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한국 지역문화에서 지역 간 문화격차는 중요한 이슈로서, ‘지역적 환경에 의해 문화에 대한 접근과 이용이 제약되는 것’으로 정의되며 격차 해소를 위한 법제적 문제점 분석과 개선방안을 제안하는 등 다각도의 노력이 있어 왔다(김지민, 2025). 이러한 문화 격차 논의는 지역문화실태조사를 바탕으로 광역 및 기초지자체별 지역문화지수를 산출하여 전국의 전반적인 실태를 살펴보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왔다(한국문화관광연구원, 2025). 지역 간 문화 격차를 논의할 때 행정적·법적 지위나 인구 규모를 기준으로 특·광역시, 중·대도시, 중소도시, 군 등의 도시 유형을 고려하기도 한다(박태선·이미영·한우석, 2015). 그러나 실제로 공연예술의 경우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수요에 격차를 보이는 등(류희진·허식, 2018)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격차가 심각하다는 점, 그리고 종합지수 측면에서 수도권 지자체가 비수도권에 비해 확연히 높다는 점에 따라(한국문화관광연구원, 2025)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단절적으로 구분하는 거대 담론의 근거로 활용되어 왔다. 이에 지금까지 한국 문화분야의 현황을 이야기할 때, 지역 간 문화 격차에 주목하며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구분해 논의해 왔다(이재희, 2010).
이렇게 서울·경기·인천은 하나의 수도권 문화권으로, 경기도와 인천의 기초지자체들은 서울과 대비되는 ‘준주변부’라는 일반화된 지위를 부여받아 왔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주요 지역 지원 사업(예: 지역대표예술단체 육성 지원사업) 등의 대상이 주로 비수도권 지자체로 설정되는 경향과 함께, 경기도와 인천에 속한 수도권 지자체들은 거대 담론 속에서 서울과 인접한 비소외 지역으로 묶이거나, 정책적 수혜에서는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제외되는 이중의 사각지대에 놓였다. 수도권을 하나의 거대한 동질적 문화 권역으로 결속시키거나 ‘서울 대 나머지 수도권’이라는 이분법적 구도를 취해온 기존의 시각은, 수도권 내부 지자체들이 처한 미세한 위계와 예술 환경의 현황 차이를 포착하는 데 한계를 지닌다.
이에 ‘지역’을 서울을 제외한 경기·인천 및 비수도권을 통칭하는 개념으로 사용하는 등, 경기와 인천을 서울과 명확히 분리하여 다루거나(차민경·이정희·전주희, 2024), 경기도를 공간적 대상으로 하여 경기도 내 문화예술기반시설의 격차를 살펴본 시도도 존재한다(김광용·홍성우, 2021). 그러나 수도권 내부의 문화예술 실상은 단일한 격차 현상으로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다층적이다. 동일하게 ‘수도권’으로 분류됨에도 불구하고, 기초지자체마다 문화 인프라와 향유는 차이를 보인다(김경준, 2024). 이는 수도권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화예술에서의 다층적인 불균형이 그간 ‘수도권’이라는 거대한 외피 아래 숨어 있었음을 보여준다.
‘서울공화국’으로 표현될 만큼1)2) 서울의 지배적인 영향력 아래 놓인 수도권 내 지자체들이 단순히 서울 근처 지역으로 획일화된 것이 아니라 어떠한 예술환경을 형성하고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문화지수의 비교를 넘어, 자원의 투입에 따른 예술 창작과 이를 통한 유통으로 가치 전환, 그리고 최종적인 공간에서의 소비와 향유에 이르는 가치사슬 구조를 활용해 통합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이러한 동태적 접근을 통해서 수도권 내부에 은폐되어 있던 다층적인 예술환경의 모습을 세분화하는 시도를 해보고자 한다. 특히 수도권 예술환경이 불균형한 공간적 실체를 가지는지 진단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거시적 담론을 넘어, 수도권 기초지자체들이 가진 예술환경의 구조를 데이터에 기반하여 살펴보는 실증적 작업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본 연구는 수도권 범위 내에서 지자체들이 서울 중심의 예술 흐름에 대응하며 어떠한 차별화된 예술환경을 구축하고 있는지 실증적으로 진단하는 데 목적이 있다. 수도권 내 기초지자체별 예술환경은 창작, 유통, 소비의 흐름에서 어떠한 군집을 형성하며, 이는 수도권의 문화적 불균형을 어떻게 투영하는가? 이를 위해 수도권 기초지자체의 데이터를 군집 분석하여 서울을 정점으로 하는 위계 구조를 실증적으로 분석하고, 수도권 내부에서도 기초지자체들이 중심부와 대비하여 주변화하는 방식이 어떻게 비슷하고 또 다른지 그 양상을 살펴보고자 한다.
