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한국 사회의 경제성장으로 개인의 소득수준 또한 높아지며, 여가활동을 통해 사회·문화적 효용을 얻고자 하는 욕구가 증가하고 있다(김준·최배석, 2018). 또한, 수출주도형 성장이 한계에 이른 우리나라의 장기적 경제성장 활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여가활동을 통한 내수시장 활성화가 필요한 상황이다(고가영, 2014). 이처럼 여가활동에 대한 욕구가 증가하며, 여가의 유형 중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문화예술 영역의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것은 개인과 사회의 심리적 안정감, 사회적 유대감 등을 형성하고, 삶의 만족과 행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연구되며, 그 필요성이 꾸준히 강조되고 있다(Lee & Heo, 2021; Wheatley & Bickerton, 2017; 김병용, 2022). 따라서 정부는 국민의 문화예술 향유와 여가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대체휴일제를 시행하고, 문화예술 행사 개최 및 지원, 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전반적인 문화예술 향유는 2019년까지 매년 증가하는 추세로 나타났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단체 및 외부 활동의 제약과 정부 차원의 시장 통제가 함께 이루어지며, 문화예술 시장은 위축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국민의 문화예술 향유 실태를 조사한 「2023년 국민문화예술활동조사」 보고서를 살펴보면, 2023년 문화예술 행사의 관람률은 2022년 대비 0.5% 증가한 58.6%로 나타났지만, 코로나-19가 시작되기 직전인 2019년 81.8%에 비하면 23.2% 감소한 수치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전반적인 문화예술 시장이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이전과 같이 회복될 수 있는 정책적 개선 및 방안 모색이 필요한 것을 시사한다.
한편, 문화예술 향유를 포함한 여가활동은 인간의 사회화에 기여하며, 개인과 사회의 결속감 및 공감대를 형성한다. 이때 문화여가 활동은 사회적 집단의 효과가 크게 나타나며, 활동의 지속성과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누구와 문화여가 활동을 하는가, 즉 동행자에 관한 고찰이 필요하다(윤소영, 2015; 황혜선·이윤석, 2021). 실제로, 우리나라의 문화예술 관람은 대부분 가족, 친구 등 타인과 함께 관람하는 동반관람의 형태로 이루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문화체육관광부, 2023). 이는 문화예술이 소비자의 경험이나 관련 지식에 따라 소비의 질이 달라질 수 있는 경험재(experienced goods)의 특성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타인과의 교류와 같은 사회적 연결망이 개인의 취향 및 문화예술 소비의 다양성에 영향을 미치는 관계재(related goods)의 특성도 함께 나타나기 때문이다(Erickson, 1996).
문화예술은 관계재의 특성을 통해 타인과 연계되는 사회적 통로가 될 수 있고, 관계 형성 및 사회적 결속력을 향상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이려정, 2015; Hampshire & Matthijsse, 2010). 또한, 사회적 관계는 개인의 문화예술 향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에(Raymore, 2002), 문화예술 분야에서 동행자 관점의 접근이 필요하다. 하지만 동행자 관점의 연구는 주로 여가 혹은 관광의 분야에서 동행자에 따른 만족도, 선호가치, 인식 차이에 관한 연구로 진행되고(Su, Cheng, & Swanson, 2020; Van Ingen & Van Eijck, 2009; 김수아·김남조, 2020; 신상식·최수일, 2010), 동행자 유형이 여가소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는 주로 수행되지 않는 실정이다. 아울러, 문화예술 소비와 관련된 연구는 주로 인구통계학적 요인, 경제자본, 그리고 문화자본을 중점적으로 조명하였기 때문에 동행자 관점의 연구는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문화예술의 관계재 특성 및 동행자의 중요성에 주목하여, 그동안 문화예술 분야에서 연구되었던 주요 결정요인과 관람 동행자 유형이 문화예술 관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국민의 문화예술 향유 실태를 조사한 「국민문화예술활동조사」 자료를 사용하였고, 문화예술 장르 간 다중선택과 상관관계를 고려한 다변량 프로빗 모형(multivariate probit model)과 다변량 토빗 모형(multivariate tobit model)을 이용하여 동행유형을 포함한 문화예술 관람의 결정요인을 분석하였다. 본 연구의 결과와 시사점이 문화예술 소비증진에 효과적인 정책 방향성을 제시하고,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자료로 사용되기를 기대한다.
