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론
최근 국내 예술 분야의 규모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다양한 비즈니스모델이 등장하면서 예술 영역의 산업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공연예술과 미술을 중심으로 한 예술분야의 매출액과 거래 규모를 살펴보면, 국내 공연예술시장 매출액은 2015년 약 7,800억 원에서 2023년 약 1조 4,000억 원, 미술시장의 거래규모는 2015년 약 3,905억 원에서 2023년 약 6,928억 원으로 급증하였다. 또한 참여 주체의 측면에서 보면 공연예술 업체(단체) 수는 2015년 3,319개에서 2023년 5,667개, 미술 업체(단체) 수는 2015년 668개에서 2023년 1,267개로 산업을 구성하고 있는 이해관계자 역시 크게 증가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예술경영지원센터 2024, 2025a). 이러한 변화는 예술 활동이 단순한 창작ㆍ향유의 영역을 넘어 시장에서 재화와 서비스로 유통되는 산업구조로 재편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예술의 산업화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그간 예술 관련 정책의 주요 수단은 여전히 보조금과 재정지원 사업에 집중되어 왔다. 보조금 중심의 지원 체계는 예술 창작의 공공성을 보장하고 단기적인 활동 지속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보조금 중심의 지원정책은 예술기업이 사업을 확장하거나 장기적인 성장을 도모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자본 수요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할 수 있으며, 생산성 향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한계를 지닌다(김자영ㆍ김병수, 2023). 최근 정부는 이러한 정책적 한계를 인식하고 예술의 산업화와 정책의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2025)는 「문화한국 2035」를 발표하며, 예술을 단순 문화 활동을 넘어 시장 중심의 산업으로 조성하려는 정책목표를 제시하였다. 보조금 지원과 같은 직접 지원 이외에도 정책금융 등 간접 지원 정책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데, 예술 활동의 사업화와 시장 진입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예술산업을 육성하려는 방향성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정책적 논의는 예술을 고정된 공공재나 지원 대상이 아닌 산업적 분석의 대상으로 설정하고 있으며, 산업의 자본 확보와 기업의 자금조달을 위한 정책이 포함되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예술을 산업적 관점에서 접근하여 분석하려는 학술적 연구도 점차 축적되어 오고 있다. 예술산업 관련 연구는 주로 문화산업과 창조산업의 연장선에서 예술을 포함하여 예술산업의 개념과 범위를 규정하는 방향으로 시작되었다. 선행연구에서는 예술산업을 창작물 또는 문화예술 상품을 산업적 수단으로 활용한 기획부터 소비까지의 과정 및 관련 서비스(양건열, 2006), 원작품 시장의 확대를 통해서 거래 활성화, 투명화, 제도화가 이루어지고 예술 향유가 활성화된 상태(박종웅, 2015), 문화적 표현(cultural expressions)을 담고 이를 구현하거나 전달하는 특성, 용도, 목적을 갖는 문화예술활동 및 그 결과물(art works), 상품(goods), 서비스(services)를 생산ㆍ유통하는 산업(양혜원ㆍ전진영ㆍ정동은ㆍ유상희ㆍ하누리, 2021) 등으로 정의하고 있다. 더 나아가 예술산업의 범위를 구체화하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는데, 예술경영지원센터(2025b)는 예술산업 특수분류체계를 마련하고 예술산업을 공연예술, 미술, 공예, 문학, 예술일반 등 5개 대분류로 구분하였다.
이처럼 예술산업에 대한 학술적ㆍ정책적 논의가 심화되면서 예술산업과 예술기업의 구조 및 특성을 다룬 연구도 다수 진행되었다. 선행연구는 크게 기존 산업과 예술산업의 차이점을 비즈니스 모델 관점에서 분석하고 예술산업 육성을 위한 생태계 모형을 도출한 연구(권혁인ㆍ이진화, 2014; 김현수, 2016; 정순규, 2017), 예술시장을 소비환경 중심으로 분석한 연구(김혜인, 2016), 예술기업의 특성과 가치를 분석한 연구(김혜인ㆍ김현경, 2024; 정종은, 2016)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예술산업에 관한 선행연구를 종합해 보면 예술의 생산ㆍ유통 구조를 산업적 틀 속에서 해석하고 있으며, 창ㆍ제작자, 유통사, 소비자 등 다양한 행위 주체가 상호 연결되어 경제적 가치를 포함한 다양한 가치를 창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연구들은 예술산업이 창작자의 개별적 활동의 집합이 아니라, 일정한 산업 구조를 갖춘 영역임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는 데 기여하였다. 그러나 기존 선행연구들은 산업의 특성과 기업의 가치 창출 구조를 규명하는 데 주력한 반면, 예술기업이 실제로 직면하는 자금조달 문제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논의를 전개해 왔다. 다수의 연구는 여전히 예술기업을 공공 지원의 대상으로 전제하고, 재정 지원의 효과성이나 배분 방식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을 보인다. 예술기업의 수와 활동 범위가 확대되고 정부 정책이 산업 자본 확보와 기업의 자금조달 영역으로 이동하는 시점에서 예술기업이 필요로 하는 자본의 규모, 조달 방식, 그리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제약은 실증적으로 분석되지 못하였다. 이로 인해 예술산업을 대상으로 한 정책의 타당성과 규모를 판단하는 데 있어 중요한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본 연구는 예술산업의 자금조달 갭(financing gap)을 추정하여 예술산업이 필요로 하는 자금조달 규모를 산출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는 첫째, 예술산업 자금조달 구조의 특성을 이론적으로 정리하고, 자금조달 갭 추정의 당위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둘째, 자금조달 갭 이론을 예술산업(공연예술, 미술)에 적용하여 예술산업 차원의 자금 부족 규모를 정량적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본 연구의 결과는 예술산업과 기업 지원에 적합한 정책의 규모를 논의하는 데 있어 실증적 근거를 제공한다. 기존 연구들이 예술기업을 보조금 수혜 대상으로 국한하여 정성적 분석 중심으로 진행해온 것과 달리, 예술기업을 능동적인 자금조달 주체로 전제하고 산업이 필요로 하는 자금의 규모를 산출하였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지닌다. 특히, 예술산업과 구조적 유사성을 지니면서도 상대적으로 정책금융 체계가 정착된 콘텐츠산업과의 비교 분석을 수행함으로써 분석 결과의 객관성과 방법론적 신뢰성을 확보하였다. 이를 통해 콘텐츠산업 대비 예술산업이 직면한 자금조달 제약 요인을 규명하고, 예술 현장에서 실제로 필요로 하는 자금의 규모와 정책적 사각지대를 보다 선명하게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본 연구의 학술적ㆍ정책적 의의가 크다.
