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문화예술의 본질적 가치와 도구적 가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양혜원 외, 2019) 과거와 비교해 적극적이고 광범위한 정부 재정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1). 최근 진행되는 문화예술의 사회적·경제적 효과에 대한 논의(McCarthy et al., 2004; Arts Council England, 2014; Carnwath & Brown, 2014; AHRC, 2016)와 함께 문화예술의 가치와 지원 필요성에 대한 이론적 논의와 정책적 관심이 커가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화예술에 대한 정부 재정지원의 효과성 검토는 여전히 취약한 실정이다. 문화예술의 가치를 인정하고 정부 재정지원의 필요성은 공감하더라도, 재정지원의 필요성이 곧 그 효과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할 때, 재정지원의 목적 달성 여부 또는 이에 부합한 성과가 창출되고 있는지에 대한 검토는 필요하다. 특히, 문화예술에 대한 정부 지원의 목적이 문화예술을 통한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기존 지원정책이 ‘문화예술 공급을 통한 문화 소비(향유)의 확대’를 가정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공급에 대한 재정지원에도 불구하고, 문화예술 생태계 내에서 공급 환경이 더 열악해지거나 공급이 증가해도 문화 소비, 즉 문화 향유의 확대로 연결되지 않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정부의 보조금이 더 많은 예술가들을 예술노동시장으로 불러들임으로써 공급과잉 및 예술가 수입 감소를 심화시키고, 이로 인해 추가적 지원을 불러들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Abbing, 2002; 김정수, 2015)는 지적을 들 수 있다.
또, 최근 몇 년간 발표된 통계자료에 따르면, 정부의 재정지원이 공연실적에 크게 기여하지 못할 가능성이 확인되고 있다. 「공연예술실태조사」에 따르면2) 2012년부터 2018년까지 공연예술 부문에 대한 공공 지원 규모는 지속해서 증가해 왔다. 2012년 일반회계 규모는 약 9,299억 원이었으며, 2018년에는 2배 증가한 1조 8,842억 원까지 증가하였고, 문화예술진흥기금 역시 2012년 1,177억 원에서 2018년 1,933억 원까지 증가하였다. 한편, 공연 건수는 2012년 평균 18.5건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8년에는 절반 수준인 평균 9.7건이었다. 이를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으로 구분해 살펴볼 경우, 공공 부문의 공연건수는 2012년 24.9건에서 2018년 23.2건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반면, 민간부문의 공연건수는 2012년 17.4건에서 8.3건으로 절반 이상이 줄어들어, 전체 공연 건수 하락에 큰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추세는 공연일 수, 공연 횟수를 살펴보더라도 유사하게 관찰되었으며, 공연 관객 수의 경우, 그 변동 폭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는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 문화예술에 대한 정부 재정지원의 효과를 실증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정부 보조금의 구체적 효과는 문화예술 지원정책 목표를 고려해 두 가지로 구분해 살펴보고자 한다. 하나는 창작활동 증진이며, 또 다른 하나는 일반 시민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접근성 확대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이원적으로 효과를 살펴보는 이유는 지원정책이 오로지 예술적 수월성에 치우쳐 일반 시민들의 취향과 동떨어진 ‘그들만의’ 예술을 양산하게 될 수 있다(김정수, 2018)는 우려를 실증적으로 검토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매년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실시하는 「전문예술법인·단체 운영현황조사」 자료를 이용해 정부 보조금을 수급한 단체와 수급하지 않은 단체 간 공연실적 차이를 비교함으로써 정부 재정지원의 효과를 분석하고자 한다. 분석방법으로 성향점수매칭(propensity score matching method)의 기법을 활용하는데,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방법론적 이유가 있다. 재정지원의 효과 추정을 위해서는 인과성 추정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엄밀히 말하면 인과성 추정은 실험자료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러나 성향점수매칭 기법은 관찰자료를 통해 실험적 상황을 구현할 수 있다는 방법론적 강점이 있다. 즉, 재정지원금 수혜 여부를 제외하고는 통계적으로 동질적인 집단의 성과 비교가 가능하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성향점수를 추정하고 1:1 매칭을 통해 지원금의 효과를 추정하고자 한다.
Ⅱ. 선행연구 검토
문화예술에 대한 정부 재정지원에 대한 이론적 논의는 재정지원 당위론적 관점의 논의와 이에 대한 회의론적 시각으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문화예술에 대한 당위론적 관점에서 정부 재정지원에 대한 논의는 문화예술이 갖는 공공재, 가치재 등과 같은 특성에 주목하며, 시장실패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Baumol과 Bowen의 연구가 대표적인데, 이들은 공연예술 부문의 재정적 문제를 생산성 격차로 설명하면서, 이러한 비용 상승은 외부 지원을 통해서만 보완이 가능하다고 주장하였다(Baumol & Bowen, 1965; Baumol & Bowen, 1968). 비슷한 논조로 문화예술을 통해 창출되는 편익의 외부성을 고려할 때, 이러한 외부효과의 지속적인 창출을 위해서라도 정부의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입장이 있는가 하면(DiMaggio, 1984; Throsby & Withers, 1986), 시장실패를 보정하는 것을 넘어 재분배 관점에서 문화예술 소비의 격차 완화를 위해서라도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입장도 존재한다(Netzer, 1978).
