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문화예술 시장 내 여성 소비자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라이브 콘서트와 뮤지컬의 여성 예매자 비율은 70%를 넘어섰고, 전통적으로 남성 관객 위주의 장르로 알려진 록페스티벌이나 누아르 액션 영화에까지 20, 30대 여성의 비중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1) 주요한 문화 세력으로서 ‘여덕(여성덕후)’ 혹은 ‘여성팬덤’ 등 특정 장르나 아티스트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여성 소비자에 대한 논의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적극적인 문화예술향유의 주체로서 여성이 등장한 것은 일견 긍정적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여풍(女風)의 주체가 과연 여성 전체를 뜻할까? 물론 교육 수준 향상과 사회 참여 증대로 여성들의 문화예술향유가 전반적으로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양정혜, 2007; 김현지·이철원·임진선, 2012). 그러나 여성은 결혼과 임신, 출산 등 생애주기에 따라 역할 비연속성(role discontinuity)이 크며,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생활양식의 차이가 심하다(Kline, 1975). 문화 소비자로서 여성 역시 이러한 격차에 따라 향유하는 문화예술의 폭과 깊이가 상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우리 사회 여성의 문화예술향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일한 범주의 ‘여성’이 아닌, 여성 내부에 존재하는 다양한 집단의 차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즉, 평균 양적 접근이 아닌 다양한 사회적 분절선에 따른 불평등(inequality)한 분배 구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물론 한정된 자원의 제약 조건에서 모든 여성이 동일한 수준의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선택이 보이지 않는 제약에 의해, 집합적인 현상으로 고착화한다면 장기적으로는 문화생태계의 균형 있는 성장이 저해될 것이다.
이러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 여성의 문화예술향유불평등에 관한 논의는 아직 소수에 불과하다(오미란, 2009). 이는 문화예술향유 불평등에 대한 논의 자체가 풍성하지 않은 상황에서 여성이라는 특정성별 내 격차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성, 특히 이들의 생애주기 중 ‘육아기’는 문화예술향유격차 문제에 있어 특별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육아기 여성들에게 있어 문화예술향유는 사회적 책무가 아닐 뿐더러 육아와 같이 사회적 요구도 뚜렷하지 않아 자원 배분의 우선순위를 차지하기 어려운 활동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육아기 여성들이 육아와 문화예술향유를 병행하는 대처 전략에는 이들의 사회 경제적 지위에 따른 차이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육아기 여성은 자녀의 생애 최초 문화향유 경험을 결정하는 전달자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가 이론과 문화자본론에 따르면 생애 최초 문화향유 경험은 자녀의 이후 삶에서 여가 선택에 지속적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자본의 형태로 축적된다(Roberts, 2006; Bourdieu, 1984).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육아기 여성 간 문화예술향유 격차는 단순히 특정 젠더나 문화 영역의 문제를 넘어, 이후 세대의 불평등이 발현되고 재생산될 수 있는 분기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육아기 여성들의 문화예술향유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요인과 그 기제를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에 본 연구는 여성의 육아기에 초점을 맞추어 이들의 육아부담과 문화예술향유불평등의 관계에 있어 계층 요인의 역할을 이해하고자 한다. 이때 계층은 소득과 학력, 그리고 지역규모를 통해 살펴볼 것이다. 특히 본 연구에서는 문화예술향유를 문화예술관람의 양과 다양성의 관점에서 포괄적으로 관찰할 것이다. 선행 연구에 따르면 현대사회에서는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수록 더욱 다양한 범주의 문화를 포식적(omnivore)으로 향유한다(Peterson & Kern, 1996). 따라서 소득과 학력, 그리고 지역규모의 차원에서 상위 계층에 속한 여성들은 육아부담이라는 제약이 가중되어도 문화예술관람의 양과 다양성 수준이 감소하지 않으나, 하위 계층에 속한 여성들은 육아부담이 가중될수록 문화예술관람의 양과 다양성이 뚜렷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하에서는 먼저 문화예술향유불평등과 육아기 여성의 문화예술향유, 그리고 문화예술향유의 측정에 대한 이론적 논의를 살펴볼 것이다. 3장에서는 문화예술관람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통해 육아부담의 역할, 그리고 계층 요인들과 육아부담의 조절 효과를 관찰할 것이다. 4장에서는 분석 결과에 대한 요약과 시사점을 논의할 것이다.
