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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문화거버넌스 활성화에 있어 관계적 지역문화자원의 역할: 서울시 자치구 문화 분권형 사업참여자 인식조사를 바탕으로

나보리1, 성연주2,
Bori Na1, Yun Joo Sung2,
Author Information & Copyright
1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정보지식정책연구소 연구원/주저자
2서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 객원연구원/교신저자
1Researcher, Seoul National University GSPA, Research Institute for Information, Knowledge and Policy
2Visiting Researcher, ISDPR
Corresponding Author : Visiting Researcher, ISDPR, E-mail: euniceseong@gmail.com

* 이 연구는 서울문화재단의 ‘자치분권형 서울 지역문화 활성화 전략 수립 연구’ 과정에서 수행한 서울문화재단 자치구 분권형 사업참여자 인식조사 자료를 활용했습니다. 도움을 주신 서울문화재단 관계자께 감사드립니다.

© Copyright 2022 Institute for Buddhist Studies. This is an Open-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4.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Received: Jun 08, 2022; Revised: Jul 21, 2022; Accepted: Aug 16, 2022

Published Online: Aug 31, 2022

국문초록

본 연구는 관계적 지역문화자원이 지역문화 거버넌스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다. 관계적 지역문화자원이란 예술가, 행정가, 지역주민 등 지역 현장의 주체, 그리고 이들 사이에서 형성되는 다양한 관계망을 의미한다. 전통적으로 지역문화자원은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차원을 의미하였지만, 최근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한 주체 발굴 및 양성이 주요 과제로 제시되며, 인적자원의 중요성이 제고되고 있다. 본 연구는 관계적 지역문화자원을 예술가 및 예술단체, 전문가, 주민, 시민사회, 지역문화재단의 5개 그룹으로 설정하고, 이 자원의 구축 정도가 지역문화 거버넌스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다. 분석에는 서울시의 자치구 분권형 사업참여자 인식조사 자료를 활용하였다. 지역문화 거버넌스 활성화 수준을 조직 구조 및 체계, 공동의 목표, 참여 및 커뮤니케이션, 지식 및 역량의 4개 차원으로 구분해 분석한 결과, 지역문화재단이 모든 차원에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예술가 및 예술단체의 영향력도 일부 확인되었고, 주민은 참여 및 커뮤니케이션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 이를 통해 본 연구는 지역문화재단 설립 및 사업 활성화가 지역 현장의 제도적 기반을 조성하는 데 가장 기여할 가능성이 있음을 확인하였다.

Abstract

This study analyzed the effect of relational local cultural resources on vitalizing local cultural governance. Such resources refer to the subjects of local sites such as artists, administrators, residents, and various networks of relationships formed between them. Traditionally, local cultural resources have meant hardware and software, but the importance of human resources has recently been enhanced as the main task of finding and fostering subjects to vitalize local culture. This study set the aforementioned resources into five groups: artists and art organizations, experts, residents, civil society, and local cultural foundations. The effect of these resources on vitalizing local cultural governance was analyzed. Data on the survey of participants in Seoul decentralization projects were used. Analysis of the level of vitalization of local cultural governance into four dimensions (organizational structure and system, common goal, participation and communication, knowledge and competency) revealed that the local cultural foundation had a significant effect at all levels. The influence of artists and art organizations was also partially revealed, and residents had a significant influence on participation and communication. It was revealed that the establishment of a local cultural foundation and boosting business would contribute to the creation of an institutional foundation for local sites.

Keywords: 문화거버넌스; 지역문화자원; 지역문화재단; 생태계
Keywords: cultural governance; local cultural resources; local cultural foundation; cultural ecosystem

Ⅰ. 서론

최근 전국적으로 확산된 지역문화재단의 설립은, 재단 중심의 지역문화 생태계 조성을 중요한 과제로 하는 지역문화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가져왔다. 지역문화 생태계란 “공통의 역사적·문화적 정체성을 기반으로 한, 지역이라는 시간과 공간에서 특정한 가치체계와 참여주체의 활동, 네트워크와 협력체계 등으로 구성되는 유형·무형의 문화적 활동이 이루어지는 방식과 관계”를 말한다(서울문화재단, 2020: 57). 「지역문화진흥법」 제정 이전의 지역문화정책이 도시의 문화적 정체성 및 특화된 콘텐츠 개발에 노력을 기울였다면(서우석·조광호, 2019: 147-152), 법 제정 이후의 지역문화정책은 ‘모든 도시는 특별하다’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생태계 관점의 접근을 지향하고 있다(문화체육관광부, 2021).

여기서 지역문화 생태계 논의는 지역문화 거버넌스 담론으로 수렴된다. 지역문화 거버넌스란 “공공(지방정부), 민간(시민사회·예술가), 중간지원조직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여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해 협력하는 조직 구조”를 의미한다(성연주, 2021: 3). 지역문화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관계성 형성을 위한 조직 구조를 설계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하기에 대부분 지역문화재단에서는 거버넌스 조성에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도시사업 또한 거버넌스, 시민운영단, 협의체 등을 통해 생태계 내의 관계성을 형성하기 위한 노력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 그 예이다(조광호, 2016a).

본 연구는 이처럼 거버넌스를 통한 생태계 조성이 중요한 상황에서, 지역문화 거버넌스 구축에 필요한 지역문화자원을 분석하고, 거버넌스를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적 방향을 모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역문화 거버넌스 구축에 필요한 생태계 구성요소로는 민간 및 공공의 주체, 지역문화 관련 법·제도, 지역문화 콘텐츠 및 프로젝트, 시설·공간 등 하드웨어-소프트웨어-휴먼웨어를 아우르는 다양한 구성요소가 모두 포함된다(서울문화재단, 2020; 문화체육관광부, 2021). 그러나 지자체 및 지역문화재단의 자원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흔히 이미 구축된 지역문화자원 또는 필요도가 높은 자원에 집중해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경우가 많다. 과거에는 공간·시설 등의 하드웨어 인프라를 주요 자원으로 인식한 반면, 최근에는 소프트웨어 및 휴먼웨어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조광호, 2016b).

한편, 예술가, 활동가, 기획자, 주민, 공무원 등 여러 주체간 역동성에 주목하는 ‘관계적 접근’은 물리적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 적합한 대안적 거버넌스 전략의 하나로 여겨졌다. 유형의 지역문화자원 대비 관계적 지역문화자원의 구축은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이루기 쉬운 대안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손채원, 2019). 이에 따라, 지역문화 거버넌스에 참여할 사람을 먼저 모집한 후 이들을 중심으로 지역 공간·시설·축제의 운영 전략을 수립하는 사업 방식이 보편화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본 연구는 상술한 연구 질문의 범위를 ‘관계적 지역문화자원’으로 한정하여, 관계적 지역문화자원의 구축에 따른 지역문화 거버넌스 활성화 수준을 분석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서울문화재단의 자치구 분권형 지원사업 참여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자료를 분석에 활용하였다. 2장에서는 지역문화자원과 지역문화 거버넌스의 관계에 관한 선행연구를 살펴보고, 3장에서는 분석 자료 및 방법을 소개하였다. 이어 4장에서 관계적 지역문화자원에 대한 사업참여자의 인식을 통해 지역문화 거버넌스 및 생태계 구축에 핵심적인 관계적 지역문화자원을 규명하고, 마지막으로 결론에서 이를 통한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II. 선행연구 및 이론 검토

