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이 글은 한국과 대만의 국가무형유산 중 전통공연예술 종목 보유자에 대한 양국의 지원제도를 비교하는 것이 목적이다.1) 지금까지 무형유산에 대한 국가 간 비교연구는 대개 한국과 일본, 중국을 중심으로 한 연구들이 대표적이었다(김용철, 2020; 란쉰, 2019; 이명진, 2012; 정수진, 2012; 황자호·김명상·황경수, 2022). 세 국가가 지정학적으로 영향관계에 있다는 차원을 넘어 무형유산 제도에 대한 비교연구가 일부 국가에 편향될 수밖에 없었던 요인은 선행연구들이 잘 설명해준다. 예컨대, 한국 제도가 무형유산의 개념이나 법률 구성을 정립할 때 일본의 제도를 전재 수준으로 수용했다는 정황은(김용철, 2020: 224-225) 양국 제도사를 서술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밖에 한국과 일본이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시기에 무형유산 제도를 도입하며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해오고 있다는 점은 양국의 제도사와 장단을 비교할 때 필수적으로 검토되는 대목이기도 하다.2) 이밖에도 무형유산 제도 관련 연구는 한국과 북한의 제도를 비교한 연구(박계리, 2022), 필리핀과 몽골의 제도 연구(국립문화재연구소, 2012), 한국과 프랑스의 제도를 비교한 연구(송준, 2009) 등이 있었다.
여러 학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2024년 현재까지 다양한 국가의 무형유산 제도를 분석한 연구는 실로 미미한 수준이다. 2003년 제32차 유네스코총회에서 무형문화유산 보호를 위한 협약(The Convention for the Safeguarding of the Intangible Cultural Heritage, 이하 2003년 협약)이 채택된 후, 2024년 2월 현재 182개의 당사국이 이 협약에 관계해 있다.3) 무형유산 보호의 세계화 여파는 2011년 중국이 「비물질문화유산법(非物质文化遗产法)」을,4) 2012년 북한이 「문화유산보호법」을 채택하는 데 영향을 미쳤고,5) 이탈리아가 「문화경관유산법(The Cultural and Landscape Heritage Code)」에 무형유산에 대한 조항을 추가 개정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쳤다.6) 이처럼 2003년 협약은 국제적으로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무형유산 발전을 주도하고 있다.
대만은 이 협약의 당사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유네스코의 세계적 추세에 발맞추어 다양한 무형유산 보존 및 발전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2005년 최초로 「문화자산보존법(文化資產保存法)」을 전문 수정한 뒤, 한국과는 다소 상반된 보존자(保存者) 제도를 도입했고, 중앙과 지방의 무형유산 관리 분권화를 통해 다원화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무형유산을 둘러싼 치열한 국제적 경쟁이 과열되는 때, 무형유산에 대한 각국의 제도 분석은 그 자체로 소정의 가치가 있다. 2003년 협약에 조인한 당사국이 182개국에 달하고, 2016년 기준 당사국의 75%가 이 협약을 준수하기 위해 무형유산 보호와 관련한 새로운 정책을 수립했다는 조치는7) 실로 세계의 무형유산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형유산 연구는 여전히 일부 국가에 편중됐거나, 양적으로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대만의 무형유산 제도를 다룬 국내 연구는 박대남(2010) 연구가 대표적이나, 이 연구는 대만 제도의 연혁, 무형유산의 범주, 전승 기관, 보존 및 전승 방법 등 대만의 무형유산 제도만을 총괄하여 독립적으로 다루기 때문에 한국 제도와 비교를 통해 차이를 규명하는 이 연구와는 방법론적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이마저도 대만의 최신화된 내부 사정을 반영하지 못해 201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시행된 대만의 보존자 제도나 문화부의 설립 등 현행 대만의 무형유산체제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어 후속연구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밖에 임장혁(2008), 린쳉웨이(2022) 연구가 있었지만, 전자는 대만의 제도를 아시아 관점에서 다루기 때문에 거시적인 차원의 논의만 있었다는 한계가 있고, 후자는 대만의 무형유산 인정 절차만을 다루기 때문에 한국 제도와 비교하는 이 글의 목적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따라서 이 글은 무형유산 제도에 대한 다양한 국제적 연구가 부족한 환경에서 대만의 무형유산 제도를 개괄하고 한국의 보유자 지원제도와 비교 분석함으로써 무형유산 연구 지평 확대라는 학술적 기여 및 대만 제도를 통해 환기할 수 있는 실무적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이 글은 문헌연구법에 기초하여 선행연구, 한국·대만의 법령자료 등을 참고해 양국의 보유자 지원제도를 비교 분석하고자 한다. 이 글에서 나오는 대만 용어의 표기는 국립국어원의 「외래어 표기법」에 따른다. 예컨대 ‘臺北’은 ‘타이베이’로, 현대 인명인 ‘蔡英文’은 ‘차이잉원’으로 표기하되 괄호 안에 한자를 병기한다. 이밖에 ‘京劇’, ‘歌謠’ 등 고유명사의 번역명이 통용되는 경우 관용에 따라 ‘경극’, ‘가요’ 등 한자음대로 표기한다.