Ⅱ. 이론적 배경
문화예술향유란 공연이나 전시 형태로 유통되는 문화예술 생산물을 직접 소비하거나(류태건, 2008; 김수현 등, 2013; Chan & Goldthorpe, 2007; Lopez-Sintas & Garcia-Alvarez, 2002), 이러한 문화예술을 즐기려는 의지나 선호 같은 태도(Bourdieu, 1984; Peterson, 2005)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2003년 60%대에 머물던 문화예술 관람률이 2016에는 약 80%에 이르는 큰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문화체육관광부, 2016). 특히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것이 교육과 공동체 활성화를 비롯해 다양한 사회경제적 가치를 지닐 수 있다는 사례들이 꾸준히 제시되고 있다(양현미, 2007; 양혜원, 2012; 2014; Throsby, 1994; Towse, 2005). 이에 따라 다양한 국가에서 문화향유를 독려하는 정부 지원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추세다.
그러나 이러한 전반적 성장과는 별개로 실제 문화향유수준에는 격차, 즉 불평등이 나타난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여기서 문화예술향유격차, 혹은 문화예술향유불평등이란 사회경제적, 혹은 개인의 신체적 여건 등으로 인해 문화예술 활동에 대한 접근과 이용이 개인마다 다르게 작용하는 현상을 뜻한다(박용치, 2003). 실제로 2016년 문화향수실태조사에 따르면 소득과 지역에 따라 문화향유율의 차이가 뚜렷이 드러난다. 월소득 200만 원 이상 가구의 문화 관람률은 71%에 이르지만 100만 원 미만 가구는 31%에 머물렀고, 대도시의 문화예술행사 관람률은 81%이지만 읍면 지역은 6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문화체육관광부, 2016). 물론 한정된 비용과 시간 조건을 고려할 때 개인의 선호와 여건에 따라 여가 시간을 선택적으로 구성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차이가 보이지 않는 요인에 따라 집합적인 현상으로 고착화하는 것에는 사회적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문화자본론은 문화향유격차에 사회적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근거를 사회적 불평등과 관련하여 설명했다(Bourdieu, 1984). 문화자본론에 따르면, 특정한 문화를 선호하고 즐기는 능력은 즉각적으로 형성되지 않는다. 이러한 취향과 능력, 즉 문화자본은 가정환경과 교육을 통해 은밀하고도 지속적으로 축적된다. 그리고 누적된 문화자본은 계급적 지위를 상징적으로 드러내어 상류층 간 결속을 돕는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문화자본은 사회적 특권을 차지하게 하고 경제자본으로 쉽게 전환된다. 그리고 이는 다시금 새로운 문화자본을 축적시키는 연쇄적인 순환 고리로 작동하게 된다(Bourdieu, 1984). 이러한 점에서 볼 때 문화향유 격차는 단지 문화영역에서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보이지 않는 경로로 간주할 수 있다.
이후 1990년대 미국에서 제기된 옴니보어 가설(Omnivore hypothesis)은 문화자본론이 처음 소개되었던 1960년대 프랑스 사회와 비교해 계층별 문화향유의 양상에 차이가 나타난다는 점에 주목했다.2) 이들은 계급을 구별하는 특징이 더 이상 특정 문화에 대한 선호나 배척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개방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Peterson & Kern, 1996). 즉, 사회경제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는, 이른바 미국의 젊은 엘리트들은 고급문화뿐 아니라 대중문화를 아우르는 풍부한 문화 선집(portfolio)을 보유한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변화의 원인으로 지리적·사회적 이동의 증가, 관용적인 가치관의 등장, 그리고 혁신과 변화를 강조하는 새로운 예술 사조의 출현 등 다양한 가능성을 제기했다(Peterson & Kern, 1996; Van Eijck, 1999; 2001; Van Rees & Verhoord, 1999).
문화 취향과 계급 간 상동성을 강조한 문화자본론이나 문화 취향의 다양성에 대해 주목한 옴니보어 가설은 표면적인 차이가 존재하지만, 계층과 문화향유실천 방식이 서로 연동되어 있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특히 옴니보어 가설은 2000년 중반 이후 우리나라와 유럽을 비롯해 다양한 국가와 문화 영역, 방법론적 확산을 거듭하며 여전히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김수정·최샛별, 2018; 김두이·금현섭, 2018; 김은미·서새롬, 2011; 김은미·이혜미·오수연, 2012; 이호영·장미혜, 2008).
2000년대 이후 문화예술향유격차에 대한 논의는 꾸준히 제기되고 있으나, 대부분 포괄적인 범주의 향유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김두이·금현섭, 2018; 김옥희·민웅기, 2017; 정광호·최병구, 2007; 전승훈·김진, 2016; 남은영·최유정, 2008).
