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서구 도시의 탈산업화 과정에서 유휴공간으로 방치되던 산업시설인 브라운필즈(brown fields)(강동진, 2010)를 보존하고 활용하여 새로운 장소로 활용하는 움직임이 일어난 지 수십 년이 흘렀다. 탈산업화 도시 지역의 재생은 수십 년 동안 도시 정책의 핵심 주제로 방대한 연구 흐름이 이어졌고, 활발한 정책 토론과 성공적인 사례 연구를 생성하였다(Ferilli, Sacco, Tavano Blessi, & Forbici, 2017). 1970년대와 1980년대 초에는 문화정책과 도시재생이 정책 만병통치약으로 통합되어 문화주도재생(culture-led regeneration)이라고 표현되어 왔다(Baek, Jung, & Joo, 2021). 가령,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 위치한 가스 웍스 공원(Gas Works Park)은 과거 가스화 공장이었던 시설을 보존하고 오염된 부지를 정화하여 1975년에 공공 공원으로 탈바꿈하였고, 거주민 및 관광객에게 사랑받는 휴식 공간이자 관광 명소로 거듭났다. 이를 벤치마킹해 설립된 독일 루르지역의 뒤스부르크 환경공원(Landschaftspark Duisburg-Nord)은 과거 석탄 및 철강 생산 공장을 여가시설로 적극적으로 활용해 1991년에 건립한 공공 공원이자 복합문화공간이며, 한국의 산업유산을 활용한 문화주도 재생시설인 문화비축기지가 개관하는 데 선구자 역할을 하였다.
그런데 2022년 말, 서울시는 문화비축기지에 대한 대대적인 재정비를 예고하였다(윤보람, 2022).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 인근에 위치한 문화비축기지는 2000년 폐쇄된 석유비축기지를 리모델링하여 2017년 9월 개관한 공공 공원이자 복합문화공간이다. 산업 유산으로서 가치가 높고 다양한 장소성을 담고 있으며, 이색적인 장소를 만들어내 한국의 폐산업시설 재생사업 중 대표적인 성공모델로 소개되었지만(신현우, 2020; 우경숙·서주환, 2021에서 재인용), 접근성이 떨어지고 방문객이 즐길만한 문화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 이러한 문제 제기는 이번 변화에 앞서 문화비축기지로 대표되는 산업 유산을 활용한 문화주도 재생시설이 방문객에게 장소로서 가지는 의미에 대해 되돌아볼 시점임을 시사한다.
문화비축기지를 비롯한 한국의 문화주도 재생시설은 시민 참여를 장려하고 도시의 사회·경제·문화적 활성화를 지원함으로써 도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고 지역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2013년부터 정부가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한 이후 활발하게 설립되어왔다(Baek, Jung, & Joo, 2021). 문화주도 재생시설 설립 이전에도 각 지역의 문화예술회관(이하 문예회관)은 공공의 복합문화공간 기능을 담당해왔다. 문예회관은 시민들의 문화 향유를 위해 광역 또는 기초자치단체 단위에서 건립한 시설이며 건립목적에 근거하여 새롭게 지어지는 지역 기반의 복합문화공간이라는 특징을 가진다. 반면, 문화주도 재생시설은 한국의 도시 및 산업화의 고유한 특수성이 녹아들어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서구는 산업혁명으로 인한 산업화와 탈산업화 과정이 일찍이 일어났고 관련 정책 및 연구가 일어난 지 수십 년이 흐른 반면, 한국은 식민 지배와 전쟁으로 인해 산업화가 1950년대에 일어남에 따라 압축적인 고도성장이 이루어졌다. 이 때문에 특히 산업화시대 유산을 활용한 문화주도 재생시설은 대중에게 폐쇄된 산업 시설에서 사람을 끌어들이는 문화 시설로의 전환을 통해 ‘숨겨진 장소로 초대’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Eom & An, 2018), 중장년층에게는 기억과 추억의 장소로 청년층에게는 역사 또는 낯설지만 새롭게 다가갈 수 있는 장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처럼 산업 유산을 활용한 문화주도 재생시설은 문예회관과 구분되는 독특한 장소이기 때문에, 해당 특성을 고려한 장소와 사람 간의 관계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공적 영역에서 장소와 사람의 관계를 연구하기 위한 다양한 이론 중에, 장소감(sense of place)은 장소에 대한 인간의 인식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개념으로 활용된다(Song, Wang, Fernandez, & Li, 2021). 장소감은 개인이나 집단이 공간적 설정에 부여한 의미이며(Jorgensen & Stedman, 2001), 환경심리학 관점에서 특정 지리적 환경에 관한 신념, 감정 및 행동 약속을 나타내는 다차원 구성으로 이루어진다(Jorgensen & Stedman, 2006; Song et al., 2021에서 재인용). 또한, 장소감은 인간과 공간 설정 간의 관계를 묘사하는 여타 개념들까지 포함하는 지배적인 개념으로 설명된다(Shamai, 1991). 장소감의 주요 지표로는 장소 애착(place attachment), 장소 정체성(place identity), 장소 의존성(place dependence), 장소 품질(place quality)이 있다(Song et al., 2021).
장소감은 개인 또는 집단이 가지는 장소에 대한 경험을 통해 부여되는데, 장소 경험과 이로 발생하는 장소 인식 및 장소감은 무형의 특성으로 인해 측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관련 연구를 위해 주로 설문지법을 활용해 장소감을 분석하지만 전체적인 장소감을 포착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현재의 장소감 분석을 확장하기 위해 보완 방법이 필요하다.
이에 본 연구는 기존의 공공 복합문화공간인 문예회관과 구분되는 산업유산을 활용한 문화주도 재생시설의 온라인 리뷰를 바이텀 토픽모델(Biterm Topic Model, 이하 BTM)로 분석하고 방문객들의 경험을 통해 언어로 나타나는 장소감을 이론을 기반으로 분류하여, 해당 공간이 방문객에게 장소로서 가지는 존재가치와 의미를 확인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산업유산을 활용한 문화주도재생 사업의 지속적 운영에 대한 당위성을 확인하고, 해당 장소에 대한 방문객 맞춤형 질적 측면 개선에 초점을 맞춰 운영전략 및 정책 방향 설정에 기여하고자 한다.
Ⅱ. 문헌 고찰
한국보다 일찍이 산업 혁명에 따른 도시의 산업화 및 탈산업화 문제를 경험한 서구 국가에서는 폐산업시설을 활용한 도시재생 사례가 나타났다. 특히 해당 건물들이 산업시설로서의 본연의 기능을 상실하자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수많은 협약을 통해 문화시설의 역할을 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도시를 산업화 패러다임에서 문화 패러다임으로 변화시키려는 노력이었으며(Eom & An, 2018) 관련 연구 또한 상대적으로 많이 이루어졌다. 이 과정에서 Evans(2004)는 문화를 활용한 도시재생 프레임워크를 제시하면서 문화주도재생(culture-led regeneration)이라는 용어를 제시하였다. 문화주도재생이란 문화가 재생의 주요 촉매이자 혁신 동인으로 간주되는 도시계획 접근 방식이다(Evans, 2004; Ferilli et al., 2017에서 재인용). 이는 하향식 및 상향식 정책 방식이 동시에 이뤄지며 도시의 환경, 경제, 사회에 주요 영향을 미치는 문화재생 방안이라고 볼 수 있다. 본 연구는 Evans의 이론에 기반하여 관련 시설을 문화주도 재생시설이라고 명명해 한국의 사례를 고찰하고자 한다.
