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론
한국은 현재 23개의 세계인류무형문화유산을 보유하며 무형문화유산 보호와 전승을 선도하는 국가로서 풍부한 성공 사례를 축적하고 있다. 특히 판소리와 같은 대표적인 무형문화유산은 한국 문화의 독창성과 특색을 상징하며 이를 통해 국제적인 주목을 받는 동시에 전 세계에 한국 문화를 효과적으로 알리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은 한국과 지리적·역사적으로 밀접하게 연결된 중요한 이웃 국가로 고대부터 활발한 문화 교류를 이어왔다. 그러나 2000년대 초, 한국의 첫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강릉 단오제’가 등재된 이후 양국 간 문화적 갈등이 표면화되었다. 최근에는 한복, 김치, 춘절 등을 둘러싼 논란이 양국 민간에서 문화적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며 양국 간 문화 교류에 새로운 도전과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한편, 2003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보호 협약이 채택된 이후 세계적으로 무형문화유산의 보호와 전승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무형문화유산은 단순히 전통문화의 산물이 아니라 공동체의 정체성과 역사적 가치를 담고 있는 소중한 문화 자산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무형문화유산의 등재가 문화 경쟁의 수단으로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 무형문화유산은 문화적 상징을 넘어 인류 공동의 유산이라는 점에서 국제적 교류와 협력을 통해 전통문화를 널리 알리고 그 지속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처럼 무형문화유산이 인류 공동의 문화 자산으로 자리 잡는 과정에서 각국 학계와 사회가 이를 어떻게 인식하고 연구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와 역할이 더욱 두드러질 수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한국 무형문화유산에 대한 중국 학계의 연구를 검토하는 것은 단순히 양국 간 문화 교류의 결과를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음과 같은 중요한 학문적·실천적 의의를 지닌다.
첫째, 한국 전통문화가 중국 사회에서 어떻게 인식되고 수용되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기초 자료를 제공한다.
둘째, 양국 간 문화적 갈등에 대한 중국 학계와 사회의 입장을 이해하고 규명하는 데 중요한 참고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셋째, 무형문화유산을 매개로 한 양국 간 문화 교류와 협력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며 나아가 한국 무형문화유산의 국제적 홍보 전략 수립에 유의미한 시사점을 제시한다.
2024년 12월 기준으로 한국의 주요 학술 데이터베이스인 RISS와 중국의 주요 학술 데이터베이스인 CNKI를 검토한 결과, 한국 학계와 중국 학계 모두에서 한국 무형문화유산에 대한 중국 학계의 연구 동향이나 성과를 체계적이고 심층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본 논문은 문헌 계량 분석법과 내용 분석법을 활용하여 한국의 첫 세계인류무형문화유산이 등재된 2001년부터 2024년까지 중국 학계에서 발표된 한국 무형문화유산 관련 연구물을 분석하고 연구 동향과 주요 논점을 도출하여 유의미한 통찰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우선, 문헌 계량 분석법은 연구 동향을 정량적으로 파악하는 데 유용한 방법으로, 본 연구에서는 연구물의 연도별 분포, 발표 기관 및 학술지 현황, 핵심 키워드 빈도 등을 분석하여 연구의 전반적인 발전 과정과 특정 시기의 연구 집중도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고 시기별 연구 경향의 변화를 분석하는 데 적용한다.
한편, 내용 분석법은 연구물의 핵심 논점을 심층적으로 검토하는 질적 연구 방법으로, 본 연구에서는 중국 학계의 연구 관점을문화 소개, 문화 비교, 문화 갈등등의 유형으로 분류하고 연구 주제와 논의 초점을 분석하는 데 활용한다. 이를 통해 연구 동향을 체계적으로 살펴보는 동시에 중국 학계에서 한국 무형문화유산을 연구하는 방식과 그 과정에서 형성된 담론을 심층적으로 고찰함으로써 향후 연구 방향과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연구 대상과 방법을 설정하였다.
첫째, 중국의 대표적인 학술 데이터베이스인CNKI를 활용하여 2001년부터 2024년까지 발표된 한국 무형문화유산 관련 연구물을 포괄적으로 수집한다.
둘째, 수집된 연구물을 대상으로시간적 분포, 발표 기관 및 학술지 현황, 키워드 빈도등을 분석하여 연구 동향을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주요 연구 관점을 심층적으로 검토함으로써 한국 문화 및 문화 갈등에 대한 중국 학계의 논의 양상을 조명한다.
셋째, 연구 성과와 한계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한국 무형문화유산의 국제적 인식 제고와 홍보 전략 수립에 유의미한 시사점을 제시한다.
II. 중국 학계의 연구 동향 분석
한국의 무형문화유산이 중국 학계에서 어떻게 인식되고 있으며 특히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23개 유산이 각각 어떤 방식으로 연구되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중국의 대표적인 학술 데이터베이스인 CNKI에서 ‘한국 무형문화유산’과 유네스코 등재 23개 유산의 개별 명칭을 포함한 총 24개의 핵심 키워드를 설정하여 검색을 수행했다. 그 결과, 총 148편의 관련 연구 논문을 확보할 수 있었다.1) 수집된 연구물은 학술논문, 학위논문, 회의논문, 신문 기사, 연감을 포함한다.
아울러 한국 무형문화유산의 유네스코 등재 건수와 등재 시점을 통계적으로 정리하고 이를 연도별 중국 학계의 연구물 분포와 연계하여 분석했다. 이와 같은 분석 결과는 한국 무형문화유산의 등재 현황과 중국 학계의 연구 동향 간의 상관성을 시각적으로 제시하며 [그림 1]에 구체적으로 나타냈다.
