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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정책 이슈에 유행이 존재하나? 예산, 언론보도, 학술논문을 통한 탐색적 연구

나보리 1 ,
NA Bori 1 ,
Author Information & Copyright
1용인시정연구원
1Yongin Research Institute

* 본 연구는 연구모임 '행간'을 통해 시작하여 2023.6. 문화정책리뷰, 2023.11. 서울행정학회 세션, 2023.12. 서울문화재단 예술연구활동지원 결과공유회에서 발표하며 여러 조언을 얻어 발전시켰습니다. 귀중한 의견을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Corresponding Author : Yongin Research Institute E-mail: ellenq@naver.com

© Copyright 2024 Korea Culture & Tourism Institute. This is an Open-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4.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Received: Jun 05, 2024; Revised: Jun 18, 2024; Accepted: Jul 30, 2024

Published Online: Aug 31, 2024

국문초록

본 연구는 문화정책의 이슈에 유행이 존재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행위자와 이슈에 대한 관심주기에 주목하였다. 2009년부터 2022년까지의 정부업무계획에서 키워드를 도출하고 그에 대한 정부 세부사업 예산규모, 언론보도기사 수와 등재지 이상 논문발표 수의 변화를 살펴보았다. 분석 결과, 시계열분석에서 정부예산, 언론보도기사 수, 논문발표 수가 같은 방향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는 키워드는 한류였다. 관심주기의 여러 단계를 거친 것으로 보이는 키워드들은 글로벌과 한류, 남북이었으며 최소한 하나의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보이는 키워드들은 유통, 저작권, 인력, 창작, 공간, 지역 등이었다. 연구범위기간 동안 관심주기를 따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키워드들은 공정, 복지, 인력이었다. 정책이슈 키워드에 대해 정부가 업무계획에서 언급하거나 정부예산을 배분한 후 언론과 학계의 관심이 증가하는 등 전반적으로 정부가 언론과 논문 흐름을 주도하는 경향이 보여, 문화정책 분야의 많은 키워드와 관련한 정책과정이 정부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과 학계는 정책으로서 다루어질 필요가 있는 이슈들을 발굴하고 꾸준히 제안하면서 정부의 관심과 자원 배분을 환기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정책행위자로서 기능할 것이 요구된다.

Abstract

This study focuses on actors and the attention cycle of issues to determine trends in cultural policies from 2009 to 2022. By examining the government budget, media coverage, and publications, the policy keyword that changed in the same direction in the time series analysis was the ‘Korean Wave’. The keywords that seemed to have gone through multiple phases of the policy interest cycle are ‘global’, ‘Korean Wave’, and ‘North-South’, while the keywords that appeared to have stayed in at least one phase are ‘distribution’, ‘copyright,’ ‘people,’ ‘creative’, ‘space’, and ‘region’. Generally, governments tend to lead the flow of media and academic papers on policy issues. This indicates that much of the policy process in the cultural sector is government -driven. It is necessary for the media and academia to function actively as policy actors by developing issues and continuously proposing them to draw the government's attention and allocate resources.

Keywords: 문화정책; 유행; 이슈관심주기; 정책이슈; 정부예산
Keywords: cultural policy; fashion; issue attention cycle; policy issue; government budget

Ⅰ. 서론

정책에 유행(policy fashion)이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는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전 세계적으로 확대된 민간화(황창호·엄영호·이남국, 2021), 보조금이나 재단의 설립(전영한·이경희, 2010), 빅데이터 정책(김동환, 2018)은 정책에서 수단과 이슈가 유행했다고 평가된 사례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정책에 대해서 특정 키워드, 정권별로 추구하는 가치나 방향성이 존재한다고 공감했다. 다양한 영역에서 정책 이슈의 유행에 대해 고백했으며,1) 특정 키워드나 분야에 대한 상대적 집중 등이 있다고 체감해 왔다. 한국 맥락에서 문화정책은 건축가적이고 중앙집권적 방식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동시에 특정 시기에 정책에서 많이 다루어지는 이슈나 정책수단이 있다고 논의되어 왔다. 이러한 문화 영역에서 좀 더 체감이 큰 것은 정책 이슈의 유행이다.

정책이슈의 상황과 맥락에 따라 유행으로 인해 새로운 기회가 창출되거나 혹은 정책수요 왜곡 등 다양한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정책에 유행이 있는지, 어떤 이슈에서 유행의 모습이 보이는지 알아보는 것은 정책지속성 및 효과 창출 측면에서 중요하다. 특히 정책은 많은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고, 집행을 위해 자원이 소요되는 만큼 과학적 근거와 필요에 따른 관리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특정 정책의제의 설정과 변화 과정에 대해 살펴보는 연구들은 많았다. 그러나 정책의제의 재료가 되는 이슈들의 등장과 쇠함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많은 관심을 보여 오지 않았다. 실제로 특정 분야에 정책적 집중이 있었는지, 그 집중에 정부나 언론, 학계 중 누가 관심을 보였는지, 그 양상이 어떤지 말할 수 있을 만큼 많은 분석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다양한 행위자들이 서로 시간적 상황 맥락의 영향을 주고받으며 활동하는 모습에 집중해 문화 분야 정책이슈들의 상황을 면밀하게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문화 분야 정책에 유행이 존재하는가? 유행이 존재한다면, 시간의 흐름에 따른 행위자들의 활동이 유행의 상황에 어떠한 효과를 만들어내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하여 문화영역에서 어떤 이슈들이 어떤 시기에 정책에서 주요하게 등장하는지, 그 이슈들에 대해 대표적 행위자로 여겨지는 정부, 여론, 학계에서 언제 얼마나 관심을 가지는지, 행위자들의 관심과 자원배분의 흐름이 시간적 변화 관점에서 유사한지 혹은 그렇지 않은지 여러 출처의 자료를 통해 알아본다. 본 연구는 문화 정책 분야에서 유행이라고 부를 수 있는 상황이 나타났는지, 어느 주제가 그런 모습을 가지고 있는지 실제 정책 이슈의 흐름이 여러 행위자들과 주고받은 영향을 다양한 자료를 통해 추적해 보고 정책이슈의 설정과 유지에 대한 시사점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Ⅱ. 선행연구 및 이론적 배경

1. 문화정책과 흐름

문화정책의 논의는 그 범위 설정부터 시작해 왔다. 문화 영역의 정의와 함께 정책의 대상으로 적합한지 여부부터 고민하는 한편, 복지나 공보의 개념을 포함해 접근해 오기도 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문화정책이라고 하면 전담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를 위주로, 법 제도(배관표·이민아, 2013)와 예산(이병량, 2004)을 통해 그 범위와 활동을 살펴보았다.

