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국제박물관협의회(ICOM)의 박물관 정의에 따르면, 박물관의 범위에는 박물관, 미술관 외에 문학관, 과학관, 동물원, 수족관, 식물원, 수목원 등 다양한 시설이 포함된다. 하지만 박물관 및 미술관진흥법에 근거한 박물관, 미술관 외에 다른 시설들은 근거 법률과 소관 부처가 서로 다르며 부처마다 정책도 각기 다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관장하고 있는 박물관, 미술관, 문학관도 정부가 바뀔 때마다 하나의 부서에서 담당하다가 다시 나누어지기를 반복하고 있다(윤태석, 2012; 윤태석, 2018). 박물관은 소장품의 유형에 따라 정책이 분산되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정책이 부처나 부서별로 분산되어 이루어지고 있는 이유는 박물관이 각기 다른 정책목표의 하위수단으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미술관은 미술진흥정책의 일환으로, 문학관은 문학진흥정책의 일환으로, 과학관은 과학 대중화 정책 등의 일환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지원방식은 박물관 유형에 따른 특성을 보다 구체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로 인한 문제점은 없는 것일까. 이러한 문제의식에 근거하여 이 연구는 통합적인 박물관 정책을 위한 거버넌스 개선방안을 연구해 보고자 한다. 여러 부처에 수행하고 있는 박물관 정책의 통합이 필요한지 살펴보고, 통합적인 박물관 정책을 수행하기 위한 거버넌스 모델을 살펴보고자 한다.
통합적인 박물관 정책 거버넌스에 관한 선행연구로는 윤태석(2012, 2018)의 연구가 있다. 그는 박물관 관련 법률 5개의 조항별 비교를 통해 통합 박물관법 제정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범정부 차원의 정책기구1)를 제안하였다. 이 연구에서는 통합적 박물관 정책의 필요성을 보다 체계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연구범위를 박물관, 문학관, 과학관, 동물원, 수목원, 생물자원관 등 6개의 박물관 관련 법률을 관장하고 있는 5개 부처와 국립박물관을 설립 운영하고 있는 23개 부처를 대상으로 하였다. 분석기준은 박물관진흥법률 외에 박물관설치법률을 추가하였고, 박물관 통계, 중장기 기본계획(지원정책, 규제정책), 국립박물관 설립운영, 운영실태조사, 추진체계(담당부처, 지원기관)를 비교 분석하였다.
통합적 박물관 정책을 추진하는데 적합한 거버넌스 모델을 찾기 위해 연구자는 해외사례를 연구방법으로 채택하였다. 선행연구로는 영국 박물관ㆍ도서관ㆍ기록관위원회(Museums, Libraries and Archives Council, MLA)(서원주, 2012; 최재희, 2018), 프랑스 박물관국(신상철, 2010; 신상철, 2014), 미국 박물관ㆍ도서관서비스원(Institute of Museum and Library Service, IMLS)(조효정, 2013)에 대한 연구가 각기 이루어진 바 있다. 이 논문에서는 문화정책유형을 고려하여 미국, 프랑스, 영국의 박물관 정책 거버넌스를 체계적으로 상호 비교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국내 거버넌스와 비교를 위해 박물관법, 박물관 정의와 분류, 박물관 통계, 박물관 정책추진체계(정부부처, 지원기관), 국립박물관 소관부처를 비교하였다. 또한 선행연구에서 영국사례로 연구했던 MLA가 해체됨에 따라 현재 박물관 지원기구인 영국 예술위원회를 조사하였으며, 프랑스의 박물관국과 미국의 IMLS는 2023년 3월 기준으로 재조사하였다.
II. 박물관 정책 거버넌스의 개념
이 연구에서는 부처별로 나누어져 있는 박물관 정책 거버넌스를 통합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국제박물관협의회(ICOM)의 박물관 정의를 사용하고자 한다. ICOM의 박물관 정의는 박물관의 미래 환경변화를 고려하여 2022년 새롭게 개정되었다. “박물관은 유형ㆍ무형의 유산을 연구, 수집, 보존, 해석, 전시하기 위한 비영리의 항구적인 기관이다. 공중에게 개방되고 접근가능하며 포용적인 박물관은 다양성과 지속가능성을 촉진한다. 그들은 교육, 위락, 성찰과 지식 공유를 위해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면서 윤리적으로, 전문적으로 그리고 공동체의 참여로 운영하고 소통한다.”(ICOM, 2022)2). 2007년 박물관 정의3) 와 비교할 때, 박물관의 포용성, 다양성, 지속가능성의 가치를 새롭게 강조하였으며, 박물관 운영에 있어 윤리성과 전문성에 더하여 공동체의 참여를 통한 운영과 소통을 추가함으로써 문화의 민주화에서 문화민주주의로 이념적 지평의 확대가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한국박물관협회, 2022 ; 장인경, 2022).
이러한 박물관 개념에 따르면, 박물관 관련 법률은 6개가 제정되어 있다.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에 관한 법률(약칭 박물관미술관법), 과학관의 설립ㆍ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약칭: 과학관법), 수목원ㆍ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약칭: 수목원정원법) 4),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약칭: 동물원수족관법), 생물자원관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약칭: 생물자원관법)이 독립 법률로 제정되어 있고, 문학관은 문학진흥법(제4장 제16조-제34조의4)에, 해양생물자원관은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약칭 해양생태계법, 제40조)의 조항에 근거하고 있다.5) 여기에는 박물관, 미술관, 문학관, 과학관, 동물원, 수족관, 수목원, 정원, 생물자원관, 해양생물자원관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법률들에서 규정하고 있는 박물관의 법적 정의를 비교해 보면6), 박물관미술관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박물관 정의가 가장 포괄적이다. 박물관미술관법 제2조 제1항에 따르면, “박물관이란 문화ㆍ예술ㆍ학문의 발전과 일반 공중의 문화향유 및 평생교육 증진에 이바지하기 위하여 역사ㆍ고고(考古)ㆍ인류ㆍ민속ㆍ예술ㆍ동물ㆍ식물ㆍ광물ㆍ과학ㆍ기술ㆍ산업 등에 관한 자료를 수집ㆍ관리ㆍ보존ㆍ조사ㆍ연구ㆍ전시ㆍ교육하는 시설을 말한다”고 정의되어 있다. 이에 따르면, 다른 박물관 관련 법률들은 박물관 자료유형에 따라 박물관미술관법의 세부 분야를 관할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박물관 정책은 크게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하나는 정부가 박물관을 설립하고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법적, 재정적, 행정적 조치를 말한다. 다른 하나는 개별 박물관이 지역사회에서 자신의 역할을 확립하기 위해 취하는 결정과 관련이 있다(데이비드 W. 바틀렛, 2015). 이 논문에서 박물관 정책은 전자, 박물관 진흥을 위한 정부의 법적, 재정적, 행정적 조치를 의미한다. 이때 정책은 공공정책(public policy)을 말하며,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의도적인 조치”(김정수, 2017), 보다 적극적으로는 “바람직한 사회상태를 이룩하려는 정책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수단에 대하여 권위있는 국가(정부)기관이 공식적으로 결정한 기본방침”으로 정의할 수 있다(정정길, 2010).
거버넌스(governance)는 ‘정부, 기업, NGO 등 다양한 행위자가 공동의 관심사에 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국정운영의 방식’을 말한다(오승은, 2006). 이러한 정의에 따르면 박물관 정책 거버넌스는 정부, 협회, 단체 등 박물관 정책과 관련된 다양한 행위자가 박물관 진흥이라는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는 국정운영 시스템을 말한다. 이는 정부의 박물관 지원체계 또는 정책추진체계라고 할 수 있다.
Ⅲ. 부처별 박물관 정책 및 거버넌스 현황 및 문제점
이 절에서는 부처별 박물관 정책과 추진체계의 비교를 통하여 통합적인 박물관 정책의 필요성을 도출해 보고자 한다. 부처별 박물관 정책 비교 기준은 ① 박물관 법률, ② 박물관 통계(분류기준, 통계), ③박물관 정책추진체계(정부부처, 위원회, 지원기관, 협회), ④ 박물관 진흥계획(기본계획, 규제정책, 지원정책, 국립박물관 설립운영), ⑤ 운영실태(평가인증, 운영실태조사)이다.
정책기반 | 추진체계 | 진흥정책 | 운영실태 | |||
---|---|---|---|---|---|---|
종합 | 주관 | 규제 | 지원 | |||
법률 통계 | 담당부처 정부위원회 지원기관 민간협회 | 중장기 기본계획 | 국립박물관 설립운영 | 건립타당성 사전평가 등록/허가제도 평가인증제도 전문인력 자격제도 | 건립지원 인허가 의제 세제감면 경비보조 | 평가인증 실태조사 |
박물관 관련 법률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진다. 첫째, 박물관 진흥 법률이다. 박물관 정의와 구분에 근거하여 국립, 공립, 사립 등 박물관의 설치 및 운영을 지원하기 위해 제정한 법률이다. 박물관미술관법(1990년), 과학관법(1992년), 수목원정원법(2001년), 문학진흥법(2016년), 동물원수족관법(2017년), 생물자원관법(2020년)7) 의 6개이다. 이들의 소관부처는 문화체육관광부(문화기반과, 예술정책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학기술문화과), 환경부(생물다양성과), 해양수산부(해양생태과), 산림청(산림환경보호과, 정원팀) 등 5개 부처이다. 이들 법률은 소관부처에 따라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도 각기 다르다.