그에 비해 여성, 특히 이들의 ‘육아기’라는 특정 생애주기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먼저 여성의 문화예술향유에 대한 관찰은 여가 영역에서 진행된 논의에서 일부 찾아볼 수 있으나, 이마저 대부분 포괄적인 범주의 여성, 혹은 문화 소비 주체로서 여성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장서연·김영국, 2014; 이영자, 1996; 정명실·송지호, 2011). 그에 반해 문화 소비 약자로서 여성, 즉 여성 집단 내에서의 문화향유 격차에 대한 논의는 소수에 불과하다(김홍설·이문진·황선환, 2015; 오미란, 2009).
그러나 일반적으로 여성은 남성에 비해 다양한 생애과업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특히 결혼과 임신, 출산에 따른 역할 비연속성(role discontinuity)이 강해 생애주기에 따른 생활 패턴의 차이가 크다(Kline, 2075). 따라서 이들의 문화예술향유 실천 방식에는 이들이 속한 생애주기적 특수성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특히 육아기는 문화향유불평등 문제에 있어 두 가지 관점에서 다른 집단과 구별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육아기 여성들은 문화향유에 대한 현실적인 제약이 심하다. 육아기 여성들은 육아 책임을 전적으로 여성에게 부담시키는 사회 통념상 개인적 여가 시간에 대해 많은 비용과 시간 갈등을 겪는다(차민경, 2018; 신경아, 1998;윤택림, 1995; 노영주, 2000; 황경아·홍지아, 2011). 실제로 육아를 전담하는 많은 여성이 여가를 선택함에 있어 시간 소모가 적고, 가사와 병행할 수 있는 소극적인 대안, 이른바 ‘스낵 컬처(snack culture)’에 집중되어 있다(손명준·최영환·최정웅, 2011; 차민경, 2018). 문화예술향유 역시 사회적 책무가 아닐 뿐 아니라 육아와 같이 사회적 요구가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자원 배분의 우선순위를 차지하기 어렵다. 따라서 육아와 여가를 모두 확보할 수 있는 지원 체제가 온전히 갖춰지지 않은 환경에서는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이 둘을 병행하기 위한 대처 전략의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또한 육아기 여성들은 자녀들의 생애 초기 문화 경험을 결정짓는 문화 전달자라는 점에서 중요성을 띤다. 지속 이론(continuity theory)에 따르면, 초기 문화향유 경험은 개인의 문화향유 경력을 형성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Roberts, 2006). 이는 문화향유가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학습되고 발달하는 사회화(socialization) 과정이며, 생애 후반의 여가는 생애 초반의 경험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윤소영, 2014; 김태주, 2002; Troll & Skaff, 1997). 특히 연구자들은 어렸을 때 경험하지 못한 활동은 이후에 새롭게 시작하기가 어렵고 신체적·정신적·사회적 환경이 변화해도 비슷한 향유 패턴이 이어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예를 들어, 로버슨(Roboson, 2003)은 코호트(cohort) 조사를 통해 어린 시절 도서관, 박물관 및 음악 활동 경험이 이후 생애에서의 문화 소비 전제조건이 되며, 심지어 높은 교육 수준과 소득으로 이어졌음을 제시했다(윤소영, 2004; 2011 재인용). 이를 종합해볼 때, 문화예술을 풍부하게 향유하는 양육자들로부터 다양한 문화 경험에 노출된 자녀들은 이후 생애에서도 풍부한 문화 경험을 쌓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그러나 문화향유가 결핍된 양육자를 둔 이들은 그러한 기회에 원천적으로 차단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육아기 여성 간 문화예술향유 격차 문제는 단순히 특정 젠더의 문제이거나 문화 영역의 문제라기보다는 향후 세대의 사회적 격차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주요한 사회적 문제로 볼 필요가 있다.
문화예술향유 불평등 논의에 있어 어떠한 기준으로 문화예술향유의 수준을 파악할 것인지의 문제는 중요하다. 특히 옴니보어 담론에 있어 문화예술향유의 다양성을 어떻게 개념화하고 측정할지에 대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김두이·금현섭, 2018; 박주연·신형덕, 2018; 김은미·이혜미·오수연, 2012; 박근영, 2014; Ward, Wright & Gayo-Cal, 2011).
