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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지역문화 거점공간의 문화예술 ‘접근성’에 대한 새로운 실천: ‘미크로-폴리(Micro-Folie)’ 사례를 중심으로

민지은1, 박신의2,
Ji Eun Min1, Shin-Eui Park2,
Author Information & Copyright
1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2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1Visiting Professor, Graduate School of Business, Kyung Hee University
2Gohwang Emeritus Professor, Graduate School of Business, Kyung Hee University
*Corresponding Author : Gohwang Emeritus Professor, Graduate School of Business, Kyung Hee University E-mail: lunapark@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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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eived: Jun 07, 2023; Revised: Jun 21, 2023; Accepted: Jul 25, 2023

Published Online: Jul 31, 2023

국문초록

본 논문은 문화예술 향유를 위한 접근성 향상을 사회적 포용 관점에서 접근한 프랑스 문화정책의 새로운 시도와 실천 방향을 제시하는 데 연구의 목적을 둔다. 이를 위해, 지역 간 문화 격차를 극복하기 위한 물리적 접근성을 해결함과 동시에, 지역사회의 비관객 및 지역주민의 문화적, 사회적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사회적 포용을 구현한 ‘미크로-폴리’ 사례를 분석하고자 한다. ‘미크로-폴리’는 12개 국립문화시설과 협정을 맺고, 그 기관의 소장품을 디지털화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디지털 박물관 형태를 핵심 기능으로 두고 출발한 것이다. 하지만 박물관 기능 외에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문화거점 공간 기능을 덧붙이면서 지역문화 활동의 복합적 면모를 수용한다. 새롭게 설치하더라도 모듈형이라는 점에서 비용이 저렴하고, 도서관이나 쇼핑몰 등의 여유 공간을 활용하는 방식을 통해 생활형 공간으로 접근성을 높여가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또한, 원본이 아닌 디지털 콘텐츠로 체험하는 향유방식 역시 접근성 논의에 중요한 쟁점을 제공한다. 그런 점에서 ‘미크로-폴리’는 프랑스 정부가 그동안 시행해 왔던 접근성 논의의 성과를 집결한 형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문화진흥정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Abstract

This study explored new attempts and practical directions for French cultural policy to improve cultural accessibility from a social inclusion perspective. To this end, we analyzed the case of “Micro-Folie,” which embodies social inclusion, to narrow the cultural and social distance from “non-public” and local residents while resolving physical access to overcome the cultural gap between regions. “Micro-Folie” started in the form of a digital museum that has signed agreements with 12 national cultural institutions and provides digitized versions of their collections. However, in addition to the museum’s function, it accommodates complex aspects of local cultural activities by functioning as a cultural hub space in which local residents participate. It is also noteworthy that even as a new installation it is inexpensive because of its modular nature and can improve accessibility as a life-friendly space by utilizing free spaces, such as libraries and shopping malls. In addition, the method of experiencing digital content, rather than the original content, is also an important issue in the discussion of accessibility. In this respect, “Micro-Folie” has great implications for regional cultural promotion policy, as it can gather results for accessibility discussions based on the French government’s policies implemented so far.

Keywords: 미크로-폴리; 접근성; 사회적 포용; 디지털 박물관; 문화매개
Keywords: micro-folie; accessibility; social inclusion; digital museum; cultural mediation

I. 서론

프랑스 문화정책에서 핵심 요소는 단연 접근성(accessibilité)에 있다고 할 것이다. 앙드레 말로로부터 시작된 접근성은 ‘가능한 많은 사람’이 예술을 차별 없이 접하게 하는 것이었다. 접근성 개념은 일차적으로 문화유산으로서의 예술창작물을 체험하고 즐기도록 하는 것을 의미하지만, 내적으로는 누구를 대상으로 하느냐를 논하는 대중(grand public)의 문제, 얼마나 다양한 계층에게 효율적으로 향유 기회를 제공할지를 고민하는 ‘문화매개(médiation culturelle)’ 문제, 중앙집중에 치우친 프랑스 문화정책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문화의 지방분권화(décentralisation) 문제, 문화 민주화(démocratisation de la culture)에 따른 좁은 의미의 문화 범주를 넘어서기 위한 정책 담론 등이 내포되어 있다.

하지만 문화 민주화로 대변되던 접근성은 앙드레 말로(André Malraux)의 기대와 달리 소수 향유층에 집중되면서 여타 계층을 배제하는 문제를 불러왔고, 즉각적으로 이에 대한 정책적 대응이 따랐다. ‘사회문화촉매(animation socioculturelle)’와 ‘문화활동(action culturelle)’, ‘문화개발(développement culturel)’ 등으로 대응하면서 문화 민주화로 인해 확장될 수 없었던 실질적인 향유 계층의 확대를 꾀하고자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점차로 일방적인 문화 체험과 만남이 아니라, 이민자와 소외계층, 장애인, 청소년, 농촌 지역주민 등이 참여함으로써 문화를 즐기는 방식의 접근성을 구현하는 문화 민주주의(démocratie culturelle) 요소가 녹아났다. 접근성을 어렵게 만드는 장애 요소에 대한 사회 구조적 파악과 정책적 해결을 찾아내는 전 과정에 대한 성찰이라는 점에서 접근성 이슈의 실천적 맥락이 분명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접근성을 실현하는 문화예술시설의 역사도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다. 1960년대 ‘문화의 집(Maison de la culture)’을 출발점으로 하여 70년대에는 그것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도입한 ‘문화활동센터(Centres d’action culturelle)’로, 이어서 ‘문화개발센터(Centres de développement culturel)’로, 그리고 90년대 ‘센느 나시오날(Scènes nationales, 국립무대)’로 이어졌고(Waresquiel, 2001; 558), 21세기에 들어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미크로-폴리’(Micro-Folie)로 이어졌다고 하겠다. 실제로 ‘미크로-폴리’를 기획한 디디에 퓌질리에(Didier Fusillier)는 “미크로-폴리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오히려 앙드레 말로가 모두에게 예술을 전파하려 했던 ‘문화의 집’ 이념을 적용한 것일 뿐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Sorbier, 2020).

‘미크로-폴리’는 12개 국립문화시설과 협정을 맺고, 그 기관의 소장품을 디지털화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디지털 박물관 기능을 갖추고 있다. 특히, 시설의 설치가 용이해 많은 지역에서 손쉽게 건립하고, 지역민의 참여를 주도하는 지역거점 문화공간으로 기능을 더함으로써, 문화 민주화의 목표를 이루면서도 지역민 참여를 통한 문화향유계층 확산을 이루는 효과를 얻어낸다. 그런 점에서 기존의 지역 기반 문화예술시설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본 논문은 ‘미크로-폴리’를 접근성 논의의 총합으로 보고 지역문화진흥의 모델로 간주하는 가운데, 그간 프랑스 정부가 일구어온 접근성 논의의 여정을 살펴보면서 궁극적으로 지역문화 거점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조명하는 데 연구의 목적을 둔다. 이를 위해 문화 민주화의 ‘모두를 위한 문화(Culture pour tous)’ 이념이 어떻게 한계를 드러내고, 또 이를 극복해 갔는지를 추적하면서 21세기 디지털 기술 활용과 더불어 변화된 문화예술시설 및 문화향유 방식을 정리하고자 한다. 특별히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우리 사회에서도 변화된 문화예술시설과 향유방식이 의제로 제기된 가운데, ‘미크로-폴리’를 통해 유의미한 지점을 얻어낼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II. 프랑스 문화정책에서의 접근성과 사회적 포용 담론

1. 모두를 위한 문화 vs. 개개인을 위한 문화

1966년 10월 27일, 앙드레 말로 장관(1959~1969년 재임)은 국회 연설에서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대변하는 ‘모두를 위한 문화’를 넘어 ‘개개인을 위한 문화(Culture pour chacun)’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발표하였다. “한편으로는 모두가 한 방향으로 가도록 돕는 것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무언가를 얻을 권리가 있음을 믿는 각각의 모든 사람에 관한 것입니다. 저는 분명히 말합니다. 우리는 ‘개개인을 위한 문화’를 시도합니다.”(Pfister & Lacloche, 2010; 4).

