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2020년 7월 20일 튀르키예(Türkiye)1) 세계유산인 이스탄불 역사 지구(Historic Areas of Istanbul)의 핵심적 구성 유산인 하기아 소피아(Hagia Sophia)2의 모스크(Mosque) 전환으로 유네스코가 이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튀르키예 정부의 맞대응 목소리가 나옴에 따라 문화적 쟁점에서 정치적, 종교적 갈등으로까지 비화할 조짐을 보이는 상황이다.
국제사회의 협력을 통해서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지닌 세계유산을 보호, 보존하고, 활용을 통해서 인류의 지속가능발전을 도모하며 향상된 유산을 미래세대에 전승한다는 세계유산협약의 기본 이념 전체에 흐르는 정신은 상호 이해와 존중 그리고 평화에 대한 열망이다.
이러한 세계유산협약의 기본 이념과 정신의 유지와 확장을 위해서는 우선으로 국제사회의 협력이 바탕이 되어야 하기에 하기아 소피아의 모스크 전환으로 인한 갈등 또한 상호 간의 협력의 틀 안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하기아 소피아의 박물관에서 모스크로 전환되면서 촉발된 갈등에 관한 국내 연구는 찾을 수 없었으나, 해외 연구는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해외 연구는 역사적, 정치적 그리고 이념적인 차원에서 수행한 저술(Sofos, 2021, Amjad-Ali, 2021, Saragih, et al., 2021, Adar, 2020, Azak, 2020, Özkaya, 2020, Akcan, 2020, Batuman, 2020, Yavuz, 2020, Öztürk, 2020, Kuru, 2020, Waggy, 2020)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문화유산 내용이 반영된 연구 자료(Tarhan, et al., 2022, Blessing, 2021, Harmanşah, 2020, Watenpaugh, 2020, Yılmaz, 2020)도 역사, 정치, 이념, 민족을 주된 주제로 이루어졌다.
국내 연구는 갈등(기억)유산을 주된 주제로 하여 1, 2차 세계대전 시기에 갈등이 빚어진 유산을 사례로 유산 해석 이론을 바탕으로 수행한 저술(최재헌, 2021, 이나연, 2020, 이나연, 2021, WHIPIC, 2022)을 찾아볼 수 있다.
이 글을 통해서, 국내의 유산 해석 연구를 통해서는 하기아 소피아의 정체성 분석을, 해외 역사적, 정치적, 이념적 연구 자료는 하기아 소피아의 전환이 촉발된 배경을 모색하는데 적용하였고, 지금까지 국내외 연구에서 아직 찾지 못한 유네스코와 튀르키예 사이의 논쟁을 쟁점별로 정리하여 이를 분석함으로써 좀 더 실효성 있는 내용을 드러내고자 한다.
Ⅱ. 하기아 소피아의 문화유산 가치
1985년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이스탄불 역사지구는 테오도시우스(Theodosius) 성벽 안에 형성된 파티흐(Fatih)구에 4개의 지구로 구성되어, 수 세기 동안 유럽과 아시아가 교류한 사실을 반영하는 건축물의 독특한 통합과 비잔틴제국과 오스만제국 시대에 생성된 창의적인 건축물이 드러내는 독특하고 개성 있는 스카이라인이 이스탄불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 이하 OUV)를 형성하고 있다(UNESCO, Historic Areas of Istanbul)(<표 1>).
자료: UNESCO, Historic Areas of Istanbul, https://whc.unesco.org/en/list/356/; https://whc.unesco.org/en/list/356/maps/, 접속일: 2022.12.11.
이스탄불 역사지구 세계유산 가운데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하기아 소피아는 140 ha의 면적으로 반도의 동남쪽 끄트머리에 있는 술탄 아흐메트 도시 고고학 복합 지구(Sultanahmet Urban Archaeological Component Area)에 자리잡고 있다.
북동쪽의 거대하고 화려한 15세기 톱카프(Topkapi) 궁전에서부터 남서 방면으로 동서양의 아름다운 공존의 상징인 6세기 하기아 소피아와 내부 타일의 푸른색으로 인하여 블루 모스크라고도 불리는 17세기 술탄 아흐메트 모스크에 이르기까지 형성된 스카이라인은 이스탄불의 대표적인 OUV이다.
서기 360년에 비잔틴 황제 콘스탄티누스 2세에 의해 ‘거대한 교회’라는 의미를 가진 에클레시아(Ekklésia)3)라는 이름의 목조 바실리카(basilica)식 건물로 최초 건립된 하기아 소피아는 404년 테오도시우스 2세 때 발생한 화재로 교회는 완전히 소실되어 415년에 직경 22미터의 목조 돔을 갖추고 건물 본체는 벽돌로, 내부 벽은 모두 대리석으로 장식한 거대한 교회로 415년에 재건되었다. 그러나 532년 니카 반란에 의해 다시 파괴되었고, 537년에 유스티니아누스 1세가 현재의 중앙집중식 교회로 거대하고 화려하게 재건하여 하기아 소피아의 세 번째 모습을 웅장하게 드러냈다(강훈·임상규, 2012: 41-42).
1204년 제4차 십자군 원정으로 파괴와 약탈을 시작으로 하기아 소피아는 1261년까지 로마 가톨릭 교회에 부속된 대성당의 경험을 겪었고 1453년 황폐해진 상태로 오스만 제국의 술탄 아흐메트 2세에 의해서 이스탄불의 모스크가 되었다.
튀르키예 공화국 시대를 연 초대 대통령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Mustafa Kemal Atatürk, 이하 아타튀르크)는 1943년 내각결정으로 헌법상 정교분리 원칙에 따라 하기아 소피아를 1935년 모스크에서 박물관으로 개방하였다. 2020년 7월 10일 국가평의회 결정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Recep Tayyip Erdoğan, 이하 에르도안)의 서명으로 2020년 7월 24일 86년 만에 첫 금요 이슬람 예배가 이루어져 하기아 소피아의 박물관에서 모스크로 전환이 공식화되었다.
