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본 논문은 주요 국가의 문화 ODA 현황과 한국의 전체 ODA와 문화 ODA 현황을 분석하여 문화 ODA 확대를 통해 한국 ODA 모델의 발전 가능성을 검토한다. 한국은 공여국이 된 이후 대외 원조를 지속하고 있지만, 아직 오랫동안 원조를 진행해온 선진국들의 원조규모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며, 무상원조 비율도 여전히 낮고, 구속성 원조가 많아 한국만의 특징적인 국제개발협력 모델을 아직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들이 많다. 한국 ODA 모델의 질적 발전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에 문화 ODA의 질적 제고와 확대를 통해 한국 특유의 ODA 사업 유형을 만들고, 이를 전 세계에 확산시킬 필요성이 있다. 한류의 세계적인 확산으로 인하여 한국 문화상품의 대외 수요가 점차 증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 개최되었던 한-아세안특별정상회의에서 미얀마 정부의 K-POP 연수 요청에 따라 최근‘프로젝트 케이(Project K)’가 진행되었으며(박세연, 2020), 전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만연한 가운데 한-인니‘예술 릴레이 실험’인 ODA 문화콘텐츠사업이 시행되었다. 이는 한국이 개발해 놓은 문화교육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인도네시아 지역 예술가에게 공유하여 다시 예술가들이 학생들에게 전수하는 릴레이 교육이다(성혜미, 2020). 이처럼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문화 공적개발원조(ODA: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사업이 온․오프라인 융합교육으로 변화하면서 협력국이 단순 협력자에서 주도적 참여 주체로 변화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연수, 문화교육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국은 1987년부터 유․무상 원조 전담기관을 설립하고, 대외원조를 추진하면서 원조를 받던 국가에서 원조를 제공하는 국가로 전환되었고, 2000년에는 공식적으로 OECD 개발협력국 리스트에서 제외되었다. 1987년 대외경제협력기금법을 제정하고, EDCF를 창설하여 유상원조를 시작하였고, 1991년 한국국제협력단법을 제정하고 무상원조를 시작하였다. 2006년에는 ‘국제개발협력위원회’를 출범시켜, 연간 국제개발협력 추진계획 및 ODA 중기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또한 2009년 OECD 개발원조위원회(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 DAC)에 가입하고, 2010년 「국제개발협력기본법」을 제정하였다. 이처럼 한국은 지속해서 원조를 확대하고, 원조를 위한 제도적 틀을 마련해 왔다.
하지만 한국의 국제개발협력 사업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DAC 가입국이자 공여국으로서 한국만의 특색을 갖춘 국제개발협력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국제사회에서 경쟁력을 갖출 필요가 있으나,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표적인 사례로, 2010년 관계부처 합동으로 ‘국제개발협력 선진화 방안’을 통해 2015년까지 ODA/GNI 비율을 0.25%까지 확대한다는 발표를 하였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 밖에도 구속성 원조의 비율이 높고, 한국 특유의 국제개발협력 모델 구성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등의 논의도 있다.
한국은 해방과 한국전쟁 이후 실제로 많은 원조를 받았었고, 이를 토대로 경제성장의 기반을 구축하였다. 따라서 한국인들은 당연히 원조는 경제성장의 기반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생각은 한국이 공여국으로서 ODA 사업을 추진하면서 기본 인식으로 작용하였을 것이다. 그 결과, 한국의 원조철학은 경제성장 중심의 개발주의를 도구적 기제로 활용하여 공여국인 한국의 경제이익을 도모하면서 협력대상국과의 경제협력을 강조한다. 한국의 원조방식은 중앙정부의 경제부처 주도로 국제개발정책과 집행과정이 구성된다(김태균, 2019: 203). 한국의 발전 경로와 발전과정에서의 원조의 역할에 대한 경험적 인식으로 인하여 ODA를 비롯한 해외 원조를 항상 경제발전 문제와 연관 지어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렇듯 한국의 국제개발협력 형태와 내용에 대한 비판적 인식이 존재함에 따라, 국제개발협력의 효과를 지나치게 경제성장 위주로 인식하는 것을 지양하고, 한 사회의 발전을 지속적으로 지원한다는 측면에서 문화 ODA 사업 확장 등의 새로운 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본 논문은 한국의 ODA 현황과 특징, 다른 국가와 한국의 문화 ODA 현황 등을 분석하고, 문화 ODA 확대를 통한 한국 특유의 ODA 모델의 구성에 대하여 검토한다.
Ⅱ. 선행연구
한국은 국제개발협력 기본계획을 2011년부터 시작하였다. 제1차 국제개발협력 기본계획(2011~2015), 제2차 국제개발협력 기본계획(2016~2020)이 차례로 진행되고, 2021년 제3차 국제개발협력 기본계획을 시행할 예정이다. 제1차 국제개발협력 기본계획에 대한 평가 내용을 살펴보면, 개별적인 사업 추진으로 원조 효과성이 저하되고, 중점협력국을 선정하고 국가협력전략(Country Partnership Strategy, CPS)을 수립하였으나, 백과사전식 기술로 선택과 집중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고, 국제개발협력위원회 조정 역할 강화 필요 등이 과제로 지적되었다.1 그리고 유무상 원조의 비율, 구속성 원조 비율 등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계우․박지훈(2007)은 1990~2003년 사이의 163개 수혜국을 대상으로 진행된 유․무상원조사업을 실증 분석하였다. 그 결과, 한국의 공적개발원조는 수원국의 1인당 GDP 성장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는 근거를 발견하지 못하였다. 대신에 한국의 공적개발원조가 수원국에 대한 한국의 해외직접투자를 증가시켰다는 것을 확인하였다(이계우․박지훈, 2007). 이처럼 공적개발원조의 효과에 대한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한국의 공적개발원조의 실질적인 목표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한 학술 논의는 원조의 효과성 논의와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이 된다. 관련 학술논의를 아래와 같이 검토한다.
개발원조는 다음의 사안 중 하나 이상을 목표로 한다. 첫째, 인프라 건설, 생산부문에 대한 지원, 새로운 기술의 도입 등을 통한 경제성장의 촉진, 둘째, 교육, 건강, 환경 및 정치경제와 같은 핵심부문의 강화, 셋째, 위기 상황이 발생할 경우 식량이나 생필품의 최저 소비 지원, 넷째, 경제적 충격 이후 경제의 안정화이다(맹준호, 2017: 61-62).
지금까지 가장 일반적으로 원조의 효과를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는 경제성장이다. 하지만 원조가 경제성장 달성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의문과 이견은 매우 다양하다. 이러한 의문은 원조의 효과성 논의로 이어진다. OECD/DAC는 1996년 ‘원조 효과성(Aid Effectiveness)’ 개념을 도입하였고, 원조가 실질적인 개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많은 의문이 제기되면서 이에 대한 평가를 중요하게 다루었다.
