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국민들이 문화유산을 향유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이를 더 잘 활용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해지고 있다(문화재청, 2022). 하지만 문화유산의 보존과 관광자원 활용은 서로 별개의 건이 아니라 동시에 조화롭게 추구되어야 한다(김현기·최종현·한주형, 2018). 문화재는 현세대와 미래세대 모두를 위해 가치를 보존함과 동시에 문화재에 대한 이해와 지지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되어야 하는데(McKercher & du Cros, 2002), 특히 주민의 삶 속에 있는 문화재의 경우 지역주민의 능동적인 관심과 참여가 있어야 일상에서 보존관리가 가능해진다(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2020).
국가지정문화재의 ‘사적의 지정명칭 부여에 관한 일반지침’에 따라 ‘서울풍납동토성’, ‘서울몽촌토성’으로 정리되었다(이하 ‘서울 풍납동 토성’은 풍납동 토성으로 ‘서울몽촌토성’은 ‘몽촌토성’이라 함). 풍납동 토성은 서울의 정도(定都)로서 2천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문화유산이다(송파구청, 2023). 하지만 주민들은 문화유산으로 인해 재산권 침해를 받고, 상대적으로 낮은 부동산 가격과 낙후된 주거환경으로 박탈감과 소외감을 느끼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지역에서만 토지 보상이 이루어지면서 갈등은 심화되었다. 한성백제기 문화유산인 풍납동 토성은 유적의 일부가 무단 훼손되어 발굴 작업이 중단되었으며, 55%의 주민이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반대하였다(헤럴드경제, 2015). 이에 반해 같은 유형의 문화재인 몽촌토성의 경우는 주민과의 갈등 없이 1984년 올림픽공원으로 착공되어 잘 보존·관리되고 있다. 따라서 백제 관련 역사유적의 두 사례에서 나타나는 주민의 지지 차이에 주목하여 주민과 문화유산 보존관리(cultural heritage management)의 관계를 분석하고자 한다.
연구의 목적은 Mckercher & du Cros(2005)의 7단계 관계성 모형(seven-step relationship model)을 활용하여, 도심 거주지에 존재하는 문화유산 구역인 풍납동 토성과 몽촌토성의 사례를 통해 문화유산의 보존관리와 주민과의 관계를 분석하려는 것이다. 풍납동 토성의 보존 및 활용은 문화유산의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일반 주민이나 관광객에게 해당 토성 본연의 가치와 본질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또한 효과적인 관광자원 개발로 낙후된 도시 이미지를 회복하고, 도시 전체의 재생 작업으로 연결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본 연구는 문화유산과 주민과의 관계의 의미와 필요성, 역할에 대한 정책적, 실무적 시사점을 도출할 것으로 기대한다.
II. 이론적 고찰
Mckercher & du Cros(2002, 2005)는 관광을 개발하려는 집단과 문화재를 보존하려는 집단 간의 관계성을 크게 7단계로 나누어 연구하였다. 해당 단계는 미성숙도와 성숙도에 따라 구분되며, 좌측으로 갈수록 미성숙 단계이며, 우측으로 갈수록 성숙단계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7단계는 ① 거부(Denial)단계, ② 비현실적인 기대(unrealistic expectation)단계, ③ 갈등(conflict)단계, ④ 개입된 공동 관리(imposed co-mana-gement)단계, ⑤ 상호 간 병렬 공존(parallel existence)단계, ⑥ 파트너십(part-nership)단계, ⑦ 상호 간 공통 목표(cross purpose)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이때 ①번 ~ ⑥번까지의 관계성은 진화적인 관점에서 연속성 라인에 위치하지만, 상호 간 공통 목표 단계는 아웃라이어(outlier)처럼 위치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7가지 단계를 통해서 궁극적으로 관광과 문화유산보존관리의 관계가 불편하고 이질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 협업을 통한 우호적 관계로 발전되어야 함을 밝히고 있다.
7가지 단계에 속한 각각의 관계성에 대해서 세부적으로 정리하면 <표 1>과 같다. 각 단계는 시작하는 위치와 진행하는 위치가 상이하다. Mckercher & du Cros 7단계의 정의와 선·후행 관계도를 [그림 2]를 기반으로 <표 1>과 같이 정리하였다.
자료: Mckercher & du Cros(2005)의 7단계 관계성 모형을 기반으로 연구자 재작성.
거부 / 비현실적 기대 / 상호 간 병렬 공존 / 파트너십 / 상호 간 공통 목표는 관계성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단계별 시작점에서 각각의 관계성이 형성되지만 가장 빈번히 일어나는 관계성은 갈등 단계이다. 이를 통해 두 이해관계자들 간의 관계에서 갈등의 요소가 가장 많이 작용함을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또한 [그림 1]에서 보는 것처럼 상호 간 공통목표는 진화 경로에서는 아웃라이어(Outlier)처럼 있지만 [그림 2]에서는 파트너십과 갈등 관계성이 시작되는 지점으로 형성되어 있다.
[그림 2]는 7가지 관계성 모형의 흐름을 시작점 관점에서 해석하는 그림이다. 거부 단계는 문화관광 생애주기 중 첫 번째 출발점이다. 거부 단계에서는 관광이 불가하거나, 상호 간 병렬 공존 단계, 갈등 단계로 진행될 수 있다. 비현실적 기대 단계는 관광 섹터나 자산 관리 섹터 간에 발생할 수 있는 문화관광 관점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관계성이다. 이 단계를 통해서 갈등 단계로 진행되거나 상호 간 병렬 공존 단계로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상호 간 병렬 공존 단계에서는 크게 3가지의 진행 방향이 나올 수 있는 데 병렬 독립, 변화 금지, 병렬 공생 단계로 마지막 단계인 병렬 공생 단계는 두 이해관계자 간의 우호적인 협력 관계가 형성되는 단계임을 의미한다. 상호 간 공통 목표의 시작점에서는 두 이해관계자 간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다시 2가지 경로가 존재함을 보이고 있다. 두 조직 간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갈등 단계와 성숙도의 마지막 단계인 파트너십 단계이다.
