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라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저작물 이용환경에 합리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각국의 저작권법 개정 움직임이 활발하다. 특히 COVID-19 팬데믹으로 인하여 도서관, 박물관, 미술관 등 문화예술 관련 기관들에서의 온라인상 저작물이 이용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별로 개정 저작권법이나 저작권법 개정안은 새로운 디지털 환경을 고려한 저작권 개념들과 제도들을 반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싱가포르는 기존 싱가포르 저작권법 체계가 디지털 시대 중대한 기술적 발전과 시장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과 함께, 창작물의 현재 및 장래 이용 방식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됨에 따라1) 2016년부터 저작권법 체계의 개혁 및 현대화를 위해 노력하였다.2)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싱가포르 법무부와 싱가포르 지식재산청은 2016년과 2017년에 각각 저작권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수렴을 실시한 데 이어, 2019년 그동안 제안된 다양한 개정안에 대해 진행한 공청회에서 제기된 의견과 권고 사항들을 바탕으로 저작권법 개정안의 세부 내용에 대해 요약한 <싱가포르 저작권 검토보고서(Singapore Copyright Review Report)>를 발표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저작자의 권리를 강화하는 한편3), 사회적 편익과 기술혁신 지원을 위한 저작권 예외 사유의 조정 및 추가, 저작권 집중관리단체에 대한 관리 강화를 주요 골자로 하는 전부 개정 싱가포르 저작권법이 2021년 11월 21일부터 시행되었다.
특히 이번에 개정된 싱가포르 저작권법은 미술관과 박물관의 사회적 역할과 해당 기관들이 소장하고 있는 공공소장품의 공공적 성격을 감안하여 기존의 저작권 제한 규정을 개정하면서 제한 사유를 추가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에 따라 이러한 기관들의 공공소장품은 연구·조사를 위해 공중 이용에 제공될 수 있게 되었을 뿐 아니라, 보존, 목록 작성, 대체 등 해당 기관의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이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미술관과 박물관의 공공소장품에 상당수의 미공표 저작물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러한 미공표 저작물의 자유 이용 근거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는 국내 미술관, 박물관의 최근 활동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인 아카이빙(archiving)의 활동과 그 확장 측면과 관련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의 ‘2020년 지역미술관 협력망 사업’은 지역미술관 협력 사업으로 2019년 시작된 아카이브 구축 지원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COVID-19가 촉발한 국내외 저작권 환경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공공소장품의 자유로운 이용 체계의 마련은 문화에 관한 국민의 권리 보장의 측면에서도 중요하다.4) 따라서 이번 싱가포르 저작권법상 공공소장품의 자유 이용과 관련한 최근의 개정은 국내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며, 우리나라 저작권법상 관련 규정들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개정 전에서 싱가포르 저작권법은 공공소장품의 자유 이용이 허용되는 규정들을 마련하고 있었으나, 이번 개정을 통해 공공소장품 소장된 대표적인 기관인 박물관 및 미술관이 적용 대상에 포함되게 되었다는 점에서 자유 이용 허용 범위 및 조건들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우리나라 저작권법이 최근 개정을 통해 도서관법 제22조에 따라 국립중앙도서관이 온라인 자료의 보존을 위하여 수집하는 경우에는 해당 자료를 복제할 수 있도록 허용한 반면,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의한 소장품의 자유이용이 허용되는 범위는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만, 국내에 싱가포르 저작권법에 대한 소개나 연구가 거의 전무하다시피 한 상황에서 본고는 우선 공공소장품의 자유로운 이용을 허용하고 있는 싱가포르 저작권법 규정들을 이용 유형별로 대략적인 내용을 검토하고, 개정된 사항들을 중심으로 그 의의를 검토한다. 이를 통해 본고는 공공소장품의 이용 확대를 위한 국내 저작권법 개선 방안을 도출하여 제언하고자 한다.
이를 위하여 제Ⅱ장에서는 개정 싱가포르 저작권법상 공공소장품의 자유 이용의 유형별로 그 이용조건 및 범위를 살펴보고, 그 의의를 검토한다. 이어서 제Ⅲ장에서는 우리나라 현행 저작권법상 저작재산권 제한 규정하에서 공공소장품의 자유 이용의 범위 및 한계를 선행문헌 및 관련 판례들을 중심으로 검토하고,5) 우리 저작권법 개정 방향을 제언한다.