II. 이론적 배경
예술산업은 무형자산 중심의 생산 체계, 기업의 영세성, 고위험-고수익 구조 등으로 인해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 내에서 자금조달의 구조적 취약성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된다(홍무궁ㆍ김예솔ㆍ양지훈, 2025). 다수의 선행연구는 예술기업 또는 단체의 자금조달이 제약되는 요인을 개별 기업의 역량보다는 산업 전반의 구조적 특성과 연계하여 설명하고 있다.
먼저, 이슬기ㆍ이병주(2025)는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전문예술법인ㆍ단체로 지정된 조직의 패널 데이터를 활용하여 공공 재정 지원의 실질적 효과를 분석하였다. 연구 결과, 누적적인 정부 재정 지원이 조직성과에 미치는 영향은 역U자형 혹은 U자형의 비선형적 관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재정 지원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성과 개선 효과가 점차 약화되거나 오히려 저해될 가능성이 확인되었다. 특히 운영 성과의 경우 단기적인 지원보다는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이 축적될 때 비로소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남을 실증하였다. 문화예술을 시장 실패의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정의하였는데, 예술 조직이 겪는 만성적인 구조적 자원 결핍을 강조하며 일률적인 보조금 배분보다는 조직의 성장 단계와 위상을 고려한 맞춤형 자금 공급의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영국 문화예술 조직의 재원 다각화를 연구한 Ashton(2023)은 공공 지원 축소 환경에서 조직들이 공공 기금, 민간 기부, 자체 수익 사업 등을 결합한 다각적 재원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재원 다각화 전략은 지원 주기 간 불일치, 과도한 행정 부담 등으로 인해, 여러 재원 출처를 병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구조적이고 만성적인 재정 불안정 상태(portfolio precarity)에 조직들을 노출시키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이는 예술 조직이 단순히 재원 출처를 다각화하는 것만으로는 재무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려우며, 예술산업의 재원 구조를 보다 구조적ㆍ제도적 차원에서 검토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예술산업과 유사한 특성을 지닌 콘텐츠산업의 자금조달 구조 관련 연구 역시 여러 선행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먼저, 투자 활성화를 위한 정책 수단의 운영 효율성을 다룬 김상욱(2014)은 모태펀드 문화계정의 운용 현황을 통해 콘텐츠산업 자금조달의 제약요인을 검토하였다. 연구에 따르면, 콘텐츠 산업은 고위험-고수익 특성으로 인해 민간 벤처캐피털(VC)의 자발적 투자 유인이 제한적이며, 이를 보완하는 정책펀드(모태펀드)가 전체 투자의 마중물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모태펀드 문화계정 투자의 약 70%가 업력 3년 이하의 초기 기업에 편중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러한 투자 구조는 콘텐츠 기업들이 성장 단계에서 민간 자본을 연계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음을 주장한다.
콘텐츠산업 정책금융의 외연 확장과 개선 방향을 제안한 양지훈ㆍ홍무궁ㆍ윤상혁(2023)은 토픽 모델링과 전문가 인터뷰를 결합한 혼합연구방법론을 활용하여 콘텐츠 투자 시장의 수요를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투자자들이 체감하는 낮은 기대 수익률과 높은 투자 위험이 민간 자본 유입의 결정적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어, 정책 자금이 위험을 분담하는 구조적 설계가 선행되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또한, 프로젝트 단위 투자를 넘어 기업 지분 투자, IP(지식재산권) 확보 투자, ESG 투자 등 자금 공급의 다변화가 절실하다는 점을 제시하였다.
양다인(2023)은 투자 심사역 및 업계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인터뷰 결과를 기반으로 콘텐츠 스타트업의 투자 결정 요인을 심층적으로 다루었다. 연구 결과, 콘텐츠 스타트업은 재무적 지표가 부재한 경우가 많아 투자 결정 시 기업의 평판, 네트워크, 창업자의 실행력 등 비재무적 요소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객관화된 평가 지표가 부족한 콘텐츠 산업의 특성상 금융 접근성이 인적 네트워크나 특정 지표에 편향될 수밖에 없는 취약한 구조를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며, 자금조달에 있어 심각한 제약요인임을 의미한다.