연구범위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이 글에서 무형유산은 양국 법령에 정의된 전통공연예술로 제한한다. 한국의 무형유산은 ▲전통적 공연·예술 ▲공예, 미술 등에 관한 전통기술 ▲한의약, 농경·어로 등에 관한 전통지식 ▲구전 전통 및 표현 ▲의식주 등 전통적 생활관습 ▲민간신앙 등 사회적 의식 ▲전통적 놀이·축제 및 기예·무예 7개의 하위범주로 구성되고,8) 대만의 무형유산은 ▲전통공연예술(傳統表演藝術) ▲전통공예(傳統工藝) ▲구전전통(口述傳統) ▲민속(民俗) ▲전통지식(傳統知識與實踐) 5개의 하위범주로 구성되나9) 이 글에서 양국의 규모를 망라하기에는 분량상 한계가 있고, 전통공연예술 종목에 대한 제도적 연구 또한 미비한 상황이라 제한된 범위의 미시적 연구는 그 자체로 소정의 가치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둘째, 이 글은 무형유산 제도 중, 양국이 보유자를 지원하는 방식을 통해 양국의 제도 및 규모를 비교 분석하고자 한다. 보유자 지원제도를 분석하는 이유는, 전통공연예술 종목이 가진 인적 특수성에 기인한다. 음악, 춤, 연희 등을 포괄하는 전통공연예술 종목은 인간의 지식과 행위를 통해 비로소 실현되는 특징을 가지기 때문에(정수진, 2008: 44) 유형유산과 달리 무형유산 보존 및 전승에 있어서는 인적 자원이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제도에 있어 공고화된 중심 인적 자원은 보유자이기 때문에 보유자에 따른 전수교육은 무형유산 보존 및 전승에 있어 핵심적인 사업 중 하나로 분류된다. 따라서 무형유산 보존 제도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핵심 인적 자원인 보유자 관련 연구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
이 글은 제2장에서 한국과 대만의 기본 법령 체계를 개괄하고, 기본적 용어인 ‘보유자’의 차이를 살펴본다. 제3장에서는 양국의 보유자 지원제도를 경제적, 사회적 지원으로 대별해 살펴본다. 이를 통해 양국의 예산 규모, 보유자 지원방식 등을 비교한다. 제4장에서는 양국의 국가무형유산 중 전통공연예술 종목 및 보유자 현황을 개괄하고 그 규모 등을 비교한다. 결론 장에서는 연구내용을 요약하고 시사점을 도출한다.
Ⅱ. 한국·대만의 국가무형유산 기본 법령 체계
한국의 무형유산 보호를 근거하는 상위법은 1962년 제정된 「문화재보호법」이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특히 2003년 협약이 채택됨에 따라 당사국인 한국은 독자적인 무형유산 제도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다. 또한 2011년 5월 중국에서 조선족의 <아리랑>을 자국의 무형유산으로 지정했는데, 이는 대외적으로 각국의 무형유산을 둘러싸고 벌어진 치열한 국제적 경쟁을 의미하기도 했다. 내적으로는 모호한 무형유산의 원형 개념, 사회 환경 변화로 인한 도제식 전수교육의 효용성 부족 등 무형유산에 대한 새로운 제도적 정립과 뒷받침이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대내외적 상황에서 2015년 3월 27일 비로소 무형유산 개념을 세분화하고 보존 취지를 강화한 「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다.10) 또한 한국은 2024년 5월 17일 시행을 앞둔 「국가유산기본법」을 추가 제정하였다. 이 법은 국가유산에 대한 범국가적 책임과 유산 보존 노력 등을 다양한 측면에서 강구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 법을 통해 매년 12월 9일이 ‘국가유산의 날’로 지정되었고, 기존 ‘문화재’라는 명칭이 ‘문화유산’으로 변경되었으며, ‘무형문화재’는 ‘무형유산’으로 변경되었다.11) 현행 「문화재보호법」은 일본의 「文化財保護法」을 대부분 원용하여 제정한 것이고, ‘문화재’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국가는 한국과 일본뿐이며, 문화‘재(財)’라는 용어에 재화적 성격이 강하게 내포된 점, 자연물과 사람을 문화재로 지칭하는 것은 부적합하다는 지적 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기 때문이다. 또한, 국제사회의 유산 분류체계와 국내 분류체계가 상이하여 정합성과 연계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었다.12) 이처럼 한국은 시대변화와 미래가치를 반영하기 위해 전반적인 명칭 개선을 시도했고, 문화유산 보호를 위한 범국가적 노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추세이다.
