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현대 사회에서 예술과 과학기술의 융합은 중요한 혁신 동력으로 작용하며, 창의적 혁신을 촉진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Negroponte, 1995). 예술가와 과학기술 분야 전문가는 서로의 전문 지식을 공유하며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솔루션을 창출한다(Root-Bernstein, 2020). 이러한 협업은 단순히 과학기술을 예술에 도입하는 것을 넘어, 창의성과 기술력을 결합하여 공동의 문제 해결 과정에서 혁신적 사고와 실질적 역량을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Trondle et al., 2011; Soosalu et al., 2019). 최근 20여 년간 예술과 과학기술 간 협업이 증가하고 있으며,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 달성을 위한 중요한 도구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협업은 에너지 절약 기술 개발이나 환경 복원 프로젝트와 같은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Nature, 2021).
국내에서도 예술과 과학기술의 융합 프로젝트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정책적 차원에서 세 가지 주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첫째, 1990년대 문화기술(culture technology, CT)로 시작된 문화예술과 기술의 융합으로 예술과 콘텐츠 산업의 결합을 강조해 왔다(김세훈, 2013). 최근에는 기술을 활용한 예술기업 창업 지원을 위한 플랫폼(예: 아트코리아랩)으로 확장되며, 이전에 논의된 예술의 산업적 가치 창출(양건열, 2006; 임학순, 2007; 추미경, 2008)과 문화기술의 경제적 및 산업적 가치(임학순, 2010)에 대한 논의를 한 단계 발전시켰다. 둘째, 창·제작 확장을 위한 예술과 기술 융합 실험의 지원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서울문화재단(언폴드 엑스), 경기문화재단(예기 술술), 영등포문화재단(술술센터) 등은 예술과 기술 융합을 위한 플랫폼 조성을 지원하고,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지속가능한 창작 플랫폼 구축을 위해 예술과 기술 융합 레지던시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대전문화재단은 대덕연구개발특구의 과학 인프라를 기반으로 예술과 과학기술의 융복합 창작을 지원하는 ‘아티언스 대전’ 창작 레지던시를 운영 중이다. 셋째, 과학기술을 예술적으로 탐구하려는 시도로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수림문화재단은 과학을 예술적 시선으로 표현한 ‘예술가-과학자 융합 작품 전시회(Artist View of Science)’를 기획해 왔으며,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예술가와 과학자의 협업을 목표로 단기 레지던시 프로그램 ‘The Endless Road’를 운영(Kaist, 2014)한 바 있다.
한편, 국외에서는 Arts at CERN, MIT Media Lab, NASA Art Program 등 과학기술기관에서 예술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일반화되고 있는 반면(Jung et al., 2022), 국내에서는 예술계 중심의 창·제작 확장을 위한 지원 사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사업들은 예술과 과학기술 간 협업 가능성을 확대하는 데 기여하고 있으나, 실제로 창·제작 확장에 어떤 기여했는지, 협업자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협업을 통해 구체적으로 어떤 성과가 도출되었는지에 대한 심층적 연구는 여전히 부족하다.
본 연구는 국내에서 예술과 과학기술 간 협업을 촉진하고 있는 예술의 창·제작 중심의 융합 지원 사업을 대상으로 협업의 메커니즘과 성과를 분석하고, 해당 융합 프로그램의 성과와 향후 발전 방향을 탐색하는 데 목적을 둔다. 국내 예술–과학기술 융합 협업 프로젝트 중 ‘아티언스 대전’은 2011년부터 과학기술 기반의 예술 창작을 지원해 온 공공지원 프로그램으로, 예술가와 연구자가 실제로 협업을 수행하며 지속적인 결과물을 도출해 온 점에서 본 연구의 사례로 적합하다. 또한, 예술계가 협업을 주도하는 국내의 흐름을 반영한 예술적 창작 중심 구조(SciArt)의 대표적 사례로서 이러한 형태의 협업 메커니즘을 분석하는 데 유의미한 분석 대상이 된다.
이를 위해 본 연구에서는 첫째, 창·제작 확장을 위한 협업 프로그램의 성과를 진단하고, 예술가와 과학기술 전문가 간 협업을 통해 창출되는 기회를 규명한다. 둘째, 협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융합의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협업 방안을 도출한다. 셋째, 예술과 과학기술 융합 프로그램의 성공적인 구현을 위한 전략적 방향성을 제시한다. 본 연구는 예술과 과학기술 융합의 영역을 확장하고, 창조적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한 정책적·실천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기여하고자 하며, 두 분야 모두에 유의미한 시사점을 제공함으로써 융합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Ⅱ. 이론적 고찰
예술과 과학기술 융합 연구는 대체로 현장 관찰과 실천적 보고를 통해 창의적 과정을 조명하며(Candy & Edmonds, 2011; Edmonds et al., 2005; Wilson, 2002), 새로운 예술적 표현과 과학적 탐구를 가능하게 하는 다양한 방법론과 접근 방식을 탐색한다. 예술과 과학기술 융합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며, 그중 세 가지 유형이 논의되고 있다(Jung et al., 2022). 첫 번째 유형은 SciArt로, 과학적 요소를 예술적 표현의 영감이나 매체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예술가는 과학기술 도구와 데이터를 활용해 창작영역을 확장하고 기술적 제약을 넘어서는 새로운 형태의 예술 작업을 시도한다(Edmonds et al., 2005). 두 번째 유형인 SciComm은 예술을 매개로 과학적 발견을 대중에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때 예술은 단순히 과학 이론을 시각화하는 도구를 넘어서, 과학적 주제를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새로운 관점을 제안함으로써 연구의 방향 설정에도 기여할 수 있다(Dumitriu, 2018). 세 번째 ArtScience는 예술가와 과학자가 학제 간 교류를 통해 연구 문제를 공동으로 발굴하고, 실험하고, 그 결과를 공유하는 창의적 융합방식이다(Root-Bernstein, 2011). 이는 단순한 예술과 과학의 결합을 넘어서, 인간 경험에 대한 심층적 이해를 추구하며 물리학·생물학·AI 등 광범위한 분야를 포괄한다(Wilson, 2002).