고대 그리스, 로마 후기의 건축 양식과 동로마제국의 건축술이 합쳐져 만들어진 하기아 소피아의 유산 가치는, 이후의 정교회, 가톨릭교회와 이슬람 모스크의 건축 양식의 모델이 되었다는 점과 하기아 소피아가 지닌 모자이크가 동양과 서양 예술에 모두 영향을 끼친 점이다(UNESCO, Historic Areas of Istanbul).
요컨대, 교회와 이슬람 건축과 예술 그리고 문화에 많은 영향을 미치면서 수 세기에 걸친 역사의 흐름 속에서 동양과 서양의 복합적인 문화 다양성을 간직하고 이스탄불의 독특하고 개성 있는 스카이라인을 구성하는 면이 하기아 소피아의 유산 가치라고 평가할 수 있으며 세계 흐름의 굴곡진 역사가 안겨준 체제, 신앙, 문화, 이념, 예술을 고스란히 담아내며 인류의 진정한 다층적 기억 장소로 하기아 소피아는 자리하고 있다.
Ⅲ. 하기아 소피아의 정체성 분석
유산을 둘러싼 갈등은 과거는 물론 현재에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어느 유산은 중재와 타협을 통해서 해결되기도 하고 또 다른 경우에는 갈등이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갈등은 역사적으로 오랜 분쟁과 대립이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하고 종교적, 이념적인 차이로 인하여 발생하기도 하며 정치적 목적과 경제적 이익 추구가 이유로 등장하기도 한다. 이렇듯 다양한 원인으로 촉발된 유산 갈등 관련 논쟁에는 ‘정체성’이 정당성을 내세우는 주된 논거로 자리하고 있다.
하기아 소피아를 박물관에서 모스크로 전환하면서 튀르키예 정부가 정당함을 주장하는 내용 가운데에도 ‘정체성 회복’이 등장한다. 따라서 유산의 정체성을 분석하는 작업은 갈등을 해결하는 중요한 단계이며 논쟁에 대한 정당성 파악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정체성을 ‘의미와 기억이 확장되어 인정된 가치’로 정의해 볼 때, 유산의 정체성 분석은 유산에 담겨진 ‘가치’를 살펴보는 데에서 출발한다. 또한, 유산은 인류 모두가 공유하는 장소라는 틀에서 자기중심이 아닌 인류 전체의 보편적 해석과 설명을 통한 유산의 다양한 가치와 의미를 발굴하고 유산을 포용적으로 이해하고 보호하려는 ‘포용적 유산해석설명’(유네스코 세계유산 국제해석설명센터4), 2022: 5-6)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유산 가치 분석과 포용적 유산해석설명을 통한 유산의 정체성 분석은 모두를 위한 유산의 상생적 가치를 소통, 참여, 이해와 협력을 통해서 확산함으로써 하기아 소피아의 모스크 전환으로 인한 갈등을 포함하여 세계 여러 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빚어지고 있는 유산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첫 실마리가 될 수 있다.
1964년 베니스헌장을 기반으로 유네스코와 이코모스(ICOMOS)는 국가 정체성 차원에서 유형적, 물리적 유산에 대한 중점을 둔 세계유산제도를 펼치게 된다. 이후 1992년 문화경관(cultural landscape), 2011년 역사도시경관(historic urban landscape)에 이르기까지 문화유산 범위를 넓혀왔으며 현재는 자연과 무형유산에까지 확대하고 있다(최재헌, 2021: 3).
유산 가치적 차원에서는 버라헌장(Burra Charter, 1979, 2003년 개정)이 유럽 중심의 기념물 유산 개념에서 유산이 위치한 장소(place)의 문화적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유산이 기억하는 무형적 가치를 제시하는 것을 필두로 하여, 진정성에 관한 나라문서(Nara Document, 1994)는 유산의 다양한 문화적 맥락이라는 본질적 특성을 드러내면서 ‘정신과 감정’이라는 진정성 요소를 도출하였다.
이어 2008년 이코모스에서는 문화유산 유적지의 해석과 설명을 위한 헌장(ICOMOS Charter for the Interpretation and Presentation of Cultural Heritage Sites, 이하 ICIP)을 통해서 문화의 다양성과 공공의 포용적 참여를 중시하였고, 장소의 정신 보존을 위한 퀘벡선언(Quebec Declaration on the Preservation of the Spirit of the Place, 2008)에서는 장소의 무형적 요소인 기억, 서사, 의식 등을 장소의 정신으로 제시하며 유산 가치에 있어 중요한 요소로 선언하였다.
또한, 나라문서의 20주년을 맞이하여 나라문서(Nara Document +20, 2014)에서는 진정성과 관련하여 과거 가치가 아닌 현대의 가치를 포용할 것을 제시하였다(최재헌, 2021: 3).
우리나라도 2022년 ‘문화유산 가치보존을 위한 한국 원칙’을 선언하면서 문화유산에 대한 의미와 연관, 전통적인 사용 등의 무형적 측면의 가치인 ‘사회적 가치’를 새롭게 표출하고 있다(문화재청, 2022).
이렇듯, 유네스코를 중심으로 한 세계적인 유산 관련 전반적인 행보는 자연과 무형적 가치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세계유산 등재부터 보존, 관리, 활용 분야에까지 확장하며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유산의 정체성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의미와 기억이라는 모든 무형적 가치를 탐구하고 반영해야 한다.
하기아 소피아에 관한 공인된 담론(Smith, 2006, Authorized Heritage Discourse, 이하 AHD)에서 분석할 수 있는 하기아 소피아의 의미와 기억은 ‘비잔틴-그리스도-교회’, ‘오스만-이슬람-모스크’ 그리고 ‘공화국-그리스도/이슬람-박물관’이며, 국가체계, 민족, 정치, 종교, 문화적 맥락에서 다층적 유산 가치의 변화를 수행해 왔고 모스크 전환으로 새로운 의미와 기억을 추가하고 있다. 따라서 하기아 소피아는 다양한 의미와 기억의 가치가 축적된 장소로서 ‘비잔틴/오스만-그리스도/이슬람-교회/모스크/박물관’이라는 정체성을 담고 있다고 분석할 수 있다.