선행연구를 종합해 보면 예술산업과 콘텐츠산업은 무형자산 중심의 생산 구조와 불확실한 수익 창출 방식으로 인해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에서는 필요 자금을 원활하게 확보하기 어렵다는 공통점을 지닌다(<표 1> 참고). 다만, 자금조달의 한계를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차이가 나타난다. 콘텐츠산업 관련 연구는 자본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의 자금조달 제약 요인을 투ㆍ융자 등 금융 시스템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시장 중심적 접근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예술 관련 연구에서는 대상을 주로 공공적 성과를 창출하는 단체로 바라보고, 이들이 직면한 자금조달 문제를 정부의 보조금이나 공공 지원의 효율화 및 다각화를 통해 풀어내려는 경향을 보인다. 예술기업의 규모가 커지고 필요 자금이 증가하는 현 시점에서는, 기존의 보조금 중심 논의를 넘어 기업 관점에서 예술산업의 자금조달 구조를 보다 체계적으로 검토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 연구자 | 연구 주제 | 주요 내용 |
|---|---|---|
| Ashton(2023) | 공공 지원 감소에 따른 문화예술조직의 대응 방식 | 재원 다각화의 일환으로 구조적·제도적 차원의 예술산업 재원 구조 검토 시사 |
| 이슬기ㆍ이병주(2025) | 공공 재정 지원의 효과 분석 | 일률적 보조금 배분이 아닌 맞춤형 자금 공급의 필요성 제기 |
| 김상욱(2014) | 콘텐츠산업 자금조달 제약요인 | 고위험-고수익 구조, 영세한 초기 기업에 집중되는 정책펀드의 구조를 콘텐츠산업 자금조달 제약요인으로 도출 |
| 양지훈ㆍ홍무궁ㆍ윤상혁 (2023) | 콘텐츠 투자 시장 수요 분석 | 민간 자본 유입의 결정적 장애요인으로 낮은 기대 수익률과 높은 투자 위험을 도출 |
| 양다인(2023) | 콘텐츠 스타트업 투자 결정 요인 | 콘텐츠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결정시 재무적 지표의 부재로 비재무적 요소에 대한 의존도가 높음을 도출 |
자금조달 갭이란 경제적으로 타당한 사업 또는 기업이 금융 시장의 불완전성으로 인해 필요한 외부 자금을 공급받지 못하는 상태 및 그 부족분을 의미한다. 기존 연구들은 자금조달 갭을 시장 실패의 한 유형으로 설명하며, 정보 비대칭, 담보 부족, 거래비용 문제 등을 주요 원인으로 제시하였다(Vasilescu, 2010). 특히 이러한 현상은 주로 자산이 부족하고 정보의 습득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초기 기업이나 중소기업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국내 산업 맥락에서 자금조달 갭을 실증적으로 분석한 연구로는 서은숙ㆍ유승동(2017)이 있다. 해당 연구는 콘텐츠산업의 자금조달 제약요인이 자금 수요자와 공급자 간의 정보 비대칭성이며, 이로 인해 자금의 초과수요가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연구진은 이러한 초과 수요를 자금조달 갭으로 개념화하고, 시나리오별 분석을 통해 국내 콘텐츠산업에서 요구되는 자본 규모를 계량적으로 제시하였다. 그 결과 국내 콘텐츠 산업의 자금조달 부족액은 시나리오에 따라 최소 2.1조 원에서 최대 5.7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특히 금융기관이 무형자산의 가치보다는 물적 담보 위주의 대출 심사를 고수함에 따라 일부 우량 기업으로 자금이 집중되고 다수의 기업은 만성적인 자금 부족 상태에 놓여 있음을 검증하였다.
다만, 이러한 계량적 접근은 실제 자금조달 과정에서 나타나는 기업의 행태적 요인까지 충분히 포착하지 못할 수 있으며, 이후 연구들은 자금조달 갭이 공급 측 요인뿐만 아니라 수요측 인식과 행태와 결합되어 형성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Domeher et al.(2017)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상당수의 기업이 자금 수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출 거절 가능성이나 복잡한 절차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금융기관 신청 자체를 포기하는 현상이 존재함을 확인하였다. 이는 관측 가능한 대출 거절 사례뿐만 아니라, 통계에 드러나지 않는 스스로 신청을 포기한 잠재적 수요까지 포함할 때 실제 자금조달 갭의 규모가 훨씬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Veiga & McCahery(2019)의 연구에서도 대출 자체를 포기하는 기업도 상당히 많으며, 일부 자금을 조달하는 데 성공한 기업 역시 필요 자금을 전액 확보하지 못하는 ‘부분적 자금조달 실패’가 존재함을 지적하며 이를 포함한 갭 추정의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이러한 자금조달 갭은 일반 제조업 기반의 기업들보다 예술기업이나 창조산업 기업에서 심화된 형태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Creative PEC(2023) 연구에 따르면, 영국 내 창조산업 기업은 일반 기업에 비해 성장 잠재력과 의지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성장에 필요한 적절한 금융에 접근하는 것을 주요한 장애 요인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4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원인으로는 전통적인 금융기관의 신용평가 및 담보 중심의 대출 구조와 구조적으로 적합하지 않은 점을 들고 있다. European Parliament(2011) 역시 문화예술 분야에서 민간투자가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로 수익성 평가의 어려움과 투자 회수 구조의 불확실성을 제시하며, 공공 부문의 역할이 단순한 보조금 지원을 넘어 민간자본의 위험을 완화하고 신뢰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였다. 이는 예술 분야의 자금조달 문제에 대한 정책적 개입이 시장을 대체하기보다 민간 금융과의 연계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설계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종합하면, 자금조달 갭은 각 산업의 특성, 금융시장 구조, 기업의 행태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일어난 결과로 정의할 수 있다. 특히 무형자산과 프로젝트 기반 수익 구조를 특징으로 하는 예술산업의 경우, 자금조달 갭은 단순한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제약의 결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예술산업의 자금조달 문제를 정성적 인식이나 제도적 논의에 국한하지 않고, 자금 수요와 실제 조달 간의 격차를 계량적으로 추정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III. 연구 방법
본 연구에서 정의하는 예술산업은 예술경영지원센터의 「2024 예술산업 특수분류체계 시범조사 연구」의 분류 기준을 준용하되, 사업화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공연예술과 미술(전시)을 중심으로 예술기업의 자금조달 갭을 추정한다. 공연예술산업은 공연예술(연극, 무용, 음악, 국악 등)의 창작ㆍ제작, 유통, 소비 및 이와 관련된 지원 서비스가 이루어지는 산업 영역으로 정의한다. 여기에는 공연 기획 및 제작업뿐만 아니라 공연장 운영업, 공연 관련 서비스업 등이 포함된다. 미술산업은 미술 작품의 창작ㆍ제작, 유통(화랑, 경매, 아트페어 등), 소비 및 지원 서비스가 이루어지는 산업 영역으로 정의한다. 작품의 생산 주체인 작가뿐만 아니라 이를 매개하는 시장 참여 기업들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다.