II. 이론적 배경
UNESCO에서는 문화를 전지구적 공공재로서 바라보며 문화 가치 사슬(cultural value chain)을 기반으로 한 문화 사이클(culture cycle) 개념을 활용하여 문화 영역을 바라보고 있다(UNESCO, 2022: 48). 문화 사이클 개념은 문화 통계를 위한 UNESCO Framework(2009: 20)에서 제시된 바 있는데, 문화 및 창조적 생태계를 구조화하고 설명하는데 특히 효과적인 방법으로서 UNESCO 및 문화정책 분야에서 활용해 오고 있다. 문화 사이클은 문화분야를 창작, 생산, 유통, 전시/수용/전승, 소비/참여가 유연한 네트워크로 이어져 있는 구조로 본다. 이 문화 사이클은 문화가 생성되어 전환하고, 소비되는 가치사슬의 전 과정을 포괄한다. 예술을 순환하는 생태계적 관점에서 본다면, 가치사슬을 따라 흐름을 판단해 볼 수 있다. Throsby(2001, 2010) 역시 예술 생태계가 예술인의 ‘창작’, 인프라 및 매개체를 통한 ‘유통’, 그리고 대중의 ‘소비 및 향유’가 유기적 선순환을 이룰 때 문화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가 극대화된다고 보았다.
그러나 메가폴리스 단위의 광역 공간 구조에서 개별 기초지자체가 창작-유통-소비의 전 과정을 완벽히 내재화한 '단일 완결형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바람직한 목표가 아닐 수 있다. 광역적 접근성이 높고 자원 집적도가 다른 수도권 환경에서는 각 지자체가 생태계의 특정 기능을 분담하는 ‘공간적 기능 분업(spatial division of labor)’ 현상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Florida(2002)의 창조도시론은 예술인 등 창조적 주체들의 집적을 설명하는 유용한 배경을 제공한다. 기술(technology), 인재(talent), 포용성(tolerance)이라는 3T 지표로 대변되는 창조적 토대(creative foundation)(Florida, 2002)는 지자체의 문화예술 예산 비중과 기반시설, 인적 자원의 결합으로 형성되어 예술인을 유입·정주시키는 ‘창작’ 단계의 핵심 기반으로 볼 수 있다. 창조적 인재의 일부 사례로서 예술인을 생각한다면, 지역의 성장과 혁신을 주도하는 창조적 계급(creative class)은 단순히 자발적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적 토대가 구축된 공간에 집적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만, 중심 대도시의 자발적 집적에 집중한 Florida의 논의와 달리, 현실에서는 핵심부로의 높은 접근성이 오히려 창작 주체들의 지역 내 정주를 방해할 수도 있다. 현실의 창작자들이 지역을 단기적 작업 공간이나 주거 배후지로만 소비하고 실질적인 생산과 소비 활동은 중심부에서 영위할 경우, 지역 예술환경은 ‘정주성 결여’라는 기능적 불균형에 직면한다.
따라서 주변부 예술환경의 상황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창조적 주체들의 유입과 정주를 붙잡아두는 ‘공간적 토대’가 존재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는 예술가들이 창작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핵심 요소이다. 기초지자체가 확보한 공공의 재정적 자원인 문화예술 예산 비중과 문화기반시설, 그리고 인적 자원이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생태계의 기초 체력을 형성할 수 있다.
나아가 창조적 토대가 구축되고 공공의 재정 투입이 예술 생태계의 실질적인 활성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투입되는 자원이 일시적인 소모가 아닌, 지속 가능한 형태로 전환되어야 한다. 문화는 단순한 취향이나 향유의 대상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 속에서 축적되고 재생산되는 문화자본(cultural capital)의 형태로 존재할 수 있다(Bourdieu, 1970). 문화자본은 지속적인 교양과 신체적 체득을 통한 체화된 자본, 문화재나 시설 등 물적 형태로 존재하는 객관화된 자본, 그리고 학위나 제도적 공인으로 나타나는 제도화된 자본으로 유형화 가능하다(정윤희, 2025; Bourdieu, 1986). 지자체의 재정 투입이 체화된 자본(예술인 육성 및 정주)이나 객관화된 자본(지속 가능한 창작 인프라)의 축적으로 치환되지 못할 경우, 유통을 통한 가치 창출 경로가 왜곡되어 예산이 환경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외부로 휘발되는 소진성 공백이 일어날 수 있다.
즉 개별 기초지자체의 완전한 자족성이 아니라, 수도권이라는 거대한 예술환경 속에서 각 지자체가 창작, 유통, 소비의 기능을 어떻게 분담하며, 그 과정에서 기능적 선순환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혹은 특정 단계의 결여나 공간적 분절이 발생하여 구조적 불균형이 일어났는지가 핵심이 된다.
