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여가비 지출은 날로 늘어가고 있다. 개인의 활동도 많이 증가하고 있지만, 가족1) 단위에서 이루어지는 활동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를 토대로 우리나라 가구 월평균 문화여가비 지출 규모를 살펴보면,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특히 2003년 99,500원에서 2018년 271,800원으로 지난 15년 새 약 3배 가량 증가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여가비 지출은 여가활동에 대한 참여의 양과 소비되는 시간을 금전이라는 매개체로 표현할 수 있어 실제적인 여가 수요의 규모와 그 경제적 의미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지표로 이해되어 왔다. 이러한 유용성 덕분에 학계에서는 여가활동 양상 혹은 여가 수요에 대한 개별 가구(주)의 사회․경제적 특성이 어떻게 여가비 지출에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려는 노력을 이어 왔다(정병웅․김영래, 2012).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어디까지나 가구주 혹은 가구의 집합적인 특성에만 관심을 두고 이어져 왔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한편, 실제 가구 단위에서 지출을 수반한 여가활동 상황을 고려해 보면, 단순히 가구주의 사회적․경제적 지위에 따라 결정된다고 보기에는 설명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가구주가 고소득자라고 하더라도 가구주의 여가시간 확보가 매우 제약적이라든가, 아니면 가령 가구 구성원들과 가구주의 생활패턴이 동질적이지 않을 경우 공동 활동의 일환인 가구 단위 여가활동이 극히 제약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상황에 대한 이론적 설명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여가활동 제약 차원을 내재적(intrapersonal constraints), 대인적(interpersonal constraints), 구조적 제약(structural constraints)으로 구조화한 Crawford와 Godbey(1987)는 개인이 여가활동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시간 확보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가족 차원의 자원과 가족(타 가구원들)의 여가에 대한 지원이 가족 여가활동을 설명하는 중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였다. 이들의 설명은 가족 단위의 여가비 지출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살펴볼 때 가족 내 구성원 간의 자원 확보 상태뿐만 아니라, 서로의 상호작용까지 고려해야 함을 시사한다. 또, 여가활동에 국한된 설명은 아니지만, 가족 내에서 구성원 간의 자원배분 상태가 서로에게 어떻게 영향을 주고, 그러한 영향이 가족 전체의 의사결정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설명한 가족체계이론 역시 가구 단위 여가비 지출을 설명하는데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가족체계이론에 따라 가족 구성원은 가족의 영향을 받는다고 볼 때, 여가활동 역시 함께 살고있는 구성원들의 자원과 행동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여가활동을 위한 필요 요인으로 시간과 비용, 취향을 꼽을 수 있다. 사람들은 하루의 시간 사용을 수면, 식사 등 필수유지, 근로, 여가로 보내는데, 이 중 근로시간은 여가시간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근로활동은 필연적으로 시간 확보를 수반하여 여가시간 활용에 있어 제약이 커지고, 가족 내 시간제약이 큰 사람이 많아지면 가구의 여가시간이 불안정해지도록 한다. 그리고 가족 내 근로자의 근로시간 비중이 높아지면 여가를 위한 시간 일정의 조정이 유연하지 않아져, 일정의 제약이 발생한다.
이때 가족 단위 여가활동에 있어서 시간 제약의 의미는 ‘절대적인 여가시간량’ 차원에 국한되지 않을 수 있다. 가족 내 가족원 개개인의 절대적인 여가시간 확보가 필요조건이지만 개개인이 충분한 여가시간을 확보했다고 해서 반드시 가족의 공유여가활동으로 이어진다고 볼 수 없다는 말이다. 가족 구성원들의 근로형태와 근로시간은 가족단위의 여가비 지출에 영향을 주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가족 여가활동은 가족 구성원들이 여가를 공동활동으로 계획하고 함께 하는 집단의사결정의 결과물로 이해할 수 있는데, 이때 가족여가를 위한 공유시간의 확보는 가족원 간에 상이한 시간 자원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가족 내부의 시간제약에 대해 다각적으로 살펴보아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이에 본 연구는 혈연으로 구성된 가족 가구를 중심으로, 여가비 지출을 가족이라는 집단의 의사결정 혹은 그 결과로서의 행태로 이해하고, 가족 구성원들이 공동 여가활동을 결정하게 되는 메커니즘을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구성원 각각이 겪는 시간 제약 상황이 다른 가족원들과의 공동 활동인 여가활동을 결정하는데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주목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서 매년 발표하는 「재정패널조사」 의 5차~10차 자료를 활용하고자 하는데, 이 자료가 분석 자료로 적합하다고 판단한 이유는 첫째, 가구 단위의 지출 정보뿐 아니라, 가구원 단위의 근로시간 등과 같은 본 연구의 주요 변수를 포괄하고 있기 때문이고, 둘째, 패널 자료라는 자료 자체의 특성이 여가비 지출을 살펴보는데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상술하면, 보통 여가비 지출 행위는 자원뿐만 아니라, 선호가 반영되는 행위이지만 이를 측정해 모형에 반영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동안 여가비 지출에 대한 연구가 단년도 혹은 횡단면 자료를 활용해, 바로 이 같은 누락변수 편의 문제를 안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바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료 형태라는 점에서 패널 토빗모형 분석을 통해 다차원적 시간 제약이 가족 여가비 지출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해 보고자 한다. 이하에서는 가족 내 여가활동에 대한 기존 가족여가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논의를 토대로 가족 내에서 겪는 시간제약에 대한 고려가 가족 여가비 지출을 논의하는데 왜 필요한지 검토하고, 그 관계를 실증적으로 분석한 뒤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한다.
