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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크리에이터 지원정책의 구조적 영향: 정책 프레이밍과 제도적 동형화를 통해 본 지역문화 주체의 가치 갈등과 정체성 협상

김순한1, 장웅조2,
Sunhan Kim1, WoongJo Chang2,
Author Information & Copyright
1한국개발연구원(KDI) 전문연구원
2홍익대학교 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1Ph.D. Senior Research Associate, Korea Development Institute (KDI)
2Ph.D. Professor, Department of Arts and Cultural Management, Hongik University
Corresponding Author : Ph.D. Professor, Department of Arts and Cultural Management, Hongik University E-mail: woongjochang@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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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eived: Jun 05, 2026; Revised: Jul 03, 2026; Accepted: Aug 11, 2026

Published Online: Aug 31, 2026

국문초록

본 연구는 지역소멸 위기 속에서 지역문화의 대안적 주체로 부상한 로컬크리에이터에 대한 정부의 지원정책이 이들의 활동과 정체성에 어떠한 구조적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한다. 특히 정부의 성과 중심 정책 기조와 로컬크리에이터가 추구하는 사회문화적 가치 사이의 긴장에 주목하고, 이를 정책 프레이밍과 제도적 동형화의 관점에서 해석하였다. 이때 경제적 가치와 문화적 가치의 본질적 대립을 전제하기보다는 정책 장치 속에서 두 가치가 위계화되고 현장 행위자에 의해 조정, 협상되는 방식에 주목한다.

자료는 로컬크리에이터 9인의 심층 인터뷰와 2020~2025년 로컬크리에이터 지원사업 관련 정책문서로 구성하였다. 인터뷰 자료는 이론적 민감성을 가진 근거이론 접근으로 분석하였고, 정책문서는 Entman의 프레이밍 구성요소와 DiMaggio와 Powell의 제도적 동형화 유형에 따라 지향적 질적 내용분석을 수행하였다. 이를 통해 정책의 공식 언어, 제도적 장치, 참여자 경험의 연결을 교차 검토하였다.

분석 결과, 정부 정책은 ‘기업가적 프레임’을 통해 로컬크리에이터를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창업가로 규정하고, 표준화된 사업 요건과 경제성 중심 평가지표를 통해 강압적, 모방적, 규범적 동형화 압력을 형성하고 있었다. 이러한 정책 환경 속에서 로컬크리에이터들은 내재적 가치와 정책의 획일적 틀이 충돌하는 ‘만들어진 옷과의 줄다리기’와 같은 가치 갈등과 정체성 협상을 경험하였다. 동시에 이들은 동형화 압력에 단순히 순응하지 않고, 선별적 수용, 거리두기, 재해석, 저항, 대안 모색 등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하였다. 본 연구는 로컬크리에이터 지원정책이 지역문화 주체의 가치와 정체성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힘으로 작동함을 밝히되, 그 효과가 일방적 동형화가 아니라 가치의 병존과 협상, 궤도 수정의 과정으로 나타난다는 점을 제시한다.

Abstract

This study analyzes how government support policies for local creators, who have emerged as alternative actors in the local culture amid the crisis of regional decline—structurally affect their activities and identities. It focuses on the tension between the government’s performance-oriented policies and the sociocultural values local creators pursue, while not assuming that economic and cultural values are inherently incompatible. Rather, it examines how these values are hierarchized, negotiated, and reinterpreted within policy instruments.

Methodologically, the study adopts a mixed qualitative design, combining a grounded theory analysis of in-depth interviews with nine local creators and a directed qualitative content analysis of policy documents on local creator support programs from 2020 to 2025. Policy documents were analyzed using Entman’s framing functions and DiMaggio and Powell’s three types of institutional isomorphism, while interview data were analyzed using open, axial, and selective coding.

The findings show that government policy defines local creators through an entrepreneurial framework as actors who generate economic value, while standardized program requirements and evaluation criteria centered on economic performance create coercive, mimetic, and normative isomorphic pressures. Within this policy environment, local creators experience value conflicts and identity negotiations, in a tug of war with a ready-made frame. Simultaneously, they do not simply conform to institutional pressures but respond through selective acceptance, distancing, reinterpretation, resistance, and the search for alternative paths. This study demonstrates that the local creator support policies operate not only as a mechanism for resource allocation but also as a structural force shaping the values and identities of local cultural actors. It further suggests that such policies should be designed to consider not only economic performance but also the sustainability of local culture, cultural values, and the autonomy of actors.

Keywords: 마음지킴; 청년; 장르; 독서문화정책; 자기 테크놀로지
Keywords: emotional comfort; youth; genre; reading culture policy; technologies of the self

I. 서론

지역문화정책은 문화적 가치라는 본래의 목표 하에 지역 활성화와 경제적 성과라는 부가적 요구 사이에서 긴장 관계를 유지하며 전개된다. 이러한 정책 목표의 긴장을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내는 사례로는 로컬크리에이터 지원정책을 들 수 있다. 로컬크리에이터는 최근 지역 소멸과 지역문화의 지속가능성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대안적 주체로 주목받아 왔다(김순한·장웅조, 2022). 이들은 지역의 자연환경, 역사, 생활문화 등과 같은 유무형의 자원을 새롭게 해석해 상품, 서비스, 콘텐츠, 경험의 형태로 전환한다. 이들의 다양한 활동은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지역의 문화적 자원을 재발견하고 장소의 의미를 재구성하며 지역 안팎의 사람들을 잇는 역할까지 이어진다. 그런 점에서 로컬크리에이터는 단순한 창업자라기보다는 지역문화의 생산자이자 매개자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권지은, 2021; 송주연·이병민, 2022; 이병민 외, 2021). 그러나 정부는 지역 자원과 문화를 활용한 창의적 창업을 지원함으로써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했으며(중소벤처기업부, 2024; 창업진흥원, 2020), 수도권 집중, 저출산, 고령화, 청년층 유출로 지역 기반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지원은 지역 활성화를 위한 정책 수단으로 받아들여졌다(모종린, 2021; 안채린, 2023; 차미숙 외, 2022). 이 과정에서 로컬크리에이터는 주로 ‘사업적 가치’를 창출하는 창업가로 정의되어 왔다.

한편, 로컬크리에이터들의 활동에는 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문화적 가치와 공동체적 가치, 지역 문제 해결 등의 여러 층위의 가치가 얽혀 있다(Essig, 2015; Klamer, 2017; Heying, 2010). Klamer(2017)의 가치 기반 경제 관점에서 보더라도 이들의 활동에는 시장에서 교환되는 가치를 넘어 사회, 문화, 공동체, 삶의 영역에서 형성되는 가치가 포함된다. 지역문화를 새로운 콘텐츠로 재해석하거나 쇠퇴한 공간을 지역 주민과 방문자가 만나는 장소로 전환하는 활동은 매출이나 고용 지표만으로 포착하기 어렵다(김순한·장웅조, 2022). 그러나 정책 대상자 선정과 평가에서 사업화 가능성과 성장성, 매출, 고용과 같은 지표에 치중하게 된다면, 로컬크리에이터의 다층적 가치는 경제적 성과의 하위 요소로 축소될 수 있다.

다만 경제적 가치와 문화적 가치가 언제나 대립하는 것은 아니다. 문화적 고유성이 경제적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그 성과가 다시 지역문화 활동을 지탱하는 순환도 가능하다. 본 연구가 주목하는 것은 두 가치의 병존 여부가 아니라, 지원정책의 언어와 평가 장치가 특정 가치를 상위 기준으로 설정하면서 발생하는 비대칭성이다. 따라서 분석의 초점은 정책 장치가 다층적 가치를 어떤 기준으로 인정하고 배열하는가에 있다(Besharov & Smith, 2014; Klamer, 2017).