한편, 이에 대한 회의론적 시각은 크게 두 가지 갈래로 구분할 수 있는데, 하나는 재정지원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이고, 다른 하나는 재정지원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정책 수단으로써 적절한지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다. 문화예술에 대한 정부 재정지원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는 견해의 경우, 정부가 바람직한 문화예술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할 전문성이 없기 때문에 재정지원으로 인해 발생하는 납세자의 부담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Haag, 1979). 또한 재정지원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태도에서 논거로 제시하는 시장실패 문제는 문화예술의 최적 수준을 누가 어떤 관점에서 결정할 것인지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고 보면서, 문화예술에 대한 개인의 취향과 선호를 소수 예술 전문가와 국가가 아닌 개개인이 판단할 경우, 현재 문화예술 시장은 수요 부족 상태라기보다 오히려 초과 공급 상태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권위적으로 정부가 수요 부족을 이유로 문화예술 수요를 확장하려는 것은 민주주의 정치체제에 적합하지 않다고 본다(Peacock, 1991, 김정수, 2018).
반면, 문화예술에 대한 정부 개입에 대한 회의론적 시각 내에서도 그 자체를 완전히 반대하기보다 정부 지원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정책 수단의 적절성 차원에서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보조금 형태로 주로 이루어지는 정부의 재정지원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대추구현상으로 재원의 비효율적 배분 또는 정치적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Frey & Pommerehne, 1989; 박민정, 2015). 또한 문화예술 향유는 소수 부유한 계층에 의해 주로 이루어짐을 감안할 때 문화예술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이 부자들의 효용 증가를 위해 사용되는 것이므로 자율성뿐만 아니라, 형평성 측면에서도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Grampp, 1989).
그동안 이루어진 문화예술에 대한 정부 재정지원의 필요성을 둘러싼 논의와 그 실효성에 대한 신중한 접근은 정부 개입의 정당성뿐만 아니라, 문화예술의 존재적 가치와 정책적 차원에서 고려하는 공공성, 효율성, 형평성, 효과성 등의 가치 사이의 긴장 관계를 이해하는데 기여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시론적 논의에 그치고 있으며, 정부 재정지원이 문화예술 활동에 미치는 효과를 실증적으로 분석하려는 노력은 미진했다는 한계가 있다.
특히 본 연구의 대상인 민간 문화예술단체에 대한 재정지원의 효과 추정연구는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물론 과거 정부의 재정지원이 민간 문화예술단체의 자율성, 전문화, 그리고 창의성, 정당성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연구(정광호, 2004)가 있었고, 최근 들어 민간 문화예술단체의 재원 조성 차원에서 정부 재정지원이 문화예술단체에 대한 민간 기부활동을 구축하는지, 구인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진행된 바 있다(정하진, 2013; 김재중·허식, 2019). 그러나 정부 재정지원의 주된 목적이 민간 문화예술단체의 재원 조성 자체에 있기보다 국민의 삶의 질을 위한 창작활동 진흥과 문화예술 접근성 확대에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 효과 역시 이러한 목적 차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만 다양한 정책수단 중 재정지원의 효과를 살펴보고자 한다는 점에서 민간 문화예술단체에 대한 정부 재정지원의 현황과 특성에 대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 특히 본 연구의 분석 대상이 되는 민간 공연예술단체를 중심으로 다음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문화기본법에 따르면, 문화예술분야에 대한 정부의 개입은 문화를 통해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문화가 국가사회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3). 이는 문화예술의 본질적 가치와 함께 도구적 가치 역시 추진되어야 한다는 전제를 내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민간 공연예술단체에 대한 정부 재정지원의 취지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으며, 이들에 대한 재정지원의 주체로 중앙정부(문화체육관광부), 지방자치단체(광역, 기초), 그리고 정부 산하 공공기관(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경영지원센터 등)이 있다(김성규, 2015). 민간 공연예술단체에 대한 정부 재정지원을 이해하기 위해 먼저 공연예술분야에 대한 예산규모와 그 사용처 현황을 살펴보고, 지원사업의 특징을 파악해보고자 한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공연예술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공연예술분야에 대한 전체 예산은 2012년 9,299억원에서 2018년 1조 8,842억원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하였다. 주목할 점은 공연예술분야에 대한 예산지출에 있어 중앙과 지방정부의 역할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먼저, 그 비중을 살펴보면 연도별 변동성은 존재하지만 공연예술예산의 약 80%를 지방자치단체가 전달하고 있으며, 예산 사용처에 있어서 중앙과 지방의 방점이 달랐다. 중앙정부의 경우, 국립공연시설 및 공연단체 운영에 절반 이상의 예산을 지출하고 있는 반면, 지방정부의 경우, 국립공연시설 및 공연단체 운영만큼이나 공연예술 활동 및 축제 지원에도 예산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표 1> 참고). 특히, 공공부문에 중점을 두고 지출하는 부분을 제외한 공연예술 활동 및 축제 지원의 경우, 중앙에 비해 지방의 지출 비중이 3~4배까지 커 민간 공연단체에게 각 지방자치단체는 주요 지원 기관임을 시사한다.