1. 지역문화 거버넌스와 지역문화 생태계 구축
1) 지역문화 거버넌스와 생태계적 접근

지역문화정책은 초기 하향식(top-down) 관점에서 정책을 추진하였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정책 참여자의 의견과 직접 참여를 권장하는 상향식(bottom-up) 관점의 체계로 전환되어갔다. 이 과정에서 지역문화에 대한 생태계적 접근이 중요한 관점의 하나로 제시되었다. 여기서 말하는 ‘생태계적 접근’이란 정체성, 시공간, 주체, 법제도 등 다양한 요소들이 연결된 다층적 체계로 지역문화를 바라보는 것을 말한다.1)

주지하였듯이, 1990년대 지역문화정책은 ‘문화의 민주화’의 기치 아래 문화원, 문화예술회관, 문화의 집 등 표준화된 문화예술 공간 및 시설을 전국에 보급하는 하향식 추진체계로 이루어졌다(이원태, 1995). 중앙정부의 집중된 관리 하에 동일한 형태의 공간에서 지역 고유성과 관계없이 순회사업 등의 획일화된 프로그램이 운영되었고, 지역 개별 생태계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투여되지 못했다(양혜원, 2015). 이와 대조되는 상향식 추진체계를 처음 논의하게 된 계기는 2001년 ‘지역문화의 해’ 행사이다. 이 행사를 통해 지역 예술가 및 예술단체의 활동을 조명하고(부천문화재단, 2020), 그들이 생산하는 지역 특성화된 콘텐츠의 가치를 인식하게 되면서 지역문화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노력이 시작되었다(류정아, 2009).

2010년 전후로 상향식 관점의 중요성이 지역문화정책 담론 안에서 처음 제기되었으나, 실제 정책 및 사업이 처음부터 이런 방향으로 추진된 것은 아니다. 담론에 대응하는 정책적 추진력이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4년 「지역문화진흥법」 제정 이후 본격적으로 상향식 관점의 정책이 추진되게 된다. 그렇다면 지역문화정책의 상향식 관점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그리고 상향식 정책 추진을 통해 조성하고자 하는 지역문화 생태계의 모습은 무엇인가?

첫째, 상향식 추진체계는 지역문화 네트워킹 강화 및 다양한 참여자들 사이의 소통기반 구축을 목표로 하였다(류정아, 2012). 2010년대 초반 발간된 지역문화정책 문서에서 처음 단서를 찾을 수 있는 네트워킹과 소통은 법 제정 이후 문화도시사업을 통해 구체화되었다. 예를 들어, 2018년 시작된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도시사업은 다양한 민-민 또는 민-관 소통 채널을 형성하는 시민 중심 협의체 조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중앙 및 광역의 문화행정기관은 분권형 지역문화사업을 확대하여 하위기관 및 민간 거버넌스의 정책 참여 영역을 확대하였다(서울문화재단, 2021). 대표적으로 서울문화재단의 분권형 사업은 지역문화사업뿐만 아니라, 예술창작 및 예술교육 영역까지 지역문화재단이 거점이 되는 네트워킹의 형태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둘째, 하드웨어·소프트웨어·휴먼웨어를 종합적으로 접근하는 생태계적 관점을 의미한다. 문화도시사업은 장소-콘텐츠-인력 통합 지원을 통해 문화를 통한 지역발전 계획 전반을 장기적 관점에서 추진하며(문화체육관광부, 2021), 지역문화 생태계 우수사례로 언급되는 공유성북원탁회의는 문화적 도시재생을 통한 공간 조성 및 여기에 연계된 인적자원을 결합하여 종합적인 생태계를 구현하고 있었다(안지언·김보름, 2018).

셋째, 상향식 추진체계 속에서 문화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기존 도시형 문화정책사업과 비교하였을 때 최근 진행되는 문화도시사업은 시민중심의 사회적 가치 실현이 중요한 목표로 제시되며(서우석·조광호, 2019), 지속가능성, 문화다양성, 문화민주주의 등이 지역문화 생태계가 지향해야 할 가치체계로 제시되고 있다(서울문화재단, 2020).

기존 연구는 상향식 추진체계를 위한 조직 모델이자 지역문화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플랫폼으로 거버넌스의 역할을 중요하게 고려하였다. 서순복(2004)은 지역문화정책에 대한 총체적 접근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주민의 자발적 참여확대와 문화거버넌스의 강화를 논의하였다. 강원재(2020)는 건강한 지역문화 생태계의 조건을 거버넌스라고 언급하며, 지역문화주체들이 등장 및 성장하고 협력하는 체계를 거버넌스에서 구축해야 한다고 말하였다. 특히 거버넌스는 구성원 간 상호작용의 모든 과정을 의미한다고 이해하였다. 서우석과 조광호(2019)의 연구는 리버풀을 유럽문화수도 거버넌스의 성공 사례로 언급하며, 문화가치를 시민중심의 사회가치로 전환하고, 사회적 실현으로까지 확산시키기 위해 문화도시 거버넌스의 활성화가 중요하다고 말하였다. 성북구의 지역문화 거버넌스인 공유성북원탁회의 관련 연구에서도 거버넌스를 통해 성북지역에서 활동하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망을 형성하고, 나아가 지역의 자원을 공동자원으로 전환하는 커먼즈적 사고를 통해 지역문화 생태계의 공존 및 협력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보았다(권경우, 2016; 이원재, 2020).

그런데 거버넌스라는 조직을 만들고 운영하는 것만으로는 공공과 민간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사이의 소통과 협력이 담보되지 않는다. 이미 거버넌스 구축이 활성화되기 이전부터 추진위원회, 운영위원회, 협의체 등의 이름으로 민관협치를 위한 기구가 운영되었지만, 명목적 기구로만 존재하여 실질적으로 운영되지 않은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결국 거버넌스라는 조직의 유무에서 나아가 거버넌스의 구성 요소를 개념화하고, 각 요소의 구축 정도에 따른 실제 활성화의 정도를 평가해야 한다.

2) 지역문화 거버넌스 활성화 척도

지역문화 거버넌스 관련 기존 연구에서 제시한 거버넌스의 활성화 척도로 다음의 연구들을 소개할 수 있다. 먼저 이원재(2020)는 공통감각, 시민력, 조직 구조 및 체계로서의 협치를 거버넌스의 세 요소로 제안하며, 거버넌스가 구조만으로는 작동하지 않으며, 가치관과 정체성으로서의 공통감각과 조직을 이끌어가는 시민력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오은비 외(2019)는 공동목표, 협력적 의사결정, 협력적 사업추진, 관계자 의견수렴을 거버넌스 형성의 측정 지표로 설정하였다. 경남지역의 지역문화정책에 관한 비영리민간단체 종사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는 참여, 협력, 공동의사결정을 거버넌스의 구성 요소로 보았다(강경화·최희성·이시원, 2017). 여기서 ‘참여’는 민간의 지역문화단체의 지역 문화행사 참여 여부, ‘협력’은 공공과 민간의 상호 협력 정도를 의미하며, ‘공동의사결정’은 중요한 정책 결정과 책임에 대한 참여 및 분담 정도를 의미한다. 조광식 외(2007)는 문화거버넌스의 형성 수준을 정책과정의 참여, 담당부서와의 협력관계, 문화행사 개최의 의사결정의 세 가지로 보았으며, 구체적으로 ‘협력관계’는 이해관계자 간 신뢰 수준과 공동 목표에 대한 인식의 정도로 보았고, ‘의사결정’은 공공, 민간, 주민 각자가 가진 결정에 대한 영향력 정도로 측정하였다.