그러나 다양한 형태의 협업 사례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술과 과학기술 간 협업은 여전히 여러 구조적·문화적 장벽에 직면해 있다. 특히 Snow(1959)가 지적한 ‘두 개의 문화’ 문제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으며, 예술가와 과학자 간 협업에는 문화적 단절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 2020년까지 발표된 학술 논문 분석에 따르면, 인문학과 과학 간의 인용 네트워크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단절되고 있으며, 현대 학문 체계는 ‘다양한 문화(many culture)’로 점차 분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Zhang, 2023). 이는 학제 간 협업이 과거보다 더 복잡하고 어려워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예술가와 과학기술 전문가는 본질적으로 유사한 창의적 역량을 공유하지만(LaMore, 2013; Nagy, 2017; Root-Bernstein, 1996; 2008; 2013), 사고방식과 문제 해결 과정에서는 차이가 존재한다(Feist, 1999; Simomton, 2003). 따라서 예술과 과학기술 간 협업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문화적 단절을 해소하고, 이를 가능케 하는 구조적 요인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
예술과 과학기술 간 협업에 관한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Lau, Barriault & Krolik, 2022), 협업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한 핵심 메커니즘을 분석하고, 성공적인 협업을 촉진하는 전략이 논의되어 왔다. 선행연구에 따르면, 공동의 목표 설정은 협업 초기 단계에서의 신뢰 형성과 협업 방향 정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Clark et al., 2020; Schnugg, 2019; Trott & Frame., 2020), 신뢰 기반의 관계 형성은 협업의 전 과정에서 의사소통의 질과 창의적 결과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Bryson et al., 2006; Schnugg & Song, 2020). 또한, 지속적인 소통과 상호 피드백은 직무 기술 간 차이를 조정하고 학제 간 이해를 확장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로 작용하며(Cardenas & Rodegher, 2020; Wright & Linney, 2006), 내재적 동기는 협업 참여자의 몰입과 창의성 발현을 촉진하는 핵심 동력으로 강조된다(Min & Kim, 2024; Schnugg, 2019).
예술가와 과학기술 분야 전문가는 협업 과정에서 다양한 도전과 기회를 경험하며, 이러한 경험은 인지과정을 통해 융합의 의미를 정의하고 향후 협업의 방향성에 영향을 미친다. 인지란 감각 정보를 조직하고 해석하여 의식적인 경험을 형성하는 과정을 의미한다(Danish & Ma, 2023). 인지과정은 개인의 경험과 지식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으며, 복잡한 정보들을 이해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개인의 경험과 지식은 기억 형성과 정보 해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정보를 조직하고 인코딩하는 방식에도 작용한다(Goldstein, 2007).
예술과 과학기슬 융합 프로젝트에 참여한 협업자의 융합에 대한 인지 형성과정은 Tuckman(1965)의 소그룹 발전 단계를 기반으로 한 협업 경험 분석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1단계는 프로젝트팀이 처음 형성되어 구성원들이 서로 알아가는 형성 단계(forming)이다. 이 단계에서는 신뢰를 구축하고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며, 초기 역할과 책임을 분배한다. 신뢰는 협업의 본질로 묘사되기도 하며, 작업을 촉진하고 협업의 지속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Bryson et al., 2006). 협업 초기에는 신뢰가 관계 발전의 선행 조건(antecedent)으로 작용하고, 협업 진행 중에는 중재자(moderator)로서, 결과 단계에서는 성과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결과 변수(effect)로 작용한다(Nielsen, 2004). 신뢰는 상호작용을 통해 점진적으로 형성되며, 이는 협업의 질과 성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신뢰가 높을수록 투명한 의사소통과 효과적인 협업이 가능하다. 이러한 신뢰는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형성되며, 상호 존중과 신뢰가 기반이 된 협력은 더 나은 성과를 달성하는데 기여한다. 이때, 명확하고 공유된 목표 설정은 신뢰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2단계는 그룹 내 갈등과 불일치가 나타나는 폭풍 단계(storming)로 효과적인 의사소통, 문제 해결 전략과 팀의 결속력 강화가 필요하다. 협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로는 상호 이해 부족, 의사소통 문제, 서로 다른 작업 방식 등이 있다(John-Steiner, 2000).
예술가와 과학기술 분야 전문가 간 협업에서 가장 큰 도전 중 하나는 상호 간 이해 부족이다. 서로 다른 경험과 문화적 배경은 상호 이해의 부족으로 이어지며, 예술가와 과학기술 전문가가 서로 다른 용어와 개념을 사용하는 것은 의사소통에 장애가 될 수 있다. 특히, 개인의 언어 능력과 경험은 언어 처리와 이해에 영향을 미치며, 이는 문제 해결과 창의적 사고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Goldstein, 2007). 이러한 서로 간의 이해 부족과 용어 차이는 의사소통 문제를 넘어, 창의적 성과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직무 기술(skill in the task domain)은 예술가와 과학기술 전문가 간 협업에서 또 다른 도전 과제가 될 수 있다. 직무 기술은 창의적 작업의 기초로, 해당 분야의 지식 축적 정도를 의미한다. 혁신은 기존 지식을 새로운 활동에 적용하거나 기존 아이디어를 재구성하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Brockman & Morgan, 2003). 이러한 과정은 새로운 행동의 가능성을 제공하며, 이전의 이질적인 아이디어를 새롭게 결합하거나 활용하는 것을 수반한다(Hargadon & Fanelli, 2002). 특정 분야의 지식 축적과 전문적인 기술 수준은 혁신적 성과 창출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서로 다른 직무 경험과 지식수준은 협업 과정에서 장애가 될 수 있다. 이는 협업의 목표와 정의를 다르게 해석하게 만들어 협업의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효과적인 협업을 위해서는 상호 간의 직무 기술 차이를 이해하고, 서로 다른 작업 방식을 수용하며 조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명확하고 일관된 의사소통이 필수적이며, 각자의 고유한 작업 방식의 차이를 이해하고 조화시키는 노력이 요구된다. 인간의 학습은 본질적으로 사회적 성격을 가지며, 주변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된다는 점에서(Vygotsky, 1978) 효과적인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는 협업 과정은 예술가와 과학기술 전문가 간 관계를 발전시키고 협업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기반이 된다.
협업 과정은 예술가와 과학기술 전문가들이 서로 다른 분야의 지식과 방법론을 융합하여 새로운 형태의 혁신적 산출물을 창조하도록 이끈다(Shanken, 2005). 협업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탐구하고, 다양한 지식과 방법론을 결합하며 창의적 한계를 확장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이러한 경험은 개인의 창의성을 자극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험하며 발전시키는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융합 프로젝트에 깊이 몰입하게 한다(Schnugg, 2019). 이와 같은 협업은 예술과 과학기술 간의 경계를 허물고,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통해 더 풍부한 창의적 결과를 도출한다. 협업 과정에서 예술가와 과학기술 분야 전문가는 서로의 관점을 이해하고, 융합의 개념을 명확히 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탐구하는 과정을 통해 융합을 정의하게 된다. 또한, 이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상호 피드백과 비판은 창의적 과정을 심화하고 발전시키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Nature, 2021).
