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urnal of Cultural Policy
Korea Culture & Tourism Institute
Article

한국 문화콘텐츠산업의 성장과정에서 정부지원의 영향 : 산업구조와 기업성과를 중심으로

김자영1, 김병수2,
Kim Jayoung1, Kim Byung-Soo2,
1교육대학원 일반사회교육전공 강사/주저자
2사회학과 교수/교신저자
1Lecturer, Graduate School of Education, Hanyang University
2Professor, Department of Sociology, Hanyang University
Corresponding Author : Professor, Department of Sociology, Hanyang University E-mail: kimb@hanyang.ac.kr

건설적이고 유익한 논평을 해주신 심사자분들게 감사드립니다. 이 논문은 김자영의 박사학위 논문의 일부를 수정·보완한 것입니다.

© Copyright 2023 Korea Culture & Tourism Institute . This is an Open-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4.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Received: Feb 13, 2023; Revised: Mar 03, 2023; Accepted: Apr 05, 2023

Published Online: Apr 30, 2023

국문초록

이 연구는 한국 문화콘텐츠산업의 성장과정에서 정부지원이 산업구조 변화와 기업성과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검증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문화콘텐츠산업 내 228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성과추이를 분석해 정부지원의 역할을 실증적으로 살펴보았다. 주요 분석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정부지원 비수혜 기업들은 산업 진입시점의 시장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수혜 기업들이 형성한 시장구조는 하위산업 간 연결성이 확장되어 기업 간 유사성이 증가하는 방향으로 변화하였다. 이는 정부지원 수혜 기업들은 정책을 준거로 동형화 되었으며, 그 결과 정부지원 수혜 여부에 따라 시장구조가 차별화되는 이중시장 구조화 경향으로 이어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둘째, 문화콘텐츠 기업에게 직접적으로 전달된 정부지원은 기업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문화산업 발전을 위한 정부의 역할은 직접지원보다는 산업 역량 강화를 위한 여건조성이라는 간접지원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Abstract

This study examines how government support affects industrial structure and corporate performance in the expansion process of the cultural industry in South Korea. The role and impact of government support were empirically examined by analyzing surveys and performance data of 228 firms in the cultural industry. The key findings are as follows: First, while firms that did not benefit from government support maintained their market structure at the point of entry into the industry, the market structure formed by government subsidy beneficiaries changed significantly, with increasing similarity among firms by expanding connectivity among industrial sectors. This result demonstrates that firms receiving government support were isomorphized based on government policies, implying that the market structure can be differentiated into a dual-market structure depending on whether they receive government support. Second, government support delivered directly to cultural companies negatively affects corporate performance. These results suggest that indirect support methods such as creating infrastructure and strengthening industrial capacity are preferable for establishing government policies for the cultural industry.

Keywords: 문화콘텐츠산업; 정부지원; 산업구조; 연결망; 동형화
Keywords: cultural industry; government support; industrial structure; network; isomorphism

Ⅰ. 서론

불과 30여 년 전만 해도 한국의 문화산업은 언론에서 외국 문화산업에 의한 ‘식민지화’ 우려를 노골적으로 거론할 만큼 취약했었다. 이후 1990년대 후반부터 중국, 일본을 비롯해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불기 시작한 한국의 문화 및 문화상품을 선호하는 사회현상으로서 ‘한류(韓流)’가 시작되었다. 이는 한국 문화상품의 수출 증대로 이어지면서 시장 확대를 가져왔고, 확대된 시장에 자본이 모이고 새로운 기업들이 출현하면서 문화콘텐츠산업은 2000년 이후 본격적인 ‘산업’으로 형성되었다. 더욱이 2000년대 초반부터 등장한 유튜브와 소셜네트워크(SNS) 등 뉴미디어에 힘입어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과 열기는 전 세계로 확대되었다. 이러한 한류의 발전과 함께 정부의 문화콘텐츠산업 정책도 규제에서 지원으로 방향을 급선회하면서 한국 문화콘텐츠산업은 급속히 발전하였다(김명수·김자영, 2018).

2020년 콘텐츠산업 매출액은 전년 대비 1.2%,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4.9% 증가한 128조 2,870억 원으로 나타났다. 2019년 이후 확산된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전년 대비 매출액 증가율이 다소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콘텐츠산업 매출액은 지난 5년간(’16~’20) 연평균 4.9%씩 꾸준히 성장했다. 이는 2020년도 국내 경제성장률이 전년 대비 0.9% 감소했고, 5년간(’16~’20) 연평균 2.06% 성장한 것과 비교할 때 주목할 만한 수치이다(문화체육관광부·한국콘텐츠진흥원, 2022). 한국 문화콘텐츠산업이 ‘산업’으로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이 2000년대 이후임을 감안한다면, 이와 같은 문화콘텐츠산업의 양적 성장은 괄목할 만하다.

한국 문화콘텐츠산업의 급속한 성장은 60~70년대 한국 제조업의 성장과 비견되어 학계의 관심을 불러일으켰으며, 관련 연구가 확산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문화콘텐츠산업의 성장에 대한 선행연구들은 크게 두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첫째, 한국 문화콘텐츠산업 성장이 외부 요인에 의해 주어진 것이라는 입장의 연구들이다. 문화콘텐츠산업의 성장은 한류의 확대로 인해 파생된 것(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KOTRA, 2016)이고, 정부의 정책지원 노력의 결과(김규찬, 2013; Walsh, 2014)이며, IT기술 발전으로 인한 변화라는 것(조남재·오승희, 2011; 송치응 외, 2012)이다. 다른 하나는 한국 문화콘텐츠산업의 성장이 내부 노력에 의해 발현된 것이라는 입장으로 문화콘텐츠산업의 성장을 혁신적 전략을 앞세운 문화 기업가들의 등장(조용래·김원준, 2009)과 산업화 경로에 들어선 문화콘텐츠산업에 거대자본이 집중되면서 등장한 문화 대기업의 성과(좌승희·이태규, 2006)로 설명한다.

이처럼 한국 문화콘텐츠산업의 성장과정에서 외생적 요인과 내생적 요인이 어떻게, 어느 정도로 작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연구도 그 나름대로 중요한 이론적, 정책적 함의와 의의를 갖고 있다. 그러나 이들 연구들은 대체로 계량화를 통해 일반화시키기 보다는 서술적인 설명에 집중하고 있으며, 산업구조의 역동성을 고려하지 않은 결과론적 분석에 치중한다. 더욱이 이러한 기존 연구는 한국 문화콘텐츠산업의 성장이 외생적 요인들과 내생적 요인들이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하여 형성된 산업의 구조적 특성의 산물이라는 역동적, 구조적 시각을 결여하고 있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산업 환경이라는 거시적 측면과 조직 특성이라는 미시적 측면을 결합하는 변수로서 문화콘텐츠산업의 구조적 특성에 주목한다. 거시적 차원의 구조는 미시적 차원의 행위를 강압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능하게 해주며, 구조는 행위와 무관하게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행위가 모여서 발현적으로 나타난 것이다(Giddens, 1984). 즉, 경제행위의 결과로서 형성된 구조는 다시 경제행위에 영향을 미치고, 경제행위는 다시금 구조를 형성하는 순환적 관계가 생성되는 것이다. 이 연구에서는 이러한 구조와 행위의 순환적 관계를 한국 문화콘텐츠산업에 적용시켜, 산업 환경의 변화 속에서 기업의 행위 그리고 이러한 행위들이 모여 만들어낸 문화콘텐츠산업 구조가 기업에 성과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는 살펴보고자 한다.