다음으로 축제나 지역문화 사업의 거버넌스 사례 연구는 주체간의 네트워크 및 관계 형성의 방식, 특히 수평적 관계와 민주적인 조직 구조를 거버넌스가 활성화되어야 할 방향으로 제안하였다. 국제영화제 거버넌스에 관한 연구에서는 주체 간 수평적 관계 형성과 주체의 명확한 역할 분담을 언급하였다(윤소민·정지은, 2017). 지역문화 활동이 오래되고 활발한 지역인 성남의 지역문화 거버넌스 사례 연구는 위계성을 넘어서는 수평적 네트워크의 구축을 토대로 행정 기관 중심의 열린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안하였다(이수철, 2008). 부산의 문화적 도시재생 사례로 유명한 또따또가 사업 거버넌스 연구에서는 지역사회에 밀착된 예술가들의 활동을 통해 예술가들의 공동체 형성과 예술가의 지역사회 기여가 가능했다는 점을 밝히며, 예술가와의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관계를 중요한 척도로 보았다(박세훈·주유민, 2014).

지금까지 설명한 지역문화 거버넌스의 활성화 척도를 종합하면, 다음의 네 가지 개념을 도출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거버넌스라는 조직 구조 및 체계이다. 두 번째는 거버넌스에 참여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공유하는 공동의 목표이다. 세 번째는 참여 및 커뮤니케이션을 의미한다. 네 번째는 지역문화 생태계에 대한 이해 및 참여 주체의 역량으로 개념화할 수 있다.

먼저 ‘조직 구조 및 체계’는 거버넌스가 명목적인 기구로 존재하는지, 아니면 실질적인 합의·중재·조정 등의 역할을 수행하는지 여부를 뜻한다. 상술한 것처럼 문화정책 분야는 오래 전부터 민관협치 구조를 중시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및 지자체 산하 문화정책위원회 등은 명목적 합의 및 중재 기구로 존속하였다. 다시 말해, 이런 조직에서는 합의를 이끌어내는 실질적인 구조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그런 점에서 기존 연구는 거버넌스가 갈등조정이나 중재장치 기능을 하는지(강경화 외, 2017) 또는 거버넌스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는지(윤소민·정지은, 2017) 여부를 중요하게 고려하였다. 한편, 최근 가시화되는 현장의 거버넌스 담론은 다양한 이해관계자 참여를 독려 및 촉진하는 ‘개방성’에 초점을 둔다(손채원, 2019). 소수의 의사결정권자로 구성된 폐쇄적 조직이 아니라, 지역문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 모두에게 거버넌스가 열려 있을 때 공공과 민간이 만나는 협의와 합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제안되었다. 이를 종합하면 ‘조직 구조 및 체계’에 관한 논의는 실제 거버넌스 체제가 작동하기 위한 장치의 마련과 참여 및 의사결정 과정의 개방성과 수평성이 담보되는 조직인지의 여부로 수렴된다.

다음으로 ‘공동의 목표’는 서로 다른 이해관계자가 논의 과정을 통해 합의된 목표를 공유하는 것을 말한다. 이원재(2020)는 공동의 목표 대신 ‘공통감각’이란 표현을 빌려 로컬리티, 지속가능성, 문화다양성, 문화민주주의, 마을민주주의 등을 공유성북원탁회의 구성원이 공유하고 있는 공동의 목표라고 설명하였다. 손예령(2019) 또한 서로 공유된 목적의식을 공유하며 소통하는 협력시스템이자 분권시스템이 문화거버넌스라고 개념화하여, 무엇보다 공동의 목표에서부터 소통이 가능하다고 말하였다. ‘공동의 목표’는 비단 문화거버넌스뿐만 아니라, 거버넌스 일반에 관한 논의에서도 거버넌스 구성의 핵심 요소로 언급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Ansell과 Gash가 제안한 협력적 프로세스(collaborative process) 모델이 있다(Ansell & Gash, 2008). ‘대면 대화-신뢰 형성-헌신-공유된 이해-중간 성과’로 구성된 협력적 프로세스에서 거버넌스가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도출한 ‘공유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조직 구조 및 체계’ 그리고 ‘공동의 목표’가 거버넌스의 기본적인 토대에 해당하는 활성화 척도라면, 수평적 커뮤니케이션과 자발적 참여는 이렇게 토대를 갖춘 거버넌스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활성화되기 위해 필요한 운영의 전략에 해당한다. 정확한 정보전달과 참여과정의 투명성을 보장하는 것을 통해 거버넌스가 지역문화 생태계에서 가지는 의미와 역할이 더 중요하게 인식될 수 있다(손예령, 2019: 155). 특히 정보의 전달 과정이 수평적, 개방적, 민주적이어야 하는데, 거버넌스가 사업을 운영하기 위한 목적보다 우선 정보를 공유하고 교류하는 기능에 충실할 때 더많은 참여자를 유입시키고 생태계 내에서 입지를 확고히 다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지역문화 생태계에 대한 주체의 이해 정도 및 역량은 거버넌스가 지역문화 생태계에 속한 구성원들을 지역문화로 포섭하고 내재화하여,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한 사업 추진으로 나아가게 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준거이다. 문태현(2005)은 축제 거버넌스 관련 연구에서 참여 주체의 전문성과 지식이 확보되었을 때 거버넌스에 대한 원활한 평가와 피드백이 가능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만약 활성화된 거버넌스라면 여기에 참여하는 작업만으로도 자연스럽게 지역문화 생태계의 관계 및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 거버넌스가 생태계적 관점에서 구성되고 운영되기 때문에 거버넌스 참여를 통해 생태계 내 다양한 주체들과 연결되고, 현재 현장에서 시의적인 이슈를 파악 가능하며, 지역문화의 실질적인 변화를 위해 다양한 실험과 시도를 모색할 수 있다. 따라서 과연 거버넌스 주체가 생태계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으며, 지역에 밀착된 활동을 수행하고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2. 지역문화자원과 지역문화 거버넌스

다음으로 지역문화자원과 지역문화 거버넌스에 관한 논의를 살펴보고자 한다. 지역문화자원은 거버넌스를 구성하기 위한 기반이자, 거버넌스 구축의 목표이기도 하다. 즉, 지역문화자원을 발굴 및 육성하기 위한 수단이자 과정으로 거버넌스가 운영되며, 지역문화자원의 축적 수준을 준거로 하여 지역문화 거버넌스가 구축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지역문화자원과 지역문화 거버넌스는 상호 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두 개념간 상관관계는 일련의 연구를 통해 분석된 바 있다. 먼저 거버넌스가 수단이고 지역문화자원 개발이 목적이 되는 대표적인 사례는 ‘지역축제’이다. 지역축제는 거버넌스 담론이 가시화되기 훨씬 이전부터 민간의 자발적 참여를 강조해왔다(최영준·박대환, 2008). 지역축제는 지역주민을 직접적 이해관계자로 하는 사업인만큼 지역주민의 욕구를 축제 기획에 반영하고 조정 및 합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추진위원회 또는 운영위원회를 조직하여, 축제 추진에 필요한 합의된 의사결정을 도출하고 있다(도지애, 2021). 최근에는 이런 움직임이 공간·시설을 운영하기 위한 거버넌스로 확장되어, 서울문화재단의 청년예술청과 예술청의 사례처럼 “예술현장의 의견을 중시”하기 위한 균형 장치로 거버넌스를 운영하고 있다(안태호, 2021).