Mckercher & du Cros(2005)는 특정 지역인 홍콩의 상황을 토대로 관광과 문화유산 보존관리와의 두 집단간의 관계성을 분석하였는데, 갈등 이론이 아닌 7단계 관계성 모형을 가지고 설명하였다. 이러한 7단계 모형에는 홍콩이란 나라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문화유산이 매핑되어 있다. 해당 연구에서는 파트너십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상호 간 병렬 공존 관계성 역시 효율성이 높음을 주장하고 있다. 나아가 관광과 문화유산 보존관리의 관계가 경쟁이나 상호 비판의 관계가 아니라, 점차 협력의 관계로 진행될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이러한 상호 우호적인 파트너십의 관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충분한 숙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문화유산 생애 주기와 관련하여 상호 이해관계 협의, 문화재 관리에 대한 가치 인정, 관광이 주는 유익한 점들을 상호 간에 깊이 공감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문화유산의 특성, 관광의 독립적인 성격, 문화유산 소비의 다양성을 고려하여 협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Mckercher & du Cros(2002)는 관광과 문화유산 보존관리의 속성을 기반으로 관계를 연구하였다. 이는 Budowski(1976, 1977)의 관광과 환경보전 사이의 상호작용에 관한 연구에서 비롯되었다. 관광은 자연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하며, 종종 갈등이 발생하나 서로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된다. 관광이 지역 경제와 환경 보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관광객들은 환경 보전을 지원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해당 단계를 정리하면 공존(coexistence) - 갈등(conflict) - 상생(sym-biosis) 총 3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첫 단계인 공존 관계는 관광이 환경보존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관광개발 초기 단계이다. 그리고 두 번째 단계인 갈등 관계는 관광이 환경보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단계로, 협력 관계가 아니면서 활성화되는 양상을 보이는 단계이다. 관광과 환경보존의 마지막 단계인 상생 단계는 환경보존과 관광이 상호 간의 이익을 위하여 협력하고 서로를 발전시키는 단계다. 3단계인 상생의 관계(Budowski, 1976, 1977)는 McKercher & du Cros(2002)에 이르러 관광과 문화유산 보존관리의 관계에 적용되었다.
McKercher & du Cros(2002, 2005) 연구는 문화유산 보존관리와 관광의 관계에서 균형적인 발전 방향을 탐색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들의 연구를 바탕으로 한숙영(2015)은 세계유산 보존관리와 관광 간 관계에 관한 연구를 이어 갔다. 이 연구에서는 유산의 보존관리와 관광의 관계를 7단계로 구분하여 갈등에서 협력과 파트너십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분석하였다. 이 7단계는 ‘전적으로 갈등하는 관계’, ‘초기 갈등관계’, ‘조금 성가신 관계’, ‘서로 관심 없는 관계’, ‘공존하는 관계’, ‘함께 일하는 관계’, ‘전적으로 협력하는 관계’로 구분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세계유산 보존관리와 관광 산업의 방향이 공존하는 관계에서 함께 일하는 관계로 나아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숙영(2015)은 관광과 문화유산 보존관리의 관계가 연속체상에서 진화 발전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Mekercher & du Cros(2005)의 그림을 보면 시작점(start point)이 문화유산지마다 다를 수 있고, 연구자가 제안모형으로 제시하였듯이 풍납동 토성과 몽촌토성 사례에서도 그 시작점은 전혀 다르고 얼마든지 역으로도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일상과 함께하는 문화유산 향유 활동이 보편화되면서 유산활용 측면의 중요성이 정책적으로 더 중요해지고 있다(문화재청, 2022). 문화유산은 문화재로부터 긍정적 효과 또는 영향을 얻는 모든 활용으로(류호철, 2014), 문화적 가치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관광 가치가 결정되며, 보존과 활용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적의 수준에서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이룰 수 있다(Mekercher & du Cros, 2002). 관광정책이 지속 가능하기 위한 핵심요소는 문화유산을 적절하게 활용하여 사회·문화·경제적 효용을 얻고, 지역의 문화자원으로서 가치를 창출하고 향유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한 소통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이창근, 2015). 관광과 보존 간의 균형을 위해서는 문화유산의 보존과 활용을 위한 관광 가치로서 유산의 진정성을 체험할 수 있어야 한다(김지선·이훈, 2009, 2010). 손동기(2020)는 프랑스의 사례를 분석하며 문화재 활용을 위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의 적절한 역할 분담을 제시하였다.
버틀러(Butler,1980)는 특정 장소가 시간의 흐름과 관광객의 증가에 따라 관광지화되어 가는 과정을 마케팅이론에서 제시한 제품수명주기(product life cycle)인 도입, 성장, 성숙, 쇠퇴 단계와 같이 일정한 단계적 발전 형태를 보인다고 주장하였다. 관광지를 하나의 상품으로 간주한 관광지 수명주기 모델에 의하면 관광지(destination)는 탐색(exploration), 개입(involvement), 발전(development), 강화(consolidation), 정체(stagnation)의 다섯 단계 과정을 거친 후 쇠퇴(decline) 또는 회복(rejuve-nation)을 거치는데 단계별 특징을 <표 2>로 나타냈다.