자금조달 갭의 산정 방식은 국내 콘텐츠산업을 대상으로 수행된 기존 정책연구의 분석 틀을 준용하였다. 해당 방식은 산업 내 기업 수, 생존 가능한 기업 비중, 자금조달에 실패한 기업 비중, 그리고 기업당 평균 필요 자금 규모를 종합하여 산업 차원의 자금 부족분을 추산하는 방법이다. 본 연구에서는 예술산업과 콘텐츠산업 간 비교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동일한 구조의 산정식(식 1)을 적용하였다.
여기서 N은 예술기업 수, S는 생존 가능한 기업 비중, F는 자금조달에 실패한 기업 비중, A는 예술기업당 평균 필요 자금 규모를 의미한다. 각 구성 요소의 산정 방법은 다음과 같다.
예술기업 수(N)는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발간한 「2024년 공연예술조사」와 「2024 미술시장조사」를 활용하여 추정하였다. 2023년 기준 공연예술 기업은 총 5,667개, 미술(전시) 관련 기업은 총 1,260개로 조사되었다. 해당 통계에서는 중앙정부 운영 시설, 지자체 문예회관, 국공립 공연단체 등이 포함되어 있으나, 실질적으로 이러한 시설은 직접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구조가 아니기에 분석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이를 조정한 실질 분석 대상 예술 기업 수는 2023년 기준 공연예술 4,720개, 미술(전시) 1,170개이다. 2024년의 경우, 해당 연도의 공식 통계가 연구 시점 기준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2019년부터 2023년까지의 기업 수 변화를 바탕으로 연평균 성장률(CAGR)을 적용하여 추정하였다. 그 결과 2024년 공연예술 기업 수는 4,870개, 미술(전시) 관련 기업 수는 1,317개로 산출되었다.
생존 가능한 기업 비중(S)은 자금 지원의 잠재적 대상이 될 수 있는 유효 기업의 범위를 설정하는 변수이다. 기존 콘텐츠산업 연구(서은숙ㆍ유승동, 2017)에서는 기업 수의 연평균 증가율을 생존율의 대리 지표로 활용하기도 하였으나, 최근 공연예술 및 미술 분야는 기업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이를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통계청 「기업생멸행정통계」를 활용하여 예술 관련 서비스업의 ‘활동기업 비율’을 생존 가능한 기업 비중의 대리 변수로 사용하였다. 활동기업 비율은 특정 연도에 활동 중인 기업 수를 활동기업과 소멸기업의 합으로 나눈 값으로, 시장에 실질적으로 생존하여 영업 활동을 영위한 기업의 비중을 의미한다. 본 연구는 자금조달 갭 산정을 위한 대상 기업의 범위를 설정하는 데 목적이 있으므로, 특정 시점에서 실제로 활동 중인 기업 규모를 반영하는 지표를 활용하였다. 전체 대상 기업군에 소멸기업을 포함해 비중을 산정한 것은 시장에서 탈락한 기업을 고려함으로써 유효한 활동기업의 비중을 보수적으로 추정하기 위함이다.
2015년부터 2023년까지의 평균 활동기업 비율은 85.7%로 나타났으며, 이를 기본 시나리오로 설정하였다(<표 2> 참고). 또한, 한국콘텐츠진흥원(2025)의 「콘텐츠기업 금융환경조사 및 분석」 결과와의 비교 가능성을 확보하고 시장의 불확실성을 반영하기 위해, 해당 연구에서 적용한 보수적 시나리오인 30%와 50%를 본 연구에서도 동일하게 적용하였다. 다만, 콘텐츠산업과의 직접적 비교를 위해 100%를 적용한 시나리오를 추가적으로 분석하였다. 따라서 본 연구의 생존 가능한 기업 비중(S)은 30%, 50%, 85.7%의 세 가지 시나리오로 설정하여 분석하되, 비교 분석을 위한 100% 시나리오를 별도 분석하였다.
자료: 통계청, 기업생멸행정통계 재구성.
자금조달에 실패한 기업 비중(F)은 다음 식 (2)에 따라 산정된다.
여기서 D는 외부 자금(융자) 수요가 있는 기업 비중, R은 융자 신청 후 거절된 기업 비중, P는 신청 과정에서 중도 포기한 기업 비중, n은 자금 수요가 있음에도 신청을 시도하지 않은 기업 비중을 의미한다.