문화정책 흐름은 주로 정권별 정책기조에 따라 파악되었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문화정책 기조는 노태우 정부 이전까지 민족문화 진흥과 문화주체성 확립이 중시되었다가, 김대중 정부 시기 문화국가 실현에 방점을 두었다. 노무현 정부시기부터 분권과 참여, 지역을 강조해 왔으며, 이명박 정부에서는 산업적 관점에서 일자리, 녹색성장과 관련한 문화정책이 강조되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문화융성과 세계화 노력, 문재인 정부에서는 문화기본권과 다양성 등에 집중했다(권영길, 2023: 165-166). 코로나19 상황에서는 방역으로 인한 대면활동의 제약을 극복하고자 다양한 기술과 방법들을 고안하고 활용하는 것에 주력했으며,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문화정책에 대한 요구가 더 분출되었다고 평가되고 있다(권영길, 2023). 정권에 따른 정책기조만 고려했을 때 시간이 흐를수록 정책영역이 점차 확장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세계 시장 및 환경 변화에 적응하면서도 정권별 추구하는 바를 다르게 가져가고자 하는 노력이 있었던 것으로 사료된다.

정권별로 정책을 구분해 보고자 하는 시도는 한국 맥락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 전과 다르게 정책 방향성을 구성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문화정책 역시 그에 따를 것으로 간주한 결과다. 문화정책이 정권에 따른 정책기조에 많은 영향을 받아 변화해 왔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추측해볼 수 있다.

그러나 정책보고서, 예산을 통한 분석결과, 서로 다른 정치적 이념지향을 보였던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문화정책 지향성이나 재원 배분에서 뚜렷한 차이가 드러나지 않았다(이병량·황설화, 2012). 또한 정부계획에서 어느 시기이든 ‘문화예술 강국’ 은 구호처럼 계속 나타났다.2)

이러한 상황 아래 문화정책에서 정권별 차이를 보일 가능성과 함께 정권과 상관없이 꾸준하게 이어지는 지점들이 모두 존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렇다면 실제로 문화정책의 변화가 어떤 모습일지, 그 변화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들에 집중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2. 정책과 유행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유행(流行)의 사전적 의미는 ‘특정한 행동 양식이나 사상 따위가 일시적으로 많은 사람의 추종을 받아서 널리 퍼짐. 또는 그런 사회적 동조 현상이나 경향’이다. 즉 ‘유행’은 단어 안에 특정한 행동이나 생각의 발생, 사람들의 추종, 그에 대한 사회적 동조 및 확산의 과정을 거칠 것을 포함하고 있다. 특정한 행동양식이나 사상을 정책으로 볼 수 있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효과를 기대하는 정책은 유행과 관계가 깊을 수 있다. 용어의 의미를 고려해 보면 여러 주체들이 어느 특정 시점에 특정 정책 이슈에 대해 예산을 많이 배분하고, 언론보도를 많이 하며, 학술적으로 그 주제를 많이 이야기하는 것도 유행으로 볼 수 있다. 정책이 널리 퍼지도록 하고, 사회적 동조를 만들며, 다른 유행을 만들어내기도 하는 현상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그간 선행 연구들에서는 다양한 표현방법을 활용해 정책의 유행에 대해 논의해 왔다. 가장 대표적으로 정책의 유행은 ‘policy fashion’으로 표현되어 왔다(Pollitt, Bathgate, Caulfield, Smullen, & Talbot, 2001). 정책 유행에 대해서 덮어쓰기(overwriting)라는 말을 활용하여(Tenbensel et al, 2021), 하나의 관리방식이 기존의 관리방식보다 더 우세를 점하는 것처럼 보이는 모습을 분석하였다. 일시적인 유행의 의미를 담아 ‘fad’의 표현도 나타났는데, Starbuck(2009)은 사회과학의 역사는 개념과 방법론의 흥망성쇠(‘sequences of conceptual and methodological fads’)를 포함한다고 보며 유행에 대해 언급하였다. 동향, 추세를 이야기하기 위해 ‘trend’로 표현하기도 했다(Popeda & Hadasik, 2023). 정책 구성 시 이슈에 대해 사회적 포괄에서는 강하나 행위자들의 참여에서는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유행을 따라 정책을 구성하는 현상을 드러낸다고 보며, 정책개념화와 이론화에서 근거가 부족한 상황을 개념화 분석틀을 통해 확인하였다(Popeda & Hadasik, 2023). 유행의 성격 중 다른 많은 사람들이 특정한 사상을 따라 하는 모습을 이렇게 측정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환경정책분야에서 선두를 달리는 국가들의 정책을 따라서 진행하는 경향에 대해 분석하며 이때의 선행 국가들에 대해 유행을 선도한다(trend-setter)라고도 표현하였다(Janicke, 2005). 서로 영향을 주는 막강한 유행은 뛰어난 선순환효과를 갖는다고도 표현하며(김동환, 2004), 유행의 순환에 대해서도 지적해 왔다.

이러한 정책 유행에 대한 다양한 표현들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정책에서의 유행을 ‘fashion’으로 이해하며 덮어쓰기, 흥망성쇠, 추세, 선도자와 따르는 자가 나타나는 등 생애주기(life cycle)의 존재를 고려하고 있다는 점이다(Abrahamson & Fairchild, 1999; Harrison, 2004). 정책 유행이 생애주기를 가진다고 보면, 유행이 이루어지도록 촉진하는 주체들의 활동과 이를 따르며 유행을 확산하는 주체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여러 단계가 존재할 수 있다. 이렇게 유행의 정의에서 나타나는 ‘사회변화를 주도하거나 따르는 모습’은 시간뿐 아니라, 행위자의 역할도 강조하고 있다.

정책 과정에는 다양한 행위자가 있고 유행 단계에 따라 여러 사람들의 정보공유와 의견수렴, 변화 등이 나타난다. 여기서 정책주도자(entrepreneurs)의 역할이 중요하게 고려된다(Abrahamson & Fairchild, 1999). 행위자들의 활동들은 관찰하거나 관여하는 시점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특정 시기에 특정 생각 등을 공유하고 따르는 시간적 상황맥락도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렇게 정책의 유행은 행위자와 시간이 함께 작용하여 특정한 상황들을 만들어낸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본 연구에서는 정책의 유행을 특정 관리 방법이나 이슈가 생애주기를 따라가는 모습을 보이는 현상으로 이해하며, 대상에 대해서는 관리 방법의 변화를 포괄할 수 있도록 이슈에 집중해 보기로 한다. 관리기법이나 이슈를 근본적으로 다른 선행자(先行者)의 활동을 따라 한다는 의미로 본다면 유사하게 판단할 수 있고, 이슈에 대한 집중이 한국 맥락에서 문화정책에 유행이 있는지 살펴보는 본 연구의 탐색적 의의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또한 정책의 생애주기에 행위자들의 상호작용과 시간이 크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하여 이를 중요한 요소로서 판단해 보기로 한다.

3. 행위자

정책의 과정에서 변화하는 상황들을 여러 이론으로 설명해 왔는데 그 중 Sabatier와 Jenkins-Smith의 정책지지연합 모형(ACF)(Sabatier & Jenkins-Smith, 1993)은 정책변동의 원인으로 지지연합들의 작용과 시간흐름에 따른 학습, 사회와 경제의 변동과 정치체제의 변화를 꼽는다. 정책지지연합을 구성하는 행위자들이 공유하는 신념은 정책학습을 통해 변화할 수 있다고 본다. Mucciaroni의 이익집단 위상변동 모형(1995)에서는 이익집단이 정책과정에서 차지하는 위치에 따라 정책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보았다.