자료: 선행연구 참고하여 연구자 재정리.
관광목적지 수명주기 모델은 관광지의 단계별 발전 과정을 수요 변화를 통해 보여주는 모델로서, 관광지로서의 제품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한 전략을 탐색하여 지속 가능한 관광 발전을 위한 미래 지향적 대응 방안을 도출하는 데 의의가 있다. 버틀러의 관광 수명주기의 S 곡선은 Mckercher & du Cros의 7단계와는 다르게 관계성의 시작점에 중간 개입 과정이 없다는 특징이 있고, 관광지의 변화 과정을 설명하는 데 유용한 분석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이 이론은 관광지 개발 관점보다는 관광객들의 성향에 따른 방문을 강조하는 특징들을 갖고 있다.
김형미·최승담(2007)은 개입, 참여 단계에서 부정적 요소가 발생할 수 있으며, 경제적 보상의 차이가 가장 중요한 갈등 요소라고 보고 있다. 강화 단계에서는 관광객 수가 지역주민의 수보다 증가하면서 관광지 개발과 관련된 찬반 갈등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때 환경의 질 문제와 같은 기업적 측면과 미래를 고려한 정책 개발을 통해 관광지 수명주기를 연장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이는 서현(2012)의 연구에서 언급되었으며, 관광지 관리에 유용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관광과 문화유산 보존관리 간의 관계성과 관광지 수명주기(TALC)이론을 통하여 관광지에서의 주민과의 상호작용에 대한 갈등은 <표 3>과 같다.
TALC | CHM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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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계 | 개입(involvement) 강화(consolidation) | 갈등(conflict) |
특징 | 개입: 관광발전 가속화, 관광이 지역경제 핵심, 주민 갈등 발생 강화: 관광객이 지역 주민 수 초과, 지나친 외부자본 및 관광객 유입으로 관광지 개발 찬반 갈등 시작됨 |
두 이해자 간의 충돌 관계 |
선행연구 | 김형미 · 최승담(2007) 서현(2012) | 한숙영(2015) |
시사점 | 수명주기를 가장 최적화된 단계에서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성공 여부(Butler, 1985) | 관계성 향상을 위한 개입이 필요함 |
자료: 선행연구 참고하여 연구자 재정리.
풍납동 토성은 일제 강점기인 1925년 을축년 대홍수 시 청동 초두 등 중국제 유물이 발견되면서 1936년 성벽만 조선고적 27호로, 1963년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제11호로 지정되었다. 당시 잔존 성벽만 사적으로 지정되어 토성 내부는 도시화가 이루어졌으며 1997년 토성 내부 아파트 건축 공사장에서 대규모 유적과 유물이 발견되었다. 부동산 가치 상승 등 주변의 발전은 풍납동 주민들에게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게 하였으며, 이에 따라 주민들의 불만이 한층 가중되고 있었다(송파구, 2019). 이러한 상황 속에 굴삭기까지 동원하여 발굴 현장을 훼손시키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후 전 국민적 관심으로 풍납동 토성 보존, 관리 및 활용방안 기본계획(송파구, 2019)이 수립되었고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도시재생 프로그램도 수립되었다.
풍납동 토성의 남쪽에 위치한 몽촌토성은 백제 한성 후기에 방어를 위해 축조되었다. 1916년 고적조사를 통해 학계에 처음 알려진 이후 방치되다가 1988년 서울올림픽 체육시설 조성을 위한 건립지로 확정된 후 1984년 올림픽공원을 착공하게 되었는데 공사 도중 토성터와 유물들이 발견되었다. 몽촌토성 토지의 대부분은 서울시에서 소유하고 있고, 관리는 문화재청과 송파구에서 하고 있다.
2011년부터 한성백제 문화제를 관광 상품화하여 문화유산을 보존·관리하려는 집단과 지역 주민이 협력하여 진행하고 있다. 문화재를 보존하려는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공공성을 지닌 단체로 문화재 유산을 보존하고 활용하는 측면에서 공존의 움직임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문화유산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가치 중심의 보존관리가 필요하고, 의사결정권자가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다수의 이해당사자가 참여하여 건설적인 의견을 낼 수 있게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문화유산에 대한 이해당사자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문화유산 연구자, 주민과 지역공동체라 할 수 있다. 지역 여건에 맞는 차별화된 교육을 통해 유산의 가치를 삶의 질적 수준 향상을 위한 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을 바탕으로 지역 담론이 체계적으로 형성되고 합의된 지속가능성의 방향에 따른 발전 가능성이 도출될 수 있다(이수정, 2019). 이현정(2019)은 지역문화 보존과 활성화에는 지역민들과 관(官)의 협력이 필요하며 공공과 민간의 협력(public-private partnership, PPP)이 중요하다고 주장하였다. 관광지 보존이나 개발에 있어서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지역주민에 대한 만족 여부는 정책의 실현성과 지속가능성 및 향후 발전 가능 여부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문화유산과 지역주민 간의 관계를 심층적으로 논의한 연구를 살펴보면 채경진(2022)은 문화유산에 대한 지역주민의 인식과 이러한 인식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관계를 실증적으로 검증하고자 주민의 시각에서 문화유산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나아가 지역의 애착도를 확인하였다. 