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탈산업화와 세계화가 가속화된 1990년대 이후, 도시 발전 전략의 핵심이 제조업과 물리적 인프라에서 문화자원과 창의성으로 이동하는 패러다임 전환이 이루어졌다. 이러한 흐름에서 등장한 ‘문화도시’는 문화를 통해 도시의 정체성과 경쟁력을 재구성하는 새로운 도시 발전 모델로 자리매김하였다(김영기ㆍ한선, 2007). 문화도시 담론은 1985년 유럽문화수도 선정을 계기로 본격화되었으며, 도시문제 해결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전략적 접근으로서 세계적인 확산을 이루었다(라도삼, 2012). 우리나라에서도 1995년 지방자치제 출범을 계기로 문화에 기반한 지역발전 모델이 주목받기 시작하였으며, 2006년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시작으로 동아시아 문화도시(2014년), 법정 문화도시(2018년), 대한민국 문화도시(2023년) 등으로 정책적 확장과 진화를 거듭하였다.
현재까지 약 20여 년간 전개된 문화도시 정책은 담론의 차원을 넘어 도시 공간구조의 재편, 지역 정체성의 변화, 시민 참여 방식의 전환 등 다양한 사회공간적 변화를 수반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장기간에 걸친 정책적 개입이 실제 어떠한 사회공간적 쟁점을 형성하였는지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은 상대적으로 미흡한 실정이다. 가령 기존 연구들은 주로 문화도시의 사회경제적 효과와 가치에 관한 사례 연구(김창진ㆍ채경진, 2025; 채경진 등, 2024; 최지연, 2012), 동아시아 문화도시, 법정 문화도시 등 개별 정책 사업의 제도적 형성과 구조 분석(이승권ㆍ양희주, 2016; 정지은, 2022; 정지은ㆍ윤소민, 2024), 연구 동향의 파악(김민선, 2024; 김세진, 2023)에 집중되었다. 한편 이병량(2023)은 문화도시를 이념, 전략, 정책의 차원에서 검토하며, 그 상호작용을 통해 우리나라 문화도시의 전개 과정을 분석하였다.
그러나 문화도시 정책을 보다 심층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역거점 중심의 인프라 구축에서부터 동아시아 문화교류 네트워크의 형성, 시민 주도의 문화생태계 조성, 그리고 국가 브랜드 전략으로의 이행에 이르는 정책 전개의 궤적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이러한 전환 과정에서 드러나는 정책의 지향점 변화는 공간적 집중과 분산의 양상, 지역 정체성의 재구성, 정책 실행 주체의 전환과 같은 사회공간적 요소와 밀접하게 관련되므로 이에 대한 다면적 분석이 요구된다.
특히 본 연구는 문화도시 정책의 변화가 단순한 사업 유형의 전환이 아닌, 사회적 의제의 공간화 과정임에 주목하여, 이를 보다 구조적이고 시계열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바탕으로 문화도시를 통해 대응하고자 했던 지역문제와 그 해결 논리가 시간의 경과에 따라 어떻게 사회공간적으로 재구성되어 왔는지도 살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본 연구는 2006년부터 2025년까지의 문화도시 관련 언론보도 기사를 대상으로 텍스트마이닝 방법론을 적용하여 문화도시 정책의 사회공간적 쟁점을 분석하고자 한다. 텍스트마이닝은 대량의 비정형 텍스트 데이터에서 유의미한 패턴, 관계, 경향을 추출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으로, 정책의 변화 과정과 그 사회적 맥락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데 유용하다.
본 연구에서 특히 집중하고자 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정책의 접근 방식 변화를 구조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추진 주체, 실행 방식, 정책 수단 등에 주목한다. 둘째, 문화도시 정책이 특정 지역에 자원과 관심을 집중시켜온 양상과 이로 인한 쟁점의 공간적 분포를 파악한다. 셋째, 시기별로 변화해 온 정책 쟁점의 구성과 각 시기마다 강조된 정책 가치의 변화를 분석한다. 이를 통해 본 연구는 문화도시 정책의 시기별 쟁점 구성과 변화를 제시함으로써 정책 흐름의 진단과 평가를 위한 경험적 기반을 마련한다. 또한 향후 문화도시 정책의 방향 설정과 제도 개선을 위한 실천적 판단 근거를 제공하고자 한다.
본 논문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Ⅱ장에서는 문화도시의 이론적 배경과 국내 정책 전개 과정을 고찰하고, 분석을 위한 시기 구분의 틀을 제시한다. Ⅲ장에서는 연구 방법과 자료 수집 및 분석 과정을 설명한다. Ⅳ장에서는 텍스트마이닝 분석 결과를 제시하고, 문화도시 정책에 관한 사회공간적 쟁점을 논의한다. 마지막 Ⅴ장에서는 문화도시 관련 정책적 함의와 연구의 한계, 후속 연구 방향에 대해 서술한다.
Ⅱ. 이론적 고찰
21세기 진입과 함께 도시 발전의 패러다임이 산업 중심에서 문화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문화도시는 도시정책의 핵심 키워드로 부상하였다. 문화도시란 문화가 도시 발전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며, 문화자원과 활동을 통해 도시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도시를 의미한다(김영기ㆍ한선, 2007). 도시 발전 담론으로서의 문화에 대한 관심은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에 걸친 서구 사회의 탈산업화 과정에서 본격화되었다. 산업구조의 변화로 제조업 중심의 도시들이 쇠퇴하고, 지식과 정보, 문화의 가치가 중요하게 대두된 이후, 후기자본주의 사회에서 문화를 통한 지역재생 전략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문화도시 전략이 정책 차원에서 처음 등장한 것은 1985년 유럽연합(European Union, EU)에서 매년 주목할 만한 문화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유럽문화수도(European Capital of Culture, ECC)를 선정하면서부터이다(라도삼, 2012). 1985년부터 2029년까지 총 80개의 도시가 선정되었고(European Commission, 2025.1.7.), 선정 도시 가운데 상당수는 경제 발전 과정에서 소외된 과거의 산업도시들이다. 이 정책은 재정 지원과 범유럽 차원의 홍보를 통해 문화유산 활용을 확대하고 문화시설과 역량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며(임수민ㆍ이창근, 2025), 공연과 전시를 통해 관광객을 유치하고, 관광산업, 문화산업 등의 발전을 바탕으로 지역의 재생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5년 지방자치제 출범을 계기로 지방화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서울 중심의 개발 모델에 대한 비판과 함께 지역균형발전과 지역의 성장이라는 시대적 과제가 부상하였다. 이에 따라 지역 정체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확대되었고, 다수의 도시들은 지역문화에서 정체성을 모색하며 문화자원을 산업화하는 전략을 수립하게 되었다(원도연, 2008).