다른 하나는 국가가 설립ㆍ운영하는 박물관의 설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법률이다. 이러한 법률의 유형은 크게 세 개로 구분된다. 첫째, 박물관을 소속기관으로 설치할 경우, 문화체육관광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등과 같은 정부조직법의 부처 직제 관련 시행령에 근거를 둔다.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국립고궁박물관 등을 사례로 들 수 있다. 둘째, 박물관을 특별법인으로 설립할 경우에는 별도 법률을 제정하거나 법률에 근거 조항을 둔다. 전자의 사례는 독립기념관법(국가보훈처), 국립해양생물자원관법(해양수산부), 국립해양박물관법(해양수산부), 국립항공박물관법(국토교통부), 국립농업박물관법(농림축산식품부), 행복도시박물관단지법(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국립생태원법(환경부) 등이 있다. 후자의 사례는 국립과학관(과학관법,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립생물자원관(생물자원관법, 환경부) 등이 있다. 셋째, 정부 산하 공공기관이 설립한 박물관이 있다. 박물관을 설립한 공공기관이 특별법인이며, 법에서 정한 사업의 일환으로 박물관을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아르코미술관(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쟁기념관(전쟁기념사업회), 철도박물관(한국철도공사), 한국영화박물관(한국영상자료원) 등이 여기에 속한다.8)
구분 | 박물관 | 미술관 | 문학관 | 과학관 | 동물원 | 수목원 | 정원 | 생물자원관 | 합계 |
---|---|---|---|---|---|---|---|---|---|
정부조직법 | 46 | 1 | - | 8 | - | 1 | 2 | 1 | 59 |
특별법/조항 | 4 | - | - | 4 | 1 | 3 | - | 2 | 14 |
공공기관 산하 | 20 | 5 | - | - | - | - | - | - | 25 |
합계 | 70 | 6 | 0 | 12 | 1 | 4 | 2 | 3 | 98 |
박물관 정의에 따른 박물관 여부를 국내에서는 등록/허가제도에 의해 규정하고 있다. 박물관미술관법 제5조에서는 박물관 관련 법률을 관장하고 있는 소관 부처 간 업무중복을 피하기 위해 다른 법률에 따라 등록한 시설은 제외하도록 하고 있다. 법률에 근거하여 별도의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박물관은 문학관, 과학관, 동물원, 수족관, 수목원, 생물자원관9)이다. 문학관, 과학관, 수목원은 등록제를 운영하고 있고, 동물원, 수족관은 허가제이다. 생물자원관은 국립은 생물자원관법에 의해, 공립은 조례로 제정하도록 하고 등록제를 운영하지 않는다.
박물관 등록 및 허가제도는 박물관 운영의 질적 수준을 관리하기 위한 규제이다. 정부는 법에 근거하여 박물관 운영에 필수적인 자료, 전문인력, 시설 등에 대해 세부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기준은 각 박물관이 갖는 특성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양성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부처에 따라 같은 유형의 박물관이 다른 기준에 따라 등록제와 허가제가 적용된다면, 기준이 낮은 제도로 등록을 해서 정책의 일관성을 해칠 수 있다. 쟁점은 동물원과 수족관이다. 동물원수족관법이 2022년 12월 13일 전면개정되면서 등록제가 허가제로 전환되었다. 개정이유는 등록제로 운영하다 보니 동물복지 확보, 안전사고 대응, 질병 예방, 적절한 서식환경 조성 등 관리에 문제가 많았기 때문이다.10) 박물관미술관법에도 동물원과 수족관의 등록요건이 있는데, 동물원수족관법보다 기준이 낮아 차이가 크다.11) 아직 동물원수족관 허가제 시행령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이나 이러한 차이가 박물관 제도의 허점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부처간 협력이 필요하다.
박물관의 설립ㆍ운영 주체별 분류기준은 법률마다 다르게 규정되어 있다. 박물관미술관법은 국립, 공립, 사립, 대학, 수목원정원법은 국립, 공립, 사립, 학교(초중등학교, 대학 등 포함) 등 4개로 구분한다. 과학관, 문학관은 국립, 공립, 사립 3개로 구분하며12), 생물자원관은 국립, 공립만 가능하다.
쟁점은 국가나 지자체가 법인으로 설립한 박물관을 분류하는 방식이다. 박물관미술관법에서는 국가나 지자체가 법인으로 설립한 박물관은 사립박물관으로 분류한다. 대학박물관이 별도로 분류되어 있다. 전국 문화기반시설 총람을 보면, 국가가 법인으로 설립한 박물관 중 일부가 국립으로 분류되어 있다. 이는 법률상 분류기준과 맞지 않고, 일관성 있게 적용되고 있지 않다. 과학관, 문학관, 생물자원관은 국가가 법인으로 설립한 박물관도 국립으로 본다. 문학관은 같은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이지만 박물관, 미술관과 분류방식이 다르다. 동물원과 수족관은 설립ㆍ운영주체별 분류기준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러한 국립박물관 분류기준의 문제는 공립박물관에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다음은 학교 또는 대학박물관을 분류하는 방식이다. 수목원은 국립, 공립, 사립, 학교수목원으로 분류된다. 박물관은 대학만 구분되어 있는데, 수목원은 대학 외에 초중등학교 등 교육기관에 있는 수목원도 포함하여 학교수목원으로 분류한다. 과학관은 대학과 초중등학교에 있는 과학관은 법률의 적용대상에서 제외한다.
박물관 설립운영 주체별 분류기준이 부처마다 상이하다보니, 박물관 통계를 부정확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 국립, 공립, 사립박물관이 몇 개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국제비교도 어렵게 된다. 또한 사립박물관에 공공기관이 섞여 있어 사립박물관에 적합한 일관성 있는 정책을 펴기 어렵다.
각 부처에서 발간하는 자료에 따르면, 이러한 박물관 등록/허가제에 근거하여 설치ㆍ운영되고 있는 박물관은 총 1,747개로 인구 백만명당 34.0개이다. 자료 유형별로는 박물관 909개(52.0%), 미술관 285개(16.3%), 문학관 123개(7.0%), 과학관 149개(8.5%), 동물원수족관 110개(6.3%), 수목원 71개(4.1%), 정원 97개(5.6%), 생물자원관 3개(0.2%)13)로 나타났다. 설립운영주체별로는 국립 76개(4.4%), 공립 689개(39.4%), 사립 858개(49.1%), 대학/학교 124개(7.1%)이다.
<표 3>에서 제시한 현황 통계는 부처별로 산출하고 있으며, 이들 전체를 통합하는 박물관 통계는 정부에서 생산하고 있지 않다. 이로 인한 문제점은 세 가지이다. 첫째, 국제 비교에서 한국의 박물관 통계가 부정확하게 관리된다. 유네스코(2021)##는 「코로나 19에 직면한 세계 박물관들」이라는 보고서에서 각국의 박물관 네트워크 밀도를 산출하였다. 193개국의 인구 백만명당 박물관 수를 비교한 것이다. 한국의 박물관 수는 1,102개소이며 인구 백만명당 21.3개소로 나타나고 있다.15) 이는 과학관을 비롯한 타부처 소관 박물관을 제외한 수치로서 한국의 박물관 통계가 적게 제시되었다고 할 수 있다.
자료 : 문화체육관광부(2022.12)전국 문화기반시설 총람(2022.1.1.기준), 문화체육관광부(2021.12). 2021 문학실태조사(2020년 기준), 과학기술정보통신부(2022), 2022년(2021년 기준) 과학관 운영실태조사 결과보고서, 환경부(2020.12) 제1차 동물원 관리 종합계획 (2021-2025), 산림청 홈페이지 수목원 현황(2022.12.31. 현재), 정원 현황(2022.12.31. 현재), 환경부(2021.5) 제1차 생물자원관 기본계획(안)(2021-2025).
둘째, 미래 박물관 확충목표를 설정하는데 오류가 생긴다. 박물관은 1관당 인구수를 기준으로 국제비교를 한다. e-나라지표(2023.2.7.)에 따르면, 박물관미술관의 확충목표는 OECD 국가 평균인 인구 4만명당 1개소이며 중간목표로 인구 4.3만 명당 1개소인 1,350관을 설정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유형의 박물관들을 포함하면 이 목표는 이미 달성한 것이다. 1,747개를 기준으로 할 때, 박물관 1관당 인구수는 2.9만 명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박물관을 더 확충할 필요가 없는 것인지 의문이 제기된다.
정부의 박물관 정책 관련 부처는 크게 박물관 진흥정책을 담당하는 부처와 국립박물관 소관부처로 구분된다. 여기에서는 박물관 진흥정책을 담당하는 부처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박물관 관련 진흥법은 박물관 자료 유형의 특성에 따라 해당 분야를 진흥하기 위한 기본계획 수립을 법제화하고 있으며, 이러한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체계를 규정하고 있다. 추진체계는 정부부처, 정부위원회, 특별법인 등으로 구성된다.
박물관 진흥정책 담당부처는 5개이다. 하지만 부처 내에서도 담당하는 부서가 나누어져 있는 곳이 많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박물관 정책 관련 부서는 3개이다. 문화기반과(지역문화정책관)는 박물관미술관법을 관장하는 부서이다. 원래는 여기에서 박물관미술관 전체를 관장했으나 국립현대미술관이 시각예술디자인과(예술국)로 이관되어 이원화되었다. 문학관을 담당하는 부서는 문학진흥법을 관장하는 예술정책과(예술국)이다. 산림청은 부처 내 담당부서가 2개이다. 수목원은 산림환경보호과, 정원팀에서 정원을 담당하고 있다. 동물원은 환경부, 수족관은 해양수산부에서 담당하고 있다.
박물관 관련 정부위원회는 4개가 있다. 이중 법에 근거를 둔 정부위원회는 박물관미술관, 문학관, 동물원수족관에 있다. 문학관과 관련된 정부위원회는 문학진흥정책위원회로 문학관을 포함하는 문학진흥기본계획의 수립시행 등에 대해 자문한다(문학진흥법 제7조).16) 동물원수족관동물관리위원회는 종합계획의 수립시행 등에 대해 자문한다. 이들 위원회는 모두 자문위원회이다(동물관수족관법 제4조의2). 박물관미술관 정책과 관련한 중요 사항은 문화재위원회에 자문하도록 하고 있다(박물관미술관법 제32조). 과학관 육성 기본계획 등 과학관 관련 중요 사항은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17)에 올려 자문과 심의를 받고 있다. 문화재위원회는 박물관 자료의 가치를 판단하는데 필요한 전문성을 제공한다고 할 수 있으나, 박물관계의 다양성과 전문성을 포괄하는 거버넌스로서 충분하다고 하기는 어렵다.
