모두 두 개의 항(binary)으로 이루어져 있고 ‘출생 국가’ 역시 특정 국가(한국)에 지배적으로 몰려 있기 때문에 종류(가짓수)나 집중도(균등성)에 대한 해석의 폭이 넓지 않다. 다만, 출생 연도와 매채(부문)의 경우, 각각 6종류와 10종류에 걸쳐 분포되어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다양성 지표(가짓수, 균등성(1/HHI, 1/CV))를 통해 분포의 의미를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다만 전시의 경우, 자료의 수가 한정적이며, 연도별 자료의 수는 더욱 적으므로 해석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해당 전시의 예는 다음과 같다.《야나기 무네요시》(2013),《데이비드 호크니: 와터 근처의 큰 나무들》(2013),《조르조 모란디: 모란디와의 대화》(2014),《쉬린 네샤트》(2014),《예스퍼 유스트》(2014),《윌리엄 켄트리지: 주변적》(2015),《필립 가렐》(2015),《변월룡 1916-1990》(2016),《에코시스템: 질 바비에》(2016),《요나스 메카스: 찰나, 힐긋, 돌아보다》(2017),《리처드 해밀턴》(2017),《아크람 자타리: 사진에 저항하다》(2017),《하룬 파로키-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2018),《마르셀 뒤샹》(2018).

‘뉴미디어’는 설치, 퍼포먼스 등 최근 현대미술의 경향이 드러나는 부문이지만, 설치 작품과 같이 ‘조각’으로 분류되는 부문과 중첩되는 영역이 넓다. 본 자료는 ╔국립현대미술관 연보╝와╔신소장품╝ 도록에 기록된 바를 준수했으나, 시기에 따라 ‘조각’의 범주와 비중의 해석하는 데에 주의가 필요하다.

한국 외 국가는 일본(1.9%), 프랑스(1.3%), 미국(1.2%), 러시아 (1.1%)이며, 나머지 국가는 모두 1% 이내(프랑스, 중국, 대만, 남아프리카 등 총 18개국)였다.

사전 전문가 인터뷰에서 이러한 현상과 관련하여 “40대 미만 작가의 작업 성숙도가 아직 미약하여 검증되지 않은 상태의 작가가 많아 (중략) 50대 이후 작가들의 작품이 다수 소장되는 현실(전문가2)”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전체 소장품 중, 서예(n=3, .4%)와 건축(n=5, .6%)의 비중은 1% 이내로 매우 작았기 때문에 연도별 분석에서 제외했다.

이러한 현상은 사전 전문가 인터뷰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집중적으로 등장하는 부문은 아니지만 꼭 등장하는 부문은 뉴미디어입니다. 출품작 수가 집중적이지는 아니지만, 어떠한 부문의 전시라도 뉴미디어 매체는 거의 빠지지 않습니다. 회화 작가 전시라 할지라도 최소한 아카이브로라도 뉴미디어 부문은 포함이 되고 있습니다(전문가1)”

남녀성비는 여자 100명당 남자수를 나타내며, ‘남자 인구수/여자 인구수×100’의 값으로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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