3단계는 갈등이 해소되고 팀의 규범과 절차가 확립되는 규범 단계(norming)로, 구성원들이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공동의 목표를 명확히 하며,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을 조정하는 단계이다. 공유된 목표는 협업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참여자 간의 기대와 노력을 조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명확한 목표와 역할을 신중하게 설정하는 것은 협업의 성공적인 계획과 실행에 핵심적인 요소이다(Bryson et al., 2006). 공동의 목표는 참여자들을 결속시키고 협업의 방향성을 제공함으로써 협력의 질을 높인다.
또한, 프로젝트에 대한 공동의 이해를 바탕으로 설계하고 서로의 작업을 비평할 수 있을 때, 협업의 가치는 더욱 증대된다. 이러한 접근은 새로운 연구를 촉진하고, 예술적 창작물을 탄생시키는 데 기여한다(Nature, 2021).
4단계는 수행(performing)단계로 팀이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고, 지속적인 개선과 혁신을 추구하며, 팀 성과 극대화에 집중하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의 창의적 활동은 최적의 몰입(flow) 상태에서 이루어지며, 창의적 환경과 내재적 동기를 가질 때 성취감을 느끼고, 이는 창의적 성과로 이어진다(Csikszentmihalyi, 1997). 몰입(flow)은 개인이 자신의 작업에 집중하고 몰두하는 경험으로, 창의적 활동에서 높은 성과를 도출하기 위한 핵심 요소로 간주된다(Nakamura & Shankland, 2019).
창의적 환경은 풍부한 자극과 자원을 제공하여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며, 개인의 경험과 동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창의적 성과를 촉진한다. 또한, 자신이 수행하는 작업에서 즐거움과 성취감을 느끼게 하는 내재적 동기는 창의적 활동의 지속성과 질적 성과를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다(Amabile, 1983). 이러한 내재적 동기는 개인이 창의적 도전에 몰입하게 만들며, 프로젝트의 성공을 이끄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마지막 단계는 해체 단계(adjourning)로, 프로젝트가 완료되거나 목표가 달성되면서 팀이 해체되는 과정이다. 이 단계에서 구성원들은 성취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동시에 팀 해체에 대한 아쉬움이나 불안감을 경험할 수 있다. 이러한 감정은 팀 내 갈등 수준과 팀 효능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과업 갈등과 관계 갈등은 팀 몰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이는 팀 해체 시 구성원들의 감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팀 효능감과 의사소통의 만족도는 이러한 갈등이 팀 몰입에 미치는 영향을 매개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이목화·한준구, 2014).
성공적인 협업은 융합 프로젝트에서 새로운 의미와 정의를 창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협업은 다양한 경험과 관점을 통합하여 창의적 상호작용과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며, 문제 해결 능력과 학습을 강화한다. 이러한 요소는 융합의 정의를 혁신적이고 다층적으로 발전시키며, 기존의 경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개념과 가치를 창출하는 데 기여한다.
Ⅲ. 연구 방법
본 연구는 예술의 창·제작 확장을 목표로 한 예술가와 과학기술 분야 전문가 간의 협업을 분석하기 위해 목적 표집 방법(purposive sampling method)에 따라 ‘아티언스 대전’에 참여한 예술가와 연구원을 선정하였다. 목적 표집은 연구자가 특정 목적이나 기준에 따라 표본을 선택하는 비확률 표집 방법으로, 특정 프로그램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심층적으로 이해하는데 적합하다(Patton, 1990).
‘아티언스 대전’은 대전문화재단이 2011년부터 대전시 대덕연구개발특구의 과학기술 인프라를 기반으로 예술과 과학기술의 융복합 창작 과정을 지원해온 프로그램으로, 과학기술을 통한 예술의 창·제작 확장을 목표로 한다. 예술가와 연구원을 매칭하여 창의적 협업을 촉진하며, 주요 주제로는 기능성 유체, 양자 세계의 특이성, 색채 과학 등이 있다. 예술가는 협업 주제와 작품 구현 계획이 포함된 연구·활동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며, 선정된 예술가는 오리엔테이션, 월간 회의, 멘토링 워크숍 등에 참여하고 최종 결과물은 전시를 통해 발표된다.
본 연구의 인터뷰는 2024년 7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아티언스 대전’에 참여한 시각예술 분야 예술가 5명과 연구원 6명을 대상으로 하였다. 코로나19 이후 협업 방식 이 변화됨에 따라 2020년 이후 협업 경험자를 대상으로 선정하였다. 질적 연구에서 인터뷰 인원의 적정 수는 연구 목적에 따라 유연하게 결정되며(Patton, 1990), 정보의 풍부함과 데이터 포화를 기준으로 판단한다(Vasileiou et al., 2018). 본 연구는 1:1 심층 인터뷰와 보조 자료 분석을 통해 핵심 주제와 패턴을 도출하였고, 추가적인 데이터 수집에서도 새로운 정보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아 데이터 포화 상태에 도달했음을 확인하였다. 연구 대상자의 인구통계학적 특성은 <표 1>과 같다.
본 연구 대상자의 특성은 2020년 이후 프로그램 참여자 전체를 대표할 수 있는 수준으로 판단되었다. 예술가 그룹은 40대 1명, 30대 4명이고, 경력은 15년~20년 미만 2명, 5년~10년 미만 3명으로 나타났다. 연구원 그룹은 모두 50대 이상, 20년 이상의 직무 경력을 보유하며, 연구 분야는 생명공학, 질량분석, 연대측정, 측정과학 등이다. 예술가는 연구원보다 나이와 직무 경력은 짧지만, 과학기술 융합 작품 창작과 협업 경험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본 연구는 예술가와 연구원의 협업 과정에서 나타나는 주요 특징과 변화를 심층적으로 탐구하기 위해 질적 자료 분석 소프트웨어인 NVivo 15를 활용하여 주제 분석을 수행하였다. NVivo는 비구조화된 텍스트, 오디오, 이미지, 비디오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분석할 수 있는 도구로, 주제와 개념 간의 상호작용을 도출하는 데 유용하다(Bergin, 2011; Kelle & Bird, 1995). NVivo 15는 코딩과 노드 구축을 통해 Bottom-up 방식으로 범주와 주제를 도출하며, 방대한 질적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신뢰성 있는 결과를 도출하도록 돕는다(Choi, 2008; Strauss & Corbin, 1990).
