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전통시장이 소멸하고 있다. 지역의 경제와 사회문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전통시장이 사라지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국 전통시장 수는 1,408개로 15년 전인 2006년(1,610개)보다 202개가 감소했다(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2022:19; 류인하, 2022-11-21). 단순히 계산하면 지난 15년 동안 한 달에 한 개꼴로 전통시장이 사라졌다. 농촌의 전통시장은 상황이 더 어렵다. 2006년부터 2020년까지 경상북도에서 53개, 전라남도에서 30개, 충청남도에서 20개 전통시장이 사라졌다(류인하, 2022-11-21). 전문가들은 그 원인의 하나로 농촌의 가파른 인구감소와 상인 고령화를 꼽았다(박현우, 2023-05-18). 통계청의 농림어업조사에 따르면 2021년 농가의 인구 비율은 2017년보다 42%가 감소했다(KOSIS 국가통계포털). 농가 인구수가 크게 감소하면서 소비력도 줄어들었고 전통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인구감소에 따른 전통시장 위축 현상은 연구 논문을 통해서도 밝혀졌다. 김현중·송지은·정일훈(2022)은 전라남도 123개 전통시장을 분석하여 지난 15년 동안 인구가 적은 지역에 입지한 전통시장이 위축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전통시장이 빠른 속도로 위축되자 정부도 해결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에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방소멸이라는 새로운 사회 문제가 등장했기 때문에 이전과 다른 차원에서 전통시장을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중소벤처기업부, 2023:3). 이은희 소비자학과 교수는 ‘전통시장을 이용하는 기존 고객마저 고령화한다면 전통시장의 소멸 속도는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시장을 살리려면 젊은 세대가 가고 싶어 하는 곳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재 정책은 전통시장 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혁신적인 변화를 이뤄내기가 어렵다’라고 지적했다1). ‘시설 현대와 같은 정책보다 젊은 세대 고객 유치를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하다’라고 말했다(신현보, 2022-08-07).
그렇다면 젊은 세대가 전통시장에 찾아오도록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해결의 실마리를 요즘 젊은 세대가 많이 찾는 경동시장, 망원시장, 예산시장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시장들은 공통으로 ‘저렴하고 신선한 먹거리’, ‘복고풍 분위기’, ‘특색있는 이벤트 공간’ 등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젊은 세대, 특히 MZ세대(1980년~2010년 출생 세대)가 찾는 인기 장소로 거듭났다(최문정, 2023-01-05; 서정민, 2023-06-23; 안재형, 2023-11-03). 특히 올해 돌풍을 일으킨 예산시장은 쇠퇴하는 농촌 전통시장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예산시장(예산상설시장)은 1981년 충청남도 예산읍에 개설된 전통시장이다. 다른 전통시장과 마찬가지로 유통구조가 변화하면서 쇠퇴했다. 최근에는 청년 인구 유출과 유동 인구 감소로 하루 평균 방문객이 20명이 되지 않을 정도로 크게 위축했다. 고사 상태에 빠진 예산시장이 되살아나게 된 계기는 ‘예산시장 살리기 프로젝트’ 덕분이었다. 이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하루 방문객이 5천 명으로 증가했고 최근에는 1년 누적 방문객이 350만 명을 돌파했다. 이제 예산시장은 소수 지역민이 물건을 사러 가는 장소에서 외지인 관광객과 젊은 세대가 즐기는 인기 장소로 거듭났다(권상재, 2024-02-15). 이 프로젝트를 총괄 진행한 백종원 대표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앞으로 전통시장을 살리려면 지방소멸이라는 더 큰 문제를 직시하고 젊은 세대가 전통시장에 찾아오도록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아무리 시설을 현대화하고 주차장을 완비해도 젊은 세대는 물건을 사러 전통시장에 가지 않을 것이며, 특색있는 먹거리와 경험을 제공하여 젊은 세대가 찾아오도록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조유빈, 2023-03-20).
백종원 대표 인터뷰와 요즘 젊은 세대가 많이 찾는 전통시장 사례는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 준다. 오늘날 젊은 세대는 편리함을 넘어 색다른 경험을 원하고 있는데, 정부 정책은 시설 현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은지 비판적으로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전통시장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젊은 세대가 시장에 오기를 바라면서 그들의 요구 부응에는 미흡하지 않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에 본 논문에서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전통시장에 갖는 기대가 무엇인지, 전통시장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관련 자료를 수집해 분석하고자 한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전통시장 활성화 정책이나 젊은 세대 고객 유치를 위한 전략 개발에 필요한 기초자료를 제시하고자 한다.
의견이나 생각을 조사하는 방법에는 설문조사와 인터뷰, 소셜미디어 자료 분석이 있다. 설문조사와 인터뷰가 특정 시점에서 원하는 정보를 조사하는 방법이라면, 소셜미디어 자료 분석은 전체적인 시각에서 숨은 정보를 조사하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본 논문에서는 소셜미디어에서 전통시장 관련 경험담을 수집해 ‘텍스트 마이닝’으로 분석할 것이다. 이는 전체적인 시각에서 오늘날 전통시장에 관한 생각이 어떤 흐름을 거쳐 형성됐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이다. 특히 본 논문에서는 여러 소셜미디어 가운데 네이버 블로그에서 관련 자료를 수집해 분석할 것이다. 이는 네이버 블로그 사용자의 70%가 10대~30대로 조사되어, 젊은 세대의 생각과 의견을 알아보는 데 유용하기 때문이다(박현익, 2021-12-09; 네이버블로그리포트).
