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2024년 초, 유네스코(UNESCO)는 문화예술교육의 향후 방향성과 추진 전략의 새로운 근거가 될 국제 규범인 「UNESCO Framework for Culture and Arts Education」(유네스코 문화예술교육 프레임워크, 이하 <프레임워크>)를 발표했다. 이는 유네스코가 문화예술교육 국제규범으로서 2006년 발표했던 「Road Map for Arts Education」(예술교육 로드맵, 이하 <로드맵>)과 2010년 「Seoul Agenda: Goals for the Development of Arts Education」(서울 어젠다: 예술교육 발전 목표, 이하 <서울어젠다>)에 이어 세 번째로 제시한 문서이다.
이전에 발표된 <로드맵>과 <서울어젠다>가 4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적 격차를 두고 발표되었던 것에 비해 <프레임워크>는 <서울어젠다> 이후 14년이 지난 시점에 발표되었다. 이러한 시간적 간극은 그간의 다양한 환경 변화와 함께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인식과 경험의 축적을 담아내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프레임워크>가 최근 코로나19, 국가간 분쟁, 이상 기후 등 국제적인 사회문화적 이슈에 기인한 위기, 갈등과 분열, 한계적 상황에 대한 극복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으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문화예술교육이 새로운 변화와 문제적 환경에 기여해야 한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확인된다. 또한 <프레임워크>의 서문과 서론에는 문화예술 범위에 다양한 문화적 표현물을 상정하고 여러 배경을 지닌 사람들의 보편적이고 적극적인 문화예술교육에의 참여, 개인의 삶을 넘어 사회 및 전지구적 차원의 총체적인 변화를 강조하여 문화예술교육의 가치와 패러다임의 변화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UNESCO, 2024:1-4). 과거 <서울어젠다> 발표 이후 이에 기반한 다양한 논의와 정책적 실행이 이어졌듯이(곽덕주 외, 2020; 김인설 외, 2020; 문화체육관광부, 2018, 2023), <프레임워크> 역시 향후 각국의 문화예술교육 정책 및 현장의 실천에 준거가 되어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맥락을 고려할 때 <프레임워크>를 비롯한 그간 발표된 문화예술교육 국제규범들이 구체적인 내용을 분석하는 것은 시의성 측면에서 유의미하며 필요한 작업이다. 각 규범이 지닌 주요 관점과 핵심 개념 및 방향성을 확인하는 과정은 문화예술교육의 사회적 의미와 실행적 측면을 진단하고 향후 문화예술교육의 전환 필요성과 이를 구체화하는 데 있어 이론적ㆍ실천적 근거를 제공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본 논문은 그간 유네스코에서 발표한 문화예술교육의 국제규범의 세부내용을 심층적으로 검토하고 시기별로 변모해온 담론을 비교 분석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는 각 국제규범이 지닌 가치와 지향점을 고찰하고, 주요 개념들이 어떤 구조로 연결되며 강조되었는지를 살필 것이다. 이를 통해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담론 구조의 변화과정을 분석하고 문화예술교육 및 정책에의 시사점과 한계를 검토하고자 한다.
II. 이론적 논의
급격히 변화하는 사회환경과 특정 권역을 초월한 전 지구적 이슈에 대응하여 문화예술교육은 개인적 차원의 미학적 경험을 넘어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그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프레임워크>의 서문과 서론에서 시사하듯이 문화예술교육은 모든 사람들의 창의적 표현과 다양한 문화적 정체성을 존중하며 이를 통한 삶의 변화를 모색하는 실천적 활동의 강화가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모든 이의 창조적 역량을 인정하고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며, 문화예술의 미학적 수월성보다 일상과 삶에서의 창의적 활동에 중점을 두는 문화민주주의의 실현과 궤를 같이 한다.
문화민주주의(cultural democracy) 개념은 예술적 수월성에의 접근성 증대를 중심으로 하는 문화민주화(democratization of culture)와 대비 혹은 연계되어 보편적이고 주체적인 문화적 역량을 중심으로 하는 논의로 특징지어진다(김민주ㆍ윤성식, 2016; 서순복, 2007; Evrard, 1997; Langsted, 1990). 프랑스 문화부의 초기 문화정책의 핵심방향이었던 문화민주화는 고급예술로 일컬어지는 예술분야에 대한 접근성을 보편화하려는 시도로, 일부 계층이 아닌 모든 사람들을 위한 물리적ㆍ경제적 지원을 전략으로 삼았다(문시연, 2010; 지영호ㆍ민지은, 2015). 문화민주화는 접근성이 낮은 비관객(non-public)을 대상으로 하여 예술적 수월성이 검증된 고급예술이 주로 생산되고 소비되는 전문기관을 중심으로 미학적인 질(aesthetic quality)을 하향적으로 전달하고 확산하여 문화적 격차를 해소하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한다(서순복, 2007: 31-32). 문화민주주의는 문화민주화가 문화적 위계를 상정하며 대중을 수동적 수혜자로 한정하는 엘리트주의적 관점과는 달리, 모든 개인들을 창조적인 주체로 보고 이들의 창의적 역량과 다양한 문화적 표현 및 참여활동을 존중하고 포용하는 관점에서 접근한다. 또한 문화적 다원성(탈서열화)에 기반하여 다양한 문화예술 범주와 문화예술활동의 과정이 지니는 역동성을 강조하며, 문화예술활동과 일상의 삶 및 사회와의 관련성에도 주목한다(서순복, 2007; Pine, 1983: 125-126). Kuttner(2015)는 더 나아가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사회문화적 실천 역량으로서 문화시민의 역량, 즉 문화적 시민권(cultural citizenship)과 연결하여 논의한 바 있다. 즉 문화적 시민권을 세 유형으로 분류하여 문화민주화 접근과 관련한 인지형(정보습득형, informed) 문화시민, 문화민주주의적 접근에 기반한 ‘참여형(participatory) 문화시민’, 사회적 정의 및 저항적 성격을 지닌 ‘정의지향형(justice-oriented) 문화시민’을 제시한다(Kuttner, 2015: 75-77).