자금조달 실패의 정의와 관련하여, 본 연구는 두 가지 시나리오를 설정하였다. [시나리오 1]은 융자를 신청한 금액 전액이 거절되거나 신청을 포기한 경우만을 ‘실패’로 규정한다(F1). 반면 [시나리오 2]는 Veiga & McCahery(2019)의 연구와 동일하게 신청 금액 대비 일부만 조달한 경우도 필요 자금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부분적 실패로 간주하여, 미조달 비율(I)을 반영하여 실패 비중을 산정한다(F2). 이는 한국콘텐츠진흥원(2023, 2025)에서 사용한 자금조달 실패 개념을 동일하게 적용한 것이다.
예술기업의 평균 필요 자금 규모(A)는 설문조사를 통해 수집된 기업별 응답 자료를 활용하였다. 2023년에는 총 203개 기업 중 68개 기업(33.5%)이 외부 자금 수요가 있다고 응답하였으며, 이들의 평균 필요 자금 규모는 4억 2,549만 원으로 나타났다. 2024년에는 동일 표본 중 76개 기업(37.4%)이 외부 자금 수요를 응답하였고, 평균 필요 자금 규모는 2억 9,484만 원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에서는 「예술산업 금융지원 연구」의 일환으로 수행된 ‘예술기업 금융환경 조사’ 자료를 활용한다. 해당 조사는 예술기업의 자금조달 구조, 외부 자금 활용 경험, 정책금융에 대한 인식과 수요를 파악하기 위해 실시되었다. 조사 대상은 공연예술 및 미술(전시) 분야에서 2023년과 2024년에 매출 실적이 있는 민간 예술기업으로 한정하였으며, 재단법인, 공공기관, 협회 등은 제외하였다.
본 설문조사의 모집단은 「2024 예술산업 특수분류체계 시범조사 연구」에 따라 추출된 기업군으로 설정되었다. 해당 조사는 「문화예술진흥법」등 법적 근거에 따라 예술산업의 범위를 명확히 하고 있으며, 콘텐츠산업과의 배타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콘텐츠산업과의 경계가 모호할 수 있는 뮤지컬 등의 영역에 대해서는 해당 분류체계가 채택한 한국표준산업분류(KSIC) 코드를 최우선 기준으로 삼았다.
조사는 2025년 7월 8일부터 7월 28일까지 약 3주간 온라인 설문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며, 설문 문항은 사업체 일반 사항, 자금 수요, 융자 현황, 투자 현황, 기타 의견 등 다섯 가지 영역으로 구성되었다. 최종적으로 유효한 203개 기업의 응답 자료가 분석에 활용되었으며, 주요 결과 값은 <표 3>과 같다.
IV. 연구 결과
본 절에서는 예술산업의 자금조달 갭을 추정하기에 앞서, 예술기업의 전반적인 자금 수요 특성과 자금조달 구조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설문조사 결과 중 예술기업의 현재 자금조달 현황, 외부차입금(융자) 조달 경험 및 규모, 그리고 주요 자금조달 구조를 분석하였다.
조사 결과, 전체 예술기업 중 외부차입금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의 비중은 45.8%, 보유하지 않은 기업은 54.2%로 나타나 비차입 기업의 비중이 다소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다만 외부차입금 보유 여부는 주력 사업 분야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제작 및 유통 분야는 상대적으로 외부차입금 보유 비중이 높은 반면, 기획 및 시설 운영 분야에서는 외부차입금이 없는 기업 비중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부 자금 조달 경험을 살펴보면, 2023년 기준 전체 응답 기업 중 33.5%가 외부차입금(대출, 회사채, 사채 등)을 조달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2024년에는 그 비중이 37.4%로 소폭 증가하였다. 이러한 자금 수요는 주로 신규 투자보다는 인건비, 임대료와 같은 경상 운영비 확보에 집중된 경향을 보였다.
주목할 점은 외부 자금이 필요한 기업의 평균 필요 자금 규모와 실제 조달 금액 간에 일정 괴리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2023년의 경우 기업당 평균 필요 자금이 4억 2,549만 원이었던 반면, 실제 조달 금액은 3억 5,426만 원에 그쳐 평균 약 16.7%에 해당하는 금액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2024년 역시 평균 필요 자금 2억 9,484만 원 대비 실제 조달 금액은 2억 5,995만 원으로, 약 11.8%의 자금이 미조달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예술기업이 외부 자금 조달을 시도하더라도, 담보력 부족 등의 이유로 계획한 자금 수요를 완전히 충족시키지 못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편, 외부로부터 자금을 조달한 경험이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자금 조달 수단을 분석한 결과, 예술기업은 주로 금융기관(은행 또는 제2금융권) 융자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표 4> 참고). 2023년에는 평균적으로 조달 자금의 75.3%가 은행 또는 제2금융권을 통해 확보되었다. 2024년에는 금융기관을 통해 조달한 외부 자금은 조달금액의 68.3%로 전년 대비 약 7%p 감소하였으나 여전히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높은 금융기관 의존도에도 불구하고, 실제 대출 심사 과정에서는 상당한 제약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대출 거절의 주된 사유를 살펴보면, 2023년에는 ‘대출 한도 초과’ (50.0%)가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 나타났으며, 이어 ‘신용등급 미달’(41.7%)과 ‘담보 능력 부족’(25.0%) 순이다. 2024년 역시 ‘대출 한도 초과’(53.8%)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가운데, ‘담보 부족’(38.5%)과 ‘신용등급 미달’(38.5%)이 자금 조달의 주요 걸림돌로 작용하였다. 이는 예술기업이 보유한 무형자산의 가치가 기존 제도권 금융의 담보 및 신용평가 체계에서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예술기업의 거시적인 자금조달 갭을 추정하기 위해 우선 자금조달 과정에서의 실질적인 실패 비중(F)을 산출해야 한다. 설문조사 결과, 2023년과 2024년 모두 전체 응답 기업의 약 14.3%만이 금융기관 대출을 통해 실제 자금을 수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제도권 금융을 통한 자금조달 경험이 제한적임을 확인하였다.