Ⅱ. 동행유형에 관한 고찰
개인은 사회적 집단에 속하고 싶은 관계성 욕구를 가지며, 자신이 소속된 집단과 유사한 선택을 하는 경향이 나타난다(Ryan & Deci, 2000). 따라서 개인의 소비결정은 대인 관계 및 사회적 집단에 따라 모든 과정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Bagozzi, 2000). 또한, 타인과 함께 상품을 소비하는 경우, 타인의 취향과 타인이 만족할 수 있는 요인을 함께 고려하여 상품의 구매의사를 결정한다(김주호·이은정, 2015). 이는 같은 상품이라 할지라도 함께 소비하는 대상이 누구인가에 따라 상품의 용도와 추구 편익이 달라질 수 있고, 개인의 소비행동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관계적 특성은 서비스분야에서도 마찬가지로, 소비자는 동행자와 정서적인 결속과 애착을 형성하며 소비결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Baumeister, De Wall, Ciarocco, & Twenge, 2005; Deci & Ryan, 1991; 류혜진 외, 2020). 김주호·이은정(2015)은 이러한 타인과의 관계성에 주목하여 동반소비(co-consuming)의 개념을 설명한다. 동반소비는 본인을 포함하여 함께 소비하는 대상이 누구인가에 따라 제품의 소비 행위와 태도가 상이하게 나타나고, 함께 소비하는 대상의 영향력에 따라 소비의 전반적인 과정이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동반소비의 특성은 여가 및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잘 나타난다. 여가 및 문화예술 활동은 생애 전반을 통해 경험하는 사회화 과정이며, 친구, 배우자, 부모, 직장동료 등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향유한다(Burch, 1969). 아울러, 문화여가 활동의 지속성과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동반자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윤소영, 2015), 누구와 함께 문화여가 활동을 향유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여가 및 문화예술 분야에서 동행유형과 관련된 연구는 주로 가족과 가족 외 사회적 관계로 접근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먼저 기본적인 사회구성 단위인 가족과 함께 향유하는 가족 여가활동은 가족 간 상호작용과 정서적 안정에 효과적이며 삶의 만족을 증진할 수 있는 수단이다(Agate, Zabriskie, Agate, & Poffet, 2009; Kelly, 2019; 유계숙·김수화·임정현·최혜림·채희화, 2011). 이와 관련하여 가족 여가활동이 부모와 자녀 간 상호작용과 생활만족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이주연·지명원(2022)은 가족 여가활동의 참여가 높을수록 가족 간 긍정적인 상호작용이 높아지며, 부정적 상호작용은 감소하는 것을 규명하였다. 또한, 카일과 칙(Kyle & Chick, 2002)은 가족 및 지인과의 관계가 문화여가 활동의 중요한 결정요인임을 밝히며 문화여가 활동에 있어 가족이 미치는 영향력을 강조하였으며, 퀸첼과 헤버라인(Kuentzel & Heberlein, 2008)은 개인의 혼인 여부가 문화여가 활동을 설명하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주장하였다. 이처럼 가족 간 문화여가 활동은 개인의 건강 및 생활만족에 긍정적인 영향과 유대관계 형성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문화여가 활동의 중요한 결정요인임을 알 수 있다.
여가 및 문화예술 분야 내 동행자 관점은 보다 확대되어 친구, 동호회, 직장동료 등 가족 외 사회적 관계와 함께 향유할 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 또한 진행되고 있다. 버치(Burch, 2009)는 친구, 직장동료와 같은 사회적 관계가 문화여가 활동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하였으며, 이러한 동행자와의 관계는 사회자본 형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연구 또한 존재한다(Srinivasan & Bhat, 2006; Warde, Tampubolon, & Savage, 2005). 아울러, 다양한 사회적 관계와 함께 여가를 향유하는 것은 여가 및 삶의 만족뿐만 아니라 직무만족, 조직몰입 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김수아·김남조, 2020; 류성옥·안영주, 2015; 임사라·박세영, 2012). 반면, 문화여가 활동이 사회적 관계 형성에도 효과적인 역할을 한다는 연구 또한 진행되고 있어 문화여가 활동과 사회적 관계는 서로 유기적인 관계임을 알 수 있다(Putnam, 2000; Van Ingen & Van Eijck, 2009).
미국의 정치학자 퍼트넘(Putnam)은 저서 「나홀로 볼링(Bowling alone)」(2000)을 통해 미국 사회의 사회적 참여와 연계가 줄어드는 문제를 제기하며, 정치, 단체, 종교활동뿐만 아니라, 일상적 여가활동에서조차 혼자 여가를 즐기는 ‘나홀로 여가’가 증가하고 있음을 주목한다. 이는 최근 한국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로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이들의 구매력이 상승함에 따라 여가의 행태가 동반 여가에서 개인적 여가로 변화하고 있고, 영화 및 공연 관람과 같은 문화예술 분야마저 혼자 관람하는 추세가 증가하고 있다(박지남·천혜정, 2012).
나홀로 여가에 관한 연구는 1인 가구의 여가 참여구조, 여가 행태 등으로 시작되어 2010년 이후부터 관광을 포함한 여가의 분야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지기 시작했다(김용수·이훈, 2020; 조승행, 2017). 나홀로 여가는 금전적 부담으로 인해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선택행위라는 특성이 나타나고, 집단의 소비욕구와는 다르게 개인의 취향이 소비에 결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는 마니아적 여가 특징이 나타난다(박지남·천혜정, 2012; 박휴경·원영신·조은영, 2014). 이와 관련하여 이승혁·허식(2023)은 문화예술 관람 동행자 선택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결과, 혼자 관람은 문화자본의 영향력이 크게 나타나 경험재의 특성이 다른 동행유형보다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을 규명하였다. 또한, 1인 관객의 관점으로 클래식 공연 관객 유입 전략을 연구한 서은아(2022)는 나홀로 관람객이 공연예술을 관람할 때 작품의 수준과 연주자의 명성이 중요한 요인으로 고려될 것이라고 언급하며, 나홀로 관람객의 유입을 위해서는 경험적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나홀로 여가는 연구자에 따라 다소 상반된 평가로 나타난다. 김고은·최막중(2019)은 짧은 기간 내 급격하게 성장한 산업화와 정보화를 모두 경험한 한국 사회의 맥락에서는 나홀로 여가가 부득이하게 선택되는 비자발적인 여가소비의 성격을 가질 것이라고 평가한다. 아울러, 교육학 및 발달심리학 등에서는 나홀로 여가를 사회성 발달에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사회학의 관점에서는 사회자본 형성을 저해한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존재한다. 또한, 이려정(2020)은 주로 혼자 여가를 향유하는 나홀로족은 자유롭고, 당당하고, 자립심이 강한 인상을 남기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는 외로움, 우울, 근심과 같은 부정적 감정이 내포되어 있을 것을 우려하였다.