산업유산을 활용한 문화주도 재생시설은 이용자 중심의 복합문화공간이며, 기존의 문화기반시설인 문예회관과 시설 설립 기능 및 역할이 유사하다. 문화예술진흥법 제 2조 3항에서는 문예회관 등을 언급하며 ‘공연시설과 다른 문화시설이 복합된 종합시설’이라 정의하며, ⌜공연예술조사⌟에서는 문예회관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건립비를 지원받은 공공 공연시설로 광역 및 기초 지자체 설립시설’이라 해설한다(문화체육관광부, 2022). 그런데 최근 문예회관의 건립 및 운영 경향을 살펴보면 다양한 지역주민의 요구를 반영한 복합문화공간으로 건립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고, 운영에 있어 지역 여건에 부합하는 자체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이용자 중심의 문화복지공간으로 발전하고 있다(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 서우석·이경원(2018)은 문예회관 수요에 대한 분석을 진행했는데, 특히 문예회관의 추가 공급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가진 국민의 특성을 파악하여 수요에 기반한 문화시설 공급을 위해 정보 기반을 제공하는 데 기여하였다. 또한 이수현(2016)은 문예회관이 문화예술적 가치를 바탕으로 하는 비영리기관인 점에 주목하여 전국 문예회관의 질적 성장 모색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였다. 현재 지역주민들에게 문예회관이 맞닿아 있는 지점을 확인하여, 질적 성장을 위해서는 지역주민들에게 문예회관이 어떻게 이용되고 의미화 되는지 살펴보고 그 요구와 특성에 영민하게 반응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여기서 말하는 복합문화공간이란 복합의 개념에 문화공간이 더해진다는 거시적 차원에서 문화생산자와 문화향유자를 연결하는 기능 요소의 종합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김중희·김국선·이정민, 2015). 영국의 예술행정가인 존 레인(John Lane)은 복합문화공간이 예술가들의 활동을 위한 공간으로서 예술가와 시민이 작품을 공유하고 예술가들을 지원하며, 이용자들이 욕구와 필요에 따라 적합한 문화예술 활동을 찾고 향유하는 기능을 한다고 하였다(박민호, 2015). 이러한 측면에서 두 시설은 창작자가 생산한 문화 콘텐츠를 방문객이 향유하는 장소라는 공간의 기능 차원에서 복합문화공간의 특성을 지닌 시설이다. 따라서, 산업유산을 활용한 문화주도 재생시설은 문예회관과 마찬가지로 이용자 중심의 복합문화공간이라는 유사점에서 두 시설은 비교분석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문예회관은 시민들의 문화향유를 목적으로 새롭게 건립된 복합문화공간이라면, 산업유산을 활용한 문화주도 재생시설은 폐산업시설을 활용하여 건립한 복합문화공간이다. 특히 산업유산을 활용한 문화주도 재생시설은 해당 지역에서 과거 번성했던 지역 산업과 맥을 같이 하는 다층성(多層性)과 변형이 비교적 자유로운 활용성(活用性), 주요 지역에 산업유산이 입지했던 경우가 많은 재생성(再生性)의 특징을 지녀(강동진, 2010; 최종현·강태우, 2019) 새로운 장소로 탈바꿈하는 것이 가능하다. 더불어 서구와 달리 한국의 급속한 산업화 시기는 1950년대부터 시작되었고, 이에 탈산업화로의 진입 또한 빠를 수밖에 없었던 한국은 도시 변화의 주기가 짧은 압축적인 고도성장을 하였다. 이러한 한국의 고유한 특수성은 산업유산을 활용한 문화주도 재생시설 또한 비교적 늦게 등장하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였다. 같은 맥락에서 Eom & An(2018)은 도시의 노후건물을 철거하기보다는 문화시설로 탈바꿈시켜 입지적 가치를 부여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데에 집중하여, 문화주도 재생시설에 위치적 가치를 부여하는 다섯 가지 방법을 결정하기 위해 사례 분석을 진행하였다. 또한 강동진(2010)은 산업유산 재활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사례 연구를 통한 산업 유형의 분석과 재활용 과정상의 특성 도출을 진행하였고, 종합화 과정을 거쳐 산업유산 재활용을 통해 지역재생의 가설적 시스템을 제안하였다.
현재까지는 주로 공급자의 시각에서 산업유산을 활용한 문화주도 재생시설과 문예회관에 대해 다른 접근이 이루어져 왔는데, 그렇다면 수요자인 방문객들은 두 시설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해당 연구를 통해 산업유산을 활용한 문화주도 재생시설의 존재 가치와 의미를 진단하고 현재 보유한 문화 콘텐츠 수급 및 접근성이 미흡한 문제점의 정책 개선 방향을 설정하여, 운영 활성화에 기여하는 데에 해답을 얻을 수 있기에 중요성을 가진다. 하지만 이 같은 관점에서 두 시설을 비교하여 방문객의 인식 차이를 분석한 연구는 미미한 실정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공급자가 아닌 방문객이라는 수요자가 복합문화공간으로서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는 두 시설에 대해 어떠한 인식을 가지고 있는가이다. 따라서 두 시설에 대한 방문객의 인식 차이가 존재할 것이라는 가정을 기반으로 산업유산을 활용한 문화주도 재생시설과 문예회관에 대한 이용자의 평가와 태도에 대한 실증적 비교분석이 요구된다.
산업유산을 활용한 문화주도 재생시설의 지속적 운영은 방문객에게 그 존재가치를 인정받는 데서 시작된다. 즉, 문예회관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지만 과거의 자원을 재생하여 문화를 담고 향유하는 장소이기에 독특한 장소를 인식하는 방문객과의 관계가 선행되어야 해당 시설의 설립 목적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방문객이 어떠한 시각과 초점에 맞춰 해당 장소을 경험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이는 장소감이 장소에 대한 인간의 인식을 이해하는 데 유용하게 작용한다는 관점에 기인한다(Song et al., 2021). 다시 말해, 산업유산을 활용한 문화주도 재생시설에 대한 방문객의 장소감이 문예회관과는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여 장소적 경험을 비교하는 시도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다.
본 연구가 분석에 적용하는 환경심리학적 관점의 장소감(sense of place)은 일반적으로 사람이나 집단이 공간적 환경에 부여하는 의미(Jorgensen & Stedman, 2001)를 설명하는 이론이다. 해당 이론은 공간적 환경 자체가 사람의 반응을 일으키는 객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태도 이론(Fishbein & Ajzen, 1975; Jorgensen & Stedman, 2001)에 기초하여, 사람이나 집단이 특정 환경에 대해 갖는 감정, 신념, 행동 약속을 체계화하는 복잡한 심리 사회적 구조(Jorgensen & Stedman, 2001; Song et al., 2021)를 설명한다. 물론, 장소감을 구성하는 차원의 수는 논쟁의 대상이기도 하다(Trentelman, 2009; Peng et al., 2020; Escolà-Gascón, Á., Dagnall, N., Denovan, A., Maria Alsina-Pagès, R., & Freixes, M., 2023에서 재인용). 장소감은 감정적 차원뿐만 아니라 인지적, 행동적 차원까지 포함하는 다차원적 구성으로 정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장소감은 주요 구성요소로 인간의 감정과 관련된 장소 애착(place attachment), 장소와 자아에 대한 신념인 장소 정체성(place identity), 행동에 대한 장소 의존성(place dependence)까지 포함한다(Jorgensen & Stedman, 2001; Song et al., 2021).
이 중 장소 애착은 사람과 특정 장소 사이에서 정서적 연결을 통해 이루어진다(Hernandez, Hidalgo, Salazar-Laplace, & Hess, 2007). 즉, 긍정적인 정서에 기반한 유대 관계(Altman & Low, 1992)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장소 정체성은 장소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특정 장소에 소속되어 있다는 측면에서 개인을 설명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Hernandez et al., 2007). 장소 의존성은 개인이 인지하는 특정 장소와의 연관성 정도(Stokols & Shumaker, 1981; Jorgensen & Stedman, 2001에서 재인용)이다. 이처럼 장소감은 인간과 공간적 환경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는 개념들을 포괄하는 가장 중요한 개념으로 사용되어 왔다(Shamai, 1991).