과거에는 사람들의 의견이나 생각을 조사할 때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주로 활용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소셜미디어가 확산하면서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연구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특히 블로그 게시글은 사람들이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자유롭게 작성한 글로, 연구자 개입 없이 대중 인식이나 의견을 조사할 때 유용하다. 그래서 최근 연구에서 블로그 자료를 활발히 활용하고 있다(이윤명, 2021:113; 김승범, 2015:94; 소현진, 2013:74).
블로그를 활용해 사람들의 인식이나 사회문화 현상을 연구한 국내외 사례는 수없이 많다. 그중에서 대표적인 사례로 제임스 W. 페니베이커(James W. Pennebaker)와 장 바티스트 미셀(Jean-Baptiste Michel)의 연구를 꼽을 수 있다. 이 연구들은 기존 사회문화 연구에서 주로 이용하는 정성적 연구 방법 대신에 정량적 연구 방법인 ‘텍스트 마이닝’을 이용하여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사례로 주목할 만하다(제임스 W. 페니베이커, 2016:11; Jean-Baptiste Michel et al, 2011:6~7)2). 국내에서는 관련 연구로 김승범 연구(2015) 등 117편3)이 있다. 김승범(2015)은 장 바티스트 미셀의 연구 성과를 토대로 서울 종로구 서촌을 방문한 사람들의 인식 변화를 블로그와 텍스트 마이닝으로 분석했다.
텍스트 마이닝(text mining)이란 대규모 텍스트에서 유의미한 정보나 숨은 의미 등을 분석하는 방법이다. 즉 자연어 처리 기술을 통해 비정형 데이터를 컴퓨터가 분석할 수 있는 정형 데이터로 변환한 후에 데이터 분류·군집화·연결·시각화와 같은 작업을 하여 유용한 정보 등을 도출하는 방법이다. 텍스트 마이닝에 주로 이용하는 기법으로 빈도수 분석, 토픽 모델링, 군집화, 시맨틱 네트워크 분석 등이 있다(오정심, 2022:19, 36~38).
텍스트 마이닝을 활용하여 텍스트 나타난 감성 경향도 분석할 수 있다. 이러한 방법을 가리켜 감성 분석(sentiment analysis) 또는 오피니언 마이닝(opinion mining)이라 부른다. 감성 분석은 미리 개발한 감성 사전이나 인공지능 머신러닝으로 텍스트에 쓰인 단어를 긍정·부정·중립으로 분류하여 텍스트에 나타난 감성 경향을 도출하는 방법이다(김수현 외 3인, 2020:36). 그런데 이 방법은 이를 테면 긍·부정 비율이나 점수로 단어의 극성 정도를 판별하는 방식이기에 구체적인 감성 내용을 파악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 또한 문맥을 고려하지 않고 단어를 규칙에 따라 일률적으로 분류한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감성 분석을 할 때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정성적 연구 방법을 보완해야 한다. 이에 본 논문에서는 ‘시맨틱 네트워크 분석 방법’을 이용해 단어 맥락과 감성 대상을 파악할 것이다.
시맨틱 네트워크 분석(semantic network analysis)이란 텍스트에 쓰인 단어를 노드와 링크로 연결하고 주요 지표로 분석하여, 핵심어나 주요 의미를 도출하는 방법이다(오정심, 2022:19)4). 시맨틱 네트워크 분석에서는 단어 사이를 공기 관계로 연결한다. 공기 관계(co-occurrence)는 문장 또는 문단 단위에서 함께 자주 나타난 단어, 가깝게 위치한 단어5)를 말한다(오정심, 2023:132). 본 논문에서는 시맨틱 네트워크 분석으로 연결한 단어 네트워크 목록에서 ‘명사’와 ‘형용사’ 관계로 연결된 단어 목록을 추출해 감성 대상을 파악할 것이다. 형용사는 사물 성질이나 화자 기분 등을 나타내는 말이다. 형용사와 연결된 명사를 살펴보면 특정 대상에 관한 감성 내용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연구 방법은 선행연구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선행연구를 검토하기 위해 한국학술지인용색인에서 ‘전통시장 인식’을 검색했다. 검토 결과 관련 논문으로 715건이 나타났다. 연구 방법론으로 인터뷰와 설문조사를 이용한 논문을 제외하고 빅데이터 분석을 이용한 논문으로 5편이 있다6). 이 중에서 ‘텍스트 마이닝’을 이용한 논문으로 박상훈·이희정 연구(2019), 박상훈·유기현 연구(2021) 등 2편이 있다.
박상훈·이희정(2019)은 도시가 발전함에 따라 전통시장 인식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동대문시장을 중심으로 인터넷 자료를 수집해 텍스트 마이닝으로 분석했다. 이 연구는 전통시장 인식 변화를 텍스트 마이닝으로 분석하여 본 논문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한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첫째, 관련 자료를 뉴스,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등 여러 매체에서 수집한 후에 분류 없이 분석했다. 정확한 연구 결과를 얻기 위해서 매체별로 자료를 분류해 분석할 필요가 있다. 뉴스와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 계층이 다르고 그들이 사용하는 단어도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소셜미디어 자료에는 비표준어가 포함되어 있어서 표준어와 다른 정제 방식이 필요하다. 둘째, 데이터를 분석할 때 단어 빈도수 분석을 주로 이용했는데, 정확한 분석을 위해서 여러 기법을 함께 이용해야 한다. 관용적으로 쓰인 단어도 빈도수가 크게 나올 수 있어서 단어 빈도-역문서 빈도(TF-IDF) 등 여러 기법으로 중요도를 살펴봐야 한다.