한편, <표 1>의 예산 사용처 중 하나인 공연예술 활동 및 축제지원의 구체적 내용은 크게 1) 창작 작품 지원, 2) 창작 공간 지원, 3) 공연 행사 지원 등의 사업을 통해 현실화 된다. 창작 작품 지원 사업의 대표적인 예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예술창작산실 사업과 각 지역문화재단에서 시행하는 공연예술작품 지원 사업을 들 수 있다(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17). 두 사업은 공연예술인 및 단체를 대상으로 창작활동에 필요한 비용을 단년도 사업으로 일부 지원한다는 점에서 공통적이지만, 전자의 경우 지원 대상을 전국 단위로 하고, 후자의 경우 해당 지역에 국한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4). 또, 공연예술 창작산실 사업의 경우, 우수 창작 작품 발굴에 방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선별 과정에서 단순 서류심의에 그치는 지역문화재단의 작품 지원 방식과 달리 ‘서류→인터뷰→쇼케이스’로 이어지는 일련의 경쟁 과정을 통해 선정된 작품을 지원하고 있다.
창작 공간 지원 사업과 공연 행사 지원 사업은 창작 작품 지원 사업에 비해 창작 활동 지원에 대한 직접 지원은 아니지만, 전자는 지자체의 유휴시설을 활용해 공연예술단체에게 안정적인 연습공간을 제공하는 것으로 대관료의 일부를 지원함으로써 창작 활동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 후자의 경우, 창작 작품의 확산을 위한 비용을 일부 지원함으로써 민간 공연단체의 작품 활동 촉진 및 대중의 공연예술 접근성을 도모하고자 하고 있다.
이처럼 민간 공연예술단체에 대한 정부 지원 방식이 지역문화재단을 중심으로 지역거점 지원의 토대가 마련되고 있다는 점과 작품, 공간, 발표 기회로 다변화 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모두 단년도 사업에 그치고 창작 활동 비용의 일부만을 지원한다는 한계를 갖는다. 이는 실제 창작 현장에서도 재정지원의 한계로 인식되고 있다. 2015년 공연예술창작산실육성지원 사업 진단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업 수혜단체들은 재정지원을 통해 예술작품에 대한 몰입 여건이 조성되고 창작산실 육성사업 선정 사실 자체가 공연시장에서 긍정적 신호가 될 수 있으나, 소액과 단기적 지원으로 인해 지원금이 제작비 전체를 포괄하기에는 불충분하다고 평가하였다. 그렇다보니 작품 제작 이외의 관객개발까지는 사업 진행 단계에서 고려하기 어렵다고 보았다(이흥재, 2015).
그러나 이 같은 정부 재정지원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정부 지원금에 대한 민간 공연예술단체의 의존도는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공연예술창작산실 육성지원 사업에 선정되었어도 ‘정부 지원사업 수혜 경험이 있다’는 단체가 69%를 차지한 점을 들 수 있다(이흥재, 2015). 정부 재정지원의 의존은 민간 공연예술단체 수의 증가와 함께 지원 사업의 경쟁률 심화로도 이어진다.5) 예를 들어, 문화예술진흥기금 지원 사업 중 하나인 예술창작역량강화사업의 경우6), 신청건수 대비 지원건수의 비율인 선정비율이 2014년 20.42%에서 2015년 16.89%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김진, 2017).