<표 5>에서와 같이 자금조달 과정에서의 실패 유형을 살펴보면, 대출을 신청 후 금융기관으로부터 거절 당한 기업의 비중은 2023년 전체 응답 기업의 5.9%, 2024년에는 6.5%로 나타났다. 또한 외부 자금 수요는 있었으나, 심사 부담 등으로 신청 과정에서 중도에 포기한 기업은 2023년 6.9%, 2024년 5.9%이며, 거절 가능성을 우려하여 신청조차 하지 않은 기업의 비중은 2023년 2.0%, 2024년 3.0%로 나타났다.
자금 수요가 있다고 응답한 기업만을 기준으로 분석할 경우, 자금조달 실패의 비중은 더욱 두드러진다. 2023년 기준 자금 수요 기업의 44.1%가 융자(대출)를 통해 자금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2024년에도 그 비중은 40.8%에 달했다. 여기에 신청 금액의 일부만 조달한 ’부분적 실패’ 기업(2023년 14.7%, 2024년 17.1%)까지 고려하면 자금 부족을 겪는 기업의 폭은 더욱 넓어진다. 특히 일부만 대출받은 기업의 경우, 2023년에는 필요 자금의 평균 38.5%, 2024년에는 평균 42.3%만을 조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출 승인을 받더라도 필요 자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에서 자금 공급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연구 방법론의 식 (2)를 적용하여 자금조달에 실패한 기업 비중(F)을 최종 산출하였다(<표 6> 참고). 전액 거절 및 포기만을 실패로 간주한 [시나리오 1]에서는 2023년 18.7%, 2024년에는 20.2%로 추정되었으며, 부분적 실패를 포함한 [시나리오 2]에서는 2023년 21.7%, 2024년 23.9%로 산출되었다.
| 구분 | 자금조달이 필요한 예술 기업 비중 | 자금조달 신청 거절 | 중도 포기함 | 거절 당할 것 같아 신청하지 않음 | 일부만 대출받은 기업 | 자금조달에 실패한 기업 비중 | |
|---|---|---|---|---|---|---|---|
| 시나리오 1 | 시나리오 2 | ||||||
| 2023년 | 33.5% | 17.7% | 20.6% | 5.9% | 9.0% | 18.7% | 21.7% |
| 2024년 | 37.4% | 17.1% | 15.8% | 7.9% | 9.9% | 20.2% | 23.9% |
주: 시나리오 2는 일부만 대출받은 기업 비중(I)을 자금조달 실패에 포함하여 산정한 값임 (식 2의 F2).
자금조달 갭은 앞서 도출된 실패 비중에 예술 기업 수, 생존 가능한 기업 비중, 평균 필요 자금을 적용하여 추정하였으며, 결과 값은 <표 7>과 같다. 먼저 [시나리오 1] 기준에서, 활동기업 비율인 생존율 85.7%를 적용할 경우 2023년 예술산업의 자금조달 갭은 약 4,014억 원으로 추정되었다. 시장 상황을 보수적으로 가정하여 생존율을 30%와 50%로 낮출 경우, 갭 규모는 각각 1,405억 원, 2,342억 원으로 나타났다. 2024년 경우 동일 기준(생존율 85.7%)에서 약 3,159억 원의 자금 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었다.
| 년도 | 생존율 | 30% | 50% | 85.7% | 100% |
|---|---|---|---|---|---|
| 2023년 | 시나리오 1 | 1,405 | 2,342 | 4,014 | 4,684 |
| 시나리오 2 | 1,633 | 2,722 | 4,665 | 5,443 | |
| 2024년 | 시나리오 1 | 1,106 | 1,843 | 3,159 | 3,687 |
| 시나리오 2 | 1,308 | 2,180 | 3,737 | 4,361 |
[시나리오 2] 기준(부분적 실패 포함)을 적용할 경우, 생존율 85.7% 가정 시 2023년 자금조달 갭은 약 4,66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는 [시나리오 1] 대비 약 16.2% 증가한 수치이다. 2024년 역시 동일 기준에서 3,737억 원 자금조달 갭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는 예술산업 내에서 매년 최소 3천억 원에서 최대 4천억 원 이상의 구조적인 자금 초과 수요가 존재함을 의미한다.
본 절에서는 앞서 추정한 예술산업의 자금조달 갭을 인접 산업인 콘텐츠산업과 비교ㆍ분석함으로써, 예술산업의 자금조달 제약이 상대적으로 어느 정도 수준에 위치하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콘텐츠기업 금융환경조사」 결과를 활용하였으며, 비교의 정합성을 위해 동일한 연도(2023년, 2024년)와 동일한 산정 모형을 적용하였다.