문화예술교육은 문화민주화 측면에서 비관객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매개로서(지영호ㆍ민지은, 2015: 34-36; Morsch et al, 2014) 그리고 문화민주주의 관점에서 문화역량을 위한 활동이자 문화활동에의 참여방식으로서 다루어져 왔다. 문화민주화 및 문화민주주의는 각각 모두를 위한 문화와 모두에 의한 문화라는 함축적인 수사로 표현되기도 한다. 문화예술교육이 단순히 고급예술의 지식이나 정보를 전달받는 일방향적인 방식인가 혹은 다양한 자기 표현과 능동적인 참여를 기반으로 하는가에 따라 문화예술교육을 이들 관점에 따라 구분할 수도 있다(심보선, 2020). 그러나 본문에서 살펴볼 문화예술교육 국제규범은 기본적인 방향성에서 문화다양성을 옹호하고 일반 대중을 고려한 접근을 상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문화민주주의에 기반한 관점의 다양한 스펙트럼 내에 위치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국내 문화예술교육 정책도 문화민주주의를 표방하며 참여정부 시기에 문화정책의 핵심 전략과제로 제시되면서 본격화되었다. 보편적이고 주체적인 문화예술 활동과 참여 역량 확대를 위해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된 것이다. 이후 정책적 위상과 체계를 갖추고 현장의 외연을 확장하는 데 기여하였으나, 최보연(2019)이 지적한 바와 같이 추진목적의 추상성과 개별 예술장르로 협애화된 내용적 한계, 양적 성과 중심의 추진 등 비문화적 관점의 정책 실행으로 따른 문제도 존재했다. 최근에는 근거와 대안이 불분명한 사업 일몰 및 예산 축소 등(진보연, 2025. 3. 11) 정책적 체계와 실행의 불안정성이 가중되고 있다. 따라서 변화하는 환경에 따라 본래의 문화민주주의적 지향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으며 유네스코 국제규범에 투영된 문화민주주의적 가치를 참조점 삼아 향후 전략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본 연구의 분석 대상인 문화예술교육 국제규범들 본문 내에 ‘문화민주주의’ 용어를 직접 사용하거나 이러한 지향을 명시적으로 표방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학습자1)에 대한 설정, 문화예술에 대한 범주, 문화다양성과의 관련성, 교육 방식, 문화예술과 사회 간의 관계성 등 각 규범에 투영된 세부내용들은 각각의 방식으로 문화민주주의적 속성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문화민주주의 관점의 스펙트럼 속에 그 차이와 변화를 검토하는 것은 동시대 문화예술교육의 지향점을 점검하는 데에 학술적ㆍ실천적 의미를 지닌다. 본 논문은 앞서 논의한 문화민주주의 논의를 토대로, 국제규범 내 문화민주주의적 가치를 검토하기 위한 네 가지 분석 차원을 설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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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습자 중심성] 교육자 중심 논의에서 벗어나 학습자를 유의미한 대상으로 보고 있는가, 학습자 범주를 포괄적으로 설정하여 접근성을 제고하는가, 학습자가 지닌 사회문화적 배경을 고려하고 있는가, 학습자의 능동적ㆍ주체적 역할에 대해 인정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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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예술의 다양성] 교육매개물로서 문화예술의 범주는 장르 예술의 범위 이상으로 확장되는가, 문화적 표현물의 다양성에 개방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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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방식의 다각화] 교육 내용 및 방식의 다양성을 고려하는가, 교육자와 교육공간의 범주를 다양하게 포괄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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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 및 사회적 삶과의 관계성] 개별적 체험을 넘어 일상의 삶과 연관된 활동으로 보고 있는가, 사회적 가치 및 이에 조응하는 활동으로 보는가?
이를 바탕으로 본문에서 각 국제규범에 문화민주주의적 가치가 어떻게 수용되고 있는지 분석하고자 한다.
유네스코의 문화예술교육 의제화는 2006년 <로드맵> 발표를 기점으로 본격화되었으며, 이는 예술교육의 방향성을 제시한 국제적 협의와 실천의 시초가 되었다. 이후 2010년에 공표된 <서울어젠다>는 <로드맵>과의 연계선 상에서 이를 재평가하여 구체적인 실행전략을 제시하였다. 10여 년이 지난 후 급변하는 사회적ㆍ디지털 환경 변화를 반영하고자 2021년부터 시작된 새로운 논의는 최종적으로 2024년 <프레임워크>로 도출되었다. 이들 유네스코 국제 규범은 광범위한 국가 간 의견수렴을 통해 시대적 관점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분석 대상이다. 국제규범은 당시의 국제적 선언과 담론을 반영하여 구성되므로 이를 살펴봄으로써 각 규범이 지니는 맥락과 근거를 검토하고자 한다. <표 1>은 각 문화예술교육 국제규범에 그 배경으로 언급된 문건들로, 각 국제규범 내에서는 배경이 되는 선언이나 협약의 내용은 주로 제목에 대한 언급이나 간략한 소개 수준에서 제시되고 있다. 이에 각 국제규범이 언급한 주요 국제 담론의 내용을 검토함으로써 국제규범의 방향을 맥락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전반적으로 <로드맵>은 오랫동안 포괄적인 권리 기준을 제시해 온 「세계인권선언」과 「아동 권리에 관한 협약」 및 「다카르 실행 계획:모두를 위한 교육」(이하 「다카르」) 등을 논의의 배경으로 두고 있다. 「다카르」는 1990년 ‘모두를 위한 교육(Education For All)’ 세계교육회의에서 저개발국의 보편교육 확대 등을 핵심내용으로 하는 기초교육운동을 천명한 이후 2000년 세네갈에서 ‘다카르 세계교육 포럼’을 계기로 발표한 규범이다(한경구, 2017). 모든 어린이와 청소년 및 성인은 기초적인 학습 욕구를 충족하는 교육을 받을 권리를 지닌다는 관점에서 교육 확대 및 무상교육 보장, 문해력 향상, 교육 내 성별 격차 해소, 학습 성과 달성 등을 목표로 삼고 있다(UNESCO, 2000: 8-10). 특히 이전과 다르게 새롭게 추가된 목표는 학습성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교육의 질(quality)이었다(최수향, 2019: 127). <로드맵>은 이러한 교육의 질적 제고 방향을 수용하며 예술 학습 및 예술을 통한 학습(in/through)으로 학습에 대한 관심과 능동성을 제고하는 것을 주요 방향으로 설정했다(UNESCO, 2006: 6). <서울 어젠다>는 <로드맵>과의 연속선 상에서 후속적 규범이자 실행 전략의 의미로 도출되었다.