검증결과, 문화유산에 대한 지역주민의 인식은 지역 애착도를 매개해 문화유산관리는 공동체 형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 문화유산관리 주체인 지방자치단체의 정책과 역할의 중요성을 제기하였다. 뿐만 아니라 문화유산으로 규제받는 지역에 거주하는 지역주민에 대한 제한 등으로 갈등에 대한 요소가 발생되고 있으나, 해당 지역주민들은 지역에 대한 애착심이 내포되어 있는 것을 확인함에 따라 공동체 형성을 위한 프로그램 기획 및 개발의 필요성을 주장하였다. 류영아·채경진(2017)은 풍납토성의 보존에 대한 정부와 주민 간의 갈등을 분석하고 나아가 보전 정책을 위한 연구를 수행한 결과 문화재의 보존과 거주하고 있는 정주 공간 개발이라는 두 가지의 가치가 함께 공존될 수 있도록 지역 주민과의 합의를 통한 계획 수립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특히 도심 주거지역에 대한 문화유산 정책은 지역주민의 사유재산에 대한 행위 제한에 초점을 두고 있어 문화재에 대한 주민 반감과 극심한 갈등이 필연적 요소로 나타나고 있다. 또 문화유산과 주민 간의 갈등은 정책적으로 예산 확보 및 재원 부담, 보전과 개발, 공공재와 사유재산의 대립 등 그 이슈가 복잡·다양함에 따라 정부가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한 뒤 이에 따라 발생하는 갈등을 순차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다수의 연구에서 지역주민과 문화유산 간의 갈등 및 애착, 협력 등 다양한 관계를 확인하였다. 황희정(2015)은 정책 결정 과정에서 지역주민이 충분한 권리 보장을 받지 못할 경우, 세계유산 정책에 대한 부정적 평가와 낮은 정책 만족도를 보인다고 밝혔다. 나아가 이러한 결과는 지역관광 사업의 정책적 측면에서 볼 때 위험성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김현기·최종현·한주형(2018)의 연구에서는 유산의 가치 논의 및 보호 계획 수립 상황에서 해당 유산이 위치한 지역의 진정성에 대한 고려가 있었는가가 유산의 진정성 위협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내용을 토대로 진실성 및 신뢰성 보장을 실현하기 위해 관광과 문화유산의 보존관리 관계에 대한 논의 확장이 필요함을 밝혔다. 나아가 지역주민이 배제되지 않는 상황에서의 문화유산관광과 문화유산의 보존관리 전략을 제시하였다.
지역주민과의 갈등 구조를 개선하고자 정부 및 지자체 주도로 도시재생 사업과 다양한 공존 가능한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지역주민과의 갈등 관계를 공존의 관계 혹은 파트너 관계로 유도하고 있다. 오해근(2018)에 따르면, 문화재 구역 외의 주변 낙후지역은 법적인 한계로 인해 복원 및 정비를 위한 자금 투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동산의 가치 상승 등으로 주변이 발전함에 따라 풍납동 주민들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고 있으며, 이에 따라 주민들의 불만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도시재생과의 융합을 통해 단편적인 사업이 아닌 문화재를 지역 자원으로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지역 경제 활성화에 이어질 수 있는 특화된 역사 문화 도시 조성방안을 의미한다. 또한, 2019년부터 도시재생 대학 프로그램을 통해 주민 역량 강화교육 및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들은 관계성의 회복을 핵심으로 삼고 있으며, 주민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갈등 관계에서 호의적인 관계로 진전하는 데 중추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Ⅲ. 연구 방법
이 연구는 풍납동 토성과 몽촌토성에서의 주민과 문화유산 보존관리 관계성에 대한 사례연구 방법으로 Mckercher & du Cros의 7단계 관계성을 적용하고자 한다. 사례연구는 현실적인 맥락에서 이루어지는 동시대 현상에 대한 실증적인 탐구이다. 특히 현상과 정황 사이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을 때 사용되는 연구 방법(Yin, 2003)으로서 다양한 사례를 통해 관련된 현상에 대한 이론적 설명을 일반화하는 데 주로 활용된다. 이를 통해 분석의 일반화를 실시함으로써 이론의 검증과 확대가 가능하다. Punch(2005)는 사례연구를 구체적인 연구 방법이라기보다 하나의 전략으로 간주하며, 단독 또는 적은 수의 사례에 대한 매우 구체적인 연구로서 적절한 모든 방법이 사용되는 연구방식이라 정의하였다. 또한 Merriam(1998)은 사례연구를 하나의 사건 현상이나 사회적 단위에 집중적이고 종합적인 설명과 분석을 수행하는 연구로 정의하였다. 특히, 사례연구가 갖는 특성 중 맥락성은 사회현상을 이해하는 중요한 목적 가운데 하나이다(Yin. 1994).
Mckercher & du Cros(2002, 2005)와 한숙영(2015)의 연구는 관광과 문화유산 보존관리의 연계성을 탐구하고, 문화유산을 관리하고 활용하는 과정에서 관광과의 협력과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였다면 본 연구는 Mckercher & du Cros(2002, 2005)의 7단계 관계성 모형을 활용하여 풍납동 토성과 몽촌토성이라는 도심 거주지와 문화유산 구역이 혼재된 사례를 살펴봄으로써, 문화유산과 지역주민 간의 관계 형성에 따른 맥락을 파악하고, 향후 문화유산 보존·관리와 주민의 관계가 서로 협력하고 공존하는 관계로 가는 방법 및 방향성을 도출하려는 것이다. 문화유산이 혼재된 도심지에서 문화유산관광에 대한 지역주민의 인식은 풍납동 토성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문화유산관광과 역행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문화유산을 성공적으로 관광자원화 할 수 있기 위해서는 문화유산관광을 둘러싼 인식 집단의 대표격인 지역주민에 대한 속성과 특징을 파악하는 것이 선결과제일 것이다.