연도별 연구물 분포를 통해 다음과 같은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중국 학계에서 한국 무형문화유산에 대한 연구는 2003년에 시작되었으며 2014년에 정점에 도달한 후 점진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2022년에 소폭 반등이 있었으나 현재는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한국 무형문화유산의 유네스코 등재는 2001년을 시작으로 2009년부터 2011년 사이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진 시기를 제외하면 연간 1건 정도에 그쳤다.특히 2009년부터 2016년까지 한국의 유네스코 등재 건수는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했으며 이에 따라 해당 기간 동안 중국 학계의 연구물 수도 상대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2001년부터 2005년까지 한국이 총 3건의 무형문화유산을 유네스코에 등재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학계의 연구는 2003년에 시작되어 연구물 수가 6편에 불과했다. 또한 2006년부터 2008년까지 한국의 유네스코 등재 사례는 없었지만 같은 기간 중국 학계의 연구물 수는 오히려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를 통해 한국 무형문화유산에 대한 중국 학계의 연구 관심도와 유네스코 등재 건수 사이에는 일정한 상관성이 존재하지만 두 변인의 관계가 항상 비례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이처럼 2003년부터 2024년까지 중국 학계에서 발표된 한국 무형문화유산 관련 연구물의 편수는 큰 변화를 보였다. 이러한 변화에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요인이 작용했다.
첫째, 정책과 연구 배경이다. 2003년 유네스코 총회에서 ‘무형문화유산 보호 협약’이 채택되면서 중국 정부는 본격적으로 무형문화유산 보호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중국 학계의 무형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으나 연구 활동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된 시점은 2003년 이후였다. 그리고 가우옌팡(高艳芳, 2024)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10년까지는 ‘유형문화유산’과 ‘무형문화유산’의 차이점 및 특성에 대한 이론적 논의가 주를 이루었고 2011년 이후에는 보호 정책, 보유자 제도, 교육 시스템 등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연구로 범위가 확장되었으며 외국 사례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었다. 이러한 연구 동향 속에서 2011년 이전의 한국 무형문화유산 관련 연구는 상대적으로 적었으나 2011년 이후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또한, 중국 학계가 자국의 이론적 체계 확립에 주력하던 시기에도 한국 무형문화유산에 대한 연구 논문이 45편 발표된 것은 중국 학계의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주었다.
둘째, 한중 문화 교류의 환경이다. ‘2007년 한중 문화 교류의 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문화 행사’, ‘2010년 상하이 엑스포’, ‘2014년 한중 예술문화 교류전’ 등 다양한 국제 문화 활동을 계기로 한중 간 문화 교류가 더욱 활성화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한국의 대중문화뿐만 아니라 전통문화 또한 중국 사회에 널리 알려졌다. 이러한 흐름은 양국 간 문화 교류를 촉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학술적 논의의 범위를 확장하는 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또한, 중국 대학에서 한국어과가 신설되고 한국 문화를 연구하는 학자와 관련 연구기관이 증가하면서 한국 무형문화유산은 중국 학계에서 중요한 연구 주제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러한 학문적 환경의 변화는 한국 무형문화유산 연구의 활성화에 기여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2016년 사드(THAAD) 배치로 인한 한중 관계 악화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은 양국 간 문화 및 학술 교류를 크게 위축시켰다. 이러한 정치적·사회적 요인은 학계의 협력과 연구 활동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결과적으로 한국 무형문화유산 연구의 감소를 초래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셋째, 유네스코 등재 현황이다. 한국은 1962년문화재보호법을 제정하고 무형문화유산 보호와 전승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으며 이를 통해 무형문화유산 보호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다. 또한, 2003년부터 2024년까지 총 23건의 무형문화유산을 유네스코에 등재하며 국제적으로도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받았다. 이러한 성과는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었으며 한국의 법적·제도적 기반과 보호 정책은 중국 학계에서도 중요한 연구 대상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2015년 이후 한국의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 건수는 이전 시기에 비해 감소하였으며 이에 따라 중국 학계에서도 한국 무형문화유산에 대한 연구 관심이 급격히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같은 시기 중국은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 건수를 꾸준히 증가시키면서 자국의 무형문화유산 발굴과 보호 정책 연구에 더욱 집중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2015년 이후 중국 학계에서 외국 무형문화유산 특히 한국 무형문화유산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게 되었으며 이러한 변화가 한국 무형문화유산 연구 감소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넷째, 연구 주제의 한정성과 한국 무형문화유산의 인지도이다. 한국 무형문화유산에 대한 중국 학계의 연구는 일정 수준까지 축적되었으나 새로운 연구 주제를 발굴하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국 무형문화유산에 대한 국제적 홍보의 부족과 일부 무형문화유산의 낮은 인지도 역시 연구 감소의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2023-2024년 동안 발표된 4편의 연구물 중 2편은 2018년에 등재된 한국의 ‘씨름’ 보호 제도와 관련된 논문이었으며 ‘장 담그기 문화’에 관한 연구는 확인되지 않았다.
총 148편의 연구물은 학술지, 대학 학보, 연감, 신문 등 다양한 형식으로 발표되었으며 이를 등재지 유형별로 [그림 2]와 같이 정리했다.
[그림 2]에서 볼 수 있듯이 148편의 연구물 중 57%에 해당하는 84편이 학술지에 게재되었으며 그다음으로 대학 학보에서 31편(21%)이 발표되었다. 이 외에도 연감 16편, 학위 논문 10편, 신문 6편, 회의 논문 2편의 순으로 연구물이 발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학술지, 대학 학보, 학위 논문, 회의 논문은 한국 무형문화유산에 대한 학술적 연구로 분류될 수 있으며 신문과 연감은 중국 사회에서의 문화적 반영으로 볼 수 있다.