정책형성과정뿐 아니라, 정책변동의 설명에도 활용되는 이론들에서는 정부와 정치인, 이익집단 등 행위자 역할을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다. Cohen, March & Olsen (1972)의 쓰레기통모형은 문제와 해결책, 참여자, 정책의 창이 우연한 계기에 정책의제를 도출하는 것을 설명하는 모형으로, 우연한 계기에 집중할 것을 강조한다. Kingdon (1984) 정책의 창 모형은 쓰레기통모형을 발전시킨 것으로, 우연한 계기와 정책의 창이 열리는데 영향을 미치는 정책주도자와 참여자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정책과정에서는 정부, 정치인, 이익집단 이외 여러 행위자들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점점 언론에 의해 사회 의제가 정책의제로 전환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음이 지적되어 왔다(Cobb & Elder, 1983; Kingdon, 1984). 언론은 특정 이슈에 대해 국민이 관심을 갖도록 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끌고 나갈 수 있는 힘이 있으며(이태준, 2016), 판단의 준거 기능(Entman, 2007)도 제시한다. 학계의 역할도 중요하게 강조되었다. Kingdon은 정책결정과정에서 중요한 행위자로 정책혁신가를 제시하였는데, 이 혁신가는 학계(윤재상, 2018), 사서 및 문헌정보학자인 전문가(추윤미·김기영, 2013) 등으로 해석되며, 학술장에서의 연구자들이 정책과정에서 영향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정책과정에서의 행위자 중요성을 고려하면, 행위자의 기여를 좀 더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독려하기 위해 정책이 의제화되고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가 관심에서 멀어지는 과정에서 다양한 행위자들의 활동이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을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정책이슈를 둘러싼 행위자들이 다양하고 역동적으로 개입하는 경우 그 이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크다고 판단된다(이태준, 2016; 유수동·이진실, 2017). 사회적 관심이 큰 정책 이슈에 대해 정부, 언론, 전문가 등 행위자들이 의견을 교환하고, 관계를 형성하면서 정책 변화에 영향을 주고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정부의 정책 활동은 많은 경우, 언론을 통해 국민에게 전달되며(박치성·남기범·오재록, 2012), 언론이 정책에 영향을 끼친다. 특히 문화산업분야에서의 정책패러다임 전환 과정의 분석을 위해 공공기관의 법제와 계획, 의회 회의록, 정책연구 및 학술자료, 언론보도, 토론회 및 포럼과 행위자 인터뷰 등 다양한 행위자들의 생산물을 활용하여 분석하며(강순화·김학실, 2024), 정책내용 변화에 행위자의 영향을 확인하였다.

정책이슈가 유행이 되기 위해서는 각 행위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거나 모이는 현상이 필요하다. 유행 상황에 놓여 있는지 판단하려면 각 행위자들의 활동변화가 유사하게 이루어지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본 연구에서 대상으로 하는 문화정책 분야는 한국 맥락에서 중앙정부가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므로 행위자에 중앙정부를 포함하며, 사람들의 관심도를 반영하는 언론과 정책구성에 자문과 목소리를 내는 학계를 포함할 수 있다.

정책과정에 기여하는 행위자들에는 정치인, 정부에서 발주하는 학술용역 참여자, 시민단체 등도 포함되어 영향을 끼칠 수 있지만, 이들은 정책이슈별로 참여도나 영향력이 다를 수 있다. 본 연구는 특정 정책의 유행상황을 추적하는 것이 아니고 문화정책 영역에서 유행이 존재하는지 살펴보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정책에서의 자원배분변화와 관련하여 특정 정책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특정 행위자를 고정하기보다는 전반적으로 영향을 가지는 행위자들의 활동에 집중하여, 정책의 규모나 영향력이 달라지고 확산되는 모습이 존재하는지 거시적으로 판단하며 전반적 흐름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에 정책이슈에 대한 유행에 행위자의 역할이 어떠한지 알아보기 위하여 아래와 같이 가설을 구성하였다.

가설 1. 정책이슈 키워드에 대한 정부 자원배분의 증감 변화와 언론, 학계 관심 수준의 증감 변화 방향이 유사하다.

4. 시간

정책의 의제화와 변화를 고민해온 Hall의 정책패러다임 변동모형, 시차모형 등 이론들은 시간의 개념을 암묵적으로 고려해 왔다. 정책이슈의 유행과 관련하여 정책 차원의 시간흐름을 고려하여 적용가능한 시사점을 주는 논의들 중 이슈관심주기 이론에 주목해 볼 수 있다.

Downs의 이슈관심주기 이론(Issue Attention Cycle)은 정책의 변동과 여론의 관계를 탐구할 때 가장 유행을 설명하기에 가깝다고 평가할 수 있다. Downs의 이슈관심주기 모형을 정책에 적용한 연구들은 언론이 정부와 정책에 미친 영향을 함께 탐구했다(임도빈·허준영, 2010; 유수동·이진실, 2017). Downs는 특정 이슈가 하나의 사회문제로 갑자기 등장하고 잠시 많은 관심을 끌다가 사라지는 경향에 주목했다(Downs, 1972).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를 설명하고자 이슈의 탄생부터 소멸까지의 단계를 이슈 전, 이슈 발견과 표면화, 관심의 증가와 비용인식, 국민의 관심 감소, 이슈 이후의 5가지를 관심주기로 묶어 제시했다. 특히 모든 사회문제가 이슈관심주기를 거치는 것이 아니며, 대기오염이나 수질오염 등 생태학적 이슈들이 주로 해당한다고 보았다(Downs, 1972; 임도빈·허준영, 2010). 이는 주목받는 이슈와 그렇지 않은 이슈들의 존재가 중요하며, 인위적으로 발생되는 이슈에 대한 주목과 비 주목 상황을 고려해야 함을 시사한다.

문화정책의 유행 상황에 대해 판단하기 위해 정부, 언론, 학계 등 행위자별로 정책이슈에 대한 대응은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 살펴보고, 여론뿐 아니라 학계의 관심, 정부 업무계획에 의해서 나타나는 이슈관심주기, 즉 생애주기가 정부의 자원배분(예산)과 어떠한 관계를 형성하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유행은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가 그 관심을 잃는 등의 패턴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시간과 행위자 모두를 고려했을 때 최종적으로 유행을 따른다고 볼 수 있는 정책이슈가 있는지, 그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 알아보아야 한다. 이러한 모습들을 확인하기 위하여 아래와 같이 가설을 설정하고, 이 가설들에 부합하는 키워드가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한다.

가설 2. 정책이슈 키워드는 다른 키워드의 등장과 연계되며 생애주기를 따른다.

Ⅲ. 연구방법

1. 연구방법과 범위, 측정
1) 연구방법

문화 정책 분야에서 유행이라고 부를 수 있는 상황이 나타났는지, 어느 정책 이슈가 그런 모습을 보이는지 알아보고자 다양한 자료를 통해 분석을 수행했다. 문제해결을 위한 연구방법으로 이론기반 분석틀을 활용한 데이터의 해석, 문헌연구와 자료에 대한 기초통계, 시계열 시각화, 상관분석 등을 사용하였다.