이 연구에서는 산업 환경 변수로서 정부의 정책적 지원에 집중할 것이다. 기업이 정부로부터 정책지원을 받게 되면, 일정 부문에 한해서는 정부의 관여를 감내해야 하며, 또한 정도에 따라서는 예속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정부가 특정 산업 분야에 정책적 지원을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그 산업에 ‘제도적 정당성’을 부여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신생산업인 한국 문화콘텐츠산업의 성장과정에 정부의 지원은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 문화콘텐츠산업의 성장에 있어 정부의 역할에 대한 연구는 경제학(김상혁·류민호, 2018), 경영학(Walsh, 2014), 사회학(김명수, 2015), 정치학(윤경우, 2006), 행정학(김주경·유영철, 2013) 등 다양한 학문분야에서 논의되어 왔다. 이 연구들은 크게 정부의 역할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과 부정적이 평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긍정적인 입장에 대한 연구는 문화콘텐츠산업정책 수립과 전략 개발(최세경, 2008: 임상수, 2009) 그리고 정책의 효과적 집행을 위한 연구(김규찬, 2015)와 문화콘텐츠산업의 성장을 정부의 정책적 노력의 결과로 보는 연구들이 주를 이룬다(김규찬, 2013; Walsh, 2014). 이 연구들은 한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한국 문화콘텐츠산업 성장의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간주하였으며, 국가 주도적 성격이 강한 한국의 문화콘텐츠산업 진흥정책이 산업의 경제적 성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하였다.

반면 정부의 역할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연구들은 한류에 대한 한국 정부의 지원은 수용국에서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규제를 불러일으키고, 적대감을 형성할 정도로 과도하여 결과적으로 역기능으로 작용했다고 비판했다(윤경우, 2006; 주정민, 2013). 또한 정부의 대대적 홍보에 비해 문화콘텐츠산업 진흥정책의 효과와 효율성에 대한 논란이 많다고 지적하며 문화콘텐츠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지원정책이 실제 기업들의 수요를 충족시켜주지 못한다는 문제를 제기했다(손승혜, 2009; 김상혁·류민호, 2018).

한국 문화콘텐츠산업의 성장과정에서 정부 지원의 긍정적·부정적 역할을 분석한 이들 연구들도 문화콘텐츠산업의 성장요인을 분석한 다른 연구들처럼 대체로 서술적인 설명과 결과론적 해석에 그치는 한계를 지닌다. 그 결과 대다수의 연구들이 문화콘텐츠산업의 성장과정, 즉 산업 구조의 역동성에 대한 시각을 결여하고 있다. 이 연구에서는 실증적인 분석을 통해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한국 문화콘텐츠산업 성장과정에서 기업의 행태와 산업의 구조변화에 그리고 기업성과에 어떠한 방식으로 어느 정도로 영향을 미쳤는지 규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Ⅱ. 이론적 배경 및 가설

1. 문화콘텐츠산업에 대한 정부정책의 진화

국내 문화산업정책이 체계적으로 시행되기 시작한 것은 문화체육관광부(당시 문화체육부)내 문화산업국이 신설된 1994년 ‘문민정부(1993-1998)’ 이후이다. 초기 문화산업정책은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에 문화를 활용하는 방안의 일환으로 시행되었으며, 그 결과 과거 ‘문화적 매개기능 중심의 문화산업 규제 정책’에서 ‘문화산업의 경제적 중요성을 적극적으로 강조하는 지원 정책’으로 전환되었다(이연정, 2005). 그러나 문화부문 예산은 정부 전체 예산의 1%를 넘지 못했고, 적은 문화부문 예산 중에서도 문화산업 분야는 5%미만이었다. 이는 문화콘텐츠산업에 대한 실제적인 지원이 매우 제한적이었음을 의미한다.

‘국민의 정부(1998-2003)’는 문화산업에 대한 제도적·재정적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문화 활동에 장애가 되는 규제를 철폐하는 등 대대적인 규제개혁을 추진하였다. 특히 이 시기의 문화정책 담당자들은 중국에서, 그리고 시차를 두고 일본에서 예기치 않게 일어난 한류의 불씨를 지속적으로 키워나가기 위하여 문화산업 발전 모델을 수립해야 할 필요성에 공감했고, 이전 1960~70년대 발전국가가 민간부문을 선도적으로 이끌었던 제조업 중심의 ‘수출주도 산업화 모델’을 되살려 원용하였다(김명수, 2015).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정부의 문화콘텐츠산업 예산도 1998년 168억 원에서, 1999년 1,000억 원으로 약 500% 확대되었다.

한류가 아시아 지역으로 확산되던 2000년대 초 ‘참여정부(2003-2008)’가 들어서면서, 한국의 ‘문화산업 5대강국 실현’을 지향하는 〈C-Korea 2010〉 계획과 더불어 정부의 문화콘텐츠산업 지원정책이 본격화되었다. 참여정부는 한류의 확산 및 세계화의 기반 마련을 통해 미래유망산업으로서 문화콘텐츠산업의 위상 정립을 시도하였으며 경제적 효용을 강조하였다.

이명박 정부(2008-2013)는 범국가적으로 콘텐츠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정부는 콘텐츠산업의 재원 확충을 위해 대기업, 금융기관 등 민간의 투자를 독려하는 한편, 경쟁력 있는 콘텐츠 개발과 해외시장 확대를 위해 범정부적 지원을 경주하였다.

박근혜 정부(2013-2017)는 시작부터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로 ‘문화융성’을 내세우고 문화콘텐츠산업을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이자 일자리 창출의 발판’으로 삼겠다고 선언하였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를 중심으로 창업 활성화 지원을 통한 신시장 창출, 글로벌 경쟁력 제고 및 시장 역량 강화로 콘텐츠시장 확대, 저작권시장 선진화를 통한 콘텐츠 보호 등의 정책이 추진되었다. 그러나 문화콘텐츠산업 정책분야가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파면이라는 헌정중단 사태를 불러 온 진원지로 지목되면서 이 정부의 문화콘텐츠산업 정책에 대한 평가는 퇴색되었다.

문재인 정부(2017-2022)는 ‘자유와 창의가 넘치는 문화국가’ 전략 하에 국민 개개인의 문화적 권리 신장을 표명하였다. 특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스포츠 분야 인권 침해 등 문화콘텐츠산업 내 누적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관련 법령과 제도를 정비하였다. 또한 예술인의 창작권 보장, 공정한 문화산업 생태계 조성, 한류 확산, 관광산업 활성화 등을 국정과제로 추진하였다.

