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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문화에 나타난 취약계층의 이미지 분석: 민속문화정책 자료 속 신체적 장애를 지닌 이들을 중심으로

김민주 1 ,
Min Ju Kim 1 ,
Author Information & Copyright
1동양대학교 동두천캠퍼스 공공인재학부
1Associate Professor, School of Public Service, Dongyang University

* 이 논문은 2023년도 동양대학교 학술연구비의 지원으로 수행되었음.

Corresponding Author : Associate Professor, School of Public Service, Dongyang University E-mail: minju0803@dyu.ac.kr

© Copyright 2025 Institute for Buddhist Studies. This is an Open-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4.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Received: Feb 12, 2025; Revised: Feb 28, 2025; Accepted: Apr 04, 2025

Published Online: Apr 30, 2025

국문초록

본 연구는 취약계층으로서 신체적 장애를 지닌 이들의 이미지를 민속문화 속에서 탐색한다. 과거의 지금 여기와 현재의 지금 여기에서 살아가는 생활 주체들의 삶인 민속문화 속 그들의 이미지는 시간적 연속성에 의해 축적되어 있다. 그 이미지를 통해 취약계층인 신체적 장애를 지닌 이들을 새로운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민속문화를 보존하고 유지하는 민속문화정책의 일환으로 우리나라 민속문화를 공식적인 문헌으로 대대적인 정리 작업을 한 결과물인 국립민속박물관의 관련 자료 50건을 분석하였다. 분석결과, 긍정과 부정의 분석유목을 통해 총 4가지의 이미지를 도출하였다. 부정적 이미지는 ‘벌 받은 사람의 이미지’와 ‘어려운 사람의 이미지’로 세분화되었고, 긍정적 이미지는 ‘해학적인 사람의 이미지’와 ‘영험한 사람의 이미지’로 세분화되었다. 이를 통해 크게 두 가지 함의를 도출할 수 있다. 하나는 본 연구가 장애를 지닌 이들을 향한 우리의 보이지 않는 오래된 이면에 자리 잡고 있는 이미지에 관한 정보를 준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그 정보를 통해 현재의 장애인 정책에서 기대하는 바가 여전히 달성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 중 일부를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민속문화를 보존하고 유지하는 민속문화정책이 오늘날 현실의 여타 정책을 이해하는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Abstract

This study examined the images of people with physical disabilities in folklore. The images of people with physical disabilities accumulate on a temporal continuum, living in the reality of the past and the reality of the present. Based on these images, vulnerable people with physical disabilities could be understood from a new perspective. This study analyzed 50 materials from the National Folk Museum of Korea, which was developed as part of the Folk Culture Policy to preserve and maintain folk culture. These materials constitute the official documentation of Korean folk culture. The results showed four types of images, categorized as positive and negative. The negative images were divided into “the image of a punished person”and “the image of a person in trouble,”and the positive images were divided into “the image of a humorous person”and “the image of a spiritual person.”The implications are twofold. First, it provides information on the internal image of people with disabilities. Second, it explains why disability policies are still ineffective. These findings suggest that policies aimed at preserving and maintaining the folk culture may be useful for understanding other policies.

Keywords: 민속문화정책; 취약계층; 신체적 장애; 이미지
Keywords: folklore policy; vulnerable group; physical disability; images

Ⅰ. 서론: ‘지금 시대’에 왜 ‘민속문화’를 통해 취약계층에 대해 논하는가?

이 논문은 민속문화를 보존하고 유지하는 민속문화정책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자료를 활용하여 민속문화 속에 나타난 취약계층의 이미지를 탐색한다. 그리고 그로부터 함의를 찾는다. 이를 통해 민속문화정책의 결과물이 여타의 정책, 즉 취약계층과 관련된 정책에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음을 논한다. 따라서 이 글을 접할 때 가장 먼저 드는 의문은, “지금 시대에 왜 민속문화 속에서 취약계층의 이미지를 말하는 것일까?” 일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우선 민속문화의 의미를 통해 이해될 수 있다.

우리는 흔히 일제강점기의 영향 때문에 민속문화를 ‘잔존문화’나 또는 해방 후 전경화(前景化)를 위해 사용된 ‘민족문화’로만 생각하거나 고정불변의 ‘기층문화’로 여기는 경향이 많다. 이는 모두 오독이나 정치적 이유에 의한 것으로, 사실 민속문화는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생활 주체들의 실존적 삶을 의미하는 것이다(남근우, 2013). 실제로 19세기 말경 서구의 단어인 ‘culture’의 개념을 한국말로 번역할 때, ‘민속’으로 할지 아니면 지금처럼 ‘문화’로 할지 논쟁이 있었을 정도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민속은 과거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과거나 현재의 생활 주체들의 ‘지금 여기’에서의 삶을 의미한다. 과거 당시의 생활 주체들의 삶도 과거가 당시의 현재(지금 여기) 시점이므로 역시 민속문화이고, 지금 생활 주체의 삶도 역시 민속문화인 것이다. 이 말이 의미하는 것은 생활 주체들의 실존적 삶의 연속을 의미하는 것으로, 매 현재 시점의 생활 주체들의 삶이 곧 민속문화이다.

따라서 지금 시대에 왜 민속문화를 말하는지에 관한 의문에는 일종의 오해가 내포되어 있다. 그것은 지금 시대와 민속문화 간 구분에서 민속문화를 과거의 것으로만 규정한 데서 비롯된 오해인 것이다. 민속문화는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다루는 것이므로 지금 시대에 민속문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생활 주체는 과거의 지금 여기에 해당하는 민속문화 속 삶에서부터 그 실존적 삶이 연속된 것이므로 그들의 과거 삶의 모습을 현재의 생활과 함께 이야기하는 것도 당연하다. 따라서 지금 여기 민속문화 속에서 살아가는 생활 주체의 과거 모습과 지금의 모습은 함께 이야기될 수 있다.

여기까지 논의에서 한 가지 더 궁금증이 생길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왜 취약계층에 초점을 두고 있는가이다. 이는 각 당대의 민속문화 속의 다양한 생활 주체들 중에서 ‘상처입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뜻을 지닌 즉, 삶을 살아갈 때 마치 구멍이 뚫리는 것과 같은(perforable) 손상, 약점, 연약함, 불안정 등의 의미와 함께 사용되는 취약성(vulnerability)을 지닌 이들이 과거의 당대나 현재의 지금 여기에서 살아가는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연속성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Fineman, 2008). 그래서 이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과 구분하여 별도의 용어인 취약계층(vulnerable populations)으로 지칭되어 왔다(김민주·윤태영, 2022). 물론, 시대에 따라 취약성으로 포괄되는 세부 범위에 차이가 있고 또 상황적 취약성 이론에서처럼 상황에 따른 취약성의 정도도 다르다. 그렇지만 취약성 중에서도 신체적 장애를 가진 집단은 언제나 취약계층으로 규정되기 때문에(Marcos, 2016: 34-36), 본 연구에서는 신체적 장애를 지닌 취약계층에 초점을 둔다.1)

그런데 상황에 따른 취약성의 다양함 속에서 신체적 장애를 지닌 이들이 언제나 취약계층으로 규정된다고 해도, 바로 그 신체적 장애의 포괄 범위는 시대에 따라 또 다양할 수 있다. 하지만 본 연구가 공식화된 제도권의 신체적 장애 개념을 규정하고 있지 않는 민속문화를 대상으로 분석한다는 점에서, 각 당대의 신체적 장애의 포괄 범위를 명확히 일치시켜 규정하기 보다는 민속문화에서 사용된 신체적 장애의 언어적 표현에 한정하였다. 문자적 언어보다는 구두 전승(전래)에 의한 언어가 중심인 민속문화에서는 민속지식(folk knowledge)은 곧 그들이 사용했던 말(언어)에 내재되어 있기 때문에, 설사 별도의 규정에 의한 개념이 없더라도 언어생태전략 관점에서 볼 때 관념에 기반한 언어 중심의 연구가 가능하다(주강현, 2010). 임재해(2015)의 주장대로 민속문화가 지나치게 제도화된 배경(예, 제도권)하에서는 포착하기 힘든 과거와 현대를 잇는 역할을 한다는 점도 그래서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 신체적 장애는 앞서 언급한 취약성 개념에 기반하여 민속문화에서 사용되어 온 취약성을 지닌 이들을 지칭하는 언어적 표현인 관련 용어들(예, 봉사, 앉은뱅이, 벙어리 등 각주 1번 참조)이 사용된 사례에 해당하는 경우로 한정하였다. 다시 말해, 비록 비속어 등이 포함되어 있지만 별도의 개념으로 신체적 장애의 범위를 규정하지 않고 그동안 민속문화 속에서 전승되며 사용되어 온 장애를 지닌 이들을 지칭하는 언어가 사용된 경우의 묶음을 하나의 신체적 장애의 의미 포괄 범위로 설정하였다.