반면, 나홀로 여가가 사회적 피로에서 벗어나 자신 및 타인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스스로 성숙해질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 또한 존재한다(유숙희·이훈, 2017). 김주연·최영래(2015)는 나홀로 여가의 원인은 외적인 통제와 시간적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움을 느끼고 싶기 때문이며, 이를 통해 사회적 관계로 발생하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자신의 주체성을 회복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아울러, 혼자 소비하는 시간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외로움과 소외감 대신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고, 스스로를 발전시킬 수 있는 긍정적 정서가 형성될 것이라는 주장도 존재한다(Larson, 1999; Storr, 2005; 김주연·최영래, 2015).
개인의 소비행동은 사회적 집단의 관계에 따라 전반적인 의사결정이 달라질 수 있고(Ateca-Amestoy, 2008), 함께 소비하는 타인이 존재하는지, 또한 그 대상이 누구인지에 따라 소비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Bagozzi, 2000). 이에 따라 여가 및 문화예술의 분야에서는 동행유형과 관련된 연구가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먼저, 반 잉겐과 반 에이크(Van Ingen & Van Eijck, 2009)는 여가활동과 사회자본의 관계를 주목하며 여가 동행유형이 사회자본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결과, 혼자 및 가족과 여가를 향유하는 경우 조직행동에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났지만, 가족 외 동반자와 향유할 때는 긍정적인 영향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하였다. 추가로 동반 여가활동의 결정요인을 분석하였는데, 가족과 여가는 주로 남성이, 사회적 관계와 여가는 주로 여성이 더욱 많이 향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연령이 높을수록 주로 가족과 여가를 향유하며, 연령이 낮을수록 주로 사회적 관계와 함께 여가를 향유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다음으로 로짓 모형과 토빗 모형을 사용하여 가족, 지인, 단체의 특성이 문화관람 여부 및 횟수에 미치는 영향을 연령별로 살펴본 이용관·김혜인(2015)은 가족구성이 복잡할수록 문화예술 관람확률은 감소하며, 50대 이상부터 교류하는 지인이 많을수록 관람확률에 긍정적인 영향이 존재하는 것을 규명하였다. 이를 통해 사회관계망과 문화관람의 관계에 있어 가족은 금전적, 시간적 자원을 공유하기 때문에 문화관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지인의 경우에는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며 접근성을 높이기 때문에 문화관람 활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설명하였다. 따라서 문화정책의 접근은 사회관계망과 연관된 기존의 교육 및 가족 정책과 연계하여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나아가 샤프란스카야와 포타포프, 그리고 오제고프(Shafranskaya, Potapov, & Ozhegov, 2021)의 연구에서는 WTP(willingness-to-pay) 추정을 통해 개인(1인) 방문자와 동반(2인) 방문자의 오페라 극장 티켓 지불 의향을 살펴본 결과, 개인 방문자와 동반 방문자의 WTP는 상당한 차이가 존재해 이들을 별도의 세그먼트로 구분해야 할 것을 주장하였다. 아울러, 공급자 관점의 수익증대를 위해서는 동반 방문을 공략해야 하며, 동행유형은 가족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유형에 따른 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선행연구를 통해 여가 및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경우 동행유형에 따라 상이한 결과가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문화예술 분야는 타인과의 교류를 통해 형성되는 사회적 연결망이 개인의 취향 및 문화예술 소비의 다양성에 영향을 미치는 관계재 특성이 중요하게 언급되지만(Erickson, 1996), 문화예술 소비 분야에서는 동행유형 관점의 연구가 활발하게 수행되지 않는 실정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문화예술의 결정요인으로 다뤄졌던 주요 요인과 더불어 동행유형이 문화예술 소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Ⅲ. 연구방법
본 연구는 동행유형이 장르별 문화예술 관람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실시한 2018~2019년 「국민문화예술활동조사」1)2) 의 원자료를 사용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충분한 표본수와 신뢰가능한 수준의 결과를 산출하기 위해 2개년도 자료를 풀링(pooling)하였고, 조사에 응답한 유효 응답자 수는 2018년 9,899명, 2019년 10,102명으로 총 20,001명이 집계되었다.
본 연구는 동행유형을 포함한 문화예술의 결정요인이 장르별 문화예술 관람 여부 및 횟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하는 데 목적이 있다. 따라서 조사 응답자 중 아홉 장르의 문화예술을 전혀 관람하지 않았지만 관람 동행자 항목에 응답하거나, 문화예술을 관람한 경험이 있지만 관람 동행자 항목에 응답하지 않은 156명의 불성실 응답을 제외한 총 19,845명의 자료를 최종분석에 사용하였다.
본 연구의 종속변수인 장르별 문화예술 관람은 개인의 자본이나 선호 등 공통된 특성에 의해 결정되며, 개인이 어떠한 장르의 문화예술을 관람할 때는 한정된 시간과 금전적 제약 내에서 관람을 결정하기 때문에 장르 간 문화예술 관람은 상호 의존적인 관계로 해석할 수 있다(박혜련·허식, 2018). 또한, 연구자료인 「국민문화예술활동조사」의 문화예술은 총 아홉 가지의 장르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때 응답자는 문화예술을 관람했을 경우 최소 한 가지 이상의 문화예술 장르를 관람하였고, 문화예술 장르 중 오직 한 가지 장르만 선택하여 관람하지 않았기 때문에 장르 간 문화예술 관람은 서로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개인의 다중선택 및 장르 간 상관관계를 고려한 다변량 모형(multivariate model)을 적용하고자 한다. 다변량 모형은 오차항 가 독립적이고 평균이 0, 공분산 행렬이 ∑인 다변량 정규분포(multivariate normal distribution)를 따른다고 가정하며, 공분산 행렬 ∑을 통해 장르 간 상관관계를 도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신정우·이미숙, 2016). 본 연구에서 공분산 행렬 ∑는 식 (1)과 같이 정의된다.