Jorgensen & Stedman(2001)은 선행연구(Relph, 1976; Tuan, 1975)를 토대로 장소감의 세 가지 구성요소인 장소 애착, 장소 정체성, 장소 의존성을 처음으로 제시하였다. 이를 기반으로 측정도구를 개발하고 실증연구를 진행하여 호수 자산을 가진 사람들의 장소감을 분석하는 연구에 적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또한 Nanzer(2004)는 장소 애착, 장소 정체성, 장소 의존성으로 구성된 장소감의 존재와 강도를 측정하는 척도를 개발하여 이를 실증연구에 적용하였다. 미국 미시간주 주민들에 대한 장소감의 여부와 정도를 측정한 결과, 응답자의 80.1%가 미시간주에 대한 장소감을 가지고 있었고 자신의 정체성에 해당 지역이 포함되어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특히 특정 지역에 대한 거주민 및 토착민의 인식을 분석하는 연구에 장소감 개념이 유용함을 보여준다.
하지만 본 연구가 주목하는 해석적 방식으로서의 장소감(Song et al., 2021)은 방문객들이 공공 공간(public space) 또는 관광지를 경험하고 반응하는 방식을 이해하는 틀로 작용한다는 점에 기반한다. Song et al.(2021)의 연구에서는 기존의 선행연구(Hay, 1998; Jorgensen & Stedman, 2001; Nanzer, 2004)를 장소감 분석의 개념으로 가져가면서, 장소감 구성요소 중 장소 애착과 장소 정체성의 조작적 정의를 공공 공간의 해석에 맞게 변경하여 연구에 적용하였다. 가령, 장소 애착 측면에서 관광과 엔터테인먼트 중심의 장소에 대한 애착 수준은 거주 지역과 비교해보았을 때 그 정도가 다를 것이라 주장하였으며, 장소 정체성은 장소에 대한 방문객의 개인 및 정신적 표현과 가장 유사하다고 설명하였다. 더불어 장소 품질(place quality)을 장소감의 구성요소로 추가하여 장소와 관련된 실용적인 고려 사항에 대한 연결점을 제공하였다(Carmona, 2019). 이를 기반으로 미국의 라스베가스 스트립(Las Vagas Strip) 방문객의 이용 경험을 분석하여 공공 공간과 관광지 연구에 대한 장소감의 적용 가능성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공공 복합문화공간인 산업유산을 활용한 문화주도 재생시설과 문예회관에 대한 방문객들의 인식과 평가를 분석하는 연구에도 장소감 이론을 적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산업유산을 활용한 문화주도 재생시설과 문예회관을 장소감 이론에 기초해 분석한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Song et al.(2021)이 장소감 이론을 적용하는 방식에 기초해, 공공 복합문화공간의 기능을 수행하는 산업유산을 활용한 문화주도 재생시설에 대한 방문객의 장소 인식을 설명하는 네 가지 요인(장소 애착, 장소 정체성, 장소 의존성, 장소 품질)으로 문예회관과 구분되는 장소감을 파악하고자 한다.
산업유산을 활용한 문화주도 재생시설에 대한 장소감은 해당 공공 복합문화공간을 향한 방문객의 복잡하고 다양한 인식을 함축하고 있다. 이처럼 특정한 이슈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확인하는 일은 비단 문화주도재생 관련 이슈뿐만 아니라 공공 정책 일반에 큰 중요성을 갖는다. 지금까지 정부 및 지자체는 주로 설문조사를 통해 공공 정책에 대한 대중의 반응을 파악했는데, 이 경우 시간과 비용이 절약되는 장점이 있지만 구조화된 설문 문항을 구성할 시 연구자의 관심 및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있고, 기존 연구의 분석틀에 의존해 측정의 타당성이 저하될 수 있다(Kim, 1995; 조수현·김보섭·박민식·이기창·강필성, 2017에서 재인용).
최근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빅데이터 분석기법이 떠오르고 있다(홍순구·유승의·안순재, 2019). 그동안 대중은 소셜미디어나 온라인 공개 플랫폼에 공공 정책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공유하고 있었는데, 특히 온라인 공개 플랫폼의 리뷰는 표적 질문을 하는 구조화된 설문조사와는 달리 대상에 대한 의견, 인상, 감정과 관련해 사용자가 자발적으로 게시한 비정형 텍스트(Song et al., 2021; Wilson, Murphy, & Fierro, 2012)라는 특징을 지닌다. 정부 및 지자체에게는 온라인상의 리뷰 데이터를 수집 및 분석하는 귀납적 방식으로 대중의 선호와 관심을 이용자 입장에서 파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황태연·유정모·김화연, 2022).
이와 관련하여 최근 정부가 시민의 선호를 깊이 있게 이해하는데 유용한(서대호 외, 2018; Lopez et al., 2017; 황태연 외, 2022에서 재인용) 온라인 리뷰와 감성분석을 활용한 연구가 문화주도재생 분야에서 일부 진행되었다. 가령, Chen & Wei(2023)는 소셜 미디어인 웨이보(Weibo)와 다수의 온라인 포럼 및 정부 업무 플랫폼에서 도시재생 관련 댓글을 수집하여 이에 대한 대중의 감정을 분류하였다. 또한 홍순구·유승의·안순재(2019)는 구글지도에서 감천문화마을을 방문한 국내 관광객들의 리뷰를 활용해 감성분석을 실시하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도시재생 정책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였다.
그런데 감성분석 방법은 공공 정책에 대한 대중의 태도를 포착하는 데는 용이하나 정서적 측면을 넘어 대중의 전반적인 장소에 대한 다층적인 인식을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또한 문화주도 재생시설에 대한 방문객 리뷰는 타 분야에 비해 데이터의 양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여 리뷰에 담긴 의미를 풍부하고 깊이 있게 해석할 수 있도록 하는 연구 방식의 적용이 필요하다. 이에 우경숙·서주환(2021)의 연구는 도시재생공원의 이용 특성을 살펴보기 위해 검색엔진 네이버, 다음, 구글, 유튜브에서 문화비축기지가 포함된 텍스트 데이터를 수집하여 키워드 분석 및 키워드 연결망 분석, 소셜 네트워크 분석을 적용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또한 정병화·김준우(2020)는 문화콘텐츠를 바탕으로 한 도시재생 사례인 대구 방천시장에 주목해 인위적으로 구축된 장소성에 어떠한 의미 변화가 일어났는지 파악하고자 수집한 관련 블로그 데이터에 토픽모델링을 적용하여 시계열적으로 분석하였다.
이상의 빅데이터 분석기법으로 문화주도 재생시설에 대한 일반 인식을 분석한 선행연구들은 인터넷 사용자들의 기록을 수집해 데이터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하지만 분석을 위해 수집한 데이터가 시설 방문자들의 경험과 의견으로 국한되지 못했다는 점(우경숙·서주환, 2021)과 블로그 데이터는 방문자 전반을 대표할 수 없고 블로그 사용자 역시 소수라는 점(정병화·김준우, 2020) 등의 한계가 있다. 이에 본 연구는 다양한 실제 경험자의 생생한 목소리가 담긴 온라인 리뷰 데이터를 활용하여 여기서 나타나는 방문객의 이용 경험과 관련한 다층적인 주제 특성을 토픽모델링으로 도출하고자 한다. 문화주도 재생시설에 대한 이용자 인식과 평가를 온라인 리뷰를 활용해 보다 정교하게 파악하는 빅데이터 분석기법의 적용으로 방법적 지평을 확장하는데 기여코자 한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산업 유산을 활용한 문화주도 재생시설의 존재가치와 의미를 구성하는 장소감의 맥락을 살펴 정책적 차원의 함의 또한 도출하고자 한다. 이상의 논의를 바탕으로 본 연구에서는 다음과 같은 연구 문제를 설정하였다.