이처럼 본 연구에서는 민속문화 속에 나타난 신체적 장애를 지닌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논의한다. 이때 민속문화 속에 나타난 신체적 장애를 지닌 이들의 모습은 그들이 지닌 이미지를 중심으로 분석하며2), 분석의 자료인 민속문화는 현재 시점에서 볼 때 과거 당대의 민속문화이다. 그 이유는 현재의 지금 여기 시점의 취약계층에 관한 다양한 형태의 연구는 많이 이루어진 반면 과거의 지금 여기에 해당하는 민속문화 즉, 당대에 그들에 관한 연구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우리가 과거의 지금 여기의 민속문화로 분류 및 규정한 자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 등장하는 취약계층에 관한 관심은 거의 없었다. 이들에 대한 문화적 맥락에서의 이해는 취약계층을 포함한 우리 사회 속 인간을 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Skot-Hansen, 2005; Ingstad & Whyte, 1995), 본 연구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관점의 연구이다.

Ⅱ. 이론적 배경: 이미지를 통한 대상 이해와 취약계층의 다양한 이미지의 가능성

어떤 대상을 이해할 때 하나의 명확한 정의나 표현으로 나타내는 것은 쉽지 않다. 설사 합의된 정의가 존재하더라도 그 정의가 대상에 대한 온전한 이해를 담보하지는 못한다. 그 대상이 인간이라면 인간의 비합리성뿐 아니라 모순된 충동의 합성물(a compound of contradictory impulses)로 여겨지는 인간의 행위까지 모두 포괄하는 하나의 정의나 표현으로 이해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대상이 사물인 경우도 마찬가지다. 빛에 의해 색이 달라지는 사물이나 세밀한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모양으로 보이는 사물 역시 하나의 정의나 표현만으로 그 온전함을 나타내기란 어렵다. 따라서 대상에 대한 이해를 위한 한 방법은 그 대상을 다측면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이미지를 통해 대상을 이해하는 방법이 여기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조직에 대해 하나의 정의나 표현으로 규정하여 이해하는 것보다 조직이 지니고 있는 여러 이미지를 탐색하여 조직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다. 조직이 기계(machines), 유기체(organisms), 두뇌(brains), 문화(cultures), 정치시스템(political system), 심리적 감옥(psychic prisons), 흐름과 변환과정(flux and transformation), 지배의 도구(instruments of domination)로서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탐색하여 조직을 다측면으로 이해하는 것이다(Morgan, 2006). 이는 마치 어떤 현상에 대해 하나의 이론으로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이론으로 설명하면서 그 현상을 다각도로 이해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미지를 통한 이해는 문자로 이해하는 것보다 덜 형식적이기 때문에 문자로 표현되기 힘든 것도 포착하게 해주고 인식체계의 수월성도 높여줌으로써 대상에 대한 풍부한 이해를 가능하게 해준다. 그래서 이미지는 누구나 어떤 대상에 대해 그릴 수 있는 심리적 지도(mental map)이면서 정신적 표상(mental representation)으로, 의식적·비의식적으로 대상을 이해하는 방법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물론 쉽게 떠올릴 수 있고 누구나 이미지를 통한 이해를 한다고 하여 이미지 형성도 쉽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미지는 시간의 축적이 필요하고, 또 상호주관적 현실(intersubjective realities)로 될 만큼 여러 사람들 간의 공감과 상호작용의 역사도 필요하다. 그 가운데서 인간의 경험 등을 통해 형성된 종합적인 결과물로써 이미지가 형성된다(Boulding, 1961).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인식체계를 통해 어떤 대상에 대해 표현(출)된 이미지는 의미(meaning)를 지니고 있다. 의미를 지니고 있기에 이미지라는 어원3)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미지는 실제를 대리하여 실제와 같은 효과를 이끌어내거나 실제를 연속시킨다. 이미지가 실제 대상을 대리하는 것은 그 이미지가 지니는 의미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이다. 이처럼 의미를 지니고 있는 이미지이기 때문에 그동안 어떤 대상을 두고 정형화된 개념적 정의가 존재하지 않거나, 혹은 존재하더라도 여전히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거나, 또 대상을 다채롭게 이해하고자 할 때 이미지가 유용하게 활용되어 왔다(김민주, 2020; Scott, 1966).

그렇다면 본 연구에서 관심을 두는 취약계층에 대한 이해에서도 이미지가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그동안 취약계층의 경우 ‘취약’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취약계층(장애인 등)에 대한 다측면적 이해보다는 주로 보호, 지원, 도움 등이 전제된 이미지 발현의 단어들과 연관되어 인식되었다(박승희·염지혜·이현주, 2021; 최재현, 2022; 김홍주·박원희,2003). 실제로 취약성(vulnerability)은 ‘상처 입을 가능성’의 뜻으로 손상, 약점, 연약함, 불안정 등의 의미와 함께 사용된다. 인간이 삶을 살아갈 때 마치 구멍이 뚫릴 수 있는 것처럼(perforable) 항상 질병이나 죽음과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되어 있는 점을 나타내는 용어이다(Marcos, 2016: 34-36). 이는 기존 연구들에서 관련된 이미지를 논할 때 제시된 이미지 종류나 또는 편견에 의한 이미지인가 와는 별개의 문제로, 대부분 보호, 지원, 도움이라는 이미지로 수렴된다는 의미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는 위험 요소의 증가와 제도적 수용성이 높아지고 보편적 취약성 개념의 발전으로 취약한 이들을 보살피고 돌보는 일에 강한 윤리적 책임이 강조되기도 한다(Kittay, 1999; Goodin, 1985).

하지만, 취약계층에 대한 이미지는 그보다 더 다양할 수 있다. 특히 기존의 단어들(보호, 지원, 도움 등)과는 다른 이미지 발현을 가능케 하는 단어로 이미지가 그려질 수도 있다. 이는 다측면적 이해가 가능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이미지 연구에서 도출되는 예상치 못한, 즉 기존 연구에서는 포착되지 못한 이미지를 탐색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이 가능할 수 있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이미지는 시간에 의한 축적된 결과물이면서 고정불변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상의 이미지는 경험과 학습 등으로 변화하기도 하고 안정화 또는 급변 그리고 공고화 등의 모습을 보인다(이병희, 2019). 그렇게 본다면, 취약계층의 다양한 이미지를 탐색하는 것은 이미지를 통해 취약계층의 정교한 면면을 볼 수도 있고 동시에 이미지 변화도 알 수 있다는 의미이다. 특히 현재의 취약계층 이미지가 먼 과거의 취약계층 이미지로부터 축적되기도 하고 변화되기도 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오면서 다측면적 이미지가 형성되었다면, 과거의 취약계층 이미지도 함께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이처럼 과거의 지금 여기와 현재의 지금 여기의 민속문화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이미지는 시간적 연속성에 의해 축적되어 있어서 이 이미지를 통해 대상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 특히 취약성 중에서도 신체적 장애와 같이 취약한 요소(신체)의 변화가 크지 않는 경우에 더 그렇다. 실제로 이러한 대상에 대해 지니는 이미지는 행동의 결과나 의사결정 등에 많은 영향을 준다(McIntosh et al., 2014; Skiba, et al., 2002; Skiba, et al., 2011). 그리고 정책을 펼칠 때도 어떤 언어로 이미지화되는가에 따라 정책효과가 달라지기도 한다(Lakoff, 2014; Gneezy, 2024). 따라서 민속문화 속에 나타난 신체적 장애를 지닌 이들의 이미지는 이미지 축적의 연속선상에 지금 여기에서 살아가고 있는 신체적 장애를 지닌 이들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다.