우선, CNKI에 수록된 신문은 일반 상업신문이 아니라 중앙정부, 공산당 및 지방 정부가 주관하는 중요한 영향력을 지닌 매체로서 정치적 역할뿐만 아니라 학술적 역할도 수행한다. 특히, 시의성이 강한 정보와 대중적 인식을 반영하는중국문화보(中国文化报)와신화데일리뉴스(新华每日电讯)와 같은 신문사의 보도는 한국 무형문화유산이 공신력 있는 매체에서 다뤄졌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보도는 특정 시점에서 한국 무형문화유산이 중국 사회에서 어떻게 논의되고 인식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연감은 특정 연도의 주요 사건과 사회 발전 상황을 종합적으로 기록하는 국가 문헌 자료로서 신뢰할 수 있는 시사 정보, 문헌, 통계 자료 등을 포함한다. 연감에 한국 무형문화유산 관련 내용이 수록되었다는 점은 해당 주제가 단순한 연구 차원을 넘어 정책적·문화적 차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 사안으로 평가되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148편의 연구 중 14%가 신문과 연감에 수록되었다는 점은 한국 무형문화유산 연구가 단순한 학술적 논의를 넘어 중국 사회 전반에서 주목받았으며 문화적·정책적 담론 속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음을 보여준다.
한편, 학술적 가치가 높은 대학 학보와 학술지는 중국 학계에서 학술지 등급 평가에 포함된다. 중국의 인문학 분야에서는 학술지를 일반 간행물(General Publications), AMI(Academic Magazines Index), PKU(Peking University Journal), CSSCI (Chinese Social Sciences Citation Index)로 구분하여 평가한다.
일반 간행물은 폭넓은 분야를 다루며 상대적으로 대중적인 연구와 지식 확산을 목적으로 한다. AMI는 중국 및 국제 사회과학 분야에서 권위 있는 저널들을 포함하며 PKU는 북경대학교에서 발행하는 학술지로 높은 권위를 인정받는다. 특히 CSSCI는 중국 사회과학 분야에서 논문의 인용 횟수와 학술적 영향력을 기준으로 평가되는 색인으로 학술지의 질적 수준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로 사용되며 중국 학계에서 중점적으로 참고하는 권위 있는 학술지들을 포함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대학 학보 31편과 학술지 84편, 학위 논문 10편, 총 125편의 연구물을 대상으로 학술지 등급 분포를 [그림 3]과 같이 정리하였다.2)
[그림 3]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 무형문화유산에 관한 연구는 주로 대중적인 성격의 학술지에 게재된 경향이 두드러진다. 총 125편의 연구 중 45편(39%)이 일반 간행물에 실려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였으며 이는 해당 연구들이 학술적 깊이보다는 대중적 관심과 확산에 중점을 두었음을 보여준다. AMI 학술지에 게재된 연구가 42편(37%)으로 뒤를 이어, 일부 연구는 상대적으로 권위 있는 학술지에 발표되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학술적 영향력이 높은 PKU와 CSSCI 등재 학술지에는 각각 6편(5%)과 22편(19%)만이 게재되어 한국 무형문화유산 연구가 중국 학계에서 심층적이고 전문적인 논의보다는 대중적이고 일반적인 관심에 더 치중했음을 시사한다. 특히 CSSCI와 PKU 같은 주요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의 비율이 낮다는 점은 한국 무형문화유산 연구가 중국 내에서 체계적이고 이론적인 성과를 충분히 이루지 못했음을 시사하며 한국 무형문화유산이 중국에서 문화적 관심의 대상으로 자리 잡았으나 학문적으로는 보다 심화된 연구가 필요함을 보여준다.
우선, 2001년부터 2024년까지 한국이 유네스코에 등재한 총 23건의 무형문화유산을 중심으로 중국 학계에서 이루어진 연구를 분석했다. 이를 위해 중국 학계에서 발표된 총 148편의 연구 논문의 키워드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23개 무형문화유산에 대한 연구 현황을 <표 1>로 정리했다.
키워드 통계에 따르면, 중국 학계에서 23개의 한국 무형문화유산과 관련하여 이루어진 연구는 총 99편으로, 전체 148편 연구물의 66.9%를 차지한다. 이 중 가장 많이 연구된 대상은 ‘강릉 단오제’이며, 그다음으로 ‘아리랑’, ‘김장문화’, ‘판소리’ 등이 비교적 높은 관심을 받았다. 반면, ‘강강술래’와 ‘남사당놀이’를 포함한 10개의 무형문화유산은 아직 연구되지 않은 상태로 이는 전체 23개 유산의 43.5%에 해당한다. 이러한 결과는 중국 학계에서 특정 무형문화유산에 대한 연구가 편중되는 경향을 보여준다([그림 4]).
다음으로, 한국 무형문화유산에 대한 중국 학자들의 주요 연구 주제와 대상을 명확히 분석하기 위해 총 148편의 연구에서 키워드를 수집한 뒤, 이를 파이썬(Python)을 활용해 시각화했다. 생성된 워드 클라우드는 글자 크기가 클수록 해당 키워드의 빈도가 높음을 나타내며 이를 통해 연구에서 다뤄진 키워드의 출현 빈도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본 키워드 클라우드는 148편의 연구물에서 출현 빈도(1회 등장한 키워드 제외)를 기준으로 시각화한 결과이다. 이를 통해 중국 학계에서 가장 주목받은 연구 대상으로 ‘강릉 단오제’, ‘아리랑’, ‘김치’, ‘판소리’ 등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무형문화유산이 확인되었다. 또한 ‘문화 갈등’, ‘계시’, ‘보호 제도’, ‘보호 경험’, ‘보유자’, ‘차이’ 등의 키워드도 나타나 연구가 단순히 한국 무형문화유산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보호 제도, 한중 문화 비교, 문화 갈등 등의 주제를 중심으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 학계의 연구 동향을 보다 구체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위 키워드의 연도별 분포를 시각화했다.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148편의 연구물 중 세 번 이하로 등장한 키워드는 제외했으며 키워드 배열은 논문 내 출현 빈도를 기준으로 정리했다([그림 5]).