다수의 박물관에 대한 지원기능을 갖는 특별법인은 국립박물관문화재단과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과 정원지원센터가 있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은 국립박물관 공연장 운영과 문화상품 개발, 식음료매장 운영 등 국립박물관이 직접 수행하기 어려운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기관이다(박물관미술관법 제35조).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은 박물관계 전체의 지원기구 성격이 아니라, 국립박물관 업무의 위탁기관으로서 성격이 강하다.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은 소속기관인 국립수목원의 운영관리업무와 정원산업 진흥 및 정원문화 활성화 사업을 수행하는 기관이다(수목원정원법 제18조의18). 정원지원센터는 정원산업 진흥에 필요한 업무를 진흥하기 위해 국가정원에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수목원정원법 제18조의14, 시행령 제8조의8).
박물관 관련 협회는 생물자원관을 제외한 5개 분야에 있다. 이중에서 박물관 관련 법에 근거가 있는 협회는 박물관미술관협회(박물관미술관법 제34조)와 과학관협회(과학관법 제22조)이며, 나머지는 민법에 근거하고 있다. 박물관미술관협회18)와 한국문학관협회19)는 문화체육관광부 국고보조사업을 위탁받아 회원관에게 지원하고 있어 일종의 중간지원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과학관협회는 과학관 전문인력으로서 과학해설사 자격제도(등록민간자격제도)와 양성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한국동물원수족관협회는 행정안전부 비영리민간단체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동물해설사 양성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한국식물원수목원협회는 식물원전문가 자격제도(등록민간자격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표 4>에서 살펴보면, 우선 박물관 정책은 주로 정부 부처에서 직접 수행하고 있으며, 박물관 자료유형에 따라 같은 부처에서도 담당부서가 나뉘어진다. 동일한 법률을 나누어 관리하는 것은 크게 문제가 없으나, 문학관처럼 박물관이지만 같은 부처에서 하는 박물관 정책과 무관하게 운영되는 것은 문제라고 하겠다. 박물관 분야 민간 전문가가 참여할 수 있는 거버넌스인 정부위원회가 있으나 박물관 특성을 고려한 정부위원회는 동물원수족관동물관리위원회이다. 문화재위원회,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문학진흥정책위원회 등은 박물관에 특화된 정부위원회라고 보기 어렵다. 특별법인의 경우에는 지원기관이라기보다는 집행기관의 성격이 강한 것으로 나타난다. 박물관 관련 부처들이 다양한데도 불구하고 부처간 박물관 정책을 전체적으로 모니터링하거나 조율할 수 있는 추진체계는 없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는 같은 부처임에도 문학관과 박물관 정책간 연계협력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박물관 진흥정책을 중장기 계획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박물관 관련 법률에서는 모두 박물관 진흥을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근거하여 지난 정부에서 5개의 기본계획이 수립되었다. 박물관미술관 진흥 중장기 계획(2019-2023)(문화체육관광부, 2019), 제1차 문학진흥기본계획(2018-2022)(문화체육관광부, 2017), 제4차 과학관 육성 기본계획(2019-2023)(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19), 제4차 수목원 진흥 기본계획(2019-2023)(산림청, 2019), 제1차 동물원 관리 종합계획(2021-2025)(환경부, 2020), 제1차 생물자원관 기본계획(2021-2025)(환경부, 2021)이 발표되었다.
기본계획에서 주요 제도 및 정책 추진체계 개선방안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크게 세 가지 특징을 찾아볼 수 있다. 첫째, 생물 분야 박물관 정책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으며, 무생물과 생물 분야 박물관 간의 정책 차이가 가시화되고 있다. 박물관미술관, 문학관, 과학관은 공공성 강화를 중심으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면, 수목원, 정원, 생물자원관은 관련 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수목원기본계획에서 산림생물자원의 산업화 기반구축, 정원진흥 기본계획에서는 정원산업 생태계 구축 및 성장역량 강화, 생물자원관 기본계획에서는 생물자원의 지속가능한 활용기반 구축이 이에 해당한다. 이는 생물자원 자체가 생물다양성 보호 차원에서 수집, 보존, 연구, 전시, 교육의 대상일 뿐 아니라 유전자원의 접근ㆍ이용 및 이익 공유에 관한 법률(약칭 유전자원법)에 근거하여 생물유전자원이 국가 생물주권의 근간이 되고 생물산업의 원천소재로서 산업적 가치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동물원은 선진국의 동물복지 강화 흐름의 영향을 받아 동물원 등록제를 허가제로 전환하고 관련 설립 및 운영 기준을 강화하였다.
둘째, 박물관 분야별 정책 거버넌스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우선, 국립생태원의 동물원 관리 전담기관 지정이다. 정책추진체계가 환경부-국립생태원(동물전문지원팀)-권역별 거점동물원(혁신거점센터) 체계로 전환되는 것이다. 다음으로, 국립한국정원문화원 신설이다. 이 기관은 정원산업 육성 등 정원정책 전담기관으로 2024년 개관을 목표로 건립되고 있으며, 주요 기능은 정원분야 통합관리, 산업화 지원, 전문인력 양성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자문기능이 문화재위원회에 머물고 있는 거버넌스를 개선하기 위해 박물관미술관정책위원회 신설을 계획하였다. 하지만 위원회가 박물관미술관법을 넘어서는 통합적 정책 모니터링과 조정협력에 대한 부분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박물관 진흥정책은 정책수단의 유형에 따라 주관, 지원, 규제로 구분된다(김정수, 2017). 박물관에 대한 지원정책은 전 부처 공통으로 건립지원, 운영지원, 전문인력 양성 지원 등을 수행하고 있다. 공립박물관 건립 확충을 위한 국고지원은 모든 부처가 시행하는 대표적인 진흥정책이다. 하지만 2018년 지방이양일괄법20) 제정 등 지방분권 흐름이 강화됨에 따라, 박물관, 미술관, 수목원, 정원 등에 대한 지자체 국고보조사업은 2019년부터 단계적으로 지방자치단체로 이관되었다. 하지만 과학관은 읍면동 소형과학관(우리동네 과학관) 조성지원, 전문과학관 건립 지원, 어린이 과학체험공간 확충지원 등의 국고보조사업이 계속되고 있다. 사립박물관에 대한 건립지원은 간접지원 위주로 사전설립계획의 승인에 근거하여 타법률에서의 인허가 의제, 세제감면을 공통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박물관 운영지원과 관련해서는 크게 국고보조사업과 세제혜택으로 구분된다. 국고보조사업은 2023년 기준 사립박물관미술관 전시관람환경 개선 지원, 박물관미술관 예비 학예인력 단기체험형 일자리 지원, 사립박물관미술관 전문인력 지원, 대학박물관 진흥지원, 박물관미술관 협력강화 등이 있다. 과학관은 과학관 콘텐츠 제작 및 전시지원, 과학관 전문인력 지원, 과학관 전시교류 활성화, 지역공립과학관 역량강화(노후 콘텐츠 및 전시품 교체지원) 등이 있다(e나라도움). 운영지원은 크게 관람환경 개선, 프로그램 지원, 전문인력 지원, 교류지원 등으로 나누어진다.
세제감면제도는 박물관 설립지원과 운영지원으로 구분된다. 설립지원은 부동산 취득세, 재산세 감면 등이 있다. 운영지원은 입장료와 교육용역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제, 등록자료의 상속세 및 증여세 징수유예, 문화접대비 손금산입 특례, 전기료 할인 등이 있다(한국박물관협회, 2022). 부처간 차이가 있다면, 문재인 정부 시기에 문화비 소득공제제도와 미술품 물납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박물관미술관에 특별히 적용되는 세제감면제도가 신설되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들 제도는 다른 박물관 유형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박물관 관련 규제정책은 박물관의 건립 및 운영의 질적 수준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다. 박물관 건립과 관련해서는 박물관미술관법만 ‘공립박물관 건립타당성 사전평가제도’를 운영하고 다른 부처에서는 운영하지 않는다. 공립박물관 건립에 대한 국고보조사업이 지방으로 이양되었지만, 공립박물관의 졸속추진으로 인한 행정낭비를 막기 위해 사전평가제도는 폐지하지 않은 상태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이병훈 의원 등은 ‘무늬만 지방이양’이라는 비판을 하면서 사전평가제도의 폐지를 위한 법안을 발의한 상태이다(김원태, 2022.12.15.).
박물관 운영과 관련해서는 대부분 등록제를 운영하고 있으나, 동물원수족관은 최근 허가제로 규제가 강화되었다. 이는 유럽도 유사한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생물자료와 무생물 자료의 보존과 활용에 있어서 생물자료에 대한 윤리적 기준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관은 2018년 국가 중요 과학기술자료 등록제도를 신설하여 과학기술자료의 체계적 보존관리를 위한 제도를 마련하였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6년 박물관 평가인증제를 도입하여 등록 이후 박물관 운영의 질적 수준을 제고할 수 있는 정책수단을 확보하였다. 박물관미술관법에 근거를 마련하고 국공립박물관에 대해 의무적용하고 있다. 이 제도는 박물관미술관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되는 다른 유형의 박물관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동물원, 과학관 등 타부처에서도 해당 분야의 평가인증제 도입을 준비 중이나 아직 제도화된 곳은 없다.
마지막으로 전문인력에 대한 것이다. 박물관 유형에 관계없이 박물관 전문인력은 자격조건을 법률로 정하고, 등록 및 허가시 의무배치기준을 설정하고 있다. 박물관 전문인력의 자격과 관련하여 박물관미술관은 학예사 자격제도를 2000년부터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다. 학예사 자격제도의 실효성에 대해 논란이 있었으나, 자격제도로 인해 박물관 전문인력에 대한 인식이 제고되었다는 점은 중요한 성과이다. 과학관, 동물원, 수족관, 생물자원관 등은 별도로 전문인력의 자격을 정하고 있으나 이를 자격제도와 연계하고 있지는 않다.