는 장르j(j=1, 2, 3)3)의 잠재변수 와 관련된 오차항 ϵij의 분산을 나타내고, ρϵlϵm(l, m = 1, 2, 3, l ≠ m)은 장르 l과 m의 오차항인 ϵil과 ϵim의 상관관계를 나타낸다. 이때 상관계수 ρ(cov(ϵil, ϵim))가 0이면 각 장르 간 의사결정이 상호 독립적인 것을 의미하므로 개별적으로 추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반면, 오차항 간 상관계수가 0이 아니라면(ρ(cov(ϵil, ϵim)) ≠ 0), 장르 간 의사결정은 종속적이기 때문에 다변량 모형을 통해 동시 추정하는 것이 효율적임을 뜻한다. 이때, ρ(cov(ϵil, ϵim))>0이면 장르 jl과 jm은 한 장르의 소비 확률 혹은 횟수가 증가할수록 다른 장르의 소비 확률 혹은 횟수도 함께 증가하는 정(+)의 소비관계가 존재하는 것을 의미하고, 반대로 ρ(cov(ϵil, ϵim))<0이면 장르 jl과 jm은 한 장르의 소비 확률 혹은 횟수가 증가할수록 다른 장르의 소비 확률 혹은 횟수는 감소하는 부(−)의 소비관계가 존재하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상관계수가 0에 가까울수록 소비관계가 느슨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1에 가까울수록 정(+)의 소비관계가, −1에 가까울수록 부(−)의 소비관계의 강도가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박상곤·김상태, 2011).
본 연구는 이러한 다변량 모형을 통해 장르별 문화예술 관람을 결정하는 요인의 영향을 살펴보고, 추가로 모형에서 나타난 상관계수를 통해 문화예술 장르 간 소비관계를 살펴보고자 한다. 따라서 본 연구의 종속변수는 장르별 문화예술의 관람 여부와 관람횟수로 구분하였고,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연구모형을 설정하였다.
먼저, 본 연구의 첫 번째 종속변수인 장르별 문화예술 관람 여부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 확률효용이론(random utility theory)을 도입하고, 다중선택을 고려할 수 있는 이산선택모형인 다변량 프로빗 모형(multivariate probit model)을 적용하였다(Edwards & Allenby, 2003; 최재영·김연배·고대영, 2006). 다중선택을 고려하는 이산선택모형은 다변량 로지스틱 모형(multivariate logistic model)도 존재하지만(Boztug & Hildebrandt, 2006), 다변량 로지스틱 모형은 대안 간의 독립성을 가정한다(Train, 2009). 하지만 본 연구에서는 문화예술 장르 간 상관관계가 존재한다고 가정하기 때문에 다변량 로지스틱 모형은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하였고, 대안 간 독립성을 완화시킨 다변량 프로빗 모형을 본 연구에 사용하였다. 다변량 프로빗 모형의 효용함수는 식 (2)와 같이 표현된다.
식 (2)의 는 응답자 i가 장르 j를 선택했을 때 얻는 효용을 의미한다. rj는 장르 j에 대한 대안상수(alternative specific constant)를 나타내며, 는 본 연구의 설명변수 벡터를, ϵij는 오차항을 의미한다. 이때 응답자 i는 장르 j에 대한 효용 Uij가 0보다 클 때 문화예술 장르 j를 관람하며, 0와 같거나 작은 경우에는 문화예술 장르 j를 관람하지 않는다. yij가 장르별 문화예술 관람 여부를 의미할 때, 이는 식 (3)과 같이 표현할 수 있다.
두 번째 종속변수인 장르별 문화예술 관람횟수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 다변량 토빗 모형(multivariate tobit model)을 적용하였다(Tobin, 1958). 본 연구의 종속변수인 장르별 문화예술 관람횟수는 0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나타나며, 일정 기간을 한정하여 관람횟수를 조사하였기 때문에 일종의 절단(censored)된 자료의 형태로 나타난다(Garcia & Labeaga, 1996). 만약 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최소자승법(OLS)으로 추정한다면 추정치에 편이(bias)가 발생할 수 있기에(Greene, 2003; Washington, Karlaftis, Mannering & Anastasopoulos, 2020), 절단된 자료의 경우 토빗 모형을 사용하여 추정하는 것이 적절하다(Amemiya, 1984).
아울러,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장르별 문화예술 관람은 본인의 자본이나 선호와 같이 공통된 특성에 의해 결정되고, 한정된 시간과 금전적 제약 내에서 어떠한 장르의 문화예술을 관람할지 결정하기 때문에 장르 간 문화예술 관람결정은 상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상관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독립적인 단변량 토빗 모형으로 분석한다면 마찬가지로 편의된 추정치를 얻기 때문에 본 연구에서는 다변량 토빗 모형을 적용하고자 한다. 본 연구에서 사용한 다변량 토빗 모형의 설명변수와 잠재변수 간의 관계는 식 (4) 및 식 (5)와 같이 성립한다.
여기서 yij는 종속변수로 응답자 i가 관람하는 문화예술 장르 j의 관람횟수를 의미한다. 는 설명변수 벡터로 본 연구에서 사용한 설명변수가 포함되고, βij는 추정하고자 하는 계수, ϵij는 독립적이며 정규분포하는 오차항을 뜻한다.