Ⅱ. 싱가포르 저작권법상 공공소장품의 자유 이용에 대한 검토
싱가포르 저작권법상 도서관, 박물관, 미술관 등의 공공소장품에 대해서는 자유 이용이 광범위하게 허용된다. 게다가 싱가포르 저작권법상 공공소장품은 (a) 국가기록물(National Archives), (b) 국립문화유산위원회(National Heritage Board)를 소관하는 장관에 의한 공공소장품으로 규정된 국립문화유산위원회의 소장품, (c) 도서관의 영구 소장품 또는 (d) 기록물(archive)을 의미한다(싱가포르 저작권법 제91조). 특히 싱가포르 저작권법은 기록물에 대해서도 별도의 정의 규정을 마련하고 있는데, (a) 법인이나 비법인 단체의 영구적인 관리 대상이고, (b) 해당 법인이나 단체가 보존이나 보호를 목적으로 유지하며, (c) 해당 기구에 의하여 영리 목적으로 운영되지 않는, 역사적 중요성이나 공익이 인정되는 자료 소장품(문서와 유체물이 포함)을 의미하며, 박물관과 미술관이 기록물을 보관하는 대표적인 기관이다(제92조).
공중에 개방된 장소에서 개최되는 전시회를 위해서는 공공소장품의 복제가 허용되며, 전시회의 홍보를 위해서는 공공소장품의 복제나 공중전달이 허용되는데, 전시회의 유료 여부는 관계한다. 다만 복제 등이 공공소장품 관리인6)에 의하여 또는 관리인을 대신하여 이루어져야 하며, 복제본이 합리적인 시간 내에는 통상적인 상업적 가격으로 입수될 수 없어야 하는 등 소정의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또한 복제본이 전시회나 전시회 홍보 이외의 다른 목적으로는 사용되거나 상품으로 판매되지 않아야 한다.
또한 공중에 개방된 장소에서 개최되는 전시(유료 여부는 무관)를 위하여 어문저작물, 연극저작물이나 음악저작물의 공연 또는 영화의 시각적 이미지를 공중에 보여주거나 영화의 음을 공중에 들려주는 행위는 허용되지만, 이러한 행위가 공연의 유일한 또는 주요 목적이 아니어야 한다.
이러한 공공소장품의 자유 이용 허용 규정들은 유형적인 형태의 미술저작물의 게시와 같은 전통적인 전시 이외에 공연이나 영상의 재생 등 전시의 유형이 다양해지고, 전시회 개최를 위해서는 홍보를 위한 홈페이지나 SNS를 활용한 온라인상 저작물의 이용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전자적 형태의 미공표 미술저작물, 전자적 형태의 3차원 또는 시각 이미지로 구현된 미공표 미술저작물, 전자적 형태로 수집된 공표된 저작물이나 정기간행물의 기사, 영화, 음반, 실연의 녹음을 공공소장품이 보관된 장소 내에서 네트워크상 이용에 제공하는 행위는 허용된다. 다만, 이용자가 공공소장품 관리인이 제공한 장치를 통해 해당 자료의 전자적 복제본을 제작하거나 이를 전달할 수 없어야 한다.
이러한 공공소장품의 자유 이용 허용 규정은 공공소장품에 포함된 미술저작물의 경우 미공표된 경우가 많으며, 디지털 형태의 저작물의 경우 일반인의 온라인상 이용을 위해 제공할 필요성이 크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다만 디지털 저작물의 경우 복제나 온라인상 제공이 용이하다는 점을 감안하여 저작권자의 이익이 지나치게 훼손되지 않도록 이용장소나 이용 매체에 소정의 제한을 두고 있다.
조사나 연구를 위한 요청에 따른 미공표 미술저작물이나 실연의 녹음의 복제 또는 전달이 허용된다. 다만, 미공표 미술저작물의 경우 공공소장품의 일부로(영리도서관은 제외), 공중에게 개방된 장소에서 공공소장품 관리자에 의하여 또는 이를 대신하여 개최되었거나 개최되고 있는 또는 개최될 예정이어야 한다. 아울러 전자적 복제본에 대한 요청이 있는 경우에는, 전자적 복제본이 요청자에게 전달되는 즉시, 전달을 목적으로 제작된 복제본이 폐기되어야 한다.
또한 조사나 연구를 위한 요청에 따른 저작물, 음반, 영화, 실연의 녹음의 복제 또는 전달은 허용되는데, 복제가 이루어지기 전에, 공공소장품의 권한을 부여받은 담당자가 합리적인 조사를 하고, 해당 자료의 새로운 복제본이 합리적인 시간 내에는 통상적인 상업적 가격으로 입수될 수 없어야 한다.
