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의 확산은 시각예술을 포함한 예술 전 분야의 창작, 유통, 향유 구조 전반에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특히 대규모 예술 데이터 학습과 자동 생성 기술은 예술 노동, 저작권, 시장 구조 등으로 그 영향이 확장되고 있다. 그간 인공지능과 예술을 둘러싼 논의는 기술 가능성을 중심으로 한 학술적 상상이나 개별 예술가의 낭만적 사례에 머물러 왔다. 그러나 최근 인공지능의 영향이 예술 생태계 전반으로 확대되면서 문화예술정책 영역에서의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시각예술 분야의 경우 인공지능이 시각이미지를 학습하고 생성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예술작품의 디지털 이미지 데이터를 인공지능 플랫폼이 저작자의 동의 없이 대량 수집하고, 이를 인공지능이 학습하며, 그 결과물은 다시 시장과 플랫폼을 통해 예술계에 재유통되는 변화를 당면하고 있다. 이는 인공지능이 단순히 시각예술 분야의 기술적 도구 도입이 아니며 저작물의 학습 데이터화에 대한 동의 보상, 통제의 문제, 스타일의 모방과 유사 산출물의 대량생산으로 인한 예술 작품의 대체 또는 경쟁의 문제, 창작 과정과 산출물에 대한 AI 활용 여부의 표시나 신뢰의 문제, 기술과 교육 접근성 격차와 같은 복합적인 쟁점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하여 국제적인 논의도 나타나고 있다. 유네스코(UNESCO)의 ‘인공지능 윤리 권고’(UNESCO, 2021)는 인공지능이 교육ㆍ과학뿐 아니라 문화 영역을 포함한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권리ㆍ윤리ㆍ책임)을 전제로 거버넌스 원칙을 제시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9년 채택한 ‘인공지능 원칙’(OECD, 2019)에서 인권ㆍ민주주의 가치, 투명성, 책임성, 안전성 등을 국가 정책의 핵심 준거로 제시하였으며 세계지식재산기구(WIPO)는 인공지능과 지식재산(IP)의 접점(특히 학습 데이터, 권리 관리ㆍ인프라, 보상 메커니즘)을 핵심 의제로 다루며,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에 투명성ㆍ동의ㆍ보상이이 작동 가능한 권리 인프라 필요성 문제를 제기하기도 하였다(WIPO, n.d.).
국가나 권역별 양상은 보다 세부적으로 다르게 나타난다. 유럽권역의 경우 「EU AI Act」를 통해 세계 최초의 포괄적인 인공지능 규제 프레임을 제정하였다. EU는 생성형 인공지능의 투명성 및 데이터 출처 표시를 요구하는 규제 중심의 접근을 취한다. 반면 프랑스는 EU 규정에 연동하면서도 시각예술 분야 예술가 권리 보호를 더욱 강조하는 저작권ㆍ예술 중심 정책을 별도로 추진한다. 독일은 규제보다 공공 가이드라인과 윤리기준 마련을 중심으로 AI 활용과 실험을 촉진하는 방향을 강조한다. 영국은 EU 국가는 아니지만 기존 규제기관의 원칙을 적용하되 산업 혁신과 규제의 균형을 강조하는 인공지능 백서를 제작 및 배포했다. 반면 유럽 외 국가는 미국을 포함하여 법적 규제보다 시장ㆍ기술 산업의 주도적 실험을 기본으로 두어 예술 관련 규율이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한국의 경우 서유럽과 마찬가지로 상대적으로 빠르게 정책적 대응이 이루어지고 있는 편이다. 한국은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이하 「AI 기본법」)」을 제정하고(시행 2026. 1. 22), 고영향 인공지능과 안전ㆍ신뢰 관점을 포함한 규율을 마련하는 등 빠른 제도적 대응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국가 주도의 신속한 제도화 과정에도 불구하고, 실제 예술 현장의 고유한 특성과 창작자들이 직면한 구체적인 위기 상황이 정책 설계에 충분히 반영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본격적인 논의와 연구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기술 공급자와 산업 중심의 거시적 규범 논의가 주를 이루면서, 예술 생태계 내부의 노동 구조 변화나 저작권 보호에 대한 현장의 절실한 요구는 정책적 우선순위에서 소외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공지능 관련 정책이 실질적인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하향식(top-down) 규제 마련을 넘어 현장의 실질적 수요와 정부 정책 간의 간극의 진단이 선행되어야 한다. 공급자 중심의 제도 정비와 수요자 중심의 현장 인식이 어느 정도의 정합성에 대한 비판적 검토가 시급한 시점이다.
그러므로 본 연구는 인공지능과 예술의 관계를 둘러싼 정책이 형성 초기 단계에 있음에 주목하여, 역사적으로 예술과 기술의 융합을 가장 활발하게 적용해 왔던 시각예술 분야에서 현재 추진 중인 정책이 실제 현장의 수요를 얼마나 충실히 반영하고 있는지를 분석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본 연구는 시각예술 분야에 한정하여 제도적 인식의 조사와 연구를 수행한 경험이 있는 영국, 프랑스, 독일, 한국 등 주요국에서 인공지능을 결합한 예술 정책 추진 현황과 예술계의 실질적 정책 수요를 파악하고, 양자 간의 정합성을 진단함으로써 향후 실효성 있는 정책 수립을 위한 시사점을 도출하는 데 목적이 있다.
Ⅱ. 선행연구 및 현황 검토
인공지능과 관련한 시각예술 분야의 선행 연구들을 바탕으로 살펴볼 수 있는 예술계 내에서의 문제 인식과 변화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인공지능의 기존 시각예술계에 대한 대체가능성이다. 인공지능 창작물에 대한 태도 연구(Rita et al., 2023), 생성형 인공지능 작품에 대한 인식을 기존 인간 창작물과의 인지 차원에서 비교 연구한 사례(van Hees et al., 2025), 인공지능과 인간의 작품 사이에서 어떠한 예술작품을 더 선호하는지를 조사하는 연구(Bellaiche et al., 2023) 등은 인식조사를 통해 이러한 대체 가능성을 검토한 연구들이다.
두 번째는 시각 예술가의 권리 침해의 문제이다. 인공지능은 수많은 시각예술 작품을 학습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특정 예술가의 작품을 임의로 수집ㆍ활용하지만, 이 과정에서 창작자의 동의나 별도의 대가 지급은 이루어지지 않는다(Kawakami et al., 2024).
세 번째, 이러한 문제를 본질적으로 안고 있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예술작품과 예술가에 대한 신뢰를 할 수 있느냐의 문제이다. 창작물의 책임은 원칙적으로 창작자에게 있으므로, 예술가는 그동안 표절 등 윤리적ㆍ사회적 문제에 대해 책임을 져왔다. 그러나 최근 예술가들이 인공지능의 활용 과정에서 타인의 권리를 침해를 인지하고도 인공지능을 사용한 사실을 표기하지 않아 스스로 책임지지 않는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Kawakami et al., 2024).
네 번째, 인공지능에 대한 기술적 대응역량의 편차와 접근성의 편차가 심화된다는 점이다. 인공지능이 활용되면 될수록 예술가들이 인공지능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활용하는지가 예술적 성과를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가 된다. 특히 빠르게 진화하는 기술적 이해와 적용 역량이 창작 활동의 질과 기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에 대한 리터러시의 문제, 인공지능이 지니는 데이터의 편향성 문제는 인공지능 생성 결과물의 오류로 이어지며 예술가들의 이러한 문제에 대한 대응 역량이 부재할 경우 작품성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Chi, 2024).
다섯 번째, 인공지능으로 인한 예술가의 노동과 기회 구조를 변화시킨다. 저비용 고효율의 생성형 인공지능이 양산하는 이미지가 예술이 되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예술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기도 한다. 이는 결국 예술 노동의 가치가 본질적으로 하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Goetze, 2024).