본 연구의 종속변수는 2018~2019년 「국민문화예술활동조사」 응답자의 장르별 문화예술 관람 여부와 관람횟수로 설정하였다. 먼저, 문화예술은 장르별 추구하는 예술적 가치와 생산, 유통방식의 차이가 존재해 장르 간 이질성이 나타난다(윤수영·허식, 2016). 본 연구에서는 이를 고려하여 문화예술을 전시예술과 공연예술, 그리고 대중예술로 구분하였다. 전시예술은 문학행사와 미술(사진, 서예, 건축, 디자인) 전시회로4), 공연예술은 서양음악, 전통예술, 연극, 무용, 그리고 뮤지컬로 구성하였고, 마지막으로 영화, 대중음악(가요콘서트), 연예는 대중예술로 포함하여 문화예술을 세 가지 장르로 구분하였다(Van Eijck & Bargeman, 2004; 홍윤미·이명우·윤기웅, 2015). 이후 조사 기간을 대상으로 최근 1년 내 장르별 문화예술을 한 번도 관람하지 않은 대상을 0, 최소 1회 이상 관람한 대상은 1로 변환하여 장르별 문화예술 관람 여부를 의미하는 첫 번째 종속변수로 설정하였다.
다음으로 동행유형이 장르별 문화예술 관람횟수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 가산변수로 두 번째 종속변수를 설정하였다. 하지만 본 연구의 설명변수 중 하나인 동행유형 변수는 문화예술을 단 한 번도 관람하지 않은 4,126명의 관측치가 누락되었기 때문에, 횟수의 관점에서는 이를 고려하여 문화예술을 관람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의 장르별 문화예술 관람횟수를 살펴보고자 한다. 종속변수의 정의와 기초통계량은 <표 1>과 같이 나타난다.
<표 2>는 본 연구에서 사용한 설명변수의 정의와 기초통계량을 나타낸다. 먼저, 설명변수는 크게 인구통계적 특성, 경제자본, 문화자본, 그리고 동행유형으로 구분하였다. 인구통계적 특성은 성별, 연령, 거주지역, 동거 가구원 수, 배우자 유무, 동거 자녀 유무로 구성하였고(Kraaykamp, 2003; 이승길, 2018), 월평균 가구소득은 경제자본을 의미하며, 소득이 없다는 응답부터 100만 원 미만의 응답은 1, 이후 100만 원 단위의 등간척도로 구분, 최댓값이 11인 등간 연속형 변수로 설정하였다.
문화자본을 구성하는 변수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하였다. 먼저, 상속된 문화자본의 대리변수로서 응답자의 최종학력을 사용하였다. 무학부터 중학교 졸업 이하, 고등학교 졸업 이하, 전문대학을 포함한 대학교 졸업 이하, 대학원 재학 이상을 각각의 더미변수로 처리하였고, 중학교 졸업 이하를 기준변수로 설정하였다. 다음으로 사회화 과정을 통해 축적되는 획득된 문화자본은 크게 교육과 활동으로 구분하였다. 비정규 교육과정인 문화예술 교육경험은 유·아동기(3~12세)와 청소년기(13~18세), 그리고 조사 기간을 대상으로 최근 1년 내 문화예술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는가에 대해 시기별 총 세 가지 변수로 구분하였다(Bourdieu, 1979; DiMaggio & Ostrower, 1990). 마지막으로 문화예술 활동과 관련된 변수는 최근 1년 내 문화예술 관련 동호회 활동과 자원봉사 활동 경험이 있는가에 대해 개별적인 두 가지 변수로 구분하여 문화자본을 설명하는 변수로 구성하였다(Lee & Heo, 2023).
끝으로 동행유형 변수는 총 세 가지의 유형으로 구분하였다. 주로 누구와 함께 문화예술을 관람하는가에 관한 항목에 혼자 관람한다고 응답한 대상은 혼자 관람으로, 주로 부모, 배우자, 자녀, 그리고 형제자매(친척 포함)와 관람한다고 응답한 대상은 가족과 관람, 마지막으로 주로 친구, 연인, 동호회원, 직장동료 및 기타에 응답한 대상은 지인과 관람으로 구분하여 각각의 더미변수로 처리하였고, 혼자 관람을 기준변수로 설정하였다.5)6)
Ⅳ. 연구결과
다변량 프로빗 모형을 사용하여 장르별 문화예술 관람확률에 대해 분석한 결과는 <표 3>과 같다. 먼저 성별의 경우, 여성이 남성보다 전시예술과 공연예술을 관람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응답자의 연령은 높아질수록 전시예술과 대중예술의 관람확률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분석결과는 일반적으로 여성의 문화예술 향유 수준이 높고, 연령이 증가할수록 문화예술과 관련된 정보의 격차가 문화예술 향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선행연구의 주장을 지지하는 바이다(진현정·오현석다라, 2016; 홍윤미·이명우·윤기웅, 2015). 다음으로 동거 가구원의 수가 증가할수록 모든 장르의 관람확률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가구원의 수가 증가하면 고려해야 하는 문화적 취향이 다양해지고, 개인의 행동에도 제약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가구원 수의 증가는 문화예술 관람의 제약요인이 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이용관·김혜인, 2015). 하지만 동거 자녀가 있는 경우, 전시예술의 관람확률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동거 자녀가 있다면 자녀의 교육을 목적으로 전시예술을 관람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고, 대중예술과 공연예술의 경우에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거나 부(−)의 영향이 나타나 전시예술과 다소 차이가 존재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경제자본과 문화자본이 장르별 문화예술 관람확률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면, 응답자의 경제자본을 의미하는 월평균 가구소득은 단위가 증가할수록 모든 장르의 관람확률 역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경제자본이 높을수록 문화예술 향유의 수준이 높고, 문화예술 향유에는 소득효과가 크게 나타난다는 기존의 선행연구(장미혜, 2001; 허식·윤수영, 2013)를 지지하며, 문화예술 영역의 소득효과는 모든 장르에 긍정적인 영향이 나타나는 것을 규명하였다. 다음으로 시기별 문화예술 교육 여부의 결과를 살펴보면, 유·아동기와 청소년기에 문화예술 교육을 받은 경험은 모든 문화예술 장르의 관람확률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류희진·허식(2018)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과거 문화예술 교육을 통한 문화자본 축적은 다양한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바이다. 반면 현재 문화예술 교육 및 동호회, 자원봉사 활동 모두 전시예술과 공연예술의 관람확률 증가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정 (+)의 효과를 나타냈지만, 대중예술의 관람확률에는 부(−)의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 앞선 두 장르와 차이를 보였다. 이를 통해 문화예술 관람은 시간 집약적인 활동이지만, 전시예술과 공연예술은 시간제약보다 문화자본 축적의 영향이 더욱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대중예술은 현재 관련 활동을 통해 문화자본을 축적하더라도 시간제약의 영향이 더욱 크게 작용하여 주어진 여가시간에서 추가로 시간을 할애하여 관람하지 않는 것을 시사한다. 이로써 대중예술은 현재 축적되는 문화자본의 영향이 다른 장르보다 적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고, 대중예술의 양식이 특정 지역과 사회 환경 속에서 형성되며 그 시대의 대중에게 공감을 일으키는 문화예술 양식이기 때문에 특별한 교육과 훈련 없이도 원활히 향유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성제환(2012)의 주장을 지지한다.