정부는 직접 박물관을 설립 운영하는 정책수단을 채택함으로써 국가적 가치를 갖는 자료를 수집, 보존, 연구, 전시, 교육, 교류하여 국민에게 최상의 문화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박물관 통계(<표 4>)에서 국립박물관은 77개였다. 하지만 이는 박물관미술관법에서 국가가 설립한 법인을 사립박물관으로 분류하면서 실제보다 적게 잡힌 수치다. 국가가 설립한 박물관과 국가가 설립한 법인이 운영하는 박물관 모두를 포함하면, <표 6>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국립박물관은 98개이며, 박물관과 관련된 부처는 23개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재청이 운영하는 박물관은 37개로 전체의 37.8%를 차지한다. 5개 이상의 박물관을 갖고 있는 부처가 9개로 이들이 운영하는 박물관은 78개로 전체의 79.6%이다. 산림청은 8개(수목원 4, 정원 2, 박물관 2),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7개(과학관 5, 박물관 2), 환경부는 6개(동물원 1, 생물자원관 3, 박물관 2), 해양수산부는 5개(박물관 3, 과학관 2), 국방부 5개(박물관 5), 국토교통부 5개(박물관 5), 기상청(과학관 4, 박물관 1) 등으로 나타났다.21)
문체부 | 문화재청 | 산림청 | 과기부 | 환경부 | 해수부 | 국방부 | 국토부 | 합계 |
---|---|---|---|---|---|---|---|---|
29 | 8 | 8 | 7 | 6 | 5 | 5 | 5 | 98 |
기상청 | 기재부 | 금융위 | 경찰청 | 행안부 | 교육부 | 외교부 | 산자부 | |
5 | 3 | 3 | 2 | 1 | 1 | 1 | 1 | |
보건부 | 여가부 | 방통위 | 국세청 | 관세청 | 농촌진흥청 | 보훈처 | 국회 | |
1 | 1 | 1 | 1 | 1 | 1 | 1 | 1 |
국립박물관은 대국민 서비스 외에 해당 박물관 분야 운영의 리더로서 지원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박물관 자료유형에 따른 박물관별 특성을 강화하기 위해 박물관 협력망 사업을 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박물관미술관 전문인력 양성기능과 관련하여 박물관미술관 학예사 자격제도(박물관미술관법 제6조)를 운영하고 있다.22)
국립박물관이 다양화, 전문화되어 설립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특히 박물관 자료 유형별로 이렇게 다양한 박물관 관련 법이 제정되어 있는 나라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들은 박물관 정책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외에 타부처의 기여도 매우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박물관이 부처별로 설립운영되면서 갖는 문제도 점차 부각되고 있는데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국가를 대표하는 박물관으로서 질적 수준을 확보하고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국립박물관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을 대표한다. 국립박물관이 제대로 운영되려면, 운영자원인 조직, 전문인력, 재정의 적정한 확보를 바탕으로 박물관 제 기능의 활성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박물관미술관법에서는 국립박물관을 신규 조성할 때 설립협의를 하도록 하고 있으며, 설립된 지 3년 이상인 국공립박물관에 대해 평가인증제를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23) 하지만 박물관 건립 표준매뉴얼이 없다보니 건립과정에서 시행착오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는 공립박물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문화체육관광부, 2019). 문화체육관광부(2020)에서 2020년 국립박물관 평가인증 결과를 공고하였는데, 33개 국립박물관 중 26개 기관(문체부 19개, 타부처 7개)이 우수기관으로 인증을 받았다.
둘째, 국립박물관은 크게 정부조직법에 근거한 박물관과 국가가 설립한 법인이 운영하는 박물관으로 구분된다. 전자는 중앙행정기관 평가대상이고 후자는 공공기관 평가대상이다. 전자 중에는 책임운영기관으로 지정된 곳이 있는데 이들은 별도 평가대상이다. 이로 인해 예를 들면, 국립중앙박물관은 정부평가, 국립현대미술관은 책임운영기관 평가, 국립생태원은 공공기관 평가를 받는다. 각 평가에서 국립박물관이 박물관으로서의 특수성을 고려한 평가를 받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박물관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있는 문화체육관광부에 비해 타부처의 경우 박물관 건립 및 운영에 필요한 조직, 전문인력, 재원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이형기, 2022)24)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통합적인 박물관 정책이 필요하다.
운영실태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박물관은 박물관미술관, 문학관, 과학관이다. 「2022 전국문화기반시설 총람」에 따르면, 박물관은 인구 백만 명당 박물관수는 17.60개, 시설 평균 보유자원 현황은 1관당 박물관 직원은 10.86명, 학예직원은 3.37명, 소장자료는 15,717점, 연 관람인원은 약 39,709명으로 나타났다. 미술관은 인구 백만 명당 미술관수는 5.52개, 시설 평균 보유직원은 10.43명, 학예직원은 3.46명, 소장자료는 789점, 연 관람인원은 약 33,084명으로 나타났다(문화체육관광부, 2022).
「2022년 과학관 운영실태조사」에 따르면, 인구 백만 명당 과학관수는 2.92개이다. 평균직원은 22.8명이다. 1관당 자료조사연구 1.8명, 전시기획운영 6.2명, 교육운영 4.4명이다. 전시물 전담관리자는 평균 2.5명인데, 과반이상(65.2%)이 1명의 관리자를 두고 있다. 해설사는 평균 7.3명(내부인력 5.3명, 외부인력 2.0명)으로 나타났다. 소장자료는 관람형은 평균 925점, 작동체험형은 48점이며, 국가중요과학기술자료등록은 평균 0.12개였다. 연 관람인원은 71,268명으로 나타났다. 한국과학관협회는 국내 과학관의 자원, 역량, 활동 수준을 미국과학관협회(ASTC) 소속 세계적 과학관과 비교하고 있다. 직원수에서 국내 과학관은 정규직 및 비정규직을 포함한 전체 직원수는 10.0명으로 ASTC 과학관의 평균 99.0명 대비 10.1% 수준이며,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국립과학관도 ASTC 대비 31.8%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관당 관람객 수는 ASTC 소속 과학관이 평균 449,540명으로 국내 과학관 124,624명의 약 3.6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한국과학관협회, 2022).
「2021 문학실태조사」에 따르면, 문학관은 인구 백만 명당 2.41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유 자료는 1관당 평균 9,755점이며, 직원은 3.07명, 학예사는 평균 0.35명으로 나타났다. 문학관 방문 경험이 있는 국민은 10.8%로 나타났다(문화체육관광부, 2021).
동물원에 대한 정기적인 실태조사 결과는 찾지 못하였으며, 환경부가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현황조사를 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2019년 기준 동물원은 인구 백만 명당 2.15개이며, 공영동물원이 18.2%, 민간동물원이 81.8%이다. 1관당 연 관람인원은 315,000명이며, 동물원당 보유전시동물은 530개체이다. 동물원 전시사육환경에 대해 동물복지, 공중보건, 안전, 생물종상태, 서식환경에 대해 조사하였는데, 모든 항목에서 2.5점 나쁨으로 평가되었다. 동물원 안전사고도 평균 1.32건 발생하였다. 전체 동물원의 80.9%가 수의사를 비상근으로 고용하여 질병대응 체계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동물원 중에서 국제동물원수족관협회(AZA)의 인증을 받은 곳은 2곳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되었다(환경부, 2020).
운영실태조사를 정기적으로 수행하는 박물관이 많지 않다보니 비교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박물관당 직원수, 학예직원 수, 소장자료, 연 관람인원 등 단순한 비교에서도 박물관 운영의 질적 수준을 결정할 수 있는 보유자원의 편차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부처 공동의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출처 : 문화체육관광부(2022), 한국과학관협회(2022), 문화체육관광부(2021), 환경부(2020).
문화체육관광부는 2016년 박물관 평가인증제를 도입하였다. 평가대상은 등록 후 3년이 지난 국공립박물관에 대해 의무적으로 평가한다. 사립박물관은 평가인증 시범운영 단계로 아직 본격적으로 실시되지 않았다. 평가인증제는 5개 범주, 13개 지표, 28개 세부지표 100점으로 구성되어 있다. 5개 범주는 설립목적 달성도, 조직, 인력, 시설 및 재정 관리의 적정성, 자료의 수집 및 관리의 충실성, 전시 개최 및 교육 프로그램 실시 실적, 공적 책임이다(문화체육관광부, 2020.7.6.).
이러한 기준에 따라 평가를 실시한 결과, 국립박물관의 인증률은 78.8%였다. 공립박물관은 2018년 64.7%, 2020년 69.2%였으나, 2022년 51.5%로 하락하였다. 2020년 국립박물관에 대한 평가인증에서 인증을 통과하지 못한 박물관은 7개였다. 국립조세박물관(국세청),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행안부), 국립태권도박물관(문체부), 지도박물관(국토부), 국립경찰박물관(경찰청), 공군박물관(국방부), 전사박물관(국방부)이다. 이들의 기관유형은 공공기관도 있고 소속기관도 있는데, 인증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주요 이유는 소장품과 학예직의 확보 같은 박물관의 기본이 확보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박물관의 문제라기보다는 소관 부처의 박물관에 대한 인식이 낮기 때문이다. 놀라운 것은 국립태권도박물관이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인증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는 부처뿐 아니라 부서간 칸막이도 심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연도 | 국립박물관·미술관 | 공립박물관·미술관 |
---|---|---|
2018 | 190개관 중 123개관 인증 (64.7%) | |
2020 | 33개관 중 26개관 인증 (78.8%) | 227개관 중 157개관 인증 (69.2%) |
2022 | 272개관 중 140개관 인증 (51.5%) |
출처 : 문화체육관광부(2022.7.5.)
박물관 관련 정책이 부처별로 발전하면서 국민들이 접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박물관에 대한 국민의 접근성에 확대되었다. 하지만 부처협의나 조율 없이 각기 이루어지면서 다양한 문제가 나타나고 있는데 이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박물관 운영실태와 평가인증제를 살펴보면, 박물관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운영자원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여, 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박물관이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 이는 결국 정책의 실패이자 재정낭비가 될 수 있다. 부처별 정책의 분화가 해당 분야 박물관의 양적 확대와 전문적 발전을 가져왔으나, 박물관 공통의 정체성에 입각한 운영의 질적 수준은 균형있게 발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박물관으로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박물관의 양적 확대는 의미가 없다. 박물관 정책은 양적 확대에서 질적 제고로 전환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부처간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박물관 평가인증제의 평가지표에서 볼 수 있듯이, 운영의 질적 수준에 대한 기준을 공유하고 전문시설로서 우수한 상태에 도달할 수 있도록 보조를 맞출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운영실태조사가 정기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으며, 평가인증제가 박물관미술관을 넘어 다른 분야까지 확대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운영실태조사의 기준과 평가인증제의 기준에 대한 부처간 공동연구와 협력이 필요하다.