연구 프로세스로 먼저 관광개발과 문화유산 보존관리 간의 관계성을 정리하고 추가적으로 풍납동 토성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던 도시재생 사업을 추가로 설명하였다. 이와 함께 풍납동 토성과 몽촌토성을 중심으로 한 관광개발 사례분석을 진행하였다. 이러한 이론적 고찰을 통해 관광과 문화유산 보존관리 관계자 간의 7단계 관계성 모델을 중심으로 풍납동 토성과 몽촌토성의 관계성의 위치 지점에 대한 매트릭스 테이블을 작성하고자 한다. 이 매트릭스 테이블을 기반으로 각각의 관광지가 Mckercher & du Cros의 7단계 관계성과 어떻게 매칭되는지 갭 분석(GAP analysis)을 실시하고, 풍납동 토성과 몽촌토성 간의 관광지 집단의 갭 요소를 식별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갭 분석을 통해서 갈등 관계에서 공존 관계나 파트너 관계로 진화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Ⅳ. 분석 결과
풍납동 토성과 몽총토성의 시기별 주요 사건을 살펴본 <표 4> 및 <표 5>를 토대로 주민과 CHM관계를 특징 지을 수 있는 사건을 분석하여 해당 사건을 근거로 Mckercher & du Cros의 7단계 관계성에 적용하였다. 즉, 시대별 흐름에 따라 지역주민과 CHM의 관계에서 발생한 사건을 기반으로 Mckercher & du Cros의 7단계에 각각 적용하였고 그 결과 풍납동 토성의 경우 거부, 갈등, 상호 간 병렬 공존 관계가 나타났고 몽촌토성은 상호 간 병렬 공존, 파트너십, 상호 간 공동 목표 관계가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풍납동 토성과 몽촌토성을 둘러싼 문화유산 보존관리와 주민 간의 상호작용 진화발전을 분석한 결과는 <표 7>과 같다.
자료: 서울 풍납동 토성 종합정비계획(송파구, 2019)에서 발췌 정리.
자료: 서울 풍납동 토성 종합 정비 계획(송파구, 2019)에서 발췌 정리.
회차 | 교 육 내 용 | 인원 | 일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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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회 | 도시재생, 풍납동 알아보기, 도시재생 마을 리더, 마을 공간 활용, 주민 공모사업, 도시재생 대학 마을 리더 양성교육 | 회차별 30명 (비대면) |
2019.7.~2020 도시대학 1기 |
계속 추진 중 |
자료: 송파구 내부자료.
주민과 문화유산 보존관리 관계 | Mckercher & du Cros 7단계: 관광과 문화유산 보존관리 관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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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 | 비현실적 기대 | 갈등 | 개입된 공동 관리 | 상호 간 병렬 공존 | 파트 너십 | 상호 간 공통 목표 | 주요 쟁점 과정 | |
풍납동 토성 | O | X | O | X | O | X | X | |
몽촌토성 | X | X | X | X | O | O | O |
풍납동 토성을 둘러싸고 문화유산을 보존관리하려는 집단과 지역주민인 두 집단 간의 상호작용 진화발전의 경우, 거부 단계에서 출발하여 갈등 단계를 거쳐 상호 간 병렬 공존 단계로 나타났다. 기존의 Mckercher & du Cros 연구 모형에서는 거부에서 출발한 관계성이 관광을 하지 않거나 상호 간 병렬 공존 단계로 진행되는 경향을 보였지만, 풍납동 토성의 사례에서는 상호 간 병렬 공존으로 가는 경로상에 갈등 단계가 존재하였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더불어 Mckercher & du Cros 논문에서는 갈등 단계에서는 제3자에 의한 중재가 필요한 개입된 공동 관리 단계로 진행됨을 보였는데 이러한 사례가 풍납동 토성 사례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 결과를 토대로 문화유산의 유형 및 참여자의 형태에 따라서 관계성 형성 요소들의 가변적 변형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덧붙여, 관계성 진화 곡선에 따라서 긍정적인 방향으로만 진화할 수 있겠지만 그 반대로 부정적 관계성 방향으로 진화 가능성 표시도 추가적으로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풍납동 토성은 1997년 1월 긴급구제 발굴조사가 촉발되어 본격적으로 발굴되기 시작했다. 2000년에는 백제 초기 유적 발굴 현장인 재건축 아파트 예정 부지가 아파트 조합원들과 주민들에 의해 무단으로 파헤쳐져 훼손되었다. 굴착기를 동원해 발굴 현장의 유적과 유구를 파괴하는 일까지 벌어지면서 일부 훼손자는 불구속기소되었다. 훼손된 유적은 전체 1,200평의 유적 중 120평 가량 되었다(연합뉴스, 2003, 송파구, 2019). 이 사건을 기점으로 문화유산을 보존 관리하려는 집단과 이를 거부하는 주민 간의 인식의 틀이 다름을 확인할 수 있다.
2002년 송파구는 풍납동 토성의 보존관리 및 활용에 관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진행하였다. 풍납동 토성 관련 주민들에 대한 의식조사를 위해 무작위 추출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하였으며, 설문 결과 세계문화유산 등재 반대 54.8%, 복원 정비사업 불만족 59.3%, 문화재 지정 후 가장 큰 피해로 부동산 가치의 하락 57.9%로 조사되었다(서울시의회, 2017). 문화 보존 이해관계자와 주민들 간의 갈등은 이후 보상가 현실화, 이주대책 마련, 정주성 향상을 위한 도시환경 개선, 규제 완화 제공 등으로 확산되기 시작하였다. 2015년 2, 3권역에 대한 보상 여부로 시와 문화재청 간 갈등이 발생한 바 있다(헤럴드경제, 2015).