공간 정치경제학적 관점에서 메가폴리스의 성장은 자원의 균등한 분배가 아닌, 위계적 재편을 통해 이루어진다. 중심부(core)가 주변부(periphery)의 가치와 자원을 흡수함으로써 우위를 유지하는 구조적 종속 관계를 설명하는 세계체제론(Wallerstein, 1974)과 국가는 거시적 경제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특정 핵심 지역을 성장 거점으로 집중 재구조화하며, 그 과정에서 주변부 도시들을 핵심부의 보조적 공간으로 재편한다는 논의(N. Brenner, 2004)는 수도권 예술 환경의 공간적 불균형을 설명하는데 유용한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중심부·준주변부·주변부 개념은 공간 단위 간의 지배-종속 관계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각 지역에서 부분들이 담당하는 기능적 역할(생산·공급·의존)과 자원 집적도의 위계적 차이를 설명하기 위한 방법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공간적 재편은 수도권 예술 영역에서 가시적으로 발현된다. 서울이 핵심부로서 고도의 문화 인프라와 자본을 기반으로 거대한 ‘문화적 블랙홀’ 또는 ‘서울공화국’으로 작동하는 모습을 보이는 반면, 경기도와 인천의 수도권 도시들은 서울에 창작 인력과 자원을 제공하는 배후로서 비대칭적 위계 관계에 놓여있을 수 있다. 2024 예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현 거주지와 예술활동을 주로 수행하는 지역’에 대해 서울 거주 예술인의 거주지 내 주 활동 비중이 94.24%였지만, 인천 거주자는 37.95%, 경기도 거주자는 40.49%가 서울에서 주로 예술활동을 수행하고 있었다. 이는 타 광역지자체 거주자들의 서울 주 활동 비중(5% 미만)보다 훨씬 높은 수치이다. 예술인실태조사의 결과 등을 고려해 보면, 서울과 수도권 도시들은 예술환경 측면에서 공간적 균형 또는 불균형 상황으로 묶여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관계적 위계가 존재한다면 최종적으로 발현될 지점이 바로 예술환경의 소비단계이다. 수도권 기초지자체 주민들의 문화 소비가 거주지 광역 내에서 이루어지지 않고 타 광역으로 향하는 ‘비거주지 문화향유 비중’은 중심부에 대한 문화소비 의존을 보여주는 지표로서 살펴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수도권의 서울 외 지자체들이 모두 동일한 양상의 창작, 유통, 소비 상황을 갖고 있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지역문화지수(한국문화관광연구원, 2025), 경기도 내 문화예술기반시설의 격차(김광용·홍성우, 2021), 수도권 내부 문화 인프라와 향유 장르, 빈도의 차이(김경준, 2024)는 지자체마다 창작, 유통, 소비 중 강점이 있거나 단절에 가까운 고리가 있고 그 양상이 다양할 가능성을 제시한다.
종합하면, 수도권 내부의 예술환경은 단순히 하나의 동질적인 권역이나 이분법적 구조로 설명될 수 없으며, 각 지자체가 처한 공간적 입지와 자원의 순환 구조에 따라 다층적인 위계를 형성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본 연구는 앞서 검토한 이론적 논의들을 데이터 기반의 실증 분석으로 연결하기 위해, 지역의 예술환경을 ‘창작-유통-소비’의 흐름 구조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이 프레임워크를 바탕으로, 기초지자체들이 수도권 안에서 어떠한 위치와 관계를 점하고 있는지를 규명하기 위해 다음의 연구질문을 제기한다.
수도권 내 66개 기초지자체는 예술환경의 창작(예산, 시설, 인력 등 창작기반)과 유통(예술활동), 소비(향유) 지표를 기준으로 어떠한 기능적 분업 및 분절을 보이는가?
수도권 예술 환경의 공간적 위계 구조는 어떻게 유형화되며, ‘주변부’로 유형화한 군집들의 불균등 형태는 어떤 양상을 나타내는가?
위와 같은 연구질문에 실증적으로 답하기 위해, 수도권 기초지자체들의 예술환경에서의 다층적 위계를 포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분석 변수를 설정하고, 정량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군집 분석을 수행하고자 한다.
III. 연구 방법
본 연구는 서울, 경기, 인천이 속한 수도권 메가폴리스 문화권의 예술 환경이 위계 구조를 가지는지를 실증하기 위해, 서울 25개 자치구, 경기도 31개 시·군, 인천 10개 구·군으로 구성된 수도권 내 66개 기초지자체의 제도, 생산기반, 소비 측면을 분석 대상으로 설정하였다. UNESCO(2009)는 문화예술생태계에서 공연예술과 시각예술을 생태계의 가장 핵심적인 문화영역으로 정의하고 있다. 본 연구는 예술을 중심으로 한 지역의 환경을 고려하고 있으므로, UNESCO(2009)의 정의에 따라 예술가와 전시, 공연 관련 데이터를 핵심 투입과 산출물로 간주한다. 연구 시점은 기초지자체별로 구분하여 수집 가능한 가장 최신 년도 자료의 기준년도가 2024년으로, 2024년을 기준으로 시점을 맞추어 수집하였다.3)
본 연구는 수도권 예술환경의 위계 구조가 존재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가치사슬의 분석틀을 활용해 예술환경을 구성하는 제도, 생산 기반, 생산물, 소비 등을 측정하여 비교하고자 한다. UNESCO의 문화가치사슬은 문화가치가 창출되어 소비되기까지의 과정을 투입과 창작, 생산, 유통, 소비 및 참여의 연속적인 단계로 설명한다. 본 연구에서는 이를 지역 예술환경 분석에 적합하도록 단순화하고, Throsby(2001, 2010)가 제시한 문화경제의 창작(creation)-유통(distribution)-소비(consumption)의 순환 구조를 적용해 분석하였다.