이상 키워드의 연도별 분포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분석할 수 있다.
첫째, 한국 무형문화유산에 대한 연구 중 ‘강릉 단오제’는 중국 학계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대상으로 꾸준히 연구의 주제로 다루어졌다. 특히, ‘단오절’은 ‘강릉 단오제’와 밀접하게 연관된 키워드로 중국 학계의 연구가 단순한 문화 소개를 넘어 한국의 ‘강릉 단오제’와 중국의 ‘단오절’ 간의 비교 및 문화 갈등과 같은 심화된 논의로 확장되었음을 보여준다.
둘째, ‘판소리’는 2003년 유네스코에 등재되었으나 이에 대한 중국 학계의 연구는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이루어져 현재까지 지속적인 연구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아리랑’은 2012년에 유네스코에 등재되었음에도 중국 학계에서는 2006년부터 연구가 시작되었으며 ‘김치’ 역시 2013년 등재되기 이전인 2004년부터 연구가 이루어져 왔다. 이를 통해 ‘김치’, ‘아리랑’, ‘판소리’와 같이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한국 무형문화유산은 중국 학계에서 지속적으로 연구 대상이 되어왔으며 유네스코 등재 여부가 중국 학계의 연구 시작 시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2.1절에서 도출된 결과와도 일치하며 한국 무형문화유산에 대한 중국 학계의 연구 관심도와 유네스코 등재 건수 사이에 일정한 상관성이 존재하지만 그 관계가 비례적이지 않음을 보여준다.
셋째, ‘보호와 전승’, ‘비교’, ‘계시’ 등의 키워드는 높은 빈도로 출현하며 지속적인 연구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한국 무형문화유산의 보호 제도, 보유자, 전승 방식 등에 대해 중국 학계가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나타낸다. 표 1에 따르면, 23개의 한국 무형문화유산과 관련된 연구는 총 99편으로 전체 연구물(148편)의 66.9%를 차지한다. 나머지 약 30%의 연구는 한국 무형문화유산의 보호 제도, 보유자, 전승 방식과 같은 주제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결과는 중국 학계에서 한국 무형문화유산에 대한 연구가 특정 유산에 편중되었을 뿐만 아니라 보호 및 전승과 같은 실질적 논의에도 상당한 중점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III. 중국 학계의 연구 관점 분석
이상 키워드 클라우드와 연도별 분포를 분석한 결과, 중국 학계에서 한국 무형문화유산에 대한 연구는 크게 네 가지 주요 관점으로 구분할 수 있다. 즉, (A) ‘한국의 무형문화유산 소개’, (B) ‘한중 문화 비교’, (C) ‘한국 무형문화유산 보호제도의 시사점’, (D) ‘한중 문화 갈등’이다.
이 네 가지 연구 관점에서 다루어진 핵심 연구 대상을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 본 연구는 148편의 연구 논문에서 추출한 키워드를 각 연구 관점에 따라 분류하고, 파이썬(Python)을 활용하여 관점별 주요 키워드의 빈도를 분석 및 시각화했다. [그림 6]은 각 연구 관점에서 논의된 주요 키워드들의 분포를 나타낸 것으로 키워드의 크기는 해당 연구 관점에서의 출현 빈도를 반영한다. 이를 통해 연구자들은 각 관점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진 연구 대상을 보다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키워드 분포 분석을 통해 각 연구 관점의 주요 특징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A’ 분야인 ‘한국의 무형문화유산 소개’는 가장 다양한 키워드가 등장하며 연구가 가장 활발히 이루어진 분야로 확인되었다. 주요 연구 대상으로는 ‘아리랑’, ‘판소리’, ‘강릉 단오제’, ‘탈춤’, ‘영산재’, ‘씨름’, ‘농악’ 등이 언급되었으며, 이 중에서도 특히 ‘아리랑’이 가장 높은 빈도를 기록했다. 이러한 빈도 차이를 통해 연구 대상이 일부 대표적인 사례(강릉 단오제, 판소리 등)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한국의 무형문화유산 외에도 ‘한(恨) 문화’, ‘사물놀이’, ‘민속 체육’, ‘문화 보호’, ‘보유자’ 등의 키워드가 등장해 중국 학계가 한국의 다양한 문화적 요소를 폭넓게 조명했음을 보여준다.
‘B’ 분야인 ‘한중 문화 비교’에서는 ‘단오절’과 ‘강릉 단오제’가 가장 높은 키워드 빈도를 기록했으며 ‘판소리’, ‘김치’, ‘탈춤’ 등도 낮은 빈도로 등장했다. 이는 한중 문화 비교 연구가 주로‘단오절’과 ‘강릉 단오제’의 비교를 중심으로 진행되었음을 보여준다. 특히, 단오절 관련 연구는 한중 두 문화권 간의 전통과 현대적 의미의 차이점을 탐구하는 데 주력한 것으로 보인다.
‘C’ 분야인 ‘한국 무형문화유산 보호제도의 시사점’ 분야에서는‘계시’, ‘보호제도’, ‘경험’ 등의 키워드가 높은 빈도를 기록했다. 이 외에도 ‘민속 체육’, ‘씨름’, ‘체육 무형문화유산’, ‘무형문화유산 교육’, ‘보호 및 전승’, ‘보호 방식’, ‘강릉 단오제’ 등의 키워드가 등장했다. 이는중국 학계가 한국의 보호 제도와 보호 경험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며 특히‘체육’ 분야의 무형문화유산 보호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진 점이 특징적이다.