본 연구에서는 매트릭스 코딩 쿼리(Matrix Coding Query)와 계층구조도(Hierarchy Chart) 기능 등을 활용하여 협업 과정에서 나타나는 주요 특징과 변화를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분석의 타당성과 신뢰성을 높이고, 연구 목적에 부합하는 결과를 도출하였다. 데이터는 개별 심층 인터뷰를 통해 수집되었으며, 반구조화된 질문지(semi-structured Interview Guide)를 기반으로 진행하여 인터뷰의 유연성과 심층성을 확보하였다. 인터뷰는 ‘참여 동기’, ‘협업 과정에서의 경험’, ‘인지된 결과’, ‘융합에 대한 인식’이라는 네 가지 핵심 주제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아울러 인터뷰 도중 참여자가 갈등 상황이나 구체적인 사례를 언급할 경우, 그 맥락과 감정적 반응, 대응 방식 등을 보다 깊이 탐색할 수 있도록 후속 질문을 유연하게 제시하였다. 이를 통해 표면적 진술을 넘어 협업자의 내면적 인식과 융합 경험의 복합적 맥락을 보다 정밀하게 파악하고자 하였다.
수집된 인터뷰 녹취록은 NVivo 15의 코드화(coding) 기능을 활용하여 체계적으로 분석되었으며, 주요 개념과 주제를 그룹화(grouping)하여 도출하였다. 분석과정은 참여자의 진술에서 나타나는 패턴과 주제를 중심으로 Bottom-up 방식으로 수행되었다. 또한, 노드(node) 기능을 활용하여 주요 개념과 주제를 시각적으로 정리함으로써 데이터의 의미와 맥락을 명확히 파악하였다.
데이터 구조화 단계에서는 계층구조도 기능을 사용해 패턴을 시각화하고, 매트릭스 코딩 쿼리를 통해 코드와 범주 간 계층적 관계를 체계적으로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협업 과정에서 나타난 주요 흐름과 개념 간 상호작용을 명확히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러한 분석은 협업 과정의 주요 특징과 변화에 대한 타당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데 기여하였으며, 협업을 통해 창출된 기회를 구체화하고, 참여자들이 정의한 예술과 과학기술 융합의 의미를 도출할 수 있었다. 나아가, 융합 프로젝트의 성공적 구현을 위한 주요 요인과 발전 방안을 제시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Ⅳ. 분석 결과
본 연구는 심층 인터뷰 녹취록을 분석하여 예술가와 연구원 간 협업의 주요 특징과 변화, 예술과 과학기술 융합에 대한 인식을 도출하였다. 초기 분석에서 721개의 코딩 값이 추출되었으며, 2차 및 3차 범주화 과정을 통해 654개의 코딩 값이 최종 분석에 활용되었다. 데이터는 협업 과정, 협업 결과, ‘아티언스 대전’ 시스템, 예술과 과학기술 융합 생태계 등 네 가지 대범주로 분류되었다.
<표 2>는 NVivo 15를 통해 도출된 코드 체계 및 빈도수를 나타내며, 협업 과정(40.52%)과 예술과 과학기술 융합 생태계(36.70%)는 가장 많이 논의된 주제였다. 이 중에서도 ‘소통(9.33%)’이 핵심 요소로 도출되었으며, ‘동기(7.49%)’, ‘역할(6.88%)’, ‘직무 기술(4.74%)’, ‘상호 간 이해(4.28%), ‘신뢰(4.13%)’, ‘공동의 목표 설정(3.67%)’등이 논의되었다. 협업 결과(15.91%)에서는 ‘협업 성과(14.07%)’가 가장 중요한 주제로 언급되었다. ‘아티언스 대전’ 시스템(6.88%)은 운영상의 한계(4.28%)와 예술가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점(2.60%)이 주요 논의로 나타났다. 예술과 과학기술 융합 생태계에서는 ‘융합의 의미(16.06%)’와 ‘구조적 한계(9.02%)’가 주요 이슈로 언급되었으며, ‘성공적 협업을 위한 제언(6.88%)’도 진술하였다.
본 연구는 협업 시작부터 종료 이후의 영향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협업 과정을 Tuckman(1965)의 소그룹 발전 단계인 형성, 폭풍, 규범, 수행, 달성 및 해체의 다섯 가지 단계로 재구조화하였다. 각 단계는 협업의 흐름과 변화, 협업에 영향을 주는 주요 요인과 과제들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분석 틀로 활용하였다(<표 3>).
형성단계는 협업의 출발점으로, 공동 목표 설정, 상호 신뢰 구축, 역할 분배를 통해 협업의 기본 구조를 마련하는 시기로 나타났다. 초기에는 예술가와 연구원 간의 목표 인식 차이, 접근 방식의 이질성, 역할 기대 불일치 등이 주요 도전 과제로 부각되었다. 이러한 차이는 상호 이해 부족과 소통의 어려움을 초래했으나, 지속적인 의견 조율과 상호 존중의 노력 속에서 점차 완화되었다. 이 과정에서 예술가는 과학적 지식과 데이터를 창작적 자원으로 활용할 가능성을 탐색하고, 연구원은 예술적 접근법을 이해하며 자신의 연구 결과에 대한 새로운 해석 가능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협업 초기의 상호 신뢰 형성과 공동 목표 합의는 이후 협업의 안정적 진행과 창의적 성과 도출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데 기여하였다.
예술가는 연구원의 과학적 지식과 데이터를 창작 과정에 통합하며 창작의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했지만, 연구원들은 예술가의 주제나 접근 방식에 혼란을 느꼈다. 과학적 연구가 요구하는 명확한 목표와 결과 도출이 어려웠으며, 예술가의 접근 방식이 과학적 연구 방식과 다르다는 점에서 혼란이 발생하였다. 특히, 예술가의 창작 방식이 자신의 과학적 연구 결과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협업이 진행되면서 상호 의견 조율을 통해 공동 목표가 설정되었고, 예술가는 연구원의 언어를 이해하며 이를 새로운 작품 구상으로 발전시켰다. 연구원도 자신의 연구가 예술과 융합되는 과정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하였다.
신뢰 구축은 협업 초기 단계에서 중요한 요소로 나타났으며, 예술가는 연구원의 과학적 지식을 창작 과정에 활용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연구원은 예술가가 자신의 과학적 접근을 신뢰하고 있음을 인식(42.31%)하며, 과학적 지식에 대한 예술가의 존중이 신뢰 구축의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표 4>).