오늘날 한국의 지역문화 정책 역시 압축적 근대화 이후 형성된 성과 중심의 정책 운영 방식에서 자유롭지 않다(Pierson, 2000; Tan & Yang, 2021). 문화정책은 자율성과 다양성을 표방하면서도 결국 집행 과정에서는 측정 가능한 결과를 요구받아 왔다(Garnham, 2005; Hesmondhalgh, 2013; Oakley, 2009).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된 문화산업이 성장과 수출 성과를 앞세우는 동안 문화적 다양성과 실험성을 충분히 지키지 못했다는 비판도 이어져 왔다(Kim, 2021). 지역의 고유성과 창의성을 살리려는 로컬크리에이터 지원정책 역시 표준화된 사업계획서와 성과지표를 통해 유사한 성공 모델을 요구하면서, 역설적으로 활동 방식과 추구 가치가 제한되고 생태계의 동질화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러한 로컬크리에이터 지원정책에 내재된 구조화된 영향에 대한 논의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 그동안의 연구는 로컬크리에이터의 개념과 정체성을 이해하고 지역 활성화 효과와 경제적 가치를 중심으로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해 왔다(김순한·장웅조, 2025; 송주연·이병민, 2022; 이원빈 외, 2019; 이창현·박지영, 2024). 그러나 정부 지원정책이라는 제도적 환경이 로컬크리에이터의 자기 인식과 활동 방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는 깊이 있게 다뤄지지 않았다. 실제로 정부 정책자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이들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정책이 이들을 어떻게 규정하고 어떠한 가치와 성과를 우선시하는지는 중요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본 연구의 차별성은 다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로컬크리에이터의 지역성이나 경제적 효과를 확인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지원정책의 공식 문서가 로컬크리에이터를 어떤 주체로 구성하는지를 분석한다. 둘째, 정책문서 분석과 인터뷰 분석을 연결하여 정책 프레임이 현장에서 어떻게 수용되고 재해석되는지 살펴본다. 셋째, 제도적 동형화가 완결된 동질화로 나타난다고 주장하기보다, 동형화 압력과 이에 대한 행위자의 전략적 대응이 동시에 작동하는 과정을 설명한다. 따라서 본 연구의 경험적 발견은 ‘경제적 성과 중심 정책이 존재한다’는 일반적 진술이 아니라, 경제적 프레임이 구체적 평가 기준, 사업계획서 양식, 우수사례, 멘토링 언어로 전환되고, 로컬크리에이터들이 그 장치 속에서 가치와 정체성을 협상한다는 점에 있다.

이에 본 연구는 로컬크리에이터 지원정책이 지역문화 주체의 다층적 가치와 정체성에 어떠한 구조적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정책 프레이밍 관점에서는 정부가 로컬크리에이터를 어떻게 정의하고 문제 해결의 주체로 위치시키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제도적 동형화 관점에서는 지원사업의 요건과 평가 기준, 사업계획서 양식, 우수사례 제시가 활동 방식에 어떠한 압력으로 작용하는지를 검토한다. 이 두 관점은 정책이 단순한 지원금 배분을 넘어 특정한 가치와 성공 기준을 제도화하는 과정을 분석하는 데 유용하다(DiMaggio & Powell, 1983; Entman, 1993; Meyer & Rowan, 1977; Rein & Schön, 1993).

구체적으로 본 연구는 다음 세 질문에 답하고자 한다. 첫째, 정부는 로컬크리에이터를 어떤 방식으로 프레이밍하는가? 둘째, 경제적 성과 중심의 지원정책은 현장에 어떤 제도적 압력을 행사하며, 로컬크리에이터는 이에 어떠한 태도와 전략으로 대응하는가? 셋째, 이러한 긴장과 협상은 지역문화정책의 설계에 어떤 시사점을 제공하는가? 이를 통해 본 연구는 로컬크리에이터 지원정책이 지역문화의 다양성과 자율성에 미치는 영향을 밝히고, 지역문화정책이 경제적 성과와 문화적 가치를 보다 균형 있게 다룰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II. 이론적 배경

1. 로컬크리에이터의 개념과 특성

로컬크리에이터는 지역 고유의 유무형 자원과 문화를 창의적으로 해석하여 경제적 가치와 사회문화적 가치를 함께 창출하는 주체를 의미한다(김순한·장웅조, 2022). 이 용어는 2015년 무렵 현장에서 사용되기 시작해 2018년 관련 컨퍼런스를 거치며 명칭으로 자리 잡았고, 2019년 이후 정부의 지역 창업 지원정책과 결합하면서 정책적으로 확산되었다(창업진흥원, 2020). 로컬크리에이터는 지역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면서 지역 자원과 장소성을 창의적 사업모델로 전환한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생계형 소상공인 이미지와 구별된다(이병민 외, 2021). 또한, 특정 사회문제 해결을 전면에 내세우는 소셜이노베이터와 달리 지역의 고유한 자원과 문화적 맥락을 활동의 핵심 기반으로 삼는다는 특징을 지닌다(송주연·이병민, 2022).

로컬크리에이터는 창의성을 경제적 가치로 전환하고 예술적 감수성과 실험성을 기업가적 실행과 결합한다는 점에서는 예술기업가 정신과 맞닿아 있다(김순한·장웅조, 2022; Chang & Wyszomirski, 2015; Essig, 2015). 다만 그 활동은 특정 예술 장르에 한정되지 않고, 지역 자원과 장소성, 공동체 관계를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또한 지역 문제 해결을 지향한다는 점에서는 사회적 혁신가와 유사성을 보이고, 자율성과 내재적 가치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라이프스타일 기업가와도 연결된다. 그 동기는 개인적 만족을 넘어 지역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으로 확장된다(모종린, 2021; 안채린, 2023). 이에 본 연구는 로컬크리에이터를 창조적, 예술적 감수성과 기업가적 실행력, 사회적 문제 해결, 장소와의 연결성을 지닌 존재로서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지역문화 주체로 이해한다.

기존 논의는 로컬크리에이터의 활동을 지역성, 창의적 생산, 예술기업가 정신의 결합으로 설명해 왔다(김순한·장웅조, 2022). 지역성은 활동의 출발점으로서 로컬크리에이터는 지역의 자연환경, 역사문화유산, 생활양식, 공동체의 기억과 같은 자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이때 지역은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공동체의 문화와 정서, 관계가 축적된 사회적 공간으로 이해된다(권지은, 2021; 이병민 외, 2021). 창의적 생산은 이러한 자원을 상품, 서비스, 콘텐츠, 공간, 경험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며, 이는 개성, 품질, 독창성,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장인경제의 태도와도 연결된다(Heying, 2010; Pine & Gilmore, 1999). 기업가정신은 이러한 아이디어를 실제 사업과 운영 구조로 연결하는 실행력으로 로컬크리에이터는 예술적 감수성과 기업가적 실행력을 결합해 지역의 문화 자산을 재구성하고 경제적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변화를 함께 모색한다(김순한·장웅조, 2025; Chang & Wyszomirski, 2015; Essig, 2015).

제주 해녀의 부엌>은 이러한 특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이 사례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해녀 문화를 연극과 식사가 결합된 콘텐츠로 재구성하고, 해녀의 삶과 공동체의 기억을 사업의 핵심 정체성으로 삼았다(김순한·장웅조, 2022). Klamer(2017)의 가치 기반 경제 관점에서 보면, 이 활동은 시장에서 교환되는 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공동체 유대, 지역문화 계승, 공감과 의미 형성과 같은 사회문화적 가치까지 포함한다. 또한 장소와 전통에 기반한 진정성은 이러한 문화적 상품과 경험의 가치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Carroll & Wheaton, 2009; Kovács et al., 2014). 이러한 관점에서 경제적 가치와 문화적 가치는 활동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상호 보완적으로 결합될 수 있다. 다만 정책의 평가 및 지원 장치가 문화적 가치를 경제적 성과의 부수적 효과로 다룰 경우, 두 가치의 관계는 비대칭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

2. 로컬크리에이터 지원정책

로컬크리에이터에 대한 정부 지원은 지역 활성화와 새로운 성장 동력 창출이라는 정책 목표 속에서 본격화되었다(송주연·이병민, 2022). 중소벤처기업부는 2020년 ‘지역기반 로컬크리에이터 활성화 지원사업’을 신설하여 중앙정부 차원의 공식 지원체계를 마련하였다. 이 사업은 지역의 자연환경, 문화적 자산, 역사적 특성 등 유무형 자원을 활용하여 사업적 가치를 창출하는 개인과 기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려는 정책으로 창업과 소상공인 및 지역기반기업 육성이라는 부처 기능과도 연결된다(중소벤처기업부, 2020).