이러한 인공지능과 관련한 쟁점에 대해 예술계의 문제 인식과 정책 수요 파악과 검토도 이루어지고 있다. 고정민ㆍ박미연(2023)은 자연과학, 인문학 전공 교수, 일반인 등을 대상으로 인공지능이 문화예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인식 유형을 분석했다. 박상욱ㆍ조희영(2004)의 경우 기술수용이론을 기반으로 문화예술 분야 산업종사자를 대상으로 인공지능 영향 요인과 인식을 조사한 바 있다. 다만 해당 연구들은 인공지능에 대한 포괄적 인식을 확인하거나 수용의사를 확인하는 수준이었으며 시각예술 분야를 한정하여 다루지는 않았다.
해외의 경우 시각예술 분야 차원의 인공지능 관련 쟁점을 둘러싼 수요 기반 연구가 조사 보고서의 형태로 일부 존재한다. 영국의 ‘Artificial Intelligence and Artists’ Work’(DACS, 2024), 독일의 ‘KI und Bildende Kunst’(Initiative Urheberrecht, 2024), 프랑스의 ‘Impact des AI génératives sur les artistes‑auteurs’(ADAGP, SGDL, 2024) 등이 해당한다.
해당 조사 보고서들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예술 생태계 주체들의 인공지능에 대한 현재의 인식과 향후 대응 수요를 조사한 것이다. 둘째, 보고서들은 발간에 앞서 인공지능과 관련한 법ㆍ제도가 먼저 검토 및 도입된 국가들에서 발간되었다. 즉 정책의 마련 이후에 조사, 연구가 이루어졌다. 연구물 발간 시기 역시 2024년에 집중되어 있다. 셋째, 연구는 예술가 및 예술 관련 민간 협회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아울러 보고서에는 국가가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예술계의 정책 수요를 확인하고 의견을 피력하기 위한 목적임을 밝히고 있다.
한국의 경우 2025년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수행한 ‘AI 시대 예술 생태계의 변화와 대응과제’가 있다. 한국 역시 예술을 포괄한 문화 분야에서의 선 정책을 발표하였고 이후 예술계 인식 및 정책 수요 조사가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앞선 국외 조사들과 동일하다.
수요에 기반한 정책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국가의 정책과 정책 수요의 방향이 일치하는지를 먼저 검토하여야 한다. 앞서 살펴본 영국, 프랑스, 독일, 한국의 예술계의 인식과 의견 연구가 정책 검토에 활용되는지의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 다만 현 시점에서 기 도출된 인식과 시각예술계의 인식과 수요가 정합성을 지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기존의 정책과 정책 수요의 정합성은 정책과 정책 수요의 인지적, 상징적 개념화를 통해 검토할 수 있다. 그래서 본 연구는 정책 개념화를 위해 Baumgartner와 Jones의 단절균형이론(Punctuated Equilibrium Theory)에서 등장하는 정책 이미지 개념을 적용한다. Baumgartner와 Jones는 소수의 정책 독점 권한을 지닌 주체가 정책 수단을 정당화하고 관할하기 위하여 특정 정책 이미지의 형태로 정책을 제시하여 정책의 변화가 긴 안정 가운데 급변하는 형태로 나타난다고 설명한다(Baumgartner & Jones, 1993; 237-251, 이정희 2021; 33). 여기서 정책 이미지는 외부로 인한 정책 환경의 변화를 기회, 위협, 권리의 문제, 안전의 문제 등으로 해석하는 인지적이고 상징적인 프레임이다(Baumgartner & Jones, 1993; 237-51, 이정희 2021; 33). 정책 이미지는 특정 정책이 문제를 어떻게 정의하고, 어떤 가치와 대상, 해결방식을 중심으로 구성되는지를 검토하여 이들이 제시한 정책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형성한다. 이에 정책의 변화와 비교 연구에서 검토, 활용된다(Green-Pedersen & Princen, 2025).
위 정책 이미지 개념을 검토하기 위하여 본 절에서는 영국, 독일, 프랑스, 한국 등 주요 국가들의 예술 정책 중 인공지능과 관련한 정책 현황을 살펴보고자 한다.
영국은 혁신 친화적 규율의 이미지와 예술계 권리문제의 병존하는 정책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영국은 국가전략 차원에서 문화예술 산업과 인공지능 산업의 융합을 통해 혁신과 성장을 동시에 도모하는 방향을 지향한다. 2025년 6월 발표된 ‘Creative Industries Sector Plan’은 영국을 “창의ㆍ혁신 투자 목적지”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Creative Industries R&D 전략을 통해 신기술 기반 창의 산업 활성화를 정책적으로 뒷받침한다.
그래서 영국은 그러므로 법률의 제정을 통한 강제성보다는 최소한의 원칙을 제시 강조한다. 2024년 12월부터 2025년 2월까지 DSIT(과학혁신기술부), IPO(지식재산청), DCMS(문화미디어스포츠부)가 공동으로 추진한 ‘Copyright and Artificial Intelligence Consultation 2024’(UK government, n.d.)은 인공지능 학습과 저작물 이용을 중심에 둔 공적 논의를 이끌었다. 영국 정부는 학습 과정에서의 창작자ㆍ저작권자 권리 침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문화예술 기반 창의 산업과 인공지능 산업의 동반 성장이 어렵다는 인식 하에, 권리 통제ㆍ투명성ㆍ보상ㆍ라이선스 등의 논의 중이나, 제도화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UK Copyright and Artificial Intelligence, n.d.).
시각예술에 한정된 별도의 인공지능 정책은 없고, 기존 예술정책 내에서 디지털ㆍ기술 전환을 예술 전반의 환경 변화로 인식하여 예술위원회(Art Council England)를 중심으로 기술 실험, 윤리, 접근성, 공공성을 함께 고려하는 수준에서 지원을 설계하고 있다.
아울러 영국 정부 산하 AHRC(Arts & Humanities Research Council)는 ‘Creative Industries Clusters Programme’ 등을 통해 예술가ㆍ연구자ㆍ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인공지능ㆍ데이터ㆍ디지털 기술을 예술창작에 접목하는 연구 프로젝트를 지원하며, 정책 차원보다 탐구 중심이지만 그 결과는 실제 창작ㆍ제작 성과 도출을 우선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예술기관 내 기술 특화 레지던시, 인공지능ㆍ데이터 활용 워크숍 및 창작지원을 통해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예술 실험 지원을 활발히 하고 있다(UK Research and Innovation, n.d.).
독일은 공익과 공공문화에 대한 지원이미지와 보상, 투명성의 수요의 병행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독일은 「EU AI Act」의 공통 규제틀을 공유하되, 문화 영역에서는 공공문화 지원을 통해 인공지능을 실험과 사회적 함의 성찰 대상으로 구성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에 문화ㆍ미디어 부처는 별도의 독자적 정책을 먼저 제시하기보다 창작자ㆍ권리자 단체가 의제를 설정하고 이를 정부에 전달하는 형태를 수용한다.
독일은 인공지능 기반 예술 활동을 보다 제한적이고 실험적 수단으로 한정한다. 즉 인공지능을 혁신적 동력이나 성장 엔진으로 인식하기보다는 문화적ㆍ윤리적 함의를 면밀히 검토해야 하는 실험적 영역으로 간주한다. 예를 들면 독일연방문화재단(Kulturstiftung des Bundes)의 ‘Art & AI(Kunst und KI)’ 프로그램에서는 인공지능 활용 예술 프로젝트를 문화기관 단위에서 선정해 지원하되, 그 목적은 단순 기술 실험보다 예술적 실험, 기술ㆍ예술 관계에 대한 성찰, 사회적 영향을 둘러싼 비판적 논의에 초점을 둔다(Kulturstiftung des Bundes, n.d.).
이러한 정책적 접근은 인공지능을 새로운 창작 기회로 열어주는 것보다, 기존 예술가의 권리 질서를 위협하는 대상으로 경계하는 태도를 강화한다. 따라서 독일 내 인공지능과 예술 관련 논의는 주로 저작권 보호, 학습 데이터로 활용된 예술가 권리에 대한 보상 구조, 무단 학습과 사용에 대한 통제 등 권리ㆍ규범 중심의 정책과제에 집중하고 있다.