대만의 무형유산 보호를 근거하는 상위법은 1982년 5월 18일 제정된 「문화자산보존법」이다. 이 법은 2024년 2월 현재까지 제정본 포함 총 9차 개정되었는데 이 중 6차 개정(2005.1.18.)과 8차 개정(2016.7.12.)이 무형유산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제정 당시, 6차 개정, 8차 개정에 한해 대만의 「문화자산보존법」을 개괄적으로 살펴본다.
먼저 제정 당시 법의 목적은 “문화자산을 보존하고 국민의 정신생활을 풍요롭게 하며 대만의 문화를 계승하는 것”(제1조)이었다. 그러나 제정 당시 제1장에서 8장까지 분류한 범주 중 무형유산에 대한 별도의 장은 마련되지 않았었고,13) 제4장 ‘민족예술’을 정의할 때 “특정 지역의 독특한 예술”(제3조의 3)로 규정하며 무형유산에 대한 포괄적 정의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민족예술을 주관하는 중앙 기관은 교육부였고(제40조), 교육부에서 민족예술을 보존하고 전승하기 위해 ‘중요민족예술(重要民族藝術)’ 및 뛰어난 기술을 갖춘 사람을 ‘중요자(重要者)’로 인정할 수 있다고 규정했으나(제41-2조) 대만의 국가무형유산 최초 지정은 2009년에 있었기 때문에 이는 시행되지 않은 제도로 보인다.14)
6차 개정(2005.1.18.)은 제정 이후 최초로 전문수정(全文修正)되었을 만큼 대대적인 변화가 있었다. 먼저 이러한 변화 요인은 한국 또한 영향을 받았던 2003년 협약 및 이에 따른 국제적 추세에 기인한다. 특히 이 협약에서 강조하는 ‘문화적 다양성’15)은 6차 개정판의 제1조 목적에서 “문화자산을 보존 및 활용하고 국민의 정신생활을 풍요롭게 하며 다문화의 진흥을 위해 특별히 제정”된 것으로 명백히 드러난다. 또 6차 개정에서는 기존 8장까지 분류됐던 내용이 11장까지 확대되었고, ‘민족예술’을 ‘전통예술’로 변경했으며(제3조의 4), 중앙의 주관 기관을 교육부에서 행정원 문화발전위원회로 이관시켰다(제4조). 또 한국의 ‘보유자’와 유사한 ‘보존자’ 제도를 추가하여 문화유산 보존을 위한 인적 지원과 그 제도적 뒷받침을 마련한 데 의의가 있다(제8장). 이 6차 제도부터 무형유산은 지방 단위로 지정되었고, 중앙에서는 지방무형유산들 중 가치가 있는 종목을 평가해 국가무형유산(중요전통예술, 重要傳統藝術)으로 지정했다. 여기서 국가무형유산은 ‘중요전통예술’, 지방무형유산은 ‘전통예술’로 분류되었다. 즉 대만은 중앙/지방의 분권화를 통해 각 지방 문화국에서 무형유산 종목과 보존자에 대한 심의, 등록, 지원을 주관하고, 해당 내용들을 중앙에 보고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제59조).16) 이러한 국가무형유산 보존 및 관리체계는 현재까지도 지방 관할로 운영되고 있으며, 문화재청 소관으로 운영하는 한국과는 특히 대별되는 지점이다. 이 분권 체계에 따라 대만의 국가무형유산은 이미 지방에 등록된 종목들과 해당 보존자들을 국가가 중복 인정한다는 점에서도 한국과 다르다(文化部, 2017: 48). 한국의 경우 지방무형유산 보유자가 국가무형유산 보유자로 인정되면 기존에 인정됐던 지방무형유산 보유자 자격이 자연히 해제되기 때문이다.17)
8차 개정(2016.7.12.)은 법 제정 후 두 번째 전문수정을 거친 개정판으로, 비로소 무형유산에 대한 별도의 장이 마련되어 의의가 있다(제7장). 먼저 목적이 “문화자산의 보존 및 활용, 문화자산의 보존에 대한 보편적이고 평등한 참여권 보장, 국민의 정신생활 내실화, 다문화의 진흥을 위하여 특별히 제정”된 것으로 개정되었다(제1조). 다문화 진흥을 추가한 6차 개정에 ‘보편적이고 평등한 참여권’을 더해 개정한 것이다. 이러한 인권 가치는 한국의 법적 정의에서도 포괄하지 않는 내용이기에 신선하게 다가온다. 이밖에 ‘중요전통예술’을 ‘중요전통공연예술’로 변경했고(제91조), 중앙의 주관 기관이 행정원 문화발전위원회에서 문화부로 이관되었는데, 이는 2012년 대만의 문화부가 신설되어 자연스럽게 유관기관으로 이관한 조치로 보인다.