스미스(Smith, 2006: 74-75)에 따르면, 유산은 ‘생각의 범주’이자 ‘구성된 현실’인 ‘장소’에서(Escobar, 2001: 140) 의미와 기억을 만들고 재구성하는 문화적 과정이라는 무형적 개념을 지니고 있으며, 국가, 사회, 공동체와 개인이 정체성, 자아 그리고 소속감을 표현, 촉진하고 구성하는 데 사용하는 문화적 도구의 역할을 한다.
이 주장을 기반으로 볼 때, ‘유산 해석’은 소통, 참여 및 경험을 통한 유산의 의미 형성 과정이며(WHIPIC, 2022: 37) 유산에 관한 대중의 인식과 이해를 높이기 위한 모든 범위의 잠재적 활동(ICIP, 2008: 4)이자 유산에 가치를 부여하는 과정 속 모든 활동(이나연, 2020: 56)이다. 이러한 유산 해석은 유산 개념의 본질적 속성으로서, 의미와 기억이 확장되어 가치화된 정체성을 유산 해석 수행을 통해서 이해할 수 있다.
유산 해석은 1957년 ‘Interpreting Our Heritage’을 통해서 프리만 틸든(Freeman Tilden)에 의해 처음 제기되면서 많은 연구와 논의를 거쳐 오늘날 WHIPIC의 설립 취지에도 표명된 ‘포용적 유산 해석과 설명’에 이르고 있다.
이나연(2020: 50-56)은 유산 해석을 근대적 유산 해석과 포용적 유산 해석으로 분류하면서 두 유산 해석 모두 문화유산의 본질적 특징, 즉 집단 정체성 형성 기여와 다수의 가치 포함을 인정하면서도 그 본질을 수용하는 관점의 차이를 지적하면서, 근대적 유산 해석은 유산이 가지는 다양한 가치에서 선별된 하나만을 상징화하는 작업을 수행한다면, 포용적 유산 해석은 모든 가치를 수용하여 평화적으로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하면서 공유하는 가치의 합의를 이루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해집단 간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ICIP(2008: 7-14)는 유산 해석의 원칙으로 7가지 원칙5)을 규정하면서 근대적 유산 해석과 포용적 유산 해석을 함께 반영하고 있으나 WHIPIC은 포용적 유산 해석과 설명을 통한 세계유산의 가치 다양성을 증진하여 시대와 공간을 잇는 유산의 상생적 가치 확산 추구를 천명하면서 다양성, 존중, 소통, 협력을 핵심 가치로 설정하여 문화간 화해와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국제협력과 연대를 통해 화해와 상생, 인류의 평화라는 유네스코 정신 바탕 아래, 포용적 유산 해석을 통한 하기아 소피아의 정체성은 ‘다양한 비잔틴과 오스만 문화가 상생하는 세계유산’으로 분석할 수 있다.
Ⅳ. 유산 갈등 배경과 쟁점
튀르키예는 동서양을 이어주는 지정학적 위치에 자리 잡고 있어 오늘날 유럽과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주의 국제질서(Liberal International Order)’와 러시아와 중국이 주도하는 ‘주권적 국제주의(Sovereign Internationalism)’가 서로 경쟁하고 충돌하는 세계 질서 한가운데서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
국가를 구성하는 정치, 경제, 사회문화 등 모든 요소가 대내외 환경에 영향을 받듯이 박물관이었던 하기아 소피아가 다시 모스크로 전환되는 국면에는 튀르키예의 대내외 지형과 정세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6)
하기아 소피아의 모스크 전환을 주도적으로 이끈 에르도안과 정의개발당(AKP)은 2002년 정권을 잡은 이후로 20여 년 동안 장기 집권하면서 권력 집중화를 강화하고 있다. 에르도안의 집권 초기에는 ‘무슬림 민주주의(Muslim Democracy)’를 표방하면서 친서방 정책을 펼치고 유럽 연합(EU) 가입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서 나름의 민주적 개혁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2008년 총선 압승 이후 에르도안 정부는 급격한 이슬람적 민족주의 성향을 띠면서 유라시아주의자와 보수적 민족주의들과 연대를 강화하여 반서구적 연대를 형성하고 대외 정치에서도 유라시아를 중시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2011년 3월에 발발하여 지속된 시리아 내전은 고립주의 미국의 퇴장과 유능한 중재자로서 러시아의 등장을 초래하여 에르도안 정부가 정치적 이슬람화를 통한 신오스만주의(Neo Ottomanism)와 튀르키예식 유라시아주의(Turkish Eurasianism)를 지향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어 유라시아 지역의 공통의 민족과 종교를 앞세운 튀르크 문화권 통합을 모색하면서 오스만 역사의 유산계승, 이슬람 정체성 강화, 오스만제국 시대의 영토 회복을 주창하게 되었다(이지은, 2020: 47).
2014년 대통령 직선제를 도입해 장기 집권의 출발을 알린 에르도안의 신오스만주의적 이슬람주의에 반발하여 세속주의 군부 세력이 주도한 2016년 7월 15일 쿠데타 실패는 에르도안을 독재적 강압 정치 노선으로 치닫게 하여, 2년의 국가비상사태 동안 현직 군인 1만 7천 명 숙청(3천 명 이상이 종신형 선고), 공직자 15만 명 해임(헌법재판소 등), 언론인과 지식인 5만 명 체포가 이뤄졌다(장지향, 2019: 4).
에르도안은 2017년 대통령 중심제 개헌 국민투표를 통과시켜 권한 강화와 장기 집권을 제도화했고, 2019년 시행하기로 했던 대통령 중심제의 첫 대선을 2018년 6월로 앞당겨 시행하여 당선됨으로써 독재적 정치 행보를 노골화하였다.