2) 연구범위

현재 논의들에 비춰 보면 정책의 유행은 특정 이슈의 유행이나, 혹은 그런 이슈나 경향을 따라 하는 행위를 지칭하며, 다소 의미가 혼재되어 있고 명확히 구분되어 사용되지는 않고 있어서, 구분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정책이 유행을 따르고 사그라지는 과정을 살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주제로, 앞서 논의와 같이 어떤 이슈는 유행의 모습을 따르고, 다른 것은 그렇지 않으며, 유행이 되는 방식과 행위자들의 영향력이 다르게 나타난다면 이를 한꺼번에 보고 비교함으로서 정책에서의 유행 형성 및 변화 기제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 정책이슈들이 유행의 모습을 보이는지에 대한 것에 집중하여, 정책 이슈에 대한 것을 논의 범위로서 설정하고자 한다.

구체적인 연구 범위는 문화 영역의 정책 이슈 키워드로 한정한다. 문화정책의 영역 구성에 대해서도 여러 의견이 제시될 수 있는데, 본 연구에서는 한국 문화영역의 정책수립 및 제안, 집행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로 진행하고 있음에 착안, 업무내용 중심으로 분류하여 중앙정부의 문화담당부처 및 그 소속기관의 예산을 문화예산으로 간주하고, 기관중심의 분류를 시도하였다. 기관중심의 분류는 가장 간단한 기준이면서도 문화정책의 범위와 대상이 국가나 시대적 흐름에 따라 변화를 보여도 추적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이병량, 2004). 이 부분은 정책 이슈의 변화양상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적합하다고 판단된다. 다만 이병량(2004)은 일반회계만 포함하였지만, 기금에서 상당수 문화정책사업을 집행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여 본 연구는 문화부에서 관리하는 기금을 포함하여 분석했다.

부처별로 세부사업까지 정리된 예산을 2009년도 자료부터 확보가 가능하여, 자료의 기준과 시기를 맞추어 2009년부터 2022년까지의 정부 주요업무계획, 문화부 연도별 국회확정예산, 언론기사, 학술논문 자료를 활용했다.

3) 측정

정책은 정부 차원에서 이루어지므로, 정책에서 유행이 있다면 가장 크게 관여될 주체는 정부이다. 연도별 문화체육관광부 주요 업무계획에 실린 비전, 전략, 추진과제명 중 추진과제명을 기반으로 키워드를 도출한다. 정부 업무계획에서 특정 키워드가 2회 이상 반복하여 나타난다면, 특정 주제에 대해 최소 2년 이상 이어져 온 정부의 관심과 의지의 표현으로 이해한다. 정부 차원에서의 관심사를 최대한 그대로 파악해 보고자 키워드들 중 정책 영역이나 사업을 포함하는 의미를 가지는 것들도 제외하지 않았다. 다만 ‘문화’, ‘예술’, ‘콘텐츠’ 와 같이 연구범위의 모든 연도에서 등장하여 당연하게 출현하는 키워드들은 제외하였다.

정부의 자원배분결정 결과로서 특정 주제들에 대한 사업예산규모를 고려한다. 실제로 문화정책의 흐름에 대해서 살펴본 연구들은 대체로 정권별로 구분해 차이를 살펴보았으며, 예산으로 표현되는 집행방식에 집중하였다. 문화예산을 분석하면서 문화정책의 내용을 파악하고(이병량, 2006), 문화관련 법률안에서의 정책대상과 전략을 통해 정권별 특성을 확인하며(배관표·이민아, 2013), 정권별 변천과 함께 큰 영향을 끼치는 사건으로서 코로나19를 고려하고(권영길, 2023), 각 정권별로 문화행정이 추구하는 가치와 목표, 법제도, 조직기구, 주요 프로그램의 변화를 60여 년의 자료를 통해 분석하는(박광국, 2008) 등의 시도가 이루어져 왔다. 법제도와 예산을 통해 정책을 살펴보는 것은 정책의 근거와 함께 정부의 역할을 보고자 함이다. 문화정책의 변화 추이와 내용은 예산을 중심으로 보았다(이병량, 2004). 이에 열린재정 재정정보공개시스템에서 제공하는 세출 세부사업예산편성현황 자료 중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출 세부사업 예산편성 총액으로 국회확정금액의 크기를 측정하였다. 세부사업은 자료가 제공할 수 있는 가장 상세한 정보이기도 하고, 실제 정책사업의 단위에 가장 가깝다고 판단하여 분석의 기준으로 삼았다. 예산의 단위는 천 원, 2020년을 100으로 기준점을 삼아 물가변동을 반영하여 비교하였다.3)

언론에서 특정 주제를 많이 이야기한다면 이 주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나 활동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있는 지표가 된다. 언론의 보도량은 해당 이슈에 대해 보도한 뉴스기사 수로 계량화할 수 있다(유수동·이진실, 2017). 언론에서의 사회 및 정책적 관심을 알아보고자 온라인에서 찾아볼 수 있도록 발행된 뉴스기사들에 대해 Big Kinds 웹사이트에서 2009.1.1.—2022.12.31.의 기간 동안 문화체육관광부 주요 업무계획에서 2회 이상 나타났던 키워드를 검색하고 기사 분류를 문화로 한정하여 도출되는 연간 기사 수를 파악하였다.

조직이론 분야 이론적 콘셉트의 확산에서 유행이 존재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발표된 논문들에서 콘셉트들에 대해 시간에 따른 수량 변화를 측정한 것에 착안하여(Bort & Kieser, 2011), 학계에서 특정 주제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는 척도는 논문 발표를 통해 알아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2009.1.1.~2022.12.31. 기간 내 사회과학, 인문학, 예술체육학, 학제 간 연구에서 주제 분류 ‘문화’에 속하는 한국연구재단 등재지(2023년 기준)에 게재된 논문에 한정하여 dbpia를 통해 주요 업무계획에서 도출한 키워드를 검색하였다.

2. 분석틀

연구에서는 시간적 맥락에서 정책네트워크 내 행위자들의 상호작용으로 특정 정책 이슈가 유행 생애주기 안에 위치해 있는지, 그렇다면 어떤 단계에 속해 있는지 설명을 시도하기 위해 정책변동과정 이론과 이슈관심주기 이론의 개념에 착안하여 ‘정책관심주기’ 모형을 제안한다.