Ⅲ. 선행연구 검토

본 연구와 관련된 선행연구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그들의 이미지를 분석한 연구들이다. 비록 본 연구처럼 민속문화 속에 나타난 취약계층의 이미지를 도출한 연구는 존재하지 않지만, 정책대상자로서 취약계층이나 그중에서도 본 연구와 같이 장애인의 이미지에 초점을 두고 분석한 연구들은 존재한다.

이러한 연구는 장애를 지닌 이들의 이미지 탐색을 무엇(혹은 누구)를 대상으로 진행하였는가에 따라 크게 세 가지 부류로 나누어진다. 각종 미디어에 등장하는 장애인에 관한 이미지를 탐색한 연구, 특정 분야에서 비장애인들이 지니고 있는 장애인에 대한 이미지 분석, 그리고 장애를 지닌 이들을 대상으로 자신들의 이미지가 어떤지에 대해 분석한 연구가 그에 해당한다.

우선 각종 미디어에 등장하는 장애인에 관한 이미지를 탐색한 연구들은 사람들에게 인식의 프레임을 제공하는 미디어 속에서 장애인들이 어떻게 비추어지고 있는가에 대해 초점을 두고 있다. 여기에는 김세령·남세현(2016), 박승희·염지혜·이현주(2021), 박홍근(2017), 신나안·정병언(2021), 이선자(2007), 허숙민·박진화·김문수(2012), 최재현·이숙정(2022) 등의 연구가 해당된다. 이 연구들은 신문, 영화, 홍보텍스트, TV(드라마), 소셜미디어(유튜브), 소설 등에서 장애인의 이미지가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지 탐색하고 있다. 미디어가 사람들의 인식에 미치는 영향력을 전제하고 있는 연구들로써, 현대 사회에서 미디어의 발달에 따라 해당 미디어와 관련된 전공 분야별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들 연구로부터 제시된 이미지는 신체적 제약에 따른 결함·의존·비정상의 이미지(김세령·남세현, 2016; 신나안·정병언, 2021; 이선자, 2007; 허숙민·박진화·김문수, 2012), 사회적 배제·무능력·피해자의 이미지(김세령·남세현, 2016; 박승희·염지혜·이현주, 2021; 박홍근, 2017), 그리고 사회구성원으로서 다양성·동등한 이웃 등의 이미지(박승희·염지혜·이현주, 2021; 최재현·이숙정, 2022) 등이다.

그리고 특정 분야에서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에 대해 지니고 있는 이미지에 관한 분석을 한 연구에는 김라경(2019), 김창균·오아라(2013), 이희수·김하영·백준형(2022), 장미순·이미경(2013), 최귀정·이현수(2019) 등이 있다. 이 연구들은 비장애인에 의한 장애인 교사, 장애인 학생, 장애인 운동선수 그리고 장애인 체육수업 및 스포츠 활동에 관한 이미지와 그와 관련된 태도나 인식 등에 대해 논하고 있다. 특정 분야에서 장애인을 접하게 되거나 장애와 관련된 경험에 의해 형성된 이미지에서 비롯되는 행위에 초점을 두면서 장애인에 대한 비장애인의 이미지가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고 있다. 이 연구들로부터 제시된 비장애인의 장애인에 대한 이미지는 장애 극복을 위한 열정·의지의 이미지(김라경, 2019; 김창균·오아라, 2013)와 함께 신체적 제약과 한계의 이미지이다(김라경, 2019; 김창균·오아라, 2013; 이희수·김하영·백준형, 2022; 장미순·이미경, 2013). 여기서 신체적 제약과 한계의 이미지는 장애인 관련 프로그램 등의 참여에 따라 개선될 수 있음을 보이는데 그 역시 장애인의 신체적 제약 및 한계의 이미지를 전제하고 있다(최귀정·이현수, 2019).

이와 함께 장애를 지닌 이들이 직접 자신의 신체적 이미지에 대해 탐색하는 연구도 존재한다. 손형진·이유리·김하연(2021), 양호정·이민선·박해림(2022), 이관희(2014), 이선주·황선환(2019)의 연구가 그에 해당하는데, 이 연구들은 장애인들이 지니는 스스로에 대한 이미지가 그들의 신체 활동(의복 생활, 운동, 웃음 치료 등)이나 자존감 등과 관련됨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곧 신체적 결함·제한·좌절의 이미지가 장애인 스스로에게 내재되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손형진·이유리·김하연, 2021; 양호정·이민선·박해림, 2022; 이선주·황선환, 2019). 이들 연구들은 타인에게 비춰진 이미지가 아니라 장애인 스스로 생각하는 이미지 탐색이라는 점에서 의의를 지니는 연구들이다.

이처럼 각 부류의 연구들은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의 이미지가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지에 관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주고 있다. 즉, 선행연구에서 제시된 이미지를 보면, 신체적 제약에 따른 결함·의존·비정상의 이미지, 사회적 배제·무능력·피해자의 이미지, 사회구성원으로서 다양성·동등한 이웃 등의 이미지, 장애 극복을 위한 열정·의지의 이미지, 신체적 제약과 한계의 이미지, 신체적 결함·제한·좌절의 이미지 등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이를 다시 정리하면, 신체적 제약에서 오는 이미지, 사회적 제약에서 오는 이미지, 사회구성원으로서 이미지, 그리고 장애 극복의 이미지 등이다. 비록 연구 분야가 다양하고 강조되는 사항이나 정도(degree)의 차이는 있으나, 기존 연구들은 도출된 장애인에 대한 이미지를 통해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

본 연구는 이러한 선행연구의 유용한 함의는 수용하되, 두 가지 점에서 차별성을 지니고 있다. 하나는 이미지가 축적의 결과물이라고 할 때 본 연구는 우리 사회에서 ‘축적되어 오던’ 장애인의 이미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선행연구와 차별성을 지닌다. 민속문화에 나타난 장애를 지닌 이들에 대한 이미지를 분석하기 때문에 과거 당시의 지금 여기에서 살아가던 이들에게 그려진 장애인 이미지를 분석하여 당시까지 축적된, 그리고 축적되어 오던 장애인의 이미지를 알 수 있게 한다. 이는 현재의 지금 여기에서 살아가는 장애인의 이미지, 즉 선행연구에서 도출한 이미지들과 비교하는데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본 연구에서는 장애인으로 규정화된 명칭이 생기기 이전의 신체적 장애를 지닌 이들에 대한 이미지를 분석하기 때문에, 선행연구와는 달리 제도적 규정에 의해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는 이미지 대신 사람들에게 보여지고 경험되어 형성된 이미지를 도출한다는 점에서 차별적이다. 신체적으로 장애를 가진 이들의 이미지를 근대 이후 규정된 ‘장애인’으로서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이들에게 생활 속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인식되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이처럼 본 연구는 선행연구의 의의와 유용한 정보를 수용하면서 동시에 본 연구만의 차별적 분석과 함의 도출을 시도한다.

Ⅳ. 신체적 장애를 지닌 이들의 4가지 이미지

1. 분석 자료와 분석 방법

신체적 장애를 지닌 이들이 민속문화 속에 어떤 이미지로 나타나는지에 대해 분석하기 위해 정부의 민속문화정책 차원에서 진행되어 공식적인 문헌으로 정리된 민속문화 자료를 사용하였다. 사실, 민속문화는 구전되는 경우가 많아서 그동안 문서 형태의 문헌자료는 거의 없었고 또 존재하는 자료도 체계적이지 않았다. 그러다 민속문화를 보존하고 유지하기 위한 민속문화정책의 일환으로, 2009년부터 2016년까지 국립민속박물관은 우리나라의 민속문화를 문헌으로 정리하는 작업을 대대적으로 진행하였다. 그 결과물은 크게 민속문학, 민속신앙, 민속예술로 나누어지면서 세부적으로는 설화(민담, 신화, 전설), 판소리, 무속신앙, 마을신앙, 가정신앙, 민요, 민속극, 민속놀이, 무용으로 구분되는 민속문화 사전자료(기초 정책 자료)가 구축되었다. 이에 해당하는 자료 명칭은 각각 <한국민속문학사전: 설화(민담, 신화, 전설)>, <한국민속문학사전: 판소리>, <한국민속신앙사전: 무속신앙>, <한국민속신앙사전: 마을신앙>, <한국민속신앙사전: 가정신앙>, <한국민속예술사전: 민요>, <한국민속예술사전: 민속극>, <한국민속예술사전: 민속놀이>, <한국민속예술사전: 무용, 민화>이다. 여기에는 기존에 정리되어 있던 자료는 물론이고 그동안 빠진 민속문화 등도 추가되어 민속문화의 대표적인 공식적 기록 자료가 되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 분석하는 민속문화도 이 자료들을 사용하였다.