Ⅱ. 선행연구 및 이론적 배경
가 족여가에 대한 관심은 가족 관계 해체와 그로 인한 부작용의 해결방안으로 고려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하였다(이문진․이연주․김재운, 2009). 특히 여가활동을 통한 문제해결 방안은 노동 중심사회에서 여가 중심사회로 전환되는 시점(노용구, 2005)에서 우리나라의 경우 더욱 적합한 대안으로 떠올랐고, 가족여가를 통한 가족문제 해결의 효과성을 실증적으로 분석하는 연구들이 축적되면서 그 중요성이 강조되었다(윤소영, 2002).
가족여가는 기본적으로 참여하는 구성원을 중심으로 개념화되는데, 연구자에 따라 그 구성원의 범위가 제각각이다. 동거 중인 가족 구성원 모두를 대상으로 정의하거나(천혜정, 2004), 혈연 관계 중심으로 2인 이상의 가족 구성원으로 정의한다(문숙재․윤소영·윤지영, 2005; 지영숙․이태진, 2001; 홍성희, 1996). 한편, 활동의 대상자 측면 이외에도 ‘활동’ 자체에 초점을 맞춰 가족여가를 바라보는 연구자도 있다. Orthner(1975) 는 가족여가활동을 공유 여가활동(joint activity), 병행 여가활동(parallel activity), 개별 여가활동(individual activity)으로 나눌 수 있다고 보았고, 노용구(2005) 역시 가족 구성원이 함께 참여하는 여가활동이나 시간을 가족여가로 제시하면서 공유 또는 공동활동의 성격을 강조하였다.
이와 같은 가족여가의 효과에 관한 연구는 1970년대 이후로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데, 특히 가족관계 개선, 여가 태도 교육의 기회 제공 등을 중심으로 논의된다. 이러한 이론적 논의가 직접적 계기가 되었다고 보기 어렵지만, 2000년대 이후로 우리나라 노동정책 차원 등에서 근로시간 단축 및 일-가정 양립과 관련된 정책들이 강화되면서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적 제약의 완화가 기대되고 있다. 예를 들어, 주5일 근무제, 학생들의 토요휴무제 등으로 인해 가족 단위 여가활동의 여지가 커졌다. 실제로,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여가 프로그램에 대한 선호 및 요구의 상당함이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이문진․이연주․김재운, 2009). 또, 가족 단위 여가 프로그램의 필요성만이 아니라 그 유용성 차원에서도 여러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가족 단위 여가가 생활 만족 및 행복 향상(윤소영․윤주, 2008), 가족간 문제해결(윤소영, 2002), 유대 강화(Freeman & Zabriskie, 2007) 등 긍정적 측면이 언급되고 있다.
한편, 가족여가를 제약하는 요인들에 대한 관심 역시 가족여가 논의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가족여가에 있어 자주 언급되는 제약요인은 시간 차원으로 주로 부부의 경제활동 상태로 인한 절대적 여가시간량 확보의 제약이다(Carlson, 1976; Boulding, 1978; (Bollman et al., 1975; Holman & Epperson, 1984; 이승미, 1996).2) 특히 남성부양체계 중심사회를 기반으로 한 기존 연구에서는 부부의 경제활동 상태라고 하더라도 주로 생계부양자인 남편의 근로형태에 따른 가족여가의 제약을 주로 논의하였다. 그러다 보니 가족여가의 시간제약은 가구주 개인의 특성에 초점을 맞춰 진행된 경향이 강했다. 문제는 이러한 논의들이 가족여가는 곧 가족이 시간을 공유하고 여가를 함께 하는 것이라는 기본적인 전제를 간과했다는 점에 있다. 가족여가 연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연구들 역시 지속적으로 이러한 한계에 주목해왔다(Kaplan, 1975; 이문진․이연주․김재운, 2009).
앞서 언급한 바 있듯이, 일반적으로 가족 내 가족원의 활동을 공유활동, 병행활동, 개별활동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Orthner, 1975), 이때 가족 단위 여가는 동일한 활동에 가족원 모두가 참여하는 공유활동의 일종이라 이해할 수 있다(천혜정, 2004). 따라서, 가족여가를 논하는데 있어서는 가족 구성원 개개인의 특성도 중요하지만 가족 구성원 모두 함께 보내는 활동에 미치는 특성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그래야 일종의 가족 공동 행태의 결과물인 가족여가 행태에 대한 보다 구체적 이해가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가족 내 의사결정에 대한 이론적 설명으로는 가족체계이론(family system theory)을 들 수 있는데, 이 이론은 기본적으로 가족원의 행동이 다른 가족원에 영향을 끼치고, 이들의 반응이 또 다른 가족원의 행동에 영향을 주며 가족 내에서 상호작용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고 본다(O’Brien, 2005). 즉 가족단위의 의사결정을 이해하려면 모든 가족원들의 태도와 필요, 행동을 결합하여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Orthner & Mancini, 1990; Holman & Epperson, 1984). 이러한 가족시스템이론의 측면에서 살펴보는 것은 가족원 간에 어떻게 연결되어 있고, 구조로서 가족 내 의사결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알아보는 것이다(Bavelas & Segal, 1982).