항목 | 예술가 | 연구원 | ||
---|---|---|---|---|
빈도(개) | % | 빈도(개) | % | |
과학지식에 대한 예술가의 존중 | 3 | 11.54 | 11 | 42.31 |
상호 간의 이해 | 3 | 11.54 | 4 | 15.38 |
역할 기대의 불일치 | 4 | 15.38 | 1 | 3.85 |
합계 | 10 | 38.46 | 16 | 61.54 |
일부 예술가는 연구원이 단순한 기술적 지원을 넘어 창작 과정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기대했으나, 연구원들은 창작 참여에 어려움을 느끼기도 하였다. 또한, 예술가가 협업 시작 전 작품 구상안을 제출하고 예술가만 세부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게 되면서 연구원들은 보조적인 역할에 머물게 되었고, 이로 인한 역할의 불균형이 발생하였다. 이는 역할 기대의 불일치로 이어졌으나, 협업이 진행되면서 상호 조율을 통해 점차 해소되었다.
역할 분배는 협업에서 각자의 책임 범위를 명확히 설정하는 중요한 과정으로 나타났다. 대다수 사례에서 연구원이 과학적 지식을 예술가에게 전달하고, 예술가는 이를 기반으로 작품을 구상하며, 추가적인 분석이나 해석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협업이 이루어졌다. 일부 연구원은 단순한 지식 제공을 넘어 창작의 조력자로서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인식하였다.
폭풍 단계는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상호 이해와 소통을 기반으로 공동 목표를 구체화하고, 협업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과정이다. 이 단계에서는 상호 간의 이해, 소통, 상대방 직무 기술에 대한 이해가 주요 도전 과제로 나타났다. 실제 협업 과정에서 연구원은 예술적 요구에 대한 기술적 대응에 집중하면서 상호작용이 제한되기도 했으며, 예술가는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학습과 소통 노력을 기울였다.
협업 초기에는 시간 부족, 관점 차이, 작업 목적 불일치가 주요 문제로 나타났으며, 연구원(12.99%)이 예술가(3.90%)보다 소통의 어려움을 더 많이 언급하였다. 예술가와 연구원이 서로의 접근 방식을 충분히 이해하기 전에 작업이 시작된 점도 소통의 어려움을 심화시켰다. 연구원들은 예술적 요구에 맞춘 기술적 지원 제공에 집중해야 했으며, 이는 상호작용보다는 일방적 지식 전달로 이어졌다. 그러나 일부 사례에서는 상호 이해와 노력을 통해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였다. 연구원들은 예술적 관점을 통해 새로운 시각과 영감을 얻었으며, 신뢰가 소통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진술하였다(<표 5>).
직무 기술에 대한 이해는 협업 성과와 원활한 소통의 중요한 기반으로 나타났다. 상대방 직무 기술에 대한 사전 지식에서 예술가(9.09%)가 연구원(3.90%)보다 높은 빈도를 보였으며, 직무 기술 이해하기 위해 예술가(14.29%)와 연구원(12.99%) 모두 노력하였다. 예술가는 협업 이전부터 과학적 지식과 기술을 작업에 통합하며 협업의 토대를 마련했고, 협업 과정에서도 과학적 언어와 기술적 절차를 배우려는 노력을 지속하였다. 일부 연구원도 예술적 접근을 이해하기 위해 예술 현장을 경험하며 협업의 질적 성장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였다(<표 5>).
규범 단계는 협업 과정에서 소통의 문제와 그 해결이 동시에 이루어지며, 상호 이해가 심화하고 역할이 명확해지는 시기이다. 이 단계에서는 협업 구조가 안정화되고 상호작용이 강화되면서, 성과 도출을 위한 기반이 마련된다. 이 시점에서 연구원은 과학적 데이터를 제공하며 조력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예술가는 창작을 주도하면서 협업의 방향성을 설정하였다.
항목 | 예술가 | 연구원 | ||
---|---|---|---|---|
빈도(개) | % | 빈도(개) | % | |
소통의 어려움 | 8 | 10.39 | 17 | 22.08 |
원활한 소통 | 6 | 7.79 | 12 | 15.58 |
예술가 주도 협업 | 7 | 9.09 | 5 | 6.49 |
상호작용과 협업 | 1 | 1.30 | 13 | 16.88 |
명확한 연구원의 역할 | 4 | 5.19 | 4 | 5.19 |
합계 | 26 | 33.77 | 51 | 66.23 |
규범 단계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것은 소통의 어려움이었다. 예술적 사고와 과학적 접근 차이로 인해 협업 과정에서 소통의 어려움을 경험하였다. 예술가는 연구원의 접근 방식에 어려움을 겪었고, 연구원은 예술적 표현의 추상성과 비 체계성으로 인해 소통의 한계를 경험하였다. 그러나 지속적인 대화와 노력으로 협업자들은 서로의 접근법을 이해하기 시작하였다. 연구원의 과학적 설명이 예술적 창작으로 이어지고, 예술적 감성이 연구원의 관점을 확장하는 사례가 관찰되었다.
초기에는 역할 정의에 혼란을 겪었지만, 협업이 진행되면서 역할이 명확해지고 구조가 체계화되었다. 예술가는 작업을 주도하며 협업을 이끌었으며, 연구원은 필요한 지식과 피드백을 제공하며 창작 환경을 지원하였다. 일부 연구원은 단순한 기술적 지원을 넘어 예술적 시도를 존중하고 독려하며 협업의 질을 높였다.
규범 단계에서는 지속적인 소통과 아이디어 교환을 통해 상호 학습이 이루어지고, 연구원의 논리적 지원과 예술가의 창의적 재해석이 긴밀히 연결되는 시기였다. 그러나 상호작용 관련 진술 빈도에서 연구원(16.88%)이 예술가(1.30%)보다 현저히 높게 나타났으며, 예술가들은 상호작용을 통한 협업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연구원이 과학적 데이터를 제공하고 설명하는 중심적 역할을 수행했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는, 예술가들이 협업을 ‘자연스러운 과정’ 혹은 ‘내면화된 작업 흐름’으로 인식했거나, 단순한 표현 방식의 차이일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일부 예술가에게는 연구원과의 소통이 상호의 협업이라기보다는 과학적 권위 기반(Halpern & O’Rourke, 2020)의 일방적 전달로 인식되기도 하였다.
수행 단계는 협업이 본격적으로 실행되고 내재적 동기와 외재적 동기를 기반으로 목표를 달성하는 시기로, 협업 성과의 구체화와 한계가 동시에 드러났다.