연구문제 1. 방문객 온라인 리뷰를 통해 문예회관과 비교되는 산업유산을 활용한 문화주도 재생시설의 장소감이 장소 애착, 장소 정체성, 장소 의존성, 장소 품질 요인으로 나타나는가?
연구문제 2. 장소 애착, 장소 정체성, 장소 의존성, 장소 품질 요인으로 해석되어 문예회관과의 장소감 차이에서 나타나는 산업유산을 활용한 문화주도 재생시설의 존재가치와 의미는 무엇인가?
Ⅲ. 연구 방법
본 연구는 산업유산을 활용하고 공공 복합문화공간 역할을 수행하는 문화주도 재생시설 방문객의 이용 경험을 통해 드러나는 독특한 장소감에 주목해 해당 장소가 기존의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문예회관과 구분되는 장소감 특성이 나타나는지 확인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온라인 리뷰를 수집하였고 이를 토픽모델링의 방법으로 분석하였다. 토픽모델링은 온라인 리뷰와 같은 대단위 디지털 텍스트의 잠재적 의미구조를 확률 추론에 의거하여 신뢰성 있게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다. 토픽모델링을 이용하면 주제적 특성의 내용과 그 분포를 추정할 수 있는데 주제를 특정 단어들의 출현 확률에 기초해 유추하고 또 각 주제가 리뷰에 분포되어 있는 정도를 추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산업유산을 활용한 문화주도 재생시설과 문예회관의 장소감을 측정하고자 이용자의 실제 경험과 평가가 드러나는 온라인 리뷰 자료의 주제적 특성을 귀납적으로 도출하고 이를 통해 기존에 파악되지 않은 특성까지 확인하여 보다 타당성 있는 개념 측정이 가능하리라 판단하였다. 이에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2단계 연구 프레임워크를 설정하였다.
1단계는 연구 데이터 수집과 처리 단계로 산업유산을 활용한 문화주도 재생시설과 문예회관의 비교분석 사례를 선정한 후 온라인 공개 플랫폼에 게시된 방문객 리뷰를 원자료 형태로 수집하였다. 자연어로 수집된 텍스트 리뷰에 대해서는 인공어로 변환하는 데이터 전처리 과정을 진행하였다.1) 2단계는 데이터 분석 단계로 선행연구에 기반한 연역적 방식으로 장소감 이론을 선택한 후 각 특성에 대한 조작적 정의를 구성하였다. 그리고 텍스트 리뷰에서 관찰되는 주요 주제들을 토픽모델링으로 귀납적으로 도출한 후, 각 주제를 연역적으로 마련한 장소감 특성에 따라 분류하였다. 이때 사용한 토픽모델은 BTM(Biterm Topic Model)인데, 온라인 리뷰가 단문으로 구성돼 있어 LDA(Latent Dirichlet Allocation) 등의 전통적 모델은 단문 내의 단어 희소성(sparsity) 문제로 정확한 주제 추정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BTM은 각 단문 내의 주제 분포를 추정하는 대신 전체 단문에서의 주제 분포를 단어와 단어의 공기(co-occurrence) 관계로부터 추정해 온라인 리뷰와 같은 단문 데이터에서 우수한 성능을 보인다(Yan, Guo, Lan, & Cheng, 2013). 그리고 BTM을 이용해 분류한 주제는 각 장소에 대한 방문객의 인식을 장소감으로 구성하기 위해 연구자가 주요 단어들에 기반해 적절히 명명하고 그 의미를 논의하였다.
연구 대상으로 산업유산을 활용한 국내 주요 문화주도 재생시설인 문화비축기지와 문예회관인 세종문화회관, 충무아트센터, 마포아트센터를 비교분석 사례로 선정하였다. 네 가지 사례와 관련해 방문객의 이용 경험을 추출하기 위해 온라인 공개 플랫폼인 구글 지도(Google Map)에 게시된 리뷰를 수집하였다.
문화비축기지는 산업화시대 유산인 석유비축기지를 시민을 위한 공공 문화공간으로 재생한 대표적 사례이다. 마포 석유비축기지는 1973년 1차 석유파동 이후 탱크 5개를 건설해 석유를 보관하던 비상 대비 민수용 유류 저장시설이었다(신주하·이승곤, 2021). 안전상의 이유로 일반인의 접근 및 이용이 통제된 1급 보안 시설이었으며, 2002년 한일월드컵 개최를 위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건설하면서 인근에 위치한 석유비축기지는 위험시설로 분류되어 폐쇄되었다.
10년 넘게 활용방안을 찾지 못하다가 2013년 시민 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문화공간으로의 변화를 결정하였다. 서울시의 도시재생 전략계획을 기반으로 ‘역사·문화자원 특화 지역형’ 사업의 일환으로 도시재생이 진행되어 2017년 개관하였다(신주하·이승곤, 2021). 석유비축기지 기존 건물 및 자재를 활용하여 파빌리온, 공연장, 전시장, 카페 등으로 조성하였고, 야시장과 음악축제, 마을장터 등 시민들의 참여를 바탕으로 하는 프로그램 및 전시 등을 제공하고 있다(도준석·오광석, 2019).
문예회관은 「2022년 전국 문화기반시설 총람」에 기재된 서울특별시 문예회관 중 전체 리뷰 수가 1,000개 이상인 세종문화회관, 충무아트센터, 마포아트센터로 설정하였다. 비교분석 사례의 세부 사항은 다음과 같다(<표 1> 참조).
네 가지 사례는 서울특별시의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에서 건립하여 공공 복합문화공간의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유사성을 나타낸다. 문화비축기지와 세종문화회관의 건립 주체는 서울특별시인 광역자치단체이며, 충무아트센터와 마포아트센터는 각각 서울특별시 중구와 마포구인 기초자치단체이다. 동일한 부지 또는 건물 내에 다양한 문화가 함께 공존하는 장소인 복합문화공간(고영선·허철무, 2020)의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또한 네 가지 사례 모두 현재의 장소가 되기까지 변화 과정이 존재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문화비축기지의 경우 1978년에 석유비축기지로 설립된 이후 일반인의 접근과 이용이 철저히 통제되었다가 2017년에 문화주도 재생시설로의 변화가 이루어졌다. 문예회관의 경우 지역주민의 문화향유권 신장과 창작활동의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 광역자치단체 단위의 세종문화회관에 이어 기초자치단체 단위의 충무아트센터, 마포아트센터가 기능과 명칭의 변화를 거쳐 현재의 모습에 이르게 되었다.
반면, 시행 주체의 경우 문화비축기지는 서울특별시 서부공원녹지사업소, 세종문화회관과 충무아트센터, 마포아트센터는 문화재단인 점으로 보았을 때, 사업 종류가 각각 공원과 문화기반시설로 차이점이 드러난다. 하지만 문화비축기지는 석유비축기지를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생태문화공원이자 복합문화공간이라는 새로운 삶을 얻었다고 명시하고 있다(마포문화관광). 본 연구 또한 문화비축기지와 세종문화회관, 충무아트센터, 마포아트센터가 복합문화공간이라는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시설이라는 점에 착안해 연구를 진행하고자 한다.
연구 데이터 수집을 위해 구글지도 사이트에서 2023년 4월 21일 기준, 관련성 순으로 정렬한 문화비축기지 2,080개, 세종문화회관 6,668개, 충무아트센터 2,896개, 마포아트센터 1,223개의 온라인 리뷰를 웹크롤링하였다. 구글지도 리뷰는 SNS(Social Network Service)를 통해 장소와 관련한 인식 및 평가 정보를 얻는 온라인 리뷰로, 일반 리뷰어와 구글 지도의 회원인 지역 가이드의 관점에서 장소에 대한 이해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이다(이주경·손용훈, 2021). 해당 사이트에서 위치 기준 시설명을 검색한 후에 리뷰 작성자 이름, 평점(별점), 리뷰 작성일, 리뷰 내용을 수집하였다. 텍스트 리뷰 없이 별점만으로 게시된 리뷰는 분석에서 제외하였다. 최종적으로 리뷰 내용은 문화비축기지 1,001개, 세종문화회관 1,521개, 충무아트센터 1,226개, 마포아트센터 539개의 온라인 텍스트 리뷰를 수집하였다.