여기서 중요한 점은 로컬크리에이터 지원정책의 주된 추진체계가 문화체육관광부가 아니라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왔다는 사실이다. 이는 정책의 문화적 의미가 부재하다는 뜻이 아니라, 사업 설계와 집행의 기본 언어가 창업, 소상공인, 지역경제, 사업화 가능성의 언어로 조직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뜻한다. 따라서 경제성 중심의 프레임은 단순한 운영상의 선택이라기보다 소관 부처의 제도적 임무와 정책 상의 성격에서 비롯된 구조적 조건으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사업은 도입 이후 운영 경험과 현장 수요를 반영하며 변화해 왔다. 초기에는 창업 7년 이내 기업에 대한 사업화 자금 지원에 초점이 있었으나(중소벤처기업부, 2020), 이후 대상과 방식이 확대되면서 2023년부터는 지원 대상을 소상공인으로 넓히고 업력 제한을 완화하였다(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2024a). 운영체계 역시 창업진흥원과 창조경제혁신센터 중심의 초기 구조에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중심적 역할을 맡는 방식으로 재편되었다(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2024a). 이는 로컬크리에이터 지원정책의 대상이 초기 창업기업을 넘어 지역 기반의 다양한 소상공인과 생활문화 사업자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 사업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주관의 ‘로컬크리에이터 육성 사업’으로 운영되며, 개인 트랙과 협업 트랙으로 구분된다. 개인 트랙은 요건을 갖춘 소상공인에게, 협업 트랙은 2개사 이상이 공동 과제를 수행할 경우 더 큰 규모의 사업화 자금을 지원하며, 두 트랙 모두 일정 비율의 자부담을 요구한다(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2024b). 지원 내용은 사업화 자금, 비즈니스 모델 구체화, 브랜딩, 마케팅, 시제품 제작 등으로 구성되며,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한 교육, 멘토링, 네트워킹도 병행된다(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2024a, 2024b). 지원사업은 경쟁률, 매출, 신규 고용, 민간 투자 유치 등에서 일정한 성과를 제시해 왔고(중소벤처기업부, 2024), 청년층과 비수도권 기업의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청년 유입과 지역 분산이라는 정책 목표와도 연결된다(중소벤처기업부, 2025).

다만 이들의 활동은 지역문화의 재해석, 공동체 관계 형성, 장소성 강화, 문화적 지속가능성 등 비경제적 가치와도 깊게 연결되어 있어, 정책의 성과를 매출, 고용, 투자 유치와 같은 지표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김순한·장웅조, 2022; 송주연·이병민, 2022; Klamer, 2017). 지원 기준과 평가 체계가 사업화 가능성과 정량적 성과에 집중될수록 창의성, 문화적 실험, 공동체 기여와 같이 측정하기 어려운 가치는 주변부로 밀려날 수 있다(김순한·장웅조, 2025; Garnham, 2005; Lamont, 2012; Oakley, 2009). 이러한 점에서 로컬크리에이터 지원정책은 지역문화 주체의 가치와 정체성을 어떻게 제도화하는가라는 관점에서 검토될 필요가 있다.

3. 정책 프레이밍과 제도적 동형화 이론

앞서 살펴본 것처럼 로컬크리에이터는 지역문화의 새로운 주체로 이해될 수 있지만, 정부 지원정책 속에서는 주로 사업적 성과를 창출하는 창업가로 정의된다. 이 간극을 분석하기 위해 본 연구는 정책 프레이밍과 제도적 동형화 이론을 분석 틀로 삼는다. 정책 프레이밍은 정책이 현실을 어떻게 명명하고 해석하는지에 주목하며, 제도적 동형화는 특정 제도 환경 속에서 행위자와 조직이 유사한 형태와 관행으로 수렴하는 과정을 설명한다(DiMaggio & Powell, 1983; Entman, 1993).

1) 정책 프레이밍 이론

정책 프레이밍은 정책 과정에서 특정 이슈가 어떻게 정의되고 해석되며 전달되는지에 주목한다. Entman(1993)은 프레이밍을 현실의 특정 측면을 선택하고 부각함으로써 문제 정의, 원인 진단, 도덕적 평가, 해결책 제시를 이끄는 과정으로 설명했다. 이는 정책이 고정된 현실을 단순히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와 담론을 통해 현실을 구성한다는 관점과 연결된다(Hajer & Wagenaar, 2003). 정책 문제를 어떤 이름으로 부르고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문제의 성격과 해결 전략이 달라지며(강민아·장지호, 2007; Rein & Schön, 1993), 정책의 목표와 정당화 논리, 이해관계자의 수용 방식도 달라진다(서인석, 2020).

본 연구의 정책 프레이밍 분석은 단순한 핵심어 추출이 아니라 Entman(1993)이 제시한 네 구성요소를 기준으로 이루어졌다. 첫째, 문제 정의는 정책이 무엇을 문제로 명명하는가를 의미한다. 둘째, 원인 진단은 그 문제가 어떤 조건에서 비롯되었다고 설명하는가를 본다. 셋째, 도덕적 평가는 어떤 주체와 가치가 바람직한 것으로 제시되는가를 파악한다. 넷째, 해결책 제시는 정책이 어떤 수단과 행위를 처방하는가를 분석한다. 이 네 요소를 통해 로컬크리에이터 정책문서가 지역문화의 문제를 지역경제, 창업, 소상공인 육성의 언어로 재구성하는지, 또는 문화적 지속성과 장소성의 언어를 병행하는지를 검토하였다.

이 관점에서 정부가 로컬크리에이터를 어떻게 정의하는가는 단순한 용어 선택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로컬크리에이터를 ‘지역 경제의 신성장 동력’으로 프레이밍하면 정책의 초점은 일자리, 매출, 투자 유치,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동하지만(Li et al., 2021), 지역문화의 생산자이자 공동체의 매개자로 프레이밍하면 문화적 가치, 관계 형성, 지역 정체성, 장소성 등으로 관심이 확장된다. 현재 정부 정책은 로컬크리에이터를 주로 ‘지역 자원을 활용해 사업적 가치를 창출하는 창업가’로 규정하는데(중소벤처기업부, 2024), 이러한 경제 중심의 기업가적 프레이밍은 정책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성과를 계량화하는 데는 유리하지만, 문화유산의 재해석, 예술적 실험, 공동체 관계 형성, 비시장적 가치, 느린 성장의 방식은 부차적인 것으로 밀어낼 수 있다(Garnham, 2005; Klamer, 2017; Lamont, 2012; Oakley, 2009).

따라서 본 연구에서 정책 프레이밍은 정책 문서에 나타난 로컬크리에이터의 정의, 문제 인식, 정책 목표, 평가 언어, 성과 기준을 살펴보고, 정부 정책이 어떤 가치를 중심에 놓고 어떤 가치를 주변화하는지를 분석하는 개념적 도구로 사용된다.

2) 제도적 동형화와 행위자의 전략적 대응

제도적 동형화 이론은 같은 조직장 안의 조직들이 시간이 지나며 유사한 구조와 관행을 갖게 되는 현상을 설명한다. 신제도주의에 따르면 조직은 내부 효율성뿐 아니라 외부 환경으로부터 정당성을 얻고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사회적으로 승인된 형식, 규칙, 절차, 언어를 받아들인다(Meyer & Rowan, 1977; Scott, 1987). DiMaggio & Powell(1983)은 이러한 동형화가 강압적, 모방적, 규범적 메커니즘을 통해 발생한다고 보았다. 강압적 동형화는 법과 규제, 자금 지원 조건, 행정 절차와 같은 압력에서 비롯되고(Mandre et al., 2021), 모방적 동형화는 목표가 불확실하거나 환경이 불안정할 때 성공적으로 보이는 사례를 참조하려는 경향에서 나타나며(Haveman, 1993; Lieberman & Asaba, 2006), 규범적 동형화는 전문가 집단과 교육, 컨설팅, 네트워크를 통해 공유되는 가치와 규범이 내면화되는 과정과 관련된다.

로컬크리에이터 지원정책에서 강압적 압력은 표준화된 자격 요건과 사업계획서 양식, 집행 및 정산 절차로, 모방적 압력은 정부와 지원기관의 우수사례와 성공 모델로, 규범적 압력은 평가위원, 멘토, 컨설턴트가 공유하는 시장성, 성장성, 스케일업의 언어로 작동할 수 있다(DiMaggio & Powell, 1983; Meyer & Rowan, 1977). 다만 본 연구에서 제도적 동형화는 로컬크리에이터들이 실제로 모두 동일한 조직 형태로 변했다는 결과 명제가 아니라, 정책 장이 행위자에게 가하는 표준화 압력을 포착하는 개념으로 사용된다. 특히 Oliver(1991)가 지적하듯 조직과 행위자는 제도적 압력에 대해 순응만이 아니라 타협, 회피, 거부, 조작 등 다양한 전략으로 대응할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의 분석 초점은 ‘완결된 동형화’가 아니라 ‘동형화 압력과 그에 대한 현장의 선별적 수용, 거리두기, 재프레이밍’이다. 이는 로컬크리에이터가 정책 기준을 일부 수용하면서도 자신의 가치와 활동 방식을 지키기 위해 조정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데 필요하다.

