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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시대 북한문화예술교육에 대한 분석적 고찰: 문화예술 행정체계와 정책을 중심으로

신혜선1, 유남원2, 신형덕3,
Hyesun Shin1, Namwon You2, Hyung-Deok Shin3,
Author Information & Copyright
1신혜선_숙명여자대학교 문화행정학과 초빙대우교수
2유남원_이화여자대학교 북한학과 박사수료
3신형덕_홍익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1Invited Teaching Professor, Department of Cultural Administration, Sookmyung Women’s University
2Ph.D. Candidate, North Korean Studies, Ewha Womans’ University
3Professor, School of Business, Hongik University
Corresponding Author: Professor, School of Business, Hongik University (shinhyungdeok@gmail.com)

© Copyright 2020 Korea Culture & Tourism Institute . This is an Open-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4.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Received: Oct 10, 2020; Revised: Nov 27, 2020; Accepted: Dec 07, 2020

Published Online: Dec 31, 2020

국문초록

본 연구는 김정은시대 북한의 문화예술교육을 문화예술 행정체계와 정책 중심 분석을 통해 그 특성을 도출하는데 목적을 둔다. 2012년 학제 개편 이후, 국제적 기준을 표방하는 교육담론과 ‘통합교육’이 거론됨에 따라 북한의 문화정책 중 예술교육에 대한 구조적 이해를 제공하고자 한다. 예술교육에 대한 분석적 조망은 향후 통일한국사회의 문화예술교육 통합과정에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문화행정 연구자 듀이(Dewey, 2008)는 국가 간 예술교육정책 비교를 위해 사례 국가의 행정체계와 정책과정을 포괄한 문화행정 구조 전반을 조망하고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위 주장에 근거하여 수집한 자료를 질적 내용 분석(qualitative content analysis)하고, 듀이(2008)의 문화행정체계와 정책구조 분석틀을 중심으로 문화예술교육 개념과 관련된 북한의 문화행정체계와 정책을 분석 및 도출하였다. 분석결과, 북한의 문화정책과 예술교육정책에서 문화예술교육의 개념에 해당하는 ‘창조적 인재 양성,’ ‘통합형 수업,’ ‘예술참여 기회 확대’와 같은 요소가 관찰되었다. 그러나 ‘사회주의 문명강국’이라는 문화정책목표와 최고위원장 중심의 북한사회주의 행정체계로 인하여 남한을 포함한 대다수 민주주의 사회에서 실행하는 문화예술교육 정책과는 그 지향점과 가치에 있어 상이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Abstract

This study identifies North Korea’s arts education-related policies and cultural policy structure in the era of Kim Jong-un. In the aftermath of the “Universal 12-year Compulsory Education System” in 2012, North Korea seems to be pursuing internationalized quality of education focusing on the integrated education pedagogy. This research seeks to understand the policy structure of arts education in North Korea. Findings of this research can contribute to providing some informative and useful information for the unification process of Korea.

American cultural policy researcher, Dewey (2008) claims that for comparative research of arts education policy, it is necessary to analyze a county’s administrative structure and policy process together. By adopting Dewey’s view and research framework, this study analyzes North Korea’s cultural administrative structure and policy related with arts education. Collected data were analyzed using qualitative content analysis.

This study finds that North Korea’s arts education policy has partially adopted concepts of creativity development, integrated education, and increasing public access to arts participation. However, due to North Korea’s top policy priority, “prestigious socialist country,” and Chairman Kim Jong-un’s centralized command in its socialist setting, values and goals of arts educations of their terms are quite different from those pursued in South Korea and other democratic societies.

Keywords: 북한예술교육; 북한문화행정체계; 문화예술교육; 문화정책연구; 통합교육방법
Keywords: North Korean studies; arts education; cultural policy studies; integrated education; arts education policy

Ⅰ. 서론

1. 연구의 필요성과 목적

북한에서 예술은 체제 유지를 위한 사회주의 사상교육의 도구로 활용된다(통일부, 2019;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19; 현주·안지호, 2018). 선전과 교화의 목적이 달성되기 위해 목적한 사상 및 정치적 의미가 표현된 예술이 창작되어야 하며, 그 정치적 의미를 이해하고 습득할 수 있는 대중의 향유 역량을 필요로 한다. 이에 따라 북한체제에서 예술과 교육은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지게 된다. 김정은 체제가 시작된 이후, 북한의 교육정책에도 변화가 있었다. 2012년 9월 학제 개편에서 김정은은 북한의 교육정책 방향으로 국제적 기준에 입각한 제도 개선을 지시하였다(조정아, 2014). 특히 ‘통합교육’이 교육과정 개정 방안의 일부로 거론되었다는 사실은 남북한 예술교육 및 문화예술교육 통합 방안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을 확인해준다.

이러한 추세에서 최근 문화예술교육 전달체계에 대한 남북한 비교분석을 시도한 연구(백미현, 2018)와 남북한 예술교육 교과과정을 비교분석한 연구(김진숙·이경언, 2017)가 발표되었다. 통일사회를 준비하는 과정, 무엇보다 ‘문화예술분야의 제도통합 준비’ 측면에서 남북한의 예술교육을 비교하는 연구가 갖는 함의는 중요하다. 문화예술분야 운영 체계와 현장에서 사용되는 용어 통일 등 제도통합 준비 과정이 통일 이전 단계에서부터 충실하게 이루어져야 실제 초기 제도통합 과정이 신속하게 실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박영정, 2012).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예술교육과 관련하여 북한의 행정체계와 정책 구조를 연계하여 보다 종합적인 조망과 이론적 이해의 근거를 제시할 수 있는 연구는 현저히 부족하다. 특히, 통합교육 중심의 문화예술교육에 대하여 남북한의 (문화)예술교육의 정의와 범주는 상이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에 대한 분석적 논의는 전무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반적인 문화예술 행정체계와 정책을 토대로 분석할 때 그 윤곽이 드러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남북한 문화예술교육의 병렬적 비교 대신, 국제 예술교육 담론에 부합한 남한의 문화예술교육 정의를 중심으로 북한의 문화행정 체계와 예술교육 관련 정책을 분석하고자 한다.