한편, 거버넌스 조성을 목적으로 지역문화자원에 관한 조사 및 연구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앞서 설명한 거버넌스 활성화 척도의 하나인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기 위해서는 지역문화자원을 포함한 외부적 환경에 관한 조사가 선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성연주, 2021: 43-45). 관악문화재단과 김시덕 교수가 출간한 관악구 문화예술 기초자료집 『관악 동네 역사(2021)』가 해당 예시의 하나이다. 관악구 내 유·무형 자원과 생활문화, 지역예술활동 등을 소개한 이 책은 지역문화자원을 문화콘텐츠로 확장하고, 나아가 이를 포괄하는 지역문화 거버넌스를 구축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한다.

그런데 지역문화자원과 지역문화 거버넌스의 관계는 단선적이지 않다. 지역문화 거버넌스 개념이 공간(서교예술실험센터), 축제(은평누리축제), 지역(공유성북원탁회의) 등 여러 차원에서 혼용되는 것처럼 지역문화자원 또한 예술인과 같은 인적자원부터 역사문화자원, 콘텐츠자원 및 정체성과 가치의 차원까지 다양한 차원을 모두 포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기서 분석하고자 하는 지역문화자원을 개념화하고, 이런 유형의 자원과 거버넌스와의 관계 규명을 통해 본 연구의 접근이 시사하는 바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전통적으로 지역문화자원은 곧 역사문화자원, 특히 물리적인 하드웨어 인프라를 일컫는 경우가 많았다(이태종, 2009; 김항집, 2011). 경주 지역 일대의 신라시대 문화유산이나(이태종, 2009), 지방중소도시에 잔존해 있는 과거의 문화유산(김항집, 2011) 등 문화적 도시재생을 통해 관광객을 유입시키고, 지역경제 발전을 이룩하기 위한 지역문화자원을 강조하였다. 지역문화자원을 활용한 도시재생 사업인 ‘유럽문화수도 프로젝트’에서도 역사문화자원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Graham, 2002). 이후 2000년대 중반 부산국제영화제 등의 지역축제가 전국적으로 활성화되면서 지역문화의 무형적 측면이 유형적으로 전환되고, 지역을 둘러싼 주체 간 관계망이 드러나는 현장인 축제 및 이벤트를 포함하는 것으로 문화자원의 범위가 확장되었다(한상현, 2008).

여기에 더해 예술가나 예술단체, 지역문화 활동을 추진하는 지원조직과 공공의 주체를 지역문화자원의 일부로 인식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일례로 마타라소(F. Matarasso) 가 개발한 지역문화지표(local cultural index)가 있다(Matarasso, 1999). 마타라소는 1990년대 유럽 지역의 문화적 도시재생 프로젝트와 관련한 폭넓은 조사연구 및 컨설팅 작업을 통해 개발한 지역문화지표에서 투입(input)-산출(ouput)-성과(outcome)의 세 단계 구조로 지표를 설계하고, 지역의 문화수준이 높을수록(산출) 개인 및 공동체의 발전에(성과)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제시하였다. 여기서 지역문화자원에 해당하는 ‘투입-기관·기반 시설투자’ 범주의 세부 지표로는 예술 전용 시설 외에도 예술단체의 수, 예술가의 수, 지방정부의 문화예술 예산과 지원조직, 후원금 및 문화정책 유무 등의 지표가 포함되었다.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자원이 아닌 지역문화 현장을 둘러싼 다양한 주체의 역동을 곧 지역 발전을 위해 투입 가능한 기반 자원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본 연구는 이렇게 지역 현장의 주체와 서로 다른 주체 사이에서 형성되는 다양한 관계망을 ‘관계적 지역문화자원’이라 정의하고, 관계적 지역문화자원이 지역문화 거버넌스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을, 별도의 연구 질문이자 영역으로 구분하여 분석해보고자 한다.

이러한 연구의 방향성은 최근 예술현장 및 정책의 변화와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예술가, 기획자, 활동가, 연구자 등 창조적 인력이 지역 발전과 변화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은 일찍이 플로리다(R. Florida)의 창조계급(creative class) 논의를 통해 개념화된 바 있다(Florida, 2004). 플로리다는 창조계급의 수와 지역 경제 발전의 선형적 관계를 통계적으로 증명하여, 창조도시정책이 전세계에 전파된 계기를 제공했다. 마르쿠젠(A. Markusen)의 연구 또한 플로리다의 논의의 연장선상에서 창조계급 중 ‘예술가’의 특수성 및 고유성에 주목해 예술가의 존재가 지역문화 발전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논의하였다(Markusen, 2006). 한편, 최근 한국의 문화정책 환경에서 인적자원 그리고 이를 연결한 관계적 지역문화자원의 중요성은 한층 더 강조되고 있다. 대부분 지역문화사업에서 정책 효율성 및 가시적 성과 도출을 위해 사업 참여자를 우선 모집한 후 이들로 거버넌스를 구성해 사업을 추진하는 형태가 보편적인 규범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관계적 지역문화자원이 지역문화 발전을 위한 핵심 자원으로 새롭게 인식됨에 따라 이들 자원을 발굴, 양성하고, 자원들 사이에 연결고리를 만드는 작업에 상당한 노력을 투입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본 연구는 관계적 지역문화자원을 예술가, 전문가, 주민, 시민사회, 재단으로 구분하고, 관계적 지역문화자원의 구축이 지역문화 거버넌스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가설을 전제로, 두 개념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하고자 한다.

Ⅲ. 연구방법

1. 분석대상과 자료

본 연구는 위의 연구질문을 탐구하기 위해 지역문화자원에 관한 인식과 지역문화 생태계 관련 질문을 포함하고 있는 설문의 일부를 분석에 활용하였다. 서울문화재단에서는 2021년에 발간한 ⟨자치분권형 서울 지역문화 활성화 전략 수립 연구⟩의 연구 진행 과정에서 서울시 자치구문화재단 지역문화사업 담당자 91명과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는 민간의 지역문화사업 전문가 93명을 대상으로, 구조화된 온라인, 오프라인 설문을 2020.11.16.-11.27 사이 수행했다. 이 설문은 2017-2020 서울문화재단 지역문화사업의 결과 인식 및 성과, 자치구 주체현황 분석, 서울 지역문화에 대한 의견 및 광역과 자치구문화재단의 관계 및 구조에 대한 의견 수렴을 위해 응답자의 전공과 경력 등 기본정보, 서울문화재단에서 주관한 지역문화 사업 경험, 활동지역의 주요 현황과 현안, 지역문화 및 분권에 대한 인식에 대해 질문하였다(서울문화재단, 2021).