이상의 내용을 요약하면, 공연예술분야에 대한 정부 재정지원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공연예술 창작 활동에 대한 지원은 중앙정부보다 지방정부가 거점이 되고 있다. 한편, 예산 규모의 증가와 함께 재정지원 사업의 성격 역시 작품 지원에 국한되지 않고 창작 공간, 작품 발표 기회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으나, 재정지원이 단년도에 그치고 제작비의 일부만을 지원한다는 한계가 지적되고 있다. 이를 통해, 공연예술단체가 겪는 공연예술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재정지원의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제작 과정에 대한 전체적인 고려가 미흡한 지원 방식의 한계로 인해 정부 재정지원의 효과가 기대에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 역시 예상해볼 수 있다. 이는 공연예술단체에 대한 지원이 곧 지원을 통해 기대한 바, 즉 정책 효과를 담보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그동안 진행되어온 문화예술단체에 대한 정부 재정지원의 필요성 논의를 넘어, 정부 보조금의 구체적 효과에 대해 실증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Ⅲ. 연구설계
본 연구는 정부 재정지원의 효과성에 대해 민간 공연예술단체를 대상으로 창작활동 진흥과 문화예술에 대한 접근성 확대라는 차원에서 검토하고자 한다. 민간 공연예술단체에 초점을 둔 이유는 국공립 공연예술기관 혹은 단체의 경우 정부에 대한 여러 가지 평가 제도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재정지원에 대한 효과성을 평가받는데 반해, 민간 공연예술단체는 평가 대상에서 그동안 간과되어왔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전문예술법인·단체 지정제도7)를 통해 지정된 전문 공연예술단체를 분석대상으로 삼고자 한다. 특히, 법인이 아닌 임의단체 형태의 공연예술단체에 초점을 두고자 하는데,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전문예술법인단체 지정제도를 통해 지정된 법인 혹은 단체는 취미로 예술 활동을 하는 아마추어 단체와 구분되게 일정 절차를 통해 단체의 예술적 전문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이는 생활문화에 대한 재정지원 효과가 아닌 전문 예술단체에 대한 정부 재정지원 효과 추정이라는 본 연구목적에 부합한다. 또 다른 이유는 법인과 임의단체는 법적형태가 다를 뿐만 아니라, 세제혜택과 수입규모, 조직운영의 체계 등에 있어서 상이한 집단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인이 아닌 임의단체에 초점을 둔 이유는 공연단체 중 69%가 임의단체 형태로 존재8)해 공연단체의 대표성을 나타낼 법적 형태가 임의단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분석자료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실시하고 있는 「전문예술법인·단체 운영현황조사」의 원자료이다. 이 조사는 모집단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나 광역시도 단체장이 지정한 문화예술법인·단체로 하고, 법인·단체 일반현황(법적 형태, 설립연도, 지역, 전용 연습실 보유 현황, 공연장 보유 현황 등), 인력 현황(기획·행정인력, 무대 기술, 상근단원 등), 재정 현황(공공 지원금, 기업 후원금, 개인 기부금, 자체 수입), 활동 실적(자체 기획 공연·전시, 행사초청 공연·전시, 대관실적 등) 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이 조사는 전수조사이기 때문에 매년 신규로 선정되는 단체들이 반영된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매년 기존 단체와 신규 단체들의 정보를 동시에 수집 및 축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일반적인 패널 조사처럼 일정 규모의 표본 수를 유지하는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조사대상 수의 변동이 수반된다. 또한 지정 법인·단체라 하더라도 운영현황조사에 대한 응답 의무 규정이 없어 매년 관측치가 일정치 않은 불균형 패널 형태를 띠고 있으며, 이로 인해 패널자료 분석을 다양하게 적용하는데 한계가 있다.9)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자료를 선택하게 된 이유가 있는데, 첫째, 문화예술단체를 대상으로 한 유사 조사인 「공연예술실태조사」에 비해 공개되는 변수가 구체적이며10), 둘째, 조사의 시간적 범위가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중장기적이라는 이점 때문이다. 다만, 본 연구는 추정의 정확성을 위해 다음과 같이 자료 전처리 과정을 거쳤다. 우선, 본 연구의 목적은 단체 수준에서 나타나는 정부 재정지원의 효과성 추정이기 때문에, 단체 중심으로 창작활동을 하는 공연예술 분야에 한정하였으며, 조직 목표와 실제 기능이 창작활동에 초점이 맞춰져 구성된 임의단체에 국한하였다. 또한 주요 변수에 대한 응답이 부적절하거나 응답하지 않았으면 제거하였으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최종적으로 1,936개의 관측치를 대상으로 분석을 진행하였다.
본 연구는 성향점수 매칭 추정(propensity score matching estimation, PSME) 방법을 통해 정부 재정지원의 효과를 추정하고자 한다. PSME는 이미 관찰된 자료에서 처리집단(treatment group)과 유사한 통제집단(control group)을 찾아내어 처리집단과 통제집단의 효과 차이를 분석하는 기법이다. 사실 정책평가, 즉 정책 수단에 대한 평가의 핵심은 정책의 인과적 효과를 추정하는 것이다(우석진, 2018). 인과적 효과를 추정하는 방법은 실험을 통한 추정이 유일하며, 특히나 정책평가에 있어서 실험은 윤리적 측면이나 정치적 측면에서나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보니 설문조사나 행정자료 등과 같은 관찰 자료(observational data)를 분석자료로 이용해 비실험적 방법론을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편, PSME 방법은 무작위 실험방법을 통계적으로 모방하는 기법으로 관찰 자료를 통해 인과성 추정이 가능하며, PSME 방법을 통해 비교집단을 구축한 후 통상의 비실험적 방법들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비실험적 방법과 차별성을 갖는다(김용성 외, 2007, p.98). 특히나 PSME 방법은 통상 회귀분석에서 발생하는 선택편의를 최소화해11) 실험적 방법과 유사한 분석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각광을 받았고(Dehejia & Wahba, 1998), 초창기 생물학 분야의 관찰연구(observational study)에 활용되기 시작했으나, 점차 직업훈련 사업, 기초연금 효과, R&D 지원 사업 등과 같이 정책평가 분야에서 폭넓게 적용되고 있다(김용성 외, 2007; 이정화·문상호, 2014; 이준영·기지훈, 2020).