기초 지자체 예술환경에서 창작의 기반이 될 수 있는 요소로서 제도(지원금, 예산규모 등), 생산기반은 문화기반시설과 예술가의 규모, 창작이 생산적 활동으로 치환하여 사람들에게 전달되는지를 보여주는 유통의 과정으로서 예술가가 창출해낸 전시 및 공연, 사람들의 소비는 향유와 참여(문화향유 및 참여활동)로 측정한다.
유네스코의 문화가치사슬에서는 지원적 인프라로서 제도(정부의 예술 지원금, 규제, 조례)를 사슬을 지탱하는 기반으로 함께 고려하고 있다(UNESCO, 2024). 한국의 맥락에서 제도 및 정부의 보조금 지원은 예술의 창작과 유통, 소비 전반에 영향을 미치므로, 본 연구에서는 제도적 측면을 포함하였다.
본 연구는 특정 지역 내 및 지역 간에 예술환경 구조가 어떤지를 파악하는데 목적이 있다. 특히 정량적 비교를 위해서는 객관적으로 확보 가능한 데이터의 수집이 중요하다. 이에 따라 지역 문화생태계의 자원 구조, 운영 효율, 지역 결속력을 설명할 수 있는 핵심 변수를 선택하여 측정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창작, 유통, 소비에 해당하는 측정지표를 아래 <표 1>과 같이 설정하였다. 변수 추정을 위해 기초 단위까지의 정보 수집이 가능할 것, 타 데이터와 매칭할 것을 고려해 전국 단위에서 반복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자료를 우선으로 선택하였다.
자료 : 2023 경기도 사회조사. 2023 서울서베이. 2023 인천시 사회조사.
KOSIS 국가통계포털, https://kosis.kr/index/index.do (접속일: 2026.4.30.).
공공데이터포털,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예술활동증명 통계정보, https://www.data.go.kr/data/15037528/fileData.do (접속일: 2026.4.30.).
문화체육관광부(2024), 「2024 국민문화예술활동조사」.
문화체육관광부(2024), 「2024 전국 문화기반시설총람」.
서울아트가이드 색인, https://www.daljin.com/ (접속일: 2026.4.30.).
지방재정365 지방재정통합공개시스템, https://www.lofin365.go.kr/ (접속일: 2026.4.30.).
한국문화예술위원회(2025), 공연예술편람, 한국문화예술위원회(2025), 시각예술편람.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 https://jumin.mois.go.kr/ (접속일: 2026.4.30.).
각 기초지자체별로 인구 규모에 따른 자연적 차이가 발생하는 것을 고려해 인구수별로 나누어 예술인 규모와 문화기반시설 규모를 측정하였다. 지자체에서 투입한 총예산에 대해서는 연도별 국가 보조금 및 광역에서의 투입 등의 중복계상을 피하기 위해 해당 년도 문화분야 예산들의 활용이 다 반영된 기초의 세출예산을 기준으로 하여, 기초에서의 문화예술예산의 세출예산 비중을 활용하였다.
기초지자체들의 장르별 관람 현황에 대해서는 기초단위 장르별 관람정보를 제공하는 자료로서 사회조사를 활용하였다.4) 경기도와 인천의 경우 사회조사에서 격년(홀수년도)에 한 번씩 조사하고 있으나, 서울의 경우 서울서베이에서 매년 조사하고 있어 서울서베이를 사용하였다. 거주지 외의 문화향유 현황은 국민문화예술활동조사에서 제공하나, 광역 단위 정보 제공으로 부득이하게 기초단위 장르별 관람현황과 국민문화예술활동조사의 비거주지 광역시도의 문화향유 비중을 활용해 구분 및 매칭을 수행하였으며, 상세한 내용은 <표 2>와 같다. 큰 틀에서 시각예술과 공연예술을 묶어 분석하고자 음악과 무용, 전통예술공연과 연극을 공연예술, 미술전시회를 시각예술로 간주하여 묶어 계산하였다. 전통예술에는 마당극을 포함한 전통연희와 전통기악을 포함하므로, 모두 합하여 공연예술로 반영하였다.