미국 문화행정 연구자 패트리샤 듀이(Patricia Dewey, 2008)는 예술교육 분야에 대한 국가 간 정책비교연구를 위해 사례 국가의 행정체계와 정책실행을 포괄하는 전반적 구조를 종합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북한 사례에 대하여 듀이가 주장한 바와 같이 예술교육정책을 해당 국가의 문화행정체계와 연계하여 분석하는 시도는 북한의 예술교육에 대한 구조적 이해를 돕고, 향후 우리나라 문화예술교육정책과 비교를 위한 초석 마련에 기여할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듀이가 제시한 국가별 예술교육정책 분석틀을 중심으로 북한예술교육과 관련된 기관, 교육과정 및 소조활동 등을 포괄한 정책과정, 문화행정체계를 분석한다.

본 연구는 해석주의 관점(interpretivist perspective)에 근거하여 북한의 교육제도와 정책구조를 나타내는 관련 자료를 질적 내용 분석(qualitative content analysis)하고, 김정은 체제 이후 나타나는 예술교육 관련 문화행정 체계와 정책과정을 도출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예술교육정책 관련 문헌분석에 수집 및 활용된 1차 자료는 북한법령(⌞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교육법⌟(1999),⌞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보통교육법⌟(2011),⌞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고등교육법⌟(2011))과 최근 3년(2016-2018)1)간의 예술교육, 노동신문, 조선중앙연감, 북한연감, 그리고 북한 교육성이 유네스코에 ‘2015 인천 세계교육포럼’에 제출한 보고서와 같이 북한의 예술교육 법제도와 정책과 관련된 내용을 도출할 수 있는(신효숙, 2006) 정기간행물과 출판물을 포함한다. 북한 문화정책 관련 법체제에 대한 문헌조사를 시행함에 있어서는 1999년 북한의 교육법 체제 이후로 그 범위를 확대하여 조사하였다. 이는 북한이 사회주의적 법치주의를 표방하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되는 시점을 포함하여 보다 전반적인 북한의 문화행정 체계에 대한 환경과 법체계 배경을 분석에 반영하고자 함에 있다. 따라서 1999년 이후 제정된 관련 법안과 교육 및 문화행정 체계, 정책내용을 조사와 분석 과정에 포함되었다. 더불어 북한의 정치 및 사회적 배경을 고려한 보다 적합한 해석과 분석을 위해 북한 문화행정과 예술교육 관련 분야의 학술논문과 통일연구원, 한국문화관광연구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같은 연구기관에서 출간한 보고서를 2차 자료로서 수집 및 활용하였다.

2. 기존연구의 주요 동향

북한학 연구 중에서도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연구는 정치 및 경제 분야 연구와 비교해 볼 때 부족한 것으로 지적된다(오양열, 2000). 더 나아가 북한문화예술에 대한 연구 중, 문화정책을 주제로 한 연구가 무용, 음악, 영화, 미술 등의 예술 장르중심 연구에 비해 양적 규모면에서 작게 집계되었다(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 연구단, 2011). 또한 지금까지 북한문화정책을 논의한 연구는 주로 현황 분석과 이해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자료의 접근과 수집이 제한적인 환경요인으로 인해 타 분야에서 관찰되는 문화적 요소를 찾아 분석하는 접근도 시도된다. 일례로 오양열(2002)은 정치, 경제 등 각 분야에서 등장한 신조어를 살펴보고 분석하여 다양한 자본주의화 경향을 발견하였다. 그것을 통해 향후 북한의 문화예술이 주제, 소재, 형식면에서 다양해질 것과 유연함을 나타낼 것이라는 분석 결과를 도출한 바 있다.

북한의 문화정책에 대한 연구가 가진 한계는 한국문화관광연구소에서 발간한 「남북한 문화정책 비교와 통일지향적 문화정책」연구보고서에 언급된 바와 같이 문화정책 방향성에 대한 고찰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조현성·오양열·이지순, 2016: iv). 그러나 북한의 교육제도가 「사회주의교육에 관한 체제」(1977)에 기초한 ‘강령 체제’에서 1999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교육법⌟제정과 함께 ‘법령 체제’로 전환하는(황인표, 2014) 변화를 나타내면서 예술교육에 대한 문화정책적 논의를 시도할 수 있는 단초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는 예술교육에 대한 정책과정을 법제도와 교육 행정체계를 통해 살펴보는데 보다 용이하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학술데이터베이스인 한국학술문헌정보(RISS)에서 ‘북한 문화정책’, ‘북한 예술교육’ 등을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 2000년 이후 지난 20년 간 북한의 문화정책(n=15)과 예술교육(n=25)에 관련된 학술논문은 총 40편으로 나타났다. 북한의 예술교육을 독립된 정책이나 법제도의 관점에서 연구한 학술논문은 발견되지 않았으나, 예술교과에 대한 연구는 2000년대에 비하여 2010년대에는 그 규모가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양적 증가에 대한 원인을 명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려우나, 김정은 체제가 시작된 후 2012년에 공표한 학제 개편에 따라 변화한 북한교육체계에 대하여 연구의 필요성이 증가한 것으로 추론해 볼 수 있다.