프랑스는 문화적 책임있는 인공지능과 인간 창작 중심의 정책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프랑스는 EU와 연계하여 인공지능과 예술의 산업 확장보다는 저작권과 공정 보상 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국가이다. 이에 문화적이고 책임 있는 인공지능 전략을 공식화하며 창작자 존중ㆍ정보 무결성ㆍ언어/유산의 대표성을 핵심 목표로 제시한다. 프랑스 문화부 전략 문서는 경쟁력만이 아니라 윤리ㆍ주권ㆍ창작자 보호를 중심에 둔다(France Government, n.d.a).
이에 프랑스 문화부는 인공지능이 문화예술을 학습ㆍ생성ㆍ유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권리 침해와 보상 구조를 제도적으로 검토하며, 예술정책 내에서 인공지능을 단순한 새로운 창작 도구로 고려하지 않는다. 오히려 디지털 환경에서 인간 창작물이 어떻게 식별ㆍ보호ㆍ보상될 수 있는가를 논의의 대상으로 설정한다. 그러므로 프랑스어와 프랑스 창작물이 디지털ㆍ인공지능 플랫폼 환경에서 알고리즘에 의해 읽히지 않거나 대체되는 현상을 경계하며, 인간 창작의 가시성 강화, 알고리즘 추천ㆍ노출 구조의 공정성, 창작물 유통의 다양성 유지를 핵심 정책 목표로 삼는다. 이에 인공지능을 활용 가능한 기술 그 자체보다, 플랫폼ㆍ알고리즘 구조 안에서 예술을 어떻게 보호할지에 대한 규범적ㆍ제도적 검토의 출발점으로 인식한다(France Government, n.d.b).
그 결과 프랑스의 인공지능 관련 예술정책은 개인 예술가의 기술 역량 강화나 실험 중심 활동보다 인간 창작 보호를 전제로 한 환경 조성에 더 집중한다. 대표 사례로는 문화부가 추진하는 ‘Découvrabilité des contenus culturels à l’ère de l’IA(인공지능 시대의 문화예술 콘텐츠 가시성 공모사업)’가 있는데, 이 공모사업은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이 만든 문화예술 콘텐츠가 알고리즘과 플랫폼 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지속해서 드러나도록 하는 방식을 실험ㆍ개발하는 정책 사업으로, 예술가의 권리와 창작물의 시장 환경을 함께 개선하려는 목적에 의해 마련되었다(France Ministère de la Culture., France Government, n.d.b).
한국은 산업진흥ㆍ활용촉진과 부분적 권리 정책이 혼재하는 정책 이미지로 볼 수 있다. 한국은 「AI 기본법」 제정과 ‘대한민국 인공지능 행동계획 추진’을 통해 인공지능을 포함한 문화예술 정책을 중앙 정부가 주도적으로 활용ㆍ활성화시키고자 하며, 동시에 저작권ㆍ규제 논의도 함께 진행한다. 인공지능과 예술의 관계는 토론회에 의존하기보다는 정부가 연속적으로 공모사업ㆍ플랫폼을 발표하고, 이를 통해 정책 의제를 만들어가는 방식으로 다뤄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은 예술 창작 방식의 변화, 유통 구조 전환, 예술 산업 가능성과 연결되며 예술 정책의 핵심 환경 변화로 인식된다. 그러므로 인공지능은 규제 대상보다는 적절한 가이드와 지원 아래 관리ㆍ활용할 기술로 논의된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아트코리아랩의 경우 예술가ㆍ예술기업ㆍ기술 기반 창작 주체를 대상으로 예술 실험, 시연, 유통, 비즈니스 런칭까지 통합적으로 지원한다(아트코리아랩, n.d.). 또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2025년부터 시각예술 분야 인공지능 대응을 위한 워킹그룹을 운영하며 2026년 문화예술진흥기금 공모사업에 반영할 지원 방안을 탐색하고 있다. 이 접근은 인공지능을 예술가의 창작 도구이자 환경으로 전제하며, 새로운 표현 방식과 시장 가능성을 제공하는 기술로서 정책 지원의 가능성을 검토하는 데 초점을 둔다. 또한 2025년에 제작ㆍ배포한 ‘예술창작을 위한 AI기술 이해와 사례’는 인공지능 활용 창작 기술과 사례, 그리고 일부 저작권 관련 법적 개념을 정리한 자료로 특히 인공지능 활용 저작 관련 법적 개념 정리와 같이 제도적 검토 차원에서 정책 수준의 가이드라 할 수 있다(한국문화예술위원회, n.d.). 일부에서는 한국저작권위원회 등을 통해 인공지능과 관련한 권리ㆍ보상ㆍ규제 문제를 부차적으로 검토하고 지침과 쟁점의 형태로 제시하고 있다(한국저작권위원회, n.d.). 따라서 한국의 정책 방향은 인공지능 학습과 이용을 엄격히 통제하기보다는 활용 경험 확산과 역량 강화를 우선적으로 추진한다.
Ⅲ. 분석 설계
앞서 인공지능과 관련한 예술 및 시각예술 분야의 연구 및 조사 문헌의 검토, 그리고 Baumgartner & Jones(1993)가 주장한 정책 이미지 개념에 입각하여 인공지능과 시각예술 분야의 현장과 정책 수요를 조사한 경험이 있는 국가들의 관련 정책 현황을 살펴보았다. 그 내용을 토대로 본 장에서는 예술 현장의 인식 및 수요와 실제 정책의 집행 내용 간 정합성을 시범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분석을 시도해보고자 하였다. 특히 국가 차원에서 시각예술과 인공지능의 융합 및 진흥을 지원하는 제도, 정책 추진이 범국가적으로 초기 단계임을 고려해볼 때, 본 연구는 향후 더욱 가속화될 인공지능의 발전과 이에 대응하는 예술 정책이 예술계 현장의 필요와 수요를 수렴하기 위한 기초적 검토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연구는 인공지능에 대한 예술계의 인식과 정책 수요를 분석은 정책단계모형(stages model of policy)을 활용하였다. Lasswell은 1956년 처음으로 정책단계모형을 제시하였다. 이 모형은 총 7단계로 정보의 수집 및 처리, 동원, 처방, 행동화, 적용, 종결, 그리고 평가로 구성된다. 정보의 수집 및 처리는 잠재적인 정책 문제에 관하여 정보를 수집, 처리하는 활동으로, 문제를 이해하기 위한 단계로 볼 수 있다. 동원의 경우 특정 선택지나 해결책을 채택하도록 적극적으로 추진하거나 알리는 과정으로, 정책 의사결정자들은 대중과 유관자에게 관심사를 특정 정책안으로 집중시키고자 하는 단계이다. 처방 단계는 공식적인 규칙, 법률, 지침이 채택되는 의사 결정단계이다. 행동화의 단계는 규정된 정책이 시행됨을 알리는 단계로 실제 절차를 시행하고 집행권한을 부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적용단계는 관료조직, 기관 및 법원에 의한 정책의 일상적인 집행 및 관리가 이루어지는 단계로 사회에 해당 정책이 실제 적용되는 것을 의미한다. 종결의 경우 정책이 목표를 달성했거나 효과가 없거나, 필요하지 않게 되어 정책 주기가 종료되는 것을 의미하며, 평가단계는 정책의 성공 여부를 평가하는 단계이다(Bertrand et al., 2011).
Lasswell의 정책단계모형은 첫째, 당면한 문제에 매몰되기보다 정책의 의사결정에 대한 구조를 파악하고 이를 통해 정책의 체계적 수립과 검토를 가능하게 하였다(Tao, 2023). 이러한 지점은 현재 인공지능을 둘러싼 시각예술 분야의 정책 수립에 있어 변화 상황에 매몰되기보다 정책적 이해관계와 전략적이고 체계적인 검토가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토대가 된다. 둘째, 정책이 구상되고 실행되는 맥락을 깊이 있게 이해하려는 기준으로 작용한다. 이는 정책입안자들이 정책결과에 필연적으로 미치는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요인들에 대한 고려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틀이 된다. 정책의사결정자들은 특정한 사회문제와 관련하여 탐색의 과정을 거쳐 의사결정을 하게 되는데, 정책단계모형의 다각적, 다학제적 검토를 통한 맥락의 파악과 이해는 보다 만족스러운 정책 결과 도출의 가능성을 의미한다(Tao, 2023).