한국 정부의 문화산업정책은 ‘문민정부(1993-1998)’를 기점으로 규제중심에서 지원강화로 정책 방향을 급선회하였다. 한류에서 비롯된 문화상품의 수출 증대를 경험한 정부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통해 국가 전략산업으로 문화콘텐츠산업을 성장시키고자 정책지원을 경주하였다. 일단 기업이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게 되면, 일정 부문에 한해서는 정부의 관여를 감내해야 하며 또한 정도에 따라서는 예속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정부가 특정 산업 분야에 정책적 지원을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그 산업에 ‘제도적 정당성’을 부여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정부의 지원은 한국 문화콘텐츠산업의 성장과정에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 문화콘텐츠산업의 성장과정에서의 정부 지원의 영향력을 파악하려면 산업의 형성 및 변화과정을 살펴봐야 할 것이다. 따라서 산업의 구조변화를 어떻게 형상화 할 것인지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사회구조와 그 구조를 이루고 있는 행위자들 간 상호작용을 통해 구조변화를 설명하고자 시도하는 연결망 분석은 문화콘텐츠산업의 변화과정을 추적하는데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다.

2. 문화콘텐츠산업 구조로서 연결망

산업, 시장 등 경제제도는 경제행위의 결과로서 구성된 사회적 구성물이며 나아가 사회적 구조라고 볼 수 있다(Granovetter, 1985). 여기서 구조는 ‘지속적인 사회적 관계의 유형’을 의미하고 행위는 ‘개인들이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작용’을 의미한다. 행위자가 놓여 있는 구조적 위치와 행위자들의 행위는 ‘이중적 관계’로 파악될 수 있다(Giddens, 1984). 이중적 관계는 행위자는 구조의 강압을 받으면서 행위하며, 동시에 구조는 행위자들의 관계를 통해 재생산된다고 전제한다. 즉 ‘구조 ⇨ 행위 ⇨ 구조’의 연결고리가 계속 반복된다는 것이다. 구조와 행위의 이중적 관계를 고려하면, 사회구조는 고정된 것이 아닌 끊임없이 변화하는 역동적 실재이다. 이렇듯 구조는 더 이상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경제행위자들의 관계적 특성이 발현된 ‘연결망’으로 이해할 수 있다. 연결망을 통한 사회구조 분석은 경제 행위와 구조의 역동성을 포착해 전체 구조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이상의 논의를 바탕으로 문화콘텐츠산업의 구조인 산업과 시장을 정의하면, 산업은 문화콘텐츠 기업 간 관계의 총체이며, 시장은 문화콘텐츠산업 내 하위산업 간 관계의 총체라고 할 수 있다1). 여기서 하위산업은 문화상품의 영역인 방송, 영화, 음악, 애니메이션, 게임 등 각 부분을 지칭하는 것으로 사용한다. 따라서 문화콘텐츠산업 구조로서 ‘산업’을 분석한다는 것은 문화콘텐츠 기업들 간 협력과 경쟁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를 도출해내는 것이며, ‘시장’을 분석한다는 것은 문화콘텐츠산업 내 상품부문들이 어떤 연계를 통해 시장구조를 형성하고 있으며, 이러한 시장이 어떻게 변화되는지를 추적하는 것이다.

이 연구에서는 보다 입체적인 분석을 위해 한국 문화콘텐츠산업 구조를 ‘산업’을 의미하는 기업 간 연결망과 ‘시장’을 의미하는 하위산업 간 연결망으로 구분하여 논의를 진행하였다. 또한 문화콘텐츠산업의 구조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서 기업 간 연결망 및 하위산업 간 연결망을 시장 진입시점과 일정시간이 경과한 특정 시점으로 구분하여 변화과정을 추적하였다. 행위자들 간의 상호작용에 의한 구조 변화를 전제하는 연결망 분석은 정부지원의 결과로 변화된 문화콘텐츠산업 구조의 구체적인 모습을 파악할 수 있게 해 준다. 이상의 논의를 바탕으로 이 연구에서는 정부지원이라는 환경적 요인이 기업 간 연결망 및 하위산업 간 연결망에 어떤 변화를 야기하였는지 기업의 시장 진입시기와 문화콘텐츠 기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한 2015년으로 구분하여 검증하고자 한다.

3. 정부지원과 제도적 동형화

유사한 환경에 놓인 조직들이 생존을 위하여 환경의 강력한 요구와 선택에 의해 서로 유사한 행동을 보인다는 것은 조직연구의 한 방향인 환경결정론의 오래된 명제이다. 환경결정론을 지향하는 신제도주의는 제도적 환경에 일치되어가는 조직의 구조화 과정을 강조한다. 신제도주의적 접근에 따르면 조직은 왜 동일한 제도적 환경에 처하면, 개별적 특성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직의 행태가 유사한 방향으로 수렴되는가에 관심을 집중한다. 특정사회에서 제도는 조직에게 규제와 기회를 제공하고(Jepperson, 1991; Fligstein, 1991), 환경의 불확실성을 감소시켜 주는 역할(Friendland … Alford, 1991)을 한다. 따라서 조직은 제도의 영향에 의해서 제한된 행위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신제도주의는 한 사회 내에 존재하는 압력으로서 제도적 환경과 기술적 환경을 설정하고, 그 압력에 의해 사회적으로 배태된 조직이 등장하는 과정이나 행위자의 선택과정 및 선택결과에 관심을 갖는다(Meyer … Scott, 1983). 신제도주의 이론가들은 조직 행위가 환경에 ‘일치’되는지 여부에 따라 조직의 생존이 결정된다고 보며, 조직들이 기술적 환경과 제도적 환경으로부터 동일한 압력을 받아 유사한 형태로 수렴되는 것을 동형화로 개념화하였다(Meyer … Rowan, 1977; DiMaggio … Powell, 1983; Scott, 1991). 이러한 동형화 논의는 정부지원이라는 환경적 요인에 의해 기업들의 행태 및 시장구조 변화를 분석하는데 중요한 이론적 자원이 될 수 있다.

일시적 유행으로 간주되었던 한류가 정착의 단계에 접어든 2000년대에 들어서 문화콘텐츠산업 관련 정책들은 정부의 주요 공식 의제로 채택되기 시작하였다. 특히 ‘국민의 정부’에 들어서 문화콘텐츠산업과 과학기술을 접목시킨 ‘문화기술’(CT: culture technology)이 ‘차세대 성장산업’인 6T의 하나로 채택됨으로써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었다(김성일, 2010). IMF 위기 극복이라는 과제를 안고 출발한 정부는 문화콘텐츠산업과 문화기술의 육성을 위한 국가적 조치를 강력하게 추진하여 예산, 제도, 조직 등을 대폭 확충하였다. 노무현 정부에 들어서도 미래 성장 동력으로서 문화콘텐츠산업을 꼽으면서 세계 5대 문화산업 강국이라는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하였으며, 한류를 통한 해외수출도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후 문화영역의 산업적, 정책적 확장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 이르러서도 지속 심화되어왔다. 이처럼 정부가 문화콘텐츠산업에 정책적 지원을 집중하고 확대해 나가면서 관련 법령과 규정의 정비, 신설과 함께 정책 수단으로서 문화콘텐츠산업 예산은 날로 확대되었고 민간부문의 지원예산도 대폭 확대되어 왔다.