이러한 발언은 곧 앙드레 말로가 내세운 문화 민주화에 따른 접근성의 한계를 인지하고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명이라 할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모두를 위한 문화’는 1959년 문화부 출범 초기, 앙드레 말로가 추구한 문화 민주화 실현을 위한 문화 엘리트주의적 개념이었다. 앙드레 말로는 ‘문화의 집’을 대성당에 비유하고 사람들이 승화를 경험하기 위하여 대성당에 모이는 것처럼 ‘문화의 집’을 가장 좋은 것을 체험하고 만날 수 있는 장소로 정의한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소위 고급문화를 향유하는 계층은 지극히 제한적이고, 특히 젊은이들이 문화예술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현실을 직시하면서 ‘모두’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행해진 것이다.

문화예술의 접근성을 추구함에 있어 비관객(non-pubic)이 존재하게 되는 요인은 개인의 문화적 역량을 고려하지 않거나, 사회 변화에 따른 문화 개념 및 영역 확장이나 경제적 요인과 같은 사회 구조적 요인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물리적 접근성만을 추구한다는 데 있다. 1960년대 유럽은 공공기관의 개입을 통한 완전 고용정책으로 강력한 경제 성장을 경험하였다. 당시, 프랑스 정부의 문화정책은 전 국민이 문화예술을 접하고 향유할 수 있도록 지방 도시에 문화예술시설을 확충하는 등 물리적 접근성을 높이려는 데 주력하였다. ‘모든 프랑스인이 차별 없이 누구든지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한다’라는 문화향유 기회 제공의 평등성을 강조한 것이다. 앙드레 말로는 ‘문화의 집’ 설립과 엘리트 예술의 양적 확장에 힘씀으로써 접근성 문제를 지역발전의 불균형에서 바라보고, 지방문화 분권 실천과 연계하였다.

하지만 작품의 미적 가치 전달을 우선시함에 따라 향유자의 문화적 지식과 경험의 정도를 고려하지 않은 채, 작품 감상을 돕는 교육과 매개 활동은 제외시켰다. 앙드레 말로 시절의 문화는 그야말로 ‘보물(Trésor)’로 간주되는 엘리트 예술이었고, 그 예술조차도 어떠한 매개 기능 없이 직관적으로 감지할 수 있는 이른바 ‘예술의 즉각성(L’immédiateté de l’art)’에 기반한 것이었다(Rigaud, 1996; 49). 말로의 예술관은 교육적 개입이 오히려 누구에게나 잠재해 있는 문화 역량을 일깨우는 데 방해가 된다고 보았고, 대중이 감수성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작품과 대면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보는 입장이었다(Waresquiel, 2001; 10-11). 그럼에도 ‘모두’가 여러 사회경제적 요인으로 방문이 어렵고, 또한 계층 간 문화 수용의 차이가 엄연한 가운데 문화예술시설 확충을 통한 물리적 접근성 향상은 오히려 사회계급 간 격차만 더 커지는 사회적 배제를 가중시켰다(Barrère & Mairesse, 2015).

결국, 1968년 5월, 문화의 집 관장들은 3주간 빌뢰르반의 ‘시테극장(Théâtre de la Cité de Villeurbanne)’에서 프랑스 공공 문화서비스가 나아갈 방향을 논의한 후, 5월 25일에 교육, 창조 및 문화적 행동이라는 세 가지 핵심 사항에 대한 “빌뢰르반 선언문”을 작성하게 된다. 본 선언문은 문화장소에 가지 않는 비관객을 만나고자 하는 욕구, 진정한 ‘문화활동’ 확립의 필요성 등 문화 접근을 성찰하고 있기에 오늘날까지 중요한 문서로 남아 있다(프랑스 국립시청각연구소, 2008). 그리고 1960~1970년대, 문화를 통한 대중의 자발적 활동을 중시하는 ‘문화 활동’이 등장하게 한다. 문화 민주주의 개념을 지지하는 ‘사회문화촉매’가 대중으로부터 문화를 끌어오려 한다면, ‘문화활동’은 문화 민주화 관점에서 대중을 문화로 끌어오게 하기 위한 활동을 의미한다. 그리고 ‘문화의 집’은 ‘문화활동센터’라는 새로운 시설로 전환되면서 ‘문화의 집’의 목표를 계승하는 가운데, ‘평등’이 아니라 지역의 고유한 요구를 담아낸다는 장치가 부가되는 변화를 갖는다(Waresquiel, 2001; 377).

정책의 부분적 실패를 겪은 프랑스 정부는 자크 뒤아멜(Jacques Duhamel) 장관(1971-1973년 재임) 주도하에 ‘문화개발’이라는 공식 입장을 낸다. 말로의 정책 기조는 유지하되, 물리적 접근에 국한하지 않는 문화를 통한 일상생활의 여건 개선과 대중의 자율적 창작활동을 권장하는 차원을 부각하였다(Waresquiel, 2001; 11). 그리고 새로운 기관인 ‘문화활동센터’에서 이를 구현하기에 이른다. 이에 따라 70년대 이후부터는 예술가와 지역주민이 함께 하고, 아마추어 문화활동을 지지하는 등의 문화 민주주의 개념 정착이 시작하게 된다. 말로가 교육활동을 배제한 것과는 달리, 1970년대에 들어서 ‘문화개발’ 철학에 따라 교육활동이 강조되며 이후 등장한 정책들에서도 교육 기능이 부가되었다.

이러한 문화 민주주의의 수용은 1980년대 자크 랑(Jack Lang) 장관에 의해 본격화된다. 그는 문화예술정책 지원 범위를 고급문화에 한정하지 않고, 그동안 지원에서 소외되었던 대중문화, 아마추어 예술 활동, 지역문화까지 확대한다. 문화 다양성을 인정함으로써 고급문화라고 불리는 예술작품의 보급에서 벗어나 그동안 공적 지원에서 소외된 문화예술영역까지 지원을 확대한 것이다. 그리고 개인의 문화적 역량으로 인해 발생하는 개인과 새로운 문화 간의 간격을 좁히기 위한 방법론으로 ‘문화매개’ 개념이 등장한다(지영호·민지은, 2015).