이외에도 대학도서관이나 기록보관소 내에서 조사나 연구를 위하여 공공소장품에 포함된 미공표 논문의 복제 또는 전달이 허용되며, 조사, 연구 또는 공표를 위해 공공소장품에 포함된 미공표 저작물7) 등의 복제 또는 전달 등이 허용된다. 다만, 미공표 저작물 등을 제공받은 자가 조사나 연구를 위해 또는 공표를 목적으로 미공표 저작물 등을 필요로 하고, 다른 목적으로는 이를 이용하지 않아야 한다.
이처럼 조사나 연구의 경우 공익적 측면을 감안하여, 미공표 미술저작물이나 미공표 논문의 이용, 온라인상 이용 등 공공소장품의 자유 이용을 광범위하게 허용되고 있으며, 전자적 형태의 복제본 제공이나 온라인상 이용에 대해서는 저작권자의 이익이 지나치게 훼손되지 않도록 소정의 제한을 두고 있다.
보존이나 대체를 위하여 공공소장품에 포함된 저작물, 음반, 영화, 실연의 녹음의 복제가 허용된다. 다만, 복제가 i) 손실, 가치 하락이나 손상으로부터 저작물 등을 보존하기 위하여 이루어지거나, (ii) 저작물 등이 화체된 매체의 노후화로부터 저작물 등을 보존하기 위하여 다른 형식으로 이루어지거나, (iii) 손실, 가치 하락이나 손상으로 인하여 해당 자료를 대체하기 위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다만, 보존을 위한 복제의 경우 공중에게 접근가능한 저작물 등의 복제본을 대체하는 방법 이외에는 복제본에 공중이 접근할 수 없어야 한다.
이외에도 기관의 내부 보관 등을 위한 저작물 등의 복제 또는 전달이 허용되는데, 다만, 복제나 전달이 (i) 내부 기록 보관, (ii) 내부 목록화, (iii) 보험, (iv) 경찰 조사나 기타 법률 집행 행위, (v) 보안, (vi) 기타 행정 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내부 기록 보관을 비롯한 행정 목적으로 저작물 등을 복제 또는 전달하는 경우 해당 저작물의 상업적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여 해당 저작물을 합리적인 시간 내에 통상적인 상업적 가격으로 입수할 수 없어야 한다는 조건에 요구되지 않는다.
이러한 공공소장품의 자유 이용 허용은 공공소장품의 경우 공공재로서 보존할 필요성이 크기 때문에 손상이나 노후화 등에 대비한 복제가 필요하며, 소장 기관에 의한 공공소장품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서 또는 공익적 목적의 외부의 요청에 의한 복제나 전달이 필요하다는 점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개정 전 싱가포르 저작권법하에서도 도서관 및 기록보관소에 의한 공공소장품의 복제, 미공표 저작물의 복제나 공중전달 등이 허용되는 이용(permitted use) 규정들에 따라 가능했었다. 그러나 이러한 저작권 예외 규정에 대한 도서관 사서나 기록보관소의 아키비스트의 이해 부족으로 인하여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였다.8) 게다가 개정 전 싱가포르 저작권법상 은 미술관과 박물관이 고유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하여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는 상황에 관련하여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았다. 이로 인하여 미술관 및 박물관 소장품을 연구나 조사 목적으로 공중에게 제공하거나 아카이빙, 보존 등 내부 행정 목적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경우, 설사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대체물이 없는 저작물을 이용하는 경우에도 허용되는 저작권 예외 규정의 적용을 받기 어려웠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하여 도서관 및 기록보관소에 적용되던 예외 사유가 영구 소장품을 수집하고 관리하는 비영리 박물관이나 미술관 또는 국가문화유산위원회 소장품을 소장·관리하는 기관으로 확대되었다는 점이 이번 싱가포르 저작권법 전부 개정의 특징적인 사항이다. 박물관과 미술관의 경우에도 도서관이나 기록보관소와 마찬가지로 저작물의 보존, 큐레이팅 및 공중접근 제공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있으므로, 사회 전체의 이익을 감안할 때 도서관이나 기록보관소에 적용되는 자유로운 이용이 비영리 박물관 및 미술관으로 확대된 것은 적절하며, 특히 영구 소장품과 관련된 박물관 및 미술관의 다양한 고유한 임무 수행에 있어 그 효율성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개정 저작권법은 박물관, 미술관이 현재 수행하고 있는 다양한 활동들을 반영하여 공공소장품(기록물 포함)의 복제뿐 아니라, 공연 및 공중전달을 허용하고 있다는 점도 시사점이 크다. 또한 이용당사자인 큐레이터, 사서와 아키비스트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저작권법상 표현을 간소화하였다.