박상훈·유기현(2021)은 전통시장 매력 요인을 알아보기 위해 광장시장을 중심으로 관련 소셜미디어 자료를 수집해 오피니언 마이닝으로 사람들의 감정을 분석했다. 이 연구가 소비자 관점에서 전통시장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에 방문하는 감정적 요인이 무엇인지 분석했다는 점에서 본 논문에 의미하는 바가 있다. 하지만 저자가 특허 등록한 방법론으로 연구하여 자세한 분석과 후속 연구에 제한이 따른다. 본 논문에서는 선행연구의 한계를 발전적으로 보완하여 다음과 같이 연구하였다.
본 논문의 목적은 소멸 위기에 놓인 전통시장 가운데 한 곳을 선정하여, 그곳을 방문한 사람들이 블로그에 남긴 경험담을 수집해 ‘텍스트 마이닝’으로 분석하고, 전통시장에 관한 인식과 감성을 살펴보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 목적 아래 연구 대상을 전라남도 ‘구례5일장’으로 선정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선행연구7)에서 구례5일장이 인구감소에 따라 위축할 확률이 높다고 분석했다. 둘째, 구례5일장이 있는 전라남도 구례군은 고령 인구 비율은 높고 지방소멸위험지수는 매우 낮아서8) 소멸 위험이 큰 지역이다. 앞으로 구례5일장의 상황은 더욱 나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구례5일장이 있는 구례군은 수도권에서 거리가 멀고 인근 교통 여건이 열악해서 외부 방문객의 접근성이 떨어진다. 다른 어느 곳보다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구례5일장은 전라남도 구례군 구례읍에 5일마다 정기적으로 열리는 전통시장이다. 예로부터 경상북도 화개장터와 더불어 영호남 장사꾼과 사람들이 만나는 대표적인 장시(場市)로 여겨졌다. 조선 후기부터 열렸다는 기록이 남아있지만 1959년에 정식으로 개설 등록되었다. 취급 품목으로 지리산에서 채취한 송이버섯·고사리·더덕과 같은 산나물과 당귀·생지황·백지와 같은 한약재가 유명하다. 지역 특산품으로 산수유가 있다(구례군청; 두산백과)9).
구례5일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구례군은 다른 지자체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사업을 추진했다. ‘구례5일장 아케이드 설치(2014년, 8억 원)’, ‘주차장 개선(2017년~2020년, 40억 원)’, ‘특산품 판매 매장 개설(2022년~, 7천만 원)’, ‘온라인 판매 시스템(2022년~, 30억원)’ 등을 추진했다. 최근에 공연 프로그램, 푸드트럭 운영과 같은 사업을 추진했지만, 예산 대부분을 시설 현대화에 투입했다(구례군 업무계획, 2024:25; 구례군 군정백서;구례군청).
연구는 크게 ‘데이터 수집’, ‘데이터 정제’, ‘데이터 분석’, ‘종합 및 해석’ 4단계로 나눠서 진행했다. 첫째, 데이터는 네이버 블로그에서 수집했다. 네이버 블로그 서비스가 시작된 2003년부터 2023년 최근까지 ‘구례5일장’, ‘구례5일시장’으로 검색되는 게시글을 리스틀리(listly)10)를 이용해 수집했다. 처음으로 수집한 자료를 원자료(raw data)라 부르는데, 원자료 텍스트로 4,683건(문장 21,114개, 단어 227,198개)을 수집했다. 원자료에는 광고처럼 연구 목적과 상관없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어서 필터링 작업으로 제거했다.
둘째, 데이터를 정제하여 불용어처럼 의미 없는 단어를 제거하고 컴퓨터 분석이 가능한 형태로 변환했다. 한국어 형태소 분석기(mecab-ko)11)’로 블로그 게시글을 구조화된 형태소 집합으로 변환했다. 한국어 형태소 분석기는 텍스트를 형태소 단위로 나누고 형태소마다 품사를 부착하는 기술이다. 데이터 정제 과정에서 시소러스 사전을 활용해 정제 결과의 정확도를 높였다. 시소러스 사전(thesaurus)이란 쉽게 말해 컴퓨터에 경계를 알려줘서 필요 없는 단어를 걸러내는 기술이다. 본 논문에서는 유의어·지정어·제외어 시소러스 사전을 개발해 데이터를 정제했다. ‘유의어’는 구례5일시장, 구례오일장과 같이 비슷한 단어를 하나로 통일하는 기능이다. ‘지정어’는 고유명사, 개체명사를 형태소 분절 없이 그대로 뽑아내는 기능이다. ‘제외어’는 조사, 숫자와 같이 의미 없는 불용어를 없애는 기능이다(오정심, 2022:49). 본 논문에서는 정제 작업을 통해 형태소 13,874개를 추출했다.
셋째, 정제한 데이터를 대상으로 ‘단어 빈도수 분석’, ‘단어 빈도-역문서 빈도(이하 TF-IDF)’, ‘시맨틱 네트워크 분석’, ‘감성 분석’을 하였다. 각 기법에 대해 <표 1>에 설명했다. 단어 빈도수 분석, TF-IDF, 시맨틱 네트워크 분석에는 넷마이너(netminer 4.5.0)를, 감성 어휘 분석에는 텍스톰(textom)을 이용했다. 넷마이너는 네트워크 분석에 최적화되어 있다. 텍스톰은 빅데이터 분석에 필요한 여러 가지 도구를 제공하고 있다.
자료: 오정심(2022) 참고하여 작성함.