문화유산을 보존하려는 관계자와 주민 간의 갈등 관계를 상호 공존하는 관계로 발전시키기 위한 작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풍납동 토성 지역은 2019년 11월 서울형 도시재생 사업 후보지로 선정되어 풍납동 토성 도시대학 기초과정이 진행되었다. 주민 주도라는 키워드 아래 한성백제 문화자원 활용을 토대로 한 역사문화 체험도시 구축을 위해 도시재생에 대한 주민의 역할과 도시재생 사례 답사 등의 프로그램이 5주 차 교육 과정으로 이루어졌다. 공동육아, 마을 공동체, 마을 축제, 한성백제 음식, 한성백제 문화유산 등 총 8개 분야에 대한 교육내용을 담아냈다. 지역주민과 문화재 보존 관계자들의 활동은 상호 간 병렬 독립 단계에서 시작하여 병렬 공생 단계로 진화하였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송파구, 2019).
몽촌토성(사적 제297호, 1982.)은 1916년 고적조사를 통해 학계에 알려졌다. 이후 88올림픽 체육시설 건립지로서 확정되어 1984년 올림픽공원 착공 공사 도중 토성터와 유물들이 발견되었다. 이미 들어선 아파트 때문에 제한적인 풍납동 토성(사적 제11호, 1963. 1. 21)과는 출발부터가 달랐다. 몽촌토성은 관계성의 형성이 상호 간 병렬 공존 단계에서 출발하여 파트너십, 상호 간 공통 목표 단계로 진화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풍납동 토성과 관계성 출발시점 및 진화 경로가 달라진 이유는 몇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몽촌토성은 해당 지리적 장소를 서울시에서 소유한 상태에서 문화유산이 발견됨으로써 거부나 갈등 단계를 거치지 않아도 되었다. 둘째, 토지를 매입한 시와 문화재를 보존하려는 관계자들이 모두 공공성을 지닌 단체로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활용하는 측면에서 공존의 움직임이 강하게 나타났다(송파구청, 2021).
몽촌토성은 1916년 고적조사를 통해 학계에 처음 알려진 이후 별다른 조사 없이 방치되다가 88올림픽 체육시설 건립지로서 확정되었다. 1984년 올림픽공원을 착공하게 되었는데 공사 도중 토성터와 유물들이 발견되었다. 이후 1987년까지 학자들의 발굴조사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토지의 대부분을 서울시에서 소유(방이동 88-3)하고 있고, 몽촌토성 문화재는 문화재청 소관업무이지만, 문화재관리법 34조 의거 관리단체가 송파구로 되어 있다. 올림픽공원이 착공되는 과정에서 문화재 발굴이 진행되어 주민과의 갈등 요소는 전무하다.
파트너 단계는 양쪽 이해관계자가 서로의 역할을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단계이다. 이 지역의 소유권은 서울시가 갖고 있으며, 관리단체인 지방자치단체 송파구는 한성백제 문화제를 매년 개최해 관광 상품화하였다. 한성백제 문화제는 문화관광축제이면서 유구한 역사성을 담아내고 있는 축제이다. 이러한 행사에는 문화재 관리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홍보하는 활동이 진행된다. 축제 기간 한성백제 문화를 관광객들이 직접 체험, 경험할 수 있도록 전시 부스를 마련하고 공연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축제 동안 관광객들이 안전하게 유물들을 관람하고 편리하게 즐길 수 있도록 행정적, 법률적, 인프라 측면의 지원을 적극 제공하고 있다. 또한 공동으로 축제 관련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운영, 웹 포털(web portal)을 통한 공동 프로모션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축제 이후의 정량 및 정성적인 성과에 대해서 공유하고 피드백을 교환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송파구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참여도 파트너십 강화에 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몽촌토성의 경우 양방향 관계가 아닌 다자간의 파트너 네트워크로 진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역주민의 참여도는 2015년 60.3%, 2016년 70.8%로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재방문 비율도 2018년에 63.6%로 전년도 57.4%보다 증가하였다(송파구, 2018). 송파구 자원봉사센터에서는 매년 송파구 주민들로 이루어진 900여 명의 봉사단원을 모집하여 배치하고 있다. 27개 동에서 운영되고 있는 자치회관 프로그램을 통해 선발된 지역주민들이 행사장에서 경연하는 한성백제 어울마당을 진행하고, 부녀회와 구정 평가단에서는 각 프로그램 모니터링도 구축되어 있다(송파구, 2023). 관광자원을 개발하려는 서울시(송파구)와 문화재를 보존하려는 문화재 관련 기관 간의 협력 모델에 주민의 참여가 더해짐으로써, 몽촌토성을 기반으로 한 한성백제문화재는 향후 부여와 공주 지역을 근거로 하는 후기 백제 시대 문화의 협업(colla-boration)을 추진하는 데 기초 토대로 활용될 전망이다. 더불어 두 이해관계자와의 공존 관계를 뛰어넘어 파트너 관계, 상호 간 공통 목표 협력 관계로 진화하는 단계에서 주민의 참여가 외생변수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실증적으로 증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도출된다.
서울시 및 송파구와 몽촌토성 보존 관계자들은 문화유산의 보존과 주민 간의 관계에서 상호 일체된 목표를 가지고 보존, 관리, 유지하고 있다. 한성백제 박물관은 2012년에 개관되었으며 올림픽 공원 내에 위치하고 있다. 서울이 2천 년의 역사를 가진 도시라는 사실을 널리 알리기 위해 풍납동 토성, 몽촌토성, 석촌동 고분군, 방이동 고분군 등 백제왕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유적지들을 직접 관리하며, 조사, 연구, 전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송파구청, 2023). 풍납동 토성, 몽촌토성, 석촌동 고분군 등에는 백제 한성기의 핵심 유적들이 곳곳에 남아있으며, 해당 지역에서 출토된 유물들의 수도 수만 점에 이른다. 한성백제박물관은 이러한 유물들을 보관하고 전시하는 곳이다. 문화유산 보존관리를 둘러싼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활동들을 통해 관광수입과 브랜드 인지도를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문화유산을 보존, 유지, 운영을 위한 재원 마련 및 특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협력하고 있다.