그리고 말로가 천명한 ‘개개인을 위한 문화’는 프레데릭 미테랑(Frédéric Mitterrand) 장관에 의해 다시 한번 강조된다. 2010년, 미테랑 장관은 문화부를 재정비하며 ‘모두를 위한 문화에서 개개인을 위한 문화로의 이동’을 정책 방향으로 잡는다. 이는 소외된 계층과 젊은이들이 계속해서 엘리트 문화를 기피할 것이라는 모두가 부인할 수 없는 그동안의 문화 민주화 정책의 실망스러운 결과에서 시작한다(Herberg, 2010). 그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화는 출신, 환경, 영토, 감수성, 심지어 세대와 관계없이 모든 사람의 특수성, 성격, 차이에 영향을 미쳐야 하므로… 사람들에게 문화를 가져다주는 것뿐만 아니라 그들을 참여시켜야 한다”면서 ‘개개인을 위한 문화’의 당위성을 밝힌다(프랑스 문화부, 2010).

미테랑 장관은 ‘개개인을 위한 문화’를 전통적인 연극 또는 더 혁신적이거나 실험적인 연극, 발레와 현대 무용, 서커스, 클래식 음악이든 대중음악이든 또는 슬램이든, 모든 사람이 자신이 좋아하는 예술을 찾아갈 수 있는 읽기 쉬운 지도로 묘사한다. ‘개개인을 위한 문화’는 개인 스스로가 문화를 선택하고 자기 즐거움에 따라 원하는 대로 구성할 수 있도록 문화의 서로 다른 형태를 식별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서로 다른 형태의 혼재를 경멸하지 않아야 함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개개인을 위한 문화’가 소비주의에 빠져 예술의 질적인 부분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네트워크에서 나오는 좋은 아이디어를 가능한 한 많이 경청하며, 이를 지원하고 실질적인 의미를 부여하여 문화예술을 증진함으로써 질적 가치가 보장된 문화예술 향유 중심으로 돌리는 것을 의미한다(Mitterrand, 2010). 나아가 ‘모두를 위한 문화’가 일종의 ‘지적 합의’로 이해된다면, ‘개개인을 위한 문화’는 문화 다양성과 역동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정리된 바 있다(Pfister & Lacloche, 2010; 7).

2. 접근성의 다른 관점, 사회적 포용

사회적 포용에서 포용의 이슈는 사회적 배제에 대한 상대적 개념과 현상에서 제기됨에 따라, 사회적 포용을 연구하는 대다수 학자는 사회적 배제를 정의하는 것에서부터 포용 개념을 구체화한다(박신의 등, 2020). 사회적 배제는 사회문제가 반드시 경제적 요인(빈곤)만이 아니라, 노동시장에 대한 접근과 문화적 측면, 더 나아가 사회 내에서(사회 공동체 속에서)의 삶의 참여 등 사회적 제반 요인으로 발생함을 이해하는 것이다(Barrère & Mairesse, 2015). 1960년대 프랑스에서 대두된 사회적 배제에 대한 담론(Klanfer, 1965)1)은 1990년대 프랑스와 유럽연합을 중심으로 확산하였고, 2000년대 한국을 비롯하여 아시아 국가들에까지 사회적 배제 논의에 관한 관심이 증가하였다(서우석·양호석, 2013).

특별히 문화예술 분야에서의 사회적 배제는 곧바로 접근성에 대한 문제로부터 주어졌다. 이는 기존 문화 민주화의 접근성 방식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자, 비관객에 대한 사회학적 접근에 따른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를 테면 장애인의 문화예술시설 접근성 문제에서 이주민이나 난민이 거주국의 문화를 접할 기회가 차단되는 문제, 문맹인이 박물관 관람을 할 수 없는 상황 등이 그것이다. 사실 박물관이 여러 가지 방식으로 그것의 기원에서부터 제도화된 배제의 표상으로 존재해 왔으며(Sandell, 1998), 보다 근본적으로 박물관이 문화 자본 원리와 관련하여 사회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박물관은 ‘성스러운 장소’로서 제의와 문헌을 읽을 줄 아는 사람들에게 허용된 곳이며, 그 지식에 접근할 수 있는 특권층과 관련되어 있었다(Duncan, 1995). 심지어는 교육과 더욱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데, 교육을 덜 받은 사람(낮은 계급, 낮은 수입의)에 속하는 비방문객은, 박물관이 자신들을 배제한다는 느낌을 얻는다(McLean & O’Neill, 2007; 218).

프랑스의 경우, 이러한 문제를 풀기 위한 노력이 90년대 들어 주어졌다. 사회적 배제는 단순히 물질적 자원 부족만이 아니라, 사회 참여, 문화·교육자본 부족, 서비스에 대한 접근 제한 등 그 요인이 다양하지만, 1980년대 실업률이 증가하고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배제가 폭넓은 사회 변화, 그중에서도 노동시장 변화에 뿌리를 둔 문제로 점차 인식되기 시작하였다(Paugam, 1995).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연합 내에서 보상이 따른 노동은 사회통합의 주요 방식으로 간주되었고(Atkinson, 2000), 이에 따라 1997년, 조스팽(Jospin) 정부는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특별히, 사회적이든 문화적이든 매개에 중점을 둔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시도하였다(Benabent & Nathan, 1997).

이러한 배경 속에서 1990년대 중반 청년 고용정책을 펼친 프랑스에서는 당시 신흥직업인 문화매개자(Médiateur culturel)가 등장한다. 이는 청년 실업을 해결하고 사회적 배제 요인에 대해 공동으로 대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문화매개자는 취약 지역에서 활동을 시작하도록 모집되었고, 이어서 지자체로 확산하였다(Aboudrar & Mairesse, 2016). 문화정책 측면에서 ‘문화매개’는 프랑스 국민의 문화예술 접근성 향상을 위한 문화 민주화 정책 실현의 주요 도구이다. ‘문화매개’는 문화예술과 향유자 간 관계 맺음을 통한 지속적인 향유를 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므로 문화예술의 보급보다는 향유자의 수용에 더 집중한다. ‘모두’로 통칭된 하나의 관객이 아니라, 각각의 삶의 토대 속에서 다양한 환경을 갖는 ‘개개인’으로서의 향유자를 연결하는 것이다. 문화예술을 향한 물리적 접근성을 강조한 정책의 실패를 경험한 프랑스 정부는 문화예술과 대중 간 만남의 방식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것이다.

다른 한편, 문화를 통한 사회적 배제는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사실 문화 민주화 정책의 가장 큰 걸림돌은 문화 그 자체였다(Godin, 2011). 이전 정책들은 모든 사람이 예술창작과 문화유산과 관련된 문화를 공유하도록 하는 제도적 메커니즘 구축에 집중해 왔기 때문에 대중문화 영역을 고려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는 수월성과 가치를 앞세워 문화를 공식화하면서 그 문화로부터 소외된 사회 집단을 배제함으로써 문화에 의한 차별이 벌어지는 사회적 위협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소외된 집단은 자신의 문화가 제도화 혹은 공식화되고 문화부로부터 인정받기를 거부하기도 한다. 특히, 젊은이에게서 유발되는 이러한 투쟁은 그들이 처한 상황이나 장소와 관계없이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준다(Pfister & Lacloche, 2010).

이러한 차원에서 문화매개자는 단순히 개인의 문화적 역량을 개발하는 책무만이 아니라, 개인의 문화 기본권을 수호하기 위해 사회적 배제에 대응한 포용의 의무를 동시에 지닌 것이다. 문화매개자에게 사회적 포용 실천은 향유자의 문화예술 접근성 강화를 위한 주요 과업 중 하나이다(Saada, 2011). 사회적 포용은 지역사회 내에서 소속감과 가치의 감정(자각)을 확립하거나 재확립하는 데 기여한다. 또한, 모든 사람이 존엄한 생활 조건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자원과 서비스에 접근하여 적극적으로 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둔다. 따라서 점점 더 많은 조직이 이러한 포용 욕구의 매개체로서 ‘문화매개’를 받아들인다(Fourcade, 2014).