한국과 대만은 주요 전승자인 ‘보유자’에 대한 기본 용어 정의에 있어서도 특수한 차이를 보인다. 한국은 해당 무형유산에 대한 전승기량 및 전승기반을 갖춘 사람, 전승실적 및 전승의지가 높은 사람, 전승에 기여한 사람 중 평가를 통해 보유자로 인정한다.18) 대만은 해당 종목에 대한 지식과 기술을 숙지하고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 대표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 전승 능력과 의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 중 평가를 통해 보존자로 인정한다.19) 이 기본적 용어의 차이는, 양국의 법무부에서 제공하는 영문법령을 참고했을 때 더욱 특수해진다. 먼저 한국의 보유자는 ‘holder’20)로 표기되는데, 일반적 의미에서 holder는 ‘물건을 가지고 있거나 소유한 사람(a person who has or owns the thing)’으로 정의되며,21) 용례 상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경우는 ‘소유’와 깊은 관련이 있는 경제적 차원에서이다. holder는 약 1400년경 임차인(tenant), 점유인(occupier)의 의미로 쓰이기 시작했으며, holder의 원형인 hold는 함유하다(contain), 붙잡다(grasp), 유지하다(retain), 관찰하다(observe), 이행하다(fulfill), 소유하다(possess), 통제하다(control), 지배하다(rule), 억류하다(detain), 가두다(lock up) 등의 의미로 널리 쓰여 왔다.22) 위 용어들은 주로 배타적 관점을 충족해야 한다는 점에서 경제적 관념을 연상케 하는데, 대표적으로 holder가 경제적 차원으로 환원되는 복합명사에서 주식의 소유자 stockholder, 예금의 소유자 account holder, 저작권자 copyright holder, 권력자(실권자) power holder로 쓰인다는 것은 holder의 의미가 배타적 관점의 ‘소유’ 의미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어원적 정의 및 용례에 미루어 보면, holder로 표기하는 보유자는 경제적 관념인 ‘소유(ownership, possession)’와 불가분 관계에 있다는 것을 짐작케 한다. 한편, 대만의 보존자는 ‘preserver’로 표기되는데,23) 이는 보유자의 의미가 가진 경제적 관념과는 다소 괴리가 있다. 일반적 의미에서 preserver는 ‘특정 상황이 변하지 않도록 하는 사람(a person who makes sure that a particular situation does not change)’으로 정의된다.24) preserver의 원형인 preserve는 1300년대 말 ‘안전하게 유지하거나 해를 입지 않는 것(keep safe or free from harm)’의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했으며, 후기 라틴어 praeservare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서 pre-는 라틴어 prae(이전에, 미리)로부터 파생되었고, ser-은 원시 인도유럽어(Proto-Indo-European)로부터 파생된 ‘보호하다’의 뿌리 어원이다.25) 즉 어원적 의미로 미루어 preserve는 ‘미리 보호하다’로 직역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보존자는 경제적 관념과는 거리가 멀고 특정 상황에 대한 ‘수호자’ 개념으로 인식되는 측면이 있다. 부르디외(Pierre Bourdieu)에 따르면, 언어의 사회적 성격은 언어의 내적 특징 가운데 하나이며, 개인들의 사회적 불균일성은 언어로부터 비롯될 만큼 언어를 통한 사회적 의미와 위상은 개인 및 사회 전체에 큰 효과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중요하다(2020: 22). 이러한 점에서 특정한 칭호를 부여하는 일은 개인을 귀족화하는 긍정적 차원이든, 개인에 오명을 찍는 부정적 차원이든 신분을 가르는 특수한 방식 중 하나로 작용한다(2006: 56). 언어의 내적 특성에 따라 곧 사회적 지위에 구별이 생긴다는 부르디외 주장은 선행연구들이 지적한 한국의 보유자 문제를 연상케 한다. 예컨대, 임재해는 무형문화를 공동체의 문화로 보지 않고 기능보유자 등 특정인의 독점물로 보는 것이 ‘인간문화재병’을 유행시킬 뿐 아니라, 전통문화를 창조적으로 계승하는 길을 가로막는 것이라 비판했다. 이는 보유자가 가진 막강한 경제적 동기가, 이들을 곧 문화권력화 한다는 시각으로부터 기인한다(2007: 270). 유사한 맥락에서 이장열은 보유자가 보유하고 있는 기·예능 종목은 보유자 개인의 것이 아니라, 민중들의 창작품이고, 이는 역사와 더불어 전승되었다는 점에서 무형유산은 공적(公的) 차원에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2005: 240). 일부 학자들이 이러한 주장을 하게 된 배경에는, ‘보유자’라는 위상의 파급력과 그에 따른 부정적인 사건들에 기인한다. 대표적으로, 보유자 인정을 두고 금품수수가 있었다는 전례(박영석, 1996; 신형준, 1996a), 전승지원금을 수혜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보유자들이 공적 차원의 무형유산을 고액으로 전승하고 있다는 전례(신형준, 1999), 전수생들의 이수심사를 빌미로 보유자들이 금품을 요구한다는 전례(신형준, 1996b), 보유자들이 전승지원금을 사적 용도로 사용하거나 횡령해왔다는 전례(감사원, 2015: 26-28, 32-33) 등 일련의 논의들은 한국의 일부 보유자들이 자신이 인정된 무형유산 종목을 대표하기보다 ‘소유’한다는 차원으로 인식해왔음을 방증한다. 가령 일부 보유자들은 해당 종목을 자신의 소유물로 인식하고, 배타적 관계를 맺음에 있어 해당 종목을 통해 우월한 지위를 성립시키기 때문이다. 선행연구자들이 지적한 것처럼, 만약 보유자들에게 다양한 동기가 없었다면 이들의 우월한 지위는 성립될 수 없었을 것이다. 즉 상술한 holder의 용례처럼 ‘보유자(holder)’라는 용어는 경제적 관념인 ‘소유’와 불가분 관계에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언어에 따른 사회적 계급의 구별 짓기라는 부르디외 주장이 사실이라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지 못했던 용어로부터의 구별은 ‘보유자(holder)’와 ‘보존자(preserver)’라는 두 집단의 행동양식에도 차이를 만들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 장에서는 양국의 보유자, 보존자가 가진 차이를 국가의 경제적, 사회적 지원 범위를 통해 살펴본다.