2000년대 이후 북한예술교육 관련 연구에서 관찰되는 특징 중 하나는 음악교육에 관한 연구의 비중이 가장 높다는 것이다. 또한, 이 시기에는 교육제도와 교과서 분석을 통해 공식 교육과정 내에서 이루어지는 음악, 미술, 전통음악, 피아노 등 단일 예술교과 교육 분석을 중점적으로 다룬 연구가 주를 이루었다. 관련하여 김운미(2003)는 국가수준의 교육제도, 교육과정과 더불어 각종 행사 사례를 검토하여 무용교육이 이루어지는 과정뿐 아니라, 사회로 어떻게 확산되어 나가는지를 분석하여 무용교육이 정책, 교육, 사회와 관계를 맺어나가는 것을 종체적인 관점에서 연구하였다. 이는 단일 장르교육에 대한 연구를 통해 북한 사회와 정책에 대한 시사점 도출을 시행한 연구로 의미가 있다. 최근 이와 유사하게 산업미술을 중심으로 북한의 문화정책을 조망한 연구가 있다(하준수, 2018). 저자는 북한의 이중적 문화정책 지향성에 대해 지적하며, 김정은 체제에 들어서서 산업미술의 세계화를 내세웠지만 중국에 대한 시장개방과 국제화를 지향함과 동시에 주체사상을 유지하려는 지속적인 폐쇄성이 정책 내부의 이념적 충돌로 발현된다고 결론지었다.

문화예술교육과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것은 2010년대에 들어 통합예술교육 관점에서 북한예술교과를 분석하는 연구의 증가이다. 박창언·이기용(2014)과 김진숙·이경언(2017)은 미술과 음악을 연계한 예술교육과 학교예술교과의 교과서와 교육과정을 분석하였다. 또한, 김진숙·이경언(2017)은 김정은 집권 이후 개정한 북한 2013년 교육강령과 남한의 2015년 교육과정을 중심으로 교육과정, 문서체제, 내용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최근 현황을 반영한 체계적 비교연구를 발표하였다. 백미현(2018)은 문화예술교육을 “문화예술역량 증진과 향유기회의 균등 차원에서 국가가 시행하는 정책”(116)으로 보고, 공연예술산업연구 분야에서 사용되었던 분석틀을 적용하여 생산, 유통, 소비의 측면에서 남북한 문화예술교육 교류를 모색하였다. 다만 북한 문화행정체계나 정책에 대한 반영이 충분치 않아 한계를 드러낸다. 이처럼 최근에 나타난 북한예술교육의 통합예술교육과 문화예술교육 특성에 대한 연구자들의 관심은 김정은 집권 이후 통합적이고 국제적인 교육을 강조하는 정책기조에 따른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더불어 국제적인 관점과 이론을 적용하여 북한의 문화예술분야를 분석한 연구도 발견된다. 임미정(2016)은 북한 전문가 교육과정에 포함되어 있는 피아노곡을 북한 사회정치적 맥락이 아닌 서양음악사적 맥락에서 분석하였다. 이는 북한의 예술교육이 정치적 도구로 활용되기 위해 이루어진다는 기존의 논의를 반복적으로 밝혀내기보다 새로운 관점에서 전문예술교과를 해석하고, 보다 총체적인 시각으로 관련 주제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학술적 시야를 확대하는데 기여하였다.

Ⅱ. 이론적 배경과 연구 방법

1. 문화예술교육의 통합교육 측면과 정책적 정의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문화예술교육의 측면은 통합적 교육 접근방법이다. 북한이 김정은 체제 수립 이후 강조하는 것이 통합적 교육인 만큼, 그곳의 예술교육에 있어 통합적 교육은 어떻게 이해되고 실행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본 연구의 주요 목적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문화예술교육에서 지향하는 통합교육적인 부분은 문화예술교육의 목표이자 방법으로 볼 수 있다(백령, 2015). 국내에서는 ‘통합예술교육’이라는 용어가 종종 문화예술교육과 혼용되기도 할 만큼 통합교육은 문화예술교육의 지향성과 가치적 의미를 나타내는 교육방법이다. 문화예술교육의 통합적인 측면을 논의하기 위해 통합예술교육의 지향성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통합예술교육은 예술과 비예술 영역간의 연계성을 바탕으로 하며, 통합적 교육 주제와 방법을 통해 개인과 문화, 지역공동체와 사회에 대한 탐색과 표현의 기회를 제공한다(백령, 2015; 이미경, 2011). 그렇기 때문에 문화예술교육은 일반 예술교과과정과 구분된다.

우리나라 법에서 정의하는 문화예술교육의 기본원칙은 다음과 같다. 「문화예술교육 지원법」에 따르면, “문화예술교육은 모든 국민의 문화예술 향유와 창조력 함양을 위한 교육을 지향”하는 것이다(국가법령정보센터, n.d.). 이에 따라 학교 내에서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생애주기에 따른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운영 및 지원되고 있으며, 이를 크게 학교문화예술교육과 사회문화예술교육으로 구분하여 지칭한다. 창작과 감상이라는 예술 활동을 통해 전인적 관점에서 그리고 문해력(cultural literacy)을 활용하여 개인과 주변인, 사회와 문화를 사고하고 표현하는 활동이 문화예술교육의 지향성(백령, 2015)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 문화예술교육의 정책적 정의는 그 지향성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국제적 관점에서도 문화예술교육(arts education)은 교육제도 안팎에서 이루어지는 예술 창작 및 향유 활동을 포괄하며, 전통적 또는 새로운 형태의 예술을 통해 문제해결, 비판적 사고, 창의성, 팀워크, 소통기술, 갈등해소와 같은 역량을 쌓는데 깊은 연관성이 있다고 주장한다(O’Farrell & Kukkonen, 2017). 본 연구에서 기술된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국제적 인식과 관점, 그리고 우리나라의 정책적 정의 등을 바탕으로 북한의 예술교육에 대하여 문화예술행정과 정책을 중심으로 구조적 분석을 이행하고자 한다.