3. 디지털 기술 활용을 통한 접근성 강화

‘개개인을 위한 문화’ 실현은 모두를 한 방향으로 이끄는 정책에 비해 더 많은 자원을 필요로 한다. ‘개개인을 위한 문화’를 전면에 내세운 미테랑 장관은 문화 민주화를 위한 디지털 기술의 활용을 주요 정책과제로 삼았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부분은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많은 사람에게 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접근성을 높이는 데 매우 유용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또한, 디지털화된 문화예술은 콘텐츠로 기능함으로써 새로운 관객 개발 구도가 가능하며, 동시에 콘텐츠 활용 교육 기능을 통해 문화예술 접근성을 위한 사회적 포용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미테랑 장관은 2010년 신년 연설에서 ‘개개인을 위한 문화’라는 최우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문화예술의 디지털화를 문화 분야의 주요 과제이자 정책의 주요 축으로 삼겠다고 발표했다. 프랑스 미래전략투자위원회(Commission du grand emprunt)는 프랑스 문화유산과 예술작품의 디지털 보존과 보급을 위해 7억5천만 유로 이상을 지원하였고, 인터넷은 새로운 문화자원의 유통망이 되었다(프랑스 문화부, 2010). 디지털 콘텐츠가 실물을 대체할 수는 없지만, 접할 수 없었던 문화유산을 발견하고 실물을 보고자 하는 욕구를 자극함으로써 또 다른 형태의 지속 가능한 동반 성장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였다.

박물관에서의 디지털 기술 활용은 관람객이 소장품을 감상하는 장소에 따라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소장품 감상을 위해 박물관을 찾아온 관람객으로, 이들은 박물관 내에 있는 인터랙티브 장치와 디지털 도구를 활용하여 소장품과 상호작용을 통해 학습하거나 놀이를 즐긴다. 두 번째는 박물관을 찾지 않는 비관객이다. 이들은 물리적 제약으로 인해 박물관을 찾지 못하거나 박물관과 소장품 자체에 관심이 없는 경우다. 따라서 이들은 굳이 박물관이 아니더라도 어디서든 소장품을 콘텐츠로 접하면서 소장품과 만나게 된다. 다만 원본으로서의 작품이 아니라는 점에서 향유방식은 간접 체험이 될 것이다. 간접 체험이란 예술에 대한 인지적 차원의 접근이고, 따라서 예술을 직접 체험이 아닌 지식과 콘텐츠로서 접하게 되며 결과적으로 실제 예술관람에 대한 동기를 유발하는 등의 효과를 가져온다(박신의, 2022; 9).

또한, 디지털화된 소장품을 통한 향유방식 전환을 그 자체로 독자적인 향유방식으로 특화할 수도 있다. 실제로 VR, AR 실감 콘텐츠가 있고, 콘텐츠를 다양한 형태의 미디어아트로 가공할 경우 게임과 같은 방식으로 참여하면서 즐길 수 있으며, 나아가 관객 스스로 명화를 가공하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아 새로운 콘텐츠로 생산할 수도 있다. 향유자의 기호에 따라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또 다른 차원의 관객 주도형 향유방식을 취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소장품에 친숙함을 느끼고 흥미를 끌어오기 위하여 온라인 예술실습, 가상현실, 증강현실, 게임, 팟캐스트 등 개인의 다양한 기호를 반영한 형태로 디지털 콘텐츠를 제공할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디지털 기술 활용은 개개인의 특성을 반영한 새로운 향유방식을 제공함으로써 ‘개개인을 위한 문화’에 한 걸음 더 다가간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비관객이 존재한다. 2018년 3월 30일, 프랑수아즈 니센(Françoise Nyssen) 프랑스 문화부 장관은 ‘당신 가까이 있는 문화(Culture près de chez vous)’정책을 위한 추진 계획을 발표하였다(Escudié, J.N.,2018). 이를 위해, 지역별 공공문화시설 지도를 제작하여 인구 1만 명당 1개 미만의 공공 문화시설이 있는 86개 지역을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백색’으로 표시한 후, ‘우선 문화보급지역(Territoires culturels prioritaires)’으로 지정하였다. 그리고 국립 문화시설과 협력하여 총 200개의 ‘미크로-폴리’ 건립 프로젝트를 계획하였으며, 2019년 니센에 이은 프랑크 리에스터(Franck Riester) 문화부 장관은 국가적 차원에서 ‘미크로-폴리’ 설립을 지원하여 연간 200~300개 개관, 2022년까지 1,000개 개관으로 목표를 상향 조정하였다(프랑스 문화부, 2019).

III. 미크로-폴리 사례를 통한 새로운 접근성

1. 미크로-폴리 개요

‘미크로-폴리’는 디지털화한 프랑스 국립 문화시설들의 소장품을 프랑스 전 지역에서 관람할 수 있도록 설계된 디지털 박물관을 기반으로 한다. 건축가 베르나르드 추미(Bernard Tschumi)가 설계한 ‘라빌레트 공원(Parc de la Villette)’의 ‘폴리(Folies)’2)에서 영감을 받아 2017년, 프랑스 파리 근교의 스브랑(Sevran)에서 실험적인 프로토타입을 시작하였다. ‘미크로-폴리’ 건립 프로젝트는 프랑스 문화부의 ‘문화 백색 지역(Zones blanches culturelles)’ 대응 정책으로 박차를 가하게 된다. ‘미크로-폴리’는 이미 존재하는 공간(미디어 라이브러리, 문화센터, 유적지, 쇼핑센터 등)에 입주할 수 있는 모듈식 형태로, 간단한 설치와 낮은 비용을 원칙으로 한다. 최소한의 전기 콘센트와 인터넷망 시설만 갖추고 있다면 운영할 수 있기에 2023년 5월 30일 기준, 전 세계 341개(프랑스 내 300개)가 개관하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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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유럽 내 미크로폴리 현황 자료: 라빌레트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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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크로-폴리’ 거버넌스 구조는 라빌레트,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 미크로-폴리 협회, 민간기업 간 협정을 맺어 운영한다. ‘미크로-폴리’의 콘셉트는 라빌레트가 제공하지만, 운영에 필요한 사항은 문화부가 지원하고 지자체가 보증한다. 즉, 운영에 필요한 재정은 정부, 관할 경시청, 지자체에서 예산을 담당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자체는 ‘미크로-폴리’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시민들에게 무료로 제공함으로써 공공문화서비스 업무의 일부를 ‘미크로-폴리’로 위임할 수 있다. 박물관 운영을 책임지는 박물관장은 지자체 소속 공무원이지만, 박물관장의 활동은 라빌레트와의 파트너십 프레임워크 내에서 이루어진다. 그 밖에, 연대와 교육, 사회적 약자의 구직활동 등을 미션으로 하는 민간재단(예:프랑스 전력재단 Foundation EDF, 오랑쥬 재단 Orange Foundation)과 협력 관계를 통해 활동을 공유한다.