먼저 문화예술향유의 수준을 나타내기 위해 가장 빈번하게 사용되는 척도는 문화예술관람 의 양(quantity)과 가짓수(the number of type)다. 문화예술관람의 양은 개인이 향유하는 문화예술장르의 관람 빈도의 합을, 가짓수는 개인이 향유하는 문화예술장르 종류의 수를 의미한다. 문화예술관람의 빈도와 가짓수는 사실상 문화예술향유의 폭과 넓이를 이해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이며 손쉬운 정보다. 그러나 이 지표들은 장르 간 질적 상대성, 즉 위계의 문제나 장르들 간의 양적 상대성, 즉 분포에 대해서는 충분한 정보를 주지 않는다. 예를 들어 대중가요와 영화를 한 번씩 소비하는 사람과 오페라 공연과 영화를 한 번씩 보는 사람은 빈도나 가짓수에 있어서는 동일하지만, 소비하는 문화 장르들의 위계를 고려한다면 후자의 문화소비가 더 포괄적, 즉 다양한 위계를 넘나드는 향유라고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대중가요와 영화를 소비할지라도 이 두 장르를 비슷한 비중으로 향유하는 것과 거의 대부분 대중가요만 감상하며 어쩌다 한 번 영화를 관람하는 것은 같은 소비 행태로 묶기 어렵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문화예술향유의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문화예술관람의 양과 가짓수와 더불어 문화향유의 균등성(equality)과 혼종성(hybridity)을 모두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김두이·금현섭, 2018). 여기서 균등성이란 문화 장르가 양적 측면에서 얼마나 편중되지 않은가를 뜻한다. 또한 혼종성이란 향유하는 문화 장르가 얼마나 질적으로 섞여 있는지를 뜻한다. 문화에 있어 위계를 뚜렷이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선행 연구들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접근성, 인지적 수준, 문화 리터러시 등의 측면을 고려하여 대중예술과 순수예술, 혹은 대중예술과 고급예술의 분류를 사용했다(김두이·금현섭, 2018; 박주연·신형덕, 2018; 김은미·이혜미·오수연, 2012; Purhonen, Gronow, & Rahkonen. 2010).
연구자들은 문화예술향유 수준을 이해함에 있어 특정한 지표에 절대적 가치를 부여하기보다는 다양한 지표를 개발하고 비교함으로써 각 지표가 지닌 한계를 보완하고 있다(박주연·신형덕, 2018; 김두이·금현섭, 2018; 김은미·이혜미·오수연, 2012; 김은미·서새롬, 2012; Purhone, Gronow, & Rahkonen, 2010). 본 연구에서도 문화예술향유의 차원을 문화예술관람의 양과 가짓수, 균등성과 혼종성으로 나누어 살펴봄으로써 육아기 여성들의 문화예술향유격차에 대한 이해를 제고하고자 한다.
Ⅲ. 연구 방법
본 연구의 목적은 육아기 여성들의 문화예술향유불평등 문제에 있어 육아부담과 계층의 역할을 이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첫째, 육아부담이 문화예술관람(양·가짓수·균등성·혼종성)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볼 것이다. 둘째, 육아부담이 가중되었을 때 각 계층요인(소득·학력·지역규모)이 문화예술관람(양·가짓수·균등성·혼종성)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할 것이다. 이를 연구 모형([그림 1])과 연구 가설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H1. 육아부담이 여성의 문화예술관람(양·가짓수·균등성·혼종성)을 감소시킬 것이다.
H2. 여성의 육아부담과 문화예술관람(양·가짓수·균등성·혼종성)의 관계에 대해 각 계층요인(소득·학력·지역규모)의 조절 효과가 있을 것이다. 즉, 낮은 계층에 속한 여성은 육아부담이 가중될수록 문화예술관람이 감소하나, 높은 계층에 속한 여성은 육아부담이 증가해도 문화예술관람이 감소하지 않는다.
본 연구는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우리나라 국민의 문화예술향유 실태 파악을 위해 1991년부터 격년으로 실시하는 문화향수실태조사 중 2016년에 조사된 자료를 활용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시행되는 문화예술향수 실태를 파악하는 조사 가운데 가장 광범위한 조사로서 개인 수준에서의 문화예술 관람 횟수, 학력, 소득을 비롯해 성별, 연령, 동거원수, 미취학 자녀의 수 등 인구사회학적 정보를 알 수 있는 조사 문항이 포함되어 있다. 조사는 국내에 거하는 만 15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다단계층화집락추출(stratified multi-stage cluster sampling)법으로 추출한 응답자를 대상으로 구조화된 질문지를 통해 면대면 설문 방식으로 진행한 것이다. 본 연구는 총 10,716개의 유효 응답 중 20세부터 45세 기혼 여성 총 1,352명의 응답을 추출했다. 이는 미취학 자녀를 둔 여성의 일반적인 연령을 고려한 것으로, 비교 집단을 위해 현재 미취학 자녀가 없는 이들까지 포함했다. 이들의 인구사회학적 특성은 다음과 같다.