국가 기간/전략산업이자 성장산업으로 급부상된 문화콘텐츠산업의 정책적 지원을 수혜한다는 것은 기업의 입장에서는 매우 호의적인 기회요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제약요인으로 작용했을 개연성이 크다. 기업이 정부의 지원을 수혜할 자격을 갖추고 있다는 ‘정당성’을 획득하기 위해 ‘인증’을 받아야 하며, 이는 정부의 특정 정책적 방향에 동의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예컨대 문화와 기술을 접맥시킨 ‘문화기술’에 대해 정부지원을 집중한다면 이는 속성상 특정 방향으로 기업들의 사업 방향을 유도하고 한정 짓는 선택과 배제를 가져온다. 이처럼 시장경쟁의 심화와 정부정책의 방향 변화라는 한국 문화콘텐츠산업을 둘러싼 기술적 환경이자 동시에 제도적 환경의 변화는 해당기업들에게 유사하게 행동하도록 압박하는 동형압력으로 작용해 왔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가령 정부지원이 수혜기업들이 사업을 영위하는데 제도적 압력으로 작용했다면 정부지원을 받은 기업들이 형성한 시장구조는 정부지원을 받지 않은 기업들이 형성한 시장구조와 다른 양상으로 변화했을 것이다. 반면에 만약 정부지원 수혜 여부와 관계없이 각각의 기업집단들이 형성한 시장구조가 유사한 형태 및 방향으로 진화했다면, 정부지원이 제도적 압력으로 작용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연구는 제도적 환경변화를 유발하는 정부 지원의 수혜 여부에 따라 기업행태 및 시장구조 변화에 차별성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여 다음과 같은 가설을 갖는다.

가설 1: 정부 지원이 제도적 압력으로 작용하여, 정부 지원을 수혜한 기업들은 비수혜 기업들과 차별화된 시장구조를 형성할 것이다.

4. 정부지원과 기업성과

상황이론에서는 기업이 존속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주어진 환경에 최적의 행위와 구조의 조합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 궁극적 관심사이다. 신제도주의적 시각에서도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기업 존속을 위한 기업행태의 핵심 축이 정당성 확보에 있음을 강조하며 제도적 동형화도 그 일환이다. 상황이론이나 신제도주의적 시각 모두 기업의 행태가 환경에 적합할 때, 기업의 행태가 정당성을 확보할 때 기업의 경제적 성과와 생존 가능성이 향상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한다.

규제에서 지원으로 방향을 급선회한 한국 정부의 문화정책은 문화콘텐츠산업에게는 매우 큰 환경변화였다. 상황이론에 비추어 본다면, 기업에게 주어진 이러한 환경 변화 속에서 기업이 선택해야 하는 최적의 행위는 정부지원의 수혜자가 되는 것이다.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는다는 것은 우수 기업 또는 성장잠재력을 지닌 기업이라는 신호를 시장에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가전략산업으로서 문화콘텐츠산업을 성장시켜야 한다는 정부의 요구가 높아지는 상황 속에서 정부지원 수혜기업이라는 인증은 신제도주의에서 주장하는 기업의 정당성 확보의 중요한 축이 될 수 있다.

정부의 문화정책이 기업의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 우선 문화콘텐츠산업의 성과에 대하 논의가 필요하다. 문화정책 분야는 다른 정부의 산출물처럼 정확하게 그 성과를 반영하는 성과지표의 개발이 쉽지 않은 분야이다(양혜원, 2011). 특히 문화콘텐츠산업은 아직 체계화되지 않은 신생산업이고, 문화콘텐츠산업 속성 자체가 광범위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정부지원의 효과를 보여줄 기업성과를 측정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에 선행연구들에서는 수출실적, 고용효과, 수요자 만족도 등 다양한 지표들을 기업성과로 활용하고 있다. 다수의 연구들에서는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이 기업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가 우세하다.

고용효과를 기업성과로 본 연구에서는 한류 관련 사업체 설문조사를 통한 가상가치측정법을 이용하여 금융, 세제 지원 등 한류 관련 수출확대 정책 도입은 긍정적인 고용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오선정·김태영, 2021). 정책 수요자 만족도를 기업성과로 분석한 연구에서는 문화예술인의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문화예술기금이 예술가의 경제적 기반과 자존감 확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하였다(채경진, 2016). 그러나 이상의 두 연구는 정책 수요자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해 진술선호를 계량화하여 기업성과로 활용했다.

수출 실적을 기업성과로 본 연구는 문화콘텐츠산업 수출진흥 정책의 수단을 수출 제작지원 등 사업체에 대한 직접지원과 해외 인프라 운영 등 간접지원의 방식으로 구분하여 정책수단의 상대적 효율성을 분석했다(정철현·박영일·김종업, 2012). 그 결과 직접지원 수단보다는 간접지원 수단이 지원금 대비 수출실적이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기술혁신 성공 여부를 기업성과로 설정한 연구에서는 사업화지원, 기술개발 등 직접적인 지원은 기술혁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반면 인력교육 등 간접적인 지원은 영향이 없는 것으로 설명하였다(김경아, 2014). 이렇듯 기업성과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이 기업성과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서 반대의 결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신생산업인 문화콘텐츠산업에서 정부 지원을 받는다는 것은 성장잠재력을 지닌 기업이라는 정당성 확보 기제로 작용 될 수 있으며, 다수의 선행연구들에서 정부의 직접적 지원이 기업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 결과들을 토대로 이 연구에서는 다음과 같은 가설을 갖는다.

가설 2: 직접적인 정부지원 수혜는 기업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상의 논의를 바탕으로 이 연구에서는 정부지원이라는 환경적 요인이 산업 구조에는 어떠한 변화를 야기하는지 그리고 기업에게 행해진 실제적인 정부지원이 기업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실증적 분석을 통해 규명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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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연구모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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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자료 및 분석방법, 변수구성
1. 자료
1) 연구대상 선정

한국 문화콘텐츠산업의 실태 및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콘텐츠산업 특수분류’를 설정하고, 이를 근거로 하는 「콘텐츠산업통계」2)를 해마다 발간하고 있다. ‘콘텐츠산업 특수분류’는 문화산업통계와 디지털콘텐츠산업통계의 분류체계 및 통계청의 한국표준산업 분류체계를 바탕으로 2010년 제정되었다. 이 연구에서는 ‘콘텐츠산업 특수분류’ 상의 12개 대분류에 매니지먼트 산업과 기타를 포함시킨 14개 산업을 문화콘텐츠산업의 세부 하위산업으로 설정하였다. 12개 대분류 산업에는 출판, 만화, 음악, 게임, 영화, 애니메이션, 방송, 광고, 캐릭터, 지식정보, 콘텐츠솔루션, 공연산업이 포함된다. 매니지먼트 산업 부문은 ‘콘텐츠산업 특수분류’ 중 공연산업에 포함되어 있지만, 한국 문화콘텐츠산업 발전에 있어 그 중요성을 인정받아 다수의 선행연구들에서 주요 부문으로 다뤄지고 있으며 대분류 기준인 공연산업과 매우 이질적인 속성을 지니기 때문에 문화콘텐츠산업의 주요 하위산업으로 독립시켰다.