Ⅱ. 분석 결과
먼저 수집한 원자료 현황을 검토했다. [그림 2]는 수집한 원자료를 연도별로 분류해 그래프로 그린 것이다.
그림에서 눈에 띄는 점은 원자료 수량이 2009년에 50건을 넘으며 증가하기 시작해 2011년에 160건으로 크게 증가한 것이다. 그 배경의 하나로 2008년부터 추진된 ‘문화관광형시장 육성 사업’을 생각할 수 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이 사업이 추진되면서 전통시장 방문객이 증가했다(정책브리핑, 2011-09-11). 그리고 눈에 띄는 또 다른 점은 원자료 수량이 2022년에 720건으로 크게 증가하면서 정점을 찍은 것이다. 이는 2021년 후반에 코로나19바이러스 방역 조치가 완화되면서 전통시장 방문이 크게 증가함에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
구례5일장에 관한 인식 및 감성의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서 기간을 구분했다. 2003년부터 2023년까지 약 20년 기간을 ‘1기간(2003년~2009년)’, ‘2기간(2010년~2014년)’, ‘3기간(2015년~2019년)’, ‘4기간(2020년~2023년 8월)’로 나눴다. 전통시장 정책에 있어서 중요한 사건이 있었던 시기를 참고해 기간을 나눴다. 주요 사건으로 ‘2009년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 개정(재래시장을 전통시장으로 명칭 변경)’, ‘2015년 중소기업청의 문화관광형시장 육성 사업 본격 추진(전통시장이 지역의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하는 계기 제공)’, ‘2020년 코로나19 펜데믹으로 방역 조치 시행’ 등이 있었다. <표 3>은 4개 기간별로 분류한 원자료 수량과 정제 작업을 통해 추출한 형태소의 수량을 정리한 것이다. 이렇게 분류한 데이터를 대상으로 ‘빈도수 분석’, ‘시맨틱 네트워크 분석’, ‘감성 분석’을 차례대로 하였다.
빈도수 분석 기법에는 ‘단어 빈도수’, ‘TF-IDF’, ‘동시 출현 빈도수’ 등이 있다. 전술한 바와 같이 단어 빈도수가 높다고 해서 모두 중요한 의미로 쓰였다는 뜻은 아니다. 관용적으로 자주 쓰여서 빈도수가 높게 나왔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 논문에서는 중요도를 측정하는 TF-IDF와 동시 출현 빈도수를 분석하여 결과를 비교했다.
분석 결과를 해석할 때 품사별 특성을 참고했다. ‘명사’는 사물 이름이나 개념을 나타내는 품사이다. 그래서 명사형 형태소 분석 결과를 인지 부분과 관련지어 해석했다. ‘형용사’는 사물 상태나 사람 감정 등을 나타내는 품사이다. 형용사형 형태소 분석 결과를 정서 부분과 관련지어 해석했다. ‘동사’는 동작이나 작용을 나타내는 품사이다. 동사형 형태소 분석 결과를 행위 부분과 관련지어 해석했다.
데이터 정제 작업을 통해 추출한 명사형 형태소를 기간별로 분류하여 빈도수 분석을 하였다. 그런데 위 <표 3>에서 보듯이 기간별로 분류한 데이터 수량에 차이가 있다. 그래서 단어 빈도수 분석 결과를 데이터 수량에 따라 상대적으로 살펴봤다12). <표 4>는 단어 빈도수와 상대 빈도수 분석 결과를 정리한 것이다13).
a) TF-IDF가 낮게 나온 단어를 제외하고 빈도수가 가장 높게 나온 단어에 빗금무늬로 표시함.
b) 맛집과 관련한 단어에 밑줄로 표시함.
먼저 <표 4>에서 단어 빈도수가 가장 높게 나온 단어부터 살펴봤다. 기간별로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상위권에 ‘지리산’, ‘사람’, ‘시장’, ‘5일장’이 나타났다. 이 단어들은 수집한 텍스트에서 가장 많이 쓰였기 때문에 빈도수가 가장 높게 나온 것이다. 이 단어들이 중요한 의미로 쓰였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TF-IDF 결과를 살펴봤다.
TF-IDF 검토 결과, 지리산 ‘0.2’, 시장 ‘0.3’, 5일장 ‘0.2’, 사람 ‘0.5’가 나타났다. ‘사람’을 제외하고 ‘지리산,’ ‘시장’, ‘5일장’의 TF-IDF 값이 낮게 나타났다. 이는 수집한 텍스트에서 ‘지리산,’ ‘시장’, ‘5일장’은 상투적으로 자주 쓰여서 빈도수는 높게 나오고 TF-IDF는 낮게 나타났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지리산,’ ‘시장’, ‘5일장’의 중요도가 낮게 나타났기 때문에 이 단어들을 제외하고 <표 4>를 계속해서 살펴봤다.