우리나라 문화도시 정책의 형성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반에 걸친 일련의 법ㆍ제도의 발전과 사회정치적 맥락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 문화도시라는 정책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2000년 전문 개정된 「도시계획법(현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제5조 제1항에서 문화도시를 시범도시 유형의 하나로 규정하면서부터이다(이순자ㆍ장은교, 2012).
이러한 법제적 근거 형성과 함께, 1990년대 후반부터 한국 사회는 문화도시 정책을 형성할 수 있는 제도적ㆍ사회적 토대를 구축하였다. 1995년 지방자치제도의 시행은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과 지역 특화 발전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 이어 1997년 외환위기로 관광산업이 정책적 측면에서 주목을 받게 되며 관광수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고, 외환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관광산업이 언급되기 시작하였다(조광익ㆍ김남조, 2002). 이러한 관광의 경제적 가치에 대한 관심은 이후 김대중 정권에서 구체적인 정책들로 실현되었다. 특히 ‘지역문화의 해’로 선포된 2001년은 지역, 문화, 관광이 결합하며 지역 중심의 문화 사업화가 이루어지기 시작한 기점이라 할 수 있다(김설아, 2024).
문화도시 정책이 국가적 의제로 부상한 결정적 계기는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노무현 당시 후보가 광주를 아시아문화중심도시로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하면서부터였다. 이 공약은 2003년 참여정부 출범 후 국정과제로 채택되었고, 2004년 3월 대통령 소속 ‘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회’의 발족으로 이어졌다. 이는 단순한 지역개발 사업이 아닌 국가균형발전과 문화정책의 전략적 결합이라는 의미를 지녔다. 또한 2004년 참여정부의 ‘창의한국(Creative Korea)’ 문화정책 비전 제시와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제정은 ‘문화를 통한 지역발전’이라는 패러다임을 정책적으로 구체화하는 토대가 되었다.
우리나라의 문화도시 정책은 2003년 참여정부 출범과 함께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하였다. 광주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을 통해 법적 근거를 갖춘 국가 주도형 사업 모델로서, ‘아시아 문화교류의 도시’, ‘아시아 평화예술의 도시’, ‘미래형 문화경제의 도시’를 지향하며 대규모 인프라 확충과 도시 브랜드화를 추진하였다. 해당 사업은 지역균형발전과 국가 위상 제고라는 이중의 비전을 추구하였지만, 지역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궁극적 목표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는지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1)
광주 아시아문화중심도시를 계기로 부산, 전주, 경주, 공주·부여를 지역거점 문화도시로 지정하고 각 지역의 영상문화, 전통문화, 역사문화, 백제역사문화 등 고유 자산을 활용한 문화도시 조성이 추진되었다. 이들은 중앙정부의 재정지원을 바탕으로 지방중심-중앙지원형 사업으로 운영되었으며(이순자ㆍ장은교, 2012),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비수도권 도시의 문화적 역량을 향상시킨다는 목적을 지녔다.
2012년 제4회 한ㆍ중ㆍ일 문화장관회의에서 채택된 ‘상하이 액션플랜’과 2013년 제5회 문화장관회의의 ‘양저우 합의’를 기반으로 ‘동아시아 문화도시’가 공식화되었다(문화체육관광부, 2013.9.25.). 해당 사업은 한국, 중국, 일본이 매년 각국에서 한 개 도시를 선정하여 다양한 문화예술 교류 활동을 전개하는 삼국 간 국제문화협력 프로그램으로 단발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지정된 도시들이 일정 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교류와 협업을 이어나가는 구조로 설계되었다(유조명ㆍ박상희, 2024)(<표 1>).
자료: 문화체육관광부(2025.4.25.).
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020년 순천, 기타큐슈는 2021년으로 연기.
법정 문화도시 조성사업은 2014년 제정된 「지역문화진흥법」 제15조에 근거하여 추진되었다. 법정 문화도시는 “지역별 특색 있는 문화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문화 창조력을 강화하고, 지역의 자생적 문화생태계의 구축과 지속 발전이 가능하도록 하는 도시”로 정의된다(문화체육관광부, 2018). 물리적 인프라나 행사 중심에서 더 나아가 지역의 문화생태계와 지속가능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그 추진 목표가 설정되었으며,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총 4차에 걸쳐 21개 도시가 법정 문화도시로 지정되었다.2) 법정 문화도시는 지역문화 콘텐츠 및 프로그램, 인적자원을 중심으로 주민 주도와 상향식 거버넌스를 지향한다. 다만 해당 사업은 지역들의 유사한 콘텐츠 전략의 반복과 도시 간 과열 경쟁 등을 초래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하였다(신지은, 2023; 안형철, 2024.5.19.).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인 ‘지역중심 문화 균형발전’을 구체화하는 선도사업으로 ‘문화도시 2.0’을 제시하였으며(문화체육관광부, 2022.12.8.), 이에 따라 기존 제5차 법정 문화도시 지정은 중단되고 새로운 브랜드 중심의 정책 모델로 ‘대한민국 문화도시’가 추진되었다(박희영, 2024). 이는 기존 문화생태계 중심의 하향식 전략에서 탈피하여 국가 차원의 전략적 브랜드 형성과 문화의 도구적 활용을 강조하는 방향으로의 정책적 전환이라 할 수 있다.