한편, 정책 프레이밍과 제도적 동형화는 별개의 과정이라기보다 서로 맞물려 작동한다. 정부의 경제적이고 기업가적 프레임은 로컬크리에이터를 어떤 주체로 보고 어떤 활동을 성공으로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을 제공하며, 이 기준은 사업계획서 양식, 평가지표, 지원 요건, 우수사례 홍보, 멘토링 프로그램과 같은 제도적 장치로 구체화된다. 이러한 과정은 특정 프레임에 맞는 활동과 조직 형태를 확산시키고, 확산된 활동은 다시 그 프레임의 타당성을 강화하는 순환을 만든다(Stone, 2012). 따라서 로컬크리에이터 지원정책을 분석할 때에는 정책문서의 프레임이 현장에서 어떤 동형화 압력으로 작동하고, 행위자가 이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III. 연구방법

본 연구는 정부의 로컬크리에이터 지원정책이 참여자의 활동과 정체성에 미치는 구조적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근거이론(grounded theory)과 지향적 질적 내용분석(directed qualitative content analysis)을 결합한 복합 질적 연구로 설계하였다(Morse, 2016). 이는 로컬크리에이터의 주관적 경험이라는 미시적 층위와 정책 문서에 나타난 제도적 구조라는 거시적 층위를 함께 검토함으로써, 정책의 공식적 언어와 현장의 경험 사이에 형성되는 긴장을 입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본 연구의 근거이론 적용은 이론을 배제한 순수 귀납이 아니라, 정책 프레이밍과 제도적 동형화에 대한 이론적 민감성을 유지하면서도 참여자 진술에서 나타나는 의미 범주를 우선 도출하는 이론적 민감성을 반영한 근거이론(informed grounded theory)에 가깝다(Charmaz, 2014; Thornberg, 2012). 정책 프레이밍과 제도적 동형화는 정책문서 분석의 사전 범주로 활용되었고, 인터뷰 분석에서는 개방코딩을 통해 도출된 범주가 축코딩과 선택코딩 단계에서 이론 틀과 연결되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 이론은 자료를 미리 재단하는 틀이 아니라, 정책문서와 인터뷰 경험을 비교하고 통합하는 해석 장치로 기능한다. 본 연구의 자료원별 분석 역할과 통합 방식은 <표 1>과 같다.

표 1. 자료원별 분석 역할과 통합 방식
자료원 분석 목적 주요 분석 질문 분석 절차 및 산출물
정책문서 정책의 공식 언어와 제도 장치 파악 정부는 로컬크리에이터를 어떤 문제 해결 주체로 정의하는가? 어떤 평가 및 집행 장치가 표준화를 유도하는가? Entman의 프레이밍 요소와 동형화 유형에 따른 지향적 내용분석: 정책 프레임 및 제도적 압력 도출
심층 인터뷰 정책 환경을 마주한 행위자 경험과 대응 파악 로컬크리에이터는 정책의 경제적 프레임과 성과 압력을 어떻게 경험하고 해석하는가? 개방코딩-축코딩-선택코딩: 가치 갈등, 정체성 협상, 대응 전략 도출
통합 해석 정책 구조와 현장 경험의 연결 공식 프레임은 현장에서 어떤 긴장, 수용, 거리두기, 재프레이밍으로 나타나는가? 정책문서 범주와 인터뷰 범주의 교차 검토: 이론적 모형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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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로컬크리에이터들이 정책 환경 속에서 겪는 경험과 인식, 정체성 변화와 대응 방식을 참여자의 관점에서 파악하기 위해 인터뷰 자료에 근거이론적 접근을 적용하였다. 참여자는 세 가지 기준에 따라 선정하였다. 첫째, 정책 환경과의 상호작용과 정체성 형성 과정을 충분히 성찰할 수 있도록 최소 3년 이상 사업을 운영한 로컬크리에이터를 우선하였다. 둘째, 동료 생태계나 지역사회에서 대표적 사례로 인정받아 연구 주제와 관련된 풍부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참여자를 고려하였다. 셋째, 이러한 기준을 충족하는 초기 참여자를 전문가 네트워크로 발굴한 뒤, 로컬크리에이터 커뮤니티의 네트워크 특성을 고려해 눈덩이 표집(snowball sampling)을 병행하였다. 또한 특정 지역이나 업종에 치우치지 않도록 활동 지역과 주력 분야에서 의도적으로 다양성을 확보하였다. 최종 참여자 9명은 새로운 인터뷰에서 주요 개념과 범주가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추가적인 핵심 범주가 더 이상 도출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시점, 즉 이론적 포화에 이른 단계에서 확정하였다(Creswell, 2007). 최종 참여자의 일반적 특성은 <표 2>와 같다.

표 2. 연구참여자의 일반적 특성
구분 성별 연령대 지역 업력 주요성과 또는 핵심 사업
A 43세 강원도 속초시 6년 식음료 제조 및 문화예술 기획
B 33세 강원도 원주시 3년 들깨 관련 식품 및 콘텐츠 제작
C 33세 대전광역시 7년 콩(특산물) 이용 식품 제조
D 46세 인천광역시 6년 지역맥주 제조 및 영업장 운영
E 36세 전라북도 고창 10년 유기농 쌀과자 제조 및 판매
F 48세 충남 공주시 6년 마을스테이
G 49세 제주 13년 지역콘텐츠 및 브랜드 개발
H 37세 충북 괴산시 4년 농업 콘텐츠 개발, 운영 및 교육
I 37세 강원 강릉시 5년 소규모 복합 문화 공간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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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는 반구조화 방식으로 진행하였고, 참여자의 동의를 얻어 녹음한 뒤 전사하여 분석 자료로 활용하였다. 질문은 정책 지원 경험, 정책 요구와의 갈등, 활동 방향에 미친 영향, 정책의 가치와 개인의 가치 사이의 괴리 등을 탐색하도록 구성하였다. 예를 들어 “정부 지원사업을 경험하면서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은 부분은 무엇인가”, “정책의 기준이나 절차에 맞추어 활동을 조정한 경험이 있는가”, “정책 환경 속에서 자신만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 등의 질문을 활용하였다.

인터뷰 자료는 Strauss & Corbin(1998)의 근거이론 절차에 따라 개방코딩, 축코딩, 선택코딩의 과정을 거쳐 분석하였다. 개방코딩에서는 전사 자료를 반복적으로 읽으며 의미 있는 개념과 범주를 도출하였다. 예컨대 “대부분의 정부 정책은 사회적 경제나 마을 공동체에 그다지 관심이 없고, 어떻게 하면 창업자가 지역에서 창업하게 할지만 고민한다”는 참여자 F의 진술은 ‘정책의 경제 및 창업 중심성 비판’으로 코딩되었고, 이후 ‘정책 프레임과 현장 현실의 괴리’를 거쳐 핵심 현상인 ‘만들어진 옷과의 줄다리기’를 구성하는 한 축으로 해석되었다. 이 과정에서 정책 프레이밍과 제도적 동형화라는 이론적 민감성을 유지하되, 참여자의 경험에서 드러나는 의미를 우선적으로 읽어내고자 하였다(Thornberg, 2012; Charmaz, 2014). 축코딩에서는 도출된 범주들을 패러다임 모형에 따라 연결하였고, 선택코딩에서는 핵심 범주를 중심으로 정책 환경 속 로컬크리에이터의 경험과 대응 과정을 통합적으로 정리하였다.

근거이론 분석을 보완하고 정책의 공식적 언어와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정부 정책 자료에 대한 지향적 질적 내용분석을 함께 실시하였다(Hsieh & Shannon, 2005). 분석 대상은 2020년부터 2025년까지 발표된 로컬크리에이터 지원정책 관련 공식 문서인 정책 공고문, 사업계획서 양식, 작성 가이드라인, 세부 운영지침, 보도자료, 우수사례집, 주관기관의 멘토링 자료 등을 포함하였다. 분석은 정책 프레이밍(Entman, 1993)과 제도적 동형화(DiMaggio & Powell, 1983)에 근거한 사전 분석 틀에 따라 진행하였다. 구체적으로 문서에 나타난 로컬크리에이터의 정의, 문제 정의, 정책 목표, 정당화 논리, 강조되는 경제적 가치를 검토하고, 자격 요건, 사업계획서 양식, 평가지표, 성과 보고, 우수사례 제시, 교육 및 멘토링 체계에 나타난 강압적, 모방적, 규범적 요소를 식별하였다.

정책문서 분석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분석 단위를 문서 내 문장과 표 항목으로 설정하고, 동일 의미가 반복되는 표현은 동일 코드로 묶었다. 예를 들어 ‘지역경제 활성화’, ‘지역가치 창업가’, ‘사업화 가능성’, ‘성장가능성’은 각각 문제 정의, 주체 정의, 해결책, 평가 기준의 코드로 분류하였다. 또한 자격 요건, 자부담, 정산, 성과 보고는 강압적 압력, 우수사례와 성공 모델 제시는 모방적 압력, 멘토링, 전문가 평가 및 시장성 중심의 언어는 규범적 압력으로 코딩하였다. 코딩 결과는 연구자 간 논의를 거쳐 문서 근거와 해석의 일치 여부를 확인하였다.