특히 14개 하위산업 중 영화, 애니메이션, 방송, 음악 산업은 문화콘텐츠산업 내에서도 특히 산업화가 용이하고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부문이다. 더불어 문화콘텐츠산업 가치사슬 구조의 대대적 변혁을 이끌어낸 디지털 기술 도입의 핵심 영역이 영상 및 음향 콘텐츠라는 점에서 영화, 애니메이션, 방송, 음악 산업은 한국 문화콘텐츠산업 구조의 변화 과정을 관찰하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영화, 애니메이션, 방송, 음악 산업을 주요 업종으로 하는 문화콘텐츠 기업을 중심으로 연구대상을 선정하였다.

2) 분석자료

문화콘텐츠산업의 범위를 획정한 후 영화, 애니메이션, 방송, 음악 산업을 주요 업종으로 하는 문화콘텐츠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이 연구의 분석 자료로 활용하였다. 설문조사는 문화콘텐츠 기업의 대표를 포함한 임직원을 대상으로 일대일 면접으로 진행되었다. 2015년 10월 1일부터 10월 30일까지 진행된 조사에서 263개사가 응답했으며, 이 중 업종 및 설문 응답의 충실성을 고려하여 최종 228개사를 분석대상으로 선정하였다. 이 연구에서는 228개사에 대한 설문조사를 주요 분석 자료로 활용하였기 때문에, 정부지원 여부, 산업구조 변화 등 주요 변수들의 변화 양상을 기업의 시장진입시점부터 설문조사가 실시된 2015년을 기준으로 추적하였다.

분석대상으로 선정된 표본 기업의 특성은 <표 1>과 같다. 기업규모로는 소기업이 65.8%, 중기업은 27.2%였으며 대기업은 7.0%였다. 종사자 규모별로는 상시종사자가 10인 이하인 기업이 131개 기업으로 전체의 57.5%였으며, 10인 초과 기업은 42.5%였다. 업력별로 살펴보면 업력이 5년 이하인 기업이 20.6%, 6년 이상 10년 이하인 기업이 34.6%, 11년 이상 15년 이하 기업이 18.4%, 16년 이상 20년 이하 기업이 13.6% 그리고 21년 이상 기업이 12.7%였다.

표 1. 문화콘텐츠 기업의 특성
구분 빈도(%) 구분 빈도(%)
종사자 규모 10인 이하 131(57.5) 업력 5년 이하 47(20.6)
10인 초과 97(42.5) 6년 이상 10년 이하 79(34.6)
기업 규모 소기업(매출액 30억 원 이하) 150(65.8) 11년 이상 15년 이하 42(18.4)
중기업(매출액 500억 원 이하) 62(27.2) 16년 이상 20년 이하 31(13.6)
대기업(매출액 500억 원 초과) 16(7.0) 21년 이상 29(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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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대상 기업의 시장진입 시점과 2015년의 하위산업 참여 수는 <표 2>와 같다. 문화콘텐츠 기업은 평균 1.53개의 하위산업 참여를 통해 문화콘텐츠산업 시장에 진입했으며, 2015년에는 평균 1.80개의 하위산업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시장진입 시점에는 2개 이상의 하위산업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이 전체 기업의 32.5%였으나, 현재에는 46.1%의 기업들이 2개 이상의 하위산업을 영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 2. 참여 하위산업 수: 시장진입 시점 vs 현재 시점
참여 하위산업 수 1개 2개 3개 4개 5개 이상 평균(개)
시장진입 시점 154(67.5%) 47(20.6%) 13(5.7%) 9(3.9%) 5(2.0%) 1.53
2015년 시점 123(53.9%) 59(25.9%) 26(11.4%) 13(5.7%) 7(3.0%) 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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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지원이 실질적인 기업 성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정부지원을 받은 후 일정 기간 사업 적용에의 기간이 필요할 것이다. 따라서 2015년 설문조사에 참여했던 기업들의 이후 성과 변화를 측정하기 위해 기업들의 존폐 여부와 종사자 1인당 매출액으로 추출해 낸 생산성 변화를 추적하였다. 전 산업부문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을 통제하기 위해서 생산성 증감은 2019년까지만 수집하였다. 자료는 기업의 사업자등록번호를 가지고 NICE평가정보에서 해당 기업의 매출액과 종사자수를 추출하였다. 자료 수집 결과 2015년 설문조사에 참여했던 228개 문화콘텐츠 기업 중 40개사가 폐업하였다.

2. 분석방법 및 변수

이 연구에서는 한국 문화콘텐츠산업 성장과정에서 정부 지원의 효과를 규명하기 위해 사회연결망 분석방법과 회귀분석을 활용하였다.

사회연결망 분석은 연대 또는 거래 구조를 행렬의 자료로 입력하여 연결망 구조의 형태를 계량적으로 밝혀내는 분석기법이다. 사회 연결망 분석은 연결망 내에서 각 행위자(actor, node 등)가 갖는 위치와 그들의 다양한 관계(relations, lines, ties 등)들이 전체적으로 어떠한 형태를 갖고 있는지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서 각 개별 행위자가 어떻게 행동하는가를 이해하고 설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연구에서는 연결망의 전체적인 구조 분석을 위해서는 연결망 구조 자체의 성격을 드러내는 속성 지표인 연결망 밀도, 집중도를 활용하였다. 연결망 밀도는 연결망 내의 결점들 간에 맺어질 수 있는 최대 관계 수 대비 실제로 존재하는 관계 수의 비율이다. 집중도는 한 연결망이 전체 한 가지 중심으로 집중되는 정도를 표현하는 지표로, 개념적으로 밀도와 반비례하는 추세를 갖는다. 개체수준에서의 연결망 분석을 위해서는 개체의 특성을 설명하는 연결 중심성을 활용하였다. 연결 중심성은 한 결점에 직접 연결된 이웃 결점들의 합을 그 결점의 연결정도라고 하고, 이러한 연결정도에 의해 특정 결점의 중심성을 측정하는 방법이다. 연결 중심성이 높은 결점은 연결망 내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며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연구에서는 14개 하위산업3)에 대한 개별 문화콘텐츠 기업의 진출 여부를 토대로 ‘하위산업×기업’ 형태의 공동참여연결망을 구성하였다. 공동참여연결망에서 문화콘텐츠 기업 A와 B가 공통적으로 영화산업에 참여하고 있다면 기업 A와 B는 잠재적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본다. 따라서 기업 간 혹은 하위산업 간 관계가 서로 경쟁적일 수도 있으며, 동시에 협력적일 수도 있다. ‘하위산업×기업’의 Two-mode 소속연결망은 수학적 계산을 통해 ‘하위산업×하위산업’, ‘기업×기업’으로 구성된 One-mode 소속연결망으로 변환할 수 있다. 이렇게 치환된 ‘하위산업×하위산업’ 소속연결망은 시장구조로 분석에 사용하고, ‘기업×기업’ 소속연결망은 산업구조로 분석에 활용하였다.