특히 이번 개정을 통해 기존의 도서관 및 기록보관에 의한 보존 목적의 공공소장품 복제의 범위가 확대되어 저작물 등이 화체된 매체의 노후화로부터 저작물 등을 보존하기 위하여 대체 매체로의 복제가 허용되었는데, 이를 통해 기존의 VHS 테이프나 DVD 형식으로 저장된 다양한 공공소장품이 대체 매체로 복제가 가능하게 되었다. 이외에도 내부 기록 보관, 내부 목록화 등 행정 목적을 위한 복제나 전달이 공공소장품의 자유 이용 유형으로 새롭게 추가됨으로써 공공소장품의 아카이빙이 원할해졌다는 점에서 이번 개정은 의의가 크다.
공익적 목적의 이용이라고 하더라도 저작권자의 이익이 지나치게 훼손되지 않도록 개정 싱가포르 저작권법은 공공소장품에 해당하더라도 전시나 전시 관련 홍보를 위한 복제가 효과적인 원저작물의 합리적인 대체물이 되지 않도록 일정한 제한을 두었다. 이는 저작권법 개정을 위한 의견수렴 과정 중 개정 반대를 주장한 응답자들이, 공공소장품 소장처가 권리자로부터 이용허락을 받거나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인쇄본을 구매하는 대신 이러한 예외 규정의 적용을 남용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였고, 개정에 찬성하는 응답자들 역시 적절한 안전장치와 이용조건을 전제로 하여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한 점을 반영한 것이다.9)
한편 개정 싱가포르 저작권법은 전시나 전시를 위한 홍보를 위한 소장품의 자유로운 이용의 허용 범위를 물리적 장소에서의 전시로 허용 범위를 국한하고 있으며, 소장품의 네트워크상에서의 이용제공의 경우에도 네트워크가 해당 기관의 관내에서 접속이 되는 경우로 제한함으로써 소위 ‘가상 전시’니 ‘온라인 전시’는 여전히 권리자로부터의 이용허락이 필요하다. 이는 온라인상 광범위한 불법 복제를 방지하기 어렵다는 점과 타 입법례를 감안한 것으로, 이는 “가상 전시”나 온라인 전시가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할 것이라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10)
또한 개정 싱가포르 저작권법은 공공소장품을 소장하고 있는 기관들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공공소장품의 보존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상업적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보존 절차를 허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의 복제 허용 범위를 확대하여, 원저작물이 화체된 매체가 노후화되거나 노후화되고 있는 경우 대체적 매체로 복제를 허용하고, 공표 저작물의 선제적 보존을 허용한다. 이외에도 조사나 연구를 위한 공공소장품의 복제 및 전달을 허용하고 있는데, 원저작물의 상업적 시장을 위한 적절한 안전장치를 제공하고 유형적 복제본과 디지털 복제본 간의 등가성을 감안하여, 전자적 형태의 복제본의 폐기 요건은 유지되었다. 관련된 의견 수렴 과정에서는 전자적 형태의 복제본 폐기 요건 삭제를 요청하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하였으나, 사회 전반을 위한 공공소장품의 보존과 연구의 중요성을 감안하더라도, 공공소장품에 대한 공중접근 제공과 권리자의 상업적 이익 간에 합리적으로 균형을 맞추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
Ⅲ. 공공소장품의 자유 이용 관련 우리나라 저작권법 개정 방향
저작권법 제31조에 따라 조사·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이용자의 요구, 도서·문서·기록 그 밖의 자료 등의 자체보존 등 일정한 경우 도서관에 의한 도서 등의 복제, 전송 등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동조의 적용 대상은 도서관법에 따른 도서관12)과 도서관, 도서·문서·기록 그 밖의 자료를 공중의 이용에 제공하는 시설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설13)로 제한되어 있으며, 이에 따라 ⌜도서관법⌟에 따른 국립중앙도서관·공공도서관·대학도서관·학교도서관·전문도서관(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법인 또는 단체에서 설립한 전문도서관으로서 그 소속원만을 대상으로 도서관 봉사를 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도서관은 제외) 및 국가, 지방자치단체,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는 법인 또는 단체가 도서·문서·기록과 그 밖의 자료를 보존·대출하거나 그 밖에 공중의 이용에 제공하기 위하여 설치한 시설이 적용 대상이다. 이러한 이유로 도서 등의 대출이나 공중 이용 제공을 주요 목적으로 하지 않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연구·조사, DB 구축, 전시 및 전시 관련 활동을 위하여 소장품을 사용하여 복제나 전송 등을 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동조가 적용되기 힘들다. 또한 동조는 저작권자와의 이해관계를 고려하여 해당 도서관이나 다른 도서관 안에서의 ‘관내 이용’이라는 제한이 있다.