2. 문화정책체계 분석에 대한 이론적 논의

공공정책에 대한 체계적인 국가 간 비교는 더 나은 정책을 고안하는 데에 필요한 지식정보를 도출하고, 심화되어가는 상호의존적 국제관계에서 발생하는 사회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정부 기관의 역할과 정치적 과정에 대한 이해를 증진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다(Heidendeiner, Helco, & Adams, 1990; Dewey, 2008: 280 재인용). 때문에 각 국가별 역사적, 제도적 특성을 중심으로 특정 분야의 정책을 분석하여 활용한다. 그러나 남북한의 현 상황과 관계에서는 우리나라의 개선된 정책모형 모색을 목적으로 북한의 정책을 분석하거나 비교하지 않는다. 그보다 향후 한반도의 통일사회 준비 과정으로 남북한의 상호 정책적 유사성과 상이성을 관찰하고 이해하는 것에 주로 그 목적을 둔다. 이 같은 남북한 정책비교연구의 목적은 2016년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발표한 남북한 문화정책 비교 연구에도 명시된 바 있다.

조현성·오양열·이지순(2016)은 남북한 문화정책 비교를 연구하며, ‘정책목표, 민족문화·전통문화, 문화의 세계화, 문화참여·생활문화’ 네 가지 정책영역을 비교단위로 설정하여 분석을 시행하였다(14). 문화정책 전반을 분석하지 않고 네 가지의 특정 영역을 선정하여 비교하는 접근방법을 선택한 이유로 연구진은 통일 논의의 현재성을 반영하고, 보다 정교한 비교분석을 위해 비교 시점을 지정한 것으로 설명한다. 즉, 시간적 범위를 기준하여 비교의 범위를 선정한 연구 접근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보다 이전인 2000년에 시행된 남북한 문화정책 비교연구(오양열, 2000)에서는 ‘정책투입, 정책체제, 정책산출,’ 정책의 세 부분을 구조화하여 북한 문화정책 분석모형을 제시하였다. 더 나아가 문화정책체제를 분석함에 있어서는 ‘정책기관, 정책목표, 정책과정’ 구성요소를 채택하여 북한문화정책의 구조와 기능, 과정의 이해를 도모하였다.

그러나 북한의 문화정책체계와 정책과정에 대한 분석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정책의사결정에 대한 자료와 정보의 부족은 연구에 있어 불가피한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환경적 제약에서 오는 이러한 한계점은 결국 “사회과학적 접근방법이나 정책학적 분석 틀에 의한 연구”(오양열, 2000: n.p.)의 부족으로 귀결된다. 제한된 정보와 자료 접근성에서 기인하는 연구의 한계를 절충하고자 북한정책연구에서는 “유추 적용과 북한체제의 속성”(Ibid.)을 바탕으로 추정하는 방안을 채택하는 것으로 보인다(예: 조정아, 2014).

국가별 문화정책 구조에 관한 해외 연구사례 중 정부의 문화예술 정책과정에 대한 개입 정도와 방법에 따라 다른 문화정책 모형들을 제시한 연구가 관련 학계에서 수용도가 높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커밍스와 카츠(Cummings & Katz, 1987 & 1989)는 행정체계와 정책실행 방법을 중심으로 국가별 문화정책 비교를 제안하였고, 비슷한 시기에 샤트란드와 맥커헤이(Hillman-Chartrand & McCaughey, 1989)는 정부의 예술지원 목적을 토대로 비교모델을 제시하였다. 또한 멀캐히(Mulcahy, 2000)는 행정체계, 예산지원, 문화정책의 형태를 바탕으로 각 정부가 나타내는 다른 예술정책관련 정책을 분석하고자 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앞서 제기된 기존 북한문화정책 연구의 한계를 극복해 보려는 시도로서, 논의된 국가별 문화정책 구조 관련 기존 연구의 분석틀을 활용하고자 하였다.

3. 연구 분석 방법
1) 연구 방법

서론에서 밝힌 바와 같이 본 연구는 해석주의 관점(interpretivist perspective)에 근거하여 북한의 교육제도와 정책구조를 나타내는 관련 자료를 수집하여 질적 내용 분석(qualitative content analysis)하는 연구방법을 채택하였다. 질적 내용 분석은 전문가의 지식과 경험 또는 기존 문헌 자료를 반복적이고 유효한 추론의 과정을 통해 범주화(categorized)를 도출하는 연구 방법이다(Krippendorff, 1969 & 2014, White & March, 2006 재인용; Marying 2000). 본 연구에서는 북한의 주요 예술교육정책 내용은 최근 3년(2016-2018)간의 예술교육, 노동신문, 조선중앙연감, 북한연감을 내용 분석하여 범주화를 도출하였다. 또한, 북한자료 분석이라는 부분을 고려하여 도출한 결과의 유효성과 신뢰도를 증진시키고자 내용 분석의 귀납적 코딩(inductive coding) 과정에서 북한의 교육정책과 문화정책에 대한 국내 연구보고서와 논문 등 2차 문헌을 교차 비교분석하며 범주화를 도출하였다. 도출된 분석 결과는 듀이(2008)의 문화행정체계 분석모형에 적용하여 최종 분석모형을 제시하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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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연구 분석 과정과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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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듀이의 문화예술교육 정책연구 분석모형