가족체계이론에 따르면, 가족 내에서 많은 활동은 개인의 자율적 선택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가족 내 일부에 의해 결정되거나 혹은 다른 가족원과 연관된 결과를 위해 선택된다(Shaw & Dawson, 2001). 가족여가는 역할이 정해진 여가의 사분면 안에 존재하며, 이는 가족 여가가 사회적인 기능을 갖고, 가족원에게 상대적으로 낮은 자유를 제공함을 의미한다(Kelly, 1983). 즉, 가족여가는 가족이라는 가장 작은 단위의 사회조직에서 집단의사결정을 통해 나타난 결과이며, 이를 위한 자원의 분배 역시 집단적 선택의 결과가 된다. 이에 따라 가족여가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서는 가족구성원의 역할, 자원보유 및 집단목표 등을 다차원적으로 고려하여 가족이라는 체계 내 집단적 시간 자원의 양과 함께 그를 배분하는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족 내 구성원들이 함께 여가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여가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맞출 수 있어야 한다. 가족체계이론의 관점으로 보면 가족단위의 여가시간은 상대적으로 여가 시간이 적은 사람의 영향을 받게 된다. 가족은 생산 및 지출활동을 통해 필요한 자원을 얻으므로, 소득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가족 내 경제활동을 하는 구성원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다양한 경제활동 방법이 있으나, 보편적인 형태는 근로로서, 근로에 시간을 할애하면 여가에 배분할 시간이 감소하게 된다(곽재현․홍경완, 2017).
여가활동을 제약하는 원인은 내인적, 대인적, 구조적 요인 구분 이외에도 구체적으로 시간, 비용, 동행자, 정보 등 많은 요소들이 중첩하여 여가생활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 일반적이다(Crawford & Godbey, 1991). 하지만, 이 중 여가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들은 시간(여가에 할애할 시간), 돈(지출가능규모의 결정), 취향(여가 종류의 선택)을 꼽을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여가제약 요인 중에서도 시간제약이 여가비 지출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고자 한다.
가족 단위의 여가활동을 이해할 때, 자원 확보 측면에서 가족 구성원 모두가 확보해야하는 것은 바로 시간이기 때문이다. 특히, 가족 공동활동인 여가활동을 위해서는 가족 구성원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시간 확보가 중요한데, 얼마나 긴 여가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가 문제 이외에도 ‘여가시간 확보를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지’ 혹은 ‘여가일정을 짜는데 제약요인은 없는지’에 대한 문제도 가족여가 행태를 결정하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여가시간 확보를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가의 문제는 사실 근로시간을 고려하지 않고서 논의하기 어렵다. 여가활동을 위해서는 근로와 생활유지시간 외의 여가시간이 필요한데, 노동과 여가의 병행이 쉽지 않은 데서 시간빈곤 논의를 고려해 볼 수 있다. 시간빈곤의 논의는 보통 노동과 여가에 집중하는데, 소득빈곤을 피하기 위해 노동시간을 늘리면 개인이 활용할 수 있는 여가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것을 시간빈곤으로 정의하였다(Vickery, 1977).
현대사회에서 노동의 불안정은 확대되고 있으며, 시간을 주체적으로 사용할 권리는 중요한 자원으로 대두되고 있다(Beck, 1986). 여가시간이 자율적이며 의지를 갖고 활용하는 시간에 가깝다고 할 때, 이러한 시간을 운용하기 위해서는 어떤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지 예측이 가능해야 한다. 근로시간이 불안정한 고용형태를 가진 경우 소득 및 노동시간이 불안정할 수 있고, 이는 여가시간 확보의 불안정으로 이어진다. 불안정 노동은 노동뿐 아니라, 삶의 타 영역까지 영향을 끼치는데(Carmo & Cantante & de Almeida Alves, 2014), 근미래뿐 아니라 상당한 기간에 대해 계획하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Leccardi, 2005; 2012). 이러한 불안정 노동은 타 영역에 대한 불안정으로 확장 및 파생하여, 여가 불안정성(leisure precarity)의 개념이 도출되기에 이르렀다(Batchelor & Fraser & Whittaker & Li, 2020). 여가 불안정성은 시간을 여러 가지 파편적인 일에 투자하는 것과 동시에 자유 시간에서 시간적 불안을 겪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 시간은 하루 24시간으로 한정된 자원이므로 노동시간과 여가시간은 서로 상충관계에 있다고 본다(노혜진, 2017; 차승은, 2011). 관련해서 노동시간이 줄면 반드시 여가시간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곽재현․홍경완, 2017: 304), 종일 근로하지 않는 날에 여가활동이 늘어난다는 실증연구 결과(박철성, 2014), 주 40시간 근무(5일 근무제)는 실 근로시간을 이전 대비 11% 가량 단축시켰고, 특히 5일 근무 이후로 가구와 함께 하는 여가시간 및 개인 자기계발 시간이 증가했다는 연구결과(김유선, 2011) 등을 제시할 수 있다. 따라서 노동시간이 불안정하다면 여가시간 역시 불안정하게 된다(Batchelor & Fraser & Whittaker & Li, 2020). 근로에 영향을 받은 시간빈곤으로 인한 여가의 제약은 여가시간의 불안정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논의는 가구 내 구성원의 불안정 노동이 여가시간 확보의 불안정성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는 앞서 살펴본 가족체계이론을 고려할 때, 공동활동 차원의 가구 여가시간 확보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구 구성원들의 불안정한 여가시간 확보는 가구 전체 차원의 공동활동 시간 확보에도 불안정성을 초래하게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가족 공동활동의 하나인 여가활동을 위해서는 공유시간 확보가 중요한데, 이는 같은 시간대에 가족 구성원 모두 여가시간이 확보됨을 의미한다. 즉, 여가일정짜기 제약에서 가족 구성원 모두가 자유로워야 한다.