원조와 경제성장 간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존재한다. 이와 관련하여 라델렛 외 (Radelet et al., 2004)는 원조와 경제성장 간의 상관관계를 세 가지 견해로 구분하고 있다. 첫째는 원조가 국가들의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고(Dalgaard, et al., 2004; Bowen, 2019), 둘째는 원조는 경제성장에 아무런 효과도 없다는 것이다. 라잔과 서브라마니안(Rajan and Subramanian)은 원조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명확한 증거를 찾지 못했으며, 오히려 장기적으로 역의 관계임을 주장한다(Rajan and Subramanian, 2005). 분(Boone) 또한 1971년부터 1990년 사이에 117개국의 원조 수혜국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얻지 못하였다(Boone, 1996). 오버스카(Ovaska)는 86개 개발도상국의 1975~1998년 기간 자료를 분석하였다. 그 결과, 개발원조와 경제성장 간 역의 관계를 확인하였다(Ovaska, 2003). 그 외 다수의 연구에서도 개발원조가 경제성장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Friedman, 1958; Bauer, 1972; Easterly, 2003, 2004). 셋째는 원조는 경제성장과 조건부 관계를 형성하며, 특정 조건에서는 성장을 촉진시키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Isham et al., 1995; Clemens et al., 2004). 시민의 자유도가 높은 나라에서 효과가 있다거나, 교육, 보건, 환경 분야에서는 효과가 있으나 미약하고, 인프라 건설 부분에서는 단기적으로 경제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고 주장한다. 원조가 저축의 증가, 투자자금의 조달, 자본축적의 증대에 기여하고, 원조가 건강과 교육에 대한 투자를 통해서 노동생산성을 증대시키며, 원조를 통해 기술과 지식의 이전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경제성장에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것은 원조가 부패를 조장하고, 비합리적 정책을 지속하도록 하며, 수원국 내부의 개인저축과 공공저축을 감소시키고,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의욕을 위축시킨다고 주장한다. 조건부 관계는 시민사회의 자율성, 제도 등의 수원국의 특성과 공여자들의 행태에 따라 효과가 증가한다고 주장한다.
이상의 공적개발원조 효과성에 대한 논의를 봤을 때, 공적개발원조를 어느 나라에 언제 어떤 방식으로 제공하느냐에 따라 그 효과의 편차가 매우 크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공적개발원조가 해당 국가의 발전 지속성에 기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적개발원조 계획을 수립할 때, 개발협력국의 사회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안들을 놓고 협의하여야 한다.
한국에서 ODA 사업 가운데 문화 ODA에 관한 관심은 다른 ODA 여러 분야에 비해 매우 적은 편이다. 특히 다른 ODA 사업과 비교 시 지원 규모도 적고, 주요 관심 분야가 아니었으나, 한류의 세계적 인기 등으로 인하여 최근에 관심이 생기는 분야이다. 그러나 문화 ODA의 필요성은 국제기구의 논의들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
국제개발협력에서 문화와 발전에 관한 논의는 UN의 1948년 세계인권선언에서 시작되었으며, UNDP에서도 문화다양성과 포용적 발전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어 왔다. 또한 문화를 경제적 발전의 동인으로서, 문화유산 등을 이용한 소득창출을 지향하던 관점에서 경제적 발전을 위한 도구적 가치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발전의 중요 요소로 파악하는 발전 동력으로서의 문화로 변화하기 시작했다(정정숙, 2013: 108-109).
UNESCO에서는 ‘문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동력이자 조력자(Culture: A driver and an enabler of sustainable development)’ 보고서를 발간하여 문화를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환경, 사회적 결속력 촉진, 기업가 정신기여 등 지속가능한 개발의 가능성을 제시하였다(UNESCO, 2012: 7-8). 2013년 중국 항저우에서 개최된 유네스코 국제회의에서는 ‘문화: 지속가능한 발전의 열쇠’를 주제로 ‘항저우 선언(The Hangzhou Declaration)’이 채택되었다. 항저우 선언은 인구증가, 도시화, 기후변화 등 변화하는 환경에서 인간과 자연의 공평성, 존엄성 등의 가치를 추구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문화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UNESCO에서는 Post-2015 유엔의 지속가능한 발전 의제에 인권, 평등, 지속가능성에 이어 네 번째 원리로 문화가 포함되어 문화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구체적으로 진행되었다(유네스코한국위원회, 2013). UNESCO는 문화를 활용한 ODA 사업 진행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문제의 해결, 문화를 통한 포용성으로 다양성 확보를 통해 사회적 발전 가능성 증진을 가져올 것이라는 논의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또한, 개도국의 경제적 성장뿐만 아니라, 문화적, 정신적 차원의 질적 성장과 균형이 강조되었으며, 문화가 창출하는 이익과 가치는 경제적인 것 외에도 정신적, 문화적인 것을 포함하며, 정신적 빈곤과 문화적 빈곤까지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UNESCO 2013).
세계은행도 경제, 인프라와 같은 개발 분야에서 문화적 요소의 중요성을 강조하였으며, 나라별로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맞춤형 솔루션이 필요함을 강조하였다(Michael, 2001). 이러한 문화 ODA 필요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논의 속에서 한국에서도 문화 ODA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 내에서는 문화 ODA에 대한 중요도가 높지 않은 편이다. 한국의 국제개발협력 기본계획에도 문화 ODA는 포함되지 않고 있다. 학술적인 연구논문도 많지 않은 실정이다. 문화 ODA 연구 논문은 대체로 현재 한국의 문화 ODA의 문제점 검토와 필요성 강조(박열한․김상헌, 2015; 정환문․정다정, 2014; 정환문, 2014), 세부 프로그램 현황 분석(백소연․박경철, 2016), 구체적인 실행전략 연구 사례(조계수․정연내, 2019)로 한정된다. 대부분의 문화 ODA 연구들은 문화 ODA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논거를 전개한다. 정환문․정다정은 한국형 ODA모델에서 문화분야가 누락된 것은 한국 내 ODA에서 문화의 중요성과 필요성의 인식이 저조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현재 여러 부서를 통해 시행되고 있는 문화 ODA 정책은 일본의 문화 ODA와 같이 자국의 문화를 홍보하는 성격이 강하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정환문․정다정 2014).
또한, 문화 ODA에 대한 정의가 모두 상이하다. 정정숙 외(2013)는 ‘개도국 주민의 문화와 정서를 존중하고, 문화적 정체성 회복 및 문화권을 향유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 정신적, 정서적, 신체적 표현을 통한 최소한의 복지를 확보하게 하고, 그들의 문화자원을 활용하여 사회, 경제적 발전을 지속적으로 성취할 수 있도록 공여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지원하는 협력사업’으로 문화 영역 ODA를 정의하였다. 또한 이태주 외(2017)는 ‘수원국의 문화다양성을 존중하고, 수원국 주민의 문화권 향유를 증진하며 문화 역량을 발전시키는 사업으로, 수원국의 문화자원을 활용하여 지속가능한 사회․경제 발전을 성취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협력사업’으로 정의하였다. 이처럼 문화 ODA에 대한 정의가 연구자들의 관점에 따라 상이하였으며, 연구에서 다루는 문화의 범위 또한 제한적이었다. 정의가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는 것은 국제사회에서도 명확한 정의를 내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OECD/DAC는 문화 ODA를 별도로 정의하고 있지 않고 있으며, ‘문화 인프라 지원, 미래세대 문화역량강화, 인류문화유산 보존 등 개발협력국의 문화역량강화를 목적으로 추진되는 사업’일 경우 문화 ODA로 간주한다고 명시하고 있다(장현식, 2014). 또한 장현식(2013)은 섹터 중심의 관점에서 예술, 관광, 스포츠, 미디어 등 문화영역 콘텐츠들을 활용한 ODA 사업을 범분야적 관점으로써 ODA 추진 전 과정을 통해 추구해야 할 가치 규범적 성격을 지닌 것으로 구분하였다(장현식, 2013: 115).