‘미크로-폴리’를 개관하고 싶은 지자체는 ‘미크로-폴리’가 입주할 수 있는 공간이나 토지를 확보하여 라빌레트에 개관 지원을 요청한다. 그 밖에 컴퓨터, 공용 WiFi, 프로젝터, 대형 스크린, 태블릿 PC, 음향시설, 헤드셋, 책상과 의자 등의 가구와 지자체가 원하는 콘셉트에 필요한 추가 도구들만 있으면 된다. 라빌레트는 지자체 요청에 따라 지자체에서 마련한 공간에 장비들을 배치한다. 그리고 각 지역의 ‘미크로-폴리’는 ‘미크로-폴리’ 네트워크에 소속되어 디지털 자료를 제공받고, 전문가로부터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지원받을 수 있다. ‘미크로-폴리’ 설립에 필요한 예산은 모듈에 따라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4만 유로3)로, 정부로부터 지자체, 혼합조합(Syndicats mixtes)4), 재단이나 협회 등이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지원금액은 세금을 제외한 지출의 80‥를 초과할 수 없고, 최대 4만 유로이다(프랑스 문화부,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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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미크로-폴리’ 개관 절차 자료: ‘미크로-폴리 스브랑’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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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미크로-폴리’의 주요 활동은 크게 세 가지 영역으로 볼 수 있는데 내부 공간도 그에 따라 설계하였다. 첫째, 프랑스 국립문화시설의 소장품을 디지털로 감상할 수 있는 디지털 박물관이다. 디지털 박물관의 운영 목적은 누구든지 국립문화시설의 소장품을 감상할 수 있어야 한다는 물리적 접근성을 높여 문화 민주화를 실현하기 위함이다. ‘미크로-폴리’는 ‘그랑팔레 국립박물관 연합(Réunion des musées nationaux Grand Palais)’, ‘라빌레트(La Villette)’, ‘루브르 박물관(Musée du Louvre)’, ‘베르사유 궁전(Château de Versailles)’, ‘앙스티튜 뒤 몽드 아랍(Institut du monde arabe)’, ‘시테 드 라 뮤지크(Cité de la musique)’, ‘오르세 미술관(Musée d’Orsay)’, ‘유니베르시앙스(Universcience)’, ‘케브랑리 박물관(Musée du quai Branly)’, ‘파리 국립 오페라(Opéra national de Paris)’, ‘아비뇽 페스티벌(Féstival d’Avignon)’, ‘퐁피두 센터(Centre pompidou)’, ‘필하모니 드 파리(Philharmonie de Paris)’, ‘피카소 미술관(Musée Picasso)’ 등 12개 국립문화시설과 파트너십을 맺고, 이들의 소장품이나 공연을 디지털화한 1,000개 이상의 콘텐츠를 관객들에게 제공한다.

두 번째는, 포용적 교육 관점에서의 교육 공간 기능이다. 포용적 관점에서 학교 교육은 교과 과정뿐만 아니라, 방과 후 활동 등 학교 교육에 영향을 주는 환경적 부분을 모두 고려한 거시적 차원에서 관련 기관 간 시너지 효과를 개발하는 것까지를 포함한다(Ébersold, 2017). 이러한 차원에서 프랑스 교육부는 학교 문화예술교육 수업이 기존 수업의 틀을 뛰어넘어 다양한 지역 문화유산에 대한 학습과 특수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문화예술 분야 전문가 및 외부 기관과의 파트너십을 강조한다. 파트너십에 기초를 둔 프랑스의 학교 내 문화예술교육 시스템은 학교-문화예술기관 간 연결뿐만 아니라, 학제 간 융합과 학교와 지역사회 간 연결 등 학교를 중심으로 한 문화예술교육의 무한한 확장을 가능하게 한다. 결과적으로 ‘미크로-폴리’는 포용적 교육 관점에서 지역 내 학교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문화적 다양성을 경험하게 되는 지역 어린이의 놀이터이자 문화예술 교육 공간의 기능을 갖는 것이다.

세 번째는, 지역민들을 위한 지역문화 거점공간으로 문화예술에 대한 심리적 접근성을 높이는 기능을 한다. 문화예술시설을 처음 방문하는 경우, 방문객은 낯선 환경에 긴장하거나 문화적 충격을 경험함으로써 반사적 행동을 보일 수 있다. 문화매개자는 방문객 분석을 통해 이들이 관람하지 않는 여러 요인과 부정적 감정들을 예측하고(즉, 사회적 배제가 발생하는지를 살피고), 이를 고려하여 프로그램을 기획해야 한다. 이것이 곧 ‘예방적 차원의 매개’로서 방문객이 가질 수 있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한다. 기획자가 프로그램을 통해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문화매개자에 의해서 방문객이 수용할 수 있는 정도로 조정되거나, 부정적인 감정에 대비한 추가 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 이 경우, 방문객이 새로운 환경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만남을 유지할 수 있는 장기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것이 효과적이다(Sacco & Jamar, 2014).

향유자 관점에서 문화시설 방문객을 대상으로 행해지는 ‘문화매개’의 형태는 해당 시설의 방문 경험 또는 프로그램 향유 경험에 따라 ‘창시적 매개’(médiation créatrice), ‘예방적 차원의 매개’(médiation préventive)와 ‘재창시적 매개’(médiation rénovatrice)로 나뉜다(Six, 1990). ‘창시적 매개’는 해당 시설을 방문한 적이 없거나, 해당 프로그램을 접한 적이 없는 방문객에게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방문객이 이미 해당 문화시설을 방문하여 프로그램을 접한 경험이 있다면, 기존의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재창시적 매개’로 접근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재방문자가 이미 향유한 프로그램을 더욱 깊이 있게 또는 다른 형태의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도록 관련 이벤트로 확장하여 관계를 이어 나가는 것이다(민지은, 2016).

‘미크로-폴리’는 지역민에게 낯선 박물관의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향유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향유하는 문화를 ‘미크로-폴리’로 가져오게 함으로써 그동안 배제되어왔던 비관객을 향유자로 포용하는 실질적인 접근성 개선을 실천하고 있다. 결국, ‘미크로-폴리’가 지역민들이 원하는 문화프로그램을 함께 기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박물관이라는 공간에 친숙함을 느끼게 하고, 박물관 콘텐츠 향유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다.

2. 최초 사례, ‘미크로-폴리 스브랑’ 5)

2017년, 프랑스 최초로 ‘미크로-폴리’가 스브랑 지역에 건립된 사실은 문화예술을 통한 사회적 포용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2005년 10월, 프랑스 도시 외곽 지역에서 발생한 폭력 사태는, 1980년대 실업문제와 함께 사회문제로 부상하기 시작한 이민 문제 해결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프랑스의 이민문제는 1970년대 초 유럽 전반에서 나타난 노동 이민 및 자유 왕래 금지로 인해 발생한 낮은 사회경제적 지위와 미약한 정치적 대표성, 1980년대의 인종차별 분위기에서 비롯되었다(엄한진, 2007). 폭력 사태 발생 직전인 2004년, 이민자의 42.7‥는 과거 프랑스 식민지였던 북아프리카의 알제리와 모로코, 튀니지 출신이 차지하였는데, 높은 실업률과 차별로 인한 사회경제적 어려움에 봉착하면서 더욱 문제가 커진 것이다.