이론적 차원에서 가족여가의 구조적 여가제약의 일환으로 근로시간의 스케줄(Crawford & Godbey, 1987: 124)은 오랫동안 언급되어 왔지만 큰 관심을 받아오지 못했다. 여가시간의 활용 가능성은 일정짜기에 있어 제약이 일어나는 상황과 연계된다. 특히 가족 내 개인의 시간몰입(time commitments)은 구조적 제약으로서 타 가족원의 일정짜기에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Scott, 1991; Jackson, Crawford, & Godbey, 1993). 이 때 가족원의 시간몰입은 주로 근로에서 이루어지기에, 근로는 일정짜기(scheduling)와 근로시간의 예측가능성(predictability)에 영향을 끼치고, 이는 중요한 여가 제약사항이 된다(Kuykendall, Zhu, & Craig, 2020). 즉, 근로시간이 많은 가족원의 경우 가족 내 여가일정 구성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고, 가족여가 일정짜기에 제약이 커진다고 볼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가족여가를 함께 하기 위한 일정짜기를 할 때, 상대적으로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적은 사람이 가족 내 시간 배분과 관련한 의사결정에서 영향력을 끼칠 것으로 본다.
지출이 발생하지 않는 여가활동도 있지만, 여가에 필요한 최소한의 지출은 있게 마련이다. TV시청을 위해 TV를 구매하거나,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거나, 가족이 함께 캠핑이나 여행을 갈 수 있다. 이러한 모든 활동은 지출을 수반한다. 지출이 함께 이루어지는 여가활동은 가족 내 의사결정의 대상이 된다. 어떤 영화를 볼지, 어디로 여행을 갈지 등을 정하기 위해 가족이 논의한다. 따라서 가족의 여가활동 의사결정 결과를 살펴볼 수 있는 대리변수로서 가족 여가비 지출을 살펴볼 수 있다. 그동안 가족 여가비 지출과 관련해서 가구의 사회인구학 및 경제적 특성(차경욱, 2003; 구희일․최석준, 2009), 가치관과 소비의 행태, 통상적 활동의 영역(곽재현․홍경완, 2017) 등이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왔다. 가구주의 학력이 높고 가구원수가 많을수록 지출액도 높아졌으며(차경욱, 2003; 구희일․최석준, 2009), 많은 참여가 이루어졌다(남은영․최유정, 2008).
다양한 변수들과의 관계가 논의되었지만 시간제약과 관련하여 가족의 여가시간과 여가비 지출간의 관계 역시 논의할 필요가 있다. 먼저, 개인수준에서 여가시간이 증가하면 여가비용 증가가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주 5일근무로 근로자들의 여가비 지출과 여가만족도가 증가하였다(양혜원․금현섭, 2009). 또한 여가시간 증가는 여행에 대해 소비선호를 변화시켜 숙박, 외식 등 소비증가 가능성이 증대되었다(김희수․빈기법․윤세목, 2019). 많은 논의가 주로 개인을 단위로 하여 논의되어 왔지만, 개인의 시간 사용에서 가구소득의 영향력을 함께 고려하며(김진욱․고은주, 2014; Craig, 2005), 가족원이 가족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드러났다. 이는 개인 수준 뿐 아니라, 가족 수준에서도 여가시간과 여가비용간의 증가 관계가 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가구소득이 낮을수록 유급노동시간은 증가하고 일-여가 균형은 감소하는 현상은(노혜진․황은정, 2018), 부족한 가구소득을 확보하기 위해 가구원들의 노동시간이 증가하면 가구 여가에 배분할 시간 역시 감소하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가족의 집단의사결정에 가족의 여가시간 활용 가능성이 고려될 것을 보여준다. 자원의 제약, 특히 시간활용과 관련한 요소가 가족의 의사결정에 어떻게 영향을 줄지 알아볼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처럼 선행연구들은 여가의 제약과 관련하여 근로시간과 여가시간의 관계를 보고, 여가비 지출에서 개인과 가구 혹은 가족의 관계를 살펴보고 있는데, 몇 가지 논의할 지점이 발견된다. 먼저, 여가를 위한 가족 내 의사결정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 가족 내 경제활동과 가사를 모두 효율적으로 수행하더라도 가족원이 모두 모여 함께 사용할 시간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이다. 효용확대를 위한 자원 분배가 여가시간의 확대로 직접 이어지지는 않기 때문에, 가족여가시간의 확보를 목표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여가에 대해서 이러한 논의는 많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가족여가를 자원제약하에서 자원활용을 위한 의사결정 결과로 본다면, 이는 가족여가의 ‘가족 내 공동활동’에 집중해 보는 논의가 될 것이다. 여가만큼 가족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조건도 드물다. 문화자본은 취향을 형성하며 가족 내 전승되고 가구원에게 영향을 끼친다(최영섭․김민규, 2000; Bourdieu, 1984). 특히 가족여가활동은 가족으로 인한 문화자본의 축적과, 소득을 가구단위로 지출하는 것 때문에 여가활동의 종류 및 지출규모 등에서 가구의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주로 여가와 관련한 시간제약을 논의할 때 여가시간량을 변수로 보아 왔는데, 시간량이 아닌 다른 변수를 활용해 시간제약과 여가상황을 논의해 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다. 그동안 여가 제약요인의 하나로 시간 자원이 중요하게 다뤄져 왔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양적 차원의 시간 제약에 대한 논의로만 치우친 경향이 있다. 이는 여가시간이 근로시간을 제외하고 남은 잔여 시간(residual time)이라고 이해하고 접근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본 연구는 이와 같은 선행연구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가족 구성원들의 근로 특성(시간과 업무 방식)을 고려해 가족 단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차원적 시간제약이 가족여가행태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Ⅲ. 연구 설계
본 연구에서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재정패널조사 자료3)를 활용하였다. 이 조사는 조세정책과 복지정책이 국가와 개별 경제주체인 가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획되었으며, 이에 가구 단위의 조세-지출-복지에 관한 포괄적인 자료 수집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조사 내용은 소득, 자산 및 부채, 지출, 조세․복지정책과 관련된 견해 등이 주를 이룬다.