듀이(2008)는 예술교육분야에 특정된 정책비교연구를 위해 보다 넓게 전반적인 문화행정 체계와 구조를 통해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1980년대부터 문화정책비교에 관련한 문헌조사를 시행하고, 다음의 분석틀(framework)을 제시하였다.([그림 2] 참조) 듀이는 또한 문화행정체계를 바탕으로 국가별 예술교육정책을 분석해야 하는 필요성으로 국제화 시대의 도래, 국제 규범과 네트워크가 국가별 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 지적한다. 이러한 개별 국가의 문화정책 방향성과 국제환경의 연관성은 국내 북한문화정책연구에서도 일면 동의하는 것으로 보인다. 조현성·오양열·이지순(2016)은 남북한이 공동으로 마주한 문화정책의 환경적 요소를 ‘세계화’로 명시하면서, 남북한이 세계화의 조류에 상이하게 반응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체제의 다름을 그 이유로 꼽았다. 즉, 북한은 여전히 “‘반세계화’ 주창”(xiii)을 고수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문화정책은 이중적으로 세계화의 영향을 일부 수용하고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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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문화정책 목표, 행정모형, 정책수단의 비교분석을 위한 모형 출처: Dewey (2008). “A Comparative Approach to Art Education Policy Research,” p.285,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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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행정체계의 국가별 특성을 나타내기 위하여 듀이의 연구가 차용한 이론은 샤트란드와 맥커헤이(1989)의 행정체계에 따른 문화정책의 네 가지 모형이다. 주지하다시피 서구 학자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기존 문화정책연구에서는 예술에 대한 정부의 개입과 각 국가별 관료체제에 따른 지원 방식을 중심으로 여러 모형의 예술 공공지원 체계를 분석하고 설명해 왔다(Cummings & Katz, 1987). 그 중 샤트란드와 맥커헤이는 예술과 문화 분야를 위한 정부의 공공정책을 바탕으로 시장논리에 친화적인 협력자(facilitator) 모형, 예술가의 활동을 서비스나 상품을 구매하는 등의 형식으로 지원해주는 후원자(patron) 모형, 예술분야의 특정 사안에 대하여 직접 개입하고 결정을 내리는 건축가(architect) 모형, 창작부터 전시와 발표까지 전 과정에 개입하는 관리·감독자(engineer) 모형으로 구분한다. 그러나 위 네 가지 모형이 실제 문화행정체계에서 실현될 때에는 모형 간 상호 독립적인 형태를 나타내기보다 복수의 모형이 복합된 양상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Hillman-Chartrand & McCaughey, 1989).

또한 듀이(2008)는 문화행정체계 분석모형을 제시하면서 국가별 문화정책(의) 기관, 과정, 수단을 구조적으로 반영하였다. 문화정책 기관에 대하여 오양열(2000)은 “정책체제를 구조적 측면과 기능적 측면, 그리고 과정적 측면으로 나눌 때 정책기관은 구조적인 측면을 말하며, 정책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국가기관이나 공공단체가 이 [정책기관]에 해당된다”고 설명하였다(n.p.). 행정체계 안에서 기관의 기능은 제기된 문제에 대한 해석과 대응책을 마련함으로써, 정책 실행에 대한 선택의 범위를 제한하는 방법으로 정책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Howlett & Ramesh, 1995: 27).

정책형성 과정에 대해 킹던(Kingdon, 2003)은 정책의제와 대안을 개발하는 과정이 문제, 정책, 정치 세 부분을 중심으로 구성된다고 설명하였다. 우선 정책 개발을 하는 데 있어 시작점으로 작용하는 것은 문제에 대한 인식인데, 어떤 사건, 기존 정책 사업에 대한 결과 및 반응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새로운 정책이나 해결책 제시가 필요함을 인식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 정책에 대한 문제가 확인되면 그에 상응하는 대안이 고안되는 과정에 이르게 된다. 이 정책 대안을 결정하는 단계에서 정부가 마주하게 될 정치적, 기술적 한계에 대하여 고려하게 되며, 다양한 정책 도구를 복합적으로 활용하여 정책 시행안을 마련하게 되는 것이다([그림 2]).

다음 장에서는 이론적 배경과 기존 연구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북한 문화행정 체계와 문화예술교육 관련 정책과정을 분석하였다. 먼저 듀이의 분석모형을 활용하여 북한의 문화행정체계와 구조를 도식화하여 이해를 도모하였다. 이후 도출된 북한 문화행정체계 도식과 문헌분석을 통해 얻은 문화예술교육 관련 정책내용을 종합하여 북한의 문화예술교육 관련 정책을 문화행정체계의 총체적 관점에서 분석하였다.