협업 동기는 내재적 동기와 외재적 동기로 나뉘며, 협업 유지와 성과 도출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내재적 동기는 협업 자체에서 흥미와 보람을 느끼고 창작과 연구 과정에서 의미를 찾는 것이고, 외재적 동기는 기술적 지원, 자문, 실질적 성과 도출과 같은 명확한 목표 달성에서 비롯된다. 본 연구 참여자들에게는 내재적 동기가 주요 동기로 나타났다(<표 7>). 예술가는 통찰력 기대(22.22%)와 연구원의 기술적 지원을 통해 창작 과정을 심화하고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였다. 연구원은 흥미(22.22%)와 통찰력 기대(9.26%)를 주요 동기로 언급하며, 협업을 통해 새로운 시각을 경험하거나 창의적 접근 방식을 배우고자 하였다. 또한, 협업 과정에서 창의적 대화를 즐기며 자신의 연구를 새로운 방식으로 탐구할 가능성을 기대하였다. 이는 연구원이 예술적 협업을 일상적인 연구와 다른 도전으로 여겼음을 시사한다. 한편, 예술가는 연구원의 기술적 자문을 창작물 구현을 위한 도구로 여기고, 연구원은 예술가를 통해 자신의 연구 결과를 대중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가능성을 기대한 외재적 동기도 일부 있었다.
항목 | 예술가 | 연구원 | |||
---|---|---|---|---|---|
빈도(개) | % | 빈도(개) | % | ||
내재적 동기 | 통찰력 기대 | 12 | 22.22 | 5 | 9.26 |
창작(연구) 구현 | 8 | 14.81 | 5 | 9.26 | |
흥미와 재미 | 1 | 1.85 | 12 | 22.22 | |
외재적 동기 | 6 | 11.11 | 5 | 9.26 | |
합계 | 27 | 49.99 | 27 | 49.99 |
달성 및 해체 단계는 예술과 과학기술 협업의 성과와 한계, 그리고 협업 과정에서 도출된 의미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시기이다. 이 단계에서는 협업 성과를 정의하고, 예술과 과학기술 융합의 본질적 가치와 사회적 영향을 탐구하며, 관객과의 상호작용과 협업자 간 지속적인 교류의 가능성을 확인하였다. 특히, 협업 성과와 융합의 의미는 참여자들의 주요 관심사로 가장 많이 언급되었다.
예술가와 연구원의 협업은 새로운 창의성과 통찰력을 제공하며 창작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중요한 시도로 평가되었다. 그러나 연구원들은 협업을 통해 새로운 통찰력'(35.44%)을 얻고, 흥미로운 경험(13.92%)을 하였다고 진술했지만, 예술가들은 성과 진술에 소극적이었다. 특히, 역할 분배가 명확하지 않았을 때 성과 만족도가 낮았으며, 이는 협업 방식과 목표 설정의 불명확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상호작용을 통해 협업이 이루어진 경우, 예술가는 문제를 제시하고 연구원은 이를 해결하며 창의적 결과물을 도출하는 협업의 상호작용이 관찰되었다.
‘흥미’에 대한 언급도 연구원(13.92%)에게서 높게 나타났으나, 예술가는 2.53%에 그쳤다. 이는 연구원들은 협업 과정에서 경험한 흥미도 성과로 인식하였지만, 예술가들은 단순한 흥미보다는 창의적 결과물과 실질적인 성취를 더 중요하게 여겼음을 의미한다. 이는 협업 목표에 대한 양측의 기대와 성과 기준이 서로 상이했음을 보여준다.
‘창작(연구) 분야 기여’에 대한 언급도 연구원(7.59%)이 예술가(2.53%)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연구원들은 자신의 연구 결과가 예술가의 창작에 기여했다고 평가하거나, 예술적 해석을 통해 새로운 시각을 얻는 경험을 하였다. 반면, 예술가는 창작 과정이 자신의 주도로 이루어지고, 연구원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진술하였으나, 창작의 주체로서의 목표 달성에 대한 진술은 뚜렷하게 드러내지 않았다. 과학적 지식과 데이터를 활용한 창작 과정이 예술의 표현 영역을 확장하며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융합을 통해 기대했던 창·제작의 확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얻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창작(연구) 분야 적용의 한계는 연구원(24.05%)에게서 더 높은 빈도로 나타났다. 연구원들은 예술과 과학기술 협업이 흥미롭고 통찰력을 제공했지만, 학문적 적용 가능성이나 연구 발전으로 이어지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진술하였다(<표 8>).
항목 | 예술가 | 연구원 | ||
---|---|---|---|---|
빈도(개) | % | 빈도(개) | % | |
새로운 통찰력 | 5 | 6.33 | 28 | 35.44 |
창작(연구)분야 적용의 한계 | 6 | 7.59 | 19 | 24.05 |
흥미로운 경험 | 2 | 2.53 | 11 | 13.92 |
창작(연구)분야 기여 | 2 | 2.53 | 6 | 7.59 |
합계 | 15 | 18.99 | 64 | 81.01 |
예술과 과학기술 융합의 의미는 협업 결과로 도출된 성과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정의된다. 융합의 의미는 SciArt, SciComm, ArtScience 등의 개념과 학문적 성과 및 사회적 영향력으로 도출되었으며, 참여자들은 이러한 개념들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협업 경험을 통해 그 본질적 가치와 의미를 내포적으로 표현하였다. 그 중 ArtScience(예술가 11.76%, 연구원 18.63%)와 사회적 영향력(예술가 11.76%, 연구원 16.67%)이 융합의 본질적 가치로 가장 많이 언급되었다.
ArtScience는 예술과 과학의 창의적 결합을 통해 새로운 영역과 방법론을 탐구하는 시도로 융합의 본질적 가치를 나타낸다. 참여자 중 다수는 예술과 과학기술의 융합을 “새로운 분야 창출”과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의 결합”이라는 ArtScience로 인지하였다. 이는 예술과 과학기술의 상호작용을 통해 기존의 방식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혁신적 결과물을 창출하는 시도로 평가되며, 참여자들이 융합을 바라보는 핵심적인 관점을 반영한다.
사회적 영향력은 예술과 과학기술 융합의 중요한 의미로 나타났다. 예술가와 연구원은 예술을 통해 사회적 문제를 예술적으로 표현하고, 이를 통해 공감과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다고 진술하였다. 특히, 융합은 학문적 성과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데 기여할 수 있으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과정임을 강조하였다(<표 9>).
SciArt는 예술가에 의해 언급되었다. 예술가들은 연구원과의 협업을 통해 창작 과정의 혁신과 결과물의 확장 가능성(10.78%)을 확인하였다. 연구원은 Scicomm을 통해 예술과 과학기술 협업이 과학적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대중에게 전달하고, 과학적 소통을 지원하는 도구로 작용할 가능성(4.90%)을 언급하였다. 과학이 예술적 접근을 통해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발견했음을 나타낸다.