연결망 분석에서는 행위자들 간의 관계를 통해 그 행위자가 자리매겨져 있는 사회구조를 파악하듯이 산업들 간의 관계를 통해 그 산업이 자리매겨져 있는 시장을 파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김용학, 2011). 따라서 기업 간 연결망을 통해서는 산업의 구조를 파악할 수 있으며, 하위산업 간 연결망을 통해서는 시장의 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 이렇게 도출된 산업구조를 통해 기업들 간 경쟁적 또는 협력적 관계를 간접적으로 살펴볼 수 있고, 시장구조를 통해 하위산업 간 연관성을 파악하고 시장에서의 중심산업과 주변산업을 예측할 수 있다. 사회연결망 분석은 실제적인 기업의 경제행위를 통해 산업 및 시장 구조를 형상화한다는 점에서, 현실의 산업 및 시장 구조를 구체적으로 볼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다음으로 회귀분석에서 종속변수는 기업의 성과이며, 독립변수는 기업의 특성, 정부지원 수혜 여부, 그리고 산업구조의 특성으로 구성된다. 우선 종속변수인 기업의 성과는 기업의 존속 여부와 생산성으로 측정하였다. 시장에서 기업이 살아남았는지 또는 사라졌는지는 기업의 가장 근원적인 성과인 만큼, 기업의 존폐 여부가 기업성과를 설명하는 첫 번째 종속변수로 사용하였다. 두 번째 종속변수인 생산성은 투입량과 산출량을 비교하여 기업경영 활동의 성과와 효율을 보여주는 개념이다. 이 연구에서는 노동생산성 지표 중 하나인 1인당 매출액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어떻게 변화하였는지를 보여주는 생산성 증감율을 산출하여 종속변수로 활용하였다.

주요 독립변수인 정부지원 수혜 여부는 정부로부터 자금지원, 인력지원, 컨설팅지원 등 직접적인 정책지원을 받은 경험으로 측정하였다. 그 결과 정부지원을 받은 경험이 있는 기업은 43.9%였으며, 정부지원을 받지 않은 기업은 56.1%였다. 기업수준에서 산업구조적 특성을 설명하기 위해 기업 간 연결망 내에서 기업의 위상을 의미하는 연결중심성을 활용하였다. 연결중심성은 연결망 내에서의 권력과 영향력이라는 개념과 연결되어 설명되는데, 일반적으로 기업 등 조직의 경우 연결 중심성이 높을수록 생존율이 높거나 성과가 좋은 것으로 나타난다. 산업구조 내 기업의 위상 변화를 측정하기 위해, 시장 진입 시점의 연결중심성과 2015년을 기준으로 연결중심성의 변화량을 측정하여 변수로 사용하였다.

Ⅳ. 분석결과

1. 정부지원과 제도적 동형화

기업에 대한 정부의 정책 지원이 실제로 한국 문화콘텐츠산업의 구조변화에 압력으로 작용했는지 시장구조의 변화 양상을 추적하였다. 정부지원에 따른 시장구조의 변화양상에 대한 분석과정을 도식화하면 다음의 [그림 2]와 같다. 가설을 통해 우리는 정부지원을 받기 전인 시장진입 시점(T1)에서는 수혜기업이 형성한 시장구조와 비수혜기업이 형성한 시장구조에 차별성이 없을 것으로 예상하였다. 그러나 시점 T2에서는 정부지원을 받은 기업들에게 정책이 압력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정부지원 수혜 여부에 따라 시장구조의 차별성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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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정부지원 수혜 여부에 따른 시장구조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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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3>은 정부지원 수혜 여부에 따라 시장구조, 즉 하위산업 간 연결망의 변화를 분석한 결과이다. 먼저, 정부지원을 받지 않은 기업들에 의해 형성된 시장구조는 시장진입 시점에서 2015년으로 오면서 밀도는 약간 증가(Δ20.4%)한 반면, 연결집중도는 다소 감소(∇1.6%)하였다. 즉 하위산업 간 연결 수는 증가한 반면 연결정도는 약화되는 반비례의 관계를 보이고 있다. 반면 정부지원을 받은 기업들에 의해 형성된 시장구조는 진입 시점에 비해 밀도가 매우 높아졌으며(Δ63.4%), 동시에 연결집중도도 크게 증가하였다(Δ59.4%). 산업 수가 고정된 상태에서 밀도와 연결집중도가 동시에 높아졌다는 것은 하위산업 간 연결 수가 증가했을 뿐 아니라 연결정도가 강화되었다는 것이다. 하위산업 간 연결 수가 증가했다는 것은 시장 내 14개 하위산업4) 중 많은 부문에 기업들이 진출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연결정도가 강화되었다는 것은 하나의 하위산업, 가령 영화산업에 공통적으로 진출한 기업들이 많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정부지원을 받은 기업들은 다수의 하위산업으로 진출했으며, 특히 정부지원 수혜기업들끼리 동일한 하위산업 영역에서 서로 경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표 3. 정부지원 수혜 여부에 따른 연결망의 밀도, 연결집중도 변화
구분 정부지원 비수혜 정부지원 수혜
진입 시점 2015년 증감률(%) 진입 시점 2015년 증감률(%)
밀도 2.03 2.44 ▲ 20.4 1.88 3.08 ▲ 63.4
연결집중도(%) 8.65 8.53 ▼ 1.6 7.44 11.66 ▲ 56.8
평균 연결정도 3.38 4.00 ▲ 18.4 4.71 7.50 ▲ 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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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시장진입 시점에는 서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던 각 기업 집단의 시장구조가 2015년에는 정부지원 수혜 여부에 따라 상당히 큰 차별성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시장진입 시점에서는 정부지원 수혜 기업들이 비수혜 기업들에 비해 하위산업 간 연결 수와 연결강도가 오히려 낮았는데, 2015년에는 연결 수와 연결강도가 모두 큰 폭으로 증가하였다. 이는 정부지원 수혜 경험이 기업들로 하여금 다수의 하위산업에 진출하도록 압력을 행사하는데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을 개연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분석 결과는 정부지원을 받은 기업들이 정부정책에 조응하면서 제도적, 강압적 동형화 압력을 받아 유사한 행태를 보일 것이며, 그 결과 정부지원을 받은 기업들이 형성한 시장구조는 비수혜 기업들이 형성한 시장구조와 차별화될 것이라는 가설1에 부합한다.

문화콘텐츠산업에 대한 정부의 본격적인 지원이 시작된 것은 ‘국민의 정부’ 시기였다. 국민의 정부는 예기치 않게 일어난 한류를 확대시키기 위해 문화콘텐츠산업 발전 모델을 수립해야 할 필요성을 가졌고, 이전 1960~70년대 발전국가가 민간부문을 선도적으로 이끌었던 제조업 중심의 ‘수출주도 산업화 모델’을 되살려 원용하였다(김명수, 2015). 이후에 등장한 정권들의 문화콘텐츠산업 정책기조 역시 한류 확대를 통한 문화콘텐츠산업의 국가전략산업화에 있었다. IMF 외환위기 등 정부주도 산업발전의 폐해를 경험해 본 한국이지만, 이미 가시적 결과를 산출하면서 경험으로 축적된 수출주도 산업육성 정책은 외면하기 힘든 유혹이었다. 따라서 부작용을 차치하고 정부가 선택한 정책기조는 수출주도형 산업육성이었으며, 정부로부터의 정책지원 수혜는 이러한 정책방향의 수용을 의미하며 제도적 동형화 압력의 기제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1960~70년대에 우리나라에서 추진되었던 발전국가모델 산업정책을 통해 대기업으로 성장한 기업들의 전략적 선택이 사업의 다각화임을 상기하면, 문화콘텐츠산업에 대한 정부지원 방향도 이러한 지향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기업 또한 정부지원을 받기 위해 또는 정부지원에 대한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 이러한 정책적 지향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요약하면, 정부지원 받은 기업들은 지원을 받지 않은 기업들에 비해 다수의 하위산업에 공통적으로 참여하는 정도가 심화되었는데, 이는 정부의 ‘문화산업육성 정책’이 시장구조 변화에 압력으로 작용한 효과라고 볼 수 있다. 즉 기업에 대한 정부의 직접적인 정책지원 과정에서 기업이 정부의 정책방향을 수용한 결과 문화콘텐츠 생산 및 수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하위산업으로의 참여가 가속화되었다. 그 결과 기업들은 공통된 다수의 하위산업에 진출하여 사업을 영위하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해당 하위산업 간 유사성도 증가되었다.