종속변수는 문화예술관람의 양과 가짓수, 균등성과 혼종성이다. 이들 변수는 모두 문화예술 활동에 대해 지난 1년 간 직접 관람 횟수를 묻는 9개 문항을 통해 구성한 것이다. 먼저 문화예술관람은 문학행사/미술전시회/서양음악/전통예술/연극/무용/뮤지컬/영화/대중음악연예 등 9개 장르에 대한 가중 빈도로 측정했다. 가중 빈도는 실제 관람 횟수에 가중치를 곱한 값을 산출했으며, 가중치는 한 해 동안 전체 문화예술 시장에서 이루어진 실제 관람 횟수의 총합(7,953회)을 각 장르별 실제 관람 횟수로 나누어 산출했다. 가중 빈도를 사용한 이유는 각 장르의 시장 규모를 고려하여 특정 장르의 빈도가 과다, 혹은 과소 추정되지 않기 위해서다.
문화예술관람의 ‘양’은 가중 빈도의 개인별 총합을 산출하여 사용했다. 또한 이들 9개 장르 중 한 번 이상 관람한 적이 있을 경우 1로 처리한 뒤 관람한 모든 장르의 수를 더해 ‘가짓수’로 사용했다. ‘균등성’은 집중도(concentration)를 계산하는 지수인 허쉬만-허핀달 지수(Hirschman-Herfindahl index)를 통해 측정했다. 본 연구에서는 각 개인의 문화예술 장르의 전체 관람 양 대비 각 장르 관람 비율을 구한 뒤, 이를 각각 제곱하여 합산한 뒤 역수화했다. ‘혼종성’은 얼마나 폭넓은 위계의 장르를 관람하는지를 나타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각 장르별 관람자의 학력구성비율을 토대로 문화예술장르를 고급, 중급, 하급으로 계층화한 뒤,3) 응답자별로 계층화된 장르 중 한 가지라도 경험했을 경우 1점을 주어 이를 합산했다. 관람자의 학력구성 비율값에 따른 문화예술장르 간 위계설정 방식은 퍼호넨(Purhone, Gronow, & Rahkonen, 2010)의 방식을 참조하여 해당 장르를 관람하는 이들 중 최고학력(석사 이상)/ 최저학력(고졸 이하)의 비율을 산출했다.4) 이때 작은 값에서 큰 값으로 갈수록 대중, 중급, 고급 예술 장르로 구분했다.
문화예술장르 | 학력구성 비율(%) | 위계 |
---|---|---|
서양음악 | 19 | 고급 장르 |
문학행사 | 13 | |
뮤지컬 | 13 | |
미술 전시회 | 12 | |
무용 | 석사 이상 학력자 없음5) | 중급 장르 |
연극 | 8 | |
영화 | 4 | 대중 장르 |
대중음악연예 | 3 | |
전통예술 | 3 |
문화예술관람의 양과 가짓수, 균등성과 혼종성을 측정한 결과의 기초통계량은 <표 3>과 같다.
평균(SD) | 최솟값 | 최댓값 | |
---|---|---|---|
양(N=1,352) | 52.9(114.6) | 0 | 2,410 |
가짓수(N=1,352) | 1.7(1.21) | 0 | 9 |
균등성(N=1,197)6) | 1.4(.7) | 1 | 6.2 |
혼종성(N=1,352) | 1.3(.8) | 0 | 3 |
독립변수인 육아부담은 미취학 자녀의 수를 통해 추정했다. 이는 어린 자녀일수록 부모의 집중적인 돌봄이 필요하므로 학령기 이전 연령대 자녀의 수가 증가할수록 시간과 비용, 그리고 양육 스트레스 등 심리적 부담이 증가하기 때문이다(Mattingly, Bianchi, & Robinson, 2004; 임종호, 2014; 차삼숙·신유림, 2005).
조절변수에 해당하는 계층 요인은 소득, 학력, 지역규모를 통해 관찰했다. 소득은 문화예술을 향유하게 하는 실질적 가용 자원으로서 가구 월소득을 통해 관찰했다. 가구 월소득은 100만 원 단위의 범주형으로 조사된 것을 각 범주별 중앙값으로 대체했다. 이때 가구별로 가구원 수의 차이를 고려해 가구원 수의 제곱근을 나누어 소득을 균등화했으며, 일반적으로 왜도(skewness)가 심한 소득 분포를 고려해 자연 로그를 취해 사용했다.