본 연구에서도 정부 재정지원의 인과적 효과를 추정하는데 PSME 방법이 적절할 것으로 판단하였으며, 다음과 같은 절차에 따라 분석하였다. 먼저, 처리집단과 유사한 통제집단을 찾아내는 매칭을 위해 성향점수(propensity score)를 추정하였다. 이후 성향점수가 서로 유사한 관측치를 1:1 매칭하였으며, 매칭 후 재정지원의 평균효과(average treatment effect on the treated)를 추정함으로써, 처리집단과 통제집단이 정부 재정지원 수혜 여부에 따라 정책 목적을 달성하는데 유의미한 성과 차이를 보이는지 검증하였다.12)
분석을 위해 선정한 주요 변수와 이들의 측정 방식을 분석 절차에 따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성향점수매칭 분석을 위한 첫 번째 단계인 성향점수 추정을 위해 정부 재정지원금 수혜 여부를 나타내는 이변량 변수를 이용해 로지스틱 분석을 실시하였다. 이때 정부 재정지원금 수혜 확률을 추정하는 매칭변수는 공연예술단체의 인적·물적 자원과 단체 특성 차원으로 구분해 선정하였다.
인적 자원은 기획행정 인력, 무대 기술자, 상근 단원을 모두 포함한 상시 인력의 수로 인력 규모를 측정하였는데, 구체적으로는 규모 순에 따라 3개 집단으로 구분하고, 각각 더미화 하였다. 물적 자원의 경우, 재정 상황과 시설 보유 상황을 고려하였는데, 재정 상황은 단체의 자체 수입과 지난해 수지 격차를, 시설 보유 상황은 공연장과 전용 연습장 보유 여부를 고려하였다. 그 밖의 단체 특성으로 창작 경험과 업력, 장르를 반영하였다.
성향점수 추정의 종속변수이자 효과 추정을 위한 개입변수인 정부 재정지원금 수혜는 그 여부에 따라 더미 처리하였다.
마지막으로 정부 재정지원의 효과변수는 문화예술에 대한 정부의 지원 목적을 고려해 크게 예술적 차원과 사회적 차원으로 구분하여 측정하였다.13) 먼저, 예술적 차원의 효과는 재정지원이 창작활동에 효과적인지 살펴보기 위해 총 공연 횟수와 공연 작품 중 자체 기획 작품의 비중으로 측정하였다. 또한 문화예술에 대한 접근성 향상, 즉 향유권 증진인 사회적 차원의 효과로 관람객 수를 측정하였다. 구체적인 측정 방식은 <표 2>와 같다.
Ⅳ. 분석 결과
본 연구의 주목적은 성향점수매칭을 통해 재정지원 효과를 추정하는데 있으나, 이를 논의하기 앞서, 성향점수 추정을 위해 정부 지원금 수혜 여부를 종속변수로 삼은 이항 로지스틱 분석 결과를 살펴보고자 한다(<표 3> 참고). 이는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은 단체와 그렇지 않은 단체의 매칭변수 추정에 있어 어떤 요인이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본 연구에서는 공연단체의 정부 지원금 수혜 여부에 대한 설명변수를 크게 인적 자원, 물적 자원, 단체 특성으로 구분하여 설정하였다.
먼저, 인적 자원 수준에 따른 정부 지원금 수혜 가능성은 2013년과 2014년에 인력이 소규모인 공연단체보다 대규모인 경우, 약 3배 가량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2015년에는 소규모에 비해 중간 규모 공연단체인 경우, 약 2배 정도 수혜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인적 자원의 영향력은 2016년 이후로는 정부 지원금 수혜 여부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적 자원은 공연 단체의 자체수입과 지난해의 수지격차(수입-지출 격차), 공연장과 리허설 공간 보유 여부로 구분해 측정하였는데, 자체수입의 경우, 2013년 이후 줄 곧 정부 지원금 수혜 여부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그 경향성을 살펴보면, 자체수입이 1% 증가할수록 2013년의 경우, 정부 지원금 수혜 가능성이 약 99.4% 감소하였고, 이후에도 줄곧 약 96% 이상의 감소 경향을 보였다. 반면, 지난해 수지격차의 경우, 적자보다 흑자를 보인 공연단체가 2013년에는 지원 받을 가능성이 약 6배 컸으며, 2015년에는 3배 컸다. 공연장 보유 여부는 정부 지원금 수혜 여부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리허설 공간 보유 여부의 경우 2014년과 2016년에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리허설 공간을 보유하지 않은 공연단체보다 보유한 단체가 2014년에는 약 3배, 2016년에는 약 2배 가량 정부로부터 재정 지원 받을 가능성이 높았다.