본 연구에서 이를 활용하게 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 첫째, 가구 내 구성원들의 개별적 근로시간과 소득, 그리고 가구 단위의 여가비 지출 등과 같이 본 연구의 주요 변수를 측정하고 있어, 분석의 누락변수 편의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였다. 둘째, 재정패널조사는 전국 15개 시도4)에 거주하고 있는 일반 가구와 가구원을 모집단으로 1차 연도 5,014개 가구, 14,904명 가구원을 원표본으로 구축하여 10차 연도인 2016년까지 조사를 계속해서 진행 중이다. 이 같은 대규모 그리고 다시점 패널을 갖춘 조사 자료가 여가비 지출을 살펴보는데 적합한 것은 우선, 여가 참여에 미칠 수 있는 관찰 불가능한 요인들에 대한 통제가 가능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횡단면 자료를 통한 분석은 여가생활에 대한 개별 가구의 선호를 측정하거나 통제할 수 없다는 한계를 갖지만, 패널자료를 통한 분석은 이 같은 편의 문제에서 자유롭다. 따라서 이를 활용해 가족의 시간 제약들이 여가비 지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실증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다만, 본 연구의 대상은 비혈연가구를 제외한 2인 가구 이상으로 한정하고자 한다. 이는 본 연구의 초점이 개인의 여가비 지출 행태가 아닌 시간 제약에 있어서 가족 내 구성원 간의 상태와 가족 여가비 지출간의 관계 분석에 있기 때문이다. 또, 본 연구에서 다루는 변수에 대해 무응답인 경우 분석대상에서 제외하였다. 이에 총 11,728가구를 대상으로 분석을 진행하였다.
본 연구에서 여가비 지출은 연간 한 가구에서 지출하는 총 여가비로 측정하였다. 여가비의 세부 항목으로는 가구 단위 여가의 주된 형태인 전시 및 공연 관람비, 문화활동 참여비, 국내외 여행비, 외식비가 포함되었다. 재정패널조사에서 지출 측정은 가구주에 의해 가구 단위로 이루어지고 있어 가구원의 개별적인 여가행태가 반영되었다기보다 가구 공동 지출행위의 의미가 크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 관심을 갖는 여가 부문에 있어 가족 내 집단행동을 잘 반영할 수 있으므로 적절한 측정이라고 보았다. 한편, 측정변수의 조작화 과정에서 두 가지를 고려하였다. 첫째, 본 연구는 다시점 자료를 활용하고 있으므로 2011년을 기준으로 소비자물가지수(consumer price index)를 반영하였다. 둘째, 지출 변수의 분포 역시 소득 변수 분포만큼이나 치우침이 심해 로그 변수로 변환하여 분석에 활용하였다.
본 연구의 주요 설명변수인 시간 제약은 크게 두 가지 차원을 고려하였다. 먼저 여가시간 확보 차원의 안정성이다. 이를 측정하기 위해 가구 내 전일제 비중을 측정하였다. 시간 제약에 대한 여가시간 확보 안정의 대리변수로 가구 내 전일제 비중을 설정한 이유는 가족들의 시간 사용 패턴이 동형화될 여지가 커진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즉, 가구 내 전일제 비중이 높아진다는 것은 가구 구성원의 고용 안정성 정도가 높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고용 안정성은 고용조건과 업무 특성이 상대적으로 정형화되어 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전일제 근로자5)의 경우 시간제 근로 등에 대비하여 고용이 안정되어 있어 불안정성이 낮다고 볼 수 있으며, 물리적 여가시간은 작아지더라도 여가시간의 자의적 예측과 운용이 가능할 수 있다. 반면, 시간제 근무 등의 비정규고용형태는 상대적으로 고용 불안정을 안고 있어 충분한 소득의 확보와 고용유지를 위한 시간을 소비해, 시간 사용 역시 불안정성이 크다.
다음으로 가족 공동의 여가활동이 가능한지와 관련된 여가일정짜기 제약(leisure scheduling constraint) 차원이다. 이에 대한 대리변수를 가구 내 근로시간 집중도로 삼고, 허핀달-허쉬만 지수(Herfindahl-Hirschman Index)를 이용해 측정하였다. 가구 내 근로시간 집중도를 여가일정짜기 제약의 대리변수로 이용한 이유는, 근로시간이 일정짜기에 영향을 끼치며, 이는 여가 제약사항이 되기 때문이다(Kuykendall, Zhu, & Craig, 2020). 그리고 가족 단위 여가비 지출은 개인 행태가 아니라 공동 행위이기 때문에 구성원 중 한 명이라도 시간 제약을 크게 받을 경우 그 제약이 나머지 가족원에게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가족체계이론의 가정 역시 전제로 한다. 근로시간 집중도(HHI)가 높다는 의미는 가족 내 구성원들의 근로시간 총합 내에서 특정 가족원의 근로시간이 월등하게 길어 그 가족의 근로시간이 해당 가족원에게 집중되는 정도가 크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고, 결국 가족 내 전체적인 차원의 근로시간이 특정 가족원에게 집중되는 경향이 커짐으로 인해 가족 내 공동 활동인 여가에 대한 지출 활동의 가능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즉, 근로시간 집중도가 커질수록 근로시간 이외의 시간을 가족 공동 활동인 여가시간으로 활용할 가능성은 줄어드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밖에 기존 연구에서 가족 여가비 지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논의되어 온 경제적 자원, 가구주 특성, 가구 구성을 고려하였다. 먼저 경제적 자원(김영숙, 2002)은 가구 소득과 맞벌이 여부, 아내 소득비를 통해 측정하였다. 가구 소득은 균등화 가구 연소득으로 측정하였으며, 로그 값으로 변환하여 분석에 활용하였다. 맞벌이 여부는 가구주와 가구주 배우자가 맞벌이를 하고 있는지에 따라 맞벌이 여부를 한다면 1, 외벌이라면 0으로 측정하였다. 한편, 아내 소득비의 경우 남편의 소득 대비 아내 소득의 수준을 측정하였다.