대한민국 문화도시의 주요 추진 방향은 첫째, 권역별 대표 강소도시를 집중 육성하여 지역 간 문화격차를 해소하고 동반성장을 유도하는 것이며, 둘째, 지역 고유의 문화자원을 활용하여 차별화된 도시 브랜드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지역주민의 문화향유 기회를 확대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있다. 이러한 정책 기조는 문화의 내재적 가치보다는 문화의 수단적ㆍ경제적 기능을 강조하는 국가 문화정책의 방향성과 맥을 같이한다(김설아, 2024). 해당 사업은 2023년 12월 조성계획을 승인받은 13개 지자체가 1년간 예비사업을 추진한 후,3) 보완된 계획에 대한 평가를 통해 본사업 대상 지역으로 최종 선정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우리나라 문화도시 정책의 전개 과정에 대한 검토를 바탕으로, 정책 논의의 사회공간적 쟁점을 분석하기 위한 시기 구분의 기준과 그 적용 방식을 제시한다. 이때, 사회공간적 쟁점이란 문화도시 정책이 지역을 기반으로 추진되며 드러나는 사회적 의제를 의미한다. 이는 문화도시라는 제도가 특정 지역 내에서 작동할 때, 누가 정책의 주체가 되고, 어떤 공간이 중심이 되며, 어떠한 문화적 가치가 강조되거나 배제되는지를 둘러싼 논의를 포함한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사회공간적 쟁점이 시기별로 어떻게 구성되고 연결되며 변화해 왔는지를 분석하고자 한다.
문화도시 정책은 특정 시점의 단일한 사업으로 고정되기보다는 다양한 정책 유형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중첩되고 병행되는 복합적 구조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정책 생태계의 변화를 분석하고자 각 정책의 추진 및 법제화를 기준으로 시기를 [그림 1]과 같이 구분하였다. 이는 정책적 전환점으로서의 도입 시점에 주목하여 문화도시 정책의 궤적을 축적적ㆍ구조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분석 틀을 설정하기 위함이다.
1기는 2006년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시작점으로 중앙정부 주도의 기반 조성 정책이 중요하게 추진되던 시기(2006~2013년)이며, 2기는 2014년 「지역문화진흥법」 제정을 기점으로 문화특화지역 조성 시범사업이 추진되는 동시에, 한ㆍ중ㆍ일 간 협력과 문화교류 중심의 동아시아 문화도시 사업이 본격화된 시기(2014~2018년)이다. 3기는 2019년 제1차 법정 문화도시의 예비 지정이 시작되며, 지역주도 문화생태계 조성이 본격화된 시기(2019~2023년)이고, 4기는 2024년 대한민국 문화도시 사업이 출범하면서 국가 전략 브랜드 중심의 정책 전환이 이루어진 시기(2024년~)이다.
텍스트마이닝(text mining)은 대량의 비정형 텍스트 자료에서 의미 있는 정보를 추출하고 패턴을 발견하는 분석 기법이다. 해석자의 주관이 개입되는 기존의 정성적 분석을 보완하며, 정책 담론이나 학술 텍스트와 같이 구조화되지 않은 데이터의 맥락을 계량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학술적으로 유용성이 높다. 텍스트마이닝에는 단어 빈도 분석, 단어 간 동시 출현을 분석하는 의미연결망 분석, 문서 내 잠재된 주제를 자동으로 추출하는 토픽모델링 등의 기법이 포함된다.
본 연구에서는 이 가운데 단어 빈도 분석과 토픽모델링을 선택하였다. 단어 빈도 분석은 특정 단어의 출현 빈도와 TF-IDF(term frequency-inverse document frequency) 값을 통해 사회적으로 의미화된 정책 이슈의 중심 개념과 그 강도를 계량화할 수 있다. 토픽모델링은 문서 집합에서 시기별 정책 담론의 구조적 전환과 반복성을 식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텍스트량이 방대하고 시기 구분이 명확한 언론보도 기사에 적합하다는 점에서 두 기법의 병행 적용은 정책 변화의 흐름을 시계열적·공간적으로 해석하는 데 효과적이다.
최근 텍스트마이닝 기법을 활용하여 문화도시 정책 및 담론을 분석하려는 시도가 점차 확산되고 있으며, 선행연구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특정 지역을 사례로 하여 문화도시 정책에 대한 인식 변화나 담론 구조를 분석한 연구들이다. 정성훈 등(2025)은 완주군의 문화도시 조례 제정 전후 시기의 네이버 블로그 데이터를 대상으로 토픽모델링을 수행하였다. 그 결과, 조례 제정 이전에는 지역 주민과의 거버넌스를 통해 자발적인 문화 활동 기반이 마련된 반면, 조례 제정 이후에는 센터 설립과 재정적 지원을 통해 체계적인 문화도시 이미지가 형성되었음을 확인하였다. 채수혁(2025)은 전주시를 중심으로 문화도시 관련 온라인 담론을 분석한 결과, 전통문화 자산이 도시브랜딩 및 관광산업과 긴밀히 결합되어 있으며, 전주의 문화도시 정책은 관광, 도시재생, 주민참여를 통한 복합적 정책 구조를 지니고 있음을 규명하였다. 정헌규(2024)는 서귀포시를 대상으로 텍스트마이닝을 실시하고, 구조적 등위성 분석을 통해 ‘노지문화’, ‘책방데이’ 등 문화 관련 키워드와 ‘관광’, ‘여행’, ‘공간’ 등 관광 관련 키워드를 군집화함으로써 양자 간 구분 가능성을 도출하였다.
둘째, 문화도시 정책 담론의 흐름이나 연구 경향을 정량적으로 분석한 연구이다. 김민선(2024)은 2000년부터 2023년까지 KCI 등재 문화도시 관련 논문 439편의 초록을 토픽모델링 기법으로 분석하여 ‘디자인 요소 강화와 도시브랜드 향상(23.5%)’, ‘문화콘텐츠 개발과 협력적 거버넌스 구축(13.2%)’, ‘문화유산 활용과 보존 정책 보완(16.2%)’, ‘문화예술 육성과 인재 개발(47.1%)’의 네 가지 주제를 도출하고, 문화도시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협력적 거버넌스 강화의 필요성을 제시하였다. 김세진(2023)은 2019년 이후 법정 문화도시를 중심으로 발표된 114편의 논문을 대상으로 TF-IDF와 의미연결망 분석을 수행하고, ‘문화도시-공간-지속가능성’ 등의 핵심 개념을 통해 문화도시 담론이 정책 비전과 목표를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특히 이 연구는 실천 단위로서의 ‘지정사업’에 주목하며, 문화도시 간 비교보다는 담론의 일반적 흐름을 파악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이처럼 선행연구들은 문화도시 정책의 다양한 측면을 조명하고 있으나, 대부분 분석의 초점이 시간 또는 공간 중 한 요소에 편중되어 있어, 문화도시 정책 담론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어떤 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또 어떻게 재구성되어 왔는지를 분석한 사례는 드물다. 특히 문화도시 정책은 실질적으로 지역 단위에서 실행되며 사회적 의미화가 이루어지는 실천적 정책이라는 점에서, 정책의 현실적 접점인 언론보도 기사 분석은 유의미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이에 본 연구는 2006년 이후 20년간의 전국 및 지역 일간지 기사를 바탕으로 시기별 문화도시 정책 담론의 구조와 공간적 분포를 분석함으로써 기존 연구와 차별화된 실증적 기여를 도모하고자 한다.