Ⅲ. 한국·대만의 보유자 지원제도
한국의 보유자에 대한 경제적 지원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전승지원금’이다. 전승지원금은 「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의 제25조에 근거하며, ▲보유자의 전수교육에 지원하는 전수교육지원금 ▲명예보유자에 지원하는 특별지원금 ▲명예보유자와 보유자 등에 지원하는 장례 및 입원에 대한 위로금 ▲보유자의 전승활동 실적을 평가해 포상하는 전승활동장려금 ▲보유자의 공개행사를 지원하는 공개행사지원금 등을 통칭한 용어이다.26) 이 중 전수교육지원금은 매월 25일 보유자 개인 계좌로 지급되는 정액 방식이며,27) 최근 3년간(2021-2023) 보유자 월 1,500,000원, 보유단체 3,600,000원, 보유자 없는 보유단체 5,500,000원씩 정액 지급되었다(문화재청, 2021-2023). 2023년 문화재청 예산에서 ‘무형문화재 보호·육성’에 11,367,576,000원이 책정되었고, 이 중 전수교육지원금에 10,214,400,000원이 편성되었다(문화재청, 2023: 156).28) 즉, ‘무형문화재 보호와 육성’이라는 예산 목에서 약 90%가 별도의 신청이나 심의 없이 상위계층에 획일적으로 투입되는 인적 예산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예산계획을 바탕으로 2023년 1년간 전통공연예술 종목 보유자, 보유단체에 지급된 전수교육지원금은 3,280,800,000원으로 추산된다.29) 명예보유자 또한 지난 3년간 특별지원금이 월 1,000,000원씩 정액 지급되었는데, 2023년 예산으로 780,000,000원이 책정되었고, 2023년 1년간 전통공연예술 종목 명예보유자에게 396,000,000원이 지원된 것으로 추산된다.30) 다음으로 보유자, 명예보유자 등에 지급되는 장례 및 입원에 대한 위로금 예산은 15,000,000원으로 책정되었는데, 이는 신청 수요나 상세 목을 외부인이 확인하기에 한계가 있어, 2021년 공개된 자료에 갈음하면 당해 11,800,000원이 지원된 것으로 확인되었다(문화재청, 2022: 293). 다음으로 보유자 등의 전승실적을 기준으로 추가 지원하는 전승활동장려금은 2023년 예산으로 300,000,000원이 책정되었다. 한편, 보유자의 의무 중 하나인 공개행사31)에 있어 소정의 절차를 통해 선발된 보유자는 국립무형유산원의 보조를 받을 수 있다. 2023년 공개행사 지원 예산으로는 2,295,000,000원이 책정되었고(문화재청, 2023: 166), 당해 연도 예능 분야 보유자는 39명(개인당 최대 800만원 지원), 보유단체는 38개(단체당 최대 1,200만원 지원)를 선정한다고 공고한 바 있다(국립무형유산원, 2023: 27-29). 이밖에도 보유자를 중심으로 추가 보조하는 ‘전승자 주관 전승활동 지원사업’에 2023년 예산 1,880,000,000원이 책정되었다(문화재청, 2023: 167). 정리하면, 한국의 보유자 지원제도는 ‘무형문화재 보호·육성’이라는 명목하에 해당 예산의 90%를 별도의 신청이나 승인 과정 없이 당사자에게 획일적으로 매월 정액 지급한다는 점에서 ‘인적 지원’, ‘보편적 지원’의 지원방식을 띠고 있었다. 이밖에 보유자의 전승활동 경비를 보조하는 부가적인 지원 또한 시행되고 있다.