그리고 본 연구는 이 자료들 중에서도 신체적 장애를 지닌 이들이 등장하는 자료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민속문화 속에는 신체적 장애를 지닌 이들이 다양한 명칭으로 등장하는데, 봉사, 앉은뱅이, 벙어리, 장님, 귀머거리, 절름발이, 병신, 문둥이, 입찌그랭이, 코빠진 놈, 눈찌그랭이, 귀빠진 놈, 곱추, 곰배팔이, 곱사, 불구 등이 그렇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도 이 명칭들이 등장하는 자료를 다시 선별하였다. 그 자료는 총 50건이며 자료의 세부 명칭은 <표 1>과 같다.4)

표 1. 분석 자료
구분 자료명
민속문학 설화: 민담ㆍ신화ㆍ전설(15건) ‘삼공본풀이’, ‘온달’, ‘바보사위’, ‘봉사 남편과 벙어리 아내’, ‘바보 며느리’, ‘회룡폭포 전설’, ‘삼천갑자동방삭’, ‘지성이감천이’, ‘문둥이 남편과 이부열녀’, ‘두꺼비의 보은’, ‘지하국 다녀와 명의된 사람’, ‘심청굿무가’, ‘귀머거리 동문서답’, ‘바보형제’, ‘바보의 문자 쓰기’
판소리(1건) ‘판소리 군사점고’
민속신앙 무속신앙(5건) ‘황도붕기풍어제’, ‘사자맥이’, ‘영해별신굿놀이’, ‘숙영랑앵연랑신가’, ‘동해안별신굿’
마을신앙(3건) ‘지벌’, ‘영광우평마을당산제’, ‘경산자인단오제’
가정신앙(3건) ‘귀신가두기’, ‘조왕’, ‘팥죽’
민속예술 민요(4건) ‘남생아 놀아라 소리’, ‘디딜방아 찧는 소리’, ‘각설이 타령’, ‘벙어리 행세한 며느리’
민속극(14건) ‘동래 야류’, ‘전상놀이’, ‘통영오광대의 병신양반’, ‘강령 탈춤’, ‘솟대쟁이패의 병신굿’, ‘가산 오광대의 문둥이 과장’, ‘고성 오광대의 문둥북춤’, ‘통영 오광대의 문둥탈’, ‘진주 오광대의 문둥놀음’, ‘거릿굿의 맹인놀이’, ‘도산 발명 방아 찜굿’, ‘서울 뒷전의 맹인’, ‘삼설양’, ‘자리곰방놀이’
민속놀이(2건) ‘판수놀이’, ‘망 차기놀이’
민속무용(3건) ‘문둥이춤’, ‘서낭굿탈놀이춤’, ‘병신춤’
합계 5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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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자료 속에 신체적 장애를 지닌 이들의 이미지 도출을 위해 우선 분석유목을 정하였다. 분석유목은 매개체 속에 나타나는 인물의 이미지 분석에서 자주 사용되는 부정과 긍정으로(2개) 먼저 구분하고(Freeman & Valentine, 2004; Hess & Easton, 1960),5) 이어서 부정과 긍정에 해당하는 키워드 및 (의미)어구에 코드를 부여하여 코드 묶음인 테마(thema)를 생성하였다. 부정의 경우 죄(A), 못된 행위(B), 소실(C), 난관(D), 고된(E), 극복의 대상(F)으로 구분하고, 긍정의 경우 웃음(a), 재미(b), 춤(c), 해결(d), 회복(e), 성취(f)로 구분하였다. 그리고 부정과 긍정의 이미지를 더 세분화해서(전사적 내용 분석) 보다 구체화된 이미지로 표현하였다(문맥적 행위 분석). 이처럼 인물을 중심으로 한 분석에서 자주 사용되는 이러한 2개의 분석유목은 연역적 성격의 지시적(directed) 접근으로 흔히 사용되기도 하지만, 본 연구에서는 전체 자료 수(50건)가 많지 않아서 신체적 장애를 지닌 이들이 주체가 되어 서술되어 있는 내용 중 문맥 검토를 실시 한 후 코드를 부여한 결과로 귀납적 방식으로 확인 작업을 거쳤다. 이를 통해 각 분석유목별로 도출할 수 있는 이미지 수는 제한이 없지만, 분석유목별 해당되는 자료 수를 고려하고 또 여러 이미지가 제시될 때 생길 수 있는 이미지의 인지적 가독성을 감안하여, 본 연구에서는 분석대상 인물(신체적 장애를 지닌 이들)의 유사한(공통된) 행동에 기초한 이미지를 부정과 긍정 각각의 유목 속에서 다시 두 개로 세분화하였다.

2. 분석 결과

민속문화 속에서 신체적 장애를 지닌 이들이 어떤 이미지로 존재하는지 살펴보기 위해 우선 긍정과 부정의 분석유목에 따라 분류하였다. 그 결과는 <표 2>와 같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민속문화 속에서 신체적 장애를 지닌 이들은 부정적 이미지와 긍정적 이미지를 모두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부정적 이미지로 나타나는 경우(46%)보다 긍정적 이미지로 나타나는 경우(54%)가 조금 더 많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치우친 정도는 아니다. 따라서 민속문화 속 신체적 장애를 지닌 이들의 이미지는 부정과 긍정 중 어느 한 쪽으로 강하게 형성되었다기보다는 큰 차이 없이 두 이미지를 모두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표 2. 각 분석유목별(부정과 긍정) 구분 결과
구분 부정적 이미지 긍정적 이미지
민속문학 설화 9 6
판소리 1 -
민속신앙 무속신앙 1 4
마을신앙 1 2
가정신앙 2 1
민속예술 민요 3 1
민속극 5 9
민속놀이 - 2
민속무용 1 2
합계 23(46%)6) 27(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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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부정과 긍정의 이미지는 각각 다시 세분화하여 분류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부정의 이미지로 나타나는 경우에는 신체적 장애를 지닌 이들의 죄, 못된 행위, 소실, 난관, 고된, 극복의 대상에 대한 이야기(story)나 실연(performance)이 코드화되어 분류되었다. 긍정의 이미지는 그들이 웃음, 재미, 춤, 해결, 회복, 성취로 이야기되거나 실연되며 나타나는 경우를 각각 코드화하여 분류하였다. 그 결과 부정과 긍정 모두 각각 두 가지의 이미지로 세분화(테마)되어 총 네 가지 이미지가 도출되었다.

부정의 이미지는 신체적 장애를 지닌 이들이 죄나 못된 행위와 그에 따른 인과응보적 소실에 따른 ‘벌 받은 사람의 이미지’가 하나이고, 신체적 장애가 난관이나 고난 및 고통이 되고 극복의 대상으로 여겨져 ‘어려운 사람의 이미지’가 다른 하나이다. 긍정적 이미지는 신체적 장애를 지닌 이들이 그들의 장애가 해학(諧謔)의 요소가 되어 웃음과 재미를 주고 춤을 추며 노는 ‘해학적인 사람의 이미지’가 하나이고, 다른 하나는 신체적 장애를 지닌 이들이 문제를 해결해주고 회복시켜주고 성취하는데 도움을 주는 ‘영험한 사람의 이미지’이다.