이러한 7개의 단계를 지닌 정책단계모형은 정책학의 발전 과정에서 의제 설정-정책 수립-의사 결정-실행-평가 5개 단계로 수정, 활용되고 있다.1) 이에 본 연구는 인공지능에 대한 시각예술 정책이 단계적 정책 수행 과정에서 현재 정책단계 모형 중 ‘의제 설정’ 국면에 있다고 보고 이에 집중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이는 인공지능과 관련한 시각예술 분야 정책은 이미 선 제시된 정책이 있으나, 정책이 정책 수립 또는 의사 결정에서 머무르며 실행과 평가 단계로 이어지지 못한 점, 그 과정에서 후속적으로 문제 정의와 의제 설정이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음에 기인한다. 또한 인공지능이 새로운 기술이자 지속 개발 발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한 변화가 다각적으로 나타남에 따라 시각예술 분야의 정책 환경이 고정되지 않고 변화의 요인으로 작용할 것을 예상하였다. 또한 의제 설정에 있어서 정책문제가 어떻게 정의되는지, 그 중에서 어떤 문제가 정책 의제로 채택될 수 있는지를 살펴보고 시각예술 분야에서 인공지능 관련 정책의 형성 차원에서 검토하고자 하였다.
분석은 국가별 인공지능에 대한 예술계의 문제의 인식과 정책 수요를 인식조사 결과를 통해 파악하고자 하였다. 이후 각국의 정책 방향이 이러한 인식조사에서 도출된 정책 의제와 정합성이 있는지를 비교하여 단순 의제 설정의 비교에서 그치지 않고 정책 의제의 도출 과정에서 Lasswell이 강조한 맥락의 검토를 시도하였다.
정책방향의 정합성 비교의 경우 Stone의 문제구성이론의 관점을 기초로 하였다. Stone은 문제구성이론을 통해 정책이 경쟁하는 가치ㆍ상징ㆍ서사 속에서 구성되는 ‘정치적 산물’임을 강조한다(Stone, 1988). 오늘날 인공지능 기술이 단순히 예술계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넘어 각국이 새로운 사회 변화의 혁신으로 보고 있는 상황이므로 인공지능으로 인한 시각예술 분야의 공통적 쟁점이 나타나더라도 이에 대한 서로 다른 정책결정이 국가별로 나타나는 점은 경쟁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함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연구는 각 국가마다 취하는 전략과 실제 정책 수요와의 정합성 비교 결과를 살펴보아 한국의 정책 방향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하였다.
본 연구는 앞서 살펴본 인공지능 및 예술 관련 정책이 추진 및 논의된 국가 가운데 선 정책 제시 이후 시각예술계의 정책 수요 조사가 이루어진 영국, 프랑스, 독일, 한국의 최근 3년 이내 설문조사 자료를 2차 분석하는 방식으로 수행하였다. 국가별로 문항이 동일하지 않으므로 문항 직접 비교보다 개념 매핑(권리ㆍ투명성ㆍ보상ㆍ표시ㆍ교육)을 우선하였다.
분석 자료는 한국의 ‘AI 시대 예술 생태계의 변화와 대응과제’(김윤경ㆍ변지혜ㆍ김연진, 2025) 설문조사에서 시각예술 분야 데이터를 추출한 것과, 영국의 ‘Artificial Intelligence and Artists’ Work’(DACS, 2024), 독일의 ‘KI und Bildende Kunst’(Initiative Urheberrecht, 2024), 프랑스의 ‘Impact des AI génératives sur les artistes‑auteurs’(ADAGP, 2024)를 활용하였다. 한국의 설문은 예술계 종사자 전반을 대상으로 하되 시각예술 분야 데이터만을 별도로 추출하여 분석에 사용하였고, 영국은 시각 예술가를 대상으로 한 설문이므로 전체 데이터를 활용하였다. 프랑스의 경우 시각예술과 문학을 같이 조사하되 결과를 분리해 제시하므로, ‘시각예술 분야’로 명시된 응답 비율만을 해당 분석의 시각예술 자료로 사용하였다. 해당 분석에 활용된 조사의 세부 현황은 <표 1>과 같다.
연구는 인공지능 인식, 활용 경험, 권리 인식, 정책 개입 필요성 등 개념적으로 대응 가능한 문항을 중심으로 비교 분석을 수행하였다. 우선 4개국의 조사 결과가 이루어진 시점뿐만 아니라 현재까지도 인공지능-예술 정책은 여전히 논의 중인 상황으로 완결되지 않았다. 이에 정책의 마련에 앞서 예술가들의 인식, 요구, 갈등의 강도를 파악하는 것을 본 연구에서 비교를 통해 탐색해 보고자 하였다.
연구는 인공지능 인식, 활용 경험, 권리 인식, 정책 개입 필요성 등 개념적으로 대응 가능한 문항을 중심으로 비교 분석을 우선하였으며, 4개국의 분석결과를 중심으로 하되, 문항의 제시 방법은 차이를 고려하여 명시 및 개념적 비교를 실시하였다. 이는 국가별 개념에 대한 접근의 특징과 양상이 각기 다름을 전제한다. 각 국가별 설문 비교를 위하여 적용한 개념은 <표 2>와 같다.
나아가 본 연구는 현 시점을 정책단계이론에서의 정책 초기 단계로 간주함에 따라, 시각예술 생태계가 인공지능을 마주한 주체들의 문제 인식과 정책 수요를 세분화하고, 국가별로 문제 인식 단계와 정책 의제설정 단계로 구분하였다. 설문의 개념들을 정책 단계 모델에 따라 재정리한 결과, 인공지능 위험ㆍ기회 인식 확산 → 인공지능 경험 확산 → 권리 요구 → 정책 개입 요구 순으로 이어지는 단계적 구조가 도출되었다. 이 구조를 바탕으로 예술가 집단의 정책 형성 이전 인식 구조와 국가별 차이를 분석하였다. 이를 정리 구조화한 결과는 <표 3>과 같다.
Ⅳ. 분석 결과
이 단계는 근본적으로 시각예술 생태계 내에서 인공지능은 어떤 문제로 인식되는가를 다루었다. 이에 문제의식의 구성 요소를 분류하여 분석하였다. 총 4개의 단계로 분석하였으며, 첫째, 경제적 지속가능성, 둘째, 권리 및 통제, 셋째, 신뢰와 공공성, 넷째 역량격차의 문제로 구분하였다.