III. 연구 분석: 북한의 문화행정체계와 문화예술교육

1. 북한의 문화행정체계 분석

예술교육에 관한 북한의 법제도와 행정체계를 살펴보면, 북한 사회주의 체제에서는 ‘말씀과 교시’가 법조문보다 더 강력한 행정적 영향력을 갖고 있으며(황인표, 2014), 따라서 “행정이 정치에 예속되어 있는”(정철현, 2006: 19) 특성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민주주의 행정 체계에서 정책 의사결정이 사회문제를 포함한 주요 의제에 대한 문제제기에서 시작되는 것(Dewey, 2008)과는 달리 북한의 행정체계에서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 최고위원장의 중앙집권적 상의하달을 통해 정책의제가 설정되는 것으로 알려진다(오양열, 2000; 정철현, 2006). 따라서 북한의 문화행정체계는 김정은 위원장에 의하여 채택되는 관리·감독자(engineer) 모형(Hillman-Chartrand & McCaughey, 1989)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근래 최고권력자의 ‘말씀과 교시’가 정책수립의 근거로 기능함에 따라 취약해진 법조문의 권위로 인한 북한 내 사회적 혼란과 부조리 만연 현상을 문제로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법체계 정비를 시행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유욱, 2011; 황인표, 2014; 황의정, 2019). 교육법의 경우, 그 토대는 1977년에 발표된「사회주의교육에 관한 체제」이고, 교육법이 제정되기 전까지 20여 년간 ‘교육 강령’을 통해 교육 내용과 방법 지침을 명시해 왔으나(북한교육법 제32조), 1999년부터는 교육법령을 발표 및 개정하면서 교육 강령 체제가 교육관련 법령 체제로 전환되는 양상을 보인다(황인표, 2014: 170-171). 다만, 법령 체제로 전환된 이후에도 교육 강령은 계속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김진숙, 2017; 조정아 외, 2013), 북한사회주의 체제에 있어 법령을 통해 관련 정책을 이해하는 데에는 여전히 한계가 따른다.

정치에 의존적인 행정 체계에 따라 북한의 중앙노동당은 문화 활동에 직접적으로 개 입하여 문화와 예술을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고 있으며(오양열, 2000; 양정훈, 2009), 이는 법조문에도 명시되어 있다. 북한의 헌법 <제3장 문화>에서는 사회주의 체제 확립과 유지를 위한 사회주의적 사상과 문화를 전파하고 구축할 것을 명시하고 있으며, 이 밖에도 생활양식과 창의적 역량 증진을 위한 교육 관련 조항도 포함하고 있다. 특히, 제44조부터 제51조까지는 교육 체계에 대한 내용을 명시하고 있어, 교육을 통해 사회주의적 사상과 문화를 주입하고자 하는 목적을 확인할 수 있다(⌞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주의헌법⌟2019.8.29. 개정). 따라서 사회주의 문화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데에 활용되는 예술은 철저히 도구적 가치를 추구하며, 교육 역시 개인의 전인적 성장과 같은 본질적 가치보다는 사회주의 공동체와 체제유지라는 동일한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문화예술정책을 실행하는 과정이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 홍보와 선전에 집중되어 있는 단순한 양태를 나타내기 때문에 정책실행 방법과 수단에서 다양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최근 들어 자본주의 사회에서 발견할 수 있는 후원회 활동이 북한 내에서도 관찰되고 있다는 연구(황인표, 2014)보고가 있어 ‘특별 기부금’ 항목에 대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그림 3]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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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듀이의 분석틀에 의거한 북한의 문화행정체계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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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에 문화예술교육 관련 정책분석 내용(<표 1> 참조)을 종합하여 구조화한 도식이 [그림 4]이다. [그림 4]는 또한 행정조직체계를 나타내기 위해 교육과 문화 분야를 담당하는 기관과 조직을 모두 조사하여 반영하였다. 북한의 정책운영기관은 모든 정책 사업을 조직, 감독, 지도하는 기능의 당기관(노동당)과 당의 지침에 따라 정책을 이행하고, 예산 편성을 담당하는 정권기관(행정기관)으로 이원화 되어 있다(오양열, 2000; 통일교육원, 2018). 당중앙위원회 아래 19개 전문부서 중 과학교육부와 선전선동부가 각각 교육과 문화 정책을 감독 지도하고, 정책시행은 정권기관 중 내각의 교육위원회(보통교육성, 고등교육성)와 문화성을 통해 이행되는 것으로 나타난다(오양열, 1998; 통일교육원, 2018). 당의 지침에 따라 내각에서 수립 및 구체화한 정책은 학교와 같은 교육기관, 전문가 양성기관, 소조활동 단체 등 현장에서 실행되는 것으로 보인다(김진숙, 2017; 백미현, 2018; 오양열,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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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북한의 문화행정체계와 문화예술교육 관련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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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 문화예술교육 관련 북한정책 분석 내용
주제 정책기조: 새 세기 교육혁명 정책실행 전략: 통합형 교육 예술정책의 궁극적 목표: 문화 정치와 경제 활성화
주요 정책
  • 교육 내용과 방법의 혁신

  • 교육 조건과 환경 개선

  • 예술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체계 정비

  • 종합화, 현대화, 실용화, 정보화, 국제화

  • 창조적 인재 양성

  • 지능교육 강화

  • 다매체 창작 도구 활용

  • 유치원 통합형 수업 시행

  • 문화·예술의 대중화

  • 학교, 기업소에서의 예술소조 활동

  • 산업미술교육 활성화

  • 영화예술 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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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문화예술교육 관련 정책 분석