이 설문조사가 서울시에서 활동하는 모든 지역문화 주체(예술가·주민·행정가 등)를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서울시가 자치구로 분권한 지역문화사업을 실질적으로 기획 및 주도하는 핵심 사업 참여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이기에, 이들의 현재 인식 수준 및 세부 집단별 인식 차이와 변화를 통해 서울의 지역문화 현장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간파가 가능하다고 보았다. 본 연구에는 지역문화 거버넌스 활성화 수준에 대해 충실히 대답하지 않은 17개 응답을 제외한, 167개 응답을 분석에 사용하였다.

2. 주요 변수의 측정

종속변수인 지역문화 거버넌스의 활성화 수준은 앞서 선행연구를 통해 도출한 네 가지 개념인 조직 구조 및 체계, 공동의 목표, 참여 및 커뮤니케이션, 지식 및 역량으로 개념화하였다. ‘조직 구조 및 체계’는 거버넌스가 명목적 기구가 아니라, 실제 소통과 협력이 이루어지는 플랫폼으로 존재하는지 여부를 물었고, ‘공동의 목표’는 합의된 목표가 거버넌스 내에서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지 여부를 중요하게 고려하였다. ‘참여 및 커뮤니케이션’은 예술인, 기획자 등의 지역문화 생태계 주체들이 지역문화사업 관련 정보를 잘 파악하고 인식하고 있는지 여부를 물었다. 지역문화사업 관련 정보가 제대로 소통되고 있다는 것은 거버넌스 내에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고, 이런 정보 소통을 통해 지역문화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지식 및 역량’은 거버넌스의 구축에 생태계적 관점이 주요하게 작동한다는 점에서, 지역문화 주체의 생태계에 대한 이해 정도를 물었다.

다음으로 독립변수는 관계적 지역문화자원에 대한 인식을 개념화했다. 광의의 문화자원은 유형 문화자원 외에도 무형자원, 자연 생태자원, 사회적 자원을 의미할 수 있으며, 점차 영상자원, 대중문화자원, 생활문화자원들도 포함하게 되었다(강보배, 2019). 지역문화자원은 지역, 국가, 문화권이 보유한 물질과 정신적 자산으로 지역의 역사적 사건과 장소, 인물, 생활양식을 포함한다고 보기도 한다(김용남·권기창, 2019). 물질적, 정신적 자산으로서 특히 관계에 집중해 본다면 지역문화자원으로 예술가, 기획자 등의 인물을 포함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사회적 자원의 일환으로 주민, 시민사회 그리고 지역 차원의 문화정책과 사업을 통해 여러 자원들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광역과 기초 단위의 지역문화재단을 고려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독립변수인 관계적 지역문화자원에 대해서는 예술가 및 예술단체, 정책 또는 기획 전문가, 지역문화에 관심이 많은 주민, 활성화된 시민사회, 지역문화재단을 선정하였다.

거버넌스에 대한 인식에 응답자의 배경이 영향을 줄 가능성을 고려하여 다음과 같이 통제변수를 설정하였다. 먼저 응답자가 민간 전문가인지, 혹은 기초재단담당자인지에 따라 인식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통제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학부전공이 개인의 인식에 영향을 끼치는 문화자본으로 기능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Bourdieu, 1986). 특정 집단의 구성원으로서 획득하는 실제적, 잠재적 자원으로서 사회자본을 이해하기 위해(Bourdieu, 1986), 개인의 문화자본이자 사회자본인 과거 일했던 조직의 수 및 경력 년 수를 통제변수로 포함하였다. 사회자본을 집단 구성원 간에 공유하는 규범 및 가치라고 본다면(Fukuyama, 1995), 현재 일하는 곳과 근무하는 곳이 다를 경우 소속집단이 여럿인 경우의 사회자본으로서 개인의 인식에 영향을 줄 것으로 추측된다.

정부 간 재정관계에서 보조금 제도가 운영 중이며, 기초자치단체와 광역, 중앙정부와의 매칭사업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최성은, 2018). 이러한 사업은 여러 기초문화재단들에서도 수행하는 경우가 있고, 기초문화재단 자체의 사업 방향성과 참여자의 인식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광역에서 진행한 지역문화사업에 얼마나 참여했는지 확인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 지역문화사업에 참여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하였으므로, 관련한 사업들의 참여 수에 따라 광역과의 관계 경험 및 협력사업 이해도에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광역 사업의 진행과 동시에, 기초차원에서는 각 도시 특화 지역중심 사업들이 구성되고 있다(문화체육관광부, 2021). 지역문화재단에서 경영부서보다는 사업부서 조직원 비중이 높기도 하고(김사랑·김세준, 2012), 재단의 지역 사업 수가 많기도 하다. 이에 따라 개인의 지역문화업무비중은 지역문화 거버넌스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가질 수도 있어 모형에서 통제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개념에 따른 상세한 변수 측정은 ⟨표 1⟩과 같다.

표 1. 변수의 측정
구분 변수 측정
지역문화 거버넌스 활성화 수준 조직 구조 및 체계 문항 20-2. 나의 업무의 진행과정을 예술인/기획자와 지속적으로 논의할 장이 재단 외부적으로 마련되어 있다. 매우 그렇지 않다(1) → 매우 그렇다(7)
공동의 목표 문항 20-1. 나의 업무의 사업목표가 지역 예술인/기획자에게 명확하게 공유되고 있다.
참여 및 커뮤니케이션 문항 20-3. 지역 예술인/기획자들이 지역에서 추진되는 사업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지식 및 역량 문항 20-4. 나는 지역문화 생태계의 주요 현안과 이슈를 파악하고 있다.
관계적 지역문화 자원인식 관계적 지역문화자원 문항 17. 지역문화의 여러 자원 중 내가 근무하는 지역에서 지역문화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가장 풍부한 자원은 무엇인가요? 아래에서 2개를 골라주세요.
예술가 및 예술단체 선택에 대해 더미 선택=1, 그 외=0
정책 또는 기획 전문가
지역문화에 관심이 많은 주민
활성화된 시민사회
지역문화재단
통제 소속집단구분 기관=0, 민간=1
연령대 20대=1, 30대=2, 40대=3, 50대 이상=4
학부전공 문화기획/예술경영/예술 전공일 경우=1, 그 외=0
문화분야 경력년수 공공/민간 상관없이 총 년수
과거 일했던 조직 수 총 갯수
일하는 자치구와 거주지가 속한 자치구 일치 여부 일하는 곳과 거주지 불일치=0, 일치=1
서울문화재단 사업 참여 수 서울문화재단(광역)에서 주관한 사업 6개 리스트 (자치구 협력사업)2) 중 참여한 적 있는 사업의 개수
지역문화 업무비중 매우 낮다(1) → 매우 높다(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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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분석 방법

본 연구는 관계적 지역문화 자원과 지역문화 거버넌스 활성화 간의 관계를 탐구하는 데 목적이 있다. 많은 거버넌스 연구들이 거버넌스의 구조, 활성화 등의 면모를 살펴볼 때 사례연구 등의 질적 연구 방법을 활용해 왔다(백현빈, 2018). 그러나 거버넌스의 활성화에 기여하는 요인들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는 거버넌스를 관찰해 오거나 참여했던 행위자들의 인식을 확인할 필요가 있고(심용보·이호창, 2010; 강경화 외, 2017), 특히 연구 대상 범위가 광역지역을 포함한다면, 가능한 많은 행위자들에게 질문해야 한다. 그를 위해서는 구조화된 설문지를 통한 응답자료를 분석하는 양적 연구 방법을 활용하면 거버넌스의 활성화에 대한 깊이 있는 접근이 될 것으로 판단하였다. 이에 설문자료를 Stata SE 17 패키지를 활용해 통계적 분석을 시도하였다. 설문결과에 대한 기초통계로 응답자의 특성을 파악하고, 상관분석을 통해 변수 간 관계를 알아본 뒤, 선형회귀분석을 수행하였다. 지역문화자원에 대해서 선택 여부에 따라 더미로 측정하였고, 지역문화 거버넌스 활동 상황에 대해서 7점 척도를 활용해 측정을 시도하여 연속형 변수를 활용하기 때문에 OLS를 통한 추정이 적절할 것으로 판단했다.