저작권법상 법정허락 제도를 통해 저작권자를 알 수 없는 소장품의 자유 이용이 허용된다. 제도 도입 이후 2007년 공고 요건을 완화하였고 2012년 저작권법 시행령 개정으로 법정허락을 간소화함으로써 신청인에 의한 상당한 노력을 대신하는 장치(권리자 찾기 정보시스템)를 두는 등 이용 편의성을 제고하였다. 또한 2020년 저작권법 개정을 통해 법정허락승인·보상금 납부·공탁사실 공고 등 관련 절차를 한국저작권위원회 한곳에서 완료할 수 있게 하는 등의 절차적인 부담 완화를 위한 노력과 함께, 외국인의 저작물로까지 법정허락 대상을 확대하였다. 그러나 개별저작물마다 별도의 절차를 수행하고 수수료 및 공탁금을 납부해야 하는 법정허락 제도 운영 상황은 공공소장품의 전시, 연구·조사 등을 위한 망라적 이용과 디지털 아카이빙을 위한 대규모 디지털화를 도모하기에는 실무상 상당히 어렵고, 미공표 저작물의 경우 법정허락 제도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게다가 미술관, 박물관 등의 소장품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퍼포먼스 아트 기록 영상에 실연자(1인 또는 다수)에 의한 실연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실연자의 신원이나 소재를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법정허락 제도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동일한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하여 2019년 11월 저작권법 개정을 통해, 소정의 문화예술시설에 의한 공공소장품 이용을 허용하는 규정이 저작권법 제35조의4로 신설되었다. 이에 따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문화예술 활동에 지속적으로 이용되는 시설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문화시설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상당한 조사를 하였어도 공표된 저작물(외국인의 저작물은 제외)의 저작재산권자 또는 그의 거소를 알 수 없는 경우 그 문화시설에 보관된 자료를 수집·정리·분석·보존하여 공중에게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그 자료를 사용하여 저작물을 복제·배포·공연·전시 또는 공중송신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동조가 규정하고 있는 ‘상당한 조사’의 기준이 제50조의 ‘상당한 노력’에 비해 완화되었다고 볼 수 없으며, 이러다 보니 동조의 적용 대상인 문화예술시설에 국회도서관, 국립중앙도서관 및 지역대표도서관14), 국립중앙박물관·국립현대미술관·국립민속박물관으로 한정되어 있으며 이로 인하여 지방자치단체 소속 박물관, 미술관, 연구소 등에 소장된 미술저작물이나 기록물 등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또한 동조는 저작권자나 그의 소재를 알 수 없는 경우만을 적용 대상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공표된 저작물만을 적용 대상으로 하고 있어서 기관들이 소장하고 있는 미공표 전시 관련 자료, 연구 자료, 기타 기록물의 이용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15) 무엇보다도 동조의 사후 보상금 지급 요건은 공적 재원을 활용하는 공공문화유산기관들이 엄격한 예산 편성 및 집행 지침을 준수해야 하는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사후 보상금 지급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였다.16)
현행 저작권법은 도서관, 미술관, 박물관 등의 소장품 전시와 관련하여 저작권법 제35조의4에서 저작재산권 제한 사유를 규정하고 있으나, 적용 범위가 극히 제한적이다.
우선 저작권법 제35조제1항에 따라 미술저작물, 사진저작물, 건축저작물의 원본의 소유자나 그의 동의를 얻은 자는 그 저작물을 원본에 의하여 전시할 수 있기 때문에(가로·공원·건축물의 외벽 그 밖에 공중에게 개방된 장소에 항시 전시하는 경우에는 제외) 갤러리, 미술관이나 박물관 등이 공공소장품을 전시할 수 있다. 나아가 이러한 전시를 하는 기관은 그 저작물의 해설이나 소개를 목적으로 하는 목록 형태의 책자에 이를 복제하여 배포할 수 있다(저작권법 제35조제3항).