마지막으로, ‘D’ 분야인 ‘한중 문화 갈등’ 분야에서는‘강릉 단오제’, ‘단오절’, ‘김치’가 주요 키워드로 나타났다. 이는 한중 문화 갈등의 주요 쟁점으로 이들 요소가 중국 학계에서 주목받았음을 의미한다. 특히, ‘단오절’과 ‘강릉 단오제’ 간의 문화적 기원 및 정체성 논의가 갈등의 중심에 있었으며 ‘김치’ 또한 한중 문화 충돌에서 언급된 요소로 보인다.
이상 네 가지 주요 연구 관점을 보다 구체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중국학자들이 활용한연구 방법과 학술적 입장을 고찰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학술적 영향력이 높은 AMI 등재 학술지 논문 42편과 PKU 및 CSSCI 등재 학술지 논문 28편을 분석 대상으로 선정했다.
‘한국의 무형문화유산 소개’ 분야에서는 ‘아리랑’, ‘판소리’, ‘강릉 단오제’, ‘탈춤’, ‘영산재’, ‘씨름’, ‘농악’ 등 다양한 무형문화유산이 주요 연구 대상으로 다루어졌다. 그림 6에 따르면, ‘아리랑’이 가장 높은 빈도를 보였으나 분석 대상 논문 70편의 내용에 따르면 ‘강릉 단오제’, ‘한국의 무형문화유산 제도’, 그리고 ‘판소리’가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연구들을 검토한 결과, ‘한국의 무형문화유산 소개’를 중심으로 한 연구에서 다음과 같은 특징을 도출할 수 있다.
첫째, 많은 연구가 한국의 무형문화유산 보호 활동을 다양한 방법론으로 분석하며, 특히 한국의 문화 정책이 대중 교육, 시장 경제, 정부와 민간 협력 등 다방면에서 우수하다고 평가하고, 이를 중국에 적용 가능한 시사점으로 제시했다. 또한 탈춤, 강릉 단오제, 판소리 등 구체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연구가 이루어져, 각 무형문화유산의 전승과 보호 현황을 세밀히 분석하며 실질적인 시사점을 제공했다.
둘째, 연구가 문화의 내재적 의미를 존중하며 진행되었지만, 주로 널리 알려진 사례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고, 참고 가치가 높은 사료나 자료 활용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아울러, 한국 현지 조사를 기반으로 하지 않고 문헌 자료를 중심으로 연구가 이루어진 경우가 많아 연구의 깊이와 신뢰성 면에서 한계로 지적될 수 있다.
셋째, 다수의 연구는 한중 문화 교류를 증진하고 중국 문화유산 보호에 유용한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지만, 연구 범위가 제한적이고 심층적 분석이 부족하여 학문적 깊이가 다소 미흡하다.
대표적인 연구로서 모다이산(莫代山, 2015)은 ‘번호 제도’와 ‘인간문화재 제도’뿐만 아니라, ‘새마을 운동’과 ‘민속촌 건립’과 같은 실천적 활동을 통해 한국 전통문화 보호의 다각적인 접근 방식을 조명했다. 특히 그는 한국이 이러한 보호 활동을 수행하는 데 있어 ‘대중 교육과의 긴밀한 결합’, ‘시장 경제와의 밀접한 연계’, 그리고 ‘정부, 민간, 기업, 학계의 협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매우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티안겅쉬(田耕旭, 2016)는 한국 무형문화유산의 보호와 전승 현황을 구체적으로 분석했다. 그는 기술, 예능, 전승자, 종목 등 다양한 측면에서 세부적으로 접근했으며 특히 탈춤의 전승 및 보호 과정에서 나타나는 어려움과 문제점을 지적했다. 나아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 문화재청이 시행한 정책과 대안을 상세히 소개했다.
한편, 무형문화유산과 학과 교육의 연계성을 다룬 대표적인 연구로는 정연학·팡지안춘(庞建春, 2021)의 연구를 들 수 있다. 이들은 안동대학교, 고려대학교, 동국대학교 등 한국 주요 대학에서 개설된 무형문화유산 관련 학과와 교과 과정을 분석하여 학과 교육을 기반으로 한 인재 양성 모델의 다양한 유형을 제시했다. 이 연구에서는 한국 대학 무형문화유산 학과 설립의 필요성과 타당성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낮고 학과의 독립성이 모호하며 이론적 기반 구축이 미흡하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강릉 단오제’와 관련된 연구로는 천위안(陈媛)·리우창(刘畅)(2015)의 연구를 들 수 있다. 이들은 강릉 단오제에서 이루어지는 제의와 민속 행사의 문화적 의미를 탐구했다. 연구에서는 단오제에 내재된 원시 신앙 요소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그 안에 있는 문화적 본질과 강릉 지역에서 단오제가 지속적으로 개최되는 근본적인 이유를 밝혀냈다. 특히 이 연구는 강릉 단오제에 익숙하지 않은 중국인 독자들에게 유용한 자료로 평가된다.
종팡팡(钟芳芳)·심지우(2020)는 ‘강릉 단오제’를 사례로 삼아 한국의 무형문화유산 전승 체계를 분석했다. 이들은 무형문화재 전승자 체계의 역사적 형성과 보유자 및 보유 단체의 인정 절차, 지원금 지급 기준, 그리고 이수자를 중심으로 한 전승 모델을 연구했다. 연구 결과, 이러한 체계가 무형문화재의 보호와 전승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판소리에 대한 연구로는 리홍매(李红梅, 2008)의 연구를 들 수 있다. 그는 판소리의 명칭 유래와 발전 과정을 소개하고 판소리의 창법을 구체적으로 분석했다. 이 외에도 ‘아리랑’ 등 무형문화유산을 다룬 연구들은 주로 역사적 배경과 문화적 특성을 함께 탐구하는 방식을 채택하여 진행되었다.