풍납동 토성과 몽촌토성이 Mckercher와 du Cros의 7단계 중 서로 다른 경로로 진행되는 과정을 보면 몽촌토성은 토지의 소유가 서울시로 보상 과정에서 주민과의 마찰이 적었으나 풍납동 토성의 경우 성벽 자체인 구조물만 문화재로 지정됨에 따라 성벽 내부에 주민들의 거주가 가능했고 그 결과 상대적으로 몽촌토성에 비해 주민과의 마찰이 높게 발생되었다. 사례분석 결과와 시사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서울시가 소유하고 있고 송파구가 관광자원화를 추진하고 있는 몽촌토성에 비해서 풍납동 토성은 관계성의 단계가 상호 간 병렬 공존 단계 중 병렬 공생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관계성을 극복하고 파트너십이나 상호 간 공통 목표 단계로 진화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국내에 있는 문화유산지 보존 관계자와 주민 간의 관계성은 몽촌토성의 사례가 아닌 풍납동 토성의 사례와 유사한 점이 훨씬 많을 것으로 판단된다. 풍납동 토성의 관계성 향상은 타 문화유산 관리 주체와 주민 간의 우호적인 관계 형성에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풍납동 토성 주변에 거주하는 지역 주민들의 요구사항과 불편 사항은 크게 자산 가치 하락과 불편한 생활 인프라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문화유산을 보존·관리하려는 관계자들 입장에서는 체계적인 발굴의 어려움과 수시로 발생하는 민원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몇 가지 제안을 제시한다.
지역주민의 가장 큰 고민인 자산가치의 하락을 방지하고 누구나 살고 싶은 지역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역주민들이 살고 있는 터전에 대한 적당한 보상과 생활 여건 조성이 우선적이다. 이러한 도시재생 프로그램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문화재를 관리하는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관의 지원이 필요하다. 따라서 갈등 단계에서 개입된 공동 관리가 필요한 것과 같이, 상호 간 병렬 공존에서 파트너십의 단계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개입이 필요하다. 지역주민과의 갈등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부기관 주도하에 도시재생 사업과 다양한 공존 가능 프로그램의 진행이 요구된다. 이는 지역주민과의 갈등 관계를 공존의 관계 혹은 파트너 관계로 유도하는 것이다.
오해근(2018)은 특화된 역사 문화 도시 조성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문화재 구역 이외 주변 낙후지역의 복원·정비사업을 통해 다양한 도시재생과의 융합을 추구하고, 2019년부터 도시재생 대학 프로그램을 추진하여 주민 역량 강화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문화재를 지역자원으로 적극 활용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도시재생 프로그램들은 파트너십 단계로 가는 데 있어서 마중물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역주민들이 살고 있는 지역 전체를 문화재 보존구역으로 설정하는 비체계적인 개발, 보존 방식이 아닌 핵심 문화재 중심으로 단계를 나눠서 진행하는 것이다. 물론 행정적인 절차를 마련하고 추진하고 있지만, 문제는 시의적절성과 빠른 추진력이 필요하다.
서울 풍납동 토성 종합정비계획에 따르면 6개 권역을 나누어 지역을 조정하고 있다. 1, 2권역은 사적으로 지정되었으며, 3권역은 백제 문화층이 유존하는 핵심지역으로 설정되었다. 4권역은 고층아파트 건축으로 인해 문화층이 파괴되는 지역으로 지정되었으며, 5권역은 인접한 지역을 대상으로 설정되었다. 마지막으로, 6권역은 도성 범위에 포함되는 지역으로 분류되었다. 이러한 권역 구분과 함께 이전 활동이 지원되며, 이 과정은 점차 가속화되고 있다. 현 시점에서도 지역주민들의 실질적인 불편함은 해소되지 않은 실정이다. 이러한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인 송파구의 개입과 적절한 중개 작업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주민협의체를 구성한 뒤 이를 운영함으로써 풍납동 토성의 체계적인 종합계획 수립과 주민과의 원활한 소통을 추진하고, 사적지 보상 및 이주대책 등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이행할 수 있다. 주민들의 이야기 창구를 일원화하고 타협점을 찾아 나가면서 소통 할 때 자발적인 주민 협력조직으로서의 주민 공감대가 형성될 것이다. 주민협의체는 풍납동 토성 정비계획 및 주요 업무에 대한 정보 공유와 문화재 정비 및 주요 사업 관련 의견 제출, 보존활용방안에 대한 건의 등의 의견수렴, 사업추진 과정에서의 의견 조율 등 갈등관리 기능을 담당해야 한다. 각 전문기관의 기능과 역할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먼저 문화재청은 정책수립, 예산지원, 문화재 보존방안 마련의 역할을 하고, 서울시에서는 소규모 주택건설로 이주주택 마련 등 기본계획 및 전략수립, 주요 정책 연계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송파구는 주민 편의시설 확충과 보상가 현실화, 법안개정, 사업시행 등 실무적으로 주민을 살핌으로써 사적지 정비 및 보상 집행 등의 사업 수행을 진행해야 한다. 나아가 주민협의체 대표에게 문화재 정비 및 정책 관련 의견 제안, 제안 사항에 대한 지역사회와의 공유, 시·구의회에서의 지역사회 의견 개진과 협의의견 검토 및 조율의 역할을 위임해야 한다.