우선, 취약계층으로서 신체적 장애를 지닌 이들은 민속문화 속에서 벌 받은 사람의 이미지로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는 민속극의 ‘동래 야류’, ‘전상놀이’, ‘통영오광대의 병신양반’, ‘강령 탈춤’, ‘솟대쟁이패의 병신굿’, 무속신앙의 ‘황도붕기풍어제’, 민속문학의 ‘삼공본풀이’, ‘온달’, 마을신앙의 ‘지벌’, 민속무용의 ‘병신춤’이 해당한다. 죄나 잘못을 저질러서 인과응보로 신체적 기능을 잃게 된 결과로 장애를 지니게 된 것으로 그려지고 있다. 아래에서 볼 수 있듯이 신성한 것에 대한 모독을 했거나 신의의 거부나 부족한 정성, 또는 부정하거나 못된 행동이 그 원인이 되어 그 결과가 장애를 가진 몸이 되었다는 것이다. 장애는 벌에 대한 합당한 대가이기 때문에 단순히 장애를 지니게 된 데서 머물지 않는다. 장애를 지니게 되어 출세하지 못하고, 가난한 거지가 되고, 재산을 잃고 구걸하기에 이른다. 그 정도로 신체적 장애를 지닌 이들은 잘못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벌 받은 사람의 이미지로 구현되고 있다.

이러한 이미지는 사회 저변에서의 질서, 규범, 예의, 도덕에 대한 지위나 위상의 정립 또는 제고에 대한 필요성의 인식으로 나타난 것일 수 있다. 그래서 이 이미지가 드러나는 민속문화 속 이야기들에는 옳지 않다고 생각한 일을 하여 ‘죄를 지어 죄를 받은 결과’이고, ‘못되게 한 결과’이고, ‘잘못한 대가를 치른 결과’이고, ‘그른 일을 하게 된 결과’이므로, 옳지 않은 일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주제를 띄고 있다. 이는 곧 저변의 질서나 규범 및 예와 도덕 등이 강조된 상황이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 강조는 극적 효과로써 벌의 효과로 나타내는 것이었고, 이때 장애가 시각적 효과를 높이는 역할을 했던 것이다. 그래서 장애를 지닌 이들이 벌에 대한 응징의 결과로 활용되면서 벌 받은 사람의 이미지도 존재했던 것이다.

“양반의 자손이나 조상들의 누적된 죄과(罪科)의 인연으로 불치의 문둥병에 걸려 출세하지 못하는…”(동래 야류 中)

그녀를 내쫓자 부부는 문에 부딪혀 장님이 되고, 장님이 되자 삽시에 다시 가난한 거지가 되고 만다.” (전상놀이 中)

산제당의 쇠말을 훔쳐 갔더니 갑자기 봉사가 되었다.”(지벌 中)

막내딸을 쫓아내고 … 밖으로 나오다가 문지방에 부딪혀 장님이 되고, 그날부터 앉은 채로 먹고 입고 쓰게 되어 차츰 재산을 다 없애고, … 밥을 얻어먹으러 다니게 된다.”(삼공본풀이 中)

이와 함께 신체적 장애가 난관이나 고통 등의 요소가 되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의 이미지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 어려운 사람의 이미지는 민속문학의 ‘문둥이 남편과 이부열녀’, ‘두꺼비의 보은’, ‘지하국 다녀와 명의된 사람’, ‘심청굿무가’, ‘귀머거리 동문서답’, ‘바보형제’, ‘바보의 문자 쓰기’, 민요의 ‘디딜방아 찧는 소리’, ‘각설이 타령’, ‘벙어리 행세한 며느리’, 가정신앙의 ‘조왕’, ‘팥죽’, 판소리의 ‘판소리 군사점고’ 등에서 찾을 수 있다. 신체적 장애는 그 자체가 어려운 요소가 되기도 하기만 어려운 상황이나 난처함을 더 극적으로 드러내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신체적 장애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 불리한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으로 표현되고 있다. 아래에서 볼 수 있듯이 신체적 장애를 지닌 남편을 둔 여인, 그리고 가족 모두, 군사 모두가 신체적 장애를 지닌 이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그 상황의 어려움을 극대화한다.

이러한 이미지는 신체적 장애를 지닌 당사자의 어려움이나 그들이 처한 상황 자체의 어려움, 또는 그들로 인한 상황의 어려움을 부각하는 차원에서 나타난 것이라 볼 수 있다. 실제로 어떤 장애인가에 따라 그 장애의 특징을 두드러지게 표현하며 그 어려움을 보여주는데, 예를 들면 그냥 아픈 자식을 보살피는 것이 아니라 절름발이 자식을 보살피는 것, 그냥 살았다가 아니라 귀머거리나 봉사 또는 절름발이가 살았다거나, 여느 부부의 다툼과 달리 조용하지만 싸우고 있는 벙어리 부부의 안타까운 다툼 등을 표현하고 있다. 어려움을 직접 보여주는 소재로서 장애가 활용되며 장애와 어려움이 서로 함께 그려지고 있다. 따라서 이는 앞의 벌 받은 사람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장애를 통해 또 다른 효과나 의미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 장애 자체가 지니는 어려움을 그대로 표현하기 위해 나타난 이미지인 것이다. 즉 신체적 장애에 의한 기본적 어려움, 즉 장애가 없다면 문제가 없거나 적었을 어려움을 부각하는 차원에서 이 이미지가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신체적 장애를 지닌 이들은 장애가 원인이 되어 어려움에 처해 있는 사람으로서 이미지도 지니고 있다. 이 이미지에서는 다음에 이어지는 해학적 이미지와는 다르게 장애 자체가 주는 어려움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한 집에 귀머거리 셋이 살았다. … 이웃사람이 와서 듣고는 서로 엉뚱하게 각자 말하고 있는 것이 답답하여 “이 집은 아침부터 싸움을 한나절이 되도록 하나?”라고 물었다.“(귀머거리 동문서답 中)

“여인은 문둥병에 걸린 남편을 구완하기 위해…”(문둥이 남편과 이부열녀 中)

“골래종이라는 곱사등이절름발이에 눈, 입술, 팔, 다리가 모두 병신인 군사인데, 조조가 병신 부자라고 하며 저놈이 뒤쳐져 있다가 우리 간 곳을 적에 알려주니…”(군사점고 中)

그리고 신체적 장애를 지닌 이들은 해학적 사람의 이미지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는 앞의 어려운 사람의 이미지와는 달리 그 어려움(신체적 장애)을 인식은 하되 현실 긍정의 자세로 받아들여 웃음으로 승화한다. 여기에는 ‘민속무용의 ‘문둥이춤’, ‘서낭굿탈놀이춤’, 민속극의 ‘가산 오광대의 문둥이 과장’, ‘고성 오광대의 문둥북춤’, ‘통영 오광대의 문둥탈’, ‘진주 오광대의 문둥놀음’, ‘거릿굿의 맹인놀이’, ‘도산 발명 방아 찜굿’, ‘서울 뒷전의 맹인’, ‘삼설양’, ‘자리곰방놀이’, 민속놀이의 ‘판수놀이’, ‘망 차기놀이’, 마을신앙의 ‘영광우평마을당산제’, 민속문학의 ‘바보사위’, ‘봉사 남편과 벙어리 아내’, ’‘바보 며느리’, 민요의 ‘남생아 놀아라 소리’등이 해당한다. 신체적 장애가 해학(諧謔)의 요소가 되어 과장과 풍자로 유쾌한 모습을 보인다. 이들에게 장애는 제약이지만 좌절과 고통에 머문 장애가 아니라 그것을 통해 스스로 즐기고 남에게 웃음을 준다. 춤과 노래와 재담을 하고 때로는 신랄한 풍자를 하며 현실 부정이 아니라 현실 긍정으로 대처하는 모습을 보인다. 특히 실연 중심의 민속문화 자료에서는 재미와 흥을 유발하는 요소로 자주 등장한다.