본 연구 설계의 핵심은 두 분석을 분리하지 않고 연결해 해석하는 데 있다. 정책 문서 분석이 ‘경제적 성과’, ‘스케일업’, ‘사업화’를 강조하는 공식 프레임과 제도적 압력을 보여준다면(Krippendorff, 2018), 인터뷰 분석은 이러한 프레임을 마주한 로컬크리에이터들이 ‘로컬다움’, 문화적 가치, 공동체성,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어떤 긴장을 경험하고 대응하는지를 보여준다(Charmaz, 2014). 특히 축코딩 단계에서 인터뷰를 통해 도출된 범주를 평가지표, 사업계획서 요건, 자부담 구조, 우수사례 제시 등 구체적 정책 요소와 연결함으로써, 동일한 현상을 미시적 경험과 거시적 제도 구조 양쪽에서 교차 검토하였다(Denzin & Lincoln, 2011).

연구 윤리와 신뢰성 확보를 위해 모든 참여자에게 연구 목적과 자료 활용 범위를 설명하고 자발적 동의를 얻었다. 또한 신원이 드러나지 않도록 부호를 사용해 직접 인용을 제시했으며, 녹음 파일과 전사 자료는 연구 목적 외에 사용하지 않도록 관리하였다. 분석에서 도출한 내용은 일부 참여자에게 공유하여 해석의 타당성을 확인하는 참여자 확인(member check)을 실시하였고, 동료 연구자와의 논의를 통해 해석이 특정 관점에 치우치지 않도록 점검하였다(Lincoln & Guba, 1985).

다만 본 연구는 정책 담당자, 심사위원, 중간지원조직 담당자를 별도로 면담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책 설계자의 의도, 집행기관 내부의 판단 과정을 직접 분석한 연구는 아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 말하는 ‘구조적 영향’은 정책문서에 나타난 제도적 장치와 로컬크리에이터가 경험한 정책 환경의 상호작용을 분석한 결과이며, 전체 생태계에 대한 통계적 일반화가 아니라 특정 정책 장에서 관찰되는 구조적 압력과 행위자 대응의 탐색적 설명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IV. 분석결과

1. 로컬크리에이터 지원정책 내용분석 결과: 프레이밍과 제도적 압력

본 절에서는 2020년부터 2025년까지 발표된 로컬크리에이터 지원정책 관련 자료를 대상으로 정책 프레임과 제도적 동형화 압력을 분석한 결과를 제시한다. 분석 대상은 개인 및 협업 트랙 공고문, 사업계획서 양식, 세부관리기준 등 15건의 공식 문서와 보도자료, 우수사례집, 창조경제혁신센터 멘토링 자료이며, 문서에 나타난 문제 정의, 정책 목표, 평가 기준, 제도 설계가 로컬크리에이터의 활동 방향과 정체성에 어떤 구조적 함의를 갖는지를 살펴보았다.

정책문서에서는 로컬크리에이터의 정의, 정책 목표, 지원 대상, 평가, 집행, 성과 보고 항목을 추출한 뒤 Entman의 네 프레이밍 요소와 동형화 유형으로 재분류하고, 이를 인터뷰 범주와 교차 검토하였다. 세부 코딩 기준은 <표 3>과 같다.

표 3. 정책문서 내용분석의 분석틀과 근거
분석 차원 구체적 코딩 항목 정책문서에서 확인한 반복 표현 및 장치 해석
문제 정의 지역소멸, 지역경제 침체, 지역 창업 기반 약화 지역 청년 유입, 지역경제 활성화, 지역가치 창업가 발굴 지역문화의 문제를 주로 지역경제와 창업 생태계의 문제로 정의
원인 진단 지역 자원 미활용, 창업 및 사업화 기반 부족 지역의 유무형 자원 활용 강조, 창업 및 사업화 기반 조성 필요성 제시 지역 자원이 사업적 가치로 전환되지 못하는 조건과 창업 기반의 부족을 원인으로 진단
주체 정의 로컬크리에이터, 지역가치 창업가, 소상공인 지역 자원과 창의적 아이디어를 활용해 사업적 가치를 창출하는 주체 문화매개자보다는 경제적 가치 창출 행위자로 주체를 구성
도덕적 평가 창의성, 혁신성, 사업화 역량 창의적 아이디어와 혁신을 통한 사업적 가치 창출, 우수 창업가 선정 및 홍보 창의성과 사업화 역량을 갖춘 창업가를 바람직한 정책 주체로 제시
해결책 제시 사업화 자금, BM 구체화, 브랜딩, 마케팅, 판로 및 투자 연계 사업계획서, 발표평가, 멘토링 및 교육, 시제품 제작, 홍보 및 마케팅 지원 문화적 활동을 사업화 가능한 프로젝트로 번역하도록 유도
강압적 동형화 자격 요건, 자부담, 정산 및 보고, 성과 관리 소상공인 요건, 총사업비 중 자부담, 보조금 집행 기준, 결과보고 및 제재 참여 조건과 행정 절차를 통해 활동 설명 및 운영 방식을 표준화
모방적 동형화 우수사례, 성공모델, 확장 가능성 매출 증가, 투자 유치, 고용 창출, 협업 모델, 확장 가능성 중심 사례 소개 정책적으로 인정받는 로컬크리에이터 상을 참조모델로 제시
규범적 동형화 전문가 평가, 멘토링, 시장성과 성장성의 언어 평가위원, 멘토, 지원기관을 통한 BM, 스케일업, 마케팅, 투자 가능성 강조 창업지원의 규범을 바람직한 활동 기준으로 내면화하도록 유도
주변화되는 가치 문화적 지속성, 공동체 관계, 장소성, 느린 성장 독립적 평가 기준보다는 지역성 항목 또는 사업화 설명의 하위 요소로 제시 문화적 가치가 경제적 성과를 보조하는 요소로 처리될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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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결과, 공식 문서들은 로컬크리에이터를 대체로 “지역의 자연환경과 문화적 자산을 소재로 창의성과 혁신을 통해 사업적 가치를 창출하는 창업가”로 규정하고[세부관리기준 제2조 등], 정책의 핵심 목표를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가치 창업가 육성”으로 제시하고 있었다[2023 공고문]. Entman의 프레이밍 구성요소로 보면, 문제 정의는 지역경제 침체와 지역 기반 약화, 원인 진단은 지역 자원의 미활용과 창업 기반 부족, 도덕적 평가는 창의성, 혁신, 사업화 능력을 지닌 창업가의 긍정적 역할, 해결책 제시는 사업화 자금, 멘토링, 스케일업 지원으로 구성되었다. 이는 로컬크리에이터를 지역 자원을 활용하는 경제 주체이자 혁신 지향 창업가로 위치 짓는 ‘기업가적 프레임’이 정책 전반에 구조화되어 있음을 보여준다(Hesmondhalgh, 2013; Oakley, 2009).

이러한 프레임은 사업계획서 양식과 평가지표에서 더욱 구체화된다. 사업계획서는 목표 시장, 사업화 전략, 시장 분석과 경쟁력 확보, 성장 전략, 성과 창출 전략 등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지원 신청자가 자신의 활동을 사업적 성공 가능성의 언어로 설명하도록 요구한다[2023 사업계획서 양식]. 평가지표 역시 ‘지역성’과 함께 ‘성장가능성’에 높은 비중을 두고 있으며, 시장 경쟁력, 자금 조달 능력, 매출, 고용 등 경제적 성과 예측에 집중되어 있었다[2023 공고문]. 이 과정에서 문화적 가치, 공동체 기여와 같은 비경제적 요소는 독립적인 평가 기준이기보다 경제적 가치 창출을 뒷받침하는 요소로 해석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였다.

기업가적 프레임은 로컬크리에이터 생태계에 세 가지 동형화 압력으로 작용한다. 첫째, 강압적 동형화는 명시적인 자격 요건과 행정 절차를 통해 나타난다. ‘소상공인’ 자격 요건, 표준화된 사업계획서 및 보고서 양식, 총사업비 20% 이상의 자부담,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집행 기준과 회계 감사, 정기 점검과 성과 보고, 기준 미달 시 제재 조치 등이 대표적이다[2023 공고문; 세부관리기준 제12조, 제16~18조, 제26조]. 이러한 장치는 로컬크리에이터가 정책이 정한 형식과 절차에 맞추어 자신의 활동을 설명하고 운영하도록 만든다.