Ⅴ. 논의 및 결론
본 연구의 목적은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단체와 지역 주민들 간의 관계성을 Mckercher & du Cros의 7단계 관계성 이론 모델을 통해 분석하고자 한 것이다. Mckercher & du Cros의 7개의 관계성 모델은 거부, 비현실적 기대, 갈등, 개입된 공동 관리, 상호 간 병렬 공존, 파트너십, 상호 간 공통 목표 단계로 구성된다. 이러한 관계성 모델을 기반으로 송파구 관내에 있는 풍납동 토성과 몽촌토성 사례를 분석하였는데 이는 크게 두 가지 단계로 진행되었다. 첫 번째 단계는, Mckercher & du Cros 관계성 모델을 적용하여 풍납동 토성 문화유산과 몽촌토성 관계성을 분석하였는데 결과적으로 풍납동 토성 문화유산과 몽촌토성 문화유산에서 보이는 관계성은 Mckercher & du Cros의 7개의 모델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음이 확인되었다. 풍납동 토성 문화유산의 경우 거부 → 갈등 → 상호 간 병렬 공존 단계로 진행되었음을 확인하였으며 몽촌토성의 경우는 상호 간 병렬 공존 → 파트너십 → 상호 간 공통 목표 단계로 진행되었음을 확인하였다. 이때 풍납동 토성의 문화유산에서 발견되는 관계성은 Mckercher & du Cros의 관계성에는 없는 진화의 경로로 갈등 → 상호 간 병렬 공존 단계가 있다. 그리고 Mckercher & du Cros는 상호 간 공통 목표 단계에서 출발하여 파트너십의 단계로 이동되는 반면에, 몽촌토성 문화유산에는 그 반대로 파트너십에서 상호 간 공통 목표 단계로 진화하였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사항은 7개의 관계성은 공식처럼 고정된 개념이 아니라 사례에 따라서 가변될 수 있다는 점이다. 각 관계성에서 정의하고 있는 개념을 확실히 인지하고 그 관계성을 확보하려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두 번째 단계는 두 문화유산지 간의 관계성 구축이 Mckercher & du Cros 이론에 기반하여 어떻게 차이가 구분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집단 간 비교를 진행하였다. 풍납동토성 문화유산의 경우, 주민 주거지역에서 유산이 발견되었다. 그 결과 관계성 구축 과정은 거부 단계에서 시작하여 갈등 단계를 거친 후 상호 간 병렬 공존 단계로 일부 진화하였다. 그러나 몽촌토성의 경우, 지역주민이 아닌 서울시에 토지소유권이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 따라 서울시와 문화재를 보존하려는 문화재 보존 단체와의 관계성은 자연스럽게 상호 간 병렬 공존 관계에서 출발하게 되었다. 이후 파트너십 단계를 거친 후 상호 간 공통 목표 단계로 진화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문화유산지 간의 관계성 갭 차이 발생은 협상 참여 대상자의 정체성이나 집단성에 따라서 관계성이 시작되는 첫 단계가 달라질 수 있으며, 이후 진화 곡선에도 영향을 미침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문화유산지를 둘러싼 관계성 형성의 틀은 풍납동 토성과 유사한 경우가 많아 풍납동 토성의 관계성 진화 모델은 여타 다른 문화유산지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풍납동 토성의 경우 일부 상호 간 병렬 공존 관계성을 가지고 있지만, 보다 나은 방향으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개입된 공동 관리의 단계가 필요함을 제언하였다. 일정 부분을 위탁받은 지자체의 중재와 협상 노력을 통해 갈등관계나 단순히 공존하는 관계에서 벗어나 파트너십의 단계나 상호 간 공통 목표 단계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도시재생 프로그램이나 지역주민과의 화합 프로그램 차원을 보다 더 강화하고 개선점을 찾아서 수시로 개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를 통해 풍납동 토성과 유사한 사례와 관련하여 지방자치단체에게 정책의 효과성 및 주민 만족도를 강화할 방안을 제공하게 되었으며 향후 지역 주민과 문화유산을 보존관리하려는 집단 간의 파트너십 강화에 도움을 줄 것이라 실무적으로 시사할 수 있다.
학문적 시사점은 기존 문화유산 보존관리 연구에서 비교적 주목받지 못했던 개입된 공동 관리 단계를 기존 모형에 추가함으로써 모형의 확장성에 기여했다는 점이다. 문화유산 보존관리 7단계 이론은 정해진 틀이 아니라 각 사례를 반영할 경우 추가 및 삭제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개입을 기반으로 한 개입된 공동 관리 단계를 추가함으로 주민과 관광 보존 간의 상호 협력을 강화하는 성과를 이루었다.
향후 연구 방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풍납동 토성 관계성 진화 모델 실증을 위한 연구 활동이다. 기존 Mckercher & du Cros의 관계성 연구 모델을 개량하여, 상호 간 병렬 공존 단계와 파트너십 단계 중간에 개입된 공동 관리 관계성의 추가 모델을 제안하였다. 향후 후속 작업으로 새로 추가한 관계성 모델의 실제 작동 여부에 대한 실증적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 둘째, Mckercher & du Cros 모델에서는 미성숙(iimmature) 단계에서 성숙(mature)단계로 발전하는 모델만 소개가 되었는데 상황에 따라 역으로 진화하는 방향도 연구할 필요성이 있다. 또한 우호적 관계 유지를 위한 연구와 부정적인 방향으로 전환되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선제 대응 방향에 관한 연구도 지속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