본 논문은 국내외 국제협력에서 상이한 문화 ODA의 정의를 현재 한국의 법적 정의에 기반하고자 한다. 학술적․이론적 논의가 활발하지 않은 상황에서 법적 토대에 기반하여 문화 ODA를 바라보는 것이 현실적이고,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다. 2019년 11월 26일 일부 개정된 ‘문화기본법’에 의거하면, "문화”란 문화예술, 생활양식, 공동체적 삶의 방식, 가치 체계, 전통 및 신념 등을 포함하는 사회나 사회 구성원의 고유한 정신적ㆍ물질적ㆍ지적ㆍ감성적 특성의 총체이다. 또한 2018년 10월 16일 일부 개정된 ‘국제문화교류 진흥법’ 제2조에서는 문화를 예술, 관광, 체육 등을 포함하는 넓은 의미로서의 문화로 정의하고 있다. 또한 국가개발협력기본법 기본정신 및 목표에서 정의 한 지속가능한 발전과 협력대상국과의 경제협력관계를 증진․추구하고 있다. 더불어 최근 발표된 제3차 국제개발협력 기본계획에서는 우리 발전경험을 바탕으로 상생의 경제협력을 구축할 것을 전략으로 제시한다. 이에 따라, 한국의 문화 ODA는 ‘예술, 관광, 체육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 문화 ODA로서 경제발전과 문화발전을 동시에 이룬 한국의 경험과 지식을 활용하여 개발협력국의 문화발전과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하는 공적개발원조’로 이해할 수 있다.
분석 데이터의 경우, 기존 연구들에서는 특정 코드의 데이터만 분석에 사용하는 경향이 있었다. 한국 문화 ODA를 다룬 다수의 연구에서는 OECD 원조목적코드(CRS: Creditor Reporting System, 이하 CRS)를 활용함에 있어 ‘기타 사회 인프라 및 서비스’의 하위분야인 ‘문화 및 레크레이션(Culture and Recreation, 16061)’코드만을 다루었다(정정숙, 2013; 정보람, 2016; 이태주 외, 2017; 이태주 외, 2019; 조계수․정연내, 2019). 하지만 해당 데이터 이외에 앞서 정의한 포괄적 문화 ODA 범주에서 OECD/DAC 회원국의 문화 ODA 현황을 파악하고, 국제개발협력에서 한국 문화 ODA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OECD CRS는 문화 및 레크레이션(Culture and Recreation, 16061)과 더불어 관광정책, 행정 관리(Tourism Policy and Administrative Management, 33210), 자연문화유산보호(Site Preservation, 41040) CRS 코드의 데이터를 포괄하여야 한다.
본 논문은 문화 ODA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한국의 ODA 사업 모델을 구성하는데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검토를 목적으로 한다. 이에 따라 한국의 ODA 사업 현황을 파악하고, 앞서 제시한 한국 문화 ODA의 정의와 범주에 따라 다른 주요 공여국들과 한국의 문화 ODA 사업 현황 및 특징을 비교 분석함으로써 실증 분석에 기반한 문화 ODA 사업의 기여점을 파악해 보고자 한다.
Ⅲ. 한국 ODA 현황과 특징
한국의 ODA 공여국으로서의 역사는 여러 선진국 가운데 짧은 편이다. 후발국인 한국의 국제개발은 선진국들의 여러 사업과 정책을 모방하며, 여러 가지 다른 맥락의 사업들이 혼합되어 분류하기 힘든 ODA 사업모델을 구성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은 2000년대 들어 ODA 원조 지원액을 지속적으로 확대하여 2019년 원조규모는 25.2억 달러로, 2010년 11.7억 달러와 비교하면 2배 이상 증가하였으나, 한국의 유상원조 비율이 원조액 대비 높은 수준이고, 비구속성 원조와 인도주의적 지원이 DAC 회원국의 평균에 못 미치고 있다. 2016년을 기준으로 한국의 유상원조는 전체 양자원조 ODA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러한 경향은 제2차 기본계획에서 2020년까지 유상 대 무상 비율을 40:60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계속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김태균, 2019: 204-205).
ODA 연구를 주로 하는 국제연구기관인 글로벌개발센터(Center for Global Development)가 발간하는 QuODA(Quality of ODA)2) 2014년 연구보고서의 ODA 사업 효과성 평가순위에서 27개 비교 대상 국가 가운데 한국은 ODA 효과성 종합평가 22위에 머물렀다. 이는 한국의 ODA가 규모 측면에서나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국가 위상을 고려하여 더욱 효과적이고 생산적으로 추진되어야 함을 보여준다(장지현, 2019: 3-5). 동 연구의 2018년 발전지수(Development Index, CDI)에서는 27개 비교 대상 국가에서 한국은 24위로 하락하였다. 낮은 원조 예산은 점점 더 얇게 분산되어 원조 질에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원조의 질적 향상뿐만 아니라, GNI 대비 원조액 증대가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Guillaumont and Rogerson, 2014: 10). <표 1>과 <표 2>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의 원조규모는 지속해서 증가하고는 있으나, 그 절대적 규모 측면에서 OECD/DAC 회원국 가운데 원조 강대국(미국, 독일, 영국, 일본, 프랑스)과는 견줄 수 없다. 한국의 원조규모는 원조 중견국들(스웨덴, 네덜란드, 캐나다, 노르웨이, 호주)의 규모에 비해 약 1/3에 해당한다.
(단위: 백만 달러)
출처:OECD Stat (https://stats.oecd.org/).
(단위: 백만 달러)
출처: OECD (https://stats.oecd.org/).
이에 반해, 중국은 OECD/DAC 비회원국이지만, 최근 개발도상국에 대규모 원조를 제공하며 신흥원조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국제 원조 규범을 따르지 않는 중국은 자국의 국내 이익과 연계된 다양한 형태의 원조를 제공하며 자국의 개발을 위한 전략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신지혜, 2017: 83). 즉, 원조 강대국과 중견국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한국의 원조 예산이 다양한 국가에 얇게 분산되어 원조 효과성은 떨어지며,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일본, 중국과 같이 이익과 개발주의를 기본 토대로 하는 원조정책을 취할 경우 한국의 국제개발협력 사업은 전혀 주목받지 못하고(고경민 외, 2010: 103-107), 한국은 원조 선진화 흐름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 한국은 다자원조의 비율 또한 압도적으로 낮다. 다자원조는 일반적으로 정치적 중립성과 신뢰성이 더 두텁게 보장된다. 다자원조는 규모의 경제를 통하여 원조 분절화 현상을 방지하는 효율성 측면에서 뿐먼 아니라, 원조 소외지역이나 단기간에 성과를 보이기 어려운 분야, 또는 특정 목표에 대하여 원조를 집중할 수 있어 양자원조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사안을 보완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고 인식된다(정헌주 외, 2020: 19). 국제수준의 DAC 동료검토와 국내 수준의 정책문서에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는 다자원조․비구속성원조․인도적 지원 제고를 위한 권고사항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ODA 정책이 바뀌지 않는 이유는 한국 ODA 추진체계의 구조적 폐쇄성에서 찾을 수 있다. 발전국가형 개발주의의 전형적인 증표는 유상협력과 무상협력의 분절화 구조와 분절된 구조에 각자 도생하는 다양한 행위자이다(김태균, 2019: 207). 한국은 원조규모의 확대를 통해 전 세계적인 기여를 하는 것에 대한 동의는 있으나, 과거의 경험에 따른 원조의 목적에 대하여 좁게 해석하고 있고,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원조 집행체계 또한 확립되지 못했다.