‘한중 문화 비교’에서는 [그림 6]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단오절’과 ‘강릉 단오제’의 비교 연구가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관련 연구들을 검토하고 다음과 같은 특징을 도출할 수 있다.
첫째, 민속학과 역사학 등 다양한 학문적 시각을 융합하여 무형문화유산의 역사적 배경, 문화적 의미, 보호 메커니즘을 다각도로 분석한 점이 돋보인다. 그러나 연구 대상이 주로 강릉 단오제 등 일부 사례에 국한되어 있어 연구 범위의 제한성이 존재한다는 한계가 있다.
둘째, 단오절과 단오제를 비교함으로써 한국 문화의 특성과 중국 문화와의 연관성을 도출한 점이 연구의 학문적 가치를 높였다. 하지만 문화 요소의 본질적 의미나 심층적인 해석이 부족하며 문화적 차이와 현대적 변화를 포괄하지 못한 한계가 있다. 또한 연구 방법이 문헌 분석에 치중되어 있어 실질적인 현장 조사나 인터뷰와 같은 다각적 접근이 결여되었다. 이는 단오제를 둘러싼 한중 양국의 문화적 갈등을 해소하는 데 있어서 충분한 논의와 설득력을 제공하지 못하는 한계로 이어진다.
셋째, 중국 문화를 중심으로 한 문화적 입장이 두드러지며 중국 단오절의 깊은 역사적 뿌리와 문화적 함의를 강조한 반면, 한국 단오제의 독창성과 현대 사회에서의 혁신 및 발전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는 한국 단오제가 가진 문화적 의미를 충분히 조명하지 못한 아쉬움으로 평가된다.
주요 연구로서 왕펑(王鹏)(2009)은 중국과 한국 단오제의 역사적 발전 과정을 비교하며 두 문화의 독특한 특징을 분석했다. 그는중국 단오절이 특정 역사적 인물, 특히 굴원과 깊이 연관되어 있으며 주요 민속 행사로 용선 경주(드래곤 보트 경기)와쭝즈(찹쌀떡) 먹기등의 전통이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한국 단오제는 특정 인물을 기리는 것이 아니라씨름,활쏘기등 전통 놀이를 중심으로 지역 사회의공동체적 의미를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한국 강릉 단오제가 중국 고대 단오절의 전통을 계승하여 발전한 사례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황총하오(黄崇浩)(2008)는 중국과 한국 단오제의 연관성을 분석하며중국 단오절이 비교적 이른 시기에 형성된 반면,한국 단오제는 그보다 늦게 정착되었음을 주장했다. 그는 또한 행사 내용의 측면에서 한국 단오제가 여러 방면에서 중국 단오절의본질적인 요소를 계승하고 있음을 강조하며 두 문화 간의 역사적·문화적 연결성을 부각시켰다.
황지에(黄杰)(2007)는 민속의 특징을 바탕으로중국 단오절과한국 단오제를 비교하며 단오절과 단오제가 본질적으로 동일한 개념으로 제의가 단오절의 본래 의미라고 보았다. 그는중국 단오절의 역사적·문화적 함의가한국 단오제보다 더 깊고 광범위하다고 평가하며 중국 단오절 기간 동안 이루어지는 다양한 세시 풍속 활동이 궁극적으로제의 신앙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했다. 특히,공식적인 제의와민간 신앙간의 위계적 구분이 중국에서 뚜렷이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한편, 현대한국 강릉 단오제는 ‘유교식 제의’와 ‘무속 제의’라는 두 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는 본질적으로 중국의 공식 제사와 민간 제의를 반영하는 구조와 유사한 형태라고 설명했다.
‘한국 무형문화유산 보호제도의 시사점’에서는한국의 선진적인 보호제도를 소개하고 중국이 무형문화유산을 보호하고 전승하는 과정에서 참고할 만한 요소를 제시하는 연구가 주를 이루며 관련 연구를 검토한 결과 다음과 같은 특징을 확인했다.
첫째, 한국의 무형문화유산 보호와 관련된 구체적인 사례와 정책을 비교 분석하여 중국의 무형문화유산 보호에 유용한 시사점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다각적인 접근 방식을 도출했다. 그러나 한국의 문화 정책에 대해 높은 평가를 내리는 데 그치며 해당 정책이 각 시기별로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그리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시행되었는지를 상세히 분석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정책의 효과성에 대한 논의가 거시적 차원에 머물렀으며 정책 실행 과정에서의 미시적 운영 방식과 한계점에 대한 심층적인 탐구는 부족한 한계를 보였다.
둘째, 한국의 전승 메커니즘과 교육 모델 등 실질적인 응용 방안을 제시했지만 문헌 자료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실증적 데이터의 부족으로 연구의 신뢰성이 다소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셋째, 연구가 주로 문헌 분석에 치중되어 있으며 현장 조사나 인터뷰와 같은 다각적인 조사 방법이 결여되어 있다. 이는 중국의 문화유산 보호 및 활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구체적인 문제나 지역별 차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로 작용한다.