마지막으로 동행유형이 장르별 문화예술 관람확률에 미치는 영향은 다음과 같다. 먼저, 모든 장르의 문화예술은 혼자 관람보다 누군가와 함께 관람하는 동반관람의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문화예술이 사회적 교류 및 관계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햄프셔와 마테이세(Hampshire & Matthijsse, 2010)의 주장을 바탕으로, 관람 여부의 관점에서는 사회적 연결망이 개인의 취향과 문화예술 소비에 영향을 미치는 관계재의 특성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모든 장르의 관람확률은 가족과 관람할 경우 가장 많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 주로 지인과 문화예술을 관람한다는 응답이 가장 높게 나타난 기초통계량 결과와 다소 차이를 보였다. 추가로, 장르 간 절대적인 계수값의 차이를 비교해 보았을 때, 대중예술의 경우 동반관람의 계수값이 다른 두 장르보다 크게 나타나, 대중예술은 누군가와 함께하는 사회적 관계에 더욱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표 4>는 다변량 토빗 모형을 사용하여 장르별 문화예술 관람횟수에 대해 분석한 결과이다. 먼저 인구통계적 요인은 앞선 다변량 프로빗 모형과 유사한 결과로 나타난 것을 확인하였다. 성별의 경우 남성에 비해 여성이 전시예술과 공연예술의 관람횟수에 정(+)의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고, 응답자의 연령은 증가할수록 공연예술 관람횟수에는 정(+)의 영향이, 대중예술 관람횟수에는 부(−)의 영향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시예술의 관람횟수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은 결과로 나타나, 전시예술은 상대적으로 여유 시간이 많은 노년층이 적극적으로 향유할 것이라는 선행연구(류희진·허식, 2018)의 결과와는 다소 차이를 보였다. 가구구성 변수인 동거 가구원 수와 배우자 유무 역시 앞선 관람확률의 관점과 대부분 유사한 결과로 나타났지만, 동거 자녀가 있는 경우 전시예술의 관람횟수 증가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은 것을 확인하였다. 이를 통해 동거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자녀의 교육을 목적으로 전시예술을 관람할지라도 단발로 그치고, 단순히 자녀 교육의 목적으로는 전시예술의 관람횟수를 증가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응답자의 월평균 가구소득은 단위가 증가할수록 모든 장르의 관람횟수 증가에 정(+)의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문화예술 영역은 관람확률뿐만 아니라 횟수의 관점에서도 소득효과가 크게 작용하는 것을 규명하였다. 문화자본이 장르별 관람횟수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면, 시기별 문화예술 교육 여부와 현재 문화예술 교육, 동호회 활동, 자원봉사 활동 모두 전시예술과 공연예술 관람횟수 증가에 유의한 정(+)의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교육이나 활동 등에 참여하면 일반적인 관람객보다 문화예술에 관한 정보와 지식이 많을 것이라는 최명일·이귀옥·박조원(2017)의 주장을 바탕으로 축적된 문화자본이 전시예술과 공연예술 관람횟수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시사하는 바이다. 하지만 대중예술의 관람횟수에는 청소년기 문화예술 교육과 현재 문화예술 자원봉사 활동만이 유의한 정(+)의 효과로 나타나 횟수관점에서도 문화자본의 역할이 다른 장르에 비해 적은 것을 확인하였다. 또한, 현재 문화예술 자원봉사 활동은 대중예술 관람확률에 부(−)의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관람횟수에는 모든 장르에서 정(+)의 영향을 보여 문화예술 자원봉사 활동은 시간제약이 발생하더라도 문화예술 관람횟수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이 존재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동행유형이 장르별 문화예술 관람횟수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앞선 관람확률의 관점에서는 타인과 함께 관람하는 동반관람의 영향이 큰 것을 확인하였지만, 관람횟수의 관점에서는 동반관람을 하는 경우 혼자 관람에 비해 관람횟수 증가에 부(−)의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동행유형 중 가족과 관람하는 경우 모든 장르의 문화예술 관람횟수 증가에는 가장 큰 부(−)의 영향을 보여 가족과 관람이 가장 큰 정(+)의 영향을 나타냈던 관람확률의 관점과 차이를 보였다. 이로써 모든 장르의 문화예술은 가족, 지인, 혼자 관람의 순서로 관람확률이 증가하지만, 관람횟수 증가의 관점에서는 혼자 관람의 영향력이 가장 크고, 가족과 관람의 영향력이 가장 적은 것을 규명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문화예술이 타인과 동반하여 관람할 경우 동반자의 취향 및 경제적, 시간적 요인 등 고려해야 할 요인이 많아지기 때문에 횟수증가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연구 시점의 문화예술 동반관람은 일회성이 높고, 동반관람의 횟수를 증가하고 유지하는 것에 한계가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혼자 관람의 경우에는 박지남·천혜정(2012)이 주장한 개인의 취향이 소비의 결정적인 요인이 되는 마니아적 취향이 문화예술 영역에서도 나타나는 것을 시사하며, 혼자 관람은 문화자본의 영향으로 인해 경험재의 특성이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라는 이승혁·허식(2023)의 연구를 바탕으로 횟수관점에서는 문화예술의 경험재 특성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관람 여부와 횟수의 관점에 따라 문화예술 특성이 상이하게 나타나는 것을 규명하였다.