마지막으로, 단체 특성 차원에서 단체 설립연도, 설립 지역, 장르, 제작 경험을 고려하였는데, 연도별로 상이한 변수가 정부 지원금 수혜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의 경우, 2010년 이후 설립된 단체에 비해 1990년대 이전에 설립된 단체가 정부 지원금을 받을 가능성이 약 12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과 2016년의 경우, 장르에 따라 수혜 가능성이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전통공연에 비해 음악분야가 각각 84.4%, 75.3%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2018년의 경우, 기준년도 이전해 제작 작품수가 1개씩 증가할수록 지원금 수혜 가능성 역시 2.1%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과 2017년에는 단체 특성이 정부 지원금 수혜에 통계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성향점수 추정 결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큰 특징은 자체수입이 클수록 지원금 수혜 가능성은 떨어지며, 이는 연도별로 표본을 달리해도 강건한 결과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물론 여기에 대해서는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하나는 공연단체의 자체수입이 많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지원 사업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 또 다른 하나는 자체수입이 적어 제작비를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 재정지원 사업에 대한 의존도 심화로 수혜 가능성을 키우는 노력의 결과일 가능성이다. 좀더 정확한 추정을 위해서는 단체별로 정부 재정지원 사업에 대한 신청 여부 변수를 통제해야 하지만, 자료의 한계로 포함하지 못했다. 그러나 자체수입과 정부 지원금 수혜 가능성 관계를 통해 창작활동에 있어 재정적 한계가 공연예술 단체로 하여금 정부 재정지원 사업에 참여하게 하는 동기가 됨을 확인할 수 있다.
다음에서는 추정한 성향점수를 토대로 가장 유사한 특성을 가지지만, 동시에 수혜 여부에 있어서는 차별화된 단체들의 재정지원 효과 차이를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성향점수 매칭 전 연도별 성향점수 분포를 살펴보면, [그림 1]에 제시된 바와 같이 정부 재정지원 수혜 단체(T=1)를 나타내는 녹색 분포와 미수혜 단체(T=0)를 나타내는 붉은색 분포가 서로 상이함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차이가 연도별로도 상이함을 알 수 있다.
이는 재정지원 수혜 단체와 미수혜 단체가 이질적 집단임을 시사하며, 만약 단순히 두 집단을 비교할 경우, 분석 결과는 선택편의를 반드시 내포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즉, 분석 결과의 타당성이 위협받는다는 의미이다. 선택편의를 최소화하고자 본 연구는 매칭변수를 모형에 포함한 로지스틱분석을 통해 연도별 성향점수를 추정하였으며, 1:1매칭을 통해 연도별 매칭데이터셋을 구축하였다.
다음으로 매칭의 질을 검토하기 위해 매칭 전후의 성향점수 분포를 비교하였다. 그 결과, 매칭 전에 비해 처리집단(treated)과 통제집단(control)의 성향점수 분포가 매우 유사해짐을 [그림 2]를 통해 확인하였다.
보다 체계적인 검토를 위해 각 선별변수의 매칭 전후 표준화 평균 차이와 분산 비율을 비교하였다(<부록 표1> 참고). 보통 표준화 평균 차이는 절댓값이 0.1보다 작은 경우, 분산 비율은 0.5에서 2 사이 값이면, 일반적으로 매칭의 질이 좋다고 판단할 수 있는데(Austin, 2009; Normand et al., 2001; Stuart, 2010, 김경동 외, 2019), 대체로 이 범위에 있음을 확인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민간 공연예술단체에 대한 정부 재정지원의 궁극적 목표인 창작활동 진흥 및 성과와 문화예술 향유의 저변 확대를 각각 기대효과의 예술적 차원과 사회적 차원으로 보고, 이들을 대변할 수 있는 결과변수를 선정하였으며, 표본은 연도별로 분리하여 분석하였다. <표 4>는 바로 그 결과를 나타낸 것인데, 여기서 ‘수혜(미수혜)집단 평균’은 정부 재정지원을 받은(받지 않은) 공연단체에 대한 결과변수의 평균치를 각각 구한 것이며, ‘효과’는 두 집단 평균 간의 차이를 나타낸다.