둘째, 박물관의 확충 목표를 설정하기 위해 부처 통합적 시각이 필요하다. 박물관에 대한 접근성 제고 정책 측면에서 박물관의 양적 확대와 지역균형은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이는 인구 백만 명당 몇 개의 박물관이 있는가를 국제적으로 비교하여 판단하는데, 이를 박물관 유형별로만 산출하다 보니 박물관 전체 관점에서 판단하기가 어렵다. 이는 정부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국제비교를 위한 국가 박물관 통계를 통합적으로 작성하고, 국가적 차원의 박물관 건립 확충 목표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셋째, 박물관 전문인력의 양성과 배치에 관한 통합 정책이 필요하다. 박물관 자료의 특성에 따라 박물관 전문인력의 종류와 자격이 다르고 필요한 규모도 다를 수 있다. 국제박물관협의회의 경우, 박물관으로서 공통의 정체성과 운영기준을 가지면서도 분야별 국제위원회를 두어 특성화와 전문성을 꾀하고 있다. 부처 통합 정책이 절실한 부분은 전문인력의 중요성에 대한 부처간 인식 차이를 없애고, 비정규직과 외부인력으로 대체되는 전문인력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도록 하여 박물관 운영에 필수적인 전문인력을 박물관이 확보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박물관의 미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는데 있어 각자 대응하다 보면 효율성과 효과성이 낮아질 우려가 있다. 국제박물관협의회는 2019년 ICOM 총회에서 ‘세계의 전환: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2030 안건’ 결의안을 채택했다. 지구촌 공동의 당면과제 앞에서 우리나라 박물관이 환경적, 사회적,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달성하기 위해 정부는 어떤 정책을 펼쳐 나가야 할 것인가. 이에 대해 박물관 유형별 접근보다는 통합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IV. 통합적인 박물관 정책 거버넌스 해외사례 연구
이 장에서는 해외에서 통합적 박물관 정책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프랑스, 영국, 미국의 박물관법과 정책추진체계를 비교해 본다. 분석항목은 (1) 박물관법에서 규정하는 박물관 정의와 분류에서 박물관 범위에 다양한 박물관 유형을 포괄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국가별로 박물관 현황을 살펴본다. (2) 박물관 정책추진체계가 통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살펴본다. 우선 박물관을 정책 담당 부처나 지원기관이 박물관 유형을 통합하여 지원정책을 펴고 있는지 살펴본다. 다음으로 국립박물관이 얼마나 다양한 유형이 있는지 살펴보고 이들이 통합적으로 관리되는지 살펴본다.
미국의 박물관법은 2018년 박물관및도서관서비스법(Museum and Library Services Act of 2018)이다. 이 법은 연정정부의 박물관 도서관 분야 지원기관인 박물관도서관서비스원(Institute of Museum and Library Services)의 설치 근거 및 운영에 관해 규정하고 있다. 2018년 박물관및도서관서비스법에 따르면, 박물관은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박물관은 본질적으로 교육, 문화유산, 미적 목적을 위해 항구적으로 조직된 공공, 부족 또는 민간 비영리 기관을 의미한다. 그것은 전문 직원을 활용하여, 유형의 오브제를 소유하거나 활용하고, 돌보며, 정기적으로 공중에게 전시한다. 이 용어에는 유형 및 디지털 컬렉션을 갖고 있는 박물관을 포함하며, 수족관, 수목원, 식물원, 미술관, 어린이박물관, 일반박물관, 역사가옥 및 유적지, 역사박물관, 자연센터, 자연사 및 인류학 박물관, 천문관, 과학 및 기술센터, 전문 박물관 그리고 동물원을 포함한다.”(U.S.Code Title 20. Chapter 72)25)
박물관 정의에서 특이한 점은 박물관을 공공, 민간 외에 부족(tribal)을 별도 범주로 구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인디언 부족, 하와이 원주민 등 미국 원주민들에게 서비스하거나 이들을 대표하는 비영리 박물관을 구분하기 위한 것이다. 법에서는 이들에게 IMLS 박물관 지원예산의 일정비율을 책정하여 보조금을 지원하거나 계약 체결 또는 협력 사업을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미국 연방법전).
유네스코(2021)에 따르면, 미국에는 33,082개의 박물관이 있으며 인구 백만 명당 101.1개이다. 미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박물관을 보유하고 있다. 박물관에 대한 보다 세부적인 데이터는 IMLS가 제공하는 2018년 기준 박물관 데이터 파일(Museum Data File)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유네스코(2021) 자료와는 약간 차이가 있다. 2015년에는 총 33,072개의 박물관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으나 2018년에 확인된 박물관은 약 30,168개인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 목록에 포함된 박물관은 국제박물관협의회(ICOM)의 박물관 기준에 따라 평가하여 포함한 것이며, 이 기준은 IMLS 지원사업에 신청할 수 있는 자격기준이기도 하다. 박물관 목록은 자료의 학문 분야에 따라 분류되어 있다. 이에 따르면, 미술관 2,620개, 수목원, 식물원, 자연센터 1,024개, 어린이박물관 438개, 역사박물관 1,776개, 자연사 및 자연과학박물관 269개, 과학ㆍ기술센터 및 천문관 834개, 동물원, 수족관, 야생동물 보호 465개, 미분류 또는 일반박물관 7,959개, 역사학회 및 역사보존 14,783개로 총 30,168개이다(IMLS, 2018).
미국은 연방정부에 문화부가 없기 때문에, 박물관 정책은 연방기구인 박물관도서관서비스원과 연방정부가 설립한 국립박물관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박물관도서관서비스원은 앞서 살펴보았듯이 박물관도서관서비스법 2018(U.S. Code Title 20. Chapter 72)에 근거하여 운영되고 있다.
국립박물관미술관서비스이사회(National Museum and Library Services Board)는 전문성과 다양성을 고려하여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 이사회는 관장, 도서관서비스국장, 박물관서비스국장, 대통령이 임명하는 도서관 전문가 10명, 박물관 전문가 10명으로 구성된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도서관 및 박물관 전문가의 자격조건은 별도조항으로 제시하고 있다. 박물관 전문가는 10명 중 5명이 △ 미국의 학예연구, 보존, 교육, 문화 자원을 대표해야 하며 △ 과학, 역사, 기술, 미술, 동물원, 식물원, 어린이박물관 등 다양한 박물관 유형을 대표하여야 한다. 나머지 5명은 박물관 분야에서 폭넓은 지식과 경험을 갖는 사람으로 해야 한다. 도서관과 박물관 전문가 구성시, 농촌 지역을 포함하여 미국의 다양한 지역을 포함하도록 해야 하며, 같은 주 출신을 동시에 3명 이상 임명해서는 안된다. 또한 박물관 및 도서관과 관련된 여성, 소수민족, 장애인 대표가 포함되도록 하여야 한다. 미국은 박물관 정책이 박물관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잘 반영할 수 있도록 거버넌스 구성의 기준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다.
IMLS에서 박물관 지원사업을 담당하는 부서는 박물관서비스국(Office of Museum Services)이다. IMLS는 2022년 2월 「전략계획 2022-2026」을 발표하고 이에 따라 지원을 하고 있다. 전략목표는 평생학습 증진, 지역사회 참여 강화, 컬렉션 관리 및 접근성 제고, 공공서비스에서 탁월성 발휘이다(IMLS, 2022). IMLS의 2023년 예산은 총 294.8백만 달러(약 3,730억 원)이며, 이중 박물관서비스국 예산은 55.4백만 달러(약 702억 원)이다. 박물관 분야 지원사업은 공모지원사업인 미국을 위한 박물관, 박물관을 위한 국가리더십 보조사업이 있으며, 미국원주민 및 하와이원주민박물관서비스, 아프리칸아메리칸역사ㆍ문화를 위한 박물관 보조금, 국립아메리칸라티노박물관법과 관련하여 보조금이 사용된다(IMLS, 2023b).26)
연방정부 소속 국립박물관은 법률에 근거하여 설립 운영되고 있다. 스미소니언 인스티튜션ㆍ국립박물관미술관법(U.S. Code Title 20. Chapter 3)27), 국립동물원법(Chapter 4), 국립수목원법(Chapter 11)이 제정되어 있다. 스미소니언 인스티튜션에서는 앞의 법률에서 규정한 박물관을 포함하여 총 21개 박물관과 1개의 동물원을 통합관리하고 있으며, 8개의 리서치센터와 3개의 문화센터를 포함하고 있다(Smithsonian Institution, 2022). 미국의 경우, 박물관 법에 근거한 박물관 정의부터 박물관 지원기관과 지원사업, 다양한 분야의 국립박물관 운영 등에 있어 통합적인 박물관 정책추진체계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프랑스는 2002년 박물관법28)을 제정하였으며, 이 법을 통해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는 박물관을 ‘프랑스 박물관(Musée de France)’으로 지정(appellation)하는 제도가 도입되었다. 프랑스에는 1945년부터 이 법이 제정되기까지 박물관 관련 조례가 있었으나 법적 정의가 고고, 역사, 미술계 박물관에 국한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후 박물관이 관장하는 지식 분야가 넓어지고 다양해지면서 이를 포괄하기 위해 새로운 법령이 제정된 것이다(EGMUS, 2004). 2002년 박물관법에서 프랑스 박물관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보존 및 전시가 구성되고 대중의 지식, 교육 및 즐거움을 위해 조직된 물품으로 구성된 영구 컬렉션”으로 정의한다(프랑스 문화부 홈페이지, 2023.2.8.).29)
박물관은 컬렉션의 종류 및 소유 유형에 따라 구분된다. 컬렉션 유형은 17개 대분류 96개 소분류로 나누어지는데, 예술, 역사, 문화뿐 아니라 과학, 기술, 산업, 군사 등 분야를 포괄한다. 하지만 동물원, 식물원, 수족관과 같은 살아있는 자료를 대상으로 하는 박물관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 박물관 소유 유형에 따라 박물관은 국립, 공립, 사립박물관으로 나누어진다. 국립박물관은 국가 및 국가법인 설립 박물관을 포함한다.30)(EGMUS, 2004)
유네스코 조사에 따르면, 프랑스에는 박물관이 2021년 기준 4,811개가 있으며 인구 백만 명당 71.8개가 있다(UNESCO, 2021). 하지만 박물관법에 근거하여 프랑스 박물관으로 지정된 박물관은 2021년 12월 기준 1,227개이며 국립 5%, 지자체 82%, 사립 13%이다. 프랑스의 국립박물관은 국가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는 예술, 역사, 문화, 과학, 기술, 산업, 군사 등 다양한 분야에 총 66개의 박물관이 있으며, 이중 41개 박물관이 문화부 관할이다(프랑스 문화부 홈페이지).