각국 예술가의 인공지능 기술 인식의 경우 <표 4>와 같이 정리할 수 있다. 한국은 긍정적 영향 응답이 부정적 영향보다 많았고, 상대적으로 예술계 변화를 긍정적으로 인식하며 인공지능의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반면 프랑스는 부정적 영향 응답이 긍정적 영향보다 약 3배가량 높아, 인공지능을 주로 위협ㆍ부정적 변화로 보는 인식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은 부정적 영향 응답이 42%로 상당히 높았지만 긍정적 영향은 12%에 그쳤고, 혼합(중립) 응답이 42%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 비교국 가운데 가장 유보적 인식이 두드러졌다. 영국은 질문 방식이 다소 달랐는데, 전반적인 긍정ㆍ부정 영향을 묻는 대신 구체 항목별로 평가하도록 했다. ‘AI가 일자리와 기회를 대체할 것이다’라는 질문에 77%가 동의해 부정적 인식이 강하게 드러났고, ‘AI가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는 긍정적 응답은 31%에 불과했다. 기타 의견에서는 업무 효율화 측면의 긍정적 효과가 언급되긴 했으나, 전반적으로는 부정적 영향 인식이 우세한 편이었다. 이처럼 영국ㆍ프랑스ㆍ독일은 한국에 비해 부정 또는 유보적 시각이 우세한 반면, 한국은 인공지능으로 인한 예술계 변화를 상대적으로 더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특징이 비교적 확연하게 나타난다.
| 국가 | 설문 문항 | 부정적 영향(%) | 중립(%) | 긍정적 영향(%) |
|---|---|---|---|---|
| 한국 | AI가 예술 활동 전반에 미치는 영향 | 20.8 | 36.5 | 42.7 |
| 영국 | AI가 예술가와 작업에 미칠 수 있는 영향 | - | - | - |
| 프랑스 | AI 발전이 시각예술에 미치는 영향 | 59 | 21 | 20 |
| 독일 | 인공지능 사용/활용이 예술에 미치는 영향 | 43 | 42 | 12 |
각국 시각 예술가 및 시각예술 분야 종사자의 인공지능 사용 경험은 <표 5>와 같이 나타났다. 응답은 국가별로 상이하게 나타났다. 한국은 시각예술 응답자의 68.2%가 인공지능 사용 경험이 있다고 응답해 비교국 중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고, 영국은 35.2%, 프랑스는 42.0%로 한국보다 낮았다. 이는 각국 시각 예술가 및 시각예술 분야 종사자가 인공지능에 얼마나 노출되고, 스스로를 유경험자로 인식하는지를 보여 주는 지표이면서, 향후 설문 결과를 해석할 때 경험 수준을 함께 고려해야 함을 시사한다. 다만 해당 질문은 경험 유무만 파악하므로 경험의 범위와 깊이를 직접 반영하지는 않는다.
| 구분 | 한국 | 영국 | 프랑스 | 독일 |
|---|---|---|---|---|
| 시각예술 분야 조사 표본 수 | 186명 | 1,000명 | 1,259명 | 1,104명 |
| 인공지능 활용 유경험자 표본 수 | 127명 | 352명 | 529명 | 464명 |
| 응답자 가운데 인공지능 활용 유경험자의 비율 | 68.2% | 35.2% | 42.0% | 42.0% |
인공지능 활용 방식의 경우 <표 6>과 같이 나타났다. 독일은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해 창작에 적용하는 비율이 10%에 불과해 다른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최소한으로 나타났고, 산출물 역시 텍스트 중심의 수치가 높았다. 또한 이미지 편집·보정에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응답하여, 상업용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에 내장된 인공지능 기능을 예술 작업에 주로 사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영국은 “인공지능 전반ㆍ머신러닝 사용 여부”와 “인공지능 활용 산출물 유형”을 나누어 질문하는 방식으로, 시각 이미지ㆍ텍스트ㆍ데이터를 구분해 출력 유형을 조사하므로 다른 국가의 활용 항목과 달리 분류 방식이 다소 차별적인 특징을 보였다.
| 구분 | 한국 | 영국 | 프랑스 | 독일 | |
|---|---|---|---|---|---|
| 시각 생성물 생성 및 활용 | 47.2 | - | 46 | 10 | |
| 텍스트 생성 및 스토리텔링 | 41.7 | 54 | 29 | ||
| 관련 자료 리서치 | 42.5 | 47 | 28 | ||
| 번역 | 21.3 | 41 | 8 | ||
| 기타 | 수치데이터 요약/분석 | 6.3 | 15 | ||
| 프로그램 코딩 작성 및 수정 | 7.1 | ||||
| 기타 | 3.1 | ||||
| 이미지 요약/편집/보정 및 데이터 분석 | 10.2 | 39 | |||
각국 가운데 인공지능 활용이 예술가와의 작업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 설문으로 다룬 국가는 한국뿐이었다. 한국의 문항은 인간과 인공지능의 작업 비율을 기준으로, 인공지능을 도구적으로 사용하는 수준에서부터 이것이 자율적으로 창작을 수행하는 수준까지를 구분하였다. 분석 결과(<표 7>), 한국 응답자 중 인공지능을 활용해 창작을 하는 경우가 가장 비중이 높았으며, 그 다음으로 인공지능을 도구적으로 활용하는 응답이 33.9%로 나타났다. 인간과 인공지능이 거의 동등한 비중으로 참여하는 창작 비율은 18.9%, 그리고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더 큰 비중으로 개입한다고 응답한 경우(완전자율 AI 예술 포함)는 5.5%로 확인되었다.
| 국가 | 설문 문항 | AI 도구화 | AI활용 기반 창작 | AI 협업 창작 | AI주도 인간 큐레이션 | AI 자동생성 예술 | 완전자율 AI 예술 |
|---|---|---|---|---|---|---|---|
| 한국 | AI 활용 예술활동에서의 AI와 자신과의 작업 비율 | 33.9 | 36.2 | 18.9 | 5.5 | 3.9 | 1.6 |
자료: 김윤경ㆍ변지혜ㆍ김연진(2025).
영국과 프랑스는 조사 문항을 통해 예술가들이 인공지능을 ‘도구’로 인식하고 있음을 반복적으로 보여 주었다. 영국의 응답자들은 인공지능이 작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유용한 도구라고 평가했으나, 손으로 작업할 때만큼의 만족도는 떨어진다고 지적했고, 인공지능 활용 비중이 커질수록 인간의 표현과 창의성이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였다. 프랑스의 보고서에서는 인공지능을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로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인공지능 활용이 늘어나면 예술가를 대체할 수 있다는 위협을 동시에 느끼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독일은 관련 문항이 정비되어 있지 않았으나 예술가가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경우 이미지 편집ㆍ보정 등 보조적 목적에 쓰이는 비중이 82%에 달하고, 인공지능 기반 창작 또는 그 이상의 인공지능 활용은 10% 수준에 머물러, 한국보다 인공지능의 창작 비중이 훨씬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영국ㆍ프랑스ㆍ독일은 공통적으로 인공지능을 예술가의 보조적ㆍ도구적 수단으로 받아들이면서도, 그 활용 비중이 커질 경우 인간 저작과 창작 자율성을 위협한다는 경계적 태도를 보인 반면, 한국보다 인공지능이 실제 창작 과정에서 맡는 역할과 비중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임을 시사한다.
인공지능이 예술 활동 주체들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지 여부를 비교한 결과는 <표 8>과 같다. 한국은 “AI가 예술 주체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다”는 문항에서 비동의 비율이 45.7%로 가장 높아 인공지능의 대체 가능성에 대해 상대적으로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 영국은 “인공지능이 직업과 기회를 대체할 수 있다”는 항목에서 ‘대체 가능ㆍ위협’ 응답이 77%로 매우 높아 예술가 일자리와 기회에 대한 위협 인식이 강했다. 프랑스는 직접적 대체 문항은 없었지만 “AI가 활동이나 생계기반에 위협한다”는 질문에서 ‘위협한다’가 59%로 가장 높고, ‘위협되지 않는다’는 16%에 그쳐 예술가 생계 위협 인식이 도드라졌다. 독일은 “AI가 예술가의 존재를 위협한다”는 문항에서 ‘위협’ 35%, ‘일부ㆍ판단 유보’ 24%, ‘위협되지 않는다’ 37%로, 위협 인식과 상대적으로 유보적ㆍ긍정적 시각의 이원적 분포가 나타났다. 영국은 ‘위협’항목의 응답이 77%로 나타났으며, 이를 제외한 응답은 공개하지 않았다.
| 국가 | 설문 문항 | 위협이다 (%) | 유보, 중도 (%) | 위협이 되지 않는다 (%) |
|---|---|---|---|---|
| 한국 | AI는 다양한 예술 주체들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다. | 29.6 | 24.7 | 45.7 |
| 영국2) | 인공지능이 직업과 기회를 대체할 수 있다. | 77 | - | - |
| 프랑스 | AI가 예술 활동을 위협한다. | 59 | 22 | 16 |
| 독일 | AI는 예술가의 실존적 위협이 되고 있다. | 35 | 24 | 37 |
전체적으로 한국과 독일은 인공지능이 예술가 역할을 대체하지 않거나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보는 응답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영국과 프랑스는 과반 이상이 인공지능이 예술가의 직업ㆍ활동을 대체해 위협이 된다고 응답했다. 판단 유보자 비율은 대체로 20%대 수준으로, 아직 인공지능에 대한 평가를 쉽게 내리기 어려운 상황을 보여 준다. 다만 한국과 영국은 대체 가능성, 프랑스와 독일은 위협성이라는 다른 방향으로 질문을 구성한 점에서 국가별 설문 설계 자체가 인공지능에 대한 인식 차이를 반영하고 있음을 함께 고려해야 할 요소로 판단된다.