대표적인 연구로 장스쥔(张世均)(2011)은한국이 법제도 정비,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 국민의 참여, 문화 전승자의 보호 및 양성, 문화산업화 등의 정책적·실천적 노력을 통해 무형문화유산 보호와 활용에서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으로도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중국이 민족 문화유산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고 지속적으로 계승하기 위해서는 법적 보호 체계를 정비·강화하고 정부 차원의 보호 및 활용 지원을 확대하며 국민의 문화유산 보호 및 전승에 대한 인식 제고와 참여를 독려하고 문화산업을 적극 활용하여 보호 및 전승을 활성화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편, 마츠(马驰, 2009)는한국의 무형문화유산 보호 역사를 구체적으로 조명하며 한국의 문화·민속 보호 의식을 높이 평가했다. 또한,한국이 무형문화유산을 관광 산업과 연계하여 발전시키고 현대 관광산업을 통해 무형문화유산 보호를 촉진하는 전략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과도한 공연화로 인해 전통 문화 공연의 본래 의미와 가치가 상실될 우려가 있음을 지적했다. 아울러,중국의 문화유산 관리 효율성이 상대적으로 낮고 정부의 예산 지원이 부족하며 민간단체와 일반 국민이 문화유산 보호에 기여하는 역할이 미미하다는 점을 문제로 제기했다.
‘한중 문화 갈등’에서는 그림 6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한중 문화 갈등에 대한 연구는 주로강릉 단오제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대부분의 논문이 영향력이 크지 않은 일반 간행물에 발표되었으며AMI, PKU 및 CSSCI등재 학술지에 게재된 연구는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첫째, 한국 학자는 고려부터 조선왕조에 이르는 역사적 발전 과정을 회고하며 한국 단오제가 중국 전통을 수용하면서도 독자적으로 계승·발전해 온 과정을 체계적으로 제시했다. 특히, 이를 현대 사회의 단오제 활동과 연결 지음으로써 전통 축제가 당대 상황 속에서 어떻게 적응·변모하고 있는지를 보여주었으며 이는 중국 독자들이 한국 강릉 단오제를 보다 깊이 이해하는 데 긍정적인 기여를 했다.
둘째, 중국학자들은 대체로 중국 중심적 시각에서 한국 강릉 단오제를 분석하는 경향을 보이며 한국 학계의 입장을 소개할 때 구체적인 자료나 논거를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이러한 점은 연구의 객관성과 설득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
셋째, 문헌 분석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실질적인 현장 조사나 실증적 연구 방법론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단오제가 실제로 어떻게 운영되고 있으며 지역 사회와 어떤 방식으로 상호작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입체적인 이해를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대표적인 연구로 저우한치(邹函奇, 2010)는 미디어와 인터넷에서 “한국이 우리의 단오절을 빼앗았다”는 불만이 확산되는 현상을 출발점으로 삼아 강릉 단오제가 어떻게 한국의 독립적인 문화 축제로 자리 잡고 국제적 인정을 받게 되었는지에 대해 논의했다. 그는 한국이 강릉 단오제의 전통적 특성과 중국 단오절의 차별성을 부각시킴으로써 본래 중국에서 유래한 이 명절을 독자적인 문화 콘텐츠로 재창조했음을 강조했다. 특히, 한국 학계에서 일반적으로 강릉 단오제가 중국 성당(唐) 시기에 전래된 것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언급하면서 한국 단오제와 중국 단오절 간의 깊은 연관성을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한국 학계의 이러한 입장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직접적으로 제시하지 못했다. 또한, 강릉 단오제가 취위안(屈原)과 같은 역사적 인물을 기념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단순히 ‘단오’라는 명칭과 시기를 차용한 뒤 한국 고유의 전통 문화를 이 명절에 접목하여 원래의 의미를 대체했기 때문이라는 견해를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중국과 한국이 전통 문화의 전승과 홍보에 있어 보이는 태도의 차이를 비교 분석하면서 한국 정부는 문화유산 보호와 국제적 홍보를 위한 적극적인 정책을 통해 자국의 전통 문화를 세계적으로 인정받게 만든 반면, 중국은 현대화가 가속화되는 과정에서 전통 문화의 소실이라는 문제에 직면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화 시대에 중국이 올바른 중화 문화관을 확립하고 문화적 자신감을 고취하며 전통 문화의 지속적인 전승과 혁신적인 발전을 이뤄 나가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한편, 한국 학자 박영환(2011)은강릉 단오제의 유네스코 등재 소식을 전한 중국
⸢인민일보(人民日报)⸥의 보도를 인용하며 이를 계기로 한중 간 문화 분쟁이 촉발되었다고 했다. 그는한중 문화 교류의 관점에서 역사적 자료를 분석하여 고려시대부터 조선왕조에 이르기까지 한국 단오제의 기원과 다양한 축제 활동의 발전 과정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또한, 그는 한국의 단오제가중국 단오절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 것은 사실이나 한국 고유의 지역 문화와 융합하면서 독자적인 방식으로 발전해 왔다고 평가했다. 나아가,한중 양국의 단오 경축 활동은 모두 ‘삶에 대한 아름다운 추구’에서 비롯된 것임을 강조하며 단순한 문화 기원의 논쟁을 넘어공통된 문화적 가치와 전통의 지속적인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IV. 중국학계 연구의 시사점 및 결론
본 연구는 2001년부터 2024년까지 발표된 한국 무형문화유산 관련 중국 학계 연구물 총148편을 대상으로 분석을 진행한 결과 다음과 같은 주요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다.