구례5일장에 관한 최근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서, 가장 오래된 1기간(’03~’09)과 가장 최근인 4기간(’20~’23)을 중심으로 <표 4>를 살펴봤다. TF-IDF가 낮게 나온 단어를 제외하면 1기간에서 빈도수가 가장 높게 나타난 단어는 ‘사람’, ‘장터’이다. 이 단어들은 동시 출현 빈도수14)도 높게 나타나 텍스트에서 중요한 의미로 쓰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1기간에 해당하는 경험담에서 ‘사람’, ‘장터’를 중요한 소재로 자주 다뤘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가 나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사람’, ‘장터’의 단어 빈도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감소하다가 4기간에 10위권 밖으로 떨어질 정도로 감소했다. 인식의 변화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1기간과 비교해 4기간에 나타난 큰 변화로 5위권에 ‘맛집’이 새로 등장한 것이다. ‘맛집’의 TF-IDF와 동시 출현 빈도수15)도 높게 나타나 텍스트에서 중요한 의미로 쓰인 것으로 분석됐다. 4기간 목록에는 ‘맛집’뿐만 아니라 음식과 관련한 여러 가지 단어도 등장했다. 26위 이하에 ‘식당’, ‘맛’, ‘수구레’, ‘빵’, ‘카페’, ‘점심’, ‘호떡’, ‘소머리국밥’, ‘메뉴’, ‘빵집’, ‘목월빵집’, ‘커피’, ‘먹거리’, ‘뻥튀기’, ‘동아식당’ 등이 나타났다. 이 단어들은 1기간 목록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요컨대 명사형 형태소 빈도수 분석 결과, 1기간(’03~’09)에 해당하는 경험담에서 ‘사람’, ‘장터’를 중요한 소재로 자주 다뤘으나, 이러한 경향은 시간이 지날수록 약해졌다. 2기간(’20~’14)에 ‘맛집’을 중요하게 다루는 경향이 생겨났고 이러한 경향은 점차 강해지다가 4기간(’20~’14)에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이러한 결과가 나온 배경으로 2008년부터 추진된 ‘문화관광형시장 육성 사업’의 영향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사업이 추진되면서 사람들은 전통시장을 관광목적지로 인식하기 시작했으며, 방문객도 크게 증가했다(변충기·하환호, 2012:272, 283~285). 또 다른 배경으로 방송 프로그램과 소셜미디어의 영향을 생각해 볼 수 있다. 2011년 어느 예능프로그램에서 구례5일장을 소개했는데, 방송 직후 방문객이 평소보다 20% 증가했다. 방송 이후 연예인이 다녀간 수구레 국밥집이 유명해지면서 외지인 방문객의 발길이 이어졌다(대전투데이, 2011-10-25). 그러나 최근까지 관련 블로그에서 ‘맛집’을 중요한 소재로 다루는 경향이 이어지는 것은 단순히 13년 전에 방송된 프로그램만의 영향으로 볼 수 없다. 전통시장에서 선호하는 경험이 달라졌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해 다음 분석 결과를 통해 계속해서 살펴보자.
중요도가 낮고 습관적으로 쓰인 단어를 거르기 위해서 TF-IDF 분석 결과를 먼저 검토했다. 검토 결과, TF-IDF 값이 동사형에서 ‘하다(0.1)’, ‘오다(0.3)’, ‘가다(0.3)’가 낮게 나타났다. 형용사형에서 ‘있다(0.3)’, ‘없다(0.4)’가 낮게 나타났다. 이 단어를 제외하고 <표 5>를 살펴봤다.
a) TF-IDF가 낮게 나온 단어를 제외하고 빈도수가 가장 높게 나온 단어에 빗금무늬로 표시함.
b) 맛집과 관련한 단어에 밑줄로 표시함.
구례5일장 관련 블로그 경험담에서 최근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서, 가장 오래된 1기간(’03~’09)과 가장 최근인 4기간(’20~’23)을 중심으로 <표 5>를 살펴봤다. 검토 결과, 동사형 분석 결과에서 TF-IDF 값이 낮은 단어를 제외하면 ‘사다’의 단어 빈도수가 가장 높다. 그러나 ‘사다’ 빈도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감소하다가 4기간에 8위까지 떨어졌다. 시장은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기에 ‘사다’ 빈도수가 전 기간에서 높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분석 결과는 이와 달랐다.
눈에 띄는 점은 ‘먹다’의 빈도수가 1기간을 제외한 모든 기간에서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는 명사형 형태소 분석에서 나타난 ‘맛집’을 중요하게 자주 다루는 경향이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졌다는 결과를 뒷받침하는 내용이다. 이러한 결과는 형용사형 형태소 빈도수 분석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표 5>에서 보듯이 ‘맛있다’의 단어 빈도수는 1기간에 9위로 낮았지만 4기간에 3위16)까지 오를 정도로 증가했다.
보통 빈도수 분석 결과를 해석할 때 <표 4>와 <표 5>처럼 분석 결과에 순위를 매겨서 내용을 비교한다. 그런데 이 방법은 변화 흐름을 직관적으로 살펴볼 때 불편하다. 그래서 본 논문에서는 상대빈도수로 배율 값을 구하고 그 결과를 그래프로 그려서 내용을 직관적으로 살펴봤다. 배율은 어떤 수가 기준의 몇 배인가를 계산한 값이다. 배율을 비교해 보면 급상승, 급하락 키워드를 도출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관심도, 인기도 등을 파악할 수 있다. [그림 3], [그림 4]는 상대 빈도수가 높게 나온 단어 중에서 급격한 변화 양상을 보인 단어만 추려서 배율을 구하고 그 결과를 그래프로 그린 것이다. 그림에서 꺾은 선이 '1'보다 위쪽에 있으면 배율이 증가한 것으로, '1'보다 아래쪽에 있으면 배율이 감소한 것으로 직관적으로 판별하면 된다.
[그림 3]은 명사형 형태소 부분의 배율 그래프이다. 그림에서 보듯이 ‘1’보다 위쪽에 맛집, 카페, 빵집, 분위기 등 ‘음식’과 관련한 단어가 있다. 반면에, ‘1’보다 아래쪽에 버섯, 더덕, 약초 등 ‘시장 품목’과 관련한 단어가 있다. 이는 음식, 맛집에 관한 관심은 증가했지만, 시장 품목에 관한 관심은 시간이 지날수록 감소했음을 보여준다.