여론과 정책변동의 관계에 대해 이슈관심주기, 정책변화를 주도하는 행위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이슈가 그것을 이끄는지 주목하는 정책변동이론을 활용하는 이유는, 행위자들 간의 상호작용 자체에 관심을 갖는 정책네트워크이론, 정책유행이론(policy fashion: Harrison, 2004) 등 정책변화와 관련하여 행위자와 시간의 작용에 대해 논의해 왔지만, 많은 연구들의 대상이 단편적이거나 특정 시기에 집중해 와 정책 영역에서 전반적으로 유행의 패턴을 보이는지 판단하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정책에 대해 Downs(1972)의 이슈관심주기모형과 Kingdon(1984)의 모형을 혼합한 연구모형을 구성하여 한계를 극복하여 설명해 보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임도빈·허준영, 2010; 왕재선·김선희, 2013). 본 연구는 혼합모형의 구성개념에 착안하여, 연구 대상의 범위가 넓어지고 다양한 행위자를 고려했을 때도 충분히 설명력을 가지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정책변동모형들이 하나의 정책 상황에 집중하여 변화를 살펴봤다면, 이슈관심주기의 개념을 접목한 혼합모형을 통해 하나의 이슈 흐름뿐 아니라, 여러 이슈들 중 이슈가 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실증적으로 확인해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연구는 정책변동의 이론들에서 정책의 변동을 설명하는 요소들인 시간과 행위자에 대한 활용에 집중해, 이슈에 대한 관심 주기가 있는지 살펴본다. 이미 정책으로 구성된 것들이 관심을 받는 수준과 그 변화에 대해 주로 분석하고자 하며, 특히 예산의 변화와 사람들의 관심이 변화하는 모습에 대해 경향성을 가지는 키워드가 무엇인지 확인하고자 한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이슈관심주기 이론에 정책변동을 설명하는 Kingdon의 다중흐름모형 분석요소들을 함께 고려하여 5가지 단계를 포함한 ‘정책관심주기’ 분석틀을 형성하였다. 정책이슈 전 단계는 정부 예산의 배분이 없는 상태이며, 정책이슈 표면화 단계에서는 언론과 학계에서 정책키워드에 대해 언급을 하고 정부 예산도 등장한다. 정책관심 증가 단계에서는 정책이슈에 대한 언론과 학계의 언급이 늘어나고, 정부 예산 규모도 증가한다. 관심 감소 단계에서는 정부예산이나 언론보도, 논문건수가 감소한다. 정책이슈 대체는 그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던 정책이슈에 대한 정부예산이나 언론보도, 논문건수가 줄어들고 다른 이슈에 대한 정부예산의 규모나 언론보도, 논문건수가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는 상태이다([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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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정책관심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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Ⅳ. 분석

1. 문화 분야 정책이슈의 구성

정부가 연 초 업무계획으로 제시하는 계획서에는 정부의 주요 관심사가 나타나 있다. 유행의 대상이 되려면 최소한 1개 연도를 초과하는 지속성 있는 등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연도별 업무계획 내용을 통해 가장 많이 나타나거나 여러 년도에 걸쳐서 나타나는 키워드가 있는지 추적해 보았다. 2009-2022년 문화체육관광부 주요 업무계획의 추진과제명을 모두 수집하여 전체기간 동안 2회 이상 나타난 키워드들을 추렸더니 <표 1>과 같았다.

표 1. 정부 업무계획 추진과제에 2회 이상 등장한 키워드들
키워드 성격 키워드
가치 공정, 나눔, 소통
세계 글로벌, 한류, 교류
사업 유통, 저작권, 생태계, 일자리, 인력
예술 창조, 창작
장소 인프라, 공간, 지역
생활, 복지, 향유
기타 남북, 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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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복지, 지역, 창작은 거의 모든 정권에서 나타나 중요하게 다루어졌다고 볼 수 있는 키워드이다. 많은 키워드들은 1개 정권을 초과하여 출현하였지만, 가치와 관련한 키워드들은 공정을 제외하면 단일 정권에서만 나타났다. 공간(2011, 2012, 2015년 등장), 창조(2011, 2012, 2015, 2016년 등장)는 유사한 정치성향의 정권별로 반복하여 나타났으며, 생활문화(2017-2020년 등장, 그 이전에는 생활 속 문화)도 마찬가지였다.

여기서 고려해야 할 것은, 업무계획에서 등장하는 하나의 키워드가 정권이나 시기별로 다른 의미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생활’은 2012년부터 2017년까지는 ‘생활 속 문화’로 접근해 왔으나, 2018년부터 ‘생활문화’로 조어되어 사용되었다. ‘생활문화’는 1993년까지 문화부의 국 명칭이기도 했으나 그 이듬해 생활문화국이 폐지되고 잠시 정책의 전면에서 사라졌다 재등장하였다(<표 2>).

표 2. 각 키워드별 문화체육관광부 연초 업무계획에 나타난 횟수
회계연도 공정 글로벌 한류 교류 유통 저작권 생태계 인력 창조 창작 공간 지역 생활 복지 향유 남북
2009 1 1 1
2010 1 1 1 1 1 1
2011 1 1 1 1 1 1 1 1
2012 3 1 1 2 1 1 2 1
2013 1 1
2014 1 1 2
2015 1 1 1 1 1 2 1 1
2016 1 1 1 1 2 1 1 1
2017 1 1 1 1 1 1 2
2018 1 1 1 1 2
2019 1 2 1 1 1 1 1
2020 1 1 2 1 1 1 1
2021 1 1 1 1 1 2
2022 1 1 1
전체 10 4 5 8 3 4 4 3 6 10 4 6 11 8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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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행위자별 정책 이슈의 활용
1) 정부의 자원 배분: 예산

주요 업무계획을 통해 도출한 키워드를 중심으로 문화체육관광부의 2009년부터 2022년의 세출자료 중 지출 세부사업 예산편성 총액 자료를 분석한 결과, 주요 업무계획에서 도출한 키워드 중 ‘공정’ 이외 모든 키워드가 세부사업명에 포함되어 있었다. 세부사업 예산의 연도별 총액이 꾸준히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경향성을 갖지 않고 특정 연도들에서만 나타나는 키워드는 글로벌, 한류, 생태계, 일자리, 남북, 창조였으며, 일관되지 않은 변화 양상을 보이는 세부사업들의 예산 총액 흐름을 가진 키워드들은 교류, 유통, 인력, 인프라, 공간, 지역, 생활, 복지, 향유였다.

생활은 2015-2018년에 다른 시기보다 예산을 많이 활용했고, 지역은 2012-2015년, 2019년부터 예산의 규모가 늘어나서, 생활과 지역이 예산의 규모가 큰 시기가 서로 대체되는 것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향유는 2019년부터 급격하게 예산 규모가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글로벌은 2009, 2010, 2022년에만 세부사업에서 예산이 드러나는데, 한류에 대한 예산은 2010-2017년까지 반영되어 서로 대체되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4) 교류에 대한 정부 예산은 2012-2015년까지 많았다가, 2016-2018년 시기에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아졌고, 2019년부터 다시 증가하였다([그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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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정책키워드별 세부사업예산 규모(백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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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언론의 사회 관심 반영: 보도 기사 수

언론에서 표현된 사회에서의 정책 이슈에 대한 관심을 알아보고자 선정된 키워드들에 대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신문기사 수를 확인한 결과, 지역에 대한 연도별 기사 수가 평균 6만 건 이상으로 가장 많이 나타났다. 기사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했던 키워드는 글로벌, 생태계, 향유이며, 기사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한 키워드는 생활, 기사 수의 증감이 반복되었던 키워드는 교류와 유통이었다. 그 중 교류는 2013-2019년까지 평균 1만여 건이 넘는 기사 수를 보이다가 2020년 이래 감소하였다. 유통 역시 2014-2019년까지 기사 수가 증가했다가 2020년 이래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그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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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정책키워드별 언론에서의 보도 기사 수(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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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학계에서의 관심: 논문 편수