둘째, 모방적 동형화는 성공 모델과 표준화된 사업 논리를 통해 작동한다. 정부가 우수사례로 선정하여 홍보하는 사례들은 주로 투자 유치, 매출 증가, 고용 창출 등 가시적 성과를 중심으로 제시되어 다른 로컬크리에이터에게 ‘정책적으로 인정받는 성공 모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또한 사업계획서가 요구하는 문제–해결–확장 구조나 활동 분야의 유형화는 특정한 사업 모델과 활동 범주를 표준 형식으로 제시하며, 유사한 사업 방식의 확산을 유도할 수 있다[2023 공고문] (Haveman, 1993; Lieberman & Asaba, 2006). 셋째, 규범적 동형화는 전문가 집단과 지원 시스템을 통해 나타난다. 평가위원회에 시장성 평가 전문가와 투자자, MD 등을 포함하도록 한 기준이나[세부관리기준 제4조], 창조경제혁신센터의 멘토링 및 교육에서 강조되는 ‘BM 구체화’, ‘브랜딩’, ‘마케팅’, ‘스케일업’ 등의 언어는 바람직한 사업 모델의 기준으로 전달되어, 로컬크리에이터가 자신의 활동을 시장 친화적이고 성장 지향적인 방식으로 정의하도록 하는 규범적 압력으로 작용한다(DiMaggio & Powell, 1983; Scott, 1987).

다만 이러한 문서 분석 결과는 현장의 실제 행위가 자동적으로 동형화되었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문서 차원에서 확인되는 것은 동형화 압력의 구조이며, 다음 절의 인터뷰 분석은 이 압력이 참여자에게 어떻게 경험되고, 어느 지점에서 수용, 거리두기, 재프레이밍, 저항으로 전환되는지를 보여준다.

2. 개방코딩

개방코딩은 자료를 세밀하게 읽으며 의미 있는 개념을 도출하고, 유사한 개념들을 묶어 하위범주와 상위범주로 구성하는 과정이다(Strauss & Corbin, 1998). 본 연구는 로컬크리에이터 9명의 인터뷰 전사 자료를 반복적으로 읽고 지속적 비교를 수행하며 개념을 명명하고 범주화하였다. 그 결과 68개의 개념, 29개의 하위범주, 13개의 상위범주가 도출되었으며, 13개 상위범주와 주요 하위범주를 중심으로 <표 4>와 같이 정리하였다.

표 4. 개방코딩 결과
상위범주(핵심범주) 하위범주
길목에서 만난 정책: 참여의 문턱과 기회들
  • 외부 제안 및 연계를 통한 정책 참여

  • 내재적 필요에 의한 정책 탐색 및 활용

  • 정책 변화 인지 및 사업 기회 포착

‘나다움’과 ‘로컬다움’의 추구: 활동의 뿌리가 되는 가치
  • 내재적 가치 지향 및 자율성 중시

  • 지역 기여 및 문제 해결 동기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는 정책 지원 환경
  • 정책 지원 활용 경험 및 한계 인식

  • 정책 변화 방향성에 대한 기대와 우려

녹록지 않은 지역살이: 현장의 현실적 장벽
  • 지역 기반 사업 운영의 구조적 제약

  • 지역 문제 심화 및 정책적 해결의 한계

로컬크리에이터 정체성의 다양성과 유동성
  • 활동 지향점과 정책 기준 간 불일치

  • ‘로컬크리에이터’ 명칭의 모호함과 외부 규정의 부담

‘기업가’라는 이름표: 정책이 씌우는 경제적 프레임
  • 정책의 경제 및 창업 중심성 인식 및 비판

  • 정책 프레임과 현장 현실 간 괴리

정량적 성과 중심의 평가와 동형화 압력
  • 정책 평가의 성과주의 및 정량화 경향

  • 성과 압력으로 인한 활동의 획일화 우려

공공 부문과의 상호작용 어려움: 소통 부재와 행정의 벽
  • 경직된 행정 절차와 비효율성 경험

  • 상호 이해 부족과 소통의 어려움

  • 공공 협력 과정에서의 부담과 소진 경험

울타리 너머의 시선들: 외부 이해관계자의 기대와 요구
  • 시장 및 투자자의 성과 중심 요구

  • 공공 영역과의 거래 조건 및 소통 방식

정책 환경에 대한 전략적 거리 조절
  • 내재적 가치 기반 의사결정

  • 외부 프레임에 대한 비판적 거리두기 및 주체성 견지

홀로서기와 함께서기: 자립과 연대의 길 모색
  • 정책 의존 탈피 및 자율적 운영 추구

  • 협력과 연대 기반 대안 모색 및 필요성 제기

  • 현장 기반 시스템 개선 노력 및 제언

정책 효과에 대한 회의론과 불신
  • 정책 지원 효과의 한계 및 지속성에 대한 의문

  • 공공 협력 경험 기반의 누적된 불신

빛바랜 다양성: 흔들리는 지속가능성과 미래 불안
  • 사업 지속가능성에 대한 불안과 고민

  • 생태계 위축 및 지속가능성 위협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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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범주는 로컬크리에이터가 정책과 접촉하는 계기에서 출발해 자신의 활동 가치와 정체성을 인식하고, 정책 환경 속 긴장에 대응하며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포괄한다. 다음 절에서는 이 범주들을 패러다임 모형으로 연결해 가치 갈등과 정체성 협상의 구조를 살펴본다.

3. 축코딩

축코딩은 개방코딩에서 도출된 범주를 인과적 조건, 맥락적 조건, 중심현상, 중재적 조건, 작용·상호작용 전략, 결과의 패러다임 모형에 따라 재배열하고 통합하는 단계이다(Strauss & Corbin, 1998). 로컬크리에이터의 ‘가치 갈등과 정체성 협상’ 경험을 정리한 모형은 [그림 1]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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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로컬크리에이터의 정책 환경 속 ‘가치 갈등과 정체성 협상’ 경험에 대한 패러다임 모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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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과적 조건

중심현상을 촉발하는 인과적 조건은 로컬크리에이터의 내재적 가치 지향이 지원정책의 구조적 목표와 만나는 지점에서 형성된다. 많은 참여자들은 경제적 성공 기준에 앞서 ‘나다움’과 ‘로컬다움’, 문화적 계승, 공동체 기여를 활동의 동력으로 삼았으나, 자금과 공간, 네트워크와 같은 현실적 필요나 외부 기관의 제안을 계기로 ‘길목에서 만난 정책’을 통해 지원 시스템에 들어왔다. 이 접점에서 이들은 내용분석에서 확인된 ‘지역경제 활성화’와 ‘창업가 육성’이라는 정책의 경제적 목표와 마주했다. 다층적 가치 지향과 표준화된 성과를 기대하는 정책 사이의 차이는 이후 가치 갈등과 정체성 협상으로 이어지는 인과적 조건이 되었다.

“강릉에 예술가들이 활동할 공간이 부족하다길래, 언젠가 공간을 만들어야겠다 생각하다가 창조경제혁신센터의 공간 기반 청년 지원 사업을 알게 되었어요. 그게 계기가 되어 지금의 공간을 열게 됐죠.” (참여자 I)

“저는 사업을 하고 있지만, 단순히 수익을 보고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 프로젝트는 힘들고 돈이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려할 때 옳은 선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참여자 A)

2) 맥락적 조건

중심현상인 ‘만들어진 옷과의 줄다리기’는 특정한 맥락 속에서 전개되었다. 정부 정책은 로컬크리에이터를 ‘기업가’로 규정하는 프레임과 표준화된 운영 요건으로 제도적 환경을 형성했고, 참여자들은 그 안에서 자금과 멘토링의 혜택을 경험하는 한편 지원의 한계와 변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는 정책 지원 환경’을 인식하였다. 인력 및 인프라 부족과 행정 비효율, 젠트리피케이션 같은 ‘녹록지 않은 지역살이’의 어려움, 그리고 ‘로컬크리에이터’라는 명칭의 모호함과 활동가 정체성의 다양성과 유동성이 맞물리면서, 참여자들은 정책의 요구와 자신의 가치 사이의 긴장을 경험하였다.