| 서울서베이 | 사회조사 | 국민문화예술활동조사 | 구분 |
|---|---|---|---|
| 음악, 무용 | 음악 연주회 | 서양음악 | 공연예술 |
| 무용 | 무용 | ||
| 전통예술공연 연극 | 연극, 마당극, 뮤지컬 | 연극 | |
| 전통예술 | |||
| 뮤지컬 | |||
| 미술 | 미술관(전시회) | 미술전시회 | 시각예술 |
수도권 예술환경의 위계를 측정하기 위해 향유지의 문화향유비중보다 ‘거주하지 않는 광역시도’에서의 활동으로 표현된 비거주지 문화향유 비중을 활용한다.5)
이에 따라 도출한 기초지자체별 5개 지표는 <표 3>의 내용과 같은 특성을 보인다. 비거주지 문화향유비중은 %로 계산하여 그 값이 크고, 예술인규모와 예술가 1인당 전시 및 공연 규모는 주민등록인구수로 나눈 값이어서 그 절대값이 작게 나타난다.
지표값들의 기준과 규모에 차이가 있으므로, 비교를 위해 각 값에 자연로그를 취한 후 기초지자체별 5개 지표에 대해 표준편차 1, 평균 0을 가지는 Z값으로 표준화한다. 표준화값 Z는 아래 식에 따라 도출한다.
(χ=해당 지자체의 ln값, μ=전체 지자체들의 ln값의 평균, σ=전체 지자체들의 ln값의 표준편차)
관찰값들 중 2개의 지표에 대해 매우 큰 숫자를 보이는 하나의 값이 있어, 그 기초지자체의 값을 아웃라이어로 간주하여 제외하고 나머지 값들에 대해 표준화를 수행하였다.6)
표준화 값 Z를 활용해 STATA에서 군집분석(cluster analysis)을 수행하여 어떠한 군집으로 묶이는지를 분석 후 그 결과에 대한 해석을 수행한다. 군집분석은 유클리드 거리를 활용해 측정하며, 군집의 알고리즘은 Ward’s, 덴드로그램을 통한 계층적 군집분석을 통해 최적의 군집수를 도출하고 그에 따른 군집들이 측정 지표들에 대해 어떤 값을 가지는지를 살펴보고 군집들의 특성을 유형화하고 해석하였다.
IV. 수도권 내부 다층적 주변성의 유형화와 실증 분석
군집분석 결과, [그림 1]과 같이 5개 군집으로 구분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것으로 나타났다.
군집 분석을 통해 도출된 5개 군집의 평균 수치는 <표 4>와 같다.
5개 군집은 [그림 2]의 군집별 레이더차트에서 드러나듯 문화예술 분야 투입, 전환, 산출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이는데, 특히 군집 1,2,3과 군집 4,5는 [그림 1]의 덴드로그램에서도 초기에 분화한 만큼 서로 다른 양상을 가진 층위에 속한 군집이다. 분석 결과 서울의 자치구들은 군집 4,5에 집중 분포하였으며, 경기도 및 인천의 기초지자체들은 군집 1,2,3에 군집되어 있었다. 이는 행정구역이 예술 환경의 공간구역과 거의 일치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군집분석을 통해 도출된 5개 군집의 평균 Z값을 기반으로 각 군집의 예술환경의 구조적 특징을 분석한 결과, 군집 1,2는 주변부, 군집 3,5는 준주변부, 군집 4는 중심부로 분류할 수 있다. 각 군집별 세부 특성은 다음과 같다.
군집 1과 2는 자본, 인프라, 인력이 모두 부족하여 문화 소비가 유출되거나, 구조적으로 소외되는 전형적인 주변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군집 1은 문화예술인 규모와 문화예산 비중이 전체 군집 중 가장 최하위 수준을 기록하고 있으며, 동시에 비거주지 문화향유 비율은 매우 높게 나타난다. 이 군집은 기초적인 재정 투입과 인적 자산이 상대적으로 모두 부족한 상태이다. 동시에 소비가 외부로 유출되는 ‘문화기반과 재정취약의 사각지대’의 상황이다.
군집 2는 군집 1에 비해 문화예산(+0.093)은 수도권 내에서 평균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문화기반시설 규모와 예술가 1인당 전시·공연 활동 수가 상대적으로 적고, 비거주지 문화향유 비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재정적 투입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기반시설 부족과 창작환경 미비로 예술가가 정주하지 못하고, 유출되는 문화 소비를 방어하지 못하는 ‘소비유출적 소외’ 상황으로 볼 수 있다.
군집 3,5는 군집 1,2에 비해 중심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각 군집별로 예술인 규모와 생산성 측면에서 보면 다른 모습을 보인다. 세계체제론에서 준주변부는 중심부에 핵심 자원(노동력)을 공급하면서도 자체적인 자본 축적력은 낮은 지역을 의미한다.