학계에서의 정책키워드에 대한 관심을 알아보고자 논문발표수를 확인한 결과, 대부분의 키워드에 대해 연구발표 수가 전반적으로 증가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2009년 대비 2022년의 논문발표 규모는 생태계가 5.3배로 가장 많이 증가했지만, 지역의 논문발표수가 2022년 기준 1,800여 건 이상으로 절대량에서 많은 수를 보여 지역에 대한 연구가 가장 많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논문발표수의 증감은 일부 키워드에서 두드러졌는데, 창조와 한류는 2013년과 2014년에 논문 발표수가 급격히 증가하다 2017년 이래로 소폭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2019년 이후 급격하게 논문 수 증가를 보이는 키워드는 복지였다. 생활의 논문 발표 수는 2015년까지 증가 추세였으나 그 이후로는 비슷한 수준에서 증감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였다([그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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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정책키워드의 논문발표 수(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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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부, 언론, 학계의 관심

주요 업무계획에서 도출된 키워드들의 정부예산규모, 언론보도기사 수, 그리고 논문발표 수의 연도별 추이를 함께 살펴보았다. 세 가지 정보를 하나의 기준으로 비교하고자 각 값에 자연로그를 취한 값을 사용하였다. 역사적 측면에서 키워드들이 갖는 의미는 복합적일 수 있어 정책 및 사회적 맥락을 고려하여 추이 변화를 파악하였다.

문화기본법, 지역문화진흥법 등 다양한 법이 제정된 2014년도와 그 이후로 언론에서 정책키워드들을 많이 언급하였다. 지역문화진흥법 제정 이래로 지역에 대해 예산규모, 언론보도, 논문발표의 양이 많아졌다. 예술인 복지법 제정 이후 시기에 정부의 문화관련 복지예산 규모도 커지는 모습을 보이는데, 2015년까지 크게 증가하고, 이후 주춤했다가 2019년부터 다시 규모가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2018년 평창올림픽 이후로 교류, 지역에 대한 정부예산 규모가 확대되었다. 남북의 언론 언급은 2018년에 많아졌는데, 평창올림픽 등 이슈와 연계된 것으로 추정된다. 남북은 2012년, 2019년에만 정부업무계획에서 언급되었고, 정부예산은 2015년까지만 드러나고 그 이후부터는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20년 이후에는 향유에 대해 정부, 언론, 논문 수가 가장 증대되었다. 특히 2020년 이후인 코로나19 시기에는 복지와 관련한 논문과 향유에 대한 정부 예산 및 논문수가 많이 나타났는데, 이때 예술 활동의 어려움과 예술향유가 축소된다는 의견들이 반영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및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OTT에서 많은 인기를 얻었던 2021년 이후부터는 정부에서도 지역과 창작, 향유에 집중하여 예산을 규모 있게 지출하였다.

각 정권별로도 강조하는 키워드들이 구분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공간을 강조해 왔으며, 문재인 정부에서는 공정, 교류를 꾸준히 언급해 왔다. 정권을 초과해서 나타났던 키워드들 중 생태계가 박근혜 정부 후반부터 문재인 정부 초반까지 강조되었고, 생활은 2014년부터 박근혜 정부를 지나 문재인 정부까지 꾸준히 나오다가 코로나19 이후부터 전면에 드러나지 않았다. 교류는 이명박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 강조, 한류는 박근혜 정부에서 강조해 왔고 문재인 정부 후반에 교류와 한류 모두 활용했다. 복지는 모든 정권에서 자주는 아니어도 꾸준히 강조해 왔다.

특이한 점으로 한류-교류-글로벌에 대한 강조와 관심은 언론에서 주로 나타났고, 학계는 여러 법이 제정되었던 2014년 전후 시기에 창조, 코로나19 시기에 지역, 복지 등에 집중해 왔다. 행위자별로 강조하는 정책 이슈들은 조금씩 다르지만, 코로나19 시기에 향유와 지역에 대해 각 행위자들의 관심이 모였으며, 정부에서는 꾸준히 지역에 대한 지원을 해왔고 이것을 언론과 학계도 동의해 왔다.

한류의 경우 복잡한 맥락을 가지고 있는데, 2000년대 초 한류의 용어가 등장하여 사용한 것은 언론이었지만, 2019년 공공기관에서 펴낸 보고서에서 한류의 새로운 개념정의를 시도하고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하는 등(한국콘텐츠진흥원, 2019) 점차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개념의 변화 및 활용을 이끄려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예산 규모와 기사 건수가 유사하게 진행되는 키워드들 중에서는 정부의 정책이 기사화되어 언론을 통한 안내나 통보가 이루어졌던 건수가 반영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정부정책만이 언론보도에 반영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운데, ‘창조’가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로서 ‘창조경제’, ‘문화융성’의 맥락에서 강조되었다면 정책지지와 협력으로서 언론에서의 언급이 선행되고 그 이후 정부에서 사업적 접근을 하는 모습들이 보였을 수 있다. 또한 ‘지역’과 ‘한류’는 여러 주체들이 운영하는 사업과 관련한 기사들이 보도되고 있어 꾸준히 상관성을 갖는 추이를 보인다는 추측도 가능하다. ‘복지’와 ‘교류’는 2017년과 2018년도까지 정부예산규모와 언론보도가 유사한 모습을 보이지만 그 이후에 그렇지 않은 것은 정부정책과 언론의 관심의 방향이 달랐을 가능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또한 정권별로 강조되었던 키워드들 중 일부는 그 관심사가 예산에 반영되었지만, 가치를 표현하는 ‘공정’, ‘나눔’, ‘소통’ 등은 예산에 표현되지 않거나 매년 늘어나는 등 계획상의 관심을 자원의 배분과 관련짓기 어려웠다. 이유는 세부사업 수준의 사업명은 가치를 표현하는 용어를 반영하기보다는 구체적인 사업의 대상이나 목적을 반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예산과 언론보도기사 수, 논문발표수의 흐름이 서로 비슷한 추이를 보이는지, 선행 혹은 후행하는지 정권과 역사적 이벤트를 고려하여 비교한 결과, 아래와 같이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정부예산의 흐름과 언론보도, 논문발표수가 유사하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는 키워드는 한류였다. 복지 또한 정부예산과 언론, 학계 관심의 변화 방향성이 유사하였다. 한편, 언론보도와 논문발표가 꾸준히 많아지는 가운데 전반적으로 정부예산이 증가한 키워드는 향유로, 모든 주체에서 향유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글로벌, 지역은 정부업무보고의 언급 후 시기에 언론보도가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언론보도와 논문발표가 꾸준히 늘어나다가 정부예산이 갑자기 많아진 2016년을 기점으로 예산규모와 언론보도, 논문발표가 모두 줄어든 키워드는 창조였다.