이러한 이미지는 장애를 지닌 이들이 장애로 인해 불편함과 어려움이 있어도 오히려 그것을 통해 웃음을 만들며 살아가거나 혹은 살아갈 수 있는 또 다른 삶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나타난 것이다. 특히 민속극에서는 이들이 주연의 역할로 극을 이끌고 가기도 한다. 그들의 삶이 곧 전체 이야기가 되어 그들이 해학적으로 살아가는 하나의 삶을 극 전체로 보여주면서, 장애를 지녔지만 웃음이 동반된 삶이 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장애를 지닌 이들의 적극적인 현실 수용과 그것을 넘어서는 모습 그리고 풍자 등을 통해 지배질서로부터 오는 제약도 넘나드는 모습이 해학적 이미지로 나타나는 것이다. 앞의 <표 3>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이미지에 대한 민속문화 자료는 다른 이미지 관련 자료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다.

표 3. 4가지 이미지
부정/긍정 부정 긍정
테마 코드 죄, 못된 행위, 소실 난관, 고된, 극복의 대상 웃음, 재미, 춤 해결, 회복, 성취
4가지 이미지 벌 받은 사람 이미지 어려운 사람 이미지 해학적인 사람 이미지 영험한 사람 이미지
민속 문화 자료 ‘동래 야류’, ‘전상놀이’, ‘통영오광대의 병신양반’, ‘강령 탈춤’, ‘솟대쟁이패의 병신굿’, ‘황도붕기풍어제’, ‘삼공본풀이’, ‘온달’, ‘지벌’, ‘병신춤’(10건) ‘문둥이 남편과 이부열녀’, ‘두꺼비의 보은’, ‘지하국 다녀와 명의된 사람’, ‘심청굿무가’, ‘귀머거리 동문서답’, ‘바보형제’, ‘바보의 문자 쓰기’, ‘디딜방아 찧는 소리’, ‘각설이 타령’, ‘벙어리 행세한 며느리’, ‘조왕’, ‘팥죽’, ‘판소리 군사점고’(13건) ‘문둥이춤’, ‘서낭굿탈놀이춤’, ‘가산 오광대의 문둥이 과장’, ‘고성 오광대의 문둥북춤’, ‘통영 오광대의 문둥탈’, ‘진주 오광대의 문둥놀음’, ‘거릿굿의 맹인놀이’, ‘도산 발명 방아 찜굿’, ‘서울 뒷전의 맹인’, ‘삼설양’, ‘자리곰방놀이’, ‘판수놀이’, ‘망 차기놀이’, ‘영광우평마을당산제’, ‘바보사위’, ‘봉사 남편과 벙어리 아내’, ’‘바보 며느리’, ‘남생아 놀아라 소리’(18건) ‘회룡폭포 전설’, ‘삼천갑자동방삭’, ‘지성이감천이’, ‘귀신가두기’, ‘경산자인단오제’, ‘사자맥이’, ‘영해별신굿놀이’, ‘숙영랑앵연랑신가’, ‘동해안별신굿’(9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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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발을 떨고 비틀거리면서 등장하여 손을 오므리고 코를 푸는 모습, 무릎을 비비는 등 … 특이한 춤사위와 함께 소고를 들고 과감하게 뛰면서 활달하게 춤…”(문둥이 춤 中)

“옷을 풀어헤치고 다리를 절룩거리며 반신불수의 우스꽝스런 춤을 춘다.…” (서낭굿탈놀이춤 中)

장님이 물길을 건너다가 똥통에 빠지는 재미있는…”(도산 발명 방아 찜굿 中)

마지막으로 신체적 장애를 지닌 이들은 민속문화 속에서 영험한 사람의 이미지로도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는 민속문학의 ‘회룡폭포 전설’, ‘삼천갑자동방삭’, ‘지성이감천이’, 가정신앙의 ‘귀신가두기’, 마을신앙의 ‘경산자인단오제(慶山慈仁端午祭)’, 무속신앙의 ‘사자맥이’, ‘영해별신굿놀이’, ‘숙영랑앵연랑신가’, ‘동해안별신굿’ 등이 해당한다. 장애를 지닌 이가 영험한 사람이기도 하고 영험함을 경험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이는 보통의 사람과는 다르게 비현실적이고 신기한 능력을 지닌 사람 혹은 그런 경험을 하는 사람으로 그려지는 것을 말한다. 장애를 지닌 이들에게 장애는 제약이 되기도 하지만 신기한 영험함을 가능하게 하는 요소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신통한 이인(異人)의 하나가 되기도 하고 어려운 일을 해결하기 위한 매개자가 되기도 하고 범(凡)한 이는 경험하기 힘든 비범한 일을 장애가 있기 때문에 직접 경험하기도 한다.

이 이미지는 장애의 요소가 비범(非凡)함 그 자체나 비범함을 경험하거나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장애를 지닌 이들의 다름이 곧 하나의 능력이 될 수도 있음을 보이면서 나타난 것이다. 다르지만 그것이 능력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비록 그것이 비현실적이라도 해도 신체적 장애를 지닌 이들의 사회 속 역할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잘 해결되지 않거나 어려운 문제를 단번에 해결한다는 내용들은 신체적 장애를 가진 이들이 일종의 해결자인 것이다. 그리고 해결을 바라는 마음을 대리하여 실현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영험한 사람으로서 이미지는 장애의 다름이 특별함이 될 수도 있음을 보이며 나타난 것이다.

봉사에게 수명을 연장할 방법을 물으니 저승차사에게 밥, 돈, 신발 등을 대접하라고 알려 준다. …이인(異人)을 만나 연명 방법을 얻어야 하는 것으로…”(삼천갑자동방삭 中)

“봉사 중천의 눈을 씻어주자 봉사 중천이 눈을 번쩍 뜬 다음 새 옷으로 갈아입고…절름발이 중천이 … 굿판에 등장하면 다른 무녀가 그의 다리에 약물을 발라준다. 그러면 절름발이 중천이 다 낳았다면서 제대로 걸으며…”(사자맥이 中)

경쟁이가 경을 읽어 신장대잡이에게 신을 내리게 하여 악귀를 잡아오면 … 이들(경쟁이)은 주로 남자였고 장님도…”(귀신가두기 中)

이와 같이 민속문화 속 장애를 지닌 이들의 이미지는 신체적 장애 요소에 의한 것이지만 모두 동일하게 그려지고 있지는 않다. 앞서 이론적 배경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이들은 보호와 지원과 도움의 대상으로만 여겨지지는 않는다. 물론 어려운 사람의 이미지는 그에 해당하지만, 그 외 벌 받은 사람, 해학적 사람, 영험한 사람으로도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당시의 지금 여기인 민속문화 속에 나타난 이러한 네 가지 이미지 분석 결과가 역시 현재의 지금 여기 민속문화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 특히, 정책대상자로서 장애를 지닌 이들과 관련하여 어떤 함의를 주는 것일까?

Ⅴ. 연구의 함의 및 결론

본 연구에서는 지금까지 살펴본 민속문화 속 신체적 장애를 지닌 이들의 네 가지 이미지 자체에 대해 규범적 판단을 하지는 않는다. 당시의 현재를 살아간 이들이 장애를 지닌 이들을 어떤 이미지로 인식하고 있었는지를 탐색한 것이므로, 그 이미지들의 옳고 그름의 판단보다는 도출된 이미지로부터 알 수 있거나 논의(discussion)될 수 있는 사항에 초점을 둔다.