2019년 2월 20일 유럽 의회 위원회가 튀르키예의 오랜 염원이었던 유럽연합 가입 협상에 대하여 ‘논의 중단’을 결의하게 되고, 이는 튀르키예의 좌절과 실망을 넘어 서방 세계에 대한 분노로 표출되어 에르도안 정부는 국내적으로 보수적 민족주의와 이슬람주의를 강조하면서 대외적으로는 반서방 정책, 신오스만주의와 튀르키예식 유라시아주의를 강화하게 되었다,
2019년 10월 미국이 시리아 병력 철수를 발표한 지 사흘 만에 튀르키예군이 시리아 국경을 넘어 쿠르드계 민병대 인민수비대(YPG)를 공격하여 시리아 쿠르드계 500여 명이 사망했고 30만여 명 피난민이 발생했다. 이는 유럽연합 가입 실패에 대한 국내적 반발을 대외적 정책과 노선의 실행 그리고 미국의 묵인하에 저질러진 튀르키예의 일방적 무력 도발이었다.
튀르키예의 지속되는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에 더하여 2020년 3월 11일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된 이후의 튀르키예 경제는 암울한 상황이 심화하였고 에르도안 정부는 물질적 자원을 수반하지 않으면서도 일시적으로나마 국내 반발과 정치 위기를 모면할 수 있는 방도를 찾게 되었다.
튀르키예의 코로나19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일일 2천여 명이 넘는 상황 속에서 에르도안 정부는 무슬림 민주주의에서 이슬람 민족주의로 정치 노선을 변경한 기조를 강화하여 내부적으로는 지지 세력을 규합하고 중도 세력을 달래면서 대외적으로 유라시아를 포함하여 전 세계 이슬람 국가 공동체를 주도적으로 형성하려는 차원에서 종교적 정체성 부활 전략을 실행에 옮기게 되었다.
에르도안 정부는 가장 효과적이면서 효율적인 이슬람 정체성 부활 전략의 대상으로 교육과 문화유산을 선정하고 동서양의 역사, 체제, 종교, 정치, 이념, 문화유산의 기억을 다층적으로 담고 있는 하기아 소피아의 박물관에서 모스크로의 전환을 단행하게 되었다.
이는 언론 매체에서 드러난 ‘주요 어휘 빅데이터’를 통해서 정치적 담론의 변화가 물질적 측면과 상징적 측면에서 하기아 소피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함으로써 살펴볼 수 있다.
타르한 등(Tarhan et al., 2022: 527-528)의 연구에 따르면, 하기아 소피아를 모스크로 전환하라는 최초의 대중적 요구가 나타난 1950년대부터 에르도안이 집권한 2002년까지를 ‘역사적 기간’이라 하고 2002년부터 2019년까지를 ‘현대적 기간’이라고 구분하여 하기아 소피아가 사회적, 정치적 활동에 어떻게 포함되는지를 비판적 담화 분석(critical discourse analysis, CDA)을 통하여 정부 관료들의 발언을 토대로 살펴보면, 하기아 소피아 기능에 대해서 두 기간 모두 대상 청중이 일반 대중이었으며 의회와 같은 제도적 환경에서보다는 제도적 기구 밖에서 발생하였음을 알 수 있다.
두 기간을 비교해 보면, 우선 하기아 소피아의 모스크 전환 관련 논쟁에서 종교 사무국의 역할이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2년 이후로 종교 사무국의 발언 수가 10%에서 27%로 증가하면서 강력하고 적극적인 참여가 이루어지고 있다(Tarhan et al., 2022: 528).
‘역사적 기간’에서는 국제와 문화간 관계를 중요시하는 어휘가 나타나며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의 과거는 거의 같은 비율로 언급된다. 특히 ‘모자이크(mozaikler)’, ‘이콘(tasvirler)’, ‘예술(sanat)’, ‘문화(kültür)’ 및 ‘박물관(müze)’이라는 어휘의 표출은 하기아 소피아의 역사적, 예술적 가치와 박물관의 공간 기능이 잘 인식되고 공유되고 있음을 보여준다(Tarhan et al., 2022: 529).
반면에 ‘현대적 기간’에서는 하기아 소피아의 오스만제국 역사가 강조되는 반면에 그리스도교 역사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으며 세계와 문화간 관련 어휘도 찾아보기 어렵다. 또한 이슬람 정체성과 종교적 기능 관련 어휘의 일관된 등장을 볼 수 있고 ‘박물관(müze)’, ‘예술작품(eser)’, ‘건축(mimari)’이라는 어휘의 빈도가 낮아진 반면에 ‘복원(restorasyon)’과 ‘보호(korunması)’라는 어휘가 등장하여 하기아 소피아가 세계유산의 지위가 아니라 오스만제국과 관련된 소속감이 강하게 드러남을 알 수 있다(Tarhan et al., 2022: 529).
타르한 등(Tarhan et al)의 연구를 통해서, 하기아 소피아의 모스크 전환의 문제가 제도적, 사회적 합의보다는 대중적 정서에 호소하는 포퓰리즘적 정치적 의도가 내재되어 있었다는 의심에 무게를 둘 수 있다.
에르도안이 정권을 잡은 2002년 이후의 정치적 담론 분석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에르도안 정부는 대내외 상황을 모면 또는 극복하는 방안으로 신오스만주의와 튀르키예식 유라시아주의에 입각한 이슬람교 정체성 부활과 인구의 99.8%를 차지하는 무슬림의 정서에 호소하는 정치 노선을 선택하여 하기아 소피아라는 공간에 새로운 구체적 역사화를 도모하였다.
이러한 에르도안 정부의 일련의 행보 속에서 마침내 2020년 7월 10일 하기아 소피아를 박물관에서 모스크로 전환한다는 행정명령에 에르도안 대통령이 서명함에 따라 7월 24일 하기아 소피아는 예정대로 모스크로 개방되어 1934년 모스크에서 박물관 전환 결정 이후 86년 만에 첫 이슬람 금요 예배가 이루어졌다.
한편 유네스코는 튀르키예 정부의 모스크 전환 결정에 관해서 대화나 사전 통보 없이 이루어짐에 대한 유감과 하기아 소피아의 보편적 가치 보존을 촉구하고 나섰다.