2. 정부지원과 시장구조 변화

정부지원 수혜 여부에 따라 시장구조의 변화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하위산업 간 연결망을 다음의 [그림 3] 및 [그림 4]와 같이 도식화 하였다. 그림에서의 결점은 각각의 하위산업을 의미하고, 링크는 기업의 중복참여도를 나타내주는데 링크의 두께는 참여 기업수로 가중치를 부여한 결과이다. 즉 링크의 두께가 두꺼울수록 링크로 연결되어 있는 두 하위산업에 공통으로 참여하는 기업수가 많다고 볼 수 있다. [그림 3]은 정부지원 비수혜 기업들이 형성한 시장구조의 변화 양상을 나타낸 것이며, [그림 4]는 정부지원 수혜 기업들이 형성한 시장구조의 변화 양상을 나타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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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정부지원 비수혜 기업들이 형성한 시장구조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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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정부지원 수혜 기업들이 형성한 시장구조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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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정부지원 비수혜 기업들에 의해 형성된 하위산업 간 연결망을 보면, 시장진입 시점 ([그림 3A])과 2015년([그림 3B])을 비교할 때 산업 간 연결이 조금 조밀해졌을 뿐 산업 간 연결 강도에는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즉 시장진입 시점에 나타났던 방송-광고-영화-음악 중심의 시장구조가 2015년에도 그대로 유지되고, 하위산업 간 관계가 다소 복잡해졌으나 하위산업 간 유사성은 크게 증가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게임 및 만화 산업과 다른 하위산업과의 연결이 새로이 추가되었다.

다음으로 정부지원 수혜 기업에 의해 형성된 하위산업 간 연결망을 보면, 시장진입 시점 ([그림 4A])에서 2015년([그림 4B])으로 오면서 하위산업 간 링크가 더욱 증가했고 연결강도 또한 강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정부지원 수혜 결과 동일 하위산업에 대한 기업들의 공통 참여가 더욱 확대된 것을 의미한다. 특히 시장진입 시점에 중심부에 위치했던 영화-방송의 경우 다른 하위산업으로의 확대가 심화되었으며, 하위산업 간 유사성도 증대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다수의 하위산업에서 정부지원 수혜 기업 간 경쟁이 심화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요약하면, 정부지원은 수혜기업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새로운 경로를 제시하였으며, 수혜기업들의 행태는 이러한 경로에 의존적으로 동형화되어 하위산업간 연결성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진화해 온 것이다. 반면 비수혜 기업들에 의해 형성된 시장구조는 형성시점의 구조가 2015년에 이르기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즉, 정부지원 수혜 여부에 따라 시장구조가 각기 다른 방향으로 발전해 온 것이다. 따라서 정부지원이라는 환경적 요인이 문화콘텐츠 기업들의 행위와 시장구조를 변화시키는 제도적 압력으로 작용하여, 정부지원 수혜 기업과 비수혜 기업에 의해 형성된 시장을 구조적으로 차별화시키는 기제로 작용하고 있음을 발견하였다.

3. 정부지원과 기업 성과

지금까지 한국 문화콘텐츠산업의 성장과정에서 정부지원이 기업행태 및 시장구조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았다. 다음으로 정부지원이 한국 문화콘텐츠산업의 기업 성과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가설을 검증한다. 이 연구의 분석 대상이었던 228개 문화콘텐츠 기업 중 2019년 기준으로 40개사가 폐업하였다. 폐업기업의 특징은 다음의 <표 4>와 같다.

표 4. 폐업기업의 특징
변수 폐업기업(N=40) 존속기업(N=188) 통계량
정부지원 수혜 17.0% 83.0% n.s
미수혜 18.0% 82.0%
업종 음악산업 26.8% 73.2% x2(3)=6.421*
영화산업 11.6% 88.4%
방송산업 12.2% 87.8%
애니메이션 21.3% 78.7%
기업규모 소기업 20.0% 80.0% n.s
중기업 12.9% 87.1%
대기업 12.5% 87.5%
업력 평균값 9.00 12.64 t(226)=−2.362**
진입 연결중심성 평균값 .39 .37 n.s
연결중심성 변화량 평균값 .45 .46 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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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정부지원을 받은 기업 중 17.0%가, 정부지원을 받지 않은 기업 중에는 18.0%가 폐업한 것으로 집계되어, 정부지원 유무에 따라 기업의 존폐 여부에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업종별로는 음악산업 부문의 폐업 비중이 26.8%로 가장 높았으며, 다음으로 애니메이션 부문이 21.3%로 방송 및 영화 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다. 업력별로는 폐업기업의 업력평균이 9.0년, 생존기업의 업력평균이 12.6년으로 폐업기업에 비해 생존기업의 평균 업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규모와 시장진입 시점의 연결중심성 및 변화량은 폐업 여부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산업구조 안에서의 기업의 권력을 나타내주는 연결중심성은 한 기업이 산업 내에서 얼마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며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는지를 설명해주는 변수로 기업수준에서 산업구조의 특성을 대표한다. 연결중심성이 높은 기업일수록 생존율이 높거나 좋은 성과를 거두는 경향이 있다.

다음으로 폐업한 40개사를 제외하고, 시장에 남아있는 188개사 기업들의 성과에 정부의 지원이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펴보았다. 생산성 변화량을 종속변수로 설정한 후 기업의 특성을 설명하는 업력과 기업규모, 정부지원 수혜 여부 그리고 산업 구조적 특성을 설명하는 연결중심성 및 변화량을 독립변수로 투입하여 회귀분석을 수행하였다(<표 5>). 분석 결과는 정부지원 수혜(β=−.184, p<.01)와 연결중심성의 변화량이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정부지원을 받은 기업들이 받지 않은 기업에 비해 생산성이 감소했으며, 기업 간 연결중심성의 변화량이 높은 기업일수록 생산성이 낮은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정부지원은 하위산업 간 연계성을 확대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였고, 이를 기반으로 다수의 하위산업 부문에 진출해 다수의 사업체들과 협력 또는 경쟁 관계를 구축하며 기업 간 연결성을 확대한 기업일수록 낮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정부지원은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는 부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했으며, 기업 간 연계성이 높은 산업 내 핵심적 지위도 생산성 하락에 일조하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표 5. 기업성과에 대한 회귀분석
변 수 생산성 증감률(2015-2019)
B β
업력 −13.297 −.114
중기업a) −153.626 −.066
대기업a) −155.915 −.040
정부지원 수혜b) 403.035* −.184
진입 연결중심성 514.105 .081
연결중심성 변화 1,731.735*** −.283
(회귀상수) 1,079.029**
R Square .148
F비 4.528***

더미변수로 투입했으며, 기준은 ‘소기업’임.