먼저 자금조달 수요와 실패 양상을 비교하면, 예술산업은 콘텐츠산업에 비해 ‘자금 수요는 증가하고 있으나 조달 환경은 더욱 열악한’ 특징을 보인다. 금융권 자금조달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기업의 비중을 살펴보면, 2023년 기준 예술산업은 33.50%로 콘텐츠산업(31.17%)와 유사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특히 2024년에는 콘텐츠산업의 자금 수요가 26.38%로 감소한 반면, 예술산업은 37.44%로 오히려 증가하여 예술기업의 외부 자금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자금조달 실패 비중이다. [그림 1]과 같이, 보수적 기준인 [시나리오 1]을 적용할 경우 2023년 콘텐츠산업의 실패 비중은 4.82%에 불과했으나, 예술산업은 18.69%로 약 3배에 달하는 격차를 보였다. 부분적 실패를 포함한 [시나리오 2]에서도 예술산업의 실패 비중(21.72%)은 콘텐츠산업(10.24%)의 두 배를 상회하였다. 이는 예술기업이 제도권 금융 시장 진입 단계에서 겪는 진입 장벽이 콘텐츠기업 대비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당 평균 필요 자금 규모는 산업의 자본 집약도 차이로 인해 콘텐츠산업이 예술산업보다 높게 형성되었다. 2023년 기준 콘텐츠기업의 평균 필요 자금은 약 7.5억 원인 반면, 예술기업은 약 4.2억 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콘텐츠산업이 게임, 방송, 애니메이션 등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되는 프로젝트 중심인 반면, 예술산업은 상대적으로 소규모 자본으로 운영되는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예술산업과 콘텐츠산업의 자금조달 갭 총량을 시나리오별로 상세 비교한 결과(<표 8> 참고), 기업 수와 평균 자금 소요 규모가 큰 콘텐츠산업에서 절대적인 부족액은 더 크게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2023년 기준 [시나리오 1] 적용 시, 콘텐츠산업의 자금조달 갭은 약 1조 2,650억 원으로 추정된 반면, 예술산업은 약 4,014억 원으로 나타나 콘텐츠산업의 약 31.7% 수준을 보였다. 부분적 실패를 포함한 [시나리오 2]에서는 콘텐츠산업이 1조 9,876억 원, 예술산업이 4,665억 원으로 추계되어 그 격차가 약 4.2배로 벌어졌다. 2024년의 경우, 콘텐츠산업의 자금조달 갭은 자금 수요 증가와 맞물려 [시나리오 1] 기준 1조 6,348억 원, [시나리오 2] 기준 2조 3,407억 원으로 전년 대비 큰 폭으로 확대되었다. 반면 예술산업은 기업당 평균 필요 자금의 감소(4.2억→2.9억) 영향으로 갭 규모가 다소 축소되어 [시나리오 1] 기준 3,159억 원, [시나리오 2] 기준 3,737억 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절대적인 금액 측면에서 콘텐츠산업의 자금 부족 문제가 더욱 거대함을 보여주는 지표이다.
그러나 두 산업의 자금조달 갭 규모의 차이는 주로 콘텐츠산업의 기업 수와 평균 필요 자금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반면, 자금조달 실패 비중과 금융 접근성 측면에서는 예술산업의 제약이 상대적으로 심각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콘텐츠 기업은 평균 7~9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제작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낮은 실패율(4%~6%)에도 불구하고 총량적인 부족분이 크게 산출되는 구조다. 반면, 예술기업의 평균 필요 자금은 3~4억 원 수준으로 콘텐츠 기업의 절반 이하임에도 불구하고, 금융기관 문턱을 넘지 못하는 비율(실패율)이 20%를 상회하고 있다. 즉, 예술산업은 콘텐츠산업에 비해 기업당 필요 자금 규모가 작음에도 불구하고 자금조달 실패 비중이 높게 나타나, 제도권 금융 접근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음을 시사한다.
V. 결론
본 연구는 예술의 산업화가 이루어지는 시기 속에서 예술기업이 직면한 자금조달의 구조적 제약 요인을 분석하고, 시나리오 기반의 자금조달 갭 추정 이론을 활용하여 예술산업이 필요로 하는 자본 수요 규모를 실증적으로 산출하였다. 특히 정책금융 체계가 기 구축된 콘텐츠산업과의 비교 분석을 통해 예술산업 고유의 자금조달 환경과 정량적인 자본 수요 규모를 확인하였다.
주요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예술기업의 자금 수요 및 조달 현황을 분석한 결과, 기업들의 금융 접근성은 여전히 취약한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설문 분석 결과, 2024년 기준 예술기업의 약 37.4%만이 외부차입금을 조달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기업들은 평균적으로 필요 자금의 약 11.8%를 조달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담보력 부족과 낮은 신용도 등이 금융권을 통한 자금 조달의 주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예술기업의 주요 자산인 무형자산의 가치가 기존 제도권 금융의 담보 및 신용평가 체계에서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둘째, 예술산업의 자금조달 갭을 추정한 결과, 2024년 기준 예술산업이 필요로 하는 자본 규모와 실제 공급 간의 격차는 유의미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분석 모델은 대출 거절 및 신청 포기 기업을 대상으로 한 [시나리오 1]과, 필요 자금의 일부만 확보한 기업까지 확장한 [시나리오 2]로 설정하였으며, 기업의 생존율은 30%에서 85.7%로 가정하여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2024년 기준 [시나리오 1]은 약 1,106억 원에서 3,159억 원, [시나리오 2]는 1,308억 원에서 3,737억 원 규모의 자금 부족액이 발생한 것으로 산출되었다.