Ⅳ. 분석

1. 응답자 특성

설문 응답자의 연령은 30-40대가 가장 많았으며, 학부전공이 예술, 문화기획, 예술경영인 응답자는 전체의 45.5%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이 기초문화재단 직원 혹은 민간 전문가인 것을 고려할 때, 이 영역에서 예술에 대한 전문 지식이 필요할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준다. 응답자들의 문화분야 경력은 평균 9.8년, 근무 경험이 있는 조직 수는 평균 1.9곳으로 이직을 하면서 문화영역에서의 커리어를 쌓아온 경향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들 중 일하는 자치구와 거주하는 자치구가 불일치하는 비중이 67%이며, 응답자들은 평균 1.8개의 광역문화재단(서울) 사업에 참여한 적이 있다. 그들은 자신의 업무 중 지역문화의 비중을 평균 7.2점으로 응답해 꽤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표 2. 응답자 특성
변수 Obs Mean Sth. dev. Min Max
소속집단구분 167 0.503 0.501 0 1
연령대 167 2.251 0.797 1 4
학부 전공 167 0.455 0.499 0 1
문화분야경력년 수 167 9.826 6.581 1 30
근무경험있는 조직 수 167 1.970 0.860 1 5
일하는 곳과 거주지 일치 여부 167 0.323 0.469 0 1
서울문화재단 사업 참여 수 167 1.802 1.110 0 6
지역문화 업무 비중 167 7.257 2.263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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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관계적 지역문화자원과 지역문화 거버넌스

지역문화 거버넌스에 대해서 응답자들은 지역문화에 대한 지식 및 역량 수준을 평균 4.9로 응답해, 타 거버넌스 활성화 수준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인식하고 있었다. 관계적 지역문화자원에 대해 예술가 및 예술단체를 지역에 풍부하고 중요한 자원이라고 인식하는 응답자 비중이 62.3%로 가장 높았으며, 정책 또는 기획 전문가들이 지역에 풍부하고 중요한 자원이라고 인식하는 비중은 12.6%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표 3. 지역문화거버넌스와 관계적 지역문화 자원 응답
변수 Obs Mean Sth. dev. Min Max
지역문화 거버넌스 조직 구조 및 체계 167 4.036 1.668 1 7
공동의 목표 167 4.671 1.433 2 7
참여 및 커뮤니케이션 167 4.090 1.451 1 7
지식 및 역량 167 4.982 1.180 1 7
관계적 지역문화자원 예술가 및 예술단체 167 0.623 0.486 0 1
정책 또는 기획 전문가 167 0.126 0.333 0 1
지역문화 관심많은 주민 167 0.353 0.479 0 1
활성화된 시민사회 167 0.168 0.375 0 1
지역문화재단 167 0.269 0.445 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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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적 지역문화자원 인식 간 상관관계는 높지 않게 나타났으며, 특히 반대방향으로 유의한 성향을 보였다. 반면, 문화 거버넌스 활성화 인식 간에는 서로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는데, 참여 및 커뮤니케이션과 조직 구조 및 체계는 다른 거버넌스 인식들과 0.6이 넘는 상관성을 보여주었다. 관계적 지역문화자원과 지역문화 거버넌스 인식 간에 유의미하면서도 가장 높은 상관관계값은 −0.184로, 전반적으로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지역문화 거버넌스 인식은 각기 다른 모형들로 나누어 분석하는 것이 적절하며, 관계적 지역문화자원들 간 다중공선성 우려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표 4. 관계적 지역문화자원, 문화 거버넌스 활성화 간 상관관계
(1) (2) (3) (4) (5) (6) (7) (8) (9)
(1) 1
(2) −0.083 1
(3) −0.292* −0.036 1
(4) −0.240* −0.108 0.002 1
(5) 0.062 −0.091 −0.198* −0.204* 1
(6) 0.130 0.075 0.011 −0.184* 0.146 1
(7) 0.124 0.002 −0.049 −0.031 0.157* 0.567* 1
(8) 0.150 −0.060 0.049 −0.138 0.139 0.667* 0.607* 1
(9) 0.048 −0.132 0.035 −0.038 0.116 0.397* 0.468* 0.363* 1

a) 관계적 지역문화자원: (1) 예술가 및 예술단체, (2) 정책 또는 기획 전문가, (3) 지역문화 관심많은 주민, (4) 활성화된 시민사회, (5) 지역문화재단.

a) 지역문화 거버넌스 활성화: (6) 조직 구조 및 체계, (7) 공동의 목표, (8) 참여 및 커뮤니케이션, (9) 지식 및 역량.

b) *p<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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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관계적 지역문화자원과 지역문화거버넌스 활성화 관계 분석

선형회귀분석 결과, 지역문화 거버넌스를 활성화하는 네 가지 면모에 대해 관계적 지역문화자원에 대한 인식에 따라 다른 관계를 형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관계적 지역문화자원 중 예술가 및 예술단체, 지역문화재단이 중요하다고 생각할 때 거버넌스의 공동 목표 공유와 함께 조직 구조 및 체계가 존재한다고 보는 인식이 높았다. 예술가 및 예술단체, 지역문화에 관심이 많은 주민, 지역문화재단이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을 때, 거버넌스에서의 참여와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인식이 높게 나타났다. 지역 문화거버넌스의 소통은 거버넌스의 목표와 체계를 구성하는 예술가, 예술단체, 지역문화재단 외에도 지역문화에 관심있는 주민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관계적 지역문화자원에서 지역문화재단에 대해 중요하다고 볼수록, 생태계에 대한 지식 및 참여 주체의 역량이 높다고 인식할 가능성이 높게 나타났다. 이 때 지역문화 거버넌스에 대한 응답자의 생태계 이해 및 참여 주체 역량 수준과 다른 관계적 지역문화자원들과의 유의미한 관계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 외 응답자의 특성과 관련해 지역문화 거버넌스 활성화 면모에 대해 흥미로운 결과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예술 전공자의 경우, 지식 및 역량에 대해서 부정적인 응답을 보였다. 일하는 곳과 거주지가 일치할수록 공동의 목표 공유가 잘 되지 않고 있다는 응답을 보였는데, 일터와 거주지가 같아 지역의 소속감 및 지역 경험이 많을 경우 오히려 거버넌스 내에서 공동 목표의 공유가 미흡하다는 인식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 기관 근무자와 민간 전문가에서 거버넌스에 대한 인식은 유의미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지역문화 업무 비중이 높아질수록 각 거버넌스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는 것으로 보여 지역사업에 많이 연계될수록 지역문화 거버넌스와 영향관계를 갖는 것으로 보인다.