연구 데이터의 전처리를 위해 언어적 의미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로 단어(명사)를 설정하고2) 텍스트 리뷰 내용의 의미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문장 부호와 전치사, 접속사 등을 제거하였다. 그리고 “Mecab” 형태소 분석기를 이용해 텍스트의 문자열을 형태소 단위로 토큰화(tokenization)하는 과정을 거쳤다(이주연·이신행, 2021). 더불어 의미가 명확하지 않은 ‘것’, ‘등’, ‘듯’, ‘수’ 등과 같은 단어들을 제거하였다.
연구 데이터 분석은 다음과 같이 진행하였다. 첫 번째로, 연역적 방식으로 장소감의 ‘장소 애착’, ‘장소 정체성’, ‘장소 의존성’, ‘장소 품질’을 선택한 후, 온라인 리뷰에서 나타나는 해당 구성요소의 존재 여부를 판별하기 위해서 분석항목에 대해 조작적으로 정의하였다. 더불어 각각의 장소감이 나타내는 방문객과의 관계를 개념화하였다(<표 2> 참고). 이를 위해 기존 장소감(Jorgensen&Stedman, 2001; Nanzer, 2004)과 서비스 품질(이창민, 2017) 선행연구를 참고하고, 공공장소에 장소감 이론을 적용할 때 기존 이론을 일부 변형하여 적용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Song et al., 2021)를 고려하였다.
두 번째로, 특정 주제에 대한 의미를 내포한 단어들이 같은 문서에서 출현하는 경우가 드문 단문을 분석하는데 적합한 BTM을 적용하여 비교분석 사례의 리뷰에서 나타난 주제를 도출하였다(Yan et al., 2013). BTM은 전체 문서에서 사용된 단어들이 같은 문서에서 등장하는 연결 관계를 통해 주제를 추론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말하는 토픽모델링은 문서 내의 단어 빈도수를 기반으로 유사 문서의 군집을 파악하여 대량의 텍스트에 잠재되어 있는 의미를 찾는 통계적 알고리즘이다(안순태·이하나·정순둘, 2022; Weng, Lim, & Jiang, 2010). 그런데 기존 연구에서 주로 사용하였던 LDA(Latent Dirichlet Allocation), CTM(Correlated Topic Model), STM(Structural Topic Modeling) 방식의 토픽모델링은 댓글, 리뷰와 같이 짧은 문장을 분석하기에 부적합한 특성을 가진다. 짧은 문장의 문서에서는 주제를 추론하는데 필요한 단어들의 출현이 상대적으로 드물기 때문이다(Yan et al., 2013). 반면, BTM은 단어들이 문서에서 등장하는 패턴을 고려하는 대신, 단문에 동시에 등장하는 두 단어의 조합(biterm)을 전체 문서를 대상으로 도출해 이를 기반으로 주제를 추론한다(송애린·박영호, 2018). 예를 들어, ‘문화’, ‘재생’, ‘장소’, ‘정책’이라는 4개의 단어로 구성된 문서가 있다고 가정했을 때, 각 단어를 {w1,w2,w3,w4}로 표현하면 ‘w1+w2’, ‘w1+w3’, ‘w1+w4’, ‘w2+w3’, ‘w2+w4’, ‘w3+w4’ 등과 같은 확률 조합이 가능한데, 이 조합이 전체 문서에서 등장하는 패턴으로 주제를 추정하기 때문에 문서 내 사용된 단어가 적어 주제를 파악하기 어려웠던 문제를 해결해준다(안순태·이하나·정순둘, 2022).
본 연구는 R 환경에서 제공하는 ‘BTM’ 패키지를 활용해 온라인 리뷰에 대한 토픽모델링을 진행하였다. BTM은 주제의 분포와 각 주제에 대한 단어의 분포로 구성된 모수를 실제 단어 빈도를 이용한 조건부 확률 추정의 방법으로 추론한다. 이 방법은 사전 분포를 데이터에 기반하여 사후 분포로 변환하는 베이지안 추정에 따른다(Blei, 2012). 토픽 모델의 초모수 설정은 사전 분포를 선험적으로 결정하는 과정으로 주제 개수(K) 역시 이러한 초모수 설정 과정에 속한다.3) 양적 차원에서 K값은 BTM 패키지의 로그 우도(log-likelihood)를 기준으로 데이터 일부로 추정된 토픽 모델이 나머지 데이터에 대해 가장 근사한 값을 생성하는 초모수로 결정할 수 있다(Wijffels, 2023). 그러나 이 방법은 질적 차원에서 주제의 의미적 일관성(semantic coherence)이나 배타성(exclusivity)의 향상과 비례하지 않을 수 있어, 주제의 해석 가능성 및 타당도, 유용성 등을 고려해 연구자가 바람직하게 범주화가 이뤄지는 K 값을 결정할 수 있다(DiMaggio, Nag, & Blei, 2013). 이에 본 연구는 해당 패키지를 이용해 여러 차례 다른 주제 수를 부여해 보고, 최대한 주제들이 서로 겹치지 않으며 경계가 명확한 K 값을 설정해 토픽 모델을 추정하였다. 그 결과, 네 가지 사례의 온라인 리뷰 데이터에 각각 적용할 최종 토픽 모델은 10개의 주제 개수로 설정되었으며, 모수 추정을 위한 사후 분포는 직접 계산하기 어렵기 때문에 깁스 표집(Gibbs sampling)을 1,000회 반복해 근사치를 추정하였다(문길성, 2021). 또한 토픽 모델은 각 주제에 대한 단어의 할당 확률은 물론 주제의 분포를 추정하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주요 단어를 선정하고 주제의 의미와 빈도를 추정하였다(문안나·이신행, 2020). 더불어 다수의 주제가 혼재되어 있어 불분명한 주제와 소수의 의견으로 구성된 주제는 분석에서 배제하였다(<부록 1> 참조). 이를 통해 문화비축기지는 10개, 세종문화회관과 충무아트센터, 마포아트센터는 9개의 주제가 도출되었고, 해당 주제에 포함된 주요 단어와 예시를 참고하여 주제명을 작성하였다. 주요 단어에 따른 주제명에 대한 설명도 기재하였다(<부록 2>~<부록 5> 참조).
Ⅳ. 연구 결과
문예회관과 구분되는 산업유산을 활용한 문화주도 재생시설에 대한 방문객의 장소감을 분석하기 위해서, 본 연구는 비교분석 사례의 온라인 리뷰에 대해 BTM을 실시하여 주제를 도출하고, 이를 연구자가 재분류하는 방식으로 장소감을 분석하였다. 비교분석 사례의 주제별, 장소감별 비중을 확인하고 각 주제에 해당하는 대표적 예시들을 검토하여, 온라인 리뷰를 통해 드러난 장소감 특징을 살펴봤다. 예시는 가독성을 고려해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교정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본 연구는 세종문화회관, 충무아트센터, 마포아트센터와 비교되는 문화비축기지의 장소감을 분석하였다.