유네스코는 2020년 7월 10일 성명(UNESCO, statement on Hagia Sophia)을 통해서, “하기아 소피아는 건축학적 걸작이자 수 세기 동안 유럽과 아시아 간 상호작용에 대한 독특한 증언입니다. 박물관으로서의 위상은 유산의 보편적인 특성을 반영하고 대화의 강력한 상징이 됩니다.”라는 사무총장 오드리 아줄레이(Audrey Azoulay)의 말을 언급하면서 하기아 소피아의 지위 변경이 유산의 보편적 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국가는 변경 사항이 자국 영토에 있는 유산의 OUV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하기아 소피아를 보존하고 그 독특함과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유산과 관련된 공동체와 이해관계자의 효과적이고 포괄적이며 공평한 참여가 필요하다는 점을 상기하면서 이 요건은 유산의 OUV를 보호하고 전수하는 것이며 이러한 점은 세계유산협약(UNESCO, Convention Concerning the Protection of the World Cultural and Natural and Heritage, 1972, 이하 협약)의 정신에 내재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유네스코와의 사전 협의 없이, 유산에 대한 물리적인 접근, 건물 구조, 유산의 동산 또는 유산 관리에 영향을 미칠 어떠한 시행 조치도 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라고 강조한 유네스코 문화부 차관 에르네스토 오토네(Ernesto Ottone)의 말을 빌려 강조하면서 그러한 조치들은 1972년 세계유산협약에서 파생된 규칙들을 위반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국제기념물유적 협의회(ICOMOS)와 국제박물관 위원회(ICOM)는 2020년 7월 16일 공동 성명으로 접근성, 공유 유산의 중요성과 하기아 소피아의 다층적이며 문화적으로 풍요로운 보존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고, 2021년 7월 16일부터 31일까지 온라인으로 열린 제44차 세계유산 위원회의 ‘세계유산 보존 현황 보고서’(WHC/21/ 44.COM/7B.Add, 2021: 54-59)에서도 이러한 우려는 잘 드러나 있다.
보고서에 드러난 유네스코의 입장은 하기아 소피아가 세계유산 등재 시에 ‘박물관’이 필수 구성 요소였고 "두 대륙의 교차로”에 건설된 “비잔틴과 오스만 문명에 대한 증언”을 나타내는 상징성을 강조하면서 모스크 전환으로 인하여 접근 및 물리적 개입 문제와 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 진성성과 완전성에 대한 부정적 영향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다.
또한 세계유산협약 제5조와 운영 지침(UNESCO, Operational Guidelines for the Implementation of the World Heritage Convention, 2021, 이하 지침) 제119항에 따른 유산의 보호, 보존, 활용 관련 의무 그리고 지침 제172항에 따른 OUV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 사항에 대한 사전 통지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음을 지적하고 있다.
하기아 소피아의 지위 변화에 관한 유네스코 주장의 주요 쟁점은 협약 기본 이념적 측면, 협약과 지침 관련한 규범적 측면 그리고 유네스코가 유산을 통한 지구 공동체 발전과 평화를 추구하는 정책적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즉, 세계유산은 인류 공동의 유산으로서 협약 당사국이 국제사회와 함께 그 유산 보호에 협력하여 미래세대에 전승할 의무를 진다는 ‘세계유산협약 정신 준수’, 협약 당사국으로 이행해야 하는 OUV 훼손을 포함한 ‘세계유산의 손상 금지 의무’, 유산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대한 ‘공동체 참여’와 ‘사전 통지 의무’ 그리고 세계유산을 통한 ‘인류의 지속가능 발전 추진 목적 공유’로 정리해 볼 수 있다.
2020년 7월 10일 에르도안은 하기아 소피아를 박물관에서 모스크로 전환하는 행정 명령에 서명하면서 한 연설 선언문(Hagia Sophia Manifesto, 2020)을 통해서, “우리의 모든 모스크와 마찬가지로 하기아 소피아의 문은 현지인과 외국인, 무슬림과 비무슬림 모두에게 열려 있습니다. 인류 공동의 유산인 하기아 소피아는 계속해서 새로운 위상으로 모든 사람을 더 진실하고 더 독창적인 방식으로 품을 것입니다.”라고 언급하면서 튀르키예 사법과 행정 기관이 내린 이번 결정은 존중되어야 하며 튀르키예의 역사적, 법적 권리이고 하기아 소피아를 어떤 용도로 사용할 것인지는 튀르키예 주권에 관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2020년 7월 12일 그는 하기야 소피아의 모스크 환원에 대해 타국은 튀르키예의 주권 행사를 통한 정체성 회복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국제사회의 비판적 반응에 대해, 자국 내 이슬람포비아(Islamphobia)와 무슬림 차별을 방치하는 국가들이 튀르키예의 정당한 주권 행사를 비난하는 행위라고 반박했다(EMERiCs, 2020).
야우즈 셀림 크란(Yavuz Selim Kıran) 튀르키예 외무차관은 모스크 환원 조치가 세계유산협약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튀르키예의 입장을 재차 거론하면서 모스크라도 과거 그리스 정교회 성당 당시의 유산들이 훼손되지 않을 것이며 누구나 출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해당 협약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보유한 국가에 일정한 책무를 부여할 뿐, 해당 국가의 재산권과 주권을 침해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NEWSIS, 2020).
이브라힘 칼린(Ibrahim Kalin) 대통령실 대변인은 모스크로 전환된 이후에도 관광객은 예배 시간만 아니면 자유롭게 하기야 소피아를 방문할 수 있으며, 입장료 또한 내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하면서 내부의 정교회 모자이크 또한 예배 시간에만 가려지고 나머지 시간에는 방문객들에게 완전히 공개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EMERiCs, 2020).