프랑스 박물관 지정제도는 신청에 의하며, 신청대상 박물관은 국립이나 공립뿐 아니라 사립도 대상이 될 수 있다. 지정기준은 5개로 컬렉션, 컬렉션에 대한 대중의 접근, 전문인력, 교육서비스, 소장품 목록, 학술문화 프로젝트에 관한 것이다. 이렇게 지정된 박물관은 컬렉션과 관련된 공적 책임이 강화되는 반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다양한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받으며 메세나법에 근거하여 상당한 세제감면 혜택을 받는다.31)(ICOM France 홈페이지 ; 박재연, 황종옥, 2022)
프랑스에서 박물관 정책을 담당하는 부서는 문화부 문화유산ㆍ건축총국 프랑스박물관서비스과(Service des musées de France)이다. 프랑스 문화부 조직도(2022년 11월 14일 기준)에 따르면, 문화유산ㆍ건축총국은 건축서비스, 부처간프랑스기록관서비스, 프랑스박물관서비스, 문화유산서비스 등 4개의 서비스과로 이루어져 있다. 프랑스 박물관 정책은 문화유산 정책의 맥락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박물관, 기록관, 문화재 정책이 같은 국 소관이다.
프랑스박물관고등평의회(Haut Conseil des musées de France)는 프랑스 박물관법에 근거하여 설치된 문화부장관 소속 정부위원회이다. 평의회는 프랑스 박물관 정책을 자문하는 기구이자 프랑스 박물관 지정제도의 심의기구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문화부 장관은 평의회의 심의를 통과한 박물관에 대해 프랑스 박물관 칭호를 부여한다. 위원회는 상원 1인, 하원 1인, 정부 대표 5인, 지방정부 대표 5인, 전문가 5인(과학적 활동, 보존복원 전문가 대표), 민간 5인(프랑스 박물관 소유법인 대표 2인, 대중을 대표하는 협회 대표 1인 포함)으로 구성되며 임기는 4년이다. 이러한 위원회 구성방식은 박물관과 관련된 다양한 정책주체들로 구성하여 민주적 토론과 거버넌스의 실효성을 높이고 있다.
지방분권 정책에 따라 프랑스박물관서비스과는 지역문화사업국(Direction Regionale des Affaires Culturelles, DRAC)과 긴밀하게 협력하며 정책을 수행하고 있다. 프랑스 박물관 지정제도는 2020년 지방분권 차원에서 지정권자가 문화부 장관에서 도지사에게로 이관되었다. 도지사에게 신청하면 지방문화사무국(DRAC)의 서류심사를 거쳐 문화부 프랑스박물관고등평의회로 보내고 여기에서 심의를 통과하면 도지사가 프랑스 박물관으로 지정하게 된다(박재연, 황종욱, 2022).
프랑스의 국립박물관은 66개이고, 이중 41개 국립박물관은 문화부 소속이며, 군사, 과학, 산업 및 자연 유산 분야의 나머지 국립박물관은 국방부, 교육부, 환경부 등 다른 부처 소속이다. 모든 국립박물관은 프랑스 박물관 지정제도의 기준에 따라 지정을 받아야 한다. 문화 분야 국립박물관의 지위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지는데, 18개는 독립행정법인(EPA, Etablissement Public Administratif)으로 행정적, 재정적 자율성을 갖고 있으며, 17개는 국가권한기관(SCN, Services à Compétence Nationale)으로 정부에 직접 소속되어 있다(프랑스 문화부 홈페이지, 2023.3.26. 검색). 신상철(2014)에 따르면, 프랑스의 국립박물관 법인화 정책은 공공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높인 성공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프랑스는 1993년 루브르박물관에서부터 국립박물관 법인화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였는데, 프랑스 정부는 박물관의 사회적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박물관의 공공성과 효율성이 동시에 확보될 필요가 있다고 보고, 박물관의 자체수익과 정부보조금을 동시에 증가하는 방식으로 협약을 체결하였다. 또한 규모가 작은 국립박물관은 정부보조금 비율을 더 높임으로써 공공성을 제고하였다. 이러한 프랑스 사례는 국내의 법인형 국립박물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공공성과 전문성 훼손 문제가 박물관이 아니라 정부에 원인이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정책적 시사점을 제공해 준다(신상철, 2014).
영국에는 박물관 전체를 포괄하는 법률이 없다. 일부 법률이 있지만 국립박물관을 설치하기 위한 법률이다(EGMUS, 2004). 브리티시박물관법(British Museum Act 1963), 국립해양박물관법(National Maritame Museum Act 1989), 런던박물관법(Museum of London Act 1986), 제국전쟁박물관법(Imperial War Museum Act 1955), 웰링턴박물관법(Wellingtion Museum Act 1947), 박물관미술관법(Museums and Galleries Act 1992)32) 등이다. 영국은 동물원 관련법이 별도로 제정되어 있는데, 동물원 면허법(Zoo Licencing Act 1981)이다. 법에서 동물원은 “야생동물을 전시할 목적으로 연중 7일 이상 대중에게 개방하는 영구적 시설”로 정의되며, 동물원, 수족관, 사파리 공원 등이 포함된다. 동물원은 엄격한 관리 기준에 따라 허가제로 운영되고 있다(최준영, 2013 ; 차현숙, 2011).
박물관의 정의를 포괄적으로 제공하는 박물관법이 없다 보니, 영국에서는 박물관협회(Museum Association)가 규정한 박물관 정의를 정책에 활용하고 있다. 영국예술위원회(Art Council England)는 박물관 인증제도(Museum Accreditation Scheme)를 운영하고 있는데, 인증의 첫 번째 조건이 박물관협회의 1998년 박물관 정의를 충족해야 한다는 것이다(Art Council England, 2011). 영국 박물관협회의 1998년 박물관 정의는 다음과 같다. “박물관은 영감, 학습, 즐거움을 위해 컬렉션을 탐색할 수 있도록 한다. 그들은 사회를 위해 보유하고 있는 유물과 표본을 수집, 보호, 접근할 수 있게 하는 기관이다.”33)
박물관이 포함하는 컬렉션의 유형을 살펴보면, 예술, 고고, 역사 분야 외에 자연사, 과학, 산업, 교통, 해양, 군사, 의학 등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고 있다. 하지만 영국은 유네스코 박물관 정의 중에서 살아있는 표본을 갖고 있는 동물원과 식물원 등은 박물관으로 포함하여 정책을 펴지는 않고 있다(EGMUS, 2004).
영국은 박물관 인증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박물관을 박물관이 아닌 것과 구분할 수 있게 해주는 법적 근거는 없으나, 정부로부터 박물관으로 인증받으려면 일정한 기준에 부합해야 하고 이들이 박물관 보조금이나 세제감면 지원정책의 대상이 된다. 박물관 인증제도는 간소화 방침에 따라 2011년 인증표준 3개 분야 21개 기준34)에서 2018년 인증표준 3개 분야 9개 기준으로 재정비되었다.
박물관 인증을 신청할 때 박물관 유형을 선택해야 하는데, 여기에서 영국의 박물관 분류방식을 살펴볼 수 있다. 영국예술위원회(2019)에 따르면, 박물관은 5개 유형 - 독립박물관(independent museum), 지방정부박물관(local authority museum), 대학박물관, 국립박물관, 국립스타일박물관(nationally-styled museums)으로 구분한다. 국립박물관은 법률에 근거하여 설립되거나 정부로부터 직접 재정지원을 받는 박물관을 말한다. 국립스타일박물관은 국립이 아니지만 국제, 세계, 국립, 유럽, 제국, 영국, 웨일즈, 스코틀랜드 등을 박물관 명칭에 사용하고 있어 국립으로 인식되는 박물관이다. 예를 들면, 국립축구박물관(National Football Museum), 스코틀랜드어업박물관(Scottish Fisheries Museum) 등이다. 하지만 이들이 국립스타일박물관으로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시설, 컬렉션의 범위와 규모, 이용자 서비스 등에 있어서 국립에 준하는 강화된 기준을 충족하여야 한다(Art Council England, 2019b).
영국은 박물관이 2021년 기준 3,183개로 인구 백만명당 47.9개가 있다(UNESCO, 2021). 영국예술위원회으로부터 인증을 받은 박물관은 2020년 기준 총 1,741개이다. 독립박물관 905개(52.0%), 지방정부박물관 492개(28.3%), 대학박물관 76개(4.4%), 국립박물관 72개(4.1%), 국립스타일박물관 197개(11.3%)(국립신탁 144개, 스코틀랜드국립신탁 10개, 영국유산 31개, 스코틀랜드역사환경 11개)이다.35)(Art Council England, 2020)
영국 문화부는 디지털문화미디어스포츠부(Department for Digital, Culture, Media & Sports, DCMS)이다. 국가유산부에서 1992년부터 국가유산부에서 문화미디어스포츠부로 변경되었으며, 2017년부터 디지털 분야가 포함되어 디지털문화미디어스포츠부로 변경되었다. DCMS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문화ㆍ스포츠ㆍ시민사회, 디지털ㆍ미디어, 전략ㆍ운영이며, 여기에 11개 정책영역을 다루는 하위부서들이 속해 있다36). 박물관미술관은 문화ㆍ스포츠ㆍ시민사회실에 속한다(NAO, 2021). DCMS는 2021-2022 회기년도에 총 8,167백만 파운드(약 12.5조 원)를 지출하였으며, 이중 박물관미술관에 475백만 파운드(약 7,270억 원, 5.8%)를 지출하였다(DCMS, 2022). 이 지출에는 영국예술위원회의 박물관미술관 지원금과 국립박물관 운영비 등을 포함하는 것이다.