“이를 중소기업부에서 하는 로컬 크리에이터 사업과 같은 것으로 볼지 … 대부분의 정부 정책은 사회적 경제나 마을 공동체에 그다지 관심이 없고, 어떻게 하면 창업자가 지역에서 창업할 수 있게 할 것인가만 고민하죠.” (참여자 F)

“(지역 창업에) 가장 큰 허들은 인재 채용과 자금에 대한 문제예요. 기술 기반 스타트업은 더 심하고, 우리처럼 라이프스타일 창업도 인력과 자금 문제가 한계가 있어요. … 이런 부분이 정책적으로 어떻게 지원될지가 관건이죠.” (참여자 G)

3) 중심현상

본 연구의 중심현상은 ‘만들어진 옷과의 줄다리기: 정책 환경 속 가치 갈등과 정체성 협상’으로, 정부 지원정책이라는 제도적 틀과 상호작용하며 로컬크리에이터들이 겪는 핵심적 긴장을 가리킨다. ‘나다움’과 ‘로컬다움’을 바탕으로 문화적 가치와 공동체 기여, 자율성,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정책 시스템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창업가 육성, 경제적 성과, 표준화된 성공 모델을 주요 기준으로 제시했다. 이 속에서 참여자들은 정책을 단순히 수용하거나 거부하기보다 ‘기업가’ 프레임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되묻고 정책이 요구하는 성과 기준과 자신의 가치 사이에서 활동 방향을 조정했다. 따라서 ‘만들어진 옷과의 줄다리기’는 주어진 틀에 수동적으로 맞춰가는 과정이 아니라, 그 틀을 받아들이고 고쳐 입으며 때로는 거리를 두거나 다른 대안을 찾는 협상과 재구성의 과정이다.

“매출 자체가 최종 목표가 아니라, 매출을 통해 영향력을 얻고, 그 영향력으로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전달하는 것이 제 사업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참여자 E)

“저는 사실 스스로를 로컬 크리에이터라고 부른 적은 없어요. 어느 순간 그렇게 불리게 되었고, 성공 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는데, 사실 ‘성공’이라는 표현이 저한테는 부담스럽게 느껴져요. 이 공간이 성공했는지에 대한 기준이 뭔지 늘 고민하게 되거든요.” (참여자 I)

이 지점에서 가치 갈등은 경제적 가치와 문화적 가치가 언제나 양립 불가능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참여자 E의 진술처럼 매출은 문화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수단이 될 수 있고, 참여자 I의 사례처럼 정책 지원은 문화공간을 시작하게 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다만 평가와 지원의 공식 언어가 경제적 성과를 우선시할 때, 문화적 가치가 동등한 목표가 아니라 성과 창출의 배경 조건으로 축소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갈등이 발생한다.

4) 중재적 조건

참여자들의 대응 전략은 몇 가지 중재적 조건의 영향을 받았다. 먼저 이들은 정책이 자신에게 부여하는 ‘기업가’라는 이름표와 경제적 가치 중심의 프레임이 현장의 현실과 어긋난다고 보았다. 또한 경제성 중심의 평가지표와 성과 압력은 과정보다 결과를, 질적 가치보다 수치를 앞세우며 활동의 획일화를 부르는 ‘정량적 성과 중심의 평가와 동형화 압력’으로 경험되었다. 여기에 공공 부문과의 협력에서 겪은 소통의 어려움, 경직된 행정, 책임 전가, 과도한 집행 요구가 더해졌고, 시장과 투자자 등 ‘울타리 너머의 시선들’이 매출, 성장성, 투자 가능성을 기준으로 가하는 성과 압력도 영향을 미쳤다. 이처럼 정책 프레임, 성과 압력, 공공 부문과의 상호작용, 외부 이해관계자의 요구는 함께 참여자들의 대응 방식을 조절하였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종종 시각적으로 빠른 효과나 숫자 같은 측정 가능한 결과에 더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참여자 F)

“원래 5년짜리 사업이었는데, 마감 한 달 전에 갑자기 사업이 종료된다는 공문이 날아왔어요. … 국세청에서는 환급을 해줄 수 없다고 통보했고, 시에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저희가 모든 비용을 부담해야 했어요. … 시의 대처가 서투른 것 같습니다.” (참여자 A)

5) 작용·상호작용 전략

참여자들은 정책 환경에 대한 전략적 거리 조절을 통해 선별적 수용과 거리두기, 재프레이밍, 대안 모색의 전략을 구사했다. 정책이 제공하는 자금과 플랫폼, 네트워크를 필요에 따라 활용하면서도, 정책 요구가 품질, 자율성, 지역성 같은 핵심 가치와 충돌하거나 행정 부담이 과도하면 참여를 거부하거나 거리를 두었다. 또한 외부의 경제적 프레임과 획일적 성공 규정에 비판적 거리를 두고 활동의 본질과 성공의 의미를 스스로 재정의했으며, 일부는 매출보다 그것이 가져오는 영향력과 지역사회 효과를 중시하거나 품질 기준에 맞지 않는 납품 요구를 거부했다. 나아가 정책 의존에서 벗어나려는 ‘홀로서기’와 동료 및 지역사회와 협력하는 ‘함께서기’를 병행하고, 다른 부처의 지원을 탐색하거나 중간지원조직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제도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저희는 급식 납품을 하지 않아요. 단가를 맞출 수 없고, 그렇게 하면 질이 떨어지는 기름을 만들어야 하거든요. 그렇게 아이들에게 납품하고 싶지 않아요.” (참여자 B)

“그래서 저는 종종 동료들에게 인당 매출이 1억 5천만 원이 되어야 한다고 언급해요… 이는 외부 보조금 없이도 자체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수준을 의미하며…” (참여자 F)

6) 결과

대응의 결과는 여러 층위로 나타났다. 먼저 정부 지원사업을 거쳐도 시장에서 생존하기 어렵다는 경험, ‘성공 사례’ 지정이 지속가능성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인식, 공공 협력 과정의 행정 미숙과 책임 전가는 정책 효과에 대한 회의와 불신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회의는 생태계 전반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불안으로 확장되어, 참여자들은 지원 종료 이후의 생존을 우려하고, 매출을 위해 유행을 좇거나 수치상 안정적인 계획을 내야 하는 상황이 활동의 다양성과 실험성을 줄인다고 보았다. 이 과정에서 정책이 표방한 다양성은 오히려 ‘빛바랜 다양성’으로 남을 수 있다. 개인적 차원에서는 과도한 요구와 행정 부담이 활동 위축과 심리적 소진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경험은 참여자들이 자신의 정체성과 사업 방향을 다시 점검하게 만들었고, 일부는 기업가적 정체성을 강화한 반면 다른 일부는 정책과 거리를 두며 내재적 가치에 집중하거나 자립과 연대의 대안적 경로를 모색했다. 결국 로컬크리에이터들은 정책의 구조적 영향 속에서 자신의 위치와 방향을 지속적으로 재설정하고 있었다.

“창업사관학교에서 팝업을 하고 했던 친구들 중에 살아남은 친구들이 거의 없어요. 정부 지원을 받아도 시장에서 살아남기 쉽지 않더라고요.” (참여자 B)

“매출을 올리려면 유행하는 걸 해야 하니까, 다 비슷해질 수밖에 없어요. … 정부에서 수치를 강조하다 보니 그런 일이 생기는 것 같아요. 사업계획서를 쓸 때 독특한 생각을 가진 친구들도 수치적으로 안정적인 계획을 쓰게 되고, 그러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참여자 H)

이상의 결과는 로컬크리에이터가 제도적 동형화 압력에 단순히 동조했다는 결론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참여자들은 정책이 요구하는 언어와 절차를 부분적으로 활용하면서도 자신의 가치와 맞지 않는 요구에는 거리를 두거나 재해석했으며, 이 점에서 본 연구의 발견은 ‘동형화의 완성’이 아니라 ‘동형화 압력에 대한 전략적 대응’으로 정리된다(Oliver, 1991).

4. 선택코딩

선택코딩에서는 개방코딩과 축코딩을 통해 도출된 참여자 경험을 내용분석에서 확인한 정책의 구조적 특징과 연결하여 해석하였다. 분석은 Strauss & Corbin(1998)의 절차를 따르되, 본 연구의 핵심 질문인 ‘정책의 구조적 영향’을 설명하기 위해 정책 구조와 로컬크리에이터의 행위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에 초점을 두었다. 이를 위해 정책 프레이밍과 제도적 동형화의 관점에서 범주 간 관계를 통합하고, 핵심범주와 이야기 윤곽을 구성하였다.

1) 핵심범주

분석 결과, 본 연구의 핵심범주는 ‘정책의 경제적 가치 프레임과 표준화 동력이 로컬크리에이터의 다층적 가치 지향 및 정체성과 충돌하며 형성되는 지속적인 긴장, 협상, 궤도 수정의 과정’으로 정리할 수 있다. 정부는 경제적 성과를 창출하는 ‘기업가’와 표준화된 성공 모델을 요구하지만, 로컬크리에이터는 문화적 가치, 공동체성, 자율성, 장소성을 지키기 위해 이를 선별적으로 수용하거나 거리를 두고 재프레이밍한다. 따라서 이 핵심범주가 가리키는 것은 현장의 일방적 동질화가 아니라, 동형화 압력 속에서 행위자들이 가치의 균형과 정체성의 경로를 재설정해 가는 과정이다.