Ⅲ. 연구 방법
본 연구는 문화도시 정책 추진 과정에서의 사회공간적 쟁점을 파악하기 위해 언론보도 기사를 분석하였다. 언론보도 기사는 정책과 사회적 담론을 연결하는 대표적인 매개체이며, 특정 논의에 대한 사회적 의미화 과정과 변화를 반영하는 텍스트 자료이다(차민경, 2015; Entman, 1993; Gamson & Modigliani, 1989). 정책 수립 및 실행의 초기 단계에서 언론은 의제 설정과 이미지 형성에 있어 핵심 역할을 수행하며(Birkland, 1997), 특정 쟁점의 프레이밍 방식을 통해 정책 방향성과 우선순위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김성용ㆍ오세준, 2016).
문화도시 정책은 전술한 바와 같이 다양한 법 제정 및 사업 추진 등 일련의 제도화 과정을 거치며 시기별로 각기 다른 정책적 쟁점과 실행 전략을 수반하였다. 이와 같은 시간적 연속성과 정책 의제의 변화를 분석하는 데 있어 시의성과 이슈 민감성이 높은 언론보도 기사는 분석의 활용도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본 연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운영하는 빅카인즈(BIG KINDS)를 통해 언론보도 기사를 수집하고, 이를 텍스트마이닝을 활용하여 분석하였다. 검색에는 ‘문화도시’라는 용어가 정확히 포함된 기사만을 추출하는 기능을 활용하였다. 기간은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된 2006년 1월 1일부터 2025년 3월 31일까지로 설정하였다. 언론사는 10대 전국 일간지와 한국지방신문협회의 회원사인 9개 지역 일간지를 포함하였다(<표 2>).4)
상기의 방법을 통해 검색된 언론보도 기사 가운데 중복된 기사를 제외하고 최종적으로 10,069건의 기사를 분석에 활용하였다. 연도별 언론보도 기사의 건수와 누적 합계는 <표 3>과 같다. 2006년과 2007년의 문화도시에 관한 관심은 비교적 낮은 수준이었으나 2008년부터 기사 건수가 증가하기 시작하였다. 다만 2017년까지 큰 변화 없이 적정 수준을 유지하던 기사 건수는 법정 문화도시 정책이 추진된 2018년부터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주: 2025년은 3월까지의 합계.
빅카인즈는 언론보도 기사의 본문 키워드와 인물, 위치, 기관으로 분류된 키워드를 제공하고 있는데, 본 연구는 이 가운데 본문 키워드와 위치 키워드를 사용하였다. 키워드는 python을 활용하여 숫자와 영어, 한문, 특수문자를 제거하고, 2글자 이상의 단어만 정리하였다. 다음으로 시간 관련 단어, 상호명 등 불용어를 제외하였다. 또한 문화도시, 도시재생 등과 같이 여러 단어가 하나의 고유명사로 활용된 단어와 아시아문화중심도시와 같은 사업명ㆍ정책명은 하나의 단어로 추출하였다. 최종적으로 본문 키워드 1,864,006개와 위치 키워드 94,933개를 분석에 활용하였다.
문화도시 정책 관련 언론보도 기사에 대한 빈도 분석과 TF-IDF 분석을 수행하였다. TF-IDF는 개별 문서 내에서 특정 단어의 상대적 중요도를 수치화하는 방식으로, 단어의 출현 빈도와 해당 단어가 전체 문서 가운데 몇 개의 문서에 포함되었는지를 함께 고려한다(Aizawa, 2003). 하나의 문서 내 출현 비율이 높고, 전체 문서에서의 분포가 제한적일수록 해당 단어의 TF-IDF 값은 높게 나타난다.
빈도 분석은 다음 두 가지 방식으로 활용하였다. 첫째, 전체 시기 언론보도 기사의 본문 키워드를 활용하여 빈도 및 TF-IDF 분석을 수행함으로써 문화도시 정책의 주요 사회공간적 쟁점을 파악하고자 하였다. 둘째, 위치 키워드를 활용하여 시기별로 빈도수가 높게 나타나는 지역을 확인하였다. 위치 키워드 가운데 특정 장소 및 공간적 의미의 키워드를 제외하고, 광역시ㆍ도 및 기초자치단체의 지역명만을 활용하여 상위 30개 지역을 지도화하였다. 이를 통해 문화도시 논의가 형성되고 전개되는 공간적 분포와 지역별 차이를 포착하고자 하였다.
토픽 모델링은 비정형 텍스트 자료에 적용되는 탐색적 분석 기법이다. 각 문서에 나타나는 단어들의 통계적 출현 패턴을 기반으로 잠재적인 주제 구조를 추정하며, 문서 집합에 내재된 주제를 규명할 수 있는 모델이다(Blei et al., 2003; 박준홍 등, 2021). 본 연구는 여러 토픽 모델링 기법 중 문서에 대한 사전 분류 없이 토픽을 추론할 수 있는, 확률 기반의 무감독 학습 알고리즘인 ‘잠재 디리클레 할당(Latent Dirichlet Allocation, LDA)’을 활용하였다(Blei et al., 2003).
LDA는 각 문서가 여러 주제가 혼합된 형태로 구성된다고 가정하며, 하나의 주제는 특정 단어들이 등장할 확률 분포로 표현된다. 문서의 단어 분포는 잠재된 주제들의 조합을 통해 생성되며, 주제와 단어 간의 관계는 디리클레 분포를 통해 수학적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확률적 접근은 문서 간 유사성과 주제 간 구성을 보다 유연하게 포착할 수 있도록 하며, 특히 대규모 텍스트 자료의 숨겨진 구조를 해석하는 데 효과적인 분석 도구로 활용된다.