군집 5는 예술인 집적(+0.751) 대비 인프라(−0.239)와 예산(−0.233)이 낮은 수치를 보이며, 서울에 위치한 군집 5 기초지자체들의 비거주지 광역시도 문화향유 유출비중이 낮으므로 해당 광역 지역 내 소비가 주로 이루어지고 있는 보습을 보인다. 이를 고려하면, 인적 자원을 보유하여 창작 노동력을 공급하는 ‘생산요소 제공형 준주변부’ 와 유사한 상황으로 고려하는 것이 적합할 것으로 판단된다.
군집 3은 ‘공공 예산(+1.141)’이라는 정책적 자본을 대거 투입하여 지역 내 활동의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는 지역이다. 재정이 정작 창작자의 유입이나 지역 내 민간 문화시설 확충 등 실질적인 자본 축적으로 연계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으로 정주하는 예술가 규모와 문화기반시설 규모는 작지만, 예술가 1인당 전시공연 규모가 타 군집보다 커, 공공 예산이 행사나 행정 중심 지원으로 연결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공공재정 투입형 준주변부’로 볼 수 있다.
군집 4는 문화기반시설 규모(+2.905), 예술가 1인당 전시공연 규모(+1.828), 예술인 규모(+1.850) 등 모든 자본 지표가 가장 높아, 예술가들이 창작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공간(기반)과 소비 거점으로서 수도권 전체의 문화 생산과 소비, 자본 흐름을 이끄는 독점적 중심부로 기능하고 있다.
<표 5>에 제시한 표준화 Z값을 통한 군집분석의 특성을 종합해 보면, 수도권 기초지자체들이 마주한 예술 창작과 소비의 불균형은 단일한 현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군집 4는 중심부로서 문화 자본과 인프라가 집중되어 있는 특성을 보이며, 준주변부 중 서울에 위치한 군집 5는 ‘민간·자연발생적 인적 자원 중심의 준주변부’, 경기와 인천에 위치한 군집 3은 ‘공공·행정 주도의 재정 투입형 준주변부’로서 다양한 형태의 준주변부가 존재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다.
반면, 경기도와 인천의 군집 1,3은 예술 소비를 위해 유출하는 비중이 높은 구조적 한계 속에서도 다른 양상을 보인다. 특히 군집 1은 낮은 문화 기반과 낮은 재정투입에서 오는 유출, 군집 2는 재정투입은 있으나 높은 타 광역시도로의 예술소비에 따른 소비형 유출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며 각기 다른 주변부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수도권의 예술 생태에서 인천과 경기도가 전국 대비 준주변부로 묶이기에는 서로 다른 메커니즘을 통해 서울 도심을 정점으로 하는 3단계 위계 구조 아래 비대칭적으로 주변화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앞서 여러 지표에서 가장 높은 값을 보여 아웃라이어로 처리하였던 서울시 종로구의 경우, 예술인 규모와 문화기반시설 규모, 예술가 1인당 전시공연 규모가 다른 지자체들 대비 3배 이상의 수준으로 집적해 있어 수도권 예술환경에서 압도적인 중심지로 기능할 것으로 추측된다. 전반적 상황으로 미루어 볼 때 수도권 전역에서의 예술소비가 이 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본 연구의 군집화 결과는 수도권 기초지자체의 예술환경이 중심부로의 기능적 종속에 가까운 ‘파편화된 생산 구조’로 재편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수도권 기초지자체의 예술환경이 중심-주변부(Wallerstein, 1974)의 전형적인 공간적 종속 구조를 따르고 있을 가능성을 실증적으로 분석하였다. 종로구 및 군집 4(서울 강남, 마포 등)는 창작, 유통, 소비 전반에 걸쳐 고도의 인프라와 인력을 보유하고 수도권 예술생태의 중심부(core)로 기능하고 있다. 경기도와 인천에 거주하는 예술가들의 50%가량이 서울에서 주로 예술활동을 하고 있는 현실(2024년 예술인실태조사 분석 결과)을 고려했을 때, 다수의 경기·인천 지자체와 서울 외곽 지역으로 구성된 주변부 및 준주변부 군집들은 상대적으로 지역 내 생산 및 유통이 활성화되지 않은 채 타 광역지역의 소비시장을 뒷받침하거나 특정 생산 요소를 파편적으로 공급하는 중심부의 상대적 하위 주체로서의 기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메트로폴리스 단위의 공간적 기능 분업이 평등한 상호보완 관계가 아닌, 생산 권력의 위계적 격차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Brenner, 2004). 이러한 공간의 위계적 재구조화 현상은 기초지자체 단위의 단순한 ‘자원 부족’ 문제를 넘어, 수도권 예술생산 및 향유 체계가 중심부 주도형으로 고착화(lock-in)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서울의 자치구가 다수 포함된 군집 5에서 뚜렷하게 관찰되는 예술인 집적과 유통 인프라 간의 불일치 현상은, 기존 창조도시론(Florida, 2002)의 규범적 전제에 대한 중요한 실증적 반례를 제공한다. 