추가로 다변량 모형을 통해 도출한 종속변수의 오차항 간 상관계수(ρ)로 세 가지 문화예술 장르의 상호 소비관계를 살펴보았다. 모든 상관계수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로 나타나 세 장르의 관람확률 및 관람횟수 모두 상호 간 상관관계가 존재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다변량 모형을 사용해 동시 추정하는 것이 효율적임을 뜻한다.
우선, 전시예술과 공연예술 간 상관계수는 통계적 유의수준 1% 내에서 양(+)의 값인 0.319와 0.313으로 나타나 두 문화예술 장르는 관람확률과 관람횟수 모두 함께 증가하는 정(+)의 소비관계를 확인하였다. 아울러, 전시예술과 대중예술 간 상관계수(ρ)도 양(+)의 값으로 나타났지만, 0.038과 0.069라는 다소 낮은 계수값으로 나타나 전시예술과 공연예술에 비해서는 약한 정(+)의 소비관계가 존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공연예술과 대중예술 간 관람확률의 상관계수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0.044로 두 장르의 문화예술은 한 장르가 관람확률이 증가할수록 다른 장르의 관람확률은 감소할 수 있는, 예컨대, 상호 대체적일 수 있는 부(−)의 소비관계가 존재하는 것을 나타내며, 앞선 전시예술과 공연예술의 결과와는 다소 차이가 존재하는 것을 확인하였다.7) 그럼에도 관람횟수의 관점에서는 0.087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양(+)의 상관계수로 나타나 공연예술과 대중예술은 관점에 따라 상반된 소비관계가 존재하는 것을 규명하였다. 추가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공연예술과 대중예술의 관람확률을 함께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며, 전시예술은 모든 장르와 통계적으로 유의한 정(+)의 소비관계가 존재하는 것을 확인하여 전시예술을 향유하는 개인은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것을 시사한다(<표 5>).
Ⅴ. 결론
본 연구는 함께 소비하는 대상에 따라 소비행태가 달라질 수 있는 동반소비의 개념과 사회적 집단이 개인의 여가활동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에 주목한다. 이에 따라 다중선택 및 장르 간 상관관계를 고려한 다변량 모형을 적용하였으며, 이산선택모형인 다변량 프로빗 모형과 자료의 절단과 0의 문제를 고려한 다변량 토빗 모형을 사용하여 동행유형을 포함한 설명변수가 장르별 문화예술 관람 여부와 관람횟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다. 추가분석으로, 다변량 모형에서 도출된 오차항 간 상관계수를 통해 문화예술 장르 간 소비관계를 살펴보았다. 본 연구의 주요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동행유형이 장르별 문화예술 관람확률 및 관람횟수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결과, 모든 장르의 문화예술 관람확률은 가족, 지인, 혼자 관람의 순서로 증가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하지만 관람횟수의 관점에서는 혼자 관람을 기준으로 하였을 때 가족, 지인과 관람할 경우 관람횟수 증가에는 부(−)의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관람 여부의 관점에서는 문화예술의 관계재 특성이 높게 나타나며, 관람횟수의 관점에서는 문화예술의 경험재 특성이 주요한 것을 규명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문화예술 향유가 주로 누군가와 함께 관람하는 동반관람의 형태로 나타나지만, 동반관람은 일회성으로 이루어지며, 동반관람의 소비 지속력을 유지하여 관람횟수를 증가시키는 데에는 어려움이 존재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문화예술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동반관람을 장려해야 하며, 이들의 빈도를 증가시킬 수 있는 지원 등 문화정책에 관한 논의가 필요하다. 아울러, 동반관람은 함께 관람하는 타인과 취향, 경제적, 그리고 사회적 자원을 공유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문화정책 접근뿐만 아니라 사회관계망을 넓힐 수 있는, 예컨대, 동호회 및 사회적 활동 등을 장려하는 간접적인 정책의 접근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판단된다(이용관·김혜인, 2015). 이를 통해 문화예술 시장 활성화뿐만 아니라 동반 문화여가 활동을 통해 개인·사회적 효용의 증가와 더불어 전반적인 사회자본 형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사료된다.