산업유산을 활용한 문화주도 재생시설 사례인 문화비축기지에 대한 방문객의 장소감을 분석한 결과(<표 3> 참조), 장소 의존성(51.5%), 장소 정체성(23.2%), 장소 애착(15.2%), 장소 품질(10.1%) 순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였다. 특히 장소 의존성 측면에서의 장소감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는데, 관련된 주제들은 T1-6(공공 복합문화공간으로의 기능 변화, 23.5%), T1-7(과거와 현재의 공존, 8.6%), T1-8(유류탱크 개조시설 1, 6.7%), T1-9(유류탱크 개조시설 2, 6.4%), T1-5(문화주도재생 디자인, 6.3%) 순으로 나타났다. 과거 석유비축기지였던 산업유산을 활용해 현재의 공공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변화를 이루어 낸 사실에 주목하며, 다른 장소와 차별화되는 볼거리가 있고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였다. 장소 정체성 관련 주제는 T1-3(주변 연계 코스, 11.8%), T1-4(휴식 장소, 6.3%), T1-2(콘텐츠 부족, 5.1%) 순, 장소 애착 주제는 T1-1(나들이 장소, 15.2%)로 나타났다. 가족 또는 지인들과의 나들이 또는 휴식 장소로 문화비축기지에 오래 머물기보다는 주변 연계 코스가 각광받고 있는데, 이는 해당 장소의 내부 콘텐츠가 부족함에 따라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변화된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장소 품질 관련 주제는 T1-10(협소한 주차장, 10.1%)이 확인되었는데, 장소 면적 대비 방문객을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이 갖추고 있지 않아 주변 시설 주차장을 이용하는 등 자가용 이용객들의 불편을 초래하고 있었다.
문예회관 사례인 세종문화회관, 충무아트센터, 마포아트센터에 대한 장소감을 분석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표 4>~<표 6> 참조). 세종문화회관의 장소감은 장소 품질(46.1%), 장소 의존성(28.7%), 장소 정체성(19.5%) 순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였으며, 장소 애착과 관련된 주제는 나타나지 않았다. 특히 장소 품질 측면에서의 장소감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는데, 관련된 주제들은 T2-7(주차 시스템 1, 17.2%), T2-9(객석 자막 시스템, 11.0%), T2-8(코로나 방역, 9.5%), T2-6(직원 응대 1, 8.4%) 순이었다. 자가용 이용객들은 세종문화회관과 세종로 공영주차장이 연결되어 있어 편리한 이용이 가능했지만, 세종문화회관 지하 주차장의 경우 사전 정산시스템을 이용해도 출차 시 대기 시간이 길어 추가 요금을 결제해야 하는 시간적, 비용적 불편을 겪고 있었다. 또한 세종 대극장의 1, 2층 객석 의자에 부착된 LCD 모니터가 관람객들이 공연 관람 시 편하게 자막을 볼 수 있게 해주는 반면, 모니터에서 나오는 빛 때문에 관람에 방해가 되고 있었다. 더불어 코로나19 시기 방역 체계의 철저함과 직원들의 친절한 응대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장소 의존성 관련 주제는 T2-5(광화문 대표 시설, 16.9%), T2-3(한국 대표 공연장, 7.8%), T2-4(명성 있는 공공 복합문화공간, 4.0%) 순으로 나타났다. 방문객들은 세종문화회관을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공공 복합문화공간으로 한국과 서울의 광화문을 대표하는 공연시설로 인식하고 있었다. 장소 정체성 관련 주제는 T2-1(공연 관람, 13.0%), T2-2(광화문광장 집회, 6.5%) 순으로 나타났다. 마찬가지로 방문객들은 세종문화회관이 복합문화공간이지만 공연에 특화되어 있는 시설로 인식하여, 해당 장소에서 공연을 관람한 뒤 이에 대한 전체적인 관람평을 작성한 리뷰가 많았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세종문화회관은 광화문 광장과 인접해 있어 각종 시위와 집회에 노출되어 있는 환경으로 인해 방문객들의 부정적인 의견이 다수 존재하였다.
충무아트센터의 장소감은 장소 품질(60.9%), 장소 정체성(17.5%), 장소 의존성(10.2%), 장소 애착(5.4%) 순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였다. 특히 장소 품질 측면에서의 장소감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는데, 관련된 주제들은 T3-6(불편한 객석, 20.9%), T3-9(교통수단 및 주변 편의시설 1, 18.8%), T3-8(직원 응대 2, 11.7%), T3-7(낮은 객석 단차 1, 9.5%)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3층 좌석의 공간이 좁고 무대와의 거리가 멀며, 전체적으로 객석 단차가 낮아 관람 시야가 좋지 못하다는 후기가 다수 있었으며, 자가용 이용 시 주차 공간이 적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신당역과 거리가 가까워 접근성이 높고, 신당동 떡볶이 타운이 근처에 있어 연계한 코스로 이용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고 언급하였다. 친절한 직원들의 안내에 만족감을 나타난 리뷰가 많았으며 충무문화재단에서 발생한 노사 분규를 옹호하는 리뷰도 일부 존재하였다. 장소 정체성 관련 주제는 T3-3(공연 관람 코스, 11.0%), T3-2(뮤지컬 <레베카> 관람, 6.5%) 순으로 나타났다. 충무아트센터 내부에도 식음료 시설이 있어 공연 전후로 이용하는 경향을 보였고, 특히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무대에 오른 뮤지컬 <레베카>가 관람객들의 큰 호평을 받았다. 장소 의존성 관련 주제는 T3-5(문예회관 1, 5.8%), T3-4(중구의 공공 복합문화공간, 4.4%) 순으로 나타났다. 충무아트센터 옆에는 서울특별시 중구시설관리공단이 운영하는 충무스포츠센터가 있어 방문객들은 충무아트센터를 문화뿐만 아니라 생활체육도 접할 수 있는 문예회관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장소 애착 관련 주제는 T3-1(공연 배우, 5.4%)로 나타났다. 공연, 특히 뮤지컬에 출연한 실력 있는 배우들에 대한 호평이 주를 이루었다.
마포아트센터의 장소감은 장소 품질(57.6%), 장소 애착(23.7%), 장소 의존성(11.3%) 순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였으며, 장소 정체성과 관련된 주제는 나타나지 않았다. 특히 장소 품질 측면에서의 장소감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는데, T4-9(물적 서비스와 주차 시스템, 13.7%), T4-8(직원 응대 3, 10.1%), T4-7(주차 시스템 2, 9.2%), T4-5(낮은 객석 단차 2, 8.8%), T4-6(교통수단 및 주변 편의시설 2, 8.0%), T4-4(객석 시야 방해, 7.8%) 순이었다. 직원들의 친절함에 만족감을 나타냈고 대중교통 이용이 비교적 편리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다만 주차 공간은 협소하고 주차 사전 정산 시스템이 미비하다는 의견이 다수였고, 이 때문에 주변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좌석의 공간이 좁고 객석 단차가 낮아 관람 시야가 좋지 못하다는 후기가 있었다. 더불어 마포아트센터가 학교, 아파트 등 주거지역에 위치해 있어 주변 편의시설이 많지 않다는 의견이 있었다. 장소 애착 관련 주제는 T4-1(어린이 수영, 16.2%), T4-2(주민밀착형 공공 복합문화공간, 7.5%) 장소 의존성 주제는 T4-3(문예회관 2, 11.3%)로 나타났다. 어린이와 동반한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스포츠센터 수영장에서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낸 리뷰가 있었으며, 특히 마포아트센터는 지역주민을 위한 공공 복합문화공간이라는 성격이 강하며 주민들의 만족도 또한 높았다.
‘연구문제 1’과 ‘연구문제 2’를 확인하기 위해, 위의 결과를 통해 드러나는 산업유산을 활용한 문화주도 재생시설 사례인 문화비축기지와 문예회관 사례인 세종문화회관, 충무아트센터, 마포아트센터를 비교분석하였다(<표 3>~<표 6> 참고).