표 5. 관계적 지역문화자원과 지역문화 거버넌스 활성화 관계 회귀분석
조직 구조 및 체계 공동의 목표 참여 및 커뮤니케이션 지식 및 역량
관계적 지역 문화 자원 예술가 및 예술단체 0.698* 0.818** 0.733* 0.321
(0.333) (0.279) (0.290) (0.226)
정책 또는 기획 전문가 0.413 0.332 −0.0682 −0.444
(0.407) (0.342) (0.355) (0.277)
지역문화 관심많은 주민 0.515 0.389 0.575* 0.320
(0.313) (0.263) (0.273) (0.213)
활성화된 시민사회 −0.320 0.316 −0.118 −0.0264
(0.385) (0.323) (0.335) (0.262)
지역문화재단 0.792* 0.816** 0.649* 0.480*
(0.315) (0.265) (0.275) (0.215)
소속집단구분 −0.423 −0.428 −0.292 0.0478
(0.296) (0.248) (0.258) (0.201)
연령대 0.247 0.207 0.111 0.211
(0.212) (0.178) (0.185) (0.144)
학부 전공 −0.431 −0.0734 −0.139 −0.708***
(0.255) (0.214) (0.223) (0.174)
문화분야경력년 수 −0.0139 −0.00804 −0.0119 0.0202
(0.0265) (0.0222) (0.0231) (0.0180)
근무경험있는 조직 수 −0.0549 0.00989 −0.150 0.0523
(0.153) (0.128) (0.133) (0.104)
일하는 곳과 거주지 일치 여부 −0.198 −0.735** −0.354 −0.189
(0.284) (0.238) (0.247) (0.193)
서울문화재단 사업 참여 수 0.0563 −0.163 0.0399 −0.142
(0.133) (0.112) (0.116) (0.0908)
지역문화 업무 비중 0.204*** 0.208*** 0.186*** 0.148***
(0.0564) (0.0474) (0.0492) (0.0384)
상수 1.789* 2.575*** 2.353*** 3.363***
(0.750) (0.630) (0.654) (0.510)
N 167 167 167 167
R-squared 0.181 0.217 0.177 0.242
adj. R-squared 0.111 0.151 0.107 0.177

Standard errors in parentheses(*p< 0.05 **p< 0.01 ***p<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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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논의

본 연구를 통해 관계적 지역문화자원의 확보는 문화거버넌스 구성과 활성화 수준에 영향을 끼치는 면이 일부 있음을 확인하였다. 관계적 지역문화자원으로 예술가 및 예술단체, 지역문화재단이 거버넌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인식은 현재 서울 자치구들에서 운영되고 있는 문화거버넌스의 주요 자원이 예술가와 예술단체, 지역문화재단일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다.

1) 지역문화재단의 영향

설문 응답자가 문화재단 사업 참여자로서 지역문화재단의 영향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을 수 있으며, 이것이 설문결과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 점을 감안하더라도 설문 응답자들이 지역문화재단의 긍정적 혹은 부정적으로든 강한 영향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서울문화재단에서 진행한 분권형 지원사업(N개의 서울, 지역연계형 청년예술활동 지원, 자치구 지역문화 종합계획 연구지원, 지역극장 모델 발굴 시범사업, 지역문화 거점기관 네트워크 활성화)은 지역의 자원을 갖고 스스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 것에 재단의 역할을 두고 있기 때문에, 재단의 역할과 영향에 대해서 사업 참여자들이 여러 가지 의견을 가질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특히 문화거버넌스를 주도하고 이끄는 중요한 주체가 지역문화재단이라고 인식할 때, 모든 차원의 지역문화 거버넌스 활성화가 유의미하게 나타난 것은 서울 지역 문화거버넌스가 상당수 재단과의 관계에 기반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거버넌스에 참여하는 행위자는 다양하고 유사한 수준의 힘을 갖고 서로간의 논의를 이끌어 나가는 것이 이상적인 모습이라고 여겨져 왔는데(Marx, 2019), 모든 참여자가 같은 수준의 참여를 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Warren & Jones, 2018). 문화거버넌스에서는 성별, 인종, 종교에 따른 참여가 다르게 나타나기도 했는데, 영국 버밍엄에서는 지방 정부의 정책 변화 및 예산 삭감으로 인해 참여자 자체가 줄어들기도 했다(Warren & Jones, 2018). 한국의 지역문화재단들은 시설관리, 문화예술활동의 직접창작보급사업, 교육 사업들을 주로 운영하며 해당 지역의 문화정책구성과 집행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나보리, 2022). 지역문화재단은 지자체 정부의 출연금 및 위탁사업비, 중앙정부의 보조금 등을 주 재원으로 하여(나보리, 2022), 자원 확보능력 및 정보수집 차원에서 시민 개인, 예술가, 예술단체 등 다른 행위자들보다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있다. 스위스 맥락에서 문화 거버넌스는 전문가 위원회의 활동에 기대고 있지만, 이들의 어젠다는 정부가 정해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Marx, 2019) 공공부문의 문화 거버넌스에 대한 영향력 수준이 높은 것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지역문화재단은 지역에서 거버넌스를 조직하는데 기여하는 사업, 거버넌스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자원 등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며, 지역문화 거버넌스의 구성 및 운영 등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 예술가 및 예술단체의 영향

다음으로 ‘예술가 및 예술단체’는 관계적 지역문화자원 중 ‘지역문화재단’ 다음으로 지역문화 거버넌스 활성화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변수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지역문화 거버넌스 활성화의 네 개 범주 중 조직구조 및 체계, 공동의 목표, 참여 및 커뮤니케이션에서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었다. 지역문화 활성화에 관한 다수의 선행 연구는, ‘예술가 및 예술단체’를 관계적 지역문화자원의 근간이자 핵심 매개 역할을 수행하는 자원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플로리다의 창조계급론은 한 지역이 타 지역의 예술가 및 예술단체를 강제 유입하거나 이식하는 극단적인 사례를 언급하며, 지역과 맺어진 기존의 관계나 로컬리티에 대한 이해가 없더라도, 창조 역량을 가진 인적자원의 단순 이식만으로도 지역 발전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하였다(Florida, 2004). 한편 마르쿠젠은 예술가가 지역문화 발전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그 메커니즘을 설명하였다. 그는 예술가의 예술적·미적 활동이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지역에서 주민들이 지역예술가들의 작품을 구매하고 관련 활동에 더 활발히 참여하는 경향이 있음을 밝혔는데(Markusen, 2006: 1932), 이를 ‘수입대체 활동(import-subsituting activity)’이라 명명하며, 지역 내에서 생산된 예술적 활동이 지역 내에서 선순환하여 도시의 발전을 가능하게 한다고 주장하였다.