예술가를 창조 계급으로 본다면, 예술가는 인프라, 재정뿐만 아니라 그들이 머물 수 있는 특유의 사회·문화적 환경인 ‘창조적 토대’가 갖춰진 곳에 집적한다(Florida, 2002). 그러나 본 연구의 분석 결과는 창작자 집단의 물리적 편중이 곧바로 유통과 소비의 선순환으로 이어지지 않음을 보여준다. 즉, 예술인 자원의 풍부함이 곧 지역 예술환경의 자족성으로 환원되는 것은 아니며, 창조적 주체의 존재와 이들을 수용·매개할 인프라 간의 구조적인 공간적 불일치(spatial mismatch)가 발생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러한 예술인의 편중적 집적과 기능적 불일치가 단순히 서울 대(對) 경기·인천과 같이 거시적이고 광역적인 구도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고도의 유통 및 매개 인프라를 갖춘 극소수의 핵심 중심부(종로구 및 군집 4)와, 예술 인력의 상주 비율은 높으나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결여된 준주변부(군집 5)의 구분은 서울 내부에서도 나타났다. 이는 문화 자원의 공간적 위계가 광역 단위의 중심-주변 구조를 형성할 뿐만 아니라, 거대 중심부로 여겨지는 서울이라는 단일 행정구역 안에서도 ‘창작의 기반이 되는 상주’ 기능과 ‘유통으로서의 예술활동’ 기능이 분리되는 다층적인 분화 과정을 겪고 있음을 시사한다. 결과적으로 생태계를 이루는 환경의 공간적 불균형은 광역과 기초 단위 모두에서 나타날 수 있는 현상으로 보인다.
재정 투입 지표가 높게 나타난 경기·인천의 지자체가 포함된 군집 3 등에서 비거주지 문화향유 비중(소비의 타 광역 유출)이 높게 나타나는 현상은 지방정부 문화재정 투입의 한계점을 보여준다. 부르디외의 관점에 따르면 재정 투입이 예술인 인력의 유입을 통해 문화자본이 체화되거나 문화 인프라 확충으로 문화자본이 객관화되어 전환된다(Bourdieu, 1970). 그러나 군집 3의 예술인 규모는 낮고 지역에서의 공연 및 전시 활동 역시 정체되어 있다. 공공 재정의 투입이 예술생산 기반의 강화나 지역 주민의 예술소비 및 향유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지만, 이러한 상황은 재정 투입이 지역 사회 내에서 지속가능한 문화자본(Bourdieu, 1986)으로 변환되지 못하고 외부로 휘발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괴리는 주변부 지자체의 문화예술 예산이 지역의 예술분야 체력을 기르는 체화된 자본(예술인 육성 및 역량 강화)이나 객관화된 자본(지속가능한 유통 생태계 구축)으로 구조화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대신 단기적인 소모성 행사나 하드웨어 건립 위주의 '예산 소진형' 행정에 머물러 있을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공공 재정의 양적 확대가 지역 내 민간 유통 시장 및 향유 기반으로 수용·선순환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적 지체(time lag)와 구조적 장벽이 존재함을 의미한다. 결론적으로 예산 규모의 양적 확충만으로는 주변부의 공간적 종속성 탈피는 어려우며, 투입된 자본이 지역 예술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자본화 경로의 질적 재편이 요구된다.
V. 결론
본 연구는 기존의 거대 담론이 수도권을 단일한 동질적 권역으로 상정함에 따라, 내부 지자체들이 처한 미세한 위계와 현황 차이를 포착하지 못했던 ‘인식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려는 자각에서 출발해, 수도권 내 기초지자체의 다층적 예술환경을 ‘창작-유통-소비’의 가치사슬 구조로 재구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도권 내 기초지자체들의 실태를 실증적으로 진단하고자 하였다.
분석 결과, 수도권 66개 기초지자체의 예술환경은 중심부와 준주변부, 주변부로 이어지는 다층적 위계 구조로 편재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음을 알 수 있었다. 종로와 강남, 마포 등이 고도의 인프라와 인적 자본을 바탕으로 수도권 예술환경의 중심으로 자리잡고, 서울의 타 지자체와 인천, 경기의 기초지자체들은 수도권 메트로폴리스의 공간적 기능 분업 체계 속 하위 주체로 편입되어 각기 다른 방식의 주변화를 보이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수도권 예술환경에서 나타나는 불균형한 구조 특성을 다음의 세 가지 측면에서 확인하였다.
첫째, 예술생산 체계의 파편화와 이에 따른 공간적 위계의 형성이다. 종로구 및 강남, 마포 등은 창작, 유통, 소비 전반에 걸쳐 고도의 인프라와 인력을 보유하고 수도권 예술생태의 중심부로 기능하고 있는 반면 다수의 경기·인천 지자체와 서울 지역들은 특정 생산 요소를 파편적으로 공급하는 중심부의 상대적 하위 주체로 편입되어 있다.