그런 점에서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본 연구가 장애를 지닌 이들을 향한 우리의 보이지 않는 오래된 이면에 자리 잡고 있는 이미지에 관한 정보를 준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그 정보를 통해 현재의 장애인 정책에서 기대하는 바가 여전히 달성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 중 일부를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두 가지는 민속문화를 보존하고 유지하기 위한 민속문화정책을 통해 현재 우리 사회의 여타 정책 즉, 취약계층 중에서도 장애인 정책에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먼저, 본 연구를 통해 장애를 지닌 이들에 대해 우리의 보이지 않는 인식의 심연(深淵)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다시 말해, 오늘날 장애인 대상의 정책 등에서 전제하고 있는 인식 이외의 또 다른 오래된 우리의 인식도 존재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민속문화가 기층으로 불리던 즉, 오늘날의 용어로는 대중이 살아가는 삶의 모습을 공식화를 위해 가공하거나 다듬지 않은 채로 이야기되고 실연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실제로 본 연구에서 도출한 이미지와 앞서 살펴본 선행연구 검토를 통해 도출한 이미지를 보면, 서로 유사한 이미지도 존재하지만 그렇지 않고 선행연구에서는 도출되지 않았던 이미지가 본 연구에서는 도출되기도 하였다. 즉, 민속문화가 아닌 오늘날 사회를 대상으로 분석한 선행연구들에서 제시한 장애인 이미지 중 하나인 신체적 제약의 이미지는 민속문화를 대상으로 본 연구가 도출한 이미지 중 어려운 사람의 이미지와 유사하다. 그런가 하면 본 연구에서 도출한 벌 받은 사람으로서 이미지, 해학적 사람으로서 이미지, 영험한 사람으로서 이미지가 선행연구 등 지금의 장애인 대상 이미지 연구에서는 제시되지 않는다. 이는 민속문화가 지니는 시공간 연속성의 역할에 기초로 볼 때(임재해, 2015), 장애인에 대한 우리의 보이지 않는 심연 속 한 이미지일 수 있다.8)

사실, 인과적으로 볼 때 장애가 벌의 대가(벌 받은 사람 이미지)이고 장애가 영험함의 원천 또는 장애 해소가 영험함의 결과(영험한 사람의 이미지)라고 볼 수 없다. 그래서 이는 인과성이 없기 때문에 정책의 영역에서는 어려운 사람의 이미지처럼 정책적 대응으로 나타날 정도로 유효하지는 않다. 그리고 장애가 웃음과 재미의 요소가 되어(해학적 사람의 이미지) 즐거움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이 이미지도 정책으로 반영되기에 유효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것은 그것들 역시 우리 심연에 위치하고 있는 장애를 지닌 이들에 대한 이미지라는 점이다. 여기서 말하는 ‘우리’가 먼 과거 속 당시의 지금 여기였던 민속문화 속 우리이든 아니면 그들의 문화와 사고의 축적으로 이어져 온 지금의 민속문화 속 우리이든 정도의 차이일 뿐 한국의 민속문화를 배경으로 살았고 또 살아가는 모두를 아우른다. 이 세 이미지들(벌 받은 사람, 해학적 사람, 영험한 사람)은 공식화되지 않았고 또 공식화되어서도 안 된다고 여겨지는 것들이지만, 동일한 정책의 정책대상자에 대한 오래된 이면에 존재하고 있는 이미지인 것은 사실이다. 정책을 다루는 행정의 영역이 기예(art)로서의 성격도 지니고 있어서 어떤 정책이 하나의 명확한 과학적 답으로만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정당성에 의해 지금의 시공간에 자리 잡는다는 점을 고려한다면(유훈, 1977), 그 정당성에 미치지 못하거나 정반대의 정당성 기제가 존재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드러나지 않고 보이지 않고 학습의 결과로 제한되어 있을 뿐이다. 따라서 본 연구를 통해 신체적 장애를 지닌 이들에 대한 우리 심연의 이미지는 다양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이때 특히 현재 우리가 경험(혹은 전제)하고 있는 정책(예, 장애인 정책)의 정책대상자로서의 모습과는 다소 다른 면의 이미지도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두 번째 함의는 그동안 장애인 정책이 시행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장애인에 대한 차별, 배제, 타자화, 상징적 소멸(symbolic annihilation) 등이 문제시되거나 해소되지 않는 이유를 바로 이러한 장애인에 대한 우리의 이면 속 심연에 자리잡고 있는 이미지로도 어느 정도 설명될 수 있다는 점이다. 장애인 관련 정책들에서 차별금지는 가장 기본으로 추구되어 왔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별, 배제, 타자화, 상징적 소멸 등의 문제는 여전하다(박승희·염지혜·이현주, 2021; 박홍근, 2017; 신나안·정병언, 2021). 물론 애초에 정책 설계가 잘못(목표-수단 간 잘못된 인과관계 설정 등)되었을 수도 있고 정책 효과 발생의 유효 기간이 지났을 수도 있다. 여러 가지 원인일 수 있으나, 그중 하나는 정책대상자로서 장애를 지닌 이들에 대해 우리가 지니고 있는 그들의 이미지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사회 내에서 장애와 관련한 법이나 제도뿐 아니라 우리가 장애인에 대해 어떤 인식을 보이는가(perspectives on disability)에 따라 같은 사회 내에서 살아가는 장애인이 받는 영향은 달라질 수 있다(박승희·염지혜·이현주, 2021: 166). 그래서 장애나 장애인 혹은 관련 장치들에 대한 이해는 문화적 맥락에서 이루어질 필요가 있음이 강조되어 오고 있다(Ingstad & Whyte, 1995). 실제로 문화적 장애 연구(cultural disability studies)로서 문화적 모델(cultural model)에 따르면 장애와 장애인은 문화적 재현에 의해 ‘대상화’될 수 있다(Waldschmidt, 2017). 이때 특히 이상(ideal)으로서 문화적 규범이라면 설사 재현을 통해서도 모두가 그에 부합할 수 없지만, 정상(normal)으로서 문화적 규범은 장애 여부로 정상이 아닌 사례로 규정되고 인식되고 또 그에 따른 재현으로 구분짓기를 하게 된다(Davis, 2002). 전승이라는 시간의 축적으로 이어지는 민속문화는 상징, 가치, 규범 등을 매개하는 문화적 재현의 장이 되어, 재현될 때마다 이러한 정상성에 관한 구분의 인식을 더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문화적 매개의 장과 공간에서 재현되는 장애를 통해 장애가 문화적으로 구성되는 것이다. 그래서 현실의 자연스러운 사실 보다는 문화적으로 자연스러워진 차이(naturalized difference)로 인식되도록 한다(Waldschmidt, 2017).

그런 점에서 볼 때, 본 연구에서 확인된 벌 받은 사람의 이미지나 해학적 사람으로서 이미지, 그리고 영험한 사람의 이미지는 장애를 지닌 이들의 특이성을 부각하여 그들을 타자화하고 그로부터 배제와 상징적 소멸의 가능성을 높인다. 비록 어려운 사람으로서 이미지로 인해 장애인 대상의 보호·지원·도움의 정책 설계와 정책 수용도를 높이기도 하지만, 특이하고 별종적이고 남다름을 부각하는 그 외 이미지는 비록 우리의 이면에 자리잡고 있어도 민속문화에서 축적되어 형성되는 내면의 어느 한 켠의 본(本)이 되어 누군가에 의한 장애인 차별과 타자화와 배제와 상징적 소멸에 무심하고 무딘 반응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특히 민속문화 속에서 긍정의 이미지에 해당하는 해학적 이미지와 영험한 사람의 이미지는 그 긍정성이 여기서 말하는 무심하고 무딘 반응으로 이어지게 할 수 있다. 벌 받은 사람의 이미지는 그 부정성으로 인해 배제와 타자화에 익숙하게 하고, 장애에 의한 해학과 영험함은 비록 긍정성에 의한 다름이지만 바로 그 다름을 강화하여 장애와 비장애의 구분을 익숙하게 한다. 긍정성에 의한 구분이 부정성에 의한 구분보다 오히려 더 강한 인식 지배적 권력적 행위를 동반하기 때문이다(한병철, 2016). 특히 정부 지원 과정에서 장애와 비장애의 구분은 차별을 없애기 위한 측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오히려 그것이 긍정에 의한 구분이기 때문에 보이지 않게 범주화를 강화시킬 수 있다. 좋은 의도의 범주화라고 해도 일정한 계기에 의해 만일 차별적 요인이 결부된다면 강화되어 있는 범주화의 배경이 차별적 요인을 더 부각시킬 수도 있다.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 이어진 정책사례는 무수히 많았고, 특히 인간의 인식 변수는 그러한 의도치 않은 변화의 한 잠재 요인(potential factor)으로 작용하였다(Wills, 2020). 그런 점에서 볼 때 민속문화 속에서 발견된 장애인에 대한 이러한 이미지는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우리의 심연 속에서 드러나지는 않지만 일정 부분 영향을 줄 수는 잠재 요인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민속문화와 같은 문화유산에 대한 태도가 함께 살아가는 지역공동체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채경진, 2022). 물론 이미지의 특성상 이 점이 표면화되지 않고 인과성을 확인할 정도의 명확성이 드러나는 것은 아니지만, 민속문화가 이어져 오면서 축적된 이미지가 미치는 영향의 가능성이 없진 않을 것이다.