본 연구는 문화도시 정책의 전개 양상과 시기별 정책 쟁점을 분석하기 위해 전체 기간을 4개의 시기로 구분하고, 각 시기의 언론보도 기사에 대한 토픽을 추출하여 주요 정책 쟁점을 파악하였다. 최적 토픽 수는 각 시기별 데이터를 대상으로 토픽 수에 따른 perplexity 값을 도출하고, 이를 엘보우 기법(elbow method)을 통해 검토하였다. 또한 토픽 구조의 해석 가능성과 비교 일관성을 확인하여 시기별 토픽 수를 모두 7개로 설정하였다. 시기별로 도출된 토픽 간 유사성과 관계성을 검토함으로써 문화도시 정책의 지속성ㆍ단절성을 파악하고, 시기별 쟁점 구조의 변화 양상을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문화도시 정책 추진 과정에서 나타난 핵심 쟁점의 전환과 그에 따른 정책적 함의를 도출하고자 하였다.
Ⅳ. 연구 결과: 문화도시 정책의 사회공간적 쟁점과 특성
문화도시 관련 언론보도의 본문 키워드 빈도 및 TF-IDF 분석 결과는 <표 4>와 같다. 빈도수는 문화(39,475), 문화도시(28,450), 도시(23,013), 지역(19,412), 시민(15,859), 예술(10,455) 순으로 나타났으며, TF-IDF 분석에서는 광주(77.57), 시민(72.98), 전주(67.71), 도시(67.38), 문화(63.75), 예술(63.72)이 상위 단어로 조사되었다.
[그림 2]는 빈도수 및 TF-IDF 기반 워드클라우드로, 두 가지 분석 방법의 결과 차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빈도수의 경우, 주로 정책 대상에 해당하는 도시, 지역, 시민, 공간 등의 단어와 정책 수단으로서의 예술, 공연 등이 높게 나타났으며, TF-IDF 분석에서는 광주, 전주, 부산, 김해 등의 지역명이 상위 단어로 주로 등장하였다.
이러한 분석 결과는 특정 시기에 따라 지역이 갖는 상대적 중요성과 쟁점 내 특수성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가령 광주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이 본격화된 시기(1기)를 기점으로 다수의 관련 기사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되었으며, 이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라는 핵심 인프라의 구축 과정에서 광주가 정책의 중심 공간으로 설정되었기 때문이다. 다만 광주는 전체 기간에 걸쳐 서울이나 부산처럼 지속적으로 언급되는 도시는 아니기 때문에 특정 시기에 집중적으로 등장한 결과가 TF-IDF 값의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전주는 「지역문화진흥법」 제정 이후 법정 문화도시로 지정되었고, 2023년에는 동아시아 문화도시로 선정되며 문화정책의 주요 거점으로 부각되었다. 법정 문화도시 정책 추진 과정에서 시민 참여 사업이 활발히 추진되면서 전주는 정책 실행의 거점이자 쟁점의 중심 공간으로 언급되는 빈도가 급증하였다. 이러한 시기적ㆍ맥락적 특수성이 전체 문서 집합에서의 상대적 희소성과 결합되어 높은 TF-IDF 값으로 나타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TF-IDF 상위에 위치한 지역명은 단순한 언급 빈도를 넘어서는 의미를 지닌다. 즉, TF-IDF 분석 결과는 시기별 정책 쟁점에서 특정 지역이 얼마나 강하게 특화되었는지, 정책적ㆍ공간적으로 어떤 고유한 위상을 형성하고 있었는지를 드러내는 지표로 기능하였다. 이는 빈도 분석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정책 공간의 시의적 중심성과 전략적 위계를 가시화하며, 문화도시 담론의 공간적 배치 방식과 중심-주변 구조의 재구성 과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그림 3]은 문화도시 관련 언론보도의 위치 키워드를 기반으로 광역시ㆍ도 및 기초자치단체 단위에서의 출현 빈도를 시각화한 결과이다. 이를 통해 문화도시 논의의 공간적 분포 양상을 시기별로 비교하고자 하였다. 시기별 지역명의 언급 빈도는 정책 추진 체계의 변화와 상징 도시의 부상 여부를 드러내며, 어떠한 공간적 차이가 나타나는지 파악할 수 있게 한다.
첫째, 1기(2006~2013년)에는 서울(690), 광주(555), 부산(321), 대구(285), 경기(272) 순으로 높은 빈도를 보인다. 이 시기는 광주가 아시아문화중심도시로 지정되어 정책의 핵심 지역으로 부각되며, 수도권과 6대 광역시를 중심으로 언급이 집중되는 양상을 보인다. 즉, 문화도시 정책 쟁점의 공간 분포가 대도시 집중을 뚜렷하게 반영한 시기라 할 수 있다.
둘째, 2기(2014~2018년)에는 광주(435), 서울(331), 전주(205), 대구(196), 부산(174)이 상위 5개 도시로 나타난다. 전주(205)와 청주(143), 남원(136)과 같은 비수도 권 중소도시의 언급 빈도가 증가하며, 정책 쟁점의 공간적 분산 경향이 일부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는 동아시아 문화도시 지정과 관련된 도시 간 문화교류의 영향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정책적 거점의 다변화가 언론보도 기사에도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셋째, 법정 문화도시 사업이 본격화된 3기(2019~2023년)에는 서울(696), 부산(620), 경기(537), 광주(477), 인천(440)이 상위권을 유지하며 대도시 중심 구조가 지속되었다. 그러나 동시에 김해(390), 전주(341) 등 중소도시의 언급이 증가하였다. 또한 강원(274), 청주(275), 원주(224), 천안(245), 충남(217) 등 강원도 및 충청권의 부상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해당 지역들은 이전 시기에는 상대적으로 언급이 적었으나 문화도시 지정과 정책 실험의 주요 대상지로 편입되며 정책 쟁점의 중심지로 부상하였다. 결과적으로 3기는 수도권 및 주요 광역시 중심에서 벗어나 비수도권 내륙 지역으로 정책 중심축이 확장되는 과도기적 양상을 보여주는 시기로 평가할 수 있다.