가구주 특성(정병웅․김영래, 2012)으로 가구주의 연령대와 성별, 그리고 학력을 고려하였는데, 연령대의 경우 20대 미만(1), 30대(2), 40대(3), 50대(4). 60대(5), 70대(6), 80대 이상(7)으로 구분하여 측정하였다. 성별의 경우 남성이면 1, 여성이면 2로 측정하였으며, 학력은 중졸이하(1), 고졸 미만(2), 고졸(3), 대졸(4), 대학원 이상(5)으로 측정하였다.
마지막으로 가족 구성의 특성은 총 가구원 수, 미취학 자녀수, 취학 자녀수로 구분하여 각각 측정하여 모형에 포함하였다. 이는 가구원 수 혹은 특성에 따라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의 양이 달라질 수 있다는 선행연구 결과를 고려하기 위함이다. 다음 <표 1>은 본 연구에서 다루는 주요 변수의 측정방식과 기초통계량을 요약한 것이다.
본 연구는 여가활동의 장애 요인 중 하나로 꼽는 시간 제약이 개인 단위 뿐 아니라, 가족 단위에서 다차원적으로 고려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이를 위해 분석과정에서 크게 세 가지를 고려하였다. 먼저, 본 연구에서는 가족 내 여가시간에 대한 예측 가능성, 가족 공동의 여가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가능성을 고려하여 모형화하였다. 여가비 지출로 표출되는 가족 단위의 여가활동은 기본적으로 집단행동에 기초하기 때문에, 집단행동에 참여하는 가족 구성원 개별적 차원의 절대적 시간량 확보뿐만 아니라, 서로의 여가시간이 예측 가능한지 혹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 가능한지가 중요하다. 즉, 시간 제약이 양적 측면과 아울러 예측 가능성, 활용 가능성 측면에서도 고려될 필요가 있음을 뜻한다. 이를 분석차원으로 전환해서 생각해 보면, 가족 구성원들이 개별적으로 처한 시간 제약이 가족 차원에서 어떤 형태 혹은 분포를 취하는지 측정할 수 있는 가의 문제로 남는다. 본 연구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분석단위(unit of analysis)를 가족 수준으로 살펴보고, 상대적으로 근로시간이나 시간대가 정형화된 전일제 비중이 가족 내에서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최장근로를 하는 구성원이 한 가족 내에서 차지하는 집중도(HHI)를 측정하였다.
둘째, 여가비 지출이 전혀 없는 가족이 상당수 존재할 가능성을 고려하기 위해 패널 토빗 모형(Panel Tobit Model)을 활용하여 분석을 진행하였다. 토빗모형은 종속변수의 일부분이 관찰되지 않고 중도절단(censoring)된 경우에 주로 사용하는데, 본 연구의 종속변수인 여가비 지출 역시 0인 가구가 상당수 존재해 좌측 중도절단(left-censoring)의 자료 형태를 보이므로 패널 토빗 모형이 분석모형으로 적절하다고 판단하였다. 문화비용 지출에 관련한 연구들은 문화분야 지출액이 적을 가능성과, 지출하지 않을 가능성을 고려하여 토빗 모형을 사용해 왔다(구희일․최석준, 2009; 허식․윤수영, 2013). 본 연구는 재정패널 6개년 어치의 자료를 활용하므로, 데이터의 특성에 따라 패널 토빗모형을 사용하였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다차원적 시간제약(여가시간 확보의 안정성과 여가일정짜기 제약)과 여가비 지출 사이의 관계가 근로시간 단축, 즉 여가시간량 확보에 따라 차별화될 수 있는지 추가로 살펴보았다.
Ⅳ. 분석결과
본 연구 분석에 앞서, 주요 변수의 기초통계량을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종속변수인 여가비 지출의 연도별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다음 <표 2>와 같다. 2011년 이후6)부터 가족 연간 여가비 지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 세부 항목을 구분해서 살펴보면 외식비>여행비>문화관람비 순의 지출 규모를 보인다. 한편, 2011년 대비 2016년 지출 규모 수준을 비교해 보면 여행비가 2.02배, 외식비가 1.65배, 문화관람비가 1.20배로 증가하여 2011년에서 2016년 사이에 가족 단위에서 여행비의 지출 규모가 상대적으로 급격히 증가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음 <표 3>은 독립변수에 따른 여가비 지출의 연도별 변화를 나타낸 것이다. 설명변수 중 여가시간 확보 안정성의 대리변수인 가족 내 전일제 근로자 비중에 따른 여가비 지출의 변화를 연도별로 살펴보았다. 우선, 가족 내 모든 근로자가 비전일제일 경우, 전일제가 1명이라도 있는 가족에 비해 여가비 지출 수준이 낮은 상황이 시간이 지나도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비전일제 근로자들로만 구성된 가족의 경우, 공동활동의 일환인 여가시간 확보가 안정적으로 이뤄지지 않을 개연성이 크고, 그것이 여가비 지출 규모와도 관련이 있을 가능성에 대해 보여준다. 반면, 전일제 근로자가 가족 내에서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는지, 그 수준에 따라 여가비 지출이 차별화되는지에 대해서는 평균적인 수치만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또 다른 설명변수인 일정짜기 제약의 정도에 따라서도 여가비 지출의 차이가 나타났는데, 제약이 심할수록 여가비 지출 수준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경향성은 여가비 지출에 미칠 수 있는 제3의 요인에 대한 통제 없이 평균 수준의 비교를 통해서만 확인한 것이기 때문에, 관련성의 가능성을 이야기해줄 뿐 좀 더 체계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한편, 본 연구가 가족 여가비 지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주목하는 여가시간 확보 안정성과 여가일정짜기 제약과의 상관관계를 각각 살펴보면 다음 <표 4>와 같다.