또한, 협업 결과보다 협업 과정 자체의 중요성도 언급되었다(예술가 5.88%, 연구원 5.88%). 참여자들은 “과정 자체가 학문적 도구가 된다”, “서로의 시각을 교차하면서 생각의 깊이가 더해졌다”라고 진술하였다. 이는 협업 과정에서의 상호작용이 창의적 통찰을 공유하고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의미한다.
예술과 과학기술 융합 생태계에 대한 인식은 예술과 과학을 바라보는 시각, 현행 융합 지원 제도의 문제점, 사회적 인식 문제, 융합에 대한 부정적 시각 등 다양한 도전 과제를 중심으로 논의되었다. 참여자들은 이러한 요소들이 협업의 가능성을 제약하며, 한계를 초래한다고 진술하였다(<표 10>).
예술과 과학기술을 바라보는 시각은 동질성과 이질성을 동시에 포괄한다. 동질성 측면에서는 두 분야가 창의성과 관찰이라는 공통된 본질을 공유하며, 모두 독창성과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인식하였다. 이러한 시각은 예술과 과학기술이 상호 보완적 관계를 형성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일부 참여자들은 예술과 과학기술이 총체적 개념으로 논의될 수 있으며, 융합이 창의적 통찰과 혁신을 가능하게 한다고 보았다. 이질성 측면에서 과학은 논리적이고 데이터 중심적인 반면, 예술은 감각적이고 초현실적 표현을 통해 창조성을 발휘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근본적 차이는 협업 과정에서 사고방식의 간극을 경험하게 했으며, 협업의 도전 과제로 작용하였다. 그럼에도 참여자들은 예술이 과학적 데이터를 새롭게 해석하며 대중과의 소통을 가능하게 하고, 과학이 예술 창작의 확장성을 지원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구조적 한계에서는 사회적 인식 문제가 제기되었다. 한국 사회의 강한 전공 간 경계로 인해 융합이 자연스럽고 빈번하게 이루어지기 어렵다고 보았으며, 협업 과정에서 상호 존중의 부족과 ‘융합’이라는 개념의 모호성을 장애 요인으로 지적하였다. 이러한 사회적 인식 문제는 협업의 진정성을 약화하고, 소통 부족으로 이어져 협업의 실현 가능성을 제한한다고 강조하였다.
융합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협업의 실현 가능성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회의에서 비롯되었다. 특히, 예술과 과학의 근본적 차이가 협업을 어렵게 한다는 인식이 존재하였다. 또한, 단기적 성과에만 집중하는 현행 융합 지원 제도를 한계로 지적하며, 실질적이고 지속가능한 협업을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참여자들이 성공적인 협업을 위해 진술한 제언은 다음과 같다. 첫째, 예술가와 연구원이 서로의 전문성과 역할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협업에 임해야 한다. 지속적인 대화와 토론을 통해 상호 학습의 기회를 마련하고, 협업 과정에서 목표와 기대치를 조율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열린 태도와 유연성을 갖추고, 공감대를 형성하며 협력 방안을 논의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협업에 몰입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과 자원이 제공되어야 한다. 셋째, 융합은 단순한 기술적 결합이 아니라 철학적이고 가치 지향적인 접근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지속가능하고 의미 있는 결과물을 도출해야 한다. 따라서 단기간에 창출하는 결과물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과정 자체가 하나의 성과로 평가될 수 있어야 한다. 넷째, 성공적인 협업을 위해 소통을 중재할 수 있는 매개자의 역할이 필요하다. 다만, 매개자가 양쪽의 전문성을 갖지 못하면 소통에 방해될 수 있기에 이 경우, 예술가와 연구원 간 직접적인 상호 이해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
Ⅴ. 논의
본 연구는 분석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념 간 상호작용을 탐색하고, 각 하위 개념 및 연결 관계를 심층적으로 해석하였다. 첫째, ‘아티언스 대전’은 과학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예술가의 창·제작 영역을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기획되었다. 이를 위해 프로그램은 예술가 중심으로 운영되었으나, 예술가들은 협업을 통해 기대했던 “새로운 분야 창출”이나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의 결합”이라는 성과에 도달하지 못했다. 반면, 연구원들은 예술가와의 협업 과정에서 새로운 통찰력을 얻었다고 진술하였다. 이는 예술가와 연구원이 협업 성과를 인식하고 정의하는 방식 자체가 달랐기 때문이며, 이러한 인식 차이는 협업 초기 단계에서 공동 목표가 명확히 설정되지 않았던 데에서 비롯되었다. 나아가, 예술가들이 기대한 성과에 도달하지 못한 배경에는 목표 조율의 부재, 역할 분담의 불균형, 상호 직무 이해 미비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었다. 이러한 문제들은 프로그램이 예술가 중심으로 설계되고 운영되면서 협업 구조 전반의 균형이 무너졌기 때문이며, 이로 인해 초기 단계에서의 구조적 조율 부족과 인식의 괴리가 협업 전 과정에 걸쳐 영향을 미쳤다.
목표 설정 이론(Locke & Latham, 2002)에 따르면 구체적이고 도전적인 목표는 구성원들에게 높은 동기를 부여하며 성과를 강화한다. 협업 초기 단계에서 예술가와 연구원이 각자의 기대와 역할을 명확히 논의하지 않고 공동 목표를 설정하지 못한 경우, 협업 과정에서 갈등과 혼란이 발생하였다. 반면,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지속적으로 조율한 팀에서는 협업 성과가 나타냈다. 이는 예술가와 연구원 간 협업에서 명확하고 합의된 목표 설정이 성공적인 협업의 필수 요건임을 보여준다.
또한, 예술가와 연구원이 각자의 전문성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역할 균형이 이루어져야 한다. 역할 균형(role balance)이란 팀 내에서 구성원들이 각자의 역할을 명확히 이해하고, 상호 보완적으로 역할을 수행하며, 역할 간 충돌이나 과부하를 피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역할 균형이 잘 이루어진 팀은 서로의 역할을 명확히 이해하고 존중하므로 협업이 원활하며, 팀원들이 각자의 역할을 균형 있게 수행하면 책임이 과도하게 특정 구성원에게 집중되지 않아 동기와 팀 만족도를 유지할 수 있다(Levi, 2017). 따라서 팀 구성원들이 각자의 역할을 명확히 이해하고 상호 보완적으로 수행할 때, 협업 성과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Cannon-Bowers et al., 1993). 그러나 본 사례에서 협업 초기에는 예술가 중심의 운영 구조로 인해 역할 균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는 협업 성과의 불균형으로 이어졌다. 예술가들은 연구원이 창작 과정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기대했으나, 연구원들은 자신의 전문성을 벗어난 창의적 개입에 어려움을 느꼈다. 이러한 역할 기대의 불일치는 신뢰 형성과 공동 목표 달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협업이 진행되면서 연구원들은 과학적 데이터를 제공하고 예술가의 창작을 지원하는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새로운 통찰을 얻었으나, 이러한 역할 분담만으로는 예술의 창·제작 확장이라는 목표를 실현하기 어려웠다.