넷째, 기존 법정 문화도시 정책이 대한민국 문화도시 체계로 전환되기 시작한 4기(2024년~)에는 서울(204), 김해(184), 부산(179), 세종(134), 경기(127)가 상위를 차지한다. 김해와 세종 등 수도권 외 도시가 전면에 부상하면서 정책 중심지의 탈중앙화 흐름이 더욱 강화되었다. 또한 이 시기에는 상위 도시 외에도 다양한 지역의 언급이 균등하게 나타나며, 문화도시 정책의 공간적 분산과 다핵화 경향이 진행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요컨대 문화도시 정책 쟁점의 공간적 분포는 초기에는 대도시 중심의 집중성을 보였으나 정책의 확장 및 변화와 함께 점진적으로 지리적 외연을 확대하였으며, 거점 지역의 스펙트럼 또한 다양화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문화도시 정책이 단일 거점 중심의 구조에서 탈피하여 복수의 지역을 포함하는 다층적 네트워크로 전환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서울과 경기, 부산 등 수도권 및 대도시 지역의 언급은 전시기에 걸쳐 비교적 높은 언급 빈도를 보이는데, 이는 문화도시 정책 담론이 형성되는 구조적 맥락과 관련하여 이해할 필요가 있다. 즉, 서울은 중앙정부 및 문화환경의 중심지로서 정책 발표와 보도에서 자주 언급되는 지역이며, 경기도는 지역 간 격차나 수도권 집중 문제를 부각할 때 비교 대상으로 빈번히 등장한다. 이는 전국적 보편성을 지향하는 문화도시의 정책 의도와는 달리, 언론기사의 정책 논의는 수도권과 대도시 중심의 구조 속에서 형성되고 있음을 반영한다.
문화도시 정책은 시기별로 변화하는 사회적 요구와 함께 재구성되었다. 이에 본 절에서는 토픽모델링을 통해 각 시기의 정책 쟁점을 도출하고 그 구조와 변화를 분석하였다.5) 이는 특정 시점의 정책 쟁점이 어떤 주제어들과 결합하여 우선순위를 형성했는지를 파악함으로써 문화도시 정책의 변화 및 개념적 분화를 해석하기 위함이다.
1기(2006~2013년) 기간 동안 추출된 7개의 토픽은 <표 5>와 같다. ‘문화도시와 국제정책 담론’은 문화도시, 세계, 지역, 정책, 교류를 중심으로 국제 협력과 도시 간 연계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다. ‘문화시설 조성’은 건설, 정부, 전략, 미술관, 운영 등으로 나타나며, 물리적 인프라 확충과 정책적 전략이 결합된 토픽이다. ‘시민 중심 지역 활성화’는 시민, 지방, 거리, 육성을 중심으로 시민 참여와 지방의 문화 진흥을 강조한다. ‘문화예술 실천과 활동’은 행사, 공연, 역사, 작품 등의 키워드가 나타나며, 예술전시 및 공연과 같은 실천 활동이 중심이 된다. ‘문화산업 전략’은 도시, 산업, 공간, 예산 등이 주요 단어로 구성되어 있으며, 문화산업을 경제 및 도시정책과 연계하려는 움직임이 반영되어 있다. ‘문화도시 실천 사례’는 서울, 전주, 광주, 주민, 건립 등을 통해 실제 사례 중심의 논의가 나타난다. 마지막으로 ‘문화예술과 도시 브랜드화’는 문화, 예술, 프로젝트, 축제 등 도시 정체성과 상징성 강화를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 시기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이 국가 차원의 핵심 문화전략으로 추진되던 시기로서, 문화도시 개념이 도시재생, 산업진흥, 공간 전략 등과 결합되는 다면적 방향성을 보였다. 특히 도시 브랜드화나 실천 사례 등 실제 사업 및 상징적 재현을 포함한 쟁점이 확인되는데, 이는 정책의 상징성과 정당성 확보를 위한 쟁점 구조의 복합성을 시사한다.
2기(2014~2018년)에는 <표 6>과 같은 7개의 토픽이 도출되었다. ‘문화도시 정책 담론: 정책 추진과 미래 지향’은 문화도시, 정책, 경제 등의 단어로 구성되며, 국가 정책의 추진과 전략적 전망에 대한 논의가 중심을 이룬다. ‘생활문화 기반 조성’은 공연, 복지, 운영, 공간을 중심으로 지역 기반 생활문화의 제도화를 나타낸다. ‘시민 참여 문화예술’은 시민, 예술, 예산, 생활 등으로 구성되며, 지역 문화주체의 확대와 제도화 경향이 드러난다. ‘지역개발과 지방정치 담론’은 지역, 발전, 공약, 선거 등을 통해 지방의 정치 담론과 연동되는 문화도시 논의의 확장을 보여준다. ‘관광 활성화’는 관광, 구축, 교육, 행사 등의 키워드가 확인되며, 문화관광 연계 전략이 부각된다. ‘도시정책 전략’은 도시, 육성, 가능, 관광객, 환경 등을 포함하며, 도시 경쟁력과 지속가능성 제고 전략과 연결된다. 마지막으로 ‘국제 문화교류’는 문화, 활성, 시설, 교류 등 국제도시 간 연계와 문화교류의 외교적 성격을 내포한다.