효과 | 연도 | 수혜집단 평균 | 미수혜집단 평균 | 효과 | 표준 오차 | p-value | |
---|---|---|---|---|---|---|---|
예술적 차원 | 총 공연횟수 (회) | 2013 | 65.98 | 59.89 | 6.09 | 19.85 | 0.76 |
2014 | 28.95 | 39.01 | −10.06 | 7.98 | 0.21 | ||
2015 | 34.07 | 70.59 | −36.52 | 18.08 | 0.04 | ||
2016 | 24.71 | 41.68 | −16.97 | 10.55 | 0.11 | ||
2017 | 30.61 | 29.48 | 1.14 | 11.40 | 0.65 | ||
2018 | 21.66 | 42.98 | −21.32 | 19.89 | 0.28 | ||
자체기획 작품비중 (%) | 2013 | 51.22 | 43.48 | 7.74 | 4.83 | 0.11 | |
2014 | 59.86 | 64.06 | −4.21 | 5.94 | 0.48 | ||
2015 | 60.90 | 48.43 | 12.47 | 5.26 | 0.02 | ||
2016 | 56.85 | 58.36 | −1.52 | 5.84 | 0.80 | ||
2017 | 59.13 | 60.96 | −1.83 | 6.72 | 0.79 | ||
2018 | 59.90 | 61.15 | −1.25 | 4.78 | 0.79 | ||
사회적 차원 | 관객 수14) 명) | 2013 | 13,207.77 | 7,376.33 | 5,831.44 | 1,889.67 | 0.00 |
2014 | 7,887.60 | 6,525.79 | 1,361.81 | 1,954.84 | 0.49 | ||
2015 | 10,066.25 | 15,990.59 | −5,924.35 | 3,822.91 | 0.12 | ||
2016 | 7,172.69 | 19,224.91 | −12,052.22 | 9,126.32 | 0.19 | ||
2017 | 15,625.43 | 5,218.86 | 10,406.57 | 8,065.18 | 0.20 | ||
2018 | 6,469.40 | 8,649.15 | −2,198.06 | 4,092.85 | 0.59 |
구체적인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예술적 차원에서 정부 재정지원이 활발한 창작활동을 유도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단체의 총 공연 횟수와 제작 작품 중 자체 기획 작품 비중을 살펴본 결과, 전반적으로 유의미한 성과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2015년에 유일하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성과 차이를 보였는데, 정부 재정지원 수혜단체가 1년 동안 평균 34.07회 공연한 반면, 미수혜 단체는 70.59회 공연을 진행한 것으로 나타나, 재정지원으로 인해 오히려 공연 횟수가 36.52회 감소하는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p<0.01).
다음으로 자체 기획 작품 비중을 살펴보면, 이 역시 2015년을 제외하고는 유의미한 성과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다만, 주목할 점은 정부 재정지원 수혜단체의 전체 제작 작품 중 60.9%가 단체 스스로 기획하는 작품이지만, 미수혜 단체의 경우 48.43%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나 12.47%p의 증가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p<0.01).
한편, 사회적 차원에서 기대되는 효과로 관객 수의 차이를 살펴본 결과, 2013년에는 정부 재정지원이 관람객 규모에 있어서 약 5,831명의 증가 효과를 보였지만(p<0.01), 이후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효과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에서 살펴본 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의 시사점을 제공해 주고 있다. 첫째, 정부 재정지원이 민간 공연예술단체의 예술적 성과 창출에 대한 효과적인 정 책 수단이라고 주장하기에는 통계적 근거가 뒷받침해 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공연 횟수나 자체 기획 작품의 비중 모두 공통되게 재정지원 수혜단체가 미수혜단체에 비해 뚜렷한 성과 차이를 보이지 못함을 통해 확인하였다. 다만, 주목할 점은 2015년의 경우, 정부 재정지원이 양적인 측면에서 공연 횟수 감소 효과를 보이면서도 작품 활동 형태 측면에서 자체 기획 작품의 비중을 증가시키는 효과를 보인다는 점이다. 이는 공연단체가 자신들이 지향하는 예술적 가치를 담아내는 또는 실험적인 작품 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데 정부 재정지원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할 가능성을 나타낸다15). 이는 민간 공연예술단체에 대한 재정지원이 제작비 전체를 포괄하기에는 불충분하지만, 공연예술시장의 불확실성을 어느 정도 완화하면서 공연단체의 예술적 시도를 가능하게 한다는 기존의 논의와도 일치되는 결과이다(이흥재, 2015;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17). 그러나 이러한 가능성이 시계열적으로 일관성 있게 뒷받침되지 못한다는 점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둘째, 예술적 차원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차원에서도 특정 한해(2013년)를 제외하고는 정부 재정지원의 효과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재 이루어지는 정부 재정지원이 공연예술 창작과 수요를 연결해 주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역시 기획-창작-유통으로 이루어지는 공연예술의 과정을 포괄하기에 불충분한 소액 지원이라는 한계와 더불어 단년도 사업방식은 공연단체로 하여금 새로운 관객 개발까지 고려할 유인책이 되지 못한다는 선행연구의 지적과 궤를 같이 한다(이흥재, 2015).
Ⅴ. 논의 및 결론
그동안 문화예술에 대한 정부 개입 또는 재정지원에 대한 정당성과 그 필요성에 대한 논의는 치열하게 진행되었고, 최근 들어서는 공간 대여 및 정보 제공, 장르별 대형 축제 기획 등 지원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으나, 여전히 국고보조금 또는 공모전 등을 통한 재정지원 방식의 정책 수단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정지원이라는 정책 수단이 예술적·사회적 차원에서 어떤 효과를 갖는지에 대한 실증적 검토는 상대적으로 저조하였다.