역할 기대의 불일치는 상대방의 직무 기술(task skills)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기인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 예술가들은 협업 연구원의 전문 분야에 대한 사전 지식을 보유하고, 이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반면, 예술에 대한 연구원의 이해가 부족했던 경우에는 역할의 불균형과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초래하여, 협업 성과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직무 기술은 특정 작업 영역에서 창의적 과업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지식, 기술, 경험(domain-relevant skills)을 의미하며, 창의성과 혁신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Amabile, 1988). 협업 환경에서는 상대방의 직무 기술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협력하는 능력이 팀 성과 향상에 필수적이다(Amabile, 2016). 팀 구성원들이 서로의 직무 기술을 존중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할 때, 협업의 시너지가 극대화될 수 있다.
한편, 직무 기술의 이해는 단순히 전문 지식을 교환하는 차원을 넘어 상호 존중과 신뢰를 기반으로 한 협업의 필수 조건으로 작용한다. 분석 결과, 연구원들에 대한 예술가들의 신뢰는 인터뷰 전반에서 나타났으나, 예술가들에 대한 연구원들의 신뢰는 상대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이러한 신뢰의 불균형은 협업 초기 단계에서 상호 기대와 상대방 직무 기술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부족했음을 시사한다. 협업 초기에 상호 기대와 직무 기술을 명확히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역할을 적절히 분배하며, 지속적으로 조율하고 소통을 강화하는 것은 성공적인 협업을 위한 핵심 요소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협업의 질적 수준을 높이고 창의적 시너지를 도출할 수 있으며, 이는 성공적인 협업의 중요한 기반이 된다. 특히, 프로그램의 목적이 예술가의 창·제작 영역 확장에 있을지라도, 협업 초기 단계부터 공유된 목표 설정, 역할 균형, 그리고 상대방의 직무 기술 이해를 이루는 구조적 접근이 필수적이다.
둘째, ‘아티언스 대전’은 과학적 데이터를 예술적으로 재해석하여 새로운 창작물을 창출하는 SciArt 지향으로 설계되었으나, 협업을 경험한 참여자들은 오히려 예술과 과학기술이 동등한 위상에서 상호작용하는 ArtScience 철학에 더 큰 가치를 두었다. SciArt가 결과 중심적인 창작물 산출에 초점을 둔다면, ArtScience는 예술과 과학의 상호작용을 통해 새로운 영역과 방법론을 탐색하고, 창의적 통찰과 학문적 성과를 도출하는 ‘과정’에 중점을 둔다. 이러한 접근은 예술 창작과 과학기술 발전의 경계를 확장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메시지 전달과 공감대 형성을 통해 사회적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Jung et al., 2022).
실제로 ‘아티언스 대전’의 협업 과정에서 참여자들은 단순히 데이터를 활용한 창작을 넘어, 상호작용을 통해 새로운 통찰과 가능성을 발견하는 경험을 하였다. 이는 프로그램이 SciArt의 결과 중심적 목표를 지향했음에도, 참여자들이 융합의 본질적 가치를 ArtScience에서 찾았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과정 중심적 접근은 협업의 질을 높이고, 참여자 간 상호작용과 학습을 촉진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과정 중심적 접근은 창의적 몰입(flow)과 혁신적 결과를 도출하는 데 필수적이며(Csikszentmihalyi, 1997), 협업 과정이 단순히 결과물을 산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참여자들의 학습과 성장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Kolb, 2014). 따라서 협업의 설계 단계에서 과정 중심적 접근을 적용한다면, 참여자들의 몰입과 상호작용을 촉진하고, 단순한 결과물을 넘어 학문적·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예술과 과학기술이 협력하여 융합의 본질적 가치를 실현하고,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성과를 도출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Ⅵ. 결론
본 연구는 예술과 과학기술 융합 프로그램인 ‘아티언스 대전’을 사례로 협업 메커니즘과 성과를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드러난 주요 결과를 바탕으로, 성공적인 협업을 위한 개선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명확한 목표 설정과 역할 균형의 중요성이 확인되었다. 협업 초기 단계에서 명확하고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조율하며 역할을 균형 있게 설계하는 과정은 협업의 안정성과 성과를 높이는 데 핵심적이다. 이를 통해 협업 과정에서 갈등을 줄이고 성과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Cannon-Bowers et al., 1993; Locke & Latham, 2002). 둘째, 상대방 직무 기술(task skills)의 이해와 신뢰 형성은 협업 성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임을 확인하였다. 협업자 간 신뢰와 상호 보완적인 직무 기술의 이해가 이루어질 때, SciArt의 성과에 도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ArtScience의 철학을 구현하며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성과를 도출할 수 있다. 셋째, 과정 중심적 접근과 그에 따른 성과 평가가 필요하다. 단순한 결과물 산출을 넘어 협업 과정에서의 학습과 창의적 통찰을 중점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지표가 필요하며, 이는 협업의 사회적 가치를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넷째, 구조적 개선과 체계적 지원이 협업 성공의 핵심 요인으로 확인되었다. 협업 초기 단계에서 역할 불균형과 직무 기술 이해 부족으로 인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사전 교육과 공동 학습 기회를 제공하고, 역할 분담과 상대방의 직무 기술을 명확히 이해할 수 있는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이 필요하다.
본 연구는 예술과 과학기술 융합 프로젝트의 협업 메커니즘을 확인하고, 창의적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실천적 방안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본 연구는 협업 과정의 실제 상황을 실시간으로 관찰하지 못하고, 협업 종료 이후 참여자들과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분석을 수행하였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이로 인해 협업 중 발생하는 동적 상호작용이나 즉각적인 의사결정의 맥락이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으며, 실시간 관찰 및 기록의 부재는 협업의 복잡성과 미묘한 상호작용을 포착하는 데 한계를 가져올 수 있다. 향후 연구에서는 본 연구에서 도출한 협업 메커니즘과 성과 요인을 기반으로, 실제 협업 현장을 직접 관찰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도출된 분석 결과가 실제 협업 과정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정밀하게 검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예술과 과학기술 융합 프로젝트가 단순한 결과물 산출을 넘어 창의적 통찰과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며, 지속가능한 협업 모델로 발전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