저작권법상 전시권의 적용 대상인 전시 개념에 관하여, 미술저작물 등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 자체에 의한 직접 전시만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매개 수단을 통한 간접 전시나 인터넷 접속을 통한 소위 ‘인터넷 전시’까지 포함하는 개념인지 등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대법원은 저작권법의 입법 취지 등을 고려하여 전시를 “미술저작물·건축저작물 또는 사진저작물의 원작품이나 그 복제물 등의 유형물을 일반인이 자유로이 관람할 수 있도록 진열하거나 게시”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17) 우선, 이미지나 동적 요소로 구성된 영상을 연속적으로 재현하거나, 영상 자체만을 감상의 목적으로 하는 이른바 영상 전신의 경우, 전시를 “공표”의 한 형태로 규정하면서 공연, 공중송신과 나란히 열거하고 있는 현행 저작권법의 문언상 공연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18) 마찬가지로 전시의 개념을 별도로 정의하고 있지 않은 현행 저작권법하에서 소위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 전시가 증가하고 있으며 판례도 인터넷 전시라는 개념을 인정하고 있다 하더라도19) 현행 저작권법상 인터넷 공연이 인정되지 않는 바와 같이 인터넷 전시도 인정되지 않고, 인터넷을 통한 전달은 공중송신으로 보는 것이 일관성 있는 해석이다.20) 따라서, COVID-19에 의해 촉발된 디지털 전시가 확대되고 메타버스 전시와 같은 가상공간을 활용한 전시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현행 저작권법상으로는 소장하고 있는 영상을 상영하거나 온라인에 게시하기 위해서는 저작권법 제29조 제2항을 비롯한 별도의 저작재산권 제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저작권자로부터 별도의 이용허락을 얻어야 한다.
또한 현행 저작권법 제35조 제3항에 따라 미술저작물·건축저작물 또는 사진저작물의 원본의 소유자나 그의 동의를 얻어 전시를 하는 자 또는 그 저작물의 원본을 판매하고자 하는 자는 그 저작물의 해설이나 소개를 목적으로 하는 목록 형태의 책자에 이를 복제하여 배포할 수 있지만, 그 적용 범위는 제한적이다. 우선, ‘해설’이란 전시나 판매 대상인 미술저작물에 대해서 학술적인 설명을 하는 것이고 ‘소개’란 미술저작물 등의 저작자, 제호, 창작 연도, 창작 모티프, 소장 장소 등의 정보를 알려주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21) 또한 최근 박물관, 미술관 등이 전시의 소개나 홍보를 위해 전시 작품을 해당 기관의 인터넷 홈페이지나 SNS에 게시하는 경우가 많은데22) 이러한 전송행위도 저작권법 제35조제3항에 따라 허용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이와 관련하여 하급심 법원은 작품이 낙찰되기 전까지는 판매위탁자인 경매사이트에 작품 이미지를 게시하는 것은 저작물의 해설이나 소개를 목적으로 하는 목록형태의 것’을 ‘책자’로 제작하는 경우와 같이 저작권법 제35조제3항에 의해 허용된다고 해석하면서도, 인터넷에 게시하는 이러한 전송행위를 통하여 회원이라면 누구든지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므로 1회 제작으로 종료되는 서적 형태의 도록 등을 제작하는 경우에 비해 상당히 지속적이고 전파 가능성도 훨씬 커 미술저작물이 낙찰된 이후에도 저작물을 계속 게시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으며 “제공되는 이미지의 해상도 및 파일의 크기에 있어서도 마치 복제화를 제공하는 것과 같은 정도의 고도의 해상도나 크기를 갖는 파일을 제공하는 것은 원저작물에 관한 정보제공이라는 목적을 넘어서는 결과에 이르러 마찬가지로 허용될 수 없다”는 제한을 두었다.23) 이러한 법원의 해석에 따르면 해상도가 높은 공공소장품 이미지를 소장처의 홈페이지에 게시하거나, 전시가 종료된 이후에도 계속 게시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허락이 필요하다. 또한 저작권자를 찾을 수 없는 경우에는 저작권법 제50조의 법정허락 제도나 저작권법 제35조의4의 문화시설에 의한 복제 등의 규정의 적용 여부를 검토할 수 있으나, 결국 두 조항의 적용상 한계가 여전히 문제될 수 있다.24)
우선 미술저작물, 사진저작물 또는 건축저작물의 전시 또는 복제를 허용하고 있는 현행 저작권법 제35조 제1항은 유형적 공간을 전제로 했던 전시의 개념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하여 개정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미술 관련 활동을 통하여 산출한 유·무형의 창작물 이외에 미술 활동 과정 중에 생성된 기록 역시 보존할 가치를 가치가 있으며 기록 자체가 실무상 ‘전시’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 반영될 필요가 있다. 작가의 작업 노트, 구술 채록, 시청각 자료 등 미술저작물이나 사진저작물로 볼 수 없는 다양한 미공표 ‘아카이빙’ 작품의 경우 해당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큐레이팅을 통해 실무상 매우 빈번하게 전시되고 있으며25), 일반 국민들의 문화 향유 및 정보 전달 차원에서도 일반에게 공개할 필요성이 크다. 게다가 소장처에 의한 가상공간 구축,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 제작 등 소장품의 이용 양태 및 매체가 다양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은 ‘MMCA VR’ 미술한류 영상시리즈의 제1편으로 이수경 작가의 신작 <달빛 왕관_신라 금관 그림자>를 통해 가상현실 영상으로 선보인 바 있는데 이 영상은 업로드 20일 만에 19만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으며, 이어서 제2편으로 서도호 작가의 <Karma>를 선보였다. 