이 시기는 특히 문화도시의 실천 방식이 일상성과 자율성을 기초로 한 소규모 생활문화의 기반 구축으로 나아간다는 점에서 중요한 전환점에 해당한다. 그러나 동시에 ‘국제 문화교류’ 토픽이 중심으로 도출되었다는 점에서 이 시기의 정책 사업은 국제협력이 주요한 축을 이루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한편 지역개발과 지방정치 담론이 주요 토픽으로 확인된 점은 문화도시 담론이 단순한 문화예술 의제를 넘어서 지방자치, 선거, 정치 담론과 접합되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3기(2019~2023년)의 토픽은 <표 7>과 같다. ‘글로벌 지향의 정책 담론’은 문화, 문화도시, 협력, 공간, 세계를 중심으로, 문화도시의 국제적 위상과 전략적 연계를 강조한다. ‘지역문화 활성화’는 교류, 마을, 작가, 가치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지역 공동체의 창의성 발현과 문화적 자산화 과정이 반영된다. ‘생활문화 향유’는 참여, 축제, 공연, 구축 등 실천 중심의 문화향유 경험을 다룬다. ‘시민 참여 문화예술’은 시민, 정부, 활동, 전시 등이 확인되며, 공공성과 참여성의 확장 양상을 보여준다. ‘관광 활성화’는 경제, 정책, 관광, 교육, 단체 등 다부문 연계가 강조된 정책적 접근을 나타낸다. ‘지역개발 및 재생 담론’은 지역, 발전, 활용, 확대, 주민 등의 키워드를 포함하고, 문화도시 담론이 재생 전략과 결합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마지막으로 ‘도시 정체성과 문화예술’은 도시, 예술, 역사, 강화, 운영으로 구성되며, 정체성의 형성과 문화예술의 사회적 기여를 다룬다.
이 시기는 법정 문화도시의 제도 도입에 따라 정책 표준화 및 평가제도화, 운영 시스템 구축 등이 이루어지며 정책의 쟁점이 실천보다는 제도와 체계 구축으로 중심이 이동한 것으로 해석된다. 동시에 생활문화 향유와 시민 참여 관련 토픽이 지속적으로 유지된다는 점은 문화도시 담론이 계속해서 시민성과 일상성이라는 정책 원리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의미한다.
4기(2024년~)의 토픽 분석 결과는 <표 8>과 같다. ‘정책 제도화와 콘텐츠 실천 전략’은 대한민국, 문화도시, 콘텐츠, 정책 등으로 나타나며, 문화도시 정책의 국가 단위 전환과 실행 전략 중심의 전환을 의미한다. ‘문화공간 조성과 활용’은 지역, 공간, 구축, 예비, 전시 등의 단어가 나타나며, 이는 문화공간의 조성 및 실질적 활용 방안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구체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문화예술 교육 제공’은 예술, 제공, 교육, 센터 등 교육 및 학습 중심의 문화예술정책 수요에 주목한다. ‘시민 참여 문화예술’은 문화, 시민, 축제, 국가, 활성 등의 키워드를 통해 시민 중심의 문화 실천과 정책 연결이 강조된다. ‘관광 활성화’는 관광, 산업, 운영, 활용, 미래 등으로 구성되어 문화관광 통합 전략의 강화 경향을 보여준다. ‘도시 발전과 문화 인프라 확대’는 도시, 경제, 발전, 참여, 강화 등을 포함하며, 도시 성장과 문화 인프라 간의 상호작용이 중심을 이룬다. 마지막으로 ‘문화예술 기반 글로벌 협력과 실천’은 공연, 세계, 기업, 행사 등 다양한 행위자 간 협업 및 확장 가능성을 담고 있다.
이 시기의 특징은 이전 시기들과 달리 생활문화와 함께 콘텐츠, 인프라, 확대, 전략 등의 키워드가 많이 등장하며, 문화도시 정책이 보다 기획적이고 구조화된 형태로 이행되고 있음을 드러낸다. 이는 문화도시를 하나의 정책 브랜드이자 행정적 프로그램으로 구축하려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음을 반영하며, 이에 따라 정책 추진의 중심축이 실험적 지역 실행에서 전국적 정책 모델로 재편되고 있는 흐름과도 연결된다.
문화도시 정책이 추진되어 온 시기별 정책 단계의 쟁점 흐름과 구조를 도식화하면 [그림 4]와 같다. 1기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을 기점으로 하여 ‘문화도시와 국제정책 담론’이 중심에 위치하며, 이와 연계하여 ‘문화시설 조성’, ‘문화예술과 도시 브랜드화’, ‘문화산업 전략’ 등 물리적 기반과 상징적 정체성 강화가 핵심 쟁점으로 도출되었다. ‘문화산업 전략’을 통한 지역의 발전 논의가 드러나기도 하는데, 이는 2기로는 연결되지 않고 있다. 이 시기에는 문화도시 개념이 국가경쟁력 강화의 전략으로 채택되며, 중앙정부 주도의 하향식 구조 속에서 정책 실행 주체가 비교적 단일하고, 쟁점 구조도 일관적인 경향을 보인다.
2기(2014~2018년)로 이행하면서, 문화도시 정책은 ‘생활문화 기반 조성’, ‘시민 참여 문화예술’, ‘지역개발과 지방정치 담론’ 등 생활문화와 시민 주도 실천에 대한 쟁점이 부상하였다. 이 시기는 법정 문화도시 제도 도입을 전후하여 참여와 분권, 실천 중심의 정책 전환이 강조된 시기로, ‘도시정책 전략’이나 ‘국제 문화교류’와 같은 기존 1기 쟁점들이 유지되는 동시에 새로운 주제들과 복합적으로 중첩되는 구조를 형성하였다. 특히 이 시기에는 문화도시가 특정 도시만의 개발 프레임을 넘어서 정책 담론으로 일반화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3기(2019~2023년)에는 법정 문화도시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지역문화 활성화’, ‘시민 참여 문화예술’, ‘도시 정체성과 문화예술’, ‘지역개발 및 재생 담론’ 등 지역단위의 실천과 자율성이 강화되는 양상이 뚜렷해졌다. ‘지역문화 활성화’는 개별 토픽으로 등장하는 만큼 중요성이 크게 대두되었지만, 4기로는 연결되지 않고 있다. 이 시기는 이전 시기의 ‘시민 참여 문화예술’, ‘관광 활성화’ 등 주요 쟁점이 재구성되어 분화되며, 문화도시 정책이 제도화와 다양화라는 이중 궤도에서 전개되었음을 보여준다. 또한 기존의 ‘국제 문화교류’ 쟁점은 ‘문화도시 정책 담론: 글로벌 지향성’으로 전환되며 정책 범위의 외연이 확장되었음을 나타낸다.