튀르키예 정부 주장의 주요 쟁점은 기본적으로 하기아 소피아의 법적 지위와 사용 그리고 정체성에 관한 모든 문제는 1453년부터 튀르키예의 국내 문제라는 입장에서 출발하여 유네스코를 비롯한 외부의 개입과 비판의 시도는 튀르키예의 주권을 무시하는 것이라는 측면으로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튀르키예는 협약 제6조 제1항에 따라 ‘국내법에 따른 재산권 행사’이고 독립된 ‘주권에 의한 정체성 회복’이므로 협약을 위반하지 않았으며 ‘이스탄불 역사지구’ 명칭으로 세계유산 등재 시 하기아 소피아의 ‘사용 형태’에 관한 어떠한 조건도 없었고 모자이크 또한 예배 시간에만 가려지고 무료로 24시간 개방하여 ‘접근성’에도 문제가 없다는 점으로 구성할 수 있다.
Ⅴ. 주요 쟁점 분석
유네스코의 주장에 따른 5가지의 쟁점을 <표 2>와 같이 분석해 본다.
<표 2>에서 제시한 하기아 소피아의 모스크 전환에 따른 유네스코 주장의 쟁점과 분석 내용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협약은 거듭해서 ‘상호 이해’와 ‘협력’의 정신을 강조하고 있으며 세계유산에 등재된 유산에 다양한 형태의 변경이 발생하는 경우 당사국 유산 소관부서를 거쳐 유네스코의 사전 검토를 의뢰하는 절차는 전반적인 유산 관리에서 일반적으로 인식되어 있으므로, 상호 이해와 협력을 위한 소통에 있어서 유산 당사국인 튀르키예가 좀 더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여 갈등의 요소를 최소화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하기아 소피아의 박물관에서 모스크로 전환은 지침 제8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문화유산 가치에 대한 신뢰할 만하고 진실한 표현을 나타내는 진정성 평가 속성’ 가운데 ‘용도와 기능’의 변동으로 판단할 수 있으며 이는 의미와 정체성 변화로 이어져 하기아 소피아의 OUV 훼손에 관한 판단에 불리하게 작동하여 손상 금지 의무를 위반한 경우로 평가될 소지가 있다.
세계유산협약과 지침 이행에 있어 공동체의 역할 증대를 위한 공동체 참여는 강제성이 있는 ‘의무 규정’이 아니라 장려를 위한 ‘권고 규정’이므로, 튀르키예의 결정 이전 공동체와 이해관계자의 참여와 소통 미흡은 비난 가능성은 있으나 이 사유로 인하여 하기아 소피아에 대한 세계유산 관련 제재가 이루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다.
사전 통지와 협의가 없는 튀르키예 정부의 하기아 소피아의 모스크 전환에 관한 결정과 실행은 세계유산 관련 제재를 구성하는 요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기아 소피아의 모스크 전환 결정과 관련하여 튀르키예 정부가 내세운 ‘주권에 따른 재산권 행사’와 ‘정체성 회복’은 자국 중심의 논리에 치우쳐 협약 당사국이 준수해야 할 정신과 가치 그리고 정책을 도외시한다고 여겨질 수 있으며,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세계유산의 역할을 담은 ‘SDG 정책 문서’가 추진하는 핵심 부문의 하나인 ‘평화’를 배제하는 조치로도 비칠 수 있다.
튀르키예의 주장에 따른 4가지의 쟁점을 <표 3>과 같이 분석해 본다.
구분 | 내용 |
---|---|
쟁점 | 국내법에 따른 재산권 행사 |
분석 | 하기아 소피아의 모스크 전환은 협약 제6조 제1항에 따라 튀르키예 국내법에 근거하여 술탄 아흐메트 2세에게서 기증받은 종교재단(이하 waqf)의 정당한 재산권 행사라고 튀르키예 정부는 주장한다. 1922년 11월 1일 오스만 술탄체제를 폐지하고 1923년 7월 24일 로잔 조약으로 오스만제국의 후계 국가로서 국제적으로 주권을 인정받아 1923년 10월 29일 새로운 수도 앙카라에서 건국을 공식 선포한 튀르키예 공화국은 1924년에 632년 동안 이어져 오던 오스만 칼리프제도를 폐지하고 1928년에 헌법상 정교분리원칙을 천명하였다. 본 쟁점에 관해서는 두 가지 상반된 견해가 맞서고 있다. 하나는, 현재의 튀르키예 공화국의 정체성은 헌법과 삼권분립을 토대로 한 대의 민주주의 공화국이다. 튀르키예의 헌법 정신이 과거 오스만제국 시대의 술탄 정치 체제와 칼리프 종교 체제 폐지를 통한 정교분리원칙인 만큼 오스만제국의 waqf에 속한 재산권 행사라는 튀르키예 정부의 주장은 구시대 체제로의 회귀이며 정교분리원칙이라는 헌법 정신을 위반한 것으로 보는 견해이다. 다른 이견은 튀르키예 법원이 하기아 소피아가 waqf에 속한 재산임을 판결하였으므로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해야 하며 이에 대한 번복을 위해서는 소송을 통해서 새로운 사법부의 판단을 구해야 한다는 견해이다. 튀르키예는 삼권분립 체계 속에서 운영되는 민주공화국이 국체이므로 견해의 차이가 존재할 수 있으나 국제규범이나 정치적 수단으로는 사법부의 결정을 무시하거나 무효화할 수는 없으므로 하기아 소피아에 대한 재산적 권리(사용, 수익, 처분)는 waqf에 있으며 모스크 전환이라는 사용의 변동은 법적인 측면에서는 정당한 모양를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튀르키예 정부는 waqf에 속한 수백 개의 오스만 시대 건축물의 비참한 상태와 상업적 시설로 방치되고 있음을 무시하고 있으며, 2016년부터 waqf가 소유하고 운영한 17개 대학을 정치적 이유로 압수하고 폐쇄했다. 게다가, 비무슬림 소수 집단이 설립한 자선으로 신탁한 재산권 행사에는 제한을 가하는(Yasir Yılmaz, 2020) 상황은 협약 제6조 제1항의 국내법에 따른 정당한 재산권 행사라는 주장에 의구심을 생기게 하며 설득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쟁점 | 주권에 의한 정체성 회복 |