국립중앙박물관 역시 국보 금동반가사유상을 주제로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ZEPETO)에 국립중앙박물관 월드맵을 구축하여 ‘힐링 동산(feat. 국립중앙박물관 반가사유상)’이라는 이름으로 콘텐츠를 선보여서 큰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이를 저작권법 제35조 제1항의 적용 범위에 포함하기는 어렵다 보니,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학예사나 아키비스트 등이 소위 ‘영상 전시’(저작권법상 ‘공연’)나 ‘인터넷 전시(저작권법상 ‘전송’), ‘아카이빙 전시’를 진행하면서도, 실무적으로 어떠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기술과의 융합을 통한 미술 창작과 향유 매체의 다양화를 고려하여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소장품에 포함된 저작물을 해당 기관 내에서 이루어지는 전시를 위하여 공연하거나 전자적 형태로 취득한 작품이나 자료 등을 연구나 조사 목적으로 관내에서 전송할 수 있도록 저작재산권 제한 사유를 추가할 필요성이 있다.26) 다만, 권리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않도록 이용 목적과 복제 등의 실행 주체 및 공연이 가능한 장소 및 전송에 사용되는 기기를 제한하고, 복제방지조치를 비롯한 권리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가 마련되도록 규정되어 할 것이다. 입법론적으로는 전시에 관한 규정을 신설하여 전시와 공연, 전송의 개념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27)
또한 “1986년 저작권법 제35조 제3항 저작권법 개정 당시에는 공중송신권이 미처 고려되지 못했으나, 동 조항의 의미 등을 종합할 때 동 조항은 미술저작물 등의 공중송신에 유추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법원의 해석을 감안하면28), 저작권법상 인터넷 전시를 전시권의 범위에서 배제한다고 하더라도 인터넷 미술관의 개념을 염두에 두고, 이를 입법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29) 즉, 미술저작물 등을 전시하고자 하는 자는 그 저작물의 해설이나 소개를 목적으로 하는 목적으로 온라인 공간에서 소장하고 있는 미술저작물 복제하거나 전송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30) 아울러 미술저작물의 전시, 공연, 전송과 관련하여 홍보 목적으로 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근거 규정을 마련하고, 다만 복제본이 원저작물을 대체하지 않도록 이용범위에 제한을 둘 필요가 있다.
디지털 환경의 발전과 데이터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박물관, 미술관의 공공소장품의 디지털 아카이빙 구축 및 활용에 대한 체계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에서31) 공공소장품의 관리 및 활용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특히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상 정의 규정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바와 같이 박물관과 미술관의 역할은 일반 공중의 문화향유 및 평생교육 증진에 이바지하기 위하여 자료를 수집·관리·보존·조사·연구·전시·교육하는 것으로서,32) 박물관과 미술관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인 소장품 관리에는 소장품의 취득 및 보존뿐 아니라, 활용이 포함된다. 즉 소장품은 기관의 소유물이기 이전에 ‘국가문화유산’이라는 차원에서 관리되어야 하며, 특히 역사적, 문화적 중요성이 큰 소장품의 경우 공중의 자유로운 접근을 제고할 필요성이 크다. 공공데이터의 제공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을 통해 국·공립박물관의 소장품 정보는 공공재로서 관리되어야 한다는 점이 확인되었고,33) 현재 관련 기관들의 DB 구축 사업들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은 지역미술관 협력 사업을 통해 아카이브 구축을 지원하고 있으며,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1990년대부터 소장품 관리프로그램을 개발하였고, 2001년에는 ‘표준유물관리시스템’을 개발하여 전국 800여 박물관에 보급하였고, 이후 표준유물관리시스템을 클라우드버전으로 고도화하고, ‘문화유산표준관리시스템’으로 이름을 바꾸어 보급하였다. 이외에도 한국박물관협회는 ‘공·사립·대학박물관 소장품 DB화 사업’을 통해 각 기관에서 소장품정보DB를 구축할 인건비를 일정 비율로 지원하고 있으며, 소장품 이미지 촬영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상기에서 검토한 바와 같이 공공소장품의 경우에도 현행 저작권법상 소장처 또는 제3자에 의한 자유이용 범위가 협소하다. 게다가 대법원이 ‘썸네일 이미지’ 사건에서 썸네일 이미지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클릭하는 경우 독립된 창으로 뜬다고 하더라도 원본 사진과 같은 크기로 보여지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용한 것으로 저작권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시한 바 있으나, 미술저작물의 특성상 해상도가 낮은 ‘썸네일 이미지’의 제공을 통한 소장품 활용에는 한계가 있다.34)