수집한 1차 문헌자료를 질적 내용 분석한 결과, 김정은 체제에서는 ‘지식경제시대’의 도래에 대한 강조를 바탕으로 통합적 교수방법과 기술의 적극적인 활용, 교육을 통한 경제활동 활성화 등이 도출되었다. 교육 분야에서는 교과과정 관련 교수법, 교육환경 등이 관련 정책내용으로 나타나고, 문예 분야에서는 수월성 중심의 전문예술인 양성, 대중의 예술 창작·향유 활동에 대한 정책 내용을 포괄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북한의 문화행정체계가 중앙집권적 행정체계 모형을 갖춘 가운데 위원장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내·외부적 환경과 역사적 배경은 다소 모순적인 특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나타난다([그림 4] 참조). 사회주의 체제 수립 이래 지속적으로 문화정책을 통한 정치사상적 교화, 사회혁명화, 노동계급화를 궁극적 목표로 삼고 있는 동시에, 세계화를 표방하는 국제적 기준에 대한 이해와 적용에 대한 시도가 김정은 시대에 들어 관찰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화 표방과 국제적 기준의 적용 시도는 예술교육을 포괄하는 정책기조에서도 발견된다. ‘새 세기 교육혁명’이 교육정책 전면에 제시되고 있으며, 창조적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교육 체계와 방법을 국제화하고 종합화(통합적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더불어 정책 목표 실현을 위해 다양한 기술과 도구를 활용한 예술 교육의 확대와 필요성을 언급하며, 시설 도입과 교육과정 개발을 선전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개인의 창의역량 증진을 위해 통합적 교육과정을 도입하고, 문화의 대중화 및 예술활동 참여를 장려하는 등의 정책 전략과 실행은 언뜻 보편적인 문화예술교육이 지향하는 가치를 공유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표 1>).

그러나 ‘문화예술교육’의 중심 목표는 비단 학습자의 예술적 지식과 역량 신장에만 목적을 두지 않고, 그들의 전인적 성장과 더 나아가 세계시민주의(cosmopolitanism)적 접근을 통해 서로의 다름에 대한 인식과 열린 태도를 갖춘 사회 구성원으로의 성장에 두고 있다(백령, 2015). 문화예술교육이 추구하는 문화다양성을 포함한 민주주의적 가치는 북한의 사회주의 사상 및 기본 철학과 상이하기 때문에 북한 예술교육정책에 있는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기 어렵다. 비록 김정은 집권 이후, 국제교육 트렌드를 언급하며, 문화와 교육 분야에서 국제화, 종합화, 정보화 등을 강조하고는 있으나, 정치사상 교화와 노동계급화를 궁극적 문화정책의 목적으로 상정하고 있는 이상 문화예술교육의 과정 중심, 통합적 교육 방법은 오역 또는 오용되거나, 표면적이고 부분적인 적용일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북한 사회주의 사상을 교육하는 수단으로서의 예술은 실상 “북한 정권이 원하는 방향에서 감상할 줄 아는 것도 중요” 하기 때문에, 그들이 추구하는 예술교육은 예술을 “창작하는 엘리트 집단뿐 아니라, 이를 향유하고 감상하는 일반 대중 집단의 교육도 매우 중요”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현주·안지호, 2018). 다시 말해, 예술교육을 통하여 다양한 기호와 예술적, 문화적 코드를 해석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대신 그들이 예술을 매개로 전달하는 정치와 사상적 메시지를 습득하는 관점의 예술 이해역량을 증진시키는 것이 목적인 것이다.

북한 교육정책에서는 ‘지식경제시대’라는 세계적 조류에 따라 새로운 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지식활용 역량을 갖출 것을 강조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세계에 대한 인식력, 분석력, 이해력”을 지식경제시대에 필요한 역량으로 명시하며, 이에 대한 향상과 증진을 예술교육을 통해 성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예술교육, 2016 3호: 74-75). 더불어 「예술교육」2018년 3호에서도 유네스코에서 분석하였다는 세계 일류 대학들의 특징들을 열거하며, 연구와 교육 개선의 필요성과 사회경제발전에 도움이 되는 인재 양성을 강조한다.

교육의 세계화를 달성하기 위해 ‘통합형 교육과정’을 적용하려는 예술교육 정책전략을 볼 수 있다. 북한 예술교육 정책에서 사용하는 통합교육의 의미는 “학과별로 구성된 교육 내용을 하나로 통합하고, 수업의 제한된 틀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학습활동을 기본”으로 한 교육 방법이다(예술교육, 2017). 1차 문헌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북한 교육에서 일컫는 통합형 교육의 특징은 다양한 교육 요소와 구성을 상호 접목시키는 교수법을 개발하고 적용하는 것과 교사와 학생 간의 쌍방향적 문답을 적극 활용함으로 나타난다. 일반 이론과목 교육의 경우, ‘강의와 토론의 결합,’ ‘현실적이고 종합적인 문제에 기초한 교육방법’을 활용한 교수방법을 개발하여 현장에 적용할 것을 제시하고 있으며, 예술교육에서는 예술적 전문교육 외에도 “학생들의 지적능력 향상을 위한 지능교육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한다(예술교육, 2016). 다만, 여기서 언급한 ‘지능교육’의 개념이 통합교육 분야에서 활용하는 Howard Garner의 다중지능이론(multiple intelligences) 개념과 연관된 것으로 보기에는 근거와 내용이 부족하다. 제시된 지능교수체계의 모형을 ‘정보구조형, 문제생성형, 모의형’으로 구분하여 정립하는 것으로 보아, 지식전달 관점에서의 교육 방법인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통합형 교육과정 실행은 2012년 개편된 예술교과에서도 일면 나타난다. 개정된 학교 예능교과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지식·기능 중심의 기량 향상과 함께 태도와 생활에도 문화정서 함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예술교육을 목표로 삼고 있다(조정아, 2014). 그러나 전반적으로 통합형 교육과정의 현장 도입에 대하여 아직까지는 전(全) 연령 교육 대상에 이르지 못하고, 유치원 ‘교육 지원 프로그램 <신비경>’을 개발하여 도입하는 단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노동신문, 2017.7.15.).