「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 제50조(인간문화재에 대한 예우)에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지방공사 또는 지방공단은 인간문화재의 전승활동을 촉진하기 위하여 세제상의 조치, 공공시설 이용료 감면 및 그 밖에 필요한 정책을 강구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러한 범국가적 노력의 일환으로 보유자는 문화재청장과 보건복지부장관의 승인 절차를 거쳐 의료급여수급권자 대상으로 인정될 수 있고,32) 국립전통예술중고등학교, 국립국악중고등학교의 산학겸임교사 자격이 주어지며,33) 문화재청 소속 궁·능원의 관람료가 면제된다.34) 부산과 울산에서는 이러한 상위법에 근거해 ‘보유자에 대한 예우’를 지방 조례로 별도 제정했으며, 보유자에 대한 기본 지원뿐 아니라 공영주차장 요금 감면 등을 부가적으로 지원하고 있다.35) 또 보유자는 대학 및 전문대학에서 140학점을 인정받거나 해당 대학들을 졸업한 자와 같은 수준의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36)
대만의 보존자를 지원하는 대표적인 경제적 지원은 주관 기관인 지방에서 지원하는 ‘보조금(補助)’이 있다. 전술했듯 대만의 무형유산 제도는 중앙과 지방의 분권화된 체계에 따라 지방에서 무형유산과 보존자를 지정하고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각 지방의 보존자들은 관할 지방에 연간 단위로 보조금을 신청하고, 중앙의 문화자산 예산은 수요에 따라 지방에 분배되며, 참여자들은 지방에서 주관하는 소정의 절차를 거쳐 연간 보조 대상자로 선별될 수 있다. 즉 ‘중요전통공연예술’인 국가무형유산에 대한 관리 주체는 문화부이지만, 이 예산은 해당 보존자를 관할하는 지방에 분배됨으로써 보존자 심의 및 보조금 수령은 해당 지방에서 이루어지는 방식이다. 따라서 중앙이 직접적으로 보존자를 통제하거나 지원하지는 않는다. 2021년 기준 문화부에서 ‘문화자산사업(文化資產業務)’ 목으로 각 지방에 분배한 예산은 다음 <표 1>과 같다.
자료 : 文化部(2022: 145)a).
a) 원본의 소수점 이하 단위는 절삭하고 반올림했으며, 위 한화의 환율은 2024.2.6. 기준이다.
상술했듯 대만은 국가무형유산 종목 및 보존자 또한 지방에서 관리하므로, 지방의 지원계획 및 현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글에서는 수도 타이베이시를 일례로 살펴보고자 한다. 타이베이시 문화국은 문창발전과(文創發展科), 예술발전과(藝術發展科)를 비롯해 문화자산과(文化資產科)를 운영하고 있으며, 문화자산과에는 25명의 책임자들이 각각 문화자산 감정, 복원, 관리, 유지, 홍보 등 업무를 분장해 수행하고 있다.37) 2024년 2월 현재, 타이베이시에서 등록한 무형유산 중 전통공연예술 종목은 7개이고 보존자는 12명, 보존단체는 4개이다.38) 이 중 국가무형유산에 중복 지정된 중요전통공연예술 종목은 가자희(歌仔戲)와 포대희(布袋戲)이고, 보존자는 왕런신(王仁心), 천펑꿰이(陳鳳桂), 천시후앙(陳錫煌)이다. 2023년 타이베이시 문화국 중 문창발전과, 문화자산과, 예술발전과, 문화자원과(文化資源科), 문화건설과(文化建設科) 5개 과가 주관하는 ‘문화사업(文化業務)’ 총 예산이 한화 68,897,928,880원39)으로 책정되었고, 이 중 ▲무형문화자산의 보존계획과 추진(無形文化資產保存之規劃與推動)에 한화 394,557,194원40) ▲타이베이시 무형문화자산 조사, 기록 보존, 포상 및 보급 계획(臺北市無形文化資產訪查、紀錄保存、獎勵及推廣計畫)에 한화 165,321,000원41) ▲타이베이시 무형문화자산 보존자 및 보존단체의 보존, 연구, 홍보 등의 계획 보조(補助臺北市無形文化資產保存者及保存團體保存、研習、推廣等計畫)에 한화 211,950,000원42) ▲예사 보상금(藝師獎金)에 한화 8,478,000원43)이 책정되었다.44) 타이베이시에서 주관하는 대표적인 무형유산 보존자 지원사업은 ‘타이베이시 무형문화자산 보존 계획(臺北市無形文化資產保存維護計畫)’이다. 이 사업은 연 1회에만 접수받는데, 매년 11월 10일부터 12월 10일 1개월간을 신청기간으로 공고하고 있다. 신청자격은 관할에 등록된 전통공연예술 종목 보존자 및 보존단체이다. 이 사업의 연간 예산은 상술한 대로 한화 211,950,000원45)으로 확인되며, 각 신청자의 보조금 상한액은 ▲영리단체의 경우 지원계획의 60% ▲예술 및 비영리단체의 경우 지원계획의 80% ▲개인의 경우 지원계획의 90%까지 인정된다. 심의 절차를 통과한 보존자들은 보조금 사업을 종결한 1개월 이내에 지출내역 등을 포함한 성과보고서를 시 문화국에 제출해야 한다.46) 2023년 사업 대상자로 선별된 보존자 및 단체는 13개이며, 이에 대해 타이베이시 문화국은 한화 199,656,900원47)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상술한 국가무형유산 보존자 3명의 지원사업도 수혜 대상으로 선정되었다.48) 정리하면, 대만의 보존자에 대한 경제적 지원은 프로젝트를 평가해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이었다. 즉 모든 보존자에 획일적으로 영구히 정액을 지급하는 (한국)방식이 아닌, 매년 프로젝트 신청을 통해 일정한 선별 절차를 거친 뒤 상한선에 해당하는 액수만 지급한다는 점에서 한국과 대별된다. 한국은 일정한 절차를 생략하고 ‘인적 지원’을 중심으로 예산을 소진하는 반면, 대만은 매년 제출된 프로젝트의 내용을 기반으로 보존자들에게 예산을 분배하고 있다. 즉 대만은 한국과 달리 ‘프로젝트 지원’, ‘선별적 지원’의 지원방식이었다.