따라서, 조사·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이용자의 요구에 따른 제공, 내부 보존 및 목록화, 소장품의 훼손으로 인한 대체 등 일정한 목적을 위하여 공공소장품의 복제, 전송 등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 특히 박물관과 미술관에 기증된 작품이나 자료들 중에는 미공표 저작물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미공표 저작물까지 적용 대상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 다만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않도록 자유 이용의 허용 범위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 우선 적용 대상을 공공성이 큰 ‘공공소장품’에 포함된 저작물로 한정하고, 공공소장품의 범위는 박물관 및 미술관진흥법 제3조에 규정된 국공립박물관 및 국공립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박물관 자료 및 미술관 자료, 물품관리법 시행령 제52조에서 규정하는 정부미술품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 또한 디지털 형태의 복제본이 유통되고 있는지 않은 경우로 제한하고 복제, 전송이 허용된 목적 이외의 목적으로는 사용을 금지함으로써 저작자의 이익과의 균형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저작권법상 수업목적 보상금(저작권법 제25조제6항부터 제11항) 또는 도서관 보상금(저작권법 제31조제5항 및 제6항)과 같이 공공소장품의 이용에 대하여 이용자가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Ⅳ. 결론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COVID-19가 촉발한 국내외 저작권 환경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공미술관이나 박물관의 소장품의 온라인상 이용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해외 국가들의 개정 저작권법이나 저작권법 개정안은 새로운 디지털 환경을 고려한 저작권 개념들과 제도들을 반영하고 있다.35) 특히 공공재로서의 성격이 강한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공공소장품의 온라인 전시, 공중 이용 제공, 디지털 아카이빙 구축 등과 관련하여 자유 이용이 허용되는 범위에 대한 논의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관련 입법례들에 대한 검토는 문화에 관한 국민의 권리 보장의 측면에서 필요하다. 게다가 미술관, 박물관에서의 전시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미술 관련 활동을 통하여 산출한 유·무형의 창작물 이외에 미술 활동 과정 중에 생성된 기록 자체가 전시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과 미술 관련 기록물의 수집, 관리, 활용 등 아카이빙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기에서 검토한 개정 싱가포르 저작권법상 미공표 미술저작물을 비롯한 공공소장품의 이용과 관련된 저작권 제한 규정들은 우리 저작권법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며, 우리나라 저작권법상 관련 규정들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앞에서 검토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 저작권법에서도 도서관 등에서의 복제(제31조), 미술저작물 등의 전시 또는 복제(제35조), 문화시설에 의한 복제 등(제35조의4), 법정허락(제50조)에서 공공소장품의 자유로운 이용을 허용하고 있지만, 이들 기관에서 실무상 이루어지고 있는 다양한 ‘전시’의 유형과 온라인상 저작물 이용, 아카이빙, 노후화에 따른 대체 등 소장품의 다양한 이용을 포섭하기에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특히 소정의 문화시설이 소장하고 있는 저작물 이용을 허용하고 있는 현행 저작권법 제35조의4와 저작권법 제50조의 법정허락의 적용 대상에서 미공표 저작물이 제외되기 때문에, 공공소장품을 소장 기관이 자료의 수집·정리·분석·보존 및 공중 제공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함에 있어서 필요한 미공표 소장품 이용에 한계를 보이고 있으며, 두 규정 모두 소위 고아저작물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대규모 DB 구축 및 활용에 있어서 절차와 예산의 문제로 실효성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공공소장품은 단순히 해당 기관의 소유가 아니라 공공재라는 측면에서 권리자의 이익을 크게 해치지 않으면서도 전시, 연구·조사 요청에 따른 제공, 보존 및 대체, 내부 보관, 목록화 등 공익적 활용 가능성을 제고할 필요성이 크다. 따라서 공공소장품의 이용 양태를 분류하고 자유 이용을 허용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를 세분화하여 저작권 제한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현행 저작권법 규정을 개정하고 별도의 저작재산권 제한 규정의 신설하는 방안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