도시 외곽 소요 이후, 프랑스 정부는 이민자들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청년들의 취업 지원과 보안 강화, 교육지원, 지자체 보조금 증액 등 여러 대책을 마련하였다. 그리고 2012년, 살인과 강도, 폭행, 마약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15개 지역을 특별관리하기 위해 ‘우선보안지역(ZSP: zone de sécurité prioritaire)’으로 지정하고 지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실행하였다. 이러한 정책 중 하나로 2016년, 파리 및 일드 프랑스 지역 도지사는 ‘우선보완지역’에 거주하는 청소년들의 문화예술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문화부와 도시청소년체육부(Ministre de la Ville, de la Jeunesse et des Sports)와 협력하여 ‘케브랑리 박물관’, ‘루브르 박물관’, ‘파리 국립 오페라’ 등과 지역민을 위한 문화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협정서를 체결하였다.

파리시에서 약 18km 떨어진 스브랑도 프랑스 정부가 지정한 ‘우선보안지역’이다. 20세기 초, 스브랑의 인구는 약 1만 명이었으나 세계 대전을 계기로 아르메니아와 이탈리아, 폴란드 이민자들이 대거 유입되었고, 20세기 후반에는 아프리카 이민자들이 정착하면서 인구가 급증하였다. 프랑스 통계청에 따르면, 인구 51,778명(2020년 기준) 중 30.3‥가 해외 이주민이며 약 70개 이상의 국적인이 거주하고 있다. 스브랑 지역주민 중 25.8‥는 유럽 외 국가에서 출생하였으며, 18세 미만의 61.9‥는 최소 부모 중 한 명이 유럽 외 국가에서 출생한 이민자이다.

2017년 1월 12일, 스브랑은 지역민의 문화예술 접근성을 높이고 문화를 통한 사회적 화합을 도모하고자 ‘미크로-폴리’를 개관하였다. ‘우선보안지역’으로 정해진 이곳 주민들은 안전을 위해 가능한 자녀들의 외출을 삼가게 하는데, 갈 곳이 없는 어린이들에게 ‘미크로-폴리’는 안전한 공간을 제공한다. 이러한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여 스브랑에는 두 가지 형태의 매개자, 즉 사회매개자(Médiateur social)와 문화매개자가 존재한다. 사회매개자는 지역사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예방하고 해결하는 역할을 한다. 가족과 사회 복지사, 협회나 기관 간의 인터페이스 역할을 하는데,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는 부모를 만나 설득하고 ‘미크로-폴리’로 인도한다. 그리고 문화매개자는 박물관에 온 어린이에게 디지털 콘텐츠 시청과 교육을 지원한다.

이에 따라 ‘미크로-폴리 스브랑’은 다음과 같은 기능을 수행한다. 첫 번째는 여러 환경적 제약으로 인해 문화예술을 향유하지 못하는 지역주민들이 ‘미크로-폴리’가 제공하는 디지털 콘텐츠로 문화예술작품을 감상하고 학습을 통해 흥미를 갖도록 하는 것이다. 개관 당시, 프랑스 내 8개 국립문화시설(베르사이유 궁전, 퐁피두 센터, 루브르 박물관, 피카소 미술관, 케브랑리 박물관, 그랑팔레, 필 하모니 파리, 프랑스 국립과학관)과 파트너십을 맺어 파트너 기관들이 소장하고 있는 250여 개의 소장품과 공연을 디지털로 변환하여 제공하였다. 지역주민이 실물을 감상하고자 하는 동기가 생기면, ‘미크로-폴리’는 해당 기관에 직접 방문하여 디지털로 감상한 작품의 실물을 감상할 수 있도록 문화시설 방문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미크로-폴리’와 파트너십을 맺은 문화시설들은 입장권을 무료 또는 할인된 가격에 제공한다. 이처럼 ‘미크로-폴리’와 파트너 기관 간의 이해관계는 명확하며 새로운 문화시설들과 지속적 파트너십을 맺어감으로써 다양한 교육 콘텐츠를 공급받는다.

두 번째는, 학교 교육 및 박물관 자체 교육을 수행하는 기능이다. ‘미크로-폴리’에서는 대형 스크린(20 m2)과 30개의 태블릿 PC를 활용한 문화유산 수업과 박물관이 소장한 서적이나 보드게임 등의 보조 교육 도구를 활용한 수업을 진행하고, 팹랩(Fab lab)에서 창의력 계발 수업 등을 운영한다. 박물관에는 문화매개자와 교육사가 상주하며, 교육 프로그램은 학년별 학교 정규수업 프로그램에 맞춰 주제를 구성한다.

특히 ‘미크로-폴리’의 디지털 콘텐츠는 스브랑 지역 학교의 문화예술 수업 교육 자료와 박물관 방문수업에 활용된다. 교육 프로그램 개발과정은 학교 교사의 기획안을 박물관 교육사가 교사와 함께 발전시키거나, 박물관 측이 학교 교사의 지도 방향과 일치하는 프로그램을 제안하기도 한다. 학교의 박물관 방문수업은 전적으로 담임교사가 진행하며, 박물관의 문화매개자와 교육사는 교사의 프로젝트 구상을 돕고 수업에 사용하는 디지털 도구 사용법 등 기술적인 사항들을 교사에게 교육한다. 즉, 담임교사는 박물관에 방문하여 수업을 준비하고, 박물관 교육담당자들은 태블릿 PC 사용법 전달 등 담임교사의 수업 준비과정을 돕는다. 박물관 교육사가 교사의 주제별 수업의 원활한 진행을 도울 수는 있지만, 수업의 진행은 전적으로 담임교사의 몫이며 교육사는 담임교사의 보조역할로 제한을 둔다. 방문수업 시, 박물관은 수업의 원활한 진행을 돕기 위해 박물관 문화매개자를 투입한다.

박물관 자체 교육 프로그램은 해당 관할 교육 감독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박물관 교육사가 기획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경우, 교육사는 반드시 해당 관할 교육 감독관에게 교육 프로그램 내용이 적합한지, 혹은 수정사항은 없는지 등에 대한 자문을 구한 후 승인받아야 한다. 박물관의 디지털 콘텐츠를 활용한 수업은 박물관의 대형 스크린과 개인별 태블릿 PC를 활용하여 개인별 맞춤 학습이 가능하다.

세 번째는, 학교 이외에 갈 곳이 없는 스브랑의 환경 속에서 ‘미크로-폴리’는 방과 후 어린이들의 안전한 놀이터가 되는 것이다. ‘미크로-폴리 스브랑’에는 예술작품 감상과 학습을 위한 디지털 장비뿐만 아니라 교육용 놀이도구와 어린이 도서관도 있다. 어린이들은 놀이도구를 대여하여 혼자 또는 친구와 놀거나 문화매개자 또는 교육사와 함께 놀이를 즐긴다. 또한, 어린이들의 창의력 계발을 돕기 위한 팹랩과 아틀리에를 운영한다. 어린이들은 교육사의 도움을 받아 3D 프린터기로 자신이 디자인한 작품을 제작한다. 박물관은 신분증이 없는 미성년 아이들을 위해 개인 노트를 만들어준다. 놀이도구를 대여할 때 신분증 대신 개인 노트를 박물관에 맡기면 된다. 개인 노트에는 이름, 나이, 주소 등 기본적인 정보가 적혀 있으며 박물관을 방문한 날짜, 실제로 한 놀이 등이 기록되어 매개자와 교육사들의 어린이 방문 관리에 활용한다. 자녀들의 방문은 부모의 방문으로 이어지고, 지역주민들의 문화공간으로 확장된다.