학력은 취향을 내면화해 문화 소비에 핵심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DiMaggio & Mohr, 1985; Van Eijck, 2001; 이호영·장미혜, 2008) 무학/초/중/고/4년제 미만 대학/4년제 이상 대학/대학원-석사과정/대학원-박사과정 등 서열 변수로 측정된 최종 학력을 사용했다.
지역규모는 문화예술향유를 위한 인프라 및 접근성과 밀접한 관련을 맺은 정보(Chan & Goldthorpe, 2007; Purhonen, Gronow & Rahkonen. 2010)로, 대도시/중소도시/읍면 도시로 분류된 지역규모 변인을 읍면 도시(0)에서 대도시(2)의 순서로 재코딩하여 사용했다.
그 밖에 문화예술관람과 연관관계가 있는 연령, 가구원 수, 경제 활동 여부, 청소년기 문화예술교육 여부를 측정했다. 연령은 만 나이를 사용했다. 또한 여성의 가사 노동 및 돌봄 시간에는 가구 내 구성원 수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으므로 가구원 수를 측정했다. 경제 활동 여부는 소득과 여가 시간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정보로서, 현재 경제 활동에 참여하는지(1)를 기준으로 측정했다. 그 밖에 문화 취향과 지식 축적에 긴밀하게 연동된 정보인 청소년기 문화예술교육경험 참여(1) 여부를 측정했다. 본 연구에서 활용한 변수의 측정과 기초 통계량을 <표 4>에 제시했다.
연구 자료는 SPSS 19.0를 사용해 통계처리했으며, 분석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인구사회학적 요인들이 통제된 조건에서 육아부담이 문화예술관람의 양, 가짓수, 균등성, 혼종성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육아부담과 각 계층요인의 조절 효과를 살펴보기 위해 위계적 회귀분석(hierarchical regression)을 실시했다. 모형 1에는 통제변수와 육아부담을 포함했으며, 모형 2는 이에 육아부담과 소득 간 상호작용항, 그리고 소득을 추가로 투입했다. 모형 3은 모형 1에 투입된 변수에 육아부담과 학력 간 상호작용항, 그리고 학력을 추가로 투입했다. 모형 4는 모형 1에 투입된 변수에 육아부담과 지역규모 간 상호작용항, 그리고 지역을 투입했다.
각 변인을 평균 중심화(mean-centering)했으며, 상호작용항의 유의성은 단측 검증으로 확인했다. 또한 상호작용항의 유의미성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사후 분석으로 단순 기울기 검증(simple slope test; Aiken & West, 1991)과 존슨-네이만 기법(Johnson- Neyman technique)을 활용했다.
Ⅳ. 연구결과
위계적 회귀분석 결과를 <표 5>에 제시했다. 먼저 모형 1에 제시한 바와 같이 육아부담은 문화예술관람의 양(B=–8.67, se=5.06, p<.05)과 부적 관계다. 이는 육아부담이 증가할수록 문화예술관람의 양이 감소함을 의미한다.
문화예술관람 양에 대한 육아부담과 계층 요인의 조절효과를 분석한 결과, 모형 4에 제시한 바와 같이 육아부담과 지역규모의 상호작용이 유의하게 나타났다(B=9.37, se=5.07, p<.05). 육아부담과 지역규모의 상호작용항의 유의성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단순 기울기 검증으로 확인한 결과(Aiken & West, 1991), 큰 지역규모에 거주하는 집단(평균+1SD)은 육아부담과 문화예술관람 양의 영향 관계가 나타나지 않았으나(p>.05), 작은 지역규모에 거주하는 집단(평균–1SD)은 육아부담이 증가할수록 문화예술관람의 양이 뚜렷하게 감소(B=9.37, se=4.24, p<.05)했다([그림 2]). 존슨-네이만 기법을 활용하여 유의성 영역(region of significance)을 확인한 결과, 지역규모는 1.15(하위 56.88%, 상위 43.12%) 이하인 지점에서부터 육아부담에 따라 문화예술관람 양이 통계적으로 유의한 범위에서 감소했다. 그 밖의 계층 요인과 육아부담의 상호작용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위계적 회귀분석 결과를 <표 6>에 제시했다. 먼저 모형 1에 제시한 바와 같이 육아부담은 문화예술관람의 가짓수(B=−.11, se=.53, p<.05)와 부적 관계다. 이는 육아부담이 증가할수록 문화예술관람의 가짓수가 감소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문화예술관람 가짓수에 대한 육아부담과 계층 요인의 조절효과를 분석한 결과, 모형 2와 3에 제시한 바와 같이 육아부담과 소득의 상호작용(B=.30, se=.13, p<.05), 그리고 육아부담과 지역규모의 상호작용(B=.11, se=.06, p<.05)이 유의하게 나타났다.