이에 비해 <프레임워크>는 「유네스코 헌장」과 「지속가능발전목표 SDGs」를 비롯하여, 1948년부터 2023년까지 발표된 문화 및 교육 영역의 선언문과 협약 문서 20여 개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 이 중 「교육 2030: 인천선언」은 포용적이고 공평한 양질의 교육과 모두를 위한 평생학습의 기회를 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다카르」에서 더 나아가 교육 기회의 보장 범위를 넓히고 교육의 질적 수준을 보다 강조한다. 핵심가치는 형평성과 포용성 및 교육의 질적 수준과 합목적성을 제고하기 위해 교육 체계를 강화하고 혁신하는 것을 주요 전략으로 삼고 있다(UNESCO, 2015: 16-21). 특히 목표7에서 세계시민교육(GCED)을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교육(ESD)과 긴밀하게 연계함으로써 세계시민교육 담론을 글로벌 이슈로 끌어올리는데 기여했다고 평가받는다(정기오, 2016). 또한 2022년에 개최된 「세계문화정책회의(MONDIACULT) 멕시코 선언」은 문화가 글로벌 공공재(Global Public Good)라는 것을 최초로 선언하였고 문화와 교육에 대해 평생학습, 특히 학교 및 사회를 아우르는 문화예술교육, 형식ㆍ비형식ㆍ무형식 교육 전반에 문화를 체계적으로 통합할 것을 제시하였다(UNESCO, 2022: 1-4). 또한 2015년 UN총회에서 채택되어 2030년까지 인간, 지구, 번영, 평화, 파트너십 영역에서 모든 국가와 인류가 나아갈 방향성과 실천을 제시하는 「지속가능개발목표(SDGs)」와 「세계문화다양성선언」 및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와 증진 협약」도 배경적 논의에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규범들은 <프레임워크>가 교육의 혁신, 문화 표현 및 다양성, 문화의 공공적 가치, 글로벌 이슈에의 대응을 포괄하는 지향점을 설정하는 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유네스코 문화예술교육 국제규범 분석은 내용에 대한 분석과 함께 각 시기별 담론이 지니는 구조적 변화를 검토함으로써 문화예술교육을 바라보는 관점과 범주의 변화 등을 탐색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각 국제규범의 구성 및 내용에 대한 분석과 함께, 국제규범에 대한 의미연결망 분석을 통해 담론에 대한 구조적 특성과 변화를 검토할 것이다.
의미 연결망 분석은 문서 상의 단어들 간의 관계를 통해 그 구조를 검토함으로써 텍스트의 구조를 시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론이다. 이는 텍스트 내 단어들이 가지는 의미의 중요성과 문맥에 대한 연구자의 주관적 설명을 단어 간 관계를 통해 정량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하여 연구자의 해석에 보다 객관적 근거를 보완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이를 통해 중심이 되는 단어를 선별하고 그 패턴을 파악함으로써 텍스트가 담고 있는 주요한 담론의 구조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본 논문에서는 <로드맵>과 <서울어젠다> 및 <프레임워크> 등 각 시기별 편차를 두고 발표된 국제규범이 해당 시기의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가치와 중요성 및 추진전략에 대한 주요 지향점을 담았다는 전제 하에, 내용분석과 각 국제규범별 중심 단어를 의미 연결망 분석을 병행함으로써 정성적 해석과 확인을 통해 보다 객관적인 분석 결과를 도출하고자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시기별로 문화예술교육에 대해 중심적인 가치와 주요 전략 및 시간에 따른 변화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려 한다. 이를 바탕으로 문화예술교육 국제규범의 의의와 국내 문화예술교육 정책에의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III. 연구방법
분석대상은 유네스코가 발표한 세 개의 국제규범을 대상으로 하며, 각 규범의 구성과 지향점을 분석하는 내용 분석과 각 규범들의 단어와 단어 간의 관계망을 분석하는 의미연결망 분석방법을 활용하여 진행한다. 내용 분석 시에는 각 국제규범의 원문과 함께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등에서 공개한 번역본도 함께 참조하여 분석함으로써 한국어 용어를 최대한 번역본의 용어와 일치되도록 하되 일부 내용의 경우에는 이해의 용이성을 위해 연구자가 의역하여 검토하였다.
의미연결망 분석 시에는 각 국제규범의 영어 원문을 대상으로 한다. 각 국제규범은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나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한글번역본을 공개한 바 있으나 번역 과정에서 원 자료가 지닌 본래의 의미가 잘 드러나지 않거나 자칫 용어가 다르게 해석되고 동일한 용어를 맥락에 따라 다르게 의역한 경우도 있다는 점에서 영어 원문을 통해 그 의미의 오역을 막고자 한다. 또한 <로드맵>의 경우 후반의 뒷부분에 해당하는 ‘VII. 권고사항’은 당시 국가별 사전회의에서 논의된 고려사항 등을 모은 내용이다. 각 국제규범의 핵심적인 지향점을 검토하는 내용분석 과정에서는 이 권고사항 부분은 제외하여 분석하되 의미연결망 분석에서는 포함함으로써 다양한 개념(단어) 간 영향력을 폭넓게 확인하고자 한다. 또한 <로드맵> 참고자료의 사례 부분은 그 특수성이 전체 의미연결망 분석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고려하여 분석대상에서 제외하였다. <로드맵>과 <서울어젠다> 및 <프레임워크>의 영어 원문은 유네스코 디지털 라이브러리에 게시된 영문본을 활용하였다.
본 논문은 각 국제규범이 문화민주주의적 가치를 어떠한 측면에서 반영하고 있는지를 검토하기 위해, 앞서 문화민주주의에 대한 이론적 논의에 근거하여 설정했던 네 가지 분석 차원을 바탕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즉 학습자 중심성, 문화예술의 다양성, 교육방식의 비위계성 및 다양성, 일상 및 사회적 삶과의 관계성이 그것이다. 이를 위한 분석 방법 중 먼저 내용 분석은 <로드맵>, <서울어젠다>, <프레임워크>에 대해 문서의 구성을 검토하고 내용에 나타나는 지향점을 검토할 예정이다. 의미연결망 분석은 넷마이너5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빈도 및 중심성 분석과 군집분석을 통해 그 구조적 특성들을 검토하고자 한다.
의미연결망 분석을 위해 각 문서의 영문본에 대해 우선 숫자가 아닌 자연어 처리를 위한 텍스트 전처리 작업과 데이터 추출을 실행하였다. 각 문서를 단어 기준의 단위 작업을 한 후 이들 문서를 위한 별도의 사전을 구성하여 적용하고2) 이렇게 정돈된 데이터로 단어별 빈도 수를 도출하고 단어×단어 행렬 데이터를 추출하여3) 중심성 분석(연결중심성, 매개중심성, 아이겐벡터중심성, 페이지랭크중심성)4) 및 군집분석(Louvain)을 실시했다. 핵심 개념 중심의 명료한 비교를 위해서, 중심성 결과는 상위 30위에 해당하는 단어들을 중심으로 제시하고, 군집분석은 문서 간 유사한 규모의 상위 단어로 비교하기 위해 앞서 단어 길이 및 동시출현 빈도와 문서별 최소출현 빈도를 적용하여 도출된 데이터인 <로드맵> 102개, <서울어젠다> 88개, <프레임워크> 93개의 단어로 분석하여 검토하였다. 이와 같이 각 국제규범 문서에서 주요 단어를 도출하고 수치화 및 가시화한 의미연결망 분석결과를 통해, 내용 분석에서 검토한 핵심 지향점을 확인하고자 한다.