영국에는 국립박물관이 72개가 있으며, 이중 영국 문화부에 소속되어 있는 국립박물관은 15개로 20.8%를 차지하고 있다. 그 외 박물관은 다른 부처에 소속되어 있다. 국립박물관은 박물관 자료의 종류가 다르다 하더라도 모두 박물관 인증을 받았다. 박물관 인증제는 국립박물관의 경우, 사립박물관이나 공립박물관의 인증표준보다 더 엄격한 추가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부처는 다르더라도 운영의 질적 수준을 평가하는 기준은 같다고 할 수 있다.
박물관 인증제는 영국예술위원회를 중심으로 웨일즈,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지역의 파트너 기관들과 함께 영국 전역에서 시행되고 있다. 파트너 기관은 웨일즈 정부, 박물관미술관스코틀랜드(Museums Galleries Scotland), 북아일랜드박물관위원회(Northern Ireland Museums Council)이다(Art Council England, 2019a). 영국예술위원회는 정부와 국립복권으로부터 받은 공공재원으로 잉글랜드 지역에 소재하는 박물관을 지원하고 있으며, 웨일즈,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는 해당 지역의 박물관에 대해 별도의 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았다.
이외에 영국에는 국립박물관 관장위원회(National Museum Director’s Council, NMDC)라는 기관이 있다. NMDC는 1929년 국가 컬렉션을 관리하는 박물관들이 상호 업무를 조정하고 공동의 관심사를 논의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여기에 참여하는 박물관은 국립박물관과 주요 지역박물관이다. 회원인 국립박물관들은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고 있지만, 이 기구는 비정부 독립기관의 성격을 갖고 있다(NMDC 홈페이지).
미국, 영국, 프랑스의 해외 박물관 정책 거버넌스를 비교한 결과는 <표 10>과 같다. 우선 박물관 진흥 정책을 담당하는 중앙부처 거버넌스의 통합 정도를 비교해 보면, 가장 통합된 유형을 보여주는 곳은 미국이고, 프랑스와 영국은 무생물 자료와 생물 자료를 담당하는 부처가 나누어져 있는 이원화된 거버넌스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행정체계의 유형에 있어서, 미국은 연방정부에 문화부가 없고 연방 지원기구인 박물관도서관서비스원(IMLS)만 설치되어 있는데, 이로 인해 다른 나라보다 더 통합적인 거버넌스가 가능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국립박물관도서관서비스법에 규정되어 있는 박물관의 정의는 생물, 무생물을 모두 포괄하는 가장 넓은 범위를 보여주고 있으며, 이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에 IMLS가 취합하고 있는 박물관 통계 역시 박물관, 미술관, 과학관, 동물원, 수목원 등을 모두 포괄하여 산출하고 있다.
프랑스와 영국의 박물관 진흥정책의 거버넌스는 세 가지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첫째, 중앙정부에 문화부가 있으며 박물관 정책을 담당하는 부서가 있다. 둘째, 박물관 인증제도를 통해 다양한 자료 유형의 박물관에 대해 통합적 정책을 펴고 있다. 셋째, 박물관 자료의 유형은 크게 생물 자료와 무생물 자료를 구분하여 정책을 펴고 있다. 프랑스는 박물관 정의가 법으로 규정되어 있으며 법에 근거하여 프랑스박물관 지정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프랑스박물관으로 지정된 박물관은 박물관, 미술관, 과학관을 포함하고 있으나, 생물 자료를 다루는 동물원, 수족관, 수목원 등은 포함하고 있지 않다. 영국은 박물관의 법적 정의가 없으며 박물관협회의 박물관 정의를 박물관 인증제도에 신청할 수 있는 자격조건으로 정하고 있다. 영국 역시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인증 박물관에는 생물 자료를 다루는 동물원, 수족관, 수목원 등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영국은 동물원면허법에 근거한 허가제도를 운영하고 있어서 별도로 운영되고 있다.
해외사례를 살펴보면, 국립박물관은 국가에 직속되어 있는 박물관뿐 아니라 국가가 법인으로 설립한 박물관도 국립으로 분류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프랑스는 박물관의 법적 지위가 독립행정법인과 국가권한기구로 나누어지는데, 이들 모두가 국립박물관으로 분류된다. 미국과 영국은 설치 근거법에 근거하고 있는 법인인 박물관으로 모두 국립박물관으로 분류된다. 이를 감안할 때, 국내 박물관미술관법의 설립운영주체별 분류기준은 국가 및 국가법인 박물관을 포괄하는 것으로 개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국립박물관의 소관 부처는 문화부에서 관할하고 있는 비중이 높기는 하지만, 다른 부처에서도 관할하고 있어 거버넌스를 통합할 필요는 낮다. 미국은 연방정부에 문화부가 없으므로 상당수가 스미소니언인스티튜션에서 관리하고 있다. 프랑스는 국립박물관이 66개이며 이중 41개 박물관을 문화부에서 관할하고 있다. 영국은 국립박물관이 72개가 있으며 문화부에 속하는 박물관은 15개로 상대적으로 적은 비율이다. 영국은 기본적으로 국립박물관이 잉글랜드, 웨일즈,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에 각각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국립박물관은 해외의 경우에도 모두 문화부에서 관장하고 있는 것은 아니므로 소관부처를 통합할 필요는 없다.
소관부처가 다르더라도 국립박물관으로서 다른 박물관보다 높은 운영 수준을 요구한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프랑스와 영국은 국립박물관 역시 박물관 인증제도의 대상이어서 부처가 다르더라도 같은 기준에 따라 평가되고 있다. 영국은 국립의 경우 더 엄격한 인증기준을 적용한다는 점에서 시사점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립박물관에 대한 평가인증을 2020년 처음 실시하였는데, 기준에 미달하는 국립박물관이 다수 확인되었다. 소관부처가 다르더라도 운영수준은 국립으로서의 공통 기준이 적용될 필요가 있다.
영국의 국립박물관 관장위원회(National Museum Director’s Council, NMDC)는 소관 부처와 자료 유형이 다른 국립박물관들의 협력 모델을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참고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립박물관의 법적 성격이 국가 직속 박물관과 공공기관 박물관으로 다르고 부처마다 박물관에 대한 인식 차이가 크다 보니 박물관의 공공성과 전문성을 확보하는데 필요한 정부 지원을 받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법인인 국립박물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공동협의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 바 있다. 영국 사례를 참고하여 공동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는 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박물관 진흥정책을 담당하는 정부의 정책 거버넌스는 각국 문화행정체계의 역사와 유형에 따른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박물관 정책은 다수의 부처와 관련되어 수행되고 있으며, 박물관 유형의 다양성을 인정하면서도 박물관으로서 정체성과 질적 수준을 제고하기 위해 통합적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미국은 통합적 정책을 수행하는데 있어 거버넌스 자체를 일원화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하나의 기관에서 모든 유형의 박물관에 대한 진흥정책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프랑스와 영국은 정책 거버넌스가 크게 생물과 무생물로 나누어져 있으며 박물관을 관장하는 부처들이 협력적 거버넌스를 유지하면서 박물관 인증제도라는 제도적 장치를 통해 통합적 정책을 수행하고 있다. 즉, 통합적 정책을 수행하기 위한 거버넌스는 통합적 거버넌스를 통해 수행할 수도 있고 협력적 거버넌스를 통해 수행할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박물관 정책 거버넌스는 미국보다는 프랑스나 영국과 유사한 측면을 갖고 있다. 문화부에 박물관 정책을 담당하는 부서가 있고, 박물관 평가인증제도를 갖고 있다는 점이 그러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박물관 자료 유형의 다양성에 따른 세분화가 훨씬 크다 보니, 프랑스와 영국의 모델을 적용하는 데에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그렇다 보니 미국처럼 거버넌스 자체를 하나로 통합하는 방식은 부처간 장벽이 큰 우리나라의 행정 현실에서 단기적으로는 실현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미국 모델이 이상적이기는 하지만, 프랑스와 영국 사례를 참고하여 통합적 정책을 위한 거버넌스를 단계적으로 구축해 나가는 방안이 현실적이라 여겨진다.
V. 통합적인 박물관 정책을 위한 거버넌스 구축방안 제언
통합적인 박물관 정책의 목표는 박물관이 자료의 유형에 따라 문학관, 과학관, 동물원, 수족관, 수목원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더라도, 박물관의 운영은 자료 유형에 관계 없이 공통의 정체성과 수준 높은 질을 유지하며 가능한 한 많은 국민이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현재는 박물관의 자료 유형에 따라 부처별로 법률과 추진체계가 나뉘어 있고 부처간 협력이 부분적으로만 이루어지고 있는 상태여서 통합적인 박물관 정책을 수행하기 위한 거버넌스의 수준이 상당히 낮은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부처간 칸막이가 높은 상태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태를 개선하고 통합적인 박물관 정책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통합적인 박물관 정책을 위한 거버넌스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부처간 협력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부처간 칸막이로 인한 비효율을 개선하기 위하여 정부혁신의 주요 과제로 ‘행정협업’을 강조해 왔다. 행정안전부(2020)에 따르면, 행정협업은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행정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하여 다른 행정기관과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고 해당 행정기관 상호간의 기능을 연계하거나 시설ㆍ장비 및 정보 등을 공동으로 활용하는 방식’을 말한다. ‘행정효율과 협업촉진에 관한 규정’(제41조)에 따르면, 다수의 행정기관이 공동으로 수행할 필요가 있는 업무, 상호연계나 통합이 필요한 업무가 대상이 되며, 행정협업과제로 등록ㆍ추진하여 우수한 성과를 낼 경우, 해당 기관 및 공무원에 대한 포상과 인사상 우대조치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다.