연도 | 여가비 지출-여가시간확보안정성 | 여가비 지출-일정짜기제약 |
---|---|---|
2011 | 0.1515* | −0.0951* |
2012 | 0.1860* | −0.1085* |
2013 | 0.1886* | −0.1165* |
2014 | 0.1991* | −0.1276* |
2015 | 0.2151* | −0.1300* |
2016 | 0.1616* | −0.1022* |
분석의 시간적 범위인 2011년부터 2016년에 걸쳐, 여가비 지출와의 상관관계 경향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여가시간 확보 차원의 안정성을 측정하는 전일제 비중과 여가비 지출 사이의 상관관계가 양의 상관관계를 갖는 것으로 나타나 시간 제약의 예측 가능성이 커질수록 여가비 지출 규모는 증가한다는 이론적 예측과 일치함을 알 수 있다. 반면, 여가일정짜기 제약을 측정한 근로시간 집중도와 여가비 지출의 상관계수는 작지만, 음의 상관관계가 유지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 역시 활용가능성 측면에서 시간 제약을 강하게 받을수록 가족 공동 여가비 지출의 가능성을 떨어뜨려 여가비 지출 규모를 감소시킬 것이라는 이론적 예측과 같다. 하지만, 이 두 변수 이외에도 여가비 지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제3의 요인을 통제하지 않는 상태에서 살펴본 상관계수만으로 이러한 시간 제약이 가족 여가비 지출에 영향을 준다고 주장할 수 없다. 따라서 선행연구에서 논의한 가족 여가비 지출 결정요인을 고려한 뒤에도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시간 제약 차원으로서의 여가시간 확보 안정성과 여가일정짜기 제약이 여전히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분석결과는 다음 <표 5>와 같다. 우선, 모형(1)은 가족 내 시간 제약의 예측 가능성 정도로서 여가시간 확보 안정성을 의미하는 가족 내 전일제 근로자 비중이 가족 여가비 지출 규모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살펴본 모형이다. 선행연구에서 주요 요인이라고 논의되어 왔던 가구소득을 고려했음에도 불구하고, 여가시간 확보의 안정성이 커질수록 가족 여가비 지출 역시 증가하는 정(+)의 관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결국 가족 내 구성원들 사이에서도 정형화된 근로시간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즉 시간 제약의 예측 가능성이 커져 여가시간 확보가 안정적일수록 가족 공동 지출항목 중 하나인 여가비 지출 규모의 증가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이론적 예측을 지지하는 결과라 할 수 있다.
한편, 모형(2)는 앞서 언급한 여가시간 확보의 안정성이 가족 여가 일정짜기 제약을 고려하더라도 가족 여가비 지출 규모에 영향을 주는지 추정한 것이다. 추정 결과, 여가시간 안정성은 여전히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정(+)의 관계를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추가적으로 고려한 가족 여가 일정짜기 제약 역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단독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즉, 가족 내 최장 근로시간을 갖는 구성원의 근로시간이 더 길어질수록, 즉 활용 가능성 측면에서 가족 내 일정짜기의 제약이 커질수록 여가비 지출 규모는 감소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모형(3)은 가족 내 안정적인 여가시간 확보와 여가비 지출간의 관계를 여가 일정짜기 제약이 조절하는지 살펴보고자 설정한 것이다. 추정 결과, 양자의 관계에 대한 여가 일정짜기 제약의 완화 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곧 가족원 중 한 명이 상대적으로 시간 제약을 강하게 받을수록 그 영향이 해당 가족원뿐만 아니라, 가족 내 다른 가족원의 여가시간 제약으로도 이어져 결국 안정적 여가시간 확보를 통한 여가비 지출 증가 폭을 축소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가지 더 주목할 점은 그동안 여가비 지출에 주요 영향요인으로 논의되었던 가구 소득 등의 경제적 자원과 가구주 특성, 그리고 가족 구성을 통제한 상황에서도 가족 내 다차원적 시간 제약의 효과를 확인했다는 것이다. 통제요인으로 활용된 경제적 자원 요인 중 가구소득와 여가비 지출의 정(+)의 관계는 기존 연구결과와도 동일하게 나타났다(김영숙, 2002). 경제적 자원 요인 중 아내소득비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은 반면, 맞벌이 여부는 모형에 따라 회귀계수의 방향이 변하였다. 특히, 여가일정짜기제약 변수의 고려 유무에 따라 맞벌이 여부가 여가비 지출에 미치는 영향이 상반되게 나타났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향후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가능한 설명으로는 맞벌이 부부가 외벌이 부부에 비해 일정짜기제약을 강하게 받아 일정짜기제약 변수를 고려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 맞벌이 여부 변수의 추정계수 방향을 변화시킬 가능성의 존재이다. 또 다른 통제요인인 가구주 특성에 있어서 남성인 경우, 고학력일수록 여가비 지출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가구주의 나이가 많을수록 여가비 지출은 체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가구주 특성과 여가비 지출간의 관계 역시 기존 선행연구와 같은 결과를 보여준다(정병웅․김영래, 2012). 마지막으로 가족 구성원 요인 중 총 가구원수가 많을수록 여가비 지출의 규모는 증가하였다. 