한국의 ODA 예산 증가와 동시에 ODA를 집행하는 행위자들의 수도 증가하고 다양해져 2006년 21개였던 한국의 공여행위자는 2017년 총 46개로 증가하였다. 한국국제협력단(Korea International Cooperation Agency, KOICA)과 한국수출입은행 등 원조 집행기관 중심의 한국 공여행위자는 점차 중앙 부처에서 지방자치단체, 개발협력 관련 공공기관 등으로 확대되었다. 하지만, OECD/DAC의 동료평가(peer review)에서 권고사항으로 지속해서 지적받는 원조분절화 문제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한국의 일관성 있는 개발원조 정책과 원조분절화 개선을 위해서는 개별 수원국에서 공여행위자 수의 증가를 억제하고, 공여행위자들 간의 효과적인 조정체계를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홍지영 외, 2020: 206-207).
한국은 전략적인 ODA 추진을 위해 중점협력국과 국별 중점협력분야를 제2기 국가협력전략(2015-2016)에서 조정한 바 있다. 이를 반영하여 현재 아시아 지역을 중점적으로 점차 아프리카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비중확대와 더불어 전체적인 ODA 구상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의 높은 인프라 수요에 따라 공여국 간 원조경쟁이 심화되고, 수원국의 수요 충족 요구사항이 증가하면서 차별적인 한국 ODA 구상이 불가피한 상황이 되었다.
또한, 분야별로는 교통, 교육, 보건, 농림수산 분야를 중심으로 지원하였으며, 2019년 기준 프로젝트 사업이 68.6%, 봉사단 파견이 6.3%, 연수사업이 5.0%로 나타나, 프로젝트 사업을 중심으로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유․무상 연계 부족과 무상사업 중복문제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북유럽 국가들의 경우, 복지국가로서의 국내 사회의 규범이 원조정책에도 영향을 미쳐 비전략적․규범적․인도주의적 개발원조정책의 틀을 갖추었다(김태균, 2019: 221). 포르투갈의 경우, 다양한 원조행위자 가운데 핵심적인 행위자인 문화언어협력청에 주목할 필요성이 있다. 내부(in-house)의 국제개발협력 전문가 부족, 사업의 외주화, 작은 원조규모가 갖는 한계 등을 극복하기 위하여 EU로부터 자금을 받고 원조사업을 수행하는 위임협력의 형태로 원조 방향을 선회하였다(정헌주 외, 2020: 31). 또한, 2013년 OECD/DAC 신규 회원국 가입을 통해 과거 원조를 받던 수원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한 중․동부유럽 국가(체코, 폴란드,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는 현재 양적 규모는 크지 않지만, EU 가입으로 유럽연합화 (EU-ization) 및 경제협력개발기구화(OECDization) 되면서 정책적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해당 국가들은 오늘날 대부분의 수원국에게 필요한 경험을 공유하면서 선진 공여국과 차별화된 원조정책을 갖추고 있다(윤석준, 2017: 125-128).
한국의 성공적 ODA 추진을 위해서는 ODA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있어야 하고, 정부와 민간부문이 함께 ODA를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초․중․고교 교과서에 ODA 내용이 포함될 필요가 있다. 주요 대학의 ODA 관련 과정, 특강, 시민교육 등 적극적인 지원이 있으나, 아직도 ODA를 통한 국격 제고와 자긍심 고취, ODA에 대한 국민적 이해도가 부족하다(이련주, 2010: 141). 지속가능한 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는 발전을 경제, 사회, 환경적 측면 모두를 포괄하는 다차원적(multi-dimensional)이고 총체적인(holistic) 것으로 설정하였고, 주로 개도국들에 해당하는 빈곤 문제와 경제성장뿐만 아니라, 삶의 질 문제를 포함한 포괄적(comprehensive)이고 보편적인(universal) 패러다임이라 할 수 있다(우창빈 외 2019, 270). 이렇듯 타 OECD/DAC 회원국과 비교 시 한국만의 특색을 갖추고, SDGs를 달성하는 국제개발협력사업 구상에 대한 검토가 시급한 시점이다.
Ⅳ. 문화 ODA 현황과 특징
다른 국가들이 문화 ODA를 어느 정도 규모로 진행하는지를 살펴보고, 이를 한국의 문화 ODA 규모와 비교해 봄으로써 한국의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문화 ODA 현황과 국제개발협력에서의 전략을 논하기 위해 주요 공여국의 문화 ODA 현황을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 OECD 데이터에서 ‘문화 및 레크레이션(CRS, 16061)’, ‘관광정책, 행정 관리(CRS, 33210)’, ‘자연문화유산보호(CRS, 41040)’ 코드로 집계된 데이터를 분석하여 DAC 회원국 가운데 문화 ODA 주요 공여국의 공여 규모를 살펴보았다. 그 결과, <표 3>과 같이 2010년부터 2018년까지 누적액 기준으로 프랑스가 가장 많은 지원을 하였고, 일본, 독일, 스페인이 그 뒤를 이었다. 2018년 기준으로는 일본, 프랑스, 한국, 스페인 순으로 지원 규모가 많은 것으로 확인된다.
출처: OECD Stat (https://stats.oecd.org/)
주: Purpose code 16061(문화 및 레크레이션), 33210(관광정책, 행정 관리), 41040(자연문화유산보호).