정책 수단은 어디까지나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잠정적 대안이므로 이에 대한 검증은 필요하다. 정책 수단이 기대한 효과를 창출하고 있는지, 그렇지 않다면 어떤 요인, 맥락에 의한 것인지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이 뒤따라야 한다. 같은 취지에서 문화예술에 대한 재정지원 역시 그 정당성과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그 효과가 실제적인지에 대한 검토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부분이다. 본 연구는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을 토대로 문화예술지원정책의 대표적인 정책 수단인 재정지원의 효과를 실증적으로 분석하고자 하였다.
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이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정부 재정지원이 예술적 차원에서 효과적인 성과를 창출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한 해(2015년도)를 제외하고는 정부 재정지원금 수혜 단체와 미수혜 단체 사이에 공연 횟수나 자체 기획 작품의 비중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다만, 유의미한 차이를 보인 2015년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정부 재정지원은 공연 횟수에는 오히려 감소 효과를 보이면서도 자체 기획 작품의 비중에는 증가 효과를 보이는 상반된 결과를 보였다. 이는 정부 재정지원이 공연단체가 자신들의 예술적 가치를 작품을 통해 승화하는 작업에 몰입하는 여건을 조성하지만, 그것이 재공연 혹은 후속공연으로는 연결되지 못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단서라 할 수 있다(이흥재, 2015). 다만, 이에 대해서는 향후 보다 체계적인 실증 연구가 진행될 필요가 있다.
둘째, 정부 재정지원이 사회적 차원의 효과 유발에도 유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역시 2013년을 제외하고는 정부 재정지원금 수혜단체와 미수혜 단체 사이의 관객 수 차이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사실 공연예술단체에 대한 재정지원의 효과로 문화예술의 저변 확산이라는 사회적 차원의 성과를 이야기하는 것 자체에 대해 문제 제기가 있을 수 있다. 특히, 예술성과 대중성이 반드시 같이 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예술성을 위해서는 대중성을 희생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에서 재정지원을 통해 지나친 성과를 강조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문화예술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 개입이 궁극적으로 문화를 통한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있고, 민간 공연단체에 대한 정부 재정 지원 또한 그러한 취지하에 이루어지고 있는 점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재정지원이 공연단체의 창작 활동 진흥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일반 국민의 향유권 신장과도 연계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재정지원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특히, 현재 소액다건, 단년도 위주로 이루어지는 지원방식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소액위주의 지원만으로 공연 단체에게 예술적 성과와 사회적 성과까지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공연예술에 대한 수요가 공급에 비해 크지 않은 시장상황을 고려할 때 공연단체 입장에서 한정된 지원금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대중의 접근성을 고려한 창작활동에 신경을 쓰기보다 예술적 수월성에 중점을 둔 작품 활동을 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 이는 공연단체들이 관객 개발을 통한 재원 조성보다 지원 사업 선정 이력으로 예술계 내 평판을 형성하고, 이를 차후 재원 조성의 지렛대로 삼는다는 기존 연구 결과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이흥재, 2015).
다만, 본 연구 결과를 해석하는데 있어서는 다음과 같은 주의가 필요하다. 분석결과를 문화예술에 대한 정부 재정지원 사업 전반에 걸쳐 일반화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본 연구의 분석대상은 민간 공연예술단체 중 임의단체에 한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재정지원의 효과로만 해석해야 한다.
한편,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 먼저, 효과 분석을 위해 적용한 성향점수 매칭 추정방식이 선택편의(selection bias)를 줄이는데 방법론적 우위가 있다고 하더라도 통계적 매칭이 문화예술 현장에서 과연 현실적인 가정인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또, 정부 재정지원 이외에도 효과변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제3의 요인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점 역시 한계로 지적될 수 있다. 즉, 누락변수 편의(omitted-variable bias)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예를 들어, 관람객 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으로 공연단체가 공연한 공연장의 수용인원이라든지 공연예술 행사를 통한 작품 발표의 경우, 행사의 규모라든지 등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는 자료의 한계로 구체적인 재정지원 경로를 고려하지 못하였다. 보다 풍부한 논의를 위해서는 재정지원 여부에 대한 효과분석을 넘어서 재정지원의 특성에 따른 효과 차이에 대한 분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재정지원의 방식 또는 지원기관의 특성에 따라 지원 효과가 상이하게 나타날 가능성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 민간 문화예술단체를 대상으로 한 체계적인 자료 구축이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문화예술단체의 특성변수(재정적 또는 단체 운영 및 관리적 특성, 활동 현황 등)와 단체가 받는 정부 지원 수단에 대한 특성(지원방식, 지원 기관 등)을 동시에 포괄하는 자료가 매해 축적될 필요가 있다. 이는 우리나라 문화예술 공급 측면을 담당하는 주요 행위자인 민간단체에 대한 이해를 확장하는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 수단의 실효성을 시계열적으로 추적해 관찰함으로써 문화예술에 대한 정부 지원의 방식을 정교화하는 작업의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