4기(2024년~)에 이르러 정책 쟁점은 ‘문화도시 정책 제도화’를 통해 브랜드화된 정책 실천이라는 방향으로 다시 한번 구조적 전환을 겪는다. ‘시민 참여 문화예술’과 ‘관광 활성화’는 핵심 쟁점으로 지속되며, ‘문화예술 교육 제공’이 새로운 논의의 대상으로 등장한다. 다만 ‘도시 발전과 문화 인프라 확대’, ‘문화예술 기반 글로벌 협력과 실천’ 등의 쟁점이 전면에 배치되면서, 정책 논의가 문화적 자율성과 참여보다는 전략적 기획과 외연 확장에 방점을 두는 기조로 이동하는 모습이 확인된다. 이는 정책 기획과 추진의 맥락 속에서 문화도시 사업이 수단화되는 경향이 일부 나타나고 있음을 시사한다.
요컨대 문화도시 정책의 시계열적 흐름은 단선적 진화나 명확한 단절보다는 이전 시기의 쟁점이 새로운 정책 환경에 맞춰 재조정되거나 재맥락화되는 과정으로 전개되었다. 특정 시기의 중심 쟁점이 이후 시기에도 지속적으로 나타나지만, 조합의 방식이나 쟁점의 위계가 변화함으로써 전체적인 정책 생태계가 점진적으로 재구성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은 문화도시 정책이 물리적 공간이나 문화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이 아니라 시민성, 장소성, 전략성 등의 가치들이 시기별로 어떻게 조율되고 중첩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사회공간적 실천 과정임을 시사한다.
Ⅴ. 논의 및 결론
본 연구는 2006년부터 2025년까지의 문화도시 관련 언론보도 기사를 텍스트마이닝 방법으로 분석함으로써 문화도시 정책의 시기별 쟁점과 사회공간적 특성을 도출하였다. 기존 연구들이 특정 도시 사례나 연구 경향을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해온 데 반해, 본 연구는 담론을 생산하는 언론 기사를 분석의 중심에 두고 문화도시 정책의 흐름과 사회공간적 맥락을 탐색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문화도시 정책은 크게 네 시기로 구분되며, 각 시기마다 추진 주체, 접근 방식, 핵심 가치에 뚜렷한 변화가 나타났다. 1기(2006∼2013년)는 중앙정부 주도의 하향식 인프라 구축을 중심으로 추진되었으며,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을 통한 국가 위상 제고에 주력하였다. 2기(2014~2017년)에는 「지역문화진흥법」 제정과 함께 법제적 기반이 강화되었고, 동아시아 문화도시 사업을 통한 국제협력이 본격화되었다. 3기(2018~2023년)는 법정 문화도시 제도 도입으로 지역 주도의 문화생태계 조성에 중점을 두었으며, 시민 참여와 상향식 접근이 강조되었다. 4기(2024년~)에는 대한민국 문화도시 사업을 통해 국가 브랜드 전략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었다.
다만 시기별 전환 과정에서도 법정 문화도시, 동아시아 문화도시, 대한민국 문화도시 등의 정책들은 지역문화 역량의 축적과 정책적 연속성을 바탕으로 상호 연계되고 확장되는 구조를 형성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연계성은 문화도시의 입체적 성장을 가능하게 하며, 개별 정책 간 상호보완적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시계열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도출할 수 있는 정책적·사회공간적 함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문화도시 정책의 쟁점 구조는 선형적으로 진화하기보다는, 시기별 맥락에 따라 유연하게 재편되며 순환되는 양상을 보였다. 1기와 4기 모두 국가 주도의 도시 전략이 강조되었고, 시민 참여와 지역 주도성은 2기와 3기를 거치며 강화되었다. 이는 문화도시 정책이 단절 없이 사회적 요구 및 환경에 따라 누적적으로 확장되어왔음을 시사한다.
둘째, ‘시민 참여’, ‘관광 활성화’, ‘지역개발·재생·활성화’와 같은 핵심 주제들은 전 시기에 걸쳐 반복적으로 등장하지만, 각 시기별 정책 맥락에 따라 그 의미와 기능이 달리 구성되었다. 특정 시기에는 생활문화 기반 실천의 중심으로, 다른 시기에는 행정적 기획과 산업 전략의 수단으로 작동하였다. 이는 동일한 쟁점이라도 시기적 조건에 따라 전략적 배치와 해석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문화도시 정책이 갖는 다층성과 맥락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셋째, 문화도시 정책의 공간적 분포는 초기 대도시 중심에서 점차 다양한 지역으로 확장되며, 단일 거점 구조에서 다층적 네트워크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문화도시 정책이 공간적 집중성에서 벗어나 지역 간 연결성과 다양성을 실질적으로 확대해왔음을 시사한다. 다만 문화도시 정책 논의에 관한 공간적 분포는 다소 균등하지 않았는데, 이는 전국적 보편성을 지향하는 정책 의도와 달리 언론 담론에서는 중심지 위주의 구조가 지속적으로 재생산되고 있음을 드러낸다.
본 연구의 한계와 향후 과제는 다음과 같다. 본 연구는 10대 전국 일간지와 함께 지역성을 반영하기 위해 한국지방신문협회 소속 9개 지역 일간지를 분석 대상에 포함하였다. 이는 일도일지(一道一紙) 원칙에 기반한 대표성을 고려한 기준이나, 울산, 세종 등 일부 지역 언론이 포함되지 못한 한계가 있다. 또한 일부 법정 문화도시와 대한민국 문화도시 사업은 아직 진행 중이므로, 향후 경과를 지속적으로 추적하여 그 효과와 정책적 특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나갈 필요가 있다. 한편 본 연구는 언론보도 기사라는 담론적 자료에 기반하였기 때문에 실제 정책의 기획과 집행, 성과 사이의 현실적 맥락을 온전히 포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향후에는 정책 자료 및 현장 관계자, 시민 등의 인터뷰를 포함한 다층적 자료를 통해 정책 실천과 담론 간 관계를 보다 입체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본 연구는 텍스트마이닝을 통해 문화도시 관련 언론보도 기사를 분석하여 정책의 흐름과 사회공간적 쟁점을 시계열적으로 조망했다는 점에서 탐색적 의의를 지닌다. 또한 정량 분석과 시기 구분, 공간 분포 분석을 결합하여 문화도시 정책이 지닌 구조적 특성과 정책 담론의 흐름을 실증적으로 제시하였다. 이러한 분석 결과는 향후 질적 연구와 사례 분석의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