네 번째는, 지역민들의 교육적 공간이자 문화교류가 이루어지는 지역문화 거점공간이라는 점이다. ‘미크로-폴리 스브랑’의 대형 스크린 자리는 40m2 넓이의 무대로 변환할 수 있어 지역단체의 문화행사, 공연장이 된다. 문화행사는 ‘미크로-폴리’와 공동 또는 지역단체 단독으로 기획되는데, 문화예술 분야뿐만 아니라 지역민들이 관심 있는 모든 주제가 다 가능하다. 지역단체 단독 기획의 경우, 다수의 단체가 행사조직의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을 고려하여 ‘미크로-폴리’는 이들 행사 운영에 참여하여 돕는다. 여러 차례 만남을 통해 행사개최에 필요한 기술, 인력, 도구 등을 지원하고 행사 당일에도 함께 한다. 그 외에도 지역 예술가들이 박물관에서 작품 전시와 공연을 개최할 수 있도록 기획을 돕고 장소를 제공하거나, 국립 문화예술기관들에서 프로그래밍할 수 있도록 연결해 주는 역할도 한다. ‘미크로-폴리 스브랑’에서 지역민들과 공동으로 기획 프로그램으로는 지역 공연단체, 힙합 배틀 뿐만이 아니라 지역 여성을 위한 요리 교실과 단체 축구 관람, 직업탐험 등이 있다.

‘미크로-폴리’의 자원을 활용한 지역주민 대상의 광범위한 문화기획은 문화예술 향유로 연결하는 심리적 접근성 향상의 효과로 이어진다. 한 사례로, 스브랑에는 다양한 국적과 연령의 이민자 여성들이 거주한다. 그들 중 대다수는 프랑스 예술작품을 접한 경험이 거의 없다. 또한, 대다수는 디지털 도구 사용에 익숙하지도 않다. 반면, 요리는 그들의 공통 관심사이다. ‘미크로-폴리’는 스브랑에 거주하는 여성들이 자연스럽게 문화예술에 관심을 갖도록 박물관 내 주방을 개방하여 요리를 주제로 정규적 모임을 시작하였다. 박물관 좌측에 있는 주방은 가림막이 없어 요리실습을 하는 동안 박물관 대형 스크린에서 나오는 예술작품들에 노출되면서 자연스럽게 공간과 예술작품에 친숙해진다. 일정 기간의 요리 실습시간을 가진 후, 이들은 ‘미크로-폴리’에서 디지털 콘텐츠로 접한 작품들을 실제로 감상하기 위해 박물관 관계자와 함께 파트너 기관을 방문하는 이벤트를 기획한다. 이것이 앞서 제시한 문화예술에 익숙하지 않은 잠재 향유자의 심리적 접근성을 높여주는 ‘예방적 차원의 문화매개’ 활동의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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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미크로-폴리 스브랑’ 외관 및 내부 자료: ‘미크로-폴리 스브랑’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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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후 미크로-폴리의 전개

2018년, 프랑스 문화부는 ‘문화 백색 지역’을 진단하고 문화예술 향유에서 배제되었던 비관객을 찾아가도록 ‘미크로-폴리’ 내 박물관 개관에 박차를 가한다. 문화예술 향유에 있어 배제된 비관객은 소도시와 농촌, 저소득층, 장애인 그 외의 사회적 약자만 해당하지 않는다. 백색 지역은 문화시설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지역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도심에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크로-폴리’는 도서관, 문화센터, 유적지, 영화관, 그리고 쇼핑몰과 종교시설 등 장소에 제약을 두지 않고 사람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입주하여 박물관에 대한 대중의 심리적 벽을 허물고자 했다.

2020년 2월, 프랑스 중부에 위치한 인구 4,900여 명의 소도시 라수테렌느(La Souterraine)의 소뵈르 예배당(Chapelle du Sauveur)에 ‘미크로-폴리 라수테렌느’가 개관하였다. 말로가 ‘문화의 집’을 성당에 비유하였다면, ‘미크로-폴리’는 그의 비유대로 성당 안에 개관한 것이다. 예배당을 찾은 사람들은 본당의 대형 스크린으로 프랑스 국립 문화시설의 소장품 1,650개와 지역 예술가 작품을 최고 화질로 디지털화한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 그리고 예배당 입구와 본당, 두 개의 작은 예배당 등 다양한 공간에 ‘미크로-폴리’가 제공하는 디지털화된 프랑스 문화시설의 소장품을 사진과 조각, 회화, 디자인, 현대 미술, 설치미술 등으로 배치함으로써 주제별로 전시를 감상할 수 있도록 하였다.

‘미크로-폴리 라수테렌느’ 측면 예배당은 교육과 흥미, 컴퓨터, 로봇공학을 키워드로 한 워크숍이 열리는 공간으로 구성하여 창의력과 예술적 재능, 상상력을 계발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을 위해 개방하였다. 또한, ‘미크로-폴리 라수테렌느’는 지역 현대미술재단 펀드와 파트너십을 맺고 쇼핑거리 곳곳에 13개의 지역 예술가 작품으로 산책로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기도 한다. 라빌레트(La Villette)와 협력 관계에 있는 리모쥬(Limoges) 지역의 지역문화개발국(DRAC)은 ‘미크로-폴리’ 운영에 필요한 전문가의 지식을 제공한다(Berrien-Creuse,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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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미크로-폴리 라수테렌느 자료: (좌)라수테렌느 홈페이지, (우)Pejou, S.(2020, October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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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 3일에는 쇼핑몰 내 최초로 디지털 박물관이 입주하였다. 파리 근교에 위치한 에브리(Évry) 지역의 쇼핑몰 1층에 개관한 ‘미크로-폴리 데브리-쿠르쿠론느(Micro-Folie d’évry-Courcouronnes)’는 모든 사람이 문화에 접근할 수 있고, 문화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의 예술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지역주민이 문화생활의 행위자가 될 수 있도록 그들의 창의성을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Unesco, 2020). 따라서 시내 중심에 위치하고 교통량이 가장 많은 쇼핑몰 내 상점들 사이에 ‘미크로-폴리’가 입주하였다는 데 상징적 의미가 있다. 쇼핑몰에 입주한 박물관이지만 임무와 공간 구성은 ‘미크로-폴리’의 정책을 그대로 따른다.

첫 번째 공간은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퐁피두 센터 등 9개 프랑스 국립문화시설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을 디지털 콘텐츠 형태로 감상할 수 있는 대형 스크린과 15개의 태블릿 PC로 구성된 디지털 박물관이다. ‘무료 방문자’ 계정으로 입장하면 작품에 관한 큐레이터의 설명과 게임 등 다양한 형태로 작품들을 여러 언어로 즐길 수 있다. ‘강사’ 계정을 사용하면, 주제별 단체 예약을 설정하고 박물관의 콘텐츠를 교육 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다. 두 번째 공간은 시민들이 3D 프린터 등 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창작활동을 통해 창의력을 계발할 수 있도록 개방한 팹랩이다. 세 번째는 가상현실 속 영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 네 번째는 쇼핑몰에 온 시민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휴식 공간이다. 그리고 문화매개자를 채용하여 어린이를 위한 문화예술수업과 콘퍼런스뿐만 아니라 콘서트, 연극을 주제로 한 워크숍도 기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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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미크로-폴리 데브리-쿠르쿠론느 자료: Goog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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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미크로-폴리’는 프랑스의 국제 문화 협력과 대외 홍보를 책임지는 앙스티튜 프랑세(Institut Français)6), 알리앙스 프랑세즈 재단(Alliances Françaises Foundation)7)과 협력하여 해외로 확장해 가고 있다. 2019년 이후, 유럽연합과 미국, 모로코, 브라질, 아랍 에미레이트, 이집트, 중국, 캐나다, 페루 등 전 세계 30개 이상의 국가에 ‘미크로-폴리’가 개관하였다. 해외의 ‘미크로-폴리’는 그들이 소장하고 있는 디지털 콘텐츠로 프랑스 문화유산을 알리고, 현지 교사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 운영 등 앙스티튜 프랑세의 미션을 수행한다.