전반적으로 유럽의 주요 공여국은 문화 ODA 규모를 축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현재 문화 분야 최대 공여국인 일본은 다른 공여국과 달리 인프라 건설 지원을 주요 목표로 하며, 원조 기조가 일본의 국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집행됨에 따라 다른 국가들과 다르게 문화 ODA 규모가 증대되고 있다. 특히, 2018년 일본의 ‘문화 및 레크레이션’ 지원은 대폭 상승한 1억 336만 달러로, ‘대이집트 박물관 건립 사업(The Grand Egyptian Museum Construction Project)’을 실시하였다. 또한, 타 공여국에 비해 ‘관광정책, 행정 관리’ 분야에서 지속적인 지원을 이어가며 문화 ODA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일본은 OECD 유럽국가와 마찬가지로 아프리카에 가장 많은 문화 ODA 사업을 지원하는데, 문화 및 레크레이션 부분에서 사하라 사막 남부 지역에 11개, 사하라 북부 지역에 4개 사업을 지원하고 있으며, 일본의 2018년 주요 문화 ODA 사업 내용을 살펴보면, 가장 규모가 큰 이집트의 ‘대이집트 박물관 건립 사업’뿐만 아니라, 온두라스의 ‘문화센터 시설 개선 사업’, 미얀마의 ‘국립교향악단 악기 개선 사업’, 파라과이의 ‘국립체육훈련단지 시설 개선 사업’ 등 문화인프라 구축 프로젝트들이 주를 이룬다. 또한 일본국제협력기구(JICA: Japan International Cooperation Agency)의 전문가 및 봉사단 파견 규모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문화 ODA에서도 다양한 국가에 전문가 및 봉사단을 파견하고 있으며, 일본이 2015년 시작한 ‘내일을 위한 스포츠(Sport for Tomorrow)’사업과 연계하여 지속적으로 자국의 문화를 홍보하고, 지속적인 교류협력의 기반으로 ODA사업을 활용하고 있다(JICA, 2017; 조계수․정연내, 2019; 조현성․최보연, 2020).
2018년 기준 두 번째로 많은 규모의 ODA를 지원한 프랑스는 구 식민지인 프랑스어권 아프리카 국가를 중심으로 언어교육, 문화유산 보존 및 관리 등의 지원을 통해 유대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며, 프랑스 개발협력청(Agence Française de Développement, AFD)은 개발도상국 및 프랑스 해외영토의 생활향상 도모로, 포용적 거버넌스 전략 목표를 수립하였으며, 새롭게 정의된 AFD 책무는 ① 거버넌스 확립, ② 문화 및 창의적 산업 육성, ③ 개발교육 및 국제연대, ④ 이주문제 대응, ⑤ 디지털 기술, ⑥ 새로운 파트너 국가와의 협력 등을 포함하며, 문화 ODA에 앞장 서고 있다(홍은경 외, 2018: 81). 지원금 규모로는 문화 ODA 상위 5개 사업이 프랑스 언어와 문화를 교육하는 알리앙스 프랑세즈(Alliance Francaises) 인력 지원 사업에 집중하고 있으며, 프로젝트의 경우는 13건의 프로젝트가 아프리카에 집중되어 진행되었으며, 문화 및 여가활동을 위한 인프라 지원이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프랑스 외교부에서는 협력과 문화 행동 네트워크를 구성, 프랑스 문화 센터와의 합병을 통해 AFD 기관 및 해외 프랑스 연구소 등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프랑스와의 문화 협력․교류를 진행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문화 ODA 지원 규모는 매년 감소하고 있으나, 독일의 개발협력 정책에서 민간 경제부문 주체 및 다양한 기관의 개발협력 활동 참여의 중요성에 따라, ODA 지원액은 감소하고 있으나, 다양한 원조전달기관을 유지하고 있다. 독일은 개발사업 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해 전략기획을 수립하고 있으며, 모든 사업에 문화를 범분야적으로 적용하여 문화 ODA를 시행하고 있다(이태주, 2017: 22). 독일의 문화 ODA 사업은 기술원조(technical assistance) 분야에 집중되어 있으며, 독일문화원(Goethe Institute)을 통한 시민사회 파트너와의 교육 협력 사업(educational cooperation with partners of the civil society)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독일문화원(Goethe- Institut)을 중심으로 문화 협력, 교육분야 협력, 예술, 문화 및 미디어, 청소년 대상 문화 분야 프로젝트 등을 진행함으로써 국제문화교류 증진을 도모하고 있으며, 독일어 전파, 국제문화협력 사업을 촉진하여 독일의 문화․사회․정치 관련 포괄적인 정보 제공으로 문화 외교적 측면에서 긍정적 역할을 맡고 있다(조현성․최보연, 2020: 39).
스페인은 ‘문화와 개발(culture and development)’이라는 범분야를 지원하며, 문화를 사회적․경제적․환경적 차원에서 개발의 한 요소 및 사회적 결속력을 강화하는 요소로 활용하고, 개발과 관련된 문화적 정책을 수립하여 협력국의 문화적 정체성 및 문화유산을 강화하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정우진, 2010: 95-96; OECD, 2013). 지원금 규모로는 문화 ODA 상위 6개 사업이 도서관 및 미술관 인력 지원 사업에 집중하고 있으며, 스페인은 문화 훈련을 통한 인적자원 양성, 문화 발전에 집중하는 프로그램을 강조하고 있다.
주요국의 문화 ODA는 국가별 정책 목표에 따라 주요 사업 지역과 형태가 상이하게 나타나고 있으나, 문화교류가 확대됨에 따라 인프라 구축 사업뿐만 아니라, 인력 양성, 연수 프로그램이 확대되고 있으며, 문화 분야 전문가 및 봉사단 파견 등 기술원조 사업이 포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선진 공여국 및 주요 공여기구들은 지속가능한 발전의 밑거름이 된다는 차원에서 이미 문화 ODA에 집중하고 있으며, 인적자원 양성과 문화발전 프로그램을 중시하는 주요 공여국의 현황에 따라 문화역량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주요 문화 ODA 공여국 가운데 한국과 일본은 문화 ODA 규모가 증가하고 있으며, 관광, 스포츠 관련 사업, 전문가 및 봉사단 파견에 집중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다소 감소하고 있는 추세에 있으나, 문화 및 레크레이션, 관광정책뿐만 아니라 타 공여국에 비해 자연문화유산보호 규모에서 높은 수준에 머물러 ODA 지원액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그 외 유럽 OECD DAC 회원국 국가의 경우, CRS 분류 항목 대부분에서 감소하고 있으며, 분류 가운데 지원이 단절된 분류도 존재한다.
한국의 문화 ODA는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하여 27개 부처를 통해 시행되고 있으며(박열한․김상현, 2015: 310), 그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재청,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사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OECD/DAC 회원국 가운데 한국의 문화 ODA 규모는 누적액 기준으로 4위, 2018년 기준으로는 상위 3위에 해당하며, 점차 지원액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 ODA 예산은 체육․관광분야를 포함하여 2020년 143억 6,000억 원으로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3)
문화체육관광부는 국제사회 문화․스포츠․관광 공여국으로서 문화 ODA 확대를 통해 한국의 문화 발전 경험 공유에 중점을 두며, 개도국 문화 역량 강화 지원을 통해 개발협력국이 자국 문화와 전통을 바탕으로 스스로 문화역량발전을 위해 지원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다른 문화 ODA 시행기관과는 달리, 예술, 관광, 스포츠 등 문화콘텐츠를 활용하여 상호교류가 가능한 ODA를 추진하고 있으며(이태주, 2019), 국제기구와의 다자협력이 증대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주요 사업은 2005년에 시작하여 개도국 문화자원 역량 강화 ODA 사업인 ‘문화동반자 사업’으로 개발도상국 문화, 예술, 문화산업 분야 전문가를 초청해 그들의 문화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연수를 제공함으로써, 개발도상국의 문화 발전에 기여하는 문화 ODA 대표 사업이다.4) 그 외 몽골, 베트남, 탄자니아 등 주요 협력국에 해외작은 도서관 조성 사업을 진행하였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분야 측면에서 일본 문화 ODA와 유사하게 관광 및 스포츠 분야 ODA 사업을 활발히 진행하여 협력국과의 상호교류를 추진하고 있다. 주요 사업유형은 사업연수, 초청연수, 장학지원을 통한 인적자원 역량 강화 사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출처: 관계부처합동(2018; 2019; 2020), 국제개발협력 종합시행계획.