IV. 연구결과
2006년에 발표된 <로드맵>은 ‘21세기를 위한 창의적 역량 구축’을 부제로 설정하고, 창의성 등 역량을 구축하는 데에 예술교육(arts education)의 기여도를 강조하며 이를 위한 옹호와 지원 필요성을 중심으로 한 전략을 밝히고 있다. <로드맵>의 주요 내용을 개괄하면 <표 2>와 같다.
핵심 논지는 일반 교육의 질적 향상이 중요하며 예술교육이 기여할 수 있고 교육시스템에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점에 있다(UNESCO, 2006: 3-6). 이에 예술교육의 공간과 학습자는 주로 학교와 어린이ㆍ청소년이며, 교육주체 역시 교사를 중심에 두고 예술가와 협업하는 방식을 강조한다. 따라서 효과적인 예술교육의 핵심전략은 공급자인 교육주체의 역량 개발(일반교과 교사의 예술 인식 확산, 예술교과 교사의 학제간 교육 강화, 예술가의 교육역량 및 교육자와의 협업 능력 향상)과 부처ㆍ지자체ㆍ학교ㆍ교사의 파트너십으로 제시하고 있다. <로드맵>이 규정하는 문화예술 범주는 주로 기존의 예술장르를 중심으로 설정하며, 예술교육 목표 중 하나로 문화 및 문화다양성의 표현 촉진이 상정되어 있으나 다양하고 적극적인 표현방식이나 대상으로서의 의미보다는 예술교육 실행의 배경적 이해 차원이거나 문화 산물들의 차세대 전수에 예술교육이 기여할 수 있다는 정도에서 언급된다(UNESCO, 2006: 6-7). 사회이슈와 예술교육 간의 연계 및 교육대상 확대 등은 본문 이후 권고사항 수준에서 제시되고 있다. 전반적으로 <로드맵>은 기존 교육체계에 방점을 두고 그 안에서의 예술교육 위상 제고를 주된 지향점으로 두고 있으며, 공급자(학교, 교사 등) 측면에서의 전략을 중심으로 구성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어젠다> 서문은 급변하는 세계 속에서 교육 시스템의 건설적인 변화와 창의적 인력 양성 및 사회문화적 과제 해결을 위한 예술교육의 역할을 강조한다. <로드맵>과 가장 큰 차별점이 바로 사회문화적 과제 해결을 핵심 목표(목표3)로 설정했다는 점이다.
<서울어젠다>의 주요 내용을 정리한 <표 3>에서 보듯이 예술교육 학습자 범주는 어린이ㆍ청소년 중심의 <로드맵>과 달리 전 연령층과 전 사회계층을 대폭 확장하고 특히 소수자 및 이주민 등 소외계층을 포괄하는 포용적 실행을 명시하였다. 이와 함께 평생(life-long)학습 개념을 통해 교육의 지속성을 부여하고 교육공간 또한 학교 외에 지역사회와 다양한 기관으로 확대하여 시간적ㆍ공간적 조건을 확장하고 있다. 교육내용 면에서는 디지털 등 새롭게 부상하는 예술 형식들과 다양한 문화예술적 표현들을 수용하여 매개체로서 예술 범주를 다양화한다. 교육주체의 범주에서도 뚜렷한 변화를 보이는데, 교사와 예술가를 넘어 지역사회 촉진자(community facilitators)로 확장하고, 가족 및 지역주민과 공공기관 및 민간단체 등과의 다각적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가장 큰 변화 지점은 예술교육과 사회문화적 이슈 간의 적극적인 연결이다. 사회의 창의적ㆍ혁신적 역량, 사회문화적 복지, 사회적 책임과 통합, 문화다양성과 다른 문화와의 교류, 평화와 지속가능발전 등 국가 혹은 초국가적 현안에 대해 예술교육이 명확한 관점으로 실천할 것을 지향하고 있다. 즉 예술교육의 내실화를 넘어 사회적 실천행위로서의 의미를 명확히 하고 있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서울어젠다>는 <로드맵>과 마찬가지로 교육체계의 변화를 염두하되, 학습주체의 포용성, 다양한 공간과 예술표현 등 물리적ㆍ내용적 접근성을 높임으로써 수요자 중심의 관점을 보여준다. 또한 질적 제고 방안으로 교육주체의 전문성 강화 외에 지역적 맥락(지역의 수요, 인프라, 문화적 맥락)을 반영하는 탈중앙적 관점 역시 드러난다. 그 외에도 문화다양성과 문화간 대화, 창의적 시민성, 국가ㆍ초국가적 사회현안의 해결 역량을 갖추는 데에 예술교육의 기여 가능성을 명시함으로써, 교육적 가치를 넘어 사회문화적 가치로 확장하고 있다.
<프레임워크>가 <로드맵> 및 <서울어젠다>와 차별화되는 가장 직접적인 측면은 제목의 변화이다. 즉 기존의 ‘예술교육’이 아닌 ‘문화예술교육(culture and arts education)’으로 명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교육의 범주와 지향가치가 이전 국제규범에 비해 크게 확장되었음을 시사한다. <프레임워크>는 문화예술교육의 개념으로 “문화 및 예술적 표현과 더불어 문화와 예술에 대해(about), 문화예술을 활용하여(with), 그리고 문화와 예술을 통해(through) 배우고 가르치는 것을 포함”한다(UNESCO, 2024: 3). 또한 “예술을 포함하는 문화를 교육의 도구, 접근방식, 공부ㆍ연구ㆍ실천의 한 분야로 상정”한다(UNESCO, 2024: 3). 이는 단순한 표현 결과물로서의 문화예술뿐 아니라 교육의 내용ㆍ방식ㆍ도구로서 총체적으로 활용되는 학습으로 규정함으로써 협의의 예술교육을 넘어선 광범위한 확장을 명확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프레임워크>는 앞서 살펴보았던 다양한 국제 선언 및 협약 등과의 맥락적 연계성 속에서 그 취지를 설명한다. 서문을 통해 교육의 형평성, 포용성, 질적 제고는 물론이고 예술 참여ㆍ향유 권리, 인권, 평화, 세계시민의식, 지속가능성 등에 대한 문화의 기여를 강조한다. 특히 ‘문화’의 가치와 사회적 의미를 강조하는 별도의 단락을 구성하여 문화가 지니는 다양성과 포용성의 성격을 포함하여 기술함으로써,6) ‘예술’ 중심으로 구성된 <로드맵> 및 <서울어젠다>와 결을 달리하고 있다. <프레임워크>의 주요 내용은 <표 4>와 같다.