반면, 미취학 자녀수와 취학 자녀수가 많을수록 여가비 지출의 규모는 축소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취학 자녀수가 많을 경우, 외부활동에 대한 부담으로 외식․여행․문화관람비로 측정된 여가비 지출은 상대적으로 그 규모가 작아질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 취학 자녀수가 많을 경우, 교육비에 대한 지출 필요성이 크기 때문에 여가비 지출를 축소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앞서 여가시간 제약을 가족 내 안정적 여가시간 확보, 일정짜기 제약 차원으로 세분화하여 여가비 지출 규모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본 연구에서 설정한 모형에는 기존 시간 제약 모형에서 주로 포함한 양적 차원의 시간 제약(여가시간의 절대량)은 포함하고 있지 않아 누락변수 편의(omitted variable bias) 가능성이 있다. 이는 본 연구가 활용한 분석 자료에 여가시간의 절대량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본질적인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간접적으로 해결하고자 가족의 주 평균 근로시간이 52시간 이내인지, 아니면 초과하는지에 따라 표본을 구분하여 모형을 추정하였다(<표 6> 참고7)).
모형(4)와 모형(5)에 대한 분석결과를 살펴보면, 앞서 살펴본 모형(3)의 추정결과와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추정결과는 양적 차원의 시간 제약 수준과는 관계없이 가족 내에서 여가시간 확보에 불안정성을 가지는지 또는 일정짜기에 제약이 어느 정도인지의 시간 제약 차원이 여전히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음을 나타낸다.
Ⅴ. 결론
본 연구는 가족 여가비 지출이 양적 차원의 시간 제약 완화뿐만 아니라, 시간활용의 불안정성과 여가 일정짜기 제약의 차원이 동시에 고려되어야 한다는 문제의식 하에 가족 내 구성원들의 시간 제약 예측 가능성과 가족 여가비 지출 사이의 관계를 탐색하고, 구성원들이 확보한 시간 자원이 공유활동인 가족 단위 여가시간에 활용될 가능성이 양자의 관계를 강화하는 기제로 작동하는지 분석하고자 하였다. 주요 분석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가족 내에서 여가시간 확보의 안정성이 높아져 시간 제약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커질수록 가족 여가비 지출 규모는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족 여가비 지출과 관련해서 기존에 논의되었던 가구 소득, 가구주의 사회․경제적 지위, 자녀 유무 등과 같은 가족 특성 등을 고려한 상태에서도 여전히 유의미한 관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난 점은 주목할 만하다.
둘째, 가족 내 특정 가구원으로의 근로시간이 집중될수록, 즉 가족 단위 여가 일정짜기의 제약이 강해질수록 가족 여가비 지출 수준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앞서 살펴본 여가시간 확보 안정성과 가족 여가비 지출 규모 사이의 관계를 완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곧 가족원 중 한 명이 상대적으로 시간 제약을 강하게 받을수록 그 영향이 해당 가족원뿐만 아니라, 가족 내 다른 가족원의 여가시간 제약으로도 이어져 결국 공유활동인 가족 단위 여가비 지출 행위의 규모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시간 확보 안정성과 여가일정짜기 제약이 가족 여가비 지출에 미치는 영향이 여가시간량의 절대적 수준에 따라 차별화되는지 살펴본 결과, 여가시간량에 관계없이 다차원적 시간 제약이 여전히 가족 여가비 지출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의 분석결과를 통해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다. 먼저 이론적 시사점으로는 향후 가족여가의 시간제약을 논의함에 있어서 가족 내 여가시간 확보의 예측 가능성과 활용 가능성과 같은 다차원적 제약이 고려될 필요가 있음을 제기할 수 있다. 즉, 가족 단위 여가의 증진을 위해서는 개인의 여가시간 확보뿐 아니라, 가족 내 시간 자원 배분과 관련한 의사결정에 가족원의 경제활동 상황과 가족 특성이 영향을 끼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둘째, 정책적 시사점으로는 여가정책에 있어서 노동시장의 변화, 특히 비정형 노동이 확산되는 최근의 추세에 주목할 필요가 있음을 제기할 수 있다. 특히 가족여가에 있어서는 여가시간의 절대량 확보보다 가족 구성원간의 안정적인 공유시간 확보와 공동 일정짜기의 가능성 같은 시간제약이 중요함을 보여준 본 연구 결과를 통해 비정형 노동 확산이 가족여가 행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제기한다. 이는 여가정책이 노동시장 환경 변화와 완전히 분리될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환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러한 분석결과와 시사점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한계를 갖는다. 먼저, 시간 제약 측정방식에 대한 체계화가 필요해 보인다. 본 연구에서는 가족체계이론을 차용하고 시간 확보의 안정성, 일정짜기의 개념을 활용했지만, 그 측정방식은 직관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따라서 향후 여가활동의 시간 제약을 다차원적으로 고려하는 연구에서는 이에 대한 측정방식을 보다 숙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향후 이에 관한 더욱 체계적인 후속 연구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