언론보도와 정부예산규모 변화가 거의 유사하게 흐르다가 예산규모가 변화한 것은 교류, 언론보도와 학계 관심은 많으나 정부예산이 지속적으로 변화한 것은 지역이다. 언론보도기사수와 정부예산, 논문발표건수가 서로 다양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 키워드는 복지로, 2018-2019년 이래로 논문발표 수는 늘어나지만 언론보도기사수가 줄어들며 관심이 집중되지 않았다([그림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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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정책키워드들의 정부예산, 언론보도기사수, 논문건수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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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키워드들의 정부예산, 언론보도기사수, 논문건수의 관계에 대해 상관분석을 수행한 결과, 세 변수 모두 상관관계가 있는 키워드들은 생태계, 향유였으며, 예산이 다른 변수들과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인 키워드들은 한류와 창작이었다. 논문수가 다른 변수들과 상관관계를 보였던 키워드들은 글로벌과 복지였으며, 논문수와 예산만 상관관계를 보인 키워드들은 저작권, 인력, 지역이었고, 창조와 공간은 논문수와 언론보도기사수만 상관관계를 보였다. 특히 향유, 한류, 복지에서 시계열의 변화가 유사한 것으로 보였지만 상관분석을 통해 향유는 모든 변수 간의 관계를 기반으로 한 변화, 한류는 예산을 중심에 둔 변화, 복지는 학계의 관심을 위주로 한 변화일 가능성도 고려해 볼 수 있었다.

상관관계는 선형관계를 전제로 하는 분석이므로 시계열 중 비선형 상관관계가 존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지만, 그럼에도 시계열과 역사적 이벤트들에서 변화 흐름이 나타났던 한류와 복지, 향유, 글로벌, 창조 등 키워드들의 정부예산과 언론보도기사수, 논문발표수 중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상관관계들이 존재함을 확인하였다(<표 3>).

표 3. 정책키워드들의 정부예산, 언론보도기사수, 논문건수의 상관관계 분석
키워드 언론보도기사수 ↔ 예산 논문수 ↔ 예산 논문수 ↔ 언론보도기사수
공정 0.2604
글로벌 −0.4409 −0.6983* 0.8814*
한류 0.8503* 0.6414* 0.4208
교류 0.0389 0.3912 −0.177
유통 −0.2841 0.4877 0.3403
저작권 −0.1147 0.8015* −0.0452
생태계 0.7061* 0.8095* 0.8840*
인력 −0.3315 0.6773* 0.0546
창조 0.281 0.3423 0.6875*
창작 −0.5359* 0.7109* −0.2883
공간 −0.2635 0.1682 0.7589*
지역 −0.2964 0.6330* −0.2098
생활 −0.1358 0.5199 −0.4058
복지 −0.2953 0.8324* −0.6326*
향유 0.7852* 0.6944* 0.9322*
남북 −0.0519 −0.3169 0.3474

* p <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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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정책관심주기를 통한 판단

정책키워드들의 상황을 정책관심주기를 통해 판단하면 아래와 같다. 정부 예산 배분이 없는 상태의 정책이슈 전 단계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키워드는 공정으로, 정부업무계획에 등장하지만 2009-2022년의 기간 동안 정부 예산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공정이 불공정, 형평, 기회 등 개념화 방향성에 따라 시기별로 다양하게 사용되었을 수 있지만, 사업 명칭으로서 포함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정책이슈 표면화 단계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 키워드는 정부예산이 등장하기 시작한 2010년의 한류와 생태계이다. 생태계의 경우, 2009년 이래 정부예산의 배분이 없다가 논문건수, 언론보도기사수의 증가추세와 함께 2017년부터 정부예산이 등장하며, 정책이슈로 전면에 나섰다. 생태계를 체계로 보는 관점에 따른다면 사업 단위의 명칭으로 포함되지 않았을 수 있으나, 생태계 조성을 사업 목적으로 보면 사업명칭으로 포함했을 가능성도 있다.

정책관심 증가 단계에 위치한 것으로 보이는 키워드들은 창작, 공간, 저작권, 향유로, 2009-2022년의 기간 동안 전반적으로 정부 예산과 논문건수, 언론보도기사수가 증가 추세를 보였다. 문화산업의 강조와 함께 저작권, 그리고 장소성의 강조로 공간이 대두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일부 시기에서 정책관심 증가 단계에 위치한 것으로 보이는 키워드들은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정부예산이 증가하였던 한류, 2015-2018년까지 정부 예산 규모가 매우 많아졌던 생활이 있다. 생활에 대한 논문건수는 2010년부터 증가하기 시작해서 2015년부터 매년 유사한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지역의 경우, 연구기간 동안 논문건수와 정부예산 규모는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지만, 언론보도기사수는 2009년부터 2022년의 기간 동안 유사하게 유지 중에 있다. 키워드로서 지역이 함께 조어되는 단어들에 따라 다양한 맥락을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도, 언론에서의 관심은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된 것으로 보인다.

관심 감소 단계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 키워드들은 2019년부터 정부 예산이 등장하지 않는 한류, 2019년부터 정부예산 규모가 감소하고 있는 생활, 2013년에 정부 예산규모가 증가했다가 급격히 감소하여 2016년 이후 정부 예산이 등장하지 않는 남북이 있다. 또한 창조에 대한 정부예산은 2019년 이후 등장하지 않고, 언론보도와 논문건수도 2009년에서 2022년 사이 감소해가는 모습을 보였다.

정책이슈 대체 단계에 있는 것으로 추측되는 키워드는 한류로, 한류의 키워드를 포함한 정부예산이 없거나 줄어드는 시기인 2009년, 2010년, 2022년에 글로벌에 대한 정부예산이 등장하였다.

정책관심주기 단계에 위치한 정책키워드들을 파악해 본 결과, 정책관심주기의 특정 단계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 키워드들은 유통, 저작권, 인력, 창작, 공간, 지역 등으로, 논의가 지속되는 과정에 놓였다고 보인다. 정부뿐 아니라 다양한 행위자의 관심을 받고 있는 키워드들이 존재함을 확인하여 가설 1 ‘정책이슈 키워드에 대한 정부 자원배분의 증감 변화와 언론, 학계 관심 수준의 증감 변화 방향이 유사하다.’는 일부 지지되었다.

또한 정책관심주기를 두 단계 이상 거친 것으로 보이는 키워드들은 글로벌과 한류로, 언론과 학계에서의 언급이 많아졌다가 감소하고, 두 키워드 간 활용이 대치되는 것 같은 모습도 보여주었다. 글로벌과 한류는 연구기간인 2009년부터 2022년 사이에 정책이슈의 형성-확산-감소-전이 중 일부를 빠른 시간 내에 겪은 것으로 보인다. 남북의 경우는 특정 시기에만 정책예산이 책정되고 언론과 학계의 언급이 늘었다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글로벌과 한류, 남북과 같은 키워드는 정책의 유행 단계를 따르는 면을 가졌다고 볼 수 있겠다. 이렇게 생애주기를 따르는 키워드들이 존재함을 확인하여, 가설 2 ‘정책이슈 키워드는 다른 키워드의 등장과 연계되며 생애주기를 따른다.’도 일부 지지할 수 있었다(<표 4>).