<프레임워크>는 서문에 밝힌 지향가치를 본문 전반에 반영하고 있다. 이는 먼저 위의 표에서 IV장의 전략목표에서 보듯이 접근성ㆍ포용성ㆍ형평성, 맥락성, 문화다양성, 비판적 참여, 환경ㆍ기술ㆍ지속가능성ㆍ제도화 등을 키워드에서 확인된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학습자를 특정 계층에 한정하지 않고 모든 학습자(all learners)로 규정하며, 특히 문화예술교육 접근이 취약한 계층으로 그 대상을 구체적으로 열거(원주민, 장애인, 난민ㆍ이주민ㆍ실향민ㆍ무력분쟁 피해자ㆍ위기에 처하거나 재난 상황에 놓인 학습자 등 불우하고 빈곤하며 취약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하여 이들의 접근성을 강조한다. 더불어 디지털기술을 활용하여 학습자 간 격차를 해소하여 다양한 학습자의 포용과 기회 확대를 제시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접근성 제고 외에 전생애 및 범생활(lifelong and lifewide)적 학습을 기본원칙으로 삼는다. 교육공간의 범위는 전통적 문화예술시설 외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개방된 공간으로 넓히고, 교육방식은 학교교육 외에 형식ㆍ비형식ㆍ무형식 등 모든 형태의 평생교육 방식을 제시함으로써 학습의 지속성과 함께 일상공간에서 접근가능한 편재(遍在)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문화ㆍ예술에 대한 관점 역시 전통적인 예술 중심의 지식이나 기량 교육과 거리를 두고, 교육 도구 및 실천 방식으로서의 활용 가능성에 주목한다. 고급예술과 대중예술(문화산업) 구분을 넘어 예술 표현 간의 위계를 파기하고(UNESCO, 2024: 5), 포용성과 다원주의가 향상된 사회를 위한 다양하고 고유한 문화예술과 문화적 실천을 중시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세계의 다양한 지역 문화 및 표현물, 고유의 지식 생성과 행동의 방식, 언어적 다양성까지 포함함으로써 ‘문화’예술교육으로서의 지향을 명확히 보여준다. 나아가 간학문ㆍ다학문ㆍ초학문적 접근방식과 방법을 통해 문화다양성, 인권, 사회적 결속, 분쟁 대응 등 거시적 사회 이슈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데에도 문화예술교육의 역할이 존재한다고 보았다.
교육주체 측면에서는 교사와 예술가 외에 문화 및 타 분야 인력과의 협력 필요성을 제시한다. 즉 문화 전문가 및 실무자(cultural professionals and practitioners)를 교사 및 예술가와 동등하게 인정한다. 이들 외에도 무형유산 보유자, 지역조직, 학습자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주요 관계자(critical actors)로 참여하도록 함으로써 다양한 교육자 간, 교육자와 학습자 간의 수평적인 관계와 협력을 독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리하면 <프레임워크>에서 문화예술교육은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다양한 문화예술을 포괄하여 시간적 연속성과 공간적(일상적) 접근성을 담보할 수 있는 여건에서 삶 전반에 걸쳐 보편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를 통해 복합적인 거시적 사회이슈에 대한 인식을 일깨우고 개인과 사회적 차원에서 참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하며 이를 위해 다양한 영역과 주체들의 협력체계로서 문화예술교육 생태계 구축을 시사하고 있다.
의미연결망 분석에서는 각 국제규범들에 주로 출현한 용어를 분석하기 위해 가장 많은 빈도 수를 보인 단어들을 검토하고, 의미연결망 중심성 및 군집 분석을 통해 각 문서별 차이점과 의미의 변화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출현 빈도가 상위 30위 내에 포함된 단어들을 대상으로 각 규범별로 간략하게 비교하면 <표 5>와 같다. 규범의 문서명에서 확인되듯이 <로드맵>과 <서울어젠다>는 예술(art)과 교육(education)이, <프레임워크>는 교육(education), 문화(culture), 예술(art)이 최상위 빈도를 보이고 있다. <로드맵>은 교사ㆍ예술가ㆍ학교(teacher, artist, shool)가 다른 규범에 비해 20위 이내에 상위 단어로 등장하고 있는 것에 비해, <서울 어젠다>는 공동체ㆍ학습자ㆍ학교(community, learner, school)가 핵심 단어로서 상위를 점하고 있다. 이 중 학습자(learner)의 경우에는 <로드맵>의 경우 42위의 빈도를 보였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프레임워크>에서도 학습자와 공동체가 상위의 빈도를 보였고 이전 규범들에서는 없거나 낮은 순위였던 다양성(diversity)과 지속가능(sustainable) 단어가 높은 빈도를 보였다. 학교를 중심으로 교사와 예술가 협력의 교육체계를 강조한 <로드맵>과 학교 외에 지역사회에서의 교육을 함께 강조하며 다양한 학습자를 상정했던 <서울어젠다>의 특성이 확인된다. <프레임워크>는 문화예술교육의 학습자의 확대와 문화다양성, 사회 현안과 대응을 강조했던 지향을 반영한 단어들이 상위 순위 등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로드맵>의 상위 주요 단어에 대한 연결중심성, 매개중심성, 아이겐벡터중심성, 페이지랭크중심성을 산출한 결과는 <표 6>과 같다. 모든 중심성에서 예술(art)과 교육(education)의 값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 <로드맵>에서 예술교육의 명확한 주제어로서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교사(teacher) 역시 모든 중심성에서 상위권(4~5위)에 해당하고 교육적(educational)도 매개중심성은 약간 낮으나 나머지 세 중심성에서는 10위권 내에 속하여 영향력이 높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유사하게 학교(school)도 다소 낮은 순위이긴 하나 매개중심성을 제외한 세 중심성에서 중상위권을 차지한다. 이들 교사, 교육적, 학교라는 단어들을 통해 <로드맵>이 주요 교육범주로서 ‘학교’ 문화예술교육을 강조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장려ㆍ촉진(encourage)과 사회적(social)의 경우에는 연결중심성이나 페이지랭크중심성보다 매개중심성에서의 순위가 높게 나타나고 있어 전체 빈도는 낮을 수 있으나 맥락적으로 중개하는 도구로서 사용된 단어들이다. 사회적(social)과 마찬가지로 공동체(community) 및 사회(society) 등 “사회적 측면”과 관련한 단어들은 주로 타 중심성에 비해 매개중심성이 높아 핵심 개념으로서의 의미보다는 매개 역할로서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외에 개발ㆍ발전(develop) 역시 모든 중심성에서 높은 순위를 보이고 있고 지식(knowledge)도 매개중심성을 제외하면 6위로 높은 중심성 값을 지니고 있음이 확인된다.