문화재청은 2009년부터 문화유산 ODA 사업을 추진해 왔으며(조계수․정연내, 2019: 38), 주요 사업은 세계유산 보존관리 사업, 무형유산 보호사업, 유적발굴 및 역량 강화 등의 협력사업을 중심으로 수행하고 있다. 문화재청에서 ODA 예산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업은 ‘개발협력국 세계유산 보존관리 지원사업’으로 라오스, 미얀마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협력국의 문화유산 자원을 보호함으로써 자생력을 갖추고 문화재 보호를 통해 문화유산 발굴․보존 현장에서 공여국과 협력국 간 상생 개발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문화재청에서는 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지역을 중점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중점협력국 및 역사적 연대가 있는 국가를 중심으로 문화유산 ODA를 추진하고 있다(조현성․최보연, 2020: 80).
(단위:억원)
출처: 관계부처합동(2018; 2019; 2020), 국제개발협력 종합시행계획.
문화재청은 양자․다자간 문화재 관련 국제개발협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문화재 보존․관리․활용 기본계획 2017~2021”을 통해 국제개발협력 활성화로 국가 브랜드 구축 전략을 명시하며, 협력국 세계유산 보존 복원 지원 및 국제기구(UNESCO, ICCROM) 내 한국의 입지 강화를 위한 다자 ODA를 추진하고 있다(문화재청, 2016: 30-90).
KOICA에서도 문화 ODA 사업을 프로젝트, 글로벌연수, 해외봉사단 파견을 통한 기술협력으로 지원하고 있다. KOICA 문화 ODA 사업 가운데 최대 규모의 사업은 다년사업으로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진행하는 ‘DR콩고 국립박물관 건립사업(2012- 2020/2,300만 달러)’이다. 프로젝트는 문화유산 관리 시스템 도입 및 캄보디아 유적 복원 사업 등으로 장기 프로젝트 사업을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중남미 페루, 동남아시아 캄보디아와 같이 문화유산 보유 국가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그 외 관광․지식재산권․한국어 분야 글로벌 연수를 진행하고 있다(조현성․최보연, 2020: 84).
또한 문화분야 해외봉사단을 다양한 협력국에 파견하여 현지 강사 연수 및 워크숍 진행, 청소년 대상 예술교육 지원 등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며 기술협력 지원을 하고 있다. 또한, KOICA 인력양성 사업으로 글로벌연수사업(CIAT)에 한국어 문화 전문가 과정을 도입하여 개도국 공무원, 기술자, 연구원, 정책결정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하여, DAC 회원국 가운데 독일, 프랑스, 일본과 같이 문화 ODA 분야에서 공여국의 언어와 문화를 활용한 문화 ODA를 진행함으로써 문화적 영향력 측면에서 원조 효과성 증대에 기여하고 있다.
단위: 억원
출처: 관계부처합동(2018; 2019; 2020), 국제개발협력 종합시행계획.
한국은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재청, KOICA가 주요 기관으로 문화 ODA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각 시행기관 특성에 따라 원조의 성격과 유형이 상이하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경우, 포괄적 문화의 범주에서 문화교육과 같이 역량 강화를 위한 연수사업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기술전수에 관한 비교우위를 갖추고 있는 문화, 예술, 관광, 스포츠 분야의 대외원조 틀을 구성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문화재를 보존․관리하는 기관의 성격으로 협력국의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관리를 위한 프로젝트와 역량강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양자/다자 ODA를 실현하고 있다. KOICA의 경우, 글로벌 연수와 더불어 문화유산 보유국을 중심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주요 공여국과 유사한 문화 ODA 사업으로 한국어 교육이 활발하다.
한국 문화 ODA와 주요 공여국과의 차이점 및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매년 예산 규모가 감소하고 있는 주요 유럽 공여국의 문화 ODA 사업과 달리 한국 문화 ODA 지원액은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원조의 질적 향상을 위해 필요한 원조액 증대는 국제개발협력에서 매우 중시되는 사항이다. 특히 한국 문화 ODA 지원액은 ‘문화 및 레크레이션’, ‘관광정책, 행정, 관리’에서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이 타 공여국과의 원조경쟁 속에서 비교우위 분야를 선점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둘째, 한국의 경우 협력국의 수요를 반영하여 문화유산 보유국을 중심으로 문화 ODA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반면 일본의 경우, 아프리카 국가에 대한 원조가 대폭 증대되는 개발협력 기조에 따라 자국의 문화 홍보 및 국익 확보와 극대화라는 문화 ODA 정책과 사업이 주를 이룬다(김석수, 2016: 101-103). 프랑스도 현재 한국과 비교 시 문화 ODA 규모가 높으나, 구 식민지인 아프리카 국가를 중심으로 프랑스 언어와 문화를 교육하는 인력지원 사업에 집중한다. 독일도 프랑스와 유사하게 독일문화원을 통해 독일어 전파, 국제문화협력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문화를 범 분야에 적용하는 독일과 스페인의 정책은 한국 문화 ODA 사업과 모델 구성에서 참조할 수 있는 방향이다.
셋째, 한국은 중점협력국 범위 내에서 인적․제도적 역량 강화를 위한 기술지원 프로그램을 주도적으로 운영하며, 협력국과의 파트너십을 중시한다. 주요 공여국 대부분이 전문가 및 봉사단 파견이 문화 ODA에서 주를 이루며, 각국의 문화 전파 및 인프라 구축 사업에 가깝다. 특히 이는 제3차 원조 효과성 고위급 포럼을 계기로 추진된 국제원조투명성기구(International Aid Transparency Initiative)의 기준에 따라 ODA 사업에 대한 정보제공에서 OECD 통계 데이터를 확인해 보면 뚜렷하게 확인된다. 즉, 한국의 문화 ODA는 기관별 특징에 따라 다르지만, 기술협력을 기저에 두며 협력국의 주인의식과 파트너십 향상에 기여한다.
이처럼 한국 문화 ODA는 주요 공여국의 문화 ODA 현황 분석을 통해 비교우위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의 문화 ODA가 포괄적 문화의 범위에서 주요 문화 ODA 사업에 대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문화 ODA의 주요 수행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문화동반자 사업, 문화예술교육 사업, 해외 작은도서관 조성 사업, 체육발전지원사업, 국제스포츠행정가 교육사업 등 포괄적 문화의 범위에서 문화 ODA를 실시하고 있다. 그 가운데 문화동반자 사업은 아시아, 남미, 동유럽,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 대상 문화예술인들을 초청하여 실무연수 및 공동창작 등을 실시하는 문화연수 사업으로, 문화, 예술 문화사업,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인력을 대상으로 약 3~5개월 간 한국에서 체류하면서 실시한다. 최근 동반자가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 우즈베키스탄과 스리랑카에서 개최되었다(문화체육관광부, 2020). 해당 사업은 무용, 문화유산, 공연, 무형유산, 전통음악, 무형문화재 등 문화예술 다양한 부분을 아우르며, 기관 사업의 경우, 박물관, 도서관, 예술대학, 미술관 등 관련 기관 관계자를 초청하여 역량 강화 및 연수 기회를 제공한다.