둘째, 다변량 프로빗 모형을 통해 장르별 문화예술 관람의 결정요인을 살펴본 결과, 학력이 높아질수록, 과거(유·아동기 및 청소년기) 문화예술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는 경우 모든 문화예술 장르의 관람확률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성장기에 축적된 문화자본이 문화예술 관람에 중요한 결정요인임을 주장한 정지은(2016)의 연구결과를 지지하며, 학교 방과후 시간이나 지자체 문화회관 등을 활용해 성장기 아이들에게 다양한 문화예술 교육프로그램을 지원하여 문화예술 경험을 제고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교육프로그램과 함께 단체 문화예술 관람 경험을 제공하여 문화예술 잠재 수요층을 확보한다면 문화예술 시장 활성화의 중요한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문화예술 교육과 동호회 활동, 그리고 자원봉사 활동과 같이 현재 문화예술 관람 이외의 문화예술 활동을 하는 경우 전시예술과 공연예술의 관람확률은 증가하였지만, 대중예술의 관람확률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전시예술과 공연예술 관람은 시간제약이 존재하더라도 현재 축적하는 문화자본이 중요한 결정요인임을 시사하는 바이며, 대중예술 관람은 시간제약의 영향이 크게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현재 문화예술 교육과 동호회, 자원봉사와 같은 문화예술 활동은 문화예술 관람의 중요한 결정요인이기 때문에 현재 문화예술 관련 활동을 하더라도 모든 장르의 문화예술 관람을 증진할 수 있는 문화정책에 관한 논의와 추가연구가 필요하다.
셋째, 다변량 토빗 모형을 통해 문화예술 관람경험이 있는 응답자의 장르별 문화예술 관람횟수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결과, 경제자본은 모든 장르의 관람횟수를 증가시키는 데 정(+)의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모든 장르의 문화예술은 관람 여부뿐만 아니라 횟수관점에서도 소득효과가 나타나는 것을 규명하였다. 반면, 현재 문화예술 교육과 활동 모두 대중예술의 관람확률에는 부(−)의 영향을 나타냈지만, 현재 문화예술 자원봉사 활동의 경우 관람횟수 증가에 유의한 정(+)의 영향이 존재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따라서 문화예술 자원봉사 활동을 증명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고 문화예술을 관람할 시 증명을 통한 혜택을 제공하는 등 문화예술 자원봉사를 장려하는 방안에 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마지막으로, 다변량 모형을 통해 문화예술 장르 간 소비관계를 살펴본 결과, 전시예술과 공연예술, 그리고 전시예술과 대중예술은 관람확률, 관람횟수 모두 정(+)의 소비관계가 존재하는 것을 확인하여 전시예술 관람자는 다양한 문화예술을 즐기는 성향이 존재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다만, 공연예술과 대중예술의 관람확률은 부(−)의 소비관계로 나타나 두 장르의 문화예술 모두의 관람확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본 연구는 문화예술 소비 영역의 주요 결정요인으로 언급되었던 경제자본, 문화자본과 더불어 문화예술 영역에서 주로 연구되지 않았던 동행유형이 장르별 문화예술 관람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았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 또한, 관람 여부와 횟수 두 관점으로 실증분석을 진행하여 동행유형에 따라 문화예술의 관람확률과 관람횟수에 미치는 영향이 차이가 존재하는 것을 규명하였다. 이를 통해 문화예술 진흥을 위해서는 동반관람을 장려해야 하며, 동반관람의 빈도를 증가시키기 위한 지원정책에 관한 논의의 당위성을 확보하는 자료로 사용할 수 있다. 아울러, 직접적인 지원정책뿐만 아니라 개인이 원활히 사회관계망을 넓힐 수 있도록 사회·문화적 활동을 장려하는 간접적 접근도 함께 이루어져야 동반관람의 빈도 증가에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전시예술 관람자는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을 함께 향유할 것이라는 결과를 바탕으로, 전시예술의 동반관람을 증가시킬 수 있는 전략에 관한 논의도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하지만 본 연구에는 다음과 같은 한계점이 존재한다. 먼저, 2020년부터 2022년까지는 코로나-19로 인해 단체 및 외부 활동에 제약이 발생하고, 정부 차원의 시장 통제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문화예술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 따라서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은 2020년부터 현재까지 발표된 2023년까지의 자료는 정확한 문화예술 소비통계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여 2018년과 2019년의 자료를 본 연구에 사용하였다. 이는 추후 팬데믹 이전의 상황과 팬데믹의 상황, 그리고 2024년 이후 자료를 활용한 엔데믹 상황을 비교·분석한다면 코로나-19로 인해 문화예술 시장에서 어떠한 변화가 발생하였는지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둘째, 상품의 가격은 전반적인 소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지만, 본 연구에서는 자료의 한계로 문화예술의 가격을 통제하지 못하였다. 이는 문화예술 관련 지출금액이 존재하는 자료가 확보된다면 문화예술 장르 간 소비관계가 보완관계인지, 혹은 대체관계인지를 정량적으로 증명하는 연구로 확장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최근 문화예술 시장은 사회환경 변화와 기술발전으로 온라인 관람이나 정주형 문화예술 활동과 같은 새로운 향유방식이 증가하고 있지만, 본 연구는 문화예술 향유를 직접관람으로 한정하여 분석하였다. 이러한 변화를 고려하여 문화예술 향유방식에 따른 동행유형별 시사점을 보다 포괄적으로 제시하는 추후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