인공지능 활용이 확산되면서 각국 시각예술 활동가들이 느끼는 권리 침해 우려와 법제도적 보호 요구에 대한 조사 항목이 공통적으로 나타남에 따라 이를 비교ㆍ분석하였다. 먼저 각국의 조사에서 인공지능으로 인한 예술계의 권리 인식과 세부적인 차원들의 정의, 측정 내용, 정책적 의미를 <표 9>와 같이 정리해볼 수 있다.
| 개념 | 정의 | 측정 내용 | 정책적 의미 |
|---|---|---|---|
| 권리 인식 | AI 학습ㆍ생성 과정에서 자신의 창작물ㆍ노동ㆍ스타일이 무단 활용되거나 침해될 수 있다는 인식 | 동의/보상 요구/규제 필요성 | 법ㆍ제도 개입 요구 강도 |
| 세부 차원 | 저작권 보호, 데이터 동의권, 보상 체계, 규제 필요성 | Yes/No 또는 동의 비율 | 정책 설계 근거 |
위 내용을 토대로 인공지능 활용에 있어 시각예술 창작자의 창작물에 대한 권리 보호 혹은 규제 필요성에 대한 응답 결과는 <표 10>과 같다. 영국은 95%가 인공지능을 둘러싼 창작자의 권리 보호와 규제를 요구해 영국 내 저작권 권리 인식이 매우 높음을 보여 주었고, 독일은 65%가 규제 필요를 동의하면서도 91%가 인공지능의 무단 학습이 지적 재산권 침해라고 인식하고 보상 요구 비율이 특히 높았다. 반면 한국은 규제 필요 응답이 28.0%로 상대적으로 저조했고, 예술 분야에서 인공지능 활용 활성화와 창작물 학습 동의 비율이 39.2%, 중립 응답 32.8%로, 권리 보호 요구보다 본인 작품을 학습 데이터로 활용하는 데 동의하는 의견이 우세한 편이었다.
이는 한국은 인공지능을 활용해 협업과 기회를 창출하려는 태도가 강한 반면 독일이나 프랑스, 영국의 경우 본인 저작성에 대한 권리와 대응 필요성의 인식이 높음을 시사한다. 다만 상대적으로 영국은 지속적인 권리 보호를 고집하는 반면, 독일과 프랑스는 권리 보호와 인공지능 활용 사이에서 의견이 나뉘는 상황임을 확인하였다.
두 번째로 인공지능 기술 확산 이후 예술가들이 인공지능 활용 역량을 습득하기 위해 요구하는 교육ㆍ훈련ㆍ정보 지원 수준과 관련한 개념을 비교 분석하였다. 해당 항목은 기술을 ‘규제 대상’이 아닌 ‘학습 대상’으로 인식하는 태도를 반영하며, 정책 개입 방식이 보호 중심인지, 역량 강화 중심인지를 구분하는 핵심 지표에 해당한다. 또한 교육의 수요는 제도를 통제하여 예술계의 인공지능 유입을 제한하는 측면과는 상반되게 시각예술계의 능력 강화로 전략적으로 인공지능을 적응하고 활용할 것을 전제로 한다고 볼 수 있다. 분석 결과는 <표 11>과 같다.
영국은 구체적인 수치는 제시하지 않았으나, 대부분의 응답자가 인공지능 활용에 필요한 기술ㆍ훈련 수준이 부족하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약 90%가 훈련 경험이 없고 31%가 기술ㆍ훈련 부족이 인공지능 사용의 장애 요인이라고 응답해, 정책적으로 역량 교육 수요가 높게 나타났다. 독일은 별도의 양적 교육 설문은 두지 않았지만, 전문가 의견 가운데 예술대학ㆍ미술학교에서의 인공지능 인식 제고 및 미디어 리터러시 강화 필요성이 포함되는 등 비판적으로 인공지능을 이해하고자 하는 교육 수요가 높았다. 프랑스의 경우 54%가 인공지능 활용 교육을 받고 싶다고 응답해 교육 필요 수요가 우위였으나, 46%는 불필요하다는 입장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필요성에 대한 의견이 나뉘는 특징을 보였다. 동시에 인공지능 학습에서 자기 작품의 학습을 제한하는 방법을 알고 싶다는 응답이 56%로 높아 권리 행사와 인공지능의 통제와 관련한 교육 수요도 두드러졌다. 한국은 인공지능과 기술 간 격차 해소를 위한 판단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73.1%, 예술 대학ㆍ기관의 인공지능 융합 교육ㆍ연구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70.4%, 융합 매개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65.6%라고 응답해, 교육ㆍ훈련과 전문 인력 운영 수요가 모두 70% 내외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영국ㆍ한국은 인공지능 활용ㆍ기법을 익히기 위한 전문역량 강화 수요가 뚜렷한 반면, 프랑스ㆍ독일은 인공지능에 대한 개념ㆍ미디어 리터러시ㆍ비판적 이해를 포함하는 교육 수요에 초점을 두며, 전자는 ‘기술적 활용 역량’ 중심, 후자는 ‘비판ㆍ권리ㆍ개념 이해 역량’ 중심으로 차별화된 정책 수요 구조를 드러내고 있다.
다음으로 인공지능의 사회적 확산으로 시각예술계가 당면한 변화와 관련하여 정부가 개입하여 대응하는 것이 필요한가에 대한 수요 개념을 조사하였다. 조사의 개념은 <표 12>에 해당하며, 조사 결과는 <표 13>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개념 | 정의 | 측정 방식 | 정책 의미 |
|---|---|---|---|
| 정부 개입/규제 수요 | 인공지능과 시각예술에 대한 정부의 규제 필요성 | (직접)규제 도입 동의율 (간접)수용/규제 필요 | 정부주도 대응 필요 정책 수요 |
영국 예술가들은 “정부가 시각예술계를 위한 안전장치와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 항목에 95%가 동의했다. 특히 정부가 인공지능 기업의 제품 개발을 장려하되, 안전하고 윤리적인 프레임을 함께 마련하지 않으면 신뢰가 낮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무엇보다 인공지능 활동에서 예술가의 권리를 존중하고 공정한 라이선스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독일 예술가들은 응답자의 65%가 인공지능 사용을 법적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81%가 작품 이용에 대한 규제를 요구했다. 이는 경제적 보상, 투명성, 이용 표기 의무화 등 문제를 민간 자율에 맡기기보다 인공지능에 대한 강력하고 포괄적인 법적 규제 수요를 반영한 것이다. 프랑스 예술가들은 정부 규제 수준의 수치 항목을 별도로 제시하지는 않았으나, 인공지능 활용 동의 여부, 사용 표시, 투명한 훈련 데이터 구조 등 권리 행사 기반 강화에 초점을 두어, 예술가의 작품을 자동화된 방식으로 다루는 인공지능에 대해 정부 주도 규제를 요구하고 있다. 동시에 예술가들이 이를 둘러싼 정보와 제도 논의가 부족하며, EU 인공지능 규정과 같은 고위험 영역의 제도화 과정에 예술계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향후 예술 생태계 변화와 발전을 위해 인공지능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문항에 60.8%가 동의하고, 중립 31.7%, ‘필요 없다’ 7.5%로, 독일과 유사한 정부 규제 요청 수준을 보였다. 그러나 ‘예술 주체들의 활동 권리를 위해 인공지능은 규제해야 할 대상이다’에서는 동의 37.1%, 중립 34.4%, 비동의 28.5%로, 규제 동의와 중립ㆍ부정 응답이 비슷하게 나뉘었다. 이는 예술가 권리 보호를 전제로 한 강력한 규제보다는, 예술 생태계의 변화와 발전을 위해 인공지능을 수용ㆍ활성화하는 방향의 규제 설계를 동시에 염두에 둔 복합적인 태도로 해석할 수 있다.