첫째, 부처간 협력이 필요한 박물관 정책의 통합 범위는 프랑스 및 영국의 사례와 같이 생물과 무생물 자료를 다루는 박물관 군을 나누어 부처간 협력을 촉진하는 것이 현실적일 것으로 보인다. 무생물 자료를 다루는 박물관군은 문체부와 과기부를 중심으로 국립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는 부처들이 협력 대상 부처이다. 생물자료를 다루는 박물관군은 환경부, 해양수산부, 산림청 등이 주요 협력 대상 부처이며 동물원수족관법의 경우 협업 사례가 있다.
둘째, 문체부의 박물관 평가인증제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와 영국의 사례를 보면, 평가인증제는 문화부가 다양한 자료 유형의 박물관과 다른 부처 소관 국립박물관의 운영 수준을 높이는데 효과적인 제도적 장치로 활용되고 있다. 문제는 프랑스나 영국과 달리 국내 박물관 평가인증제의 적용 범위가 박물관미술관법에 국한되어 있어 문학관과 과학관에 적용되지 않는 데 있다. 문학관은 같은 부처 소관이므로 평가인증 대상에 통합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과학관은 과기부 소관으로 부처가 다르다 보니 박물관 평가인증제를 적용하려면 과기부와 제도 도입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인증기준이 과학관에도 유의미한 것인지 검토가 필요하다. 과기부도 과학관법에 평가인증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데, 평가인증제의 인증기준을 문화부와 공동으로 검토하여 마련한다면 박물관 분야에서 정책 통합과 행정협업의 중요한 성과가 될 것으로 보인다. 평가인증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국가법인 국립박물관의 경우, 평가인증을 받을 경우 공공기관 평가에서 인센티브를 반영하는 환류체계를 마련하여 국립박물관의 질적 수준을 제고하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셋째, 영국의 ‘국립박물관 관장위원회’를 벤치마킹하여 ‘(가칭)국립박물관협의회’를 구성하고 공공기관 국립박물관의 평가나 학예직 확보 등 공동의 문제를 공론화하고 소관부처의 박물관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데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국립박물관 평가인증 결과를 보면, 국립박물관이 아니라 국립박물관의 소관 부처의 문제인 경우가 많다. 문체부에서는 국립박물관 평가인증 결과가 나온 이후 후속 조치로 해당 박물관뿐 아니라 소관 부처에 대한 인식제고 프로그램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국제박물관협의회 한국위원회와 연계를 통해 국제적 수준의 국립박물관의 운영기준을 공유함으로써 국제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넷째, 전문인력 양성 및 배치와 관련하여 부처간 협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현단계는 국립박물관 중 학예직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는 곳이 적지 않은 상태이고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상태이므로 전문인력 양성 및 배치가 통합적 박물관 정책에서 우선순위를 가질 필요가 있다. 박물관은 학예사 자격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나 박물관의 다양한 전문직종을 포괄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면, 과학관, 동물원 분야는 과학해설사, 동물해설사 등 민간자격제도를 통해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과학해설사, 동물해설사는 박물관 에듀케이터라고 할 수 있는데, 이들이 박물관 내의 전문직종으로서 정규직으로 자리를 잡아나가고 있는지 불분명하다. 학예사(curator), 교육전문가(educator), 보존전문가(conservator), 레지스트라(registra) 등과 함께 디지털기술 발전으로 인한 디지털 교육영상 프로듀서, 빅데이터 분석가 등 다종다양한 전문인력을 특정 자격제도나 대학교육과정으로 양성하는데 수요공급의 한계가 있다. 따라서 국립박물관들 간의 협력을 통해 양질의 온ㆍ오프라인 융합형 박물관 전문인력 아카데미를 마련하고, 일차적으로 박물관에 있는 인력들에 대한 재직훈련을 강화하고 미래 인력 양성을 위해 대학과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섯째, 통합적인 박물관 정책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부처간 협업을 통해 박물관 통계와 실태조사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박물관 자료 유형과 박물관 설립운영주체별 분류기준의 통합 정비와 개별 법령의 개정이 필요하다. 국립, 공립, 사립 외에 대학 또는 학교를 별도로 분류할 것인지 논의가 필요하다. 국공립박물관의 경우, 재원을 기준으로 판단하여 국가가 설립한 박물관과 국가 법인이 설립한 박물관을 모두 포괄하도록 박물관미술관법 등 관련 법령의 개정이 필요하다(박소현 외, 2010; 박소현 외, 2012). 박물관 실태조사를 각 부처에서 실시하고 있는데, 실태조사시 포함되어야 할 공통지표를 마련하여 박물관 유형 간 비교가 가능한 데이터를 산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가승인통계를 산출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박물관 통계를 기초로 국제비교를 통해 박물관 확충 목표를 재설정해야 한다.
통합적인 박물관 정책은 현재 출발단계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부처간 협업을 넘어 보다 통합적인 거버넌스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통합적인 박물관 정책을 위한 근거 법률의 통합이 필요하다. 통합 방식은 박물관미술관법을 다른 법률까지 확대 적용하는 안과 박물관 기본법을 제정하는 방안이 있다. 문화부 단독으로 제정하거나 부처간 공동 제정도 고려할 수 있다. 환경부와 해양수산부가 공동으로 법률을 입안한 동물원수족관법 사례가 모델이 될 수 있다. ICOM의 개정된 박물관 정의를 반영하여 박물관 운영의 원칙들을 제시하고 이에 기반하여 박물관 유형별 특성은 개별 법령들에 담도록 위임하는 방식이다. 현재 동물원수족관은 허가제이고 나머지 박물관은 등록제인데, 이러한 분야별 특성을 반영한 규율이 가능하려면, 공통사항을 규정하는 법률을 따로 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박물관 기본법 제정시 심의ㆍ의결기구로 국가박물관정책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이 필요하다. 위원회의 역할은 기후변화와 기술발전 등 박물관 환경변화에 대응하여 통합적 박물관 진흥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박물관이 분야의 특성을 존중하면서도 박물관으로서 질적 수준을 제고해 나갈 수 있도록 부처간 박물관 정책의 조정, 통합적 기준에 따른 국공립박물관 평가인증 등을 하는 것이다. 위원회 위상은 국무총리 또는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할 필요가 있다. 박물관 진흥 법률을 관장하는 5개 부처, 국립박물관이 설치되어 있는 23개 부처, 박물관 진흥 법률에 근거하여 설립운영되고 있는 공립, 사립, 대학 등 다양한 등록/허가 박물관을 포괄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위원회의 구성은 미국 박물관도서관서비스원 이사회, 프랑스박물관고등평의회의 구성방식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구성 원칙은 박물관 진흥 법률을 갖고 있는 5개 부처 장관과 23개 국립박물관 소관 부처 장관을 포함하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간사를 맡도록 한다. 수집, 보존, 연구, 전시, 교육 등 주요 기능을 대표하는 전문가가 포함되어야 하며, 박물관, 미술관, 과학관, 동물원, 수목원, 생물자원관 등 다양한 박물관 유형을 대표하도록 구성하여야 한다. 국립, 공립, 사립 등 박물관 설립유형별 특성을 고려한 정책이 입안되도록 이들 대표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이러한 위원회 구성은 지역 및 성별 균형을 고려하고, 장애인의 참여를 보장하여야 한다.
셋째, 문체부의 박물관 산하에 미국 IMLS를 모델로 하는 국립박물관진흥원을 설치하여 통합적인 박물관 정책 추진을 위한 정책기능을 뒷받침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국립박물관진흥원은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을 개편하여 설치할 수도 있고 별도로 설치할 수 있다. 주요 기능은 통합적인 박물관 실태조사, 통계 작성, 국제비교, 정책개발, 지원사업 시행, 전문인력 연수, 미래박물관 아젠다 개발과 정책적 대응 등이 포함된다. 이와 함께 국공립박물관의 건립타당성 사전평가, 박물관 평가인증제 등을 총괄하고 관련 가이드라인과 공공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VI. 결론 및 향후과제
이 논문에서는 통합적인 박물관 정책의 필요성을 살펴보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거버넌스의 구축방안을 연구하였다. 박물관 관련 부처들의 정책적 노력과 투자 덕분에 해당 분야 박물관이 양적으로 확대되어 왔다. 하지만 박물관으로서의 정체성과 국제적 기준에서 운영의 질적 수준도 전체적으로 균형있게 발전하고 있는지 종합적인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관련 법률과 중장기 기본계획, 운영실태를 중심으로 부처별 박물관 정책의 현황과 문제점을 비교하였다. 부처별 정책추진은 한국적 정책 거버넌스의 특수성으로서 해당 분야의 성장을 가져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박물관 정책이 제대로 된 박물관을 더 많은 국민에게 제공하는 질적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다양성을 인정하면서도 몇가지 지점에서는 통합적인 박물관 정책을 고민할 단계가 되었다. 통합적인 박물관 정책을 위한 거버넌스의 모델을 살펴보기 위해 미국, 프랑스, 영국의 박물관 정책 거버넌스를 비교하였는데, 우리나라 박물관 정책 거버넌스가 갖는 부처별 칸막이와 낮은 협력 수준을 감안할 때, 단계적 접근 전략이 필요하다. 우선 프랑스와 영국의 사례처럼 생물자료와 무생물자료로 박물관군을 구분하고 이들간 부처협력을 추진하는 협력적 거버넌스에서 출발할 필요가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사례처럼 박물관 정책을 위한 통합적 거버넌스로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연구는 박물관의 종류가 다양하고 부처별 관련 정책자료가 분산되어 있어서 이를 수집하고 통합적으로 비교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특히 운영실태에 대한 자료의 한계로 더 깊이있는 분석까지 나아가지 못한 점은 한계이다. 이는 향후 연구과제로 남겨두고자 하며, 통합 박물관 정책 관점에서 부처간 협력에 기반한 실태조사와 실효성 있는 정책개발이 이루어져 박물관 유형에 상관없이 우수한 박물관이 늘어날 수 있는 정책환경이 조성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