출처: 2019문화예술정책백서(2020),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교육 사업은 국제사회에서 지속가능발전 교육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의 가치 확산에 기여하는 목적으로 실시되었다. 2013년 베트남 라오까이성에서 초․중등학생 대상 문화예술교육과 예비교사 및 사범대 교수 대상 매개자 교육시범사업으로 시작하였다. 2019년에는 베트남,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인프라 연계 사업, 현지 사업관계자 간 협의를 통해 교육사업을 실시하여 사업의 정책 실효성을 제고하였다(문화체육관광부, 2020). 융복합 ODA 협력체계에 힘쓰며,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의 현지 요구를 적극 반영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새로운 장르, 신규 지역으로 확장하고 있어, 국제개발협력에서 글로벌 가치와 국가전략에 부합하는 ODA 성과를 도출하고 있다.
출처: 2019문화예술정책백서(2020), 문화체육관광부.
해외 작은 도서관 조성 지원 사업은 「국제개발협력기본법」 제5조 및 「작은도서관 진흥법」 제11조에 근거하여 아시아, 아프리카 등 교육․문화 인프라가 열악한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작은 도서관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개발도상국 어린이, 청소년의 학습능력 향상과 문화정보격차 해소를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2007년부터 현재까지 13개국에 작은 도서관 132개관을 조성 지원하였다(문화체육관광부, 2020). 주요 협력국은 아프리카 지역 국가이며, 최근 베트남, 몽골 등 아시아 지역에도 작은 도서관이 조성되고 있다.
출처: 2019문화예술정책백서(2020), 문화체육관광부.
포괄적 문화의 범위에 체육이 포함된 가운데, 국제사회에서 요구하는 선진국의 위상에 맞는 체육발전지원을 진행하고 있다. 개발도상국 국가대표 지도자를 초청하여 교육하고 합동훈련을 통해 유대관계 강화 및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더불어 스포츠 기반시설 구축 지원에도 힘써 전반적인 스포츠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한다. 이를 통해 선수단의 경기력 강화, 스포츠 보급 활성화, 훈련 기술 교류 등을 도모하고, 양국 지도자 및 선수들 간 유대를 강화하여 국제대회에서 우호 관계를 형성하였다(문화체육관광부, 2020). 또한, 국제스포츠행정가 교육 사업, 스포츠 지도자 교육과정 사업 등 스포츠 지도, 경영, 행정 부문에서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관광산업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증가함에 따라 개발도상국의 관광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관광 분야 ODA를 통해 빈곤퇴치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됨에 따라 한국 문화 ODA에서 관광 ODA 사업이 확대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한국의 관광발전 경험을 적용하여 지원하는 개도국 관광지도자 초청연수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2019년에는 ‘KOPIST(Korea Partnership Initiative for Sustainable Tourism)’ 한국 관광 ODA 브랜드를 본격 출범하여 본 사업을 지속가능한 프로그램으로 활용하여, 급변하는 환경에서 대응할 수 있는 관광산업 구축, 관광을 통한 일자리 창출 등 개도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최초 관광 ODA 프로젝트는 2019년 실시한 ‘몽골 관광교육센터 건립 및 관광 인력 역량강화’ 사업으로, 한국의 선진화된 관광산업 인프라, 인력양성 노하우를 전파하여 관광분야 교류협력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문화체육관광부, 2020).
주요 문화 ODA 사업은 인력 양성 프로그램 및 단기 사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한계점을 갖는다. 수원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한 모범국으로서 노하우 공유 측면에서 자문 및 컨설팅 사업의 방향을 갖고, 차별화된 국제개발협력 콘텐츠를 보급할 필요가 있다. 즉, 중․장기 사업을 고려하고, 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수원국에서 필요로 하는 맞춤형 패키지 사업으로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앞서 논한 사항을 바탕으로 문화 ODA는 어떻게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발전 기반이 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살펴본다.
UN 새천년개발목표(MDGs)에 이어 새로운 목표로 2015년 지속가능개발목표(SDGs)가 제시되어 국제적으로는 많은 공여국의 사업이 증가하고 있으며, 개발재원 수요가 증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의 국제개발협력은 다른 공여국과 다른 차별성을 갖출 필요가 있다. 한국은 최근 21년 1월 20일 국제개발협력위원회에서 “제3차 국제개발협력 종합기본계획(2021-2025)”을 발표하였다. 제3차 국제개발협력 기본계획의 비전은 “협력과 연대를 통한 글로벌 가치 및 상생의 국익실현”이고, 전략목표는 ‘포용적 ODA’, ‘상생하는 ODA’, ‘혁신적 ODA’, ‘함께 하는 ODA’로 설정되었다. 제3차 계획에서 문화 영역은 ‘상생하는 ODA’에서 개도국의 문화․관광 자원을 활용하여 경제발전을 이룩하며, 수원국의 문화 콘텐츠를 활용하여 현지 맞춤형 인프라 구축 및 역량강화 추진을 명시하였다. 또한, ‘혁신적 ODA'에서는 수원국과의 문화적 공감대 형성을 통한 협력 강화를 위해 문화 콘텐츠 제작기술 및 문화콘텐츠 활용 사업 등을 개발할 것을 제시하였다.5
제3차 기본계획에서 제시되는 ‘상생하는 ODA’ 및 ‘혁신적 ODA'를 달성하기 위하여 개도국 사회인프라 지원 사업 중 하나로서 문화 ODA는 한국 국제개발협력 사업 발전에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다.