북한사회에서도 정규교육과정 외 예술교육 및 예술활동 참여기회가 주어진다. 주로 예술소조활동이나 군중문화사업을 통해 제공되며, 예술소조활동처럼 기업소 또는 소조활동단체에서 시행되는 예술활동은 문화의 대중화 정책과 연관하여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예술의 대중화’ 또는 ‘문화의 대중화’ 정책은 실상 선전·선동을 목적으로 한 문화정치의 일환이다(조현성·오양열·이지순, 2016). 예술소조활동에 참여하는 학생이나 일반인은 스스로 창작한 작품의 전시하거나 공연할 수 있는데, 「노동신문」(2018. 9. 19.)은 예술소조활동에 참여함으로써 군중의 “지적능력, 실천능력, 자립성” 향상에 도움을 준다고 선전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집단주의적 사회주의 사상교육을 강화 수단으로 그들의 여가생활이나 생활문화 형성에도 영향을” 미치려는(현주·안지호, 2018) 수단으로 예술참여를 독려한다고 해석된다.

마지막으로 산업미술작품 창작 사업과 교육 사업을 연계하여 학생들로 하여금 실제 현장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예술교육 정책은 산업미술이 북한의 경제 활동에 기여할 수 있는 잠재적 가능성이 드러났기 때문일 것으로 해석된다. 장마당의 활성화와 남한 드라마를 포함한 타국 미디어에 대한 공공연한 노출이 확대되면서 시민들의 생활수준 및 심미적 욕구에 변화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경제활동 활성화를 선동하기 위해 예술가와 예술단체를 활용하는 것과 유사한 맥락에서 산업미술을 발전시키려는 정책을 시도하는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IV. 결론 및 시사점

본 연구는 김정은 집권 이후 세계화와 통합교육 중심을 지향하는 북한 최근 정책동향에 따라 문화예술교육 관련 북한의 전반적인 문화행정체계와 정책적 특성을 구조적으로 분석하였다. 남한에는 「문화예술교육 지원법」을 근거하여 분야의 정의, 행정의 체계, 정책의 궁극적 목적이 명시되어 있으나, 이와 달리 북한에는 문화예술교육이 독립 또는 특화된 분야로 구분되어 있지 않아 근접한 교육정책과 예술정책을 중심으로 분석하여 결과를 도출하였다.

북한에서 발간한 1차 문헌 자료를 질적 내용 분석한 결과, 2012년 학제 개편 이후, 북한의 예술교육정책에서 ‘창조적 인재 양성,’ ‘통합형 수업,’ ‘예술참여 기회 확대’ 등 보편적인 문화예술교육 개념과 가치에 상응하는 용어 사용이 도출되었다. 그러나 북한의 문화예술교육 관련 정책과 구조를 문화행정 체계와 적용하여 살펴보면,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교수법 개발과 같이 교육현장에는 통합중심의 문화예술교육 교수법 적용을 시도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그 교수법의 궁극적인 목표가 정치사상적 교화와 정책 시행 과정에서 자율성 부재 등이라는 것에는 변화가 없어 문화예술교육의 본질적 가치는 퇴색된 것으로 나타난다. 또한 교육정책 및 예술정책에서 드러나는 예술교육이 정치적인 의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을 보아, 예술교육을 대하는 북한의 관점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찾아보기 어려운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의 문화행정체계가 중앙집권적 모형임에 따라 위원장의 의사결정에 절대적으로 의존적인 구조적 환경에서 북한식 사회주의 체제는 강화하되, 국제화를 지향하는 모순적 특성이 문화예술교육 관련 정책에도 반영되어 나타난다. 예술이 정치와 사상교육의 도구로 기능하는 이상 예술을 통해 “우리 자신의 삶의 과정을 의식적으로 일깨우고”(맥신 그린, 2011), 탐색하고, 표현할 기회를 제공하는 통합예술교육의 표면적 적용은 문화예술교육이 아닌 다른 종류의 예술교육일 수밖에 없다. 종합적으로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통합형 예술교육을 지향하는 정책 내용과 학교예술교육 및 예술교육기관에서의 시도는 아직까지 형식적인 교수방법모형 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문화행정체계와 정책구조를 통해 북한의 예술교육은 남한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시행하는 (문화)예술교육과는 목적과 지향을 중심으로 그 상이함이 도출되었다. 이러한 결론은 북한이 표방하는 독자적 체계와 행정구조가 예술교육 관련 정책에도 적용되어 나타난다는 것을 확인시킨다. 그러나 서론에서 밝힌바 같이 본 연구의 논의는 새로운 이론적 관점을 렌즈 삼아 ‘어떻게’ 그 체계와 행정구조가 예술교육 분야에 적용되어 나타나는가를 조망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이에 따라 본고의 주요한 의미는 용어의 유사성 가운데 상이한 의미와 가치를 확인하게 된 지점에서 발견할 수 있다.

알 수 없는 미래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향후 통일사회에 대한 준비가 요구되는 한반도의 현 상황 가운데, 정책 용어 및 분야별 전문용어의 유사성과 차별성을 분석하고 알아가는 것은 필요한 과정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 연구가 학교와 사회에서 시행되는 문화예술교육, 그리고 관련 정책 및 전문 용어, 개념에 대해 미약하나마 이해의 토대 마련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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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s

1) 2019년도에 출간된 북한자료는 대중에게 공개되기까지 적용되는 시간차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국립북한자료센터가 휴관됨에 따라 자료 수집이 불가하였다. 따라서 본 연구를 위해 수집 가능한 자료로서 2018년도 출간된 것이 연구진에게 접근 가능했던 가장 최근 자료였음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