분석 | 튀르키예 정부는 하기아 소피아의 모스크 전환 결정과 조치와 관련해서, 튀르키예 사법과 행정 기관이 내린 이번 결정은 존중되어야 하며 튀르키예의 역사적, 법적 권리이고 하기아 소피아를 어떤 용도로 사용할 것인지는 튀르키예 주권에 관한 문제라고 주장한다. 어느 국가이든 그 국가의 독립된 주권은 존중되어야 하며 불가침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모든 권리가 그러하듯이 주권 또한 내재적 제한 또는 한계를 가지고 있으며 그 내용은 건국 이념을 반영한 헌법 정신이 하나이고 강제와 의무를 부여하는 국제규범이 다른 하나이다. 아타튀르크 정부의 하기아 소피아의 ‘모스크에서 박물관으로의 전환’은 문화를 통한 동서양의 상호 연대와 발전에 튀르키에 국민의 역할을 강조한 정교분리의 상징으로서 튀르키예 공화국의 건국 이념과 헌법 정신에 부합하는 주권 행사지만, 에르도안 정부의 ‘박물관에서 모스크로의 전환’은 정교분리의 건국 이념과 헌법 정신에 부합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또한, 튀르키예는 주권적 합의로 세계유산협약에 가입하였으므로 국제법상 해당 국제규범에 따라야 할 의무가 있다. 지침 제15항은 주권을 최대한 존중하면서도 관련 유산의 보호 활동 협력을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집단 이익을 인식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주권 행사에 있어서 국제사회 이익과 협력 차원에서 고려되어야 함을 규정하고 있는데, 모스크 전환으로 인한 갈등 촉발은 국제사회의 이익과 협력을 고려치 않은 주권 행사로서 국제규범 준수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앞서, 무형적 유산 가치 분석을 통해서는 ‘비잔틴/오스만-그리스도/이슬람-교회/모스크/박물관’ 그리고 포용적 유산 해석에 의해서는 ‘다양한 비잔틴과 오스만 문화가 상생하는 세계유산’으로 하기아 소피아의 정체성을 분석하였다. ‘정체성 회복’에서 에르도안이 주장하는 정체성은 ‘공화국-이슬람-모스크’로 상정해 볼 때, 하기아 소피아가 담고 있는 기억의 일부분만을 원용하는 결과를 초래함으로써 문화의 다양성 존중과 다층적 기억 표출이라는 유네스코의 가치와 정책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튀르키예의 주권에 의한 정체성 회복이라는 주장은 주권의 내재적 한계인 건국 이념과 헌법 정신 그리고 의무적 국제규범을 고려치 않은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유네스코의 가치와 정책에 벗어나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
쟁점 | 세계유산 등재 시 사용 형태 조건 |
분석 | 세계유산 이스탄불 역사지구는 등재 시 하기아 소피아에 대한 사용 형태에 대해서 별도의 조건을 담보하지 않았으며 등재 시 ‘Hagia Sophia Museum’이라 하지 않고 “Hagia Sophia”라고 표기되었다. 세계유산 등재 시 하기아 소피아에 대해서 ‘박물관이 필수 구성 요소’라는 유네스코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등재 시 ‘Hagia Sophia Museum’이라고 명칭을 명확히 기술해야 했다. 통상적으로 ‘Hagia Sophia’라고 불려 왔으며 등재 시 이코모스 평가 보고서에서 ‘St. Hagia Sophia’로 표기한 점과 이스탄불 역사지구에 지원된 재정 가운데 절반 이상이 하기아 소피아에 집행된 점으로 미루어, 하기아 소피아가 종교적 화합과 다양한 문화의 장소성을 지닌 ‘박물관’으로 남아있을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지만 등재 시 정확한 명칭과 사용 형태에 대한 제시와 서술이 없다는 점에서는 튀르키예 정부의 주장에 설득력이 있다 할 것이다. |
쟁점 | 접근성 보장 |
분석 | 모스크 전환 이후의 하기아 소피아에 대한 일반 대중의 접근은 무료로 24시간 개방되어 가능하지만, 하루에 다섯 차례의 이슬람 예배 시간에는 주요 모자이크가 천으로 가려지므로 실질적으로는 접근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박물관과 같이 중립적 공간이 아닌 모스크 종교적 공간이라는 근원적인 문제는 접근성에 지속적인 한계를 드러낼 것이다. 하기아 소피아의 전환으로 인한 접근성에 대한 제한은 세계유산에 대한 대중적인 인식과 교육을 저하하며 대중의 유산에 대한 접근성 제고를 위한 ICIP 등 유네스코의 여러 헌장과 선언 그리고 정책에 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
<표 3>에서 제시한 하기아 소피아의 모스크 전환에 따른 튀르키예 정부 주장의 쟁점과 분석 내용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튀르키예는 삼권분립 체계 속에서 운영되는 민주공화국이 국체이므로 견해의 차이가 존재할 수 있으나 국제규범이나 정치적 수단으로는 사법부의 결정을 무시하거나 무효화할 수는 없으므로 하기아 소피아에 대한 재산적 권리(사용, 수익, 처분)는 waqf에 있으며 모스크 전환이라는 사용의 변동은 법적인 측면에서는 정당한 모양를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주권은 내재적 제한 또는 한계를 가지고 있으며 그 내용은 건국 이념을 반영한 헌법 정신이 하나이고 강제와 의무를 부여하는 국제규범이 다른 하나이다. 에르도안 정부의 ‘박물관에서 모스크로의 전환’은 정교분리의 건국 이념과 헌법 정신에 부합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또한, 튀르키예는 주권적 합의로 세계유산협약에 가입하였으므로 국제법상 해당 국제규범에 따라야 할 의무가 있으며 모스크 전환으로 인한 갈등 촉발은 국제사회의 이익과 협력을 고려치 않은 주권 행사로서 국제규범 준수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앞서, 무형적 유산 가치 분석을 통해서는 ‘비잔틴/오스만-그리스도/이슬람-교회/모스크/박물관’ 그리고 포용적 유산 해석에 의해서는 ‘다양한 비잔틴과 오스만 문화가 상생하는 세계유산’으로 하기아 소피아의 정체성을 분석하였다.