둘째, 예술인과 문화기반의 공간적 집중 및 불일치 현상이다. 창작자인 예술가들의 거주 비중이 높은 지역과 이들의 활동을 실질적으로 매개하는 유통 인프라의 집적지가 일치하지 않는 모습이 서울 내부뿐 아니라 수도권 전역에서 관찰되었다. 이는 인적 자원의 물리적 집적이 지역의 자생적 예술 활성화로 연결되지는 않음을 보여준다.
셋째, 문화재정 투입과 실질적 문화자족성 간의 괴리이다. 상대적으로 많은 규모의 공공재정 투입이 있어도, 해당 지역을 포함하는 광역에서의 문화소비나 유통의 활성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타 광역에서 예술 소비가 이루어지는 한계를 발견하였다. 양적 투입만으로는 문화자본 형성에 어려움이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진단에 근거하여, 기존 지역 문화정책의 목표와 접근 방식은 자못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광역뿐 아니라 기초지자체가 창작부터 소비까지 전 과정에 대한 독립적이고 완결된 생태계의 구성을 지향했던 전제에서 벗어나 현실에서 작동하는 수도권의 중심부-주변부 간의 위계적 질서와 기능적 분업 상태를 직시하고, 개별 지자체가 처한 군집의 특성에 입각하여 장단점을 파악하고 구체적인 발전 과제를 도출해 실행할 필요가 있다.
예술인 상주 비율이 높은 준주변부의 경우 대규모 하드웨어 건립을 1순위에 두기보다는 창작과 여러 규모의 유통을 연결하는 매개 공간 및 네트워크 구축이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지역 내 예술가들이 상주하며 창작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소규모 분산형 창작 거점을 확충하는 것도 좋겠다. 반면, 규모있는 재정 투입이 이루어지는 지역은 단년도 행사 및 지원, 일회성 창작 지원금 위주의 단기적 처방보다는, 장기 창작지원이나 레지던시를 지원하는 등 예술가들이 지역사회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뿌리내릴 수 있는 환경을 전략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또한 민간 문화 공간의 장기 임대 지원이나 지역 민간 단체와의 매칭 펀드 등 공공 재정이 실질적인 민간 자생력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예산 집행 체계를 개편하여 시민들의 체화된 문화역량 축적을 고순위에 두고 정책방향성을 설정할 수 있다. 광역 차원에서는 개별 기초지자체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도록 생산-유통-소비 거점 간 역할 분담 및 강화를 위한 거버넌스 체계 구축을 지원할 수 있다.
이러한 논의는 그간 예술 정책에 내재화되어 있던 ‘수도권-비수도권’ 구분 담론이 실제 환경의 내부 위계보다는 추상적일 수 있다는 점과, 기초지자체 단위에서 작동하는 예술환경의 미시적, 구조적 불균형을 실증 데이터를 통해 분석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또한 본 연구는 기초지자체 단위의 예술환경 분석을 통해 수도권 예술환경의 체계적 진단을 위한 개략적인 지형도를 제시하였으며, 향후 각 지자체가 처한 생태적 위치에 기반한 맞춤형 문화 정책을 수립하는 데 참조할 수 있는 기초자료를 제공하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그럼에도 본 연구는 몇 가지 한계를 지니고 있다. 첫째, 본 연구가 활용한 군집분석 모델은 지자체의 정량적 데이터에 기반하고 있어, 실제 현장에서 발생하는 예술가들의 미시적 활동이나 정책 집행 과정의 돌발적인 변수들을 모두 담아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데이터만으로는 지자체의 복잡한 생태적 역동성을 완전히 대변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지표로 사용한 비거주지 문화향유 비중은 외부 문화소비의 의존성을 보여줄 수 있는 단면에 가까우므로, 군집분석의 결과를 공간적 종속, 중심부 주도형 고착화 등으로 엄격하게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둘째, 본 연구는 수도권 내부의 위계 구조를 조망하는 데 초점을 둠으로써, 지자체 간의 실시간 상호작용이나 문화 자본의 구체적인 유출입 경로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살펴보지 않았다. 따라서 본 연구가 제시한 지형도는 향후 개별 지자체의 사례 연구나 동태적 네트워크 분석을 통해 보완될 필요가 있다. 셋째, 본 연구는 생산과 소비의 구조적 측면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지역 예술가들의 삶과 예술적 지향성에 대한 질적 논의는 충분히 다루지 못하였다.
이러한 한계를 고려해 향후 후속 연구에서는 지자체 간의 구체적인 상호작용이나, 지역에서의 예술가 활동에 집중하여 준주변부, 주변부 군집 간 동태적 네트워크 미시적 차별성 등을 다각도로 추적해 볼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