IV. 결론

‘미크로-폴리’는 프랑스 지역문화 거점공간으로서 한편으로는 ‘문화의 집’의 이념을 유지하되, 향유계층 및 문화 개념의 확장을 위해 ‘모두를 위한 문화’가 갖는 한계를 넘어서려는 노력의 총합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문화의 집’은 예술적 가치와 유산적 우위성을 우선하고 있지만, 오페라하우스나 콘서트홀, 미술관 등의 장르 전용공간과 같은 성격이 아닌 일종의 지역문화센터이다. 시설에는 음악과 연극, 영화를 위한 다목적홀과 전시실, 소규모 대중홀, 도서관, 음악감상실을 갖추고 있었고, 따라서 다양한 지역문화의 장도 제공한 셈이다. 다만 당시 문화향유 기회가 절대적으로 취약했던 상황에서, 말로는 이렇듯 물리적·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만인에게 수준 높은 인류문화 유산을 즐기게 해야 한다는 접근성 정책을 국가의 책무로 상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미크로-폴리’가 시도하는 접근성은 무엇보다도 디지털 박물관을 통한 문화 향유 기회를 제공하는 데서 시작하고, 이를 계기로 지역별 다양한 환경을 고려한 주민 참여프로그램을 개발함으로써 사회적 포용에 따른 접근성까지 이루는 구조라 하겠다. 실제로 명화나 오페라, 발레 등을 보기 위해 파리까지 가야 하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디지털 콘텐츠로 향유 기회가 제공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차적인 효용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대중에게 원본이 아니라 디지털 콘텐츠로 제공하고, 이를 통해 예술작품에 대한 일차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면서 체험을 유도하며, 원본을 보고 싶은 경우 실제 기관을 방문하여 관람하도록 지원하는 것은 전혀 새로운 향유방식이 될 것이다. 동시에 실제 디지털 콘텐츠로서의 예술작품은 다양한 형태로 교육 기능을 다 할 수 있어 활용이 수월하다.

또한, 시설 측면에서 지역에 많은 예산을 들여 문화예술시설을 건립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접근이 용이한 방식으로 공간 활용을 통해 지역문화 거점공간을 만들 수 있다는 점도 우리로서는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한 지점이라 하겠다. ‘미크로-폴리’가 공공공간이나 상업시설의 여유 공간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생활 친화적 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예술의 대규모 시설이 갖는 권위적 성격 자체가 오히려 문화 접근성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음을 전제한다면, 인구가 적은 농촌 지역까지 공간 건립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흥미로운 것이다. 어떤 면에서 대규모 장르 전용 예술시설 자체가 일정한 계층에게 사회적 배제의 요인이 된다는 점에서, 생활 친화적 공간 자체가 사회적 포용의 효과로 작동할 수 있다. 그리고 접근성 강화를 위한 문화매개 인력 배치나 학교와의 다양한 협업 등도 중요한 장치라 하겠다.

결과적으로 시각 및 공연예술을 디지털 콘텐츠로 담아낸 박물관 기능을 핵심으로 하는 지역주민 참여 거점공간 ‘미크로-폴리’는, 단순히 정책사업의 맥락이 아니라 접근성에 대한 성찰과 실천에 대한 정책적 논의의 진전된 결과라 할 수 있다. 특히 이민자나 노인, 탈학교 청소년 등 일종의 사회적 배제 대상인 그들에게 문화예술을 접하게 하는 동시에 지역 환경의 어려움을 문화공간에서 해소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은 접근성의 연장이자 진전이라 하겠다. 사회적 포용 관점에 따라 왜 일정한 계층이 문화향유에서 배제되는가의 요인을 분석하여 문화 다양성을 수용하고, 개개인의 삶에 기반한 문화의 차이가 존중받는 관점을 견지하는 가운데, 문화의 창의적 힘과 유산적 가치라는 변함없는 가치를 실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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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s

1) 1965년 Jules Klanfer의 책 (L’exclusion sociale)에서 사회적 배제와 사회적 포용이라는 용어가 발견되었다.

2) 라빌레트 공원에는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26개의 ‘폴리’가 있다. 건물 규모는 40~100m2로 다양하다.

3) 디지털 박물관 2만 8천 유로, 팹랩 6천 유로, 가상현실 공간 2천 유로, 놀이도구 및 미디어 도서관 2천 유로.

4) 혼합조합은 1935년 10월 30일 법령에 의해 만들어진 프랑스에 존재하는 일종의 지자체 간 협력 구조로, 지자체가 지자체 간 또는 공공기관과 힘을 합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5) ‘미크로-폴리 스브랑’ 사례는 연구자의 두 차례에 걸친 인터뷰 기록을 기초로 하였음. 또한, 임학순 외(2019) ⌜문화예술교육 자원과 협력관계⌟에 본 논문의 주저자가 기고한 글의 일부가 포함되었음을 밝힘.

  • 1차 인터뷰: 2017년 10월 14일, ‘미크로-폴리 스브랑’ 대표(파우델 케브시, Phaudel Khebchi), 교육사(마린 오제르, Marine Auger), 그 외 스브랑 지자체 소속 사회매개자, ‘미크로-폴리’ 주민 프로그램 기획자 및 향유자.

  • 2차 인터뷰: 2019년 10월 9일, ‘미크로-폴리 스브랑’ 대표(파우델 케브시), 교육사(마린 오제르), 그 외 박물관 소속 문화매개자, 박물관 방문수업을 위해 ‘미크로-폴리’를 방문한 학교 교사, 방문자.

6) 앙스티튜 프랑세는 해외에 주재하고 있는 프랑스 문화네트워크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프랑스 외무부 및 문화부 산하 기관이다. 대사관, 문화원, 알리앙스 프랑세즈, 각 부처 산하기관 등 다양화되어 있는 전담 기구를 일원화하고 국제 문화 협력 및 홍보를 담당할 단일 기관 창설의 필요성이 점차 대두되면서 2010년 7월 27일 CulturesFrance의 업무를 계승하여 설립되었다. 프랑스 외무부 산하 공공기관의 지위를 가지면서, 문화부와 교육부, 지자체 등 관련 부처와의 협약을 통해 업무 연계성을 확보한다. 주요 업무는 국제예술교류 촉진, 프랑스 지적자산 공유, 저개발국가 문화발전 지원, 프랑스어 보급과 교육 장려 등이 있다.

7) 프랑스 문화와 프랑스어를 전 세계에 보급하는 임무를 수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