더미변수로 투입했으며, 기준은 정부지원 받은 경험 없음.

p<.05,

p<.01,

p<.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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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분석 결과는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이 생산성 증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가설2와 정반대의 결과이다. 기업에 대한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은 생산성 감소로 이어졌으며,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의 결과로 인한 간접적 효과로 설명할 수 있는 산업구조적 변화도 기업의 생산성 저하에 영향을 미쳤다. 이 연구결과는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이 기업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가설2와 부합하지 않는 결과이다.

Ⅴ. 결론 및 시사점

이 연구에서는 한국 문화콘텐츠산업의 성장과정에서 정부의 지원이 문화콘텐츠산업 구조변화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으며 기업성과에 어떤 효과를 미치는지 실증분석을 통해 살펴보았다. 주요 분석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 문화콘텐츠산업의 성장과정에서 정부지원의 효과를 연결망 분석을 통해 살펴 본 결과, 정부지원 비수혜 기업들에 의해 형성된 시장구조는 형성시점의 구조가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는 것에 반하여 정부지원 수혜 기업들에 의해 형성된 시장구조는 하위산업 간 연결성이 확장되어 기업 간 유사성이 증가하는 방향으로 발전하였다. 기업들은 정부지원 수혜 여부에 따라 각기 다르게 설정된 경로에 의존해 발전하면서 이중시장 구조를 형성해 왔다. 이러한 시장의 이중구조화 경향은 강압적 동형화 기제가 작용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정부지원이 실질적인 기업의 성과로 이어졌는지 살펴본 결과, 직접적인 정부지원이 기업의 성과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즉 문화콘텐츠 기업에게 자금지원, 인력지원 등 직접적으로 행해진 정책지원은 오히려 기업의 생산성 저하에 일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지원의 결과로 인한 간접적 효과로 볼 수 있는 기업 간 연계성 확대라는 산업 구조적 변화도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 부정적으로 작용하였다.

위와 같은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이 연구는 다음과 같은 정책 제안을 하고자 한다. 문화콘텐츠 기업에게 직접적으로 전달되는 정책지원이 기업성과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부분이 있다면 지속적인 산업 발전을 위해서라도 간접 지원 방식의 정책지원에 더욱 집중해야 할 것이다. 특히 문화콘텐츠산업이 신생산업이면서 다양한 하위산업들로 구성되어 어떤 산업부문보다도 복잡한 특성을 지니고 있는 만큼 산업구조의 선순환과 산업 자체의 역량 강화를 위한 여건조성에 대해 심층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기업에 대한 정부의 직접적 지원은 지원의 편중으로 인한 양극화 가능성뿐만 아니라 지원기업 선정에 있어서의 형평성 및 특혜 의혹 등의 문제들을 본원적으로 안고 있다. 특히 ‘원소스 멀티유스(OMSU)’를 산업의 기본전략으로 삼고 있는 문화콘텐츠산업의 경우 타 산업에 비해 복잡하고 다양한 속성을 지니고 있어 지원대상 기업을 공정하게 선정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더군다나 문화콘텐츠산업의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은 한국의 경우, 정부가 적절한 지원 대상을 선정해낼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단기간에 구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국가전략 산업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는 문화콘텐츠산업은 치열한 시장경쟁 속에 놓여 있고, 주요 경쟁국에서도 국가정책으로 문화콘텐츠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문화콘텐츠산업 진흥을 위한 영국과 미국 등 주요국 정부의 정책적 노력을 살펴보면, 핵심 정책으로 소개되는 대부분의 정책들이 간접지원의 성격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김주경·유영철, 2013). 주요국들이 문화콘텐츠산업에 대해 간접지원에 치중하고 있는 것은 기업에 대한 일시적 직접지원보다는 장기적 계획 하에 이루어지는 간접지원이 문화콘텐츠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에 필수요소라는 것을 오랜 역사적 경험을 통해 습득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연구의 결과 또한 문화콘텐츠 기업에 대한 정부의 직접지원은 기업의 성과에 부정적으로 작동한 것을 경험적으로 확인해 주고 있는 만큼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직접지원 방식은 간접지원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 향후 정부의 지원이 적재적소에 그리고 적절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보다 심층적이고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이 연구는 한국 문화콘텐츠산업의 주요한 환경변수인 정부지원이 산업의 성장에 미친 영향을 실증적 분석을 통해 가시적으로 입증했다는 것에 의의를 지닌다. 특히 문화콘텐츠산업 내 기업들에 대한 설문 및 실증데이터를 활용하여 정부지원의 효과를 실제적으로 분석해냄으로써 결과론적 해석에 머물렀던 기존 연구들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켰다. 또한 기업 행위에 기반한 연결망 분석을 통해 한국 문화콘텐츠산업의 변화과정을 도식화해 구체적으로 제시함을 통해 산업구조 조망에 있어 연결망 분석이 매우 유용한 기제라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 연구를 진행하는 동안 2019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전 세계는 코로나 팬데믹에 놓이게 되었다. 일상뿐 아니라 산업, 시장, 정책, 기업 모든 것들이 새로운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한국 문화콘텐츠산업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거대한 환경변화에 맞춰 재편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변화된 한국 문화콘텐츠산업과 정책지원에 대한 연구는 향후 의미있는 연구주제가 될 것이다.

Notes

문화콘텐츠산업의 구조적 영역은 ‘산업’과 ‘시장’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 연구에서는 ‘산업’은 제조방식이 유사한 상품을 생산하는 기업의 집단으로, ‘시장’은 상호 수요의 대체가 가능한 상품의 집단으로 구분하였다(Robinson, 1969). 이러한 기준에 따르면 문화상품을 생산하는 기업의 집단이 ‘산업’이며, 문화상품의 집단을 ‘시장’이라 할 수 있다. 즉 문화상품 그 자체를 분류기준으로 삼는지 아니면 문화상품의 생산자를 분류 기준으로 삼는지에 따라 시장과 산업이 구분된다.

정부는 문화산업의 동향 파악 및 육성을 위한 지표로 활용하기 위해 문화산업통계(2008년 기준조사까지 10회)와 디지털콘텐츠산업통계(2008년 기준조사까지 4회)를 발간하다가, 2008년 정부조직개편에 의해 콘텐츠산업 진흥정책이 일원화됨에 따라 2009년 기준조사부터는 콘텐츠산업통계로 통합되었다.

출판, 만화, 음악, 게임, 영화, 애니메이션, 방송, 광고, 캐릭터, 지식정보, 콘텐츠솔루션, 공연산업.

출판, 만화, 음악, 게임, 영화, 애니메이션, 방송, 광고, 캐릭터, 지식정보, 콘텐츠솔루션, 공연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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