‘정체성 회복’에서 에르도안이 주장하는 정체성은 ‘공화국-이슬람-모스크’로 상정해 볼 때, 하기아 소피아가 담고 있는 기억의 일부분만을 원용하는 결과를 초래함으로써 문화의 다양성 존중과 다층적 기억 표출이라는 유네스코의 가치와 정책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튀르키예의 주권에 의한 정체성 회복이라는 주장은 주권의 내재적 한계인 건국 이념과 헌법 정신 그리고 의무적 국제규범을 고려치 않은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유네스코의 가치와 정책에 벗어나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세계유산 등재 시 하기아 소피아에 대해서 ‘박물관이 필수 구성 요소’라는 유네스코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등재 시 ‘Hagia Sophia Museum’이라고 명칭을 명확히 기술해야 했다. 등재 시 정확한 명칭과 사용 형태에 대한 제시와 서술 없이 ‘Hagia Sophia’로 표기된 점에서는 튀르키예 정부의 주장에 설득력이 있다고 할 것이다.
모스크로 전환으로 실질적으로 대중의 접근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박물관과 같이 중립적 공간이 아닌 모스크 종교적 공간이라는 근원적인 문제는 접근성에 지속적인 한계를 드러낼 것이다.
하기아 소피아의 전환으로 인한 접근성에 대한 제한은 세계유산에 대한 대중적인 인식과 교육을 저하하며, 대중의 유산에 대한 접근성 제고를 위한 ICIP 등 유네스코의 여러 헌장과 선언 그리고 정책에 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Ⅵ. 맺음말
2020년 7월 10일 하기아 소피아를 박물관에서 모스크로 전환한다는 행정명령에 에르도안 대통령이 서명함에 따라 7월 24일 하기아 소피아는 예정대로 모스크로 개방되어, 튀르키예 국부인 아타튀르크 대통령이 1934년 모스크에서 박물관으로 전환을 결정한 이후 86년 만에 첫 이슬람 금요 예배가 이루어졌다.
이를 계기로 튀르키예는 하기아 소피아를 둘러싸고 여러 서방 그리스도교 국가, 유네스코와 갈등을 빚고 있으며 동서양의 다양한 문화와 다층적 기억을 표출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과 감정 그리고 정체성을 생성한 하기아 소피아는 그 갈등의 한가운데 있다.
이 글은 국내의 유산 해석 연구를 통해서는 하기아 소피아의 정체성 분석을, 해외 역사적, 정치적, 이념적 연구 자료는 하기아 소피아의 전환이 촉발된 배경을 모색하는데 적용하였고, 지금까지 국내외 연구에서 아직 찾지 못한 유네스코와 튀르키예 사이의 논쟁을 쟁점별로 정리하여 이를 분석함으로써 좀 더 실효성 있는 자료 도출을 드러내고자 하였다.
유네스코와 튀르키예 사이의 주장에 따른 쟁점별 분석을 위해서 하기아 소피아의 문화유산 가치를 살펴보고, 쟁점별 분석을 함에 있어 중요한 판단과 내용을 구성하기 위해 무형적 유산 가치 분석과 포용적 유산해석설명 측면에서 하기아 소피아의 정체성을 분석하였다.
무형적 유산 가치 분석을 통한 하기아 소피아의 정체성을 ‘비잔틴/오스만-그리스도/이슬람-교회/모스크/박물관’으로 포용적 유산해석설명을 통해서 ‘다양한 비잔틴과 오스만 문화가 상생하는 세계유산’을 도출하였다.
튀르키예가 모스크 전환 결정과 추진함에 있어 국내외 정치, 외교, 민족, 종교, 이념적 측면에서 직·간접적으로 미칠 수 있는 요인을 ‘튀르키예의 대내외 지형과 정세’, ‘문화유산과 정치적 담론’ 그리고 ‘하기아 소피아의 모스크 전환과 첫 금요 예배’로 구분하여 갈등의 배경을 제시하였다.
하기아 소피아의 유산 가치와 정체성 그리고 갈등 배경을 토대로 유네스코와 튀르키예 사이의 갈등을 쟁점별로 정리하여 분석의 기준과 내용을 문화유산 측면을 중심으로 분석하였다.
유네스코의 주장에 따른 쟁점은 ‘세계유산협약 정신 준수’, ‘세계유산 손상 금지’, ‘공동체와 이해관계자 참여’, ‘사전 통지와 협의’ 그리고 ‘지속가능 발전 정책 협력’ 측면으로, 튀르키예의 주장에 따른 쟁점은 ‘국내법에 따른 재산권 행사’, ‘주권에 의한 정체성 회복’, ‘세계유산 등재 시 사용 형태 조건’과 ‘접근성 보장’ 측면으로 구분하여 분석하였다.
하기아 소피아의 모스크 전환으로 인한 갈등의 표출에는 문화적 담론 외에 정치적, 종교적 그리고 이념적 담론의 개입으로 현실적인 갈등 해결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오히려 정치, 외교, 종교적인 성급한 갈등 해결 접근 방법은 단기적인 미봉책에 그치고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도 있다. 조금 더 긴 호흡으로 세계유산 등재부터 보존 및 관리체계에 대한 전반적인 세계유산시스템을 검토하고 갈등 유산 해결을 위한 국제적인 기구로서 WHIPIC의 효과적인 운영 그리고 갈등 유산에 관한 심도 있는 연구를 통한 근원적이고 장기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지금까지 인류에게 많은 영감과 기억 그리고 정체성을 부여해 주었던 하기아 소피아는 다시금 새로운 갈등 유형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이제는 우리가 화해와 소통, 협력으로 지혜를 모아 하기아 소피아에게 답을 해야 할 때이다. 이 글이 하기아 소피아에게 전달해 주는 답변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