본 절에서는 지금까지 분석한 내용을 토대로 국가별 시각예술 분야 정책 초기 단계에서 인공지능에 대한 영향 인식의 방향성ㆍ사용 경험 수준ㆍ활용 방식과 역할관계ㆍ대체 위협ㆍ권리ㆍ규제ㆍ교육ㆍ역량ㆍ정부 규제 개념 등을 일련의 축으로 재구성하여 최종적으로 비교하였다. 분석 결과는 <표 14>와 같다.
첫째, ‘영향 인식’에서 한국은 다른 국가들과 달리 인공지능을 ‘기회’와 ‘위협’이 동시에 공존하는 것으로 인식하였다. 특히 기회의 인식이 활용 효율의 향상과 창작 확장 가능성을 내포하는 긍정적 인식으로 나타났다. 반면 인공지능 활용의 위협 인식도 함께 존재해 과열된 긍정보다는 긴장된 균형적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둘째, ‘사용 경험’에서는 한국이 비교적 높은 경험 비율을 보이는 가운데, 단순 도입 촉진보다 인공지능 사용의 강도와 역할 비중을 관리하는 것이 핵심 과제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인공지능의 사용 개념이 단순히 ‘사용 여부’가 아니라 인공지능과 예술가의 인과적 관계를 강도 측면에서 파악하는 데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셋째, ‘활용 방식과 관계’에서는 한국 예술가는 인공지능을 자신의 창작 과정에 산출물을 보완ㆍ보조하는 범위로 활용하며, 89%가 인간보다 인공지능이 더 큰 기여를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응답해 예술가 주도권을 유지하는 형태로 인공지능을 활용하며 인간-인공지능간의 관계를 형성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넷째, 인공지능 인식을 (1) 대체 위협, (2) 권리 인식, (3) 규제 인식으로 세분화한 결과 한국의 대체 위협 인식은 비교국보다 낮게 나타났다. 해당 결과는 인공지능의 위협을 ‘예술 주체인 인간 창작자에 대한 위협 가능성’으로 두기보다는 예술가의 활동 영역 안에서 조절 가능한 보조적 기술로 인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다섯째, ‘권리 인식 수요’에서는 영국ㆍ독일ㆍ프랑스가 저작물 무단 학습과 통제, 보상, 투명성 등을 중심으로 권리 보호 성향을 강하게 보고한 반면, 한국은 창작물에 대한 권리 보호 요구가 상대적으로 낮고, 오히려 자신의 창작물을 학습 데이터로 활용하는 데 동의하는 비율이 39.2%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 인공지능에 대한 권리 개념이 개인의 권리 보호와 공동의 인공지능 데이터 기반 구축을 위한 집단적ㆍ구조적 활용에 대한 권리로의 이해가 나타나고 있었다.
여섯째, ‘교육ㆍ학습 수요’에서는 영국ㆍ독일은 비판적 기술 리터러시와 인공지능 윤리 이해 역량, 프랑스는 권리 행사와 대응 지식에 초점을 둔 교육 수요에 비해, 한국은 기술 활용 역량뿐 아니라 융합 교육, 인공지능 매개 인력 양성을 포함한 폭넓은 학습 개념을 요구하는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마지막으로 ‘정부ㆍ제도적 규제 개념’에서는 대부분 국가에서 인공지능에 대한 정부 규제 필요성에 동의했으나, 세부 내용에서 차이가 나타났다. 영국ㆍ독일ㆍ프랑스는 예술가 권리 보호와 공정 라이선스를 위한 안전장치 중심의 규제를 반복적으로 요구한 데 비해, 한국은 과반수 이상이 규제 필요에 동의하면서도 그 규제의 의미를 기존 예술계의 권리 방어에만 국한하지 않고, 시각예술 생태계의 인공지능 수용과 활성화를 포함하는 것이라고 나타났다. 이는 한국이 인공지능에 대한 규제와 활성화 정책 수요가 동시에 나타나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인공지능에 대한 시각예술 분야의 문제인식과 의제 설정 수요의 경우 국가별 분석을 시도하였다. 영국의 시각 예술가들은 인공지능이 기회이지만 공정하지 않은 경쟁을 만드는 요인으로 인식하였다. 영국의 시각예술주체들은 인공지능이 창작 도구이자 새로운 기회라 인식하는 경향이 높으나 동시에 기존 창작 노동과 경쟁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체 우려를 높이 표방하였다. 독일의 경우 통제되지 않은 기술로 인공지능을 이해하고 있었으며, 창작과정과 결과물에 미치는 영향, 불분명한 책임 소재와 같은 문제에 대해 높은 우려와 함께 인공지능을 통제가 필요한 기술로 인식하였다. 프랑스의 경우 인공지능을 명확한 권리 침해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었으며, 시각예술 분야의 무단 창작물 활용 구조에 대한 높은 우려와 이에 대한 학습 데이터 보상의 필요성 인식이 크게 나타났다. 한국의 경우 인공지능은 준비되지 않은 변화로 인식하고 있으며, 빠르게 확산되는 기술 변화를 인식하는 동시에 대응 준비가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국가별 정부에 의해 도출된 정책 의제는 다음과 같다. 영국의 경우 인공지능 활용을 전면적으로 제한하기보다는 공정 환경 조성을 중심으로 정책적 방향 모색을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데이터 활용의 공정성 확보, 플랫폼의 책임성 강화, 시장 경쟁 조건의 개선 등이 주를 이루었다. 독일의 경우 인공지능 활용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인공지능의 통제 장치를 주 의제로 강조하였다. 세부적으로는 윤리 기준의 마련, 책임성의 규정, 인공지능 사용 투명성 확보 등으로 나타났다. 프랑스의 경우 권리 보호 및 보상체계 중심의 의제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특히 학습 데이터 사용의 규제, 저작권 보호 강화, 보상 체계 구축 등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인공지능 활용 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이 주 의제로 제시되었다. 인공지능에 대한 이해와 활용을 위한 교육, 훈련의 지원, 창작 실험 환경의 구축, 접근성의 확대 등 적응에 관한 의제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종합 비교 분석한 결과는 <표 15>와 같다.
| 국가 | 문제정의 | 의제설정 | 정책 초기단계 정책 수요 방향 |
|---|---|---|---|
| 영국 | 기회 + 경쟁 문제 | 공정성 | 활용과 공정이용의 균형 |
| 프랑스 | 권리 침해 | 권리 보호 | 예술가 권리보호 |
| 독일 | 통제 필요 | 규제ㆍ윤리 | 인공지능 위험 관리 |
| 한국 | 준비 부족 | 교육ㆍ지원 | 인공지능 적응 |
Stone의 정책경쟁 개념에 비추어 볼 때, 국가의 정책은 전략적이고 경쟁적인 상황에서의 인공지능의 어떤 면을 시각예술 분야와 대중에게 문제로 제시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의 제시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정책 경쟁 개념에서 국가가 제시한 정책 이미지와 시각예술 분야 생태계의 정책 수요의 정합성은 한 국가의 경쟁 전략과 성과라 할 수 있다.
<표 16>은 이를 국가별로 비교 분석한 결과이다. 영국은 인공지능을 혁신과 성장의 기회로 보고 있다. 이에 규제 최소화와 산업 활성화를 강조하는 정책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운다. 주로 혁신 성장과 신뢰 확보 원칙을 기반으로 정책 프레임을 가져가며, 부수적으로 예술계의 권리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실제 정책 수요가 높은 예술가 권리 중심인 결과와, 인공지능으로 인한 예술계의 대체 위협에 대한 강한 우려에 비추어 볼 경우 국가의 정책 방향과 수요가 불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이에 영국 정부는 정책 수요를 보완하는 정책을 현재 마련하고 있는 상황이라 해석된다.