표 4. 정책관심주기에 대응되는 키워드들
단계 상황 키워드
정책이슈 전 예산 없음 공정
정책이슈 표면화 언급, 예산 등장 2010년의 한류, 생태계
정책관심 증가 언급, 예산 증가 창작, 공간, 저작권, 향유
관심감소 언급, 예산 감소 2019년 이후의 한류, 2019년 이후 생활, 2016년 이후 남북, 2019년 이후 창조
정책이슈 대체 예산 없음 2009-2010년, 2022년의 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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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가설 1, 2에 부합하지 않고 정책관심주기를 따르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키워드들로 공정, 복지, 인력이 있었다. 공정을 제외한 키워드들은 정부예산을 수반하여 정책이슈로 도출되었으나, 언론보도, 논문건수의 변화가 방향성을 갖지 않는 모습을 보여 유행의 단계에 속해 있다고 보기 어려웠다. 이는 Downs(1972)가 유행을 겪는 이슈와 그렇지 않은 이슈가 공존함을 강조한 부분과 관련하여, 이 키워드들이 유행을 따르지 않아 야 할 만큼 중요하거나 혹은 안정된 지지를 얻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혹은 의미나 사용례의 변경을 겪으면서도 꾸준히 키워드가 사용되었을 수 있다. 복지의 경우, 향유, 나눔, 참여 등의 키워드들과 함께 조어되며 2005년 문화바우처 시범사업으로 시작한 문화이용권 등 국민을 대상으로 한 문화복지 차원에서의 정책 접근에서 많이 사용되었다가, 예술인복지법 2011년도 제정과 함께 예술인을 대상으로 한 복지의 확대로 활용되는 경향이 있지만, 논문, 언론보도의 양에서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현재 상태에서 정책이슈 키워드에 대해 언론이나 학계가 먼저 관심을 가지고 논의를 이끌어내기보다 정부가 업무계획에서 언급하거나 정부예산을 배분한 후 언론과 학계의 관심이 증가하는 등 전반적으로 정부가 언론과 논문의 흐름을 주도하는 경향이 보여, 문화정책 분야의 많은 정책키워드와 관련한 정책과정이 정부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영역의 정책형성 사례가 동원형을 따랐다(이종열, 2012)는 연구 결과와 비슷한 맥락을 가진다. 이는 정책의 과정에서 정책 이슈에 대해 언론과 학계가 정부의 자원배분에 영향을 받아 의견을 표현하는 상황이 적지 않다고도 볼 수 있다.

Ⅴ. 논의 및 결론

본 연구는 문화정책의 이슈에 유행이 존재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정부업무계획에서 키워드를 도출하고 그에 대한 정부 예산, 언론보도와 논문발표 수 변화를 살펴보았다. 분석 결과, 시계열분석과 부트스트랩 회귀분석에서 정부예산의 흐름과 언론보도, 논문발표수가 같은 방향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는 키워드는 한류였다. 정책관심주기의 여러 단계를 거친 것으로 보이는 키워드들은 글로벌과 한류, 남북이었으며 최소한 하나의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보이는 키워드들은 유통, 저작권, 인력, 창작, 공간, 지역 등이었다. 연구범위기간 동안 정책관심주기를 따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키워드들은 공정, 복지, 인력으로 유행과 상관없이 중요하거나 혹은 안정된 지지를 얻고 있는 정책이슈들일 것으로 보았다.

학계와 언론의 관심 흐름은 유사한 경우가 많아, 문화정책 관련 영역에서 학자들과 사회의 활동은 긴밀하게 이어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 예산 흐름은 독자적인 경향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정부의 주도 및 영향력이 큰 한국 맥락에서 문화 분야의 많은 활동들이 정부의 영향력 아래서 이루어지며, 유행을 이끌어내는 주체로 정부가 기능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판단된다. 문화정책 분야에서 ‘유행’으로 보이는 여러 상황들이 사실은 정치적 결정의 산물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지지를 이끌어내고 정책으로서 역할을 하는 데 유행이 좋은 방법일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지속성 있는 정책의 디자인 및 추진이 필요하다. 언론과 학계에서는 정책으로서 다루어질 필요가 있는 이슈들을 발굴하고 꾸준히 제안하면서 정부의 관심과 자원 배분을 환기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정책행위자로서 기능할 것이 요구된다. 정부도 사회와 학계의 동향을 면밀히 살펴보고 정책의 수요와 필요성에 대해 더 많은 고찰을 통하여 자원을 배분하고 정책 철학에 기반한 지속성 있는 정책을 집행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는 하드데이터를 활용하여 여론뿐 아니라, 실제 정책에서의 자원배분상황과 예산규모, 학계에서의 관심을 함께 살펴보았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그간 많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문화 영역의 정책유행에 대한 논의를 통해 한국의 문화영역 맥락에서 어떤 이슈에 대해 관심이 커졌으며, 그것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살펴본 것에도 의의를 갖는다.

그러나 연구 결과의 해석은 조심스러운 점이 있는데, 다음과 같은 한계들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 등 가치를 표현하는 키워드들이 사업예산 명칭에 반영될 가능성보다는 그 사업을 아우르는 상위 명칭이나 사업계획서에 반영되었을 가능성은 분석에서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 정책용어로 정제되지 않았지만 정책사업에 꾸준히 포함되어 온 이슈들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 또한 용어만 달리하여 거의 같은 내용의 정책사업이 이어져 왔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현재 분석 상황에서는 한류와 글로벌, 교류 등 유행의 단계를 따르는 것으로 보이는 키워드들이 같은 내용의 사업에서 정책 용어만 전환되는 유행을 겪었는지에 대해 식별하기는 어려웠다. 키워드가 지닌 의미가 정치, 사회적 맥락에 따라 변화하여 정부예산이나 논문, 언론보도에서 드러나는 양상이 달라졌을 가능성도 있다.

본 연구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분석을 시도하였지만, 논문과 언론보도의 내용분석을 수행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내용상 정책이슈와 관련한 시차가 발생하였을 가능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석에 고려하지 못했다. 연구에서 도출한 키워드들 중 일부만 대상으로 하여 세부 사업의 내용을 살펴보고, 시간범위를 확장하여 구체적인 상황에서 유행과 관련하여 본 연구의 결론과 같은 결과가 도출되는지 비교해 보는 것을 추후 연구의 과제로 제안한다.

Notes

1) 박은희·김지영 기자(2016.07.01.). R&D예산 유행따라? … “중장기적 과기정책 절실”, HelloDD (최종접속일: 2024.03.31.) https://www.hellodd.com/news/articleView.html?idxno=58495

2) 도재기(2022.03.17.). 문화예술 강국? 문화 격차부터 없애라, 경향신문 (최종접속일: 2024.03.27.) https://m.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203170300005#c2b

3) 통계청, 2009-2023, 소비자물가조사.

4) 이 연구에서 ‘한류’가 중간에 정책사업 영역에서 등장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것과 관련하여 ‘K-’ 등 다른 키워드로 연결되는 모습을 추적하지는 않는데, 같은 의미를 가졌을 것으로 추측되는 변수들을 추적해 연계해서 보여주는 것이 이 연구의 목적이 아니고, 특정한 키워드들의 흥망성쇠 혹은 명멸을 살펴보면서 연계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것까지가 연구 범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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