<로드맵>을 군집 분석(Louvain)을 통해 긴밀하게 연결된 단어들 간의 관계를 살펴보면 다음 [그림 1]과 같다. 위 중심성 검토에서와 마찬가지로 예술(art)과 교육(education)은 가장 중심이 되는 군집1(cluster 1) 내에 강하게 연결되어 있고 양질(quality) 및 창의성(creativity) 등의 단어 역시 해당 군집에 포함되어 예술교육의 이행과 그 방향에 대한 논의들이 관련성을 가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우측의 군집4는 교사(teacher), 학교(school) 및 예술가(artist)가 주요 단어를 구성하고 교육자(educator), 학생(student)이 해당 군집에 속하면서 학교 문화예술교육과 관련된 교육주체와 학습주체의 군집을 형성하고 있다. 군집2는 문화적(cultural)과 예술적(artistic) 단어를 중심으로 표현(expression), 교육적(educational) 등의 단어들과 묶여 예술교육의 의의를 수사적으로 설명한 내용들로 구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 외에 공동체(community)을 중심으로 하는 군집6이 구성되어 있으나 주변적인 위상에 머물고 있어 학교 중심의 예술교육을 강조한 지향점을 확인할 수 있다.
<표 7>에서 보듯이 예술(art)과 교육(education)은 가장 핵심적인 단어로 나타나 <로드맵>과 유사한 결과를 보인다. 그러나 <로드맵>에서 주요한 단어로 나타났던 교사(teacher), 교육적(educational), 학교(school)는 <서울어젠다>에서는 학교(school)을 제외하고는 매우 낮은 순위를 보이거나 30위 내에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는 <로드맵>에 비해 학교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강조가 상대적으로 감소했다고 볼 수 있는 지점이다. 문화적(cultural)과 사회적(social) 및 공동체(community) 등 사회적 확장성을 의미하는 용어들은 연결중심성과 매개중심성 및 페이지랭크 중심성에서 30위 중에서 중간 이상의 값을 보이는 주요 단어이며, 아이겐벡터 중심성에서는 상위 30위 단어에 등장하지 않고 있어 최상위 핵심 단어보다는 그 주변 단어들을 폭넓게 연결해주는 단어로서의 역할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로드맵>과 다르게 새롭게 등장하면서도 높은 중심성 값을 보이는 단어는 다양성(diversity)으로, 아이겐벡터중심성에는 없으나 나머지 세 중심성에서는 각각 7위, 6위, 12위의 위치를 점하고 있다.
<서울어젠다>의 군집분석7) 결과인 [그림 2]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로드맵>과 유사하게 예술(art)과 교육(education)을 중심으로 하는 군집1을 중심으로 구성되는 형태를 보인다. 그러나 <로드맵>에서 학교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던 군집은 여기서는 나타나지 않는다. 대신 공동체(community)와 학교(school)로 구성된 군집7, 그리고 문화적(cultural)과 사회적(social) 및 예술적(artistic)으로 모인 군집4가 형성되어 학교 및 사회의 요인들이 결합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문화예술교육의 사회적 관점이 <서울어젠다>에 등장했고 학교-사회 간 연계를 언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프레임워크>에 대한 주요 단어의 중심성을 살펴보면 <표 8>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예술(art), 교육(education), 문화(culture) 그리고 문화적(cultural)이 네 가지 중심성 모두에서 최상위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 외에 상위 순위를 차지하는 단어들을 살펴보면 <로드맵>과 <서울어젠다> 간 일부 단어들이 유사한 것에 비해 <프레임워크>는 이와는 달리 새로운 단어들의 등장이 눈에 띈다. <서울어젠다>부터 나타난 다양성(diversity)은 여기서도 발견되지만, 표현(expresseion), 지속가능(sustainable), 무형식적(non-formal) 등은 이전과 다른 <프레임워크>의 서문과 목적 및 전략 목표에서 언급되는 지향성을 확인시켜준다. 앞서 내용 분석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문화표현의 다양성과 표현의 자유, 지속가능성에 대한 문화의 기여와 지속가능한 미래의 형성, 형식(formal)과 비형식(informal) 학습을 비롯하여 무형식(non-formal) 학습을 아우르는 범위 설정 등의 내용이 그것이다.
군집 분석의 결과인 [그림 3]에서는 <프레임워크>의 가장 핵심 단어인 문화(culture), 예술(art), 교육(education)을 중심으로 하는 군집1이 구성되어 있다. 전체 군집별 특성을 살펴보면 문화예술교육과 사회적 이슈 및 전지구적 관점을 연계하여 접근하는 <프레임워크>의 특징을 보여준다. 군집4의 경우 문화적(cultural)을 중심으로 다양성(diversity), 표현(expression), 실천가(practitioner), 전문가ㆍ전문적(professional), 창의적(creative) 등으로 구성되어 문화 다양성과 표현 및 이를 위한 교육주체 및 학습주체를 포함하는 의미를 보여준다. 군집5는 학습(learn)과 교육적(educational)이 중심이 되어 있으나 공동체(community), 장소(space), 무형식(non-formal), 비형식(informal), 경험(experience) 등과 결합된 군집으로, 학교 및 사회의 경계를 구분하지 않고 다양한 방식과 형태를 포괄하는 학습이라는 논지를 강조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군집9는 지속가능(sustainable), 사회적(social), 발전ㆍ개발(develop), 포용적(inclusive), 경제적(economic) 등 지속가능한 사회ㆍ경제 발전을 위한 전략이 또 다른 주요한 지향점임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프레임워크>는 현재 문화예술교육 영역을 비롯한 전 사회적 큰 흐름인 디지털기술의 확산이 별도의 독립적인 군집6으로 구성되어 나타나며 이 역시 <로드맵>이나 <서울어젠다>와 차별적이면서도 시의성을 지니는 논지임이 확인된다. 정리하자면 <프레임워크>는 문화예술교육, 문화다양성과 표현, 다양한 형태의 학습, 지속가능한 사회, 디지털기술에의 대응을 포괄하는 지향점을 향후 문화예술교육의 방향과 전략으로 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V. 결론 및 시사점
이상에서 살펴본 내용 분석과 의미연결망 분석을 통해 <로드맵>부터 <서울어젠다>와 <프레임워크>의 분석결과를 앞서 설정했던 네 가지 분석 차원에 따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문화예술교육에의 접근성은 학습자 범주의 설정과 포괄 범위에서 뚜렷한 진전을 보인다. <로드맵>이 학교 중심의 어린이ㆍ청소년을 주 대상으로 삼았다면 <서울어젠다>는 전 연령대외 소외계층을 포함한 모든 학습자로 그 범위를 확장하며 보편적 관점을 반영했다. <프레임워크>는 여기서 더 나아가 배제된 학습자들이 처한 구체적 환경을 세부적으로 열거하며 대상을 구체화했다. 이는 학습자에 대한 당위적이고 형식적인 포괄성이 아니라 학습자를 추상적이고 평균적인 대상으로 보는 관점을 넘어 그들이 처한 맥락과 장애요인을 인식하게 함으로써 보다 진전된 학습자 중심의 관점을 보여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로드맵>과 <서울어젠다>에 비해 <프레임워크>는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개인적인 창의적 역량과 함께 사회문화적 가치의 인식을 비중있게 다루며 강조한다. 아래 <표 9>는 본문 곳곳에 언급된 인식의 변화와 실천적 역량을 총괄하여 다음과 같이 수행적ㆍ관계적ㆍ문화적ㆍ참여적 역량으로 범주화하여 정리한 것이다.