먼저 육아부담과 소득간 상호작용항의 유의성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단순 기울기 검증으로 확인한 결과, 소득이 높은 집단 (평균+1SD)은 육아부담과 문화예술관람 가짓수의 영향 관계가 나타나지 않았으나(p>.05), 소득이 적은 집단(평균‒1SD)은 육아부담이 증가할수록 문화예술관람 가짓수가 뚜렷하게 감소(B=−.17, se=.07, p<.00)했다([그림 3]). 더불어 존슨-네이만 기법을 활용하여 유의성 영역을 확인한 결과, 가구 월소득이 1,817,794원(하위 40.83%, 상위 59.17%) 이하인 지점에서부터 육아부담에 따라 문화예술관람 가짓수가 뚜렷이 감소했다.
육아부담과 지역규모의 상호작용을 단순 기울기 검증으로 확인한 결과, 큰 규모의 지역에 사는 집단(평균+1SD)은 육아부담과 문화예술관람 가짓수의 영향관계가 나타나지 않았으나(p>.05), 작은 지역규모에 거주하는 집단(평균‒1SD)은 육아부담이 증가할수록 문화예술관람 가짓수가 뚜렷하게 감소(B=−.20, se=.07, p<.00)했다([그림 4]). 더불어 존슨-네이만 기법을 활용하여 유의성 영역을 확인한 결과, 지역규모가 1.36(하위 56.88%, 상위 43.12%) 이하인 지점에서부터 육아부담에 따라 문화예술관람 가짓수가 뚜렷이 감소했다.
위계적 회귀분석 결과를 <표 7>에 제시했다. 먼저 모형 1에 제시한 바와 같이 육아부담은 문화예술관람 균등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p>.05).
문화예술관람 균등성에 대한 육아부담과 계층 요인들의 조절효과를 분석한 결과, 모형 4에 제시한 바와 같이 육아부담과 지역규모의 상호작용(B=.06, se =.03, p<.05)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나타났다.
먼저 육아부담과 소득의 상호작용항의 유의성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단순 기울기 검증으로 확인한 결과, 큰 지역규모에 거주하는 집단(평균+1SD)은 육아부담과 문화예술관람 균등성의 영향 관계가 나타나지 않았으나(p>.05), 작은 지역규모에 거주하는 집단(평균‒1SD)은 육아부담이 증가할수록 문화예술관람 균등성이 뚜렷하게 감소(B=−.07, se=.04, p<.05)했다([그림 5]). 더불어 존슨-네이만 기법을 활용하여 유의성 영역을 확인한 결과, 지역규모가 .04(하위 18.05%, 상위 81.95%) 이하인 지점에서부터 육아부담에 따라 문화예술관람의 균등성이 뚜렷이 감소했다.
위계적 회귀분석 결과를 <표 8>에 제시했다. 먼저 모형 1에 제시한 바와 같이 육아부담은 문화예술관람의 혼종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p>.05).
문화예술관람 혼종성에 대한 육아부담과 계층 요인의 조절 효과를 분석한 결과, 모형 2와 모형 4에 제시한 바와 같이 육아부담과 소득의 상호작용(B=.06, se=.03, p=.06) 및 육아부담과 지역규모의 상호작용(B=.06, se=.04, p=.06)이 통계적으로 제한적인(marginal) 범위에서 유의하게 나타났다. 그 외의 계층요인들은 육아부담과 상호작용이 통계적으로 유의한 범위에서 나타나지 않았다.
Ⅴ. 결론 및 논의
이 연구는 2016년 문화향수실태조사의 자료를 활용해 여성의 문화예술향유에 있어 육아부담과 계층의 역할을 살펴보았다. 특히 소득·학력·지역규모의 격차가 육아부담과 문화예술향유의 관계를 어떻게 조절하는지 관찰했다. 이때 문화예술향유는 문화예술관람의 양과 가짓수, 균등성과 혼종성을 통해 입체적으로 관찰했다.
먼저 육아부담은 문화예술관람의 양과 가짓수를 뚜렷이 감소시켰다. 이는 육아기 여성들에 대한 문화예술향유 지원의 방향이 양적 차원뿐 아니라, 다양성을 확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어져야 함을 시사한다.