[그림 3]에서 눈에 띄는 점은 1기간 대비 4기간에 ‘맛집’은 1,401배, ‘카페’는 540배, ‘빵집’은 336배, ‘분위기’는 239배로 배율이 증가했지만, ‘버섯’은 0.27배, ‘더덕’은 0.18배, ‘약초’는 0.15배로 배율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주로 ‘음식’과 관련한 단어의 배율은 급격히 증가했고 시장 품목과 관련한 단어의 배율은 급격히 감소했다. 이처럼 1기간 대비 4기간에 ‘맛집’의 배율은 1,400배 이상, ‘카페’의 배율은 500배 이상 증가한 것은 구례5일장에서 사람들의 관심이 완전히 바뀌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러한 경향은 최근에 갑자기 나타난 게 아니라 2기간부터 서서히 형성되어 4기간에 자리 잡은 것으로 보여서, 쉽게 바뀌기 어려울 것이다.
명사형 형태소 그래프에서 나타난 특징이 동사형, 형용사형 그래프에서도 나타났다. [그림 4]에서 보듯이 1기간 대비 4기간에 ‘먹다’ 2.3배, ‘맛있다’ 7.7배, ‘찾아가다’ 4.4배로 배율이 증가했다. 주로 먹는 행위와 음식 맛을 표현하는 단어의 배율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다른 측면에서 구례5일장 인식을 분석하기 위해서 ‘에고 네트워크 분석(ego-network analysis)’을 하였다. 에고 네트워크 분석17)이란 쉽게 말해 특정 단어를 중심에 놓고 문장에서 그 단어와 함께 자주 쓰인 단어를 모아 연결 관계를 분석하는 방법이다(오정심, 2022:49). 본 논문에서는 구례5일장을 수식하기 위해 어떤 단어가 주로 쓰였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구례5일장을 중심으로 한 에고 네트워크 분석을 하였다.
[그림 5]에 1기간(’03~’09)과 4기간(’20~’23)의 에고 네트워크 맵을 제시했다. 그림을 보면 사람들이 ‘구례5일장’을 기술하면서 어떤 단어를 주로 사용했는지 알 수 있다. 먼저 왼쪽의 1기간 맵을 살펴보면, ‘5일장’과 가깝게 ‘사람 많다’, ‘화전민 고사리·더덕’, ‘지리산 더덕·고사리’, ‘함양 감자’ 등이 있다. 반면에, 오른쪽의 4기간 맵에서 ‘5일장’과 가깝게 ‘시장 구경 가다’, ‘식당 있다’ 등이 있다. 이를 통해 과거 사람들은 구례5일장 관련 경험담을 지리산 더덕, 고사리, 화전민과 같은 단어를 써서 구례 특산품에 관한 내용을 주로 기술했지만, 오늘날 사람들은 시장 구경, 식당과 관련한 내용을 주로 기술했음을 알 수 있다.
[그림 5]에서 눈에 띄는 점은 ‘빵-사다-오다-먹다-가다-구경-시장-있다-보다-사진-찍다’가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동사만 모으면 ‘가다(오다)-사다-먹다-보다-찍다’가 하나로 연결돼 있다. 이렇게 연결된 형태를 컴포넌트라 부른다. 이 단어들의 연결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밀도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밀도가 ‘0.963’18)이 나왔다. 즉 네트워크 맵에서 ‘가다(오다)-사다-먹다-보다-찍다’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뜻이다. 이는 최근에 구례5일장에서 사람들은 단순히 물건만 사는 게 아니라, ‘무언가를 사고 먹으며 보고 사진 찍는 행위’를 하나의 흐름처럼 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오늘날 사람들은 소비 활동을 여가 생활의 일부로 여긴다. 그래서 대형 마트를 비롯한 유통업계에서는 소비 활동과 여가 활동이 한 곳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한다(한지수, 2020:207 재인용; 김효인·조유빈, 2022-06-08). 구례5일장 방문객들이 ‘무언가를 구매하고 먹으며 보고 사진 찍는 행위’를 하나의 흐름처럼 한다는 분석 결과는 구례5일장에서 앞으로 무엇이 달라져야 하며, 어떤 공간과 프로그램을 갖춰야 할지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본 논문에서는 인식 분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구례5일장에 대한 감성 분석을 하였다. 먼저 감성 어휘 비율을 분석해 텍스트 전반에 나타난 긍·부정 감성 경향을 살펴봤다. 이어서 시맨틱 네트워크 분석 방법으로 연결한 ‘명사·형용사 네트워크 목록’을 활용해 감성 대상의 내용을 살펴봤다.
감성 어휘 분석은 감성 사전을 기반으로 텍스트에 쓰인 단어의 긍·부정 비율을 계산해 텍스트 전반에 나타난 감성 경향을 분석하는 방법이다. 분석 결과, 수집한 구례5일장 블로그 경험담에서 긍정 단어의 비율은 84.7%, 부정 단어의 비율은 15.3%로 나타났다. 사람들은 긍정 어휘를 더 많이 사용하여 구례5일장 관련 경험담을 기술하고 있었다.