첫째, 그 가능성을 기본권과 국제개발협력기본법에 따라 기본정신과 목표에서 찾을 수 있다. 인간으로서 갖는 행복 추구와 생활 모든 영역에서의 차별 종식 등의 기본권이 점차 강조되면서 기존 발전체계와는 다른 새로운 접근방식에서 문화의 중요성이 두드러진다. 2013년 채택된 ‘항저우 선언(The Hangzhou Declaration)’에서 문화가 지속가능발전의 열쇠로 작용하여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인간과 자연의 공평성, 존엄성 등의 가치를 추구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방식으로 문화의 중요성이 강조되어 근본적인 기본권이 보장된다고 보았다(조현성․최보연, 2020). 또한, 한국의 국제개발협력기본법에서는 ‘개발도상국의 빈곤감소, 여성․아동․장애인의 인권향상, 성평등 실현, 지속가능한 발전 및 인도주의를 실현하고, 협력대상국과의 경제협력관계를 증진하며,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을 추구하는 것’을 기본정신으로 한다. UNESCO에서 제시한 문화의 역할로서 문화는 포용성이 있어 모든 것을 포괄하고 다양성을 확보하여 사회적 발전이 증진되도록 한다. 또한, 문화가 창출하는 이익과 가치는 경제적인 것 외에 정신적 빈곤과 문화적 빈곤까지 해소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하게 한다(UNESCO, 2013; Michael, 2001). 특히 문화 ODA의 확대는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취약계층 및 소외계층을 보호하고, 포용력 있는 국제사회를 이끄는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문화 ODA를 통한 상생 개발협력 생태계 조성이 가능하다. 상생번영으로써 문화 파트너십이 점진적으로 강조되고 있다. 협력국의 역할과 협력이 강조되면서 파리선언과 아크라 행동계획에서는 수원국을 동반자적 관계로 인정하는 변화를 반영하였으며, 수원국에서 파트너이자 협력자로, 그리고 단순 협력자를 뛰어넘어 주도적 참여 주체로 인지된다(조정명, 2013). 상생 개발협력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문화가 기본 고려대상이 된다. 개별 개도국이 처해 있는 현실과 여건, 수준이 다르므로 우선적으로 문화를 반영한 차별화된 접근과 진단이 필요하다(Baker, Barry/ 권상철 외 옮김 2018; 장용석 2012). 또한, EU의 국제문화교류정책인 ‘Creative Europe 제2차 계획(2014~2020)’에서는 공존번영을 위해 단순 기술지원이 아닌 파트너십을 강조한다. 주요 공여국 가운데 독일, 스페인, 프랑스에서 개발에 대한 인식 고조를 위해 문화 관련 파트너십을 추진하고 있듯 문화를 결속력 강화 요소로 활용하고, 문화교류를 개발협력 비전으로 내세워 문화의 역할이 강조되고 핵심 정책으로 대두되고 있다(조현성․최보연, 2020). 그 예시로 2019년 한-미얀마 정상회담을 통해 미얀마 정부의 K-POP 연수요청에 대한 협력으로 프로젝트 케이(Project K)가 추진되었다. 이처럼 문화를 기반으로 인적․제도적 강화 측면에서 한국의 문화발전을 토대로 하는 기술협력이 가능하며 차별성을 갖는다.
셋째, 문화 ODA를 통한 ‘국익’의 재정의가 가능하다. 공통으로 공여국은 자국의 이익 도모를 위해 ODA를 제공한다. 그러나 지정학적 영향력과 경제적 이익을 중시하는 원조정책은 타국의 국익과 가치에 무관심하여 국제적 고립을 이끈다(고경민 외, 2010: 97-100; 김석수, 2016: 85-87). 이러한 단편적인 이익을 극복하여 호혜적 협력, 글로벌 국익으로 변화해야 한다. 한국이 갖는 문화 경쟁력이라는 국가역량을 다양한 국가에 펼침으로써 문화적 영향력 증대를 가능하게 한다. 즉, 문화를 통해 단편적인 국익에서 보편적 열린 국익의 관점으로 재정의함으로써 우리 국가 내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이익에서 벗어나 협력국, 타 공여국, 그 국민의 경제적, 사회적 발전이 곧 궁극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얻게 되는 국익으로 확장할 수 있다.
넷째, UN 개발정상회의에서 설정한 SDGs 가운데 지속가능한 발전에 문화 부분의 중요성이 강조되어 가고 있는 환경 속에서 경제발전과 문화발전을 동시에 이룩한 한국 문화 ODA를 통한 범분야적 국제개발협력이 가능하다. 문화는 개발을 돕고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포섭, 평등 및 다양성을 증진하며, 경제적 가치와 비화폐적 가치를 창출한다(UNESCO, 2012). 국제개발협력이 점차 대외전략을 고려하여 다양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ODA 연계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과거 원조 경험으로 발전을 이룩한 선진국과 차별화된 국제개발협력 콘텐츠를 개발․보급(관계부처 합동, 2020)이 문화를 기반으로 가능하다. 현재 협력국의 문화․예술․문화산업․문화정책과 관련된 개발 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한국의 역량강화 연수사업에 대한 수요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문화 ODA는 단편적 문화 향유뿐만 아니라, 포괄적인 범 분야로 이해하여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를 기반으로 한국만의 문화 ODA를 구성하여 한국이 주요 국제개발협력의 모델 국가로서 이미지 제고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Ⅴ. 결론
본 논문의 목적은 문화 ODA 사업 확대를 통해 한국 특유의 ODA 사업 유형을 형성하는 것이 가능한지 탐색하는 것이다. 주요국의 ODA 현황과 문화 ODA 현황을 검토함으로써 향후 한국 ODA만의 특징을 만드는데 문화 ODA가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알아보고자 했다.
한국은 원조 규모를 지속해서 늘리고 있으나, 규모 면에서 OECD/DAC 회원국 가운데 원조 강대국(미국, 독일, 영국, 일본, 프랑스)과는 견줄 수 없는 수준이다. 또한, 한국의 유상원조 비율이 원조액 대비 높은 수준이고, 비구속성 원조와 인도주의적 지원이 DAC 회원국의 평균에 못 미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과거의 경험에 따른 원조의 목적에 대한 좁은 해석과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원조 집행체계는 확립되지 못했다는 평가이다.
두 번째, 유럽의 주요 공여국 중 대부분은 문화 ODA 규모 증가가 둔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선진 공여국 및 주요 공여기구들은 지속가능한 발전의 밑거름이 된다는 차원에서 이미 문화 ODA에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또한, 인적자원 양성과 문화발전 프로그램을 중시하며, 문화역량발전에 협력적으로 기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문화 분야 최대 공여국인 일본은 다른 공여국과 달리 일본은 인프라 건설을 지원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하며, 원조 기조가 일본의 국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집행됨에 따라 다른 국가들과 다르게 문화 ODA 규모가 증대되고 있다.
세 번째, 한국의 문화 ODA는 점차 지원액이 증가하고 있으나, 전체 ODA 규모에서는 매우 비중이 작고, 그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되고 있다.
이러한 현황 속에서 문화 ODA는 한국 국제개발협력 발전 기저에 존재하는 기본권과 국제개발협력기본법을 보장하며, 개발협력에서 중시되는 상생 개발협력 생태계 조성을 문화를 통해 실현한다. 특히 문화를 통한 협력국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인적 역량 제고와 같이 기술협력 확대를 통해 협력국의 자생력을 강화한다. 더불어 국익 관점에서 문화적 영향력을 확대하여 보편적 국익으로 전환함으로써 한국 ODA의 발전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조건들을 모두 고려했을 때, 한국의 문화 ODA 사업의 발굴과 확대는 한국의 국제개발협력 발전에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다. 또한, 선진국들, 중국과 일본의 규모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 전 세계에 한국만의 ODA 사업이 긍정적으로 인식될 수 있는 방안으로서 문화 ODA 사업의 고려가 필요하다. 한국의 문화 발전 경험을 공유하고, 개도국 문화 역량 강화를 지원함으로써 개발협력국의 지속가능한 문화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세심한 모델을 만들어낸다면, 한국 ODA 사업의 효과성은 매우 커질 수 있다. 일본의 경우를 반면교사로 삼고,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의 문화 ODA 사업 지속을 모델로 삼아 한국만의 문화 ODA 모델을 구성하는 시도는 한국이 주요 국제개발협력의 모델 국가로서 자리매김하는데 긍정적 기여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