셋째, 콘텐츠산업과의 자금조달 갭 비교 분석을 통해 예술산업의 구조적 특성을 확인하였다. 절대적인 갭 규모는 콘텐츠산업(시나리오 1 기준 최대 약 1.6조 원)이 크지만, 자금조달 실패 비중은 예술산업(20.21~23.91%)이 콘텐츠산업(6.05~11.39%)보다 2~3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특히 예술기업의 평균 필요 자금 규모는 약 3억 원(‘24년 기준) 수준으로 콘텐츠 기업(약 9억 원)의 1/3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금융권을 통한 자금조달 실패율은 월등히 높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예술기업의 소규모 자금 수요조차 위험 대비 수익 가치가 낮게 평가되고 있다는 점을 의미하며, 예술기업이 금융지원의 범위에서 소외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음을 입증한다.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학술점 시사점을 가진다. 기존의 선행연구가 예술조직에 대한 보조금의 효과나 예술산업의 개념적 논의에 머물렀다면, 본 연구는 예술산업과 예술기업을 금융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구체적으로 이들이 필요로 하는 자본의 규모를 정량적으로 산출했다는 차별성이 있다. 이를 위해, 자금조달 갭 추정 방법론을 국내 예술산업의 특수성에 맞춰 적용함으로써, 향후 다양한 문화예술 세부 장르의 자금 수요를 산출할 수 있는 분석적 틀을 제공하였다. 이와 함께, 콘텐츠산업과의 비교를 통해 예술산업만의 독특한 자금조달 구조와 금융접근성의 차이를 검증하였다. 유사한 무형자산 구조를 가진 콘텐츠산업과의 비교를 진행하여 이론적으로만 제시되었던 예술산업만의 구조적 특성을 도출하였다.
본 연구의 정책적 시사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예술산업 금융 지원 정책의 당위성을 확보하였다는 점이다. 본 연구는 선행연구 및 정책 분석을 통해 현재의 국내 예술산업은 보조금 중심의 공공지원으로는 기업 자금수요를 충족하기에 한계가 있으며, 재원의 다각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점을 도출하였다. 일반적으로 일회성 형태의 보조금 지원에 비해 금융 지원은 한정된 예산으로 더 많은 기업에 레버리지 효과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성장 국면에 진입한 국내 예술산업의 자금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금융 지원 정책 도입이 효율적이라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둘째, 예술산업의 특수성을 반영한 맞춤형 금융 지원 체계 도입의 근거를 제시하였다는 점이다. 본 연구는 예술산업이 타 산업 대비 금융 접근성이 현저히 낮으며, 필요로 하는 자본의 규모가 작다는 고유한 특성을 검증하였다. 이는 기존의 대규모 산업 중심 금융 지원 방식에서 벗어나 소액 융자나 소액 보증과 같은 예술기업 맞춤형 금융 제도가 실질적인 해법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2026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시범 도입하는 예술산업 금융지원사업에 있어, 본 연구의 결과는 일시적 지원을 넘어 정책적 정당성을 부여하고 사업의 외연을 확장하기 위한 결정적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셋째, 정책금융 재원 규모 산정의 실증적 근거 활용이다. 본 연구는 예술산업이 필요로 하는 자본 규모를 연간 약 1,000~4,000억 원 규모로 산출하였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향후 정부의 예술금융 예산 편성 및 확대 규모를 결정하는 데 있어 객관적인 가이드라인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상의 분석 결과와 시사점을 종합해 볼 때, 예술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자금조달 갭의 보완이 필요하며, 그 수단으로서 금융지원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다만, 영세규모 및 무형자산 중심의 산업구조로 금융접근성이 낮은 예술산업의 특성으로 인해 정책금융 도입 시 점진적 도입이 요구되어진다. 특히, 예술분야 정책금융은 기존의 보조금 지원 체계와는 운영 원리가 상이하므로 현장의 수용성을 살피며 점진적으로 정책 범위를 확대하는 단계적 로드맵 수립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본 연구에서 규명된 예술기업의 낮은 금융 접근성을 근본적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유형자산 위주의 전통적 평가 방식에서 벗어나, 예술기업이 보유한 무형자산의 미래 가치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예술 특화 가치평가 체계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인프라 마련은 그간 시장에서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던 유망 예술기업에 대한 금융 접근성을 보장하고, 장기적으로 민간 자본이 예술산업으로 유입되는 결정적인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다.
본 연구는 예술산업이 필요로 하는 실질적인 자금 수요 규모를 최초로 추정했다는 점에서 정책적 의의가 크나, 다음과 같은 한계점도 지닌다. 첫째, 분석에 활용된 표본의 규모가 제한적이어서 연구 결과를 예술산업 전체로 일반화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 특히 비확률표본추출 및 이질적 데이터 결합에 따른 모집단 대표성과 추정 오차 가능성이 존재하며, 자기보고식 응답에 기인한 주관적 편의가 발생할 수 있다. 다만 203개 표본 확보와 복수 시나리오 적용을 통해 개별 응답의 편향성을 완화하고자 하였으며, 향후 객관적 재무 지표를 활용한 정교한 보완 연구가 요구된다. 둘째, 예술산업의 모든 장르를 포괄적으로 다루지 못하였다. 예술산업은 장르별로 비즈니스 모델이 상이함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에서는 공연예술과 미술 장르 중심의 분석이 이루어졌다. 셋째, 예술산업의 자금 수요를 파악하려는 첫 시도인 관계로 연도별 추이 분석이 불가능하였다. 특정 시점의 횡단면 자료에 의존함에 따라 경기 변동 및 산업환경 변화가 자금조달 갭과 어떠한 영향 관계가 있는지를 직접적으로 도출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기업당 평균 필요자금 규모와 같은 일부 항목은 실제 자금조달 여건의 개선보다는 표본의 구성 변화나 조사 시점의 경기 상황 등에 따른 단기적 변동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자금 수요의 동태적인 증가 또는 감소 추세를 단정하기에는 어렵다. 따라서 향후에는 정부에서 시행 예정 중인 「예술산업조사」의 모집단과 표본 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보다 체계적이고 심층적인 분석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예술산업의 장르별ㆍ기업 성장단계별 자금 수요의 편차를 보다 정교하게 분석하고, 지속적인 시계열 자료 축적을 통해 예술금융 정책의 실효성을 뒷받침하는 후속 논의가 이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