긍정 어휘 | 부정 어휘 | |||||
---|---|---|---|---|---|---|
총비율 | 88.51% | 11.49% | ||||
세부 감성 비율 | 호감 | 70.91% | 슬픔 | 3.50% | 분노 | 1.75% |
흥미 | 8.20% | 거부감 | 4.61% | 놀람 | 0.37% | |
기쁨 | 9.40% | 두려움 | 1.11% | 통증 | 0.15% |
[그림 6]은 출현 빈도수가 크게 나온 감성 어휘를 중심으로 클라우드 맵을 그린 것이다. 감성 어휘 비율 분석 결과, 수집한 텍스트에서 ‘좋다(20.3%)’가 가장 많이 쓰였다. 이어서 ‘전통적(17.54%)’, ‘추천(8.9%)’, ‘자연스럽다(5.9%)’ 순으로 자주 쓰였다.
그런데 이러한 방법만으로 사람들이 ‘좋다’라는 감성을 어떤 대상에 느꼈는지 알 수 없다. 그래서 본 논문에서는 시맨틱 네트워크 분석 방법으로 형성한 ‘단어 네트워크 목록’에서 형용사와 연결된 명사를 검토하여 감성 대상을 살펴봤다19). 본 논문에서는 빈도수가 가장 높게 나온 ‘좋다’와 연결된 명사를 중심으로 관련 내용을 기술했다.
[그림 7]은 시맨틱 네트워크 분석 방법으로 형성한 단어 네트워크 목록에서 ‘좋다’와 연결된 명사를 모아서 시각화한 것이다. 그림을 보면 구례5일장에서 ‘좋다’의 감성 대상이 시간이 흐르면서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 수 있다. 그림에서 보듯이 1기간 맵에서 ‘좋다’와 바로 연결된 단어에 ‘바닥’, ‘소리’, ‘운’이 있지만, 2·3·4기간 맵에서 ‘좋다’와 바로 연결된 단어에 ‘맛’, ‘맛집’이 있다. 이는 사람들은 1기간 블로그 경험담에서 ‘좋다’라는 감성을 구례5일장의 ‘바닥’, ‘소리’, ‘운’에 표현했지만, 2기간부터 ‘맛’, ‘맛집’에 주로 표현했기 때문에 나온 결과이다.
이러한 결과가 나온 원인을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바닥’은 전통시장의 물리적 환경을 나타내는 말이다. 과거에 재래시장 바닥은 지저분하고 비나 눈이 오면 미끄러웠다. 그러나 2009년에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이 개정되고 시설 현대화 사업이 추진되면서 바닥을 포함한 물리적 환경이 개선되기 시작했다. 구례5일장의 경우 2008년부터 주차장 정비 등 시설 현대화 사업이 추진되었다. 이에 따라 방문객들은 개선된 시장 바닥에 ‘좋다’라는 감성을 느끼고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둘째, ‘소리’는 시장 활기를 나타내는 말이다. 과거 사람들은 시장에서 상인들과 만나 대화하고 시장에서 들려오는 시끌벅적한 소리에 즐거움을 느끼고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셋째, ‘운’은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느끼는 우연성과 기회를 의미한다. 과거 사람들은 시장에서 덤으로 얻은 물건이나 물건값을 깎는 일에서 우연한 즐거움을 느끼고 이를 블로그에 기술한 것으로 보인다. 넷째, ‘맛집’에는 음식 종류, 특징, 맛, 분위기, 서비스, 가격 등 자신만의 기준을 드러낼 수 있는 요소가 많다. 그래서 오늘날 젊은 사람들은 자신만의 취향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맛집을 활용하고 있다(변희원, 2021-03-31).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구례5일장 방문객들도 시장에서 새롭거나 유명한 ‘맛집’을 발견하고 블로그에 추천하면서 즐거움이나 흥미를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Ⅲ. 결론
‘시장통처럼 시끄럽다’라는 말은 옛말이 됐다. 손님들로 북적이는 시장통을 찾아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전통시장을 찾는 사람이 줄면서 지난 15년 동안 전통시장이 한 달에 하나꼴로 사라졌다. 농촌의 전통시장은 상황이 더 어렵다. 농촌 인구가 감소하고 젊은 사람들이 도시로 빠져나가면서 소비력이 줄었고 전통시장 매출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제 전통시장을 살리려면 외지인 방문객, 특히 젊은 사람들을 유치해야 한다.
이에 본 논문에서는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전통시장에 갖는 기대가 무엇인지, 전통시장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등 관련 자료를 수집해 살펴봤다. 소멸 위험이 큰 전라남도 ‘구례5일장’을 연구 대상으로 선택하여, 네이버 블로그에서 2003년부터 2023년 최근까지 약 20년 동안 공유된 관련 게시글 총 4,683건을 수집했다. 그리고 텍스트 마이닝의 ‘빈도수 분석’, ‘배율 분석’, ‘시맨틱 네트워크 분석’, ‘에고 네트워크 분석’, ‘감성 분석’으로 분석했다. 본 논문에서는 기존의 감성 분석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시맨틱 네트워크 분석 방법을 응용해 감성 대상의 내용을 검토했다. 시맨틱 네트워크 분석으로 연결한 단어 네트워크 목록과 이를 시각화한 그래프에서 감성을 나타내는 ‘형용사’와 연결된 ‘명사’의 내용을 확인했다. 이러한 방법은 선행연구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주요 연구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명사형 형태소를 대상으로 한 빈도수 분석 결과, 과거 20년 전 사람들은 구례5일장을 방문하고 블로그에 경험담을 올리면서 ‘사람’, ‘장터’를 중요한 주제로 자주 다뤘지만, 이러한 경향은 시간이 지날수록 약해졌다. 2010년 무렵부터 ‘맛집’을 중요한 주제로 자주 다루는 경향이 생겨났고, 이러한 경향은 최근 4년간 강해졌다. 이러한 특징은 동사형, 형용사형 형태소 빈도수 분석 결과에서도 나타났다.