이러한 역량의 강조는 결국 학습자라는 개념을 넘어 참여자, 더 나아가 시민으로서의 역능화(empowerment)를 지향하며 문화예술교육을 시민성 교육으로 재구성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를 통해 시민들이 삶의 주체성을 회복하고 시민으로서 사회적 참여와 실천으로 연결할 수 있는 실행 가능성을 촉구하는 것이다.
(문화)예술교육의 내용적 범위와 교육매개물에 대한 범주 또한 최근 국제규범으로 올수록 크게 확대되는 양상을 보인다. <프레임워크>는 문화와 예술을 단순한 교육의 소재로 한정하지 않고 이를 매개로 다양한 개인적ㆍ사회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본다. 이에 따라 기존의 장르예술을 넘어 다양한 문화적ㆍ창의적 표현물과 문화산업 분야를 포괄한다. 이러한 다원성(plurality)은 예술장르의 위계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전제로 하며 모든 문화적 표현의 가치를 인정하는 문화민주주의적 관점과 맥이 닿아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프레임워크>는 교육방식에 있어서도 형식 교육뿐만 아니라 비형식교육 및 무형식 교육을 아우르는 다각화를 제안한다. 이는 전문적인 문화예술시설이나 교육시설 외에 학습자의 삶이 영위되는 일상의 공간으로 교육 환경을 확장하려는 시도이다. 이와 같은 교육공간의 외연적 확장은 물리적ㆍ심리적 접근의 진입장벽을 해소함과 동시에, 각 공간 특유의 자원을 활용하며 유연한 기획과 자유도 높은 실천이 이루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이 점에서 뒤에서 살펴볼 세 번째 분석 차원인 교육방식의 다각화와도 연결된다. 결국 문화예술의 경계를 확장하고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수용하며 문화적 다원성과 사회적 삶과의 연계성을 중시하는 지향점은 교육실행의 구체적인 전략 내에 문화민주주의가 지향하는 가치가 구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교육자의 범위 역시 확장되고 다변화되는 양상을 보이는데 <프레임워크>로 올수록 폭 넓은 영역과 다양한 경험을 보유한 주체들을 포괄하고 있다. 이는 교육자라는 한정된 역할을 넘어 문화예술교육의 매개자라는 개념으로 이들을 재정의하는 것이 타당함을 시사한다. <로드맵>이 학교 교사(예술 및 일반교과)와 이에 협력하는 예술가를 주된 교육주체로 설정했다면 <서울어젠다>는 지역사회의 예술교육 촉진자(facilitator)를 추가하여 그 외연을 넓혔다. 나아가 <프레임워크>에서는 문화 전문가 및 실무자(cultural professionals and practitioners)와 유산 보유자, 커뮤니티 조직 관계자까지 교육주체로 수용하고 있다. 이러한 주체의 다원성은 문화예술교육 범주에 ‘문화’를 포함하고 문화다양성 접근을 강조하는 <프레임워크>의 기본 관점을 명확하게 반영한다. 앞서 두 번째 분석차원에서 살펴본 형식ㆍ비형식ㆍ무형식 교육을 포괄하는 교육방식이나 일상의 다양한 공간을 교육공간으로의 확장성 역시 고정된 교육 형식을 탈피하여 다양한 맥락에서 문화예술교육을 실천함으로써 교육방식을 더욱 유연하게 변화시킬 수 있음을 의미한다. 즉 다양한 배경을 지닌 매개자들이 삶과 밀착된 공간에서 시행하는 문화예술교육은 필연적으로 내용적 확장성으로 귀결된다. 결과적으로 문화민주주의적 가치가 투영된 교육매개물의 다원성, 매개자의 다양성, 접근방식의 일상성 등은 문화예술교육의 내용적 경계를 허물고 다층적 관점을 공유하는 교육 현장의 토대가 될 것이다.
문화예술교육을 일회성 체험이 아닌 지속적이고 일상적인 활동으로 보는 관점은 접근 방식의 근본적인 차이를 만든다. 학교 예술교육에 집중했던 <로드맵>과 달리 <서울어젠다>는 지역사회 기반의 평생학습을 주요 논지로 도입했으며 <프레임워크>는 생애주기별 지속성(lifelong)과 더불어 일상의 모든 공간에서 접근가능한 편재성(lifewide)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시공간적 확장성은 생산적 활동을 위한 도구적 학습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삶 속에서 문화적으로 풍요로운 일상을 영위하고 생활양식 자체로 내면화하는 일상화 차원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다.