우선, 산업유산을 활용한 문화주도 재생시설 사례인 문화비축기지는 장소 의존성(51.5%), 세종문화회관, 충무아트센터, 마포아트센터는 장소 품질(46.1%, 60.9%, 57.6%) 측면의 장소감이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나타났다. 즉, 방문객들은 세종문화회관과 충무아트센터, 마포아트센터를 문화 향유의 장을 제공하는 일반적인 공공 복합문화공간으로 인식하고 다수의 문화 콘텐츠를 경험하면서 나타나는 실용적 측면을 고려하여 긍·부정적 관계를 형성하였다. 반면, 문화비축기지는 다른 장소, 특히 문예회관과는 차별화되는 볼거리와 경험을 제공하는 장소로 인식하여 이를 기반으로 의존 관계를 형성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방문객들은 문화비축기지에 대해 석유비축시설이라는 과거의 산업시설을 유지 및 전환하여 공공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장소적 변화에 주목하는 반면, 세종문화회관과 충무아트센터, 마포아트센터에 대해서는 복합문화공간이라는 장소의 기능에 초점을 맞춰 해당 장소를 경험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산업유산을 활용한 문화주도 재생시설은 문예회관에서는 찾을 수 없는 독특한 장소적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방문객들이 이를 분명히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더불어 분석 결과를 통해 해당 시설만이 가진 장소적 가치를 활용해 문화 콘텐츠 수급을 위한 실마리를 찾아 기존의 운영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 이는 곧 산업유산을 활용한 문화주도 재생시설은 방문객과의 인식을 통해 형성된 관계를 통해 문화 향유라는 설립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문화비축기지는 장소감 중 장소 품질(10.1%)이 가장 낮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 보아야 한다. 세종문화회관과 충무아트센터, 마포문화재단의 장소 품질 측면의 장소감 주제와 예시를 살펴보면, 주로 해당 장소에서 제공하는 콘텐츠를 경험하는 과정에서 따라오는 서비스 품질이나 환경적 편안함, 접근 용이성 등과 관련한 리뷰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문화비축기지는 장소 정체성 측면의 T1-2(콘텐츠 부족) 주제를 통해 복합문화공간으로서 내실 있는 콘텐츠 공급이 미흡하고 이를 방문객들이 인식하고 있는 현 상황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또한 장소 품질 측면에서는 T1-10(협소한 주차장) 주제만이 도출되어 문화비축기지의 접근성이 좋지 못한 점은 드러났지만, 문화 콘텐츠 자체가 부족하여 이를 경험함에 있어서 실용적으로 개선해야 하는 사항은 발견해내지 못해 장소 품질적 관계를 충분히 형성하지 못하였다.
추가적으로, 도출된 장소감 주제를 통해서도 네 가지 사례가 공공 복합문화공간이라는 장소의 기능적 유사점을 가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문화비축기지와 세종문화회관, 충무아트센터는 각각 T1-6(공공 복합문화공간으로의 기능 변화), T2-4(명성 있는 공공 복합문화공간), T3-4(중구의 공공 복합문화공간) 주제가 도출된 것을 통해 장소 의존적 관계가 형성된 것을 알 수 있다. 마포아트센터는 장소 애착 측면에서 T4-2(주민밀착형 공공 복합문화공간) 주제가 도출되었다. 분석 결과를 통해서도 산업유산을 활용한 문화주도 재생시설과 문예회관은 공공 복합문화공간이라는 점을 확인하였다.
또한 네 가지 사례에서 주차공간 부족 문제와 관련된 주제가 공통적으로 등장하였다. 문화비축기지, 세종문화회관, 충무아트센터, 마포아트센터 모두 장소감의 장소 품질적 관계에서 각각 T1-10(협소한 주차장), T2-7(주차 시스템 1), T3-9(교통수단 및 주변 편의시설 1), T4-7(주차 시스템 2), T4-9(물적 서비스와 주차 시스템) 주제와 예시를 통해 관련 내용을 살펴볼 수 있다. 주변 시설 및 공영주차장과의 연계 등을 통한 장소 면적 대비 주차 공간을 확보하여 방문객들에게 편리한 주차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공공 복합문화공간에 대한 방문객의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한 측면에서도 중요성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이상의 분석 결과를 종합해 보면, 산업유산을 활용한 문화주도 재생시설은 장소감의 장소 정체성 관계에서 문화 콘텐츠가 부족한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였으며, 장소 의존성 관계를 통해 공공 복합문화공간이라는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는 문예회관과 차별화되는 독특한 장소적 가치를 문화 콘텐츠 수급에 활용해야 한다는 점을 발견하였다. 더불어 방문객이 해당 장소를 경험함에 있어서 장소 품질적 관계를 통한 개선 사항을 찾기 어렵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다만 접근 용이성을 위해 장소 품질 관계에서 주차 공간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은 확인할 수 있었다(연구문제 1).
위의 결과를 통해서 도출해낼 수 있는 산업유산을 활용한 문화주도 재생시설의 존재 가치와 의미는 ‘과거의 유산을 기억하고 보존하여 현재의 문화와 함께 공존하는 장소’라는 점이다(연구문제 2). 이는 문화비축기지의 장소감 중 장소 의존성 측면의 T1-7(과거와 현재의 공존) 주제를 통해서도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특히 우리나라는 압축적인 고도성장으로 인해 도시의 물리적 변화의 주기가 짧은 특성을 가졌는데, 산업유산을 활용한 문화주도 재생시설이 그동안 하지 못했던 우리나라의 과거를 품어내어 과거와 현재, 미래 세대를 잇는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문화비축기지는 문화재로 등록되지 않은 서울의 근현대 유산 가운데 미래 세대를 위해 보존할 가치가 있는 유·무형 자산인 서울미래유산(서울미래유산)이기도 하다.
더불어 하드웨어인 시설 또는 구조물이나 소프트웨어인 문화 콘텐츠를 통해 해당 존재 가치를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 특히 산업유산을 활용한 문화주도 재생시설의 부족한 문화 콘텐츠를 채워넣는 데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방문객이 인식한 장소감 중 가장 많은 분포를 차지한 장소 의존성(51.5%)을 나타내는 주제들의 주요 단어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산업유산을 활용한 문화주도 재생시설만의 장소적 차별성이 드러난 주제들이 해당 장소감으로 분류되어 있는데, 이 중 ‘석유’, ‘비축’, ‘시설’, ‘과거’, ‘기억’, ‘의미’, ‘탈바꿈’ 등의 주요 단어들을 중점적으로 파악하여 이를 문화 콘텐츠 수급에 적용해야 한다. 특히 현 서울시장은 2022년 지방선거 운동 당시, 산업유산을 활용한 문화주도 재생시설로 대표되는 문화비축기지에서 문화정책공약을 발표하며 “제주도 ‘빛의 벙커’나 강릉 ‘아르떼 뮤지엄’처럼 고품질 상설 콘텐츠를 탑재해 모두를 위한 문화예술공간으로 재구조화하고 지역 경제 발전도 함께 견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윤보람, 2022). 이처럼 문화비축기지를 채울 수 있는 문화 콘텐츠로 몰입형 미디어아트를 제작할 시, ‘석유’를 ‘비축’했던 ‘시설’이라는 ‘과거’에 ‘의미’와 ‘기억’이 있었던 장소를 ‘탈바꿈’ 시켰다는 장소적 가치를 드러낼 수 있는 내용을 담아야 해당 시설, 나아가 문화주도재생 정책의 지속적 운영에 실질적인 당위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Ⅴ. 결론
본 연구는 서울시의 산업유산을 활용한 문화주도 재생시설과 문예회관 방문객의 이용 경험이 게시된 온라인 공개 플랫폼의 리뷰를 수집하여 이를 구성하는 주제와 장소감을 도출하고 잠재적 의미를 분석하였다. 특히 복합문화공간이라는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나, 설립 목적이 다른 점에 착안해 BTM 분석을 진행하여 그 의미를 구성하는 주제적 특성을 비교하였다. 이를 위해 온라인 리뷰를 통해 귀납적 방식으로 비교분석 사례인 문화비축기지와 세종문화회관, 충무아트센터, 마포아트센터에 대한 주제를 도출하였다. 이를 기존 장소감(Jorgensen & Stedman, 2001; Nanzer, 2004)과 서비스 품질(이창민, 2017) 선행연구를 참고하고, Song et al.(2021)의 장소감 분석틀을 토대로 연역적 방식으로 선정된 ‘장소 애착’, ‘장소 정체성’, ‘장소 의존성’, ‘장소 품질’의 네 가지 장소감에 따라 분류 및 군집화하여 장소감을 비교 분석하였다. 이와 동시에 산업유산을 활용한 문화주도 재생시설이 방문객에게 가지는 존재 가치와 의미를 확인하여 이를 향후 정책 제안에 반영하였다. 본 연구에서 확인한 결론은 다음과 같다.