둘째, 배율 분석 결과, 과거 20년 전과 비교해 요즘 사람들은 구례5일장에서 버섯, 더덕, 약초와 같은 상품보다는 맛집, 빵집, 카페 등 음식점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맛집’의 배율은 과거 20년 전과 비교해 최근 4년간 1,400배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를 통해 오늘날 구례5일장에 관한 관심 주제가 ‘맛집’으로 완전히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셋째, 구례5일장을 중심으로 한 에고 네트워크 맵 분석 결과, 과거 20년 전 사람들은 지리산, 더덕, 고사리, 화전민과 같은 단어를 주로 써서 구례5일장을 설명했지만, 최근 4년간 사람들은 시장, 구경이라는 단어를 주로 써서 구례5일장을 설명했다. 그리고 최근에 구례5일장을 방문한 사람들은 시장에서 무언가를 구매하고 먹으며 보고 사진 찍는 행위를 하나의 흐름처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넷째, 시맨틱 네트워크 분석을 응용한 감성 분석 결과, 과거에 사람들은 구례5일장에서 ‘(시장)바닥’, ‘소리’, ‘운’에 ‘좋다’라는 감성을 나타냈지만, 오늘날 사람들은 ‘맛’, ‘맛집’에 ‘좋다’라는 감성을 나타냈다. 이는 과거 사람들은 2009년 무렵부터 추진된 시설 현대화 사업 등으로 개선된 ‘시장 바닥’에 좋은 기분을 느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장터에서 들려오는 상인과 대화 ‘소리’와 시끌벅적한 시장통 ‘소리’에 즐거움을 느꼈고, 덤으로 얻는 물건에서 ‘우연’한 재미를 느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늘날 사람들은 과거와 달리 구례5일장에서 새롭거나 유명한 ‘맛집’을 발견하고 블로그에 추천하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분석 결과에서 얻은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경동시장, 예산시장 등과 비교해 젊은 사람의 방문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 예상되는 구례5일장의 경험담을 분석한 결과에서 관심 주제와 선호 대상이 시장 상품이 아닌 맛집, 빵집, 음식점으로 나타난 점을 주목해서 볼 필요가 있다. 오늘날 사람들은 전통시장이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을 넘어서 지역 특색과 맛을 즐기는 공간으로 변신하기를 기대하고 있음이 분석 결과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구례5일장처럼 인구감소가 두드러진 농촌 전통시장은 예산시장처럼 외지인 방문객, 특히 젊은 사람을 유치하기 위해 지역 특색을 가진 맛집과 먹거리 발굴에 힘써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 정부 정책은 시설 현대화에 집중돼 있으며, 구례군 역시 예산 대부분을 주차장 개선에 투입하고 있다. 사람들이 전통시장을 찾지 않으면 사라지기 마련이다. 정부와 지자체, 시장 상인회 등 운영 주체들은 변화하는 사회적 요구를 직시하여 관련 정책과 사업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 본 논문에서 도출한 시사점을 바탕으로 정책적 제언을 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정부와 지자체, 시장 상인회 등 운영 주체들은 전통시장에 대한 인식을 획기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본 논문의 분석 결과에서 나타났듯이 사람들은 전통시장을 단순한 유통시설이 아닌 지역 특색과 맛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정부와 시장 상인회는 전통시장을 단순히 물건을 판매하는 시설로만 볼 게 아니라, 문화적 기능과 비경제적 활동도 일어나는 공간으로 확대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단순히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일회성 공연 개최, 포토 존 설치, 푸드트럭 운영과 같은 사업만으로 젊은 사람의 발길을 잡을 수 없다. 전통시장에 대한 인식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그에 걸맞은 전략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소비 활동이 여가 생활의 일부로 여기는 오늘날 사람들의 요구에 부응하여 전통시장에서 소비 활동과 여가 활동이 함께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 공간과 프로그램을 구성해야 할 것이다. 본 논문의 분석 결과에서 나타났듯이 구례5일장을 방문한 사람들은 무언가를 구매하고 먹으며 보고 사진 찍는 행위를 하나의 흐름처럼 하고 있다. 이러한 행위 흐름이 시장 한 곳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 공간과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셋째, 전통시장에 젊은 사람을 유치하기 위해서 이들의 방문 동기, 선호 경험, 정서적 요인 등을 적극적으로 파악하여 관련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특히 선호 경험과 정서적 요인은 재방문으로 이어질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기에 비중 있게 조사할 필요가 있다. 이때 설문조사보다는 소셜미디어 자료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소셜미디어 자료는 대중이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후기를 자발적으로 작성해 공유하기에 솔직한 의견이나 요구 사항을 파악할 때 유용하다. 본 논문에서 제시한 시맨틱 네트워크 분석을 응용한 감성 분석 방법은 이러한 작업에 활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본 논문의 한계점은 다음과 같다. 본 논문에서 수집한 블로그 자료가 구례5일장을 방문한 모든 사람의 의견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블로그를 사용하지 않는 방문객도 있기 때문이다. 향후 설문조사, 인터뷰를 통해 블로그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의 의견도 조사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설문조사와 인터뷰로 밝힐 수 없는, 지난 20년간 구례5일장에 관한 생각과 감성의 변화 흐름을 밝혀냈다는 점에서 본 논문은 의미가 있다. 그리고 본 논문에서 제시한 시맨틱 네트워크 분석을 응용한 감성 분석 방법은 감성 형용사를 다루는 여러 분야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