첫째, 연구물의 연도별 분포 분석 결과, 한국 무형문화유산에 대한 중국 학계의 연구는 2001-2005년의 초기 단계, 2006-2014년의 활성 단계, 2015-2024년의 감소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연구 관심도와 한국 무형문화유산의 유네스코 등재 건수 간에는 일정한 상관관계가 존재하지만 그 관계는 단순 비례적이지 않음을 확인했다. 최근 연구 수가 큰 폭으로 하락했으며 현재에는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어 이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둘째, 발표 매체 분석 결과, 전체 연구물 중 84편(57%)은 학술지에, 31편(21%)은 대학 학보에 게재되었으며 이 중 일반 간행물에는 45편(39%), AMI 학술지에는 42편(37%), 그리고 영향력 있는 PKU 및 CSSCI 등재지에는 각각 6편(5%)과 22편(19%)이 발표되었다. 이를 통해 한국 무형문화유산에 관한 연구가 고위급 학술지에서 심도 있는 논의보다는 대중적 관심에 기반하여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결과는 중국 독자들이 기존 연구물을 통해 한국 무형문화유산의 내용 및 내재적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셋째, 키워드 분석 결과, 유네스코 등재 여부는 연구 시작 시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강릉 단오제’와 ‘아리랑’ 등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문화유산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된 반면, 10개의 무형문화유산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가 미진한 상태임을 확인했다. 또한, 키워드 클라우드 분석 결과, 중국 학계에서는 한국 무형문화유산을 단순 소개에 머무르지 않고 보호 제도, 한중 문화 비교, 문화 갈등 등 다양한 주제로 연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으며 특히 보호 제도, 보유자, 전승 방식에 관한 연구는 전체 연구의 약 30%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았다. 연도별 키워드 분포 분석에서는 ‘강릉 단오제’가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아 단순 문화 소개를 넘어 문화 비교 및 갈등 논의로 연구 범위가 확장되었음을 확인했다.
넷째, 연구 관점 분석 결과, 중국 학계의 한국 무형문화유산 연구는 ‘한국의 무형문화유산 소개’, ‘한중 문화 비교’, ‘한국 무형문화유산 보호제도의 시사점’, ‘한중 문화 갈등’의 네 가지 주요 관점으로 분류된다. 그 중 한국 무형문화유산 소개 관련 연구가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었으며 ‘아리랑’, ‘판소리’, ‘강릉 단오제’가 주요 연구 대상으로 다루어졌다. 한중 문화 비교 연구는 주로 ‘단오절’과 ‘강릉 단오제’를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며 한국 무형문화유산의 보호 제도 및 보호 경험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도 함께 진행되었다. 또한 한중 문화 갈등 연구에서는 ‘강릉 단오제’와 ‘단오절’이 주요 쟁점으로 부각되었다.
중국 학자들은 한국 무형문화유산의 보호 제도, 현대 문화와의 융합, 정부와 일반 국민의 참여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며 이를 바탕으로 중국이 무형문화유산을 보호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 그리고 ‘판소리’와 같은 무형문화유산을 소개할 때 역사적 배경과 문화적 특성을 통합하여 중국 독자들이 한국 문화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했다. 또한, 다수의 중국 학자들은 한국 강릉 단오제와 중국 고대 단오절과의 역사적·문화적 차이를 소개하고 한국이 이를 계승·발전시킨 모범 사례임을 평가했다.
한중 문화 갈등에 대한 연구는 주로 강릉 단오제를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나 대부분 대중적 관심을 반영한 일반 간행물에 발표되었고 학술적 영향력이 높은 AMI, PKU 및 CSSCI 등재 학술지에 게재된 연구는 상대적으로 드물다. 특히, 실증적 자료와 사료의 부족은 양국 간 문화 갈등을 해소하기보다는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다섯째, 강릉 단오제에 관한 종팡팡(钟芳芳)·심지우(2020)의 연구, 한국 무형문화유산 학과 교육에 대한 팡지안춘(庞建春)·정연학(2021)의 연구, 그리고 한중 문화 갈등에 관한 박영환(2011)의 연구 등 중국인 학자와 한국인 학자의 공동연구 및 한국인 학자 단독 연구가 한국 문화를 심도 있게 이해하는 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했다. 다만 이와 같은 연구물의 수량이 상대적으로 적어 무형문화유산에 관한 학술적 교류가 더욱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학술 교류는 양국의 문화 교류를 촉진하고 문화 갈등을 해소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여섯째, 현재 중국 학계는 일부 대표적인 사례에 집중되어 연구 범위가 제한적이며 문헌 분석에 치중하는 경향이 강해 실질적인 현장 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수집된 실증적 데이터가 부족하다. 또한, 중국 문화를 중심으로 한 문화적 입장이 두드러져, 한중 간의 문화 갈등 해소에 있어 실질적인 기여가 제한적이다. 따라서 향후 연구에서는 전통 문화의 기원과 역사적 의의를 논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무형문화유산의 지속 가능한 발전 전략, 디지털화 및 문화산업화를 포함한 미래 지향적이고 국제적인 연구 주제를 적극적으로 다루는 것이 필요하다.
일곱째,미디어와 인터넷에서 “한국이 우리의 단오절을 빼앗았다”는 불만이 확산된 현상을 출발점으로 삼아 강릉 단오제가 한국의 독자적인 문화 축제로 자리 잡고 국제적 인정을 받게 된 과정을 분석한 저우한치(2010)의 연구와, ⸢인민일보(人民日报)⸥가 강릉 단오제의 유네스코 등재 소식을 한중 간 문화 분쟁의 촉발 요인으로 해석하며 이를 한중 문화 교류의 시각에서 연구한 박영환(2011)의 논문을 통해 매체 보도가 단순히 대중의 인식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학계에서도 특정 연구 방향을 형성하고 논의를 촉진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 학계는 객관적이고 정확한 시각을 유지하는 동시에 양국 간 문화 교류와 홍보를 강화하며 무형문화유산의 내재적 의미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공동 노력이 필수적이다. 특히, 단오제와 같이 한중 간 문화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문화유산에 대해서는 보다 풍부한 사료 확보와 양국 학자들의 공동 연구가 필요하다. 또한 한국의 23개 유네스코 등재 무형문화유산 중 중국 학계에서 전혀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은 10개 종목은 향후 국제 홍보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