첫째, 산업유산을 활용한 문화주도 재생시설은 장소 의존성 측면, 문예회관은 장소 품질 측면에서 방문객들과의 관계 형성이 가장 많이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산업유산을 활용한 문화주도 재생시설에 대해 방문객들은 문예회관에서는 찾을 수 없는 볼거리와 경험을 제공하는 장소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과거의 산업시설을 공공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장소적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의미한다. 즉, 산업유산을 활용한 문화주도 재생시설은 문예회관과 차별화되는 독특한 장소적 가치를 가지고 있고 방문객들이 이를 분명히 인식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는 곧 방문객과의 관계를 통해 해당 장소는 설립 목적을 달성하고 있고, 문화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장소가 가지고 있는 기존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디딤돌로 작용할 것이라 볼 수 있다. 해당 연구 결과는 폐 산업지 재생사례는 기존 외관을 유지하여 건축물의 역사성을 살리고 근대 산업유산이 재생한 스토리를 만들어 지속 가능성을 부여하기 위해 신축이 아닌 리노베이션 추구하는 특징을 가진다는 도준석·오광석(2019)의 주장을 뒷받침해준다.
둘째, 문예회관과는 다르게 산업유산을 활용한 문화주도 재생시설은 장소 품질 측면에서 방문객들과의 관계 형성이 이루어지는 것이 미흡하였다. 장소 품질 관련 주제도 주차 공간 문제에 한정되어 있어, 해당 장소에서 문화 콘텐츠를 경험하는 데 있어 나타나는 다양한 주제를 발견하지 못하였다. 또한 장소 정체성 관계에서 실질적으로 해당 장소를 구성하는 문화 콘텐츠의 부족함을 발견하여 장소를 채우는 내실있는 문화 콘텐츠 발굴 및 운영의 필요성을 시사하였다. 이를 실제 실무에 적용한다면 해당 장소의 활발하고 지속적인 운영과 방문객의 만족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장소 의존성과 장소 애착 관계의 장소감 형성을 통해서 산업유산을 활용한 문화주도 재생시설과 문예회관이 공공 복합문화공간이라는 장소의 기능적 유사성을 연구 결과를 통해서도 확인하였다. 이는 방문객들이 산업유산을 활용한 문화주도 재생시설을 도시공원보다는 다채로운 문화 활동이 이루어지는 광장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우경숙·서주환(2021)의 연구 결과와 맥락을 같이 한다. 더불어 해당 연구 결과는 문헌 고찰을 통해 산업유산을 활용한 문화주도 재생시설과 문예회관이 이용자 중심의 공공 복합문화공간이며,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어 비교분석 대상으로 적합하다는 본 연구의 주장을 뒷받침하였고, 이는 즉, 연구 설계적 신뢰성과 타당성을 담보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넷째, 장소 품질 관계의 장소감 형성을 통해 주차공간 부족 문제가 공통적으로 등장하여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함을 제시하였다. 이는 산업유산을 활용한 문화주도 재생시설의 방문객들의 편의를 위해서도 개선이 요구되지만, 해당 시설에 대한 방문객의 접근성을 강화하는 측면에서 문화주도재생 정책의 일환으로도 숙고해볼 가능성이 있다.
잠재적 주제를 도출하고, 이를 장소감으로 분류하는 과정을 통해 산업유산을 활용한 문화도시 재생시설은 ‘과거의 유산을 기억하고 보존하여 현재의 문화와 함께 공존하는 장소’라는 점에서 존재 가치와 의미를 지닌다는 점을 발견하였다. 특히 해당 장소는 급변하는 도시의 모습을 받아들여야 하는 우리나라의 특수성 속에서 과거의 기억과 추억을 가진 중장년층과 현재의 문화를 만드는 청년층, 과거가 될 현재를 받아들일 미래 세대를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
더불어 해당 존재 가치와 의미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산업유산을 활용한 문화주도 재생시설만의 장소적 차별성이 드러난 장소감의 장소 의존성 관계의 ‘석유’, ‘비축’, ‘시설, ’‘과거’, ‘기억’, ‘의미’, ‘탈바꿈’ 등의 주요 단어를 중점적으로 파악해 보아야 한다. 이를 통해 몰입형 미디어아트로 산업유산을 활용한 문화주도 재생시설을 채운다는 기존 서울시의 문화 정책에 문예회관과 구분되고 해당 장소가 내포하고 있는 차별성과 가치를 반영한 문화 콘텐츠를 양산해야 한다. 즉, 산업유산을 활용한 문화도시 재생시설이 과거의 의미 있는 장소를 복합문화공간으로 변화시켰다는 점을 드러내어 방문객의 경험을 점진적으로 채워나가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해당 결과는 폐 산업지 재생사례가 문화예술 기반의 운영 콘텐츠가 중심이 되고 있으나, 고유한 장소적 특색을 활용하거나 기존 산업을 업사이클링하는 모습은 보이고 있지 않다는 도준석·오광석(2019)의 지적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본 연구는 장소감이라는 산업유산을 활용한 문화주도 재생시설과 방문객의 관계를 규명하는 이론을 통해 해당 시설의 지속적인 운영에 대한 당위성을 제시했다는 데에 의미를 가진다. 특히 온라인 리뷰를 통해 산업유산을 활용한 문화주도 재생시설에 대한 방문객의 자발적이고 구조화되지 않은 의견을 확인하여 방문객의 맞춤형 질적 측면 개선을 위한 운영전략 및 정책 방향 설정에 시사점을 제공한다. 또한 정책 연구에 있어 온라인 리뷰인 단문 또한 BTM을 활용해 토픽모델링 분석이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여기에 장소감 이론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연역적 방식과 귀납적 방식을 병행하여 연구 방식의 지평을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하지만 본 연구는 구글 지도라는 온라인 공개 플랫폼에 게시된 리뷰만을 분석했기 때문에, 리뷰 내용을 통해 도출된 결과를 산업유산을 활용한 문화주도 재생시설과 문예회관 전체 방문객의 의견이라고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따라서 본 연구의 분석결과는 전체 방문객을 대표하는 의견에 대한 결과라기보다 온라인 리뷰라는 특수한 형태의 의견에 대한 분석 결과로 이해하여 해석에 있어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더불어 향후 연구에서는 네이버 지도, 다음 지도 리뷰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게시글 및 댓글 등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방문객의 이용 경험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한다면, 특정 온라인 플랫폼에 한정된 이용 경험을 분석한 본 연구의 한계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한국어 텍스트의 특성으로 인해 연구 데이터 전처리 과정에서 명사만을 추출하여 의미분석을 진행했다는 한계가 있다. 추후 연구에서 명사 이외의 다른 품사를 적용하고 정교한 전처리 과정을 통해 보다 많은 단어를 수집하여 분석 데이터의 전반적인 질을 높인다면 BTM을 활용하여 산업유산을 활용한 문화주도 재생시설뿐만 아니라 문화기반시설, 나아가 다른 성격의 시설이나 장소를 연구하는 과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