대만의 문화부 문화자산국은 무형유산 계승을 촉진하고 대만의 중요전통공연예술 등을 계승하기 위해 국가무형유산 보존자에 한해 건강검진과 장기요양서비스(長期照顧服務)를 제공하고 있다. 연 1회 해당하는 건강검진은 1인당 한화 593,460원49)까지 지원되며, 장기요양서비스는 홈케어 및 돌봄 서비스를 포함하는데 이 예산은 지방 관할로 책정된다. 지원방식은 보존자가 선납하고 국가의 승인 후 환급받는 방식이다.50) 다음으로 대만은 국가문화유산 보존에 대한 개인 및 단체의 공헌과 보존활동 등을 평가해 포상을 시행하고 있다. 시상 부문은 ▲보존유지(保存維護類) ▲보존공헌(保存貢獻類) ▲보존전승(保存傳承類) ▲특별공헌(特別貢獻)으로 구분되고 전통공연예술 종목은 이 중 보존전승 부문에 해당된다(제3조). 심사과정은 문화부에서 실시하는 1차 심사(행정검토), 무형유산 관련 분야 학자 및 전문가에 의한 2차 심사(정성평가), 정부 대표와 관련 분야의 학자 및 전문가로 구성된 3차 심사(최종평가)로 장관의 승인을 거친 뒤 최종 결정된다(제7조). 시상식은 3년마다 개최되며(제8조),51) 2023년 제6회 시상식에서는 보존전승 부문에 중요전통공예 종목 보존자 스즈훼이(施至輝)가 수상자로 선정되었다.52)
이상 2-3장에서 분석한 양국의 주요 차이를 정리하면 <표 2>와 같다.
Ⅳ. 한국·대만의 전통공연예술 종목 및 보유자 규모의 비교
2024년 2월 6일 현재 한국의 국가무형유산 중 전통공연예술 종목의 분야별 규모와 주요 전승자 규모는 [그림 1 및 [그림 2]와 같다.53)
2024년 2월 6일 현재 대만의 국가무형유산 중 전통공연예술 종목의 분야별 규모와 주요 전승자 규모는 [그림 3] 및 [그림 4]와 같다.
[그림 5]를 참고하면, 대만의 전통공연예술 종목 규모는 한국과 비교했을 때 약 27%에 못 미치고, 보존자(단체) 수는 16%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물론 대만의 「문화자산보존법」 제정 자체가 한국보다 20년 늦기 때문에 양국의 규모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실질적인 이유는 대만이 운영하는 이원적 시스템 때문이다. 상술했다시피 대만의 경우 중앙/지방의 분권화된 무형유산 관리체계에 따라 지방에서 무형유산과 보존자를 등록 및 관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위 보존자들은 중앙과 지방에 중복 인정되어 있으며, 지방에서 무형유산 보조를 받는다. 국가무형유산(중요전통공연예술) 외, 대만 지방 정부에 등록된 전통공연예술 종목 및 보존자 개략은 <표 3>과 같다.