문화예술관람 각 지표와 계층 요인을 분석한 결과, 모든 지표에서 계층 요인의 조절효과가 나타났다. 먼저 지역규모는 육아부담과 문화예술관람의 양, 가짓수 및 균등성을 모두 조절했다. 즉, 대도시같이 큰 규모의 지역에 거주하는 이들은 육아부담이 증가해도 문화예술관람 양과 다양성에 변화가 없으나, 중소도시 이하 읍면 지역에 거주하는 여성들은 육아부담이 늘수록 문화예술관람 양이 감소하고 편식이 증가했다. 이는 육아기 여성의 문화향유 결핍과 편식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화예술향유를 위한 물리적 접근성의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뜻한다. 이를 위해서는 일상생활권에서 문화를 소비할 수 있는 다양한 대안과 더불어 지방 문화 시설과 지역 예술인들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필요할 것이다.
소득 역시 육아부담과 문화예술관람 가짓수의 관계를 조절했다. 즉, 소득이 낮은 여성 집단은 육아부담이 증가할수록 관람하는 문화예술장르의 가짓수가 현격히 감소한 반면, 소득이 높은 여성 집단에서는 육아부담과 문화예술관람의 감소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다양한 문화예술향유 장르의 가격 장벽을 낮춰 저비용으로 다양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함을 뜻한다.
학력의 경우 문화예술관람의 양과 다양성을 모두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나타나, 학력이 취향을 내면화한다는 선행 연구와 일관된 결과가 나타났다(김두이·금현섭, 2018; 이호영·장미혜, 2008; DiMaggio & Mohr, 1985). 비록 본 연구에서 활용한 자료에서는 육아부담과 학력 간 조절효과는 유의하게 나타나지 않았으나, 동질혼(homogamy)이 가속될수록 고학력 남편을 둔 고학력 여성들과 저학력 여성간의 육아 갈등과 문화예술향유 격차는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박현주·김경근, 2011; 노혜진, 2014). 실제로 고학력 남편일수록 성평등에 대한 인식이 높을 뿐 아니라, 자녀 돌봄에 투자하는 시간의 질이 높고 아버지의 양육 참여가 두드러지기 때문이다(권혜진, 2010).
이 연구의 이론적 시사점은 문화예술향유 불평등 문제에 있어 육아기 여성집단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문화예술향유 연구의 폭을 확장했다는 데 있다. 특히 이 연구는 육아부담이 가중될수록 사회경제적 계층, 특히 소득과 지역격차가 문화예술향유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킨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제시했다. 또한 문화예술향유를 문화예술향유 관람의 양과 가짓수, 균등성과 혼종성으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이를 통해 문화예술향유 불평등에 대한 단편적 조망을 넘어 여성 내 문화향유 취약계층과 그 양상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를 더했다.
육아기 여성들의 문화예술향유의 격차가 사회경제적 지위의 격차를 뚜렷이 반영한다는 것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육아와 문화예술향유를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이 미비함을 반증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이러한 제약을 극복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으로는 단기적으로는 육아 친화적인 문화예술향유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7) 장기적으로는 육아부담을 여성의 책무로 규정하지 않는 사회적 인식의 전환, 즉 성평등에 대한 교육과 지원이 지속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이 연구는 기존 자료를 활용한 것으로 문화예술향유 현상과 구조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데 몇 가지 제약이 있었다. 먼저, 본 자료는 회상(recall)을 통해 예술 관람 횟수를 측정했으나, 향후 연구에서는 실제 경험을 더 객관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가계 동향 조사 및 재정 패널 조사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 밖에도 본 연구에서는 자료의 제약으로 육아 부담을 미취학 자녀의 수로 한정했으나, 육아 환경을 반영하는 다양한 변인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또한 향후 연구에서는 유년기 및 청소년 시기 교육 및 노동 형태 등 육아기 여성의 문화예술향유 불평등과 관련된 다양한 변인을 탐색할 필요가 있다. 특히 문화예술향유 불평등의 결과를 주요한 사회 문제와 결부시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저출산과 고령화로 대변되는 사회 재생산 위기는 가족 여가의 질 저하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MacInnes, 2006). 향후 연구에서는 육아기 여성들의 문화예술향유가 가족과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주목한다면 본 연구의 의미를 더욱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에서는 문화예술향유를 측정함에 있어 문화예술관람의 양과 가짓수, 균등성과 혼종성을 사용했다. 그러나 향후 연구에서는 더욱 정교화된 측정을 시도해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문화예술의 경계가 다양화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문화예술향유 다양성을 어떠한 기준으로 살펴볼 것인지에 대한 문제는 더 심도 있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향후 연구에서는 이러한 논의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우리나라 사회 구성원들의 문화예술향유에 대한 이해가 더욱 깊어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