[그림 2]는 정책 구조와 행위자의 상호작용을 도식화한 것이다. 경제적 프레임과 표준화 동력은 로컬크리에이터의 다층적 가치 및 정체성과 만나 긴장, 협상, 궤도 수정을 형성하며, 이 과정에서 가치의 병존과 위계 조정이 나타난다. 행위자들은 정책 요구를 선별적으로 수용하거나 거리두기, 재프레이밍, 대안 모색, 제도 수정 요구로 대응하고, 이러한 전략은 다층적 결과로 이어진다. 그 결과는 다시 핵심 상호작용에 피드백되며, 이는 구조와 행위가 반복적으로 상호 구성되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Giddens, 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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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로컬크리에이터 지원정책의 구조적 영향에 대한 이론적 모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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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야기 윤곽(Story Line)

이야기 윤곽은 정부가 로컬크리에이터를 ‘지역경제 활성화의 주체’이자 ‘혁신 창업가’로 명명하며 정책적 개입을 본격화하는 데서 출발한다. 앞선 내용분석에서 확인했듯이 이러한 기업가 중심의 프레이밍은 정책 목표, 선정 기준, 사업계획서 요건, 평가지표에 반영되어 특정한 성공 모델과 활동의 언어를 구성한다. 이 과정에서 정책은 단순한 지원 장치가 아니라 ‘바람직한 로컬크리에이터’의 모습을 제도적으로 규정하는 구조적 틀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 안으로 들어온 로컬크리에이터들은 경제적 이윤만을 목표로 삼지 않았다. ‘나다움’과 ‘로컬다움’, 문화적 가치, 공동체 기여, 자율적 삶을 동기로 삼는 이들에게 지원정책은 기회인 동시에 긴장의 원천이 되었다. 매출 압박, 정량화하기 어려운 공동체 활동과 문화 활동의 평가 배제, 경직된 행정과 소통 부재로 인한 소진은 문화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가 충돌하고 조정되는 양상으로 나타났다(Throsby, 2001). 그럼에도 이들은 수동적 수용자에 머물지 않고, 정책의 언어와 요구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거나 비판적 거리를 두며 성공 기준을 자신의 맥락에 맞게 재해석하고 재프레이밍했다(Lawrence & Suddaby, 2006).

구조와 행위자의 상호작용이 낳는 결과는 단선적이지 않았다. 한편으로 동형화 압력은 생태계를 유사한 사업 모델과 성과 언어로 수렴시키며, 정량화하기 어려운 문화적 실험과 공동체적 가치를 주변화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정책이 표방한 다양성은 ‘빛바랜 다양성’으로 남을 위험을 보였고, 정책 효과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회의와 불신도 형성되었다. 다른 한편으로 참여자들의 저항과 대안 모색은 구조적 압력 속에서도 다양성이 완전히 소멸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때 정체성은 고정된 속성이 아니라 외부의 규정과 자기 이해가 상호작용하며 계속 구성되는 것으로 나타났다(Jenkins, 2008).

V. 결론 및 시사점

본 연구는 로컬크리에이터 지원정책이 지역문화 주체의 활동과 정체성에 어떤 구조적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하였다. 이를 위해 정책 프레이밍과 제도적 동형화를 분석 틀로 삼아 로컬크리에이터 9인의 심층 인터뷰 자료와 관련 정책 문서를 함께 검토하였다.

본 연구의 발견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정책문서 분석 결과 로컬크리에이터 지원정책은 지역문화의 문제를 주로 지역경제 활성화와 창업가 육성의 문제로 프레이밍하였다. 둘째, 이러한 프레임은 사업계획서 양식, 평가 기준, 자부담과 정산 절차, 우수사례, 멘토링 언어를 통해 강압적, 모방적, 규범적 동형화 압력으로 구체화되었다. 셋째, 로컬크리에이터들은 이 압력에 일방적으로 동화되기보다 선별적으로 수용하고, 거리를 두고, 자신의 성공 기준을 재프레이밍하며, 자립과 연대의 경로를 모색하였다. 따라서 본 연구의 핵심 결과는 정책이 현장을 단순히 동질화한다는 것이 아니라, 표준화 압력과 다층적 가치 지향 사이의 지속적 협상 과정이 형성된다는 점이다.

본 연구의 이론적 기여는 두 가지이다. 첫째, 제도적 동형화 이론을 로컬크리에이터와 지역문화정책의 맥락으로 확장하였다. 기존 논의가 제도적 압력에 대한 조직의 순응을 주로 설명했다면, 본 연구는 로컬크리에이터들이 경제적 프레임과 표준화 압력에 대해 선별적 수용, 거리두기, 저항, 재프레이밍 등으로 대응함을 보여주었다(Lawrence & Suddaby, 2006; Lawrence, Suddaby, & Leca, 2011; Oliver, 1991). 둘째, 정책 효과를 구조와 행위자의 반복적 상호작용 속에서 설명하였다. 정책의 기업가적 프레임과 표준화 동력은 활동을 특정한 방향으로 이끌지만, 행위자들은 그 안에서 자신의 가치와 정체성을 조정하고 재구성하며, 그 결과 다시 거리두기와 궤도 수정 전략이 나타난다(Giddens, 1984).

정책적 시사점은 네 가지이다. 첫째, 정책 프레임을 ‘지역가치 창업가 육성’에서 ‘지역문화 가치와 경제적 지속가능성을 함께 창출하는 지역문화 주체 지원’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소관 정책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창업 및 소상공인 지원 목표를 유지하되, 문화적 가치와 장소 기반 공공성을 병행하는 부처 간 협력 프레임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평가지표를 다층화할 필요가 있다. 매출, 고용, 투자 유치는 필요한 지표지만 로컬크리에이터가 만드는 가치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따라서 사업성 지표와 함께 지역문화 기여, 공동체 관계, 장소성, 문화적 지속가능성, 지역 자원의 재해석 등을 평가에 포함해야 한다. 이는 경제적 성과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두 가치가 상호 보완적으로 작동하도록 평가 구조를 조정하자는 제안이다(Landry, 2008).

셋째, 지원의 시간적 구조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단기 공모사업 중심의 지원은 빠른 성과 확인에는 유리하지만, 지역문화 기반 활동의 느린 성장과 관계 형성 과정을 담기 어렵다. 따라서 단기 사업화 지원을 넘어 장기적 성장과 실험, 협력, 네트워크 형성을 뒷받침하는 지원체계가 필요하며, 정책이 의도치 않게 현장의 다양성을 약화시키지 않도록 집행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조정되는 설계가 요구된다(Osborne, 2010; Schön, 1983).

넷째, 정책 집행 과정에서 로컬크리에이터의 자율적 해석과 재프레이밍을 제도적으로 허용해야 한다. 모든 참여자를 동일한 스케일업 경로로 유도하기보다 생활문화형, 장소기반형, 공동체기여형, 성장기업형 등 다양한 경로를 인정하는 포트폴리오 방식의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중간지원조직은 행정 집행자에 머무르기보다 정책 언어와 현장 언어를 번역하고, 성과 지표와 현장 가치 사이의 간극을 조정하는 매개자로 기능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는 몇 가지 한계를 갖는다. 본 연구는 9명의 인터뷰와 공개 정책자료를 중심으로 한 질적 연구이므로 장기적 변화나 모든 지역과 유형을 일반화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 또한 지방정부, 중간지원조직, 심사위원, 정책 담당자, 지역 주민의 관점을 직접 다루지 못했다. 따라서 결론은 정책 설계자의 의도나 전체 생태계의 변화를 단정하기보다, 공개 정책문서와 참여자 경험에서 확인된 구조적 압력과 대응 양상을 탐색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한정된다. 후속 연구에서는 지역별, 활동 유형별 비교, 정책 변화의 종단적 추적, 다중 행위자 연구를 통해 로컬크리에이터를 지역문화 생태계의 관계와 자원을 연결하는 행위자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Comunian, 2011).

그럼에도 본 연구는 성과 중심 정책 기조가 지역문화 영역에서 만드는 구조적 긴장과 그 속에서 행위자들이 가치와 정체성을 협상하는 과정을 실증적으로 제시했다는 의의가 있다. 이는 정책이 시장에서 교환되는 가치뿐 아니라 문화, 공동체, 장소성의 가치를 어떻게 인정하고 지원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제기하며(Klamer, 2017), 문화 및 창의 정책의 목표와 현장 가치 사이의 긴장을 이해하는 데 참고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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