또한 <로드맵>에서 <서울어젠다>를 거쳐 <프레임워크>에 이르기까지 ‘예술교육’은 ‘문화예술교육’이라는 포괄적 개념으로 정립되었으며 그 지향점 또한 개별 교육적 관점에서 사회문화적 가치의 실현으로, 나아가 초국적 이슈에 대한 공감과 공동실천의 관점으로 확장되었다. 결론적으로 예술교과로서 교육체계 내의 기여 가능성을 환기한 <로드맵>에서 시작하여 학교와 커뮤니티를 연결하며 사회적 가치 실현의 영역을 확보한 <서울어젠다>를 지나서 인권ㆍ포용ㆍ지속가능을 위한 사회문화적 역량 증대 및 세계시민으로서 상호이해와 실천을 촉구하는 <프레임워크>로 문화예술교육의 의미와 역할은 강화되어 왔다. 이는 문화예술교육이 동시대의 한계를 극복하고 미래를 재구성하는 핵심적인 동력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8)
이상의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국내 문화예술교육 정책에 갖는 시사점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학습자에 대한 관점의 변화가 필요하다. 국내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이들을 단순히 일방적인 지식 전달의 수혜자로 인식하지 않은지는 오래 되었지만 이들은 참여자이자 한걸음 더 나아가 주체적인 시민으로서도 재인식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개인이 주체적인 삶을 발견하도록 지지하고 타인과의 연대와 효능감을 바탕으로 더 나은 사회를 향해 나아갈 때의 대상이자 주체이기 때문이다. 그간 국내 문화예술정책은 소외계층 대상으로 문화예술적 경험을 확대하거나 전 생애주기별로 문화예술적 경험을 다양화하는 등 주로 학습자의 접근성 및 경험 제고 차원의 정책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여전히 국민의 문화예술교육 경험률을 10% 초반대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서(문화체육관광부, 2024) 이러한 방향성은 여전히 유효할 것이다. 그러나 문화예술교육의 가치가 개별 시민의 삶과 보다 다각적으로 연결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증명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문화예술교육이 지니는 가치가 일상적으로 연계될 수 있다는 점과 사회적 가치와 연결하는 시도를 보다 확대하고, 더 나아가 다양한 시민교육적 측면의 한국적 의미를 재구성하고 이를 반영한 전환적 기획 역시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확장되는 문화예술의 범주와 방식에 발맞추어 문화정책 내 하위 영역 간의 경계를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 문화예술의 범위는 장르예술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적ㆍ창의적 표현물 등을 포괄하고 있으며 장르 간 연계 및 디지털 기술환경은 이러한 변화를 가속시킬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프레임워크>가 제안하는 교육방식과 교육공간 및 교육주체의 다각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한다면 정책 간 연계 및 재구성은 필수적이다. 이러한 변화를 국내 문화정책 관점에서 보면 그동안 문화예술교육과 별개의 영역으로 추진되어 온 지역문화ㆍ생활문화 정책과의 현재의 경계가 여전히 유효한지 재검토해야 한다.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문화예술활동을 고려할 때 현재의 정책 간 물리적 구분은 점차 실효성을 잃고 있으며, 오히려 학습자의 일상적 삶을 중심으로 이들을 보다 유기적인 관점에서 재구성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간 국내 문화예술정책에서 문화예술교육과 지역문화 및 생활문화 정책은 제도적(법적)으로 구분하여 추진되었고 각각의 정체성과 차별성을 고민하며 모호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최보연, 2017: 147-152). 최근에는 그간 구분해왔던 영역을 통합하는 등 재편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9) 이러한 움직임이 어떠한 정책방향과 전략을 염두하여 진행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단순히 정책 실행의 효율성에 근거해서는 안될 것이며 문화예술교육과 지역문화 등에 대한 동시대의 의미와 지향 가치에 기반하여 독자성과 연계성에 대한 논의 및 현장 상황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방향을 설정하고 단계별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앞서 언급한 학습자에 대한 관점의 변화와 다양한 문화정책 간 재구성은 문화예술교육을 실행하는 매개자의 인식과 경험 및 역량의 차원으로 이어지며, 이들의 인식과 역량을 뒷받침할 다양하고 새로운 지원이 기획되어야 한다. 문화예술교육 정책은 주로 이들 매개자 혹은 매개단체 지원을 통해 현장을 만들어가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왔다.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새로운 관점과 실행은 매개자가 어떠한 관점을 지니느냐가 중요한 기제로 작용한다. 현재도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연수와 연구 기회가 제공되고 있으나 이것이 교육실행과 유기적으로 연결된 지원방식으로 지속적인 경험이 축적될 수 있는 구조로 보다 강화되어야 한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문화예술교육 전문연수원 구축을 진행 중으로, 그간 일부 예산으로 매개자 연수를 지원하던 것에서 보다 체계적이고 주요한 업무영역으로 확장하는 단계에 있다. 연수와 연구 및 실행을 통합적으로 접근하여, 교육현장이 단순한 프로그램 운영을 넘어 의미있는 실천과 경험 축적의 장이 되는 선순환 구조가 될 수 있도록 지원방식의 확장 및 재설정이 필요한 때다.
넷째, 국제규범이 최근으로 올수록 강조하는 일상 및 사회적 삶과의 관계 확장은 정책적으로 볼 때 결국 지역에서의 문화예술교육이 얼마나 안정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될 수 있는가와 직결된다. 국내 문화예술교육 정책은 정책 초기부터 지역별 추진체계(지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구축을 통해 지역 내에서 활성화되는 문화예술교육을 기획했다. 이와 함께 중앙정부와 지역의 관계기관 간 연계 및 예산 지원의 방식으로 실행해 왔고 2020년부터 중앙의 예산을 이관 및 이양하면서 본격적인 지역 주도의 문화예술교육 활성화를 도모한 바 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현재 지역 문화예술교육의 예산과 사업은 오히려 감소 추세이며 추진체계의 불안정성 또한 심화되고 있다(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2025b: 37-40).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역 내의 추진체계와 재원 확보 및 다양한 관계자들 간의 협력으로 구성되는 생태계적 정책 설계가 보다 현실적으로 구성될 필요가 있다.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지역문화예술교육이 실질적인 안정성을 확보하고 활성화될 수 있도록 이제 새로운 역할을 모색해야 한다. 중앙과 지역 간 파트너십에 기반한 상호 협치의 체계와 실행 내용을 재구성할 때 비로소 일상과 사회적 삶에서의 지속가능한 문화예술교육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인구와 환경, 지역 및 기술 등 사회적 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전 지구적 위기 상황은 동 시대에 문화예술교육은 무엇이어야 하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유네스코의 문화예술교육 국제규범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여 그 지향가치와 추진전략을 갱신해 왔으며 그 흐름 속에 문화예술교육의 주체들과 방법론 및 가치의 변화를 반영해 왔다. 이러한 변화는 국제적인 규범의 수립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주체 및 과정이 지니는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현재 문화예술교육은 각 개인이 문화예술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향유할 뿐만 아니라 동시대의 사회적 이슈를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실천에 참여하는 능동성을 인식할 상황임을 시사한다. 따라서 동시대 문화예술교육의 지향점은 다양성, 참여 그리고 사회적 삶과의 연계를 핵심으로 하는 문화민주주의적 맥락에서 재검토될 수 있다. 초국가적 이슈가 일상의 영역에서 직접 체감되는 현 시점에 이러한 인식이 글로벌 차원에서 문화예술교육 국제규범으로 선언되었다는 점은 시의적절하다. 이는 문화예술교육이 개별 국가를 넘어 지속가능한 미래를 구축하기 위한 보편적인 권리이자 필수적인 가치로 인식되어야 함을 시사하며, 향후 국내 문화예술교육 정책과 현장에 새로운 전환과 실천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