프랑스의 경우 인공지능을 예술가의 권리 침해 문제로 정의하며, 저작권과 보상 체계를 중심으로 정책 이미지를 구성한다. 따라서 정책은 권리와 보상이 중심이며, 실제 정책 방향 역시 「EU AI Act」와 연계하여 공정 보장, 통제 의제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이는 예술계의 인공지능에 대한 위협인식과 인공지능에 대한 통제 요구가 높게 나타나는 정책 수요와 일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독일의 경우 인공지능의 사회적 영향과 위험을 강조하며, 책임성과 윤리를 중심으로 정책 이미지를 형성한다. 이에 인공지능의 사회적 경제적 영향을 관리하는 것에 정책적 초점을 둔다. 이와 함께 예술계의 권리를 보호하는 방향성을 포함한다. 해당 방향성은 실제 정책과 시각예술 분야의 예술주체가 인지하는 인공지능과, 이들이 기대하는 정책의 수요의 일치를 의미하며 높은 정합성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한국은 인공지능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정의하고, 기술 개발과 산업 성장을 중심으로 정책 이미지를 도모한다. 이러한 정책 이미지는 정책 수요측면에서도 활용에 대한 기대와 권리, 규범을 요구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즉 타 국가들에 비하여 규율의 요구 비율은 낮고 역량 지원의 수요는 높아 정책 수요와 정책 이미지가 정합하다고 판단된다. 다만 시각예술 분야의 예술가 권리 보호 장치 마련의 요구나 인공지능 활용, 학습을 위한 기회의 제공에 대한 요구는 충분한 인공지능에 대한 전략을 도모하기에 앞서 실제 예술계가 변화와 정책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안함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본 연구는 인공지능 정책이 기술 대응이 아니라 정책 이미지를 둘러싼 정책 경쟁의 결과로 형성된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이 과정에서 국가별 정책 이미지는 전략적으로 선택되며, 그 결과 시각예술 분야에서 나타나는 정책 수요와의 정합성은 국가별로 상이하게 나타난다. 이는 정책 불일치의 원인이 단순한 정책 미비가 아니라 정책경쟁 과정에서의 선택과 배제에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향후 정책 설계는 정책 이미지의 재구성을 통해 정책 수요와의 정합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Ⅴ. 결론
본 연구는 생성형 인공지능 확산이라는 거시적 변화 속에서 시각예술 분야 정책이 어떠한 방향으로 형성되고 있는지를 분석하고, 해당 정책이 예술계의 정책 수요와 얼마나 정합적인지를 검토하였다. 이를 위해 각국의 정책을 문제 인식과 의제 설정의 결과로 보고, 정책 이미지와 예술가 인식조사 결과를 비교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시각예술 분야 인공지능 정책은 국가별로 상이한 정책 이미지를 기반으로 형성되고 있으며, 동일한 기술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각국은 이를 서로 다른 문제로 정의하고 있었다. 예컨대, 영국은 창의 산업 성장과 권리 보호의 균형 문제로, 프랑스와 독일은 저작권 및 예술가 권리 보호의 문제로, 한국은 산업적 활용과 기술 확산의 문제로 인공지능을 인식하고 있었다.
이러한 문제 정의와 인식의 차이는 정책 의제 설정의 차이로 이어졌으며, 그 결과 각국의 정책은 규제 중심, 권리 보호 중심, 산업 진흥 중심 등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타났다. 즉, 정책은 동일한 기술 변화에 대한 단순한 대응이 아니라, 각 국가가 선택한 문제 인식과 정책 이미지의 결과로 형성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예술가 인식조사와 정책을 비교한 결과, 정책 수요와 정책 방향 간의 정합성 또한 국가별로 상이하게 나타났다. 일부 국가에서는 예술가의 권리, 노동, 보상 문제에 대한 인식이 강하게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정책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혹은 반대로 정책이 선도적으로 제시되었으나 현장의 인식과는 괴리가 존재하는 경우도 나타났다.
본 연구는 기존 정책 연구가 정책의 내용 분석에 집중한 것과 달리 정책 형성과정에 있으며, 특히 문제 인식과 의제 설정의 단계로 재구성하여 분석하였다는 점에서 연구의 의의를 가진다. 또한 본 연구는 정책을 객관적 문제 해결의 결과로 보기보단 특정 문제 인식이 선택되고 정책 의제로 채택되는 과정의 산물로 이해하였다. 이를 통해 정책의 차이는 단순한 제도 설계의 차이가 아니라,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구성하는가에 따른 결과임을 확인하였다.
또한 본 연구는 정책 실패 또는 정책 불일치를 정책 설계의 오류가 아닌 문제 인식과 정책 의제 간의 불일치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로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이는 향후 정책 분석에서 정책의 효과뿐 아니라 정책 형성의 전 단계에 대한 분석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이러한 한국 시각예술 생태계의 특성은 정책 방향과 대안 모색에서도 다르게 반영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첫째, 한국의 시각예술 인공지능 정책은 규제 중심보다는 상대적으로 큰 활성화 수요를 기본 축으로 두고, 접근 가능한 활용과 확장을 허용하는 동시에 예술가의 권리와 신뢰를 보호하는 최소한의 규율과 규칙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즉, 활용을 완전히 억제하기보다는 예술가의 권리와 인공지능 활용에 대한 신뢰를 보장하는 조건 아래에서 제도가 형성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둘째, 인공지능 활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현재의 논쟁과 쟁점이 사후 분쟁으로 확산되기 이전에 규칙과 조정 기능을 마련하는 정책적 모색이 필요하다. 인공지능 관련 예술계의 쟁점은 국제적으로 비슷한 양상으로 보이지만, 한국의 경우 활용 속도가 타 국가보다 빠르기 때문에 다른 국가의 사례를 참고하기 이전에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다. 아직 글로벌 차원의 기준과 공통 정책 정립이 불명확한 상황에서 한국의 정책은 분쟁에 대비할 최소한의 판단 기준, 절차, 그리고 조정 기반을 먼저 설계하고 이를 대응 기틀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미술 정책 차원에서의 인공지능 대응 정책을 발굴ㆍ정비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정책 수요는 권리 보호뿐 아니라, 교육ㆍ정책 지원ㆍ매개 인력 양성 등과 같은 기반 구축 수요 또한 매우 높은 편이다. 이는 창작 지원, 역량 강화, 매개 인력 양성 등 예술 정책에서 오래 전부터 경험해 온 한국 시각 예술가들이 인공지능을 포함한 새로운 환경에 대해 정책이 구체화ㆍ체계화된 형태로 확장되어야 한다는 수요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본 연구는 각국 시각예술 생태계의 인식과 정책 수요 개념이 이미 상당히 다르게 형성되어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특히 한국의 시각예술계는 인공지능에 대한 인식과 수요가 비교 국가들과는 그 양상이 다르다는 점에서 한국 인공지능 정책이 한국의 예술계의 특수성, 인공지능의 활용 여건과 사회적 수용, 활용의 방식을 고려하여 정책 수요의 개념적 특성을 먼저 면밀히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차별화된 정책 선택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다만 본 연구는 2차 자료를 기반으로 국가별 인식조사를 비교 분석하였기 때문에, 조사 설계와 문항의 차이로 인한 비교의 한계를 가진다. 또한 정책 역시 형성 초기 단계에 있어 향후 변화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결과의 일반화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과 예술의 융합을 활성화할 수 있는 예술 정책의 새로운 도전과 발전을 위하여 시론적 연구로서의 본 연구의 의의를 되새기며 앞으로 좀 더 체계적인 자료와 연구 방법을 통해 새로운 수요에 부응할 수 있는 정책 개발의 미래를 기대해 보아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