그 가능성은 사람들의 인식이 정책과정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다. 행위자로서 인간의 심연 속 인식이나 이미지는 정책과정에 영향을 주는 일종의 비공식적 제도이다(Hall & Taylor, 1996). 공식적인 제도는 물론이고 사회에 형성된 신념, 문화, 상징, 의미 등이 해당하는 비공식적 제도는 도구적 논리(logic of instrumentality)가 아닌 사회적 적절성의 논리(logic of social appropriateness)에 따라 정책과정에 영향을 준다. 특히 문화적인 요소가 사회적 관심사를 정의 및 분류하는데 영향을 주고 또 때에 따라서는 논쟁이나 협상이나 투쟁을 불러 일으킨다(Douglas, 1982). 문화적 인지는 정책 과정의 투입은 물론이고 전환 과정에도 영향을 준다(DiMaggio, 1997). 따라서 민속문화는 사회 저변의 심연으로 존재하면서 지금 여기로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문화적 인지 요소의 한 부분이라는 점에서(임재해, 2015), 민속문화 속에 나타난 장애를 지닌 이들에 대한 이미지 중에는 범주화를 강화시키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와 같이 본 연구는 민속문화정책의 결과로 만들어진 민속문화 자료를 활용하여 민속문화 속에 나타난 취약계층인 장애를 지닌 이들에 대한 이미지를 탐색하고 그에 기초한 논의를 진행하였다. 이를 통해 민속문화정책이 단순히 민속문화를 보존하고 유지하는데서 나아가 다른 분야의 정책에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실 앞서도 논의했듯이 민속문화 본연의 의미를 고려한다면, 민속문화에 관한 정책 결과물은 지금 여기를 논하는 민속문화의 속성에 따라 다른 분야 정책과도 관련될 수 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본 연구는 비록 신체적 장애를 지닌 이들에 초점을 두었지만, 그 외 다른 대상을 통한 분석과 그와 관련된 현실의 다른 정책에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문화정책에서 민속문화정책은 상대적으로 큰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고 유행이 될 정도의 이슈도 찾기 힘들었다(나보리, 2024). 그런 점에서 볼 때 본 연구는 문화정책 연구와 실무 분야에서 민속문화정책에 대한 새로운 접근의 시도로서 후속연구의 선행연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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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s

1) 본 연구에서 분석하는 대상은 ‘신체적 장애를 지닌 이들’로 부르기로 한다. 장애인이라는 말 대신 그와 같이 부르는 이유는 본 연구가 민속문화 자료를 분석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민속문화에서는 장애인이라는 별도의 용어로 지칭되며 사용되지 않고 단순히 신체적 장애가 있는 이들을 여러 용어(예, 봉사, 앉은뱅이, 벙어리, 장님, 귀머거리, 절름발이, 병신, 문둥이, 입찌그랭이, 코빠진 놈, 눈찌그랭이, 귀빠진 놈, 곱추, 곰배팔이, 곱사, 불구 등)로 부르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여기서는 근대 이후에 규정된 장애인이라는 용어 대신 민속문화 속 신체적 장애를 지닌 이들로 부른다. 단, 선행연구들에서는 모두 장애인으로 규정한 상태에서 논의하고 있기 때문에 선행연구를 언급할 때는 장애인의 용어를 그대로 사용한다. 그리고 현대의 장애인 정책을 말할 때도 장애인으로 부른다. 결국, 민속문화 대상의 논의에서는 주로 장애를 지닌 이들로 말하고, 선행연구 및 장애인 정책을 논할 때는 장애인으로 지칭한다.

2) 민속문화 속에 나타난 신체적 장애를 지닌 이들에 대해 이미지 분석을 하는 이유는 Ⅱ장에서 밝힌다.

3) 이미지는 이마고(Imago)라는 어원에서 비롯되었다. 이 뜻은 고대에 사람이 죽었을 때 마치 오늘날의 영정처럼 장례식에서 사용하기 위해 만든 죽은 자의 형상을 말한다. 실제의 대상을 인지하는데 도움을 주는 대리물이자 매개물이 바로 이미지이다. 그런 점에서 이미지는 실제를 연속시키는 역할을 한다.

4) 표면적으로는 분석자료가 50건이지만, 민속문화의 특성상 여러 장르에 중복해서 존재하는 자료까지 포함하면 더 많은 자료가 해당한다. 예컨대, 숙영랑앵연랑신가는 민속문학의 설화 중 신화에 해당되면서 동시에 무속신앙에서도 사용된다. 내용은 거의 동일하기 때문에 이럴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더 많은 분량의 내용을 지니고 있는 곳에 포함시켰다. 그리고 이와 함께, 신체적 장애를 지닌 이들이 동시에 여러 명 등장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사자맥이의 경우, 봉사, 절름발이, 곱사 등 장애를 지닌 이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이때는 각 사람마다 따로 판단하지 않고 하나의 그룹으로 판단하였다. 그 이유는 이처럼 여러 사람이 동시에 등장할 때는 그들을 통칭해서 스토리를 이어가거나 실연(performance)하기 때문이다.

5) 부정과 긍정 이외에도 선과 악으로도 구분하기도 하지만, 본 연구에서는 신체적 장애를 가진 이들 자체의 선악 판단이 아닌 그들의 이미지를 살펴보는 것이기 때문에 부정과 긍정으로 구분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판단하였다.

6) 여기에는 민속문학의 ‘삼공본풀이’, ‘온달’, ‘문둥이 남편과 이부열녀’, ‘두꺼비의 보은’, ‘지하국 다녀와명의된 사람’, ‘심청굿무가’, ‘귀머거리 동문서답’, ‘바보형제’, ‘바보의 문자 쓰기’, 판소리의 ‘판소리 군사점고’ , 무속신앙의 ‘황도붕기풍어제’ , 마을신앙의 ‘지벌’ , 가정신앙의 ‘조왕’, ‘팥죽’, 민요의 ‘디딜방아찧는 소리’, ‘각설이 타령’, ‘벙어리 행세한 며느리’, 민속극의 ‘동래 야류’, ‘전상놀이’, ‘통영오광대의 병신양반’, ‘강령 탈춤’, ‘솟대쟁이패의 병신굿’, 민속무용의 ‘병신춤’이 해당한다.

7) 여기에는 민속문학의 ‘바보사위’, ‘봉사 남편과 벙어리 아내’, ‘바보 며느리’, ‘회룡폭포 전설’, ‘삼천갑자동방삭’, ‘지성이감천이’, 무속신앙의 ‘사자맥이’, ‘영해별신굿놀이’, ‘숙영랑앵연랑신가’, ‘동해안별신굿’, 마을신앙의 ‘영광우평마을당산제’, ‘경산자인단오제’, 가정신앙의 ‘귀신가두기’, 민요의 ‘남생아 놀아라 소리’, 민속극의 ‘가산 오광대의 문둥이 과장’, ‘고성 오광대의 문둥북춤’, ‘통영 오광대의 문둥탈’, ‘진주 오광대의 문둥놀음’, ‘거릿굿의 맹인놀이’, ‘도산 발명 방아 찜굿’, ‘서울 뒷전의 맹인’, ‘삼설양’, ‘자리곰방놀이’, 민속놀이의 ‘판수놀이’, ‘망 차기놀이’, 민속무용의 ‘문둥이춤’, ‘서낭굿탈놀이춤’이 해당한다.

8) 이와 함께 현대의 장애인 이미지 연구에서 도출된 이미지 중 신체적 제약에서 오는 이미지를 제외한 사회적 제약에서 오는 이미지, 사회구성원으로서 이미지, 그리고 장애 극복의 이미지는 민속문화 속에서는 나타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 시정의 노력 및 의식이나 사회구성원이라는 개념과 그에 대한 강조, 또 장애 극복을 위한 지원 및 노력의 모습은 현대 사회에서 나타난 사회적·제도적 산물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과거 당시 민속문화 속에서는 이러한 이미지가 등장할 정도의 사회적·제도적 장치나 지원 체계 등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이미지에서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