자료 : 文化部文化資産局(접속일: 2024.2.6.), Available: https://nchdb.boch.gov.tw/
Ⅴ. 결론
이 글은 한국과 대만의 국가무형유산 중 전통공연예술 종목 보유자에 대한 양국의 지원제도를 비교하였다. 먼저 한국은 「문화재보호법」과 「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을 통해 무형유산을 보존 및 전승하고 있고, 대만은 「文化資産保存法」을 기반으로 무형유산을 보존 및 전승하고 있다. 대만의 초기 제도는 무형유산 보호에 대한 실효성이 부족했으나, 2005년 6차 개정 및 2016년 8차 개정을 통해 비로소 무형유산을 정의하고, 보존자 제도를 도입하며, 중앙과 지방의 분권화를 통해 지방 등록제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단 중앙에서 평가를 통해 국가무형유산(중요전통공연예술) 및 보존자로 추가(중복) 인정할 수 있다.-다음으로 양국은 주요 전승자에 대한 기본적 용어 규정에 있어 차이를 보였다. 한국의 ‘보유자(holder)’는 영문 어원 및 용례에 따라 경제적 관념을 연상케 하고, 대만의 ‘보존자(preserver)’는 특정 상황에 대한 ‘수호자’를 연상케 하며 용례 상 경제적 관념과는 다소 괴리가 있었다. 따라서 한국의 보유자와 대만의 보존자는 무형유산에 있어 주요 전승자라는 맥락은 같지만, 그 용어의 차이처럼 두 집단의 행동양식에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 예상하였다. 한국의 보유자를 지원하는 대표적인 경제적 지원은 중앙에서 지원하는 ‘전승지원금’인데, 이는 별도의 신청이나 승인 과정 없이 매월 25일 보유자 개인 계좌로 정액 지급되는 방식이다. 대만의 보존자를 지원하는 대표적인 경제적 지원은 주관 기관인 지방에서 지원하는 ‘보조금’인데, 각 지방의 보존자들은 관할 지방에 연간 단위로 보조금을 신청하고, 소정의 절차를 거쳐 연간 보조 대상자로 선별될 수 있다. 즉, 한국의 경우는 중앙 기관으로부터 별도의 신청 과정 없이, 한 번 보유자가 되고 나면 획일적인 금액을 정액으로 영구히 지급받는 것에 비해, 대만은 매년 소정의 신청-심의 단계를 거쳐 선발되어야 하는 절차라 양국의 보유자 지원방식은 크게 대별되었다. 즉, 한국은 일정한 절차를 생략하고 ‘인적 지원’, ‘보편적 지원’으로 예산을 집행하는 반면, 대만은 매년 제출된 프로젝트의 내용을 기반으로 보존자들에게 예산을 분배하고 있어 ‘프로젝트 지원’, ‘선별적 지원’ 방식을 가지고 있었다. 또 한국의 보유자를 지원하는 대표적인 사회적 지원은 제도화된 ‘인간문화재에 대한 예우’와 산학겸임교사 자격 부여, 대학 학점 인정 등이 있었고, 대만은 의료혜택 및 국가문화자산보존상 수여 등이 있었다.
필자는 이 연구의 시사점으로 두 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무형유산에 대한 학문적 논의가 부족한 환경에서 무형유산 세계화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각국의 다양한 제도를 논의하고 연구할 필요가 있다. 이 글은 학문적 차원에서 무형유산 연구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 둘째는 실무적 차원의 시사점이다. 이는 제2장 3절에서 설명한 보유자 용어의 근원적 모순과 관련된다. 이장열의 지적처럼 보유자가 보유한 것은 보유자 개인의 것이 아닌 민중으로부터 파생된 역사와 문화에 지나지 않으며 이는 국가무형유산이라는 점에서 지극히 공적이어야 한다. 근원적으로 ‘보유’라는 용어는 비보유자와 보유자 간 배타적 관계를 성립시키고 또 우월적 지위를 공고히 한다는 점에서 경계될 필요가 있다. 이는 대만의 주요 전승자가 ‘보존자’로 호명되었다는 점에서 두 부류의 차이는 극명해진다. 예컨대 별도의 신청이나 승인 과정 없이 영구적으로 매월 경제적 지원을 받는 한국의 보유자와 매년 프로젝트를 만들어 신청과 심사단계에 접속해야 하는 대만 보존자의 경제적 지원은 그 성격 면에서 차이가 있다. 이밖에도 무형유산을 창조적으로 계승하기 위해 매년 프로젝트를 고안해야 하는 대만 방식은 가치 창출을 위해서도, 공금의 분배 면에서도 더욱 적합한 방식으로 보인다. 물론 대만이 선진적인 무형유산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중앙과 지방의 분권화를 통해 향토색을 가진 무형유산을 지방에서 전승하도록 유인하고, 지방예술 지평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은 지나치게 중앙집권화된 한국 제도에 일면 더 나은 방향성을 제공해줄 수 있다. 무형유산 전승 지원에 있어서도 심사과정을 통해 공적 예산을 분배하는 대만 시스템 또한 참고할 만한 가치가 있다. 한국의 보유자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고, 이는 어떤 방식으로든 개선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제도는 보유자의 문화권력화 문제나 이에 따른 단선적 전승과 문화다양성의 소멸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는 상황이다. 어쩌면 필자가 제기한 holder라는 용어의 모순이 일부 보유자가 무형유산을 사유화하도록 부추긴 꼴일 수도 있다. 무형유산을 ‘보유’하느냐, ‘보존’하느냐는 천양지차의 문제이다. 공동의 무형유산을 강조하는 유네스코와 2022년 「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전승공동체’를 도입한 한국에서는 보유자와 비보유자라는 모호한 ‘보유’ 문제 및 지원 분배과정의 공정성과 모든 전승환경의 질적 개선을 강구하여야만 진정한 전승공동체 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대만 제도의 지방 분권화와 프로젝트성 지원방식은 실무적 차원의 개선을 위한 자료로써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다.