성북의 지역문화 거버넌스인 공유성북원탁회의를 마르쿠젠이 의미한 ‘수입대체 활동’의 예로 볼 수 있다. 공유성북원탁회의는 설립 초기부터 ‘거주지이자 곧 활동의 무대가 되는 지역’을 지향했다. 성북에 주소지를 두지만 활동으로 연결되지 않던 사람들에게는 활동을 제안하고, 성북에서 활동을 하지만 거주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성북으로의 정착을 권유하며,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관심이 곧 자신의 창작 및 작업과 연결되는 지역문화의 장을 만들어왔다(이원재, 2020). 이처럼 지역을 창작 및 작업의 대상이자 무대로 인식하는 예술가와 예술단체가 풍부할 경우 거버넌스 활성화 수준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 지역문화사업의 영향

마지막으로 통제변수 중 ‘지역문화 업무 비중’이 지역문화 거버넌스 활성화에 일관되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이를 해석하면, 지역문화 업무에 많이 참여하면 할수록 지역문화 생태계에 대한 지식과 역량이 증진되고, 참여 및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는 조직구조 및 체계에서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최근 여러 문화행정기관에서 추진하는 지역문화사업은 대부분 거버넌스 구조로 작동된다. 여기서 거버넌스 구조란,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보다 이 사업에 관심을 가지는 민간의 이해관계자를 발굴하고 모집한 후, 공공과 민간 사이의 논의와 협력을 통해 사업을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본 연구의 대상인 서울시 분권형 사업 중 하나인 서울문화재단의 ⟨N개의 서울⟩ 사업은 거버넌스 구조를 강조하는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이다. 이 사업은 ‘지역문화 기반 조성’을 사업의 주요 목표로 설정하고,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지역문화 활성화에 관심 있는 지역의 주체를 찾고 발굴해서 하나의 협의체를 조직할 것을 주문한다. 지역문화진흥원에서 운영하는 지역문화 및 생활문화사업 또한 협의체나 거버넌스를 구성해 함께 논의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도시사업에서도 시민협의체라는 이름으로 사업에 연계되는 주체를 계속 확장하는 형식이다.

즉, 이렇게 거버넌스 기반의 정책 환경에 노출됨에 따라, 지역문화재단의 직원이나 민간의 예술가 및 기획자 모두 지역문화사업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거버넌스 구조를 경험하게 된다. 따라서 지역 현장에서 운영되는 거버넌스는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조직된 형태는 거의 존재하기 어려우며, 공공에서 주도해 민관협치 형식의 조직체를 구성하고, 여기에 참여할 사람을 모집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이런 상황에서 관계적 지역문화자원이란 자생적으로 또는 자발적으로 상황과 환경에 따라 만들어지는 부산물이 아니고, 지역문화정책과 사업을 통해 계획적으로 그리고 의도적으로 고안되고 조직된 정책의 목적이자 성과일 가능성이 높다.

Ⅴ. 결론

본 연구는 관계적 지역문화자원에 따른 지역문화 거버넌스의 활성화를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지역문화재단의 설립이 지역문화 거버넌스 활성화에 대해 구분한 모든 차원에 유의미하게 영향을 주었으며, 예술가 및 예술단체는 조직 및 구조, 공동의 목표, 참여 및 커뮤니케이션 차원의 거버넌스 활성화에 영향을 주었다. 지역문화에 관심이 많은 주민의 경우 참여 및 커뮤니케이션의 구축에 영향을 끼쳤다.

본 연구는 지역문화 거버넌스 형성 및 성장의 중요한 요인임에도 불구하고, 그간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지역문화자원에 집중해 보았다. 특히 지역문화자원 중 다양한 관계 속에서 참여하는 지역문화 현장의 주체들을 관계적 지역문화자원으로 개념화한 것에 의의가 있다. 전통적으로 문화거버넌스에서 강조되어 오던 예술가와 예술단체의 영향력을 확인하였으며, 동시에 한국 특히 서울의 맥락에서 지역문화재단이 지역문화에 갖는 중요성 및 필요성을 확인하였다.

분석 결과를 통해 도출한 정책적 함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지역문화 거버넌스 활성화 및 생태계 구축을 위해 지역문화재단의 역할이 중요하다. 2014년 「지역문화진흥법」 제정 이후 광역 및 기초문화재단의 설립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지역문화재단의 역할, 기능, 조직에 대한 재고찰이 다양한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임학순(2021)은 이를 요약해 지역문화재단은 지역문화 생태계의 소통자·연결자·조정자가 되어야 하며, 지역 문화예술 가치를 옹호하고 혁신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처럼 지역문화재단은 단순히 지역의 문화공간 및 시설을 관리, 운영하던 수동적 위치에서 벗어나, 문화분권 및 문화자치 시대 문화정책 주체로 그 위상이 제고되고 있다. 따라서 생태계 조성을 위해 지역문화재단의 내부 조직문화 및 사업 구조를 정비하고 체계화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둘째, 서울의 맥락에서 지역문화재단 다음으로 예술가 및 예술단체가 거버넌스 활성화를 위해 중요한 요소라는 점은 곧 이들이 지역문화재단의 주요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예술가는 지역문화 생태계의 주체로 가시화되기보다 재단이 축제, 공연, 전시, 예술교육 등의 자체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도구적으로 활용되는 자원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소통과 참여를 기반으로 한 거버넌스 조성을 위해서는 지역문화재단과 예술가와의 돈독한 파트너십을 통해 함께 기반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의 한계점 몇 가지를 짚어보고자 한다. 본 연구는 서울시에 거주 또는 활동하는 지역문화 거버넌스의 주요 참여자들에게 설문을 수행하여, 가능한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동시에 서울문화재단의 지역문화사업에 참여한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하였기 때문에, 그 외의 거버넌스에 참여하고 있는 주체들의 의견은 듣지 못했다는 한계를 가진다. 또한 설문대상 절반이 재단 담당자로, 재단 참여자의 의견이 많이 포함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본 연구의 보완을 위해 향후 더 다양한 지역문화 거버넌스 주체들의 의견을 수집해 볼 필요가 있으며, 더 나아가 관계적 지역문화자원의 관계망 형성 모습 및 이들의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영향력에 대해서도 좀 더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 지역문화자원들이 구성하는 관계가 장기적으로 지역문화 거버넌스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대해서도 추후 연구에서 다루어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Notes

1) 주요 용어 설명

1)

  • 지역문화 생태계: 공통의 역사적·문화적 정체성을 기반으로 한, 지역이라는 시간과 공간에서 특정한 가치체계와 참여주체의 활동, 네트워크와 협력체계 등으로 구성되는 유형·무형의 문화적 활동이 이루어지는 방식과 관계.

  • 지역문화 거버넌스: 공공(지방정부), 민간(시민사회·예술가), 중간지원조직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여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해 협력하는 조직 구조.

  • 관계적 지역문화자원: 지역 현장의 주체와 서로 다른 주체 사이에서 형성되는 다양한 관계망.

2) 서울문화재단이 주관한 사업들 중 자치구와 함께 수행한 N개의 서울, 지역연계형 청년예술활동 지원, 자치구 지역문화 종합계획 연구 지원사업, 지역극장 모델발굴 시범사업, 자치구 예술교육 활성화 지원사업, 자치구 생활문화 협력체계 구축, 기타 등을 분권형 지원사업으로 간주하고, 참여 경험을 중심으로 설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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